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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 김 “美 일부여론 한국인 부각 우려”

    로버트 김 “美 일부여론 한국인 부각 우려”

    “제가 붙잡혔을 때처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여론이 있습니다. 교민 사회가 받을 눈총이 걱정됩니다.”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빼내 한국에 넘겨준 혐의로 8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던 로버트 김(66·한국명 김채곤)이 19일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와 “이번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가해자가 한인 이민자 학생으로 발표되고 난 뒤 매우 충격을 받았다. 교민사회가 당분간 눈총을 받을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검거됐을 당시 ‘한국인 스파이’라는 점이 부각돼 가족은 물론 교민 사회 전체가 비난받았던 아픈 기억이 재연될까봐 크게 걱정했다. 로버트 김은 “10여년 전 내 ‘사고’가 일어났을 때 내 얼굴 사진이 태극기를 바탕으로 해서 며칠 동안 방송됐다고 들었는데, 지금 조승희씨 사건에서도 똑같은 방식의 보도가 일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이 만방에 강조되고 있다.”고 미국 내 반한 감정을 우려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김은 “이 사건은 미증유의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아무리 개인적인 사건이라고 해도 조승희씨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단순하지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이번 사건을 미국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고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은 한국 정부의 태도에 달렸다.”면서 “피해자 가족과 미국 시민들에게 충분한 유감을 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디 현명하게 조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로버트 김은 9년 1개월 동안의 수감 및 보호관찰 기간을 끝마치고 지난 2005년 10월 자유의 몸이 돼 워싱턴 근교에 살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李·朴 지지율격차 변화 조짐

    최대 25% 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0%대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양 캠프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YTN이 19일 여론조사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34.1%, 박 전 대표가 22.1%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4일의 조사에 비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13.7% 포인트나 빠져 박 전 대표와의 격차가 12% 포인트로 좁혀졌다. 이 전 시장의 지지도는 특히 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30% 포인트가량 떨어졌고, 여성 유권자 층에서도 19.3% 포인트 내려갔다. 중앙일보가 19일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전 시장은 3월14일 41.9%에서 40.5%로 하락했고, 박 전 대표는 23.7%에서 24.2%로 소폭 상승했다.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안’이 지난 15일 여론조사기관인 ‘오픈엑세스’에 의뢰,ARS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이 전 시장이 37.5%, 박 전 대표가 28.3%로 나타나 지지도 차이가 9.2% 포인트로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9일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은 42.3%로 3월27일 조사 당시의 47.8%에 비해 5.5% 포인트 하락했다. 또 지난 11일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전주 대비 6.4% 포인트 하락한 37.7%를 기록했다가 19일 조사에서는 41.9%로 재상승하는 등 여론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하는, 과거의 안정기조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4) 멕시코

    [이젠 포스트 BRICs] (4) 멕시코

    ■ 푸에블라주 포스코-MPC |푸에블라(멕시코) 김태균특파원|지난달 8일 멕시코 푸에블라주 오에호칭고에 자리한 포스코-MPC가공센터의 준공식장. 이곳에서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마리오 마린 푸에블라 주지사와 에두아르도 가르사 연방정부 경제부 장관이 한사코 포스코 윤석만 사장에게 단상의 가운데 자리에 앉을 것을 청했다. 자존심 강한 그들은 외국기업이 아무리 큰 투자를 해도 ‘상석(上席)’을 양보하는 법이 없다. 포스코의 위상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단상에 잇따라 오른 주지사와 장관은 포스코에 대해 “비엔베니도.(환영합니다.)” “무차스 그라시아스.(대단히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포스코가 2160만달러를 투자해 만든 포스코-MPC는 연간 17만t 처리능력의 자동차강판 가공센터다. 포스코의 첫번째 멕시코 진출이다. 강판이 대서양 연안 베라크루스항에 도착하면 이를 기차로 310㎞를 날라 가로, 세로로 쓰기 쉽게 절단, 인근 자동차공장과 부품공장에 공급한다.1차 타깃은 푸에블라 최대의 폴크스바겐 공장이다. 초대형 부품업체 마그나멕시코는 포스코-MPC가 설립되자 기존 거래선을 끊고 포스코로 옮겼다. 아라셀리 레예스 과장은 “우리가 중시하는 품질, 신뢰, 가격 3가지를 포스코가 모두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내년에는 2억달러를 들여 동부 연안 타마울리파스주 알타미라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공장을 짓는다.2009년부터 연간 40만t씩 강판이 생산된다. 심경휘 포스코-MPC 법인장은 “멕시코는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GM 등 세계적인 자동차공장과 오토텍, 마그나, 벤틀러 등 1000여개 부품회사가 밀집해 연간 200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 대국”이라면서 “우리 공장은 본격적인 미주 자동차 강판시장 공략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LG전자 몬테레이 법인 |몬테레이(멕시코) 김태균특파원|멕시코 아포다카 공단에 자리한 LG전자 몬테레이 법인(냉장고 생산)이 현지화를 통한 경영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이 말해준다.1년 전에 비해 생산성이 40% 이상 뛰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하루 냉장고 생산목표가 4000대였지만 지금은 6000대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5700대를 돌파했다. 생산라인 근로자의 이직률은 연간 10%대에서 3%대로 낮아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난해 4월 LG전자는 2000년 공장설립 이래 계속해 온 토요일 8시간 전일 근무제를 없앴다. 휴일과 파티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는 현지인들의 뜻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토요일 출근율도 70%밖에 안 됐다. 물론 토요일에 쉬는 대신 월∼금요일에 목표량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또 생산실장 등 3개 직책을 뺀 모든 부서 책임자에 현지인들을 앉혔다. 어지간한 업무는 한국인 주재원을 거치지 말고 바로바로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그러자 이전까지는 마지못해 회의에 나왔던 직원들이 삼삼오오 생산라인이나 휴게실에서 자발적으로 업무효율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산라인, 식당, 휴게실 등도 그들의 요구대로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이를 위해 박영일 법인장이 수시로 한국인 주재원 없이 현지인들만 참석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봉사활동을 좋아하는 멕시코인들의 정서에 착안해 고아원·양로원 방문과 냉장고 지원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주재원들에게 멕시코인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공장을 계속 이끌고 갈 사람은 어차피 멕시코인들이니 가이드 역할만 충실히 하라고 했습니다. 또 현지인들에게는 한국인들은 얼마 후면 자기 나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결국 여러분밖에는 없다고 수시로 말해 주었습니다.”(박 법인장) windsea@seoul.co.kr ■국내기업 진출 현황 |멕시코시티(멕시코) 김태균특파원|한국기업의 멕시코 직접투자는 1994년 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본격화됐다.93년까지는 누계가 1억달러였지만 작년에는 한해에만 1억 1428만달러(신고 기준)가 투자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계는 132건,6억 6100만달러다. 다비드 우르타도 멕시코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삼성과 LG는 외국기업이라기보다는 멕시코 고유기업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 공장(TV, 휴대전화·88년 진출)과 케레타로 공장(냉장고, 세탁기·2003년) 등 2개의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판매법인은 95년에 설립했다. 지난해 전세계 히트상품인 보르도TV를 통해 LCD TV 시장에서 22%의 점유율로 소니를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컬러 모니터와 양문형 냉장고도 각각 2000년과 2005년부터 1위를 달리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등을 제치고 멕시코시티 베니토 후아레스공항 제2터미널의 PDP 모니터(480대) 공급권을 따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초등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소망-유스카이(마야어로 ‘소망’이란 뜻)’라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기금으로 출연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펴고 있다. 94년에 티후아나에 진출한 삼성SDI(TV브라운관)는 2005년 7월부터 두께를 기존 제품보다 15㎝ 이상 줄인 ‘빅슬림 브라운관’ 양산을 시작해 제2의 브라운관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88년 멕시코에 진출한 LG전자는 멕시코시티 판매법인을 비롯해 멕시칼리(모니터,LCD TV, 휴대전화), 레이노사(PDP TV), 몬테레이(냉장고) 에 각각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PDP TV,LCD TV, 휴대전화, 세탁기, 에어컨 등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지난해 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PDP TV는 현지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서며 압도적인 1위를 했다. 멕시코시티 법인 최원용 과장은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에 적합한 화면압력 조절로 제품의 소음을 제거한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92년 멕시코시티에 판매지사를 세운 금호타이어는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이 안돼 있어 한국 타이어의 관세율이 50%를 넘어서자 사업 철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올해 세율이 20%로 낮아지면서 다시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티후아나에 현대트랜스리드(HT)를 세워 북미지역 수출용 컨테이너, 트레일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LG상사, 효성물산 등 종합상사들도 진출해 있다. windsea@seoul.co.kr ■ 유념해야 할 비즈니스 철칙 |멕시코시티·푸에블라(멕시코) 김태균특파원|멕시코 주재원 K씨는 올 초 이 나라에서 추방을 당할 뻔했다. 어느날 이민청 공무원이 찾아와 “입국할 때에는 ‘매니저’(과장급)라고 신고해 놓고 왜 지금은 ‘디렉터’(부장급)를 맡고 있느냐.”고 다그쳤다. K씨는 “몇 주 전 승진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관리는 막무가내였다. 통사정 끝에 비자를 갱신하는 걸로 마무리됐지만 사실 K씨가 법을 어긴 것은 맞다. 멕시코 이민법에는 취업비자(FM3·1년마다 갱신)에 적힌 회사, 부서, 직책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반드시 이민청에 신고를 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추방당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이민청은 어떠한 문서나 기록도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멕시코에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외국인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까다로운 이민 관련법규 등 다양한 장애물들을 넘어야 한다. 많은 진출기업들은 그 중에서도 어려운 노무 관리를 첫 손에 꼽는다. 허드렛일을 하는 말단 공원이라도 ‘멕시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해서 섣불리 우리식 사고나 행동을 강요하면 부스럼이 나게 된다.“한국에서처럼 ‘일이 많으니 휴일에도 나오라.’ ‘일이 다 안 끝났는데 시간 됐다고 퇴근하나.’와 같은 말들은 십중팔구 반발을 부른다. 근무시간은 확실히 보장하면서 일과 중에 효율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잘못했다고 고함을 치는 것도 역효과만 낼 뿐이다.”(푸에블라 포스코-MPC 서용덕 이사) 한국과 같은 생산성을 기대했다가는 울화통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기업 주재원 A씨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다 결근도 잦은 편이어서 동일 업무에 한국의 1.5배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불안한 치안 때문에 보안요원 배치 등 부대경비도 많이 들어 전체 노동비용이 꽤 높은 편”이라고 했다. 주재원 B씨는 “느린 행정처리도 골칫거리다. 관공서의 효율이 낮아 한국에서 2∼3일이면 될 일이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 사이에 촌지·뇌물수수 관행이 다른 나라보다 심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일부 생활물가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멕시코시티에 사는 교포 한소훈씨는 “육류·과일 등 농산물은 싸지만 한국 돈으로 200만원짜리 침대,100만원짜리 화장대 등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많다.”고 했다. windsea@seoul.co.kr ■ 취재후기 기 억력을 동원해 멕시코란 이름에서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태양, 사막, 선인장, 데킬라, 나초와 타코,83년 박종환 축구 4강 신화의 무대, 마야·아스텍 문명, 정열, 마카로니 웨스턴, 솜브레로와 판초, 화가 프리다 칼로. 아마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멕시코에 대해 연상하는 단어 중에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것들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나머지의 태반은 멕시칸들의 목숨을 건 미국 월경(越境), 다닥다닥 붙은 누더기 판자촌, 미국 범죄자들이 도주하는 통로, 정치불안과 치안부재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차지할 것입니다. 과문(寡聞)이 선입견으로 이어진 탓도 있겠지만 실제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들의 상당부분이 눈으로 귀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멕시코가 갖고 있는 고유의 잠재력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무한한 자원이 매장된 광활한 땅과 1억이 넘는 인구,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절묘한 지정학적 위치 등에서 우러나는 물리적인 힘과 국민적 자존심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거대한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교육을 통해 2세의 미래를 바꿔주겠다는 희망도 확산되고 있었고 나라의 미래에 대한 지식인들의 고민도 진지했습니다. 멕시코는 오랫동안 도약대에 오른 채 멈춰 서 있었습니다. 그 멈춤을 끝내고 멕시코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점프를 할 것이냐, 힘에 부쳐 고꾸라지느냐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회개혁의 성패가 좌우할 것입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문제공개로 학원풍경 달라졌네

