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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서편제’ 데뷔 20년 오정해

    [김문이 만난사람] ‘서편제’ 데뷔 20년 오정해

    ‘큰 소리꾼이 되어라, 마음의 한을 품어라, 큰 소리꾼이 되어라.’ 20년 전 영화 ‘서편제’는 그렇게 심금을 울렸다. 아버지가 딸을 진정한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이다. 앞이 안 보이는 딸은 ‘이제는 소리밖에 할 수 없지요.’라고 애절하게 울부짖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 영화 최초 100만 관객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그야말로 영화의 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판소리와 소리꾼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그만큼 사회적 이슈였고 눈부신 영상에 녹아든 여주인공 송화의 목소리에 울고 감동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서와 한을 토해내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 영화는 1993년 상하이영화제 최우수감독상(임권택), 최우수 여우주연상(오정해), 제31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감독상, 제14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남우주연상(김명곤), 제4회 춘사영화예술상 대상·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오정해), 청룡영화제 최다관객상·대상·작품상·촬영상·신인여우상·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오정해(41)씨에게는 요즘 ‘서편제’(아래 사진)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20년 전 미스 춘향 ‘진’으로 뽑히면서 임권택 감독에 의해 ‘서편제’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얼떨결에 출연했지만 영화가 대박을 터뜨릴 줄 몰랐다. 지금 생각해도 울면서 연기를 했던 기억이 선하다고 말한다. 연기 생활 20년을 맞은 그를 만났다. 지난 13일 오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경기 안양의 한 중국집 2층에서 마주 앉았다. 중국집은 ‘퓨전 중식’ 메뉴로 남편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편을 도와 중식당에 가끔 나왔지만 지금은 바빠서 거의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오씨와는 구면이어서 오랜만이라고 인사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월이 좀 지났는데도 얼굴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자 “저는 숫자를 잘 몰라요, 나이를 세면 뭐해요.”라며 웃는다. 그는 원래 솔직 털털한 성격이다. 책 읽는 것, 조근조근 대화하는 것도 좋아한다. “지난주 토요일 경기 광주에서 ‘오정해의 소리이야기’(부제,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관객들과 편하게 만났습니다. 그때 그랬지요. 지난 세월을 살아오면서 데뷔 20주년이라는 말을 처음 꺼냈습니다. 전화를 주시지 않았으면 그조차도 잊고 살았을지 몰라요(웃음).” 원래부터 숫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나이든 몇 월 며칠 세는 것이 중요한지 모르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얼마 전 결혼 15주년인 것도 잊었었고 생일도 가끔 ‘까먹는’ 경우가 있단다. 정말 그렇게만 지냈을까. 따지고 보면 세월의 무게, 세월의 힘이란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철학박사 학위를 땄고 ‘오정해의 소리이야기’라는 새로운 무대도 시작했다. 또 판소리 다섯 마당과 아리랑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자료수집 등 책자 발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씨와 만나면서 ‘서편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였기 때문이다. 그 영화를 떠올릴 때 가장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서편제는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자기 안에서 찾는 영화의 장면이 달라요. 화면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영상과 음악이 아주 잘 어울리는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가 잘 함축된 음악, 그리고 북을 치는 동호와 회포 푸는 장면 등 제가 불과 22살 때 겪었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는 당시가 더 어른스러웠다며 웃는다. 지금은 아이 낳고 엄마가 되었지만 그때는 뭣도 모르고 자신만만하게 모든 일을 했던 것 같다고 술회한다. 또한 주위에서 많이 이끌어 주었기에 더욱 그랬단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미스 춘향’ 시절로 돌아갔다. 타고난 노래 솜씨를 보이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판소리를 시작했다. 13살 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에서 최연소로 장원을 하면서 명창 김소희(1995년 작고)의 제자가 됐다. 이후 KBS 국악마당에 두 번 출연하면서 한복 연구가 허영(2000년 작고)과 인연을 맺었다. 결국 한복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칭찬에 ‘미스 춘향’ 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서편제’를 찍게 됐다. “어디 대회나 무슨 행사에 나갈 때마다 주위에서 제 손을 꼭 잡아 주셨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되는 엄청난 행운이었죠. 도움을 많이 받았고 따라서 책임감 또한 컸습니다. 소리꾼 오정해로서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어왔다고나 할까요. 또 ‘서편제’라는 명찰이 붙어 있으니 부담이 없어요. 어떤 무대든, 어떤 장소든 그 명찰로 100%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관객들의 기대치도 그런 것 같고요.” 그는 지난 20년 세월을 돌아보면서 아이 낳고 딱 한 달 집에서 쉰 것 외에는 거의 매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것 같다고 회고한다.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라이브 무대를 꾸준히 가졌다. 월요일에 한복을 입으면 이튿날에는 드레스를, 또 그다음 날에는 연극 무대복으로, 일주일 동안 매일 옷을 갈아입으며 관객들과 만났다. 그럴 것이 ‘서편제’ 이후 영화,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학생, 선생으로 살아 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는 박사학위까지 땄다며 수줍게 웃는다. 내용을 묻자 대단한 일은 아니라면서 부각시키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래도 연기자 중에는 보기 드믄 철학박사가 아니냐고 거듭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원래 저는 다도(茶道)에 취미가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엄마문화가 없잖아요. 교육문제도 그렇고 아이를 학교에만 맡긴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식, 예절, 꽃, 그릇, 사물에 대한 관심을 갖다 보니 원광대에 계신 교무님을 알게 되면서 원광대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됐고 7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그의 논문 제목은 ‘판소리 심청가의 예술성 연구’이다. ‘심청가’를 모성애적 차원에서 새롭게 풀어 써 관심을 끌었다. 인당수 자체가 곧 ‘모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논문을 쓰고 나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많은 자료들을 모았지만 논문에 다 풀어내지 못해 좀 더 연구하면서 책으로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내친김에 심청가에 이어 판소리 다섯 마당까지 접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있다. ‘아리랑’을 연구하겠단다. “외국 사람들이 ‘아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잘 못합니다. 지방마다 다르고 외국 교포사회에서의 아리랑도 다르고 그렇잖아요. 누군가 쉽게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새삼 더 생겼다고나 할까요.” 공부하면서 느꼈던 고충도 털어놓는다. 익산까지 오고 가느라 직접 운전(지프 형식의 SUV 차량)을 하는 것도 그렇고 멀미하는 것, 방송과 무대 출연하는 것, 특강 시간을 쪼개 가며 공부하는 것 등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에 충실하려는 버릇’ 때문에 무사히 공부를 마친 것 같다며 웃는다. “저는 단기 기억상실증처럼 살자는 주의입니다. 오늘에 충실하는 것이지요. 과거는 흘러간 것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미리 불안해할 필요도 없잖아요. 또 어느 순간 일이 많다고 생각하면 그냥 놔 버려요. 오늘 다 움켜쥘 필요가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놔 버렸던 것이 다시 오거든요. 20년 전에는 책임감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놔 버릴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겨울이 되면 길가의 가로수가 나뭇잎조차 내려놓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는 20년 전에 입었던 옷을 지금도 입는다고 했다. 중간에 ‘돼지’처럼 살찌기도 했지만 지금은 당시에 직접 만들었던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의 집에는 애지중지하는 재봉틀이 있다. 본인의 옷은 물론이고 아들 옷, 조카들 옷까지 손수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시간이 되면 동대문 시장에 가서 원단을 직접 고른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머릿속으로 20년을 다시 정리했다. 소리꾼 오정해는 판소리를 예술적으로 접근하는 일을 시작했고, 또 ‘오정해의 소리이야기’라는 특별한 무대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으며 내년에는 본인이 작사한 노래로 음반을 낸다. 아울러 집착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편안하게 ‘오늘주의’로 홀가분하게 살아가고 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행복한 오정해가 되는 것이며 오늘이 행복해야 미래가 있는 것 아니냐. 철학을 공부하다 보니 대답이 모호해진다.”며 웃는다. 동갑인 남편과는 친구처럼 지낸다. 영화, 독서 등 취미도 비슷하다. 17년 전 뮤지컬 ‘쇼 코미디’에 출연했을 때 동료 배우 최정원씨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슬하에 중학생인 아들이 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판소리 신동 오정해 철학박사 되기까지 197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6살 때 고전무용을 시작했다. 한복을 뒤집어쓰고 사극을 흉내내는 것을 좋아했다. 이후 주위의 권유로 국악과 판소리, 가야금을 배웠다. 13세 때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최연소로 장원, 주목을 끌었다. 이때 인간문화재 김소희 선생의 직계 제자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방학 때부터 서울과 목포를 오가며 판소리를 공부했다. ‘춘향가’ 이수자인 그는 학창시절부터 국악경연대회나 명창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1992년 미스 춘향 ‘진’으로 선발되면서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 ‘서편제’(1993년)로 데뷔했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서울관객 100만명 돌파 등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서편제’로 스타가 된다. 이후 영화 태백산맥(1994년), 축제(1996년), 천년학(2007년) 등에 출연했다. 2008년에는 마당극 ‘학생신위부군’에 출연, 호평을 받았다. 중앙대 국악예술학 석사를 거쳐 최근 원광대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방송 진행, 특강, 연극, 뮤지컬 등에 출연하고 있다.
  • [주말 박스 오피스] ‘늑대소년’ 개봉 첫 주말 정상

