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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우주연상 조승우·여우주연상 김혜수

    스무살 자폐증 청년의 마라톤 도전기를 그린 영화 ‘말아톤’(제작 씨네라인Ⅱ)이 제42회 대종상영화제 주요 부문상을 휩쓸었다. 한국영화인협회 주최로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42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말아톤’은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조승우·왼쪽 사진), 신인 감독상(정윤철), 각본상, 음악상, 기획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해 올해 대종상의 최다 수상작이 됐다.신인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 작품상을 수상하기는 지난 99년 36회 영화제 이후 6년 만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조승우는 남자 신인상까지 받았다. 또 여우주연상은 ‘얼굴없는 미녀’의 김혜수(오른쪽 사진), 감독상은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 여자 인기상은 문근영이 각각 받았다. 당초 최다 부문(12개) 후보에 올랐던 ‘주먹이 운다’는 여우조연상, 편집상, 심사위원특별상 등 3개 부문 상을 받는 데 그쳤다. 다음은 각 부문별 수상자(작).▲남우조연상=황정민(달콤한 인생) ▲여우조연상=나문희(달콤한 인생) ▲신인남우상=고수(썸) ▲신인여우상=이청아(늑대의 유혹) ▲각본상=정윤철·윤진호·송예진(말아톤) ▲각색상=김영하(내 머릿속의 지우개) ▲기획상=석명홍(말아톤) ▲촬영상=김형구(역도산) ▲미술상=민언옥(혈의누) ▲의상상=정경희(혈의누) ▲편집상=남나영(주먹이 운다) ▲조명상=임재영(얼굴없는 미녀) ▲음향기술상=강주석(알 포인트) ▲영상기술상=정덕영·윤여진(얼굴없는 미녀) ▲심사위원특별상=주먹이 운다 ▲영화발전공로상=유현목 감독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론] 영화계 문제점 다룰 테이블 마련을/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장·영화평론가

    [시론] 영화계 문제점 다룰 테이블 마련을/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장·영화평론가

    지난주 강우석 감독이 배우들의 개런티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동시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이 문제를 더욱 공론화했다. 이에 현재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인 최민식·송강호씨는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며 강 감독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고, 강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공식사과를 했다. 자, 그러면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인가? 보기에 따라 문제가 봉합되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은 현재 한국영화계의 본질적인 문제와 연관된 한 지점을 건드린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터트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덮어둔다고 해서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 사실 한국영화계는 중요한 쟁점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을 벌이지 않았다. 스크린쿼터제만 해도 그렇다. 스크린쿼터제는 문화적, 산업적 측면에서 그 당위성을 인정받는 편이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제가 지켜지는 동안 한국영화 산업의 지속성과 건강성을 보장할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었느냐는 질문은 스스로 하지 않았다. 아니, 질문은 어떤 형태로든 제기되었지만 충실하거나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부당하거나 불필요한 질책을 받곤 했다. 예를 들면 스타급 연기자들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난이나,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인 동시에 산업 발전에 어느 정도 필요한 기획영화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 그런 것들이다. 또 투자자본이 제작비로 형성되는 과정의 합리성과 제작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 지출의 합리성 문제 또한 본격적으로 토론되지 않았다. 그리고 배급구조와 이윤의 배분구조 문제 또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물론 거대 매니지먼트사의 과중한 요구 등은 협의하에 조정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문제 또한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거대 투자자본과 매니지먼트사와의 협력 혹은 흡수의 징후 또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자본력, 배급라인, 스타 등을 소유한 통칭 투자 자본과 제작사 사이에 그어진 경계선을 마주한 양 세력간의 이해관계로 귀착되고 만다. 물론 모든 경제적 행위는 경쟁과 더불어 합종연횡의 협력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윤의 극대 추구를 목표로 하는 투자 자본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며, 문화적 차원의 공생을 주장하는 제작사들의 요구 또한 당당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투자측의 행위와 제작측의 요구가 다른 차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제작가협회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배우 개런티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상황의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단초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점에서 강우석 감독은 정말 시의적절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배우들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하게 밝힌 것이다. 그러니 구태여 화해를 할 필요도 없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이 지점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화해 방법으로 보인다. 그동안 영화 제작을 통하여 쌓은 그들간의 우정과 연대감은 몇푼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한국영화의 진정한 힘이었기 때문이다. 그 테이블에는 상승 기운을 타고 있는 한류에 대한 공동의 이해관계가 고려되어야 하고, 정책적 개입 또한 있었으면 한다. 또 조감독 등 현장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문제와 함께 현장 인력의 합리적 운용 문제 또한 고려되었으면 한다. 저예산의 다양한 영화 제작 환경과 영화 문화 인프라 조성 문제 또한 고려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기 앞서 그간 부지불식간에 각자가 누려왔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반추 또한 있었으면 한다. 상황은 언제나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장·영화평론가
  •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하)인도네시아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하)인도네시아

