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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우여곡절 끝 국교 재개 합의했지만… 기로에 선 ‘1965년 체제’

    한일 우여곡절 끝 국교 재개 합의했지만… 기로에 선 ‘1965년 체제’

    한일회담은 한국이 승전국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샌프란시스코 대일강화조약의 서명국 참가가 좌절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할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을 대일강화조약 서명국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하자, 조약에 일본과의 양자협의를 개최할 수 있는 근거(제4조 a항)와 일본의 한국 내 재산의 포기를 확인하는 조항(4조 b항) 등을 추가해 줄 것을 미국에 요구했고, 결국 성사시켰다. 제4조 a항은 ‘재산 및 채무를 포함한 청구권의 처리는 일본과의 특별협정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 조항에 근거해 미국의 주선으로 마련된 예비회담이 1951년 10월 20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최고사령부에서 시작되었고 중단에 중단을 거듭하다 7차 회담을 통해 1965년 6월 22일 마무리됐다. 1개의 조약과 4개의 협정이 체결됐다.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재일 한국인의 법적 지위 및 대우에 관한 협정 ▲어업 협정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등이다. 양국 국회에서 비준된 뒤 1965년 12월 18일 양국 정부가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정식 발효됐다. 이날부로 양국 국교가 재개되었고 이른바 1965년 체제가 성립된 것이다. ●1차 회담(1951~1952년) ‘대한(對韓)청구권’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해방 후 미 군정청은 ‘법령 33호’를 통해 한반도 내 일본 정부와 기관 등의 공공재산과 사유재산을 전부 몰수했다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인 1948년 9월 11일 한국 정부와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 협정’을 체결하고 인계했다. 회담이 시작되고 일본은 1907년 헤이그 조약 46조의 ‘사유재산은 몰수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 삼아 역(逆)청구권을 주장했다. 일본은 패망 시점 일본의 한반도 내 재산을 702억여엔(당시 환율로 대략 47억 달러)으로 집계해 이 재산으로 한국의 대일청구를 상쇄하고 연합국 배상에도 충당하려 했다. 역청구권 주장이 계속되자 한국은 “일본이 청구권을 철회하지 않는 한 회담은 계속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고, 일본은 무기연기를 제의했다. ●2차 회담(1953년) ‘어업 문제’로 인해 일본은 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앞서 1차 회담이 시작되기 1개월 전 이승만 대통령은 해상에 ‘이승만 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침범한 일본 어선을 ‘마구잡이’로 나포했다. 일본은 나포된 어선과 선원들을 송환받기를 원했다. 1953년 4월 15일 도쿄에서 열렸지만 일본은 이승만 라인의 철폐를, 한국은 일본의 대한청구권 주장의 철회를 서로에게 일방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기본관계 ▲재산청구권 ▲재일한인의 국적 처우 ▲어업 ▲선박 등에서 5개 위원회가 설치되어 돌아가던 중 6·25전쟁 휴전이 성립되자 서로 회담을 뒤로 미루기를 원했다. ●3차 회담(1953년) 구보타 망언 파문으로 양국 간 감정 대립이 격화하고 회담이 장기간 표류했다. 일본의 식민통치가 한국에 유익했다는 이른바 ‘식민지 시혜론’이 한국 여론을 들끓게 했다. 일본 측이 역청구권을 포기하지 않자 재산청구권 위원회에서 한국 측 홍진기 대표가 “일본이 36년간의 축적을 반환하라고 한다면, 36년간의 피해를 상각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일본 측 구보타 수석대표는 “한국에서 민둥산을 녹화한 일, 철도를 깔고 항만을 건설하고 논을 조성한 일, 대장성이 1000만~2000만엔을 지출해 한국 경제를 배양한 일을 한국 측 요구와 상쇄했을 것”이라고 한 데 이어 “(한반도에) 일본이 가지 않았다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들어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선언에서 사용된 ‘조선인의 노예 상태’라는 단어는 연합국이 전시 흥분 상태였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라고도 했다. 회담은 개시 2주 만인 10월 21일 결렬됐다. ●4차 회담(1958~1960년) ‘재일조선인’의 북송 문제가 파란을 일으킨 회담이었다. 앞서 회담 휴지기에는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1954년 구보타 망언이 철회되었고, 미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일본이 역청구권을 포기한다. 한일회담에서의 최초의 합의였다. 문화재도 일부 ‘인도(반환이 아닌)되었다. 1958년 4월 15일 회담이 개최되었지만 6월 북한과 일본이 북송에 합의하자 한국은 한일무역을 단절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적극적 중재와 양측의 필요성이 회담을 추동해 4차례 본회의를 열었으나 1960년 4·19혁명과 대통령의 하야로 회담은 보류됐다. ●5차 회담(1960~1961년) 경제협력 방식을 통한 청구권 문제의 해결 방안을 일본이 본격 제기했다. 한국은 이 방안은 수용할 수 없었지만 비공식 관련 회담에는 응했다. 장면 내각은 적극적인 대일 정책을 천명했다. 한국의 경제건설을 위해 일본과의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일본도 1950년대 호황기를 지나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한국을 생산기지 겸 시장으로 바라보고 경제협력 구축의 필요성을 느꼈다. 1960년 9월 6일 일본 외상이 친선사절단으로 방한, 회담 재개에 합의했다. 해방 후 일본 고위관리의 첫 한국 방문이었다. 5차 회담은 5·16을 맞으면서 중단된다. ●6차 회담(1961~1964년) ‘김·오히라 메모’로 청구권의 액수와 공여 방식을 결정했다. 앞서 양국은 실무협상만으로는 타결이 어렵다고 보고 고위급 정치회담을 개최, 1962년 3월 최덕신 외무장관·고사카 외상 간 이른바 제1차 정치회담을 열었다. 이때 청구권 금액은 한국 7억 달러 대 일본 7000만 달러(차관 2억 달러 제시)로 편차가 컸다. 1962년 10~11월 2차 정치회담에서는 김종필 부장과 오히라 외상이 만났다. 앞서 배의환·스기 수석대표 간 10차례에 걸친 예비회담을 통해 상대방이 염두에 두고 있는 수치가 무엇인지 탐색했다. 메모는 ‘무상공여 3억 달러, 유상원조 2억 달러, 자금협력 1억 달러+@’로 정리되었다. 김·오히라 메모 합의 후 오히라 외상은 그 명목을 “한일국교 정상화를 축하하고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라고 주장했다. 이후 일본은 청구권이 아닌 경제협력을 위한 자금으로 할 것을 회담 내내 고집했다. ●7차 회담(1964~1965년) 회담이 마무리되기까지는 2년 반이 더 소요됐다. 어업 문제, 기본조약 문제 등 나머지 현안에 대한 교섭이 남아 있었는데 일본은 특히 어업 문제를 청구권 문제의 미해결 사안과 연계시켰다. 1963년부터 김·오히라 메모에 대한 극심한 반대로 한국이 큰 혼란을 겪은 탓도 컸다. 1964년 12월 7차 회담이 재개되었다. 1965년 2월 17~20일 방한한 시나 에쓰사부로 외상이 김포 도착 성명에서 “양국 간의 오랜 역사 중에 불행한 기간이 있었던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로서 깊이 반성하는 바이다”라고 한 것은 회담 타결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었다. 일본은 조인식 직전까지 몇몇 표현에 집착했다. 예컨대 ‘청구권’이라는 단어를 끝까지 거부했고, ‘문화재’라는 명칭을 피하려 ‘문화상 협력에 관한’이란 표현을 제시했다. 최종적으로는 ‘청구권 및 경제협력협정’, ‘문화재 및 문화협력 협정’ 등의 이름으로 타협됐다. 6월 22일 이동원 장관이 일본 총리관저에서 국교정상화를 위한 1개의 조약과 4개의 협정, 2개의 의정서에 조인한 뒤 총 27건에 이르는 조약, 협정, 부속문서가 조인되거나 교환됐고 각각 국내 비준절차를 거쳐 12월 18일 발효되었다. jj@seoul.co.kr
  • 황, 일부 당직 범친박계로 바꿔 반등 모색

    황, 일부 당직 범친박계로 바꿔 반등 모색

    막말 민경욱 경질… 수석대변인 김명연 비서실장엔 김도읍… 비박 중용 안해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친박(친박근혜)계 편중 인사로 비판을 받는 등 리더십이 흔들리고 지지율이 주춤하자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주요 당직을 교체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나섰다. 황 대표는 14일 친박인 민경욱(인천 연수을) 의원을 대변인에서 물러나게 하고 김명연(경기 안산 단원갑)·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과 원외인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을 대변인으로 새로 임명했다. 이들 세 의원은 범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한국당 대변인은 기존의 전희경(비례) 의원까지 합쳐 4인 체제로 운영된다. 특히 수석대변인직을 신설해 김명연 의원에게 맡겼다. 황 대표는 비서실장도 교체했다. 친박인 이헌승(부산 진구을) 의원을 경질하고 김도읍(부산 북구·강서을) 의원을 세웠다. 김도읍 의원 역시 범친박이면서도 계파색이 옅은 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 지지율 하락 등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대언론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얼굴들을 내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황 대표가 이번에도 비박계를 중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전한 통합형 인사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 대표는 당 일각으로부터 ‘세월호 골든타임’, ‘천렵질’ 등 막말 논란을 빚었던 민 의원을 대변인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건의를 받고 고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 의원은 교체 결정 후 페이스북에 “막말 논란은 제1 야당 대변인에게는 상처이자 훈장”이라고 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광복절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금이라도 이 정권이 잘못을 바로잡고 정책 대전환에 나선다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적극적으로 협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글로벌 물 산업 허브 기반 성과… 대구혁신 중단없이 이어갈 것”

