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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브레인 운영… 재정당국 정책 개발 뒷받침

    고품질 재정통계 생산… 낭비 요인 없애 3無 사무실… 공공 스마트 오피스 선도 한국재정정보원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을 운영·관리하고 재정당국의 정책 개발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2016년 7월 기획재정부 산하에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디브레인은 예산 편성과 집행, 결산, 국유재산 관리 등 모든 재정 업무를 처리하는 전산시스템으로 2007년 개통됐다. 구축 이후 10년 가까이 정부가 삼성SDS 등 민간회사에 운영을 맡겼는데 재정정보 유출 우려 등이 제기돼 재정정보원을 만들었다. 지난해 디브레인에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6만 6000여명이 접속해 1억 2400만건의 재정 업무를 처리했다. 연간 자금 이체액이 1987조원, 수납 처리액은 1059조원에 이른다. 재정정보원은 연구본부를 두고 재정통계를 분석·가공해 고품질 재정통계를 생산하면서 재정 낭비 요인을 발굴할 계획이다. 수많은 재정 정보를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하면 재정통계의 보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정보원은 해킹 등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안전센터도 운영한다. 기재부와 한국은행, 조달청, 통계청, 국세청, 수출입은행, 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 등에도 365일 24시간 보안 업무를 수행해주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도 개통해 운영하고 있다. 수급자 자격 검증과 중복 수급 검증, 부정 수급 모니터링으로 부정 수급을 막으면서 일반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알려주는 맞춤형 보조금 검색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재정정보원은 공공기관 중에서 스마트 오피스 업무 환경을 선도하고 있다. 컴퓨터 안 자료와 개인별 고정 좌석, 사무실 유선전화를 없앤 ‘3무(無) 환경’을 만들었다. 모든 자료를 직원 컴퓨터가 아닌 클라우드 저장소에 저장한다.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는 직원이 아무 자리에나 앉아 로그인만 하면 전날에 자신이 했던 작업이 그대로 열린다. 이와 같은 변동 좌석제를 운영해 타 부서 직원들과 협업도 쉽다. 직원들 명함이나 홈페이지에는 사무실 전화번호가 나오지만 책상에는 유선 전화가 없다. 전화를 걸면 바로 직원 업무용 휴대전화로 연결된다. 직원은 총 224명으로 신생기관이다보니 주로 경력직이 많다. 공무원은 물론 삼성·LG 등 대기업, 공기업, 중소·벤처기업 등 출신 회사가 다양하다. 올해는 신입 직원을 30명 채용했고 연말에 데이터 전문 인력 2~3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내년에는 기재부로부터 12명 증원을 허가받았다. 업무 특성상 전산과 통계는 물론 재정 관련 전문지식이 있어야 채용에 유리하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현금 외 지급수단 계좌이체 가장 많아

    소득공제 영향 체크카드 7.1%↑ 4910억 신용카드는 3.7% 늘어 1.8조 그쳐 ‘저조’ 올 상반기 우리 국민들은 현금 외 지급 수단으로 계좌이체를 가장 많이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용금액의 70%를 넘었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 확대와 맞물려 현금영수증 발행이 가능한 계좌이체와 체크카드 사용이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신용카드 활용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중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중 현금이 아닌 지급 수단으로 결제된 금액은 하루 평균 81조 4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 이는 계좌이체, 어음, 수표, 신용·체크·선불카드 등의 이용액을 모두 합친 것이다. 특히 소액결제망 등을 통한 계좌이체 이용액은 하루 평균 58조 5000억원으로 9.8% 늘었다. 이 중 모바일뱅킹 이용액은 8000억원으로 67.6%, 인터넷뱅킹은 23조 1000억원으로 7.6% 각각 증가했다. 체크카드 이용액은 7.1% 늘어난 4910억원이었다.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율이 30%로 15%인 신용카드의 2배에 달하는 데다 연회비 없이도 각종 할인은 물론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하루 평균 1조 8270억원으로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법인 신용카드 사용액이 4170억원으로 9.4% 감소한 탓이 컸다. 국세를 신용카드로 낼 때 줬던 수수료 감면 혜택을 축소한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 6월 기준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각각 1억 2940만장, 1억 230만장이다. 건당 결제금액은 신용카드가 4만 3782원으로 0.3%, 체크카드는 2만 2673원으로 2.1% 각각 감소했다. 편의점과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때 카드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소액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2분기 성장률 0.6%, 정부·국회 규제혁신에 사활 걸어야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1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97조 9592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전 분기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 -0.2%에서 올해 1분기 1.0%로 반짝했다가 2분기에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이 추세라면 정부와 한은이 당초 3.0%에서 2.9%로 낮춘 올해 목표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는 10월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출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 암울한 것은 세부 지표다. 건설투자는 1분기 1.8%에서 -2.1%로 돌아섰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5.7%,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7%였다. 3, 4분기 성장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3대 투자 지표가 모두 역성장한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예사롭지 않다. 국민총소득(GNI)도 1.0% 감소했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3%로 개선됐지만, 반년 만에 다시 고꾸라진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내년이다. 경제는 고꾸라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일으켜 세우려면 많은 시간과 함께 서민 등 각 경제주체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절절하게 체험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에 대한 해법을 놓고 갑론을박할 뿐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8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여야 대표들이 합의한 규제완화 법안들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여당마저도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법안인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한 특례법’(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에 제동을 걸었다. 그제 개원한 정기국회에 이들 규제완화 법안과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견인할 450조 5000억원의 ‘슈퍼예산’이 넘어가 있지만, 벌써 국정조사 등 정치 이슈들에 뒷전으로 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어제 국회를 찾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상임위원장을 찾아다니며 규제완화 법안의 처리를 호소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정기국회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규제완화는 절실하다. 이제 여당은 물론 야당도 규제완화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할 때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만큼은 규제완화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해 경제활력 회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여당도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라도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추가하고, 혁신성장에 매진해야 한다. 경제가 고꾸라지면 소득주도성장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힘 빠진 성장·더 나빠진 주머니 사정…경기 하강 논란 커질 듯

