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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외국 영화음악 ‘공연권료’ 갈등…저작권協·대형극장 100억대 소송전?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CJ CGV 등 대형극장들과 영화음악 ‘공연권료’를 놓고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협회가 지난해 한국영화에 이어 최근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극장을 상대로 외국영화 ‘공연권료’ 지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자 대형극장들이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저작권협회가 예상하는 소송 규모는 100억원을 웃돈다. 저작권협회는 지난해에도 대형극장들에 한국영화의 음악 ‘공연권료’ 지불을 요구하며 법적 다툼을 벌였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재로 반쪽합의가 이뤄졌지만 민사소송은 그대로 진행돼 다음달 4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갈등은 저작권협회가 영화음악의 1차 저작권인 ‘복제권’ 외에 2차 저작권인 ‘공연권’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예컨대 백화점에서 음악을 틀면 공연료를 내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음악이 사용되면 극장주가 별도의 공연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협회는 2010년 10월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개정하면서 이 같은 특약조항을 일방적으로 신설했다. 저작권협회 측은 “미국영화가 영국에서 개봉하면 영국에선 공연권료를 미국에 보내준다”며 “유독 우리나라만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화계는 영화를 제작할 때 이미 음악의 복제권료를 지급한 만큼 극장 상영 시 공연료를 따로 내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고 맞서 왔다. 대형극장 측은 ‘공연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화가 애초부터 극장 상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만큼 영화에는 ‘공연권’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저작물의 영상화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할 때 공개 상영을 전제로 한다’는 저작권법 99조를 근거로 한다. 만약 저작권협회의 주장대로라면 음악영화인 레미제라블은 저작권료만 모두 합해 32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국내에서 영화의 공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저작권협회와 “해외영화에 대한 공연권 인정은 막대한 국부유출로 이어진다”는 영화계 가운데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주말박스 오피스] ‘아이언맨3’ 나흘만에 262만… 배트맨도 아바타도 물리쳤다

    [주말박스 오피스] ‘아이언맨3’ 나흘만에 262만… 배트맨도 아바타도 물리쳤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슈퍼히어로물 ‘아이언맨3’가 주말 박스오피스를 평정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6~28일 ‘아이언맨3’는 1380개 관에서 220만 2250명을 동원했다. 매출액 점유율 83.8%에 이를 만큼 압도적이었다. 지난 25일 개봉 이후 4일간 누적관객은 262만 5463명으로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난해 개봉 4일 만에 243만 관객을 모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2011년 같은 기간 241만 관객을 모은 ‘트랜스포머3’를 누른 것.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인 ‘괴물’(226만)과 국내 개봉영화 흥행 1위인 ‘아바타’(166만)의 4일째 기록도 뛰어넘었다. ‘아이언맨3’의 서슬에 다른 영화들은 기를 펴지 못했다.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은 14만 3754명(5.0%), 톰 크루즈 주연의 ‘오블리비언’은 7만 7109명(2.6%)에 그쳤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주말박스 오피스] ‘오블리비언’ ‘주먹의 전설’ 2주째 1·2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오블리비언’이 2주째 주말 박스오피스(흥행수입) 1위를 차지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오블리비언’은 지난 19~21일 전국 563개 상영관에서 36만 7022명을 모아 한국영화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11일 개봉한 이 영화는 11일 만에 누적관객 120만 4448명을 기록했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 ‘전설의 주먹’은 638개 관에서 33만 4593명을 모아 지난주에 이어 2위를 지켰다. 개봉 이후 열흘간 누적관객 수는 124만 3300명이다. 신하균 주연의 액션 ‘런닝맨’은 331개 관에서 14만 3619명을 모아 지난주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며 누적관객 수는 128만 107명이다. 연예계 성상납 문제를 다룬 ‘노리개’는 278개 관에서 8만 337명을 모아 4위로 뛰어올랐다.
  • [데스크 시각] ‘5070’의 컴백/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 시각] ‘5070’의 컴백/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지난주 핫 뉴스는 역시 싸이의 신곡 ‘젠틀맨’ 음원과 뮤직비디오 공개였다. 뮤직비디오는 이틀 만에 유튜브에서 검색 수 5000만건을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수년간 10, 20대 초반의 아이돌 그룹들이 주를 이루는 국내 가요계에서 36세 싸이의 돌풍은 급속도로 연소화되던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 20년 만에 영화 ‘야관문’에서 49살 어린 여배우와 멜로 연기를 한다는 원로 배우 신성일(76)도 화제였다. 그러고 보면 요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부쩍 실감난다. 환갑을 넘긴 ‘영원한 오빠’ ‘가왕’(歌王) 조용필(63)이 데뷔 45주년을 맞아 다음 달 19집 앨범과 함께 전국 콘서트 투어에 나서고, ‘발라드의 아이콘’ 이문세(54)가 6월 1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데뷔 30주년 초대형 콘서트를 갖는다. ‘행진’의 들국화와 봄여름가을겨울도 각각 데뷔 27주년과 25주년을 내걸고 줄줄이 돌아왔다. ‘5070’(편의상 50~70대 지칭)의 컴백은 가요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소설가 김주영(74)은 객주 9권을 발표한 지 30년 만에 완결편을 지난 1일부터 서울신문에 연재하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70)도 인터넷에 ‘정글 만리’를 올리고 있다. 황석영(70)과 박범신(67)은 신문 연재소설을 단행본으로 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팔순을 넘긴 박형규 전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 전집을 18권으로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혀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학의 석학인 김열규(81) 서강대 명예교수는 60번째 책인 ‘이젠 없는 것들’을 펴냈다. 어디 이뿐인가. 국사학자 한영우(75)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올 들어서만 ‘과거, 출세의 사다리’와 ‘율곡 이이 평전’ 등 두 권의 책을 냈다. 글과 연구의 폭과 깊이, 주제를 꿰뚫는 이들의 통찰력은 후학들을 저절로 부끄럽게 만든다. 공연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원로 연극인 겸 탤런트 신구(77)와 박정자(71)가 연극 ‘안티고네’로, 손숙(69)은 ‘나의 황홀한 실종기’로 각각 무대에 오른다. 이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 이처럼 ‘전설’들의 ‘컴백’이 반가운 것은 한쪽으로 쏠렸던 ‘사회의 생체시계’를 조금이라도 되돌리지 않을까 싶어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오십대 중반만 돼도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할 정도로 조로(早老) 현상이 심각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젊은’ 은퇴자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새 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00만 관객 영화가 두 편씩이나 나오고 올해까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이어지는 데에 이들이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70’ 세대는 사회·문화의 새로운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생산자로 부상하고 있다. 장편소설 ‘담징’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한 김민환(68) 전 고려대 교수가 “은퇴자들이, 우리 사회 성공 신화를 일군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쓰는 붐을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한 말은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다. 문화는 퍼낼수록 새 물이 고이는 우물과도 같다. 윗세대가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해서 20~30대의 파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체 파이는 커진다. 악동뮤지션과 싸이, 조용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다양성과 깊이를 함께 담아내는 문화정책, 이것이 새 정부의 생애주기별 문화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kmkim@seoul.co.kr
  • 가정부 20여년… 제 삶의 주인이 되어가다

