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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의회 對北 매파 4인방 중유중단등 강경책 ‘한목소리’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미 의회에서 대북 강경론을 주창하는 ‘4인방’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4인방은 정계에서 은퇴한 공화당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의 뒤를 이어경수로 사업 중단 등 경제제재 등을 서슴없이 말한다.상원에서 공화당의 존카일(애리조나)·밥 스미스(뉴 햄프셔),하원에서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콕스(캘리포니아)·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매사추세츠) 등이 꼽힌다. 이들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대북 중유공급 중단을 결정하기 이전인 지난달 30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중유공급과 경수로 사업의 영구적 중단을 촉구했다.1994년 북·미 핵 합의가 중단된 것으로 간주,북한에 최대한의 경제적·외교적 제재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내년 1월 상정을 목표로 경수로 사업 중단뿐 아니라 앞으로 북한으로의 핵 기술 이전을 강력히 통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정보위의 카일 의원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북한과의 핵 합의 중단을 요구했다.지난달 17일 하원의 콕스·마키 의원과 함께낸 공동성명에서그는 “기만의 역사를 가진 독재정권에 신뢰를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북·미 핵 합의를 비난했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 북한을 방문한 상원의원으로 기록된 스미스 의원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이 미국에 유해하다고 강조한 강경파다.지난 3월에는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 개발 우려를 전달했으며 지난달 17일에는 개인 명의의 성명에서 북한은 이라크와 같은 범주의 국가로 부시 행정부의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하원에서 초당적 핵확산금지 작업팀을 이끌고 있는 마키 의원은 지난 18일민주당 소속 의원 28명의 서명을 받아 부시 대통령에게 경수로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그는 경수로 중단은 미국이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대북 강경법안 마련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하원 정책위의장인 콕스 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방어(MD) 계획을 지지하는 동시에 불량국가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강경한 반대입장을 취해 왔다.그는 북·미 핵 합의 구도는 검증하기 어렵고 경수로 지원은북한에 핵 물질과 관련 기술을 지원하는 잘못된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mip@
  • 부음 - 소설가 홍성유씨

    예술원회원인 소설가 백파(伯坡) 홍성유(洪性裕)씨가 24일 0시 타계했다.향년 74세. 서울 태생인 홍씨는 1957년 한국일보 현상소설 공모에 장편 ‘비극은 없다’가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등단했다.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비극은 없다’는 ‘비극은 있다’로 이어졌고,이후 선굵은 필치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홍씨는 김두한의 이야기를 담아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장군의 아들’을 비롯해 ‘수평선에 별 지다’ ‘정복자’ 등 시대를 꿰뚫는 문제의식과 삶의애환을 담은 작품을 남겼다.지난해 2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에도 역사소설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발표하는 등 끝까지 창작의지를 꺾지 않았다. 홍씨는 특히 낚시와 식도락으로도 큰 명성을 날렸다.한국낚시진흥회 이사를 맡은 ‘프로급’ 낚시꾼이었는가 하면,식도락으로는 70년대부터 방방곡곡의 맛집을 섭렵하여 ‘한국의 맛있는 집’ 시리즈와 ‘이야기가 있는 나의 단골집’ 등을 남긴 이 방면의 개척자였다. 홍씨는 경동고와 서울대 법과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월간 ‘신태양’ ‘신사조’ ‘다원’ ‘다담’ ‘예술세계’ 등 다수 잡지의 기자와 편집장,주간 등으로 활동했다.문인협회 이사,한국소설가협회장,한국가톨릭문인회장,예술원회원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예술상,서울시 문화상,예술문화대상,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임설자(任雪子)씨와 딸 다영씨가 있다.빈소는 서울 삼성의료원이며 27일 오전 9시 한국소설가협회장으로 장례를 치른다.(02)3410-6916. 심재억기자
  • ‘한국사진과 리얼리즘’ 展, 낯설고 그리운 50~60년대 한국

    겨우 40∼50년이 지났건만,낯설기도 하고 한편 그립기도 한 ‘과거의 한국’이 기다리고 있다.민족사진가협회가 12월2일까지 서울 동승동 마로니에 미술관에서 여는 ‘한국사진과 리얼리즘’전.1950∼60년대 한국사회의 곳곳을 줄곧 사진에 담은 ‘신선회’의 김한용 손규문 안종칠 이형록 정범태의 작품이 나오는 자리이다. 작가들은 보도·광고·종군 사진가로 일하며,짬을 내 ‘생활주의’사진을 찍은 것 같다.공동우물·마부·전차·염색공장·닭장수 등 한국전쟁이후 힘겹던 당시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문득 쓴 웃음이나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곤궁하지만 파안대소하는 노인이나,수줍은 어린 소녀의 얼굴에서 ‘삶’을 건져낸 그들의 시선에는 선량함에 대한 확신,세계에 대한 낙관이 물씬 풍긴다. ‘그림처럼’잘 짜인 구도의 사진과 ‘보도사진’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들에선 예술과 기록 사이를 오가며 갈등했을 작가의 망설임도 느껴진다.(02)760-4730. 문소영기자 symun@
  • 금강산 장안사 복원 구체화될 듯

    불교 진각종이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함께 추진해 온 북한 내금강 장연리 금강산내 장안사 복원이 구체적으로 진전될 전망이다. 진각종(통리원장 효암 대정사)은 19∼23일 방북,조불련측과 북한 금강산 4대 사찰 중 하나인 장안사의 세부 복원 계획을 확정키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진각종은 2000년 12월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해 조불련 측과 장안사 복원 참여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그동안 복원작업이 답보상태에 있었다. 이번 방북 대표단은 진산 종의회의장을 대표로 혜인 총무부장,무외 문화사회부장,지현 사무처장 등 5명으로 구성된다. 북한에선 유점사에 이어 그 규모가 두번째로 큰 신라 고찰 장안사는 신라법흥왕 대에 창건되었다는 설과,551년 고구려의 승려 혜량이 신라에 귀화하면서 창건했다는 설이 전해진다.전당 6,전각 7,누각 4,문 하나가 있었으나한국전쟁 당시 전소됐다. 진각종은 “방북기간 동안 북쪽 불교 지도자들과 장안사 복원에 대해 세부일정을 결정키로 양측이 합의했다.”면서 “방북 기간중 장안사 복원 계획 이외에도 평양에 복지시설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조선불교연맹 지도자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 조중훈회장은 누구인가/ 트럭1대로 창업한 한국 수송사의 거인

