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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 줄 아는 유물들… 런웨이에 오르다

    놀 줄 아는 유물들… 런웨이에 오르다

    머리 위에 산봉우리와 신선들을 얹은 ‘백제금동대향로’가 런웨이를 걸었다. 턱을 괸 채 한쪽 다리를 올린 ‘반가사유상’, 층층이 쌓아 올린 높이 4.3m의 ‘고려 청동 공양탑’, ‘성덕대왕신종’을 원피스처럼 걸친 참가자들이 차례로 런웨이에 서서 각자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정적인 전시장의 유물들이 몸짓과 익살을 입은 ‘인간 유물’이 된 순간이었다. ●런웨이 선 유물들… 참가자 작년 3배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지난 19일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 결선에는 박물관 추산 약 3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국중박 분장놀이는 참가자가 직접 박물관 유물로 분장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여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관람객 참여형 코스프레 행사다. 지난해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올해는 전국 단위 행사로 판이 커졌다. 강원 춘천·충남 공주·대구·전북 전주에서 열린 권역별 본선을 거쳐 올라온 25팀이 유물 분장을 한 채 런웨이에 섰다. 각자의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대상 ‘잉어 연적’… “유물 알리고 싶어” 영예의 대상은 몸에 꼭 붙는 ‘쫄쫄이’ 옷을 입고 ‘백자 잉어모양 연적’(백자 청화 이형 연적)으로 분장한 전은슬(22)씨가 차지했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이기도 한 이 유물은 생동감 넘치는 형태가 특징이다. 전씨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놀란 표정으로 잉어처럼 펄쩍 뛰고, 양발로 박수를 치는 ‘발박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화려하고 정교한 대형 작품들 사이에서 가장 큰 호응을 끌어낸 순간이었다. 전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유물을 봤을 때 굉장히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알리고 싶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날 전공 시험을 치렀다는 그는 “갓 잡은 활어의 통통 튀는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낚시꾼이 등장하는 결선 퍼포먼스를 급히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최우수상은 각각 ‘반가사유상’·‘중흥산성 쌍사자 석등’·‘청동 방울’·‘국새 제고지보’·‘단종 복위 시호 금보’로 분장한 5개 팀에게 돌아갔다. 우수상은 각각 ‘천흥사명 동종’·‘왕흥사터 사리구’·‘진묘수’·‘성덕대왕신종’·‘청동 공양탑’을 선보인 5개 팀이 선정됐다. ●4.3m 공양탑 옮길 용달차까지 동원 청동 공양탑으로 우수상을 받은 ‘방탑고려단’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한솔(33)씨, 인테리어·스튜디오 작업자 송백선(35)씨, 무용수 윤수빈(25)씨가 의기투합한 팀이다. 박씨는 “탑을 층별로 나눠 용달차로 운반한 뒤 현장에서 조립했다”며 “4.3m 높이의 작품은 한 달 반에 걸쳐 제작됐고 제작비로 약 240만원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윤씨는 “한국에도 이렇게 화려한 고려 유물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진묘수로 우수상을 받은 ‘웅진지키빅’은 중학교 미술교사 2명이 꾸린 팀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공주와 무령왕릉을 알리기 위해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중박 분장놀이는 총 275팀, 643명이 지원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커진 규모를 자랑했다. 4개 지역 본선과 서울 결선을 합쳐 누적 관람객 수만 1만명을 훌쩍 넘겼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관람객들이 유물을 엄숙한 전시품으로만 대하는 것을 넘어, 직접 관찰하고 재해석해 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을 한층 친근하게 경험하도록 하는 데 이번 행사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 자막 장벽 넘어… 한국식 유머가 뉴욕을 뒤집어놨다

    자막 장벽 넘어… 한국식 유머가 뉴욕을 뒤집어놨다

    한국 재벌가로 각색한 체호프 희곡전도연·박해수 등 스타 배우 출연뉴욕 맞춤 농담에 폭소 만발·호평기립박수 이어져… 11회 전석 매진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웨이드 톰슨 드릴홀에 한국어 대사가 울려 퍼졌다. 19세기 무기고로 지어진 이 거대한 홀에 간이 객석 1200석이 들어섰고, 뉴욕을 겨냥한 농담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오페라가 아닌 이상 자막을 읽을 일이 거의 없던 영미권 관객들은 한국 연극에서 자막을 따라 읽으면서도 대사의 속도감과 유머를 놓치지 않았다. 사이먼 스톤(42) 연출이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마지막 희곡을 오늘의 서울로 옮긴 ‘벚꽃동산’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북미 초연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스톤은 1904년 러시아의 몰락한 귀족 가문을 오늘의 한국 재벌가로 옮겼다. 영지를 잃는 여지주 라넵스카야는 가족 기업이 기우는 줄도 모르는 3세 송도영(전도연 분), 농노의 아들로 태어나 그 땅을 사들이는 신흥 자본가 로파힌은 운전기사의 아들로 자라 자수성가한 사업가 황두식(박해수)이 됐다. 현실 감각 없는 오빠 가예프는 골프 스윙과 LP턴테이블에만 마음을 쓰는 송재영(손상규), 수양딸 바랴는 회사 부사장으로 일하며 홀로 위기를 붙들고 있는 강현숙(최희서) 등으로 바뀌었다. 재벌가의 찬란한 과거인 벚꽃동산은 아버지가 딸에게 생일 선물로 지어준 유리집이 무대 위에 대신 앉았다. 건축 디자이너 사울 킴(32)이 디자인한 현대적인 유리집은 서울과 부산, 홍콩, 싱가포르, 호주 애들레이드에서는 하얀 배경의 무대 안에 있었지만 이번엔 달라졌다. 병기창 내부를 살린 검은 공간 안에 섬처럼 놓였다. 장소 안에 원래 있던 커다란 티파니 시계는 때때로 조명을 받으며 노을 장면에서 해가 됐다. 디스위크인뉴욕의 마크 리프킨은 19일자 비평에서 이 시계를 “송씨 일가의 시간이 다해간다는 의미”로 읽기도 했다. 원작에서 라넵스카야가 살다 온 파리를 뉴욕으로 바꾸어 뉴욕 관객들과 상당한 접점을 이뤘다. 아들을 잃고 10년을 뉴욕에서 보낸 도영이 “거기서는 섹스에 대해서 아주 솔직하게 얘기해, 거의 국민 스포츠라고나 할까”라고 말할 때 첫 폭소가 터졌다. “알코올 중독자로 살기 딱 좋은 도시”, “맨해튼에 널려있는, 입으로만 스타트업 하는” 같은 말이 나올 때도 웃음이 터졌다. 체호프의 희곡을 잘 알고 있다는 엘리나는 “가장 대중적인 희곡을 한국 현실로 각색해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면서 “자막으로 농담을 접해도 배우 연기와 상황이 접목되면서 매우 유쾌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카린은 “뉴욕 조크가 정말 정확하다”고 했고, 클로이는 “공간을 쓰는 방식이 매우 역동적이라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현지 비평도 웃음을 먼저 이야기했다. 뉴욕스테이지리뷰의 멜리사 로즈 버나도는 18일자에 “이만큼 웃긴 ‘벚꽃동산’이 있었느냐”며 “웃긴 건 어떤 언어로도 웃기다”고 썼다. 씨어터마니아의 데이비드 고든은 “전도연은 몇 마디로 무모함과 신중함을 오가고, 손상규는 껴안아 주고 싶은 인물이다. 박해수는 초반의 다정함을 빠르게 벗고 사나운 권위를 드러낸다”며 연기를 호평했다. 자막에 대해서는 “누가 말하는지 표시가 없고 너무 빨리 지나가 초반 시선을 빼앗는다”(리프킨), “접근하기 쉬웠다”(버나도)고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 작품이 가닿은 이유를 스톤은 17일 아티스트 토크에서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한국을 일본과 비교하는 실수를 자주 하지만 기질을 보면 러시아와 훨씬 가깝다”면서 “러시아인들이 역사 내내 미래와 정체성을 두고 불안해했듯 한국인들도 우리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는다”고 진단했다. 서구에서라면 심드렁하게 들릴 혁명이라는 말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몰락한 귀족을 재벌 3세로 옮긴 치환이 관념적 유희에 그치지 않은 이유다. 배우에 대해서도 스톤은 “비극의 계곡에 떨어졌다가 다시 웃음으로 돌아온다”면서 배우들이 희극과 비극 사이를 힘들이지 않고 오간다고 언급했다. 공연 마지막 암전이 풀리자 객석 곳곳에서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전도연은 첫 공연 후 “기립박수를 받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해 2024년 6월 서울에서 초연한 ‘벚꽃동산’은 뉴욕 공연으로 2년 3개월의 여정을 끝낸다. 26일까지 11회 예정된 뉴욕 공연은 전석이 매진됐다.
  • 한국 배우들과 뉴욕 홀린 스톤 “너무나 매력적이라 형편없는 글도 빛나”