    가정부 20여년… 제 삶의 주인이 되어가다

    상류층인 발데스 집안의 입주 가정부 라켈은 20년 넘게 주인 부부와 4명의 자녀를 돌봐 왔다. 라켈은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불만 없이 묵묵히 일한다. 라켈의 마흔한 번째 생일날, 발데스 부인은 그녀를 위해 새로운 하녀를 들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라켈은 새 하녀가 올 때마다 비정상적이고 유치한 방법으로 그녀들을 쫓아낸다. 그후 라켈의 두통은 심해지고 급기야 발데스 부부의 침실에서 쓰러지고 만다. 루시가 새 하녀로 들어오고 발데스 가족은 루시를 마음에 들어한다. 라켈도 따뜻한 마음씨의 루시는 차마 쫓아내지 못한다. 그리고 루시의 고향집에 내려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생전 처음으로 연애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루시와의 즐거운 생활도 잠시다. 루시는 생일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29일 밤 11시 15분 EBS 금요극장의 상영작은 칠레 감독 세바스티안 실바의 두번째 장편 ‘하녀’(원제:The Maid)다. 200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해 열린 제6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실바는 상류층 가정부로 오랫동안 일한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실바 감독 가족들이 생활하는 집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아 자전적 경험에 근거해 시나리오를 쓴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는 표정 없는 무뚝뚝한 라켈의 얼굴을 시종 비춘다. 백지 같은 얼굴에서 관객은 어떤 인상을 그려 넣게 될지도 모른다. 단순한 일상에서도 수십 가지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라켈을 카메라는 세밀하게 포착한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플롯이 복잡하게 여겨질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침실, 부엌, 서재, 거실, 정원으로 이어지는 한정된 공간에 들어가 가족 구성원이 된 듯한 착시효과로 인해 영화의 정서가 밀도 있게 다가온다. 영화를 보는 동안 유쾌함과 쓸쓸함이 교차한다. 마지막에 완전히 달라진 라켈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관객들은 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영화는 작지만 소중한 교훈을 전달한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것’. 계급 갈등과 성적 긴장감을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했던 한국영화 ‘하녀’와 비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칠레영화 ‘하녀’는 훨씬 소박하지만 더 현실적이고 따뜻하며 섬세하다. 올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크리스털 페어리’로 또 한 번 주목받은 실바 감독은 기억해야 할 칠레 영화계의 미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예술 영화판 많이 커졌다고? 착각이에요