    “포스트 포스트-식민주의를 꿈꾼다.”식민지배를 경험한 국가들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식민유산의 청산이다.‘청산’이라 해서 무조건 쓸어내는 것만은 아니다. 어찌보면 어떤 시대든 한 시대가 지나면 그 시대에 대해 평가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그 작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포스트-식민주의다. 이 작업은 프랑스 식민지배 경험이 남긴 알제리의 혼란을 형상화한 프란츠 파농의 작업에서 시작됐다.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에드워드 사이드, 인도계 미국인 가야트리 스피박과 호미 바바의 작업들이 대표적인 포스트식민주의론으로 꼽힌다. ■ 김재용 원광대 교수 제시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식민지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다 90년대 초반 페미니즘이 활성화되면서 급격하게 유입됐다. 그러나 이들의 포스트식민주의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들 이론가들이 서양중심적인 시선 대신 스스로의 시각을 되찾자며 내세운 동양은 바로 서양제국주의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였던 아프리카와 아랍·인도 등 서아시아다. 같은 동양인인 일본에 침략과 지배를 받았던 동아시아국가들과 경험이 비슷할 수 있을까. 포스트-식민주의의 ‘뒤에 오면서, 동시에 뛰어넘는’ 포스트(post)가 하나 더 붙어야 하지 않을까. 문학평론가인 김재용 원광대 교수의 문제의식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인도네시아 국립대 심포지엄에서 발제에 나선 김 교수는 한국문학의 과제로 두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중심주의를 피한다며 만들어진 아시아주의의 함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1940년대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라는 일제의 대동아공영권 구호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했습니다. 유럽중심의 근대라는 것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동아공영권에서 보듯 이들의 아시아주의는 순수하지 못한 아시아주의다. 김 교수는 ‘본질주의적 아시아주의’와 ‘역사적 아시아주의’를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아시아인이기에 아시아는 하나여야 한다는 본질주의적 아시아주의는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안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아시아의 개별성을 인정해주는,‘역사적 아시아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동·서양을 동시에 안고 또 넘어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시민사회단체와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연대를 강조했다. 일본식 국가주의 연대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했다.“인도네시아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연결해주는 거점입니다. 역사적 아시아주의를 가꾸어 나가는 데 인도네시아가 지적 교류의 다리가 되어 줬으면 합니다.” 김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8월말쯤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주변국과 함께 식민지배의 경험과 청산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에는 ‘인도네시아와 타이완 등은 한국과 역사적인 경험이 달라 식민지가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이 널리 퍼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학술대회를 통해 그런 한국의 통념도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cho1904@seoul.co.kr ■ 이다 국립대 인문대학장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인도네시아 국립대 구내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올드보이’‘연애소설’ 등 한국영화 상영을 알리는 포스터가 꽤 눈에 띈다. 약하긴 하지만 한류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화교 중심이지만 서서히 번질 조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없다. 인도네시아 국립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박사급 연구자가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심포지엄 뒤 열린 국립대와 ACN 관계자간 미팅에서 국립대는 이 문제를 강하게 거론했다. 이다 순다리 후센 인문대학장은 한국측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불문학을 전공했다는 이다 학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대단히 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학과를 만드는데 양국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박사급 인력 5∼6명이 필요하다.”면서 “이들 인력의 양성·배치 방안과 한국측의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초기에는 한국에 의존하겠지만 몇년 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한국학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다 학장은 또 양국 대사관을 통해 양쪽 언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인력풀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교류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cho1904@seoul.co.kr ■고영훈교수가 말하는 한·인니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인도네시아 말은 매우 간단하다. 그래서 아주 문학적인 표현이나 고도의 전문용어가 아니라면 1년 살았거나 30년 살았거나 언어능력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과거·현재·미래 시제도, 동사 변화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한 언어가 있을 수 있을까. 비밀은 다양한 인종, 민족, 언어 구성에도 불구하고 2억 4000만 인구의 거대한 근대국가를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19세기 말까지 인도네시아어 구어는 카스트에 따라 9단계의 존비법이 있는 대단히 복잡한 말이었다 한다. 그러나 근대국가건설과 국가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옛 구어는 폐지됐다. 대신 가장 간략한 말레이어 계통을 이어 받으며 문자는 알파벳을 차용했다. 단일민족국가인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인도네시아 또한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나라다. 중국보다 1년 앞선 1920년 아시아 최초의 공산당이 창당됐고, 저 유명한 ‘반둥회의’를 통해 제3세계 비동맹중립외교를 주창했다. 노무현-김정일을 연결해줄 수 있는 인물로 꼽혀 화제를 모았던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의 국부 수카르노의 딸이다. 수카르노와 김일성은 제3세계 동지였다. 수카르노의 모나스타워와 김일성의 주체탑이 닮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반공국가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일본 대사관에 장갑차가 진주해있고, 한국의 까다로워진 입국절차에 맞서 한국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대우를 철회하는 등 9·11 테러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나라다. 미국 중심 세계관에 젖어 있는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한국외대 고영훈 교수는 그럼에도 식민지 경험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봤다.250여년간의 네덜란드 통치 경험에 이은 3년반 정도에 걸친 일본의 식민통치. 일제는 백인에 맞서 황인의 이익을 지키자고 외쳤고, 네덜란드에 저항하던 인도네시아인들은 온 몸으로 일제를 환영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250년간 통치보다 3년반의 통치가 훨씬 더 가혹했던 것. 일제의 통치기법은 단순했다. 바로 한국을 36년간 통치한 기술을 그대로 옮겨와 적용하는 것.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는 ‘Koreanlization’(한국화하다)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여기에다 66년 수하르토 장군을 중심으로 한 반공우익 군부집단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일본에 경제 성장을 의존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민족주의자들을 억압한 것도 비슷하다. cho1904@seoul.co.kr ■노벨문학상 후보 거론 ‘파프람’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프라무디아 아난다 토르.‘파(Pak·선생님)프람’이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문학의 거장이다.‘식민지배와 독립’이라는 민족주의 주제를 파고든 그의 소설은 외국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그 때문에 80년대 중반 이래 끊임없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도 대표작 ‘밍케’ 등 몇몇 중·단편소설 등이 번역·출간됐다. 그러나 반공우익 독재정권에게 강력한 민족자주노선은 어디서나 거북스러웠던 모양이다. 수하르토 독재정권은 80년대 초반 그의 책 모두를 금서로 지정했다. 금서로 지정되기 직전까지 수하르토 정권의 부통령은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사를 쓰고 있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진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독재정권이 붙인 금서딱지는 외려 품질보증서였던 셈이다. 지금은 18년간의 수감생활과 고문에 지친 80세의 노인이 됐다. 하지만 ACN과의 심포지엄이 있다는 소식에 억지로 참석해 심포지엄 내용을 꼼꼼히 챙겨 듣고 있었다. 여유도 잃지 않았다.“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제 치매에 걸릴 나이”라더니 “기억력도 예전만 못해서 받을 빚 외에는 자꾸 잊는다.”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한국과의 만남에 대한 느낌은. -먼 나라인데다 어찌보면 역사적으로 크게 관계가 없는데도 이렇게 찾아와줘서 놀랍기도 하고 너무도 반갑다. ▶최근에 쓰고 있는 작품은 있나. -나는 이제껏 충분히 썼다. 더 이상 작업하는 것은 노욕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이제껏 모아뒀던 모든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6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 문학과 역사에 대한 문제를 정리해둬야겠다는 생각이다. ▶자신만의 문학적 모티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가를 통합하고 근대를 이룩해낸 작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물론 이는 긍정적인 의미만은 아니고 외려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근대국가를 이룩한다는, 그 진취성이 남긴 폐해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나는 참여문학에 대해 고민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 고민은 인류의 행복을 위한 고민이고 동시에 인류 공통의 고민이라고 본다. cho1904@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관객을 외면한 ‘영화판싸움’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스크린쿼터 현안이 불거져도 다 모이기 어려웠던 간판급 제작자들이 지난달 28일 머리 맞대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타와 매니지먼트의 파워가 너무 커서 영화를 못 만들겠다며, 급한 사정을 토로했다. 다음날 몇 년이 가도 나란히 앉기 힘들 한국 최고의 두 스타, 최민식 송강호가 똑같은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졸지에 “돈 밝히는 배우”가 됐으니 그들도 급했다. 두 스타의 집중 성토를 받은 강우석 감독,‘충무로 파워맨’인 그도 이번엔 된통 당했다. 그날 밤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에 그는 언론사로 두 배우에게 사과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요 며칠 영화판 돌아가는 ‘그림’은 정말이지 한 편의 드라마다. 충무로는 지금 설왕설래로 분분하다. 제작사와 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여태 이렇게까지 낯을 붉힌 적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충무로 파워맨의 ‘설화’를 놓고도 쑥덕공론이 많다. 강 감독이 스타 개런티 논란의 ‘판’을 키우려 작정하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느니, 그렇지 않고서는 국내 대표배우의 실명이 그렇게 무방비로 언론에 노출되게 하진 않았을 거라는 등. 진실이 어느 쪽이든, 밥그릇 싸움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하진 않은 것같다. 영화판의 묵은 상처들이 대중 앞에서 터져 시시비비를 가려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이므로. 무엇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표준제작규약을 만들겠다고 이례적 선언을 했다. 영화수익의 고른 분배, 수익금의 원활한 재투자 등을 위해 지금의 고비용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다. 이참에 이창동 감독을 초대교장으로 60여개 제작사들이 공동출자해 연기자 학교도 세우겠다고 했다. 이 대안들이 과연 천정부지의 스타 몸값, 일부 매니지먼트사의 스타파워 남용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는 한참을 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를 숨죽인 채 지켜보며 누구보다 큰 기대를 품고 있는 쪽은 제작현장의 스태프들이 아닐까 싶다.“제작자들보다 사정이 훨씬 급한 게 현장의 ‘손발’인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이었다.”는 따가운 지적도 어느 때보다 많다. 기왕에 ‘판’이 벌어졌으니 어느 쪽이건 주먹만큼의 소득이라도 건져야 하겠다. 영화를 보며 꿈을 꾸고 싶었던 이들에게,‘돈 밝히는 배우’ 해프닝으로 영화 볼 맛이 똑 떨어져버린 애꿎은 영화팬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해주려면 말이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충무로 스타들 ‘개런티 논쟁’ 반격

