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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를 여는 파이프 오르간 선율… “동서양 조화로 더 다채롭게”

    새해를 여는 파이프 오르간 선율… “동서양 조화로 더 다채롭게”

    온통 회색빛으로 덮인 듯한 지난 한 해, 그보다 훨씬 나아질 거란 희망을 다채로운 파이프 오르간 선율로 꿈꾼다. 그 바탕엔 마음을 다스리는 듯 잔잔하고도 묵직한 국악기 소리가 깔려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내 대표 오르가니스트 신동일 연세대 교수는 오는 2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국악관현악시리즈Ⅲ ‘대립과 조화: 콘체르토’를 공연하며 동서양의 조화를 그려 낸다. 신 교수는 지난 6일 전화 인터뷰에서 “파이프 오르간과 한국 전통악기의 조화에 대해선 이미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5년 전쯤 러시아에서 동서양 파이프 악기인 오르간과 생황의 앙상블을 처음 시도하고 뜨거운 반응을 확인한 뒤 생황 연주자 김효영과 몇 차례 무대를 이어 가기도 했다. 이후 김성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제안으로 지난해 1월 신년음악회에서 국악관현악과 첫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관현악곡에 오르간이 사용된 정도에 그치자 김 감독이 “내년에 다시 하자”고 한 농담이 실제 무대로 이뤄졌다. 국내에서 자주 접하기는 어려운 악기인 파이프 오르간은 악기 하나로 오케스트라 선율을 낼 수 있어 ‘악기의 왕’으로도 불린다. “많은 사람이 교회나 성당, 미디어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을 때는 주로 장엄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느끼지만 실제 파이프 오르간은 다른 솔로 악기가 낼 수 없는 훨씬 다양한 음량과 음색을 낸다”고 신 교수는 말했다. 이어 “국악기들은 서양악기에 비해선 발전이 더딘 면이 있어 국악관현악을 들으면 옛날의 향기가 그대로 짙게 남아 있는 듯하다”면서 “대위법과 화성을 구사할 수 있는 오르간과 호흡을 맞추면 동서양 색채를 적절하게 느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작곡가 김성기에게 위촉한 ‘삽화 속에‘를 초연한다. 우리 전통 민요와 그레고리안 성가, 찬송가 선율 등이 어우러져 있어 여러 가지 선율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신 교수도 “모든 목표를 잃은 듯했던” 지난해보다 나은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안식년을 맞아 아프리카 의료 선교 활동에도 동참해 봉사활동을 하고 프랑스 파리에 둥지를 틀자마자 코로나19가 확산했다. 다시 짐을 챙겨 귀국한 그는 지난해 5월 28일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라는 특별한 무대를 꾸몄다. 출연료도 받지 않았다. “그동안 음악활동을 하며 받은 게 많으니 보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오는 9월에는 한국에서 처음 국제오르간콩쿠르도 열린다. 일본 무사시노·도쿄 국제오르간콩쿠르, 상하이국제오르간콩쿠르 등처럼 우리도 세계적인 규모의 콩쿠르를 열 수 있는 무대를 갖췄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첫 대회가 1년 연기됐다. 14명의 본선 진출자 가운데 4명이 한국인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신 교수는 “좋은 연주자들 페스티벌처럼 많은 사람이 오르간 연주를 듣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오르간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과 방법을 늘 고민한다”는 신 교수는 올해도 어린이 공연을 비롯해 더욱 다양한 무대와 공간에서 오르간 선율을 나눌 계획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독] 여대생 AI ‘이루다’가 학습한 카톡, 개인정보 제공 동의 안 받았다

    [단독] 여대생 AI ‘이루다’가 학습한 카톡, 개인정보 제공 동의 안 받았다

    혐오 표현 학습으로 논란이 된 여대생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학습한 100억건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이름,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특정다수에게 동의 없이 노출했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이용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루다의 개발사인 스캐터랩은 11일 ‘연애의과학’ 사용자들에게 “개인정보취급방침의 범위 내에서 활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루다의 학습에 ‘연애의 과학’ 데이터를 활용한 것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연애의과학은 사용자들이 제공한 연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토대로 연인과의 친밀도를 알아보는 심리 테스트 등을 제공하는 앱이다. 스캐터랩이 고지한 개인정보취급방침에는 ‘이용자가 동의한 정보를 활용하여 이용자가 주고 받은 메시지 텍스트 파일을 통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수집된 개인정보는 신규 서비스 개발에 활용한다’고 나와있다.연애의과학은 사용자들이 약 5000원 정도를 내고 연인과 나눈 실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연인과의 친밀도를 분석해 제공한다. 서울신문이 11일 직접 해당 앱을 이용해보니 카카오톡 대화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AI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하겠다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어 위법성이 다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정보취급방침을 고지한 것과는 상관없이 만약 사용자가 카카오톡 대화를 제공할 때 수집·이용 등의 목적등을 알리고 동의를 받는 절차가 없었다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와 금융기관 등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팝업창을 띄워 동의를 받지만 연애의과학 앱에서 해당 심리테스트를 이용할 때는 팝업창이 뜨는 등의 동의 절차가 없었다.‘연애의과학’ 이용자들은 “카톡 대화를 제공한 건 심리테스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였지 AI개발에 동의한 건 아니다”라며 증거 자료를 모으고 있다. 스캐터랩은 사과문에서 “알고리즘으로 비실명화 처리된 정보를 AI에 주입했으므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오픈카톡에서 모은 캡쳐사진을 보면 이루다는 특정 개인의 이름과 주소와 계좌 정보, 다니고 있는 직장의 이름과 위치, 심지어는 연인이 갔던 모텔의 이름, 다녔던 병원 간호사의 생김새까지 말했다.정성용 법률사무소 의담 변호사는 “여러 내용을 결합했을 때 특정인으로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만약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된 정보가 특정인으로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면 이러한 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한 행위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률 스타트업 ‘화난 사람들’의 대표인 최초롱 변호사는 “예금주명이 포함된 계좌 번호, 특정인의 집 주소가 이루다와의 대화에서 유출됐다면 제3자에게 동의 없이 제공한 행위가 될 수 있다”며 “먼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캡쳐 사진 진위 여부를 포함해 개인정보권 침해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현준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보호본부장은 “이루다 관련 사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법령을 위반했다면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중대한 위반의 경우 경찰 등 수사기관에 형사고발이 가능하다.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는 “개인 대화를 동의 없이 빅데이터 학습에 활용한 건 문제”라며 “이루다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3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팬텀’…3월 17일 개막

    3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팬텀’…3월 17일 개막

    뮤지컬 ‘팬텀’이 3년 만에 돌아온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 ‘팬텀’의 네 번째 시즌이 3월 17일 서울 송파고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고 11일 밝혔다. 뮤지컬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팬텀’은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휩쓴 극작가 아서 코핏과 최고음악상을 두 차례 수상한 작곡가 모리 예스톤의 창작으로 브로드웨이에서 1991년 초연됐다. 2015년 한국에서 초연됐고 예상 밖의 큰 흥행을 거두며 ‘뮤지컬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흉측한 얼굴 때문에 오페라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오페라의 유령 ‘에릭’의 인간적인 면에 집중한 스토리로와 스릴 넘치는 음악과 무대, 영상, 조명 등 시각 효과까지 더해져 풍성한 볼 거리를 제공한다. 최고의 뮤지컬 배우와 정통 소프라노, 클래식 발레까지 다양한 장르의 최정상 아티스트가 함께하며 무대 예술의 극치를 선보이기도 한다. 뮤지컬 ‘팬텀’ 네 번째 시즌은 로버트 요한슨이 연출과 각색을 맡았고 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권은아 연출가가 공동연출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김문정 음악감독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아름다운 선율을 꾸민다. 3년 만에 돌아오는 ‘팬덤’은 전례 없는 팬데믹 장기화로 흑백으로 나뉜 세상에 갇힌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희망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EMK 엄홍현 대표는 “어두운 오페라극장 지하에 사는 에릭에게 자신의 음악이자 빛과 같은 존재 크리스틴이 있듯, 뮤지컬 ‘팬텀’의 귀환이 어두운 시기에 갇혀 있는 우리를 위로하며 우리 삶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고 밝혔다. 공연은 6월 27일까지 이어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의왕고천지구 자족시설용지 첨단기업 유치…자족도시 디딤돌 마련