    국가직 9급 공무원시험이 치러진 지난 14일 오전 11시 40분. 한 40대 여성이 고사장 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공무원학원의 한국사 강사인 이 여성은 마이크를 잡고 이날 치른 시험문제의 해설 강의를 즉석에서 10여분간 진행했다. 학생들 30∼40여명은 갑작스러운 ‘게릴라 강의’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몇점이나 나올까.”하는 기대감으로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2007년 국가직 9급 시험문제 해설 바로가기 ●일부학원선 실시간 동영상 강의 문제 공개가 수험가 풍경을 바꿨다. 중앙인사위는 올해 처음으로 7,9급 국가직 공무원 임용시험의 문제를 공개했다. 시험이 치러진 14일 오후 노량진 등 공무원시험 학원가는 매우 바쁘게 돌아갔다. 대부분의 학원들이 공개된 문제를 가지고 특강을 마련했고, 학원마다 200∼300명의 수험생들이 몰려들었다. 인터넷 카페에는 자신의 점수를 공개하며 수험 정보를 공유하자는 수험생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 학원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시험 당일 오후 5시부터 실시간 동영상 강의를 무료로 진행했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밤 10시까지 계속된 강의에 5000명 가까이 몰렸으며 동시 접속자 수는 최고 3500명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공개되면서 수험생들에게 채점과 성적 분석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사를 가르치는 한 강사는 “그동안 문제가 공개되지 않아 강사들 사이에서도 정답을 놓고 설이 분분했는데 앞으로 정확한 역사를 가르칠 수 있게 됐다.”며 반겼다. 한 수험생(27)은 “복원 문제를 돈을 주고 복사집에서 구할 필요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정확한 내 점수를 알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올 커트라인 최소 87점 이상될 것” 한편 올 시험 문제는 대체로 쉬웠다는 평이다. 문제 공개 첫 해인 만큼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대규모 이의 제기를 우려한 듯 논란이 될 만한 문제는 없었다. 한교고시학원 김철민 상담실장은 “한마디로 깔끔하게 출제됐다.”면서 “평소 한두 문제씩은 출제되던 시사 관련 문제도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남부행정고시학원 장종완 상담실장은 “변별력을 주기 위해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두세개 있었지만 수험생들은 대체로 쉬웠다는 반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커트라인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행정직을 기준으로 지난해 84점이던 커트라인이 올해는 최고 89점까지도 오를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한교 고시학원의 김 실장은 “올해 커트라인이 최소 87점 이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장 실장은 “지난해보다 커트라인이 올라갈 것이며 80점대 후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직 9급시험에 대한 총평과 과목별 문제 해설은 서울신문 홈페이지(http:///www.seoul.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3) 멕시코