    힘 빠진 성장·더 나빠진 주머니 사정…경기 하강 논란 커질 듯

    한은 “잠재 수준 성장세 지속” 불구 투자·소비↓…수출 증가세도 꺾여 ‘소득 3만弗’ 상처뿐인 영광 될 수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줄어들어올해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꺾이면서 경기 하강 논란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소득 증가 속도가 이런 둔화된 경제 성장 속도마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기 대비 실질 국민총소득(GNI·계절조정기준) 증가율은 1분기 1.3%에서 2분기 -1.0%로 추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각각 2.0%, 1.5% 증가에 그쳤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 2분기 각 2.8%)을 훨씬 밑돈다. 실질 GNI는 구매력을 반영하는 소득 지표로, 체감 경기와 지표 경기의 간극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만 해도 두 차례(2002·2008년)를 빼면 꾸준히 지속되던 현상이었다. 당시는 고도 성장기여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인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2011년을 제외하면 소득 증가가 경제 성장 속도를 앞질렀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기 상승 국면에서는 체감 효과를 높이고 하강 국면에서는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도 소득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은 3.1%로 같았다. 하지만 국민들로서는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상황에서 앞으로 외형 성장마저 둔화되면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2분기 민간소비(0.3%)는 6분기, 설비투자(-5.7%)는 9분기, 건설투자(-2.1%)는 2분기 만에 각각 최저였다. 수출(0.4%)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 전망도 밝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진 99.8을 기록했다. 이는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수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도 2016년 8월 이후 23개월 만이다. 통계청은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전환점’으로 본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2.8%에 머문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2.9%)을 달성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한은에 따르면 3, 4분기 평균 전기 대비 0.91∼1.03% 성장해야 연간 성장률 2.9%에 이를 수 있다. 연간 2.9% 성장률을 기록한 2016년에는 한 차례도 분기 성장률이 0.91%를 넘지 못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가 유력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가 받쳐 주지 않는 흐름이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줄어드는 모양새다. 한은이 다음달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아 있다. 다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에 초점을 맞추고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뉴스 in] 2분기 성장률 0.6% ‘찔끔’…국민소득은 1% 줄어들어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가 찔끔 성장했다. 더욱이 국민총소득(GNI)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6% 늘어났다. 1분기 성장률(1.0%)에 비해서는 0.4% 포인트 내려갔다. 또 1년 전과 비교한 올해 상반기 GDP 증가율은 2.8%다. 특히 2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1.0% 줄어들었다. 이 수치가 GDP 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국민들의 소득 증가가 국가 경제의 외적 성장을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7년 연속으로 GNI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웃돌았지만 올해는 역전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 인터넷은행법, 자영업자 이자 절감 ‘메기효과’ 낼까