    의왕고천지구 자족시설용지 첨단기업 유치…자족도시 디딤돌 마련

    경기 의왕시가 의왕고천 공공택지개발지구 내 자족시설용지 분양을 거의 마무리하고 첨단산업 기반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 의왕시는 올 상반기 자족 2-3, 4블록을 마지막으로 확보한 자족시설용지 첨단기업유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시는 3~4월경 두 자족시설용지 공급 대상 기업 모집을 공고할 예정이다. 시가 확보한 의왕고천지구 자족시설용지는 첨단산업 유치와 자족기능을 확보해 지역경제 기반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시는 최근 자족시설용지 1-2에 입주할 추천대상자로 반도체 전문기업을 선정했다. 반도체 검사장비 전문기업인 ‘네오셈’은 면적 2326㎡ 1-2블록에 전체면적 1만 2693㎡ 규모의 자동화장비 제조설비와 연구시설을 갖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시가 확보한 자족용지에 기업을 유치해 추천하면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기업과 용지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안기정 의왕시 기업지원과장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경제 회복에 역점을 두고 시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1월부터 공공개발사업지구 내 자족시설용지에 첨단기업 유치 발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시는 자족1-1, 자족2-1, 2-2 등 3곳에 융복합 첨단기술을 갖춘 기업 3곳을 이미 유치했다. 의왕고천지구 자족1-1에 유치한 ㈜에이스엔은 환경기술과 DNA(Data, Network, AI)기술을 융합한 첨단 환경장비 솔루션 기업이다. 연면적 1만 7527㎡ 규모의 첨단 연구시설을 갖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SMK, 베셀에어로스페이스 컨소시엄은 2차전지 개발 및 미래 모빌리티(자동차, 항공)산업을 이끌어갈 첨단기업이다. 자족2-1, 2-2에 유치한 컨소시엄은 연면적 1만 2507㎡ 규모의 첨단시스템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김상돈 의왕시장은“의왕고천지구는 의왕이 첨단산업 기반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왕고천지구는 LH와 의왕시가 고천동 일원 54만 3000㎡ 부지에 계획인구 1만여명 규모로 개발 중인 도시개발사업이다. 의왕시와 LH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의왕고천지구는 신혼부부를 위한 전국 최초 대규모 특화단지로 조성한다. 행복주택 2000여가구를 조성하는 특화단지를 비롯해 분양주택 2000여가구, 단독주택 등 총 4400여가구를 공급하는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국립극장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재조명

    국립극장은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과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함께하는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을 오는 20~2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연다고 밝혔다. 국립극장 전속단체들이 모인 기획공연은 9년 만이다. 애초 지난달 23일 개막해 오는 24일까지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개막을 미루고 공연 기간도 단축했다.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치열했던 삶을 재조명하는 작품으로, 창극과 무용, 국악관현악이 어우러져 풍성하게 무대를 꾸민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Ⅲ ‘대립과 조화: 콘체르토’도 오는 27일 관객들과 만난다. 관현악과 독주의 대립과 조화를 거듭하는 협주곡을 선보이는 공연이다. 신동일 연세대 교수의 오르간 연주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임현정, 첼리스트 홍진호, 대금 연주자 김정승과 김일구 명창의 아쟁 연주 등이 국악관현악단과 무대를 채운다. 국립극장은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역지침에 따라 두 칸 띄어 앉기로 운영한다”며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안전한 공연 관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공연 티켓 예매는 11일 오후 2시부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재웅 전 쏘카 대표 “혐오·차별표현 논란 여대생AI 이루다 중단 후 재개해야”

    이재웅 전 쏘카 대표 “혐오·차별표현 논란 여대생AI 이루다 중단 후 재개해야”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10일 스무살 여대생 인공지능 이루다의 차별·혐오 표현 문제와 관련해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개발자 1세대로 포털 사이트 다음을 성공시키고 공유자동차 서비스 쏘카를 생활에 안착시킨 그는 인공지능 공유택시 서비스 타다를 출시하면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해당 문제의 쟁점을 세 가지로 나눠 보았다. 그는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 대해서 문제도 아직 정확히 무엇인지 잘 정리가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의견은 얼마든지 같이 이야기해봤으면 좋겠습니다. AI 시대에 AI의 윤리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합의해 나가야할 중요한 문제니까요. 동시에 여러 문제가 섞여서 나오는데 하나하나 다르게 접근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먼저 ‘AI 챗봇에 대한 성적 학대·악용’을 사용자의 문제로 보았다. 그는 “AI가 모든 상황에 대해서 학습이나 규칙기반으로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AI가 만능은 아니니까요”라며 “AI 챗봇에 대해서 성적 학대·악용은 사용자의 문제이지 AI서비스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로봇청소기를 성적 대상화하는 사람까지 있으니까요.”라고 지적했다. “학습과 보정을 통해서 직접적인 대상화가 어렵도록 보완하면서 그래도 허점을 찾아서 성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을 공개·공유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 나가야겠죠. 이 부분은 회사가 잘 대처했다고 봅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AI 챗봇이 20세 여성으로 설정한 것’이 두번째 문제라고 봤다. 상업적으로 유리한 선택이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루다가 20세 여성으로 설정되는 순간,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 20세 여성이 갖고 있는 위상이 그대로 투영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슬프게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성적으로 착취당할 수 있는 취약한 계층을 찾는다면 아마도 20세 여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굳이 AI챗봇의 젠더나 나이를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만, 역설적으로 상업적인 회사에서 가장 마케팅적으로 옳은 선택을 하자고 하면 다른 선택이 있었을까 싶습니다”고 했다. 이어 “다만, 기업의 목표가 이윤극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런 선택을 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술은 사회적 책임도 있고, 특히 AI는 사회적 책임에 더 민감해야 하니까요. 이 부분은 논란도 안고 가겠다고 하면 회사를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나 경영진이 회사나 서비스의 미래를 길게 봤다면 했을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위 두 문제는 감당할 수 있는 논란이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챗봇이 불특정 다수에게 혐오와 차별 표현에 대한 보정 없이 서비스를 내보낸 것이 문제라고 봤다. 그는 “AI를 사람이 차별, 혐오, 학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AI가 사람을 차별, 혐오, 학대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라며 “성적지향이나 특정 종교나 장애여부에 대해서 일상 대화에서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이 많아서 학습의 결과로 차별이나 혐오를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보정없이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는 종교, 학력, 지역, 성적 지향, 장애등에 대해서 차별이나 혐오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입니다”라며 “자기 혼잣말에서 혐오발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직업이 선생님이면 아이들에게 혐오 발언을 해서는 안되며 공개적으로 혐오발언을 했을때는 처벌받아야하는 것과 매한가지”라고 했다. 이어 “서비스를 하면서 추가 학습으로 보정할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빠르게 차별혐오발언은 금지시키도록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따르도록 시스템을 변경해야 합니다. 서비스 운영하면서 추가학습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중단후 우리 사회 규범에 맞는 최소한의 차별·혐오테스트를 통과하는 지를 점검후에 다시 서비스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성적지향만 차별하고 혐오하는 건지 특정 종교를 혐오하는 건 아닌지, 장애인을 혐오하는 건 아닌지 파악하고 최대한 그럴 여지를 없애야 합니다. 오래 걸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딥러닝 학습기반 시스템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학습으로 해결할 필요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혐오와 차별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면 AI 서비스를 하면 안됩니다. 많은 기업들이 쓰고 있는 AI채용, 면접 시스템 그리고 범용 AI 챗봇, AI 뉴스 추천 시스템등은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을 지키고 있는지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 아이들은 혐오를 배우고, 면접을 보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뉴스나 컨텐츠에서 혐오나 차별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AI 분야에서는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AI가 하니까 더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AI의 설계, 데이터 선정, 학습과정에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어서 그 과정은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결과물이 최소한의 차별이나 혐오를 하거나 유도하지 않는지는 사람이 들여다보고 판단하고 필요하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합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이루다의 투자자나 경영진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스캐터랩이 사회적 비난 여론을 통감하고 서비스 중단 후 재개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그는 “경영진이 혐오나 차별을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학습된 데이터가 일반인들의 일대일 대화이다보니 차별이나 혐오로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수 있습니다”라면서도 “범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이런 문제가 지적되었을때 즉시 납득할만큼 수정을 할 수 없다면 사과하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답입니다. 이루다를 만들만큼의 기술력이면 최소한의 혐오나 차별을 방지하는 것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투자자들도 경영진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임을 깨닫고 빠르게 문제를 인식하고 사과하고 바로 잡아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며 “책임있는 투자자와 경영진이 잘 알아서 문제를 풀 것으로 믿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영진과 투자자가 함께 져야할 문제이니까요”라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인공지능 이루다 동성애 혐오 논란…이재웅 “서비스 중단해야”

