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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첫 퓰리처상 받은 최상훈 기자

    “처음 수상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별로 실감하지 못했습니다.그러나회사에서 성대한 축하인사를 계속 해주는 바람에 정말 ‘큰 상을 받긴 받았구나’하고 실감하게 됐습니다” 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 보도로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최상훈(崔相焄·38)씨는 1년6개월에 걸친 취재 끝에 냉전논리에 묻혔던 사건을 양지로 끌어낸 게 보람”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98년 봄 한 잡지의 인물란에 실린 노근리대책위원회 기사를 읽고 취재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며 취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본격 취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그런데 대책위가 법무부에 낸 배상신청건을 조사하면서 미군 당국이 거짓이거나 매우 불성실한 답변을 보냈다는 사실에 오기가 발동,취재성과를 본사에 기획안으로제출했다. 처음 두달간 혼자 취재한 그는 과외근무를 하면서 밤시간대를 이용,피해자를 만나거나 수백통의 전화취재를 했다.국제문제 대기자 찰스 핸리 등 기자2명과 조사기자 1명을 지원해줘 한결 힘을 얻었다.특히 국익논리에 빠지지않고 편견없이 판단한 AP통신사는 가해자인 미군 제1기갑사단 7연대 관련 기록을 뒤져 당시 미군들의 신원을 확인해 인터뷰하는 등 측면 지원했다.취재막바지에 취재팀은 한·미관계나 북한의 선전에 동원될 가능성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진실을 은폐한채 구축된 외교관계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보도하게 됐다. “사건이 워낙 오래되고 당시 미군이 패주하는 상황이어서 자료가 없어,증거를 찾아 기사를 완성하는 과정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한 최씨는 코리아헤럴드를 거쳐 94년 미국AP통신으로 옮긴 그는 앞서 조지 포크상·존스 홉킨스대 SAIS-노브리타이스상 등 주요 언론상도 받았다. 김규환기자 khkim@
  • AP통신 ‘노근리 양민학살’ 보도 퓰리처상 수상

    AP통신이 지난해 특종보도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한국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이 퓰리처상 언론부문 추적 보도상으로 10일 선정됐다. AP통신의 최상훈·찰스 헨리·마르타 멘도사·랜디 허샤프트 기자는 한국전개전초 미군들의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을 추적,지난해 9월 수차례 특종보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최 기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 수상자가 됐다. 이들 4명은 공동 성명에서 “퓰리처 이사회와 심의위원들이 기사의 중요성과 전문성을 인정해준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양심에 의거,취재에 협조해준 미 참전군인들과 진실 규명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한국인 생존자들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정신지체아 수용시설 내에서 자행되는 학대와 무관심을 다룬 기사로 공공보도상,비평상,특집 사진상 등 모두 3개 부문에서 수상자로선정됐다.월 스트리트 저널은 ▲냉전 이후 미 국방비 지출 및 군배치 변화상▲미 정치 및 정부에 대한 폴 지거트의 칼럼으로 국내 보도상과 논평상등2개 부문상을 받았다. 뉴욕 AP 연합
  • 남북 정상회담/ 對日 배상 규모는

    남북 정상회담 합의 발표로 북한과 일본간 국교정상화 협상 또한 급진전될전망이다.이에 따라 북·일간 36년간 식민지배와 관련된 보상금(배상금) 지급문제가 북·일 협상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북한은 7일 1차 수교협상을 마친 뒤 “조·일간의 문제는 과거청산이 되지않고 있다는 데 있다.이 문제는 다른 문제와 동일하게 논의돼서는 안된다”며 일본 식민지배 등에 대한 사죄와 보상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수교협상에서 가능한 한 많은 액수의 보상금(배상금)을 받아내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5월 하순 도쿄에서 열릴 2차 협상에서 식민지배 36년에 대한 재산청구권과 한국전쟁때 일본이 미국의 지원 아래 북한을 공격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한 데 대해 교전국간에 적용되는 배상청구권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일본은 식민지 지배는 당시 합법적이었으며 국제법상 일본은 한국전때북한과 전쟁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배상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게 기본 입장이다. 다만 한국과의 국교정상화 전례에 따라 식민지배에 대한 재산 청구권으로 일정액의 보상문제를 다루겠다는 방침이다.따라서 일본 정부는 청구권 형식의타결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대신 정부개발원조(ODA) 등을 통한 경제협력과식량지원 등을 ‘동일티켓’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국교정상화의 대가로 얼마만큼의 보상금(배상금)을 일본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을까.양측 모두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으나북한측의 경우 200억달러를 요구,100억∼200억달러에서 타결을 볼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100억달러선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전망이다.미 의회조사국(CRS)의 아시아문제 전문가 마크 매닌은 최근 의회에제출한 ‘북·일관계:보상(배상)’이라는 보고서에서 대북 보상금은 일본의물가상승률을 감안한 92억달러가 적당하다고 밝혔다.무상 3억달러,정부차관2억달러,민간차관 3억달러의 65년 한국의 대일 청구권 전례에 따라 미국의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34억달러이지만,일본의 물가상승률 등을 적용하면 200억달러가 된다.하지만 엔화 절상,이자,남북한의 인구차이 등을 엄격히 적용하면 무상 34억5,000만달러,정부차관 23억달러,민간차관 34억5,000만달러 등모두 92억달러가 적당하다는 계산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50억∼100억달러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김규환기자 khkim@
  • [김삼웅 칼럼] 기회 선용않으면 역사가 보복한다

