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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淸나라 시조’/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중국이 고구려사는 물론 고조선·발해의 역사까지도 자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음모를 봉쇄하려면, 우리가 오히려 중국 금(金)·청(淸)나라의 역사를 한국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며칠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 성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라는 세미나에서다. 우리 민족의 범위를 넓게 보아 금·청은 물론 원(元)·요(遼)나라 역사도 한국사의 일부라고 한 주장은 진즉부터 있어 왔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주장이 그동안에는 재야사학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번에는 주류 학계 일각에서 처음으로 제기되었다는 사실이다. 금·청을 한국사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 근거로 금나라 황실의 뿌리가 신라 왕족에서 나왔으며, 그 뿌리의식은 금을 이은 청나라까지 지속됐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송사’ ‘금사’ ‘만주원류고’등 중국 사서 일부에는 금 태조 아골타의 8대조가 신라 왕족 김함보(또는 김준)라거나,‘국호를 신라왕의 성씨에 따라 금(金)으로 지었다.’라는 대목들이 나온다. 이와 함께 청나라 황실의 성(姓)인 ‘애신각라(愛新覺羅)’를 ‘신라를 사랑하고 잊지 않는다.’라고 해석해 그들 스스로 신라의 후손임을 자부했다고 믿는다. 따라서 금·청은 신라계가 만주에 세운 또 다른 국가이므로 금·청의 역사는 곧 한국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학설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찮다. 김함보에 관한 기록이 너무 단편적인 데다 사서마다 차이가 있어 그가 신라인인지, 고려인인지 또 왕족 출신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아울러 ‘애신각라’에 대해서도, 만주어 아이신(황금)과 자오뤄(겨레)를 합한 단어를 한자 음을 빌려 표기한 것일 뿐 신라 사랑과는 하등 관련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금·청의 황실이 가령 신라 왕족의 후손이라 한들 금·청의 국가적·민족적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반대론자들은 결론짓는다. 금·청의 역사를 한민족사에 편입하자는 주장은 듣기에 좋을지 몰라도 스스로 함정을 품고 있다. 정교한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구려사를 제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측의 어거지나 다를 바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말을 꺼낸 학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13일 밤 9시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신림동 고시촌’에서 최고급으로 소문난 O피트니스 센터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는 TV 9시 뉴스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러닝머신을 이용하려는 고시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1년 전쯤 문을 연 이곳은 다른 곳보다 월 이용료가 4만∼5만원 비싸지만 고시생들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다.‘고시생 주제에 무슨 최고급 피트니스 센터냐.’라고 의아해 한다면 고시촌의 변화에 한참 둔감한 것이다. 최근 2∼3년 새 이 지역에는 고급 피트니스 센터가 6∼7개나 들어섰다. 고시원·원룸 등 370여곳(신림9동사무소 자체 파악)에 고시생 2만여명이 몰려 있는 국내 최대 신림동 고시촌. 최근 이곳에는 화장실·에어컨 등이 갖춰진 원룸에 살면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학원 수업이 끝난 뒤 피트니스 센터에 들러 체력단련을 잊지 않는 ‘웰빙 고시생’이 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사법시험 도전 5년차 이모(28·고려대 대학원 휴학 중)씨는 “노력·체력·재력 등 고시 합격에 필요한 3력(力) 가운데 제일은 재력”이라면서 “돈이 신림동 고시촌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곳은 돈 있는 고시생들에게 적합하도록 시스템이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에서 서울대 방면 큰 길(남부순환로)과 가까운 곳에는 어김없이 원룸이나 고시텔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과거 한달에 15만∼20만원 했던 고시원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원룸은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10평 정도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80만원에 이르고 있다. 화장실과 에어컨 등이 갖춰진 6평 정도의 ‘미니 원룸’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에서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월세만 놓고 비교해도 고시원에 비해 3∼4배 비싼 가격이다.2004년 말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4)씨도 원룸에 살면서 고급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모(29·여)씨는 “이른바 ‘헝그리 고시생’과 ‘웰빙 고시생’을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합격률이 높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도 구독하며 사회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고시 출제경향과 정보가 많은 서울신문은 고시생들의 ‘필독지’로 통한다. 14일 낮 P독서실 앞 주차장에는 아우디·벤츠 등 고급 외제차가 주차돼 있었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고시생들이 타고 온 차들이다.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고시생들이 늘어난 것도 과거와 다른 요즘의 풍경이다. 8년째 행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는 김세호(가명·34)씨는 “예전에는 고시원에서 화장실을 공동으로 썼지만, 지금은 대부분 화장실이 포함된 원룸 형태로 바뀌고 있다.”면서 “그만큼 고시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게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이 많은 고시생들은 변하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 시스템을 이용해 금방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최근에는 고시 합격생들에게 과목별로 개인 과외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림동 고시촌에 투입되고 있는 자본이 긍정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한 골목에는 PC방 8곳, 경마게임장 2곳, 스포츠 마사지 업소 1곳, 성인전용 PC방 2곳이 들어서 있다. 이런 시설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10년 가까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가장 유명한 ‘법문서적’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3·여)씨는 “2∼3년 전부터 급속도로 늘기 시작한 유흥업소들은 어중이떠중이로 고시촌에 몰려드는 ‘고시 낭인’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시 특구를 만든다던 공약들은 온데간데 없고 음란 퇴폐촌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전통적으로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던 신림동 고시촌은 최근 들어 경찰공무원이나 일반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법문서적에서 팔리는 책 중에서도 5% 정도는 일반 공무원 시험을 위한 것들이다. 지난해 1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에 들어온 박모(24)씨는 “3년쯤 전부터 신림동 고시촌에도 경찰공무원 시험대비 학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원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었던 ‘태학관’이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대, 시험 장소제공 꺼린다?… 고대서 시험볼땐 숙소 잡느라 100만원 훌쩍 신림동 고시생들에게는 ‘작은 숙원’이 있다. 시험 장소에 서울대가 포함되는 것이다. 고시생들의 80%가 신림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험은 늘 한참 떨어진 고려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에서 치른다. 신림동 고시생들이 꼽는 최악의 시험 장소는 고려대다. 신림동에서 고려대까지는 지하철로만 이동할 경우 2호선 신림역에서 시청 방면으로 19개 역을 지나 신당에서 6호선으로 갈아탄 뒤 5개 역을 더 가야 한다.1시간 정도 걸린다. 나흘간 치러지는 사법시험 2차 시험장소로 고려대가 배정된 고시생들은 고려대 주변 호텔이나 하숙집에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방값이 갑자기 오르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100만원 이상 비용이 들기도 한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2차 시험 응시자만 5000명이 넘고 있는데 대부분 신림동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불만이 대단하다. 고시생들 사이에는 ‘법무부 책임이다’‘서울대가 거부하고 있다.’ 등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임관혁 검사는 “2004년 법무부가 서울대에 시험장소 제공을 의뢰 적이 있었는데 서울대에서 ‘1000명 이상 수용할 건물이 없고 계절학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험생이나 서울대생 모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울대는 기본적으로 사법시험에 협조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고려대나 연세대 등은 모교 출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신림동 터줏대감이 말하는 변화 어느정도 고시 공부의 ‘메카’ 서울 관악구 신림9동에 고시촌이 생기기 시작한 건 30여년 전,1970년대 말로 추정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완공되고 신림9동이 하숙촌으로 변하면서 고시생들의 ‘원룸 하숙방’인 고시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관악산 자락 조용한 언덕배기인 신림9동 251∼254번지 일대에 몰려 있던 고시원과 하숙집에서 고시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일도 하사불성’을 외쳐댔다. 이곳에는 갓 입학한 20대 초반의 대학생도 있지만 30대 후반이나 40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시공부 경력이 15,20년이 훌쩍 넘는 이들은 가히 ‘신림동 터줏대감’이라 부를 만하다. 기혼자도 수두룩하다.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집안이나 아내의 지원을 받는 것도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장수 고시인’들 중에는 고시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고시 관련 책을 쓰거나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고시 합격보다는 고시 공부를 평생의 업처럼 생각하고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고시촌에도 양극화 바람이 분다.90년대 말 신세대 고시생들이 몰려 있는 큰길가의 1500번지 일대에 학원과 미니원룸, 유흥시설이 즐비한 신 고시촌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노장 고시생들은 신림10동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있는 구 고시촌을 ‘신림9.5동’이라 부른다.13일 오후 7시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언덕배기 ‘영복슈퍼’ 앞에서 종이컵에 따른 음료수를 홀짝이며 잡담을 즐기고 있는 노장들 가운데 17년차 고시생 김영식(가명·38)씨를 만나 격세지감을 들어봤다. 김씨는 88학번 법대 출신이다. 대학 3학년이던 90년 고시준비를 시작했다. 사법연수생 300명을 뽑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학원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책을 싸들고 혼자 공부했다. 태학관 등 그 시절 학원들은 법학이 아닌 과목을 공부할 때만 활용했다. 경제학과 문화사, 한국사 등 법학과 관계없는 시험도 치러야 했던 시절이었다. 학원들은 고시생들의 눈치를 보며 하숙집 밥먹는 시간에 따라 시간표를 짰다.“그때 고시촌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즐비했죠.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잔뜩 주눅 들어 어깨도 못 폈습니다.” 95년 학사장교로 입대,98년 전역한 뒤 돌아온 고시촌은 어느새 ‘뉴타운’이 돼 있었다. 책상과 의자 하나에 몸 누일 공간이 전부이던 고시원에 머무르는 고시생보다 번듯한 원룸을 갖춰놓고 사는 신세대 고시생들이 늘었다. 각종 유명 고시준비 학원들도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섰다. 학원 재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고시생들은 학원 스케줄에 따라 생활 사이클을 정하는 학원생으로 전락했다. 식권 수십장을 도매하거나 한달치 식비를 미리 지불하고 먹는 월식을 제공하는 식당도 그즈음 급속도로 늘었다. 사법고시생 외에도 외시, 행시, 기시(기술고시), 변시(변리사시험), 입시(국회사무관시험) 등 각종 고시생들이 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7·9급 공무원 준비생들도 하나둘씩 신림동을 찾아왔다.2004년쯤부터 경찰공무원시험 대비학원도 수요를 따라 생기기 시작했다.“예전엔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고시생들은 사교육 세대라서 그런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공부가 안되는 걸로 생각하나 봅니다. 데모하던 친구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깡다구도 없어 보이고 뭐든 부딪쳐 보는 청년정신도 부족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도 시험 이야기를 할 때는 신세대·구세대 따질 것 없이 합격 여부에 귀가 솔깃해지는 영락없는 고시생으로 돌아왔다.“지난달 2차 시험을 치렀죠. 다음달 24일이 발표일이라는 정보가 도는데 그날 제대로 발표할 지 모르겠네요.”그의 손에 들린 종이컵이 살짝 떨린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사설] 비용도 불만도 세계 최고인 한국교육