    충무로 스타들 ‘개런티 논쟁’ 반격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가 천정부지의 배우 개런티와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의 과도한 지분 요구 등을 성토하고 나선 가운데 배우 최민식씨와 송강호씨가 자신들을 ‘돈 밝히는 배우’로 묘사한 강우석 감독의 최근 발언에 대해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두 사람은 2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배우들, 돈 너무 밝힌다’란 제목의 한 일간지 기사에서 강 감독이 자신들의 실명을 거론한 것과 관련 “언론을 통한 공개적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소속사 대표들이 함께 나온 자리에서 최씨는 “(추가지분을 요구하다 ‘선생 김봉두’의 출연계약이 파기됐다는)기사를 접하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면서 “충무로 파워 1,2위를 다투는 양반이 무슨 근거로 인신공격성 폭언을 해 나를 악덕배우로 모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또 “작품마다 유작이란 마음으로 몸이 부서져라 노력해왔고, 출연료는 제작사와의 합의로 이뤄지는 정상적 경제활동의 결과인데 한국영화의 침체를 왜 개런티 탓으로 돌리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제협측의 개런티 거품 주장을 싸잡아 반박했다. 감독이 공개사과를 하지 않으면 법리적 해석을 동원할 수도 있다.”라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송씨도 높은 개런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가 낮아진다는 제협측의 주장에 항변했다.“이 자리는 제협과 가칭 매니지먼트협회 간의 갈등에 대한 옹호나 대변의 자리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오늘 크랭크인한 영화 ‘괴물’의 총제작비 120억원 가운데 주인공인 내 출연료는 5억원이며 향후 제작비를 뺀 수익금의 5% 지분을 갖는다. 영화 한편을 찍기까지 준비기간에서 후반작업까지 근 1년이 걸리는데 그게 그렇게까지 지탄받을 액수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 “지금껏 어떤 작품에서도 먼저 지분을 요구한 적도, 강 감독에게서는 지난 4년 동안 작품 섭외를 받은 적도 없는데 이제 관객들이 내 연기가 눈에 들어오겠는가.”라며 답답해했다. 한편 강우석 감독은 배우 최민식과 송강호에게 공식 사과했다. 강 감독은 29일 오후 10시쯤 “최민식씨와 송강호씨에게”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언론사에 보내왔다. 강 감독은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과정에서)본의 아니게 최민식 배우와 송강호 배우의 실명이 신문에 보도되어 그들의 공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된 점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 글만으로는 쉽게 치유되지 않겠지만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두 배우들은 과거 한국영화에 큰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더욱 큰 일들을 해나갈 동료들이며, 한국영화를 위하여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동지들이었기에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 때문에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기꺼이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 홍지민기자 sjh@seoul.co.kr
  • [씨줄날줄] 달러박스/이용원 논설위원

    ‘달러박스(dollar-box)’라는 말은 ‘큰 돈을 벌게 해주는 인물이나 상품’이라는 의미로 각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지만 이 단어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곳은 할리우드였다. 미국극장주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Theater Owners)는 해마다 그들에게 돈다발을 안겨준 배우들의 순위를 달러박스란 이름으로 발표한다. 달러박스란 곧 흥행을 보증해 주는 배우인 것이다. 달러박스를 대표하는 배우 가운데 특이한 사례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이다. 그는 19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까지 마카로니 웨스턴의 총잡이(‘무법자’시리즈), 비정한 도시의 형사(‘더티 하리’시리즈)로 맹활약하면서 달러박스 수위에 여러차례 올랐다.1971년 감독으로도 데뷔한 그는 한동안 연출과 제작에 전념하는 듯하더니 자신이 감독·주연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1993년 달러박스 1위를 되찾는다. 한국 영화계에는 진정한 달러박스가 존재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빅3’로 불리는 최민식·송강호·설경구씨 말고도 한석규·장동건·박중훈씨 등 뛰어난 연기력에 카리스마까지 갖춘 특급 배우가 적지 않지만 그들이 출연했다고 해서 그 영화가 꼭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한다. 지난 1년을 보아도 이들이 주연한 ‘역도산’‘주먹이 운다’‘남극일기’등 큰 돈을 들인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 사례는 적지 않다. 한국영화가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영화 제작자와 스타배우 사이에 때아닌 전쟁이 벌어졌다. 영화제작가협회가 그제 기자회견을 갖고 스타 몸값이 지나치게 비싼 데다 매니지먼트사의 횡포가 심해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전포고하자 어제는 ‘돈 밝히는 배우’로 지목된 최민식·송강호씨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집안이 기울면 가족간에 먼저 분란이 일어난다더니 한국영화가 위기에 빠져들자 내부에서 싸움박질부터 하는 꼴은 정말 볼썽사납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스타에게 실명을 들어 ‘돈 밝힌다.’고 비난한 일도 점잖지 못한 짓이고, 제작비의 30%이상을 개런티로 가져가면서도 추가로 지분을 요구하는 행태도 옳지 않다. 한국영화 망치기 전에 서둘러 화해하기 바란다. 어차피 제작자·배우 가운데 하나만 없어도 영화 못 만드는 것 아닌가.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한국영화 몰라보게 성장”

    “한국영화 몰라보게 성장”

    미국 영화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불리는 드림웍스 대표 제프리 카젠버그(55)가 방한,29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새달 14일 국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홍보차 서울을 찾은 그는 “한국영화는 지금 최고의 번성기로 엄청난 기회와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드림웍스가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영화의 한국내 제작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의 갈등 국면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강의 사정은 알고 있지만, 민감한 사안이므로 ‘노코멘트’하겠다.”며 말을 아꼈다.“관련 기술이 최고조에 달해 어떤 꿈과 상상력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미래가 무척 밝다.”고 강조한 그는 ‘마다가스카’의 주인공 사자 알렉스 역을 목소리 연기한 배우 송강호에게 감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카젠버그는 23세 때 파라마운트사 우편발송부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출발해 7년만에 제작 담당 사장, 다시 4년 만에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사장으로 스카우트돼 ‘라이언 킹´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클릭이슈] 치솟는 ‘스타몸값’ 영화계 전면전