    분단 55년,6·25한국전쟁 반세기 만에 그것도 ‘전쟁의 달’로 각인된 6월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니,고난의 역사가 이렇게 우리에게 뒤늦게나마 성큼 ‘평화의 여신’으로 다가오는가,감개무량하다. 4·13총선을 앞두고 국가발전이나 남북화해·협력 등 민족문제는 제쳐두고오로지 정파적·지역적 대립으로 국민갈등을 증폭시켜온 정치권에 실망해온국민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소식에 민족적 자긍심을 되찾게 되었다. 영국의 정치학자 헤롤드 라스키는 “역사는 모든 국민에게 기회를 준다.그러나 그 기회를 선용하고 안하고는 그 국민의 자유다.다만 기억할 것은 역사는 주어진 기회를 선용하지 않는 국민에 대해서는 무서운 보복을 했다는 사실이다”라고 ‘기회의 선용’을 강조했다.18세기 이래 한국사는 제때에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역사의 ‘보복’을 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어느 측면에서 ‘역사의 보복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가들이 놓치고 있지만 조선왕조시대 큰 사건 중의 하나는 소현세자의 의문사다.그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심양과 북경을 오가며 독일인신부 아담 샬(schall. J. A)과 친교를 맺고 서양의 역법과 과학지식,천주교교리와 천주상 등을 접하게 되었다.조선인으로서는 최초로 서양문물에눈뜨게 된 사람이다. 역사적 기회 놓친 때 많아그러나 불행하게도 9년 동안 볼모생활 후 서울에 돌아와서 부왕 인조와 수구세력의 음모로 독살되었다.세자가 명나라보다 청나라쪽에 기울고 ‘서양오랑캐’의 문물에 빠졌다는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린 것이다. ‘만약’에 소현세자가 죽지 않고 집권하여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개화정책을 폈다면 조선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조선은 소현세자가 죽고 232년 후인 1876년에,일본은 조선보다 22년 앞선 1854년에 서양에 문을 열었다.조선은 일본보다 200년 앞서 개국의 기회를 갖고서도 수구세력의 권력음모에 몰려서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고 망국의 길로 빠져들었다.소현세자의 ‘개화’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서도 몇차례 기회는 더 있었다.영·정조시대의 뿌리 뽑지못한 탕평책,병인·신묘양요 때의 쇄국정책,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갈등,한말개화파와 수구파의 대립,해방 후 신탁통치 문제 때 좌우분열,4·19 후 민주당 신구파분당 그리고 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체제강화 아닌 통일의 기회로 선용했다면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정치지도자들의 무능과 권력욕이 대국(大局)을 놓치고 대세(大勢)를 바로 보지 못함으로써 역사적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이로 인한 역사의보복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분단과 동족상쟁을 치르고 군사독재를 불러오고끝없는 남북대결과 IMF사태를 맞게 되었다. 지금이 또 한번의 기회가 아닐까.근착 ‘타임’지는 한국총선과 관련,여당이 패할 경우 구정치인과 재벌에 용기를 주게 된다면서 한국총선을 개혁세력대 반개혁세력의 대결로 분석했다.여당에도 반개혁인사가 존재하고 야당에도 개혁세력이 존재하지만 외신은 개혁 대 반개혁의 구도를 여야로 나누고있다. 이같은 외신보도가 아니더라도 이번 총선과 남북정상회담이 21세기 초 민족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계기가 된다.그것은 전세계가 단일시장이 되는 후기자본주의 세계사적 지각변동의 시점에서 우리가 얼마만큼 변화와 개혁을통해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느냐,얼마만큼 화해협력의 바탕에서 남북문제를 풀어가느냐,얼마만큼 정보화와 생명공학 등 첨단과학에접근하느냐의 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보복 두렵거든 이러한 세계사적,인류사적,문명사적 큰 변화의 물결에 어느 정당,어떤 인물이 적합한가,어느쪽이 통일지향이고 어느쪽이 분단고착적인가,어느 후보가깨끗하고 어느 후보가 더 유능한가를 분별하고 선택해야 한다. 옛날에는 군왕이나 지도자 몇사람에 의해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지만 지금은 국민의 투표에 따라 역사가 달라진다.토플러의 지적대로 우리가 제2,제3의 물결에서는 낙오되었지만 제4물결에는 뒤질 수 없는 것이라면 총선과 남북 정상회담의 기회를 선용해야 한다.기회를 선용하지 못한,실패한 역사를돌이키면서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이 올바른 주권행사로 21세기 민족사의 진운(進運)에 참여해야할 것이다. 주필 kimsu@
  • [외언내언] 도시 사막화