    교육인적자원부가 엊그제 발간한 ‘2006년도 OECD 교육지표’는 우리사회의 교육 현실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내용을 보면 학교 교육비 가운데 정부 부담률은 선진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치보다 0.6%포인트 낮았다. 반면 민간 부담률은 평균치의 4배가 넘을 정도였다. 여기에 학교 교육비에는 포함되지 않은 사교육비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 교육비가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아도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각급 학교 교사의 봉급 수준은 초·중·고 모두 10위 안에 들어 있는 데다 특히 15년 경력의 교원을 기준으로 보면 2∼3위에 올라 있다. 미국·일본보다도 교원 봉급이 많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교원들의 연간 수업시간은 초등학교만 평균보다 조금 많을 뿐 중·고교는 상당히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통계가 갖는 의미는 자명하다. 한국사회는 국민 개개인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에 주로 의존해 학교를 운영하며, 그 결과 초·중·고 교원들은 수업 부담이 작으면서도 봉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받는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부는 국민 요구에 맞춰 교육정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하고, 교원들 또한 국민에게 감사하며 2세 교육에 전념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국민의 교육비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처럼 교육에 관한 불만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육 당국과 교원단체들의 맹성을 당부한다.
  • [문화마당] 미술관의 기부문화/임영균 중앙대 교수·사진작가

    미국서부의 관문이자 문화적 전통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중심가 시청앞을 지나가다 보면, 한국사람이라면 번쩍 눈에 띌 만한 색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서울 덕수궁의 석조전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위용의 대형 석조건물에 큰 영어 음각으로 새겨진 ‘이종문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CHONG-MOON LEE CENTER FOR ASIAN ART AND CULTURE)’이다. 어떤 연유로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미국사회에 그렇게 알려지지도 않은 한국계 이민인 이종문씨가 미국 서부문화의 상징도시인 샌프란시스코 중심에 아시아 이민계로는 처음으로 본인의 이름을 내건 대형미술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종문 암백스 벤처그룹 회장은 50을 넘긴 나이에 미국이민을 감행, 실리콘 밸리 성공신화를 이룬 화제의 인물. 그는 1999년 예산이 모자라 문을 닫게 될 지경에 이른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미술관에 1500만달러를 쾌척, 원래 골든 게이트 공원에 있던 미술관을 시내 중심의 새 건물로 옮겨 증축할 수 있도록 했다. 필자는 2000년 4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사진단체전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전시 개막전 행사로 한국의 사회전반에 관한 세미나도 함께 가졌다. 세미나와 개막 행사에 참석한 본인은 한국교포들이 100만명 이상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도 아니고, 뉴욕도 아닌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어떻게 전시가 이루어졌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전시 담당 큐레이터를 통해 알아보니 이종문이라는 한국계 실업가가 거금을 미술관에 기증해 한국미술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고 첫 행사로 한국현대사진전을 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미술관에 대한 오랜 기부금 전통을 갖고 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전설적인 사진가 앤셀 애덤스는 1930년대 뉴욕현대미술관에 사진부가 처음 생겼을 때, 그 당시로선 거금인 5000달러를 새로 생긴 사진부서를 위해 사용해달라며 기부했다. 바우하우스 사진의 대가인 라즐로 모홀리 나기전을 처음으로 개최하고 마침내 서부 풍경사진의 대가인 앤셀 애덤스전까지 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기부와 부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엔 LA 교포 상공인들의 모임인 ‘카파’가 한인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 뉴욕 거주 한인 예술가인 서도호씨의 작품이 LA 카운티 뮤지엄에 영구 소장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까지 교포사회에서 정치헌금은 많이 있었지만 미술관 등에 기부하는 문화헌금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어놓고 있는 단계다. LA 교포들의 뜻깊은 문화후원은 한인교포 역사상 처음으로 LA 카운티 뮤지엄의 한국인 이사가 된 체스터 박의 임명을 축하하고, 교포 예술가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필자는 2000년 방문 교수로 있던 뉴욕대학교 예술대학의 단과대학 명칭이 스타인하트 예술대학이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바뀌어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다. 이는 알고보니 뉴욕의 젊은 실업가 스타인하트 부부가 전혀 연고가 없는 뉴욕대학에 1000만달러를 기증한 데 따른 것이었다. 문화에 관한 한 전락적인 마인드를 발휘하는 나라는 역시 독일과 영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런던 테이트 모던에 걸려 있는 독일 저명 사진가들의 작품 아래 명패에는 대부분 독일 도이치은행 기증이라고 적혀 있다. 독일 도이치은행은 작품을 기증하여 세금을 감면받고, 은행이미지를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테이트 모던 관람객에게 뽑내고, 자국 작가를 외국의 유명 뮤지엄에 소개도 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이제 우리 기업들도 시야를 넓혀 국제적인 문화전략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다.(미국 LA 카운티 뮤지엄에서). 임영균 중앙대 교수·사진작가
  • 휴양도시 변신 라스베이거스를 가다

    휴양도시 변신 라스베이거스를 가다

    번쩍거리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한 몫’ 잡으려는 거대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라스베이거스. 일년 내내 각종 국제 회의와 대규모 전시가 끊이지 않으며 세계 최고의 공연 등 볼거리가 가득한 문화의 도시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가을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글 사진 라스베이거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협찬 : 대한항공 ■ 다양한 볼거리 ‘호텔24시’ 미국인들도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휴양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객실이 몇천 개인 거대한 호텔들로 이루어졌다.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을 위해 다양하고 재미난 공연과 이벤트 등이 매일 열린다. 또한 파리, 로마, 이집트, 베네치아 등 특정한 주제로 꾸며진 호텔에서 걷는 것만으로 전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진다. # 미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은 휴양 도시 수만평의 카지노장에 흥겨운 음악이 흐르면 모든 겜블러들은 게임을 멈춘다. 카지노장 중앙에 무대가 솟아오르고 천장에는 각종 배와 자동차 등 모형들이 무희들을 태우고 날아다닌다. 바로 리오 호텔의 ‘쇼인더스카이’란 쇼이다. 또한 51층 전망대는 저녁에 꼭 한번 올라가기를 권한다. 하늘로 빛을 쏘아올리는 피라미드 모양의 호텔부터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된 도시의 모습에 감탄사가 흐른다. 호텔 로비에 평일 밤 10시까지 무료로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 놓여있다. 아찔한 미녀들의 몸짓과 불꽃쇼, 흥겨운 음악이 함께하는 트래저 아일랜드 호텔의 ‘사일러스 오브 티아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와 재미를 선사한다. 커다란 불꽃, 대포로 배가 부서지기도 하는가하면 마지막에는 커다란 해적선이 인공 호수로 가라앉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또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옮겨다 놓은 듯한 베네시안 호텔에서는 인공 운하를 따라 작은 배를 타고 다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이탈리안 뱃사공의 구수한 노래가 마치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벨라지오 호텔은 천장에 600만달러(약 54억원)짜리 수제 유리 작품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으며 60년대 미국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전시물들 사이를 지나다니는 꼬마 기차가 인상적이다. 환상적인 조명과 1500개가 넘는 시원한 물줄기와 더불어 켈리나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분수쇼도 연인들에겐 인기다. 매일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30분 간격으로 펼쳐진다. 고대 로마제국을 테마로 한 시저스팰리스 호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로 외관을 장식한 룩소 호텔,100여 종 2000마리가 넘는 해양동물을 볼 수 있는 만달레이베이 호텔의 수족관 샤크 리프, 백호랑이와 백사자 등이 있는 미라지 호텔의 시크릿 가든,서커스서커스 호텔의 어드벤처돔, 정확하게 2분의1로 축소된 파리 호텔의 에펠탑과 개선문,11점의 피카소 진품 유화를 만날 수 있는 윙 라스베이거스 호텔 등은 빼놓을 수 없는 명물들이다. 이밖에 용암을 분출하는 미라지 호텔의 화산쇼,370m 거리의 천장에 한국의 LG CNS가 제작한 600만개의 발광다이오드가 화려함을 자랑하는 다운타운 프레몬트 거리의 전구쇼 등 공짜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 꿈같은 무대를 보고 싶다면 라스베이거스에 간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계적 스케일의 공연들이다. 아트 서커스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서크 드 솔레이가 베네시안 호텔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비틀스 러브’는 라스베이거스만의 자랑.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무대에서 그대로 만들어내는 기술과 스케일이 사로잡는다. 또한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의 ‘미스테어’, 만달레이베이 호텔의 뮤지컬 ‘맘마미아’,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가수 샐린 디옹 공연 등 브로드웨이를 방불케 하는 수준 높은 유료 공연들도 매일 밤 펼쳐진다. # 여행정보 대한항공(1588-2001)은 오는 22일부터 주3회 라스베이거스에 직항편을 취항한다. 직항편으로 가면 11∼12시간 안에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할 수 있어 지금처럼 로스앤젤레스를 거치는 것보다 3∼4시간을 아낄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요금은 매일 다르다고 한다. 가장 저렴할 때는 하루에 69달러이지만 컨벤션 기간에는 룸당 500달러를 호가하기도 한다. 각 호텔 홈페이지를 이용해 예약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밖에 다양한 관광정보는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한국사무소(02-777-9282,www.visitlasvegas.co.kr)나 삼호관광(02-771-3575)에 문의하면 된다. ■ 모하비 사막 ‘불의 계곡’ 라스베이거스는 ‘그랜드 캐니언’ ‘죽음의 계곡’ ‘불의 계곡’ 등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 주변에 많다. 그 중에서 15억년 전, 거대한 자연의 힘이 바다를 육지로 만들면서 생긴 ‘불의 계곡’(Valley of Fire)을 가봤다. # 위대한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곳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동차로 1시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불의 계곡은 모하비 사막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불타고 있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불의 계곡의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자 눈앞에 붉은 바다가 펼쳐진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어떻게 붉은 색을 띠고 있을까. 태워버릴 듯한 사막의 강렬한 햇볕을 가슴에 안고 차에서 내렸다. 작은 구멍, 때론 수평으로, 수직으로 선이 그어진 붉은 바위산.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조각을 하듯 무늬를 만들었을까. 바람과 물방울이 만든 자국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도 조금씩 인간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다 밑의 퇴적층이 솟구쳐 화강암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화강암이 공기를 만나면서 온통 붉은 산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동차에서 내려 20여분을 걸었다. 하얀 모래 사막에 발을 디뎌본 느낌이 색다르다. 신기하게 생명체들이 살아 움직인다. 조막만한 다람쥐부터 도마뱀,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바다로 가지 못한 거북이들이 진화를 거듭해 사막에 살고 있다고 한다. 기온이 40℃가 넘는 사막이지만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사는 붉은 땅이었다. 혼자 운전하기 두려운 사람은 반나절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도 좋다. 불의 계곡 한국사무소 (02)734-8397, www.grandcanyon.co.kr.
  • [씨줄날줄] 기자조선/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 한국 고대사의 큰 줄기를 자국사로 편입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과정에서 왜곡된 주장이 적잖게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중국 은(殷)나라의 현인 기자(箕子)가 동쪽으로 와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기자조선을 세웠다는 설이다. 이는 단군조선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한국사가 중국의 영향 아래 시작됐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즉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적극 주장하던 타율성 이론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기자란 역사상 어떤 인물인가. 춘추전국시대의 여러 저작에 등장하는 기자는,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자 폭군인 주왕(紂王)에게 실정을 간하는 어진 신하이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가 조선 땅으로 건너와 나라를 세웠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전국시대와 통일왕조 진(秦)을 거쳐 한(漢)나라가 들어선 뒤에야, 은나라가 망하자 기자가 조선 땅으로 망명해 나라를 세웠으며 이를 중국 왕조가 승인했다는 주장이 덧붙는다. 이처럼 새 기록이 나오는 이유는, 한나라가 중화적(中華的) 세계관을 내세워 천하가 중국 통치권임을 강변하면서 주변국 역사를 제 입맛대로 조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내에서는 ‘기자조선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지성 최치원은 기자가 조선으로 건너와 교화를 베풀었을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나라를 세우지는 못했다고 보았다. 기자조선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고려 중기부터 기자는 급격히 각광을 받게 된다. 한국의 역대 왕조는 애초에 유학을 기본 이념으로 건설됐다는 정치적 선전의 상징으로 이용된 것이다. 기자에 대한 숭모는 조선조 들어 더욱 강해졌다. 현재 한국 사학계는 기자조선을 대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나라보다 앞선 시대의 중국 서책에 이미 조선이라는 국가가 등장하지만 기자와 연계시킨 기록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군조선-위만조선-부여 및 삼국으로 이어지는 한국 고대사에서 기자조선을 따로 구분지을 시대가 기록상이건, 고고학상이건 존재하지 않기도 하다. 중요한 건 중국 사학계가 어떤 궤변을 늘어놓느냐가 아니다. 그 왜곡된 역사 서술을 언제라도 깨부술 만큼 우리 고대사 연구가 두터워져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7)노무라종합연구소