    인터넷은행법, 자영업자 이자 절감 ‘메기효과’ 낼까

    9월 정기국회에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 완화 법안의 통과 여부가 주목받는 가운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메기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 대상을 제한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은행권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04조 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5% 늘었다. 또 저축은행과 보험회사 등 비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0조 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3%나 급증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법 통과를 계기로 자본금을 확충한다면 은행권보다는 비은행권의 대출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연 20% 수준인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중 30% 정도가 인터넷은행의 7%대 중금리 대출로 전환될 경우 연 2조 3000억원의 이자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 107조원 규모인 중소기업의 비은행권 대출(평균 금리 7%) 역시 인터넷은행 대출(추정 금리 4%)로 30%만 갈아타도 9600억원의 이자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기존 중금리 대출 시장에 침투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금리가 낮아지는 방향은 맞다”면서 “점포가 없으니 고정비용이 적어 은행권에서 하기 힘든 중금리 중위험 대출을 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케이뱅크에서 중금리 대출을 이용한 고객 중 42%에 해당하는 3만 3000명이 2금융권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중 57%는 케이뱅크 상품 가입 후 2금융권 대출의 10% 이상을 갚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이 고신용 대출에 주력하는 기존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고, 신용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정교한 평가모델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후 인터넷은행이 중금리 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야 소비자 이득도 커지고 진정한 금융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기존 은행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인터넷은행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인터넷은행 활성화로 얻는 가장 큰 이득은 은행권 경쟁 확대로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사설]정부, 금리동결 함의 새겨 경기 회복 최선 다해야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9개월 째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회에서 “내년까지 경제가 괜찮다고 한다면 그 이후를 생각할 때 정책여력 차원에서 금리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은 정부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물가 품목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이 이미 2%를 넘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싼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총수요 정책이기 때문에 총공급이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주택가격 상승은) 풍부한 유동성이 하나의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 불균형 축적을 방지할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까지 2회 연속 인상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금통위원도 금리인상의 근거로 금융 불균형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한은의 금리동결은 ‘울며 겨자먹기’식 결정에 가깝다. 통화정책이나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하면 당장이라도 올려야 하지만 실물경제만 보면 되려 금리를 낮춰야 할 정도로 우리 현실이 암울하기 때문이다. 7월 취업자 증가 폭이 8년 6개월 만에 최소인 5000명으로 떨어지는 ‘고용쇼크’가 닥친데다가 소비자 심리와 기업 체감 경기 등도 최악이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득도 줄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확대 우려 등 대외 환경도 좋지 않다. 같은 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0.5% 증가했지만 설비투자는 0.6% 감소했다.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환란 이후 최장기 투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와 향후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동반 하락한 상태다. ‘경기 하락의 초기 단계’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잡을 정도다. 경제는 심리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심리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나 ‘9개월 연속 경기 회복세’(8월 기획재정부 경제동향)라거나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는 식의 장밋빛 전망만으론 경제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을 하기 어려운데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어서다. 증가율 10%에 가까운 슈퍼 예산을 내년에 편성한 것도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 아닌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기 상황을 솔직히 인정하고 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예산이 집행되기 전까지 실물경제의 추가적인 악화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미·중 통상분쟁 등 리스크 관리와 일자리 창출, 민생 개선 등을 위해서도 전력을 다하는 게 필요하다.
  • 임지원 금통위원 취임시 JP모건 주식 보유 논란

    임지원 금통위원 취임시 JP모건 주식 보유 논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임지원 위원이 취임 당시 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 주식 8억여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1일 관보에 공개한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임 위원은 취임일인 5월 17일 기준으로 미국 JP모건 주식 6486주를 보유했다. 취임일 기준 주가와 환율을 적용하면 7억 9000만원이 넘는 규모다. 임 위원은 1999년부터 JP모건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다. 임 위원의 총 재산은 약 72억원이다. 임 위원의 JP모건 주식 보유는 공직자윤리법에 어긋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에서 공직자 주식 보유는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지만 해외 주식에 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금통위원이 금리 결정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한은법 저촉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법에서는 자신은 물론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등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에는 금통위 심의 의결에서 제척한다고 하고 있다. JP모건은 한은과 예금과 대출 거래를 하고 있다. 임 위원이 취임 일주일 만인 5월 24일 열린 금통위 회의 당시에 JP모건 주식을 보유한 상태였다면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임 위원은 “금통위원 내정 후에 (해당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며 “한국 금리가 JP모건 주식에 영향을 주는 것은 공깃돌로 남산을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한은, 금리인상 소수의견 재등장

