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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국방부 “한국전 추모의벽 오류, 수정 노력” [인터뷰 그후]

    美 국방부 “한국전 추모의벽 오류, 수정 노력” [인터뷰 그후]

    지난해 7월 제막 미 워싱턴DC 추모의벽오기 1015개, 245명은 한국전쟁 무관 미 “유감스런 실수, 유족들 연락해주길”미국 역사학자 할 바커(75)가 워싱턴DC 내셔널몰의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공원 ‘추모의 벽’에 새겨진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명단에 오탈자가 많고 전사자 명단이 부정확하다고 지적한 서울신문 인터뷰<1월 11일자 2면 보도>와 관련해 미 국방부가 “유감스러운 실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의소리(VOA)방송의 질의에 “(추모의벽 전사자 오기) 실수들을 바로 잡기 위해 내무부와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방부의 한국전쟁 전사자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이름들이 추모의 벽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각 군은 한국전 전사자 명단에 있는 모든 이름을 공식적인 군사 기록과 대조해 정확성을 검토했다”면서도 “흔하지는 않으나 공식 기록 자체에 오류가 있어 (정확한) 검토가 어려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냉전의 희생자들로 분류했던 전사자들을 한국전 전사자로 재분류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 대변인은 “추모의 벽 명단에 이름이 누락됐거나 철자 오류 등을 발견한 가족이나 시민들은 국방부에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민단체 ‘한국전쟁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를 운영하는 바커는 추모의 벽에 오자만 1015개였고, 한국전쟁과 무관한 이름이 245명이 포함된 반면 반드시 각인되어야 할 500여명의 전사자들이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완공된 추모의 벽에는 미국 국방부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이 작성한 미군 전사자 3만 6634명과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
  • “한국전쟁 추모의 벽 오류 1015개… 美 내셔널몰 역사상 최악의 실수”

    “한국전쟁 추모의 벽 오류 1015개… 美 내셔널몰 역사상 최악의 실수”

    한국전쟁 전사자 500명 빠지고전쟁 무관한 사람 245건 새겨져 “美 정부, 명단 오류 알고도 추진한국이 수정 비용 치러선 안 돼정확히 기억해야 할 국가 의무”“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추모의 벽에 새긴 전사자 명단은 미국 역사상 내셔널몰에서 발생한 최악의 실수입니다.” 지난 25년간 시민단체 ‘한국전쟁 프로젝트’를 꾸려 미군 전사자를 찾고 확인하는 역사학자 할 바커(75)는 9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줌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도 전사자인 삼촌 이름이 ‘Sodden’인데 ‘Soden’으로 각인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거의 매일 이런 통화를 한다”고 밝혔다. 정전협정 체결 69돌을 맞아 지난해 7월 27일 제막한 추모의 벽에서 그의 힘으로 찾은 오기 표현은 1015개였고, 교통사고나 다른 전쟁 사망자 등 한국전쟁과 무관한 이들이 각인된 것도 245건이었다. 반면 포함돼야 할 500여명은 누락됐다.바커는 “미국 원주민이나 일본계 미국인 이름에 특히 오자가 많다. 해군 십자훈장을 받은 ‘H.J Smith’는 ‘HOW J SMITH’로, 명예훈장을 받은 ‘Ambrosio Guillen’의 성은 ‘GUILIEN’으로 표기됐다”고 소개했다. 오기의 주된 이유는 1950년대에 펀치 카드를 이용해 컴퓨터에 전사자 명단을 입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전사자 명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국방부도 알았지만 그대로 새겼다. 앞으로도 비용과 시간상의 문제로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베트남전의 미군 전사자를 새긴 인근 조형물도 같은 논란을 겪었고, 결국 380여명의 이름을 추가했다. 바커는 “베트남전 조형물에 이름을 수정하는 데 1인당 5000달러(약 620만원)가 투입됐다고 들었고, 우리 경험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사자 한 명의 이름을 확인하는 데만 통상 5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2420만 달러(300억원)의 건립예산 중 한국 정부가 2360만 달러(292억 6000만원)를 부담했다는 설명에 “추모의 벽 법안에 미국 예산은 사용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처음부터 (미국이) 알고 있었던 실수에 한국이 대가를 치른다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바커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사자 이름을 규명하는 일을 벌였다”며 “전사자 이름이 정확하지 않다면 손자·손녀들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희생한 것을 어떻게 알까. 국가엔 전사자를 정확하게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추모의 벽에는 미국 국방부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이 작성한 미군 전사자 3만 6634명과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이 각인돼 있다.
  • [인터뷰]“한국전 추모의벽 오기, 美 역사 최악의 실수… 수정 비용, 한국 부담 안돼”

    [인터뷰]“한국전 추모의벽 오기, 美 역사 최악의 실수… 수정 비용, 한국 부담 안돼”

    역사학자 할 바커, 줌인터뷰추모의벽 철자 오기 1015개한국전쟁 무관한 245명 포함포함돼야 하나 빠진 경우 500명건축 비용 대부분 한국 부담베트남전 조형물도 같은 논란이름 당 수정 비용 620만원“국가는 정확히 기억할 의무 있다”“미국 워싱턴DC 추모의벽에 새긴 한국전쟁 전사자 명단은 잘못된 게 너무 많습니다. 미국 역사상 내셔널몰에서 발생한 최악의 실수입니다.” 지난 25년간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를 찾고 확인하는 시민단체 ‘한국전쟁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를 운영한 역사학자 할 바커(75)는 9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줌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도 뉴욕에 사는 한 전사자의 조카가 삼촌 이름이 ‘Sodden’인데 ‘Soden’으로 추모의벽에 잘못 각인됐다고 전화를 했다. 거의 매일 이런 전화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해 7월 27일 제막한 추모의벽에서 찾은 오기 표현은 1015개였고, 교통사고나 다른 지역 전쟁 사망자 등 한국전쟁과 무관한 이들이 각인된 수도 245명이었다. 그는 반면 반드시 포함될 전사자 500여명은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바커는 “미국 원주민이나 일본계 미국인 이름이 특히 오자가 많다. 또 미국 해군 군용기와 공군 소속 군용기가 일본에서 충돌해 두 조종사가 사망했는데 해군 조종사의 이름만 새겨져 있다”고 했다. 이외 해군 십자훈장을 받은 ‘H.J Smith’는 ‘HOW J SMITH’로, 명예훈장을 받은 ‘Ambrosio Guillen’의 성은 ‘GUILIEN’으로 표기됐다. 오기의 주된 이유는 1950년대에 펀치 카드를 이용해 컴퓨터에 전사자 명단을 입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전사자 명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국방부도 알았지만 그대로 추모의벽에 새겼다는 게 바커의 주장이다.베트남전의 미군 전사자를 새긴 인근 조형물도 같은 논란을 겪었고, 결국 380여명의 이름을 추가했다. 바커는 “베트남전 조형물에 이름을 수정하는데 1인당 5000달러(약 620만원)가 투입됐다고 들었고, 우리 경험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사자 한 명의 이름을 확인하는데만 통상 5시간이 걸린다”며 “국방부는 비용과 시간의 문제로 추모의벽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2420만 달러(약 300억원)의 건립예산 중 한국 정부가 2360만 달러(약 292억 6000만원)을 부담했다는 설명에 “추모의벽 법안에는 미국 예산은 사용하지 않도록 돼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미국이) 알고 있었던 실수에 한국이 대가를 치른다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해법에 대해선 “너무 길고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추모의벽을 세우기 전에 정리했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바커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전사자 이름을 규명하는 일을 해왔다”며 “전사자의 이름이 정확하지 않다면 손자·손녀들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희생한 것을 어떻게 알까. 국가는 전사자를 정확하게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추모의벽에는 미국 국방부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이 작성한 미군 전사자 3만 6634명의 이름이 각인돼 있다. 또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174명도 새겨져있다.
  • 록 축제의 원조 ‘우드스톡 페스티벌‘ 7월 한국에서…미국 밖 최초