    예술 영화판 많이 커졌다고? 착각이에요

    소리 없이 강한 예술영화들이 화제다. 지난해 12월 19일 개봉한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4개월째 장기 상영하고 있다. 누적 관객은 7만 4488명(21일 현재). 누적 매출액 5억 7000여만원 중 수입·배급사의 몫은 3억원이 조금 넘는다. ‘아무르’의 로열티(수입가격)와 개봉에 든 마케팅·홍보(P&A) 비용을 합쳐 봤자 1억원 남짓. 수익률은 300%에 이른다. 심지어 ‘아무르’를 장기 상영하고 있는 씨네큐브는 수입·배급사 티캐스트와 같은 모기업을 두고 있다. 끈질김으로 치면 ‘서칭 포 슈가맨’이 한 수 위다. 올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서칭 포 슈가맨’은 지난해 10월 11일 개봉했다.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1~2개 관에서 볼 수 있다. 누적 관객은 2만 7574명. 극장에 티켓 수익의 40%를 주고도 수입·배급사에 떨어지는 돈은 1억 1581만원. 로열티 1만 2000달러를 포함, 개봉에 든 비용은 5000만원가량이다. 수익률은 230%를 웃돈다. 두 작품은 예외적으로 잘된 경우다.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예술영화 수입을 돈벌이로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상업영화로 번 돈을 조금씩 까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영화의 수입가격은 대개 1만~5만 달러(1116만~5580만원) 수준이다. CJ CGV 무비꼴라쥬, 씨네큐브, KU시네마테크, 스폰지하우스 등 예술영화 전용관을 중심으로 30~50개 스크린에 영화를 걸 경우 수입가격이 5만 달러를 넘기면 손익분기점을 넘기 힘들다. 지난해 35만여명의 관객을 동원, 수입 예술영화 중 최대 흥행작이 된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수입가격이 10만 달러쯤 되면 와이드 릴리스(100개관 이상 개봉)를 해야 승산이 있다. ‘아무르’가 지난해 이후 30개 미만 스크린에서 상영한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된 것은 행운도 겹쳤다. 수입사 티캐스트는 거장 하네케 감독의 작품임에도 2011년 프랑스 칸 필름마켓에서 비교적 헐하게 구입했다. 하네케는 2001년 ‘피아니스트’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남녀주연상을, 2005년에는 ‘히든’으로 감독상을, 2009년에는 ‘하얀리본’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012년에 또다시 영광을 안을 줄은 누구도 몰랐기 때문에 수상에 따른 옵션계약을 하지 않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주요 부문을 받으면 추가로 돈을 내는 계약을 맺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80대 노부부의 삶과 사랑, 죽음을 다룬 ‘아무르’는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은 물론, 지난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면서 거듭 주목받았다. 국내 극장가의 주 관객층으로 떠오른 40~50대에 짙은 울림을 남긴 건 하네케 감독의 연출력과 주연배우 장 루이 트린티냥, 에마뉘엘 리바의 호연이겠지만, 따로 돈을 쓰지 않고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건 분명 운이 따른 셈이다. 최근 수년 새 ‘아무르’처럼 깜짝 흥행작들이 나온 영향인지 최근 해외 필름마켓에서는 한국 수입업자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물론, 거품이 상당하다. 지난해 칸 영화제 화제작 중 국내 수입가격이 15만~50만 달러에 이르는 영화까지 등장했다. 마켓에서는 감독과 주연배우, 시놉시스 정도를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경쟁이 과열된 데다 전문성이 부족한 신생 수입사까지 뛰어들다 보니 판매 측에서도 한국 업자에게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생겼다. 한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칸을 비롯한 주요 마켓에선 전 세계에서 한국 바이어가 가장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 업자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입가도 치솟았다. 불과 2~3년 전 30개 이내의 스크린에서 걸 영화들은 1만~2만 달러면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 쓸 만한 영화들은 3만~4만 달러는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PTV 부가 판권 시장이 커지면서 깜이 안 되는 영화들을 무분별하게 수입하거나 가격이 부풀려지는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예술영화 관객층은 어느 정도일까. 2008년 140편(수입·한국영화 포함)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365편까지 늘어났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예술영화(영화진흥위원회 기준) 관객층은 안정적으로 형성된 걸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착시에 가깝다. 특정 영화 몇 편의 흥행에 따라 여전히 들쑥날쑥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다양성영화’(예술·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통칭하며 제작·배급·상영에서 상업영화보다 규모가 작고 예술·작품성이 높은 영화)로 분류한 수입 작품들의 연간 관객 추이를 참고할 만하다. 2008년 138만명에서 2009년 401만명으로 확 늘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110만명)와 ‘블랙’(86만명) 등 두 편의 흥행작이 터진 덕이다. 이후 50만명을 넘긴 수입 예술영화는 없었다. 2010년에는 381만명, 2011년 237만명, 지난해 228만명(172만명 든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상업영화로 분류된다) 등으로 줄어들었다. 또 다른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1000만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 이면에 다수 한국영화는 상영도 못 해보고 간판을 내리는 것처럼 예술영화 시장에도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극장을 보유하지 못한 수입·배급사에서 들여온 예술영화는 입소문 날 틈도 없이 사라지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77세에 영화감독 데뷔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김문이 만난사람] 77세에 영화감독 데뷔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흔히 인생을 비유할 때 ‘떠오르는 태양, 지는 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렇다면 지는 해는 그냥 말년? 과연그럴까. 여명의 구름 사이로 솟아나는 태양이 역동적이라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의 황혼빛은 아침의 태양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오래 남는다. 비록 지는 해일지라도 저마다 ‘인생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황혼 무렵이기에 더욱 그렇다. 괴테는 82살에 불후의 명작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 유치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 어린이가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88살까지 산 베르디 또한 말년에 유일한 희극 오페라 ‘팔스타프’를 통해 ‘인생은 농담이야’라며 노()대가의 관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조선시대의 의성(醫聖) 허준 역시 말년인 72살에 불멸의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올해 1월 101살로 타계한 일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는 98살에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으로 세계 최고령 등단의 기록을 세웠고 100살 되던 해에도 ‘100세’라는 시집을 내 많은 화제와 감동을 선사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최근 영화 ‘주리’(JURY)를 만들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1937년생이니까 만(滿)으로 76살, 우리 나이로 치면 일흔일곱 희수(喜壽)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셈이기에 그렇다. ‘주리’는 지난달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상영된데 이어 제1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3월15~24일), 제5회 오키나와 국제영화제(3월 23~30일), 제15회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4월19~27일), 아르메니아 예레반 국제영화제(7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8월) 등에 초청될 만큼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리’는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뒷얘기를 신선하게 다루고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국민배우 안성기는 매사에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심사과정 내내 트러블을 만들어내는 강수연, 독립영화감독 정인기, 그리고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스, 영화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일본인 도미야마 등 5명이 등장한다. 김 명예위원장은 그동안 70여개의 국내외 영화제에 참석했으며 심사위원 27회, 심사위원장 17회 등을 맡은 경력을 바탕으로 이번에 첫 작품인 ‘주리’를 만들어낸 것. 단편영화로는 최초로 서울 부산 등 전국의 극장에서 지난 7일부터 단독 개봉되고 있는 것 또한 화제다. 그는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문화부 차관까지 올라 ‘인생 1막’을 마친 뒤 15년동안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끌어올려 2010년 화려하게 ‘인생 2막’을 마무리했다. 이제 영화감독으로 ‘인생 3막’을 새로 시작했으니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어떻게 재미있는 인생을 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그는 또 지난해 3월부터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대학에서 막 오는 중이라며 자리에 앉는다. 강의도 있지만 처리해야 하는 학사행정이 많아 매일 대학에 나간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 각종 영화행사에 참석한다. 지난해 8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고 또 할리우드에서 열린 이병헌·안성기 핸드프린팅 행사에도 동참했다. 특히 올해는 영화감독 자격으로 불러주는 곳이 많다. 지난달 베를린영화제에서의 반응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왔다. 심사위원들을 소재로 한 영화여서 그런지 다들 재미있어 하고 인기가 좋았다”면서 “이 영화는 (시간이)짧지만 출연진들은 블록버스터급 아니냐”며 웃는다. “제가 처음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까 다들 흔쾌히 수락해주더군요. 충무로 대표급 5명의 출연진 외에도 스태프들이 더 화려합니다. 조감독을 한번도 해보지 않고 감독으로 데뷔한 ‘여고괴담2’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이번에 조감독을 맡았고 ‘실미도’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은 ‘편집에는 내가 최고이니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꼭 넣어달라’며 편집을 자처하고 나섰지요. 또 외국인 출연자 중 도미야마는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동참했습니다. 각본 작업에는 ‘두만강’의 장률 감독,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 등이 함께했지요. 그러다 보니 열정이 한데 뭉쳐 저한테 헌정하는 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웃음).” 이 밖에 임권택 감독, 이란의 세계적인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여배우 김꽃비,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등이 카메오로 등장, 재미를 더했다. 영화 촬영은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는 충무로의 관행에서 탈피해 아침 7시부터 시작해 저녁에 끝나는 방식으로 3일간 진행됐다. 이 기간동안 점심과 저녁 때에는 임권택·강우석 감독 등이 찾아와 서로 번갈아가며 식사를 사는 등 축제 분위기를 연출, 훈훈한 뒷얘기를 남겼다. ‘주리’의 제작비는 약 2400만원. 어떻게 해서 영화를 만들게 됐을까.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그만둘 무렵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영화라도 한두 편 만들고 싶다고 대답을 하곤 했다”면서 “그러던 참에 지난해 아시아나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영화를 한 편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와서 평소 생각하던 영화제 심사과정을 소재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영화를 관람석에 앉아 감상했지만 막상 직접 연출해보니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체험했고 동시에 해볼 만한 작업이라는 의욕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영화감독은 인생의 3모작인 셈입니다. 결과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행복하게, 보람 있게 마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우리 나이쯤 되면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보는 즐거움과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 내리던 날 그는 떠날 것을 선언했다. 그러자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퇴임식 행사장에 직접 찾아와 김 위원장과 함께 막춤을 추며 석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또 타이완의 여배우 양귀매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타나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를 열창하면서 함께 춤을 췄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반석위에 올려놨고 평생 기억에 남을 일들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그는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스타일로 다방면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술을 마다하지 않아 한때는 소주 15병씩 마실 정도로 두주불사였다. 영화진흥공사 사장 시절 남양주 주민 100명과 흐트러지지 않고 소주 100잔을 마신 일화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70살이 되던 2006년 1월 1일부터 딱 끊었다. 요즘 술자리에선 ‘물폭탄’만 마신다며 웃는다. 그는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3살때 서울로 이사와 재동초등학교를 다녔다. 경기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한시와 고전문학, 서예에 심취했다. 특히 서예는 1963년 국전에 입선할 정도였다. 자택(서울 광장동)에는 그가 직접 쓴 ‘淸江一曲抱村流 長夏江村事事幽’(청강일곡포촌류 장하강촌사사유·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데 기나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한가롭네)라는 두보의 한시가 걸려 있다. 하지만 서예는 사무관이 되면서 너무 바빠 그만두었다. 그는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으나 가정형편으로 직장을 빨리 구하기 위해 고시를 일찍 포기했다. 1961년 군 제대후 문화공보부 7급 주사보 채용시험에 합격,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에는 사무관 공개경쟁 시험에 합격했다. 이때부터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8년 동안 ‘최장수 기획관리실장’ 기록을 세우며 다섯 명의 장관을 모셨고 문화체육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영화진흥공사 사장에 취임하면서였다.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영화를 거의 접하지 못했지만 공사 사장 시절에는 1년에 영화 100여편을 볼 만큼 열정적이었으며 4년 뒤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주리’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까. “올해 안에 영화제 심사위원과 관련된 단편을 하나 더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영화제와 자원봉사라는 소재를 가지고 그들의 갈등과 사랑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만약 이 영화를 올해 부산영화제 때 뽑아준다면 곧 완성되는 제 자신의 영화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함께 두 편을 붙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큐멘터리는 앞서 언급한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현재 제작 중이며 거의 완성단계(가제 On going)에 이르렀다. 마흐말바프 감독과는 부산국제영화제로 처음 인연이 됐으며, 3년 전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마흐말바프 감독이 김 명예위원장에게 ‘당신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어도 되느냐’고 제안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여러 차례 한국에 와서 촬영을 마쳤다. 김 명예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내년에는 역사에 남는 멋진 장편영화를 만들겠다”고 다부진 의욕를 밝힌다.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고 큰딸이 단국대 음악과 교수로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선임 기자 km@seoul.co.kr ■김동호 위원장은 1937년 강원 홍천에서 태어났다. 경기중·고교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61년 문화공보부 7급공무원으로 시작해 문화국장, 공보국장, 국제교류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19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 1992년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등을 지내다 1992년 문화부 차관에 임명됐다. 1년 뒤인 1993년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1996년부터 15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국제영화제 요청으로 단편 영화 ‘주리’를 제작,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1997년 로테르담영화제 등 17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주요 수상으로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2000년), 대한민국 영화대상 공로상(2005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200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2007년),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공로상(2011년), 아시안필름 어워드 공로상(2011년) 등이 있다.
  • 좀비, 한국영화 눌렀다

