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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진짜 재정’ 위한 재정 성과 평가를

    [기고] ‘진짜 재정’ 위한 재정 성과 평가를

    올해 국가 재정 규모가 700조원을 돌파했다.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예산의 크기가 커진 지금, 재정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예산의 양적 지표보다 그 막대한 재원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쓰여 어떤 성과를 내는가 하는 질적 가치일 것이다. 적극 재정으로 재정의 역할이 커진 만큼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책임 또한 무거워졌다. 적극 재정이 성공하려면 지출의 투명성과 전문성이 뒷받침되는 ‘스마트한 재정 운영’이 필수다.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에서 벗어나 그 결과가 국민의 삶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엄정하게 입증해야 한다. 이런 요구에 따라 지난달 28일 재정사업 성과평가단이 공식 출범해 4개월간의 점검에 돌입했다. 각 부처가 스스로 사업을 점검하던 자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 중심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통합평가 체계로 전면 개편된 첫 사례다. 20여년간 유지돼 온 평가의 틀 자체를 바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평가단은 학계와 연구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민간 위원 150명 내외로 구성됐으며 15개 분야 17개 분과로 운영된다. 객관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 공모와 시민사회 추천 등 다양한 경로를 활용했다. 전체 위원의 약 10%를 시민사회 인사로 구성해 관료적 시각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낭비와 비효율을 가감 없이 지적할 수 있도록 했다. 평가단은 앞으로 약 2500개, 186조원에 달하는 방대한 재정사업을 정밀 진단한다. 평가는 네 가지 핵심 항목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사업의 존치 여부와 예산 규모를 결정한다. 첫째, 재정사업 필요성이다. 정부 개입의 타당성과 법적 근거를 따지고, 민간이나 지자체가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사업 목표가 이미 달성됐거나 다른 정책 수단으로 대체 가능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둘째, 사업 계획의 적정성이다. 국정과제와의 연계성, 수혜 대상과 지원 규모가 적절하게 설계됐는지를 살핀다. 셋째, 집행 효율성이다. 최근 3년간 실집행률과 이월 규모를 분석하고 불필요한 행정 비용 발생은 없는지, 부정수급 모니터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성과 달성도를 평가한다.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성과는 물론 국민의 정책 체감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평가 과정은 부처의 기초조사 보고서 제출을 시작으로 서면평가, 대면평가, 쟁점사업평가의 단계를 거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정보원 등 전문기관이 전문성을 뒷받침한다. 최종 결과는 정상 추진, 사업 개선, 감액, 폐지·통합 등 네 등급으로 나뉘어 2027년도 예산안 편성에 반영된다. 특히 감액이나 폐지 판정을 받았음에도 부처가 예산을 요구하면 그 사유를 대외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강력한 환류 시스템을 갖춰 평가의 실효성을 확보했다. 스마트한 재정 운영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을 걷어내 재원이 정말로 필요한 곳에 집중되도록 설계하는 과정이다. 적극 재정의 시대일수록 재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한 과학적이면서 증거에 기반한 평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성과평가가 한국 재정이 관성적인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혁신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이 재정 성과 평가가 불필요한 지출을 걷어내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재정 운영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우석진 기획예산처 재정사업성과평가단장(명지대 교수)
  • 필리핀 참전용사를 기억합니다… 한국전 희생 기리는 현대차그룹

    필리핀 참전용사를 기억합니다… 한국전 희생 기리는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과 국가보훈부가 필리핀 국립 영웅묘지의 한국전 참전비 및 참전 기념관에 대해 보수·환경 개선에 나선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첫 번째, 세계 세 번째로 한국전쟁(6·25전쟁)에 병력을 보낸 우방국이며,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77주년을 맞았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2일 “우리 정부는 필리핀 참전용사 추모시설을 시작으로 유엔 참전국의 참전 기념 시설에 대한 정비를 확대해 참전국과의 결속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이달부터 개보수 작업에 들어가는 국립 영웅묘지 참전비와 한국전 참전 기념관은 수도 마닐라에 있다. 이들 시설은 한국전쟁 당시 필리핀의 한국 원정군(PEFTOK) 5개 전투대대 소속이었던 총 7420명의 병력과 그 가족의 헌신을 기리려 건립됐다. 이 중 1967년 세워진 국립 영웅묘지 참전비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 의미를 담았다. 양국 수교 60주년이었던 2009년에 보훈부 주도로 보수 작업을 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이 보훈부와 함께 새롭게 단장에 나서게 됐다. 참전비는 약 7m 높이의 삼각기둥으로 상단에는 유엔 엠블럼과 함께 한국·필리핀 양국의 국기가 부착돼 있다. 또 아래쪽에는 전사한 대원 112명 전원의 이름을 새겼다. 현대차그룹은 이달부터 참전비의 균열되거나 변색된 부분을 보수하고 참전비 주변 계단과 바닥부의 대리석을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시설 안내판과 상징성을 살린 조형물도 설치해 참전용사 가족과 관광객이 쉽게 현장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참전비에서 약 1.2㎞ 떨어져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관은 2012년 건립됐으며, 한국전쟁 당시 기록물과 사료를 전시·보관하는 박물관과 도서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건물도 보수하고 내부 가구류 등도 교체하는 동시에, 시설 리모델링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필리핀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참전국의 현지 참전용사 추모시설들을 돌아보고 환경 개선 사업을 본격 검토한다. 또 해외 각지에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의 보존·관리를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필리핀에서 재난 구호에 활용할 차량과 물품 등을 지원하고 사회적 취약계층 청소년과 재난 피해 지역 학생들에게 학용품과 생필품을 지급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쳐 왔다.
  • 지금! 기록 말고 기억하라

    지금! 기록 말고 기억하라

    촬영 금지·작품 설명·도록 없어관객은 미리 ‘구성된 상황’ 교감대표작 ‘키스’… 실제 몸짓 연출“비물질적 방법으로 역사 기록”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입구 경사로. 한 관람객이 들어서자 미술관 직원인줄 알았던 세 명이 동시에 영어로 “오!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라는 반복적 구호에 경쾌한 음률을 붙여 외친다. 신난 표정을 지으며 관람객의 앞뒤를 지나며 이어지던 행위는 관람객이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진다. 원형 로비에 들어서자 또 다른 상황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군중 사이에 세 사람이 서로의 손가락 끝과 끝을 붙인 채 마치 손가락이 절대 떨어지면 안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임을 이어간다. 잠시 후 관객 사이에 뒤섞여 있던 한 사람이 나타나 그들의 행위에 동참한다. 이 모든 행위는 미리 구성된 상황이다. ‘물질적 대상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를 평생의 화두로 삼은 현대미술가 티노 세갈(50)이 3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 ‘현대적’인 미술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이다. 세갈은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2005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작가로 참여했으며, 2010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와 2012년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전시로 세계 미술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로지 인간의 신체, 언어,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만으로 이뤄진 그의 작품은 ‘구성된 상황’이라고 불리며, 작품의 실현자를 ‘해석자’라고 부른다. 해석자들은 미술관 곳곳에서 관객과 만나고 참여를 유도한다. 전시는 세갈의 예술 철학에 따라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모두 금지된다. 전시장 벽의 작품 설명은 물론 전시 도록도 없다. 물리적 기록이 배제된 전시에서 오로지 관객의 기억만이 작품에 영속성을 부여하는 수단이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세갈은 “회화와 조각도 오래된 예술이지만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나 무용 등 형태가 없는 예술도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며 “아이에게 야구를 가르칠 때 책을 주기보다 직접 몸으로 알려주듯 몸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울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리움미술관의 소장품이 세갈의 ‘구성된 상황’과 교감하면서 새로운 관계성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가령 리움 소장품인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작품 14점이 놓인 공간에서는 세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키스’를 선보인다. 타원형으로 놓인 청동상 가운데서 ‘살아있는 조각’인 두 남녀 해석자는 서로를 껴안은 채 천천히 미술사 속 다양한 키스 장면들을 연출한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는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초록색 ‘비즈 커튼’이 놓였다. ‘키스’의 비즈 커튼 옆에는 ‘이 입장’이라는 작품이 펼쳐진다. 무용수, 바이올린 연주자, 축구 선수, 사이클 선수 등 4인의 해석자들은 바이올린, 축구공, 자전거를 신체의 연장처럼 다루며 서로의 움직임과 소리에 반응한다. ‘이 입장’이 열리던 공간에서는 6주 간격으로 작품이 바뀐다. 세갈은 “예술가들은 자기 시대 역사화를 그리는 사람들로, 자기 시대에 부합하는 방법을 쓴다”며 “사회가 점차 사물 중심에서 비물질의 관계 중심 사회로 이동하듯 나 역시 비물질적 방법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 비명·야권·기업인에 규제개혁 맡겼다

