‘한글날’부끄러운 사이버 隱語
“껨방 간는데 인가니 넘 마나서 왕 짜증났쥐.요즘 만나는 고딩 오빠와 즐팅 모태 띰띰해써” 가상공간에 어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10대만의 국적 불명의 말글’이 난무하고 있다.
한글날을 앞두고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이버폭력과학교공동체 붕괴’란 주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대구대 이정복(李正福·국문학) 교수는 10대들이 즐겨 쓰는 ‘인터넷 은어(隱語)’를 소개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알아써요(알았어요),인가니(인간이),마자 마자(맞아 맞아) 등은 컴퓨터 자판의 쉬프트(shift) 키를 안 눌러도 돼 ‘편해서’ 쓰는 이어적기의 예다.
조아(좋아),되자나(되잖아),마니(많이),마나서(많아서),칭구(친구),남니다(납니다),추카추카(축하 축하) 등은 소리 나는대로 적은 말들.
‘네’를 ‘넹’으로,‘알지’를 ‘알쥐’로,‘그렇지’를 ‘구치’로,‘갈게요’를 ‘갈께엽’으로 쓰는 것은 재미삼아 의도적으로 바꿔 적는 경우다.
금 잘있어(그럼 잘 있어),암거나(아무거나),짐 갈껀가여(지금 갈것인가) 등 음절이 이유없이 줄어드는 예도 부지기수다.
비속어와 은어,국적 불명의 외래어,생소한 약어도 많이 쓰인다.‘난잠수해야쥐’ 는 ‘여럿이 있는 대화방에서 특정 인물과만 1:1로 대화하겠다’는 뜻이고 ‘껌’은 ‘무시당하는 대상’을 일컫는다.‘짱많다’는 ‘정말 많다’를 뜻한다.
이 교수는 “맞춤법이나 문법에 맞지않은 단어와 문장 등으로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광범위한 일탈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바른 언어사용을 위한 체계적인 학교교육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학교폭력의 가해자 사진이 인터넷에공개된 ‘서울 S여중 사건’을 사례로 들면서 일방적 욕설 및 유언비어,어법에 맞지 않는 말글 사용 등으로 사이버 폭력이 위험 수위에달했다고 지적했다.또 이러한 폭력이 가상공간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폭력성을 부채질,학교 폭력의 심화와 학교 공동체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영우기자 ywc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