    좀비를 주인공으로 한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웜 바디스’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영화가 아닌 외화가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박스오피스 2~5위까지는 여전히 모두 한국영화가 이름을 올렸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봉한 ‘웜 바디스’는 15~17일 주말 3일간 전국 478개 관에서 42만 3012명을 모아 1위를 차지했다. 한석규·이제훈 주연의 ‘파파로티’는 3일간 547개 관에서 36만 326명을 모아 첫주 2위로 출발했다. 지난주까지 3주간 1위였던 ‘신세계’는 456개 관에서 32만 2618명을 모아 3위로 떨어졌지만 꾸준한 흥행세를 유지했다. 누적 관객 수 396만 315명을 기록해 4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7번방의 선물’은 346개 관에서 18만 960명을 모아 4위에 올랐으며 누적 관객 수는 1248만 5458명이다. 지난 7일 개봉한 김강우·김범 주연의 ‘사이코메트리’는 308개 관에 7만 8010명이 관람했으며 순위는 5위로 떨어졌다. 누적 관객 수는 48만 9037명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영화티켓 1만원’ 진실 혹은 거짓

    [주말 인사이드] ‘영화티켓 1만원’ 진실 혹은 거짓

    영화관람이야말로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다. 그런데 지갑이 얇아지다 보니 영화 관람료 1000원 인상에도 민감해진다. 수백만명 드는 영화가 연달아 나오는 마당에 관객들이 봉이냐는 반응까지 있다. 한국의 영화관람료는 정말 다른 나라들보다 비싼 걸까. 극장 요금이 업계 자율로 풀린 건 30여년 전. 공연법 개정으로 1982년 1월부터 자치단체에 상영 전 신고만 하면 됐다. 하지만 물가정책과 관객·시민단체의 반발에 막혀 인상은 쉽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2500원이던 요금은 1990년대 들어 5000원을 유지했다. 5000원을 무너뜨린 건 브루스 윌리스다. 다이하드 1·2편이 모두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다이하드 3’가 개봉하던 1995년 여름, 수입사와 직배사는 서울 주요 극장 대표들과 협의, 관람료를 6000원으로 올렸다. ‘6000원 시대’가 오래 갈 줄 몰랐다. 1997년 ‘에비타’, 1998년 ‘타이타닉’, 2000년 ‘미션 임파서블 2’ 등 화제작 개봉 때마다 인상을 노렸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미션 임파서블 2’ 상영 때는 7000원에 예매한 관객에게 1000원을 돌려주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7000원 시대를 연 건 멀티플렉스의 힘이다. 2001년 CGV와 메가박스가 7000원으로 올리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2003년 멀티플렉스에서 조조 요금은 4000원으로 낮추고 주말 요금을 8000원으로 올리는 요금 차등제를 실시했다. 2009년 7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개봉할 무렵 메가박스가 총대를 메고 평일 8000원, 주말 9000원으로 올렸다. 예매율 80%를 기록할 만큼 기대가 컸던 대작의 개봉에 맞춰 슬며시 올린 셈이다. 지난달 관람료를 둘러싼 논란이 4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CJ CGV의 목동, 상암, 강남, 오리, 야탑, 센텀시티, 마산, 순천 등 8개관 점주들이 5000~1만원 상영시간대별로 다변화하겠다고 밝힌 것. 평일 조조 할인요금을 1~2회차 더 적용하되, 주말에는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리는 게 골자다. “전업주부와 대학생 관객 등이 많은 지역 특색을 감안해 점주들이 조정한 것”이라는 게 CJ CGV 측의 입장이다. 반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요금 다변화로 관람료가 7.1%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면서 “국내 영화요금은 영화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영화관람료는 외국보다 거품이 많은 게 사실일까.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평균 관람료는 7737원(2011년 평균 환율로 환산 땐 6.98달러)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일본(평균 15.71달러)은 물론, 캐나다(10.28달러), 영국(9.03달러), 프랑스(9.25달러)보다 낮다. 미국(7.90달러)보다도 조금 낮은 수준이다. 물론 단순비교는 무의미하다. 김수현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극장관람료의 수준은 영화산업의 역사와 성숙도, 경제력, 특히 물가수준과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각 나라의 맥도날드 햄버거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뒤 미국 내 판매가격과 비교해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빅맥지수를 참고할 만하다. 2012년 7월 한국의 빅맥지수는 3.21달러. 비슷한 국가는 헝가리(3.48달러)와 체코(3.34달러), 이스라엘(2.92달러) 정도다. 이들의 극장요금은 헝가리가 평균 5.53달러, 체코는 6.33달러다. 이스라엘은 9.9달러로 빅맥지수를 감안하면 턱없이 높다. 미국의 빅맥지수는 4.33달러다. 한국의 1.35배 수준. 반면 평균 관람료는 미국이 한국의 1.13배 수준이다. ‘평균’의 함정을 피하면 또 달라진다. 한국의 주말요금은 2D 영화의 경우 비싸도 9000원이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 극장체인 AMC의 주말 저녁시간(오후 6시 이후) 요금은 12.5달러(1만 3785원)다. 한국의 1.53배 수준. 빅맥지수가 1.35배란 점을 떠올리면, 외려 미국이 비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잣대로 삼으면 어떨까.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 3679달러(2012년 기준)다. 비슷한 수준의 나라는 그리스(2만 4197달러)와 타이완(2만 502달러) 정도. 이들의 평균 관람료는 각각 12.0달러와 9.8달러다. 한국 관람료가 비싼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미국과 소득수준 대비 영화관람료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3.2로, 미국(1.7)의 183%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평균 관람료(원화 기준)를 1인당 GDP(달러 기준)로 나눈 수치를 비교했다. 실무를 진행한 김정훈 회계사는 “가처분소득에 대한 지출 부담능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싶어 평균관람료를 1인당 GDP로 나눠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영화관람료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산업의 역사와 국가별 문화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평균관람료는 7.9달러이지만, 뉴욕에서 주말에 영화 한 편을 보려면 최소 12달러는 내야 한다. 1.5배 수준이란 얘기다. 이 정도는 약과다. 중국의 3D 관람료는 130~150위안이지만, 낮시간대에는 80위안까지 떨어진다. 심지어 태국에서는 같은 상영관 내에서도 앞·뒷자석 요금이 다르다. 합리적이지만 어떤 나라에서도 채택하지 않고 있는 요금제다. ‘한국은 2D 관람료는 싸지만, 3D는 비싸다’란 속설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의 3D 관람료는 1만 3000원(IMAX 제외). 미국 AMC의 경우 3D 관람료는 11~15.5달러다.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 만큼 3D 요금은 2D의 1.5배 수준에서 책정되는 게 보통이다. 김수현 연구원은 “경제규모나 물가·소득수준이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 보면 우리가 비싸지 않다. 오랫동안 물가제한품목에 묶여 있다 보니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저항이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맞아 7년 만에 투자수익률이 흑자(13%)로 돌아섰다. 극장매출도 7년 만에 가장 많은 17.7%(전년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과실은 투자·배급·극장까지 수직 계열화된 대기업에 쏠린 게 현실이다. 2006~2011년 누적 손실에 신음했던 중소 투자·제작사와 최저생계비 수준의 수입으로 생계를 잇는 현장 스태프와 다수 배우에게 달라질 건 없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비롯한 충무로 구성원 대부분이 관람료 인상을 지지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부율이다.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 비율을 뜻하는 부율은 현재 5(배급사)대5(극장)다. 8000원짜리 티켓이 팔리면 1000원은 세금(영화진흥기금 3%+부가세 9%)으로 빠지고 나머지를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다. 서울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6(배급사)대4(극장)로 나눈다. 미국영화가 강세이던 관행이 남은 탓. 현재 5대5인 한국영화의 부율을 일단 5.5(배급사)대4.5(극장)로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6대4로 가야 한다는 게 영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에서 합의된 부분이다. 영화제작가협회 원동연 부회장은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약 50억원)의 손익분기점이 150만명 선이다. 관람료가 오르면 창작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다양하고 완성도 있는 영화 제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CGV의 일부 요금 인상이 전체로 확대된다면 동반성장협의회에서 약속한 부율 5.5(배급사)대4.5(극장)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영화가 극장에 수익을 안겨주는데 외화보다 불이익을 보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면서 “의무상영기간 2주를 보장하고, 종영 후 3개월이 지나서야 극장이 정산을 해주는 관행도 월별 정산으로 바꿔야 한다. 3D나 4DX 등 특수상영관에서 ‘시설비’를 이유로 극장들이 떼어가는 것과 3주차에 접어들면 부율을 극장 측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부분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3D 무장 ‘지.아이.조 2’ 복면 벗은 이병헌 빛났다