    충무로 영화 제작자들이 배우들의 치솟는 몸값 꺾기에 작정하고 칼을 빼들었다. 국내 60개 제작사들이 참여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회장 김형준)는 28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작사들의 영화 재투자를 방해하는 수익분배 구조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표준제작규약 마련, 연기자 학교 설립 등 구체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시장 전반의 수익분배 문제를 거론하지만, 기실 제협이 화살을 정조준한 쪽은 나날이 ‘권력화’하는 배우와 매니지먼트사들이다. 이날 “매니지먼트사의 공동제작과 지분참여 요구를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대응책이 주요안으로 제시된 것도 그래서다. 천정부지의 배우 개런티, 스타파워를 앞세운 매니지먼트사들의 ‘실력행사’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배우(매니지먼트사)와 제작자들간의 한판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국내 영화사상 전례없는 ‘사건’이다. ●영화계 “올 것이 왔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영화가의 대체적인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쪽이다. 그동안 대형기획사 소속 스타들의 일방적 스크린 장악 및 인기독점 현상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제작사들이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강우석 감독의 행보다. 그의 입김이 먹히지 않는 곳이 없었던 충무로의 이른바 파워 1인자가 직접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배우 개런티 잡기’ 전쟁에 합류했다.“배우 파워에 휘둘릴 일이 없었던 그가 오죽했으면 나섰겠냐?”는 둥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대한민국 배우들, 돈 너무 밝힌다? “제 아무리 힘있는 감독일지라도 캐스팅을 염두에 둔 배우를 만나려면 석달쯤 기다리는 건 예사다. 게다가 웬만한 톱스타들은 개런티 이외의 추가 지분을 요구하는 게 보통이다. 대한민국 배우들, 돈 밝혀도 너무 밝힌다.”(강우석 감독) “요즘 매니지먼트사들의 영화제작 참여는 거의 횡포 수준이다. 스크린 쿼터보다 문제가 더 많다. 이 판을 그대로 두면 공멸한다.”(이춘연 씨네2000 대표) 간판급 제작자로 꼽히는 두 사람은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배우와 돈만 있으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매니지먼트사들의 논리”라며 “엄청난 배우 몸값을 치르고도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의 수익금 지분이 0:10인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있다.”고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웬만한 주연급 배우는 영화 한 편을 찍고 나면 해당 작품의 흥행여부와 크게 상관없이 차기작의 개런티가 1억원여씩 뜀박질하는 게 현실. 한 제작자는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는 여배우 임수정의 사례를 들며 핏대를 올렸다.“불과 얼마 전 3000만원 남짓했던 몸값이 지금 무려 3억원대”라며 “대한민국의 주연급들이 열이면 열 자존심 경쟁하듯 새 작품을 찍을 때마다 덮어놓고 몸값부터 올리고 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작비의 30% 이상을 배우 개런티에 밀어넣건만, 배우와 소속 매니지먼트사들이 영화 수익금에 대한 추가지분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실정.“제작사 지분의 30∼40%를 더 요구하는 톱스타들이 한둘이 아니며, 그런 과정에서 막판에 배우가 바뀌기도 한다.”는 게 제작현장의 귀띔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천신만고’ 끝에 캐스팅한 스타가 그런 요구를 해와도 거절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매니지먼트사들이 자체 제작사를 만들어 소속배우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그것도 모자라 ‘공동제작사’로 수익지분을 챙기는 최근 관행(본지 6월3일자 24면)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제작사들은 시나리오 개발 등 기획과정에 몇 년씩 노력을 쏟아붓는데, 소속 배우를 공급한다는 이유로 손 안대고 코풀려는 얄팍한 속셈”이라는 게 일선 제작자들의 불만이다. ●매니지먼트사들 “우리도 할 말 있다” 그러나 매니저들 쪽에서도 항변논리는 있다. 한 기획사 대표는 “스타 모시기 경쟁 때문에 요즘엔 기획사도 배우에게 전속계약금을 따로 줘야 하는 형편”이라면서 “돈을 버는 건 배우들이지 기획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태반”이라고 했다. 배우 몸값 거품을 제작사들 탓이라 꼬집는 목소리도 많다.“톱배우에게 개런티와 지분을 먼저 제시하며 출연해 달라고 사정한 건 제작사들이었다. 캐스팅에 혈안이 돼 개런티를 올린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딴소린지 모르겠다.”는 반격도 만만찮다. 양측의 논란으로 한동안 충무로는 시끄러울 전망이다. 자체 영화제작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의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의 매니지먼트 본부장 박성혜 이사는 “제작사들의 일방적 주장처럼 우리가 배우만 주고 턱없이 지분을 요구한 적은 없으며, 스타를 내세워 투자와 배급망까지 함께 뚫어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부 제작자들이 배우의 실명까지 들먹이며 몸값 거품 운운하는데, 우리 쪽에서도 실명을 거론하고 싶은 자질 없는 영화사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지난 4월 ‘연예인 X파일’ 사건으로 처음 모임을 만든 매니지먼트사들은 조만간 정식단체를 결성, 구체적 대응방안을 모색해 갈 것으로 알려졌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불붙은 뮤지컬 붐업? 과열?

    불붙은 뮤지컬 붐업? 과열?