    인공지능 이루다 동성애 혐오 논란…이재웅 “서비스 중단해야”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인공지능(AI) ‘이루다’가 성추행 피해에 이어 이번에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I 챗봇 이루다의 더 큰 문제는 그걸 악용해서 사용하는 사용자의 문제보다도 기본적으로 사회적 합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가 혐오스럽다고 한 이루다의 대화 목록 캡처 화면과 함께 “악용하는 경우는 예상 못 했으니 보완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차별과 혐오는 걸러냈어야 한다”면서 “편향된 학습데이터면 보완하던가 보정을 해서라도 혐오와 차별의 메시지는 제공하지 못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AI 면접, 챗봇, 뉴스에서 차별이나 혐오를 학습하고 표현하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면서 “AI 소프트웨어 로직이나 학습데이터에 책임을 미루는 것은 안된다”고 강조했다.이어 AI가 완벽하지 못하고 사회 수준을 반영할 수 밖에 없지만,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는 차별과 혐오는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지금 이루다 서비스를 중단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한 사회적 감사를 실시한 뒤 서비스를 재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루다는 스캐터랩이 지난달 23일 출시한 AI 챗봇으로, 별도의 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이 아니라 페이스북 메신저를 기반으로 개발돼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처럼 편리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 최근 10~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이달 초 기준으로 이용자가 32만명을 돌파했다. 일일 이용자 수는 21만명, 누적 대화 건수는 7000만건에 달한다. 제작사 측은 학습 데이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딥러닝의 특성때문에 이루다가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100억 건 이상의 한국어 데이터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루다를 개발한 스타트업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는 전날 자사 블로그에 “루다를 향한 성희롱은 예상했다”며 “고양이 챗봇 ‘드림이’ 등 그동안의 AI 챗봇 서비스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인간이 AI에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인터랙션(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AI를 향한 욕설과 성희롱은 사용자나 AI의 성별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BTS, 작년 미국서 앨범판매 2위…‘다이너마이트’는 음원 1위

    BTS, 작년 미국서 앨범판매 2위…‘다이너마이트’는 음원 1위

    피지컬 앨범 순위는 1·5위 등 2개 앨범 올라1위는 테일러 스위프트…종합 1위 릴 베이비“BTS 팬 확장…블랙핑크, 여성 활약 보여줘”국내 연간 앨범 판매량도 5년 연속 1위 기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맵 오브 더 솔:7’(MAP OF THE SOUL:7)이 지난해 미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7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는 음악 판매 데이터 제공 업체 MRC 데이터(전 닐슨 뮤직)과 공동으로 조사한 2020년 미국 연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2월 발매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7’은 지난해 미국에서 앨범 판매량 2위(67만4009장)를 기록했다. 1위는 127만6000장의 판매고를 올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포크로어’(Folklore), 3위는 위켄드의 ‘애프터 아워스’(After Hours·48만장)가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 피지컬(실물) 앨범으로는 64만 6000장의 판매고를 올려 1위였고, 11월 낸 미니앨범 ‘비’(BE)도 실물로 25만 2000장으로 5위를 기록해 ‘톱 5’에 2장이 올랐다. NCT 127의 정규 2집 ‘NCT #127 네오 존’(24만 9000장)도 실물 판매 6위로 케이팝 그룹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디지털 음원에서는 지난해 8월 낸 싱글 ‘다이너마이트’가 1위를 차지했다. 유일하게 100만건 이상이 넘는 126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2위 위켄드의 ‘블라인딩 라이츠’(58만건)을 두 배 이상 제쳤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12월 31일까지 음반 및 음원 판매, 스트리밍, 광고 지원 주문형 공식 오디오 및 영상, 주문형 또는 유료 공식 오디오 및 영상 등의 수치를 종합해 작성됐다. 종합 순위에서는 릴 베이비의 ‘마이 턴’(My Turn)이 1위에 올랐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포크로어’, 팝 스모크의 ‘슛 포 더 스타스 에임 포 더 문’(Shoot for the Stars Aim for the Moon)이 뒤를 이었다. 빌보드와 MRC 데이터는 보고서에 “한국 가수들이 주류에서 새로운 고지에 오르다”라는 제목으로 케이팝 스타들의 활약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에 대해서는 “열정적인 팬 베이스가 더욱 확장됐다”며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세 곡을 1위에 올려놓은 것을 언급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빌보드 ‘아티스트 100’ 1위를 기록한 블랙핑크에 대해 “2020년 차트에서 펼친 활약은 미국에서 케이팝의 도약이 남성그룹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도 지난해 앨범 차트 1,2위를 석권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정규 4집과 ‘비’ 앨범은 각각 437만 6975장, 269만 2022장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나란히 최상위에 올랐다. 2019년 ‘맵 오브더 솔:페르소나’의 371만 8230장 판매를 자체 경신한 것으로, 5년 연속 가온차트 연간 앨범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코로나19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촉진…취업시장서 ‘RPA’ 역할 확대 전망

    코로나19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촉진…취업시장서 ‘RPA’ 역할 확대 전망