    [주말 박스 오피스] ‘늑대소년’ 개봉 첫 주말 정상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이 개봉 첫 주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늑대소년’은 2~4일 전국 706개 상영관에서 103만 272명(매출액 점유율 48.7%)을 동원했다. 누적관객은 129만 4466명. 007시리즈 50주년을 기념하는 ‘007 스카이폴’은 45만 9001명(22.8%)을 모아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27만 2729명(13.1%)에 그쳐 3위로 물러앉았다. 누적관객은 1141만 8842명으로 ‘실미도’(1108만명)를 따돌리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 6위로 올라섰다. 류승범 주연의 ‘용의자X’는 10만 8246명(5.3%)을 모아 4위, 벤 애플렉 감독·주연의 ‘아르고’는 5만 6645명(2.7%)으로 5위에 올랐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아리랑/노주석 논설위원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지난 9월 8일 열린 베니스영화제 폐막식장에 난데없이 아리랑 가락이 울려 퍼졌다. 김기덕 감독이 18번째 작품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자 짧은 소감과 함께 아리랑을 열창한 것이다. 깜짝 놀란 사람들에게 김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소감 대신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처연한 아리랑 가락은 천 마디의 소감보다 훨씬 큰 울림이 있었다. 베니스를 감동시킨 김기덕의 아리랑은 1988년 서울올림픽 선수 입장식이나 시상식 때 울려 퍼진 아리랑 연주와 달랐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2001년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한 남북한 단일팀의 단가로 쓰인 아리랑이나 2002년 월드컵 전야제에서 조용필이 부른 ‘꿈의 아리랑’과도 느낌이 또 달랐다. 김 감독은 2011년 자신의 고달픈 영화인생과 척박한 한국영화계의 실상을 셀프카메라에 담은 16번째 다큐멘터리 작품 ‘아리랑’의 씻김굿을 베니스에서 시도한 것이다. 영화는 그해 칸, 피렌체, 도쿄, 하와이, 폴란드 등 34개국 60여개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상영됐으며 상을 휩쓸었다. 구한말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는 영문 월간지 ‘한국소식’ 1896년 2월호에 문경새재 아리랑을 서양음계로 처음 채보해 공개하면서 “아리랑은 한국인에게 쌀과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다. 아리랑은 숱한 설에도 불구하고 출처와 기원, 어원이 불분명하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지어서 불렀고, 이름 없는 사람들이 어깨 너머로 배워 부른 자연발생적인 민요이기 때문이다. 아리랑 혹은 이와 유사한 후렴이 들어 있는 ‘통칭 아리랑’은 남과 북을 통틀어 모두 60여 종 3600여 수에 이른다. 정선아리랑과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을 3대 아리랑으로 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아리랑은 1926년 나운규 연출·주연의 무성영화 ‘아리랑’의 삽입곡이다. 경기아리랑을 모태로 나운규가 편곡한 저항의 노래이다.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를 눈앞에 뒀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소위의 심사결과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 세대를 거쳐 계속 재창조됐으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결속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우리나라의 종묘제례, 판소리, 강릉 단오제, 강강술래, 택견 등 14건이 등재돼 있다. 12월 초 파리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세계인의 가슴을 긁어 놓은 김 감독의 영화 아리랑과 폐막식장 아리랑 노랫가락이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제임스 본드, 광해를 꺾다

    [주말 박스 오피스] 제임스 본드, 광해를 꺾다

    007 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 ‘007 스카이폴’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007 스카이폴’은 지난 26~28일 전국 749개 상영관에서 87만 836명(매출액 점유율 45.6%)을 동원했다. 6주간 정상을 지켰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한 계단 내려앉았다. 그래도 503개 관에서 41만 2777명(20.9%)을 불러모을 만큼 뒷심을 유지했다. 누적관객 1094만 4763명, 역대 한국영화 흥행 6위인 ‘실미도’와는 불과 13만여명 차다. 배우 출신 방은진 감독의 두번째 장편 ‘용의자X’는 32만 5268명(16.8%)을 동원, 3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김인권 주연의 코미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은 11만 9294명(6.0%)을 불러모아 4위로 박스오피스에 첫선을 보였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4만 2088명(1.9%)을 모아 5위를 지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광해’도 1000만… ‘극장가의 왕’ 되다