    3D 무장 ‘지.아이.조 2’ 복면 벗은 이병헌 빛났다

    영화 ‘지.아이.조’(2009)는 전 세계에서 3억 246만 달러(약 3295억원)를 벌어들였다. 제작비(1억 7500만 달러)보다 1억 달러 남짓 남겼으니 톡톡히 재미를 본 셈. 파라마운트가 속편 제작에 나선 건 당연했다. 1편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 대신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 데니스 퀘이드, 조지프 고든 레빗과 시에나 밀러가 빠진 대신 드웨인 존슨과 브루스 윌리스가 합류했다. 특히 스톰쉐도 역을 맡은 이병헌의 비중은 주연급으로 커졌다. 1편에선 늘 흰색 복면을 쓰고 나왔지만, 2편에서는 대부분 장면을 맨 얼굴로 소화했다. 그만큼 북미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지.아이.조 2’(28일 개봉)의 얼개는 간단하다. 파키스탄에서 핵무기 이송작전을 수행하던 최강 특수부대 지.아이.조는 정체불명의 적에게 급습을 당한다. 리더 듀크(채닝 테이텀)는 물론 부대원 대부분 목숨을 잃는다. 로드블럭(드웨인 존슨) 등 세 명만 목숨을 건진다. 살아남은 이들은 자신들이 반역자로 몰려 제거됐음을 알게 된다. 배후에 코브라 군단이 있음을 직감한 로드블럭은 대통령의 정체에 의심을 품는다. 스톰쉐도(이병헌)는 지하감옥에 갇혀 있던 코브라 사령관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다. 미 대통령으로 모습을 바꾼 잘탄과 함께 코브라 군단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1964년 미국 완구회사 하스브로에 의해 탄생해 ‘액션 피규어’(30개 이상의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 모형)란 개념을 만들어냈던 ‘지.아이.조’는 마블 코믹스를 통해 만화로 출간된 데 이어 1985년 TV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 영화로 재탄생한 ‘지.아이.조’ 또한 역동적인 액션과 악역 배우들의 호연이 맞물려 큰 성공을 거뒀다. 2편 역시 전형적인 ‘팝콘무비’다. 존 추 감독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차원(3D)을 통해 히말라야 산맥과 워싱턴 DC의 액션장면들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특히 드웨인 존슨과 이병헌 등의 격투신을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헌도 “강력하고 다양한 액션이 있어 스트레스를 풀기에 부족함이 없는 팝콘무비”라면서 “요즘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80% 안팎일 만큼 최전성기인 것 같다. 한국영화를 당연히 사랑해야겠지만, 내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도 아껴달라”며 웃었다. 하스브로의 완구에서 출발한 ‘트랜스포머’처럼 ‘지.아이.조’ 역시 속편 완성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릴 듯하다. 고유한 서사를 가진 원작이 없는 태생적 한계인 셈. 액션의 참신함은 떨어지고, 드라마는 느슨해졌다. 히말라야 암벽에서 닌자들이 펼치는 아찔한 액션 등 3D의 공간감과 입체감을 살린 장면들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1편에서 특수무기로 에펠탑을 무너뜨리는 장면 같은 압도적 볼거리는 없다. 지.아이.조 군단과 맞서는 코브라군단의 전투력도 1편에 비해 무기력하다.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쉐도다. 한국배우이기 때문은 아니다. 스톰쉐도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인 캐릭터다. 식스팩을 드러낸 채 물오른 액션은 물론, 코브라 군단의 음모에 휘말려 악인의 길을 걷게 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까지 드러낸다. 이병헌은 “1편에서는 복면 때문에 눈빛과 몸짓만으로 표현해야 했다. 2편에서는 복면을 쓰지 않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감정 표현이 수월했다. 오랜 기간 누명을 쓰고 살아온 스톰쉐도는 겉으론 차갑고 시니컬하지만 내면에는 트라우마가 있는 어두운 인물이다. 2편에서 비밀이 밝혀지면서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대목을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지.아이.조 2’는 애초 지난해 6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9개월여 미뤄졌다. 소문이 무성했다. 존 추 감독은 “재촬영을 하게 되면 스태프나 배우들 모두가 고통스러울 게 뻔했지만, 용단을 내려야 했다. 3D가 최상의 답이라 생각됐고, 개봉날짜를 늦춰가면서까지 재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반면, 할리우드의 한 온라인매체는 개봉이 늦춰진 이유가 채닝 테이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편에서 특수부대의 리더를 맡았던 테이텀은 2편에선 일찌감치 사라진다(?). 하지만 1편이 개봉한 ‘서약’ ‘21 점프 스트리트’ 등이 거푸 대박을 터뜨리면서 흥행배우로 부상했다. 부랴부랴 테이텀이 나오는 장면을 재촬영했다는 후문이다. 파라마운트는 ‘지.아이.조 2’의 전 세계 홍보투어 첫 테이프를 한국에서 끊었다. 급부상한 아시아 영화시장과 이병헌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 때문일 터. ‘지.아이.조 2’의 흥행은 파라마운트에도 중요하다. 2011년 19.2%의 시장점유율로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8.4%에 그친 탓에 7위로 몰락했다. 올해도 ‘잭 리처’ ‘가디언즈’ 등의 부진 탓에 파라마운트의 점유율은 6위(7.7%)에 머물고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디캐프리오 “은퇴는 오보, 연기·환경운동 병행”

    디캐프리오 “은퇴는 오보, 연기·환경운동 병행”

    “은퇴 계획은 없다. 배우 활동과 환경운동을 병행할 생각이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39)가 영화 ‘장고: 분노의 추격자’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디캐프리오는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외신을 통해 불거진 은퇴설을 일축했다. 그는 “은퇴 계획은 전혀 없다. 독일에서 한 인터뷰에서 2년간 세 작품을 연달아 했기 때문에 당분간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얘기했는데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건 맞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올드보이’는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굉장히 환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보라고 권하면서 박찬욱 감독을 굉장한 천재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한국영화 하면 박 감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격자’는 185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흑인 노예(제이미 폭스)가 아내를 구하려고 겪는 모험담을 그렸다. 디캐프리오는 노예들의 고혈을 빠는 악덕 농장주 역을 맡아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그는 “내 캐릭터는 남부가 어떻게 윤리적으로 부패했는지를 보여 주는 사악한 농장주”라고 소개했다. 이어 “새뮤얼 잭슨과 제이미 폭스의 지지가 없었다면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연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라고 응원해 줘서 할 수 있었다. 영화에는 사실이 아닌 장면이 하나도 없다. 실제 (흑인 노예들의) 상황은 더 참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날 저녁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서 수백 명의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 주고 일부 팬들의 사진 요청에도 응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2층과 3층, 4층까지 난간에 기대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팬들을 향해 고개를 들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40여분간 한국 팬들을 만난 디캐프리오는 “이렇게 환영해 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따뜻하게 맞아 줘서 감사하다”면서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2월 점유율 82.9% 7년 만에 최고치…한국영화 승승장구 왜?