    “글로벌 물 산업 허브 기반 성과… 대구혁신 중단없이 이어갈 것”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선 6기 대구혁신 시즌1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대구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인프라 조성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면 민선 7기 대구혁신 시즌2는 이를 바탕으로 대구를 행복 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초심을 되새기며 시민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소명대로 대구혁신을 중단 없이 이어 가겠다”고 덧붙였다.-지난 1년 성과를 돌아본다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에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유치해 글로벌 물 산업 허브 도시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장기간 방치된 서대구 화물역을 서대구 고속철도역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도 시작해 대구의 동서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안전한 먹는물 확보 문제는 국무총리 주재 관련 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해 갈등 해결의 전기를 마련했다. 통합 신공항 건설은 정부의 연내 최종 이전부지 선정 약속이 이뤄지면 본궤도에 진입한다. 국방부가 최근 군위와 의성 전체 지역을 이전후보지로 관보와 국방부 인터넷에 고시했다.” -일부에서 통합신공항 이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와 가덕도 신공항 건설론이 다시 제기되는데. “국토교통부의 총리실 검증 수용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김해공항 확장은 영남권 5개 시도 합의를 바탕으로 한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결론이다. 특정 지역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합의를 깨고 재검증하는 것은 영남권을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것이다. 5개 시도의 합의와 세계적인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해 결정된 국책사업이 변경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 일부에서 민항은 두고 군공항만 이전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대안이 없는 주장이다. 군공항만 받아 줄 지자체는 어디에도 없다. 대구공항 존치 시 현부지 개발·매각 대금으로 신기지 건설비용을 부담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의 이전사업비 마련도 불가능하다. 지금은 소모적 논쟁보다 사업추진 동력을 결집할 때다. 일부 정치인이나 시민단체의 실현가능성이 없는 주장은 갈등만 부추기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에 대한 시민 관심이 뜨거운데. “낡고 협소한 현 청사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2004년부터 신청사건립 추진방침을 결정하고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용역을 실시했다. 그러나 지역 간 과열유치경쟁이 부른 분열과 경기침체로 두 차례나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기금 적립 등 청사건립기반을 마련하면서 신청사 건립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지난해 7월 민선 7기 공약사항으로 확정하고, 미래비전위원회 내 ‘대구시청 신청사건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한 결과 시민공론화 방안과 프로세스가 제안됐다. 이에 따라 시민의 뜻으로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신청사 건립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어 전담조직인 신청사건립추진단을 설치해 신청사 건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청사 건립 시간표는 어떻게 되는가. “앞으로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에서 신청사 건립계획 수립부터 후보지 신청기준, 예정지 평가기준 등 기준을 마련할 것이다. 신청사 건립 예정지는 공론과정을 거쳐 시민 250명으로 구성되는 참여단의 평가로 결정하게 된다. 오는 10월에서 11월 중 후보지를 접수받아 12월에는 시민참여단 평가를 통해 예정지를 정한다. 이어 2020년 타당성 조사와 중앙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이행하고, 2021년에는 실시설계와 입찰 등 계약절차를 거쳐 2022년 공사를 착공하고 2025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취수원 이전 추진은. “과거 잦은 낙동강 수질 사고로 인해 먹는물에 대한 시민 불신과 불안이 크지만, 지역 간 입장 차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국무총리 주재 관련 지자체장 회동을 통해 대구 물 문제를 포함한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용역 2건을 시행하기로 합의를 끌어내면서 안전한 취수원 확보를 위한 실마리가 마련됐다.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방안 마련 연구용역에서는 낙동강 유역에 대한 최적의 물 이용 체계를 마련하고, 구미산단 폐수 무방류 시스템 적용방안 연구용역에서는 폐수의 낙동강 배출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시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 -대구·경북 상생이 중요한데. “저성장, 지방소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와 경북의 상생은 필수다. 지난해 8월 한뿌리 공동선언문 발표를 시작으로 시도지사 교환근무, 국·과장급 인사교류 추진 등 대구와 경북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경북 상생장터 개설, 2020 대구·경북 방문의 해 추진, 혁신인재 양성 프로젝트 공동추진 등 전 분야로 상생 패러다임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구·경북 상생협력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추진 로드맵을 만들어 550만 시도민들이 공동체로 하나가 되는 메가시티로 도약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경북의 공동 가치, 잠재력과 한계를 함께 알아 나가며, 약점과 한계는 극복하고 장점은 극대화하겠다.” -지역 일자리 창출 방안은. “일자리는 시민 생계수단임을 감안할 때 시민들을 위한 최대의 복지다. 일자리 10만개를 매년 창출하겠다. 특히 산업, 기업, 고용 등 3대 경제혁신을 통한 대구형 청년일자리 창출 사업을 본격화하겠다. 일자리를 통해 청년 유출인구를 감소시키고 종전 전통산업 육성과 함께 미래 신산업으로의 구조개편도 도모하겠다. 노사 상생형 일자리를 통해 지역주도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외부의 기업들을 대구로 유치하겠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은. “경제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비상대책단을 구성했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 운영하고 지역기업 피해상황 모니터링, 지원대책을 강구하겠다. 단기적으로 일본의 경제보복 품목인 소재·부품의 기업별 수입현황과 대응동향을 긴급조사하고 현장소통시장실을 운영해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기업 애로사항을 들을 계획이다. 장기대책으로는 매년 1조원 이상 투입이 예상되는 정부 연구·개발투자와 연계한 대형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부품·소재 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사업을 발굴·지원하겠다. -중점 추진 과제는. “지금까지 가꾸어 온 혁신의 나무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겠다. 먼저 물 산업 분야에서 2025년까지 세계적인 물 기술 10개, 매출 1조원, 신규 일자리 1만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차 보급에도 힘써 2030년까지 승용차 1만 2000대, 버스 100대를 보급하고 충전소 40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의료, 로봇, 에너지 산업 분야 등의 발전과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앞으로 시민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 시민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대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구시의 산업구조 개편이 성공적이라는 결과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으나 산업구조 개편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당장 모든 결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 데 대해 실망과 아쉬움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가 원하는 성공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비전과 목표를 새롭게 다듬고 전략을 치밀하게 짜 대구 혁신을 중단 없이 이어 가겠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전북 vs 전남 총선 이해관계 충돌… 결국 등 돌린 정동영·박지원

    전북 vs 전남 총선 이해관계 충돌… 결국 등 돌린 정동영·박지원

    ‘DJ(김대중) 정신’을 살리자며 1년 6개월 전 창당했던 민주평화당의 분당이 12일 현실화된다. 당에 남는 당권파의 중심엔 정동영(왼쪽·전북 전주병) 대표가, 탈당파의 중심엔 박지원(오른쪽·전남 목포) 의원이 있다. DJ를 바라보고 정치에 입문해 민주당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은 왜 이 작은 당에서도 힘을 합치지 못하고 허무하게 갈라서게 됐을까.작은 틈은 창당 초기 당 대표직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에서 생겼고 이후 앙금이 쌓이면서 갈수록 사이가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당 당시 박지원·천정배(광주 서구을) 의원은 초대 당 대표로 초선 김경진(광주 북구갑) 의원을 지원한 반면, 정 대표는 4선 조배숙(전북 익산을) 의원을 밀었다. 우여곡절 끝에 조 의원이 당 대표에 올랐다. 박 의원 쪽에서는 “정 대표가 김경진 대표 카드를 합의해 놓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지만 정 대표는 부인한다. 지난해 8월 정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한 뒤 갈등은 폭발했다. 양측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여론조사 반영 여부를 놓고 맞붙었다. 반영 여부에 따라 전북 의원들이 지원하는 민영삼 전 건국대 특임교수와 전남 의원들이 미는 이윤석 전 의원의 당락이 뒤바뀌는 상황이었다. 전남 의원들은 민 전 교수의 당선을 인정하는 대신 이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1+1 안’을 제안했지만, 정 대표는 측근 박주현 의원을 지명했다. 이 같은 정 대표의 리더십에 반발하는 10여명의 의원이 현재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로 불리는 별도 모임을 하게 된 것도 이때쯤이다. 설상가상 민 최고위원이 최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전 국민적 여론이 박지원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퇴출돼야 되겠다는 것이다. 종편 정치 패널로, 종편의 여당 정치 패널로 나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대안정치 측은 강력 반발했지만, 당권파는 오히려 민 최고위원을 당내 SNS(소셜네트워크서서비스)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 대표와 박 의원 간 개인적 갈등이라기보다는 내년 4월 총선을 바라보는 전남·전북 의원들의 이해관계 차이가 분당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북 의원들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지역 경기 침체에 대한 불만과 전북 출신인 정 대표의 영향력으로 총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인식이 있는 반면 전남 의원들은 광주·전남에서 ‘민주평화당 간판’으로는 생환이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3 보궐선거 때 전북 전주시 라 선거구에서 평화당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것에 당권파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대안정치 관계자는 1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평화당이 ‘전주 자민련’이라는 얘기까지 있다”며 정 대표의 전북 우선 전략을 성토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금 시세 6년 만에 고공행진

    금 시세 6년 만에 고공행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안전자산인 금 시세가 연일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금값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15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금 시세 6년 만에 고공행진

    금 시세 6년 만에 고공행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안전자산인 금 시세가 연일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금값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15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고동진 “올해 말엔 위기라는 단어 처음 꺼낼 것 같다”

    고동진 “올해 말엔 위기라는 단어 처음 꺼낼 것 같다”