    [이젠 포스트 BRICs] (3) 멕시코

    |멕시코시티·몬테레이·푸에블라 김태균특파원|12일 오전 멕시코 몬테레이공항에서 30분을 달려 찾아간 몬테레이 광역지구내 아포다카 산업공단. 주택과 상점이 차츰 뜸해지더니 광활한 녹색 벌판에 대형 공장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 수백m 길이의 1층짜리 직사각형 건물들. 미주시장 공략을 위한 다국적 기업들의 전진기지다.LG전자를 비롯해 월풀, 덴소, 바스프, 메탈사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이곳에 터를 닦았다. 미국을 200㎞ 지척에 둔 지리적 위치, 안정된 노사관계 등이 이곳을 멕시코 최고의 다국적 산업단지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그 덕에 몬테레이가 속한 누에보 레온주(州)는 멕시코 제조업 생산의 10%가량을 차지하며 전국 평균의 두 배 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LG전자 직원 후안 페레스는 “외국기업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는 등 생활이 풍요로워졌다. 얼마 전부터 아이들을 학비는 비싸지만 선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멕시코시티 서부의 신도시 산타페. 왕복 6차선 도로 한 편으로 20층이 넘는 고층 건물들이 200m가량 줄지어 마천루를 형성했다.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IBM, 휼렛패커드(HP) 등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옛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심중앙에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센트로 코메르시알이 위용을 자랑한다. 팔라시오 데 이에로, 시어스 등 유명 백화점에 진열된 고가품들이 부유층의 소비능력을 대변한다. 사회 양극화의 상징으로 비난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1996년부터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키우기 위해 쏟은 노력의 산물임도 부인할 수 없다. 멕시코 경제가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계속된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서 드디어 ‘성장’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비드 우르타도 멕시코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국민들이 ‘트리콜로스(녹·백·적 삼색 국기)’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고 있다. 물가와 실업률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성장 고속도로를 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화답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증권거래소(BMV) 종합주가지수(IPC)가 3만포인트를 돌파하느냐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결국 2만 9762포인트로 마감됐지만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1년 전에 비해 50% 이상 오른 것이다. ●국토와 자원… 마야문명의 축복 멕시코 경제의 잠재력은 땅과 바다, 사람에 있다. 그들이 숭상하는 마야, 아스텍 문명의 햇발처럼 이렇게 복받은 나라도 없을 정도다. 광활한 국토가 북미와 중남미를 연결하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좌우로 품는다. 해안선의 길이가 미주대륙에서 두번째로 긴 9219㎞에 이르고 미국과는 3300㎞에 이르는 국경을 나눠갖고 있다. 세계 5위의 산유국이면서 풍부한 가스전이 널려 있고 금·은·동·우라늄·텅스텐 등 안 나오는 광물이 없을 정도다. 1억 750만명 인구는 중남미에서 브라질(1억 9000만명) 다음이고 8000달러에 이르는 1인당 소득은 외국인에게 미주 진출의 거점 외에 광대한 내수시장의 매력을 안긴다. 올 1월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멕시코가 2050년 중국, 미국 등에 이어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빛나는 경제지표… 높아진 소비성향 멕시코는 지난해 4.8%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거뒀고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각각 4.1%와 3.6%의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고유 자동차 회사는 없지만 도요타, 혼다, 닛산,GM, 포드,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내수 및 수출시장을 겨냥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2위 부호(531억달러) 카를로스 슬림의 통신회사 아메리카모빌과 텔멕스는 중남미 각국에 진출했다. 시멘트, 철강, 맥주산업도 강세다. 푸에블라 POSCO-MPC(철강가공센터) 심경휘 법인장의 말.“10여년 만에 멕시코를 다시 찾았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멕시코시티의 공기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맑아졌다는 것이었다. 금방 멈춰버릴 것만 같던 자동차들이 사라지고 현대식 차들로 대체된 것이다.” 그만큼 소비성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매년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팔린다. ●약이 되고 독이 되는 대미 의존도 지난해 멕시코 수출의 85%가 미국으로 향했고 미국내 멕시코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25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경제가 재채기만 해도 멕시코에는 태풍이 되는 구조다. 최근 주식인 토르티야(옥수수빵)의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한 것도 미국에서 비롯됐다. 미국내 에탄올 수요가 늘면서 미국이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의 대멕시코 수출량을 줄인 탓이었다. 지난 11일 멕시코시티 중심부 독립기념탑 부근의 미국대사관 앞에는 꼭두새벽부터 줄잡아 1000명 이상의 멕시코인이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4중,5중으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30대 중반 근로자는 “미국에 가면 지금의 월 500달러보다 3∼4배 많은 임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에는 1000만명의 합법 근로자 외에 1000만명의 불법 입국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에블라 공단내 기계부품업체의 구매과장 리카르도 코토는 “대미 경제의존이 높은 것은 문제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현재 멕시코의 관심은 미국경기의 하강세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빈부격차와 치안부재… 정부의 과제 빈부격차와 치안 불안은 멕시코의 과제다. 못사는 치아파스, 게레로 등 남부지역의 1인당 소득은 잘사는 잘리스코, 누에보 레온 등 북부지역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10여년 새 심해진 마약과 납치·강도는 어느덧 ‘멕시코 디스카운트’의 상징이 됐다. 우르타도 상의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의 제1과제는 빈부격차의 완화”라면서 “1억 인구에 국민소득 8000달러 수준이면 나쁜 것이 아닌데도 빈부격차가 심하다 보니 국부의 생산적인 투자가 저해되고 있다.”고 했다. 인적·물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하느냐에 칼데론 정부는 물론 멕시코 경제의 성패가 달렸다는 말이다. windsea@seoul.co.kr ■ ‘멕시칸’ 그들의 특징은 |멕시코시티·푸에블라 김태균특파원| 지난 10일 저녁 멕시코시티의 관문인 베니토 후아레스 공항. 다른 나라 입국심사대 앞에 서면 늘 다소간의 긴장이 일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리로 오기 전 미국에서 빡빡한 입국심사를 거친 터. 하지만 멕시코 관리는 콧수염을 만지며 익살스럽게 “오, 소, 오, 세, 요.(어서 오세요)”라고 한국말을 건네온다. 이게 말로만 들은 멕시칸(멕시코인)의 여유인가. 반면에 자부심과 오기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푸에블라에 있는 POSCO-MPC 임승룡 이사의 말.“한국사람에게 우호적이긴 하지만 내면에는 자기들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마야, 톨텍, 아스텍 등 찬란한 아메리칸 인디오 문명의 원조이고 이미 1968년과 70년에 각각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다.‘한국이 경제적으로야 우리보다 나을지 몰라도 지도에 거의 보일락 말락 하는 작은 나라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멕시코인들의 낙천성은 중남미에서도 알아준다.2004년 미국 미시간대학이 자기만족도를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세계 2위를 했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치안도 불안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들에게 생활을 즐기는 것은 절대적인 가치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들에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처음 주재원으로 오면 십중팔구 현지인들과 갈등을 겪는 이유다. 한 주재원의 말.“공장라인 직원은 매주 금요일 1주일 단위로 주급을 받는데 다음 1주일치 먹을 것을 사두고 남는 돈으로 토∼일요일에 밤샘파티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면 결근율이 높다. 여전히 이해는 안 되지만 이 문화를 존중하려고 애는 쓰고 있다.”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의식에 적잖은 변화가 오고 있다. 특히 자녀교육에 공들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외국인들과 함께 다니는 고급 인터내셔널 스쿨의 경우 등록금만 우리 돈으로 월 60만원이 되지만 허리띠 졸라매고 절약하며 자녀들을 이곳으로 보내기도 한다.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편이지만 외부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와 식민지시대의 전통에서 생겨난 인종·계층 차별의 유습도 남아 있다. 백인(전 인구의 9%)-메스티소(60%·원주민과 백인 혼혈)-원주민(30%)으로 이어지는 신분질서는 강하게 때로는 가혹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멕시코에 들어온 외국기업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푸에블라공단에서 만난 현지인 근로자는 “한국이나 미국의 기업이 멕시코에 왜 들어왔겠느냐. 우리나라를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수출 13년새 5배↑… 빈부 양극화 |멕시코시티 김태균특파원|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13년이 지난 멕시코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NAFTA의 공과(功過)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한국도 그렇게 될까. NAFTA의 성과는 외형적으로는 눈부시다. 지난해 수출(2502억달러)은 NAFTA 직전인 1993년(519억달러)에 비해 5배 가까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같은 기간 49억달러에서 189억달러로 4배 가까이 뛰었다. 노동집약 산업에서 벗어나 전자, 생명공학,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NAFTA로 인해 중소 제조업, 서비스업 및 농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미국자본과 대기업이 경제를 독점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세 델라크루스 몬테레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NAFTA의 명암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말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94∼95년 경제공황이 왔을 때 두 얼굴의 NAFTA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기업이 NAFTA로 인해 도산했지만 반대편에서 많은 기업들이 NAFTA로 인해 이윤을 창출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회복의 기틀을 다진 것은 그 덕이었는데 결국 NAFTA가 병도 주고 약도 준 셈이었지요.” 델라크루스 교수는 “미국과 닿은 북쪽은 NAFTA의 혜택을 보지만 남쪽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이윤도 중소기업이나 일반 서민들에게 고루 전달되지 못하고 있어 남북·빈부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NAFTA 시스템에 걸맞은 산업구조로 변모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세계 5위 산유국이지만 원유 정제시설을 갖추지 못해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휘발유 등 가공제품을 수입해 오히려 미국인보다 비싼 값에 기름을 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미국과 FTA를 하기로 한 만큼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곳곳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FTA의 사회 시스템 혁신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시장개방을 잘만 하면 빈부격차와 부의 세습을 완화할 수 있지요. 그래야만 멕시코 경제가 지금과 달리 스스로 가진 경쟁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답은 정부가 찾아 주어야 하며 이런 사정은 한국도 멕시코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의 경제개방은 대외채무 이행연기(모라토리엄)를 했던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폐쇄정책을 버리고 ‘마킬라도라(보세가공 수출입공단)’를 확대하는 등 개방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정판이 1994년 발효된 NAFTA였다. 현재 멕시코는 43개국과 12개의 FTA를 맺고 있다. windsea@seoul.co.kr
  • “요하문명은 韓·中·蒙 공동의 뿌리”

    “요하문명은 韓·中·蒙 공동의 뿌리”