    2월 점유율 82.9% 7년 만에 최고치…한국영화 승승장구 왜?

    한국 영화가 연초부터 초강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월 한국 영화 점유율은 1000만 관객을 넘은 ‘7번방의 선물’과 700만 관객을 모은 ‘베를린’의 쌍끌이 흥행으로 82.9%를 기록했다. 이는 2006년 10월의 85.3%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1절이 낀 지난 1~3일 ‘신세계’가 84만 9378명을 모아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11일 동안 누적 관객 253여만명을 모으며 한국 영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위를 차지한 ‘7번방의 선물’은 3일간 77만 7970명을 모아 누적 관객 1170만 4636명을 기록했으며 4일 오후 1175만명을 돌파해 ‘태극기 휘날리며’를 넘어 한국 영화 역대 흥행 5위에 올라섰다. ‘베를린’도 4일 오전 누적 관객 700만명을 돌파해 한국 액션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2월 영화관을 찾은 총관객 수는 2182만 4393명으로 지난해 2월의 1306만 5438명에 비해 무려 67.0% 증가했다. 전체 관람객 중 총 1809만 6430명(82.9%)이 한국 영화를 관람했다. 2006년 10월 이후 한국 영화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2008~2009년엔 월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다 2011년 9월 73.2%, 지난해 2월 75.9%로 회복세를 보이다 7월 47.9%로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은 ‘도둑들’(7월 25일 개봉)과 ‘광해, 왕이 된 남자’(9월 13일 개봉)가 연달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사라졌고, 한국 영화점유율도 8월부터 연말까지 60~70%대를 유지했다. 올 들어 ‘레미제라블’ 등 할리우드 영화의 선전으로 1월 한국 영화 점유율이 58.9%로 주춤했으나 1월 말 개봉한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이 동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2월 한국 영화 점유율이 대폭 상승했다. 올해 1~2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008만 66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7% 늘었다. 영화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상반기 안에 1억 관객을 모으고 올해 한국 영화가 2억 관객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영화 관람이 생활의 일부로 정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화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지난해 초중반기부터 높은 수준의 한국 영화가 줄을 이으면서 관객들의 신뢰가 쌓였고, 영화가 문화계의 화두가 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렸다”면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골프, 해외여행, 뮤지컬 등 고가의 문화 생활을 즐기던 40~50대가 가족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영화 관람을 선호하면서 영화 관람이 습관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의 김대희 차장은 “무더위와 한파가 계속되는 등 날씨 요인도 있었고 좋은 영화관 시스템과 영화 해설 프로그램 등 관객들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그 결과 영화 주요 관람층이 2030에서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면서 관객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영화평론가협회장 민병록씨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민병록(63)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를 제22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민 신임 회장은 한국영화학회 회장과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 김지운 감독할리우드 데뷔…슈워제네거 10년만에 복귀

    김지운 감독할리우드 데뷔…슈워제네거 10년만에 복귀

    한국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관심을 끈 김지운의 ‘라스트스탠드’(21일 개봉)가 지난 13일 언론 시사에서 베일을 벗었다. ‘워리어스웨이’ ‘라스트 갓파더’ 등에도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하고 북미 배급이 일부 이뤄졌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영화였다. 게다가 김지운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이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실력을 키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의미를 두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줄거리는 명료하다. 멕시코 마약왕 코르테즈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호송 도중 탈출, 튜닝된 슈퍼카를 타고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향한다. FBI의 추격마저 따돌리고 국경을 넘은 그를 시골마을의 늙은 보안관 레이(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오합지졸 시골 경찰들이 막아야 한다. ‘라스트스탠드’의 장단점을 짚어봤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UP…옥수수밭 대결, 김지운 살아있네 ‘라스트스탠드’는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본분에 충실하다. 멕시코 마약왕(악)과 미국 시골보안관(선)의 대결을 일관된 콘트라스트(대비)로 담아낸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와 한가한 시골마을 서머튼, 시속 450㎞의 슈퍼카로 질주하는 마약왕과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나 구조하는 시골경찰, 로켓 발사기로 중무장한 악당과 박물관에 보관된 20세기 초 무기로 맞서는 경찰 등 시공간의 대비를 통해 영화에 리듬을 불어넣는다.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에선 신인이나 다름없다. 4500만 달러(약 489억원)짜리 영화에 복잡다단한 복선과 얽히고설킨 갈등구조를 배치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라스트스탠드’에 대한 평가는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익숙한 문법을 다루면서도 단순한 액션영화 이상의 성취를 얻을 수” 있었는지를 봐야할 터. 그런 의미에서 후반부의 옥수수밭 액션장면은 인상적이다. 어른 키보다 높게 뻗은 옥수수밭에서 마약왕이 모는 검정색 슈퍼카와 레이가 모는 빨간색 차량이 호흡을 고르며 대치하는 장면은 흡사 무협영화를 보는 듯하다. 폭력의 틈사이에 정적을 배치하는 김 감독 특유의 표현인 셈. 철교에서 벌어지는 레이와 코르테즈의 격투장면도 흥미롭다. 막싸움을 하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종합격투기다. 김 감독의 ‘반칙왕’과 겹친다. 북미에선 지난달 18일 개봉했다. 14일 현재 흥행수익은 2761만 달러(약 300억원). ‘터미네이터3’(2003)를 끝으로 정계에 진출했던 슈워제네거의 복귀작임을 떠올리면 아쉽다. 그렇다면 김 감독의 도전은 실패한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일단 평단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영화의 신선도를 59%로 평가했다. ‘트와일라잇: 브레이킹던 파트2’(48%)보단 높고, ‘호빗: 뜻밖의 여정’(65%) ‘마마’(63%) 보단 조금 낮다. 제작사 라이온스게이트도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해외판매로 제작비를 이미 회수했다. 첫 타석에 홈런은 아니지만, 출루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DOWN…지루한 총격전, 김지운 어디갔어 기대했던 김지운 감독만의 스타일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할리우드 첫 진출작이라는 부담감 때문일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달콤한 인생’ 등 한국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구사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지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전통 서부 영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영화는 시골로 낙향한 보안관과 그의 부하들,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최첨단 FBI팀의 극명한 대결을 부각하면서 재미를 주려고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장르 영화에 도전한 김 감독의 도전 정신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기식으로 소화하는 데 실패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아이디어와 캐릭터를 제안하기는 했지만 결국 다른 사람이 쓴 시나리오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어려움이 미루어 짐작되는 부분이다. 특히 전통 서부 영화에 익숙지 않은 국내 관객들에게 드라마와 캐릭터가 약하고 미국식 유머 코드로 무장된 영화는 다소 정서적인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이라이트 부분에 옥수수밭을 배경으로 두 대의 슈퍼 튜닝카가 벌이는 빠른 속도전은 인상적이지만 그에 앞서 극의 대부분을 차지한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다소 단조롭고 전형적이다. 피가 낭자하고 잔인하고 무차별적인 총격 장면은 자극적이나 나중에는 오히려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B급 영화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10여년 만에 돌아온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얼굴은 반갑지만 ‘터미네이터’로 할리우드 액션 스타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예전의 모습을 생각하면 쇠잔해진 현재의 모습에 애잔함을 느낀다. 오히려 좀더 내적인 원숙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베를린’ 개봉 첫주 200만 넘어