    미중 갈등·日 문제에 한 치 앞 안 보여 日규제 계속되면 스마트폰에도 영향 갤럭시폴드 때문에 가슴 시커멓게 타“대한민국, 가자, 가자, 가자.”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제안한 건배사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10을 정식 공개한 직후 마련된 자리였지만 신제품 흥행을 기원하는 건배사는 아껴 두었다. 고 사장은 “우리나라가 힘들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잘 풀리는 마음”이라며 이런 건배 제의를 한 이유를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일본까지 한국을 수출 우대 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면서 깊어진 위기 의식이 반영된 건배사다. 고 사장은 이날 “(2015년 12월에) 사장이 되고 난 다음에 한 번도 임직원들에게 ‘내년은 위기다’라는 말을 써 본 적이 없는데, 올해 말에는 아마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세계 경제 침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 ‘일본 문제’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3~4개월치 정도 (백색국가 배제 관련 소재·부품이) 준비돼 있다고 보고를 받았지만 상황이 지속되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에는 (백색국가 배제가) 직접 영향이 없지만, 3~4개월 뒤의 일을 예측하고 파악할 수 없어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노력할 각오가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 사장은 제품 결함 논란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다음달에야 출시되는 갤럭시폴드로 화제가 옮겨 가자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슴을 열어서 보여 줄 수 있다면 시커멓게 된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텐데”라며 그동안 힘들었던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시간에) 쫓겨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할 때는 모르는 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4월에 처음 출시를 준비했을 때는 예상 물량이 100만대 정도였는데, 지금은 일부 수량이 줄어서 100만대에 못 미칠 것 같다”면서 “한국을 포함해 20개국 정도에 나간다. 한정된 물량이 제한된 국가에 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5년 만에 3억대 아래로 떨어진 것과 관련해서 “3억대를 지켜 내고 싶다”면서 “작은 사이즈의 갤럭시 노트10이 여성 고객들과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욕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일본, 추월하는 한국 견제하려 수출 규제”…대통령 자문기구 분석

    “일본, 추월하는 한국 견제하려 수출 규제”…대통령 자문기구 분석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 보고“‘하청기지’ 한국이 일본 추월하는 것 못 막아”“‘안보=美, 교역=中’ 한국, 미중 갈등 큰 타격”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일본의 수출 규제 이유에 대해 경제 각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원인으로 “아베의 일본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인 자유무역 질서에 빨리 편승함으로써 개발도상국 중 선진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면서 “그렇게 된 데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일부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고, 당시 일본 당국자는 한일 간에 수직 분업 체제를 만들고 그것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일본의 하청 기지화하고 이러한 산업 구조를 유지하려던 것이 국교 정상화 당시 일본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이제민 부의장은 “한국은 그 후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할 수 있었고,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이 그렇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면서 “일본 당국자들 관점에서 볼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언급했다. 과거 경제적인 종속 관계를 탈피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경계심과 위기감 탓에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자유무역에 반하는 비상식적인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어 이제민 부의장은 “냉전 종식 후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은 한국이 성장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한국은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자 투자 대상이 됐고, 그 결과 안보는 미국, 교역은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구도에서 한국은 주요국 중에서 미중 갈등으로부터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나라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제민 부의장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고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해진 상태”라면서 “이런 여러 문제가 겹치고 정치·경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본의 행위로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민 부의장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대응책이 필요하고, 아마 정치 쪽에서 해결돼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먼저 경제 쪽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쪽 대책은 통상전략·산업정책·거시경제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면서 “당면한 문제가 통상 문제이기에 여기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통상과 불가분 관계인 산업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고, 단기적으로 경기 하강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거시경제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어려움의 바탕에는 근본적으로 세계 질서 변화라는 요인이 놓여 있다”면서 “단순히 경제적 요인이 아니고 정치·경제가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서구의 중상주의, 동아시아의 조공무역 때부터 정치·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며 “19세기 자유무역은 영국의 헤게모니와, 20세기 자유무역은 미국의 헤게모니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지난 70여년간 미국 주도 자유무역 질서에 힘입어 번영을 누려왔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대침체가 진행되면서 경제 성장은 침체하고 세계화 추세는 역전됐다”면서 “대침체로부터 회복되는 듯한 세계 경제는 작년 말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국제 공조가 무너진 게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각국은 국제 공조로 대공황을 막았지만 이후 대침체 장기화로 자국 중심주의가 만연하면서 국제 공조가 무너졌다”면서 “여기에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중국 도전 문제가 겹쳤다. 중국은 과거 소련·일본·EU(유럽연합) 같은 도전자보다 훨씬 강해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많은 학자들은 앞으로 미국·중국 관계는 과거 미국·영국보다 영국·독일 관계와 닮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국민 절반 “SNS·현실 괴리감”… 빈곤세대 “디지털·현실 모두 불행”

    국민 절반 “SNS·현실 괴리감”… 빈곤세대 “디지털·현실 모두 불행”

    국민 2명 중 1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현실의 ‘나’ 사이에 괴리를 느끼고 있으며, 37.4%는 지인이 SNS에 올린 사진이나 글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심리학자 리언 페스팅어의 사회비교이론과 같이 사람들은 SNS 속 타인의 삶과 현실의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 불행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SNS에 비친 타인의 삶 또한 절반은 과장되거나 위장된 삶일 뿐이다. 서울신문과 인터넷윤리학회,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과 세종리서치는 6일 만 19세 이상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삶을 들여다봤다.SNS에서 보여지는 나의 모습과 현실의 나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응답은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가 50%를 웃돌았다. 이 중에서도 40대는 가장 많은 60.2%가 괴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태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관계를 보면 중년의 시기는 생산성과 침체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기”라며 “가족과 사회에 기여하면서 자기효능감과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실패로 인해 침체되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SNS에서 ‘생산성’의 측면을 노출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침체’의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괴리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괴리감은 자신의 경제 수준을 중간층(58.8%) 또는 상위층(57.6%)이라고 밝힌 사람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스스로 하위층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49.3%만이 괴리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 교수는 “SNS에 전시한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하위층은 비현실적이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반면 중·상위층에게는 ‘이룰 수 있는 현실’에 좀더 가깝기 때문에 그 괴리에서 오는 결핍을 피부로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지인이 SNS에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37.4%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남성(33.2%)보다는 여성(41.7%)에게서 두드러졌다. 또한 20대 52.6%, 30대 47.6%, 40대 38.3%, 50대 30.8%, 60세 이상 25.5% 순으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특히 20대 2명 중 1명이 박탈감을 호소한 데에는 SNS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년층의 특성뿐만 아니라 이들이 처한 빈곤한 경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내 삶은 갈수록 초라해져 가는데 SNS를 통해 엿본 타인의 삶은 불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실제 조사에서도 이런 박탈감은 경제적 상위층(29.2%)보다 하위층(39.4%)에서 높게 나타났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해외의 어느 해변가, 새로 산 물건과 지적 수준을 나타낼 책.’ 어느덧 과시의 장이 돼 버린 SNS와 현실의 나를 자꾸 비교하는 습관은 마음을 멍들게 한다. 응답자의 22.3%는 디지털과 현실, 두 세상 모두 행복하지 못하다고 했고 10.0%는 현실보다 디지털 세상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3명 중 1명(32.3%)은 현실 세상이 불행하다고 느낀 것이다. 두 세상 모두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은 60세 이상(31.0%)과 30대(23.4%), 20대(23.0%)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적 하위층(29.7%)에서 이런 답변을 한 사람이 많았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빈곤하다는 청년층과 노년층이 디지털, 현실 어느 곳에서도 행복을 느끼기 어려워했다. 현실보다 디지털 세상이 행복하다는 응답은 40대(12.8%)와 50대(13.4%)에서 두드러졌다. 조사 대상의 56.9%가 SNS를 매일 이용한다고 답할 정도로 SNS는 일상의 일부분이 됐지만, 아직 ‘디지털 시민’에 걸맞은 규범은 자리잡지 못했음도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인이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SNS에 올려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23.0%는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릴 때 동의를 구한 적이 있다는 사람은 24.4%에 그쳤다. ‘내가 올리는 글, 사진, 영상 등이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10명 중 7명(69.7%)이 ‘없다’고 답했다. 김미량 한국인터넷윤리학회 회장은 “디지털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인식과 태도가 아직 갖춰지지 못해 나타난 결과”라면서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느끼는 가치 혼동과 태도에 대해 다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민성’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연 상명대 휴먼지능정보공학과 교수도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며 위험성과 영향력을 파악하고 올바른 가치에 기반해 판단할 수 있는 ‘생각하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최근 논란이 일었던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 대해 61.5%는 반대, 33.7%는 찬성했다. 다만 반대 의견을 낸 응답자 가운데 37.2%는 ‘질병 분류에는 반대하나 별도 조치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69.0%)은 하루 평균 1시간 이내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게임을 했고, 1~2시간 17.3%, 3~4시간 9.1%, 5~10시간 3.8% 순으로 나타났다. 10시간 이상 한다는 응답자는 1%에도 못 미쳤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주가 또 하락, 환율은 진정세… 정부 “변동성 커지면 비상 조치”

    주가 또 하락, 환율은 진정세… 정부 “변동성 커지면 비상 조치”

    코스피, 장중 한때 1891.81까지 떨어져 코스닥 장중 하락·반등 거듭 ‘롤러코스터’ 이틀 동안 시가총액 75조원 이상 사라져 환율, 당국 구두개입 등 영향 상승폭 줄여 정부 “과도한 시장 불안에 적극적 대응” 24시간 비상체제·공매도 규제 강화 검토 한은 “필요시 환매조건부채권 매입 고려”한일 경제전쟁에 이어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국내 금융시장을 덮쳤다. 코스피는 6일 개장 직후 1900선 아래로 미끄러졌으며, 코스닥은 3% 넘게 하락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48포인트(1.51%) 하락한 1917.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46.62포인트(2.39%) 내린 1900.36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1891.81까지 추락했다. 코스피가 장중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6년 6월 24일 이후 3년 1개월여 만이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6074억원, 4413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기관은 1조 323억원을 사들이며 장을 떠받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된 지난달 이후 계속 한국 주식을 사들이다가 이달 들어 순매도 기조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하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29포인트(3.21%) 내린 551.5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4.72포인트(2.58%) 내린 555.07로 시작해 장중 540.83까지 떨어졌다. 한때 반등에 성공해 577.51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은 19조 5160억원, 코스닥시장은 6조 4000억원이 각각 감소해 총 25조여원이 증발했다. 전날 50조원이 날아난 것을 포함하면 이틀 동안 75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진 것이다. 전날 2년 7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영향으로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와 같은 달러당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223.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이날 오전 “최근 급격한 원화 약세는 중국 위안화 약세를 지나치게 따라간 면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은 뒤 상승폭을 줄였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데 비해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열고 “과도한 시장 불안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1단계에서는 시장 모니터링 강화, 자금 경색이 일어나고 실물경기가 둔화하는 2단계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실물경기가 침체하는 3단계에서는 금융기관 자본 확충 등을 통해 금융 시스템 안정을 추진하고 확장적 거시정책을 펼 계획이다. 금융위는 증시 안정을 위해 증권 유관기관과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과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고자 24시간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외환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필요시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골라잡는 핀셋 규제, 분양가 상한제 해법 되나