    비명·야권·기업인에 규제개혁 맡겼다

    박용진 ‘비명횡사’ 논란 딛고 기회 이병태 “친일은 당연” 막말 논란권익위원장에 ‘쌍방울 변호’ 정일연 선관위원에는 윤광일·전현정 지명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총리급인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업인과 여야 인사를 고루 발탁하는 ‘통합·실용 인사’를 단행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남궁범(62) 에스원 고문, 박용진(55)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병태(66) 카이스트 명예교수 등 3명이 위촉됐다고 발표했다. 박 부위원장은 초선 의원 시절부터 재벌 개혁에 앞장서 정치권에서 ‘재벌 저격수’로 불렸다.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로 특히 2024년 총선 당시 이른바 ‘비명횡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박 부위원장은 이번 인선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 수석은 “평소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하고 규제 개선을 추진해 온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장을 역임한 이 부위원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경제 정책을 맡았던 인물로 ‘홍준표 책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인선에서 이들 둘과 기업인 출신 남궁 부위원장을 함께 위촉하면서 통합과 실용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남궁 부위원장은 삼성전자 부사장과 에스원 대표이사를 역임한 기업인이다. 다만 이 부위원장은 “친일은 당연한 것”,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치매인가, 정신분열증인가” 등 막말 논란으로 이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도 불발된 바 있다. 당시 여론의 비판이 컸던 만큼 이 부분은 재차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장관급 국민권익위원장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이었던 정일연(65·사법연수원 20기) 법무법인 베이시스 변호사가 임명됐다. 이 수석은 “권익위를 조속히 정상화하고 국민 고충을 해소하며 부정부패 없는 사회를 구현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출신인 송상교(54) 전 진실화해위 사무처장이 임명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로는 윤광일(57) 숙명여대 교수와 판사 출신의 전현정(60·사법연수원 22기)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가 지명됐다. 윤 후보자는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중앙선관위 위원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는 강남훈(69) 한신대 명예교수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에는 김옥주(63) 서울대 의대 주임교수가 발탁됐다. 강 부위원장은 ‘한국형 기본소득’을 연구해온 진보 성향 경제학자로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스승’으로도 알려졌다.
  • 李대통령 “부동산 투기 없다니 놀라워”… 타르만 대통령 “난 흑백요리사 팬”

    李대통령 “부동산 투기 없다니 놀라워”… 타르만 대통령 “난 흑백요리사 팬”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일 “부동산이 사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많이 배워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총력을 쏟아온 이 대통령이 순방 현장에서도 관련 메시지를 멈추지 않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정부청사에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와 대한민국의 유사점 중에 하나는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은 뒤 “좁은 국토에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으면서도 주택 문제나 부동산 문제로 전혀 사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에도 싱가포르 사례를 인용하며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투기 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이날 외교부 본관 앞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이어 ‘난초 명명식’에 참석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 정상 등 주요 인사가 자국을 방문하면 국화인 난초의 교배종에 방문 인사의 이름을 붙이는 독특한 외교 관례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 측은 열대 난초의 한 종류인 반다(Vanda)를 선택해 ‘이재명 김혜경 난(Vanda Lee Jae Myung Kim Hea Kyu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대통령은 “정말 아름답고 향기 높은 난초에 제 이름을 붙이게 되어 정말로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도 정상회담 및 친교 오찬을 했으며, 타르만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 장소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카펠라 호텔이었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 외교의 평화 리더십을 상징하는 장소이기에 오늘 만찬이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타르만 대통령은 ‘흑백요리사’의 팬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된장과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라는 한국의 속담을 인용하며 “우리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함께 걸어오며,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성장하고 굳건해질 동반자 관계를 쌓아 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여사는 이날 ‘해녀의 부엌 싱가포르점’에서 한국 관광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해녀의 부엌은 제주의 해녀문화와 식문화를 공연과 음식으로 풀어낸 복합 다이닝 공간이다. 김 여사는 “해녀의 부엌 사례처럼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콘텐츠로 발전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며, 그 과정에서 지역경제가 성장하고 관광객들에게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선순환 구조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디서나 만나고 대화… 초연결이 이끈 ‘과학인재 용광로’[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어디서나 만나고 대화… 초연결이 이끈 ‘과학인재 용광로’[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개방된 공간서 생각 공유하며 혁신국적도 다양… 질문·토론 한계 없어대학과 기업 소통 ‘과학 거물’ 밑거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엔데버’에는 25일(현지시간) 한밤 중에도 불이 밝았다. 공용 로비 인근 식탁에 모여 저녁을 먹거나 대화를 하며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엔비디아 GTC 2026’ 준비가 한창이었다. 거대 스포츠 스타디움을 연상시키는 엔데버에는 직원들이 칸막이 대신 촘촘히 자리한 거대한 화이트보드 앞에 삼삼오오 모여 소통했다. 2층 건물에 자리한 오픈형 계단도 직원들의 소통 마당이었다. ‘어디서나 서로 만나고 대화하라’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이 떠올랐다. 엔데버는 전세계 과학·기술자를 끌어들이고 용광로처럼 합심해 미래를 만든다는 실리콘밸리를 비전을 담았다. 이런 개방된 문화 속에서 세계 곳곳에서 모인 과학 인재들은 다른 연구를 하는 이들과 일상을 함꼐 하며 혁신을 만들 빅아이디어를 얻는다. 미국 비영리단체(NPO) 조인트벤처 실리콘밸리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및 데카콘(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은 312개로 지난 5년간 3배로 늘었다. 이 지역의 유니콘·데카콘은 미국 전체 중에서 꾸준히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동력은 과학 네트워크다. 2024년 기준 외국인 국적의 기술직 전문가 비중이 70%에 달하는 실리콘밸리의 인적 구성을 볼때 과학 네트워크는 성과 창출을 위해 필수 요소다. 외국 출생인 과학·기술자 분포는 인도(25.6%), 중국(17.1%), 태국(3.6%), 한국(2.3%), 베트남(3.0%), 프랑스·독일·우크라이나(1.8%) 순이다. 실리콘밸리 개발자 커뮤니티 ‘해커 도조’는 이날 애딧야비어 랏솬 CEO의 ‘농업 분야 피지컬 인공지능(AI)’ 강연을 제공했다. 랏솬 CEO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에서 근무하다 농기계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애그토노미’를 창립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인도, 대만 등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 60여명은 스스럼 없이 질문을 던지고 토론했다. 한 참가자가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대는 언제쯤 오나”라고 묻자 랏솬 CEO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아직 공개는 안됐지만) 기업 시뮬레이션에선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참가자가 “중국 로봇 시연을 봤는데 컴퓨터그래픽으로 오인할 정도 기술력에 놀랐다. 중국 피지컬AI의 다음 단계는 무엇이고, 미국은 어떻게 대항해야 하냐”고 하자 랏솬 CEO는 “(중국은) 실제 생산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고,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하는 ‘모듈식’ 로봇 개발을 택하는 중국과 달리 우리는 로봇 전체를 직접 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행사에 대해 해커 도조 관계자는 “매년 450개 이상의 커뮤니티 행사를 연다.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통찰력을 얻고, 인근 학생들에게 AI 로봇 공학을 가르치거나 자원봉사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인 과학자들 역시 현지 네트워크의 핵심 줄기다. 캘리포니아주 남가주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한인 개발자·창업가·예술인 네트워크인 ‘소캘 K그룹’은 온오프라인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산업 트렌드를 공유하고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제니퍼 조 공동회장은 “기업도 많고 산업 규모도 큰 미국은 아는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고 팀원과 일자리를 소개 받는 등 한국에 비해 ‘믿을 만한 네트워킹’이 특히 중요한 사회”라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번에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한인 개발자들이 융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산학 협력 역시 기업과 과학자 간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면서 과학인재 양성의 중요한 통로가 됐다. 스탠퍼드에서 만난 생물학과 4학년 대니스(22)는 “주변에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가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거나 혁신적인 기업에서 일하려고 하는 열망과 압박, 즉 외부 자극이 더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원하는 기업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학생이 직접 해당 기업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교에서 금전적으로 지원해 근무하도록 만드는 제도도 있다”고 말했다. 소위 과학계 거물을 볼 기회도 잦을 수밖에 없다. 그는 “크고 작은 학생 동아리가 활발하게 인근 기업과 교류하는데, 지난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해커톤에 초청돼 강연을 했다”고 전했다. 반대로 기업은 대학과 함께 도전한다. 황 CEO가 모교인 스탠퍼드대에 3000만 달러(약 435억원)를 기부해 세운 ‘젠슨 황 공학센터’에는 ‘6명의 여성 메타 공학자와 대화하는 소모임’, ‘스타트업에서 사막에 스타링크 우주선과 태양광 단지를 건설할 공학자 모집’ 등과 같은 구인 광고가 벽면 곳곳에 붙어있었다.
  • 38세 늦깎이도, 이민자도 OK… ‘퍼스트 펭귄’ 키우는 美장학금[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38세 늦깎이도, 이민자도 OK… ‘퍼스트 펭귄’ 키우는 美장학금[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나이·인종 등 따지지 않고 장학금연구 독창성·인류 기여도가 우선“새로운 분야 시도하라는 말 들어”호반 장학생, UC어바인 박사과정“조건 없이 지원해야 깊은 연구 가능”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크 코리도어(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과학·기술자들은 수많은 장학금이 미국의 인재 육성 동력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구 지원금은 나이·인종·국적 등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연구 프로젝트의 독창성과 인류 기여도가 우선시된다.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크리스 곤잘러스(38)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38세에 공부를 시작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늦은 나이이기에) 책임감도 강하고, 교수와 동료 사이의 소통을 잘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이민 가정 출신인 크리스는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미국 통신회사에서 인터넷 설비 기사로 일했다. 6년의 근무 기간 동안 인터넷 설비와 관련된 물리학 강의를 들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고 2019년 대학에 진학했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인 크리스는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국립보건원의 장학금 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 늦은 나이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불안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과정을 밟는 한해윤씨도 “한국에선 어느 정도 연구가 이뤄진 영역을 발전시키려 연구한다면, 미국에서는 연구 성과가 안 나와도 좋으니 본인의 아이디어로 연구하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씨는 “우주 분야의 주류가 아닌 소행성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실용적이지 않은 주제라 연구에 펀딩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며 “이와 다르게 미국에서 연구 후원을 받을 때는 ‘소행성과 같이 아예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시도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캐나다 출신 해나 루포(22)는 학부에서 법의학을 전공한 뒤 화학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화학과 범죄 간의 연계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학문일수록 접목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장학금·투자 제도는 연방정부, 주정부, 학교, 기업, 민간 재단 등 사회 전 분야에 촘촘하게 퍼져 있는 연구 안전망이다. 미국 역시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경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지원 규모가 압도적인 세계 1위인 데다 지원 시스템도 다양하다. 정순조 칼텍 항공우주공학 교수는 “칼텍은 규모가 작다는 것을 이점으로 살려 소수 정예 연구진에게 상대적으로 넉넉한 지원을 해 준다”며 “연구 분야가 희귀하고 실패 확률이 클수록 학교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호반 장학생 9기로 UC어바인의 박사과정 5년 차가 된 김기민(33)씨는 “한국의 경우 5년 안에 논문이나 특허를 몇 개 내는지 정량적 평가가 중요하고, 그때그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연구 주제의 유행이 뚜렷하다”면서 “반면 미국에서는 각 연구자가 관심사에 맞춰 자신만의 속도로 한 연구가 장기적으로 ‘퍼스트 펭귄’이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반 장학제도처럼 조건 없이 학문 연구를 이어 갈 수 있게 지원해야 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스탠퍼드대는 전공 무관 재학생들을 위해 이공계 학생들의 창업을 돕는 ‘스탠퍼드 기업가정신 양성 프로그램’(STVP)과 디스쿨을 운영하는데, 사무실에는 ‘당신이 실수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도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티나 실리그 STVP 명예교수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실패는 피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실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며 “큰 실패로 이어지기 전에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작은 실험에서부터 시작해 결과를 보며 실패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게 핵심이다. 도전은 실패가 아닌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민간에서는 ‘와이 콤비네이터’(YC)와 같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초기 스타트업 육성 조직)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에어비앤비 등 4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배출한 미국 최대 액셀러레이터 YC는 아이디어뿐인 초기 스타트업 창업 준비자에게 초기 창업 교육, 투자자·기업 등 네트워크 연결, 시장 전략 코칭 등을 제공한다. 지난달 26일 찾은 YC에서는 창업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YC 지원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출신 학생들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 조직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 캠퍼스공중보건학 부교수인 박보영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남가주지부 회장은 “유색 인종에 대한 유리천장이 있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를 편하게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기성 학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안전하게 실패하는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작고 소소하게 자기 능력을 시험하고 아이디어를 선보일 기회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안규백 장관, 콜비 美차관과 통화… “중동상황 공유, 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