    ‘광해’도 1000만… ‘극장가의 왕’ 되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지난 20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지 38일 만이다. 한국영화로는 일곱 번째,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를 포함하면 여덟 번째다. ‘광해’는 9월 개봉작으로는 첫 1000만 관객 돌파, ‘도둑들’에 이어 한 해 두 편의 1000만 관객 달성 기록도 쏟아냈다. ‘광해’의 흥행 성공은 익숙한 ‘왕자와 거지’의 구도에 코미디와 메시지를 버무려낸 탄탄한 시나리오, 이병헌 등의 호연, 추창민 감독의 연출력 등 콘텐츠 완성도가 담보됐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지도자에 목마른 대중의 기대가 투영된 영화 속 하선(광해군 대역을 맡은 광대) 캐릭터가 대선 정국과 맞물려 공감을 얻었다. 물론 올 들어 시장점유율이 21%까지 추락하면서 자존심을 구긴 CJ E&M(공동제작·배급사)이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30억원가량 쏟아붓고, 개봉 초기 900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등 든든한 지원을 받은 것도 단단히 한몫했다. 하지만 ‘광해’는 잉태부터 탄생까지 지금껏 6편의 1000만 영화와는 차별성을 지닌다. ‘괴물’ ‘도둑들’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는 감독이 각본을 썼고, ‘왕의 남자’ ‘실미도’는 원작이 존재했다. 반면 ‘광해’는 2009년 말 CJ E&M 기획팀 인턴이 내놓은 A4용지 한 장 반짜리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다니던 안소정씨는 ‘광해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정적의 독살 위협 때문에 대역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동법 시행과 실용외교 등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부분을 대역이 했다고 하면 어떨까.’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때마침 학계·출판계에서는 광해군 재조명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아이디어가 채택되자 사학과 출신 김보연 프로듀서가 서너 달을 매달려 20쪽 분량의 트리트먼트(줄거리와 중요 장면, 등장인물을 압축한 글)를 썼다. ‘올드보이’의 황조윤 작가가 바통을 이어받아 시나리오를 탈고한 게 지난해 초. CJ E&M 임상진 기획1팀장은 “‘마파도’만 했으면 추창민 감독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면서 드라마와 코미디를 고급스럽게 풀어 가는 능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추 감독이 시나리오를 손보고, 제작사 리얼라이즈가 합류하면서 지난 2월 촬영을 시작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들고 제작사를 찾아가거나 제작사가 감독을 고용한 뒤 투자자를 구하고 배급사와 접촉하는 충무로의 제작 시스템과는 달랐던 셈이다. CJ가 원안부터 시나리오는 물론 제작까지 참여한 ‘기획영화’란 얘기다. 물론 기획영화는 1990년대부터 있어 왔다. 감독의 철학보다 트렌드를 읽어 낸 제작·기획자의 아이디어가 중심이 된 영화들이 ‘결혼 이야기’(1992)를 계기로 쏟아졌다. 제작사 신씨네가 실제 20대 부부들을 취재해 삶의 방식을 녹여낸 코미디가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1990년대 기획영화들은 심재명(명필름)·오정완(영화사 봄)·김미희(좋은영화) 등 걸출한 프로듀서들의 창의성과 아이디어에 의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재명 대표는 “1990년대에는 프로듀서, 작가, 감독 개인 역량이 중요했고, 이들이 영화를 주도했다. 반면 ‘광해’는 CJ에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감독을 뽑고, 전문제작사가 나중에 붙는 분업화된 시스템이란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도 “1990년대에는 프로듀서의 통찰력이나 창의력이 영화를 좌우했다. 하지만 ‘광해’는 특정인의 영화가 아니다. 분업과 협업, 팀워크로 만든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 관객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이다. ‘왕의 남자’(2005년 12월 말 개봉)와 ‘괴물’ 등 두 편의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오면서 9174만명이 봤다.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무려 63.6%였다. 벌써 두 편의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온 올해는 9월 말까지 8612만명이 한국영화를 봤고, 점유율은 57.8%다. 올해 1억명 돌파도 무난하다. 이쯤 되면 한국영화 르네상스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30~40대가 영화관을 찾으면서 외연이 확장됐고, ‘최종병기 활’ ‘도가니’ ‘완득이’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등 완성도 높은 영화가 쏟아지면서 한국영화끼리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피에타’ 영평상 3관왕

    ‘피에타’ 영평상 3관왕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왼쪽) 감독의 ‘피에타’가 국내 영평상에서도 3관왕의 영예를 얻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배장수)는 제32회 영평상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피에타’를 선정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김 감독에게는 감독상이, ‘피에타’의 주연 조민수(오른쪽)에겐 여우주연상이 돌아갔다. ‘부러진 화살’의 안성기는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됐다. ‘이웃사람’의 김성균과 ‘은교’의 김고은은 각각 남녀 신인배우상을, ‘밍크코트’의 신아가·이상철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각본상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윤종빈 감독이 차지했다.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도둑들’과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각각 촬영상(최영환)과 기술상(오흥석)을 가져갔다. 한국 멜로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건축학개론’은 음악상(이지수)을 받았다. 공로영화인상 수상자는 원로영화인 황정순씨, 신인평론상 수상자는 이대연(경기대 강사)씨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다음 달 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배우 안성기의 사회로 열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문화마당] 변사, 그 시청각적 체험/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변사, 그 시청각적 체험/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세계영화사에서 발성영화가 시작된 시점은 1927년이다. ‘재즈 싱어’(The Jazz Singer)라는 영화를 시발로 삼고 있다. 그 이전은 음악은 있으나 배우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는 무성영화 시기였다. 무성영화는 배우 목소리의 부재를 자막으로 해결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나 일본 등지에서는 좀 더 독특한 방식으로 무성영화에 접근했는데, 바로 변사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변사는 영화해설자이자 목소리 연기자이다. 그래서 변사의 존재는 무성영화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듣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시각적 연행양식인 셈이다. 예전 우리 영화의 마지막 변사 신출 선생이 해설하는 ‘검사와 여선생’을 본 적이 있다. 또한 그의 변사로서의 삶에 대하여 구술 채록하는 일에 참여한 바 있는데, 독특한 억양과 톤으로 내레이터로서뿐만 아니라 남녀의 목소리를 아우르며 영화 속 인물의 대사를 전달하는 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변사 공연이 지난주까지 서울역에서 열렸다. 문화역 서울 284(구 서울역사)에서 9월 2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청춘의 십자로’(안종화 감독)라는 무성영화가 상영됐다. 이 영화는 우리 극영화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1934년작이다. 1935년 ‘춘향전’(이명우 감독)이 우리 발성영화의 시작을 알렸으니 무성영화시기 막바지에 제작된 영화인 셈이다. 2008년 복원된 ‘청춘의 십자로’는 현존 최고(最古)의 무성영화라는 역사성과 보존 필요성이 인정되어 문화재(제488호)로 지정되었으며, 부산 등 몇몇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영상자료원은 2008년 ‘청춘의 십자로’ 복원기념 상영에서 이 영화가 무성영화인 점을 감안해 변사 공연을 기획하였는데, 이때 총연출은 ‘가족의 탄생’과 ‘만추’를 감독한 김태용이, 변사는 연기자 조희봉이 맡아 공연하였다. 일단 김태용과 조희봉의 조합은 예상치 않은 지점에서 변사 공연이 수반된 무성영화 관람이라는 진기하고 재미있는 체험을 선사한다. 변사 공연 상황은 신문이나 기록물 등 문헌자료에 나타난 바와 같이 재현되어 한국영화사를 연구하는 필자에게도 유용하였고, 입담 좋은 조희봉의 해설은 변사가 왜 무성영화시대의 ‘스타’였는지 가늠케 할 만한 팁이 되었다. 기실 무성영화는 원대본이 있다 해도 변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변사는 관람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말을 첨삭하거나 스토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 이상 표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이는 변사가 구술(口述)문화, 즉 이야기하기나 이야기 전달하기의 연장선상 혹은 영화적 변형으로 여겨지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로써 변사는 격정적인 어조로 객석을 들썩이게도 하고, 구슬픈 탄식으로 눈물짓게도 하며 때로 재담과 능청으로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조희봉은 그와 같은 변사 역할을 십분 해냈고, 김태용은 변사 대본부터 연주와 노래까지를 영화의 이미지와 결합하는 데 재능을 보였다. 영화는 약혼녀를 마을 유지에게 빼앗긴 남자(이원용)가 상경하여 경성역에서 짐꾼으로 일하며 겪게 되는 사건이 주요 내용을 이룬다. 남자는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연인(김연실)과, 자신을 찾아 경성으로 온 여동생(신일선)이 마을 유지와 그 패거리에게 유린당할 위기에 처하자 패거리를 응징하고 연인과 여동생을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제목의 분위기대로 신파적이고 꽤 비극적 코드를 가지고 있으나, 이번에 변사 공연과 함께 상영된 ‘청춘의 십자로’에서는 영화의 비극적 정조가 약화된 대신 당시 생활상과 인물의 면모를 드러내는 데 있어서는 코믹함이 추가되었다. 코믹함의 동력은 상당 부분 변사의 입담과 풍자에서 나왔다. 소리가 넘쳐나는 시대, 영화적 테크놀로지가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시대에 무성 흑백영화를 본다는 것, 더구나 고답적인 변사 공연을 함께 본다는 것은 흥미롭고 유쾌한 경험이다. 그것은 또한 옛 우리 영화문화를 재구성하여 새롭게 체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주목할 만한 작품] 창수-이 사나이의 순정, 짓밟힌다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주목할 만한 작품] 창수-이 사나이의 순정, 짓밟힌다