    록 축제의 원조 ‘우드스톡 페스티벌‘ 7월 한국에서…미국 밖 최초

    미국의 전설적인 록 페스티벌이자 대중음악 축제의 시초라고 불리는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올여름 한국에 상륙한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 열리는 건 한국이 처음이다. 공연기획사 SGC엔터테인먼트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전쟁 휴전 70년을 맞아 오는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표어로 페스티벌 ‘우드스톡 뮤직 앤드 아트페어 2023’을 연다고 밝혔다. 축제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1969년 미국 뉴욕주 베델에서 처음 열렸던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지미 핸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등 당대의 스타들이 참가해 1960년대 록 문화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다. 같은 해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 페스티벌에는 40만명 넘게 참가해 자유와 반전주의, 다양성의 추구를 부르짖었다. 그 뒤 1994년과 1999년과 2009년에 각각 개최 25주년과 30주년, 40주년을 기념해 후속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1960년대는 비틀스, 밥 딜런, 어리사 프랭클린이 활동한 대중음악의 전성기”라며 “아티스트 외에 그 당시를 상징하는 지적재산(IP)을 뽑으라면 우드스톡이 아닐까 싶다”며 페스티벌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우드스톡은 페스티벌을 넘어 공연의 상징”이라며 “한국에서 우드스톡이 열리는 건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0년 국내에서 ‘우드스톡 페스티벌’을 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페스티벌 이름 사용에 관한 판권과 출연자 섭외 등의 문제로 무산됐다. 김은수 SGC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공연 무산의 아픔을 겪고 ‘우드스톡’이 13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해 기뻐해 주셔도 될 것 같다”며 “스포츠는 올림픽, 축구는 월드컵, 페스티벌은 ‘우드스톡’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GC엔터테인먼트는 이날 판권 구입 비용, 구체적인 페스티벌 라인업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30여 팀과 출연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중수교 성명’ 서명한 이상옥 전 외무장관 별세

    ‘한중수교 성명’ 서명한 이상옥 전 외무장관 별세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했던 이상옥(89) 전 외무부 장관이 5일 별세했다. 고인은 경북 안동시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57년 외무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 미주국장, 제1차관보, 주싱가포르·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 차관을 거쳐 노태우 정부 당시인 1990년 12월부터 1993년 2월까지 외무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는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무너지고 옛 소련이 해체되는 등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국제질서가 소용돌이치던 시기였다. 고인은 외무장관으로서 노태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북방외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과 한중수교 등 한국 외교에 여러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한중수교는 수교 제안부터 비밀 예비회담, 공동성명에 이르는 역사적 현장을 진두지휘했고, 마침내 1992년 8월 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첸치천(錢其琛) 중국 외교부장과 함께 서명하며 한국 외교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한국전쟁 후 40년 동안 이어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공존의 길로 들어서면서 탈냉전 흐름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1991년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위해 전방위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외교부가 작년 일반에 공개한 외교 문서에 따르면 고인은 당시 예고르 로가초프 소련 외무차관과 면담하면서 “소련이 북한에 대해 외교정책 일반은 물론, 특히 유엔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설득해 주기 바란다”며 북한과 중국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퇴임 후에는 유엔한국협회 회장, 한중우호협회 고문 등을 지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발인은 7일.
  • [서울광장] 인조의 교훈, 의리와 실리/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인조의 교훈, 의리와 실리/박록삼 논설위원

    2022년의 마지막날 영화 ‘올빼미’를 봤다. 토요일 이른 오전 상영시간이지만 객석은 가득 메워졌다. 안중근 의사의 ‘단지(斷指) 동맹’ 노래가 울려 퍼지고 바닷속을 누비는 푸른 나비족이 온통 스크린을 양분하다시피 한 틈바구니에서 3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꿋꿋이 잘 버티고 있는 셈이다. 아버지 인조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현세자 얘기를 짧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와 상상을 버무려 꽤 흥미진진한 서사로 만들었다. 인조는 조선왕조사에서 두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무능한 왕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명(明)과 후금 사이 중립외교 노선을 어렵게 걷던 광해군을 쫓아낸 뒤 왕위에 올라 신흥 패권국인 청(淸)을 배척했다. 결국 병자호란을 겪고 삼전도에서 청 황제 홍타이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땅에 이마를 찧는 조선 역사상 최대의 치욕 끝에 국가의 궤멸을 겨우 면할 수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8년간 청에 볼모로 잡혀 있다가 돌아온 아들 소현세자가 또 다른 실리외교 노선을 표방하려 하자 갈등을 겪고 아들 독살설의 유력한 용의자로 남기까지 했다. 2023년 새해 아침 이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올해 대한민국이 처한 세상을 새삼 되돌아본다. 임진왜란ㆍ병자호란 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명이 참전했고 일본과의 강화 협상 주역이 됐다. 명은 조선에도 일본과의 화친을 강요했다. 한국전쟁 이후 정전협정에 이르는 상황과 몹시 흡사하다. 1636년 병자호란 때는 성리학적 시비(是非)에 사로잡혀 국가의 실리(實利)를 제대로 도모하지 못했다. 더이상 조선을 도와줄 기력조차 없는, 쇠락하는 명에 대한 순결한 의리와 성리학적 올바름이 조정을 감쌌다. 청과의 화친을 주장한 최명길의 고뇌와 죽을지언정 타협하지 말자는 김상헌의 결기가 맞부딪친 그해 겨울 남한산성의 강추위보다 더 시리고 시린 날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오랜 시간 동맹의 이름으로 일국 중심의 정치, 외교, 안보, 경제를 운영해 왔다. 국가의 이익 도모가 최고의 원칙이자 기준임은 명확하다. 실리적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다극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장 삼아 사실상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패권 전쟁을 넘어 중국과 대만 양안 문제, 한반도 문제 등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사실상 군사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도 좌고우면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9·19 남북군사합의를 비웃듯 무인기를 보내 남한 상공을 휘저었던 북한은 새해 첫날부터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보유를 당연한 권리처럼 말하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우리의 처지가 인조 시대와 딱히 다르지 않은 이유다.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풀려 하면 오히려 상황이 복잡해지고 만다. 대통령이 나서서 “확전 각오”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넘어가게 하는 맞대응을 하고, 미국의 핵전력을 사실상 공동으로 보유하겠다고 말했지만 든든함보다는 불안과 공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극단적 대립과 갈등으로 빚어진 우발적 군사 충돌은 자칫 한반도를 정전협정 이전으로 되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외교안보, 경제안보 측면에서 러시아, 중국과 척지는 것은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 시비를 명확히 하더라도 핵심은 국가와 국민의 이해(利害)다. 대한민국의 국익은 러시아에도, 중국에도, 한반도에도 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험난하고 위태로운 줄타기지만 이를 포기하는 것은 실리, 국익과는 거리가 멀다. 철저한 자국 중심 외교가 절실하다. 일극 외교의 최후는 인조의 어리석음이 남긴 교훈만으로도 충분하다.
  • ‘제로 코로나’ 유탄 맞은 中영화… 1년 만에 수입 3조 1300억 증발[특파원 생생리포트]