    안규백 장관, 콜비 美차관과 통화… “중동상황 공유, 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

    국방부는 안규백 장관이 이란 사태와 관련해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중동 상황을 공유받았다고 2일 밝혔다. 국방부는 “미측의 대(對) 이란 군사작전과 관련한 입장을 청취했다”며 “이를 통해 미측과 중동상황에 대해 인식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은 급변하는 국제안보 환경에서도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통화는 이날 오후 8시 30분에 이뤄졌다. 군 관계자는 “미측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전쟁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 핵확산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한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협상 중이던 국가가 군사 공격을 받는 장면이 현실화하면서 미국의 적대국들이 외교보다 핵 개발을 더 안전한 선택지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미국의 적대적인 국가들은 핵 개발 필요성과 명분을 훨씬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 러시아 등 미국과 대결 구도에 있는 국가들도 미국과 같이 핵확산을 원치 않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막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지프 로저스 핵문제 프로젝트 부소장도 1일 (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단기적인 이란 핵확산 위험을 중대하게 줄였을 수 있지만 새로운 유형의 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가 강대국간 핵 관리 체제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미국·러시아·중국이 참여하는 핵 군축을 논의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핵확산 우려도 일정 부분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런 사태로 미국 주도의 ‘힘에 의한 국제질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이란 침공에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을 제어할 세력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앞으로도 미국은 군사력을 앞세워 적대국에 대한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투사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괴물 카메라·로봇 팔 탑재… 中의 ‘스마트폰 굴기’

    괴물 카메라·로봇 팔 탑재… 中의 ‘스마트폰 굴기’