    최신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사이언스 노하우를 융합해 디지털 전환의 선도해 온 KS한국스코어링㈜이 이번에는 RPA(Robotic Process Automaion)을 통해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촉진하고, 취업 준비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KS한국스코어링 소속 전문가들은 관련 분야에서의 축적된 노하우를 인정받아 현재 진행 중인 ‘RPA 리그 2020’의 UiPath RPA 교육프로그램 강사진으로 참여 중이다. 현재 RPA사업본부 이상훈 수석과 DT 지원본부 유승호 프로가 직접 교육 참가자들의 강의를 진행하며 RPA 전문가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 ‘RPA 리그 2020’은 한경닷컴 IT교육센터가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의 ‘기업수요 맞춤형 교육’ 및 글로벌 RPA 1위 기업인 ‘UiPath RPA 교육프로그램’과 연계해 개최하고 있는 웹 개발 및 RPA전문가 양성 과정이다. RPA는 Robotic Process Automaion의 약자로 간단한 동작을 반복하는 매크로(Macro)와 유사 하지만 더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특히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업무제 활용해 생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 등 IT기술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RPA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RPA 교육 과정 참가자들은 JAVA기반의 웹 프로그래밍 교육과 RPA활용에 필요한 응용프로그래밍 교육, UiPath의 글로벌 RPA교육 프로그램 교육을 통해 실무 중심의 기술 습득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취업시장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RPA해커톤 경진대회 및 잡페어를 통해 취업 연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KS한국스코어링 RPA사업본부 이상훈 수석은 “코로나19가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촉진하면서 2021년은 그야말로 RPA가 꽃을 피우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디지털 기술을 통한 연결, 전자상거래, 원격 교육 및 의료, 자동화라는 커다란 변화가 ‘뉴노멀’로 급부상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이나 두산, 농협중앙회, 롯데손해보험, 우리은행,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UiPath RPA를 도입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RPA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 최근 RPA 교육, RPA 컨설팅, RPA 학원 등 RPA 개발과 관련한 각종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판이 바뀌고 있는 취업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높은 수준의 커리큘럼과 강사진, 취업업계가 지원되는 국비지원 RPA 교육과정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KS한국스코어링은 2005년에 창립되어 신용평가 컨설팅 및 솔루션을 기반, 기업의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UiPath의 RPA를 도입해 2020년 UiPath 국내 최초 골드 파트너사 및 RPA 전문 개발자 양성교육기관 KS아카데미를 오픈했다. KS아카데미는 국내 최초 RPA 교육기관으로서, △RPA 비즈니스, RPA 개발 및 운영 교육 △RPA와 최신 기술 결합 지능형 RPA 교육이 편성해 디지털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단계별 교육 프로세스·1대1 밀착관리·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심지어 교육 이수 이후에도 KS RPA 커뮤니티 가입을 통해 Q&A 및 최신 정보를 지원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정숙·권호성, 올해의 연출가상 수상

    김정숙·권호성, 올해의 연출가상 수상

    사단법인 한국연출가협회(이사장 윤우영)는 ‘2020 올해의 연출가상’에 김정숙, 권호성 연출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올해의 연출가상은 연극발전을 위한 노력과 연출 작업의 성과를 두루 평가해 시상하는 상으로, 연출가협회가 연출가에게 주는 최고 명예로 꼽힌다. 김정숙, 권호성 연출은 각각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대표와 상임연출로 함께 활동했다.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숙영낭자전을 읽다’, 뮤지컬 ‘블루사이공’, ‘들풀’ 등이 대표작이다. 협회는 “두 사람은 30년 넘게 함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제작, 연출했고 최근까지 여러 장르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코로나19로 공식적인 시상식 없이 오는 15일 오후 3시 서울 성북구 연출가협회 사무실에서 트로피만 전달할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검은 숲의 호수 끝엔 인어 아가씨가 할로! 초록 숲의 겨울 끝엔 하얀 구름바다 할로!

    검은 숲의 호수 끝엔 인어 아가씨가 할로! 초록 숲의 겨울 끝엔 하얀 구름바다 할로!