    한국 배우들과 뉴욕 홀린 스톤 “너무나 매력적이라 형편없는 글도 빛나”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마지막 희곡을 오늘의 서울로 옮긴 작품이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해 2024년 6월 초연한 뒤 부산과 홍콩, 싱가포르, 호주 애들레이드를 거쳐 미국 뉴욕에 닿았다. 19세기 무기고로 지어진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26일까지 이어지는 북미 초연은 2년 3개월 국제 투어의 마지막 무대로, 전 회차(11회)가 매진됐다. 연출가 사이먼 스톤(42)에게는 2018년 ‘예르마’ 이후 8년 만의 아모리 복귀다. 뉴욕 개막 다음 날인 17일(현지시간)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아티스트 토크’에 참석한 스톤은 한국과의 인연을 설명하면서 “아내가 내가 몇 달 사라졌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영화에 중독된 시기를 꺼냈다. 그는 2017~2018년 무렵 한국 영화를 하루 네댓 편씩 보며 지냈다면서 자신을 “한국 영화라는 사원 앞에 엎드린 이름 없는 신도”에 비유했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브루스 윌리스, 빈 디젤, 드웨인 존슨 같은 할리우드 영웅은 건물에서 떨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지만 한국 영화의 주인공은 정말로 아파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시 뛰고 악당을 잡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느끼는 그런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산다”면서 “인물을 보는 시선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꿈이 현실로 바뀐 것은 2020년 팬데믹 봉쇄 속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였다. 오랜 협업자 바우터르 판 란스베이크가 오페라와 영화를 하면서도 여전히 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것 같다고 스톤은 곧바로 “한국 배우들과 작업해야 한다”고 답했다. 몇 달 만에 LG아트센터와 이메일이 오가며 작품 구상을 했고, 당시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과 파크 애비뉴 아모리를 함께 이끌던 오페라·연극 연출가 피에르 오디(1957~2025)와도 연결되면서 이번 공연까지 이어졌다. 프로듀서이자 브루클린음악아카데미(BAM) 예술감독이었던 데이비드 빈더가 “왜 체호프였느냐”고 묻자 스톤은 “사람들은 한국을 일본과 비교하는 실수를 자주 하지만 기질을 보면 러시아와 훨씬 가깝다”면서 “술을 삶의 방식이자 대화와 사업의 수단으로 삼는 점, 야성적인 면이 그렇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역사 내내 미래와 정체성을 두고 불안해했듯 한국인들도 ‘우리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면서 결정적 이유는 ‘혁명과의 거리’였다고 했다. 체호프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05년 러시아 제1차 혁명이 일어났다. 스톤은 “한국은 1987년까지 군사정권이었고, 답을 얻을 때까지 거리로 나선다”면서 서구에서 체호프 희곡 속 인물이 “혁명이 필요하다”고 외치면 관객은 심드렁하지만, “역사 내내 자신들의 미래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민족인지 묻는” 한국인에게는 혁명은 살아 있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벚꽃동산’을 만들 때 LG아트센터로부터 배우들을 제안받았고 “배우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형편없는 글마저도 빛나게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캐스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흥미로운 사람을 고른 뒤 그 사람에게 무엇을 시킬 수 있을지 생각한다”면서 “다시 쓰기로 택한 고전, 배우에 대한 매혹, 지금 세상이 이야기해야 할 것, 이 세 꼭짓점 사이에 놓이는 것을 찾을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 모든 아이디어의 시험대”라고 설명했다. 아침에 쓴 장면을 번역가에게 넘겨 그날 오후 배우들과 읽는 식이라 리허설은 집필과 동시에 굴러갔다. 한국 사람이 아닌 그의 제안은 모두 배우들의 검증을 거쳤다. 스톤은 “그런 일은 안 일어난다는 말이 돌아오면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고 되묻고, 누군가 친구가 이런 일을 겪었다고 말할 때까지 계속 긁어댔다”고 떠올렸다. 스톤이 꼽은 한국 배우들의 미덕은 우스꽝스러워질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함과 ‘감정적 절대성’이다. 그는 “젠더 역할이 어떨 땐 정말 보수적으로 그려지다가도 어떤 경우엔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완전히 뒤집힌다”며 “정말 매력적”이라고 했다. “정직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 웃음으로 시작해서 비극의 계곡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웃음으로 돌아온다”며 “모든 예술은 사랑하게 만들고 울게 만들어야 하며, 둘 다 못 하면 실패”라고 단언했다. 1904년 러시아의 몰락한 귀족 가문을 오늘의 한국 재벌가로 옮긴 ‘벚꽃동산’에선 전도연이 가족 기업이 기우는 줄도 모르는 3세 송도영을, 박해수가 자수성가한 사업가 황두식을 각각 연기한다. 손상규는 골프 스윙과 LP턴테이블에 빠진 송재영, 최희서는 회사 부사장으로 일하며 홀로 위기를 걱정하는 강현숙, 유병훈은 시대의 몰락을 상징하는 송도영의 사촌 김영호 등을 열연하며 몰입감을 더한다. 무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중독’을 고백했다. 밤마다 인스타그램 건축 피드를 넘기던 그는 서울의 건축가 사울 킴의 연작 ‘아키텍처 아노말리’에 매료됐다. 스톤은 “무에서 솟아나는 것을 받아들여 논리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 연극”이라면서 “공연이 처음인 그에게 원래 하던 대로만 하라고 했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계단과 솟아오르는 집 두 작품을 합쳐달라고 청했다”고 소개했다. 대화 말미에는 오는 11월 20일 북미에서 개봉하는 스톤의 신작 영화 ‘엘시노어’ 이야기도 나왔다. ‘불의 전차’의 배우 이안 찰슨(1949~1990)이 에이즈로 죽어가면서도 영국 국립극장 ‘햄릿’ 무대에 오른 실화를 그렸다. 다음 달 7일 런던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스톤은 이 영화를 바깥세상으로부터 서로를 지켜주는 연극인 공동체에 바치는 증언이라고 했다. 이어 아티스트 토크가 끝난 뒤 ‘파이팅’을 외치며 공연을 할 배우들을 떠올리며 체호프의 ‘세 자매’ 한 구절을 언급했다. “한 사람보다 두 사람이 함께 들면 세 배, 어쩌면 네 배까지도 더 들 수 있습니다. 그게 우리가 연극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오늘 밤 이 공연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이유도 바로 그 팀에 있습니다.”
  • 뉴욕 지하철, 스타트업, 하이라인에 폭소…미국 무기고에 울려 퍼진 한국어 ‘벚꽃동산’