    “요하(遼河)문명은 결코 중국만의 문명이 아닙니다. 요하문명을 동북아 공동의 시원(始原)문명으로 삼아야 합니다.”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요하문명론’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요하문명을 ‘흐름과 교류’의 역사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항공대 교양학부 우실하 교수는 16일 “우리가 동북공정만을 경계하는 사이에 중국은 요하문명론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면서 “자칫 우리 상고사 전체가 중국의 방계역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요하문명론은 중국이 만주의 서쪽인 요하일대의 고대문명을 중국문명의 시발점으로 삼아, 이 지역에서 발원한 모든 고대민족과 역사를 중화민족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논리이다. 그렇게 되면 이 지역에서 기원한 예·맥족은 물론 단군, 주몽 등 한국사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황제의 후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大)중화주의’ 완결판 그렇다면 중국은 왜 요하문명론에 집착하는 것일까. 중국은 신화와 전설의 시대인 하(夏), 상(商), 주(周)시대를 역사에 편입하는 작업(하상주단대공정)을 필두로, 중국고대문명탐원공정, 동북공정 등 일련의 역사관련 공정을 진행해 왔다. 이미 1950년대부터 정립하기 시작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이론적 배경을 갖추기 위한 작업이다. “현재의 중국영토 위에 있는 모든 민족과 역사는 통일적 다민족인 중화민족과 중국사에 속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작업은 21세기 ‘대(大)중화주의’ 건설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국가적 전략이었다. 우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는 요하지역으로 중국문명의 기원을 옮기는 것이 요하문명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요하지역에서는 지금껏 지구상에 있었던 그 어떤 문명보다도 앞선 문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1980년대 이후 요하일대에서 대량으로 발굴되고 있는 신석기시대 유적은 소하서문화(기원전 7000∼6500년), 흥륭와문화(기원전 6200∼5200년), 사해문화(기원전 5600년), 조보구문화(기원전 5000∼4400년), 홍산문화(기원전 4500∼3000년) 등이다. 이는 애당초 중국이 문명의 시초라고 떠들었던 황하유역의 앙소문화(기원전 4500년∼ )나 장강 하류의 하모도문화(기원전 5000년∼ )보다도 훨씬 앞서는 것이다. 더욱이 홍산문화 후반부로 보이는 우하량 유적(기원전 3500년∼ )에서는 ‘초기국가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대량 발굴돼 충격을 던져줬다. 이들 지역은 종래 중국에서는 ‘오랑캐’ 땅으로 알려진 데다 발굴되는 유물들이 중국문명의 본거지로 알려진 중원과는 사뭇 다르고, 오히려 내몽골이나 만주·한반도와 유사하다. 중국이 서둘러 문명의 기원을 황하에서 요하로 옮기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흐름과 교류’의 역사 우 교수는 “동북아 고대사는 수많은 민족과 문화가 서로 교류하고 이동하는 ‘흐름과 교류’의 역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이나 우리나 ‘닫힌 민족주의’를 벗고, 요하문명을 끊임없는 흐름과 교류의 역사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요하문명은 세계사를 다시 쓰는 계기를 마련할 정도로 엄청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요하문명을 어느 한 국가의 고유한 문명이 아닌 동북아 공동의 시원문명으로 삼을 때 ‘동방 르네상스’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신간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소나무 펴냄)에서 한·중·일·몽골 등 동북아 각국의 연구진들이 이같은 요하문명을 공동으로 연구해 21세기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근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좋은 헌법을 만들려면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좋은 헌법을 만들려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어젠다’는 무엇을 남겼을까. 개헌을 공론화하고 정치권의 개헌 합의를 이끈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추가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제대로 된 개헌논의는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18대 국회에서 ‘좋은 헌법’을 생산하려면 지금부터 국회에 개헌논의 기구를 만들어 의견수렴과 준비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쟁의 여지를 걷어낸 만큼 시대정신을 담는 ‘헌법개혁’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된 셈이다. 지난 한주 정치권은 개헌 논쟁으로 들썩거렸다. 개헌 정국은 지난 11일 6개 정파의 임기내 개헌유보 제안, 노 대통령의 조건부 수용, 한나라당 의원총회, 노 대통령의 개헌발의 철회로 숨가쁘게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개헌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좋은 헌법’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은 이번 국회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4년 연임제, 대통령·국회의 선거주기 일치 등 권력구조를 다루는 ‘원포인트 개헌’을 넘어 경제와 공공성, 민생, 복지, 부동산, 교육, 평화, 인권 등 시대가치를 포괄하는 ‘멀티포인트 개헌’작업에 이번 국회가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초인 내년 4월 총선에서 집권세력이 개헌에 필요한 국회 의결정족수인 3분의2 이상 의석을 확보한다면, 특정 정파의 이념과 가치가 개헌의 성격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폭넓고 진지한 준비작업의 시급성을 뒷받침한다. 박명림(정치학) 연세대 대학원 교수는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헌문제를 제기해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헌법체계가 필요하다는 국민 공감대가 확산됐다.”고 노 대통령의 개헌 어젠다를 평가했다. 박 교수는 “정쟁을 떠나 지금부터 국회에 헌법연구회나 헌법조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문가가 어떻게 ‘좋은 헌법’을 마련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1년쯤 바람직하고 가능한 개헌방안을 연구한 뒤 이를 바탕으로 18대 국회가 개헌을 추진하고 발의하는 수순을 밟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남영(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소장) 세종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많은 국민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합의로 개헌안을 심도있게 연구·논의하고 인식을 공유해 나갈 수 있는 위원회를 국회내에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기류는 엇갈린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번 국회가 별도 기구를 만들어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며 개헌 논의의 ‘연속성’에 공감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6개 정파의 합의정신을 살려 정치신뢰를 쌓는 계기로 삼아야지 계속 딴죽걸기로 나오면 곤란하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개헌 논쟁에 이어 이번주에는 북핵 ‘2·13합의’초기조치 이행시한인 14일을 가시적 조치 없이 넘긴 북한의 행보에 국제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19일 본회의를 열지만, 교섭단체간 이견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국민연금법과 사립학교법, 로스쿨법 등 민생법안의 처리 일정은 불투명하다. 각 정당과 후보, 대선주자는 ‘4·25 재·보선’유세에 동분서주하겠지만, 민심은 아직 냉랭해 보인다. ckpark@seoul.co.kr
  • 서울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서울대가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일부 교수들의 성급한 행동과 발언으로 연일 비난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늑대 복제 논문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서가 충분한 검토없이 `최초´ `첫 발견´ 등의 수식어를 달고 발표되는가 하면,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폐지 등 논쟁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지난달 21일 장호완 장기발전위원회 위원장의 ‘3불정책 폐지’ 발언은 한국사회 전체를 ‘3불 논란’에 빠뜨렸고, 닷새 후에 발표된 이병천 수의대 교수의 늑대복제 논문은 ‘황우석 사태’를 떠올리게 만들며 과학계 연구윤리에 먹칠을 했다. 지난 12일에는 정진성 사회학과 교수가 ‘최초 발견’을 강조하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입증하는 네덜란드 문서를 공개했다가 반나절 만에 이미 소개된 자료임이 드러나 망신을 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부 교수들은 ‘정운찬 느티나무’ 이전을 놓고 정운찬 전 총장의 대권 행보와 연관된 정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황상익 의대 교수는 “최근 일련의 사태는 서울대가 황우석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철저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어떤 연구 성과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A교수는 “교수들이 성과지상주의가 만연한 학교 분위기에서 개량화할 수 있는 성과에 집착하면서 발생하는 필연적 사태”라고 진단했다. B교수는 3불정책 폐지에 대해 “학교의 공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사견’임을 핑계로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 발언을 멈추지 않은 것은 공직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면서 “서울대가 외부에 대고 소리치기 전에 내부부터 철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교수는 “일명 `정운찬 느티나무´ 이전에 대해 교수가 대권행보와 연관지어 `용비어천가´식의 발언을 한 것은 대학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꼬집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열린세상] 한·미 FTA,불안극복이 관건/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인하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한·미 FTA,불안극복이 관건/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인하대 겸임교수