    [세계의 싱크탱크] (7)노무라종합연구소

    |도쿄 이춘규특파원|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1965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싱크탱크라고 자부한다. 현재 연구소 성격은 크게 변했다. 전통적인 싱크탱크 업무 비중은 15% 정도다. 기업처럼 운영되는 연구소 총매출의 85%는 시스템개발이 차지한다. 즉, 사용자가 요구한 어떤 문제점에 대한 해답이나 해결책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에 반영해 재구축하는 일이 연구소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도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싱크탱크이기는 변함이 없다. 특히 아시아 지역 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하이에는 현지 법인을 설립한 상태이고, 서울과 타이완, 싱가포르에 지점을 두고 있다고 오하라 아이 전문연구원은 밝혔다. 2006년 3월 결산에서 연 매출이 2855억엔(약 2조 3696억원)일 정도로 거대 기업이기도 하다. 직원수도 4429명. 이 중 400여명이 싱크탱크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총매출의 구성비율은 62.4%가 금융업체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고, 세븐 일레븐과 이도요카도 등 유통업체가 17.4%를 차지한다. 그 외 민간업체들에서의 매출이 12.9% 이다. 관공서의 컨설팅이나 시스템개발을 해주는 것을 통해 총매출의 7.4%가 관공서에서 나온다. 민영화가 확정된 우정공사의 시스템 개발도 했다. 연구소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88년.1966년 설립된 노무라전자계산센터와 합병,(주)노무라종합연구소로 출범하면서 시스템개발 업무와 싱크탱크 기능을 병행하게 됐다. 후지누마 아키히사 사장은 연구소의 사명에 대해 “부가가치가 높은 선진적인 서비스를 제공, 고객의 기업가치를 높여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경제나 기업의 재생·발전에 공헌하고 싶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1970년대부터 조사와 컨설팅 업무를 시작한 뒤 1995년에는 서울지점을 개설, 기업의 경영컨설팅, 중앙 및 지방정부의 폭넓은 컨설팅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지점에는 30여명의 직원 중 지점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한국인 고급인력이다. 조만간 직원수를 늘릴 계획이라는 것이 노무라측의 설명이다. 일본 기업의 한국진출도 돕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측은 산업자원부의 용역을 받아 한·일간 심각한 무역역조를 시정하는 방안을 연구, 고도의 기술을 가진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물이 ‘재팬 데스크(Japan Desk)´의 설치다.2004년 2월 일본계 첨단부품과 소재기업 투자유치 전담기구로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한국진출 마스터플랜과 조세감면 혜택 등의 인센티브 설계 및 신청 대행 등을 해주고 있다. 그 결과 린텍(LINTEC), 치소(CHISSO), 쿠라모토(KURAMOTO) 등 총 14개사의 한국진출을 지원했다. 지난 4월부터는 일본경제 회복에 따라 일본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활동도 전문기관과 협력, 제공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과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요네야마 스스무 아시아·중국 담당 총괄팀장은 “한국의 거대기업 10개 중 7개 기업이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있다.”면서 “고객들의 세부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자, 자동차, 화학업체 등에게는 사업개발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유통이나 건설업체는 업무혁신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업체에는 마케팅전략 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해외사업에 대한 컨설팅도 한다. 국내 지역개발 사업 컨설팅도 20년정도 해오고 있다. 남해안 관광벨트 사업의 계획 작성과 인천시의 섬개발 프로젝트에도 참가했다. 국토연구원과 공동으로 고속철도 KTX와 관련된 지역개발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일본 정부나 기업들을 상대로 한국사정에 대한 컨설팅사업도 펴고 있다. 브로드밴드시장 조사도 했으며, 기업들을 상대로는 VIP마케팅에 대한 컨설팅을 해줬다. 일본 정부의 의뢰로 금융제도조사도 실시했다. 이처럼 한국과의 깊은 인연 때문에 2004년 12월에는 요네야마 스스무 당시 서울 지점장이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taein@seoul.co.kr ■ 노무라硏 ‘2010’등 출간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지난해 9월 ‘2010년, 일본의 미래상’을 제안했다. 노무라연구소가 일본의 미래전략을 제안하는 싱크탱크라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제안은 ‘2010년의 일본’이라는 책으로 출판돼 인기다. 연구소는 이 책에서 현재 일본이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하며 “2010년은 조직이 사람들을 활용하는 고용사회에서 사람이 자신의 이니셔티브로 조직을 활용하는 ‘기업(起業)사회´로 전환할 호기가 온다.”며 기업들과 개인의 중기전략을 제시했다. 나노테크시장을 진단,‘비즈니스로서의 나노테크 대전(大全)’을 8월 출간했다. 지난 3월에는 스팸메일의 문제를 다룬 ‘전자메일·위기’도 내놓았다.‘제3의 소비스타일’이라는 책은 일본의 소비스타일 변화를 추적, 새로운 마케팅전략도 제시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저출산고령화사회의 정책대응’(2004년),‘경제정책의 과제-경제개혁으로부터 디플레 출구 전략까지’(2004년),‘일본 재생에의 처방전-성장신화의 임종과 새로운 도전’(2003년) 등 화제의 단행본을 계속 출간하고 있다. ■ “한국인, 빠르고 프런티어정신 강해” |도쿄 이춘규특파원|노무라종합연구소의 아시아·중국 담당 총괄팀장인 요네야마 스스무 부장은 “우리 연구소는 구미의 싱크탱크와는 달리 정당과 연결돼 있지 않아 중립적”이라며 “주식회사로서 이익을 내는 것도 목표”라고 설명했다. 민간회사로서 기업과 중앙·지방정부 등이 요구하는 경영 개선 방안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서울지점장으로 근무했다.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국제경쟁력 있는 차세대 성장산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LG, 현대자동차 등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 이어 한국의 경쟁력을 담당할 기업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기업들이 재팬 데스크를 통해 한국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대부분 삼성,LG, 현대차 등과 거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차세대를 리드할 새로운 기업들이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투자가 안 들어갈 것이다. ▶한국경제의 약점은. -국내경제 규모가 너무 작다. 외국에 나가지 않으면, 수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숙명이 한국기업들에는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있다. ▶한국경제의 강점은. -부산이나 광양 등 항구들이 전략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 부산항이 성장한 것은 아시아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인재도 매우 우수하다. 교육 정도도 높다. 아울러 매우 공격적이다. 프런티어 정신도 두드러진다. 매우 빠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세계가 인도를 주목한다. 일본에는 인도를 주목, 진출한 기업이 적지만 한국의 LG 등은 인도진출을 전략적으로 착착 진행해 일본 기업보다 앞서 있다. 중국을 봐도 삼성은 브랜드 조사에서 일본의 유명 전기전자업체보다 인지도가 매우 높다. 한국 기업은 국내 시장이 좁다 보니, 해외전략에 치중해 일본 기업보다 빠르게 멀리 앞서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에 대한 조언은. -차세대 신산업과 신상품개발에 대한 집중과 선택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 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휴대전화나 자동차산업 등의 다음에 (한국경제를 견인할) 산업이 뭔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 기업이 상호 강점을 취합, 전략적인 제휴·연대를 강화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소니와 연대하는 등의 구체적인 연대가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도 적은 상태다. 조금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동아시아 경제권 구상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은. -5월말 삿포로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 때 연사로 얘기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자유무역협정(FTA), 경제연대협정(EPA)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정지된 상태다. 그 대화를 우선 재개해야 한다.FTA는 단기적으로는 손해인 면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장점이 있을 것이다. 벌써 2년 가까이 FTA 실무협상이 열리지 않는 것은 문제다. ▶정치적으로 한·일관계가 아주 냉랭한데….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경제 분야는 결코 나쁘지 않다. 일본의 직접투자가 줄고 있긴 하지만 서로가 아주 주요한 파트너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첨단기술부품의 대일 무역적자가 나쁘다고만 보면 안된다. 삼성이 휴대전화 부품을 수입, 조립해서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는 것은 한국에 도움이 된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나은 점은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점이다. 일본인은 느리다. 이것은 명백한 차이다. 재벌이라는 조직, 오너가 있는 조직의 특성도 있지만 일반인들도 빠르다. 특히 비즈니스면에서 한국인은 빠르다. taein@seoul.co.kr
  • [주일 미군기지를 가다] (상) 美·日 ‘국방공조’의 현장 요코다·요코스카 기지