    골라잡는 핀셋 규제, 분양가 상한제 해법 되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대한 정책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주택 공급 부족을 비롯해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을 비롯해 투기 과열 우려 지역에만 상한제를 도입하는 ‘핀셋 규제’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감정평가된 택지비와 정부가 연 2회 고시하는 표준건축비에 건설사 이윤을 합한 금액 이하로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막아 집값 안정을 이루겠다는 일종의 가격 규제책이다. 이를 통해 아파트 분양가가 20% 이상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분양가 규제의 역사는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1977년 중동에서 벌어들인 ‘오일 달러’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분양 상한가’라는 이름으로 주택 규모나 원가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 가구 공급 정책과 건설업계의 요구가 맞물려 1989년부터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시장가격으로 반영하는 ‘원가 연동제’로 통제 방식을 바꿨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건설 경기가 침체되자 김대중 정부는 1999년 국민주택기금 지원 아파트 외에는 분양가를 전면 자율화했다. 2000년대 초반 주택경기 회복과 함께 분양가가 급등하기 시작하자 노무현 정부는 2005년 3월 공공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도입했다. 2007년 9월부터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도 확대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분양가 상한제의 전면 폐지를 추진했지만 분양가 급등을 우려하는 여론에 밀려 제도가 유지됐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민간택지의 경우 특정 요건에 맞는 지역에만 적용하도록 요건을 완화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분양가 상한제가 당장의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분양가가 종전보다 낮아져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개발 이익이 줄고 이득을 얻으려는 투자 수요가 감소해 집값이 낮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또 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가가 하락하면 높은 분양가 때문에 주변의 기존 주택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효과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에겐 분양가 상한제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서울 주택 매매가 年1.1%P 추가 하락 전망 국토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서울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재건축 일부 단지와 재개발 단지에 대한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서울 주택 매매 가격이 연 1.1% 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부동산뱅크와 KB부동산 자료를 바탕으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주요 아파트의 가격 변화를 분석한 결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2007년 시세는 3.3㎡(1평)당 3140만원에서 2009년 2869만원으로 떨어졌고 이후 3000만원대를 유지하다 2014년 2704만원으로 또 떨어졌다. 2008년 4억 8084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간값은 2009년 5억 1177만원으로 올랐고 2014년에는 4억 7900만원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가 무력화되고 난 뒤 2016년 5억 9800만원, 지난해 8억 4500만원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경실련은 분양가 상한제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신규 공급이 줄면서 더 큰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원 부담을 가중시키고 건설사 수익을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신규 주택 공급이 줄고 이미 입주를 마친 새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집값이 폭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분양가를 초기에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재고 주택 가격까지 안정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 시장 시세에 맞춰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6년 3만 350여가구였던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07년 5만여가구로 급증했다. 상한제 실시 이후 2008년 2만 1900여가구, 2009년 2만 6600여가구로 줄어든 뒤 2010년 5만 1300여가구로 다시 늘었다. 이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공급 감소론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2008~2009년 인허가 물량의 감소 폭이 커진 것은 2007년 유례없는 인허가 물량 급증에 따른 기저 효과이며 상한제보다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인허가 물량이 증가한 것은 당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이 위축되면서 감소된 물량을 보금자리주택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으로 상쇄했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주택 준공 실적이 62만 7000가구로 크게 늘었고 최근 3년간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도 장기 평균치를 웃돌아 당분간 준공 물량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3기 신도시 개발 등을 통해 수도권 내에서 주택 30만 가구 공급을 병행하는 만큼 공급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건설사의 수익성이 담보돼야 하고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토지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실제 상한제를 시행해도 분양가가 20% 이상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현금 부자만 더 혜택 얻게 될 것”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로 혜택을 보는 분양자는 극소수라는 점에서 ‘로또 청약’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청약시장이 무주택자 위주로 개편됐다고 해도 인기 지역 청약경쟁률은 여전히 높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주변 시세의 70~80%로 공급한다고 해도 현금이 10억원 이상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금 부자만 더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세 시장이 들썩일 우려도 있다. 수요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당장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눈을 돌리고, 수요가 늘면서 전세 가격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3% 올라 5주 연속 상승세다.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이 더 낮아진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면서 당장 매매 대신 전세로 대기하려는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현시점에서 분양가 규제 없이는 부풀 대로 부푼 집값의 거품을 거둬 낼 수단이 마땅치 않다. 매년 공급되는 주택물량 중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공공주택이 30%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내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재건축·재개발밖에 없는 상황에서 광범위한 상한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집값이 불안한 것은 주택물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선호도 높은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상한제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위축되면 물량 축소로 시장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시행하는 상한제는 전국 단위의 광범위한 시행 대신 서울 강남 등 집값 과열 우려 지역에 한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상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려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하며 3개월 동안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0%대인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이 때문에 이 기준을 물가상승률의 1~1.5배로 완화하고 주택거래량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청약 과열과 과도한 시세 차익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현재 3~4년간 적용되는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 전매제한 기간을 5~7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분양가격을 낮추는 대신에 상당 기간 주택을 매매할 수 없도록 해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주택채권입찰제 도입 가능성도 이와 함께 주택채권입찰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2006년 처음 도입된 채권입찰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주택을 분양받을 때 인근 단지와 과도한 시세 차익을 줄이기 위해 분양받는 사람에게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게 하고 매입액을 많이 써낸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분양권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의 당첨이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어 고민되는 대목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를 시행할 경우 국고로 환수된 채권 매입액을 정부가 서민 임대 주택을 늘리는 데 사용하는 등 다양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저물가 장기화, 디플레 차단할 복합 처방 필요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 같은 달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1월부터 7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넘게 1%를 밑돈 것은 1999년 2~9월, 2015년 2~11월 두 차례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통계청은 이 저물가 현상을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설명했다.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해 선긋기를 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정의한 디플레이션 기준(2년의 물가 하락과 경제침체)에도 아직 부합하지 않지만, 디플레이션 초입이 아니냐는 걱정들은 시작됐다. 하지만 저물가를 안정적인 물가로 읽어서는 안 된다. 저물가는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자 디플레이션의 징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IMF가 지난달 24일 물가 당국인 한국은행에 “물가가 목표치(2.0%)를 지속적으로 벗어나는 것은 통화 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제조업 생산 능력은 지난해 1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줄었으며,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자칫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3저(低)의 벽에 갇힐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준(準)디스플레이션’이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디플레이션 우려는 한일 갈등과 미중 무역분쟁 등 긴급한 요인에 가려졌지만, 대응 시기를 놓치면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하반기에 역대급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고민해야 한다. 이미 상반기에 올해 예산의 65% 이상을 지출해 하반기에 ‘재정절벽’이 우려된다. 또 2017년과 지난해 발생한 초과세수만 각각 14조와 25조원이다. 현 정부 들어 세 차례 추경으로 21조 5000억원을 시중에 풀 예정이지만 2년간 약 39조원의 초과세수를 감안하면 시중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을 편성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상 긴축재정 효과를 유발했다고 볼 수 있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재정을 풀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에 재정을 투입해 공기를 앞당기면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부동산 가격 안정에도 기여하는 등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지표물가는 낮지만 체감물가는 높은 괴리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지난달 외식비를 포함한 개인서비스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배가 넘는 1.9%가 된다.
  • “미세먼지 측정·저감 기술 국산화… ‘환경시대’ 가치 창출할 것”

    “미세먼지 측정·저감 기술 국산화… ‘환경시대’ 가치 창출할 것”