    창수는 다른 사람의 옥살이를 대신하고 돈을 받는 인천 차이나타운 삼류 건달이다. 서른을 훌쩍 넘긴 건달이지만, 아직 수총각이다. 어느 날 밤길을 걷던 창수 앞에 고급 승용차가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린 도석은 미연을 끌어내려 마구 주먹질을 한다. 창수는 말려보려 했지만, 외려 한방에 나가떨어진다. 외모만 봐선 말도 섞지 않을 법한 둘의 짧은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랑에 빠진 창수는 반지를 사서 미연에게 청혼을 하려 한다. 하지만, 집에 와보니 미연은 이미 숨진 채 침대에 누워 있다. 알고 보니 여자는 전국구 조폭 두목의 애인이면서 조직의 2인자인 도석과도 얽힌 터. 경찰과 조폭들의 추적을 동시에 받게 된 창수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만의 의지로 행동을 결심한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초대된 ‘창수’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많은 남자배우가 탐냈던 영화다. 평생 하류인생을 살던 삼류 건달이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를 위해 전국구 조폭과 10여 년에 걸쳐 외로운 대결을 펼친다는 영화의 얼개는 구식 누아르의 느낌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 창수 역을 임창정이 차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충무로는 반신반의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색즉시공’ 등 수많은 영화에서 임창정은 코믹연기의 황제로 군림했다. 그러나 웬걸, 스크린 속 임창정은 영락없는 창수였다. “감히 단언컨대, 대한민국에 나보다 뛰어난 연기자는 많지만, 창수를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던 임창정의 언급은 빈말이 아니었다. 주먹솜씨는 건달치곤 수준 이하. 하지만, 친동생처럼 아끼는 동료 건달 상태(정성화)와 사랑하는 미연(손은서) 앞에서 무슨 일이든 해결할 것처럼 허풍 떠는 창수에게선 짙은 연민이 묻어난다. 표정과 목소리의 울림만으로 임창정은 창수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기시감이 들었을 수도 있다. ‘파이란’(2001)이 떠오를 것이다. 평생을 비루하게 살아온 인천의 삼류 양아치 강재(최민식)가 한 여인(장바이즈)의 사랑을 깨달은 뒤 조직 보스의 뜻을 거슬러 새로운 인생을 결심한다는 기본 얼개는 ‘창수’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창수’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늦깎이 신인 이덕희 감독은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을 보좌했던 조감독 출신이다. 부산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도둑들’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 훔쳤다

    ‘도둑들’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 훔쳤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이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고쳐 썼다. ‘도둑들’의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2일 “‘도둑들’이 오후 2시 기준 누적 관객 1302만 393명을 기록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가진 한국 영화 흥행 기록 1301만 974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기록 달성 속도에서도 ‘도둑들’은 ‘괴물’을 압도했다. ‘도둑들’은 지난 7월 25일 개봉 당일 43만 6628명의 관객을 모아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더니 4일 만에 200만, 6일 만에 300만, 2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여름 극장가의 절대 강자로 지목됐던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묵직한 주제의식 탓에 관객층이 30대로 제한됐지만 오로지 영화적 재미에 충실했던 ‘도둑들’은 10~50대까지 폭넓은 관객을 모으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았다. 경쟁 배급사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와의 맞대결을 부담스러워한 데다 폭염과 런던올림픽을 피해 개봉 날짜를 조정했지만 ‘도둑들’은 외려 정면 승부를 펼친 것도 신기록 경신에 도움이 됐다. 결국 개봉한 지 70일 만에 1302만명을 넘었다. 2006년 ‘괴물’이 106일 만에 1301만여명을 모았던 점을 떠올리면 ‘도둑들’의 흥행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역대 흥행 1위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1330만 2637명)를 넘보기는 역부족이다. ‘도둑들’은 76개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지만 추석 연휴 직전 평일 관객은 1000명 안팎이었다. 홍보 대행사인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아바타’를 넘어서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추석 연휴에 관객이 하루 5000~7000명 수준으로 늘어난 데다 1300만 돌파 특수가 기대되는 만큼 상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둑들’은 1일 현재 누적 매출액 935억 6196만 5000원을 기록했다. ‘괴물’의 누적 매출액 785억원과 ‘해운대’의 819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세금과 영화발전기금 13%를 뺀 814억원을 극장과 배급사가 5대5로 나눠 갖는다. 배급사가 가져가는 407억원 가운데 배급수수료 10%와 총제작비 145억원, 기타 비용 50억원 정도를 빼면 172억원이 남는다. 이를 쇼박스를 비롯한 투자사와 제작사 케이퍼필름이 다시 6대4로 나누게 된다. 각각 103억원과 69억원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매출에서도 ‘아바타’를 넘지는 못한다. ‘아바타’는 요금이 비싼 3차원(3D) 상영관에서 주로 상영했기 때문에 누적 매출액 1284억원을 기록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유럽 K팝 열풍은 한국 아닌 팝에 대한 관심… 김기덕 ‘피에타’ 보고 싶어”

    “유럽 K팝 열풍은 한국 아닌 팝에 대한 관심… 김기덕 ‘피에타’ 보고 싶어”