    한은, 금리인상 소수의견 재등장

    31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연내 금리인상 관측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본부에서 열린 금통위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일형 금통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인상 소수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보통 시장에서는 금통위의 소수 의견을 금리 조정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지난해 10월 금통위에서 이 위원이 인상 소수 의견을 낸 뒤 그해 11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올해 예정된 10월, 11월 등 두 차례 금통위에서 금리를 조정할 기회가 있다. 한은은 이날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목표수준에 수렴할 때 완화 정도의 조정을 하겠다고 말해왔다”며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의) 스탠스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용 쇼크’ 등 경제 지표 악화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500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8월 금리 인상설 역시 힘을 잃었다. 이 총재는 고용 부진에 복합적인 요인이 진단하면서 “고용과 주택시장 문제는 경기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고 해결하기는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영향이 얼마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분석이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취업자가 전년 대비 18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이 총재는 “지금까지 실적이 당초 예상을 밑돌기 때문에 올해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7월에 봤던 18만명을 조금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설립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단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는 데에 대해선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서도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집값 과열현상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계획 등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성장세가 7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9%로 봤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한은, 기준금리 연 1.5% 동결

    한은, 기준금리 연 1.5% 동결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한은은 3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인상된 뒤 9개월 째 동결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2%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리를 올리기엔 ‘고용 쇼크’ 등 탄탄치 않은 경기 여건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은 5000명대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면서 한미간 금리역전 역전폭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11월 금리인상 이후 금리 인상 시기를 실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고용악화에 소비·투자 심리는 얼었는데… 물가만 들썩인다

    고용악화에 소비·투자 심리는 얼었는데… 물가만 들썩인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올해 들어 고용 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가계가 지갑을 닫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기업들의 체감 경기까지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장바구니 물가만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살림살이만 팍팍해지는 모양새다.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74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3개월 연속 하락세이며 지난해 2월 74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다. 특히 대기업 BSI는 80으로 3포인트 오른 반면 중소기업은 66으로 6포인트나 추락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업(70)은 4포인트 빠졌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황이 계속돼 대기업은 내수 부진을 견딜 여력이 있지만 맷집이 약한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만 악화된 것이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나빠진 이유는 소비 심리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달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CCSI가 100을 밑돈 것은 지난해 3월 96.3 이후 처음이며 3개월째 떨어졌다. BSI와 CCSI 모두 100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과 소비자가 낙관하는 쪽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년 동월 대비 5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 상황이 최악인 데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점이 기업 체감 경기 악화의 원인이라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가계와 기업의 심리 악화는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CCSI는 실제 소비를 3개월 앞선 지표다. 3개월 뒤에는 소비가 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향후 경기 전망도 좋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한 99.2를 기록했다. CLI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OECD가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 차, 수출입 물가 비율,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자본재 재고지수, 코스피 등 6개 지수를 갖고 만든다. 100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하강이다. 100 아래여도 상승세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해석되는데 한국은 꾸준히 하락세다. 지난해 3월 100.98로 꼭짓점에 오른 뒤 15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 CLI도 지난해 11월 100.23 이후 7개월 연속 내리막이지만 한국의 하락폭이 더 가파르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2월까지 매달 0.1포인트 안팎으로 떨어졌던 한국의 CLI는 3월 들어 99.93으로 100선이 붕괴됐고 0.2포인트로 낙폭이 커졌다. 6월 하락폭은 0.3포인트나 된다. 경기선행지표가 줄줄이 하락한 원인에 대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업자가 늘고 일자리가 많이 증가하지 않으니까 미래가 불안해 소비자심리지수가 낮아진 것”이라면서 “기업경기실사지수도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많은 것이 지표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고용이 추락하고 경기마저 꺾인 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는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3월부터 경기 침체 신호가 왔고 지금은 고점에서 내려가는 후퇴기로 침체기가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인 지금은 아니지만 하반기 들어 물가가 빠른 속도로 뛰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면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된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저소득층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이 줄어든 저소득층에는 이미 경기 침체이고 여기에 밥상 물가까지 높아졌으니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면서 “평균적으로는 물가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것과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한시적인 재정 지출 확대와 함께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유인책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교수는 “신산업 분야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난리이기 때문에 정부가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세제 지원을 펼쳐야 한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서울 지역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점도 문제여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과감하게 인상하고, 대신에 양도소득세는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강화책이 필요한데 근로장려금이 하나의 수단이지만 현실에서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어서 최저생계비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면서 “최저임금도 제조업 일자리 기반을 강화하기 전까지는 중소기업에 부담을 덜 주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스마트폰 가격 올라 통신비 인하 효과 ‘반감’

    스마트폰 가격 올라 통신비 인하 효과 ‘반감’