    ‘한국 수송사(輸送史)의 거인이 가다.’ 한진 조중훈 회장은 해방이후 트럭 1대로 한진상사를 창업한 이래 육·해·공을 아우르는 수송의 길을 여는데 전력을 쏟은 재계1세대였다. 특히 1세대 창업주로는 롯데 신격호(辛格浩) 회장과 함께 마지막 남은 현직 회장이었기에 그의 부음이 재계에 준 안타까움은 남다르다. 조 회장이 해방과 함께 시작한 한진상사는 한국전쟁으로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지만 월남전에서 미군의 군수물자 수송을 맡으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다.66년부터 71년까지 5년간 한진그룹이 월남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모두 1억2000만달러 규모였다.64년 한국은행의 가용외화가 4700만달러에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조 회장은 70년대 ‘우리나라 최고부자’였다. 60년대 말부터 사업을 크게 확장,69년에는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대한항공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82년에는 국산 전투기 ‘제공호’를 생산했다.특히 집무실 한켠에 ‘수송보국(輸送報國)’이라는 휘호를 걸어놓고 수송외길에 매진,대한항공·한진해운·한진·한진중공업·동양화재 등 21개 계열사에 자산 24조원 규모의 종합 수송그룹을 일으켰다. 외화획득으로 사업을 키운 것에 큰 자부심을 가져 왔던 조 회장은 프랑스 일등공훈 국민훈장을 비롯 독일,벨기에,몽골 등에서 국가훈장을 9개나 받는등 ‘민간외교관’으로 활약했다.인재양성에도 남다른 정열을 쏟아 68년 인하학원을 인수했고 79년 한국항공대와 정석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윤창수기자 geo@
  • 젊어진 중국/ 장쩌민 군사위주석직 유지 의미 - 덩샤오핑식 수렴청정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중국 정권의 핵심 포스트인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유지한 채 당 총서기직만 후진타오(胡錦濤)에 이양함으로써 수렴청정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지난 1989년 덩샤오핑(鄧小平)은 장 주석에게 총서기직을 이양하면서도 군사위 주석 자리만은 내놓지 않았다.‘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경구대로 세계 최대의 250만 대군을 통솔하는 군사위 주석직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틀어쥘 수 있는 포스트였기 때문에 쉬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16차 전대(全大)를 앞두고 장 주석이 군사위 주석마저 내놓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자 군부는 일순 동요했다. 지난 5일 홍콩의 명보(明報)는 “5년동안 군권을 장악함으로써 군의 현대화를 완수하고 타이완 통일의 기초를 닦기 위해 장 주석이 계속 군사위 주석직을 맡아야 한다는 게 군부의 뜻”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군부의 뜻이 이번에 관철된 셈이다. 후 총서기는 군부의 배경이 전혀 없는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장 주석은 그에게 99년부터 군사위 부주석 자리를 맡겨 군부내 인맥을 쌓도록 배려해 왔지만 아무래도 못 미더운 게 사실이었다. 장 주석은 후 총서기의 군사위 부주석직을 유임시켜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고 ‘덩샤오핑식 집권 교육’을 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이에 따라 후 총서기는 장 주석의 손아귀에 장악된 군부를 상대로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져야 하는 껄끄러운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군부의 세대교체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점이 그나마 후 총서기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장완녠(張萬年·74) 군사위 부주석,츠하오톈(遲浩田·73) 군사위 부주석 겸 국방부장,푸취앤요우 총참모부장,우융보 총정치부주임,왕커 총후근부장 등 70대 원로들이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에서 완전 제외됐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들의 퇴진은 한반도 외교에 실리주의 쪽으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을 높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신 중앙위원에 오른 차오깡촨(67·曺剛川) 총장비부장,궈보슝(60·郭伯雄) 상무 부참모부장,쉬차이허우(60) 총정치부 상무부주임,슝광카이(62) 부참모부장 등은 장 주석이 상장(대장)으로 승진시켜놓은 인물들이어서 후 총서기로선 장 주석의 손을 빌려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후 총서기는 당·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장 주석 인맥의 틈바구니에서 균형과 조화를 꾀하며 군부를 자신의 고유한 색깔로 보듬어야 하는 이중의 난제에 맞닥뜨려 있다. 임병선기자 bsnim@
  • 서윤복 추모사 “당신은 한국마라톤 버팀목 이셨습니다”