    [주일 미군기지를 가다] (상) 美·日 ‘국방공조’의 현장 요코다·요코스카 기지

    |요코다·요코스카(일본) 김상연특파원|기자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일본 도쿄 인근과 오키나와에 위치한 주일 미군기지를 둘러보고 미·일동맹의 현주소를 체감했다. 그 소감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사령관과 한국전 당시 유엔군 사령관으로 활약한 더글러스 맥아더와의 가상대화 형식으로 두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기자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맥아더 어서 오세요. 그런데 세상 등지고 쉬고 있는 늙은이는 뭣하러 불러내셨소. ●기자 ‘한국’의 기자가 ‘일본’에 있는 ‘미국’의 군 기지에 왔으니, 당연히 장군을 찾아야죠. 장군의 이름을 빼고 한·미·일의 근현대 전쟁사를 논할 수 있나요. ●맥아더 그렇게 되나요. 사실 2차대전 종전 전후가 내 인생의 전성기였죠. 일본인이 신처럼 떠받드는 천황을 쥐락펴락하고, 또 한국전쟁에서는 인천 상륙작전으로 그림같은 역전 드라마를 일궈냈죠. 그때 공산주의자들 끝장을 봤어야 했는데. 트루먼 그 자만 아니었다면…. 참, 이거 내가 손님을 앞에 두고 흥분하다니. 실례가 많소. 그래, 둘러본 소감이 어떻소. ●기자 뭐랄까요. 여기 오기 전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별개의 집합이란 인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한발 물러서 바라보니, 휴전선을 경계로 해양 자유주의 세력(남한·일본·미국)과 대륙 공산주의(북한·중국) 세력이 덩어리져서 대치하는 그림이 확연히 부각되더군요. 알고보니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최전방, 일본은 후방부대 개념이더군요. ●맥아더 그걸 이제야 아셨소?본토의 요코다, 자마, 요코스카, 사세보와 오키나와의 가데나, 후텐마, 화이트 비치 등 주요 미군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즉각 병력 투입이 가능한 유엔사 후방부대들이라오. 미군이 괜히 일본에 5만여명이나 주둔하고 있는 줄 아시오? ●기자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주일 미군기지의 재배치 계획이 2014년 완료를 목표로 한창이더군요. ●맥아더 그럴 때가 됐지요. 사실 처음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 들어왔을 때는 전쟁 통에 경황이 없어 아무 데나 막 기지를 건설하고 그랬어요. 이젠 두 나라의 국력도 커지고 국제정세도 변했으니 합리적으로 정비해야죠. 어떻게 바뀌나요. ●기자 가장 큰 변화는 섬 전체가 미군기지화돼 있는 오키나와에서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미 해병대 8000여명이 2014년까지 미국령인 괌으로 이전합니다. 후텐마 해병 항공부대 기지도 오키나와 북부의 슈와브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본토에서도 변화가 있는데, 미국 워싱턴주의 미 육군 1군단 사령부가 도쿄 인근의 자마 기지로 2008년까지 이전합니다. ●맥아더 복잡하군요. ●기자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주일 미 육군의 허브 기지는 자마, 해군의 허브는 요코스카, 공군의 허브는 요코다(수송)와 오키나와의 가데나(전투)기지입니다. ●맥아더 내가 오히려 브리핑을 받다니…. 요코다, 자마, 요코스카 기지는 도쿄에서 차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지요. 직접 보니까 어떻소. ●기자 먼저 주일미군 사령부와 미 5공군 사령부가 있는 요코다 공군기지를 찾았습니다. 주일미군은 해·공군 위주이기 때문에 공군의 3성(星)장군이 주일미군 사령관을 맡고 있는 게 특이했습니다. 그런데 도쿄돔 153개를 모아놓은 크기라는 요코다엔 채 10대의 항공기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평소엔 거의 비어 있다가 한반도 등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군수품과 병력의 집결지 역할을 한다고 하더군요. 항공기 100대의 동시 작전이 가능한 규모랍니다. ●맥아더 요코스카는 어땠습니까. ●기자 세계에서 가장 큰 해군기지라는데, 겉보기에는 그리 무시무시하지 않았습니다.1조원을 넘는다는 이지스함이 2척 이상 정박해 있었는데, 외양은 그냥 평범한 군함같았습니다. ●맥아더 이지스함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일반 순양함이나 구축함의 하드웨어에 첨단 이지스 체계를 갖춘 것이니 그렇겠지요. ●기자 최신 무기인데도 잘 아시는군요. 미 해군의 최신 이지스 구축함인 ‘머스틴’(2003년 취역)과 스탠더드 요격 미사일(SM-3)을 싣고 샌디에이고에서 막 투입된 이지스 순양함 ‘샤일로’가 나란히 정박해 있었습니다. 그 중 머스틴에 직접 오르는 기회를 얻었는데, 배 앞뒤의 대포와 발칸포를 제외하곤 어떤 화기도 돌출해 있지 않은 게 특이했습니다. 심지어는 레이더도 안에 내장돼 있더군요. 이지스 체계를 종합지휘하는 ‘전투정보센터’는 적의 공격을 피해 배의 정중앙에 꽁꽁 숨어 있었습니다. 가로·세로 60㎝가량의 SM-3 발사대가 앞쪽 갑판에 32개, 뒷 갑판에 64개가 뚜껑에 덮인 채로 비치돼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맥아더 요즘 주일미군의 최대 관심사가 북한 대포동 미사일 요격인가 보군요. ●기자 그런가 봅니다. 미국은 또 10월까지 도쿄 인근과 오키나와에 최신 패트리엇 미사일(PAC-3)을 다수 배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맥아더 아∼, 요코스카에 한번 가보고 싶군요. 어떻게 변했을지. ●기자 참, 그렇지요. 요코스카는 장군께서 일본으로부터 항복 서명을 받은 곳이지요. 이번에 듣고 놀란 게, 미군이 전후에 요코스카 항을 사용하려고 전쟁 당시 일부러 항만시설에 폭격을 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 와중에 그런 머리를 내다니, 미국이란 나라는 정말 용의주도하다는 생각입니다. ●맥아더 그렇습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감정적으로 뭔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착각은 없을 겁니다. ●기자 이번에 주일미군 기지를 돌아보면서 한국내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과 관련해 일부 보수 진영에서 국면을 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불만을 품고 감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논리는 둘째치고,‘일본은 연합사 체제로 가는데, 한국은 왜 거꾸로 가려고 하느냐.’‘이러다가 주한미군 사령관은 3성장군으로 전락하고, 주일미군 사령관이 4성장군이 될 수도 있다.’는 그들의 주장에 대해 주일미군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까 “금시초문”이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군요. 오히려 “연합사가 없어도 미·일간에 긴밀한 작전협조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자부하더군요. 요코스카에서는 “해상자위대와 미 해군은 1년에 100회 이상 합동훈련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유대를 자랑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맥아더 아, 작통권 말씀이군요. 이승만 대통령이 나한테 작통권을 넘겼을 때 한국군의 역량은 너무나 미약했지요. 지금과는 비교가 안될 겁니다. ●기자 이번에 미국사람들의 얘기를 직접 들으면서 한국사람으로서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일미군 사령관에게 작통권 논란에 대해 물었더니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지도자의 판단을 따르는 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우리가 그동안 자기비하에 너무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모름지기 스스로를 모욕한 연후에 남으로부터 모욕을 받는다.”는 맹자(孟子)의 경구는 바로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닐까요. 대통령이 안보를 자주(自主) 운운하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의 다수가 선출한 대통령을 좌파적이니, 친북적이니 하고 공격하는 것은 결국 우리 얼굴에 침을 뱉는 자해행위는 아닌지…. ●맥아더 어디가나 국가 대사를 놓고 편을 가르는 것을 즐기는 무리들이 있으니 어쩌겠습니까. 군인들이라도 중심을 잡고 ‘의무’‘명예’‘조국’이란 숭고한 단어를 향해 나가야지요. 다음 행선지는 어디입니까. ●기자 오키나와입니다. ●맥아더 아∼, 오키나와…. 태평양 전쟁 당시 참으로 격렬했던 곳이지요. carlos@seoul.co.kr
  • ‘서울대 - LG 프레스 펠로십’ 개막

    LG상남언론재단은 4일 서울대에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공동으로 해외 전략지역 한국전문기자 육성 프로그램인 ‘2006 서울대-LG 프레스 펠로십’ 개회식을 가졌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브릭스(BRICs)’를 비롯해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폴란드, 멕시코, 필리핀, 베트남 등 8개국의 주요 신문기자 8명이 초청됐다. 이들은 오는 28일까지 4주간 서울대에서 언론실무 교육과 함께 한국사회와 경제, 문화 관련 강의를 듣고 LG상남언론재단의 지원으로 개별 취재활동을 한다.또 LG화학 대덕 기술연구원,LG전자 구미공장의 PDP,LCD TV 생산라인과 평택디지털파크 및 창원공장,LG필립스LCD의 파주공장 등 LG의 전국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국내 첨단 미래사업의 생산현장을 확인하는 시간도 갖는다. 올해로 10회째인 ‘서울대-LG 프레스 펠로십’은 한국의 해외진출 전략지역에 친한(親韓)적인 한국 전문기자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 14개국 64개 언론사에서 98명을 초청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불안·반항·충동… 내 사춘기의 기억