    지금 우리 사회는 한·미 FTA 논쟁 중이다. 논쟁의 갈래도 다양하다. 취지는 좋지만 협상은 실패했다는 주장도 있고, 아예 취지부터 잘못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독소조항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뼈 조각 든 쇠고기’ 수입과 같은 자극적 소재도 등장한다. 한국 경제가 미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거시적 우려와 함께 이번 대선판을 흔들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노림수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된다. 한·미 FTA 타결 이후의 갖가지 여론조사는 이러한 혼란스러운 모습을 지켜 보는 국민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대략 찬성이 절반을 넘지만 반대와 무응답을 합하면 약 40% 수준으로 국민여론의 흐름이 좀처럼 한 쪽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또 협상 자체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이번 협상이 ‘미국에 더 유리할 것인지, 한국에 더 유리할 것인지’를 질문하면 대체로 미국이 더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응답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풍요’에 목말라하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감과 함께, 혹시라도 FTA 반대편의 지적처럼 정말 손해 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내용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불확실한 여론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한·미 FTA의 득실을 일반 국민이 계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한·미 FTA가 세계화의 대세 속에서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의 말대로 FTA가 우리 경제를 키워 양극화마저 해소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반대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쪽의 말대로 협상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경제적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면 비준동의에 앞서 좀 더 차분히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또 그동안 우리 사회가 축적해온 다양한 가치가 녹아 있는 현행 제도나 법률이 한·미 FTA에 의해 급격히 허물어지며 생기는 혼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불안은 이러한 끊임없는 논쟁 과정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결국은 경제주체인 개인이나 각 가구 등이 가진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인 양극화의 고통, 미흡한 복지시스템 및 이에 따른 자신감의 결여 등이 불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피해 계층에 대한 충실한 대책과 함께 사회안전망과 같은 복지제도의 강화일 수 있다. 피해 어민이 단지 700명이라느니,6%에 불과한 농민 비율을 들먹이며 ‘이 정도면 희생해도 괜찮다.’는 논리는 오히려 국민 전체의 불안을 더 키워줄 뿐이다. 농업에 대한 국제적 경쟁력이 떨어지기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이 미국과의 FTA를 주저하는 것도 공동체의 통합을 위해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유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미국과 FTA 협정을 맺은 캐나다와 호주 등이 어느 나라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복지강국이라는 점도 중시해야 한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 ‘패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작동될 때 국민들은 불안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에 대한 도전을 감당할 수 있다. 반대로 개인은 물론이고 특정계층을 희생시키며 얻는 ‘풍요’는 사회의 통합성을 깨뜨려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대세 속에서도 결코 소홀히 말아야 할 점은 바로 공동체 전체의 통합을 강화하는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이다.‘대’를 위해 희생되는 ‘소’에 대한 배려 없이 그 사회가 잘될 리 없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인하대 겸임교수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노무현 어젠다의 승패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노무현 어젠다의 승패

    ‘노무현 어젠다’는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경제와 미래 이슈를 제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남북정상회담으로 상징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이라는 3대 어젠다가 국내 정세와 동북아의 경제·안보 질서에 파장을 낳고 있다. 4월 둘째주에도 정치권과 한반도 주변의 동선은 노 대통령이 선점하고 있는 3대 어젠다를 중심으로 숨가쁘게 이어진다. 정치권과 전문가는 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FTA 동력이 남북관계나 개헌과 어떤 함수관계를 그려 나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수도권 40대 중산층과 중도성향 유권자의 FTA 지지세가 유지되고, 개헌문제를 남북 평화시대에 맞춰 새롭게 이슈화한다면 노 대통령이 주도하는 3대 의제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태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은 “노 대통령이 한국의 미래를 연다는 측면에서 FTA와 개헌, 남북관계의 명분을 쌓아간다면, 여론의 반응이 좋게 나올 것이고, 한나라당에 상당히 오랫동안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노 대통령의 주도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향후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주 정치권의 행보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국회와 정당은 지난주에 이어 한·미 FTA검증과 후속대책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다.9일에는 국회의원 50여명으로 이뤄진 비상시국회의가 워크숍을 갖고 국회 비준동의를 막기 위한 활동에 들어간다.9일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노 대통령의 3대 어젠다가 주요 메뉴로 등장한다. 10일부터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원자바오(溫家寶)중국 총리는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 강화를 견제하기 위한 경제·안보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한·중·일 연쇄방문과 차석대표인 빅터 차 국가안보회의 한·일담당 보좌관의 방북 일정이 8일 이후 맞물리면서 북핵문제 해결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은 “역외가공지역 문제 등 한·미 FTA가 잘 풀리면 남북관계도 진전돼 한반도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면서 “북·미관계가 나아지면 일부 진보세력의 반 FTA시위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의 한·미 FTA 후속 보완대책이 대다수 국민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느냐에 따라 ‘노무현 어젠다’는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개방에 따른 성장이익을 균형있게 분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미 FTA는 단순한 정책오류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 97년 외환위기에 이어 또다시 심각하게 훼손되고, 이는 양극화 심화와 실질적 민주화의 퇴보를 초래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3일 FTA 장·차관 워크숍에서 일부 장관의 허술한 대책보고를 문제삼고, 개헌 발의 일정을 다음주로 미루면서까지 FTA 후속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한·미 FTA가 효과를 얻으려면 경쟁력 있는 기업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고, 이에 따른 이익을 피해 분야 지원과 양극화 심화 방지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불길 속에서 또는 물에 빠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 자동차·기차·전동차에 칠 위기에 처한 사람 등 위험에 빠진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보통사람으로는 감히 생각하기 힘든 용감한 행동을 한 사람을 의인(義人)이라고 한다. 여러 의인의 선행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한동안 그들을 칭송한 후 이내 그 사실을 망각하곤 해왔다. 지난달 17일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던 서울 신도림동의 3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났다. 화재 연기로 제대로 눈을 뜰 수 없고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에서, 옥상에서 철골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고 있던 몽골인 노동자 네 명이,29층에서 세 명,24∼27층에서 일곱 명,23층에서 한 명, 모두 11명의 한국인을 옥상으로 옮겼다. 몽골인 노동자 네 명은 소방관들과 함께 환자 11명을 소방헬기로 옮겼다. 그들 역시 유독가스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곧바로 구로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하고 잠적하였다. 당국에 적발될 경우 강제퇴거 대상인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언론사의 기자가 그들을 수소문해 찾아갔을 때, 그 중 한 사람은 “나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며 “고향 사람들을 구한 것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2001년 1월 26일 일본 유학 중 도쿄 전철 JR야마노테선 신오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전동차에 치여 숨진 고 이수현 씨를 의인으로 받들어 모신다. 일본 노동당국은 그가 도쿄의 한 인터넷PC방에서 파트타임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로 인정하여, 유족에게 노동재해 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였다. 사고현장에는 그를 기리는 글이 한글과 일본어로 새겨져 있다. 해마다 그의 기일이 되면,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는 부산 영락공원에 있는 그의 묘를 참배해왔다. 영화감독 하나도 준지는 2006년 그를 다룬 한·일합작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를 제작하였고, 일왕 부처 등 정관계 인사를 비롯한 수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한 마디로, 일본인들은 의인 고 이수현 씨를 잊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생환한 영웅’이 의사자(義死者)에 비해 가벼이 다뤄지는 듯하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몽골인 의인 네 명에게 사회적 보상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치료도 못 받고 도망치듯 사라진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여,“그들이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치료도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작성한 누리꾼이 있다. 또 주한몽골대사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의인들을 보내주신 형제국 몽골에 감사드립니다.”는 글이 게시되어 있다. 필자도 법무부 당국자에게 선처를 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정부가 어제 수용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한국사회에 ‘특별한 공헌을 한’ 의인들에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보답이겠지만, 정부가 그들에게 일단 합법적인 국내 체류를 허가하기로 한 것이다. 그 법률적 근거는 출입국관리법에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61조 ‘체류허가의 특례’ 1항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의 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76조 1항2호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적시하고 있다. 일본 사회가 고 이수현 씨를 대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사회도 몽골인 의인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 한국인 모두가 다음과 같이 큰 소리로 다짐해야 한다.“우리는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그 다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서 “옳고 바름”(義)의 기강이 선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 서울시 공무원시험 올해를 노려라

