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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학계 ‘진보 보수 갈등’ 등에 제몫 해 왔나

    한국 역사학은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가. 계간 ‘역사비평’ 필진들이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나섰다. 역사학계에 던지는 도전이자, 그들 스스로에 대한 성찰적 반성이다. 1987년 9월 창간준비호를 낸 후 올 가을호로 통권 80호를 맞는 역사비평이 13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학술대회를 연다. 현대사를 연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히던 시절,‘역사인식의 심화와 대중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창간된 역사비평은 이후 ‘역비’란 약칭으로 불리며 한국 역사학계의 굵직한 논쟁들을 주도해왔다. ‘민주화 이후 근현대사 연구 20년: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역비는 새로운 논쟁거리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사학계의 현재를 총체적으로 묻는 반성적 논쟁이다.특히 97년 IMF사태와 신자유주의 확산, 사회 양극화 심화, 진보·보수갈등 등 현실의 실천적 요구에 역사학계가 제대로 대응해 왔는지를 파고든다. 김성보(연세대 사학과 교수) ‘역사비평’ 주간은 ‘탈중심의 세계사 인식과 한국근현대사 성찰’이란 발제문에서 “(한국 역사학계가)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당면한 근본적이며 실천적인 고민들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역사의식의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는지 회의적이다.”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주간은 “특히 지난 20년간의 논의는 학계 자체의 고뇌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외적 환경의 영향 속에서 정치적 대립구도가 학문적으로 여과되지 않은 채 거의 그대로 투영됐다.”면서 “결국 핵심에는 민주화세력과 독재·산업화세력이 서로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역사학을 동원한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역사학계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 진보와 통합을 이루는 데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현실 갈등을 그대로 대변하거나 증폭시키기까지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역비 20년’의 고민이 역사학계를 넘어 한국사회 전반을 성찰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한국군에 전작권 이양돼도 美 8군사령부 남는다

    주한 미 8군사령부가 전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된 뒤에도 한국에 계속 잔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 사정에 밝은 한 정부 소식통은 8일 “잔류냐 본국 철수냐를 두고 고민하던 미 8군 사령부가 계속 주둔키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2005년 미 2사단이 미래형 운영사단으로 개편된 뒤 8군사령부는 해체설과 본국 철수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8군 사령부는 주한미군사령부를 대신해 창설될 ‘미 한국사령부’(US KORCOM. 가칭) 예하로 편제돼 육군사령부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육군 전투사령부 기능을 수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8군 사령부 문제는 어떠한 내부 방침도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삶과 생각] 링컨센터에서 다듬이질하기

    [삶과 생각] 링컨센터에서 다듬이질하기

    지난번 링컨센터에서 전화로 이번 여름 링컨센터 축제 야외 공연에 Home Made 악기 축제가 있는데 한국에서도 참가할 수 있느냐고 문의가 왔다. 나는 번쩍 한국에 노동을 위한 기구들이 있는데 악기 이상으로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있어 반드시 참가해서 신명나는 축제를 벌이겠노라고 했다. 특히 이번 축제의 주제는 화, 수, 목, 금, 토의 다섯 가지 자연 소재가 주제라고 했다. 나는 원래 한국의 악기는 자연을 소재로 만들어져 특히 이번 주제와 잘 부합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련한 추억 속의 시골 정경을 떠올렸다. 지금은 옷감이 많이 발달하여 구김살이 생기지 않는 옷감도 있지만 내가 어렸을 적엔 나일론 양말이 추석 때 받는 아주 귀한 새로 도입된 신소재였다. 우리 아낙들은 드라이크리닝이나 세탁기를 상상도 못했을 때이니까 무명옷감이나 비단옷을 물빨래해야 했고 이불이나 옷가지를 다리기 전에 거칠어진 천을 반반하게 만들기 위해 다듬이질을 했다. 