    “독일에선 새해에 뭐해? 한국에선 부모님께 세배하고 아이들은 돈 받고, 큰 자식들이면 부모님께 돈 드리고. 그리고 가족들이 다 모여서 떡국 먹어.” 새해마다 가족과 보내던 아침이 이젠 사무치게 그리운 시간이 됐다. ‘떡국’이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떡국은 또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소고기 반, 물 반일 정도로 푹 넣고 끓인 고기 국물에 혀가 착착 감기던 엄마 표 떡국도 베를린에선 먹을 수 없다. 그래도 육개장 국물로 만든 이상한 떡국 안 사 먹고(작년에), 올해는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은 것만으로도 새해를 두 배는 잘 시작한 기분이다. 할 줄 아는 음식이 늘어갈수록 퍽퍽한 외국살이도 조금씩 야들야들해지는 기분이다.●행운을 가져다주는 새해 도넛, 판쿠흔 “독일에선 특별하게 뭐 하는 게 없는데…. 그냥 산책해.” 그래서 우리는 지난 1년 내내 했던 것처럼, 또 1월 1일부터 공원에 가서 산책을 했다. 오후 4시가 넘으면 도시는 캄캄해지고 한밤중 같은 어둠에 휩싸이므로, 마음은 2시부터 급해진다. 가는 길에 베이커리에 들러 시나몬롤도 하나 샀다. “그러고 보니 베를린에서도 새해에 먹는 게 있긴 해.” 남자친구가 말했다. 도넛같이 생긴 ‘베를리너 판쿠흔’ 이야기가 시작됐다. “베를린에선 이 도넛을 판쿠흔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자란 독일 남부에선 판쿠흔은 그냥 팬케이크를 말하거든? 그래서 이 도넛을 말할 땐 판쿠흔이라 하지 않고 그냥 ‘베를리너’라고 불렀어. 베를린 사람들이야 굳이 ‘베를리너’를 붙일 필요가 없으니까 그냥 판쿠흔이라고 부르는 거지.” 독일 지방에 따라 베를리너 혹은 판쿠흔이라 부르는 이 도넛은 우리에겐 던킨 도넛과 비슷한 모양새다. 가운데 구멍은 없고, 안에는 과일 잼이 들어 있다. 도넛 위에는 두꺼운 설탕 아이싱이나 파우더가 뿌려져 있다. 판쿠흔은 전통적으로 질베스터(새해 전야)나 로젠몬탁(사순절 전 월요일) 등 카니발 데이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먹었다.(하지만 지금은 1년 내내 먹는다.) 원래는 자두 잼을 넣는 것이 정석인데 요즘은 살구나 딸기, 오렌지 마멀레이드 잼을 넣기도 한다. 여러 개를 사는 경우 겨자가 들어간 판쿠흔도 슬쩍 한 개 끼워 둔다. 이 겨자 잼(?)을 먹는 사람이 최고의 행운을 갖는다는 농담 때문이다. 행운이 찾아온다니, 베를리너들도 아무리 코가 알싸해져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먹지 않을까? 재미 삼아 다음엔 아이들과 함께 먹어봐야겠다. 생각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오래 걸었다. 공원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정초에 산책하는 게 정말 풍습이기라도 한 것처럼 유모차를 끌고 온 아빠,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꼬마, 함께 걷는 커플 등 모두 각자의 산책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살다 보면 알게 된다. 특별한 날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많이 걷는다는 걸, 한겨울에도 공원 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라는 걸.●검은 숲에서 가장 크고 깊은 호수, 뭄멜제 베를린에 오고 나서 보낸 첫 겨울은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 해가 많이 안 나서 그렇지 영하로 내려가는 날도 별로 없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날도 많았다. 겨울 내내 눈은 거의 내리지 않았다. 드물게 한 번인가 왔던 것 같다. 눈은 남자친구 부모님이 사는 카를스루에(Karlsruhe)에 가서 제대로 보았다. 해를 넘겼으니 벌써 2년 전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그의 가족들과 보내고, 그중 하루는 둘이 여행을 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검은 숲’에 가고 싶었다. ‘블랙 포레스트’(Black Forest)라는 이름에 매혹돼 언제고 꼭 한번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독일어로는 슈바르츠발트, 하지만 독일어 발음이 낯선 내게는 ‘블랙 포레스트’라는 이름이 훨씬 신비롭게 다가왔다. 검은 숲은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다. 크게 북부의 검은 숲과 남부의 검은 숲으로 나뉘는데, 카를스루에에서는 북부의 검은 숲이 가깝다. 막연하게 동경하던 그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가게 되다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쉽게 믿기지 않았다. 검은 숲의 북쪽을 향해 달리는 차 안은 따스하고 아늑했다. 이렇게 달린다면 몇백 시간을 달려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위스를 여행하며 흔하게 보았던 샬레(오두막집)들이 독일의 검은 숲에도 똑같이 펼쳐졌다. 12월에도 파릇파릇한 풀들의 초원이 그대로 있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계절을 알 수 없는 초록색 초원을 지나 귀가 점점 먹먹해지는 산길을 달리니 이번엔 50m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우리를 반겼다. 미스터리한 안개들이 몰려왔고, 점점 키가 큰 전나무들이 덩치를 드러냈다. 바덴바덴의 산 중턱에 걸려 있는 안개들을 뚫고 더 높은 데로 오르자 이번엔 새하얀 구름이 산 위에서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말 그대로 구름바다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운해를 본 것이 얼마만인지, 태어나 처음 본 것처럼 감탄했다. 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있는 풍경을 내려다보며 산꼭대기에 오르자 이번엔 사방이 한겨울로 바뀌었다. 캐나다 로키산맥을 달리며 보았던 몇십m 되는 전나무들이 이곳에서도 눈을 얹고 있었다. 로키산맥의 마을 재스퍼에서 머물렀던 별장도 떠올랐다. 그런 고요한 별장이 많은 이곳 바덴바덴에서도 하룻밤을 머물며 스파를 해도 좋겠다 생각했다. 바덴바덴은 독일에서 온천 휴양지로 유명하다. 산을 넘어 우리가 도착한 곳은 뭄멜제(Mummelsee). 검은 숲의 남북을 잇는 분데스스트라세 500번 도로 옆에 바로 위치한 호수다. 북부에 있는 여러 분지 호수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뭄멜제’라는 이름은 흰 수련을 뜻하는 이 지역 언어 ‘뭄메른’(Mummeln)에서 유래했다. 오래전에는 이 부근에 흰 수련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지금은 물고기도 살지 않는다. 인기 관광지답게 주차장이 다 차서 좀 멀리 차를 세우고 푹푹 꺼지는 눈길을 걸어 호숫가로 향했다. 호수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기념품숍을 영혼 없이 둘러보고 곧장 호숫가로 갔다. 계단을 오르니 느닷없이 호숫가가 펼쳐졌다. 호수를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는 눈 덮인 전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었다. 그리고 흰 숲의 풍경이 고스란히 호수에 투영됐다. 완벽한 데칼코마니. 신비로운 풍경이다. 하얀 눈의 정령들 때문에 해가 없어도 눈이 부셨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크게 호수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인간을 도와준 인어들이 살고 있는 뭄멜제 뭄멜제는 여러 가지 전설을 갖고 있다. 그중 인어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옛날 옛적에 이 호수에는 인어들과 인어를 지키는 인어 왕이 살았다. 인간들이 이 지역으로 들어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자, 왕은 특별히 한 인어를 선택해 인간과 같이 살게 했다. 인어는 호숫가에 살면서 밤에 사람들을 돕고, 춤추고, 노래하며 함께 지냈다. 인어는 양털을 물레에 돌려 좋은 털실을 만들어 인간에게 주었고, 인간들은 이 아름다운 털실로 짠 옷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리고 인어 왕은 매일 새벽 1시가 되면 인어들을 불러 물속으로 데려갔다. 뭄멜제에서 새벽 1시는 인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불행은 언제나 그렇듯 인간들이 불러왔다. 돈맛을 안 인간들이 점점 돈을 버는 데에 혈안이 됐다. 화가 난 인어 왕은 더이상 인간을 도와주지 않고 인어들을 데리고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많은 작가들이 이 인어 이야기를 비롯해 호수에 전해내려오는 여러 전설과 관련된 내용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작품과 조각상들이 호수 곳곳에 설치돼 있다. 물레를 돌리는 인어의 모습이 새겨진 나무 조각상도 있고 호수 한가운데에서 피는 꽃을 손에 넣으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마법의 ‘푸른꽃’도 세워져 있다. 호수 중간쯤 가면 베르그 호텔을 바라보고 있는 인어상을 볼 수 있다. 바위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이 인어가 사람들과 함께 살던 인어다. 이 인어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고 서로에 대한 연민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호수와 숲에 살던 인어들과 동물도 보살폈다. 안내판에는 가지고 있는 근심을 호수에 던지고 인어가 속삭이는 말을 들으라고 써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소원을 인어에게 빌라고. 그러면 인어가 웃으며 들어줄 거라고.●눈오는 날 다시 걷고 싶은 둘레 800m 호수 이곳 마을 사람들은 뭄멜 호수를 신성시했다. 호수에 돌을 함부로 던지면 폭풍우가 몰려오고, 반드시 해코지를 당한다고 믿었다. 호수의 깊이는 무려 18m. 저 캄캄한 물속에 지금도 인어가 살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깊이였다. 호수의 둘레는 800m다. 인어상을 지나고 나면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하얀 전나무 숲길과 더 깊은 산책 길로 이어진다. 남자친구의 낮고 얇은 초록색 스니커스는 눈길에 금세 젖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고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젖은 발이 엄청 시렸을 텐데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아서 몰랐다. “발이 점점 얼고 있어.” 짜증이라곤 조금도 섞이지 않은 그의 말이 호숫가의 얼음처럼 고요했다. 그제서야 눈치를 챈 나는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고 서둘러 걸어 나왔다.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와 베르그호텔의 따스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처럼 몸을 녹이고 따뜻한 수프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온기가 가득했던 실내에서 이 지방의 전통 음식을 나눠 먹었다. 사람들로 북적댔던 그 레스토랑도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다. 그 여행이 마지막이었다. 카를스루에도, 검은 숲도, 부모님도 다시 보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021년을 맞았다.남자친구의 가족들은 메신저로 매일 안부를 주고받는다. 얼마 전 부모님과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눈이 펑펑 내린 검은 숲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곳에서 썰매를 타는 조카들의 모습도 함께. 다시 눈 덮인 검은 숲으로 가고 싶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마침 베를린에도 눈이 내린다. 지난해에는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한 눈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 주 내내 눈 소식이 있다. 다시 뭄멜제에 간다면, 지난번에 미처 하지 못한 소원을 인어에게 빌고 싶다. 올해는 사람들이 꼭 가족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은 한국의 부모님도, 독일의 부모님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이것 하나만 지켜 달라고.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초중등 교실 와이파이(Wi-Fi) 설치, PC 8만대 보급

    정부는 올해 한국어 인공지능(AI) 고도화를 위한 ‘AI 학습용 데이터’ 150종을 추가 구축하고, 공공데이터 4만 4000개를 추가로 개방한다. 누구나 쉽게 국가 지식정보에 접근·활용하고, 지식 공유·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집현전’ 통합 플랫폼 구축 정보화계획(ISP)도 수립한다. 초·중등 일반 교실 27만 개에 고성능 와이파이(Wi-Fi)를 구축하고, 태블릿 개인용컴퓨터(PC) 8만대를 보급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열린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디지털 뉴딜 실행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뉴딜은 2025년까지 58조 2000억원(국비 44조 8000억원)을 투자해 경제·사회 전반의 디지털 대전환에 속도를 내고 9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국가 프로젝트다. 정부는 올해 이 사업에 국비 7조 6000억원을 투자해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경제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로 했다. 산업현장에서 5G(세대)와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5G·AI 융합 서비스’도 활성화한다. 스마트 공장 6000개를 보급하고 2021년부터 2027년까지 1조 1000억원을 들여 자율주행자동차 ‘레벨 4’ 기술도 개발하기로 했다. 세대를 뛰어넘는 6G 기술과 AI 반도체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1223억원을 투입한다. 비대면 기술 개발업체에 투자하는 1조원 이상 규모의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도 조성한다. 비대면 기술 유망 스타트업 200개를 발굴해 300억원을 지원한다. 코로나 시대 디지털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5만 3000명 에게 온라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726억원을 투자한다. 사물인터넷(IoT) 등 스마트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스마트 상점 2만개와 스마트 공방 600개도 보급한다. 중소기업 6만곳에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도 제공한다. 사회간접자본(SOC)을 디지털화하는 데도 올해 1조 8000억원이 들어간다. 2027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5179억원을 투입해 국도 45%에 지능형교통체계(ITS)와 주요 도로에 첨단지능형교통체계(C-ITS)를 구축하는 사업도 들어 있다. 철길 옆에 시설 검측용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해 철도시설 관리를 스마트화한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한 번도 같이 안 해본 연주자 많아도 한 번만 해 본 적 없다는 라시콥스키