    샤오미 1인치 폰카로 갤 S26에 도전화웨이 1관 독점, 자율 복구 선보여알리바바 스마트안경·반지 전면에생각하는 ‘지능형 AI’ 기술 선보여한국은 통신 3사 등 AI 생태계 확장 샤오미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6’ 개막을 이틀 앞둔 28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신제품 출시 간담회를 열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 17 시리즈’를 공개하며 삼성전자 갤럭시의 독주 체제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제품 ‘갤럭시 S26’ 시리즈를 공개하며 기세를 올린 삼성전자에 정면 승부를 건 셈이다. 샤오미 17 시리즈는 독일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 샤오미 최초의 1인치 LOFIC 메인 센서를 탑재하는 등 카메라 성능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는 생성형 AI와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서비스에 집중한 갤럭시 S26 시리즈와는 확실한 차별점을 두는 행보다. 루웨이빙 사장은 “향후 5년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완성형 생태계를 구축해 갤럭시를 위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파상공세는 샤오미에 그치지 않고 아너(Honor)로 이어진다. 아너는 이번 MWC에서 물리적 로봇 팔로 최적의 구도를 잡는 ‘로봇 폰’과 브랜드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며 갤럭시가 주도해온 기존의 모바일 생태계를 넘어 피지컬 AI 영역으로의 확장을 선언했다. 과거 ‘가성비’의 대명사였던 중국 제조사들이 이제는 독자적인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조하며 삼성전자의 강력한 라이벌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이번 MWC에 참가한 350여개의 중국 기업 전반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며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기술적 굴기는 이번 MWC의 핵심 비전인 ‘지능(IQ)의 시대’를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전시장 1관을 통째로 독점한 화웨이는 AI 기반의 자율 복구 네트워크를 선보이며 기세를 올렸고, 알리바바는 자체 AI 어시스턴트 ‘큐원’을 탑재한 스마트 안경과 반지 등 공격적인 웨어러블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20년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의 시간이었다면, 향후 20년은 그 연결이 스스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지능형 공간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GSMA의 선언을 중국 기업들이 실제 제품과 기술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의 각축장이었던 MWC는 이제 인공지능이 웨어러블 및 휴머노이드라는 ‘몸체’를 얻고 우주 통신망을 통해 끊김 없이 사고하는 글로벌 AI 기술의 경연장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AI 인프라 부문에서는 SK하이닉스, 암(Arm), 퀄컴 등이 최신 AI 칩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메타 역시 최신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AI 에이전트를 심은 차세대 스마트 글래스 기술을 선보인다. SK텔레콤은 인프라와 모델을 아우르는 ‘풀스택 AI’ 전략으로 5190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초거대 AI 모델 ‘A.X K1’을 국내 최초로 현장 시연하며 기술적 우위를 강조한다. 특히 SK텔레콤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엔비디아의 ‘AI-RAN(인공지능 무선 접속망) 얼라이언스’ 이사회 회원사로 활동하며, 통신망을 데이터 전달 통로가 아닌 AI 연산 인프라로 진화시키는 글로벌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또한 로봇과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플랫폼 ‘K RaaS’와 오픈AI 협업 기반의 ‘에이전틱 AICC’ 등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작동하는 구체적인 AI 솔루션들을 대거 공개하며 한국 테크 기업의 저력을 과시한다. 20주년을 맞은 올해 바르셀로나 MWC는 205개국에서 2900여개 기업이 집결하고 11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역대급 규모의 축제가 될 전망이다.
  • 자멸의 국힘… 몽둥이처럼 휘두르는 ‘도덕’이란 무엇인가 [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자멸의 국힘… 몽둥이처럼 휘두르는 ‘도덕’이란 무엇인가 [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지한파’ 오구라 기조 日 교토대 교수“한국은 도덕의 잣대로 모든 것 판단도덕 쟁취 위해 자기선전에 필사적”한국인의 성향, 조선 성리학이 ‘뿌리’국힘, 사실 아닌 ‘윤리’로 한동훈 제명유생들, 도덕 무기로 정적 공격 연상“정당의 당대표로서 자신의 가족이 연루된 당원게시판 사건이 최초 제기되고 이를 인식한 순간부터, 가족의 중대한 해당 행위와 일탈 행위에 윤리적 책임을 지는 것이 ‘우리가 한 조직의 수장에게 기대하는’ 보통의 통상적인 윤리적, 직업윤리적 감정에 비추어 볼 때 상식에 부합한다.” 지난 1월 14일 새벽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결정문의 한 대목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족이 당내 익명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비방하는 글을 썼다며 불거진, 이른바 ‘국민의힘 익명 당원게시판 사건’이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윤리위원회는 그 판단에 의거해 한 전 대표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다. 한 정당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였다. ●“한국은 도덕 지향성 국가” 이 징계는 과정과 결과 모두를 두고 큰 논란을 불러왔다. 한밤중까지 회의가 이어지고 새벽에 결정문이 나온 것부터 통상적이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제명 결정문을 내놓은 지 9시간 만에 “긴급하게 작성, 배포된 결정문인 것을 감안해 달라”며 사실관계 정정이 있었다. “당원게시판 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을 징계의 근거로 삼았다가 “(한 전 대표가) 직접 게시글을 작성했는지는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럼에도 징계가 철회되거나 수위가 조절되는 일은 없었다. 징계의 근거가 ‘사실’이 아닌 ‘윤리’였기 때문이다.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 한 일일지라도, 심지어 가족의 소행인지도 분명치 않더라도, ‘모름지기 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책임지는 것이 윤리인데 한동훈의 태도는 그 윤리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단 칼집에서 뽑힌 칼은 쉽게 칼집으로 들어가지 않는 법.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임명한 윤민우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른바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향해 ‘윤리의 칼’을 주저 없이 휘둘렀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속절없이 떨어져 2월 26일 현재 17%까지 추락해 있다. 도덕이 정치의 무기가 되어 휘둘러지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외부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 서울대 철학과에서 8년간 한국철학을 연구하고 귀국해 교토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지한파 지식인 오구라 기조의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를 펼쳐볼 때다. 일본에서 1998년 출간되었지만 한국에는 19년이 흐른 2017년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주자학적 사고의 틀이 현대 한국인의 정신세계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도덕 지향성 국가’이다. 한국은 확실히 도덕 지향적인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한국인이 언제나 모두 도덕적으로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 지향적’과 ‘도덕적’은 다른 것이다. ‘도덕 지향성’은 사람들의 모든 언동을 도덕으로 환원하여 평가한다. 즉 그것은 ‘도덕 환원주의’와 표리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책의 1장 1절 첫 번째 문단부터 등장하는 도발적인 주장이다. 풀어서 설명해 보자.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 도덕적이고 또 부도덕하다.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 사람, 가령 일본인에 비해 특별히 더 도덕적이거나 부도덕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인은 도덕을 ‘지향’한다. 본인의 삶이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 역시 도덕적인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그렇게 도덕의 잣대로 모든 사람을 판단하는 ‘도덕의 나라’가 되어 버린다. 여기서 당연한 의문이 든다. 모든 사람은 나름의 방식대로 도덕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기독교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면 십계명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테고,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선지자 마호메트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아이들을 가르칠 테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도덕과 윤리가 존재하는 것과 모든 것을 도덕으로 ‘환원’하는 것은 다르다. 한국은 도덕의 잣대로 바라볼 일이 아닌 것까지 도덕과 윤리로 묻고 따지는 ‘도덕 환원주의’ 국가이며 그 점에서 다른 나라, 가령 일본과 분명히 다르다. ●스포츠 스타·연예인도 ‘도덕적 판단’ 오구라에 따르면 이런 차이는 심지어 TV 드라마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 드라마 속의 연인들은 감정이 어긋났다는 이유로 헤어진다. 반면 한국 드라마의 연인들은 각자가 지니고 있는 ‘올바른 사랑과 관계’의 당위적 규정을 상대방에게 설교한다. 그것은 단순한 사랑싸움을 넘어 세계관의 격돌이다. 일본 드라마에 비해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은 술을 마실 때도 ‘예의 바르게 따르는 법’을 따진다. 노래를 부르러 노래방에 가도 ‘매너’를 찾는다. 스포츠 스타도 아이돌 가수도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의 기준에 맞춰 기부와 선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심지어 탈옥수 신창원마저도 체포되어 언론 앞에 서자 ‘어렸을 때 나한테 착하다고 해 준 선생님이 한 명만 있었다면 삐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덕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오구라는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흥분은 항상 여기에서 유래한다. 사람들은 도덕을 쟁취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필사적으로 자기선전을 하고 있다. (중략) 이것이야말로 도덕 지향성의 본령이다. 자기 자신의 사욕만 생각해도 결코 규탄받지 않는 일본의 선수나 연예인과는 다르다.” 오구라에 따르면 한국인의 이런 성향은 조선을 지배한 유학자들의 지배 이념인 성리학에서 비롯했다. 성리학은 사람을 비롯한 만물의 보편적인 규범이자 도덕성이며 원리인 리(理)가 내재해 있다고 본다. 반면 사람과 사물에 각기 달리 주어진 물질성, 기(氣)는 탁하고 치우쳐 있다. 기의 영향으로 인해 리가 온전히 발현되지 못하므로 세상에는 악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기를 이겨내고 리를 회복해야 할 도덕적 책무를 진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이들이 수백년간 지배 계층을 형성하며 한국인의 심성 구조를 틀 지웠다. 그러므로 도덕 환원주의 국가 한국은 ‘하나의 철학’인 것이다. 흥미로운 주장이다. 성리학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철학사적 지식과 맞느냐는 논점을 별개로 친다면 더욱 그렇다. 오구라는 이러한 관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해석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무릎을 치며 공감하게 되는 대목이 더 많다. ●성리학적 사고에 묶여 있는 국힘 국민의힘 익명 게시판 사건, 혹은 한동훈 제명 사건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애초에 익명 게시판은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도록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존재하는 사이버 공간이다.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윤 전 대통령이나 다른 인사를 향해 품고 있는 불만을 거칠게 표현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 비난 가능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높지 않다. 다른 정치인과 그 가족의 경우를 전수조사해 보면 비슷한 활동 내역을 보이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정치가 도덕을 상실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도덕이 정치의 무대에서 몽둥이처럼 휘둘러지고 있는 풍경은 더욱 생뚱맞고 당혹스럽다. 한 차례 징계문이 정정된 후 2시간 만에 또 정정 안내가 나올 정도로 정돈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오직 도덕과 윤리가 근거인 처벌이 이루어졌다. 도덕 지향성을 품고 있는 도덕 환원주의자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정치 행태가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도덕과 윤리를 무기 삼아 정적을 공격하며 권력을 지켰던 조선시대 유생들이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에서 버젓이 살아 숨쉬는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 지경이다. 이렇게 성리학적 사고방식에 묶여 있는 국민의힘이 17% 지지율로 주저앉는 사이,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재명 대통령은 60%가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만끽하며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입법권과 행정권을 휘두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야당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잘못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산업화 최첨병 기능인… 과학기술 사회서 왜 소외됐나