    ‘사막화'라는 말이 일반화된 것은 70년대 들어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구녹화계획'을 선언한 때부터.현재 지표의 3분의 1이 건조 또는 반건조지역으로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사막화는 가속도가 붙어 해마다 한반도의 배가 넘는 60만㎢가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사막화는 도시를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번지는 특성이 있으며 매년 1,700여만명이 주거지역에서 쫓겨나고 있다. 고대 인류문화의 발상지는 오늘날 대부분 황량한 사막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전에는 녹지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바빌론·레바논·이집트·에티오피아는 한때 삼림이 울창하고 갖가지 동물들이 살며 강물이 넘실대던 땅이었다.위성탐사 결과 사하라사막 모래밑엔 큰 강줄기의 흔적과 숲의 잔해가 숨겨져 있는 것이 밝혀졌으며 피라미드 거석유적은 목재가 있어 운반·축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막화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으면서도 최근들어 문제가 되는 것은 벌목·지하수 남용·인구증가·산업화등 인위적 요인으로 확산속도가 빨라지고있기 때문이다.최대 사막화지역은 사하라사막에서 시작,아라비아반도를 거쳐 중앙아시아에 이어지는 곳으로 많은 나라들이 기아에 허덕이며 주민들은 물을 찾아 고향을 떠난다. 사막화가 인구밀집지역을 옥죄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된다.도시사막화의 대표적인 경우가 베이징과 멕시코시티.베이징시는 나무를 심어 녹지를 확보하는 그린벨트계획으로,멕시코시는 지하수 이용 제한조치로사막화를 막기 위한 힘든 전쟁을 하고 있다.원래 이들 도시들도 자연환경이수려한 지역서 시작해 세계적인 수도가 됐다.베이징은 원래 숲지역에서,멕시코시는 습지에서 시작해 형성된 도시여서 물이 풍부했던 도시임을 알수 있다.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은 어떠한가.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하기 전까지만해도 인왕산·북한산엔 나무가 울창해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얘기가 전해올정도였다.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울창한 숲은 사라지고 고층빌딩·아스팔트 포장등으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서울도 사막화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처음으로 실시한 도시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전체면적 6만768㏊중58%가 개발이 완료되고 도시화지역의 80%가 물이 땅으로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不透水)포장지역이어서 식생의 복원력과 생명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토양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녹지와 하천·나대지를 개활지로 살리는 방향으로 도시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하천을 복개하고 산자락을 개발하며 길을 포장하는 것만이 개발은 아니다.뒤늦기 전에 자연과 시민이 함께 숨쉬는 생명력있는 도시가 되도록 노력을 기울일 때다. 이기백 논설위
  • [공무원 교육기관 탐방] (10)국방대학교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미국·영국·프랑스 등의 연합군은 군사작전을 펴는 독일에 맞서 경제봉쇄조치를 하는 심리전을 편 뒤 전세는 연합군으로 기울었다. 군사전문가들은 1차대전을 전쟁이 군사작전 이외의 요인으로 승패가 결정된 첫 사례로 꼽는다.전쟁이 군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사회지도층과 전국민이동참해 협조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1930년대 들어 서방국가들은 국방대학(또는 산업대학)을 경쟁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교육대상은 ‘총력전론(總力戰論)’에 따라 고급 장교는 물론이고 고급 공무원·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했다.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전투는 군인이,전쟁은 국민이 하는 총력전 양상이 어김없이 펼쳐졌다. 우리나라도 서방국가들처럼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에 국방대학을 세웠다. 국방대학은 국방대학원으로 바뀐 뒤 올해 1월 국방개혁 차원에서 국방참모대학(90년 설립),국방정신교육원(77년 〃)과 함께 국방대학교로 통합됐다. 육사 24기인 김희상(金熙相) 육군 중장이 초대 총장을 맡고 있는 국방대학교(국방대학원+참모대학+정신교육원)가 그동안 배출한 졸업생은 1만여명.과거 국방대학원 코스에선 대령 이상 고급 장교와 중앙부처 국장·공공단체 간부·경무관·교도소장·언론사 간부 등 150여명이 1년 동안 국가안보교육을받고 배출돼 왔다.그밖에 참모대학 코스와 정신교육원 배출자도 적지 않다. 교육내용은 예를 들면 서해안에서 교전이 벌어졌을 때를 가상해 범국가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한 부처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공무원·군인들이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사고와 행동요령을 훈련받는 것이다.까닭에 국방대학교는 단순한 군사학교가 아니라 국가안보 종합대학 역할을 하고 있다고 김희상 총장은 설명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국장급 공무원들이 서로 입교하려고 경쟁할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졸업식에 반드시 참석해 졸업생들의 보직을 일일이 챙겼던 것으로 알려진다.“장군이 되려면 국방대학교를나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에서의 국방대학교 인기는 여전하다고한다. 공무원들은 간부로서의 자질을 키우는 데 큰 보탬이 됐다고 말한다.지난 한해 동안 교육을 받은 정부중앙청사의 A국장은 “30년 가까이 한 분야에서만일해왔는데 입교후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웠다”며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 대화를 하면서 사야를 넓히고 상대부처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말했다. 총력안보를 내세우는 국방대학교의 문은 민간과 외국인에게도 열려있다.올해에는 민간기업체 간부가 처음으로 동참했고,앞으로 민간인의 참여는 확대될 전망이다.일본의 자위대 대좌(대령)가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물론 민감한안보사항 교육이 있을 때 그는 잠시 교육에서 제외됐다. 국방대학교는 통합된 뒤 올해초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와 학점을 서로인정하는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했다.최고의 국가안보 종합대학으로서 새로운도약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박정현기자 jhpark@
  • [외언내언] 낙엽족

    한국 사회에서 10쌍 부부 중 3쌍 정도가 1년에 1회 이상 폭력수준의 주먹질을 하는 것으로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가정폭력 대응전략 대토론회’에서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폭력유형별로는 아내가 맞는 경우가 27.5%로 남편이 맞는 15.5%에 비해 월등히 높았으며 서로 치고 받는 경우도 12.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험한 세상 살아가면서 화나는 일,짜증나는 일도 많아 부부가 다툴 수도 있어 예부터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로 치부됐다.그러나 요즘의 부부싸움은 폭력성향을 띠고 있어 사회문제가 된다.우선 우리네 부부싸움이 31.4%에이르러 일본 17%,미국 16.1%,홍콩 14.1%,재미한국인 18.8%에 비해 크게 높다. 더욱이 과거에는 ‘칼로 물베기’였던 부부싸움이 이혼이라는 가정붕괴현상으로 이어져 1,000명당 이혼율이 10년 전보다 2.5배가 많은 2.6건에 이른다. 특히 결혼 20년 이상인 ‘황혼이혼’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황혼이혼의당사자인 50대와 40대는 광복과 한국전쟁이란 어려운 상황에서 어린시절을보냈고 민주화·경제부흥기의 주역이었다.사회에서 대접받을만한 시기에는경제위기를 맞아 ‘퇴출 0순위’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세대이다. 이제 이들은 가정에서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형편이다.이들은 정년퇴직기를 맞았으나 그동안 직장과 사회에서 일벌레로 일하며 살아온 습성때문에아내와 가정에 익숙하지 못하다.일본에서 10년전 황혼이혼이 크게 늘어 눈길을 끌었는데 우리도 현실로 닥쳐온 느낌이다.당시 일본에서는 남편의 퇴직금을 노려 정년을 맞아 이혼이 크게 늘어난다는 말까지 있었다. 사회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평생 회사인간으로 살아온 남편들이 직장을 떠난 뒤 그밖의 일에는 너무나 무능해 가정생활에서 심한 갈등을 빚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한다.아내나 식구들과 함께 시간 보낼 줄도 몰라 평생 가정을 돌봐온 아내에게는 갑자기 귀찮은 존재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40대의 퇴직자들은 아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 나서는 것을 빗대어 ‘나도족’이라고 불리며 50대 정년퇴직자는 가을철 아무리 쓸어 버리려도 싸리비에 자꾸 걸리는 낙엽에 비유해 ‘낙엽족’신세가된다.그러나 이들이 정녕 이 사회에서 용도폐기된 세대인가는 모두가 생각해 볼 일이다.이들의 경험을 살려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가정과 사회가 관심을 가질 때다. 세태가 아무리 변해도 가정과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이 조화롭게 협력하는것이 건강한 사회이다.가족 구성원이 서로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남편들이여,젊어서부터 아내를 위하고 가정에 익숙하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자. ◆李基伯 논설위원 kbl@
  • 경북 칠곡군, 6·25격전지 탐사로 개설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유학산에 6·25 순례 탐사로가 개설된다.28일 칠곡군(군수 崔在永)에 따르면 해발 839m인 유학산 일대에6·25 순례 탐사로 6.25㎞를 5월말까지 5억2,300만원을 들여 개설,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공공근로자 연인원 1만여명이 투입된다. 탐사로는 산 중턱 팥재에 500평 규모의 주차장부터 도봉사∼헬기장∼839전투고지∼837전투고지∼674전투고지∼다부동전적기념관까지다.걸어서 3∼4시간이 걸린다.유학산 정상에는 전망대가 설치된다. 칠곡 한찬규기자 cghan@
  • “美·英軍포로 일부 北에 생존”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영국군 포로 일부가 북한 평남 개천의 정치범 수용소에 생존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동포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시민연합’(이사장 윤현)은 26일 인터넷 사이트(www.nkhumanrights.or.kr) ‘탈북자의 수기’에서 지난해 10월 귀순한 탈북자 김용씨(50)의 증언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씨는 “미군과 영국군 포로들이 북한 평남 개천의 정치범 수용소 14호관리소에 생존해 있었다”고 증언했다.김씨는 지난 93년 8월부터 95년 10월까지 이곳에 수감돼 있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무역국에서 일본 서해 아사히 무역회사 대리인 업무를맡았던 김씨는“이들은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이 수용소에서 온갖 악형을 다 받으며 수용되었다”고 전했으나 생존 포로의 구체적인 규모와 건강상태, 수용시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노역자만 1만5,000명에 이르는 14호 관리소에는 어린이도 수용돼 있다”며“정치범 수용소에선 현재 (재소자들이) 화학무기의 실험 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18호 관리소’에는 북한 고위급 간부 출신 30명 정도가 5만명에 이르는 일반 수용자와 격리된 상태로 수용돼 있다고 덧붙였다.북한은 정치범과 그 가족을 강제로 가두는 정치범 수용소를 북한 전역에 10여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석우기자 swlee@
  • ‘노근리 양민학살’보도 AP통신, 존스홉킨스대 국제언론상