    ‘요즘 대학로엔 뮤지컬 아니면 개그콘서트밖에 안 보인다’. 한 연극 관계자의 한탄이다.‘오페라의 유령’등 대작 뮤지컬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중·소극장 뮤지컬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하철1호선’ 등 극단 학전의 록뮤지컬을 비롯해 2∼3편의 작품이 고작이었으나 지금은 한 극장 건너 한 편꼴로 뮤지컬 공연이 올라갈 만큼 양적으로 증가했다.2000년대 들어 불붙기 시작한 뮤지컬 산업이 본격적인 붐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과 함께 기형적인 과열 양상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뮤지컬 시장 눈부신 성장세 지난 10일 막올린 브로드웨이 현지팀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VIP석과 R석이 11만∼15만원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개막 전 총 20만장 가운데 9만장의 티켓을 판매했고, 지난 24일까지 총 11만 5000여장이 팔렸다.2001년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오페라의 유령’라이선스 공연으로 촉발된 국내 뮤지컬산업 붐은 단기간에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7개월의 장기공연,24만명의 관객,192억원의 매출이라는 기록적인 성과에 힘입어 이후 ‘맘마미아’‘미녀와 야수’등 100억원대 규모의 대작들이 잇따라 국내에 상륙했다. 뮤지컬 관객수는 2001년 약 50만명에서 올해 100만명으로 두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간 매출액도 2003년 500억원대에서 8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 뮤지컬 제작편수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뮤지컬전문지 ‘더 뮤지컬’의 박병성 편집장은 “올 상반기에 공연된 뮤지컬만 50여편에 이른다. 하반기에도 ‘아이다’를 비롯해 비슷한 편수의 공연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공연된 전체 제작편수 70여편에 비하면 50%가량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배우·스태프 등 인력난과 졸속 제작의 우려 뮤지컬 관계자들은 현재 뮤지컬 제작편수가 과다할 정도로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돈이 된다 싶으면 일단 덤벼들고 보는 우리 문화계의 고질병이 뮤지컬 분야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 기존 뮤지컬 제작사들이 무리하게 욕심을 내서 작품수를 늘리는 것도 문제지만 공연쪽에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들까지 투자사를 끌어들여 무작정 공연을 올리는 무차별 경쟁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PMC프러덕션의 김종헌 상무는 “영화사, 광고제작사, 벤처회사까지 뮤지컬에 관심을 보이면서 기형적인 과열 양상으로 인해 시장 질서가 흐려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뮤지컬 과열로 인한 가장 큰 문제점은 배우와 스태프 등 전문인력의 기근현상이다. 예전엔 스타급 배우들 몇명만이 겹치기 출연을 했으나 요즘에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한 작품을 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작품 연습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소극장 뮤지컬 관계자는 “현재 출연중인 배우 11명 전원이 낮엔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뿐만 아니라 연출가, 음악감독 등 숙련된 전문 뮤지컬 스태프들의 숫자도 한정되다 보니 원작은 좋은데 졸속으로 제작돼 실패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긴다. 여기에 수입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뮤지컬간의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과다한 뮤지컬 수입 경쟁은 제작비 상승을 불러오고, 결국 이는 관객들이 부담해야 할 티켓가격의 상승으로 전이된다는 점에서 깊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과제 청강산업대 이유리 교수는 “현재 뮤지컬 붐업 현상에 거품이 낀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서 “현 단계에서 중요한 건 내실을 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개최한 뮤지컬 관계자들의 세미나,CJ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한 창작뮤지컬쇼케이스, 그리고 한국프로듀서협회가 추진 중인 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 등은 이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현재 뮤지컬산업이 초기 한국영화산업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뮤지컬 붐업이 무분별한 과당경쟁으로 일회성 이벤트로 사그라들지, 아니면 옥석을 제대로 가려 건전한 산업 기반을 형성하는 기회가 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HD영화 뛰어든 CJ엔터테인먼트

    국내 최대 영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대표 박동호)의 최근 행보에 충무로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초로 HD 장편 상업 영화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CJ측은 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국내 대표 감독 8명과 계약했으며,250억원 규모의 사업 비용을 투입한다고 덧붙였다. 국가 대표급으로 라인업을 짰다는 CJ측의 말처럼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의 면면은 화려하다.‘올드보이’의 박찬욱,‘주먹이 운다’의 류승완,‘봄날은 간다’의 허진호,‘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여고괴담4’의 최익환 등 모두 국내외에서 연출력을 인정 받은 감독들이다.8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며, 한 편당 제작비는 15억∼25억원 선으로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50∼70% 수준이다. 류승완 감독의 액션물 ‘짝패’가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11월 가장 먼저 촬영에 들어가며, 박찬욱(12월), 최익환, 이무영, 최동훈 감독등 이 뒤를 잇는다. 영사기와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시네마는 시대의 당연한 흐름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HD영화는 저예산 영화로 극장 개봉이 불투명하거나 TV방영만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의미를 갖는 것은 이 대목. 순전히 극장 개봉만을 목표로, 촬영에서 상영까지 전 과정이 HD 기술로 진행된다.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제작사는 제작비 절감은 물론 작품성과 흥행을 두루 노릴 수 있고, 감독들은 경험하지 못한 신기술을 ‘개봉’이라는 안전망 속에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서로간의 ‘윈-윈’전략이 되기 때문. CJ의 실험적 시도는 국내 HD영화의 허약 체질 개선이라는 수확으로 이어져야 한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제대로 HD 제작 노하우와 데이터를 축적하고 극장 등 HD영상 관련 시설을 확충 하느냐 하는 것. 영사기와 필름을 극장이 아닌 박물관으로 가야 볼 수 있는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佛서 리옹한국영화제 개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영화학도들을 주축으로 한 리옹한국영화학회는 파리 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18∼24일 리옹의 시네마 오페라에서 제2회 리옹한국영화제를 개최한다. 지난해 소규모로 진행됐던 이 영화제는 올해부터 장소를 대극장으로 바꾸고 전작 필름 상영과 직접 작업한 불어자막을 삽입하는 등 한층 커진 규모로 열린다. 개폐막작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전수일)와 ‘송환’(김동원)을 비롯해 ‘하녀’‘서편제’‘8월의 크리스마스’‘거미숲’ 등 11편의 장편과 단편 5편이 선보인다. 영화제에는 영화감독 김동원, 전수일씨가 참가할 예정이며 부대행사로 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장과 앙트완 코폴라 엑스-마르세유대학 교수, 샤를 테송 카이에 뒤 시네마 전 편집장이 발제자로 참여하는 ‘세계속의 한국 영화의 위치’ 주제의 세미나도 열린다.이 영화제의 한국 코디네이터인 정재훈씨는 “고전부터 근작 장편, 신진 감독들의 단편까지 다양한 상영작들을 현지 관객들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데스크시각] 한국문화의 화려함,그 속사정은…/김성호 문화부장