    ■서윤복 추모사 당신은 진정한 한국 마라톤의 든든한 버팀목이셨습니다. 선생님. 저는 지난 1947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저 머나먼 미국땅으로 향하기 전 선생님께서는 항상 ‘민족혼’을 강조하셨습니다.‘나는 태극기를 달고 뛰지 못했지만 너희들은 이제 가슴에 태극기를 달았으니 마음껏 달려 세계를 제패하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쩌렁쩌렁하게 울립니다.우리는 선생님의 피 맺힌 그 말씀을 가슴에 묻었습니다.그리고 보스턴 하늘에 선생님께서 그토록 원하시던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눈시울을 붉히며 하시던 그 말씀의 힘으로 저는 미국땅 보스턴에서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한 지난 시절이 눈에 잡힐 듯 아른거립니다.춥고 배고픈 시절,한국마라톤을 살리려고 몸부림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집니다. 선수들의 끼니를 위해,비행기표를 사기 위해 서울시내 골목골목을 기웃거리던 때가 그립습니다.비록 많은 기부금을 모으진 못했지만 그래도 선생님께서는 그 일을 그만두지 않으셨습니다. 사람들의 무관심에 낙담해 청진동 어귀 선술집에서 잔을 기울이던 선생님이 생각납니다.막걸리로 지친 목을 축이시며 껄껄껄 웃으시던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쟁쟁합니다. 선생님은 그 막걸리 잔에 선생님의 인생을 담으셨습니다.몇 잔의 막걸리로 시름을 달래신 선생님은 다시 모금을 위해 지친 다리를 끌고 목적없는 길을 떠나시곤 하셨습니다.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그토록 좋아하시던 술 한 잔 더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게 이제는 큰 후회로 남습니다.지금 그 시절을 생각하며 홀로 앉아 막걸리로 목을 축여보지만 선생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희뿌연 액체만이 눈앞을 어지럽힙니다. 선생님. 한국 마라톤은 선생님의 든든한 가슴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선생님께서 걱정하셨던 만큼 이제는 혼자서도 세계를 호령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선생님. 이제는 편안히 눈을 감으십시오.우리 모두는 맥박이 뛰는 한 선생님을 기억할 것입니다.그리고하늘나라에서도 한국 마라톤을 지켜봐 주시고 후배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황영조가 본 손기정옹/ “선배이자 정신적 지주” “친할아버지나 다름없었는데….” 한국 마라톤의 ‘대부’ 손기정옹의 사망 소식을 접한 황영조(32·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92바르셀로나 마라톤 우승으로 손옹 이후 56년 만에 올림픽 마라톤 월계관을 되찾아온 황영조는 선배이자 정신적 지주인 손옹의 죽음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전국체전 관계로 제주에 머물던 황영조는 지난 14일 손옹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산소마스크에 의지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황영조는 눈시울을 붉혔다.그게 손옹의 살아생전 뵙는 마지막 순간이 될 줄은 몰랐다. 황영조는 “할아버지는 저에게 항상 예전과 지금의 마라톤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신 인간적이고 외로운신 분”이라면서 “단순한 마라토너가 아닌 우리역사 그 자체이며 마라토너로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나에게 많은영향을 끼치신 분”이라고 말했다. 황영조는 올림픽마라톤 금메달리스트라는 공통분모 외에도 손옹과 각별한 인연이 많았다. 36년 8월9일과 92년 8월9일.56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같은 날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황영조가 한국 마라톤 영웅의 바톤을 넘겨받은 바르셀로나 몬주익 경기장은 원래 36년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지어진 경기장이어서 감격은 더했다. 특히 손옹은 바로셀로나올림픽 주경기장에서 1위로 골인한 황영조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이후 황영조는 손옹을 친할아버지처럼 따랐고 손옹도 황영조에게 애틋한 정을 주었다. 손옹이 98년 ‘황영조 후원회’ 회장을 맡으며 황영조에게 힘을 실어 줬고 황영조 역시 99년 ‘손기정의 생애’라는 논문으로 고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올 1월 창단된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에서 황영조가 감독,손옹이 고문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손옹의 병원출입이 부쩍 잦아지면서 황영조는 늘 마음이 편치않았다.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손옹은 주위의 도움으로 통원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자주 병원입원실을 드나들었다. 황영조는 “할아버지는 마라토너로서뿐 아니라 사회인으로서도 귀감이 되는 분이었다.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곽영완기자 kwyoung@ ■이봉주가 본 손기정옹/ “항상 든든한 후원자” “그분을 볼 때마다 항상 든든한 후원자를 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손기정옹의 사망소식을 전해 들은 ‘보스턴의 영웅’ 이봉주(32·삼성전자)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봉주는 “돌아가시기 이틀전 위독하시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면서 “그게 마지막 대면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이어 “지난해 찾아뵜을 때 내 손을 꼭 잡아주며 ‘잘한다.’고 하신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생생하다.”고 말하는 이봉주는 아직 손옹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닮고 싶은 마라토너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봉주는 늘 입버릇처럼 “손기정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말해왔다.그만큼 이봉주에게 손옹의 존재는 든든한 바람막이였으며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다.이봉주는 손옹의불굴의 정신력을 가장 높이 샀다.그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을 동경하며 꿈을 키워왔다.”면서 “선생님이 계셨기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자주 손옹을 찾아뵙지 못한 것을 죄스러워했다.2년 가까이 선생님을 못뵌 것이 죄송스러워 지난 12일에도 병원을 찾았지만 길이 엇갈려 만나지 못했다.특히 이봉주는 지난해 4월 보스턴 우승 직후 곧바로 손옹을 찾아뵙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당시 손옹이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기를 입원실에서 밤잠을 설치며 지켜봤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동안 눈시울을 붉혔다. 이봉주는 “선생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 가셨다.”면서 “우리 후배들은 그분의 뜻을 이어 한국마라톤을 다시 세계 정상에 올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 ■손기정과 마라톤 역사/ 한국 마라톤의 ‘시작과 끝' 한국마라톤은 손기정의 올림픽 제패 뒤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육상은 불모지였지만 마라톤만은 한민족의 끈기를 말해 주듯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손기정의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로 한국마라톤은 처음으로 세계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이 대회에서 손기정이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우승,지난해 2월 작고한 남승룡도 동메달을 따내자 세계는 일제 치하의 약소국 코리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손기정의 우승을 시발로 한국마라톤은 황금기를 맞았다.베를린의 두 영웅 손기정·남승룡이 코칭스태프를 맡은 47년 보스턴마라톤에서 한국은 우승을 일궈냈다.서윤복이 세계기록(2시간25분39초)을 세우며 우승,마라톤 한국의 기개를 다시 한 번 세계에 펼쳤다.한국마라톤의 역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3년 뒤인 50년 함기용이 또 보스턴마라톤을 제패,명실상부한 마라톤 강국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이후 한국 마라톤은 긴 침체에 빠졌다.한국전쟁 뒤 국민들은 먹고살기에 바쁜 나머지 다른 곳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이런 와중에 세계 마라톤은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그러나 한국마라톤은 긴 잠에서 깨어날 줄 몰랐다. 40여년이 흐른 뒤 한국마라톤은 거대한 용틀임을 재개했다.지난 92년 바로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월계관을 쓰면서 재도약의 전주곡을 울렸다.그뒤 한국마라톤은 세계와의 격차를 무서운 속도로 줄이기 시작했다.4년 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이봉주는 은메달을 따냈다.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한민족은 여자마라톤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였다.북한 선수이기는 하지만 정성옥은 지난 99년 세비야 국제육상대회에서 세계 철녀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했다.한민족 여자마라톤이 세계로의 질주를 시작한 것이다. 박준석기자 pjs@ ■손기정 어록 “일장기 달고 우승 울고싶었다” ◆비극의 시대였다.절망만이 가득하던 그 시대에 내가 택한 것이 마라톤이었다.희망을 향한 탈출구라도 좋았고,끝내는 파멸로 향한 길이라도 좋았다.한시라도 달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나는 마치 공기를 숨쉬듯 눈덮인 언덕,얼어붙은 자갈길을 뛰고 달렸다.(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 중에서) ◆나 오늘 천당 갔다 온 기분이야.너무 너무 기분이 좋아(2000년 8월9일 양정고에서 열린 ‘베를린마라톤 제패 64돌’ 축하행사에서) ◆왜정 때는 아무리 잘 뛰어도 제대로 칭찬 한 번 못받았지.그래서 일장기말소 사건도 나온 것이고….마라톤을 하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모든 것이 한국 마라톤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니 결코 포기하지 말고 뛰어 주길 바라요.(97년 동아마라톤에 앞서) ◆마침내 우승은했으나 웬일인지 울고만 싶소.(1936년 베를린마라톤 우승 직후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아무리 아파도 세계를 제패한 다리만은 자를 수 없다(2001년 1월 서울삼성병원 입원 치료중 의료진의 발가락 절단 진단을 듣고) ◆눈을 감기 전에 보고싶은 게 두 가지가 있다.첫번째는 살아 생전 고향(신의주)땅을 밟아보는 것이고 두번째는 황영조가 마라톤을 다시 하는 것이었는데 그중 하나는 이뤘다.(1998년 3월 ‘황영조후원회’ 회장을 맡으며) ◆오늘 내 국적을 찾아준 것이나 마찬가지다.내가 노래를 잘 한다면 운동장 한복판에 나가서 우렁차게 악을 쓰고 싶다.(1992년 8월 9일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 우승한 직후) ◆코스도 모르고 뛰었던 마라톤 데뷔전. 1932년 3월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경영(경성∼영등포)마라톤대회 전날 코스답사를 하다가 길을 잃었다.광화문에서 반환점인 영등포까지 차비도 아낄 겸 걸어서 갔다 오기로 하고 나섰다가 해가 저물어 전차를 타고 그냥 돌아온 것.다음 날 서울역을 지나 삼각지까지는 선두를 달렸으나 이리저리 갈래를 뻗은 삼각지에서 어느쪽이 코스인지 몰라 망설이는 사이 변용환에게 추월당했고 이후 그의 꽁무니만 쫓아 다녔다.
  • 연극 ‘웰컴 투 동막골’로 돌아온 장진사단