    프랑스 출신인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68)은 14일 신간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서울 중구 프랑스문화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류 열풍에 대해 뼈아픈 조언을 내놨다. ‘지한파’ 철학자인 소르망은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반에 K팝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유럽인은 한국 문화에 대해선 거의 무관심하다.”면서 “K팝 가수가 한국 문화를 유통한다기보다 유행하는 팝 음악을 전파하는 그룹으로만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소르망은 “한국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분야는 오히려 순수 예술 분야”라면서 “경복궁의 아름다움 같은 걸 널리 알려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한국의 문명과 문화를 일본처럼 체계적인 문화 홍보 정책을 마련해서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한국영화의 세계화 전략’을 주제로 김동호 부산 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과 대담하는 자리에서 “‘왕의 남자’ 같은 한국 상업영화가 프랑스에서 상영되면 큰 인기를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임권택·홍상수·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이 프랑스 예술영화관에서 20만~30만 관객을 모으는 성공을 거뒀지만 상업영화로 대규모로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아직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소르망은 현재 한국 영화 중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보고 싶다고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영진위, 美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김기덕 감독 ‘피에타’ 선정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내년 2월 열리는 제85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할 한국영화로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2일 심사위원회를 열고 작품의 완성도와 미국 배급능력, 감독 및 출품작의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피에타’를 만장일치로 내년 아카데미영화상에 출품할 한국영화로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할 한국 영화 공모에는 ‘피에타’를 비롯해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추창민 감독의 ‘광해:왕이 된 남자’ 등 5편이 접수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정진 “사회가 만든 악마에 관객들 불편하고 미안할 것”

    이정진 “사회가 만든 악마에 관객들 불편하고 미안할 것”

    “김기덕 감독님이 영화감독이나 프로듀서가 될 생각이 없느냐고 묻더군요.”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 ‘피에타’의 주연을 맡은 이정진(34). 그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지 영화 이야기를 나눠 봤다. 이 인터뷰는 베니스 영화제 수상을 전후해 두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소감은.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대한민국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에 출연한 것 자체가 영광이다. 정말 길이 남을 영화와 함께했고 내가 대한민국의 영화배우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함께한 ‘피에타’의 스태프와 김기덕 감독님, 조민수 선배님께 고맙고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직은 모든 게 당황스럽다(웃음). →신인남우상에 거론될 만큼 호평을 받았는데. -누구나 잘했다는 말은 듣기 좋지 않나. 배우인데 연기를 잘했다고 해 주시니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겠나. →김기덕 감독의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 연락이 왔을 때 놀랐다. 내 전작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 ‘원더풀 라디오’인데 이번 작품과 차이가 크지 않나. 배우이기 때문에 한 번쯤 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시나리오를 받고 나니 ‘내가 할 준비가 됐나.’ 하는 반문을 하게 됐다. 김 감독이 이전에도 같이 작품을 하려고 눈여겨봤다고 했다. 시나리오는 막힘없이 잘 읽었고 크게 거부감도 느끼지 않았다. →이번에 연기한 강도 역은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로 김 감독의 전작 ‘나쁜 남자’보다 더 센 캐릭터인데. -물론 ‘말죽거리 잔혹사’나 ‘해적 디스코왕 되다’ 등 이전 출연작에서도 그다지 착한 남자 캐릭터를 맡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나 캐릭터가 워낙 세기 때문에 차별화가 될 수밖에 없다. 강도는 예측 불가능하고, 죄의식도 없고 잔인한 인물이다. 물론 악마 같은 면도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극장 안에 있는 관객들이 ‘우리가 저 사람을 괴물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론 미안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쉽지 않은 역할인데 어떻게 소화했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매 순간 상대 배우랑 감독님을 서로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 시간도 짧고 모니터도 없고 재촬영이 없기 때문이다. 촬영 2주 전에 대본을 받은 뒤 나 자신을 학대하면서 매 순간 집중해서 촬영을 끝마쳤던 것 같다.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김 감독의 영화가 어두운 작품들이 많아서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특이하지는 않았다. 말하는 것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 스타일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편인데, 그런 감독님이 차라리 더 낫다. 우유부단한 감독은 배우들이 힘들다. 촬영 스태프가 총 15명인데 조명도 거의 없고, 모니터도 없어 연기를 확인하기도 힘들다. 서로 연기하는 배우와 감독이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이 연기에서 가장 많이 한 주문은. -김 감독은 본인이 직접 카메라로 촬영도 하는데, 내가 키가 크다면서 “아우 크다, 길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연기에 대한 주문은 별로 없었고, 감독님과 캐릭터 분석이나 스토리 라인 등 전체적인 대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랬더니 자기 역할만 보는 배우들과는 다르다면서 영화감독이나 프로듀서가 될 생각이 없느냐고 묻더라. →영화는 어느 날 강도 앞에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불쑥 찾아오면서 점차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조민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조민수 선배는 에너지가 굉장한 배우다. 실제로 13살 차이가 나는데 ‘엄마’라고 하면 상당히 싫어하신다. 영화 ‘마파도’에 비하면 상대 배역과 나이 차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웃음). 몸이 격한 액션 장면은 없지만, 깊은 곳의 에너지를 끌어내 연기해야 하는 감정 신이 많아 힘들었다. →이 작품이 배우로서 전환점이 될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의 스코어도 궁금하지만, 관객들의 평가가 궁금하다. 스코어가 잘 나와도 배우에게 좋은 평이 안 나올 수 있고, 스코어는 덜 나와도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지 않나. 물론 저예산 영화에다 이 영화를 불편해할 사람도 있겠지만, 배우로서 이 작품 하기를 잘했다는 이야기를 가장 듣고 싶다. →배우 경력 13년차인데, 흥행에 대한 갈증은 없나. -물론 관객이 많이 들면 좋지만, 흥행은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는 하나의 보너스 또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손익분기점을 넘겨 손해를 끼치지 않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책임의식을 늘 갖고 있다. 주변 선후배들의 경우를 보면 100만을 넘긴 영화도 많지 않다. 실제로 100만, 500만 이런 스코어가 쉬운 것이 아니다. 다행히 제 경우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작품은 없었다. 앞으로 많은 작품에 오래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다음에는 전쟁 영화에 출연하게 될 것 같다. 2013년 서울을 배경으로 가상의 시가전이 벌어진다는 내용의 전쟁물이다.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를 함께했던 천성일 작가에게 대본을 받았다. 천 작가의 다른 드라마 출연도 고려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찾아 뵐 기회가 많이 생길 것 같다. 기대해 달라.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나 아닌 한국영화계에 주는 상이라 생각”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은 9일(한국시간) 한국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지의 뜨거운 반응으로 내심 (수상을) 기대했다.”고 털어놓았다. →수상 기분은 어떤가. -매우 기분이 좋다.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 →황금사자상을 예상하진 않았나. -영화가 공식 상영된 이래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피에타’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상당했다. 특히 베니스에서 만난 이탈리아 팬들이 “황금사자상의 진정한 주인공은 ‘피에타’”란 이야기를 많이 해줘 솔직히 기대했다. →수상 요인을 무엇으로 보나. -범세계적 주제인 자본주의와 이로 인한 어긋난 도덕성에 관객과 심사위원들이 통감했다고 본다. 특히 심사위원들의 평대로 영화가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출발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인간 내면의 용서와 구원으로 마음을 정화하는 대목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12년 전 ‘섬’을 처음 세계에 소개했는데, 수상 전·후 전한 말은 없었나. -‘피에타’가 베니스에 입성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나를 발굴해 준 바르베라 집행위원장과 마이클 만 심사위원장이다. 특히 수상 전에는 꼭 폐막식에 참석해 주면 좋겠다고 의사를 표시했다. →‘아리랑’을 부른 까닭은 -영화 ‘아리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타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아리랑’은 지난 4년간의 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씻김굿이다. 또 세계인들에게 ‘피에타’의 메시지와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 소감 대신 전하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피에타’는 돈이면 다 된다는 우리의 (뒤틀린) 현주소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진실한 가치로 인생을 살기를 기원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마이너 인생 김기덕의 구원”