특히 저녁 먹고 난 후 돌이나 나무로 만든 다듬이돌 위에 옷감을 접어놓고 박달나무로 만든 방망이를 양손에 들고 끊임없이 두드려대는 아주 힘겨운 노동이었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며느리와 마주앉아 방망이질을 하는데 단순한 방망이 소리에 강약과 다이내믹을 가미해 따분한 두 박자의 리듬을 변화해 가며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 다듬이질 소리는 온 동네로 울려 퍼져 라디오도 없던 시절에 꽤나 음악적 무드를 만들어 모깃불의 매큼한 연기와 함께 우리가 참석한 라이브 콘서트였다. 예전 얘기를 또 하나 하자면 동네에 조그만 잔치가 벌어지면 항아리나 자배기에 물이나 막걸리를 담아놓고 바가지로 퍼마셨는데 때로 흥이 나서 노래를 부르거나 어깨춤을 출 때 바가지를 물 위에 엎어놓고 장단삼아 쳤는데 타악기가 귀했던 그때 제법 흥을 돋우는 멋진 물장구가 되었다. 그뿐인가. 그때 유일한 엿장수가 동네마다 다니며 엿을 팔 때 엿장수는 가위로 멋진 가락을 만들어내고 우리는 마늘이나 고철 등을 들고 나와 엿과 바꾸기도 하였다. 그런 추억의 소리들은 내가 어려서 접한 음악이었고 지금 음악가로 살고 있는 나에게 더없이 좋은 음악 조기교육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오랜 추억 속의 물건들을 뉴욕에선 구하기 힘들어 한국문화원 박 원장에게 부탁을 했다. 그는 아주 시원시원하게 내게 도움을 주었고 돌다듬이와 세월의 때가 깊이 묻어 있는 방망이, 그리고 잘 생긴 아낙같은 소담스런 바가지가 한국에서 공수되어 왔다. 나는 더 신명나게 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이송희, 김지영, 김예숙 씨가 고운 한복에 쪽을 곱게 지고 연주에 참가해 주었다. 상상해 보라. 고운 한복에 쪽을 지고 돗자리에 앉아 다듬이질하는 여인들을, 더구나 우리는 링컨센터 헨리 무어의 조각이 큰 바위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는 연못가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옛 여인들이 노동과 그 노동의 피로를 덜기 위해 만들어낸 아름다운 다이내믹, 그리고 악기가 귀하던 시절 물장구로 신명을 풀었던, 그리고 자르는 기구로만 생각되는 가위를 크게 만들어 음악적인 신명을 엮어냈던 엿장수를 설명하고 시연도 하고 관객들이 직접 연주도 해보이는 형태로 이끌어 갔다. 관객들은 신명나게 물장구를 두드려대고 가위로 가락을 만들었다. 생각해 보라. 세계 각처에 가위가 많지만 그것으로 멋진 가락을 만들어낸 엿장수 가위가 있는 나라를, 바가지로 물장구의 흥을 돋우었던, 그리고 힘든 노동을 음악으로 변화시키는 아낙들을. 음악 신동과 세계 정상의 음악가를 많이 배출해낸 한국사람들, 창조적이며 신나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 에너지를 누가 말리랴! 글 박상원 재미국악인     월간 <삶과꿈> 2007.04 구독문의:02-319-3791
  • [책꽂이]

    ●나무열전(강판권 지음, 글항아리 펴냄) 지은이는 중국의 농업경제사를 전공한 역사학도이지만, 자신만의 학문세계를 구축하기 나무 공부에 미쳐 있다. 그가 이번에는 나무를 통해 한자와 역사를 들여다보는 독특한 시도를 했다. 한자 이름은 나무의 개성적인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그 이름을 역사의 구체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나무의 쓰임새와 옛 사람들이 나무와 관련해 만들어낸 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제목을 나무열전이라고 한 것은 여러 사람의 전기를 차례로 벌여서 기록하듯 나무 마른 그루를 같은 방식으로 살펴보았기 때문이다.1만 8000원.●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유시주 지음, 창비 펴냄) 한국사회는 상당한 정도의 정치적·사회적 민주주의를 성취했지만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기에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가장 부족한 것은 역시 경제의 민주화. 이렇게 자신의 적절한 경제적 욕구가 설정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끊임없이 경제적 상황을 고민하다 보니 인권이니 정치개혁이니 하는 문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민간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 전 13권의 첫째권.1만 5000원.●대한민국 이공계 공돌이를 버려라(김송호 지음, 청림출판 펴냄) 이공계 학과를 전공하고 기업에 취업하면 좋은 대우를 받고 평생직장이 보장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기업은 더 이상 이공계 기술자들의 삶을 책임지지 못한다. 이공계 출신 CEO인 지은이는 이공계 출신들이 산업사회에서 누렸던 혜택 때문에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세상의 변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촉구한다. 살아남으려면 전문분야뿐 아니라 경영 마인드를 갖고 자기 혁신을 실현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1만 2000원.