    ‘제로 코로나’ 유탄 맞은 中영화… 1년 만에 수입 3조 1300억 증발[특파원 생생리포트]

    ‘중국 경기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영화 시장 수입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으로 관객들이 극장 방문을 포기해서다. 2일 중국영화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체 영화 흥행 수입은 300억 6700만 위안(약 5조 4800억원)으로 전년(472억 5800만 위안) 대비 36%나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자국 영화의 흥행 수입은 255억 1100만 위안으로 전체 실적의 85%를 차지했다. 영화관은 좁은 공간에 대규모 인원이 두 시간가량 함께 앉아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자 수시로 영화관을 폐쇄했다. 지난해에도 감염병이 산발적으로 확산하자 중국 전역의 영화관 대부분을 운영 중단시켰다. 이렇게 폐쇄와 재개장이 끝없이 이어지자 중국인 상당수는 극장 가는 것을 아예 포기했다.지난해 8월 베이징일보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전역 영화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문을 닫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운영을 중단한 영화관 가운데 61.5%가 1개월 이상 영업을 못 했고, 2개월 넘게 쉰 곳도 31%에 달했다. 하반기에도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부분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면서 영화관이 문을 닫았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해 박스오피스 1위는 한국전쟁 관련 영화인 ‘장진호’의 속편 ‘장진호 수문교’가 차지했다. 전체 영화 시장 수입의 13.5%에 달하는 40억 6700억 위안을 끌어모았다. 장진호 시리즈는 1950년 11~12월 함경남도 장진 지역에서 벌어진 장진호 전투를 중국인의 시각으로 그렸다. 같은 해 9월 인천 상륙 작전을 성공시켜 전세를 뒤집은 미군은 개마고원 일대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중공군 7개 사단(12만명)에 포위됐다. 미군은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17일 만에 포위망을 뚫고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1만 8000여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피해가 컸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대내외적 어려움이 커지자 이른바 ‘애국 영화’가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이어 조석 작가의 네이버 웹툰 ‘문유’를 원작으로 한 중국 영화 ‘두싱웨추’(獨行月球·달에서 홀로 걷다)와 코미디 영화 ‘냉정하지 못한 킬러’(這個殺手不太冷靜)가 각각 31억 위안과 26억 위안을 벌어 흥행 순위 2·3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영화 산업은 경제 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영화관 스크린 수는 8만 2000여개다. 중국은 박스오피스와 스크린 수 모두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 영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 미중 갈등·北 핵무력 강화… 尹정부 ‘전략적 선명성’ 드러내야

    미중 갈등·北 핵무력 강화… 尹정부 ‘전략적 선명성’ 드러내야

    전 정권 탈피하려는 노선 경쟁 치우쳐 경제 수호동맹으로 확대시켜야 할 때 한국전쟁 이래 가장 큰 지각변동 예상 외교안보정책은 초당적 지지 받아야2023년 윤석열 정부 2년차의 ‘외교안보’호(號)는 신냉전의 파고가 한층 높아진 망망대해에서 국익을 위한 선택의 방향키를 잡아야 한다.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전 지속으로 인한 핵전쟁 및 인플레이션 위협이 상존하는 가운데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통일이라는 먼 목적지를 향해 ‘글로벌 중추국가’의 닻으로 항해하고 있다. 세밑에 윤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미국에 한층 밀착하며 나아가고 있었으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고도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으로 먹구름은 한층 짙게 드리워졌다. 올해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는 해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 비호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며, 경제안보·한일 관계 개선 등 챙겨야 할 외교안보 현안은 산적해 있다.새해에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반도 외교 정책이 결국 미중 양강 구도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며, 국익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외교·경제안보 개념을 확립하고 역대 정부가 취했던 외교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탈피해 ‘전략적 선명성’을 드러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전통적인 개념의 안보 동맹을 경제 수호 동맹으로 확대시켜 전략적인 종합 대응을 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일 “미중은 물론이고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구축하려는 글로벌 추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우리는 실리적인 공급망 구축보다도 무조건 이전 정권의 외교 정책을 탈피하려는 노선 경쟁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교안보 분야의 정부 실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윤 정부는 대북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제시했으나 북한은 잇단 ICBM 발사와 핵무력 법제화로 응답했다. 미국이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2024년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만큼 북한으로선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 전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한층 첨예화될 수 있다. 임한택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고문은 “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가운데 안보 위기까지 겹친 국면으로, 한국전쟁 이래 가장 큰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한 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인태 전략의 연장선에서 한국 역시 명확히 한편에 서길 원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중국은 안보·경제 측면에서 한미일에 맞서 대립 전선을 이어 가고 있다. 대만 문제와 신장 위구르 등 인권·민주주의와 관련한 가치 대결에서도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대치 전선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의 국익을 존중하는 한편으로 중국으로부터 얻을 전략적 이익들을 챙겨야 하는데 지나치게 미국에 편향된 운영은 (미중 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미·대중 외교를 두루 거친 조희용 전 주캐나다 대사는 “핵심 외교안보 정책은 당파적 경쟁(파티전십)을 떠나 국민들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면서 “안보 정책을 초당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을 주요국에 수시로 표명할 수 있어야 우리의 외교적 파워가 올라가고, 남남 갈등으로 역이용당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임진강은 흐른다/건축가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임진강은 흐른다/건축가