    ‘만능 재주꾼’ 장진(31)이 2년여 만에 연극으로 돌아왔다.장진이 감독한 영화 ‘간첩 리철진’과 ‘킬러들의 수다’의 신하균(28) 정재영(32),그가 제작한 ‘묻지마 패밀리’의 임원희(32) 등 이른바 ‘장진 사단’의 스타 배우들을 이끌고.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돌아왔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이야기꾼 장진에게는 연극이든 영화든 장르 구분은 어차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올릴 연극의 제목은 ‘웰컴 투 동막골’.1950년대 강원도 오지를 배경으로 국군·연합군·인민군이 우연히 모여 벌이는 해프닝을 그렸다.원래는 다음 영화로 구상한 작품인데,쓰고 있던 희곡이 잘 안 되자 ‘에라 모르겠다.’며 이 작품을 연극 쪽으로 돌렸다. 20대를 갓 벗어난 ‘신세대’ 연출가가 왜 한국전을 소재로 삼았을까.“전쟁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는 내용입니다.동막골은 지친 영혼의 안식처죠.전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식의 거창한 주제에는 닭살이 돋아요.그냥 우리 세대는 한국전쟁을 우매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소재가 과연 20대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겠느냐,혹시 그래서 스타배우들을 쓰는 건 아니냐고 물었더니 “만약 저작권 풀고 맘대로 무대에 올리게 하면 고교 연극반에서 가장 많이 올릴 것”이라며 재미를 장담했다. “요즘 애들 무시하지 마세요.그들도 역사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나름대로 사고할 수 있다고요.그리고 배우 이름만으로 잘 되는 작품은 없어요.톱스타를 쓰고도 망한 영화가 많아요.” 이 작품은 어느 세대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동시대에 살면서도 벽을 쌓고 살아가는 세대들을 이어주는 것이 “작가가 할 수 있는 최대 보람”이라는 게 그의 말. 졸린 표정으로 얌전하게 있는 배우들에게 오랜만에 연극에 돌아온 소감을 물었다.쭈뼛쭈뼛 서로 쳐다만 보다 정재영이 “연극은 내가 배우로서 모자라다는 것을 까발려 주죠.”라며 맏형답게 말문을 열었다.장진이 이때다 싶어 끼어든다.“쟤는 영화할 때도 그래야 하는데….” 웃음이 터졌다. “극단 목화에서 오래 연기해서 낯설지 않아요.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하겠습니다.” 면접장의 수험생처럼 멈칫멈칫하면서도 똑부러지게 각오를 밝히는 임원희.“모두 한 작품 이상 같이한 스태프들이어서 달라진 것은 없고,똑같아요.”수줍은 소년처럼 더듬더듬 말을 잇는 신하균. 스타답지 않게 어수룩한 이들을 보고 장진이 한마디 거든다.“원래 말을 잘 못해요.마음으로 눈으로 말하는 배우들이죠.예전이나 스타가 된 지금이나 요만큼도 변한 게 없어요.여전히 연습시간에 늦고….” 다시 정재영이 끼어든다.“달라진 거 있어요.돈은 조금 더 주겠죠.” 돈 얘기가 나온 김에 제작비 규모를 물었다.대관료를 제외하고 개런티를 포함한 순 제작비가 2억여원.“배우들 개런티는 아직 계약하지 못했는데,임원희가 얼마를 부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장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임원희.악동 같은 얼굴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다. 농담 반 진담 반.진지하다가도 옆길로 새나가며 주위 사람들을 줄곧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장진은 그의 작품과 닮았다.작품이 그렇게 재기발랄한 건 그의 천성 덕인가 보다.“제 작품이 재밌다고요? 3편 이상 보면 ‘쟤 바닥났구나.’라고 하던데….요즘엔 저도 고갈되는 것을 느껴요.” 장진은 계속 글을 쓰고는 싶지만 나이 마흔 정도쯤에 상업영화와 상업극에서 손을 뗄 생각이다.“제가 마흔이면 영화를 10편쯤 찍을 텐데 지금 영화계를 봐요.그 정도 영화 찍고 살아 남은 감독 가운데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사람이 있는지.그 때까지 감독하라고 하면 나더러 죽으라는 거죠.필름 쪼가리나 구해서 단편영화를 찍으면 모를까.” 또 그는 참 엉뚱하게도 원예와 벌목사업을 하고 싶단다. “전쟁의 명분을 이해 못하는 국군,전쟁을 너무 잘 아는 인민군,전쟁을 아예 모르는 마을사람들이 총도,군복도 벗어던지고 만들어 낼 판타지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중견배우 윤주상이 촌장으로,코미디언 임하룡이 인민군 역으로 출연한다.새달 14∼29일 평일 오후 8시,토·일 오후 3시·7시(월 쉼).LG아트센터.(02)2005-0114. 김소연기자 purple@
  • 책/ 근원 김용준 전집,열화당 펴냄 - 지적 향기 가득 近園의 삶 읽기