    뉴욕 지하철, 스타트업, 하이라인에 폭소…미국 무기고에 울려 퍼진 한국어 ‘벚꽃동산’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웨이드 톰슨 드릴홀에 한국어 대사가 울려 퍼졌다. 19세기 무기고로 지어진 이 거대한 홀에 간이 객석 1200석이 들어섰고, 뉴욕을 겨냥한 농담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오페라가 아닌 이상 자막을 읽을 일이 거의 없던 영미권 관객들은 한국 연극에서 자막을 따라 읽으면서도 대사의 속도감과 유머를 놓치지 않았다. 사이먼 스톤(42) 연출이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마지막 희곡을 오늘의 서울로 옮긴 ‘벚꽃동산’은 북미 초연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스톤은 1904년 러시아의 몰락한 귀족 가문을 오늘의 한국 재벌가로 옮겼다. 영지를 잃는 여지주 라넵스카야는 가족 기업이 기우는 줄도 모르는 3세 송도영(전도연 분), 농노의 아들로 태어나 그 땅을 사들이는 신흥 자본가 로파힌은 운전기사의 아들로 자라 자수성가한 사업가 황두식(박해수)이 됐다. 현실 감각 없는 오빠 가예프는 골프 스윙과 지하실에서 찾아낸 LP 턴테이블에 마음을 쓰는 송재영(손상규), 수양딸 바랴는 회사 부사장으로 일하며 홀로 위기를 붙들고 있는 강현숙(최희서), 막내딸 아냐는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하다 돌아온 강해나(이지혜)다. 라넵스키 가문에 돈을 빌리러 오는 몰락한 지주 피시크는 김영호(유병훈)로 옮겨 시대의 종말을 드러낸다. 극의 상징인 벚꽃동산 대신 아버지가 딸에게 생일 선물로 지어준 집이 무대에 올라섰다. 건축 디자이너 사울 킴(32)이 디자인한 2층짜리 유리집은 서울과 부산, 홍콩, 싱가포르, 호주 애들레이드에서는 하얀 배경의 무대에 놓였지만 뉴욕에선 검은 배경 앞에 섬처럼 자리했다. 보통 프로시니엄 무대는 객석과 1m 이상 높이 차이가 있지만 파크 애비뉴 아모리는 평지라, 유리집 지면과 객석 1열 바닥이 같은 높이에서 객석 앞쪽은 1층, 중간은 2층, 뒤쪽은 옥상과 눈높이가 맞는다. 관객은 집을 올려다보지 않고 깊이 들여다보는 셈이다. 스톤은 라넵스카야가 집을 떠나 생활했던 프랑스 파리를 뉴욕으로 바꿨다. 아들을 잃고 10년을 뉴욕에서 보낸 도영이 “거기서는 섹스에 대해서 아주 솔직하게 얘기해, 거의 국민 스포츠라고나 할까”라고 말할 때 객석에선 첫 폭소가 터졌다. 황두식에게 그 시절을 털어놓으며 “알코올 중독자로 살기 딱 좋은 도시”라거나 송재영에게 “나도 뉴욕에 있을 때 지하철 타고 다녔어. 거기선 다 그러고 살아. 기사 데리고 다니는 거 안 멋있잖아”라고 말할 때도 객석이 크게 웃었다. 지하철, 베이글, 하이라인처럼 뉴욕을 상징하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은 크고 작게 웃었다. 어찌 보면 비아냥 같지만 관객들과 현지 비평은 이를 현실 유머로 받아들였다. 체호프의 희곡을 잘 알고 있다는 엘리나는 “가장 대중적인 희곡을 한국 현실로 각색해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면서 “자막으로 농담을 접해도 배우 연기와 상황이 접목되면서 매우 유쾌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카린은 “뉴욕 조크가 정말 정확하다”고 했고, 클로이는 “공간을 쓰는 방식이 매우 역동적이라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현지 비평도 웃음을 먼저 이야기했다. 뉴욕스테이지리뷰의 멜리사 로즈 버나도는 18일자에 “이만큼 웃긴 ‘벚꽃동산’이 있었느냐”며 “웃긴 건 어떤 언어로도 웃기다”고 썼다. 시어터마니아의 데이비드 고든은 “전도연은 몇 마디로 무모함과 신중함을 오가고, 손상규는 매우 껴안아주고 싶은 인물이다. 박해수는 초반의 다정함을 빠르게 벗고 사나운 권위를 드러낸다”며 연기를 호평했다. 다만 자막을 봐야하는 터라 웃음에는 시차가 있었다. 클로이는 “자막은 아주 선명하지만 연기와 함께 한눈에 담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고 했다. 비평도 자막에 대해서는 “누가 말하는지 표시가 없고 너무 빨리 지나가 초반 시선을 빼앗는다”(리프킨), “접근하기 쉬웠다”(버나도)고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 작품이 가닿은 이유를 스톤은 개막 다음날인 17일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한국을 일본과 비교하는 실수를 자주 하지만 기질을 보면 러시아와 훨씬 가깝다”면서 “러시아인들이 역사 내내 미래와 정체성을 두고 불안해했듯 한국인들도 ‘우리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고 진단했다. 체호프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 러시아에서 1차 혁명이 있었고, 한국에선 1980년대부터 거리에서 시위를 하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점도 짚었다. 서구에서라면 심드렁하게 들릴 혁명이라는 말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몰락한 귀족을 재벌 3세로 옮긴 치환이 관념적 유희에 그치지 않은 이유다. 배우에 대해서는 우스꽝스러워질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함과 감정의 절대성을 미덕으로 꼽았다. 스톤은 “정직한 진실로 향하는 여정은 웃음으로 시작해 비극의 계곡에 떨어졌다가 다시 웃음으로 돌아온다”면서 배우들이 희극과 비극 사이를 힘들이지 않고 오간다고 평가했다. 집이 팔리고 가족이 흩어진 뒤 도영이 다시 뉴욕으로 떠나며 공연이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관객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첫 공연 후 전도연은 “기립박수를 받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해수는 “작품 초반에는 자막을 보느라 살짝 낯설어하던 관객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함께 깊이 공감해주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해 2024년 6월 서울에서 초연한 ‘벚꽃동산’은 이번 뉴욕 공연으로 2년 3개월의 여정을 끝낸다. 26일까지 11회 예정된 뉴욕 공연은 전석이 매진됐다.
  • 최민식·한소희 ‘인턴 vs ’오디세이‘ 주말에 뭐 볼까

    최민식·한소희 ‘인턴 vs ’오디세이‘ 주말에 뭐 볼까

    최민식·한소의 주연의 리메이크 영화 ‘인턴’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대작 ‘오디세이’와 주말 극장가 1위 자리를 두고 맞붙었다. 18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턴’은 전날 약 4만 6000명(매출액 점유율 24.1%)이 관람해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일이던 지난 16일에 이어 이틀째 ‘오디세이’를 누르며 관심을 모았다. ‘인턴’은 30여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기호(최민식 분)가 3년 차 최고경영자(CEO) 선우(한소희)가 이끄는 패션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인턴’을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의 로버트 드니로·앤 해서웨이 콤비를 한국판에선 최민식·한소희가 연기했다. ‘오디세이’는 전날 약 3만 9000명(매출액 점유율 28.1%)이 관람해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5일 개봉한 ‘오디세이’의 누적 관객 수는 약 1096명이다. 전날 개봉한 공포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당일 2만 1900여 명이 관람해 3위를 기록했고, 또 다른 공포 영화 ‘옵세션’은 2만 1500여 명을 모으며 4위를 차지했다.
  • 호주 휩쓴 K팝 열기… ‘2026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 성황