    “한국의 환경기술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국내와 개발도상국에 집중됐던 사업을 선진국으로 확대하는 도전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개원 10년을 맞아 ‘글로벌 환경전문기관’으로의 도약 목표를 밝혔다. 환경분야 ‘싱크탱크’로서 환경이슈에 대한 해결방안과 정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2030년까지 국내 환경기술을 선진국 대비 90~100%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환경수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기업이 국가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 제작을 지원받고 신기술 인증을 통해 판로를 개척한 후 해외로 진출하는 ‘성공신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남 원장은 “국내 환경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교두보 역할을 강화하겠다”면서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스타 기업 100개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환경산업기술원(환기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환기원은 국가적 연구개발(R&D) 기획·평가·관리 및 환경신기술 인·검증 업무 등을 수행하던 환경기술진흥원과 친환경 인증, 친환경제품 보급 업무를 맡은 친환경상품진흥원을 통합해 2009년 4월 출범했다. 환경기술 개발부터 친환경 생활 촉진에 2014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업무를 맡게 되면서 환경보건까지 사업영역이 추가됐다.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서 외형적 성장은 이뤘으나 질적 성장이 미흡했다. 지난 10년은 씨를 뿌리고 가꾸는 시간이었다. 필(必) 환경시대에 환경은 더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미세먼지와 쓰레기, 기후변화 등은 이미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기술 발전과 환경산업, 환경시장은 환기원의 역사와 같이한다. 새로운 환경가치를 창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 -지난 10년의 성과는. “환경 R&D에서 100% 외국산 장비에 의존하던 미세먼지 측정기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버스정류장 미세먼지 저감 기술과 차량에 집진장치를 부착해 도로 위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환경산업에서는 한중 미세먼지 저감 실증 협력사업이 있다. 최근 다자개발은행(MDB)과 녹색기후기금(GCF)과 같은 국제기구 협력사업을 ‘블루오션’으로 발굴 중이다. 녹색기후기금 이사회에서 ‘마셜제도 지속가능 용수공급사업’이 자금지원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나미비아 친환경 축산생태계 구축사업’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기관이 참여한 녹색기후기금 사업 대부분이 금융투자나 기술지원에 국한된 반면 사업 발굴단계부터 참여해 본 사업제안서 개발, 최종 자금지원 승인 성과까지 거둔 것은 처음이다. 2017년 11월에는 친환경 제품을 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는 ‘그린카드’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한국 최초로 ‘유엔 기후 솔루션 어워즈’를 수상했다.” -환경산업 육성이 강조되지만 체감도가 떨어진다. “국내 환경기업의 평균 매출액이 17억원, 직원이 7.7명으로 영세하다. 더욱이 매출액 10억원 미만 사업체가 전체 50%, 직원이 1~4명인 사업체가 52%를 차지한다. 국내 환경시장은 98조원을 넘어섰지만 개별 기업은 소·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대표할 만한 환경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환경산업은 매력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주목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규제에 뒤따라오는 게 새로운 시장이다. 오염물질 배출 규제와 기술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세계 환경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이유다. 환경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 -환경기업의 해외 진출을 강조했는데. “국내 환경산업은 과도기다. 과거 상하수도 건설 붐이 일었을 때 건설사에 환경본부가 있었지만 사라졌다. 동남아지역에서 소각과 하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기지개를 켜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은 빈약하다. 반면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 사업으로 개별 기업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우리는 건설에서 운영까지 다양한 경험 및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자본)과 중소기업(기술), 공기업(유지·운영)이 삼각편대를 구성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 해외 주요 발주처와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관심을 두고 연구 개발 중인 기술은. “미세먼지와 폐기물 등 국민 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환경 문제 해소 분야다. 생활폐기물 재활용과 상하수도 혁신, 환경시설 피해예방 등에 올해 예산이 반영됐다. 미세먼지 저감 및 예방,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친환경 대체물질 개발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연구개발사업을 이관받아 물 분야 통합관리에 필요한 안정적인 연구기반을 구축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현황은. “2013년부터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를 시작했고 2014년부터 환기원이 피해자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피해인정자에게는 구제급여를 지원한다. 구제급여를 받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지만 구제급여에 상당한 지원 또는 긴급 의료지원 필요성이 인정되는 대상자에게 특별구제계정을 활용해 지원하고 있다. 7월 현재 건강피해인정자는 835명이며 이 중 570명에게 구제급여 99억원을 지원했다. 특별구제계정을 통해서는 현재까지 2144명이 확정돼 1199명에게 지원된 금액이 354억원이다. 지난해 5월 환기원이 석면피해구제 업무도 맡게 되면서 가습기 살균제·환경오염피해·석면피해 등 환경분야 피해구제 업무가 일원화됐다. 쉽고 편리하게 피해 신청 등을 할 수 있어 환경보건 분야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환경복지 사회를 실현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구제 확대 요구가 있다. “구제 확대를 위한 진도가 늦어 답답하지만 전무후무한 사건이고, 사례가 없어 실험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불가피한 측면이다. 생명과 건강 피해를 당한 피해자 및 그 유족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지난 26일 건강피해에 독성간염을 추가해 폐질환·태아피해·천식 등 4개 질환에 대해 구제급여를 지원하게 된다. 또 특별구제계정 대상으로 폐질환(3단계)에 더해 아동·성인 간질성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천식을 추가했다. 나아가 특별구제계정 질환 중 역학·독학·임상 등 중 2개 이상 근거가 있으면 구제급여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5개 질환(독성간염·비염·결막염·중이염·아토피피부염)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남광희 원장은 ‘재활용 홍보’ 광고상까지 휩쓴 정통 환경 관료 남광희(59) 원장은 정통 환경 관료 출신이다. 행시 34회로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과 자연보전국장, 대변인, 중앙환경분쟁위원장 등을 거쳤다. 깔끔한 매너와 업무 처리로 ‘환경부 신사’로 불렸다.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 분쟁을 다루는 위원회를 지휘하면서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사건을 처리해 호평을 받았다. 대변인 시절에는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공익광고 ‘아이 엠 유어 파더’ 시리즈를 제작해 국내 광고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환기원이 웹 드라마(내추럴 로맨스)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 백팩을 메고 다니는 등 깨어 있는 감성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통즉불병’(通則不痛)과 많이 듣는 것이 사람을 마음을 얻는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을 실천하고 있다. 2017년 2월 제4대 환경산업기술원장에 임명됐다.
  • 경아~ 오랜만에 누워보는군… 숨 막힌 검열의 시대가 낳은 ‘별들의 고향’

    경아~ 오랜만에 누워보는군… 숨 막힌 검열의 시대가 낳은 ‘별들의 고향’