    서울 구도심에서 자유로를 타거나, 혹은 서울문산고속도로를 타거나, 아니면 의정부와 양주를 거쳐 북상하면 두 시간이 채 안 돼 임진강 줄기 어딘가에 다다른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가 절로 떠오를 정도로 자연 하천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한 강이다. 북한 땅 깊숙한 곳인 강원도 마식령 인근에서 발원하는 임진강은 군사분계선을 위아래로 들락거리며 남북을 모두 아우른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보면 임진강은 적성 인근에서 뚜렷한 M자를 대지에 새긴다. 반대로 한강은 거대한 W자로 강북과 강남 사이를 누비면서 서울 시계를 빠져나간다. 두 강은 우연치고는 너무나 뚜렷한 대조의 구도를 이루며 한반도 중부 지역의 심상지리를 형성한다. 임진강과 한강의 합수부인 파주 교하에서 서해까지는 10㎞ 정도. 그 구간인 ‘조강’(祖江), 즉 ‘할아버지강’은 엄연히 한강의 하류이며, 이에 따라 임진강은 한강의 제1지류로 간주된다. 이 장대한 물의 흐름은 서해에 도달하기 직전 북한의 개풍군 일대를 휘감고 내려온 또 다른 물줄기인 예성강을 한 번 더 받아들인다. 폭이 좁지만 수심이 깊은 예성강 어귀에는 한때 동아시아의 대표적 무역항이었던 벽란도가 있어 멀리 아랍 상인들까지 오갔다. 이렇게 한반도 중부 지역의 크고 작은 물의 흐름은 할아버지 품에 안긴 손자손녀들처럼 조강에서 하나로 모여 느릿느릿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임진강 일대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 분단의 현장이다. 까마득한 원삼국 시대에는 마한과 한사군의 경계였고, 이어 고구려와 백제, 나중에는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 지역이었다. 임진강 북단 언덕 위의 고구려 성인 호로고루와 그 맞은편 강변의 신라 이잔미성 사이는 서로 소리 지르면 들릴 만한 거리다. ‘밥 먹었냐’ 정도의 이야기는 흔하게 오갔을 법하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임진강을 경계로 직접적 통치 지역과 간접 통치 지역이 나뉘었다. 이후 임진왜란,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 일대에서는 크고 작은 전투가 수없이 반복됐다.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역사적 격전지인 적성의 칠중성에는 지금도 대한민국 육군의 참호가 종횡으로 이어져 있다. 한 번 격전지는 영원한 격전지다. 이처럼 한반도 분단의 역사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주말 임진강을 찾았다. 강변 언덕에서 바라본 강물은 한겨울의 맹추위 속에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날카로운 얼음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살풍경은 평소의 유장한 임진강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임진강을 보고 돌아온 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수도권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방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으면서도 일상은 놀라울 정도로 별일 없다는 듯이 흘러가고, 한반도의 미래는 그만큼 더 미궁으로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절망하지 말고 더 긴 호흡과 넓은 시선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 아닐까. 서로 부딪치며 깨지는 얼음 아래 임진강은 여전히 흐른다.
  • 전북대 한옥 북미·동남아 이어 호주 진출

    전북대 한옥 북미·동남아 이어 호주 진출

    동남아와 북미에 수출된 전북대 한옥이 오스트레일리지아에 진출한다. 26일 전북대 한옥기술종합센터에 따르면 시드니 코리아가든 문화재단과 한옥수출을 위한 협약을 했다. 시드니 코리아가든은 한국전쟁에 참여해 희생된 호주 군인들을 추모하고, 한국 교민들의 만남의 장소를 조성하기 위해 시드니 일원에 희생 군인 추모비와 한국 전통 정자, 전통 공원, 교민 커뮤니티센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두 기관은 1차로 하버 브리지가 보이는 메모리얼 파크에 한국 전통 정자 1동을 건축하기로 했다. 이어 자금이 확보 되는 대로 정원과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호주에 한옥 살림집 2채도 수주했다. 한옥 살림집에는 방과 대청, 찜질방 등 한국 전통 주거문화를 알리는 시설이 들어간다. 특히, 전북대 한옥건축학과 학생들과 고창캠퍼스에서 한옥교육을 받는 교육생들은 호주의 목조건축 현장에서 일하면서 공부하고 여행하는 워킹 홀리데이 협약도 함께 체결해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 기회까지 얻게 됐다. 앞서 전북대는 베트남 퀴논시에 한옥을 수출했고, 현재 필리핀에 K-Town, 알제리에 한국전통정원, 미국 조지아주에 한옥마을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캐나다, 미국 등 10여 개국 20여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남해경 교수는 “전북대는 고창캠퍼스를 중심으로 활발한 한옥교육과 생산에 관심을 기울여 K-하우징 문화를 세계에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빛으로 만난 크리스마스… 예술로 만난 상상의 나라[권다현의 童行]

    빛으로 만난 크리스마스… 예술로 만난 상상의 나라[권다현의 童行]