    한국의 문화와 문화예술인들은 이제 더이상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중문화든 순수예술이든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에 회자되는 한국문화와 문화예술인들은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우선 한류로 대변되는 대중음악과 드라마의 강세가 아시아권을 벗어나 세계인들의 관심을 높여가고 있고, 국제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킨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인들의 눈길과 발길을 속속 한국으로 돌리게 만들고 있다. 세계 정상의 해외무용단에서 한국 출신의 무용수들이 맹활약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일본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만든 스타 보아만 하더라도 지난 2월 일본에서 발매를 시작한 첫 베스트앨범 ‘BEST OF SOUL’이 마침내 1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올해 일본에서 발매된 여성가수의 작품으로 100만장 돌파는 보아가 처음인 만큼 일본인들이 호들갑을 떨 만하다. 일본 열도와 홍콩 등 아시아권을 휩쓸고 있는 ‘욘사마’‘뵨사마’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국의 젊은 작가 13명의 작품 17점 가운데 14점이 호가로 낙찰되어 주목을 끌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폐막된 제58회 칸영화제에서 비록 한국영화는 이렇다 할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에 쏟아진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으로 영화인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한국문화에 쏟아지는 찬사나 외형상의 성세와는 달리 최근 들려오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상황은 썩 좋아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한국이 주관하는 영화제며 도서전을 비롯한 각종 국제 규모의 행사가 삐걱거려 눈총을 받고 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영화감독의 작품이 관객에게 외면당한다는 비보도 들린다. 당장 다음달 14∼23일로 예정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파행진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영화인들간 내홍이 불거진 이 영화제는 현상태로 봐선 조직위원장과 이사진은 물론, 실질적인 집행위원장도 없는 상태에서 양분된 채 비상체제로 진행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영화제 사무국 프로그래머팀이 출품 섭외를 위해 지난 칸 국제영화제를 분주하게 뛰었지만 국내 영화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적지 않은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작품 출품이나 참가 거부를 선언했고 영화인회의와 영화감독협회 등 단체들도 ‘보이콧’에 나서 자칫 국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상태다. 부천영화제의 파행과 함께 3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5 서울국제도서전’에 쏠리는 문화계 안팎의 시선도 곱지 않다. 명색이 국제도서전인데도 사실상 국내외 출판사간 저작권 거래가 거의 없어 국내 출판사끼리의 동네잔치로 치러질 전망이다. 독일에서 10월 열릴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한국 주빈국 행사도 현지에서 부실하게 진행돼 빈축을 샀다. 해외도서전 주빈국에 열을 올리기에 앞서 국내 출판산업 살리기에 우선 신경을 써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바깥의 화려함보다는 안으로부터의 실속을 챙기고 기초를 먼저 다져야 한다는 충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Ⅲ-시스의 복수’가 개봉 첫 주말 전국 63만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사실에 얹혀 ‘단관개봉’을 선언하며 실험에 나섰던 김기덕 감독의 신작 ‘활’ 참패 소식이 씁쓸함을 더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이 다반사이고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란 점에서 스타워즈의 국내 흥행성공은 썩 대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영화 개봉때 일단 스크린부터 확보하고 봐야 한다.’는 영화판의 관행에 딴죽을 걸고 고집을 밀어붙였던 한 감독의 자부심이 꺾인 것 같아 아쉬움에 앞서 걱정이 더한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문화가 뻗어나가고 인정받음은 기분좋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의 화려함 이면에 쌓여있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언제까지나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의 ‘단관개봉’ 참패를 보는 시선이 더 무거운 것이다.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 통일 안되면 50억이 날아가?

    영화의 이미지를 포스터 속에서 먼저 만나게 된다면,9일 개봉하는 ‘간 큰 가족’(제작 두사부필름)은 엽기 코미디쯤으로 감잡히지 않을까 싶다. 도회감각의 진지한 이미지를 다져온 배우 감우성이 ‘뽀글이’ 아줌마 파마머리에 꾀죄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충격적(?)이다. 거기다 한국영화판의 감초 배우들이 줄줄이 가세했다. 김수로, 신이, 성지루에다 출연 자체가 ‘의미심장한’ 중견배우 신구, 김수미까지. 통 큰 코미디를 예감케 하는 영화는, 한 가족의 울타리 속으로 카메라를 들이댄 뒤 도입부에서부터 본론을 꺼낸다. 죽음을 눈앞에 둔 김 노인(신구)은 한평생 오매불망 그려온 북의 아내와 딸을 만나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 사업이 어려워져 궁지에 몰린 큰아들 명석(감우성)은 아버지에게 50억원 상당의 숨겨둔 땅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기대에 부푼다. 그러나 생전에 통일이 되지 않으면 유산을 몽땅 통일부로 돌려버리겠다는 아버지의 유언이 문제다. 다급해진 명석과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통일 자작극’을 꾸미게 된다. 많은 등장인물들을 한 사람도 놀리지 않고 골고루 써먹으며 영화는 코믹 상황극의 면모를 드러낸다.3류 감독인 명석의 동생 명규(김수로)의 활약상은 드라마의 또 한 축. 형의 속셈과는 달리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주겠다는 효심에서 비롯된 명규의 해프닝이 코미디의 질감을 살린다. 명석-명규 형제에 대책없이 맹한 3류 에로배우 춘자(신이), 명석의 카드빚을 받으러 왔다가 가족의 모의극에 얼떨결에 합류한 사채업자(성지루) 등이 함께 상황극을 굴려간다. 정부의 통일담화문 발표, 남북단일팀 탁구대회, 평양 교예단 서커스 등으로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몸집을 부풀리고 그 사이사이로 코믹양념이 뿌려지는 얼개다. 꼬이고 또 꼬이는 해프닝의 그물망은 그러나 팔딱팔딱 선도 높은 웃음을 건져올리기엔 너무 허술하고 성글다. 혈육애의 휴머니티를 보여주려 했음에도, 명석 일가족이 북을 직접 방문한 후반부는 관객의 동조를 불러내지 못하는 맨송맨송한 신파극으로 그쳤다. 시쳇말로 ‘쿨’한 코미디가 되기엔 애당초 소재의 한계도 컸다. 영화는 ‘타이밍’을 한참이나 놓쳤다. 이 작품으로 데뷔하는 조명남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는 1997년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 그 사이 영화보다도 몇 배나 더 극적인 실제상황(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이미 몇번이나 경험해버린 관객들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한국관객은 스킨쉽을 좋아한다?

    새 영화 ‘활’(제작 김기덕필름)의 단관 개봉을 감행한 김기덕 감독의 파격실험은 실패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씨너스G, 부산극장 2개관에서 개봉한 영화가 18일 간판을 내리기까지 불러모은 관객은 1487명. 이어 19일부터 24일까지 씨너스 대전으로 걸음한 관객은 단 90여명. 지금껏 관객 1600명도 못 채운 초라한 성적이다. 알려졌다시피 이번 영화의 개봉에는 김 감독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무엇보다 개봉하기까지 ‘활’의 정보를 일절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 시사회를 한번도 열지 않은데다 감독 자신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극구 피했다. 개봉하기 전에 영화가 구구한 평가에 시달리는 일 없이 관객에게 직접 평가받겠다는 계산에서였다. 단, 출연배우들의 언론 인터뷰까지 막을 권한은 없다며 배우 노출은 허용(?)했었다. 하지만 시사회를 차단당한 영화기자들에게 배우 인터뷰가 달가울 리 없는 노릇. 결국 관객들이 접할 수 있는 ‘활’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는 김 감독은 ‘활’의 관객동원 성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감독이)산술적 성적표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게 주위 전언이지만, 정말 그럴까.‘국가대표 감독’이 2000명도 안 되는 관객을 위해 영화를 찍진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단관에서 개봉하는 대신 장기상영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감독이다. 바닥 성적에 일주일여만에 간판을 내리는 와중에 감독은 당초 새달 2일로 잡았던 광주 무등극장 개봉 계획마저 소리소문없이 접었다. ‘오만하다.’는 비판을 감수했던 김 감독의 실험은 결국 몇가지 진실을 확인했다. 우선, 저예산 예술영화가 버티고 서기에 한국영화 토양은 척박하기 짝이 없다는 주지의 사실. 언론을 통한 추상행위일지라도 한국관객은 여전히 영화와의 ‘스킨십’을 좋아한다는 사실. 마지막 한가지, 김 감독의 실험과 소통해줄 마니아 문화는 아직 우리에겐 없다는 사실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흥행보단 가족이 함께보는 영화 만들어야”