    근원(近園) 김용준(1904∼1967)은 우리 근현대사에 드문 전인적(全人的) 예술가였다. 일제강점기와 분단시대를 아우르며 남과 북에서 일세를 풍미한 근원은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비평과 사학 그리고 문기(文氣)를 겸한 재사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한 전형적인 지식인이었다. 문(文)·사(史)·철(哲)을 두루 갖춘 지성으로 평가받는 근원의 삶과 예술,사상을 온전히 접할 수 있게 됐다. 도서출판 열화당은 수필과 회화론,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등 남한과 북한에 흩어져 있는 근원 관련 자료를 3년에 걸쳐 수집ㆍ정리해 1400쪽이 넘는 방대한 규모의 전집으로 완간해 냈다. 경북 선산에서 태어난 근원은 일본의 도쿄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며 귀국 후에는 서화협회 회원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한편 서울대 미대 교수 등을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다. 서화 골동 취미를 지닌 그는 조선미술사와 수묵채색으로 전공을 바꾸며 신세대 화단을 주도했다.날카로운 비평은 한국미술에 방향타 구실을 했다. 근원에 관한 연구와 평가는 한국전쟁 때 월북한 인사라는 이유로 금기시돼왔다.그에 대한 검토가 다시 이뤄진 것은 1980년대 후반 월북 작가들이 해금되면서부터. 북한에서 그는 평양미술대 교수를 역임하고 조선미술가동맹 조선화분과위원장,과학원 고고학연구소 및 민속학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내며 연구와 저술,교육에 매진했다. 전집은 ‘새 근원수필’‘조선미술대요’‘조선시대 회화와 화가들’‘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민족미술론’ 등 모두 5권으로 구성됐다.지난해 7월까지 네 권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에 ‘민족미술론’이 출간됨으로써 근원 타계35년 만에 전집 작업이 마무리됐다. ‘새 근원수필’은 1948년에 출판된 ‘근원수필’에 23편을 더해 모두 53편으로 이뤄졌다.근원은 한국의 풍속과 취미,가까운 이웃의 모습 등을 특유의 정갈하고 담백한 문체로 담아 냈다.한국 수필 문학의 정수라는 평을 듣는 이 책에는 ‘검려지기(黔驢之技)’란 글이 들어 있다. 그가 어떻게 우산(牛山)이란 또 다른 호와 선부(善夫)라는 자를 갖게 됐는가를 밝힌 정감어린 에세이다. 미술사 지식의 원전으로 자리매김된 ‘조선미술대요’는 시대별·국가별 미술의 특색을 정연한 논리로 설명한 책.20세기 한국 미술사 대중화에 기여한 이 책은 범이(凡以) 윤희순의 ‘조선미술사 연구’와 더불어 민족미술사를 정립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두 사람의 글은 모두 조선 후기 조희룡의 ‘호산외기’와 오세창의 ‘근역서화징’에 근거를 두었지만,시각은 사뭇 다르다.범이가 다분히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 전통미술을 조명한 데 비해 근원은 문헌에 기초한 고증학적 접근과 감상적인 분석을 아울러 시도한다. ‘조선시대 회화와 화가들’은,조선조 회화와 화가에 관해 월북 전에 발표한 두 편의 글과 월북 후에 낸 네 편의 글에 ‘조선화 기법’‘조선화의 채색법’을 발굴해 추가한 책.근원은 특히 일반적인 중국화 범주에 넣기 어려운 ‘조선화’의 양식과 기법을 선명하게 기술한다.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는 “근원은 남쪽에 있을 때 미술에서의 왜색이나 서풍(西風)을 다같이 경계했듯이,북으로 가서도 북한 미술이 일방적으로 중국화하는 것에 반대한 것 같다.”고 풀이한다. 1958년 출간된 같은 이름의 연구서를 복간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는 고구려 고분벽화라는 특정한 역사유적과 미술 장르에 관한 최초의 연구서란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근원은 고분벽화를 통해 고구려 문화를 보되,인접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고구려 문화가 어떻게 풍부해지고 더욱 고구려다워졌는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북한의 고구려 관련 저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고구려 본위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는 의지도 곳곳에서 읽힌다. 마지막권 ‘민족미술론’은 근원이 도쿄미술학교에 유학한 1927년부터 타계 6년 전인 1961년까지 신문과 잡지·학술지 등에 기고한 미술론과 미술평론·산문 등 모두 40편의 글을 담았다.이 글들은 근원의 미술에 관한 입장이 ‘프로미술론’‘순수미술론’‘민족문화론’‘사회주의 민족문화론’의 네단계를 거쳐 변화했음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부록으로 근원의 그림과 도서장정을 수록해 화가·장정가로서의 면모를 살필 수 있게 했다.근원이 기거한 서울 성북동 ‘노시산방(老시山房)’ 사진 등 희귀 자료도 여러 점실었다.전5권 8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동양인 첫 뉴베리상 재미교포2세 린다 수 박 “美 어린이에 단군시조 알리겠다”

    ‘동양인 최초의 뉴베리상 수상자’.전미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세계적 명성의 아동문학상을 받은 지난 1월 이후 린다 수 박(42·한국명 박명진)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재미교포 2세로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려청자를 소재로 한 창작동화 ‘사금파리 한조각’(전2권·서울문화사 펴냄)으로 올해 뉴베리상을 받았다.마흔이 넘어 비로소 ‘코리안’이란 이름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7일 오전 용산의 출판사에서 그를 만났다.보름 일정으로 서울을 찾은 그는 화장기 없이 수수하고 넉넉한 ‘아줌마’였다.“열두살 때 다녀간 뒤 꼭 3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한 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즐거운 얼굴이었다. “제 두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쳐 주고 싶어 쓴 동화였어요.이제는 미국인 아이들이 더 열심히 읽는 걸 봅니다.그걸 지켜보는 것 자체가 너무나 즐거워요.” ‘사금파리 한조각’의 배경은 고려시대.도자기 마을에 사는 열두살 고아소년 목이가 고려청자를 멋지게 굽는 도공이 되려고 노력해 꿈을 이룬다는 줄거리다.국내 독자들에겐 익숙하고 평범한 이야깃감이지만 한국문화를 직접 접해 보지 못한 그에겐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다. “어렸을 적 시카고 근교의 집 근처 도서관에는 영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책이 딱 한권 있었어요.그걸 수백번이나 읽었던 기억이 나요.소수민족의 정서를 말해 주는 소설을 써 봐야겠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유학길에 올랐다가 미국에 정착한 부모는 그에게 철저히 영어만 쓰게 했다.이국인으로 겪은 소외를 딸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였다.다섯살 때부터 서툰 영어로 시를 긁적이던 ‘문학소녀’는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과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는 슬하의 두 남매를 위해 한국동화를 쓰고 싶었다.한국사 관련 책을 40여권이나 읽었다.그러다 어느 책 속에서 ‘엑설런트’라고 짤막하게 언급된 고려청자에 시선이 멎었다.그게 멋진 글감이 돼 온 미국의 도서관에 책으로 꽂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그는 한국 전래동화를 세상의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작업을 소명으로 여기며 살 작정이다.이미 두 권의 한국 소재 동화를 미국에서 펴냈다.조선시대 양반 가문의 소녀가 주인공인 ‘널뛰는 소녀’(1999), 역시 조선시대를 소재로 한 ‘연싸움꾼들’(2000)이 그들.새달엔 국내에서도 번역출간된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랬더니 작가는 갑자기 하이톤의 수다쟁이가 됐다.“내년 가을엔 한국의 단군 시조에 관한 책을 미국에서 출간합니다.미국 어린이들이 일본 시조인 ‘하이쿠’만 아는 게 속상했어요.일제시대의 한국인 소녀가 주인공인 창작동화(내 이름이 기요코였을 때)도 조만간 미국 아이들이 열심히 읽게 될 거예요.” ‘내 이름이…’는 최근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책 15권’에 당당히 끼였다. 황수정기자 sjh@
  • 軍소재 한국영화 줄줄이 ‘레디 고’