    찬 바람이 불자 겨울이 왔다는 걸 직감한 아이는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묻는다. 이제 몇 밤 자면 크리스마스예요?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나 역시 명절보다는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렸다.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주는 단순명료한 기쁨 때문이었을까. 단 하루뿐이어서 더욱 아쉬운 크리스마스를 조금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양주에 자리한 조명박물관이다. 매년 겨울의 시작을 크리스마스 전시로 여는 이곳에선 내년 1월까지 넉넉하게 크리스마스 무드를 만끽할 수 있다. 왜 하필 조명박물관인가 싶겠지만 조명 제작사에서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조명 주제 전문박물관이다. 크리스마스는 반짝이는 조명이 화려함을 더하는 시즌이다. 때문에 조명박물관에서는 2006년 ‘크리스마스 캔들전’을 시작으로 겨울마다 크리스마스 전시를 선보인다. 크리스마스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빛, 체험,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전시로 올해는 ‘꿈꾸는 크리스마스’가 주제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환상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는 의미다.●이야기로 듣는 크리스마스트리 유래 박물관 지하 1층에 자리한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아기 예수의 탄생을 표현한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크리스마스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한 장면이지만 내용은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겪어야 했던 고난에 주목한다. 시련과 역경을 이겨 내고 마침내 성인(聖人)이 된 예수처럼 세상의 많은 어려움과 난관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 감사를 표현하는 상징물이자 가족의 소망을 담은 장식인 크리스마스트리와 마음을 주고받는 선물의 의미도 곱씹어 볼 수 있다. 착한 일을 하면 받는 줄 알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이 원래는 가난한 이웃과 어린이를 돕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아이는 생각이 많아지는 얼굴이다. 그래도 자신의 선물을 포기하는 것은 어려웠는지 산타 할아버지가 더 많은 친구들에게 선물을 나눠 줄 수 있도록 저렴한 장난감을 골라야겠다고 다짐한다. 100년 후의 크리스마스를 상상해서 표현한 장면도 흥미로웠다. 미래의 산타 할아버지는 자율주행 썰매를 타게 될까? 그럼 루돌프는 사라지게 되는 걸까? 아니면 루돌프 로봇이 대신할까? 미래엔 우주선을 타고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기 어려워질 거라는데 무더운 크리스마스는 또 어떤 풍경일까? 이런 질문들을 아이와 함께 나누며 크리스마스에 대한 색다른 상상을 해 볼 수 있어 뜻깊었다. 맞은편에는 ‘겨울잠 자는 동안에’란 제목으로 겨울잠을 자느라 크리스마스를 경험해 보지 못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젠가 아이에게 겨울잠 자는 반달가슴곰에 대한 동화를 읽어 준 적이 있는데, 그때 이런 상상을 해 봤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를 함께할 수 없는 게 안타까웠는지 곰 인형 귀에 속삭인다. 크리스마스 지나고 겨울잠 자면 안 될까? 진짜 재밌단 말이야, 크리스마스! 이어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동화인 ‘호두까기 인형’을 주제로 한 ‘설탕 트리와 발레리나, 호두까기 인형’이 나타났다. 엄마가 가장 기대했던 공간이다. 매년 열리는 조명박물관 크리스마스 전시의 메인 포토존이기 때문. 형형색색의 오너먼트로 꾸민 크리스마스트리를 중심으로 가득 쌓인 선물과 커다란 호두까기 인형, 그 뒤로 보이는 따스한 벽난로가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이콥스키의 음악까지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아이도 압도적인 화려함에 감탄한 모양이다. 평소 같으면 사진 서너 장만 찍어도 툴툴거렸을 텐데 카메라 앞에서 애교 넘치는 표정을 잔뜩 선보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무대가 인상적인 ‘우리가 크리스마스 주인공’, 신비로운 겨울 숲을 표현한 ‘겨울로 가는 숲’, 산타를 돕는 요정으로 변신할 수 있는 ‘산타네 집 요정환영’ 등 아이와의 특별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계속 이어진다.●빛의 굴절·분산·혼합 과학원리도 쉽게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빠져나오면 과학이 들려주는 빛 이야기가 펼쳐진다. 빛의 굴절과 분산, 색 혼합 등 아이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체험을 통해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공간이다. 특히 아이는 빛돌이라는 조명박물관 캐릭터를 활용한 체험을 흥미로워했는데, 버튼만 누르면 두 가지 색깔의 빛이 만나 전혀 다른 색깔의 빛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색 혼합의 원리를 체득할 수 있었다. 캐릭터 놀이공간인 라이팅 빌리지에서도 빛이 가진 다양한 특징을 놀이를 통해 친근하게 느끼도록 했다. 빛상상공간은 어른들도 재미있게 관람했다. 미로처럼 구성된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각각 다른 테마를 가진 빛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검은색만 있는 줄 알았던 그림자의 또 다른 색깔을 만날 수 있는 ‘색깔이 있는 그림자 원리’, 폭풍 전날 밤의 분위기와 느낌을 빛으로 재현한 ‘폭풍전야’, 빛을 이용해 무한한 공간을 연출한 ‘앨리스의 문’, 휴대전화 조명을 활용해 야광필름 위에 그림을 그리는 ‘빛으로 그린 그림’ 등 오감으로 느끼는 빛의 특징이 흥미진진하다. 박물관 1층에는 조명역사관이 자리한다. 인류 최초의 인공조명인 불의 발견과 이를 활용한 세계 각국의 전통조명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전통조명관, 전기의 등장과 함께 서구 산업사회의 발전을 이끌었던 각종 조명을 소개한 근현대조명관, 조명을 통해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읽을 수 있는 앤티크관으로 구성됐다. 직접 조명을 켜 보는 등 전시 중간중간 체험 요소가 곁들여져 아이들이 관람하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건너편 기획전시실에서는 부지현 작가의 라이트아트를 선보인다. 수명을 다하고 버려진 폐집어등을 미학적 오브제로 활용한 설치작품들이다. 아이에게는 쓰레기도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였다. 한쪽에선 빛 공해를 다룬 전시가 눈길을 끈다. 어두워서가 아니라 너무 밝아서 불편해진 과유불급의 시대를 아이와 함께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안데르센 동화 속 장면 직접 재현 크리스마스와 연계한 체험도 운영 중이다. 아이는 빛돌이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빛돌이 목걸이를 만들어 하루 종일 걸고 다녔다. 산타의 길을 밝혀 주는 요정의 등불, 안데르센 동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 눈의 여왕, 빛의 파장이 아름다운 종이집 스노하우스 등 겨울 시즌에 딱 어울리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공연도 이뤄진다. ‘길동무 북두칠성’이란 작품이었는데, 친근한 동요를 뮤지컬 넘버로 사용한 데다 그림자극까지 합쳐져 한 시간 내내 아이가 집중하며 관람했다. 조명박물관의 ‘꿈꾸는 크리스마스’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주말에 방문할 경우 포털사이트에서 예약 후 관람 가능하다. 체험은 현장에서 신청 가능하지만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어 입장할 때 예약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양주에는 아이들과 함께 예술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꽤 많다. 장흥유원지에 자리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 가나아트파크가 대표적이다.●아이와 보기 좋은 ‘장욱진미술관’ 장욱진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었음에도 오히려 서정적인 작품에 매진했던 그는 40대에 양주 한 시골집에 홀로 머물며 간결하면서도 동양적인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처음 장욱진미술관을 찾았을 때 화가가 가족들에게 시시때때로 선물했다는 작은 그림들이 전시 중이었다. 단순한 붓질 너머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잔잔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일부러 아이를 데리고 다시 미술관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전시가 바뀔 때마다 작품을 챙겨 보는데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순진한 매력이 있어 아이와 함께 관람하기에도 부담이 없다.장욱진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를 모티브로 했다는 미술관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정과 각각의 방들이 감각적으로 연결된 미술관은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를 드러낸다. 곳곳에 자리한 커다란 창 너머로는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이 그림처럼 매달린다. 생전에 아이들을 무척 아꼈던 화가의 영향인지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도 꾸준히 선보인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장욱진의 그림을 활용한 카드와 펠트액자를 만든다. 현재 전시 중인 ‘선善도 악惡도 아닌’전은 다음달 8일까지 이어진다.●가나아트파크, 동심 담은 작품 전시 가나아트파크는 어린이 복합예술공간을 내세운다. 그렇다고 전시 수준이 유치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기성 작가들 작품 가운데 기발한 상상력과 순수한 동심이 돋보이는 작품을 골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전시한다. 현재 전시 중인 김선우 작가의 ‘DoDo’s Bon Voyage!’는 신화 속 도도새를 통해 꿈과 자유를 이야기하고, 이유경 작가와 프로젝트 그룹 ‘옆[엽]’의 ‘랄랄라 코끼리의 상상여행’은 아이처럼 장난기 가득한 상상 속 풍경을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재현했다. 2023년 계묘년을 기념한 홍원표 작가의 ‘한가로운 토끼’도 아이는 물론 엄마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옐로 스페이스에 설치된 ‘에어포켓과 비밥(B’bob)’은 섬유작가 토시코 맥아담의 텍스타일 작품이자 그물놀이터다. 뜨개질을 하듯 손으로 직접 그물을 짜서 완성한 이 작품은 제작에만 1년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처럼 완벽한 예술작품 위에서 송글송글 이마에 땀이 맺히도록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뿌듯해진다. 어린이체험관에서는 블록과 모래놀이를 즐길 수 있고, 나만의 우산을 꾸미거나 에코백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시즌마다 다채롭게 운영된다.●송암스페이스센터서 별 구경 장흥유원지 내에는 송암스페이스센터도 자리해 길게만 느껴지는 겨울밤을 알차게 보내기 좋다. 해발 450m 계명산 자락에 위치한 송암스페이스센터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 가까이에서 별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 주 망원경을 갖춘 천문대 외에도 돔으로 된 반구형 스크린에서 다양한 천문 현상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플라네타륨, 실제 우주인이 된 것처럼 실감 나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챌린저 러닝센터, 여유롭게 하룻밤을 머물며 낭만적인 밤하늘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숙소와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갖췄다. 현재 토요일에만 운영되는데, 별빛패키지를 이용하면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대에 올라 디지털 플라네타륨과 로봇 공연 등 특별 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여행작가
  • 헬렌 켈러, 일제강점기 때 한국서 책상 사 갔다