    불안, 콤플렉스, 예민함, 반항심, 성적 충동, 모범생에 대한 강박…. 이들이 대체로 사춘기에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이라면 현대 한국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겪은 급격한 변화현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1일부터 서울 태평로2가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사춘기 징후’전은 우리 동시대 미술가들이 소년기나 학창시절, 또는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주변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진행해온 작업의 결과물들을 보여주는 자리다. 사회 변동기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심리적 갈등이 청소년들이 ‘사춘기’라는 인생의 과도기에 겪게 되는 내면적 모순과 놀랄 만한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에 착안한 전시다. 회화, 설치, 영상, 사진, 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김홍석 박진영 배영환 서도호 새침한YP 양만기 오형근 임민욱 장지아 최민화 플라잉시티 현태준 등 12인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김홍석은 ‘와일드 코리아’란 단편영화를 통해 오늘날까지도 버젓이 전략으로 활용되는 해묵은 색깔론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서도호는 60개의 옛 교복을 이어붙인 조형물을 통해 개인의 자율성이 박탈된 학교생활의 단면을 보여준다, 오형근은 한국사회가 교복 입은 여학생에게 요구하는 표정연기 사진을 통해 억압의 장치인 교복과 도덕적 규제의 양면성을 다룬다. 이밖에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미미한 존재들을 분홍색 화면에 동양화적 선묘로 형상화하거나(최민화), 도시기반 구조의 취약성은 내버려둔 채 혼잡도만 커져가는, 즉 사춘기적 징후가 만연한 서울의 삶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데이터들을 시각화(플라잉 시티)한 조형물 등도 눈길을 끈다.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들이 각기 겪은 사춘기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상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 같다.11월5일까지.(02)-2259-7781.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BooK Review] 일제에 근대화도 박탈당했다

    대한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에 반짝 얼굴을 내비친 불운한 존재였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남다르다. 대한제국의 국새를 소재로 한 영화 ‘한반도’에서 우리는 맹목적인 민족주의의 기미를 어렵잖게 느낄 수 있다.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나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한제국에 관한 한 우리는 너무나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고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성을 생명으로 하는 학계에서도 대한제국은 감정 섞인 논쟁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른바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의 논란이 벌어지면 으레 친일파니 국수주의자니 하는 비난의 언사가 동원된다. 대한제국의 역사성을 긍정하는 역사학계 내부에서도 이견은 여전하다. ‘대한제국은 근대국가인가’(푸른역사 펴냄)는 이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보다 생산적인 관점에서 대한제국의 근대성을 규명해 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책이다. 저자는 한영우(한림대)·서영희(한국산업기술대)·이윤상(창원대)·전봉희(서울대) 교수 등 7명. 지난해 한림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주최한 ‘대한제국은 근대국가인가’라는 제목의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완해 단행본으로 묶었다. 일부 경제사가들은 대한제국과 고종의 전진적인 개혁에 대한 평가를 철저히 부정하며 대한제국을 ‘부패타락한 봉건적 가산국가’ 혹은 ‘봉건적 구체제’로 깎아내린다. 대한제국은 그 부패성과 전근대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은 한국사에서의 ‘근대개혁’은 을사늑약 이후의 일제시대에 들어서이고, 해방 후의 ‘산업화’도 일제시대에 이뤄진 ‘식민지 근대화’의 성과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한 대한제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탈민족주의로 포장하려는 움직임을 한껏 경계하는 한영우 교수는 “내재적 발전론은 편협한 민족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해방 후 학계의 주류를 형성해온 실증사학의 성과”라며 “일제시대는 근대화 시기가 아니라 ‘근대를 박탈당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서영희 교수는 국가론적 측면에서 대한제국의 성격을 살핀다. 서 교수는 대한제국은 신분제 사회를 뛰어넘은 정권이란 점에서 조선왕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개항 이후 분열된 위정척사파나 급진개혁파도 대한제국기에는 정권에 참여하지 못했으므로 대한제국은 보수적 유교정권도 급진개화파적 정권도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제국은 전통과 근대를 절충한 구본신참(舊本新參)의 중도적 정권으로 우리식 근대화를 추진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대한제국의 근대성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이 대한제국이 부국강병과 산업진흥을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성과가 어떠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윤상 교수에 따르면 대한제국은 황실 직속의 궁내부 내장원 산하에 여러 산업기구들을 둬 식산흥업과 징세사업에 힘을 쏟았다. 특히 국가 세입의 근간이 되는 지세(地稅)를 늘리기 위해 1899년 이후엔 양전지계(量田地契) 사업도 벌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사업은 러일전쟁으로 중단돼 원래 계획된 사업의 3분의2를 수행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이 교수는 대한제국의 산업정책이 부분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실패한 본질적인 이유를 일본의 침략과 방해에서 찾는다. 대한제국은 아직 학술적으로 성격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채 대중의 기억 속엔 우울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연구가 미진한 만큼 바라보는 시각 또한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대한제국에 대한 극단적인 부정적 해석만큼은 극복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적어도 대한제국에 ‘중세적 가산국가’니 ‘무너져야 할 앙시앙 레짐’이니 ‘부패무능한 정권’이니 하는 멍에를 씌우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대한제국은 ‘근대국가’다.1만 65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여행·레저 단신]

    ●꿈같은 말레이시아 리조트에서 하룻밤 샹그릴라 말레이시아 리조트 한국사무소가 말레이시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여행객을 위해 한글로 만든 관광홍보책자를 무료로 나눠준다. 리조트 내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비롯해 리조트가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리조트 정보를 한글로 번역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게 만들었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페낭에 위치한 리조트로 샹그릴라 호텔 한국사무소 홈페이지(www.ishangri-la.co.kr)를 통해 신청하면,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한편 오는 9월28일 전면 보수를 통해 다시 오픈하는 프리미엄급 리조트인 샹그릴라 라사사양 리조트&스파의 홍보물을 신청하는 여행객(15명)에게는 9월28일 추첨을 통해 고급 메모수첩과 여행용 가방, 티셔츠 등을 나누어준다. ●한국관광통역 주말반 개설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투어플래너(여행상품 전문기획자) 양성과정’을 개설해 주목을 끈 한국관광통역연합회가 바쁜 직장인 등을 위해 주말반을 개설한다. 투어 플래너란 여행상품의 개발, 기획, 준비진행서부터 시장조사, 아이디어 창출, 사업성 분석 등에 이르기까지 여행 상품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여하는 종합기획자로서 일본에서는 취업선호도 1위에 꼽히기까지 한 바 있는 미래의 유망 직종이다. 교육내용은 관광론, 여행상품론, 경영론, 테마투어 개발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교육기간 현장 실습교육도 진행된다.(02)6273-8594,www.planner.or.kr ●비발디파크 새달 16일 대규모 콘서트 대명리조트는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오는 16일 대규모 콘서트를 갖는다.340만평 대자연위에 팔봉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대형 야외 클래식 콘서트로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금난새, 뮤지컬 명성황후의 주역 이태원,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아,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가 마련돼 초가을 밤을 수놓는다.www.daemyungresort.com
  • [씨줄날줄] 민심과 파시즘/이목희 논설위원

    1차대전 패배 후 독일은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헌법을 만들었다. 바이마르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수준을 높이면서 사회정책적 조항까지 망라했다. 히틀러는 이런 훌륭한 제도 속에서 정권을 잡았다. 대중의 절대지지를 통해 독재자, 침략자의 길을 걸었다. 20세기의 석학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파시즘의 득세 원인을 분석했다. 투쟁을 통해 정치·종교적 자유를 얻어낸 대중은 고독·불안·무력감을 느낀다. 이를 극복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적극적 자유로 나가면 좋다. 그것이 안 되면 아예 자유를 포기하고 강한 힘에 종속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풀이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5·31 지방선거 결과를 ‘파시즘 위기’로 연결지어 파문을 일으켰다.“1930년대 대공황을 전후해서 유럽에서 파시즘이 대두한 것처럼 우리 사회도 그런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냉전수구세력의 대연합을 경계하는 언급도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국민이 얼치기 포퓰리즘 정권에 퇴출명령을 내린 선거결과를 호도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우리 사회를 70,80년전 유럽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민주세력이 무능하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렇다고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등장하는 상황과 한국을 연결짓는 언사는 민심 모독이다. 프롬의 분석 잣대를 지금의 한국사회에 들이댈 수 없다고 본다. 다만 한국정치에서 포퓰리즘과 파시즘 경향이 농후한 측면은 경계가 필요하다. 우리 정치인들은 좌우 이념을 떠나 포퓰리즘과 파시즘적인 행태를 자주 보이고 있다. 포퓰리즘은 대중에 무조건 영합하는 기회주의 근성으로 나타난다.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면, 그것은 파시즘 성격을 띠게 된다. 가장 나쁜 행위는 포퓰리즘과 파시즘을 부추겨 놓고 그를 민심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민주 투표를 통해 히틀러와 같은 독재세력이 한국에서 출현할 가능성은 이제 없다. 그러나 집권을 위해, 또 집권한 뒤 포퓰리스트나 파시스트 흉내를 내려는 지도자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이들을 가려내는 혜안을 가진 민심을 기대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5) 님의 기도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5) 님의 기도