    [워싱턴 AP 연합] 미국의 AP 통신이 한국전쟁 초기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 진상을 파헤친 보도로 23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SAIS-노바르티스 국제언론상을 수상했다. 존스홉킨스대 폴 월포위츠교수는 “AP의 보도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으며,현대전 및 전쟁범죄의 본질에 대한 논쟁에 새삼 불길을 당겼다”고 선정배경을 밝혔다. 노근리 학살 사건을 함께 취재한 AP 통신의 찰스 J.핸리 특파원 및 마사 멘도사 기자,최상훈 기자,연구원 랜디 헤어샤프트는 공동 수상자로 1만 5,000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국제뉴스경쟁부문 2위에는 크메르 루주 집권 시절 고문센터의 책임자였다가지금은 기독교도로 개종해 과오를 뉘우치고 있는 두치의 얘기를 실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의 네이트 테이어와 닉 던롭 기자가 선정됐다. 미국의 케이블 전문 채널인 CNN 인터내셔널의 자카르타 지국장인 마리아 A. 레사는 동티모르 사태 보도로 국제뉴스 경쟁부문 3위를 차지했다.
  • CD로 만나는 ‘잊혀진 옛노래’

    “정말 돈 안되는 일을 하는 겁니다.” 웬만한 뚝심 없으면 꿈도 못 꿀 일을 신나라뮤직이 해냈다. 해방이전부터 유성기로 듣던 SP(Standard Playing)음반을 복각해 ‘유성기로듣던 가요사’1집(10CD)과 ‘불멸의 명가수’(32CD)를 내놓은 데 이어 해방후 60년대까지의 SP음반을 10장의 CD로 묶어 2집을 냈다.여기에 당시 유행한영화 주제가를 묶어 2장의 CD를 보탰다. 남인수의 ‘가거라 삼팔선’과 ‘다정도 병이런가’등이 실렸고 이미자의 ‘워싱턴 블루스’도 눈에 띤다.‘단장의 미아리 고개’의 이해연과 ‘사나이순정’의 박재홍을 만나는 것도 반갑기 그지 없다. 2집에 수록된 가수만 고대원 권정애 권혜경 김용만 김정애 나애심 남백송 도미 명국환 박경원 박재란 백설희 손인호 송민도 안다성 옥수동 원방련 윤일로 현인 등 58명.이들의 217곡을 담았다. 일제강점기∼해방∼한국전쟁을 거치며 소실된 자료를 복원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정신사를 정리하는 길이란 게 복원의 이유다.막연한 구전과 빈약한 자료를 가지고 ‘왜색가요’로 제쳐놓지 말고 ‘제대로 들어보고 평가하자’는논리다. 토렌스 521 턴테이블에 SP를 걸고 마크 레빈슨 앰프로 재생해 소니MDS-S39 MD녹음기와 마란츠620 CD녹음기로 녹음,프리마스터링과 잡음 제거작업을 거쳤다.신나라 관계자는 “복각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제거하느라 음이 깎이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면 안주할 만한데 “이제 시작”이란다.SP로 발매된 가요음반은 5,000여장으로 추산된다.신나라뮤직과 김점도·박찬호씨 등 애호가들이 소장한 SP음반이 4,000여장이니 이를 모두 복각,가요사를 다시 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임병선기자 ]
  • [김삼웅 칼럼] 정치인관련 병역비리 근절하라