    한 번도 같이 안 해본 연주자 많아도 한 번만 해 본 적 없다는 라시콥스키

    코로나로 발 묶인 해외 연주자 빈자리리사이틀·오케스트라 등 협연 휩쓸어 함께 무대 섰던 연주자들 반드시 찾아 “나는 영원한 학생… 모든 연주 안 가려”많은 연주자들이 무대를 잃은 지난해, 유독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주로 리사이틀 반주자로, 때로는 체임버와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조심스럽게 열린 클래식 공연장 곳곳에서 그의 연주 소식이 들렸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 이야기다. 지난해 라시콥스키는 클래식 공연계에서 ‘반주왕’으로 떠올랐다. 그가 이름을 올린 주요 무대만 해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독주회(5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소프라노 박혜상 리사이틀(11월), 첼리스트 이정란 독주회(12월) 등 다양하다. 7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다음달 25일 첼리스트 김민지와도 함께한다. 최근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에서 라시콥스키는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평균 매주 한 차례씩 공연을 가진 셈”이라면서 “그중 75%가 실내악 연주”라고 했다. 중간중간 녹음 작업도 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뛰어난 솔리스트가 다른 연주자의 반주를 이렇게 많이, 자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라시콥스키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했던 하마마츠 국제콩쿠르에서 2012년 1위를 하는 등 유수의 콩쿠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코로나19는 그의 무대를 넓혀줬다. 성신여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3월 이후 내내 국내에 머물렀고, 발이 묶인 해외 연주자들을 대신할 기회가 그만큼 많아졌다. 라시콥스키에게도 다른 연주자들과의 무대가 큰 의미가 있다. “솔로든, 오케스트라나 실내악이든, 모든 연주가 동등하게 좋고 나 자신을 영원한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우 훌륭한 음악들이 듀오나 앙상블을 위해 만들어졌으니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흔쾌히 받아들이죠.” 그가 여러 무대에서 소화한 레퍼토리의 폭도 매우 넓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는 시마노프스키, 버르토크, 메시앙 등을 만났고 소프라노 박혜상과의 무대에선 한국 가곡을 연주했다. ‘오마주 투 쇼팽’에서 피아니스트 신창용·임동민과 에튀드, 녹턴, 스케르초를 각각 선보인 것은 박혜상과의 공연 바로 이틀 뒤였다. 라시콥스키는 “어릴 때부터 레퍼토리 중독자였다”면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익히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는 게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인데, 솔로 연주만 하면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출 때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 말했다. “아마도 평균 ‘클래식 연주자’들에 비해 새로운 것을 더 반기는 것 같고, 특히 20세기 이후 음악을 더 열린 마음으로 접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그와 한 무대에 섰던 연주자들은 다음 무대에서, 또는 몇 년 안에 다시 그를 찾는다. 류재준 작곡가는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하며 완벽하게 레퍼토리를 해석하는 데다 성실하고 시간 약속도 잘 지킨다”면서 “그와 한 번도 연주를 안 해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한 연주자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라시콥스키는 “똑같은 작품도 연주자들의 캐릭터에 따라 다르게 연주하려고 하고, 특히 상대 연주자가 편하고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면서 “세계 공통언어인 음악으로 소통하려는 거니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협업이 언제나 나에겐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는 그는 새해에도 매우 바쁘게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지식인 ‘권위의 가면’을 벗기다

    지식인 ‘권위의 가면’을 벗기다

    대표적인 공연예술 지원사업인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5개 연극 작품이 오는 8일부터 차례로 첫선을 보인다. 주로 ‘경계’에 서서 현대사회를 바라보거나 그동안 외면받거나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 다양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들로, 관객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를 모은다. 우선 극단 김장하는 날의 ‘에볼루션 오브 러브’가 8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라 사랑에 대해 묻는다. 인간의 사랑을 사회, 문화, 정치, 철학, 생물학, 심리학적으로 다각도로 풀어낸 다큐멘터리극으로 특히 소외되고 상처받는 사랑에도 주목한다. 기존에 남성 중심으로 쓰인 신화와 영웅담에서 벗어나 여성 중심 서사로 써내려간 현대판 신화물 ‘달걀의 일’(극단 푸른수염)은 경주를 배경으로 여성 고고학자와 유물, 할머니, 남성 등을 한데 모아 가부장 문화를 꼬집고 새로움을 찾는다. 9~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 대학을 통해 지성과 권위라는 가면 속에 가려진 지식인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해부하는 고발극 ‘누란누란’(극단 산수유)도 눈에 띈다. 22일부터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이어진다. 같은 기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깐느로 가는 길’(극단 명작옥수수밭)은 1998년 남파 간첩과 전직 안기부 요원의 목숨을 건 영화 제작 프로젝트 과정을 그려낸다. 다양한 오마주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김정일 등장, 소련 해체 등 급격한 사회 변화와 이념과 실존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고역’(공연연구소 탐구생활)은 2018년 입국한 예멘 난민들로 뜨거운 주제가 된 난민을 통해 타인을 수용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다음달 19~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13번째를 맞은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는 총 194개 단체가 지원해 연극 5개, 무용 8개, 전통예술 3개, 창작뮤지컬 4개, 창작오페라 1개 작품이 선정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울포토]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적 살처분 중단 촉구 피켓 시위