    서울시 공무원시험 올해를 노려라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온 수험생들이 최고의 기회를 맞았다. 서울시가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지난해에 비해 두배 가까운 인원을 선발하기로 최근 결정했기 때문.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선발 예정 인원은 1700명이 넘는다. 지난해 932명 선발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85%나 늘었다. 더구나 예년엔 상·하반기로 나누어 선발했지만 올해는 1회 선발로 결정돼, 합격 확률이 훨씬 높아질 전망. 이에 따라 가장 경쟁률이 높고 시험 수준이 높다는 서울시를 피해 지방으로 눈을 돌리던 수험생들까지 이번 시험을 벼르고 있다. ●최대 18만여명 지원 예상 서울시가 밝힌 올해 선발예정 인원은 행정직 1399명, 기술직 324명, 연구·지도직 9명 등 총 1732명이다. 가장 지원자가 많은 9급 행정직의 경우 지난해 420명보다 3배 늘어난 1293명이나 뽑는다. 구체적 시험 일정에 대해 서울시측은 오는 9일쯤 각 신문에 공고를 통해 발표할 것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이번 시험이 국가유공자 등 취업보호대상자 가산점 제도 변경 시행 시점과 맞물리면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대상자 가산점은 7월1일부터 본인과 유가족은 10점 그대로 유지되지만, 본인이 살아 있을 경우 가족은 10점에서 5점으로 줄어든다. 보통 시험 공고 후 3개월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6월 말이나 7월 초 정도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학원가에선 이미 오는 6월30일 시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시험을 관리하는 서울시공무원교육원 김문현 전형팀장은 “기회가 좋은 만큼 이번 시험에 최대 18만여명이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5만여명에 비해 3만여명 많다. 하지만 선발 인원이 많은 만큼 경쟁률은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9급 행정직의 경우 420명 선발에 9만여명이 지원,227대1이란 경이적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100대1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험 난이도에 대해 김문현 팀장은 “지난해 몹시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변별력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난이도 등 시험 경향이 5월 중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넓은 이해 요하는 문제 많이 출제 서울시 시험은 지방직 시험 중에 가장 변별력이 높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어렵다.9급 행정직의 경우 지난해 합격선이 83점으로,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국가직이나 타 시·도 시험 합격선보다도 낮다. 이그잼 고시학원 노종태 수험전략실장은 “생소한 문제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폭넓은 이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한국사와 영어가 어렵고, 국어는 전통적으로 예상과 달리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영어는 최근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고급 어휘가 많이 나오는 추세다. 따라서 공무원시험용 영어만 공부한 사람보다 평소 토익·토플시험을 준비한 수험생이 유리하다. 최근 시사성 있는 문제가 3∼4문제 정도 꾸준히 출제되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사는 최근 수년간의 출제 경향을 잘 분석해, 그 중심으로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 지난해는 문화사 분야 출제가 많았다. 올해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와 맞물려 중국·일본 관련 분야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행정법은 최근 판례 위주로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7·9급 시험문제를 공개하기로 한 만큼, 이의 제기나 시비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법률시장 빅뱅온다 (1) 변화사들 시장개방에 무방비] 변호사 38% “외국로펌行 의향”… 두뇌유출 불보듯

    [법률시장 빅뱅온다 (1) 변화사들 시장개방에 무방비] 변호사 38% “외국로펌行 의향”… 두뇌유출 불보듯

    우리나라 개인 변호사의 3분의1, 로펌 소속 변호사의 절반 가량이 국내에 진출할 외국 로펌에서 일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이 시작되는 5년 뒤에는 국내의 우수한 변호사들이 대거 미국 로펌으로 이동하리라는 우려가 실제 확인된 것이다. 서울신문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한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변호사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38.6%(보통 27.7%, 가급적 지원 10.9%)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외국계 로펌 입사를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전혀 의향 없다’와 ‘별로 의향 없다’는 응답은 30.7%로 같았다. 외국계 로펌에 대한 관심은 개인변호사보다 로펌 소속 변호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펌 소속 변호사의 절반 가까운 47.1%가 외국계 로펌으로 옮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개인 변호사 가운데 33.3%가 외국계 로펌으로 옮길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개인·로펌 변호사들은 국제적 업무에서 필수적인 본인의 영어 실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외국 고객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제적인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영어실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 ‘상·중·하’로 나누어 대답하라는 질문에 ‘상(영어 사용국 당사자와 직접 상담·토론 가능)’이라고 응답한 변호사는 15.8%였다. 통역없이는 일상적인 회화도 어려운 수준인 ‘하’ 둥급이라고 응답한 변호사는 26.6%로 나타났다. ‘상’급 영어실력을 갖춘 이는 로펌 변호사에서 27.3%, 개인변호사에서 8.3%로 큰 차이를 보였다.‘하’급 영어 수준에서도 개인 변호사 34.5%, 로펌 변호사 14.5%로 개인 변호사의 영어 실력이 많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로펌 변호사 가운데 54.2%는 법률 시장 개방이 국내 법조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리라고 진단했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자(30.3%)를 크게 앞질렀다.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이유로는 ‘과다경쟁 유발로 국내 법률시장 질서 교란’이 42.6%로 가장 많았고 ▲자금력에 밀려 국내 로펌들이 일방적으로 종속(38.3%) ▲한국과 외국의 가치관 충돌로 혼란 발생(13.9%) ▲책임감이 떨어지거나 법 적용상 오류 발생(5.2%) 등의 순이었다. 시장 개방 뒤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로는 ‘법률지식·서비스 등의 전문화로 경쟁력 상승’이 53.1%로 가장 많았다.‘법률수요 창출로 법률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22.4%,‘국내기업 법률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 기업의 외국진출 활성화’는 14.3%였다. 건국대 법학과 최윤희 교수는 “세계 100대 로펌 중 98개가 영·미계 로펌인 상황에서 법률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비영어권 국가인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 송무 등에 있어서는 토종 로펌과 변호사들이 더 강한 만큼 이런 측면은 더욱 특화하고, 국제거래나 중재 등에 강한 미국 로펌으로부터 배울 건 배워서 법률시장 개방을 한 단계 발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어떻게 조사했나 조사는 한·미 FTA 협상이 한창 막바지에 이르렀던 지난달 말 실시됐다. 개인변호사 84명 대상 설문조사는 여론조사기관인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에 의뢰해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국내 로펌 변호사 58명 대상 설문 조사는 서울신문 자체적으로 지난달 22일부터 3일까지 실시했다.
  • [법률시장 빅뱅온다] 변호사 72% “법률시장 개방 무방비”

    [법률시장 빅뱅온다] 변호사 72% “법률시장 개방 무방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로 법률 서비스 시장은 5년 뒤면 완전 개방돼 ‘빅뱅’의 대변화를 겪게 된다. 서울신문은 시장개방으로 무한경쟁시대를 맞는 변호사들의 의식, 외국로펌의 국내시장 공략 방법, 우리의 생존전략 등을 신설하는 ‘서울 로(Seoul Law)’지면을 통해 네 차례 시리즈로 짚어 본다. 우리나라 변호사 열 명 가운데 일곱 명 이상이 시장 개방에 무방비 상태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무한경쟁’ 시대를 앞두고 법조계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개방되면 소비자인 국민들은 보다 질좋은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나 수임료 상승이 우려된다. 서울신문이 3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개인변호사 84명과 국내 20대 로펌 소속 변호사 58명 등 변호사 1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법률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변호사 의식조사’에서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로펌과 개인 변호사가 자체적으로 충분히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72.6%가 그렇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잘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2.9%에 그쳐 시장개방에 무방비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률 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책을 충실히 마련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은 2.1%뿐이고,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84.3%로 나타났다. 국내 로펌의 실력을 외국 로펌과 비교하는 질문에는 74.3%가 국내 로펌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대답했다.‘별 차이 없다.’는 응답은 10.3%에 그쳤다. 특히 로펌 소속 변호사 중에는 90.3%가 외국 로펌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고 응답해 로펌 스스로가 더욱 가혹했다. 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포털·댓글·UCC, 신문의 역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신문이 사실보도, 아니 진실보도를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정치권력이 입을 막고 사실을 비틀었다. 요즘은 자본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도 신문에 유언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권력과 자본은 정직한 편이다. 권력과 자본보다 훨씬 무섭게 신문의 귀와 입을 틀어막는 것은 바로 이데올로기이다. 이데올로기는 사실 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래야만 되는 것으로 믿어버리는 지배적인 신념이다. 수십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반공이데올로기는 무수한 사람의 인권과 생명을 앗아갔지만 신문은 이를 저지하기는커녕 이데올로기의 횡포에 완장을 차고 나서기까지 했다.‘황우석 논문조작’ 사태가 터지기까지 발동한 국익이데올로기를 보라.‘국익’이란 이데올로기에 압도당한 신문은 진실추구가 아니라 신화와 환상, 허위를 만드는 데 급급했다. 요즘 유행하는 ‘포털’ ‘댓글’ ‘UCC’에도 ‘민주주의 이데올로기’가 덧씌워져 우려스럽다. 이들 신매체는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쌍방향의 하의상달식이기 때문에 분명 ‘민주적’이다. 하지만 ‘민주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따라서 해야 하고, 또 ‘민주적’이기 때문에 비판을 가하면 자칫 몰매를 맞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매체가 종종 부화뇌동을 부르는 전체주의와 비판을 불허하는 독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포털은 국내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등 대부분의 언론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언론공간을 창출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댓글과 토론광장 공간도 갖춘 포털은 제법 ‘민주적’이다. 하지만 인터넷공간에서 상업적 이해를 추구하는 포털은 뉴스사이트를 연예, 오락, 스포츠물 위주로 선정적으로 편집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이상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한다. 포털을 찾는 이들이 많은 경우 공공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민주적 시민이 아니라 선정과 흥미 위주의 포털뉴스의 소비자일 뿐이다(3월28일자 1면 ‘e권력 포털 대해부, 통제되지 않는 언론’). 엉겁결에 다수의 포털 뉴스공급자의 하나로 전락한 신문들은 독자들이 포털로 이탈하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스스로가 이탈의 원인을 계속해서 제공하는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져있다. 정치권도 포털의 영향력을 관찰하면서도 우려보다는 편승에 관심이 더 많다(3월30일자 1면 ‘e권력 포털 대해부, 대선 주무르는 제5권력’). 소위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댓글’이 가장 비민주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댓글이 남의 의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자기 말만 ‘지껄이고’ 공격과 비방, 욕설을 ‘내뱉는’ 악성 감정의 분출구가 된 지 오래다. 신문들은 저간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댓글이 ‘민주적’ 공간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경쟁사들도 하고 있기 때문에 악성 댓글공간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의 인터넷판은 댓글제도가 없다. 여론마당(forum) 공간만 열고 그것도 욕설, 비방, 명예훼손 발언 등은 삭제·관리한다. 관리의 이유는 민주적 시민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이용자 창작 콘텐츠(UCC) 열풍이 불고 있다. 신문들은 또 ‘민주’의 꼬리를 달며 UCC를 선전하고 있다. 댓글 도입 때처럼 많은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UCC를 자사 서비스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과연 UCC는 민주적인 매체인가? 최소한 신문들의 UCC 보도는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다. 신문들은 UCC를 보도하기보다 선전하고 있고, 감시하기보다 옹호에 급급하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볼 때 지난주 서울신문이 시작한 ‘e권력 포털 대해부’란 탐사보도 시리즈는 용기있고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397세대 “올 대선은 우리가”