    ‘문민정부’ 시절 ‘아직도….’시리즈가 나돌았다. “아직도 아들을 군대에 보내느냐”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일부 계층 자제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힘깨나 쓰는 집안치고 자제를 현역에 보낸 경우는 드물었다. 지금도 현역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28.2%인 81명이 병역을 면제받았고 국회의원 자제의 군복무 면제율이 22%에 이르고 있다.일반인들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특혜 아니면 비리의 소산이다. 병역비리를 수사중인 군·검합동수사반이 정치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아들 66명을 총선 전에 소환·조사할 방침을 밝히자 야당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연루된 정치인 대부분이 야당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를 총선뒤로 미루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다.병역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수사는 끝장이다.정형근 의원 한 사람을 보호하고자 1년 내내 방탄국회를 연 야당이 이번에도 소속 의원들을 ‘보호’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병역비리자를 투표 이전에 밝혀 유권자들의 선택에 착오가 없도록하는 것이 옳다.따라서 야당은 병역비리 수사를 ‘탄압’이라고 정치공세를펼 것이 아니라 협조해 털 것은 미리 털어내고 선거전에 임하는 것이 보다떳떳할 것이다.병역비리 연루자에 야당 인사가 많은 것은 그들이 집권 시절에 저지른 비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표적사정이나 야당탄압으로 몰면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입만 열면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정치인들이 본인은 물론 자제들까지 병역을기피시키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이런 못된 버릇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말해 준다. 6·25전쟁 당시 일선에서 전투하다 쓰러진 병사들이 ‘빽!빽!’하며 죽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오르내렸다.‘빽(Power)’이란 한자 조어가 나돌기도 했다. 배경을 뜻하는 실 사변에 돈을 의미하는 쌀 미(米)자와 쇠 금(金)자를 조합해 자를 만들었다.이름하여 ‘빽 빽’이란 조어다. 예나 이제나 든든한 배경과 돈만 있으면 ‘신성한’ 군대를 안가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시중의 ‘무전(無錢)입대’‘유전(有錢)면제’란말이나 “현역은 어둠의 자식들,보충역은 사람의 아들,면제는 신의 아들”이란 우스갯소리(?)도 이런 세태를 대변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역은 지도층이 솔선수범했다.고대 로마에서는 군역을 마친 사람에게만 국정참여 자격을 주었다.근래에 이르러 각국 지도자들은 자식을 솔선해서 전장에 보냈다.한국전쟁때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은 장남을 참전시켰는데 그는 최전선에서 복무하다전사했다. 스탈린도 장남을 대독전쟁에 포병장교로 참전시켰다가 독일군에게사살됐다. 조지프 케네디는 해군장관에게 미국 대통령이 될 존 케네디를 최전방으로 배치해 주도록 ‘청탁’해 케네디는 PT-109호뢰정 정장(艇長)이 돼일본 수송선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았다.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전쟁때 영국 앤드루 왕자는 자원해 해군장교로 임관,참전하고 왕실은 동의했다.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 존은 육군 소령으로 한국전에 참전하고,벤플리트 장군 아들은 공군 조종사로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했으며,아들이 없었던 존슨 대통령은 사위를 베트남 전쟁에 참전시켰다가 전사했다. 아들이나 사위 하나쯤 전선에 보내지 않을 만큼 실력을 갖고 있었던 권력자들인데도 그러지 않았다.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사회정의와 도덕성 담보의 준거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의무를 기피하고 권리만 누리려는 자들은 위선자다.남의 자식들만 일선에 보내고 제자식은 면제시키거나 해외로 빼돌리는것은 범죄다.높은 신분(노블리스)에는 책임과 도덕성(오블리제)이 따른다. 듀란트는 ‘역사의 교훈’에서 로마제국이 망한 원인을 “조국을 위해 싸울건강하고 애국적인 전사(戰士)를 로마군단에 공급했던 농업인구가 소수가 소유하는 농장의 농노(農奴)로 대체되면서 로마가 약화됨을 안 야만인들의 침입” 때문이라고 정의했다.국가를 이끄는 국회의원과 지도층 인사들이 군대도 못가는(안가는) 약골이고 그 아들들까지 그렇다면 국가의 운명이 어찌될까.군·검합동수사반은 정치권 눈치를 보지 말고 이 기회에 정치인과 사회지도층의 병역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 한국과 서구 현대추상미술 비교