    지난번(34회 글)처럼 인격적 정신보다 자연적 사실의 진리를 더 설파하면, 기도하는 종교적 마음이 생길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부처님’,‘하느님’ 같은 개념은 인격적 개념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한국어의 님은 오로지 존칭적 인격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해님, 달님, 별님처럼 자연적 사물에 대해서도 사용된다. 민간신앙에서 한국인들이 기도하고 귀의하는 일체존재가 다 님이 된다. 님은 한국인의 심리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깊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주자학은 매우 합리적 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데, 한국주자학은 이런 이지적 탐구의 학문을 넘어 다사로운 기도의 의미를 은연중에 안고 있다. 특히 퇴계유학이 이런 님의 종교성을 풍긴다. 주희가 아주 소극적으로 쓰던 상제(上帝=님)라는 개념을 퇴계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주리(主理)유학의 거봉 퇴계는 만년에 상제개념을 상징하는 이능자도설(理能自到說=理가 스스로 내림함)을 제창한다. 퇴계의 태극지리(太極之理)는 우주의 추상적 원리보다 오히려 우리의 경배대상이 되는 인격적 상제를 더 짙게 함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는 퇴계의 유학이 자연적 신학사상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퇴계의 유학사상은 한국사상사에서 저 인격적 정신주의의 전통이 가볍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퇴계가 어느 유학자보다 더 경(敬)공부를 강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경사상은 초월적 인격과 합일하기 위한 마음의 수의성(隨意性=상제의 뜻을 따름=disposability)과 다름없겠다. 그러나 인격적 정신주의의 철학은 그것이 지닌 고상한 이념에도 불구하고, 은연중에 인간과 신처럼 인격적인 것이 아닌 비인격적 사물들을 늘 주인인 정신이 소유가능한 도구로 여기는 인간중심주의적 생각에서 해방될 수 없다. 인격적 정신주의는 본의 아니게 이 우주를 주인과 손님으로 이분화하고 주인의 소유주의를 정당화하는 철학을 잉태한다. 이번 글은 자연적 사실주의에서도 님의 존재와 종교적 기도의 의미가 우러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한국사상사에서 님의 존재는 인격적 정신의 존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만해스님의 유명한 장편시 ‘님의 침묵’의 몇 구절을 인용하련다.“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님의 존재가 오동 잎, 푸른 하늘, 고요한 하늘의 향기, 작은 시내의 노래 소리 등으로 다양하게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님은 인격적 존재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미학적 모습을 담고 있다. 님은 한국사상에서 사랑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사랑하는 존재가 오직 인격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대체로 사랑이란 말을 감상적, 낭만적 차원에서 사용하기를 즐긴다. 이런 사랑을 ‘낭만적 거짓말’(romantic lie)이라고 프랑스의 20세기 철학자인 지라르가 그의 ‘낭만적 거짓말과 공상적 진실’에서 언급했다. 남녀간의 애욕은 본능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소유욕의 은유법에 불과하고, 그 애욕에는 경쟁과 질투와 환멸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그런데 인간사회가 그런 애욕을 불멸의 사랑이란 이름으로 애드벌룬처럼 붕 띄우는 ‘낭만적 거짓말’을 지라르는 냉혹하게 분석한다. 만해의 님은 낭만적 애욕의 상징이 아니다. 그 까닭을 다음의 시구들이 말해준다.‘님의 침묵’의 한 절구에서 만해는 ‘달콤하고 맑은 향기를 꿀벌에게 주고 다른 꿀벌에게 주지 않는 이상한 백합꽃이 어데 있어요/자신의 전체를 죽음의 청산에 제사지내고 흐르는 빛으로 밤을 두 조각으로 베히는 반딧불이 어디 있어요/아아 님이여 정(情)에 순사(殉死)하려는 나의 님이시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어요/(…)’라고 묘사했다. 또 다른 한 절구에서는 ‘님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어여쁘다는 말은 인간사람의 얼굴에 대한 말이요 님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쁜 까닭입니다/(…)’라고 묘사되어 있다. 만해의 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잠깐 우회의 길을 가자. 하이데거가 인격적 정신주의와 연관된 존재자학(ontic science)과 자연적 사실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존재론(ontology)을 각각 구분하였다.(15회 글) 그가 다시 재래의 서정시(poem=Poesie)와 존재론적 시(ontological poetry=Dichtung)를 역시 구분했다. 서정시는 시인의 자아적 감정에 느껴지는 모든 것을 노래하는 낭만적 시다. 그런데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적 시는 그런 주관적 자아의 서정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감정이 비워진 무아의 평온한 마음에 비쳐지는 존재의 사실을 그대로 현시한다. 서정시의 주체는 서정시인인 ‘나’(I)인데, 존재가 계시하는 말은 ‘그것’(It=Es)의 말(17회 글)이다. 자아의 주관적 감정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법인 사실의 존재가 삼인칭 단수로 말한다. 존재의 말을 받아 모시는 시인과 철학자를 ‘존재의 목자(牧者)’(shepherd of Being)라고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숲길’에서 언급했고, 또 존재의 시와 존재의 사유는 존재의 진리를 보호하는 ‘존재의 집짓기’에 해당한다고 언명했다.14세기 독일의 신학자 에카르트가 특이하게 신(神)을 ‘그것’(Isness)이나 ‘무’(nothingness),‘존재가 없는 존재’(beingless Being=존재자가 아닌 존재) 등의 개념으로 천명했다(17회 글). 이 에카르트의 신학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인격적 하느님의 신학과 아주 다르다. 그의 신은 인격적 절대자가 아니고, 우주의 사실적 존재 자체와 같다. 에카르트가 말한 신의 존재로서의 ‘그것’은 16세기 조선의 서산대사가 부처를 우주적 사실로서 지적한 ‘그것’(渠)과 다르지 않겠다. 에카르트에게 신은 ‘그것’이다. 그가 말한 ‘그것’은 신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우주의 근원적 사실과 힘으로서 텅 빈 무(無)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신에 대한 기도도 인격신에 대한 소유적 갈구가 아니라, 무심하게 마음을 비우는 행위로 이해된다. 그가 ‘명상록’에서 남긴 말이다.“우리는 무심하게 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너의 영혼이 마음의 정신적 활동도 영상이나 표상도 없이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 너의 영혼이 모든 마음에서 벗어나라.” 영혼을 무심지심(無心之心)의 상태로 유지하라는 뜻이겠다. 또 에카르트는 ‘나는 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신에게 기도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무심하게 마음을 비움으로써 영혼이 우주의 ‘그것’과 합일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 공자가 ‘장자’ 속에서 설파한 심재좌망(心齋坐忘=마음이 재계해서 온갖 것을 잊고 만물과 일체가 됨)의 경지와 다르지 않겠다. 서산대사와 에카르트, 하이데거가 공통으로 언명한 ‘그것’의 의미는 곧 우주의 진리가 인간중심으로 소유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겠다.‘그것’이 곧 우주의 본성으로서의 법성(法性)이고, 그리스도성이고, 천성이고, 양지(良知)고, 불성이다. 존재론적으로 ‘그것’은 우주의 일심(一心)이다.(30회 글) 이 말은 우주가 죽은 추상적 법칙의 세계가 아니라, 무한대의 고갈되지 않는 태허기(太虛氣)를 바탕으로 하여 생멸하는 존재론적 욕망의 표현임을 말한다. 우주가 기(氣)의 욕망이고, 마음도 기(氣)의 욕망이니 우주와 마음이 하나다.(1·16·23회 글) ‘그것’은 일심의 우주가 스스로 지닌 지혜다. 우주의 일체가 다 동기(同氣)로 엮어져 있다. 서로 존재하게끔 동기로 엮어져 있는 우주가 어찌 지혜없이 제멋대로 지리멸렬할까? 만약 그렇다면, 일체 동기하는 일심은 불가능하겠다.‘그것’은 지혜일 뿐만 아니라, 또한 자비이기도 하다. 지혜와 자비(사랑)가 바로 우주의 진리다. 일체 동기가 서로 존재하게끔 천을 짜나가는(34회 글) 지혜는 동시에 일체가 일체에게 복락을 주려는 자비와 같다. 이 우주를 소유론적으로 보면 지옥이 되나, 존재론적으로 보면 우주는 바로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자리에서 바로 천국이 된다. 외경으로 취급되는 도마복음(113절)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천국은 언제 오느냐 하고 물었다. 예수님이 가로사되 천국은 오지 않을 것이다. 너희가 그곳을 기다린다면, 여기를 보라든가 저기를 보라든가 하는 식으로 아무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나라가 이 지상에 이미 퍼져 있으나, 아무도 그것을 보지 않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인간이 나중심이나 인간중심을 버리지 않는 한에서 인간은 소유욕의 차원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인간이 소유주의를 초탈할 때에, 인간은 우주의 ‘그것’(지혜와 자비)과 하나가 된다. 존재론적 기도는 소유론적 기도처럼 나중심의 소유적 갈구가 아니라, 무심한 마음이 우주적 지혜와 자비와 하나가 되기를 욕망하는 것과 같다. 기도는 나중심과 인간중심을 해체시킨다. ‘님의 침묵’은 불승이자 망국의 정한(情恨)을 지닌 시인이 조국의 산하와 역사를 님으로 모시면서 그 님과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는 존재론적 기도의 노래다.‘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이다’로 시작하는 님의 노래는 끝에 가서 ‘네네 가요 지금 곧 가요’로 대미를 장식한다.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역사와 산하대지가 다 훼손되는 현실에서 만해는 한국인의 님이 떠난 부재를 보았고 그 슬픔을 탄식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오려는 님을 마중하러 급히 떠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글로 장편시의 막을 내린다. 님과의 이별과 그 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이에 그는 님과 하나가 되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우리는 기도하자. 기도하되 나의 소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공동 존재의 복락을 위하여 님에게 기도하자. 그 님은 바깥에 있는 초월적 존재자가 아니고, 바로 사심을 버린 우리 마음이다. 그 님은 우주적 지혜와 자비로 변한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만해가 찾던 님은 바깥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송두율칼럼] 몸과 사회