    [서울포토]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적 살처분 중단 촉구 피켓 시위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이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적 살처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1.1.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일주일에 한 번꼴로 선 무대… ‘반주왕’ 떠오른 일리야 라시콥스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선 무대… ‘반주왕’ 떠오른 일리야 라시콥스키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를 잃은 지난해, 유독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주로 리사이틀 반주자로, 때로는 챔버와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조심스럽게 열린 클래식 공연장 곳곳에서 그의 연주 소식이 들렸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 이야기다. 지난해 라시콥스키는 클래식 공연계에서 ‘반주왕’으로 떠올랐다. 그가 이름을 올린 주요 무대만 해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독주회(5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소프라노 박혜상 리사이틀(11월), 첼리스트 이정란 독주회(12월) 등 다양하다. 오는 7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다음달 25일 첼리스트 김민지와도 함께한다. 최근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에서 라시콥스키는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평균 매주 한 차례씩 공연을 가진 셈”이라면서 “그 중 75%가 실내악 연주”라고 했다. 중간중간 녹음 작업도 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뛰어난 솔리스트가 다른 연주자의 반주를 이렇게 많이, 자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라시콥스키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했던 하마마츠 국제콩쿠르에서 2012년 1위를 하는 등 유수의 콩쿠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코로나19도 그의 무대를 넓혀줬다. 성신여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3월 이후 내내 국내에 머물렀고, 발이 묶인 해외 연주자들을 대신할 기회가 그만큼 많아졌다. 라시콥스키에게도 다른 연주자들과의 무대가 큰 의미가 있다. “솔로든, 오케스트라나 실내악이든, 모든 연주가 동등하게 좋고 내 자신을 영원한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우 훌륭한 음악들이 듀오나 앙상블을 위해 만들어졌으니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흔쾌히 받아들이죠.” “무대에서 직접 연주를 하는 것이야말로 무대에서 어떻게 연주하는지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위험한 일일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한 많은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말도 더했다. 그가 여러 무대에서 소화한 레퍼토리의 폭도 매우 넓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는 시마노프스키, 버르토크, 메시앙 등을 만났고, 소프라노 박혜상과의 무대에선 한국 가곡을 연주했다. ‘오마주 투 쇼팽’에서 피아니스트 신창용·임동민과 에튀드, 녹턴, 스케르초를 각각 선보인 것은 박혜상과의 공연 바로 이틀 뒤였다. 반주 뿐 아니라 지난해 10월에만 해도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앙상블 오푸스 폐막공연을 선보였고, 밀레니엄오케스트라와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a단조 협연, 부산 마루국제음악제에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를 연주하는 등 협연 무대도 꾸준히 이어갔다.라시콥스키는 “어릴 때부터 레퍼토리 중독자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아마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연주를 하려면 24시간 연습해도 모자를 거예요. 조금씩 부분마다 고쳐가는 건 늘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차라리 새로운 레퍼토리를 익히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으려고 해요. 발전하는 느낌, 그게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솔로 연주만 하면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출 때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기 힘들 것 같아요.” 또 자신을 “아마도 평균 ‘클래식 연주자’들에 비해 새로운 것을 더 반기는 것 같고, 특히 20세기 이후 음악을 더 열린 마음으로 접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그와 한 무대에 섰던 연주자들은 다음 무대에서, 또는 몇 년 안에 다시 그를 찾는다. 류재준 작곡가는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하며 완벽하게 레퍼토리를 해석하는 데다 성실하고 시간 약속도 잘 지킨다”면서 “그와 한 번도 연주를 안 해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한 연주자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라시콥스키는 “똑같은 작품도 연주자들의 캐릭터에 따라 다르게 연주하려고 하고, 특히 상대 연주자가 편하고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면서 “세계 공통언어인 음악으로 소통하려는 거니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협업이 언제나 나에겐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는 그는 새해에도 매우 바쁘게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다음달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로맨틱 소나타’를 주제로 리사이틀을 갖고 포레의 녹턴 13번, 류재준 피아노 소나타, 쇼팽 마주르카, 소나타 3번도 연주하며 그만의 매력도 보여줄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요즘 과학 따라잡기] 인공지능으로 자폐증 미리 안다

    최근 아동 발달장애 중 하나인 자폐증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의사소통을 비롯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부족하고 제한적이며 이상행동을 반복하는 등의 특성을 보일 경우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분류한다. 한국에서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사람들의 인식 부재 등으로 증상 발견에서 실제 진단까지 2~9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자폐증은 생후 12~24개월, 심지어 12개월 이전에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조기 발견과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자들이 자폐증상을 조기에 파악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바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영유아 발달장애를 조기 선별하기 위한 행동 및 반응 심리인지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도 다양한 패턴을 이용해 아동을 실시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장애 증상을 찾는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 과정 중 나타나는 시선, 표정, 몸짓, 발성 특성 등 비언어적 반응과 언어 행동의 패턴, 반복적인 행동 특성 등을 인지하고 분석하는 복합 AI 기술을 이용한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아원이나 보육시설, 일반 가정에서도 영상을 촬영해 장애 여부를 조기에 판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자폐증상 선별을 제대로 하기 위한 리빙랩도 문을 열었다. 공동연구기관과의 협력으로 관찰 검사와 함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개선을 위한 따뜻한 AI 기술이 필요한 때이다. 유장희 ETRI 인간로봇상호작용연구실 박사
  •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유연함으로 클라리넷 여러 색깔 보여드릴게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유연함으로 클라리넷 여러 색깔 보여드릴게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5)이 새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또 한 번 새로운 문을 연다. 열한 살이던 2007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해 14년 만에 상주음악가로 우뚝 선 소감을 묻자 “처음 연락 왔을 때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피아노와 첼로, 바이올린 연주자만 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09년 베이징 국제음악콩쿠르 최고 유망주상, 2016년 자크랑슬로 국제클라리넷콩쿠르 우승, 2019년 독일 ARD국제음악콩쿠르 준우승 등의 성과를 거뒀고, 지금은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에서 부수석을 맡고 있다. 여기에 관악기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된 이력을 더했다. 금호아트홀은 2013년부터 만 30세 이하 젊은 클래식 연주자를 상주음악가로 두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피아니스트 선우예권·박종해,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양인모·이지윤, 첼리스트 문태국 등이 이름을 올렸다. 4일 온라인으로 만난 김한은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좀더 친숙하게 소개하자는 책임감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어 “클라리넷 음색은 천상의 목소리 같은 플루트나 심금을 울리는 오보에처럼 뚜렷한 특성을 짚기가 어렵다”면서도 “그래서 오히려 어떤 색깔이든 더 자유롭게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팔레트가 넓은 악기”라고도 부연했다. 그가 꼽은 클라리넷의 매력은 독주부터 오케스트라까지 어디서든 딱 맞는 무대를 만들어 내는 그의 연주와도 비슷하다. 자신의 강점을 “유연함”으로 꼽으면서 같은 음악도 늘 새롭게 다가가려고 한다고 했다. “솔로 연주를 할 때는 곡을 직접 분석하고 제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어 좋고, 실내악은 다른 연주자들과 토론하며 새로운 걸 만들어 갈 수 있다”면서 “또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큰 틀 안에서 하나의 톱니바퀴가 돼 기계를 움직이는 느낌이 매력”이라며 다양한 무대 위 즐거움을 설명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연주할지, 낄 때는 끼고 빠질 때는 빠지는 ‘낄끼빠빠’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상주음악가로서 올해 네 차례 음악회를 연다. ‘온 에어(On Air): 지금부터 만나는 김한’이라는 주제로 오는 7일 신년음악회부터 6월 오중주, 10월 사중주, 12월 재즈 음악들로 클라리넷의 여러 색깔을 보여 줄 예정이다. 특히 6월과 10월엔 윤이상의 클라리넷오중주와 솔로 연주곡 ‘피리’로 클라리넷에 한국 음악 색채도 입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장르가 된 ‘안방 1열’… 언택트 무대 더 넓혀라