    잭슨 폴록,장 포트리에,볼스,장 뒤뷔페,조르주 마티유,마크 로스코….세계적인 현대추상미술의 거장들이다.이들과 나란히 전시를 할 만한 한국의 추상작가로는 누가 있을까.박서보 윤명로 김창열 김봉태….삼성미술관이 17일부터5월14일까지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개최하는 ‘한국과 서구의 전후추상미술:격정과 표현’전은 외국의 현대추상미술을 한국의 그것과 비교·평가해 보는뜻깊은 자리다. 출품작은 한국 36점,외국 34점 등 모두 70점.2차세계대전 직후 발생한 유럽의 앵포르멜 미술(Art Informel)과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미술,그리고 6·25전쟁 이후 돌풍을 일으킨 1950∼60년대 한국의 앵포르멜 미술로 나눠 볼 수 있다. 앵포르멜은 부정형 또는 비정형이란 뜻.서정적 추상의 한 경향으로 당시의정형화하고 아카데미즘화한 기하학적 추상(차가운 추상)에 대한 반동으로 생겨났다.포트리에·볼스·뒤뷔페 등이 이 미술운동의 선구자이다.‘앵포르멜미술’이란 이름은 1952년 프랑스 평론가 미셸 타피에가 붙였다.이번 전시는일본 가와무라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볼스의 ‘니렌도르프’를 비롯,지금까지 간헐적으로 선보인 뒤뷔페·포트리에 등의 작품들을 처음으로 한데 모은 자리여서 기대를 모은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미술은 유럽의 앵포르멜과 함께 전후 추상미술을 대변하는 운동.1947년 액션페인팅 작가 잭슨 폴록이 드리핑(dripping)회화를 완성한 것을 기점으로 윌렘 드 쿠닝,프란츠 클라인,클리포드 스틸,마크 로스코같은 작가들이 추구한 격렬한 추상회화 경향을 일컫는다.이들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할 때 행위와 가정을 중시하며 많은 부분에서 동양적인 감성을 공유한다.이번 전시에는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빌려온 잭슨 폴록의 ‘넘버18’이 출품되며 클리포드 스틸의 초대형작 ‘무제 1956-H’도 처음 공개된다. 한국의 추상미술 내지 앵포르멜 미술은 어떤 궤적을 그려왔을까.우리나라 서양화에서 추상미술은 1930년대 후반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한 유영국 김환기이규상 등에 의해 처음 시도됐다.당시 개인적 차원에 머물렀던 추상미술은초보적인 수준으로, 집단적 흐름을 형성하진 못했다.그뒤 한국전쟁으로 인한암울한 시대상황과 부패한 보수화단에 대한 저항의식 등 복잡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앵포르멜 미술의 물결이 밀어닥쳤다.한국의 전후 추상미술 운동은1957년 무렵 현대미술협회를 중심으로 해 보수적인 국전에 반발하는 젊은 미술가들에 의해 본격화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서의 앵포르멜에 주목한다.전시작중 박서보의 ‘회화 No.1’은 처음으로 형상이 완전히 사라진 화면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앵포르멜 시대의 막을 연 작품이다.주최측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국내 앵포르멜 미술운동의 열기를 보여주는 희귀자료도 다수 공개할 예정이다.1950∼60년대 앵포르멜 경향의 추상미술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않다.어른 4,000원,초중고생 2,000원.(02)771-2381[김종면기자 jmkim@]
  • 金正日 평양中대사관 방문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5일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새해에 즈음하여 완융상(萬永祥)중국대사의 요청에 따라 대사관을 방문,만찬을 함께하고 대사관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보도했다. 최고 국가지도자가 자국내 외국공관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외교관례상 생각하기 어려운 파격이다.김정일은 그동안 외교사절과의 접촉마저 꺼려왔다는점에서 더욱 이례적이다. 김위원장의 방문에는 인민군 총정치국장 조명록,당 중앙위 제1부부장 장성택 등 최고 실세들이 수행했다. 정부 당국은 ‘배경과 의도’에 대해 “더 두고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그러면서도 중국에 대한 최상의 우호 메시지를 담은 제스처로 분석했다.지속적인 대북 지원에 대한 감사와 미·일과의 관계 개선에 중국을지렛대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이란 점에서 두 나라 우의를 거듭 확인하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중 정상회담 실현 등 두 나라의 관계격상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당장 김정일의 중국방문이 이뤄지진 않더라도 92년 한·중수교로 다소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재정립하는 의도가 담기지 않았겠느냐는 설명이다. 소원했던 북·중 관계 복원은 지난해 6월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중이 계기가 됐다.91년 10월 김일성(金日成)의 중국방문 이후 첫국가지도자급 방문이었다. 이석우기자 swlee@
  • [기고] 병역비리 척결 빠를수록 좋다

    지난 새해 첫날,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화두는 병역에 관한 것이었다.우리 근대사에서 요즘처럼 군 복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적은 없었다는 얘기들이다.남자는 이제 ‘국방의무’를 마치지 않으면 어디가서도 발붙이지 못할거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군대를 가고 안 가는 걸 두고 ‘어둠의 자식’이니,‘신의 아들’이니,또는 ‘유전면제,무전입대’란 해괴한 자조어가 나돌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지난번 대선에서 ‘대쪽’ 이미지로 참신성을 내세우던 대통령 후보의 집안이 온통 병역미필로 밝혀져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데 이어,수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병역미필자이고,그들의 자녀들이 병무 부정과 연루돼 매스컴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민을 분노케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군대 생활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다.적어도 직업군인을 제외하고선 말이다.자유분방한 젊은 날을 24시간 영내에서 통제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먹는 것,입는 것,잠자는 것등 기본적인 생활에서부터 엄한 조직의 계획된 스케줄에 따라 명령과 복종의 상하관계 속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집단.한달에 1만원,2만원의 봉급을 받고도 영하의 설원을 달리며 호된 훈련을 받고,밤잠을 설치면서 전선을 지켜야 하는 고달프고 무거운 책임.뭍에서,바다에서,공중에서 조국을 보위하는 사명을 다하는데 한눈을 팔 짬이없다.그런 날이 910일간이나 쉼없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영국에서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 주를 이루는 귀족이나 상류층은 전쟁이 나면 먼저 전장으로 달려간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지’,그리고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형 존 F.케네디1세가 공군조종사로 최전방에 나가 싸우다 전사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미8군사령관 밴플리트 장군은 외아들을 한국전쟁에서 잃었으며,모택동의 아들도 중공군으로 참전해 사망한 사례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우리에게 병역문제는 여러 갈래의 자취를 남겼다.고구려의 상무정신은 북방대륙을 우리 손아귀에 들게 했으며,신라 화랑도의 군사력은 3국을 하나 되게 하였다.그런가하면,조선조의 무반천시 풍조와 국방홀시정책,병역제도의 모순·비리는 나라를 망국의 길로 내몰았다.사대부나 양반의 자식들은 제외하면서 강아지와 절구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를 받아내는 관리들의 가렴주구를견디지 못한 양민들은 토호들의 종이 되거나 중으로 신분을 바꾸어 군역을면했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그러나 ‘호국의 얼’이 숨쉬는 자랑스런 일화도 있다.백제와 싸움에서 16세의 아들을 최후의 격전장인 황산벌에 내보내 전세를 역전시킨 신라 화랑관창의 아버지 품일장군이 있었는가 하면,임진왜란때 자식과 함께 목숨을 걸고 왜적을 물리친 고경명 같은 명장이 있다.낮은 시력으로 군 면제 판정을받았음에도 입영해 훈련을 마친 현역장군의 아들 얘기는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정보화시대에 시민을 분류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는,‘병역을 마쳤는가’가 될 것이라 한다.특히 지도층이 되려는 사람,선거로 입신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2년반의 세월이 결코 헛된 시간낭비가 아님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헌법이 정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수행하는 일이 건전한 시민,애국하는 국민의 기본요건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하물며 병역비리의 척결에 있어서는 어떠한 구실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선거철이라 피하고 정치적 탄압이라는 공세에 밀린다면 이 고질병은 어느 세월에 바로잡힐 것인가. 군입대 희망자가 몰려 입영원을 6개월 전에 내야 하고,입영이 선착순이 아니라 성적순이라는 말이 들리는 이즈음의 사회 분위기가 일과성이 아닌 건전한 병역문화로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그런 뜻에서 병역비리 척결은 엄정하고 빠를수록 좋다. 정영휘 수필가·예비역 육군준장
  •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 김재원씨 생애