    [송두율칼럼] 몸과 사회

    최근 한국의 인터넷 매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 가운데 ‘몸짱’과 ‘얼짱’이 있다. 거의 매일 날씬한 몸매나 멋진 남녀들의 사진과 함께 등장하는 몸짱과 얼짱에 관한 기사 없이는 신문이나 포털이 존재할 수 없을 것처럼까지 보여진다. 물론 이런 현상이 유독 한국적 현상은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죽을 때까지 우리의 존재를 지탱하는 유일한 장소다. 따라서 몸의 생물학적 의미는 우선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동시에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상징으로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몸은 건강이나 질병과 연관되어 일차적으로 문제되지만, 사회-문화적 가치와 규범, 그리고 이념체계에 의하여 생산되며, 또 몸은 일을 통해서 사회적 현실을 적극적으로 구성한다. 즉 몸은 사회적 산물이며 동시에 사회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힘이다. 그러나 몸의 사회적 의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잊혀졌다. 1970년대에 들어서서 몸의 문제는 격리나 감금, 또는 고문과 같은 체벌(體罰)과 관련시켜 근대이성의 폭력적 구조를 고발한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의 연구를 필두로 해서,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서 여성해방운동과 접목되면서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 속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여성의 몸이 사회적으로 생산되는데 있어서 남성위주의 몸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런던의 빅토리아와 앨버트(Victoria & Albert)박물관에는 1800년경에 그려진 작자미상의 ‘아름다움을 위한 학교’라는 그림이 걸려 있다. 우락부락한 남성들이 여성을 천장에 매달고 목을 강제로 늘이기도 하고 여성들의 몸매를 자로 재어 보고 야단치며 조련시키는 장면들을 이 그림은 보여주고 있다. 몇년 전 어느 일본의 대기업이 영국에서 여직원을 채용할 때 미모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가 사회적으로 말썽을 일으킨 적이 있고, 중국과 한국에서도 많은 여성이 직장을 얻기 위해서 성형수술까지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이곳 언론매체에 종종 등장하는 것도 여성 몸의 사회적 생산이 아시아사회에서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한국적 맥락에서 여성의 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 온 남성의 욕망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민족국가 단위의 경계를 허물고 오늘날 지구적 범위에서 움직이는 자본과 이를 연결시키고 있는 정보의 그물망이 한국여성의 몸을 엮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여성의 몸을 서양의 유행산업이 경쟁적으로 개발해온 여성미학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을 포함한 모든 상징적인 것이 상품과 정보로서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는 오늘날, 지구적 범위에서 우리의 삶을 생산하는 ‘제국(帝國)’의 ‘생물학적 권력’을 문제삼는 네그리와 하트의 견해에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 건강과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몸이 사회적 생산과정에서 심하게 왜곡되고 있는 경향에 맞서 진정한 ‘몸의 귀환(歸還)’을 내세우며 여성주체로서의 몸을 정립하려는 서양의 많은 담론이 한국사회에서 몸의 사회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지만 몸짱과 얼짱으로 현재 도배되는 정보와 광고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건강과 아름다움이라는 이름 밑에 몸에 가해지는 폭력과 전횡(專橫)이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몸짱과 얼짱에 대한 공허한 이야기보다는 ‘마음짱’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더 자주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서양과 달리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하나로 여기고 진정한 몸사랑(愛身)을 가르친 동양의 사상적 전통을 새삼 떠올려 본다.
  • [옴부즈맨 칼럼] 새 지면 충실한 변화 기대/양승찬 숙명여대 언론학부 교수

    지면의 변화가 많았던 한 주였다. 무엇보다 서울신문의 특화된 분야가 확실히 드러난 지면을 접할 수 있어 반가웠다.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수도권과 지역 독자를 위해 자치행정면을 강화한 것은 서울신문의 강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아주 좋은 변화다. 자치구 소식은 물론 구의회의 움직임까지 상세히 전달하겠다니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중앙정부와 중앙정치의 이슈에 치중하면서 전국적인 영향력의 차원에서 뉴스를 다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런 뉴스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힘든 정치, 사회 이슈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 참여이고, 이러한 참여를 독려하고 도울 수 있는 유용한 지역 정보의 제공은 언론의 몫이다. 서울신문이 자치행정면을 앞으로 어떻게 채울지 기대된다. 지난주 인천 계양산 개발 논란과 서울 지하철 8호선 연장과 관련한 이슈 등 실생활과 밀접한 지역 문제를 다룬 것을 보니 변화의 가능성이 보인다. 동작구의 자원봉사자들을 다룬 ‘해피콜 주부들’ 기사 역시 우리 주위 사람들이 자치행정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보여준 중요한 기사였다. 새로 시작한 지면이라 구청장과 구의원을 소개하는 코너를 등장시킨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치행정면의 구성에서 홍보성 보도자료는 늘 경계하기 바란다.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제공하는 중요한 행정정보의 전달과, 이들에 대한 감시와 평가 역시 균형을 이루는 지면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면변화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타블로이드 40면으로 제작되던 주말매거진 ‘We’를 신문판형으로 발행하면서 건강, 레저, 연예, 생활에 대한 정보의 고급화를 추구한 개편에 대한 평가는 일단 유보하고 싶다. 24일 첫 발행에서 레이싱걸을 밀착 취재한 내용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과잉 등장하는 사진을 전면에 걸쳐 게재한 것은 주말매거진의 취지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주중 지면에서 연예와 관련한 내용을 자제하고 대중문화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주말매거진에서 가벼운 연예기사를 다룰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일상의 방송프로그램, 무가 생활정보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만난다,´ ‘떠난다,´ ‘즐긴다´라는 기획코너를 구분한 것은 재미있고 눈에 띄지만 독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정보를 줄지 의문이 든다. 맛집 소개, 음식, 여행 관련 정보는 즐기고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효용 극대화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말에 독자들이 몸의 웰빙에만 관심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콘텐츠의 고급화를 주말매거진 개편 목표로 삼으면 어떨지.‘아는 것이 힘이다’는 코너에서 고사성어와 외국어 몇 문장을 소개하는 것은 교양정보의 구색을 맞춘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의 교양을 높이는 데 진정으로 힘이 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난주 서울신문이 기능과 효율이 중시되는 한국사회에서 문화콘텐츠의 보고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다룬 바 있다. 독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여주는 기획물을 주말에 배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기획하여 연재하고 있는 ‘종교건축이야기’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철학산책’ 등은 일상에 바쁜 주중에는 편하게 접하기 어려울 수 있는, 조금은 긴 호흡의 콘텐츠이다. 하지만 이 연재물들은 서울신문만의 것이고 독자들의 교양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조금 한가한 주말시간에 읽을 수 있도록 개편한 16면에서 특화해 편집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학부 교수
  • “짝퉁이라도…” 명품病 한국인

    “짝퉁이라도…” 명품病 한국인

    남에게 그럴싸하게 보일 수만 있다면 가짜라도 마다 않는 한국인의 습성은 이미 해외에서도 유명하다.‘짝퉁의 천국’으로 통하는 중국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가짜 명품 시장은 대단한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뤄후지구의 ‘비밀 짝퉁명품 창고’를 둘러봤다. “명품 있어요, 명품” 지난 27일 오후 2시 중국 광둥성 선전시 뤄후(羅湖)상업구의 뤄후시장. 홍콩과 근접해 있는 뤄후상업구는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 선전시에서도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가게 주인마다 짝퉁창고… “얼마든지 공급” 택시에서 내린 한국 손님을 가장 먼저 붙잡은 사람은 유창한 한국말로 호객하는 중년 여인이었다. 냅다 손을 뿌리쳤지만 그 여인은 에스컬레이터 몇개층을 따라붙으며 귀찮게 했다. 한 기념품점에 들어갔다. 한 점원이 다가와 자기를 ‘칭칭’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귀에 조용히 ‘밍핀’(명품)을 속삭이자 밖에 나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슬그머니 두툼한 카탈로그를 꺼낸다. 수백가지의 시계, 가방, 구두 명품이 빼곡하게 소개돼 있다. 순간, 가게 문앞을 누군가 지나가자 거칠게 카탈로그를 뺏는다. 중국 내 가짜 명품단속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윽고 칭칭은 한국말로 “약간 멀기는 한데 우리 명품창고로 가자.”며 가게 밖으로 앞장서 나갔다. 폭염 속을 20여분간 걸어 20층 건물로 들어섰다.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6층에 이르자 일반 살림집 같은 주택이 나타났다. 방 3개짜리 20여평의 ‘짝퉁 명품’ 창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이 창고지 번듯한 가게 수준. 가장 큰 방에는 시계, 핸드백, 지갑, 여행가방이 수천개 진열돼 있다. ●휴가때 한 가게에 수백명 몰려 안내대에는 한국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 물품목록이 따로 정리돼 있었다. 물건을 고르고 곳곳에서 흥정하는 소리로 에어컨을 틀어놓은 창고는 무척이나 어수선하고 더웠다. 정품이 60만원인 ‘던힐’ 가방은 중국돈으로 500위안(6만원),70만원이 넘는 루이뷔통 핸드백은 600위안(7만 2000원)에 가격을 부르고 있었다.‘보스’ 명함지갑은 50위안(6000원),‘구치’ 신발은 200위안(2만 4000원)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판매가는 이 가격의 3분의1∼2분의1 선이었다. 칭칭은 “명품창고들은 한국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코스다.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우리 제품의 정교함에 놀라곤 한다. 한국인들을 많이 상대해서인지 이제는 ‘밍핀’보다 ‘명품’을 발음하기가 더 편하다.”고 친한 척을 했다. 그는 짝퉁 찍어내는 공장이 중국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 말만 하면 한번에 몇 만개라도 공급해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관광객 박모(34)씨는 “한국에서 부탁한 사람도 있고 성의 표시해야 할 사람도 있고 해서 최소 8개 이상은 사가야 할 판”이라고 했다. 그는 가방, 지갑, 신발 등 10여개를 고른 뒤 ‘치바이’(700원)를 큰 소리로 외쳤다. ●400달러이상 물품 세관 신고규정 유명무실 칭칭은 이 많은 창고의 물품이 3∼6개월 정도면 동이 난다고 했다. 이번 여름 방학기간과 휴가 기간에만 그의 가게를 찾은 한국인들이 500명이 넘는다고 했다. 미화 400달러(약 40만원)가 넘는 물품은 한국 입국통관 때 세관 신고하게 돼 있지만 무시된 지 오래다. 칭칭은 물건을 산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겨울에 다시 친구들과 오면 새롭고 좋은 물품을 들여놓겠다.”라고 약속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쇼핑을 마친 한국인 관광객들과는 달리 중국인 가이드는 “한국인들이 중국 관광의 참맛을 잃어버린 채 가짜 명품을 사려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글 선전 김준석 특파원 hermes@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6) 中 사회과학원