    통신장비 가격 억제할 정책 수립 필요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독 통신 요금만 ‘나 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휴대폰 가격이 뛴 탓에 체감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은행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104.29로 지난해 102.93, 올해 1분기 103.96 등으로 증가세다. 12개 세부 지출 항목 중 통신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항목이 모두 지난해 말보다 상승했다. 유일하게 통신만 지난해 100.38에서 올해 1분기 99.87, 2분기 99.84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기준 연도인 2015년을 100으로 놓고 변화율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지수가 110이면 2015년보다 물가가 10% 올랐다는 의미다. 통신은 크게 통신장비, 통신서비스, 우편서비스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통신서비스 물가는 1분기 99.56, 2분기 98.93 등으로 떨어졌다. 통신서비스 물가 하락의 원인으로는 지난해 9월 도입된 ‘25% 요금할인’(선택약정)이 꼽힌다. 여기에 취약계층 요금 추가 감면 혜택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통신장비는 1분기 101.52, 2분기 104.86 등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스마트폰 가격이 오른 탓이다. 업계는 지난해 이후 출시된 주요 제조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고가가 전년보다 평균 10% 정도 상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를 통한 통신비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산업 대출 증가세 ‘주춤’… 또 다른 경기 하강 신호?

    산업 대출 증가세 ‘주춤’… 또 다른 경기 하강 신호?

    제조업 5000억 늘고 건설업 4000억 줄어 부가가치 낮은 서비스업 역대 최고 11조↑산업 대출 증가액이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CCSI) 하락에 이어 또 다른 경기 하강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산업별 대출은 1082조 7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2조 9000억원 늘었다. 증가액은 2016년 4분기(-9000억원) 이후 최소 규모다. 산업 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4분기 15조원에서 올해 1분기 18조 3000억원으로 확대했다가 다시 쪼그라들었다. 분야별로는 제조업 대출이 5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1분기(4조 2000억원)에 비해 증가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특히 건설업 대출은 1분기 1조 3000억원 증가에서 2분기 4000억원 감소로 전환됐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건설업은 반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비스업 대출은 전 분기와 비슷한 규모인 11조 5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은 석 달 사이 6조원이나 불어났다. 2분기 산업 대출 증가액의 절반가량이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몰린 것이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최대 폭이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은 대표적인 자영업종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실직자들이 생계를 위해 이들 업종에 몰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산업 대출이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종 대신 부가가치가 낮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으로 쏠리는 현상은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투기 목적 전세대출 옥죄기… ‘연소득 7000만원’ 깐깐한 기준 논란

    전세대출 자금 부동산 투기에 흘러가 집값 상승 시키는 원인으로 판단 실수요자들 “월세로 살아야 할 판” 금융당국 “관계기관과 조율 후 시행”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 규제에 칼을 빼 든 데에는 전세대출로 마련한 자금이 부동산 투기에 흘러들어가는 등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투기 목적의 우회대출을 옥죄는 것만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깐깐한 소득 기준으로 정작 전셋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보증 개편안은 다주택·고소득자가 전세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지자 일부 다주택·고소득자는 전세자금보증으로 전세대출을 받아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 등에 악용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부동산 투자 사이트에는 “주담대보다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며 전세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는 방법이 투자 비법으로 소개돼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개편안 가운데 다주택자의 전세보증을 제한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전세보증상품 이용 대상을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실수요자들의 경우 정부의 주담대 규제 강화로 내 집 마련의 꿈도 포기한 상황에서 연소득 기준을 적용해 전세대출마저 막아버리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보증을 규제하면 오히려 실수요자한테 불이익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부 합산 소득이 7000만원을 넘는 중산층은 대출 없이 전세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월세로 살아야 한다. 30대 김모씨는 “서울 전셋값을 감안하면 부부 합산 7000만원을 고소득자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가혹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금융당국은 “해당 기준이 적절한지 관계기관과 최종 조율 작업을 거친 후 시행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이미 집값이 급등하고 전세자금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에서 전세대출잔액은 3월 말 50조 8000억원에서 6월 말 55조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권 교수는 “국토교통부가 앞서 발표한 8·27 대책을 포함해 치솟는 집값에 비해 정부의 대응이 항상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토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금융·세제 등 제도적 보완 방안을 준비 중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소비심리 ‘탄핵정국’ 수준 추락

    소비심리 ‘탄핵정국’ 수준 추락

    CCSI, 1년 5개월 만에 최저소비 심리가 지난해 ‘탄핵정국’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고용 쇼크와 무역 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탓으로 보인다. 움츠러든 소비 심리는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경기에 또 다른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한 달 전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CCSI는 6월 -2.4포인트, 7월 -4.5포인트에 이어 3개월 연속 하향세를 보이며 지난해 3월 96.3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CCSI가 장기 평균치(2003년 1월~2017년 12월)인 100 밑으로 떨어진 것도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 주는 지표로 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하는 소비자가 낙관하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러한 소비 심리 악화는 실물 경제에도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조사에 따르면 CCSI는 실제 소비보다 1분기(3개월) 정도 선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다시 늘어나는 가계빚, 2분기 1500조원 육박