    1970년대는 한국영화가 침체와 불황의 긴 터널로 진입하는 시기였다. 1971년 202편의 제작편수를 유지했던 한국영화는 1972년 122편으로 급감했고, 이후 한국영화는 텔레비전과 대작 외국영화 사이에 끼어 호스티스 멜로와 무협 액션 같은 저예산 장르로 연명하게 된다. 1970년대가 극심한 암흑의 시대였다고 해서 청년들의 에너지와 희망마저 꺾을 수는 없었고, 영화계는 이를 포착해 작은 위안들을 발신했다. 서구영화의 뉴웨이브 정신과 교감하는 청년 감독들이 새로운 감수성과 신선한 영상감각을 앞세운 영화들로 젊은 관객들과 만났다. 그 포문은 이장호가 열었다. 그의 데뷔작 ‘별들의 고향’(1974)은 46만 관객이라는 초유의 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산업적 활로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청년영화’라는 새로운 방향까지 제시했다. 김호선의 ‘영자의 전성시대’(1975), 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1975)이 그 뒤를 이었고, 이들을 포함한 젊은 감독들은 청년영화집단 ‘영상시대’를 결성해 한국의 뉴시네마운동을 선포한다. 이번 연재는 1970년대 한국영화가 쇠퇴하게 된 배경 그리고 ‘별들의 고향’이라는 기념비적인 데뷔작을 선보인 이장호 감독에 대해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국책영화 만들어 외화 쿼터 따낼 방법에 골몰 1972년 10월 유신정권이 들어섰고 영화계 역시 더욱 경직되어 갔다. 그리고 1973년 2월 유신 체제를 반영한 영화법 4차 개정이 있었다. 영화 제작을 하려면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제작업과 수입업이 다시 통합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1973년 시점 20개였던 제작사는 12개로 줄었고, 허가받은 12개사에 제작권을 부여해 연간 제작편수를 130편으로 묶었다. 50편 내외였던 외국영화 수입권도 12개 제작사만 나눠 가졌다. 국산영화 3편을 제작하면 외화 쿼터 1편을 받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당시 한국영화는 외국영화 수입 쿼터를 받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작자들은 좋은 영화를 만들기보다 저예산으로 빨리 만들 수 있으면서 관객들의 호기심과 볼거리를 채울 수 있는 영화들로 눈을 돌렸다. 특히 대중적 신파 감성에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하는 호스티스 영화, 깡패, 스파이, 무협 등으로 분화한 액션영화가 유행했던 이유다. 물론 외화 쿼터를 더 따낼 방법 역시 존재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국책영화’, ‘우수영화’ 같은 기준에 부합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성웅 이순신’(이규웅, 1971)을 위시로 박정희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기획된 ‘성웅사업’ 영화들, 문학을 영상으로 옮긴 ‘무녀도’(최하원, 1972) 같은 문예영화들, ‘진짜진짜 잊지 마’(문여송, 1976)로 시작한 ‘진짜진짜’ 시리즈, ‘고교얄개’(석래명, 1976)가 대표하는 ‘얄개’ 시리즈 등 하이틴영화들이 그 대상이 됐다. ●깡패·스파이·호스티스 영화 붐으로 이어져 4차 영화법 개정으로 설립된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의 전신) 역시 국책영화 제작을 주도했다. 국가가 직접 나서 ‘증언’(임권택, 1973) 등의 전쟁영화, ‘아내들의 행진’(임권택, 1974) 같은 새마을영화를 만든 것이다. 물론 이 영화들이 실질적인 국책 전파에 기능했는지는 의문이다. 1960년대부터 이어온 국가 주도의 영화 정책은 명과 암을 동시에 지닌 것이었고, 1970년대는 그 폐해가 더 커져 갔다. 흑백이긴 했지만 텔레비전 보급률이 급증하면서, 반대로 전국의 영화관수와 관객수는 급격히 줄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외화 한편을 수입하기 위해 졸속으로 제작된 영화들과 상업성이 없어 며칠 만에 간판을 내리고 마는 우수영화들에 흥미를 잃어 갔다. 이러한 침체 일로의 영화계에 일순간 활력을 불어넣은 작품이 바로 이장호의 ‘별들의 고향’이었다. 1945년 5월 서울에서 출생한 이장호는 영화 검열관이었던 부친 덕에 어릴 때부터 영화와 가깝게 지냈다. 아버지가 일하던 검열실에 따라가 채플린 영화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들을 보기도 했고, 집에서는 아버지가 가져온 필름을 만지고 놀았다. 그의 영화적 원경험이었던 셈이다. 학창 시절 문학에 탐닉했던 그는 홍익대 건축미술학과에 입학했지만 제도권 교육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부친은 방황하던 그를 ‘신필림’으로 데려간다. 애초 배우를 희망했지만 신상옥 감독 앞에서 자존심이 상해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일화는 꽤 유명하다. 그는 신상옥 감독의 ‘무숙자’(1968)를 비롯해 신필림에서 연출부 생활을 했으나, 적극적으로 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도에 연출부를 그만두기도 했고, 극단 일도 하면서 자신만의 일을 모색하는 쪽이었다.그의 인생은 말 그대로 한순간에 바뀌었다. 1973년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소설 ‘별들의 고향’ 판권을 치열한 노력 끝에 확보한 것이다. 사실 소설가 최인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역시 감독 데뷔도 하지 않은 친구에게 덜컥 판권을 내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장호는 동생의 대학등록금을 최인호의 집에 던져놓고 오는 막무가내식 고집을 부리며 결국 승낙을 받아낸다. 하지만 이후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도제 시스템이 확고하던 시절, 신필림에서 연출권을 확보하기 힘들 것을 직감한 그는 도망치듯 떠나 하길종 감독이 소개한 화천공사로 옮긴다. 연출부 제2 조수 출신의 영화청년이 일순간 감독으로 데뷔한 것은 여하튼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데뷔작 ‘별들의 고향’이 46만 관객을 동원하는 역대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이장호는 일약 충무로의 스타 감독이 되었다. 물론 이 기록은 ‘1000만 영화’ 시대인 지금으로 치면 대단치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당시 영화 개봉이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만 이루어졌던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로 세 달 내내 이 영화만 상영했던 결과인 것이다. 개봉관은 바로 을지로 4가의 국도극장이었다. 이후 그는 ‘어제 내린 비’(1975)로 흥행을 이었고, 1975년 8월 동료 감독 하길종, 김호선, 홍파, 이원세 그리고 영화평론가 변인식과 함께 ‘영상시대’를 결성한다. 1975년도 한국영화 흥행 1위부터 3위까지 작품이 김호선의 ‘영자의 전성시대’(36만), 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15만), 이장호의 ‘어제 내린 비’(14만)가 랭크된 것에서 영상시대 동인들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작품 ‘그래 그래 오늘은 안녕’(1976)으로 이장호의 1970년대 연출 활동은 갑자기 끝나버렸다. 1976년 연예인 대마초 파동에 휘말려 활동 정지를 당한 것이다. 촉망받는 젊은 감독에서 순식간에 낭인으로 전락했던 4년간, 그는 말 그대로 각성의 시기를 보낸다. 특히 염무웅의 평론집 ‘민중 시대의 문학’은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1979년 12월 유신정권 종식으로 감독 자격을 회복한 그는 그간의 고민을 담아 연출한 ‘바람불어 좋은 날’(1980)로 재기에 성공한다. 이후 작가주의적 인장이 새겨진 ‘바보선언’(1983), ‘과부춤’(1983)의 흥행 실패로 위기감을 느꼈지만, 보란 듯이 ‘무릎과 무릎 사이’(1984), ‘어우동’(1985)을 히트시키며 뛰어난 상업적 감각을 입증하기도 했다. ●김홍준, ‘바람불어 좋은 날’ 보고 ‘감독의 길’로 이장호는 1980년대의 가장 중요한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한국영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인력들이 등장하는 기반이 되었다. 배창호, 장선우, 김동원 등은 그의 연출부로 영화를 시작했고, 신승수, 정지영, 장길수 등은 ‘영상시대’가 개최한 오디션을 통해 영화계로 진입한 바 있다. 또 김홍준, 강우석, 임상수 같은 감독들이 처음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바로 ‘바람불어 좋은 날’을 보고 나서라는 것도 잘 알려진 얘기다. 그는 1980년대 한국의 ‘뉴웨이브’ 영화, 더 나아가 현대 한국영화의 기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장호의 데뷔작 ‘별들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자. 김홍준 교수가 기록한 ‘이장호 감독의 마스터클래스’(작가, 2013)에서, 이장호 감독이 직접 ‘별들의 고향’의 기록적인 흥행에 관해 언급한 대목이다. “관객이 10만명 들었을 때 이 소설의 인기를 진짜 실감했어요. ‘어떻게 이 소설이 인기가 있어서 관객을 이렇게 끌어왔나.’ 10만을 넘어서 20만 되는 동안엔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면 ‘이장희 영화음악도 참 효과를 탔구나.’ 사람들이 음악 얘기를 많이 하니까. 근데 30만이 드니까 그제야 비로소 내 잃어버렸던 자존감 ‘영화도 잘 만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디어 싹트기 시작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30만이 넘어서 40만이 드니까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슬퍼져요, 뭔가 배신당한 느낌. 이 영화는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구나, 혼자 달려가는 말 같구나, 주인 없는 말처럼 달려가는구나.”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기성 감독 누군가가 영화화를 맡았다면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별들의 고향’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당시 충무로의 수많은 선배 감독들이 판권을 탐내고 있는 상황에서, ‘초짜 감독’ 이장호는 어떻게 한국영화의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거칠고 투박하지만 신선하고 감각적인 이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그의 타고난 직관력과 돌파력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는, 카메라를 직접 잡는 신상옥 감독 특유의 촬영 현장에서 게다가 제2 조감독에 머물렀기 때문에 연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서구영화를 섭렵했던 영화 청년으로서의 세월이 그의 연출 방향을 직관적으로 알려주었다. 사실 ‘별들의 고향’은 이전의 한국영화처럼 이야기를 촘촘하게 설명하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 광나루에서 한 첫 촬영부터 즉흥적으로 연출하며 장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촬영해 놓은 필름을 돌려본 편집실에서 비로소 구성을 시작했다는 이장호의 증언처럼, 그는 편집 감각을 통해 아마추어리즘을 참신함으로 바꿔놓았다. 영화는 플래시백 구조의 리듬도 균일하지 않고 차라리 복잡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지만, 이는 도리어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영화 속으로 몰입시킨다는 점에서 신의 한 수가 되었다.●이장희 음악도 큰 몫… “아마추어리즘의 승리” 영상뿐만 아니라 음악도 큰 몫을 했다. 이전의 한국영화들은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영화음악의 대가들이 녹음실에 오케스트라를 불러 잠깐 맞춰본 뒤 일사천리로 즉흥적인 음악을 녹음하는 식이었다. 이장호는 고교 후배인 가수 이장희에게 음악을 맡겼고, 아예 레코드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무려 40여일을 투자했다. 물론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혹은 잘 몰라서, 신선하게 음악을 배치한 것이 주효했다. 이장희가 부르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한 소녀가 울고 있네’가 흐르는 장면들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일 것이다. 이장호가 “아마추어리즘의 승리”라고 규정한 것처럼, ‘별들의 고향’이라는 흥행작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새로운 세대들이 그들의 느낌대로 과감히 밀고 나간 덕분이었다. 1970년대 중반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별들의 고향’은 이후 두 가지 경향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영화가 선취한 도시 속 젊은 여성의 이야기는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김호선, 1977)로 이어지며 흥행과 비평을 두루 만족시켰다. 하지만 이 작품들의 성공은 1970년대 후반, 순수한 여주인공이 호스티스로 전락하는 과정을 관음증적 볼거리로 전시하는 것에만 주력하는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의 유행을 낳았다. 한편 새로운 감수성과 영상 감각은 ‘청년영화’의 선명한 줄기를 만들어냈다. 다음 연재를 통해 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1975)과 영상시대 활동을 살펴보기로 한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끝 없는 반도체 불황,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삼성전자도 감산 나설까

    끝 없는 반도체 불황,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삼성전자도 감산 나설까

    지난해 연말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반도체 업황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세계 D램 점유율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4월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지난 25일 2위 기업 SK하이닉스도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가 감산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반도체 업황이 나쁘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불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에도 D램 가격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서버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고 스마트폰도 예상보다 적게 팔려서다. 여기에 한일 무역갈등까지 겹쳤다. 이미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실시했고 다음달 2일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대상에서 빼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이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24%, 25% 하락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전날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전망은 더 불투명하다.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돼 서버 업체들이 반도체 구매를 늘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차 부사장도 “올해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속도는 작년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감산 규모를 늘리고 오는 4분기부터는 D램 생산량까지 줄이겠다는 ‘극약 처방’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감산 결정으로 하반기에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적극적으로 공급을 조절해 시황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향후 메모리 수급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면 시장에 쌓인 재고가 소진되면서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PC와 스마트폰 수요도 개선되는 추세다. 도 연구원은 “미국 AMD사가 라이젠 3세대 CPU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의 시장 평가가 좋다. (경쟁 업체인) 인텔이 대응하기 위해 일부 PC CPU 가격을 15%~20% 인하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인텔 CPU 공급 부족도 최근 신규 생산능력 확대로 해결, 인텔과 AMD 경쟁 심화로 PC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은 미국의 화웨이 규제 완화 효과로 중국 스마트폰 중심으로 수요가 개선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감산을 선언한 뒤 시장의 눈길은 삼성전자로 쏠리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27년째 D램 세계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사실상 D램 시장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나설 경우 반도체 가격 상승의 시기가 빨라지고 상승폭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3개사 과점 시장인 만큼 3개사가 모두 감산에 나서면 가격 담합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재도 삼성전자 등 3개사는 지난해 5월부터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2분기 정부주도성장, 민간경기 못 살리면 ‘허탕’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1% 증가했다. 전기 대비 실질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은 2017년 3분기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다. 한국은행의 당초 전망치(1.2%)보다는 낮지만 1분기 -0.4%였던 역성장에서는 벗어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암울 그 자체다.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더불어 정부 지출 확대에 의한 재정 효과 두 가지로 요약된다. 실제 정부의 GDP 성장기여도는 1분기 -0.6% 포인트에서 2분기 1.3% 포인트로 반등했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10년 3개월 만에 최대다. 반면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같은 기간 0.1% 포인트에서 -0.2% 포인트로 반전됐다. 민간 경기 위축을 정부 재정으로 떠받친 셈이다. 기저효과를 걷어 내기 위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건설투자(-3.5%)와 설비투자(-7.8%)의 부진은 여전하고, 수출 증가율 역시 1.5%에 그쳤다. 2분기 성장률을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달부터 본격화된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반영되지 않은 점도 불안 요인이다. 사실상 ‘정부주도성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경기 하강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기 반등을 이끌어 내려면 민간 경기가 되살아나야 한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하려면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민간 투자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내년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세제 개편안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흡하다. 혁신성장·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그러나 투자를 촉진하겠다면서 획기적인 지원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세금 몇 푼을 한시적으로 깎아 준다고 투자에 나설 기업이 얼마나 되겠나.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한 지원 방안도 빠졌다. 정부가 조만간 대책을 내놓기로 한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파격적인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
  • 금융·부동산 심상찮은 이상신호… 전세계 짙어지는 ‘위기의 그림자’