    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해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진주만’.하와이의 초호화판 항공모함에 세계 영화관계자들을 불러놓고 국제적인 시사회를 가졌다.그때 동원된 거대 함선 ‘존 C 스테니스’호는 미군이 자랑하는 핵추진 항공모함.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쟁액션 ‘블랙호크 다운’도 실감나는 현대전을 묘사하는 데 펜타곤(미 국방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소말리아 내전 진압 때 실제로 쓴 미군 장비와 인력을 재동원했다. 할리우드 쪽에서나 가능하던 이같은 일들이 머잖아 국내 영화계에서도 실현될 것 같다.국방부는 최근 군 소재 영화에 장소와 장비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민간영화 제작지원’지침을 내놨다.그동안 제작사와 군부대가 개별 협의해 온 문제에 대해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창구를 열어놓은 것.‘공동경비구역 JSA’가 군 지원을 받지 못해 세트 제작에만 9억여원을 들인 2년전 상황과는 ‘천양지차’다. 口군,남북 이데올로기…한국영화의 새 소재 국방부가 이처럼 지원 결정을 하고 나선 것은,발빠르게 소재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한국영화의 제작추세에 자극받은 결과이기도 하다.군이나 남북 이데올로기를 소재로 기획·제작 중인 영화는 최근 줄을 잇는다. 국방부의 공식지원을 처음 받을 작품은 강제규 감독이 새달 촬영을 시작하는 ‘태극기 휘날리며’.장동건 원빈 이은주가 주연해 한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꽃피는 두 형제의 사랑을 그린다.본격 전쟁액션을 선언한 이 영화는 순제작비만 100억원을 예정하고 있다.대규모 전쟁장면을 재현하고자 육군 측에 촬영장소 및 당시의 카빈총·장갑차·북한군 따발총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 ‘해안선’도 군인 이야기다.민간인을 오인사살한 뒤 집단광기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군인이 주인공. 12월 중순 개봉할 ‘휘파람 공주’는 남북 대치상황과 군을 하나의 소재로 묶었다.평양예술단 수석무용수로서 남한을 찾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막내딸이 평범한 남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의 코미디. 전방에서 근무하는 초병이 처녀귀신과 사랑에 빠지는 ‘방아쇠’는 한창 촬영 중이다.해군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해양액션 ‘블루’는 내년 1월 말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에 들어갔다.한석규가 3년만에 찍는 영화 ‘이중간첩’도 남북 대치상황을 소재로 삼았다. 口자유롭고 유연해진 캐릭터 군은 물론이고 남북 이데올로기를 소재로 한 작품 속 캐릭터들은 최근 놀랄만큼 유연하게 묘사된다.무엇보다 북쪽 사람들이 더이상 ‘혁명전사’나 시대착오적 인간형으로 한정되지 않는다.예컨대 ‘휘파람 공주’의 여주인공(김현수)은 프랑스에서 발레를 전공한 해외유학파로 외국어를 서너 가지 구사한다. 제작사 측은 “CIA(미 중앙정보국)를 남북 공동의 적으로,북한 로얄패밀리를 발랄하고 코믹한 캐릭터로 설정했다.”면서 “몇년 전만 해도 군부대 지원은 커녕 제작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口국방부 지원은 어떻게? 국방부의 지원선언이 군과 남북대립을 소재로 한 영화제작 붐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그 조짐은 벌써부터 읽힌다.한국의 첫 여성 비행사의 일대기를 그리는 ‘청연’,공군조종사들의 우정과 애환을 다룬 ‘블루 스카이’,북한이야기를 코믹하게 엮을 ‘레드’등이 조만간 국방부에 장소 지원을 정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내 영화지원 업무를 담당할 비상설기구는 ‘민간영화 제작지원 심의회’.심의회의 한 담당자는 “육·해·공군에서 개별적으로 지원하던 것이 앞으로는 국방부 심의회로 창구를 단일화한다.”면서 “군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면 모든 군 소재의 민간영화들은 서울영상위원회를 통해 국방부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무로 제작자들의 기대 또한 작지 않다.무엇보다 스케일이 돋보이는 스펙터클 영화를 만드는 데 다시 없는 호재이기 때문이다.수십억원의 세트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포인트.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최근 군소재 영화를 만든 한 제작자는 “진한 섹스 장면,군인을 비하하고 위계질서를 흐트리는 듯한 대사가 한마디라도 나오면 제동이 걸리기 일쑤”라면서 “한국영화의 소재 확장을 위해 제작사와 군이 점진적으로 타협점을 찾아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軍 영화지원' 美선 어떻게-철저한 검토후 年5~6편만 지원 대본 수정요구 거부땐 지원안해 하늘을 가르는 멋진 전투기,실감나는 총탄세례,찡한 전우애….할리우드 전쟁영화가 군인의 꿈을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실제로 영화 ‘탑건’의 성공 후 미국에서는 해군장교 지원자 수가 5배나 늘었다. 그렇다면 이런 전쟁영화는 어떻게 만들까.무기·군 시설·군인을 쉽게 조달하려는 할리우드와,애국심을 자극하려는 군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할리우드와 정부의 공생관계는 2차대전부터 시작됐다.미 정부는 전쟁정보국 산하에 영화사무소를 설치,영화를 통해 참전의 정당성을 선전했다.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노골적인 선전영화는 불가능하게 됐지만,전쟁정보국의 역할은 국방부으로 이어졌다.한해 평균 200여편의 영화가 지원 요청을 하면,국방부 산하 할리우드 연락관들은 철저한 대본 검토를 거쳐 5∼6편을 선정한다.지원 승인만 떨어지면 인건비·연료비 정도만 받고 군 장비와 엑스트라를 제공한다. 관계가 이렇다 보니 군의 요청에 따라 대본을 고치는 경우가 허다하다.‘포레스트 검프’는 당초 검프의 동료 소대원들을 모두 얼뜨기로 묘사할 계획이었으나 멀쩡한 병사로 바꾸었다.‘윈드 토커’에서는,암호가 적발되면 사살하라는 명령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고쳐졌다.군·전쟁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지옥의 묵시록’‘어 퓨 굿맨’‘화성침공’등은 대본을 수정하지 않아 지원받지 못했다. 일부 영화 관계자들은 이런 국방부의 시나리오 수정 요청이 사전검열이라고 비판한다.군이 역사적 사실의 진실과 거짓 판단에 개입하게 되면 선전영화나 다름없다는 것.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들은 강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영화제작자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자신도 원하는 것을 얻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 NGO 행사