  • 행정법 제외하고 대체로 쉬웠다

    행정법 제외하고 대체로 쉬웠다

    지난주 치러진 제 51회 행정고시 2차시험에 대해 수험가에서는 행정법을 제외하고 “대체로 무난하고 평이했던 출제”라고 입을 모았다. 듣도 보도 못한 문제가 나오거나 수험생을 당황하게 한 문제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고시가 너무 쉬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합격의법학원 이진성 행·외시 팀장은 “올 시험의 수준은 학교 중간·기말고사나 교과서 연습문제 수준이었다.”면서 “그렇지만 결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평이한 문제를 누가 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알고 썼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특정 이슈를 묻거나 시의성 있는 문제도 이번에는 출제되지 않았다. 때문에 시험 직전 학원 강사들의 막판 족집게 강의가 무용지물이었다는 평가다. 이처럼 행시 2차 시험이 기본기를 묻는 형태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수험전문가들은 이를 PSAT(공직적격평가) 도입 이후 이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림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입법고시에서부터 나타난 경향이 최근 3∼4년 행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식의 축적 여부를 검증하기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구도를 불편부당하게 조정할 수 있는지 능력을 살피려는 게 선발의 기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의 기계적 학습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점차 신림동 위주의 고시공부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기본적인 이론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기본 개념이나 이론들을 다양한 사안에서 연습해보는 것이 좋은 공부 방법”이라고 권했다. 다음은 주요과목 총평. ●경제학 푸느냐 못 푸느냐가 아니라 아는 걸 어떻게 잘 쓰느냐가 관건이었다. 시사 문제의 출제빈도가 확실히 줄었다.(황종휴 강사) ●행정법 가장 까다롭고 어려웠던 과목이다. 사례형과 준사례형이 고루 출제됐다. 특히 기타직렬의 3문,‘행정규칙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법률유보의 관점에서 설명하라.’는 문제는 강사도 풀기 어려운 문제였다. 서로 관련 없는 테마를 엮어 출제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행정법은 출제교수의 주관에 심한 영향을 받아 난이도 차가 크다. 올해는 과락 사태도 점쳐진다.(조현 강사) ●정치학 3문제가 자유와 평등-성평등-국가간 불평등으로 연결된다. 환경 문제가 50점짜리 배점인 것도 새롭다. 입법고시에서 환경, 여성, 인권, 반핵 문제가 출제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정원준 강사) ●국제경제학 예상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금융시장통합법, 환율문제 같은 시사적인 문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10년 전쯤 경향으로 돌아간 느낌이다.(황종휴 강사) ●재정학 꾸준히 평이하게 출제된 과목이다. 보통 미시경제와 응용시킨 문제가 나오는데 거시적 관점에서 묻는 문제가 출제돼 당혹스러웠을 것이다.(황종휴 강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김창룡 저격사건’ 기록 첫 공개

    ‘김창룡 저격사건’과 관련된 기록물이 51년 만에 공개됐다. 국가기록원은 3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한국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사료로 판단되는 사건기록 중 김창룡 저격 사건을 4일부터 국가기록포털(http://contents.archives.go.kr)을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되는 사건기록은 3000여쪽에 달하며 서울지검에서 생산한 형사사건기록 70여건과 법원 판결문(7건), 사형집행종료보고(2건) 등이다. 사건기록은 용의자가 체포된 56년 2월부터 사형이 집행된 58년 3월까지의 진행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중 형사사건기록은 육군특무부대 의견서와 피의자 신문조서, 증인진술조서 등 수사기록과 검증조서, 구속영장 등 관련 기록이 포함돼 사건의 전모와 수사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사건의 전모뿐 아니라 정치권력을 둘러싼 역학관계 등 1950년대 한국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김창룡 저격사건은 1956년 1월30일 육군특무부대장 김창룡이 출근길에 괴한들의 총탄을 받고 사망한 건국이래 최대 군기(軍紀)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차베스식 ‘환란 치유법’ 한국 신자유주의에 대안?