    호주 휩쓴 K팝 열기… ‘2026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 성황

    호주 시드니의 밤이 K팝을 향한 현지 팬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시모어 센터 요크 씨어터에서 열린 ‘2026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 인 오스트레일리아’가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 서울신문과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서울시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서울관광재단, 올케이팝, 펜타클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호주 각지에서 출전한 14개 커버댄스 팀과 400여명의 관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펼쳐졌다. 공연 시작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으며, 객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관객들은 참가팀들의 정교한 안무와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펼쳐질 때마다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내며 현장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직업도 다양한 7인조 ‘히미 크루’, 에이티즈 곡으로 우승치열한 본선 경연 끝에 올해 호주 대회 우승의 영예는 7인조 혼성 커버댄스팀 ‘히미 크루(HIMI CREW)’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보이그룹 에이티즈(ATEEZ)의 ‘게릴라(Guerrilla)’를 완벽히 재현하며 압도적인 무대 에너지를 발산했다. 신발 판매원, 회계사, 교사 등 다채로운 직업을 가진 멤버들로 구성된 히미 크루는 각자 다른 팀에서 활동하다 3년 전 뜻을 모아 결성한 팀이다. 팀 리더 샬롯 엘리자베스(22)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날의 연습 분량과 부족한 점을 메모하며 계획적으로 준비했다”면서 “체계적으로 노력한 덕분에 우승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K팝은 팀마다 컨셉과 의상이 다채로운 점이 매력적이며, 모두가 모여 하나의 동작으로 춤을 출 때 가장 즐겁다”고 덧붙였다. 윤선민 주시드니한국문화원장은 시상식 총평을 통해 “K팝 커버댄스가 호주 팬들이 에너지를 마음껏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건강한 커뮤니티의 장이 되길 바란다”면서 “결과를 떠나 모든 참가팀이 무대를 즐겼기를 바라며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특별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킹키 안무가 역시 “참가자들의 에너지와 무대 위 반짝이는 눈빛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자신의 노력과 무대 자체의 가치를 느끼고 더 큰 성장을 이뤄나가길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히미 크루는 오는 10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는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월드 파이널’에 호주 대표로 참가해 전 세계 승자들과 최종 기량을 겨루게 된다. 한편,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은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K팝 온·오프라인 한류 팬 소통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경연을 넘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전 세계 젊은 세대가 음악과 춤으로 교감하는 대표적인 한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세종로의 아침] 이창동, 넷플릭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세종로의 아침] 이창동, 넷플릭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이창동 감독 영화 ‘가능한 사랑’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막 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수상 실적을 올린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 ‘피에타’(황금사자상)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 영화라면 당연히 3대 영화제에서 상 하나쯤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칸 영화제 수상 이후 ‘베를린의 남자’ 홍상수 감독 정도가 수상 소식을 간간이 이어오는 실정이다. 수상 소식만큼이나 수상 소감도 화제였다. 이 감독은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저는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요즘 시대에 누가 노동을 소재로 한 영화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한국영화 제작 투자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영화의 역할을 누가 고민하겠나. 영화제의 성과와 흥행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 2010년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이 감독 영화 ‘시’는 누적 관객 20만명을 겨우 넘었다. 영화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영화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대중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해내는 감독으로 박찬욱과 봉준호를 꼽는다. 그러나 이런 감독들은 흔치 않다. 다음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감독이라면 당연히 대중성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이쯤에서 이 감독의 수상소감을 다시 돌아보자.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으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제작이 가능하도록 해 준 넷플릭스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작사인 파인하우스필름의 이준동 대표는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은 있었으나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한국 영화 투자 체력이 거의 바닥이어서 아주 상업적인 장르 영화조차도 투자를 못 받는 시장 상황”이라고 했다. 이른바 ‘영화관의 위기’ 시대, 그리고 이를 부른 주범으로 꼽히는 넷플릭스가 이 감독 영화 제작을 지원했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특히 ‘가능한 사랑’이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지원 선정작으로 뽑혔지만, 넷플릭스 투자가 확실시되자 신청을 취하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상 이후 이 감독의 전작 스트리밍 서비스에 발 빠르게 나선 넷플릭스의 이후 행보 역시 놀랍다. 지난달 말 유럽 등에 이 감독의 첫 작품 ‘초록물고기’를, 지난 4일에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를 풀었다 .향후 ‘시’와 ‘버닝’ 등 작품들도 추가로 스트리밍할 계획이다. 그야말로 ‘마케팅이란 이렇게 하는 것’임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주재한 ‘뤼미에르 정상회의’에서 프랑스와 함께 2031년까지 5년 동안 약 5억 유로(8000억원)씩을 영화·영상산업 발전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어 이 감독과 ‘가능한 사랑’ 주연 배우들을 만나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이 대통령의 이번 선언에 대해 “영화와 영상을 사회가 함께 수호해야 할 공공재로 규정하고, 작품의 다양성이야말로 영화 산업 경쟁력의 본질적인 토대임을 명시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따끔한 일침도 덧붙였다. “국제적 합의와 약속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실현해 나가야 할 정부의 실제 정책과 예산 기조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실행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부 지원은 반갑지만, 이번 투자가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영화’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은 이 감독 수상 이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영화의 다양성이 더욱 넓어지고, 좋은 작품들이 세계 관객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일치할지, 어떤 정책이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김기중 문화체육부 차장
  • 원톱·투톱·스리톱, 톱배우 넘치는 극장가 …연기 열전에 재미 논스톱

    원톱·투톱·스리톱, 톱배우 넘치는 극장가 …연기 열전에 재미 논스톱

    올 추석에는 연휴를 겨냥한 대작이 없다. 그러나 출연 배우들만 놓고 보면 어느 해보다 풍작이다. 최근 뜨는 배우부터 한창 물오른 배우, 그리고 명실상부 한국 최고 베테랑 배우까지. 그야말로 ‘배우들의 향연’이다.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 영화를 골라도 좋고, 마음 끌리는 대로 찾아봐도 좋겠다. ●‘케미’ 살리는 투톱 ‘인턴’ ‘타짜…’ 우선 최민식·한소희가 투톱으로 나선 ‘인턴’이 16일 추석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는 패션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기업 우투투의 젊은 경영자에게 실버 인턴이 직속으로 배정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막내로 입사한 기호는 지도 제작 출판사의 대표까지 지낸 인물. 낯선 디지털 업무 환경과 자유분방한 요즘 회사 문화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내 37년 회사 경력을 살려 특유의 성실함과 인간미 넘치는 소통으로 신뢰를 얻는다. 2015년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판이다.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맡은 벤 역할을 최민식이,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줄스를 한소희가 맡았다. 원작을 한국식으로 변주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일본 도쿄의 한 선술집에서 기호가 선우에게 조언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최민식의 기품 있는 연기, 한소희의 당찬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원작의 담백한 맛을 기대한 이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23일 개봉하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는 배우 변요한과 노재원이 투톱으로 맞선다. 영화는 타고난 운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태영과 노력으로 자산을 증명하는 박태영의 대결을 그렸다. 학창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인 둘은 온라인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장태영이 주목받을수록 박태영의 질투가 점차 커지고, 결국 배신으로 치닫는다. 장태영은 베트남 출장 중 박태영의 예상치 못한 배신으로 나락에 떨어지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전설의 타짜 곽동욱(조우진)에게 포커를 사사받아 복수에 나선다. 배우 변요한이 장태영 역을 맡아 모든 것을 잃고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냈다. 박태영 역의 배우 노재원은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로 등장한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늘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번 영화는 ‘타짜’(2006), ‘타짜: 신의 손’(2014), ‘타짜: 원 아이드 잭’(2019)을 잇는 7년 만의 후속작이다. 20년을 이어온 ‘타짜’의 4편이자, 시리즈 마지막 편이다. 명작으로 꼽히는 ‘타짜’를 재미있게 본 관객들이라면 이번 영화가 반가울 법하다. 영화 곳곳에 1편을 떠올리게 하는 오마주 신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서사 풍부한 스리톱 ‘암살자(들)’ 같은 날 개봉하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된 재일동포 문태광. 6발의 총성이 울렸지만 발견된 탄환은 4개뿐이었다. 혼자선 저지를 수 없는 일이기에 공범이 있음이 분명하다. 공식 기록에서 사라진 탄환 두 발의 행방을 두고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형사 철구,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신입 기자 영일이 공조하며 공범의 행방을 쫓는다. 배우들 면면으로는 올 추석 연휴 가장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올해 ‘왕과 사는 남자’를 비롯해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 등으로 천만영화 4편에 출연한 천만배우 유해진이 철구를 맡았다. 허진호 감독이 “살아 움직이는 배우“라고 칭찬했을 만큼, 그 시대 그 인물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박해일이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을 맡아 정의로우면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민호가 열정 넘치는 신문기자 영일로 등장한다. 정보를 얻기 위해 세관 여직원에게 “쌍화차 좋아하세요?”라는 작업 멘트를 던지는 이민호의 모습에 여성 관객들의 탄성이 터질 듯하다. 이들 외에 박정민, 정우성, 심은경, 박해준, 오정세 등이 특별 출연하니 눈을 크게 뜨고 보는 게 좋겠다. ●나를 따르라, 원톱 ‘부활남…’ 30일 개봉하는 ‘부활남 : 더 레드’는 만년 취업준비생 석환이 놀라운 능력을 지니게 된 뒤 의문의 추격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석환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죽었다가 깨어나고,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게다가 죽었다 깨어날수록 힘은 점점 세진다. 그의 능력을 알아채고 의문의 인물 블랙(신승호)이 뒤를 쫓는다. 블랙은 상대를 조종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초능력 ‘스냅싱’이 있지만, 석환에게만 통하지 않는다. 올해 영화 ‘군체’와 ‘만약에 우리’, 시리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로 상한가를 달리는 배우 구교환의 원톱 영화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부활을 거듭할수록 힘과 회복력 등 신체 능력이 강해지면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는 과정이 쾌감을 선사한다. 초반 현실적이었던 액션 장면도 후반으로 갈수록 초능력자들이 싸우는 슈퍼 히어로물로 바뀌며 강도를 높인다. 위기의 순간에도 농담과 재치로 상대를 받아치는 석환의 유쾌함이 재미를 더한다.
  • 세계 시각장애 음악인 서울서 화합… ‘2026 SIMB’ 성황리 폐막