    ◆새시대 새정치 실현 젊은 유권자운동본부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젊은 유권자운동본부 결성식’을 갖는다. ◆디지털TV 소비자운동은 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전송방식 변경 대선공약화 촉구 결의대회’를 갖는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는 7일 오후 2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민간인학살 통합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갖는다.(02)736-5158.
  • 연내 이산상봉·납북자 문제 이견 적십자회담 실무접촉 결렬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등 문제를 놓고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남북 적십자 양측은 회담 마지막날인 지난 2일 이산가족 면회소 부지선정문제와 생사 및 주소 확인사업 시범실시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았지만 연내 이산가족 상봉과 전쟁 이후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해 이견만을 확인한 채 다음달 10∼12일 금강산에서 가질 실무접촉으로 넘겼다. 양측은 이번 접촉에서 북측이 제시한 이산가족면회소 후보지인 강원도 고성군 조포마을을 함께 둘러보고 ‘금강산면회소 추진사업단’을 구성,빠른 시일내에 착공하기로 하는 등 면회소 설치 문제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하지만 남측이 제안한 ▲내달 3∼8일 또는 내년 2월초 설을 전후한 제6차 이산가족 상봉 추진 ▲한국전쟁 시기 행방불명자 생사·주소 확인 ▲전후 납북자 생사확인 등의 의제에 대해서는 북측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박록삼기자 youngtan@
  • 北 ‘세얼굴 행보’

    북한이 정치외교·경제·문화분야에서 각각 다른 내용의 ‘삼색(三色) 행보’를 보이고 있다. 8박9일의 일정을 마치고 3일 서울을 떠난 경제시찰단은 시장경제를 배우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개성공단 건설에 가속도를 내며 12월 착공을 합의하는 등 남북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대단히 긍정적이다.하지만 같은 기간 금강산에서 진행됐던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에서는 연내 이산가족 상봉과 한국전쟁 전시·전후 행방불명자의 생사 및 주소확인 등 인도적 사업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또한 핵개발 계획 파문에 관련해서는 북측은 연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논평을 통해 거듭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이러한 현상들은 물과 기름처럼 별개의 사인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뿌리’라는 분석이다.경제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인도적 사업도,핵개발파문도 모두 북한 체제 안정과 경제 정상화를 지상의 과제로 한 조치로 해석된다. 핵개발 계획을 시인하면서 거두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역시 미국의 선제공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개혁·개방의 가속화에 있다.이를 위해 북한은 현재 미국과 ‘위험한 담판’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또한 지난달 31일부터 2박3일 열린 남북적십자회담 실무접촉에서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에는 미온적 태도로 남측 관계자들을 애타게 했음에도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 부분에 관해서는 미리 부지를 확보해놓고 참관하는 등 확고한 추진의사를 밝혔다. 이는 북측이 남측 비용으로 면회소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건설한 뒤 이를 관광 수익사업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경제적 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이다. 북측은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내부 경제 개혁을 추진함과 동시에 신의주와 개성,금강산 지역을 특구로 개발해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등 경제를 정상화한다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조명철(趙明哲)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측 경제 개혁·개방의성공 여부는 체제의 존망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모든 북측 외교·정치·경제·문화가 여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를 중심으로 북측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이산면회소 새달 착공 접근

    남북은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을 금강산 면회소 제1후보지로 합의했다.또 ‘금강산 면회소 건설 추진단’ 구성에도 의견을 모았다.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을 갖고 있는 남북 양측은 1일 오전 금강산여관에서 첫 전체회의를 가진 데 이어 오후 수석대표 단독접촉을 갖고 면회소 설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또 지질조사,설계,감리 등 면회소 건설을 위해 7명 안팎으로 ‘금강산 면회소 건설 추진단’을 이달중 구성하고 조속히 착공 절차를 밟아 나가기로 합의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전체회의를 마친 뒤 오후에는 조포마을을 둘러보며 부지 적합성 등을 살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전체회의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병웅(李炳雄) 대한적십자사 총재특보는 합의된 내용 외에도 “연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이를 정례화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합의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남측은 또 연내 이산가족 순차 상봉을 다음달 3∼8일 갖자고 제안했다. 조포마을은 40정보 규모로 이르면 연내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고 10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정도로 지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북측은 면회소 문제를 제외한 ▲연내 이산가족 추가상봉 ▲한국전쟁 행불자와 전후 납북자 생사확인 ▲이산가족 서신교환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측은 금강산여관이 수리에 들어갔고,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추운 날씨에 상봉하기 어려우니 면회소 완공 뒤 상봉을 추진하자며 연내 추가 상봉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공동취재단·박록삼기자 youngtan@
  • 개혁입법 “무더기 폐기위기” 선심법안 “국회서 무사통과”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특별법 등 관련 유가족 단체와 일부 개혁 성향 국회의원에 의해 입법이 추진됐던 각종 개혁법안이 정치권의 무성의와 심의 지연으로 1년이 넘도록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반면 연말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법안은 무더기로 통과되고 있어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장된 개혁법안 지난달 30일 국회 행정자치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경비업법 등 6개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하지만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등 3개 법안은 심의대상에도 오르지 못해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화보상법 개정안은 민주화운동 규정의 모호성과 보상금액의 형평성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의원입법으로 마련됐으나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로 1년 이상 심의가 미뤄졌다.때문에 민주화보상심의위는 2000년 8월 출범 이후 5719건을 심의해 4584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도,단 한 건에 대해서도 보상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1일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의 법사위 처리도 민감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다음 주로 연기됐다.이에 따라 지난 9월로 조사활동시한을 마감한 의문사진상규명위는 활동기한 연장과 권한 강화 등을 위한 법개정 작업을 지켜보는 한편 파견조사관과 민간조사관들을 소속 단체로 복귀시키는 등 사실상 해체 절차에 들어갔다. 규명위 관계자는 “내년 3월 최종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행정과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최소 인원만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선심성 법안은 무더기 통과 각종 이익단체나 특정 계층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선심성 법안들은 속속 처리되고 있다.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농어가 빚경감,옥탑방 양성화,군인연금 인상을 위한 법안 등이 잇따라 관련 상임위를 통과했다. 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국민연대의 이은경 사무처장은 “연말 대선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만 집중적으로 통과되고있다.”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특정 이익집단의 대표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
  • 權 “부유세 국민72% 찬성”,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서 강조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부유세 도입 등 자신의 진보적 정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권 후보는 “시가 재산 30억원 이상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누진율에 따라 부유세를 과세해 교육과 의료 등 공공분야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권 후보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72%가 부유세 도입에 찬성했다.”며 국민적 지지를 과시했다. 권 후보는 그러나 토론회에서 개인신상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자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아버지에 관해 질문이 나오자,권 후보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한 분”이라며 “아버지로부터 나 혼자 잘 사는 게 바람직하지 않고,이웃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자세를 배웠다.”고 대답했다. 오석영기자 palbati@
  • 오늘부터 5차적십자회담/ 연내 이산상봉 집중 논의