    ‘차베스=대안’이란 등식이 최근 한국 진보진영의 뚜렷한 움직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대통령 차베스. 오는 6일부터 3일간 서울 덕성여대에서 열리는 ‘한국사회포럼2007’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통어다. 포럼에선 ‘베네수엘라:차베스 정부의 식량주권 입법화 과정’ ‘베네수엘라의 개혁과 혁명’ 등을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된다.‘범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한 견제를 목표로 베네수엘라가 주도하고 있는 ‘미주대륙볼리바르대안(ALBA)’에 대한 탐구작업도 벌인다.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당대)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시대의창) 등 차베스를 주인공으로 한 책들도 여럿 출간돼 있다.‘차베스 미국과 맞장뜨다’(시대의창)는 최근 5쇄를 찍었다. 인터넷에선 ‘한국 사회의 개혁, 그리고 차베스’란 만화도 인기를 모으고 있고,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국제뉴스도 넘쳐난다.‘차베스 미국과’의 저자 임승수씨는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그늘에서 대안을 꿈꾸는 사람들이 베네수엘라를 사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차베스 열풍’엔 몇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진보진영의 고민 ▲한·미 FTA 타결로 커진 미국식 경제모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지지층 이탈로 이어지는 노무현 대통령식 참여민주주의의 실체 등…. 차베스에 대한 한국 진보진영의 지적탐구는 이런 갑갑함을 뚫기 위한 자구책 성격이 짙다. 최근 차베스와 베네수엘라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목하는 쪽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원장 손석춘, 이하 새사연)이다. 인터넷 정책토론공간인 ‘이스트플랫폼’엔 아예 ‘차베스 모델’이란 코너까지 만들어 지속적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김병권 새사연 연구센터장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는 신자유주의에 대안을 제시하는 국민적 동의나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면서 “이 문제의식에 가장 훌륭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나라가 베네수엘라”라고 밝혔다. 한국보다 10여년 먼저 ‘IMF 처방전’을 받은 베네수엘라는 사회양극화 심화 등 세계화의 필연적 부작용을 한국과는 정반대 방법으로 치유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49%에 이르는 빈곤층이 차베스 집권 이후 34%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차베스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우선적 근거다. 한국사회포럼 조직위원회 민경우 사무국장은 “베네수엘라와 차베스 대통령이 한국 현실의 대안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베네수엘라에서 한·미 FTA와 위기에 처한 농업의 대안을 찾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민 사무국장의 지적처럼 차베스와 베네수엘라가 한국의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모델 자체가 완성형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현재진행형인 까닭이다. 차베스에 대한 평가도 양갈래로 나뉜다.‘희대의 혁명가’란 평가에 ‘포퓰리스트’와 ‘독재자’란 꼬리표가 동시에 따라다닌다. 현재 차베스는 주민자치위원회와 통합사회당이란 대중정당 건설을 통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국민에게 부여하는 정치실험을 진행중이다. 실험이 실패할 경우 차베스 한 사람의 리더십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독재국가로 전락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베스는 과연 한국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대안적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한국 진보진영은 차베스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한국사회포럼은 어떤 곳 올해로 6회째를 맞는 한국사회포럼이 변신을 꾀한다. 단체 활동가 중심의 ‘전문가 포럼’에서 수천명이 모이는 ‘대중포럼’ 형태로 전환한다. 