    금융·부동산 심상찮은 이상신호… 전세계 짙어지는 ‘위기의 그림자’

    2008년 9월 15일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대공황의 위기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과감한 조치와 주요국 정부 간의 공조, 중국의 과감한 재정 정책 등을 통해 최악의 파국은 막을 수 있었다. 이후 유럽연합(EU)의 재정 위기를 비롯해 여러 차례의 위기와 침체 상황이 나타났지만 그때마다 중앙은행들의 금융 지원과 재정 확대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1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문제가 생기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세계는 혼란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금융 신용 붕괴로 위기에 직면했으나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와 더불어 과감한 재정 지출, 그리고 원화 약세를 통한 수출 확대를 통해 비교적 쉽게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 들어 우리의 경제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7월 20일까지의 누적 수출액은 약 299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하였으며, 수입 역시 5.6% 감소하였다. 수출의 감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세계 교역량의 감소에 따른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세계 주요 경제권 모두 어두운 모습 2019년에 들어오면서 세계 주요 경제권은 모두 어두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2019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3%에 이르렀고, 실업률은 50년 래 최저수준인 3.7%를 유지하고 있다.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미국 경제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지 부정적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 대출의 부실이 문제가 되었던 관계로 여러 가지 기준과 까다로운 심사가 이루어지면서 주택담보 대출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기업 부채 급증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체 기업 부채는 약 5조 달러 규모였지만 지금은 10조 달러에 이르고 있다. 기업 활동의 활성화에 따른 부채 확대라면 다행이겠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정크본드 수준의 위험등급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저렴한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면 정크본드로 전락할 수 있는 BBB등급의 회사채 규모 역시 1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로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 1] 참조)실물의 경우에 있어서도 미국 내 물동량 감소 추세가 확대되고 있으며, 산업생산, 건설투자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하락을 넘어 마이너스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완전 고용에 가까운 고용률을 보이고 있는 미국이지만 몇몇 지표에서는 의외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구입 대출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1조 5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학자금 대출의 경우 2018년 말 기준으로 1660억 달러 규모가 부실로 분류되고 있으며, 2023년까지는 40%가 부도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왔던 주택담보 대출 부도율이 11.5%임을 감안할 때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림 2]]) EU의 경우 2012년을 전후한 재정위기를 겪은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이러한 유동성 증가가 채권시장으로 쏠리면서 마이너스 채권이 급증하고 있다. 일정 기간 돈을 빌려주면 거기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는 것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원칙이다. 조건에 따라 이자율은 변화할 수 있지만 돈을 빌리는 쪽이 이자를 지불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적으로 상식 밖의 일이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EU 회원국이 발행하는 국채의 10%가량이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채를 넘어서 회사채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하고 있으며, 독일이나 프랑스 등 주요국가가 아닌 폴란드, 헝가리 등 주변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이 예상될 경우 등장한다. 이러한 마이너스 채권은 일본에서는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의 70% 이상일 정도로 일상화되었지만 이러한 추세가 일본을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넓게 퍼져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블룸버그 뉴스 7월 16일 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국채의 물량은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5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회사채의 경우도 같은 기간 3배 이상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 3]참조)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은 심상치 않다. 막대한 고정투자를 통해 수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용은 감소하고 있으며, 기업이익 역시 마이너스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다. 과거의 성장 및 경기침체 대응 방식이 먹혀들고 있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통화를 시장에 풀고 있지만 신용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시장 내 통화증가율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 기업의 채무불이행은 급증하여 1~4월까지 약 6조 7560억원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2018년 동기 대비 3.4배이며, 중국 기업의 부도가 급증했던 2016년에 비해서도 3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여기에 중국 내 금융기관 부실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6월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내몽고 자치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바오상 은행의 정부 관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부실 은행에 대하여 정부가 구제 조치를 실시한 것이었는데 정부의 이런 조치가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2018년 사업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은 은행은 바오상 은행을 포함해 총 19곳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의 자산 규모만 해도 약 760조원에 이르는데 상당수는 악성채무로 추정되고 있다. 감독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그림자금융 역시 오래전부터 부실 위험성이 제기되어 왔으나 제대로 된 정리 조치가 취해지지 못함으로써 불안을 가중시켜왔다.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많은 해외 국가에 제공된 대출금 역시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 역시 위험 요소로 꼽히고 있다.●부동산 시장의 급등과 하락세의 시작 금융 시장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주요국의 부동산 시장은 같은 흐름을 보이는 동조화 현상을 보였으며, 이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유동성의 확대는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가격을 상승시키고, 한곳에서 발생한 상승세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의 부동산, 특히 주택가격을 상승시키게 된다. 과거 사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러한 사이클의 시작은 캐나다와 스페인인 경우가 많으며, 여기에서 시작된 경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거쳐 한국과 독일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 1995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주요 국가의 주택가격은 2008년을 전후해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2013년을 전후하여 다시 상승세로 반전하여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이 기간 동안 주요 국가의 대도시 주택가격은 급등하였다. 뉴욕, 런던 등은 전 세계적인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가격 상승이 가속화되었으며, 부동산 가격과 별 상관없을 것 같은 북유럽 국가들 역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북유럽의 주택가격은 2017년까지 1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북유럽의 경우 2008년을 전후한 저점과 비교했을 때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스웨덴 81.8%, 노르웨이 79.9%가 상승하였으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그 상승폭은 훨씬 가파르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안정적인 주택가격을 보여왔던 독일까지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독일 수도인 베를린은 2016~2017년 사이에 주택가격이 20.5% 상승하여 150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베를린 이외에 함부르크(14.1%, 7위), 뮌헨(13.8%, 8위), 프랑크푸르트(13.4%, 10위)도 매우 높은 주택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2010년 이후 독일 전체 주택가격은 60% 올랐으며, 임대료도 베를린의 경우 2008년 이후 2배, 뮌헨은 61% 상승하였다. 이와 같은 주택가격 급등은 대도시로 몰리는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부족한 공급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증가하는 수요로 인해 상승하는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유동성이 존재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주택에 대한 차압과 경매 등이 진행되면서 거품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지만 10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다시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2019년 들어 변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택가격 상승이 나타났던 캐나다와 호주의 주택가격이 2018년 연말을 전후하여 하락하기 시작하였으며, 2019년 들어서는 뉴욕 및 런던의 주택가격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였을 때 하락세로 반전하였다.([그림 4]참조)주택 부문의 하락과 더불어 사무용 건축물 역시 공실률 증가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선전의 경우 공실률은 16.6%에 이르고 있으며, 베이징 15%, 상하이 18%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방정부와 공기업은 부동산 개발을 통해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그림자금융을 비롯한 각종 편법이 광범위하게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부동산 부문의 하락과 위축은 매우 큰 파괴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부처·정책라인 경보·대비하는 모습 안보여 국제 금융 및 부동산 시장 모두 이상 신호를 보이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높은 경제성장률이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냉정하고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관련 부처 및 정책 라인을 장악하고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더 큰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2008년과 달리 일사불란한 국제 공조는 기대하기 힘들며, 정책수단 역시 상당 부분 고갈된 상태임을 감안할 때 그 강도는 매우 셀 수 있으며,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경보를 울리고 대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듣기 힘들고,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주장하는 목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과연 새로운 위기가 찾아온다면 우리는 과거처럼 잘 헤쳐 나올 수 있을까? 준비된 위기는 기회가 되지만 준비되지 못한 위기는 재앙일 뿐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최정우 취임 1년간 시총 8조 증발…포스코 ‘날개없는 추락’ 어디까지