    산업화 최첨병 기능인… 과학기술 사회서 왜 소외됐나

    노동권 보장 안 돼 사회 인정 없고기술 인력 양성 때 여성 배제 한계“현장직 인정 요구·저항 마주해야”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되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인재에 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기술을 실현하는 기능인, 숙련 기술 노동자는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 한국 현대 노동사 연구자인 장미현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박사가 최근 출간한 학술서 ‘한국 기술노동의 사회사’(사진·역사비평사)에서는 1950~80년대 산업화 시기 기술직 노동자의 경험과 인식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연세대 사학과 박사학위 논문인 ‘박정희 정부 시기 기술 인력 정책의 전개와 숙련노동자의 대응’을 수정, 보완한 책이라 다소 경직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1958~61년생 기술 노동자들의 생생한 구술 기록 덕분에 의외로 쉽게 읽힌다. 1970~80년대 산업화를 위해 정부는 하위직 기술 인력인 기능직들이 우대받는 기능 우대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정부는 ‘전 국민의 과학화’ 운동과 연동시켜 청소년들에게 기능사 자격증 취득이라는 성취를 경험시키려 했다. 하지만 기능경기대회 수상자들에게 부여한 가장 큰 혜택은 대학 진학 기회였다. 최고 기능을 가진 엘리트 기능공들마저 진학을 통해 학력을 높이지 않으면 학력 중심 사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 박사는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사회에서 기능이 우대받고 기술 인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기능직 노동자들이 사회의 인정을 받을 리 만무했다고 꼬집는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기능직 노동자들이 사무관리직과 기능직의 차별 철폐를 외쳤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기술 인력 양성정책에서 철저히 여성을 배제한 것도 한계였다. 1970년대 노동조합 결성과 노동운동이 여성 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된 것은 한국 사회가 여성 노동자들이 가진 기술을 인정하지 않았고, 개인적 성장을 추구할 여지가 있었던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그런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장 박사는 “한국 노동시장의 직업계 고등학교 차별과 젠더 불평등은 여전히 강고하다”며 “1950~80년대 여성과 남성 기술 인력의 경험과 실천의 역사는 오늘날 현장직 노동자들의 인정 요구와 저항에 한국 사회가 좀 더 진지하게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합시다… 공부합시다…사랑합시다… 인생, 젊게 삽시다” [월요인터뷰]

    “일합시다… 공부합시다…사랑합시다… 인생, 젊게 삽시다” [월요인터뷰]

    “정신이 성장 멈출 때 늙기 시작”인생을 늙게 사는 사람이 가장 불행기억력 떨어져도 사고력으로 성장새해 계획? 내년 쯤에 새 책 낼 것“AI 만능주의는 병들게 돼”AI한테 물으면 이미 철학자 아냐인문학은 AI 에 내용 주고 키우는 것AI 아닌 사람이 공간의 주인 돼야“국민들 가장 큰 걱정은 정치·종교”종교는 정신, 정치는 현실의 차원 종교가 정치 지배하려 들면 곤란다양성·창조성에 열린 사회로 가야 “오래 살아도 젊게 사는 사람이 있고, 짧게 살아도 빨리 늙는 사람이 있어요. 정신적으로 공부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은 안 늙습니다. 제일 불행한 사람은 젊게 살 수 있는 인생을 늙게 사는 사람이에요.” 3·1운동 이듬해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두 차례의 군사쿠데타, 민주화, 계엄과 탄핵, 민주주의의 복원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근현대사를 모두 겪은 김형석(106) 연세대 명예교수는 여전히 계획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말에 신년 인터뷰를 약속했지만,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지난달 10일에야 연희동 자택에서 만난 김 교수는 “다시 걸음마를 시작했다”며 활짝 웃었다. 쇠약해진 기력을 다진다는 의미와 함께 내년에 새로 낼 책을 준비하겠다는 의지였다. ‘100세 철학자’의 요즘 화두는 인공지능(AI)의 시대, 인문학의 역할이다. 김 교수는 “AI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들면 사람도 사회도 빨리 병들 것”이라며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AI가 아닌 사람이 주인이어야 하며 인간은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창조하는 존재인 만큼 AI가 뒤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퇴원 이후 건강은 좀 어떠신가. “괜찮다. 건강이 좋지 않아 좀 쉬고 있었다. 사람은 평생 다시 태어나고 열매를 맺는데, 해가 바뀌는 건 다시 태어나는 때다. 거짓 없이 살고, 더불어 살려고 한다.” -AI가 가져오는 변화가 한국 사회의 화두인데. “AI를 선한 방향으로 이끌면 도움이 될 테지만, AI로 모든 걸 다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사회가 더 빨리 병들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AI에 물어보면 되는데 공부할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러면 나만의 글을 못 쓰고, 나만의 생각을 못 갖는다. 사고력과 표현력이 없는 인간으로 자란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도 비슷할 테고, 그때도 ‘AI한테 물어보자’란 식이면 ‘나’란 존재는 이미 그 사람 안에 없게 된다. 심각한 문제다. 자연과학이나 기계공학은 하나의 물음에 하나의 답이 나온다. 하지만 사회과학은 여러 가지 답이 있어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하나뿐이라면 그 사회는 발전이 없다. AI에 사회과학 문제를 물어 한 가지 답을 도출하고 그것을 따라간다면 독재나 다름없다. 철학과 종교, 문학, 예술 등 인문과학은 하나의 물음에 대해 같은 대답이 나오면 안 된다. 창조력과 다양성이 없어진다. 들판에 다양한 꽃이 많으니 아름다운 것이 인문학이다. 철학자가 AI한테 물어보기 시작하면 이미 철학자가 아니다. 인문학이 AI를 따라가면 사람이 죽는다. 인문학은 AI의 내용을 채우고,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은 AI 위에 있어야 한다.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은 AI와 연결되어 있더라도 독립적인 존재여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도 그런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피지컬 AI가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계만 있고 사람은 밖에 나와서 일하더라’라는 식은 안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AI가 아닌 사람이 공간의 주인이어야 한다. 수천 년 역사 동안 인간은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었고 항상 창조하는 존재였다. AI가 인간을 뒤따라오도록 하자. 인문학을 다시 키우자는 것도 같은 이야기다.” -100세 시대라고 할 만큼 평균수명이 늘고 있는데. “오래 산다는 건 한계가 있다. 영원히 산다는 건 없다. 중요한 것은 길게 사는 것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도 AI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논란이 된 통일교와 신천지 등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 시도를 어떻게 보는가. “국민이 가장 불만스럽고 실망과 걱정을 안기는 존재가 요즘은 정치인과 종교인 같다. 과거에는 종교인들이 사회를 이끌었는데 지금은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슬람교와 유대교가 싸우는 중동은 종교 때문에 불행해진 대표적인 사례다. 유대교는 구약성경에 따라 원수를 갚으라고 한다. 이슬람교의 코란은 싸움해서라도 이기는 것이 알라신의 뜻이라고 했다. 이렇게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려 들면 곤란하다. 그런데 통일교는 종교의 이름으로 돈을 벌고, 정치에 관여하려고 했다. 통일교나 신천지를 종교로 인정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종교와 정치는 차원이 다르다. 종교는 정신적 가치를 창조해주고 정치는 현실의 일을 해야 한다. 종교가 정치적 지도력을 갖추려고 하면 이미 종교가 아니다.” -갈수록 혐오 표현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도 크다. “사회는 좁아지면 불행해진다. 포용하는 열린 사회로 가야 한다. 냉전을 지나면서 좌는 진보로, 우는 보수로 변했지만, 같이 살아야 한다. 열린 사회는 다양성과 창조성의 사회다. 자유와 인간애를 존중하면 더불어 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미국이었다. 물론 미국도 늙어서 ‘우리만 잘 살자’로 바뀌었지만….” -강연 때 ‘정신이 성장을 멈출 때 늙기 시작한다’라고 강조한다. 요즘도 새롭게 깨닫는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오래 살아도 젊게 사는 사람이 있고, 짧게 살아도 빨리 늙는 사람이 있다. 신체적인 늙음은 누구나 같다. 정신적으로 공부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은 안 늙는다. 공부도, 일도 안 하는 사람은 빨리 늙는다. 안 늙으려고 하면, 더 빨리 늙는다. 보통 50세쯤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니 늙었다고 느낀다. 내가 살아보니 기억력이 약해지는 대신 그 나이가 되면 사고력이 생기더라. 그렇게 70~80세까지 간다. 80세부터는 (정신적으로) 더 성장은 못 하지만 연장해보자고 했다. 일을 안 하게 되면 음악도 듣고 그림도 보자 생각했는데, 계속 일이 끊이지 않았다(웃음). 제일 불행한 사람은 젊게 살 수 있는 인생을 늙게 사는 사람이다. 친구 안병욱(1920~2013·철학자) 선생이 말한 늙지 않는 법이 있다. 공부하고, 여행하고, 열심히 연애한 사람이 안 늙는다고 했다. 친구인 한우근(1915~1999·사학자) 선생이 ‘(안병욱) 당신은 왜 한평생 늙었어?’라고 물으니 ‘연애를 못 해서, 80세가 넘으니 상대가 없더라’라고 답해 다 같이 웃은 일이 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기 전 ‘집이 비는데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물었다. 병중 아내를 20년간 돌봤으니 재혼이라도 해서 행복하게 살라는 뜻을 은근히 비친 것이었는데, 그때는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당시 84세였으니 다 산 줄 알았다. 나이 든 사람이 고독하게 혼자 사는 것보다는 여자친구가 있고 남자친구가 있을수록 행복하다. 그게 인간이다.” -요즘 세대에겐 역사 속 인물인 윤동주 시인과 어릴 때 공부하셨더라. “중학교 3학년 때 1년을 같이 있었다. 병아리 시인이지만 큰 닭이 되어 세상을 울릴 것이라고 부러워했다. 신사참배 문제로 숭실중학교가 문을 닫게 될 때 거부하고 떠난 사람이 윤동주와 나 둘이다. 헤어지고 나서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가끔 연세대(캠퍼스 안 윤동주) 시비 앞에 서면 내가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당신 모교의 스승이니 지금은 내가 위라고(웃음).” -새해 계획이 있으신가. “젊었을 땐 과거가 짧고 미래는 마냥 길었다. 꿈도, 희망도 많았다. 100세가 넘은 뒤로는 과거는 길고 미래는 없더라. 그래서 ‘올 1년은 뭘 해볼까’라고 힘껏 생각한다. 올해는 건너뛰지만 내년에 새 책을 내보려고 한다.” -건강을 되찾으시면 좋겠다. “요새 걸음마를 다시 시작했다. 하하하.” ■김형석 명예교수는 1920년 평북 운산에서 태어났다. 윤동주(1917~45) 시인과 평양의 미션스쿨 숭실중에서 함께 공부했다. 일본 조치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고향에서 해방을 맞았지만, 반공 성향 개신교 지식인이던 그는 1947년 월남했다. 1954년 연세대 초대 총장 백낙준의 권유로 교편을 잡았고 1985년 정년까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수필과 강연으로 대중과 교감했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1961)’는 1년 만에 8만부(누계 60만부)가 팔려나갔다. 한국 출판 사상 가장 많이 팔린 박계주의 소설 ‘순애보(1939)’를 20여년 만에 넘어섰다. 2024년 ‘김형석, 백년의 지혜’로 세계 최고령 저자(103년 251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지난해 ‘김형석, 백년의 유산’으로 기록을 갱신했다.
  • 불매에도 ‘정가 고집’ 아크테릭스 매출 급등…영포티가 팔아줬나 [핫이슈]