이 같은 변화는 2007년 한국사회가 당면한 현안들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한국사회포럼2007’은 세계화진영의 전초기지인 다보스포럼의 대항마로 전 세계 반신자유주의 운동가들이 개최하는 세계사회포럼의 한국판이다. 노동, 평화, 여성, 민주화, 이주노동 등의 이슈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 최대의 토론마당이다. 올해 포럼의 중심 주제는 현 시기 한국사회가 직면한 굵직굵직한 현안 중심으로 짜였다. 포럼 조직위원회가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한·미 FTA 저항 국제민중포럼’과 ‘식량주권 대토론회’. 민경우 조직위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한·미 FTA에 관한 대응은 저지싸움이 중심이었다면 이젠 FTA의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크다.”면서 “농업 부문에서도 농민들이 ‘전업농업’이 아닌 ‘국민농업’이란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중포럼으로의 전환도 이런 고민의 소산이다. 민 사무국장은 “사안이 중할수록 소수 활동가가 아닌 대중의 문제의식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몇몇 사람이 아닌 다수의 광범위한 문제의식이 결집돼야 대사회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87년 항쟁 20년, 민주화의 역설:민주주의의 위기와 사회운동’,‘외환위기 10년, 그 야만의 시대’ 등의 비판적 토론도 예정돼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길섶에서] 성저십리(城底十里)/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출근길이 축축하다. 후텁지근하다. 장마 탓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세컨드 왈츠’가 경쾌하다. 새삼 반갑다. 버스가 갑자기 휘청한다. 꾸불꾸불 휜 길 때문이다. 반듯하던 길이다. 고양시 서두물 삼거리에서 서울로 향한 대로다. 그린벨트 해제 탓이다.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모양이 달라졌다. 눈·비가 오면 얼마나 더 위험할까. 어이가 없다. 옹기종기 녹지에 몰려 있던 꽃집은 추억이 됐다. 조선시대에도 한양엔 그린벨트가 있었단다. 성저십리(城底十里), 성밑 십리에 이르는 지역이다. 장사나 개발이 제한됐다.4대문 안보다 훨씬 넓다.(‘뜻밖의 한국사’, 김경훈 지음) 성저십리를 보호한 이유는 ‘세종실록지리지’에 전한다. 성내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왕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목적도 있었단다. 대신 제한지역 주민들에겐 나름의 보상을 했다. 구역별 경작채소 품목을 특화했다. 옛 사람의 지혜가 지금보다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멀쩡한 길을 비뚤게 해 놓고, 민원 해소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우기진 않았을 것 같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사립대 총장協 첫 집단 반기…“내신 50%안 재고해야”

    2008학년도 내신 반영 방법과 ‘기회균등할당제´ 도입 등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사립대학 총장들이 집단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사립대 총장들이 내신 문제로 집단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세미나에서 “올해 내신 실질반영률 50% 적용, 기회균등할당제 도입, 입시안 (8월20일까지) 조기제출 방침 등을 교육부가 재고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총회에는 사립대 총장 90여명이 참석했다. 협의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회의 직후 ‘사립대학 발전을 위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올해 갑작스럽게 내신 실질반영률을 50%까지 올리는 것은 힘들다.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부회장인 김문환 국민대 총장은 “대통령이 2004년 국민적 합의를 했다고 했는데 선언적 합의만 있었지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수능 등급제에 따라 올해부터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방침에 대해서도 “대통령 말씀은 맞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내 몸에 맞아야 한다. 