    북한 핵개발 파문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31일부터 2박 3일동안 금강산에서 열리는 5차 남북적십자회담 실무접촉에서는 금강산 면회소 설치,연내 이산가족 상봉 등과 함께 한국전쟁 뒤 납북자 문제가 주된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병웅(李炳雄) 대한적십자사 총재특보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을 통해 면회소 착공 문제는 물론이고 연내 이산가족 상봉 일정을 확정하고,나아가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북측 역시 연내 상봉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연내 상봉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측은 금강산 면회소 설치 및 전쟁 중 행불자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긴 하다.이금철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을 수석대표로 하는 북측 대표단에 ‘설계실무일꾼’,‘건축실무일꾼’ 등 직책을 명시한 대표를 포함시킨 것은 금강산 면회소 연내 설치에 대한 실무적 협의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이에 따라 면회소 규모,후보지 선정,지질조사 일정 등의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최대 관건은 전후 납북자 문제에 대한 북측의 태도이다. 남측은 지난 9월 4차 회담 공동보도문에서 밝힌 대로 한국전쟁 당시 행불자의 생사 및 주소 확인 문제와 함께 60∼70년대 납북자의 생사 및 주소 확인문제도 강하게 제기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북측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영훈(徐英勳) 한적 총재가 지난 29일 납북자가족단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실무접촉을 통해 전후 납북자 문제를 강력히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남측의 의지는 단호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전쟁 이후 납북자문제에 관해서는 북측이 그동안 한 번도 시인하지 않았고 실체조차 확인해주지 않았던 사안인 만큼 이번 5차 적십자회담의 최고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남측은 면회 정례화를 위해서는 생사와 주소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산가족 명단을 일괄 교환한 후 확인되는 대로 교환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일괄 교환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 문제 역시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않을 전망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우리고장 NGO] 경북 경산시민모임

    ‘시민의 힘으로 새날을 연다.’ 경북 경산시민모임(대표 金道演)은 애향심과 건전한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시민단체 중 하나로 손꼽힌다.회원은 각계 시민 대표 20여명.회비와 사업 수익금으로 꾸려진다. 1996년 1월 창립됐다.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저지른 경산시 평산동 옛 코발트 광산 양민학살 만행 진상 규명 및 명예 회복에 주력한다. 경산지역 보도 연맹원과 대구형무소 미결수 등 3500여명의 양민이 처참히 학살된 이 사건은 반세기 가까이 암흑 속에 묻혀 왔다. 그러나 경산시민모임 창립과 함께 처음으로 이들에 대한 위령제가 치러지고 유족회가 구성되는가 하면 유골 일부 발굴작업이나마 이뤄지게 됐다.특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 및 명예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청원한 데 이어 미국 뉴욕의 ‘코리아 전범재판’에 이를 제소,승소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 및 유골 발굴작업 실시를 수차례에 걸쳐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이 국내외 언론에 집중 부각되면서 국민적 관심을 유도했을 뿐 아니라 최근 경산시의회가 진상 조사에 착수하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창립 이후 매년 1∼2차례씩 지속적으로 펼쳐온 ‘테마가 있는 경산 문화유적 답사’도 호응을 얻고 있다.이 프로그램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지역 문화에 대한 소중함과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계기로 자리잡았다. 지방선거 때마다 공명선거 실천을 위한 시민 자정 결의대회와 출마 후보자초청 정책 토론회도 빠짐없이 열고 있다.유권자에게 후보에 대한 올바른 판단 기회를 제공해 주고,출마자들간에 건전한 정책대결 분위기를 유도하는 데 기폭제가 됐다. 시민연대는 지역 민주단체들과 함께 매년 8·15를 전후해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통일 한마당’ 행사도 활발히 추진한다.시민·민주단체가 주도하고 일반 시민과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축제로 승화시킨 것이다. 최근에는 시의 음식물 쓰레기 민간 위탁과 관련,수의계약 업체들이 물량을 부풀리기 위해 반복·이중 계량(計量)한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시민모임은 비리 의혹의 재발 방지와 예산 절감을 위해 ▲위탁처리의 공개입찰방식전환 ▲처리업체 확대 ▲기존 대행 수수료 지급 방식 변경 등의 대안을 제시하며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밖에 주민에게 자치역량을 심어주기 위한 평화통일,주민권리 찾기,인권등에 대한 강좌를 꾸준히 마련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우선 국회에 계류중인 양민학살 사건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되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면서 “23만 경산시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밝은 사회를 열어 가는 구심점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053)816-3868. 경산 김상화기자 shkim@
  • 국립춘천박물관 30일 개관

    국립춘천박물관(사진)이 30일 문을 연다. 춘천시 석사동 속칭 애막골에 자리잡은 춘천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11번째 지방박물관. 모두 391억원을 들여 대지 1만 4614평,연건평 3060평에 4곳의 상설전시실과 2곳의 기획전시실을 갖추었다.대강당과 세미나실·도서실·야외공연장도 구비하여 복합문화공간이 되도록 했다. 국보 제124호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을 비롯하여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강원지역 출토 문화재와 민속자료 등 1000여점이 상설 전시된다. 개관을 계기로 한국전쟁 때 불탄 선림원터 동종을 복원하고,‘청풍 부원군 상여’를 기증받아 전시한다. 개관을 기념하여 ‘우리 땅,우리의 진경’특별전을 31일부터 11월말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허주 이징,표암 강세황,겸재 정선,현재 심사정,단원 김홍도 등 조선시대 진경산수 대가들의 작품 200여점을 선보인다.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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