    “미용실에 모여 고스톱 치고 경로당에서 시간 보내고 싶지 않다면 특정 장르 영화만 편식하지 마세요.” 26일 영화 ‘사마리아’‘빈집’ 등을 통해 국제적 영화인이 된 김기덕 감독이 서울대 강단에 섰다. 김 감독은 이날 ‘한국영화계와 세계영화계’라는 제목의 초청강좌에서 “한국영화 관객의 70∼80%가 20대인데 대부분 코미디, 액션 같은 가벼운 웃음을 주는 영화만 선택한다.”면서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만 만들어지고 결국 40대 이후에는 볼 영화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는 대중성·흥행성이 없는 영화는 쓸모없는 것 취급을 당한다.”면서 “이런 풍토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경제 못지않게 의식의 변화도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10대에서 80대까지 즐길 수 있는 영화가 개봉될 수 있도록 문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객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대학에서 4년간 비싼 돈 주고 영화 공부를 하지만 전부 로맨틱 코미디 같은 일부 장르에만 치중한다.”면서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관객과 영화 만드는 사람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단관개봉(극장 한 곳에서만 상영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활’에 대해 “아마 국내 최소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을 것”이라면서 “1000만 관객 시대를 얘기하는 나라에서 내 영화를 찾은 사람이 1500명밖에 없어 정말 섭섭하다.”고 털어놓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박은영의 DVD레서피]버무리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푸아그라는 캐비아, 송로버섯과 함께 서양 3대 진미로 꼽힌다. 거위에게 억지로 옥수수를 먹여 비대하게 키운 간 요리로만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한점 먹고 나면 미식가를 열광시킨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빵에 바를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특유의 향과 맛이 일품이다. 기원전 3000년 전부터 시작된 요리라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간사한 혀가 문제다. ‘내셔널 트레져’는 ‘인디아나 존스’와 ‘다빈치 코드’를 버무린 듯한 이야기에 미국역사 세우기라는 노력을 더했다. 짧은 역사를 보완하기 위해 프리메이슨과 중세의 템플기사단을 교묘하게 엮고 미국 독립선언서를 수천년의 보물들과 동격의 가치로 취급한다. 이런 속내를 알게 되면 어느새 불편한 심기가 든다. 그러나 중세의 역사와 음모론이 어우러진 보물 사냥꾼의 모험활극으로만 본다면 오락영화로서 나무랄 데가 없다. 불편하고 비싼 재료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성찬이 따로 없다. 막무가내의 여형사가 고등학교에 학생으로 잠입하는 ‘잠복근무’는 푸아그라처럼 고급 재료는 아니지만,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져 나름의 깊은 맛을 내는 경우다. 노주현, 오광록, 김상호, 김갑수 등의 조연진이 안정감 있는 호흡으로 균형을 잡고, 김선아와 공유는 기존 코믹연기 이상의 개성으로 어필한다. ●내셔널 트레져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템플기사단과 프리메이슨의 관련성을 기본으로 미국 독립선언문 뒤에 보물 지도가 그려져 있다는 기막힌 발상을 해낸다. 중세와 18세기를 넘나들고 현대 미국의 역사 기념관들과 월스트리트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거대한 미로까지 아우른다. 블록버스터라는 직함이 어울리는 사운드와 화질은 DVD의 매력을 한껏 발휘한다. 지하 미로에서 나무다리가 무너지고 비밀의 문이 열리는 장면 등 에너지가 넘치는 입체적인 사운드와 화질이다. 부가영상은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감상할 수 있다. ●잠복근무 ‘김선아표 코미디’라는 말대로 김선아 코믹 연기의 정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영화에서 질리게 반복한 조직 폭력배, 형사, 학원 폭력의 문제를 재탕하고 있지만, 그간 발견하기 어려웠던 여성 캐릭터의 액션 주인공화를 확실히 이루어냈다는 면에서 신선하다. 더불어 이야기의 방향을 로맨스와 가족 문제까지 확대시킨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제작과정과 배우, 스태프의 인터뷰를 유기적으로 구성한 ‘메이킹 다큐’는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팁’이다. 영화에 대한 보충설명을 해 주는 ‘삭제장면과 NG장면’에선 김선와와 공유, 남상미의 묘한 삼각관계도 확인할 수 있다. mlue@naver.com
  • 정초신감독 ‘제 58회 칸영화제 현장중계’

    정초신감독 ‘제 58회 칸영화제 현장중계’

    지중해의 찬란한 햇빛 대신 올해 칸은 이틀에 한번 꼴로 비를 흩뿌리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국영화만큼은 ‘강렬한 햇살’이다. 올해 칸은 한국영화에 지나치리만큼 높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칸의 스크린을 장식하는 한국영화는 모두 7편. 경쟁부문에 홍상수의 ‘극장전’,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에 김기덕의 ‘활’, 감독주간에 임상수의 ‘그때 그 사람들’, 비경쟁부문에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과 류승완의 ‘주먹이 운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심민영의 ‘조금 더 걷기’, 칸 클래식 부문에 정창화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 등이다. 이번에 초청된 아시아 영화의 절반을 한국영화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프랑스가 한국영화를 어느 위치에 놓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평일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어온 한국영화의 현주소는 영화제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홍상수와 김기덕을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진입시키려는 언론과, 아직은 ‘함량미달’로 치부하는 언론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두 대표 감독의 칸 영화제 동반진출에 리베라시옹과 르몽드, 카이에 뒤 시네마 등 프랑스 유력언론의 비평가들이 흥분하는 것은 사실이다. 일찌감치 상영된 김기덕의 ‘활’은 기대만큼의 호평을 끌어내진 못했다. 반면,19일 공개된 홍상수의 ‘극장전’에 대한 수상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런가 하면 민감한 현대사를 건드린 통에 국내에서 정당한 평가를 유보당했던 임상수의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프랑스의 시선은 한없이 따뜻했다. 시사회장을 찾은 관객들은 한국 관객들이 웃지 못했던 곳에서 웃어주었고 한국 관객이 울지 못했던 곳에서 울어주었다. 반백의 짧은 머리를 한 임상수 감독은 내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또 다른 동양액션의 세계’라는 평가와 주목을 이끌어낸 김지운, 류승완 감독의 칸 진입은 홍상수와 김기덕에게서 더 이상의 새로움을 찾을 수 없다며 난감해하던 프랑스 언론을 흥분시키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지나치게 출제유형(?)에 익숙해진 수험생이라는 악의적 평가를 받기도 하는 홍상수와 김기덕의 경우와는 사뭇 상반된 반응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 단관개봉으로 말이 많았던 김기덕의 ‘활’에 대해 리베라시옹은 “‘섬’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빈집’만큼 공허한 작품이며 세계적인 영화제가 열리는 시기에 맞추어 영화를 준비하는 지나치게 평가절상된 감독”이라는 혹평을 던졌다. 지난해에 “더 이상 발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정말 지루한 영화만 만드는 감독”이라며 홍상수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등을 돌렸던 현지 언론들이 과연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가에 남은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칸이 슬슬 새로운 인물 탐구를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애정을 당분간 더 고수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칸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따라 두 감독의 미래는 구로자와 기요시나 왕 샤오슈아이의 명성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허우 샤오시엔이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반열에 오를 것인지가 결정되리란 주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세계적 경제위기는 올해 칸 영화시장에서도 역력하다. 예년에 비해 바이어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2005년 칸의 전반적 특징.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한 한국 영화의 밤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외국인들로 크게 붐벼 세계 영화계에서의 한국영화의 위상을 입증해 보였다. 전반적으로 한산해진 마켓 상황에서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아서 한국영화 상영관은 연일 인파로 북적이고 시네마서비스,CJ, 쇼박스를 비롯한 10여개의 한국 부스에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고 있다.“홍상수,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김기덕 등의 감독과 송강호, 설경구 등의 배우가 관여한 작품들은 시놉시스만 보고 입도선매하는 외국 수입사들이 많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몇 편의 단편이 영화제에 진출했다고 흥분하던 때가 불과 5년 전이다. 경쟁·비경쟁 부문에 7편을 쏟아낸 현실이 새삼 ‘격세지감’이다. 세계무대에서 받는 뜨거운 시선을 유지해갈 수 있을지 외면 당할지는 한국의 영화계, 영화인들이 함께 풀어야할 무거운 숙제일 것이다.22일 막내리는 2005년의 칸은 우리에게 어디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것인가를 짚어낼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칸(프랑스) 정초신 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佛 상륙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프랑스 전 지역 110개 극장에서 현지 시간으로 11일 대규모로 개봉했다. 제작사 MK픽처스는 “세계적인 배급사 UIP가 이번 배급을 맡았고, 프랑스에서 역대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김성수 감독의 ‘무사’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또 “현재 프랑스 전역의 지하철, 버스 정류장 등 공공장소에서 ‘태극기 휘날리며’의 포스터나 대형 광고판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현지 언론도 강제규 감독과 직접 인터뷰를 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덧붙였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프랑스 개봉을 시작으로 영국(6월10일), 벨기에, 네델란드, 독일,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지의 개봉이 확정됐다. 또 올해 말까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순차적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연합
  • [토요영화]