    다시 늘어나는 가계빚, 2분기 1500조원 육박

    25조↑…1493조 2000억 사상 최대 주담대 등 예금은행 가계대출 늘어올해 2분기 가계빚이 1500조원 턱밑으로 올라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지난 1분기 다소 둔화됐던 가계대출 증가액이 최근 들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493조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금액이다. 2분기 가계신용 증가액은 24조 9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17조 4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가계빚은 3분기에 1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전체 가계신용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은 1409조 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2조 7000억원 늘었다. 특히 예금은행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액(12조 8000억원)은 전분기(8조 2000억원)는 물론 작년 동기(12조원)보다도 확대됐다. 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6조원 늘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김성준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확대되고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으로 예금은행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2조 6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등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8000억원 줄었지만, 기타대출이 3조 3000억원 늘었다. 주담대가 막히면서 비교적 금리가 높은 기타대출로 쏠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추석 물가 걱정되네

    추석 물가 걱정되네

    지난달 0.4% 상승…2월 이후 최대폭 한달 새 시금치 130%·배추 90% 폭등 태풍 ‘솔릭’ 상륙 땐 가격 더 오를 듯지난달 기록적인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7월 생산자물가가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태풍 ‘솔릭’이 상륙하면 농산물의 수확과 유통이 어려워질 수 있어 농산물 가격은 더욱 오를 전망이다.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8년 7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4.83으로 한 달 전(104.45)보다 0.4% 올랐다. 지수 기준으로는 2014년 9월(105.1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설 연휴와 폭설 영향이 있던 올해 2월(0.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다. 보통 1~3개월 시차를 두고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뛰면서 농림수산품 가격이 한 달 전보다 4.3% 올랐다. 이 가운데 농산물은 7.9%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시금치가 한 달 전보다 130.4% 폭등했고 배추(90.2%), 무(60.6%), 풋고추(37.3%) 등도 크게 올랐다.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은 13.2% 올랐다. ‘복날’ 등 계절적 수요로 닭고기가 14.3% 올랐고 달걀도 22.7% 급등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이날 집계한 주요 농산물 일일도매가격을 보면 배추는 포기당 6498원, 무는 개당 2181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73.5%, 4.9% 상승했다. 시금치는 4㎏당 7만 7625원으로 전월 대비 211.5% 뛰었다. 공산품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2.9%) 오름세가 컸다. 전력·가스·수도는 한 달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시적인 누진세 완화로 전력은 전월보다 2.3% 떨어졌지만, 도시가스가 3.8% 오른 영향이다. 휴가철을 맞아 호텔(8.8%)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요금이 0.1% 상승했다. 박상우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최근 생산자물가를 크게 끌어올렸던 국제 유가 상승세에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이 더해져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한은, 최악 ‘고용 쇼크’에 기준금리 인상 어쩌나

    美 새달 인상 확실…한·미 금리차 더 커져 채권 전문가 “8월보다 10월 이후 가능성” 고용 쇼크가 계속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시기를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몇 차례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지만, 고용 지표 악화 및 터키발 신흥국 불안 확산 등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일형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냈을 당시만 해도 이르면 8월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 쇼크가 부담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 폭은 올 들어 6개월 연속 10만명 이하에 머물다 지난달에는 급기야 5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 악화는 소비 부진 등으로 이어져 경기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17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5% 포인트 하락한 1.997%를 기록, 10개월 만에 1%대로 내려갔다. 8월 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움직임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 역시 금리 인상의 걸림돌이다. 기준금리 인상 시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한은이 오는 30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9월 인상하면 금리 차이는 0.75% 포인트로 커진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채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시점이 한 차례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온 만큼 연내 인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국내외 상황에 부정적인 변화가 더해지면서 8월보다 10월 이후 금리 인상에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2018 모던보이들은 행복할까