    장르가 된 ‘안방 1열’… 언택트 무대 더 넓혀라

    코로나19는 관객과 마주보고 소통하는 것이 당연했던 무대의 경계를 흐트러뜨렸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웃고 소리치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린 공연계는 완전히 새로운 무대와 객석을 고심했다. 갑작스런 도전이었지만 단순히 공연 실황을 영상화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없었던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를 통해 언택트 콘텐츠라는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가요계는 온라인 콘서트와 팬미팅을 ‘뉴노멀’로 자리잡도록 발빠르게 움직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초반에는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대체재로 온라인을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대등한 선택지로 여겨진다. 트렌드는 전 세계 팬덤을 가진 케이팝 그룹들이 이끌었다.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4월 그룹 슈퍼엠의 공연을 시작으로 첫 유료 공연 ‘비욘드 라이브’를 선보인 데 이어, 월드 투어를 취소한 그룹 방탄소년단도 스트리밍 콘서트로 지난해 10월 이틀간 99만명의 유료 접속자를 끌어모았다. 세븐틴, (여자)아이들, 트와이스 등 대부분의 그룹들이 온라인 공연이나 팬미팅을 치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산하 레이블 가수들이 모두 참여한 연말 콘서트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해 글로벌 팬들과 새해맞이를 했다. 아이돌 그룹들이 멀티뷰, 증강현실(AR) 등 각종 시각 효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친밀감과 개성을 앞세운 콘서트들도 속속 등장했다. 그룹 옥상달빛과 십센치 등이 유료 공연을 시도했고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방구석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퓨전 국악그룹 이날치 등이 참여한 ‘온: 한류축제’ 온라인 콘서트는 160개국 120만명이 시청했다. 저스틴 비버 등 팝스타들 역시 대륙별로 시차를 두고 스트리밍 콘서트로 연말 공연을 갈음했다. 이용자의 장벽 역시 낮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만화·애니·캐릭터·음악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음악 공연 감상은 18.2%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집에서 편한 자세와 복장, 다른 활동 중에도 시청할 수 있음(30.0%) ▲시간과 공간 제약이 적음(28.3%) ▲비용 절감(14.4%)을 장점으로 꼽았다. ▲현장감 부족(39.3%) ▲몰입도가 떨어짐(20.1%) ▲아티스트를 직접 볼 수 없음(16.1%) 등 단점도 지적했지만, 39.3%가 향후 비대면 음악 공연 유료 결제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비대면 콘텐츠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인프라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려는 업계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공연을 시청하는 등 팬덤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 경쟁이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빅히트의 ‘위버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엔씨소프트가 내년 초 출시를 준비하는 ‘유니버스’ 등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는 대면 활동이 많아 코로나가 진정된다면 상당 부분 예전처럼 돌아갈 것으로 보지만, 비대면 콘텐츠와 경험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비대면 콘텐츠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기 어려운 영세 제작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연계도 상반기 동안 운영 중단이 장기화됐던 국공립단체들을 비롯해 뮤지컬 제작사나 공연기획사들을 중심으로 무대 위 움직임을 좀더 생생하게 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다양한 시도들을 점점 넓히고 있다. 유료 온라인 공연을 확대하고, VR이나 멀티미디어 기술을 더한 고품질 영상과 무대 밖에서의 공연 영상도 활성화하는 분위기다. 예술의전당은 2019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의 무대 모습과 사계절 풍경이 담긴 영상을 더해 ‘스테이지 무비’(공연영화)로 선보였다. 공연 실황에 영화 문법을 적용한 다각도 촬영과 후반 작업이 추가되며 연극 제작비 1억 2000만원과 비슷한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전국 26개 CGV영화관에서 개봉했고 BTV, 9월부터 IPTV로도 유료로 VOD 서비스를 제공했다. 국립극단은 명동예술극장과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은 네 번째 극장으로 온라인 극장을 열어 지난해 12월 ‘동양극장’과 ‘스웨트 SWEAT’ 등 신작을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창작 뮤지컬 ‘광염소나타’ 제작사 신스웨이브는 지난해 9월 중순 9일간 대학로에서 열린 공연 실황을 실시간으로 전국 22개 CGV영화관 및 전 세계에 동시 송출했다. 국내 플랫폼과 일본 플랫폼을 통해 송출된 유료 공연을 총 52개국 관객들이 관람했다. 뮤지컬 ‘모차르트!’, ‘베르테르’ 등 대극장 공연들도 9~11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배우들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공연 영상을 유료 상영했다. 코로나19 3차 재유행으로 공연을 멈춘 ‘몬테크리스토’는 드레스 리허설 장면을 유료로 공개했는데도 많은 랜선 관객들이 호응했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대형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오는 8~10일 생중계로 온라인 공연된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배우들이 무대가 아닌 각자의 집에서 노래하고 연기한 장면을 하나로 모아 한 편당 9~10분 남짓의 쇼트폼 형태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웹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도 했다. 무대와 객석의 틀이 허물어지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관객 참여형 공연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란문화재단은 영국의 오디오 시어터 극단 다크필드와의 협업으로 지난해 12월 온라인 체험극 ‘더블’(DOUBLE)을 진행했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으로 가장 익숙한 공간인 집에서 친숙한 사람과 함께 입체 음향으로 제작된 공연을 체험할 수 있다. 청각과 서사에만 집중해 극에 빠져들도록 하면서 무대와 객석, 공연의 개념을 뒤흔들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시도한 ‘비비런’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전승자들의 움직임을 따 캐릭터와 함께 VR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려 전 세계 어디든 객석이 될 수 있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했다. 공연장 규모와 소리의 울림, 각각의 음색 표현 등이 중요한 클래식과 국악도 음악의 감동을 더욱 가까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온라인 스테이지’, ‘미라클 서울’을 통해 덕수궁 석조전, 현진건 집터, 서대문형무소 등에서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선보여 호응을 얻었고,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이날치(국악)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현대무용)의 열풍도 일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와 SK텔레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5G 미디어 기술인 멀티뷰와 멀티오디오를 접목한 공연 영상을 웨이브와 Btv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했다. 코리안심포니와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연주를 카메라 11대와 마이크 40대로 담아 지휘자, 피아니스트, 현악·관악 파트, 객석, 전문가 해설 등 7개 시점에서 공연을 경험할 수 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실험을 이어 가는 것과 별개로 온라인이 실제 라이브 공연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여러 장르 공연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잠재적 관객들이나 새로운 청중들이 좀더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고, 관객들과 무대 밖에서도 다채로운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선 언택트 공연 콘텐츠가 하나의 장르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대면 공연의 소중함을 깨달은 동시에 비대면 공연 콘텐츠의 필요성도 알게 된 만큼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택트 콘텐츠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교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뇌 우회 공격해 치명상 입힌다

    [사이언스 브런치] 교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뇌 우회 공격해 치명상 입힌다

    2021년 신축년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의 뇌는 심각하게 손상됐지만 바이러스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할 수는 있겠지만 뇌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 면역반응을 역으로 이용해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 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 미의료사관학교, 미시건대 의대, 국립노화연구소, 미국방부 의무본부, 뉴욕 수석검시관실, 아이오와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뇌를 직접 공격하지 않지만 뇌신경계와 혈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구랍 30일자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NINDS 소속 한국인 의과학자 이명화 박사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3~7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19명의 뇌조직 샘플을 심층 검사했다. 검사에 쓰인 뇌조직을 제공한 코로나19 사망자는 5~73세까지 다양한 연령과 성별,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19명의 환자들 중 일부는 당뇨, 비만, 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에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 기기보다 더 민감하고 출력이 높은 11.7테슬라 MRI로 후각신경구(olfactory bulb)와 뇌간(brain stem) 부위를 정밀 검사했다. 후각신경구는 후각정보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뇌간은 심혈관 기능과 호흡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뇌 부위이다. 또 연구팀은 현미경 관찰과 단백질 검출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물질을 찾아내는 실험도 동시에 진행했다.분석 결과 두 영역 모두 심각한 정도의 염증과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는 뇌 조직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뇌혈관이 얇아지면서 뇌혈관이 손상됨에 따라 혈액이 뇌신경계로 흘러들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다수 관찰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같은 관찰 결과는 뇌 신경계의 손상이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공격 때문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의 염증 반응으로 인해 뇌신경계의 미세혈관 손상이 쉽게 일어나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코로나19는 호흡기 질환으로 구분되지만 많은 환자들이 극심한 두통, 섬망, 인지기능 장애, 현기증, 피로, 후각상실 등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염증과 혈관 손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들의 뇌에서 산소 부족으로 인한 손상 징후가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뇌졸중이나 염증성 신경질환과 비슷한 형태의 다양한 손상 흔적을 관찰했다. 나빈드라 나스 NINDS 교수(신경계 감염학)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하기는 하지만 뇌 손상의 직접 원인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코로나19가 뇌 혈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기적, 중장기적으로 어떤 증상을 유발하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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