    ‘올 대선에서는 ‘397세대’를 주목하라.’ 지난 대통령선거 이후 사회 주류층을 형성하고 있는 ‘386세대’의 그림자에 가려 있던 ‘397(30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세대’가 올 대선 정국을 맞아 독자적인 세력 결집에 나섰다. 1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30대들이 최근 ‘진보와 개혁을 위한 전국 청년세대 네트워크’(청년세대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현재 시민운동가와 국회의원 보좌관, 언론인, 직장인, 종교인 등 우리 사회의 허리를 형성하고 있는 30대 10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올 대선에서 적극적인 목소리 낼 것” 청년세대 네트워크는 오는 19일 ‘청년세대 4·19인 선언’을 통해 공식 활동을 선언한 뒤 올해 대선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청년세대 네트워크는 90년대 초반 학번이 주축이 돼 움직이고 있다.91학번인 안진걸(35)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이번 대선에서 창조한국미래구상 등과 적극 연대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가치와 부합하는 후보를 지원하고 이 가치를 부정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공세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 세력화가 아닌 사회 세력화를 내세우는 등 386세대와는 구분을 명확히 했다. 정을호(35) 미래구상 팀장은 “386세대와 단절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정치적 진출을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386세대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시민사회의 가치에 기반한 사회세력화를 추진하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를 사랑하고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며 신자유주의에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밝혔다. 청년세대 네트워크 참가자들은 새로운 세대답게 기존 단체들과는 달리 상근 인력이나 사무실을 따로 두지 않고 모든 의사 소통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할 계획이다.‘포괄적이고 느슨한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 및 부문별 연락책임자와 운영위원회를 빼고는 지도부도 따로 구성하지 않을 방침이다.●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활동 청년세대 네트워크는 지난해 말 90년대 학번 출신 시민운동가를 주축으로 한 시민사회청년활동가모임에서 처음 제안됐다. 이 모임은 오광진(35) 서울흥사단 사무국장, 윤법달(35) 원불교청년회 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문치웅(35) 마포개혁연대 간사, 최양현진(35·벤처기업 회사원)씨, 권영태(35·동국대 북한대학원)씨 등 91학번들이 주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사회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변화와 개혁의 동력으로서 새로운 세대가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젊은이들의 역량을 결집해 한국사회 진보와 개혁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한·미 FTA 연장협상] FTA반대 이해영 한신대 교수 “갈등 커질것”

    “한·미 FTA 체결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문제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의제로 등장할 것입니다.” 지난해 6월 ‘낯선 식민지, 한·미 FTA’라는 책을 펴내 한·미 FTA 논란에 불을 붙였던 이해영(45) 한신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갖는 엄청난 파괴력에 비해 국민 설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협상도 반대 의견을 배제한 채 진행돼 한국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미 FTA 체결을 어떻게 보나. -무엇보다 협상 과정에서 대내 협상에 실패했다. 정부는 대국민 설득 노력을 포기해 버렸다. 그 결과 ‘그들만의 협상’이 돼 버렸다. 시민사회와 이해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는 불법 폭력시위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배제됐다. 군사독재정권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모든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협상 내용 중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한·미 FTA는 관세, 비관세, 통상원칙 세 부분으로 이뤄지는데 비관세와 통상원칙에 문제가 집중돼 있다. 대표적인 것을 몇 가지 꼽는다면 미래서비스영역에서 자동개방 원칙인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도입하고 지적재산권과 서비스 영역에서 자유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도록 한 점, 투자자-국가 제소권 도입, 간접수용과 비위반제소를 인정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농업 피해와 소비자 이익을 대비시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는 학자들이 분석과 설명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생산자 중심접근과 소비자 중심접근 구분법을 현실에 억지로 적용해 한·미 FTA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는 별개가 아니다. 모든 생산자는 동시에 소비자이다. 농민도 소비자다.‘농민은 망해도 소비자는 이익’이라는 것은 ‘두개의 국민’을 상정하는 것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궤변이다. ▶정부는 제조업은 미국보다 강세라고 주장하는데. -제조업 비교우위는 몇몇 업종에 불과하다. 제조업에 자동차만 있는 게 아니다.IT산업만 해도 한국은 미국에 비해 강하지 않다. 반도체도 비메모리 분야는 미국이 한국에 비해 절대강자다. 농업은 한·미 FTA에서 가장 피해가 크지만 금액으로 본다면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기계, 정밀화학, 제약, 화장품 등 비교우위가 없는 제조업, 운송과 운수를 제외한 서비스산업, 투자, 지적재산권, 전자상거래, 영화, 방송, 공공영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농업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자유무역이 세계적인 추세가 아닌가. -‘자유무역은 강자의 보호무역’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있으니까 체급 구분 없이 링에서 싸우자는 것이다. 불공정한 교역조건뿐 아니라 불공정한 경쟁조건도 문제다. 농업을 볼 때 한국은 소가 200만마리인데 미국은 1억마리다.1인당 경지면적도 170배 차이가 난다. 농가보조금 규모도 20배 정도 차이가 있다. 이런 불공정한 경쟁조건에서 경쟁을 하라는 건 그 자체가 자유주의에 대한 정면 부인이다. ▶한·미 FTA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미 FTA는 한국사회를 정글로 만들 것이다.‘FTA레짐(체제)’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엄청날 것이고 그걸 치유하는 문제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의제가 될 것이다. 한·미 FTA는 승자독식이라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상황을 더욱 고착시킬 것이다. 솔직히 암울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e권력’ 포털 대해부] (3) 대선 주무르는 ‘제5권력’

    [‘e권력’ 포털 대해부] (3) 대선 주무르는 ‘제5권력’