    영화 ‘베를린’이 개봉 첫 주 200만 관객을 넘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7번방의 선물’이 ‘베를린’의 뒤를 바짝 추격하면서 두 편의 한국영화가 쌍끌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베를린’은 1~3일 전국 897개 상영관에서 153만 2274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정상에 등극했다. 지난달 29일 저녁 개봉해 5일 만에 관객 224만 5468명을 모았다. ‘7번방의 선물’은 ‘베를린’에 밀려 한 계단 떨어졌지만, 주말 3일간 전국 869개 관에서 136만 801명을 모아 누적 관객 수 419만 1879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해 12일 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 두 영화가 전체 매출액 점유율의 80.9%를 차지하며 극장가를 점령했다. 토종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22만 3534명을 모아 전주에 이어 3위를 지켰다. 박신양 주연의 ‘박수건달’은 13만 7896명을 모아 지난주보다 두 계단 떨어진 4위를 차지했으며 누적 관객 수는 382만 6738명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김지운 ‘라스트스탠드’ 미국 개봉

    김지운 ‘라스트스탠드’ 미국 개봉

    2013년, 한국영화계에서 주목할 인물을 꼽자면 김지운(49)·박찬욱(50)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이병헌·전지현·배두나·장동건·박중훈 등 배우들의 진출은 종종 있었지만,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이 할리우드에 ‘스카우트’된 것은 처음이다. 둘의 성패에 따라 앞으로 한국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 속도와 폭도 달라질 것이다.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외도했던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라스트 스탠드’가 18일(현지시간) 북미 2913개 스크린에서 먼저 개봉했다. 헬기보다 빠른 슈퍼카를 타고 멕시코 국경을 향해 질주하는 마약왕을 저지하려는 늙은 보안관(슈워제네거)의 분투를 담은 4200만 달러(약 444억원) 짜리 액션영화다. 출발은 신통치 않았다. 주말 박스오피스(18~20일)에서 제시카 차스테인의 ‘마마’와 ‘제로 다크 서티’등에 밀려 630만 달러(약 66억원)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박스오피스 10위에 턱걸이했다. 미국 평단의 평가도 엇갈렸다. 김 감독의 액션연출은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생생한 총격전과 추격전으로 가득한 클라이맥스 30분은 무척 즐거운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액션 또한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각본이 엉성하고, 상투적 표현을 뜻하는 클리셰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까지 한 번의 실패도 없었던 김 감독에게도 할리우드는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영어보다는 제작환경 차이가 김 감독을 괴롭혔다. 김 감독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에서 일하길 원하는 외국감독에게 언어는 장애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는 감독이 거의 모든 것을 제어한다. 난 현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할리우드에서는 모든 관계자들의 동의를 미리 얻어야 했기 때문에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것이 어려웠다. 할리우드 시스템에 적응하긴 했지만, 이곳에서 감독은 더 외로운 존재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박찬욱 감독의 음산한 스릴러 ‘스토커’는 3월 1일(현지시간) 개봉한다. 토니·리들리 스콧 형제가 제작자로 나섰고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각본을 써 화제를 모았다. 니콜 키드먼과 미아 바시코프스카, 매슈 구드의 캐스팅도 기대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소녀 인디아(바시코프스카)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구드)이 찾아온다. 젊고 잘생겼지만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삼촌에게 소녀의 엄마 이블린(키드먼)과 소녀는 끌린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주변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게 예고편을 통해 드러난 얼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유사 가족이 희망되는 얘기 하고파…7광구 땐 소통 실패”

    “유사 가족이 희망되는 얘기 하고파…7광구 땐 소통 실패”

    “천만다행이죠. 이제 가족들한테 편하게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올해 첫 한국영화 흥행작에 올라선 ‘타워’의 김지훈(42) 감독. 다소 유머가 섞인 말투였지만 ‘7광구’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한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았다. 영화 관객이 400만명을 돌파한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김 감독은 축하 인사를 건네자 “아직 손익분기점(450만명)을 돌파하지 못해 안도하기는 이르다”면서 조심스러워했다. 제작비 117억원을 쏟아부었지만 흥행에 실패한 ‘7광구’의 그림자는 아직도 그에게 커 보였다. “‘7광구’ 때는 정통 3D 괴수 영화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저 혼자만 즐기고 결국 소통에는 실패했죠. 대중영화 감독은 관객, 투자자, 배우와 스태프의 꼭짓점이 균형을 맞춘 정삼각형을 그려야 하는데 그것을 모두 놓치고 말았어요. 하지만 영화에 대한 호불호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치 불량 식품을 만든 것처럼 대하는 반응에는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한동안 저희 집에서 7이라는 숫자가 금기어였을 정도니까요.” 당시 무엇보다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미안했다는 김 감독. 그는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을 때 무대 인사를 하러 갔는데 극장의 3분의1도 차 있지 않아서 하지원씨에게 무척 미안했다. 그런데 지원씨가 자신이 오토바이를 더 열심히 타고 굴러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말하는 모습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실패는 결국 입에 쓴 약이 됐다. 영화 감독의 미덕은 함께 즐기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김 감독은 100억원이 넘게 투입된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에서 VFX(시각효과)에 대한 사전 작업과 연구를 통해 철저한 전략을 세웠다. “가장 첫 번째는 예산상의 난관이 있지만, 재난을 영화 시작 30분 뒤에 빨리 등장시키는 것이었죠. 건물도 하나에서 트윈 빌딩으로 늘렸고 불만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헬기, 발화점, 엘리베이터, 물탱크 등 불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의 양상을 다양하게 보여 주는 데 주력했어요. 그다음에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이야기를 그렸죠.” 이번 영화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총 1700컷에 달하는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해서는 촬영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본래 예산의 두 배가량이 드는 작업이었지만 김영호 촬영 감독이 공간 영역을 확장하고 실사와 CG로 해야 될 부분을 잘 분배해 예산을 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7광구’에서 패인으로 꼽혔던 드라마를 강조했다는 그의 영화는 여전히 ‘착한 영화’ 쪽에 가깝다. “‘타워’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지만 유사(類似) 가족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저는 캐릭터가 사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사건을 맞이하면서 사람이 변하고 또 다른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해 왔죠. 사실 저는 극장에서 외로운 소년기를 보냈는데 그때 권선징악이 있고 휴머니즘에 기반을 둔 영화를 즐겨 봤어요. 그 영향도 큰 것 같아요.” 김 감독은 “감히 ‘김지훈표 영화’가 있다면 선한 사람이 성공하고 착한 사람이 세상의 빛이 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영화의 판타지가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깊이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는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워’의 성공으로 꺼져 가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불씨도 되살리게 됐다. 그는 “한국영화는 할리우드가 가진 자본력에서 열세에 있는데도 세계 영화계에서 우뚝 섰고 봉준호·김지운 등 능력 있는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고 있다. 감히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빠지고 세계 시장에서 선보일 블록버스터가 곧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장애인이 말하는 性…웃음 뒤 밀려오는 감동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장애인이 말하는 性…웃음 뒤 밀려오는 감동