    “마이너 인생 김기덕의 구원”

    ‘묵묵히 비주류 인생을 살아온 김기덕 감독에 대한 구원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 국내 영화인과 네티즌들은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청계천과 구로공단 등에서 노동자로 살았던 데다 단 한 번의 정규 영화교육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그 흔한 단편영화 습작이나 연출부 경력도 없는 김 감독의 독특한 이력을 뒤늦게 알게 된 이들은 또 한 번 놀랐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 100년사에 최대 쾌거”라며 “한국영화계를 대표해 김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섬’을 제작했던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트위터에 “박찬욱도 봉준호도 홍상수도 이창동도 아닌 김기덕 감독이 먼저 최고상을 받았네요. 한국에서 유독 비주류 아웃사이더였던 그의 오늘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축하했다. ●총제작비 8억… 25만명이 ‘본전’ 김 감독의 독특한 작업방식도 뒤늦게 화제다. 김 감독은 1996년 같은 해에 데뷔한 홍상수 감독과 함께 적은 돈을 들여 빨리 찍는 대가로 통한다. 보통 장편 상업영화의 회차는 40~60회 정도. ‘마이웨이’ 같은 대작은 160회차까지 찍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15회차 안팎이다. ‘실제상황’(1998)은 서울 대학로에서 불과 3시간 촬영했으니 1회차로 끝낸 셈. ‘피에타’ 또한 지난 2~3월 15회차로 촬영을 끝냈다. ‘피에타’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김기덕 사단의 홍일점 문시현 감독은 “빨리 찍는 것은 여전했지만 상대적으로 덜 빡빡했다. 조민수 선배의 드라마 촬영 일정을 피하느라 평일에 쉬고 주말에 몰아 찍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스태프가 20명 남짓해서 감독님이 막내 스태프들 이름까지 외워 부를 만큼 가족적이었다. (3년 동안의 칩거) 이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지셨다.”고 귀띔했다. ‘피에타’의 순제작비는 1억 5000만원이지만, 배급·프린트 및 마케팅비용(P&A)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8억 5000만원이다. 손익분기점이 24만~25만명. 영화에서 악마 같은 사채업자로 나온 이정진, 수십년 만에 나타난 엄마 역할로 열연한 조민수 등 배우와 촬영스태프, 홍보대행사까지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베니스 특수’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보너스를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조민수 아쉬운 여우주연상 ‘불발’ 조민수는 영화제 기간 내내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혔지만, 황금사자상 수상작은 주요 부문 수상을 겸할 수 없다는 불문율에 따라 상을 받지 못했다는 게 배급사인 NEW의 설명이다. 배급사 측은 “심사위원과 영화제 관계자들이 폐막식 후 마련된 피로연에서 ‘조민수의 여우주연상은 만장일치였다’고 전하며 아쉬워했다.”며 특히 중국의 천커신(陳可辛) 감독과 영국배우 사만다 모튼 등이 직접 찾아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피에타’, 예매율 3배로 급증 실제 관객도 늘어날 조짐이다. 피에타의 예매 점유율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9.2%(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로 나타났다. 전날(2.8%)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점가도 심상치 않다.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한 ‘피에타’(가연)는 9일 서점에 깔리자 마자 초판 5000부가 모두 팔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등감 괴물’이 거장 우뚝… 인간승리로 한국영화 새 역사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막을 내린 제69회 베니스영화제의 스포트라이트는 오롯이 빛바랜 개량한복에 밑창 터진 신발, 꽁지머리를 한 아시아 감독에게 쏟아졌다. 2000년 ‘섬’으로 처음 베니스영화제(경쟁부문)를 두드릴 때만 해도 철저한 무명이었다. 하층민의 삶에 대한 펄떡거리는 묘사, 인간의 악마성에 대한 탐닉에 일부 유럽평론가들은 매혹됐다. 반면 여성 비하로 페미니스트 진영의 공격을 자초했고, 신체 훼손으로 특징지어지는 폭력성 탓에 혹평도 뒤따랐다. 하지만 스스로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평한 김기덕(52) 감독은 한국 영화감독 중 가장 먼저 황금사자상 트로피를 품었다. 그만큼 굴곡진 인생의 소유자도 드물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 절대군주와도 같던 6·25 상이용사 아버지와 외유내강형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가정형편 탓에 공식 고교학력이 인정되지 않은 농업학교에 진학해 그의 최종학력은 ‘중졸’이다. 졸업 후 구로공단과 청계천 공장에서 일하다 해병대에 입대해 5년 만에 하사관으로 제대했다. 시각장애인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1년쯤 신학을 공부했다. 종교적 배경은 작품에도 투영됐다. 이탈리아 평론가 안드레아 벨라비타는 “기독교와 소통은 그의 지식과 정신적 성장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기독교로부터 어떤 종교적 확신도 얻지 못하지만, 죄와 속죄의 변증법만큼은 흡수한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서른 살이 되던 1990년,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유럽 이곳저곳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3년간 생계를 유지했다. 그 무렵 난생처음 본 영화 ‘양들의 침묵’, ‘퐁네프의 연인들’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1993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 도전했다. 기계나 그림에는 능했지만, 글은 익숙한 표현수단이 아니었다. 떨어졌다. 오기가 생겨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교육원에 등록했다. 그러고는 1996년 3억 5000만원짜리 저예산 영화 ‘악어’로 데뷔했다. 영화를 처음 접한 지 불과 4년 만이다. 1998년 ‘파란 대문’이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유럽에 이름을 알렸다. 2004년에는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각각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의 감독상 트로피 2개를 한 해에 받는 이례적인 성취를 거뒀다. 또 장동건과 이나영, 하정우, 오다기리 죠 등 스타들이 출연을 자청할 만큼 위상도 치솟았다. 하지만 ‘콤플렉스를 품은 비주류 감독’, ‘저예산 예술영화 감독’의 이미지도 여전했다. 평단과 관객 모두 ‘지지’ 혹은 ‘안티’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70만명을 동원한 ‘나쁜 남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1만명을 넘기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다. 2008년은 끔찍한 해였다. ‘비몽’ 촬영 중 여배우 이나영이 사고로 죽을 뻔한 데 큰 충격을 받았다. 애제자 장훈 감독이 김기덕필름을 떠나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와 손잡았다. 속세와 인연을 끊은 그는 3년 동안 산속에서 칩거하며 영화감독으로, 인간으로 고민과 번뇌를 담은 다큐멘터리 ‘아리랑’을 찍었다. 영화 속 장 감독과 충무로에 대한 독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지만,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영화 인생의 바닥까지 떨어졌던 그는 창작에 대한 열정을 회복했다. ‘피에타’는 “그의 최고작은 아니지만 성숙함이 돋보이는 수작”부터 “김기덕 작품 중에서도 평균 이하”란 평까지 여전히 호불호가 엇갈린다. 하지만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이 ‘특별한 그의 영화경력에서도 새로운 출발’(AFP통신)을 한 것만은 틀림없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기덕 ‘황금사자’ 머리에 얹다