    불매에도 ‘정가 고집’ 아크테릭스 매출 급등…영포티가 팔아줬나 [핫이슈]

    히말라야 고산지대 불꽃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논란 이후에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매운동 움직임에도 가격 인하 없이 매출이 크게 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시대주보는 26일 아크테릭스 모회사 아머스포츠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히말라야 불꽃쇼 논란 이후에도 브랜드 성장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아머스포츠가 24일 발표한 2025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7% 증가해 66억 달러(약 9조 40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아크테릭스가 포함된 전문 의류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34%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대중화권 매출도 43% 이상 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회사 측은 아크테릭스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히말라야 불꽃쇼는 지난해 티베트 고산지대에서 열린 대형 이벤트로 생태계 훼손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소비자들은 “산을 폭파한 것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일부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도 나타났다. 중국 당국 조사에서는 행사 차량 이동과 인원 통행 등으로 초원 약 30㏊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관련 공무원들이 처벌됐다. 행사 주최 측은 환경 복구 작업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크테릭스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아웃도어계 명품’으로 불리며 수십만~백만원대 고가 제품에도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구매력이 높은 30~40대 소비층이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고가 기능성 재킷이 인기를 끌면서 아크테릭스는 온라인에서 이른바 ‘영포티 브랜드’로 알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포티는 젊은 감각의 패션과 소비문화를 공유하는 40대를 가리키는 말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대 표현이다. BBC는 스트리트 패션과 최신 IT 기기를 소비하는 40대를 영포티로 설명하며 젊은 문화를 소비하는 중년층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아크테릭스처럼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실제 구매력은 30~40대 소비층이 중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젊은 층까지 소비가 확대되고 있지만 고가 제품 특성상 핵심 소비층은 여전히 이른바 ‘영포티’ 세대라는 것이다. ◆ 논란에도 할인 줄였다 아크테릭스는 논란 이후에도 가격 전략을 유지했다. 할인 판매로 논란을 덮기보다 정가 판매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아머스포츠 재무책임자 앤드루 페이지는 실적 발표에서 매출 성장이 정가 판매 중심 전략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등 주요 할인 행사 참여를 줄였지만 4분기 동일 매장 매출은 16% 증가했고 전문 의류 부문 영업이익률은 21%를 넘었다. 업계에서는 아크테릭스의 전략이 명품 브랜드와 유사한 가격 관리 방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제품 구성 변화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 제품 매출은 40% 이상 증가했고 신발 매출도 40% 가까이 늘었다. ◆ 매장 확대 지속…소비자 반응은 엇갈려 아크테릭스는 논란 이후에도 확장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아머스포츠는 2026년 전 세계에서 아크테릭스 매장 25~30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매장은 북미와 중국 시장에 집중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뉴욕 록펠러센터에 매장을 열고 중국 청두 타이쿠리 매장을 확장하는 등 핵심 상권 중심으로 매장을 늘렸다.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소후닷컴 기사 댓글에서는 “환경 피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왜 처벌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제품이 좋으면 구매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의견과 “온라인 비판층은 실제 구매층이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타났다. 히말라야 불꽃쇼 논란은 브랜드 가치와 환경 책임 사이의 충돌 사례로 평가된다. 논란 이후에도 매출이 증가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브랜드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특성상 장기적으로 소비자 인식이 어떻게 변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 [사설] 더 뻔뻔해진 北 ‘통미봉남’… 한미 공조 빈틈없어야 하건만

    [사설] 더 뻔뻔해진 北 ‘통미봉남’… 한미 공조 빈틈없어야 하건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떤 세력의 군사적 적대 행위에도 즉시에 처절한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제9차 당대회를 기념해 그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최근의 국제 정세에는 “평화보장체계가 여지없이 붕괴되고 군사적 폭력의 남용으로 도처에서 파괴와 살육이 그칠 새 없는 현 세계”라고 했다. 핵무기에 이어 각종 투발 수단을 잇따라 공개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는 김 위원장이 할 수 있는 발언인지 쓴웃음만 나온다. 김 위원장은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에 힘쓰고 있는 마당에 ‘적대적 두 국가’의 빗장을 더 단단히 걸어 잠근 것이다. “한국의 집권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며 졸작”이라고도 폄하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완전 붕괴’를 거론하며 ‘선제 핵공격’을 위협한 점에는 무모함의 극치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핵보유국 인정과 대(對)조선 적대 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도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미국과 소통하되 한국은 배제한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찾는 3~4월 북미 회동 가능성을 타진한 것과 다름없다.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자산을 등장시키지 않은 것도 이런 의도를 반영한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은 다른 나라”라는 인식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억지 논리를 하루아침에 바꾸게 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정부의 대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통미봉남이 한미동맹의 약화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악의 사태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는 대명제는 더욱 분명해졌다. 최근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빚는 불협화음이 아찔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어떤 이유로도 한미동맹이 삐걱거리는 소음이 노출되는 패착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 [마감 후] 젠지스테어