    마크 오브라이언은 얼굴 근육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이다. 호흡 장애를 앓는 그는 거대한 호흡보조기에 의존해 생활한다. 도우미가 일상 활동을 도와주지만, 가슴 깊숙이 숨겨둔 욕망은 해결할 길이 없다. 장애인의 섹스에 관한 글을 준비하던 어느 날, 그는 신부와 만나는 자리에서 섹스 이야기로 운을 뗀다.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신부와 상담하던 마크는 “성관계를 갖고 싶다”고 덜컥 말해버리고, 상황을 이해한 신부는 “원한다면 해보라”고 답한 다음 축복의 기도까지 내린다. 섹스치료사 및 전문가와 접촉한 마크는 마침내 섹스테라피스트 셰릴과 만나 여섯 차례의 ‘세션’을 갖기에 이른다. 그런데 서른 여덟 살이 되도록 성경험이 없는 마크는 세션을 시작하기 전부터 불안에 휩싸인다. 장애인의 성은 쉽게 말할 사안이 아니다. 인권과 성이라는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당사자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성을 본격적으로 다룬 ‘섹스 볼란티어’를 포함한 몇몇 한국영화가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는 점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이하 ‘세션’)은 상대적으로 경쾌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장애인의 성 문제를 가볍게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마크는 실존했던 인물이다.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그는 몸을 가눌 수 없게 됐다. 그의 의지는 대단해서 침대에 누운 몸으로 대학을 다니며 학위를 받았고, 졸업 후에는 시인·저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그의 이채로운 삶은 이미 1997년에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바 있으며, 두 번째 작품인 ‘세션’은 그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에세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션’은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던 한 남자에 대한 작품이다. 마크는 낙천적인 남자다. (극중 따로 소개되지 않으나) 장애인 활동가로 나선 데는 그런 성격의 힘이 컸을 것이다. 그는 ‘물컵의 물’에 자기 삶을 비유한다. 거의 빈 컵을 쥐고 태어난 그는 물이 없다고 불평하기보다 컵의 남은 부분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자기 몸 지키기에 벅찬 사람으로 세상은 가득하다. 몸이 불편한 마크는 오히려 타인에게 웃음과 사랑을 주는 데 헤픈 사람이었으며, ‘세션’에는 마크처럼 타인에게 무엇을 해줄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여럿 등장한다. 세상을 무턱대고 차갑다고 여긴다면 먼저 당신 가슴의 온도를 재볼 일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벤 르윈은 TV, 다큐멘터리, 영화 영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인물이다. 다소 난감한 주제를 감동적인 멜로드라마로 승화시킨 ‘세션’은 그의 공력이 곳곳에 스며든 작품이다. 좋은 연출은 배우들의 연기가 빛나도록 돕는다. 주연을 맡은 존 혹스와 헬렌 헌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인정을 받은 배우들이다. 근래 악역으로 주목받다 천사 같은 눈길로 딴판의 연기를 선보인 혹스는 내내 누워 있어야 하는 인물을 근사하게 연기했다. 상대역을 맡은 헌트의 연기를 보노라면 성숙한 여인의 자연스러운 미소가 어떤 건지 실감 난다. ‘세션’은 새해에 만나는 첫 보물 같은 영화다. 극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두 남녀가 각기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느끼는 때다. 당신의 몸을 보라. 주어진 몸을 사랑하게 하며, 다시 그 몸으로 사랑하라고 격려하는 영화다. 17일 개봉. 영화평론가
  • 성냥공장·극장 간판화가…사라져 가는 근현대 직업 조명

    국립민속박물관이 사라지는 근대를 모으고 있다. 2011년부터 ‘근현대 직업인 생애사’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 연말에 ‘의성 성광성냥공업사와 극장 간판화가 백춘태-사라져 가는 직업’(손대원 글, 최지현 사진)을 펴냈다. 성냥은 19세기 말에 일본에서 도입돼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자 필사적인 노력을 했던 조선 아낙들을 해방한 혁명적인 상품이었다. 의성 성광성냥공업사는 1954년에 탄생했다. 어린 여자 아이들이 직원으로 채용돼 한국전쟁 직후 가난했던 가계의 살림을 보탰다. 그러나 성냥을 일회용 라이터와 가스레인지에 우월적 지위를 넘겨 줬고 이제 명맥만 잇고 있다. 극장 간판 화가는 1960~80년대 한국영화의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 프린트 혁명으로 사진의 대형화가 가능해지면서 사라진 직업이다. 현재는 작업을 하지 않은 마지막 간판화가 백춘태씨의 작업을 화보로 담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동해의 전통어업기술과 어민’(오창현 글, 김은진·엄성식 사진)도 내놓았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주목할만한 문화계 인사들] 보고싶어, 봉 감독 설국열차… 궁금해, 싸이 후속곡

    [주목할만한 문화계 인사들] 보고싶어, 봉 감독 설국열차… 궁금해, 싸이 후속곡

    서울신문은 최근 문학·학술·영화·공연·방송·가요·클래식·미술 등 각계 전문가 52명에게 ‘올해의 문화예술인’을 설문(지난 12월 24일 자 19면 참조)하면서 새해에 가장 주목해야 할 문화계 인사도 물었다. 총 39명(혹은 단체)이 후보로 거론됐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인물은 영화감독 봉준호(44)다. 6명이 추천했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이후 ‘살인의 추억’(2003년·서울 191만명), ‘괴물’(2006년·1301만명), ‘마더’(2009년·301만명)까지 한 번도 실망을 시킨 적이 없다. 평단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낸 것은 물론 데뷔작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흥행도 놓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봉 감독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건 올여름 다섯 번째(옴니버스영화 ‘도쿄’ 제외) 장편영화 ‘설국열차’로 돌아오기 때문. 봉 감독의 첫 공상과학(SF)영화인 데다 한국영화의 또 다른 간판 박찬욱(50)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면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CJ E&M의 책임투자로 순제작비만 4000만 달러(약 429억원)가 들어갔다. 송강호와 고아성을 비롯해 크리스 에번스와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옥타비아 스펜서 등 할리우드의 A급 배우들이 동참했다. ‘설국열차’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국내에서 1200만 관객을 동원해 봤자 순제작비도 못 건지기 때문. 지난 11월 ‘킹스스피치’와 ‘아티스트’를 배급했던 미국의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배급권을 확보함에 따라 한국영화로는 처음 북미 등에서 대규모 개봉(와이드 릴리즈) 형태로 배급된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계 인사는 물론, 소설가 임성순과 뮤지컬제작자인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 등도 “봉 감독의 ‘설국열차’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의 문화예술인’ 조사에서 영화감독 김기덕에게 1표 뒤진 2위를 했던 가수 싸이(36)가 올해 기대되는 인물에서도 ‘넘버 2’를 지켰다. 4명이 그를 꼽았다. 지난해 ‘강남스타일’로 유튜브 조회건수 10억뷰 돌파를 비롯해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2위, 영국 UK차트 1위를 정복하는 등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던’ 싸이에겐 후속곡 성패가 관건이다. 싸이는 2~3월쯤 미국 등 세계 시장을 겨냥해 새 음반을 내놓을 계획이다. 싸이의 미국 활동을 총괄하는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은 최근 한 시상식에서 “(싸이에게 힙합뮤지션 겸 프로듀서인) MC 해머와의 협업을 제안했다. 영어가 조금 들어가겠지만 한국어 가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드라마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는 “싸이가 곧 출시할 세계 앨범이 또 얼마나 큰 열풍을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도 “올 초 전 세계에 앨범을 발표하는 싸이가 또 다른 재미와 비주얼을 세계 음악 팬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스토커’로 할리우드 데뷔전을 치르는 박찬욱 감독은 3명의 추천을 받았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등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았던 박 감독이 4년 만에 내놓는 복귀작이자 그의 첫 영어 영화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썼고, 니콜 키드먼을 비롯해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가 출연했다. 3월 1일 북미 개봉을 앞두고 17일부터 열리는 제2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된다. 이 밖에 피아니스트 김선욱(25)과 김다솔(24), 손열음(27)도 나란히 2명의 지지를 얻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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