    세계 시각장애 음악인 서울서 화합… ‘2026 SIMB’ 성황리 폐막

    세계 각국의 시각장애 음악인과 국내외 정상급 예술가들이 서울에 모여 음악을 매개로 소통하는 국제 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공연예술협회(이사장 류지훈)는 지난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영산아트홀 일원에서 펼쳐진 ‘2026 서울 국제 시각장애예술인 뮤직페스티벌(SIMB)’이 사흘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Beyond Sound(소리를 넘어)’를 표어로 내건 올해 축제에는 미국, 폴란드, 오스트리아, 스페인, 체코 등 10여개국의 음악인과 전문 교육기관이 대거 참여했다. 행사는 국제 음악콩쿠르를 비롯해 마스터클래스, K-멘토링 클래스, 기획 공연, 문화 체험, 장애 인식 개선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일정으로 채워졌다. 경연 부문인 제2회 서울 국제 시각장애예술인 음악콩쿠르에서는 이은복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 김채움(2위), 한지은(3위), 고영광(4위), 서재원(5위), 김민철(6위)이 차례로 순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특별상은 박영필에게 돌아갔다. 입상자들은 본선 직후 마련된 콘서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축제 둘째 날인 26일 영산아트홀에서는 대표 프로그램인 ‘2026 SIMB 프레스티지 콘서트’가 개최됐다. 비올리스트 최은식과 첼리스트 김두민을 비롯해 소프라노 황수미·김은주·김애란, 테너 정호윤, 바리톤 김진추, 피아니스트 곽예림·정이와,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등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에서는 김동진의 ‘신아리랑’을 비롯해 베르디와 푸치니, 모차르트, 비제의 오페라 아리아, 쇼팽과 드보르자크의 작품 등이 연주됐다. 서로 다른 국가와 음악적 배경을 가진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서 호흡하며 SIMB가 추구하는 국제 예술 교류의 의미를 무대 위에서 구현했다. 예술과 기술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주식회사 닷(DOT)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디스플레이 기술과 닷패드(Dot Pad)를 소개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점자와 흰 지팡이, 보조공학기기 등을 직접 경험하는 장애 인식 개선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교육 프로그램에는 해외 음악가 데이비드 볼린, 요안나 와브리노치-유스타,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를 비롯해 국내 주요 대학 교수진이 참여했다. K-멘토링 클래스와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국내외 시각장애 음악인들에게 전문적인 교육과 음악적 교류의 기회를 제공했다. 최용환 총감독은 “음악이 국경과 장애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말했다. 류지훈 운영위원장은 “서울이 국제 장애예술 문화교류의 중심도시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2026 SIMB’는 서울 국제 시각장애예술인 음악축제 조직위원회와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공연예술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공연예술협회가 주관했으며 서울특별시가 후원했다.
  • ‘호프’, ‘왕사남’, 스웨덴서 관객 만난다...스웨덴문화원, 첫 단독 한국영화제

    ‘호프’, ‘왕사남’, 스웨덴서 관객 만난다...스웨덴문화원, 첫 단독 한국영화제

    주스웨덴한국문화원과 영화진흥위원회가 20일까지 닷새간 스웨덴 스톡홀름 도심에 있는 영화관 비오 스칸디아에서 ‘제1회 스톡홀름 한국영화제’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영화제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 18편을 선보인다. 개막작과 폐막작에는 현지에서 상영 요청이 가장 많았던 ‘호프’와 ‘왕과 사는 남자’가 각각 선정됐다. 이 밖에 ‘내 이름은’, ‘세계의 주인’, ‘얼굴’, 최근 스웨덴어로도 번역·출간된 조남주 작가 소설 원작 ‘82년생 김지영’ 등을 상영한다. 이번 영화제는 스톡홀름 최초의 단독 한국영화제이자 한국영화 행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영화제다. 문화원은 그동안 아시아영화제의 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영화주간’을 운영했지만, 이번에 따로 분리해 새롭게 출범시켰다. 영화제가 열리는 비오 스칸디아는 1923년 문을 연 유서 깊은 영화관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 등 영화 관람 환경의 변화로 2년 전 폐업 위기를 맞았으나, 영화관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원은 이번 영화제에서 단순히 영화관을 대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오 스칸디아와 협력해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해 한국 문화의 여러 면모를 소개할 계획이다. 유지만 주스웨덴한국문화원장은 “이번 영화제는 그동안 다른 행사의 일부로 진행해 온 한국영화 프로그램을 스톡홀름의 독자적인 영화제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첫걸음”이라며 “독립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후에는 스웨덴 현지 영화제와 배급사 등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온 가족 영화 보며 공감·소통…아이들 상상 나래 펴는 은평 [현장 행정]

    온 가족 영화 보며 공감·소통…아이들 상상 나래 펴는 은평 [현장 행정]