    [마감 후] 젠지스테어

    ‘젠지스테어’. Z세대(1997~2012년생) 특유의 시선 처리 방식을 뜻하는 신조어다. 매장 등에서 인사나 질문을 건넸을 때 답변 없이 빤히 쳐다만 보거나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이 Z세대에게서 관찰된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최근 한국에서도 일부 공감을 얻고 있다. 젠지스테어에 공감하는 이들은 그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어렸을 때부터 전자기기 화면에 몰입한 채로 자랐으며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교육까지 경험한 Z세대가 대면 관계에서 적절한 소통 방식을 체득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분석이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면 아마도 Z세대보다 윗세대일 것이다. 아랫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못마땅한 윗세대가 ‘너희는 사회화가 덜 됐구나’라는 식으로 뭉개버리는 폭력적인 세대 분석이 아닐까 싶다. 2000년대 초반 대학생 사이에서는 머리 염색이 유행했다. 당시 내가 강의를 들었던 한 교수는 “요즘 애들은 외국인이 되고 싶은 거냐”며 학생들의 머리 염색을 이상하게 여겼다. 당시 학생들은 머리색도 옷처럼 패션의 한 부분이라 여겨 개성을 드러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교수는 거창하게 ‘사대주의’를 끌어다 무지몽매함으로 덧칠해 버렸다. 고바빌로니아의 수메르어 점토판에도 “애들이 철이 없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세대론은 인류의 영원한 이야깃거리일 테다. 세대마다 성장 환경이 꾸준히 변하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행동 양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세대론은 좋게 해석하면 아랫세대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기성세대의 부단한 노력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책망이나 비하로 흐르곤 한다. 게다가 세대론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벗어나기 어렵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몇몇 사례를 묶어 내가 비난하고 싶은 집단에 투영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또 젠지스테어처럼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지면 이전에는 별달리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행동도 그 범주 안에 묶으려 한다. Z세대를 논할 때 주로 등장하는 주제는 젠지스테어처럼 소통의 문제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MZ세대를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일하는 개념 없는 신입사원’으로 그려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요즘 애들은 소통에 서툴러’로 요약된다. 그러나 ‘사회적 인간’이 등장한 이래 사람 사이의 소통 문제가 고민거리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을까. 게다가 편지에서 전보로, 전화로, 인터넷 채팅과 모바일 메신저로, 이제는 인공지능(AI)까지 새로운 통신수단과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소통 방식도 그에 맞춰 달라졌다. 요즘 저녁때 동네 공원 공터나 운동장에 가 보면 젊은이들이 모여 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고 있다. 감자튀김만 함께 먹는 ‘감튀 모임’도 유행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해석이 따라붙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대면하고 소통하고 있다. 윗세대라고 해서 소통에 능한 것도 아니다. 정치만 보더라도 그렇다. 젠지스테어라는 말로 지적질에 나선 윗세대는 과연 소통할 준비가 돼 있을까. 미국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가수 매릴린 맨슨은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대신 들을 겁니다. 그게 바로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이니까.” 신진호 온라인뉴스부 차장
  •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사장 선임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사장 선임

    한국경제신문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조일훈 편집인 상무이사 겸 논설위원실장을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조 신임 대표의 임기는 3년. 조 신임 대표는 1992년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해 경제부장,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 햇빛이 기본소득 되는 마을… 영광군이 처음 시작했습니다

    햇빛이 기본소득 되는 마을… 영광군이 처음 시작했습니다

    195㎾ 발전 수익 연간 1100만원전액 기금 적립·주민 복지 재투자마을 공모 거쳐 올 10곳 추가 조성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지원도 추진군민 1인당 기본소득금 연 50만원탄소중립·소멸 위기 해결 모델로 정부가 ‘햇빛소득마을’ 정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범정부 조직인 ‘햇빛소득마을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사업 기획·조정부터 계통 연계, 부지 확보, 금융 지원까지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정부는 2026년부터 매년 500개 이상, 2030년까지 25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남 영광군은 이러한 국정 방향에 앞서 주민 참여와 수익 공유를 기반으로 한 마을 단위 태양광 발전소,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 기본소득 제도를 연계해 ‘햇빛이 기본소득이 되는 마을’ 모델을 지역 현장에서 구체화해 온 선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설치비 50% 지원, 주민 초기 부담 낮춰 영광군은 지난해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마을 단위 태양광 발전소 4곳을 준공하고 현재 본격 가동 중이다. 이 사업은 에너지 전환과 농어촌 소득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영광군의 핵심 시책이다. 정부의 ‘햇빛소득마을’ 정책 취지를 지역에서 선제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주목된다. 시범사업을 통해 총 195㎾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50㎾ 3기, 45㎾ 1기)가 설치됐다. 연간 약 256M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발전 수익은 약 11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또 대출 상환 기간에는 연 320만원, 상환 완료 이후에는 연 800만원 내외의 순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발전 수익은 전액 마을 공동기금으로 적립돼 공동급식, 경로잔치, 취약계층 돌봄 등 주민 복지 사업과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재투자된다. 영광군은 설치비의 50%를 군비로 지원해 초기 부담을 낮추고 마을이 장기적으로 자립형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재정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경제 선순환 공동체 구축 ‘햇빛소득마을’ 사업은 대규모 발전 중심의 기존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 소규모 분산형 전원 확대와 주민 참여형 운영을 지향한다. 영광군은 태양광 발전 이익이 지역 주민에게 직접 환원되는 구조를 정착시켜 중앙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지역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군은 올해 안에 마을 단위 태양광 발전소 10개소를 추가 조성할 방침이다. 신규 마을 공모와 주민설명회를 통해 사업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입지 여건, 전력 계통 연계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해 대상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영광형 햇빛소득마을이 주민들이 체감하는 소득 사업이자 복지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다하겠다”며 “에너지 자립과 지역 경제 선순환이 함께 작동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동체 모델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군은 마을 단위 태양광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지원 사업을 통해 에너지 자립 도시 구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태양열·지열 등을 한 지역에 통합 보급하는 이 사업과 관련한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공단 공모에서 군은 2021년부터 6년 연속 선정됐다. 올해 융복합 지원 사업은 252가구를 대상으로 신재생 설비를 보급하며 국비·지방비·자부담을 포함해 약 35억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일반 주택에 3㎾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가구당 연간 약 50만원, 13.6㎡ 태양열 설치 시 연간 약 3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연간 약 811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도 예상된다. 군은 올해 공동주택 세대를 대상으로 최대 1000W까지 지원하는 ‘미니 태양광 보급 지원 사업’도 새롭게 추진한다. 이를 통해 가구당 월 8000~1만원 수준의 전기 요금 절감을 지원하고 일상 속 에너지 절감과 자립을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군은 아울러 에너지 바우처와 연탄 구입비 지원 등 취약계층 지원 정책을 병행해 난방비·전기 요금 부담을 덜고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복지가 균형을 이루는 지역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수익은 군민에… 共有富 기본소득 실현 군은 탄소중립과 지역 소멸 위기 해법을 ‘에너지 복지’에서 찾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에 그치지 않고 발전으로 발생한 이익을 군민 모두에게 환원하는 ‘공유부(共有富) 기본소득’ 정책을 제도화해 추진하는 것이다. 군은 전국 최초로 에너지 공유부 개념을 제도화한 ‘영광군 기본소득 기본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제를 운영해 발전 사업 수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재정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전담 조직인 기본소득팀을 신설하고 군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본소득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공유화 기금 조례’를 제정해 사업 수익이 군민에게 환원되는 제도적 틀도 갖췄다. 이 같은 제도 기반을 바탕으로 군은 전라남도형 기본소득 시범도시로 선정됐으며 전 군민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1인당 연 50만원의 기본소득금을 지급한다.
  • 도로 열선·공공디자인의 힘… 달라진 용산, 편해진 일상 [민선8기 이 사업]

    도로 열선·공공디자인의 힘… 달라진 용산, 편해진 일상 [민선8기 이 사업]