    김기덕 ‘황금사자’ 머리에 얹다

    김기덕(52)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김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자비를 베푸소서’란 의미의 이탈리아어)는 9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베니스·칸(프랑스)·베를린(독일)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받은 뒤 51년 만이다.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악마 같은 남자(이정진), 30여년 만에 그 앞에 나타나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를 통해 용서와 복수, 속죄란 가능한 것인가를 되묻는 김기덕의 강렬한 이야기가 베니스를 홀렸다. 김 감독은 앞서 베니스영화제(‘빈집’)와 베를린영화제(‘사마리아’) 감독상,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해외의 호평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던 김 감독이었기에 국내 영화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피에타’를 선택해 준 모든 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 민요 ‘아리랑’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김 감독은 아리랑을 부른 이유에 대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폐막식에 앞서 이탈리아 18~19세 관객이 뽑은 ‘젊은 비평가상’, 이탈리아 온라인 영화매체 기자들이 뽑은 ‘골든 마우스상’, 이탈리아 유명작가를 기리는 ‘나자레노 타데이상’도 받았다. ‘피에타’와 경합을 벌인 ‘더 마스터’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은사자상(감독상)을,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파라다이스:믿음’의 울리히 사이들, 각본상은 ‘섬싱 인 디 에어’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한편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는 오리종티 부문에서 유민영 감독의 ‘초대’가 최우수 단편영화에 주는 오리종티 유튜브상을 받았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전규환 감독의 ‘무게’도 ‘퀴어 라이온’ 상을 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장수빌라에 찾아온 재용은 이숙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막례의 반대에 부딪힌다. 정배는 옥이와 옥이 어머니와의 만남을 주선하려 한다. 세광과 말숙은 계속 결혼을 허락해 달라며 어른들에게 매달리지만 쉽지만은 않다. 한편 마음을 굳힌 윤희와 귀남은 차분히 지환이를 입양할 준비를 한다. ●휴먼다큐 그날(MBC 토요일 오전 8시 45분) 1962년 7월 30일. 당시 18살이던 반기문 사무총장은 곽영훈, 정영애, 신은주 세 명의 학생들과 함께 출국 길에 올랐다. 미국 적십자사의 초청으로 한 달간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인데…. 원조받던 동방의 작은 나라 시골 소년이 세계의 지도자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 인생을 변화시킨 아주 특별한 그날을 소개한다. ●나눔 0700(EBS 토요일 오후 3시 50분) 1년 전 위암 3기 선고를 받은 조지훈씨. 1년 사이 9차례의 수술을 견디며 투병 중인 그는 이미 암세포가 대장까지 퍼져 위와 대장을 모두 절제해야만 했다. 이런 조씨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유일한 가족이 있다. 바로 묵묵히 곁에서 간호를 해온 아들 민혁군인데…. ●드라마 스페셜 - 칠성호(KBS2 일요일 밤 11시 45분) 조선족 박용대가 칠성호에 오른 밤. 약에 취한 채 밀항자들은 세상 모르고 창고 안에서 자고 있다. 그리고 옆에서는 선원들이 도박 끝에 주먹다짐을 벌인다. 그렇게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갑판 위에 모두 죽어 있는 선원을 발견한 밀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지식 나눔 콘서트 아이러브人-혜민스님 편(SBS 일요일 밤 12시) 시즌 2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하버드 재학 중 출가하여 승려이자, 미국 대학 교수라는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는 혜민 스님과 함께한다. 평소 강연에서 멋진 노래 실력을 뽐내며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던 혜민 스님은 첫 강연을 위해 최초로 가수 박상민과 듀엣 무대를 선보인다. ●차인태의 명불허전(OBS 일요일 밤 10시 25분) 김수용 감독은 1958년 데뷔한 이래 코미디, 멜로,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109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이에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의 영화인생 50여년을 돌아보는 코너를 마련한다. 한국영화역사와 함께해 온 그의 인생을 재조명한다. ●대왕의 꿈(KBS1 토요일 밤 9시 40분) 가야계 출신의 유신은 화랑으로 성공하기 위해 서라벌로 상경한다. 하지만 망국의 후예라는 이유로 신라인들에게 철저하게 배척당한다. 한편 진평왕의 모친이자 권력의 실세였던 사도태후에게 폐위된 진지왕의 손자인 춘추는 눈엣가시다. 조정에서 춘추를 태자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사도태후는 살수인 길달을 불러 춘추를 암살하고자 한다.
  • 한국영화 제2의 전성기 비결은