    [흥미진진 견문기] 2018 모던보이들은 행복할까

    1930년 경성, 소설 속의 구보가 걸었던 암울한 식민지 수도였으나 화려한 도시문화가 시작되던 역동적인 공간으로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광통교를 지나 구보의 집터였던 다옥정 7번지 근처인 한국관광공사로 이동했다. 엘리트지만 백수였고, 작가이자 모던 보이였던 그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최서향 해설사를 통해 만났다.모던 보이를 상징하는 ‘오갑빠머리’와 잘 빠진 양복을 입은 박태원의 사진을 보며 한껏 멋 부리고 이 거리를 누볐을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을 상상해 보았다. 종로네거리 화신상회(종로타워)와 유리 빌딩 사이 오랜 벽돌 건물인 광통관(우리은행 종로지점)을 지나 나석주 열사 동상이 있는 황금정(하나은행 본점)으로 이동했다. 경제 수탈의 중심지인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하고 자결한 나석주 열사의 굳게 다문 입과 힘 있게 움켜쥔 두 손에서 결의가 느껴졌다. 그의 희생으로 우리가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전차가 다녔으리라고 짐작도 되지 않는 도로, 높은 건물들 사이로 긴 걸음이 계속됐다. 구보가 전차에서 내렸다는 조선은행(한국은행)을 지나 단골 카페 낙랑파라(더플라자호텔 근처)에 도착했다. 구보가 일정 중 3번이나 들렀다는 이곳에서, 그는 지인들을 만나 소통하고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당시의 일상이 요즘과 별반 다르지 않아 신기했다. 화려했다던 소공로 골목은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던 양복점들이 이전하고 텅 비어 있었다. 구보가 느꼈을 피로를 같이 느끼며 어둑해진 거리를 따라 ‘서울로7017’로 향했다. 각기 다른 빌딩에서 내뿜는 빛으로 완성된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수많은 자동차가 비추는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빛의 한가운데 서자 1930년에서 2018년으로 빠르게 이동한 듯 묘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행복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경성을 배회한 구보가 오늘의 우리를 행복한 사람들로 생각할까 궁금해진다. 이지현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일제 암흑기·근대 새벽의 경성…구보씨의 고독한 하루를 걷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일제 암흑기·근대 새벽의 경성…구보씨의 고독한 하루를 걷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4회 서울의 문학1(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편이 지난 14일 진행됐다. 여름 야행 세 번째 행사가 치러진 이날 여름의 마지막 몸부림이 느껴졌으나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예약하지 않고 현장으로 직접 오거나 현장에서 일행을 따라나선 이들도 있어 준비된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과 쿨 스카프가 동났다.이날 투어는 집결 장소인 청계광장의 소음을 피해 한국관광공사 2층 관광안내센터 ‘K-STAR 존’으로 이동,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쾌적하게 시작했다. 서울 중구 다동 10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는 구보의 옛 집터(다옥정 7번지)이다. 청계천을 따라 광교까지 나간 뒤 화신백화점(종로타워)을 보고, 나석주 열사의 동상이 서 있는 옛 동양척식주식회사(하나은행 본점)~조선은행(한국은행 화폐박물관)~소공로 낙랑파라(더플라자호텔)~숭례문~경성역(서울로7017) 구간을 걸었다. 해설을 맡은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구보의 동선을 안내하면서 소설 속의 적절한 장면을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문학 향기를 음미하면서 몰입했다. 1930년대 경성과 박태원이라는 소설가, 주인공 구보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구보가 배회했던 1930년대의 서울, 식민지의 수도 경성은 어떤 도시였을까. 일제강점기의 암흑과 근대의 새벽이 공존하는 이 시기는 식민 잔재라는 이름으로 혹은 근대유산이란 이름으로 서울 도시 공간 곳곳에,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 도시는 자연환경의 개조이고, 근대성의 임상실험이다. 이 시기 식민지 도시문화와 도시계획이 만들어 낸 지층이 우리가 사는 21세기 서울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식민통치기 경성의 외관과 도시민의 내면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주입하는 일본식 전통과 일본이 도입한 서구 문물이 혼재돼 있었다. 중국식 전통이나 중국을 경유한 서구 문물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일본으로부터 전해진 서구 문물에 눈을 뜨고, 귀가 열린 게 바로 1930년대 경성의 본질이다. 