    [세계의 싱크탱크] (6) 中 사회과학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1976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사망과 함께 중국은 극도의 정신적 공황에 휩싸였다. 광풍과도 같던 10년의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린 뒤 인민들은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었다. 국가적 오류가 속속 밝혀지고 국가의 기본 노선마저 의심받던 그 무렵, 당 중앙은 중국사회과학원의 창설을 지시한다. 1978년 5월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과학원 소속의 철학사회과학학부를 모태로 탄생했다. 마오쩌둥의 비서 출신으로 당대 최고 이론가로 꼽히던 후차오무(胡喬木)가 초대 원장을 맡았다. 내로라하는 학자와 이론가를 불러들인 것은 물론이다. 사회과학원은 바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사회주의 상품경제’ 등의 용어를 생산해내며 개혁·개방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중국 사회의 길잡이 역할이 시작된 것이다. 사회과학원의 탄생 스토리는 국가 싱크탱크로서의 성격과 역할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우선 연구의 범위와 성격에서 다른 싱크탱크와 차별성을 갖는다. 같은 국무원 소속의 발전연구중심이나 국가발전개혁위가 국가의 정책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사회과학원은 이론 연구에 치중한다. 예컨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제시한 ‘과학적 발전관’을 어떻게 추동해나갈 것인가, 다른 싱크탱크가 구체적 정책을 준비할 때 사회과학원은 철학과 이론의 토대를 준비하는 식이다. 그 범위도 방대하다.35개 개별연구소의 이름들이 말해주듯, 문학·역사·고고학·철학·법률·정치·경제·금융·국제문제부터 소수민족과 종교, 문화보전 문제에까지 걸쳐 있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각 지역 연구소에 라틴어 연구소까지 두고 있다. 다른 곳에선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렇다고 사회과학원의 연구가 학술과 이론 연구에만 머무를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회과학원의 고위층과 학자 30여명은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거나 정치협상회의 위원들이다. 이미 국가 정책의 결정권자요 조정자들이다. 일부 학자들은 매년 전인대에서 총리가 낭독하는 ‘정부공작보고’의 초안 작업에 투입된다. 국가 행정의 밑그림을 구성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다. 의료개혁, 사회보장, 부동산, 금융개혁 문제 등 국가현안에 대한 정책 보고서들은 지도자급에 전달되는 것만 연간 270여편이나 생산된다. 일반적 연구의 주제 역시 대단히 구체적이다.‘인터넷 문학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TV광고의 영향과 현상 연구’ ‘호적 문제와 인구의 변화 및 이동 문제’ 등이 연구과제의 제목들이다. 얼핏 일반 대학의 석·박사 과정 논문 제목과 비슷해보이지만, 그 연구결과의 영향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적어도 한국사람들에게라면 그 위력을 가늠케 할 만한 단적인 사례가 있다. 고구려사의 중국 편입을 시도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이다. 사회과학원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 주도로 진행된 것이다. 사회과학원은 최근에는 ‘국민도덕관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1995년 1차 조사에 이어 두번째다. 국민들의 관념·행위에 대한 변화를 관찰·조사하는 일종의 국민 의식조사인 셈이다. 이 조사 결과는 향후 각 행정 단위에 세세한 법률, 규정 등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사회과학원이 다른 싱크탱크와 비교해 특장이 있다면 사회 일반에 대한 영향력이다. 중국중앙TV(CCTV)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약방의 감초’격이다. 각종 신문의 칼럼에도 무시로 등장한다. 사회과학원이 담당하고 있는 대국민 선전의 일환이다. 생산해 내는 엄청난 양의 연구, 조사결과는 인문·사회학의 장서로 그대로 남는다. 연간 300여권의 전문서적이 출간되며 82종의 학술 간행물이 나온다.1000건의 조사연구가 이뤄지고 7000편의 논문과 칼럼이 생산된다. 모두 각종 논문의 각주(脚註)로 활용돼 온 재료들이다. 중국 학술계를 기르는 ‘우물’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사회과학원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가 인재 배양이기도 하다. 각 연구소를 한 개의 과(課) 개념으로 운영, 전공별로 직접 교육하고 배양하는 방식으로 대학원(硏究生院)을 운영하고 있다.6개의 교학연구부에 33개 과로 되어 있으며 석·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1998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설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은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은 인문사회과학의 일류 인재 배양의 기지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jj@seoul.co.kr ■ 中사회과학원 왕옌중 부국장 “사회적 문제 장기적 전략 수립”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왕옌중(王延中) 중국사회과학원 연구국 부국장은 “기초 학문에 대한 연구 없이 좋은 정책을 낼 수 없다.”면서 정책 수립의 밑바탕으로서 인문·철학·사회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정책 수립에 있어 왜 학술 연구가 중요하다고 보나. -철학·이론적 토대 없이는 사회 문제를 관통하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 사회가 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이런 연구를 통해서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사회에서 필요한 여러 방면의 사회 인재가 길러진다.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때 관련 전문가가 없었고, 그간 준비해놓은 게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연구의 형태는. -크게 대책 연구와 이론 연구로 나눌 수 있다. 당 중앙에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낸다. 연간 270여편가량인데, 이중 3분의1 정도가 국가 지도층의 주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연구 측면에서의 장점은. -강의 압박 등이 없으니 연구 환경이 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다. 사무실에는 주 1∼2회 나오면 그만이다.(3000여명의 연구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또한 전국 각 성·시가 각급 사회과학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학술 교류에 협력하고 있다. 사회과학원은 국가 거시 전략과 여러 지방을 연결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규모는. -35개의 연구소와 3000명이 넘는 연구원이 있다. 여기에 현역 연구원 수보다 많은 퇴역 연구원들이 과거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여전히 사회과학원 연구를 돕고 있다. 그래서 사회과학원의 식구는 7000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교류 현황은. -평균 연간 1000차례 외국의 학자 등이 다녀간다.1년 이상 장기 방문자도 많다. 사회과학원에서도 1000차례 이상 각종 학술대회 참석차 해외로 나간다.20개 나라와는 학술교류 협정을 맺었다.84개 나라 및 지역과의 교류가 진행 중이고 200여개 해외 연구기관 학술단체 대학, 정부 부문과 교류를 하고 있다. jj@seoul.co.kr ■ 사회과학원의 ‘맨파워’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모두가 중국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과학원의 연구소장들은 분야별로 적어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들이라고 보면 된다.” 한 관계자가 자랑한 사회과학원의 ‘맨 파워’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직도 맡고 있는 위융딩(余永定)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 장윈링(張蘊嶺) 아태연구소장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 그런 사회과학원이 요즘 도전을 받고 있다. 유력 대학과 민간연구소 등으로의 이탈 때문이다. 왕지스(王緝思) 전 미국연구소장은 베이징 대학으로 옮겼다. 요즘 베이징 대학이나 칭화대학 등이 경쟁적으로 인재 모시기에 나서 대학으로의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톈저(天則)경제연구소’를 설립한 마오위스(茅于軾)도 사회과학원 출신이다. 마오위스가 사회과학원 출신들을 불러 모은 톈저경제연구소는 민간연구소이지만, 국가 주요 정책 생산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연구소 역량의 70∼80%는 소장 개인의 전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한 연구원의 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손실이다. 특히 고위층과의 관시(關系)와 인맥이 중요시되는 중국 사회에서는 소장 개인의 네트워킹 능력이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과학원측은, 인재 배출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사회과학원은 최근 35개 연구소를 5개 학부로 묶고 연구 평가시스템 개발에 나서는 등 개혁 작업이 한창이다. 당 중앙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당 중앙 업무보고 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국가 영도자들로부터 ‘국가와 사회에 대한 더 많은 공헌을 기대하고 있다.’는 지시를 받았다.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혁과 함께 국민 정신 개조를 밀어붙이고 있는 4세대 지도부가 사상·이론적 뒷받침을, 사회과학원의 분발을 요구한 것이다. jj@seoul.co.kr
  • “업계에 휘둘린 당국 책임”

    영상물등급위원회 전·현직 등급분류소위 위원 7명은 2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내 심의실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바다이야기 사태의 궁극적 책임은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명분 아래 게임업계의 요구에 휘둘려 온 문화부 등 정책 당국과 정치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는 공병철·음장복·황준·이진오·박찬·권장희·나용균씨 등 7명. 공병철 한국사이버감시단장(2005년 소위위원)은 문제가 된 예시·연타 기능에 대해 “‘바다이야기’ 심의 때는 일종의 이벤트라고 생각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더구나 2만점이 넘으면 메모리를 초기화하겠다고까지 명시하고 있어 심의를 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영등위에 쏟아지는 비판 가운데 하나가 전문성 부족. 권장희 놀이미디어 교육센터소장(2004년 등급분류소위위원장)은 “미국은 등급분류심의위원 자격으로 ‘학부모’이고 ‘청소년·아동·교육 전문가’일 것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등급 분류의 핵심은 ‘내 아이에게 이 게임은 괜찮은가’라는 데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반박했다.기계에 대한 전문성은 게임개발업자에게나 필요한 것이고, 등급분류의 전문성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10월부터 게임물 심의를 넘겨받는 게임물등급위원회(게등위)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한 마디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영화 ‘괴물’ 관계자·관객께 깊이 사죄”

    최근 영화 ‘괴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놓은 김기덕 감독이 관객과 ‘괴물’ 관계자를 향한 사과문을 보내왔다. 하지만 사과문 끝머리에 자신의 작품들을 폄훼하며 영화 ‘시간’(24일 개봉 예정)까지 개봉을 멈추고 싶다는 의견을 붙여 또다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김 감독은 21일 한 언론사에 보낸 ‘김기덕 사죄문’이라는 이메일을 통해 “영화 ‘시간’ 시사회 기자회견에서 ‘괴물은 한국 영화와 한국 관객의 수준이 만난 영화다.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이 말에 대한 네티즌의 악성 댓글에 대해 ‘이해 수준을 드러낸 열등감’이라고 말한 것 또한 죄송하다.”고 밝혔다. 또 “‘100분 토론’(18일 방송)에 출연해 ‘괴물’과 관련, 과장된 이중적 언어로 시청자를 조롱한 행위도 죄송하다.”고 덧붙였다.‘괴물’을 아끼는 관객과 제작자 최용대 청어람 대표, 봉준호 감독 등 제작자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제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인임을 알았다. 나야말로 한국사회에서 기형적으로 돌출해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며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작품들을 모두 깎아내리며 신작 ‘시간’ 역시 개봉하고 싶지 않다며 “소수나마 제 영화를 봐오셨던 분들께도 크나큰 실망감을 드린 점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맺었다. 자신의 생각을 거칠게 표현하고, 작품까지 스스로 헐뜯은 김 감독의 이메일 한 통을 영화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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