    청소년·가족 섹션 등 외연 넓히고그림책 수업·마술 공연 등 체험도“아이 키우기 좋은 멋진 은평으로” “어린이의 상상력과 청소년의 성장이 만나 세대를 넘어 공감하고 소통하는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 10일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의 힘찬 개막 선언으로 시작한 제14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가 15일 엿새간의 여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한다. ‘우리의 이야기, 영화가 된다’를 주제로 열린 영화제에는 123개국에서 3311편이 출품됐고, 이 가운데 33개국 129편이 관객과 만났다. 영화제는 경쟁작 시상과 축하공연, 폐막 선언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축제의 시작부터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지난 10일 롯데시네마 은평에는 아빠 손을 잡고 온 딸부터 팝콘을 옆에 낀 초·중학생까지 가족 관객이 몰리면서 240석이 가득 찼다. 이들은 영화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무료 즉석사진 촬영 부스에서도 추억을 남기며 개막을 기다렸다. 아이들은 무대에도 직접 올랐다. 어린이 10명은 화면 속 인물의 표정과 입 모양에 맞춰 목소리를 연기하는 ‘라이브 더빙’을 선보였다. 개막작 역시 어머니를 잃은 소년과 타조의 특별한 우정과 모험을 그린 ‘버드보이’가 아시아에서 처음 상영되며 아이들의 이야기로 축제의 문을 열었다. 올해는 청소년과 가족을 위한 섹션을 새로 마련해 영화제의 외연을 넓혔다. ‘한국 청소년 감독경쟁’ 부문을 신설해 어린이의 시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청소년의 고민과 이야기를 보다 깊이 있게 다뤘다.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고 공감할 수 있는 패밀리 섹션 ‘붕어빵가족’도 새롭게 선보여 전 세대가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마련했다. 주말에는 영화관 밖으로 축제가 이어졌다. 롯데몰 은평 스카이필드를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예스키즈존’으로 꾸며 그림책 수업과 마술 공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린이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역촌초 5학년 신세은(12·여) 양은 “어린이들이 만든 영화를 직접 보고 심사까지 해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은평구의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구는 아이맘택시와 아동권리 모니터단, 아동·청소년 문화예술교육 등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일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즐기고 공감하는 축제가 됐길 바란다”며 “아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마음껏 누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더 멋진 은평, 아이 키우기 좋은 은평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이창동의 ‘가능한 사랑’, 베네치아 은사자 품다

    이창동의 ‘가능한 사랑’, 베네치아 은사자 품다

    해고 노동자·계급 사회 문제 조명“사람의 고통 영화에 담으려 고민”내년 美오스카상 장편부문 도전李대통령 “세계 관객과 더 만나길” 이창동(72)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네치아(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의 시선으로 끊임없이 우리 사회를 비춰 온 이 감독에 대한 헌사이자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쾌거로 꼽힌다. 이 감독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영화의 궁전)에서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은사자상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바로 다음 권위의 2등 상이다.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았던 이 감독은 이날 또 다른 은사자상까지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한국 영화가 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황금사자상) 이후 14년 만이다. 이 감독은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저는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가능한 사랑’은 이 감독이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자 첫 넷플릭스 영화로도 화제가 됐다.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가 해고 노동자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이 감독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전리’로 등단했고, 마흔셋 늦깎이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데뷔작 ‘초록물고기’(1997)와 ‘박하사탕’(2000)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사회문제를 예리하게 드러내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2002)로 베네치아영화제 특별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한국 대표 감독이 됐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비극에 휘말리는 소시민을 내세우기 때문에 주인공은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비판도 뒤따르지만, 그럼에도 이 감독은 우직하게 인간을 담아낸다”면서 “인물을 끝까지 파고드는 탁월한 영상의 시선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잠시 메가폰을 내려놓고 참여정부 첫 문화관광부 장관이 돼 1년 4개월 동안 재직했다. 이후 2007년 네 번째 작품 ‘밀양’으로 영화계로 다시 돌아왔다. 소설가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남편을 잃고 남편의 고향인 경남 밀양에 내려와 살던 신애가 아들을 유괴당한 뒤 종교에 귀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10년 발표한 다섯 번째 작품 ‘시’에서는 영화 ‘만무방’을 끝으로 15년 동안 작품을 하지 않던 배우 윤정희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미자가 시를 배우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여섯 번째 영화 ‘버닝’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이다. 세 명의 청년 종수(유아인), 해미(전종서), 벤(스티븐 연)의 만남과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뤘다. 이 감독의 우직한 행보는 일곱 번째 작품인 ‘가능한 사랑’에서도 화려하게 꽃피웠다. 사회적 지위가 극과 극인 두 부부의 갈등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성을 은유한다. 이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어떻게 영화에 담을 수 있는지 많이 생각했다”면서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어쩌면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고통을 치유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 감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신앙인과 비신앙인,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등 대칭적인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상실과 고통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리얼리즘 영화에서도 비슷한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지만, 이 감독은 이를 여러 해석이 가능하도록 다방면으로 심오하게 그려낸다”면서 “이번 ‘가능한 사랑’도 자본주의 사회 계급 문제를 다층적으로 다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가능한 사랑’은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 국제 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내년 오스카상에 도전한다. 오는 23일 국내 일부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넷플릭스에서는 11월 6일 공개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수상 소식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의 빛나는 여정을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영화의 다양성이 더욱 넓어지고, 좋은 작품들이 세계 관객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不敬 아닌 佛經’ 반야심경·전자음악 하나로… 한일 ‘힙 불교’ 이심전심

    ‘不敬 아닌 佛經’ 반야심경·전자음악 하나로… 한일 ‘힙 불교’ 이심전심

    힙합·록 접목해 불경 알리는 선승유튜브 구독 108만… 조회수 1억회“만사 받아들이고 상호 공존해야불교, 고요히 마음 바라보는 도구” 어떻게 가더라도 결국 ‘깨달음’에 이르면 된다. 그곳으로 가는 길이 즐겁고 흥겹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외는 승려의 목소리에 전자음악이 더해진다. 불경(佛經)에 대고 이러는 것이 불경(不敬)한가? 아니다. 독경 소리는 더욱 청청하게 울려 퍼진다. 다음달 30일 첫 내한 공연을 펼치는 일본인 승려 간호 야쿠시지를 서면으로 만났다.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있는 절 가이젠지의 16대 부주지이자 선승(禪僧)인 그는 불경을 현대음악과 조화롭게 접목한 것으로 주목받는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유튜브 구독자만 108만명, 그가 올린 음악 클립들은 현재 여러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청자와 만나고 있으며 누적 조회수는 1억회가 넘었다. 이 독창적인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교토에서 수행하던 시절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10명 정도 수행승과 함께 독경했습니다. 경전 위에 목소리가 겹칠 때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그 감각이 오래 남았고 수행이 끝난 후 ‘내가 직접 화음을 쌓아 그 감각을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죠. 그렇게 코러스를 겹치고 기타와 퍼커션을 넣어 첫 편곡을 완성했습니다.” ‘반야심경 음악’으로 그가 관객을 만난 지 올해로 꼬박 10년이 된다.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지만 제대로 이해하기엔 난해하기 짝이 없는 반야심경이 간호 스님의 손을 거치며 다채롭게 변신한다. 전자음악, 힙합, 록 등과 결합하며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불자(佛子)는 물론 일상 속 평화와 구도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위로를 전했다. 월드투어를 겸해 열리는 이번 공연의 부제는 ‘조화의 원’이다. “지난 10년간 음악 활동은 저에게는 모두 수행이었습니다. 망설임도, 갈등도 있었고 제 마음에 여러 고집과 치우침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도망치거나 덮어둔다고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10년을 나타내는 말로 ‘원’(圓)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일을 받아들이며 자신과 계속 마주하는 것. 그리고 내가 모든 연결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아는 것.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게 삶에서 중요한 것이죠.” 간호 스님의 공연은 국내 ‘힙불교’(힙한 불교) 열풍과도 맞닿으며 관심을 끌고 있다. 동시대 젊은 세대에게 불교는 고리타분한 종교가 아니다. 멋지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이자 삶을 풍요롭게 바꿔주는 다정한 철학이다. ‘전자음악 반야심경’도 힙불교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는 길이 즐겁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역설적이지만, 괴롭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괴롭지 않을 수 있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도 절이 나오는 장면이 늘어난 것 같더라고요. 한국의 젊은 세대에서 불교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막연한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건과 정보가 넘쳐나고 생각이 앞서기 쉬운 시대입니다. 그 가운데 불교가 지닌 ‘고요함’의 이미지와 단지 자신의 마음(心)을 바라보는 시간이 새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간호 스님의 공연은 불자만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현대 사회의 치열한 갈등과 경쟁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불교는 하나의 종교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종교라는 틀을 넘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알아가는 도구로도 존재했으면 합니다. 음악이든 사찰이든 패션이든 무엇이든 입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 李대통령, 이창동 베니스 심사위원대상에 “영화 다양성 더 넓어지길”