    구도심 안전 지키는 도로 열선3년 만에 42개 구간 9.3㎞로 늘어올해도 16억원 들여 8곳 1.3㎞ 추가100여개 사업에 유니버설 디자인행복옷장·부엉이 조명 등 시선집중박희영 구청장 “통합 디자인 유지” 민선 8기 서울 용산구는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를 위해 도로 열선을 확충하고 공공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범용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골목 풍경을 바꿔왔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크고 작은 개발 사업과 정비 사업이 활발한 이곳에서 현재의 생활 터전 개선 역시 놓칠 수 없다는 노력의 결실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26일 “다양한 개발사업으로 인한 미래가치를 담보로 현재의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는 고충과 불편이 상당했다”며 “구도심의 한계로 당연한 불편으로 여겨오던 분야에서 변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간밤 눈이 펄펄 내린 아침에도 출근길 도로를 따뜻하게 녹이는 도로 열선. 서울 남산 자락 아래 위치해 구릉지가 많은 용산구에 도로 열선이 설치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23년 처음 조성된 도로 열선은 높은 호응 속에서 3년 만에 42개 구간 9.3㎞ 길이로 늘었다. 박 구청장은 “도로 열선 설치와 유지 비용이 적지 않지만 구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해 과감히 추진했다”며 “일상의 삶을 바꾸기 위한 결단에 많은 분이 보행이 한층 수월해졌다면서 감사 인사를 전해줬다”고 밝혔다. 도로 열선은 급경사지 중에서도 경로당 앞, 시장 진입로, 아이들 등굣길 등 교통약자들의 보행이 집중된 곳에 설치됐다. 용산2가동 주민센터, 한남동 주민센터, 회나무로·하얏트호텔 인근 등 11개 동에 고루 분포한다. 소요 예산만 106억원이다. 구는 올해도 16억원을 들여 유엔빌리지, 앤틱가구거리 등 8개 구간에 1.3㎞를 설치한다. 도로 열선은 급경사 도로에 설치돼 제설 능력을 높이고 제설제로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도로 파손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빙판길 낙상이나 차량 미끄럼 사고 등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 제어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공법 선정위원회도 운영 중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구는 지난해 1월 유니버설디자인팀을 신설하고 모든 사업에서 공공 디자인적 관점에서 협의하고 있다. 의류 수거함 ‘행복옷장’ 등 생활 밀착형 사업부터 구청사 힐링 정원까지 100여개의 사업에 적용됐다. 박 구청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대격변기를 예고하는 도시 개발을 앞두고 글로벌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도시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목길 노후한 의류 수거함은 앤틱 가구를 형상화한 행복옷장으로 교체됐다. 기부와 재활용을 통한 사회적 책임의 의미를 담으면서도 내구성을 강화해 활용도를 높였다. 최근 리모델링한 구청 민원실의 힐링 정원에는 휠체어 이용자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벽(배리어 프리) 설계를 적용했다. 주요 도로변에 설치된 불법광고물 부착방지 시트는 용산구 상징인 ‘용의 비늘’ 디자인을 적용했다. 범죄 예방을 위한 디자인 개선 사업은 청파동, 용산2가동, 한강로동에서 진행됐다. 숙명여대 인근 청파동은 기존 자율방범초소와 새마을협의회 컨테이너를 리모델링해 복합 안전 거점 공간 ‘반디’를 열었다. 여학생 주민이 많은 특성을 감안해 종량제 봉투 자동판매기와 안심 거래 구역 등을 마련했다. 조명형 자율방범대 집중 순찰 구역 표지판은 안전 체감도를 높였다. 특히 숙명여대 환경디자인학과와의 협력을 통해 해법을 도출해 2025년 한국색채대상에서 ‘블루상’을 받기도 했다. 한강로동에서는 찾아가는 리빙랩 ‘용용랩’을 도입했다. 전문가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가 주민과 함께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찾는 참여형 도시 문제 해결 실험실이다. 최근 상업 시설이 부쩍 늘어난 한강대로21가길 동쪽 지역을 대상으로 주차난,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의 해결책을 찾았다. 사전 설문 조사, 선호도 조사 등 입체적인 의견 수렴이 특징이다. 상가로 오인한 방문객들의 주거지 무단 침입을 예방하기 위해 조명형 주거지 표식을 설치하고 흡연 금지 지역을 알리는 ‘부엉이 공공질서 알리미 조명’을 달았다. 보·차도 혼용 구간에는 안전 모퉁이를 만들어 고령자의 보행 안전도 보완했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많은 곳에는 ‘맑은자리’ 표식을 설치했다. 올해도 범죄 예방 디자인 개선 사업은 후암동 삼광초 일대에서 이어진다. 용산구는 공사장 가림막도 도시 브랜딩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태원동 크라운호텔 개발 사업 부지 현장에는 현대건설과 협업해 대형 슈퍼그래픽 가림막을 설치했다. 단조로웠던 거리 풍경에 활기찬 감각을 더하고 범죄 예방 기능도 강화했다. 구는 다양한 정비 사업 공사가 활발한 만큼 슈퍼그래픽 가림막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공공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민간 도시 정비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지침과 매뉴얼을 개발해 도시 전반의 편의성과 조화로움을 확산해 나가고자 한다”며 “통합된 디자인 원칙 없이 흩어지는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정책적 일관성과 실행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 “과천 떠나는 경마장 잡아라”… 경주마처럼 뛰는 지자체들

    “과천 떠나는 경마장 잡아라”… 경주마처럼 뛰는 지자체들

    정부가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 부지에 대규모 주택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경마장 이전지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경마장을 경기도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주요 지자체들이 잇따라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26일 현재 유치 의향을 공식화했거나 내부 검토에 착수한 곳은 최소 6곳이다. 파주시가 가장 빨랐다. 시는 이달 초부터 광탄면에 있는 미군 반환 공여지인 캠프 게리오웬 일대를 후보지로 유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넓은 유휴 부지를 활용해 경마장과 복합 레저·관광 시설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포천시는 지난 13일 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전담 부서를 출범시키고 후보지 검토와 유치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군(軍) 관련 유휴지와 개발 가능 부지를 중심으로 타당성을 분석 중이다. 안산시도 20일 교통 인프라와 연계한 개발 가능성을 따져보며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두천시는 25일 미군 반환 공여지 짐볼스 훈련장을 후보지로 제시하며 공식 유치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고양시도 유치 의향을 공식화하며 광역 교통망과 한류 문화 인프라를 연계한 복합 문화·레저 모델을 제안했다. 화성시는 다음달 3일 한국마사회가 말 조련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화홍지구 내 경마장 유치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경마장이 이전하면 재정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과천시는 울상이다. 시는 한국마사회로부터 연간 500억원 안팎의 지방세와 60억~70억원 규모 레저세 일부를 배분받아 왔다. 경마장은 최소 100만㎡ 안팎의 부지와 주로(走路) 조성에 적합한 지형, 교통 접근성, 환경 규제 충족 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연간 수백만명이 찾는 시설인 만큼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소음·교통 혼잡에 대한 주민 수용성도 확보해야 한다. 경마장 이전 문제가 지역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지만 정부와 마사회는 조용하다. 이전 후보지가 노출될 경우 토지 보상을 노린 투기 수요가 몰리고 주민 간 찬반 갈등이나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마사회와 경기도 등과 협의를 거쳐 최종 입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 K컬처 전에 K사상… ‘나혜석과 염상섭’ 그들을 다시 읽다

    K컬처 전에 K사상… ‘나혜석과 염상섭’ 그들을 다시 읽다

    창비의 ‘한국 사상가 재조명’ 2탄 사상적 공통점 위주로 인물 묶어 나혜석·염상섭 새로운 시선 발견 창간 60주년을 맞은 창비가 ‘한국사상선’ 10권을 내놨다. 지난 2024년에 1차로 선보였던 10권에 이어 2년 만에 내놓는 2차분이다. 선집은 ‘전기편’(1~15권)과 ‘후기편’(16~30권)으로 나눠 전기에는 19세기 이전 사상가를, 후기에는 20세기 사상가들을 배치했다. 이번 2차분 전기 사상가로는 조광조·조식, 이이, 정제두·이충익·심대윤, 유성룡·이항복·김육·채제공, 박지원을, 후기 사상가는 김구·여운형, 한용운·신채호, 조소앙, 홍명희·정인보, 나혜석·염상섭을 다뤘다. 한 사람을 한 권으로 깊이 다루기도 했지만, 함께 봐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인물들을 한데 묶어 사상적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조선 사림의 거두이자 정치적,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 유학자 조광조와 조식을 하나로 묶었으며, 주류 성리학의 대안을 모색하며 마음과 실천의 이론을 탐구한 강화학파 정제두, 이충익, 심대윤을 한 권에 담았다. 정치적 실천이 사상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유성룡, 이항복, 김육, 채제공 4명의 재상을 한 번에 살펴보게 했다. 후기 사상가로는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사상가로 김구와 여운형을 함께 다뤘고, 말과 글, 실천으로 해방의 사유를 담대한 필체로 전개한 한용운과 신채호, 일제 강점기 현실과 세계정세에서 민족문화의 가능성과 한반도의 정체성을 탐색한 작가 홍명희와 정인보를 하나로 엮어 통찰했다. 이번에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25권 ‘나혜석·염상섭’ 편이다. 두 사람은 근대 한국 예술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사상가로의 접근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신선하다. 나혜석은 예술사를 깊이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떠들썩했던 이혼 스캔들, 시대를 앞서가는 거침없는 발언들, 그리고 무연고 사망자로 불우한 삶을 마감한 인물이라는 정도로만 알려졌기 때문이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경석 문학평론가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 화가이자 작가로서 서양화와 근대소설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인 나혜석과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삼대’, ‘해바라기’ 등의 걸출한 작품을 남긴 소설가이자 언론인 염상섭에게서 집요하게 사상가적 면모를 찾는다. 강 평론가는 이들이 3·1운동을 출발점으로 해 ‘개성(個性)의 해방’을 골자로 한 자주적 각성, 더 나아가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역사와 전통, 생명에 근거를 둔 ‘조선’이라는 독자성의 인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두 예술가의 삶이 실제로는 전근대성에서 근대성으로 문명 전환을 이끈 사상가로서의 행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위원회’는 “오는 여름쯤 3차분 10권을 출간해 총 59명의 한국 사상가를 다룬 30권을 완간하고, 가을에는 ‘K사상’ 심포지엄을 열어 한국 사상의 성취와 보편적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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