    헬렌 켈러, 일제강점기 때 한국서 책상 사 갔다

    장애를 극복한 사회 운동가 헬렌 켈러(1880∼1968)가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을 방문해 책상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부가 나왔다. 해당 장부는 193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간 국내에서 문화재를 사 간 외국인 정보가 담겨 있어 향후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한국 문화재 소장가인 미국인 로버트 마티엘리(97)로부터 한국 문화재 관련 자료 3건, 총 60점을 기증받았다고 19일 밝혔다. 현재 미국 오리건주에 거주하는 마티엘리는 1958년부터 1988년까지 미8군 군무원으로 한국에서 30년간 근무하며 1946점의 한국 문화재를 수집했다. 2016년에는 도난당했던 순천 송광사의 ‘오불도’를 기증한 적도 있다. 기증받은 물건 중에 사무엘 리가 1936년부터 1958년까지 덕수궁 맞은편에서 고미술상을 운영하며 작성했던 외국인 고객장부가 눈길을 끈다. 이 장부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기를 거쳐 20년 넘게 한국 미술품을 구입했던 수백명의 서양인 및 일본인 고객 이름, 판매일자, 주소, 품목 등이 기록돼 있다. 헬렌 켈러라는 인물은 1937년 7월 14일 사무엘 리의 고미술상에서 책상을 산 것으로 나오는데, 켈러가 그해 7월 11~16일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함께 기증받은 1962년 화가 박수근의 개인전 리플릿은 33점의 출품작 목록이 인쇄된 기존 자료보다 11점의 목록이 추가로 있어 주목된다. 1962년 미8군 SAC 도서관에서 열린 박수근 개인전에 총 45점의 유화 작품이 출품된 것으로 추정해왔지만 기존 자료에 33번까지만 적혀 있어 구체적 출품 목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박수근 전시를 연구해 온 서성록 안동대학교 교수는 “이번에 기증받은 자료의 추가 11점 목록은 박수근의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 전체를 복원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고 평가했다. 재단은 기증받은 자료를 통해 한국 문화재가 해외로 나간 출처를 더 광범위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은 향후 기초 연구를 진행해 학술적 성과를 공개·활용할 예정이다.
  • 이재준 수원시장, 튀르키예 대사와 ‘앙카라학원‘ 기념 등 협력 논의

    이재준 수원시장, 튀르키예 대사와 ‘앙카라학원‘ 기념 등 협력 논의

    경기 수원시는 이재준 시장이 16일 시청을 방문한 살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와 수원시·튀르키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만남은 타메르 대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타메르 대사는 이날 “앙카라 학원은 한국과 튀르키예 양국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라며 “수원시와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이 협력해 앙카라 학원을 기념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시장은 타메르 대사에게 “앙카라 학원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터키)군은 서둔동 옛 농촌진흥청 자리에 주둔하며 인근에 ‘앙카라 학원’을 세워 전쟁고아 640여 명을 돌보는 등 지원 활동을 했다. 1966년 튀르키예군 잔류 중대가 철수했고, 1974년 앙카라 학원은 폐쇄됐다. ‘앙카라’는 터키의 수도다. 수원시는 전쟁고아를 위한 복지사업을 펼친 튀르키예군을 기념하기 위해 2012년 10월 서둔동 서호초등학교 인근 길에 ‘앙카라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했다. 2013년에는 서호초등학교 인근에 ‘앙카라학교 공원’을 조성하고, 2006년 서둔동 45-9번지에 설치했던 ‘앙카라 학원 기념비’를 앙카라학교 공원으로 이전했다.
  •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세계유산 등재 첫발

    부산시가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 부산의 역할과 피란민의 생활상을 보여 주는 근대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부산시는 최근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가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대상 유산은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였던 경무대(현 임시수도 대통령기념관), 임시수도 정부청사였던 임시중앙청(현 동아대 박물관),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부산항 제1부두 등 9곳이다. 시는 2015년부터 이들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2017년 문화재청이 피란 생활상을 반영하는 유산 추가와 종합 보존·관리계획 수립을 요구하면서 조건부 잠정목록에 선정했다. 이후 시는 전문가와 유산을 연구하며 가치를 조명하고 경무대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를 국가문화재로,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를 시 문화재로 지정 또는 등록하면서 보존 기반을 만들었다. 시는 2028년 등재를 목표로 연구보완과 보존·관리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우리나라 도심지 근대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첫 시도로 외면받았던 국내 근대유산을 후세까지 보전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美 빌리 그레이엄 도서관에 ‘김장환 목사 기념홀’

    美 빌리 그레이엄 도서관에 ‘김장환 목사 기념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빌리 그레이엄 라이브러리에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88) 목사의 영어 이름을 딴 ‘빌리 킴 홀’이 문을 열었다. 2018년 세상을 떠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라이브러리를 리모델링하면서 집회나 세미나 등을 위한 다목적홀을 새로 짓고 13일(현지시간) 헌당식과 리본 커팅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축사를 했고, 김장환 이사장이 답사를 해 의미를 더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환영사를 통해 “김 목사는 1973년 여의도 전도 집회에서 그레이엄 목사의 설교에 실수가 있었는데 이를 바로잡을 정도로 탁월한 통역이었다”고 돌아본 뒤 김 목사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전도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홀을 신축한 목적이 김 목사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전도 사명자들을 양성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펜스 전 부통령은 “김 목사는 극동방송을 통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에 복음을 전파하는 방송 선교사이다. 전 세계를 돌며 빛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한 줄기 소망의 빛을 비추고 있다. 그의 복음 사역은 기릴 만하며 이 홀이 그의 사역을 후세가 기억할 수 있도록 감당해 줄 것을 축복한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미군 부대의 허드렛일을 도맡는) 하우스 보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다. 앞으로 더 열심히 복음을 전하겠다.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보잘것없는 존재였지만 남다른 성실성을 눈여겨본 칼 파워스 상사가 미국에 유학을 보내줘 인생의 항로가 크게 바뀌었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 밥 존스 고교, 대학과 대학원을 나와 목사가 됐다. 침례교세계총회(BWA) 회장까지 역임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거목으로 성장했다. 빌리 그레이엄 라이브러리는 2007년 개관 뒤 170만명이 찾을 정도로 기독교 명소가 됐다. 이날 행사에도 존 그레고리 고아 돌봄 단체 ‘Serving Orphans Worldwide’(SOW) 회장, 돈디 코스틴 찰스턴 서던 대학 총장과 극동방송의 한기붕 사장과 이일철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편 헌당식을 마친 뒤 펜스 전 부통령의 간증집 ‘그래서 신이시여 저를 도우소서’(So Help Me God) 출판기념회와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 대법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 국가배상 청구소송 가능”

    대법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 국가배상 청구소송 가능”