사실상 점수 1∼2점으로 경쟁하는데, 수능은 등급화하고 내신은 세분화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기회균등할당제와 관련해선 “총론에서는 맞지만 대학 진학률이 82%인 상황에서 학생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려 지방대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이는 전국 균형발전이라는 정부 방침과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이날 ▲사립학교법 재개정 ▲타율 규제에서 자율규제 방식으로 대학행정 전환 ▲사립대 재정지원 확대 ▲대입 전형 자율화 등을 교육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특히 논술 가이드라인을 폐지하고, 모든 교과과정을 영어로 진행되는 학부·대학에는 영어 논술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신일 부총리는 이날 마지막 행사인 ‘부총리-대학총장과의 대화’에서 내신 관련 대학들의 요구에 대해 “2004년에 2008대입을 결정한 이후 교육부장관도, 총장도, 입학 담당자들도 다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바로 학생과 학부모”라면서 “당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그 쪽(내신 강화) 방향으로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로서는 학생과의 약속이니까 ‘합시다.’라고 한 것이고 그럼 반영률 계산 방식도 협의해서 하자는 것”이라면서 “다른 정책은 모르겠지만 교육정책이 학생을 배척한다면 이건 말이 안된다.”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총장들은 부총리와의 대화에서 대입 문제는 물론 고교 질 저하, 재정 확충, 교수노조 반대, 사립학교법 재개정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불만과 건의를 쏟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은 정부가 2008대입제도와 재정 제재를 연계한 것과 관련,“재정으로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교육 공무원들은 그것부터 먼저 고쳐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교협 회장단은 행사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대교협을 창구로 교육부와 모든 현안을 가급적 신속히 의견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입시공화국의 종말/김덕영 지음

    3월엔 ‘3불정책’으로 뜨겁더니 6월엔 대학 내신등급 적용문제로 뜨겁다. 한국사회는 교육문제로 늘 뜨겁다.‘세상만사’에 무관심한 사람도 교육문제, 좀더 정확하게 말해 입시정책에 대해서만큼은 입에 거품을 문다. ‘입시 공화국의 종말’(김덕영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입시 공화국은 종말을 고해야 한다.’는 의미이자 ‘입시 공화국은 결국 종말에 이르고 만다.’는 주장이다. 독일 카셀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는 지은이는 한국 교육이 ‘인재 이데올로기’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을 ‘인재’‘인적자원’으로 파악하는 한 학생들은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뛰는 조그만 선수들’일 뿐이다. 학교가 ‘감시와 처벌’의 온상이란 푸코적 진단도,‘명문대 출신’으로 정의되는 한국 엘리트의 허약함에 대한 야유도 새삼스럽진 않다. 그러나 ‘조승희=오답’ ‘하인즈 워드=정답’이란 정의가 학벌주의와 민족주의로 오염된 교육의 필연적 결과란 지적은 가슴 아프다. 저자는 해법을 제시하는데도 우물거리지 않는다. 서울대를 ‘대학 중의 대학’이 아닌 ‘다양한 대학 중 하나’로 위상을 재정립할 것, 고등학생 평가는 고등학교에 맡길 것,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고 토론과 논술로 대체할 것.1만 2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특별기고] 한국의 20년, 스페인의 30년/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특별기고] 한국의 20년, 스페인의 30년/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서울신문이 지난 4월부터 12회에 걸쳐 연재한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기획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즈음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가 특별기고를 보내왔다.1987년 6월 항쟁을 독일에서 지켜봐야 했던 송 교수는 “일반적으로 지난 일을 수직적으로 고찰하는 글들이 많아 수평적인 비교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다.”며 스페인 민주화 30년을 통해 한국 민주화 20년을 성찰했다. 