    李대통령, 이창동 베니스 심사위원대상에 “영화 다양성 더 넓어지길”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데 대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서 “지난 뤼미에르 서밋에서 감독님과 배우분들을 뵈었을 때 작품에 대한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직접 전해 들었다”며 “그때의 기대가 좋은 결실로 이어져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영화의 다양성이 더욱 넓어지고, 좋은 작품들이 세계 관객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창동 감독님과 모든 배우·제작진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의 빛나는 여정을 응원하겠다”고 적었다. 앞서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영화의 궁전)에서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 이창동에 문체장관 축하메시지…“영화사 위대한 이정표”

    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 이창동에 문체장관 축하메시지…“영화사 위대한 이정표”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에게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최 장관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02년 ‘오아시스’에 이어 24년 만에 베네치아에서 거둔 이 눈부신 쾌거로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위대한 이정표를 세우셨다”고 축하했다. 이어 “끊임없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감독님의 깊은 예술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며 “이렇게 늘 한국 영화계의 큰 자랑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이어 “감독님과 함께 묵직한 명작을 빚어내신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배우님과 제작진 여러분께도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며 “먼 여정 건강히 마무리하시고, 조만간 반가운 얼굴로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영화의 궁전)에서 열린 베네치아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 감독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24년 만이다. 한국 영화로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4년 만이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국내 일부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넷플릭스에서는 11월 6일 공개된다.
  • 女아이돌 “가슴에 손 댄 관객”…공연 중 성추행 피해 고백 [라이프+]

    女아이돌 “가슴에 손 댄 관객”…공연 중 성추행 피해 고백 [라이프+]

    하이브 소속 아이돌 그룹 캣츠아이의 한 멤버가 공연 중 겪은 불쾌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존중을 호소했다. 지난 10일 캣츠아이 멤버 메간은 팬 플랫폼을 통해 전날 무대에서의 소감을 전했다. 메간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캣츠아이의 월드 투어 공연에서 누군가 그의 가슴에 손을 댔고 당혹스러워하는 메간의 표정이 당시 무대 영상과 함께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시 캣츠아이는 ‘타임랩스’ 곡의 무대를 소화하던 중 객석으로 내려갔고, 메간도 다른 멤버들과 함께 밝은 미소로 팬들 곁을 지나가다 돌연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본 팬들은 “메간의 표정이 어색하고 불편해 보인다”, “메간이 괜찮기를 바란다”며 걱정을 했고, 이튿날 메간은 당시 상황을 고백했다. 메간은 “관객석으로 내려갔을 때 여러분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손도 잡을 수 있어서 좋다”면서도 “신나는 마음은 이해하고, 저희도 마찬가지다. 다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하지 말고, 서로 예의를 지키며 안전하게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무섭고 놀랐다”고 덧붙였다. 캣츠아이는 하이브 소속의 미국 현지화 걸그룹이다. 한국인 멤버 윤채가 속한 이 그룹은 2025년 발매한 ‘날리(Gnarly)’로 처음 빌보드에 진입했다. 지난 8월에는 EP 3집 ‘WILD’의 세 번째 싱글 ‘후티 프루티(Hootie Frutti)’를 발매하고 지난 1일부터 월드 투어 ‘THE WILDWORLD TOUR’를 진행 중이다. 이번 월드 투어는 총 10개 국가의 27개 도시에서 열리며 오는 11월 2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 한독협, ‘뤼미에르 선언’ 환영…“정책 이행”도 촉구

    한독협, ‘뤼미에르 선언’ 환영…“정책 이행”도 촉구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가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 주재한 ‘뤼미에르 정상회의’ 선언에 환영 입장을 냈다. 그러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프랑스를 국빈 방문해 국제 영화·영상 산업 정상회의인 ‘뤼미에르 서밋’을 공동 의장으로서 주재하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특히 7일(현지시간) 뤼미에르 서밋에서는 ‘뤼미에르 파트너십’을 출범하고, 프랑스와 함께 2031년까지 5년 동안 약 5억 유로(8000억원)씩을 영화·영상산업 발전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창동 감독, 설경구·전도연 배우 등 국내 영화인과 만나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를 논의했다. 한독협은 이번 선언에 대해 “영화와 영상을 사회가 함께 수호해야 할 공공재로 규정하고, 작품의 다양성이야말로 영화 산업 경쟁력의 본질적인 토대임을 명시했다”고 환영했다. 또 “이 대통령 역시 현장에서 독립영화를 ‘영화 산업의 미래이자 지속적인 성장동력’이라 규정하며 대한민국이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한독협은 그러나 “국제적 합의와 약속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실현해 나가야 할 정부의 실제 정책과 예산 기조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독립영화 창작 지원은 대중성과 시장성 중심의 단일 기준 경쟁 구조에 편중돼 다큐멘터리나 실험영화 등 비주류 예술 영화들의 입지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작품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유통·상영 기반과 지역 영화 생태계 또한 기반을 상실해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독협은 ▲지원 트랙의 대중성 중심 및 다양성·실험 중심 이원화,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현실화, 2024년 폐지된 독립애니메이션영화 제작·개봉 지원 복원 ▲안정적 창작 지속성 보장을 위한 다년도 지원 체계로의 전환 및 e나라도움 등 과도한 행정 정산 부담 해소 ▲독립영화 관람지원 제도 시행 및 공공 OTT와 상영·예매·작품정보를 아우르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유통 기반 강화 ▲사라진 지역영화 생태계 정책 복원, 거점-순회-교육 연계 지역 상영망 구축, 그리고 소형 비상설영화관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 “태권 얍”…춘천 세계품새선수권 16일 개막

    “태권 얍”…춘천 세계품새선수권 16일 개막

    전 세계 태권도 품새 최강자들이 강원 춘천에 모인다. 춘천레저·태권도조직위원회는 2026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를 오는 16~20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에어돔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세계태권도연맹이 주최하고, 춘천시와 대한태권도협회, 춘천레저·태권도조직위원회가 주관한다. 이 대회는 세계 3대 메이저 태권도대회 중 하나로 경연 부문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2006년 서울을 시작으로 세계를 순회하며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비상’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대회에는 84개국 2268명이 출전해 공인 품새 34개, 자유 품새 8개 등 42개 세부 부문에서 열전을 벌인다. 선수단 인원은 미국이 97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대만(93명), 스페인(92명) 순이다. 한국은 선수 55명, 임원 20명 등 총 75명으로 구성됐다. 개막식은 대회 전날인 15일 오후 5시 에어돔경기장에서 열린다. 대회 운영진은 선수와 관객 안전을 위해 경기장 내 밀집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다중운집 모니터링 드론관제시스템을 가동한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대형 에어서큘레이터와 산소 발생기도 운용한다. 대회 기간 송암스포츠타운 일대에서는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 공연과 의암호 패들보드 페스타, 카누 체험 등의 행사도 진행된다.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출발해 삼악산케이블카, 풍물시장, 명동거리, 소양강스카이워크, 공지천 등 주요 관광지를 도는 시티투어버스도 운행된다. 이상민 춘천레저·태권도조직위 부위원장은 “전 세계 태권도인이 우정을 나누며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며 “선수 모두가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대회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이건 극장서 봐야 해”… 놀런 매직, 스크린의 가치 빛내다