    ●역전에 산다(SBS 오후 11시55분) 2002년 두 편의 한국영화가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연기 침체기에 빠졌던 김승우는 ‘라이터를 켜라’에서 망가진 연기로 활력을 찾았고, 하지원은 임창정과 함께 한 섹시 코미디 ‘색즉시공’을 통해 ‘가위’,‘폰’ 등에서 얻은 호러퀸 이미지를 내던져 버렸다. 이듬해 상승세를 달리던 김승우와 하지원이 만나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그러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본 투 킬’ 등의 각본을 썼던 박용운 감독의 데뷔작. 어릴 적 골프 신동에서 현재에는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증권사 영업사원 강승완(김승우)은 조폭 두목 마강성(이문식)의 돈을 잘못 투자한 탓에 쫓기는 신세다. 어느 날 조폭들에게 붙잡혀 신나게 두들겨 맞은 다음, 터널을 지나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와 마주친 뒤 정신을 잃게 된다. 깨어나 보니 다른 인생이다. 어릴 적 자신이 동경했던 골프 스타가 되어 있는 것. 전광판을 가득 메운 자신의 광고 사진을 보고 어리둥절한 승완에게 다른 세계의 아내 한지영(하지원)이 나타나 다짜고짜 뺨을 때린다.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던 지영은 갑자기 착해진 승완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125분. ●아이 엠 샘(MBC 밤 12시) 천재 아역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다코타 패닝의 출세작. 이제 11살이지만 영화 17편(미개봉작 포함)을 소화하고 있는 어엿한 중견 배우다.ER 등 TV시리즈물에 게스트로 나온 것만 26차례.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가 미국에서 상영될 당시 사쓰키의 목소리 역할을 맡기도 했다. 패닝은 지금까지 숀 펜, 덴젤 워싱턴, 로버트 드니로 등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올 여름에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톰 크루즈가 함께한 ‘우주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패닝과 장애인 아버지 숀 펜이 펼치는 눈물겨운 부녀애가 비틀스의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감독은 ‘코리나, 코리나’(1996),‘스토리 오브 어스’(1999)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제시 넬슨으로 2001년 작품. 지적 장애로 7살 지능을 가진 샘(숀 펜)은 비틀스 노래에서 이름을 딴 딸 루시(다코타 패닝)와 단 둘이 살아간다. 아빠의 지능을 추월하는 것이 두려운 루시가 학교수업을 게을리 하자, 사회복지기관에서 가정방문을 통해 샘이 아빠로서 양육능력이 없다는 선고를 내린다. 주 2회 면회만을 허락받은 샘은 변호사 리타 해리슨(미셸 파이퍼)의 도움으로 딸을 되찾으려고 한다.140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아웃사이더 김기덕/이용원 논설위원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 ‘악어’를 개봉관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영화를 담당한 지 얼마 안 된 1996년 어느날 팩스 한장이 날아들었다. 생소한 감독의 작품을 시사한다는데 기회는 한차례뿐이었다. 마침 할리우드 대작의 시사회와 겹치는 시간이어서 포기했다. 며칠뒤 왠지 찜찜한 마음에 뒤늦게 개봉관을 찾았다. 비가 억수로 쏟아진 그날 관객은 나까지 세명이었다. 영화는 충격적이었다. 한강에서 익사체를 건져내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도시 부랑자의 삶, 그가 사회를 향해 내뿜는 강렬한 증오, 게다가 화려한 색채와 이미지의 조합은 기존의 한국영화 문법과 전연 달랐다. 영화는 일주일만에 간판을 내렸지만 ‘김기덕’ 이름 석자는 가슴에 남았다. 김 감독을 직접 만난 것은 이듬해 프랑스에서였다. 칸영화제 50주년 행사를 취재하고 귀국하는 길에 파리 근교에서 두번째 작품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촬영 중인 그를 찾아갔다. 김 감독은 말수가 적은, 다소 수줍어하는 사람이었다. 해병대 팔각모를 쓴 모습도 특이했다. 스스로 학력은 내세울 것 없고 제대후 그림을 배우러 파리에 왔다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데뷔작의 흥행 참패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해외 올로케로 두번째 작품을 만들게 됐다는 건 영화계 주류에게서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문제는 ‘야생동물보호구역’의 기자시사회 이후 터졌다. 대부분의 언론이 작품의 완성도를 그리 높게 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영화평이 일제히 나간 날 밤 각 언론사에 팩스를 넣었다.‘이같은 풍토에서는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팩스 사건’은 흐지부지 넘어갔지만 김 감독과 언론·평단과의 관계는 그후 매끄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데뷔한 지 10년째, 김 감독은 이제 국내보다는 세계시장에서 더욱 알아주는 명장(名匠)이 되어 있다. 모자가 해병 팔각모에서 운동모로 바뀌었을 뿐 분위기는 데뷔 초와 다름없다. 그런 그가 새 작품 ‘활’을 단관 개봉하겠다고 나섰다. 주류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아웃사이더로 남으려는 그다운 발상이다. 새로운 실험이 성공해 독립·예술영화의 배급에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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