    대선 예비 후보들이 포털과 UCC(손수제작물) 동영상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서울신문이 KSDC(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등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예비후보 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e메일 설문조사에서 ‘포털이 이번 대선을 좌우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29일 분석됐다. 설문대상은 범여권의 손학규·김근태·정동영·천정배, 범야권의 이명박·박근혜 등이다. ●유력후보 6명 “포털이 대선 좌우할 것” 6명의 예비후보는 포털이 이번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보들은 포털의 막강해진 영향력에 주목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국민 대다수가 포털을 이용하고, 이용시간도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에 포털이 대선을 좌우한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은 포털의 영향력이 급성장한 요인으로 포털의 미디어적 기능을 지목했다. 천정배 의원 측은 “포털은 언론의 핵심인 편집기능까지 하고, 실시간 의제 설정도 할 수 있다.”며 “기존 언론의 영향력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 측도 “포털은 여론을 형성하고 인터넷 투표 등을 통해 결론까지 내린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편집 행위… 공정성 자성 필요” 포털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뉴스 전달자 역할만 해야 하는 포털이 사실상 편집행위를 하는 등 기존 언론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공정성을 위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 측도 “포털이 2년 전부터 기자 출신을 대거 영입하면서 언론기능을 확대하고 있지만, 뉴스편집 역량이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 측도 “의도를 갖고 의제 설정을 하게 되면 여론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대선캠프들은 특히나 포털의 특정 후보 또는 특정 정당 띄우기를 걱정한다. 한 캠프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많이 노출시키거나 반대로 불리한 기사나 콘텐츠가 유통되도록 조작할 수 있지 않겠냐.”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런 탓에 대선 후보 캠프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다. 정동영 캠프는 ‘e-Politics 본부’를 두고 인터넷 검색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명박 캠프는 포털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있으며, 박근혜 캠프는 공보활동에서 포털의 비중을 높였다. 손학규 캠프는 사이버전략실에서 포털을 맡고 있다. 이창구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이용원 칼럼] 학생의 권리, 대학의 권리

    [이용원 칼럼] 학생의 권리, 대학의 권리

    2007년 봄 한국사회에서 교육 관련 쟁점이 드디어 대폭발을 시작한 모양이다. 이달 초 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들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늘린다고 발표하자 특목고 출신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이어 서울대 쪽에서 ‘3불(不)정책’이 대학 발전의 암초라며 즉각 폐지를 요구한 뒤로 3불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교육·정치·언론계는 물론 일반국민 사이에서도 격렬하게 타올랐다. 이처럼 큰 쟁점만 있었던 게 아니다. 고려대는 비교내신제를 도입한다거나 수능 커트라인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교육 질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서 특정집단의 뭇매를 맞았다. 특목고와 관련해서는,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말을 안 들으면 특목고 지정을 해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반면 전국외고교장단협의회 대표들은 도리어 서울대를 찾아가 역차별을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사회가 가히 ‘교육대란’에 빠진 것이다. 이달에 벌어진 각종 교육 쟁점을 훑어 보면 뚜렷한 하나의 흐름이 읽힌다. 한쪽에는 교육당국과 진보를 표방하는 단체·개인이 있다. 이들은 현행 교육제도 유지를 일관되게 강조한다.3불정책은 고수해야 하며, 수능성적 위주로 신입생을 뽑는 것은 안 되고, 특목고 학생의 성적 우위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수능점수를 표준점수·백분율 없이 9등급만으로 구분하더라도 변별력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주장이 갖는 공통점은 단 하나이다. 엄존하는 학생간 실력 격차를 각종 제도로 물타기해서 얼버무릴 테니 대학은 신입생을 적당히 뽑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결같이 ‘대학은 우수학생을 선발하려 하지 말고, 뽑은 학생을 우수하게 육성하라.’고 점잖게 나무란다. 그러면 반대쪽에 선 대학사회의 입장은 어떠한가. 대학들은 물론 인재를 선발하려고 노력한다. 교육부가 현재 장치해 놓은 각종 규제로는 우수학생을 고를 수 없으니 수능성적을 우대하고, 본고사 부활을 요구하며, 고교등급제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우등생보다는 각 고교에서 학생을 고루 뽑으라는 교육당국과, 이를 거부하고 우등생을 뽑으려는 대학 간의 평행선이 온갖 교육 갈등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이 우등생을 뽑으려는 게 그리 부당한 일인가. 아무나 스카우트해 노래연습시킨다고 가수가 될 수 없듯이 성적 따지지 말고 아무나 받아 인재로 키우라는 말은 명백한 속임수이다.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대학의 책무라면 우등생을 뽑아 학교를 발전시키는 일은 대학의 권리이다. 그러니까 각 대학이 첨단시설 투자, 장학제도 확대, 우수교수 확보에 열을 올리며 수험생들에게 손짓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의 권리이다. 학생은 노력의 결과를 성적으로 보상받는다. 그런데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덜 우수한 학생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좋은 성적을 낸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학생의 권리, 대학의 권리를 무시하면서 교육 발전을 운위하는 것은 거짓된 행태이다. 그래서 ‘대학이 우수학생 선발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자녀가 최상급 성적을 거뒀는데도 “명문대에 우등생이 몰리는 건 잘못이므로 너는 지방 신설대에 지원하라.”고 말할 것인가.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새기록(記錄) 몰고온 제2의 물개

    새기록(記錄) 몰고온 제2의 물개

    올해의 수영「시즌」은 「조오련의 해」가 될것 같다. 7월4,5일 이틀동안 서울운동장 「풀」에서 열렸던 전국체전 수영 서울시예선에서는 자유형의 기수였던 김봉조(金鳳朝)의 신화(神話)가 산산 조각이 나고 말았다. 공식대회에 얼굴을 내민지 꼭 1년밖에 안되는 조오련이 자유형 2백m를 2분10초F(종전 2분13초 F), 4백m를 4분40초1(종전 4분45초6), 1천5백m를 18분38초7(종전 19분52초9)로 헤엄쳐 김봉조가 지녔던 한국기록 3개를 모두 휴지통에 던져넣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자유형이 제대로 틀을 잡은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원래 자유형이란 어떤 「스타일」로든지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유형에 나가서 평영으로 헤엄치는 바람에 수영연맹은 부득이 『자유형은 「아메리칸·크롤」로 헤엄쳐야 한다』는 「로컬·룰」까지 정했을 정도였다. 그뒤 느린 「템포」나마 정상궤도에 오른 자유형은 64년 「도꾜·올림픽」에 출전했던 김봉조의 출현으로 활기를 띠었다. 혼자서 판을 치던 김봉조가 은퇴하자 그뒤를 이은 것이 66년 「아시아」경기대회에 나갔던 구종서(具宗書). 그러나 구종서는 뛰어난 자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사라져버렸다. 결국 조오련은 우리나라 수영 자유형의 세번째 「스타」가 되는 셈이다. 전남 해남군 해남읍이 고향인 조오련은 별명이 김봉조와 같은 「물개」. 검고 윤이 나는 피부에 물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닌게 아니라 「물개」라는 표현이 알맞다고 느껴진다. 나이는 19세. 양정고 2년에 재학중. 조오련의 손과 발은 남달리 크다. 말하자면 물을 긁고 물장구를 치기 좋도록 몸이 되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호흡조절과 「스태미너」가 좋은 것이 장점이다. 구태여 단점을 꼬집으라면 발의 「비팅」이 좀 약하고 정신력이 차돌같이 단단하지 못한 점이라고나 할까? 조오련의 「데뷔」는 참으로 우연한 일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2월 YMCA「풀」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던 장형숙(張亨淑·40·상업)라는 여자같은 이름의 신사는 이상한 소년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공부가 하기 싫어 아침부터 수영을 하러 나온 학생이려니 라고만 생각했던 장씨는 다음날 또 그 다음날도 계속 헤엄치러 나온 그 소년에게 관심이 쏠렸다. 해주사범학교의 수구부 주장까지 지낸 장씨는 소년이 「폼」은 엉성하나 끈질긴 「스태미너」를 가지고 있음에 놀라 그 소년을 기초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돈도 떨어졌으니 고향으로 내려 가겠읍니다』라는 조오련을 잡은 장씨는 같은 해주사범동창이자 YMCA수영회원인 원종훈씨(元鍾勳·40·상업) 정일용씨(鄭日龍·40·공무원)등과 함께 이 「해남의 물개」를 보살펴주기로 했다. 숙식문제를 해결받은 조오련이 장씨의 꾸준한 지도로 지난해 전국체전 수영 서울시예선에서 좋은 기록으로 두각을 나타내자 그때까지 외면했던 수영연맹은 잽싸게 조오련을 맡았다. 일본에 건너가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조오련은 지금 체육회의 호의로 태릉선수촌에서 먹고 자면서 열심히 물에 뛰어들고 있다. 최항기(崔恒基)씨의 지도로 「서키트·트레이닝」을 하고 김대환(金大煥)씨의 「코치」아래 수영훈련을 받고 있는 조오련은 1년사이에 그 영법은 물론 몸도 많이 좋아졌다. 수영연맹은 오는 12월 태국의 「방콕」에서 열릴 제6회 「아시아」대회에서 조오련이 한국사람으로서는 최초로 자유형의 「메달」을 따줄 것을 바라고 있다. <고두현(高斗炫)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8월 2일호 제3권 31호 통권 제 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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