    다큐 전문 케이블채널인 CTN(채널 29)은 23일 ‘20세기 한국인’(오전10시)에서 초대 국립 중앙박물관장 김재원씨의 생애를 다룬다. 1909년 함흥 지역 유지 집안에서 태어난 여당 김재원은 벨기에 유학시절 고고학을 접하고 문화재 발굴·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해방 후 미군정청으로부터 국립박물관장으로 임명받은 여당은 45년 경주 호우총 고분 발굴작업에 착수,국내 처음으로 고고학 발굴작업을 했다. 그는 한국전쟁 발발 1년전에는 개성 유지들을 설득,개성 박물관의 유물을 서울로 옮겼다.당시 이송된 유물들은 모두 국보급.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의동의를 얻어 문화재를 부산으로 옮겼다.우리 문화재의 보호·발굴에 일생을바친 그의 삶을 조명한다. [전경하기자]
  • 정교회 한국선교 100돌 행사 ‘성대’

    한국 정교회(正敎會:Orthodox)가 오는 17일 정교회 한국선교 100돌을 맞아다양한 기념행사를 갖는다. 27일 서울 아현동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바르톨로메우스 세계 총대주교의 집전으로 성찬예배를 올리며 28일에는 경기도 파주 용미리 정교회 묘지에서6ㆍ25때 납북된 알렉세이 김의한 신부의 추모비 제막식도 갖는다. 또 3월 1일에는 부산성당 개축 입당식을 겸해 선교 100주년 기념축제를 열며 6월 25∼30일 서울 대성당에서는 ‘정교회와 샤머니즘’을 주제로 국제종교회의를 가질 계획이다.국제종교회의에는 한국ㆍ러시아ㆍ영국ㆍ알바니아 등의 정교회 사제와 신학자들이 대거 참여한다.이와 함께 한국 선교 100년을정리한 사진집과 CD도 출간할 예정이다. 비잔틴교회로도 불리는 정교회는 일반인들에겐 비교적 생소하지만 엄연히가톨릭,개신교와 함께 세계 기독교 3대축을 형성한다.로마제국이 동·서로분열된 뒤 서방의 라틴교회와 분리되었으며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과 그리스에서 주로 번성해왔다. 세계 총대주교청이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를 비롯해그리스ㆍ키프러스ㆍ루마니아정교회 등 각 교회가 대주교청을 따로 둔 채 활동하고 있다.예수나 성모상이 없는 대신 성화(聖畵)나 스테인드 글라스는 허용하며 그레고리오력(曆)을 따르지않고 율리우스 시저가 채택한 율리우스력을 고수하며 성직자의 결혼을 허용하는 것이 다른 기독교와 다른 점이다.한국에선 1900년 러시아공관의 요청으로 처음 신부가 파송됐고 서울 정동에 성당도 건립됐으나 러·일전쟁에서 패한 뒤 선교단이 철수하고 볼셰비키혁명때 선교부마저 폐쇄를 당해 명맥이 끊어졌다.이후 한국전쟁에 참전한 그리스 종군사제 신부의 노력으로 재건됐으며 1968년 서울 아현동에 대성당이 마련됐다.지금은 뉴질랜드교구 산하로 되어 있으며 서울ㆍ부산ㆍ인천ㆍ전주ㆍ양구·일산 등 6곳에 성당,가평에 수도원 1곳이 있다.신도는 2,300명 정도로 열악한 형편이다. 한국정교회측은 선교 100주년을 계기로 그동안의 활동방향을 바꿔 본격적인 선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지금까지는 주로 예배공간의 확보와 지도자 양성 등 토대구축에 주력해왔으나 앞으로는선교를 강화할 예정으로 올해를 전환점으로 삼았다.정교회측은 먼저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면서 본격적인 교회성장계획을 추진해나간다는 방침. 우선 지난 82년 설립된 서울 대성당소속 신학원을 그리스 데살로니카 신학대학 부설 신학원으로 승격시키는 것과 함께 인터넷과 소개책자를 통한 사이버·문서 선교를 집중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다. 김성호기자 kimus@
  • 21세기 맞는 한국형 발전모델 제시

    문화일보 최병권 논설위원은 최근 ‘뉴밀레니엄,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할것인가’를 펴내고 21세기의 한국형 발전모델을 제시했다. 저자는 국권 상실과 회복,한국전쟁과 민족분단 등으로 점철된 우리의 지난세기를 떨치고 모방이 아닌 창조정신으로 ‘작지만 빛나는 한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지난 시대의 강점이던 강함과 획일주의,분열의 에너지,재빠른 모방은이제 약점이 되고 있으며 유연성과 다양성,통합의 에너지가 키워드가 되는시대가 도래했다고 설명한다.특히 통일이 돼야 장미빛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단언한다.
  • [김삼웅 칼럼] 한국적 ‘보수’의 탈을 벗기면