    “이건 극장서 봐야 해”… 놀런 매직, 스크린의 가치 빛내다

    개봉 33일 만에 대기록아이맥스 비중 11%OTT 시대 ‘N차 관람’외화 10번째·역대 통산 35번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 한 달여 만에 ‘천만’ 고지를 밟으면서 성공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놀런 감독 브랜드파워가 큰 데다 영화 자체 완성도도 좋았지만, ‘영화관에서 봐야 할 영화’라는 인식이 관객을 불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스파이더맨4)’ 바로 뒤에 개봉하면서 ‘영화 보러 가자’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도 천만 관객에 힘을 보탰다. 새로운 천만영화 탄생을 넘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에 영화관의 가치를 다시금 빛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전날 오후 4시쯤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두 번째, 역대 외화 중에서는 10번째, 국내 개봉한 전체 영화 중에서는 역대 35번째다. 흥행 이유로 ‘한국이 유독 사랑하는’ 놀런 감독이 우선 꼽힌다. 전작 ‘인터스텔라’(2014)를 비롯해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셉션’, ‘다크 나이트’ 등 국내 개봉 12편의 누적 관객은 무려 3600만명에 이른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1027만여명의 흥행 기록을 거뒀다. 이는 북미와 중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다만 놀런 감독 영화 중 가장 최근작인 ‘오펜하이머’(2023)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음에도 관객 수가 323만명에 그쳤고, 전작 ‘테넷’(2023)은 200만명에 불과했다. ‘오펜하이머’는 미국 과학자의 이야기여서 거리감이 다소 있고, ‘테넷’은 서사 구조가 워낙 복잡한 까닭에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 ‘오디세이’는 익숙한 그리스 고전을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의 여정을 그렸다. 왕의 부재를 틈타 침탈과 권력 다툼이 벌어진 왕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와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가 겪는 상황을 맞물렸다. 거대한 목마가 등장하는 다이내믹한 트로이 전쟁 시퀀스를 비롯해 동굴에서 외눈박이 거인과의 싸움, 마녀 키르케와의 일화, 거인족의 습격,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돌아온 뒤 벌어지는 암투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점도 주목을 끌었다. 아이맥스 관객 비중은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 976만 8000여명 가운데 11.3%인 110만명이나 됐다. ‘아바타: 물의 길’(8.6%), ‘인터스텔라’(8.9%), ‘어벤져스: 엔드게임’(4.2%)을 크게 웃도는 숫자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천만영화 필수공식인 ‘N차 관람’까지 이끌었다. 아이맥스 인기가 이어지자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이 우선 일반관에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아이맥스로 영화를 보고 만족한 이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다시 일반관으로 향하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 CGV 측은 이와 관련 “일반관에서 본 관객이 다시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하는 등 포맷을 전환해 보는 흐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탁월한 배급 전략 역시 통했다. 영화계에서는 언제 개봉하고 경쟁작들과 어떻게 겨룰지가 천만영화를 결정하는 주요 포인트라고 본다. ‘오디세이’는 지난 7월 15일 개봉한 ‘호프’의 화제성이 한풀 꺾이고, 마블 대작인 ‘스파이더맨4’ 개봉 다음 주인 지난달 5일 개봉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지금까지 놀런의 영화는 북미 개봉보다 늦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례적으로 개봉 시기를 늦췄는데, ‘스파이더맨4’는 캐주얼한 영화, ‘오디세이’는 명품 영화라는 식으로 포지셔닝을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둘 다 ‘영화관에서 볼 만한 영화’라는 전략이 영화관 전체 흥행을 북돋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영화 시장은 오디세이’에 더해 지금까지 879만명을 동원한 ‘스파이더맨4’가 쌍끌이 흥행하며 1950만 3000여명을 동원했다. 같은 달 기준 2019년(2478만 6000여명) 이후 최다로, 코로나19 이후 최고 성적이다. 남은 건 ‘오디세이’가 어디까지 올라가느냐다. 지난 8월 5일 개봉 후 33일만에 천만을 넘은 영화는 개봉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을 이어왔다. 개봉 10일째 300만을 돌파한 이후 13일째 500만, 19일째 700만, 27일째 900만 관객을 각각 돌파하는 등 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31일 만에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뒤에도 관객이 이어지며 1692만명을 기록했다.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표 구하기가 여전히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추석 연휴 영화들이 관건이다. 오는 16일부터 ‘인턴’을 비롯해 ‘암살자들’, 타짜: 벨제붑의 노래’ 등이 개봉하면 개봉관이 줄면서 흥행 기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 이 대통령 “韓佛 영화 분야 협업” 전도연 “앞으로 기대하겠다”

    이 대통령 “韓佛 영화 분야 협업” 전도연 “앞으로 기대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영상·영화 분야에서 계속 협업해나갈 생각”이라며 양국 간 영화 공동 제작 가능성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영화·영상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뤼미에르 서밋’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의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영화인들과의 대화’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뤼미에르 서밋에 초청받은 이창동·정주리 감독, 배우 설경구·전도연·김도연씨, 또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콘텐츠를 총괄하는 김민영 부사장이 참석했고 사회는 통역사이자 방송인인 안현모씨가 맡았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설경구씨가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가능한 사랑’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또 열리는 토론토 영화제의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내년 아카데미의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정주리 감독의 한국·프랑스·룩셈부르크 제작사 합작 영화 ‘도라’(배우 김도연씨 출연)도 칸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케이팝이나 드라마, 영화 심지어 패션, 푸드까지 일종의 새로운 신흥 문화 한국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27년부터 5년간 한국과 프랑스가 영화, 영상 산업 분야에 각각 5억 유로, 한화로 약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파트너십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공통의 출자금을 만들고 각자의 영화·영상 산업에 투자를 하는데 필요하면 공동 제작이나 협업도 할 수 있게 그렇게 만들어 가려고 합의했다”며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전날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공개됐다며 “다행히 반응이 좋다”며 “이번에 실감한 게 팬들이 한국 관객만큼이나 한국 배우들을 더 뜨겁게 좋아하고 사인도 해달라고 하며 피부로 느껴지는 차이가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배우 전도연씨는 “그 영화제가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감독님들 작품이 많이 오며 주목받는 작품 두 작품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창동 감독님의 ‘가능한 사랑’이어서 얼마나 대단한 감독님인지 새삼 또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주리 감독은 “대통령님은 후보 시절부터 전주에서 영화인들과 대담을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영화 산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느꼈는데 계속해서 이렇게 이어져 와서 이런 자리까지 함께해서 너무나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김도연씨는 “영광스럽게도 칸 영화제에도 가게 되었고 저희가 열심히 만든 그 영화를 다른 나라 관객분들과 함께 나누고 그런 경험이 큰 감동이었다”고 했다. 김민영 부사장은 “창작자분들과 민간 기업, 그리고 정부, 세 그룹의 밸런스 있는 균형 있는 협업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그런 생태계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독립영화 지원과 관련해 “돈이 되는 상업적 분야는 민간에서 다 커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독립 예술 분야나 순수 문화 분야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소재를 발굴하고 작가를 키우고 제작을 지원하고 유통을 지원하고 그리고 국제 경쟁이 가능하도록 펀드도 만들어서 함께 투자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하는 이런 일들을 이제 본격적으로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상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실은 계속 가기가 어렵다. 이 간급을 사실은 이제 정부가 메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제가 준비했던 말이 꼭 있었던 건 아니고 생각은 있었는데 다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기대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넘어야 될 벽이긴 한데 문화 예술인들의 문화 예술 황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풍성해지며 일자리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며 “드디어 대한민국에 기회가 왔다”고 했다. 이어 “(사정이 어려운 문화 예술업계) 그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된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서 앞으로는 조금 기대를 가져도 된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영화·영상 관련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주재했다. 이날 행사에는 피에르 앙투안 캅통 프랑스 미디어완 이사회 의장 및 최고경영자(CEO), 에밀리 안토니스 미국영화협회 유럽·중동·아프리카 대표, 이자벨 하스키 넷플릭스 글로벌 정책 전략 총괄 부사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간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로컬’ 생태계의 독창성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의 확장성이 함께 만날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우리 모두의 성과를 키워주는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자본과 유통망이 로컬의 잠재력 있는 이야기와 결합할 때 지역의 제작 생태계가 활력을 얻고, 또 그것이 다시 글로벌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단단한 선순환 파트너십’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도 영화·영상의 글로벌 공동제작과 투자, 글로벌 유통 협력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한 파트너로서 정책적인,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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