한국적 근대의 비밀은 한국인이 서구에서 직접 가져오거나, 서구에서 전해진 게 아니라 일본을 거쳐서 받았다는 데 있다. 소설 속 식민지 지식인 구보가 걸었던 소공로와 남대문로의 이국적 풍경과 우울한 독백 또한 여기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구보가 소설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경성은 사실상 새로운 도시였다. 현대 서울의 기원은 조선의 수도 한성이 아니라 경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총독부는 1910년부터 30년 동안 경성시구개수 계획과 경성시가지 계획에 따라 경성의 간선도로망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전통적 도심 공간의 구조를 재편했다. 청계천 이북 종로 중심 도시구조를 청계천 이남 경성부청(시청) 중심의 격자형 도시로 뜯어고쳤다.광화문 네거리 정동 쪽을 막고 있던 황토마루(황토현) 고개를 밀고 광화문~남대문에 이르는 남북 간 축선도로 태평로(세종대로)를 뚫었다. 종묘관통선(율곡로)을 만들고, 식민통치 기구와 일본인 거주지가 밀집한 본정통(충무로)과 황금정통(을지로) 중심의 방사상 도로망을 구축했다. 본정통과 남대문의 교차점인 조선은행(한국은행) 앞에 광장을 조성하고, 경성부청과 조선은행 앞 광장을 잇는 장곡천정통(소공로)을 뚫어 연결했다. 동양척식주식회사(하나은행 본점) 등 일제의 경제 수탈기구와 금융기관, 백화점이 명치정(명동)·본정통(충무로)과 이어졌다. 소설의 주인공 구보는 월북 소설가 박태원(1910~1986)의 분신이다. 박태원은 이념을 배제하고 도회적인 풍물과 도시성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다. 도시를 무대화하면서 전통의 몰락, 가족의 생성과 해체, 물질주의와 환락의 변주, 반복되는 일상을 묘사했다. 도시를 배경으로 개인의 일상을 그려 내면서 내면의식의 추이를 서술하는 모더니즘소설의 경향을 대변하고 있다. 도시 문학의 전형이다. 소설 속 구보는 집을 나서 경성 최고의 백화점을 둘러보고, 전차를 타고, 당대 대표적 건축물인 조선은행을 지나 경성역을 오간다. 낙랑파라로 대표되는 경성의 다방과 술집에서 오가는 대화와 친구와의 만남은 욕망과 소비문화의 분출을 나타낸다. 박태원의 생애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설이 구구했으나 2016년 구보의 장남 박일영이 펴낸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문학과 지성사)이 믿을 만하다. 조부 때부터 약방을 운영했고 부친이 약종상으로 공애당약방을 운영했으며 숙부가 양의로서 공애의원을 개업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개화한 중인가문 출신이라고 알려졌으나 밀양 박씨 양반 가문임을 족보를 통해 밝혔다. 구보의 첫 부인 김정애는 한약국집 무남독녀로 숙명여학교(숙명여고)를 수석졸업하고 경성사범학교(서울사대) 연수과를 수료한 뒤 진천에서 보통학교 교사를 지낸 신여성이었다. 슬하에 2남 3녀를 뒀다. 영화 ‘괴물’, ‘설국열차’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외손자이다.구보는 7살 때부터 소설책에 관심을 보여, 9살까지 춘향전과 심청전 등 집에서 구할 수 있었던 시중의 이야기책 50~60권을 독파했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경기고) 재학 중이던 17살 때 본명으로 시 ‘할미꽃’을 발표했고, 18살 때 춘원 이광수에게 사사했으며 스승의 글을 평한 ‘묵상록을 읽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학에 인생을 걸 천재에게 정규교육은 불필요하다”면서 휴학, 집에 틀어박혔던 시절도 공개됐다.이상한 머리 모양과 친구 이상과의 우정, 월북 후 ‘갑오농민전쟁’ 출간 스토리가 대표적 이야깃거리다. 23세에 도쿄 법정대학을 중퇴하고 귀국한 구보는 빨간 넥타이에 지팡이를 짚고, 바가지 머리 모양으로 다니면서 장안의 화제 인물이 됐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오갑빠머리’에 대해 구보는 ‘나는 내 머리를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다스리고 있다.… 내 머리터럭은 그저 제멋대로 위로 뻗쳤다. 나는 수없이 빗과 기름을 가지고 이것들을 다스리러 들었다.… 이마 위에 간즈런히 추려가지고 한일자로 짜르는 방법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상과 구보에 대해 ‘자신만큼 아는 사람도 흔치 않다’고 장담한 언론인이자 작가 조용만은 저서 ‘구인회 만들 무렵’에서 ‘이상과 구보는 짝패였다. 이상의 더벅머리와 수염에 대해서 구보의 ‘오갑빠머리’가 한 쌍이었고, 언변에 있어 두 사람이 주고받는 결말을 들으면 포복절도할 만담가의 흥행을 보는 것 같았고…둘이 다 한가한 몸이므로 밤낮 붙어 다니며 노닥거렸다’고 기록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여름야행 4=성수동(서울숲 밤마실) ●일시:8월 18(토) 오후 6~8시 ●집결장소: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3번 출구 역 구내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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