    국군이 6·25전쟁 당시인 1951년 경남 거창군에서 지역주민 수백명을 학살한 이른바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4일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 A씨 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1996년 제정된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거창사건 사망자 및 유족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2005년 제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는 거창사건법에 의해 사망자 및 유족 결정이 이뤄진 피해자는 진실규명 신청대상에서 제외해 진실규명 결정이 별도로 이뤄지진 않았다. 과거사정리위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지만 입법이 이뤄지지 못한 채 2010년 6월 활동을 종료했다. A씨 등은 이후 2017년 2월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과거사정리위가 활동을 종료한 날부터 이미 3년이 지나 시효로 소멸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등에서의 국가배상 청구권은 장기소멸시효 적용이 배제된다며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헌재 위헌결정에 따라 효력이 없게 된 장기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거창사건법에 의해 사망자 및 유족결정이 이뤄진 피해자는 과거사정리위에 의한 진실규명 결정이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과거사정리법상 한국전쟁 전후 시기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 동상 세운다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 동상 세운다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자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의 동상 건립 사업이 추진된다. 경북도는 오는 21일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도지사, 배한철 도의장, 김재욱 칠곡군수 등 지역 기관·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선엽 장군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를 발족한다고 14일 밝혔다. 추진위원회는 이우경 한국자유총연맹 경북도회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백 장군의 장녀 백남희(74·재미교포) 여사는 고문으로 위촉됐다. 위원으로는 이광희 경북보훈단체협의회장, 포항·구미·경산 상의 회장,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여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백 장군 동상 건립 성금 1억원을 기탁할 예정이다. 추진위원회는 이날부터 백 장군 동상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에 들어간다. 목표액은 5억원이다. 추진위원회는 모금 운동을 발판으로 내년 7월 백 장군 3주기 추모식 이전에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동상을 제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부동은 1950년 8월 백 장군이 지휘한 국군 제1사단과 미군이 북한군 3개 사단을 격멸하고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 6.25 전쟁 최대 격전지다. 백 장군 동상 건립은 10여년 전부터 경기 파주 등지에서 추진됐지만 일부 정당·시민사회단체 등이 백 장군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에서 2년 남짓 복무한 이력을 문제 삼아 반발하는 바람에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7월 8일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백 장군 서거 2주기 추모식 때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내년 3주기 추모식은 백선엽 장군 동상을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모셔 동상 앞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속도가 붙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예산으로 동상을 세우는 것보다 민간 주도로 시민 모금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장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안남도 강서군 출신인 백 장군은 2020년 7월 10일 99세로 사망, 대전국립현충원 장군 제2묘역에 안장돼 있다. 한편 경북도는 이날 도청에서 칠곡군과 다부동전적기념관 운영권 이관 협약을 체결, 내년 1월 운영권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다부동전적기념관은 1950년 8~9월, 6·25 한국전쟁 낙동강 최후 방어선에서 북진 전환한 ‘다부동 전투’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981년 국방부가 칠곡군 가산면에 지은 현충시설이다. 칠곡군 공유재산으로, 1997년부터 자유총연맹이 위탁 운영해 왔다. 약 1만 9000㎡ 부지에 기념관과 구국관이 있고 구국용사충혼비, 구국경찰명각비, 백선엽 호국 구민비와 장갑차·전투기·자주포·호크미사일 등 전시물 111점도 뒀다. 도는 앞으로 다부동기념관에 국비 포함 예산 100억원을 들여 다부동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기념관을 짓고 상설·특별전시를 열 계획이다.
  • 4·3 그때 그들은 산으로 갔다… 애월 노로오름에서 탄피, 박격포 불발탄 등 발견

    4·3 그때 그들은 산으로 갔다… 애월 노로오름에서 탄피, 박격포 불발탄 등 발견

    산에 사람들이 올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갔는지, 그들이 산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다만 그 흔적들 일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제주시 애월읍 노로오름(해발 1068m) 4·3 유적지에서 그런 흔적들인 집터와 생활용품, 농기구, 탄피 등 생활 흔적과 유물들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70여년동안 잠들었던 유물들이 깨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4.3통일의길 마중물은 13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노로오름 일대 4·3 유적지 조사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조사는 2017년 10월부터 노로오름을 시작으로 올해 10월까지 171차례에 걸쳐 돌오름, 한대오름, 다래오름, 빈네오름, 머체왓, 쌀오름, 산란이오름, 녹하지오름, 마흐니오름, 예래천, 색달천, 창고천, 서중천 등에 대한 조사를 이어왔다. 그 첫 번째 결과물로 ‘노로오름’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세상에 내놓게 된 것. 노로오름 조사는 ▲산물내 지역 ▲족은바리메, 안천이 지역 ▲노로오름 북서쪽 지역 ▲노로오름 북, 북동쪽 지역 ▲노로오름 분화구 및 주변 등 5개 지역으로 나눠 진행됐다. 1949년 3월 제주지역경비사령관으로 임명된 유재흥 대령은 ‘대략 2만 여명 정도가 산에 남아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증언을 남기고 있다. 실제로 조사단은 노로오름 분화구 인근과 노로오름 남서쪽 개깡낭(꽝꽝낭)밭 사이에 있는 물줄기들이 모여 형성된 정진내(금성천의 한 지류)의 한 줄기인 산물내를 따라 그 주변으로 일본군 주둔 흔적들을 연이어 발견했다. 특히 산물내 전투지로 추정되는 곳은 안천이오름 동남쪽 4시 방향 900여m 지점에서 다수의 매복흔적들이 남아 있다. 조사단은 “여기서 출토, 발견한 다수의 탄피와 탄두, 박격포 불발탄 등을 통해 이곳이 김석범 소설 ‘화산도’에서 언급된 산물내 전투현장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두번째 조사지역인 안천이오름과 족은바리메 등산로에는 일본군 진지 동굴과 주변으로 땅을 파서 사용했던 보초터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족은바리메 북동쪽 사면부터 안천이 오름 동쪽 사면까지 일본군 숙영지 흔적들이 연이어 확인된다. 특히 굴목낭궤(족은바리메 북동쪽 1시 방향으로 600여m) 현 소길리 훈련장 진입로 아래 20여 미터 지점은 4·3 초기 애월읍 무장대의 근거지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전쟁 이후 토벌에 참여한 경찰 100전투 사령부 일부병력 숙영지로 사용됐다. 4·3 이후에는 테우리(제주어로 들에서 많은 수의 마소를 방목하여 기르는 사람)들이 이용했다고 하며, 궤 근처로는 돌을 쌓아 조성했던 집터의 흔적도 존재한다. 이곳에서 역시 그릇 조각, 탄피 등 다수의 유물들을 출토됐다. 이번 조사에선 이처럼 매 구역마다 빠짐없이 집터와 생활용품, 농기구, 탄피 등 삶의 흔적과 유물들이 발견됐다. 배기철 4.3통일의길, 마중물 조사단장은 “노로오름 지역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주둔지라는 역사적 현장으로서의 의미와 더불어 4·3 당시 산에 올랐어야만 했던 제주사람들의 삶과 아픔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집터 등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런 다양한 현장 과 유물들은 사회, 역사,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면서 “세월이 너무 흘러 당시 산으로 올랐던 사람들이 돌아가시고, 여타의 이유로 입을 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삭여야 했던 상황들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아픔과 역사들이 잊혀져가는 현실 속에서 산물내 전투지를 비롯하여 몇몇의 격전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조사의 큰 성과로 남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씨줄날줄] 포로 교환/황성기 논설고문