특히 그는 “6월 항쟁 20주년은 서울 땅을 37년 만에 밟았던 2003년 당시 절박하게 느꼈던 ‘더 많은 민주주의’의 과제를 상기시킨다.”고 역설했다. ●다방(茶房)의 광고문과 오웰의 기록 20년전 6월 민주항쟁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진이 한 장 있다. 어느 다방에서 “오늘 기쁜 날, 차 값은 무료입니다.”라고 내건 광고를 담은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서 나는 ‘동물농장’,‘1984년’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을 떠올렸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시민전쟁(1936∼1939)에 ‘공화파’를 지원하기 위하여 참전, 목에 관통상까지 입었다. 프랑코가 이끄는 파시스트들에 의하여 압살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총을 들었던 ‘인민전선’의 초창기 승리를 추억하며 그가 남긴 글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드디어 자유와 평등의 시대에 와 있다. 인간적 존재는 인간적 존재로서, 그래서 더 이상 자본주의의 부속품으로 남아 있지 않으려 했다.” 스페인도 독재의 어두운 길을 벗어나고 내전의 상흔을 치유할 수 있는 전기(轉機)를 마련한 1977년 6월을 지금 기념하고 있다. 올해로 스페인의 민주화가 30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서유럽에서 스페인뿐만 아니라 그리스, 포르투갈에서도 한국처럼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주의는 많은 시련을 겪었다. 이 사실은 한편으로는 자기위안도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확립이 얼마나 힘든 과제라는 것도 상기시킨다. 이러한 나라들과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성숙 과정과 조건들은 달랐지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의미는 분명하다. ●정책에 기초한 중도통합의 정치 한국 사회의 지난 20년 민주화과정 자체를 아예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다. 현실과 시대가 요구하는 감각을 잃고 ‘유신’의 향수에 완전히 젖어 지난 20년의 시간을 단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해온 역사로 폄하하는 세력도 있다. 이 세력은 특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시간을 순전히 ‘잃어버린 10년’으로만 평가하려 든다. 2005년 봄 의회의 결정으로 마드리드시내에 있는 7m 높이의 프랑코동상 철거와 함께 프랑코 시절의 흔적들이 공공장소나 공공건물로부터 지워졌으며 정치 무대에서도 프랑코 지지세력(팔랑헤)도 이미 사라진 사실과 비교해 보면 한국사회의 민주화의 현주소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보다도 민주화의 과정이 가져오는 혼란과 충격을 완화하며 중심을 잡는 중정무편(重正無偏)의 개인이나 정치 집단의 역할에 달려있다.1977년 12월에 사망한 프랑코를 추종했던 일부 민병대 대원들이 일으킨 1981년 2월 쿠데타 시도를 단호하게 좌절시켰던 후안 카를로스 국왕의 역할은 컸다. 또 비록 의회의 과반수에 항상 미달하지만 국민당(PP) 중심의 중도우파와 사회노동당(PSOE) 중심의 중도좌파는 정권 교체를 이루면서 정치사회의 균형을 이루어 왔다. 스페인도 지역주의 또는 지방주의가 강하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비록 남북한의 분단 정도는 아니지만 그 정도는 심하다. 특히 바르셀로나를 수도로 하는 카탈루냐 지역이나 바스크 지역은 중앙 정부와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바스크 지역의 일부 분리주의자들은 테러를 수단으로까지 삼고 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도 위에 말한 정권 교체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좌우세력이 중도를 합리적으로 견인해내는 데 있다.2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한 2005년 3월의 마드리드 테러사건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반(反)테러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곧장 걷잡을 수 없는 정치사회의 불안정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는 테러문제가 아니라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을 둘러싼 이른바 남남갈등이라는 문제가 있다. 냉전시대의 색깔론에 갇혀 있는 사회적 갈등이 어떻게 합리적 정책에 기초한 중도통합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지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숙제다. 