    인간의 심성은 에덴동산 이래로 보수와 진보의 양면성을 간직해왔다. 신의계율을 어기고 금단의 과일을 탐낸 이브가 진보적 경향을 표현했다면 아담은안전과 안정을 존중하는 보수적 경향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시인 에머슨은 인류를 과거에 집착하여 추억에 잠기는 보수파와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을 설계하는 진보파로 분류했다. 로렌스 로웰은 좀더 세분하여△급진파=현상에 불만이며 개혁에 낙관적인 집단 △자유주의파=현상에 만족하되 개혁의 가능성을 신봉하는 집단 △보수파=현상에 만족하며 개혁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집단 △반동파=현상에 만족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혁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집단으로 분류했다. 인간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역시 다양한 배합을 이루면서 존재한다. 반동주의와 급진주의를 양극으로 하여 그 중간에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스펙트럼의 색(色)과 같이 상이한 여러가지 색조를 띠고 배열해 있다. ‘반동’과 ‘급진’이 현상의 과격한 변화를 희구한다면 보수는온건한 ‘현상고집’이고 진보는 온건한 ‘변화갈망’을 추구한다. 그래서 에머슨은 “각자가 중요한 절반이다. 그러나 어느것도 전부가 될 수 없는 절반이다. 각자가 상대방의 잘못을 폭로하고 있으나 참된 인간이기 위해서는 양자는 결합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크게 왜곡된 현상중의 하나는 보수주의라는 이념체계와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실체다. 언제부터인지 변종된 보수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우리 정치의 주인 노릇을 하며 안방을 차지해왔다. 카를 마르크스가 살아나 북한공산주의의 실상을 지켜보면 기절할 것처럼 ‘보수주의 성서’라는 ‘프랑스혁명의 성찰’을 쓴 버어크가 살아나 한국적보수주의의 정체를 알면 역시 기절할 지 모른다. 보수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의미와 사회심리학적 의미가 지나치게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이승만정권 이래 독재정권을 떠받들며 정치 경제적인 특권을 누려온 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포장용으로 ‘보수’를 차용하면서 보수주의는보신주의(保身主義)로 변용되었다. 이들은 한국전쟁과 냉전체제를 겪으면서체질화된 국민의 보수심리에 편승하여 민주인사나 통일운동세력 그리고 개혁인사들을 급진주의 또는 좌경으로 매도하면서 왜곡된 보수이념의 독점지배체제를 구축해왔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이 ‘살아남기 위해’너도나도 보수의 간판을 달게 되어 ‘유사(類似)’보수의 경쟁이 벌어지고 사이비 보수세력은 걸핏하면 색깔론으로 상대적 진보 또는 개혁세력을 용공으로 몰면서 기득권에 철망을 쳤다. 그동안 사이비보수세력은 군사정권과 결착하여 학계 언론 재벌 금융 산업정보를 장악하여 한국 사회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했다. 남북긴장,지역갈등, 권언유착, 정경유착으로 지배구조를 강고하게 구축해왔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압살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소수재벌 중심의 특권경제 체제를 만들고는 ‘산업화 주체’로 자부하고, 끝없이 남북대결을 부추기면서 ‘민족주의 세력’으로 행세한다. 보수언론·보수지식인들의 여론조작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것이 오늘 우리의 이른바 보수주의 또는 보수세력의 정체이고 실상이다. 한국적 비극이고 소극(笑劇)이다. 이제 위장된 보수세력은 그 이념과 행위에 걸맞는 ‘수구’의 본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보수주의의성장을 촉진하는 길이고 보수주의 이념체계를 정립한 버어크에게 속죄하는길이기도 하다. 보수주의(conservatism)의 어원은 Conservar 즉 ‘건저내어 유지한다’는뜻이라 한다. 여기서 보수라면 ①보수할만한 가치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과②그 가치있는 것에 대한 위험이 또한 박두했거나 조성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이비 보수세력에게 ‘보수할만한’가치는 무엇인가. 기득권과 보신 이외의 아무것도 없다. 정치개혁은 사이비 보수정치, 위장된 보수언론의 탈을 벗기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80%이상이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정치개혁을 시대착오적인 음모론과 배후설을 제기해 본질을 흐리는 ‘사이비 보수’의 본질을 혁파하지 못하고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하고 자칫 그들로부터 ‘좌경급진’으로몰리게 된다. 김삼웅 주필
  • [대한시론] ‘아시아 중추국가’의 비전

    지나간 1000년을 돌이켜볼 때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이 한국의 대외적인위치를 결정해왔다.한반도는 동아시아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마주치는 접점이었다. 대륙세력인 중국은 한반도를 ‘해양’으로 헤게모니를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로 이용하려 하였고,해양세력인 일본은 한반도를 중국대륙으로 진출하기위한 ‘다리’로 인식하였다. 원(元)제국의 일본원정,임진왜란,청·일전쟁,한국전쟁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동아시아 국제질서 속에서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패권경쟁 각축장이었고,패권확장의 도약대 역할을 강요당해 왔다.우리는 반도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 이점과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채 비용만을 치러야 했다. 새 천년,새 세기의 대외전략을 수립함에 있어서 우리는 반도라는 지정학적조건에 주목하여야 한다.반도는 기회이자 제약이다.반도는 주변 강대국의 패권확장 교두보와 길목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과 물자와 문화가 모이고 흩어지는 중추(hub)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도가 제공하는 제약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여 21세기에 우리는 대외적으로 아시아의 정치,경제,물자,문화,교육이 한국으로 모이고 한국으로부터 전파되는 아시아 중추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중추국가(hub state)가 되기 위해서는 패권주의를 지양해야 한다.해양의 강대국인 미국,일본과 대륙의 강자인 중국,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한국이 물리적인 패권을 추구하다가는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을 깨고 다시금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어 민족의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중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아시아의 평화가 만들어지고 전파되는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패권경쟁관계에 있는 주변 4대강국을 연결하고 중재하여 21세기 동아시아 평화질서의 수립자,중재자,촉매자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패권국가가 아니라 중재국가·연결국가 (linker state)·촉매국가 (catalyst state)를 지향할 때,우리는 21세기에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적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추국가가 되었을 때,세계강국의 힘이 교차되고 있는 동북아에서 통일한국이 세계평화의 발원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통일방식의 디자인이 가능해질것이다.그것은 폐쇄적·공격적 민족주의가 아닌 국제주의,세계평화주의에 기초한 통일공식이다. 한국은 또한 비즈니스의 중추국가가 되어야 한다.동북아의 십자로라는 지리적 이점은 아시아의 물류,금융,관광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부산항과광양항을 동아시아의 중추항만(hub port)으로, 영종도공항을 동아시아의 중추공항으로 육성하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대륙과 일본을 잇는 대륙 연계철도·대륙 연계도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통신, 컨벤션센터 등의 인프라와 국제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는법,제도, 인력이 마련된 아시아의 금융중심이 되어야 하며, 아름다운 천혜의자연을 활용하여 아시아의 관광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리적 이점만으로는 중추국가가 될 수 없다.중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와서 살고 싶어하는 한국,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한국이 되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문화가 다양하고 포용력이 있는 나라,정신이 아름다운 나라,매력적인라이프 스타일의 나라,인권이 존중되는 나라,평화를 사랑하는 나라,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중추국가는 패권국가가 아니다.중추국가는 이웃국가 그리고 세계와 더불어살면서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려는 21세기 대외적 국가비전이다. 임혁백 고려대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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