    최정우 취임 1년간 시총 8조 증발…포스코 ‘날개없는 추락’ 어디까지

    국내 철강산업을 이끄는 포스코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주가 폭락과 영업이익 감소, 대내적으로는 잇따르는 사망 사고와 노조 와해 논란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 노동자들은 직업병 보상 투쟁을 장기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취임 1주년(27일)을 맞는 최정우 회장이 이런 ‘사면초가’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주목된다. ●지난해 7월 27일 최 회장 취임 이후 주가 내리막길 포스코 주가는 최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 27일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8월 1일 시가총액은 29조 1639억 9600만원, 종가는 33만 45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5월 24일 시가총액 19조 9657억 8500만원, 종가 22만 9000원으로 바닥을 찍었다.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9개월여 만에 31.5% 급락한 것이다. 시가총액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경영 실적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최 회장이 취임한 시점인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5311억원이었으나 4분기에 1조 2715억원으로 17.0% 하락했다.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 2029억원으로 다시 5.4%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1% 하락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7.6% 감소한 1조 111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는데 경기 침체로 제품 가격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값싼 철강 제품이 국내로 들어와 전반적인 철강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영업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기 둔화까지 겹쳐 철강 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철강의 질이 향상되면서 포스코가 내세우는 ‘프리미엄 철강’의 차별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도 철강 기업이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포스코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최 회장은 지난해 ‘2차 전지’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미래 신성장을 견인할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2차 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도 글로벌 철강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최 회장의 공격적 투자에 대한 재무적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 회장이 취임 이후 밝힌 공격적 투자 계획에 따른 성과가 도출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아직 집행되지 않은 투자 계획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잇단 사망 사고… 경영 실적보단 ‘사람이 먼저’ 최근 잇따른 사망 사고로 최 회장의 ‘안전경영’ 천명도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안전다짐대회를 열고 형식보다는 ‘실질’, 보고보다는 ‘실행’, 명분보다는 ‘실리’라는 ‘3실(實) 기반’의 안전 관리 해법을 제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안전은 회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안전사고 방지 예산을 3년간 기존의 2배 수준인 1조 10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안전 관련 분야 예산 3820억원 가운데 1571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데 이어 올해에도 벌써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회사 측이 사고가 났다 하면 내부 직원 입단속에만 치중하고 ‘안전 캠페인’은 보여 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면서 “사측이 거액의 안전 예산을 투입해도 실제로 작업장이 안전해졌다고 느끼는 노동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작업표준서를 근거 삼아 ‘작업자가 이런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며 늘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는 시도를 해 왔다”면서 “포스코는 법 위에 서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지회는 또 직업병 보상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26일부터 폐암, 심근경색, 백혈병, 진폐증, 피부질환 등 직업병 의심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을 본보기로 삼아 포스코를 상대로 업무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장기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포스코에서 2년 사이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은 안전에 대한 투자와 예방대책 요구를 회사가 묵살한 결과”라며 “회사는 안전 대책이 미비하다는 의견을 무시한 채 탁상행정에만 의존했고, 최 회장은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고 함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포스코 측은 “연이은 사고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사외 안전전문기관과 합동팀을 구성해 제철소의 모든 공장을 점검하고 발견되는 위험요소를 즉시 개선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죽음의 외주화’ 끊지 못하는 ‘포스코건설’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에서도 노동자 사망 사고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10명이 사망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산재 확정기준 사망 사고 다발 건설주체 명단’에서도 포스코건설은 1위에 올랐다. 산업재해 발생이 아닌 확정 시점이 기준이어서 숨진 10명에는 2015년 사망자까지 포함됐고, 이들 모두 하청업체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 관계자는 “김용균법의 통과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개정된 법률안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는 지난달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공사 현장에 다단계 불법 하도급이 만연하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포스코건설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불법 하도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조 “군대식 조직 문화 속 ‘노조 와해’ 시도 여전” 주장 포스코가 노조 와해를 시도했다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포스코 사측이 강성노조가 근로자의 권익과 무관한 활동을 다수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문건에는 사측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직원을 선동한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이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노조를 비방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만 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협박한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와 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포스코 노조파괴 중대범죄자 직위 해임과 부당노동행위 재발 방지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계속 이어 오고 있다. 조합원들은 포스코 제선부 소결공장 공장장과 부공장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고소하기도 했다. 포스코 노동자들은 “노조를 용납하지 않는 포스코의 조직 문화는 ‘군대식’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박태준 초대 회장의 경영 철학에 50년에 걸친 ‘무노조 경영’ 과정이 더해지면서 군대식 기업 문화가 뿌리내리게 됐고, 그 잔재가 지금도 남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조 관계자는 “포스코에는 군대처럼 내부 전산망을 통해 통제하는 노무관리 시스템이 발달했다”면서 “사측은 근속연수가 오래되지 않고 직급이 낮은 직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암암리에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취임 100일째인 지난해 11월 공개한 100대 개혁과제에서 “회사의 자랑인 노사 화합 전통을 지속 계승,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한 직원은 “최 회장이 무노조 시절 때를 떠올리는 것 같다”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모범적인 노사 문화의 전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공언도 빈말에 불과한 것 같다”고 했다. 사측은 이런 노조의 입장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서울광장] 일본 경제보복, 21세기판 정한론인가/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일본 경제보복, 21세기판 정한론인가/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지난 1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중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를 공식화하면서 양국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의 이런 퇴행적 조치를 놓고 그 배경과 전망에 대해 무수한 분석이 나오지만, 아베 정권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우선 집권 자민당의 역사를 보자. 일본의 정통 보수파는 전후 평화·경제 우선주의를 통해 일본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록히드사 뇌물 사건과 리쿠르트 사건, 사가와규빈 사건 등 대형 부정부패를 일으키면서 몰락을 자초했다. 1993년 총선에서 자민당은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최대 위기에 몰렸다. 이 시기를 전후해 자민당의 비주류 세력이었던 개헌파, 즉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돼야 한다’는 일군의 극우세력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개헌파는 부동산 버블 붕괴로 닥친 일본의 장기 침체 속에서 일본인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9·11테러, 북한 핵실험 등을 근거로 개헌론을 펼치며 세력을 확장한 것이다. 이 개헌파의 핵심 인물이 바로 아베 신조 현 총리다.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한다고 밝힌 인물은 150년 전 한국을 식민지로 삼아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한 요시다 쇼인이다. 아베 총리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을 미친 인물은 평생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을 꿈꿨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였다. 그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으로 3년간 복역한 전력을 갖고 있다. 주지해야 할 것은 일본 극우세력의 본산이자 싱크탱크인 ‘일본회의’다. 아베 총리는 일본회의 회장과 부회장을 모두 역임했고 지난해 가을 3연임 총리에 성공한 뒤 일본회의 출신들을 내각에 포진시키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일본 국회의원 중 260명 정도가 일본회의 회원이고 아베를 포함해 각료 14명 정도가 이 단체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철학적·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는 아베 총리는 2020년 개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묘한 시기 대한 경제보복은 아베 정권이 원하는 개헌의 자양분이자 동력이다. 일본 내 팽배한 혐한 분위기를 이용해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넘어 개헌이 가능한 3분의2 의석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3연임 총리 장수 비결은 ‘북풍’(北風), 즉 북한 때리기였다. 안보에 민감한 자국의 분위기를 최대한 이용하는 고단수 전략이다.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냉전 기류가 완화되면서 북한 대신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판결 이후 일본 내부에서 정교한 준비 작업이 선행돼 왔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자민당 외교부회·외교조사회 긴급합동회의가 대표적이다. 우리의 당정회의 격인 이 회의에서 한국 반도체 규제 이야기가 공식으로 제기됐다고 한다. 당시 마사키 아카이케 자민당 문부과학부 회장은 회의 직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대한 불소 수출을 막으면 한국이 아파할 것”이란 취지로 발언을 했다. 마사키 회장 역시 일본 극우세력의 싱크탱크인 일본회의의 사무차장이다. 일본이 다음달부터 한국을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해 1112개 핵심 부품ㆍ소재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앞날을 볼모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힘으로 일본을 주저앉힌 것처럼 한국 경제의 부상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 경제를 망가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아베 정권이 경제보복 조치를 통해 한국 경제에 불안을 야기하고 내년 4월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일본의 입맛에 맞는 친일 정권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베 정권의 정교한 움직임은 150년 전 일본에서 횡행했던 정한론이 21세기에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전쟁 와중에도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치권의 분열 양상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 충분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이 성사됐다는 점이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가장 우려할 것은 내부 분열이다. 초당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oilman@seoul.co.kr
  • 터졌다 첫 골, 해낸다 첫 승

    터졌다 첫 골, 해낸다 첫 승

    1차전 그리스에 3-26 패… “1승 챙길 것”전날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방불케 했던 여자수구 경기의 여운이 남아 있기라도 한 듯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의 열기는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뜨거웠다. 경기장에는 영화 ‘국가대표’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버터플라이’가 흐르면서 한국 남자수구 대표팀의 세계수영선수권 데뷔전을 반겼다. 하지만 2쿼터까지 0-14의 일방적 실점이 이어지자 떠들썩하던 응원 열기는 식어 갔고 여기저기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침체된 경기장 분위기는 남녀 통틀어 세계선수권 ‘1호골’이 3쿼터 중반 김문수(25·경기도청)의 슈팅에서 터지면서 반전됐다. 한국 남자수구 대표팀이 15일 그리스와의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선수권대회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3-26(0-7 0-7 1-3 2-9)으로 크게 졌다. 하지만 세 골을 기록해 무기력한 영패는 아니었다.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유럽의 ‘강호’ 그리스는 세계 무대 데뷔전을 치른 한국에는 벅찬 상대였다. 한국은 1분 10초 만에 첫 골을 내준 뒤 1쿼터에만 7골을 내줬다. 경기 초반 센터인 김병주(한국체대)에게 공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득점을 노렸지만 그리스의 대인 압박이 워낙 거세 공격 루트를 잡기 어려웠다. 골키퍼인 이진우(한국체대)의 선방에도 그리스는 거푸 골망을 흔들어 전반을 마칠 때 점수는 0-14가 됐다. 그러나 3쿼터에 접어든 3분 42초, 마침내 첫 골이 터졌다. 우측 측면에서 공을 잡은 김문수가 상대 골키퍼의 팔 아래를 파고드는 슈팅으로 그리스의 골망을 흔들면서 1-15가 됐고, 그리스의 거친 맹공에도 골키퍼 이진우가 잇따라 선방을 펼친 덕에 한국은 처음으로 대등한 점수인 1-3으로 3쿼터를 마쳤다. 김문수는 “당시는 슛을 때릴 상황이 아니었는데 내 판단으로 던졌다”며 “주체를 못 할 정도로 짜릿했다”고 전했다. 4쿼터 한국은 그리스 골문 앞에서 수차례 기회를 잡아 날카로운 슈팅으로 상대를 위협했다. 4분 10초 문전에서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팀의 두 번째 골을 기록한 센터 김동혁은 42초 후 또 한 번 득점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 중 상대 선수의 손가락에 눈을 찔린 김문수의 눈자위에는 붉은 상처가 선명했다. 세계 무대 데뷔전에 나선 한국의 귀중한 첫 경기 세 골에 디딤돌을 놓은 김문수는 “오늘 3골을 넣었으니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6골, 9골을 넣겠다. 이번 대회에서 꼭 1승을 따낼 테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국 남자수구는 17일 세르비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광주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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