    [씨줄날줄] 포로 교환/황성기 논설고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7번째 장편이자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던 2015년 영화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 동서 냉전이 치열하던 1950년대 후반 미국과 소련의 포로 교환 실화가 원작이다. 소련이 신분을 위장시켜 미국에 침투시킨 ‘블랙 스파이’가 체포되고 재판이 시작된다. ‘빨갱이’ 증오가 극에 달하던 미국 사회에서 그의 변호를 꺼리던 때에 제임스 도노번 변호사(톰 행크스)가 “누구나 변론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용기 있게 나선다. 미 중앙정보국(CIA) 정찰기가 격추되고, 조종사가 소련에 구금되면서 포로 교환 협상에 들어간다. 민간인 도노번이 미국 측 협상 대리인으로 나서고 포로 맞교환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미국은 소련 스파이 1명을 돌려보낸 대가로 조종사와 동독에 구금됐던 예일대 학생까지 구출하는 성과를 올린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도노번이 쿠바 위기 때 미국인 인질 100명을 구출하는 협상에도 참여했다고 나온다. 도노번의 공로를 미국 정부와 사회가 인정한 결과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죄수 교환’ 평가는 다르다. 마약 밀반입 혐의의 미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러시아 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의 맞교환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미 해병대원과 교환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요컨대 ‘등가교환’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쟁 때 포로 교환은 일상다반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부터 부정기적으로 포로를 교환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유엔군과 북한군이 포로를 교환했지만 반드시 동수 혹은 등가교환은 아니었다. 인명에 값을 매기거나 자국민 귀환에 순서가 있다는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미국은 자국민을 데려오려고 노력했다”면서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500여명의 국민을 정부가 데려오기 위해 고향 방문자 맞교환 형식으로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과 맞바꾸는 방법을 생각해 볼 때”라고 제안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납치 피해자 5명을,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미국인 3명을 북한에서 데려온 장면이 눈에 선하다. 국가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다.
  • 국익 최우선 국제법 좌표 절실… 기존 대외관계 변형 시도 조심을[이석우의 국제법 포럼-천동설에서 지동설의 나라로]

    국익 최우선 국제법 좌표 절실… 기존 대외관계 변형 시도 조심을[이석우의 국제법 포럼-천동설에서 지동설의 나라로]

    한국은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국제법의 해석과 적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 과정에서 기인한 한일 관계, 분단 및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고착화된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 경제적 의존도 및 동아시아 안보 상황을 반영하면서 점차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한중 관계 등 매우 유동적인 양자관계의 안정적인 관리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게다가 유엔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다자관계에 대한 국제법의 명확한 해석과 적용은 매우 긴요한 사안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이런 복잡다기한 국가적 현안에 있어서 어떠한 기준과 방향성을 갖고 국제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가. 그리고 이에 근거한 정책적인 대안 제시는 적절히 이루어져 왔는가. 더 나아가 한국은 국제법 규범을 선도할 수 있는가. 향후 6개월 이내 한국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국제법 현안은 한일 관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양국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징용 피해자들의 입장과 대법원 판결 이행 방안,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토대로 합의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타결의 시점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조치는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에서 전혀 무관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 및 적용 문제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복잡다양한 한일 간의 모든 사안이 상호 연동돼 있는 것은 아니다.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지나친 외교 관계의 고려는 불필요하다. 그러나 주권국가 간의 국제법 현안은 그 해결 방안의 준비, 절차 진행 과정, 결과에 따른 파장이 매우 크기에 결과적으로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판결 강제이행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내년 4월로 예정된 오염수 방류 이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정책결정의 딜레마에서 최선의 방책을 선택해야만 한다. 첫째, 방류가 개시되면 한국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법 위반임을 주장하며,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잠정조치를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재판을 시작한다. 한국의 권리에 대한 급박한 위험과 심각한 위해(危害)를 입증해 ITLOS에 방류 중단이라는 잠정조치를 요청해야 한다. 법리적으로 볼 때 잠정조치가 한국에 유리하게 받아들여져서 방류 중단이 일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중재재판은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다룰 관할권이 없다거나 관할권은 있지만 오염수 방류로 인해 실제 한국이 입은 피해가 없기 때문에 일본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실제 소송의 결과에 대한 예측이 긍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인 판단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로 해양환경에 피해가 크다는 정부의 주장은 국내 수산물의 유통 및 소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며, 만약의 패소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둘째, 소위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한 현재의 정책적 지향점을 유지하면서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입장을 참고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외교적인 유감 표명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이 경우 국내적으로 매우 큰 정치적인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국내 어업 및 환경단체, 관련 지자체 등의 격한 저항에 대한 대응 및 적절한 보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2019년 인정한 한국의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의 수입 규제 조치와 관련해 당시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 최근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 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철폐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유감스럽지만 오염수 방류가 국제법상 위법이 아니라는 일본 주장의 실질적인 배경인 오염수 방류와 그로 인해 실제 발생할 수 있는 한국 관할 해역에서의 방사능 오염 물질 검출 간의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한국 정부가 어떠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예정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키거나 그 법적인 책임을 묻고자 하는 선택은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국제통상 이외의 국가 간 국제소송의 경험이 전무한 한국과 국가 간 국제소송의 경험이 풍부한 일본과의 소송 대결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합(一合)을 겨루는 일이다. 그렇다고 오염수 방류를 목도하고도 일본에 대해 어떠한 대응조치도 강구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국가의 직무유기로 해석될 수 있기에, 이 경우 사전에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제3의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어떠한 묘수로서 정책결정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엔해양법협약은 포괄적인 해양환경 보호와 보전에 관한 법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할 의무를 진다. 그러나 이 협약의 내용은 구속적이고 강행적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방침과 권고적 성격의 조문으로 형성돼 있으며,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여전히 국제조약과 국내법을 통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협약은 해양환경 보호를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이익으로 보고 자국 관할수역뿐 아니라 공해에서의 해양환경 보호와 보전을 국가의 일반적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국가는 해양환경 보전을 위해 지구적, 지역적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해양환경 문제에 매우 민감한 태평양 소도(小島)국가 등과의 연대를 통한 소송전략도 고려해 볼 만한 시점이다. 관련해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일본 스스로 기술적·과학적인 이유로 오염수 방류 자체를 지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한일 관계를 고려해서 예정된 오염수 방류 일정을 스스로 조정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본은 해당 사안은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고, 각각의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다. 한국은 해당 현안별로 대응하고, 해당 현안별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일본의 국제법 실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본은 최저기준으로 설정된 국제법 준수로 국제법상 국가책임을 회피하는 국가실행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일본의 국가행위는 합법성 이외에 필요한 규범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국제법 실행의 태생적 한계로서 일본이 국제법의 선도국가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동아시아에 위치한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가운데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정권 교체를 주기적으로 이루는 국가가 실질적으로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은 한국의 매우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다. 역동하는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와중에 주요 강대국 속에서 가장 강하게 존속할 수 있는 기반이다. 다자외교보다 양자외교에 기반을 두고 외교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국가적 자산을 운용함에 있어 국내법·국내정치와 국제법·국제정치와의 차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정권은 항상 교체될 수 있기에 특정 정권에서 이루어진 외교정책에 기반한 대외관계 결정에 대해 정권 교체 후 국내 정치적인 판단을 최소화해야 하며 더구나 그 판단에 있어 국내의 사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정권 교체 이후 이미 국제법으로 형성된 기존의 대외관계에 대한 변형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판결 강제이행 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응 조치를 두고 한일 관계의 현상 유지와 현상 타파 가운데 어느 선택이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정책결정의 딜레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격변하는 동아시아 국제 정세 및 한일 관계에서 한국의 국제법 방향성에 대한 좌표설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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