    한국영화 제2의 전성기 비결은

    바야흐로 한국영화 전성시대다. 올 초부터 300만~400만명을 넘어서는 ‘중박’ 영화가 잇따라 터지면서 시작된 한국 영화의 흥행 열풍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올라선 ‘도둑들’로 정점을 찍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55.7%. 2007년 이후 한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 영화는 지난해 점유율 51.9%로 다시 50%대를 회복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영화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영화 10년 새 양적·질적 균형 성장 한국영화의 맷집이 눈에 띄게 강해진 것은 양·질적인 면에서 동반 성장이 가능했던 덕분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는 양적(관객수 기준)으로 2배 성장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총 관객수는 1억 5972만여명. 하지만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관객수가 이미 1억 3000여만명에 이르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2년 총 관객수 1억 513명의 2배에 이르는 셈이다. 양적 성장은 CJ, 롯데 등 대기업 자본이 유입되고 동네마다 복합상영관이 들어서면서 가속화됐지만, 커진 덩치에 비해 부족한 콘텐츠의 질이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됐다. 2012년은 그동안의 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한 해로 평가할 만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한국영화 돌풍의 원동력은 장르의 다양화다. 장르의 쏠림 현상은 늘 한국영화의 병폐로 지적됐다. ‘추적자’로 시작돼 2년여간 불었던 스릴러 열풍처럼 특정 장르가 흥행하면 투자·제작 방향이 그쪽으로 쏠렸고, 다양성의 부재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 흥행 1~10위를 보면 겹치는 장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범죄액션’(도둑들)을 필두로 정통멜로(건축학개론), 누아르(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법정물(부러진 화살) 등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성공을 거뒀다. 스토리 부재 등을 지적받아 온 한국영화의 콘텐츠도 약진을 보였다. 영화 관계자들은 2~3년 전부터 콘텐츠 개발에 자본과 시간을 투자한 결실을 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배급사들은 콘텐츠 기획팀을 내부에 두고 국내외 원작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웹툰 원작의 ‘연가시’나 일본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화차’가 대표적이다. 중소 배급사들은 규모보다는 기발하고 독특한 기획에 집중한 결과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부러진 화살’,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을 배급한 NEW의 박준경 마케팅팀장은 “요즘 충무로에는 스타, 감독 등 흥행 보증수표를 앞세운 안이한 기획이 사라졌다.”면서 “스타캐스팅이나 제작 규모가 아니라 콘텐츠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된 상반기”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이제는 캐릭터와 스토리 등 탄탄한 기획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성공하는 등 거품이 빠지는 것 같다.”면서 “과거 조폭 코미디 등 장르 쏠림 현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 따른 학습 효과로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시간 차 공격을 통해 관객들에게 식상함을 주지 않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전성기 이끈 3040세대의 힘 3040세대의 힘도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존 한국 영화는 20대 관객을 겨냥한 작품이 많았으나 30~40대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낸 작품이 많았고, 나아가 50대 관객까지 이어졌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나 1990년대의 첫사랑 이야기인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1990년대 X세대를 주인공으로 3040세대 주부들의 애환을 감성적으로 그린 ‘댄싱퀸’(감독 이석훈)이 대표적이다. 자신만의 감성과 연출력으로 승부수를 띄운 3040세대 감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이전 영화의 흥행 패턴은 20대 초반 관객이 입소문을 내주고, 30~40대가 관람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면 올 상반기에는 3040세대 예매량이 부쩍 늘었다.”면서 “X세대로 불리며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고 자란 3040세대가 문화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직장 동료와 함께 관람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등 관객층이 두꺼워졌다.”고 말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처럼 10~20대에 한정된 로맨틱 코미디가 30대 기혼자 이상으로 외연을 확장해 성공하는 등 영화를 다루는 3040세대 감독과 프로듀서들의 감각과 연출력이 동시대의 관객들과 잘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적 정서 점차 옅어져… 문제점은? 한국영화 흥행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신파 코드 등 한국 정서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홍콩과 마카오를 배경으로 한 ‘도둑들’처럼 가족애와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흥행 공식도 깨졌다. 반면 지난해 ‘마이웨이’나 ‘퍼펙트게임’, 올해 ‘코리아’처럼 애국주의나 신파 요소가 들어간 영화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 황동미 연구원은 “관객들이 신파를 좋아한다는 믿음이 점차 깨지고 있고, 강요된 감동이나 감정 과잉을 내세운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평론가는 “올해 흥행작을 보면 유머 코드가 포함된 작품이 많았고, 구성의 재미와 편집의 속도가 강조된 기획물이 많았다.”면서 “현실에 지친 관객들은 거대 담론을 다루는 데 피로감을 느끼고 영화 자체의 오락성을 즐기는 풍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전성시대라고는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대 자본의 시장 독과점과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황 연구원은 “한국영화 전성시대는 2000년대 중반 한국영화의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 제작이 경직된 이후 기획 강화, 제작비 절감 등을 거쳐 나온 결과”라면서 “아직도 한해 제작되는 영화의 3분의2는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이고, 배우 개런티는 줄지 않는 반면 스태프 인건비는 2000년대 중반 수준에 머무는 등 영화계의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공모자들’ 개봉 첫주말 흥행 1위

    임창정의 악역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스릴러 ‘공모자들’이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모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497개 관에서 53만 3239명(26.4%)을 동원했다. 누적관객 수는 74만 9690명.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웃사람’은 42만 5593명(21.2%)을 불러모아 지난 주말보다 한 계단 내려앉았다. 누적관객 191만 4965명을 기록, 20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 차태현 주연의 코믹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8만 9126명(13.2%)을 모아 3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은 어느새 459만 5784명. 올해 한국영화 중 ‘도둑들’(1259만명),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9만명)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4위 ‘도둑들’은 개봉 6주차임에도 26만 5433명(12.7%)을 끌어들이는 저력을 발휘했다. 역대 한국영화 1위인 봉준호 감독의 ‘괴물’(131만명)과는 불과 42만명까지 격차를 좁혔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18만 8955명(10.0%)을 모아 5위로 데뷔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완득이’ 감동 느껴볼까 ‘써니’ 복고 즐길까

    ‘완득이’ 감동 느껴볼까 ‘써니’ 복고 즐길까

    ‘추석에는 청룽(成龍)의 코믹액션’이란 말은 옛날 얘기다. 청룽의 활동이 뜸한 데다 재탕, 삼탕에 방송사나 시청자 모두 지쳤다. 할리우드의 신작도 추석 TV편성표에서 보기 어렵다.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웬만한 할리우드 화제작들은 ‘TV 첫 방송’이란 명목으로 일찌감치 우려냈기 때문. 결국 TV편성표의 심야시간대는 한국영화 몫이 됐다.28일 밤 9시 55분 김려령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든 ‘완득이’(MBC)가 방송된다. 지난해 10월 개봉 당시 530만명을 불러모았다. ‘트랜스포머3’, ‘최종병기 활’, ‘써니’에 이어 지난해 박스오피스 4위.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등 남다른 가정환경 때문에 세상에 등을 돌렸던 고교생 완득이가 담임 똥주와 특별한 사제지간이 되는 성장드라마다. 밤 10시 50분에는 손예진·이민기 주연의 ‘오싹한 연애’(KBS2)가 방송된다. 로맨틱코미디와 공포를 버무린 변종장르다. 귀신이 시도 때도 없이 눈에 보여 연애는커녕 평범한 생활조차 쉽지 않은 여자와 겁 많은 호러 마술사의 사랑 이야기다. 29일 밤 10시 이현승 감독의 ‘푸른소금’(OCN)이 첫선을 보인다. 조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려던 중년의 사내(송강호)와 그를 감시하려고 조직에서 보낸 어린 여자 킬러(신세경)가 묘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영화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대표적인 조폭코미디 시리즈물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채널 CGV)도 밤 10시에 방송된다. 김수미·신현준·탁재훈 등이 고스란히 뭉친 데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이 메가폰을 잡았다. 평단과 일부 언론에선 억지 코미디라며 비난했지만, 236만명을 불러모았다. 밤 10시 25분에는 ‘퀵’(KBS2)이 방송된다. 30일 밤 8시 40분에는 지난해 736만명을 동원, 복고열풍에 불을 지핀 ‘써니’(SBS) 감독판이 방송된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거푸 흥행시킨 신예 강형철 감독의 감각을 엿볼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를 받으면서 충무로의 보석으로 떠오른 장 감독이 140억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았다. 294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곱씹어 볼 만한 영화다. 밤 12시에는 곽경택 감독이 권상우와 정려원을 데리고 찍은 ‘통증’(채널 CGV)도 방송된다. 10월 1일 밤 12시에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애제자인 전재홍 감독이 연출한 윤계상·김규리 주연의 ‘풍산개’(OCN)가 방송된다. 김 감독의 흥행 후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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