또 과거와는 달리 북의 핵실험에 대해 남쪽 국민이 차분하게 대응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남쪽 사회도 이제는 분단 문제에서 파생된 갈등으로부터 자유스러워졌다는 낙관론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도 현재의 남남갈등의 심각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결국 중도통합의 과제를 지나치게 만들 수 있다. ●신자유주의와 민주화 자유무역협정과 사회 양극화로 집약해서 표현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이 지금까지 구축해온 민주화의 구조를 허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를 오히려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계몽적인 주장이 많다. “민주화보다 경제가 중요하다” “분배보다 성장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여기에 속한다.“민주화가 밥을 먹여주는가.”라면서 개발독재의 향수에 젖어있으면서도 세계화 시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화가 바로 경제발전을 추동(推動)하였던 스페인의 경우를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인구는 남한보다 조금 적지만 지금 국내총생산은 더 큰 스페인은 민주화 과정 속에서 유럽연합의 평균 성장률보다 높은 착실한 경제성장을 해왔다. 현재 진행 중인 유럽통합과 세계시장이라는 이중적 세계화의 과제 앞에 선 스페인은 기술개발, 높은 실업률과 이주민 문제를 안고 있다. 영미나 북구와는 달리 사회 성원의 안전을 지향하는 보수주의적인 복지체계를 구축해온 스페인도 세계화의 도전을 받고 있다. 또 농업과 관광, 서비스분야 중심의 스페인이 세계화에 대처하는 전략은 자동차·선박·전자산업 위주의 남한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경제규모를 지닌 두 나라의 경제사회의 미래를 서로 비추어 볼 수 있다. ●자만과 자조를 넘어 프랑코독재의 잔영(殘影)이 드리웠던 1981년 봄, 국방색 전투복에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민병대가 순시를 했던 바르셀로나시의 중심가 람브라스를 필자는 2001년 봄 꼭 만 20년 만에 다시 찾았다.1992년 올림픽을 치렀던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는 너무나 부러웠다. 자유스러운 사회의 숨결이 도시의 곳곳에 스며들어 만들어 낸 발랄한 분위기와 화려한 색조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필자는 2003년 가을 37년 만에 서울 땅을 밟았다. 당시 쓰라렸던 경험 속에서 필자가 절박하게 느꼈던 ‘더 많은 민주주의’의 과제를 6월 민주항쟁 20돌이 상기시킨다. “이미 민주화됐다.”라는 자만이나 “엽전이 별수 있나.”라는 자조를 넘어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로서 스페인의 지난 30년을 떠올리게 된다.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 제4회 한국 보도사진 워크숍

    ‘제4회 한국 보도사진 워크숍’이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최종욱)와 한국언론재단(이사장 정남기) 공동주최로 28일 서울 도봉구 ‘도봉숲속마을’에서 시작됐다. 워크숍은 ‘포토저널리즘의 올바른 이해’를 주제로,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현직 사진기자들과 대학교수들의 취재현장 이야기와 보도사진 이해방법 등 실무 강의가 2박3일간 계속된다
  • [사고] ‘열린세상’ 필진 일부 바뀝니다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의 고정칼럼 ‘열린세상’의 필진 일부가 7월1일부터 바뀝니다.22명의 전문가들이 앞으로 6개월 동안 분야별로 번뜩이는 진단을 내놓을 것입니다. 폭넓은 시각과 분석을 담은 ‘열린세상’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저명한 동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인간견문록’과 홍순영 전 통일부총리의 특별칼럼이 새로 게재됩니다. 이와 함께 세상살이를 잔잔하게 풀어보는 소설가 한승원씨의 ‘토굴살이’, 국제정치 뉴스를 심층 조망하는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의 ‘월드 포커스’, 대선국면을 정밀 분석하는 김형준 명지대 교수의 ‘정치비평’을 번갈아 게재합니다.●열린세상 필진(무순)김헌태(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인하대 겸임교수) 윤성이(경희대 교수·인터넷정치) 김종배(시사평론가) 이준한(인천대 교수·비교정치) 이성형(이화여대 교수·국제정치) 서원석(행정60년연구기획단장) 조환익(수출보험공사 사장) 최병서(동덕여대 교수·문화경제) 이상묵(삼성금융연구소 상무) 문인철(정치경제평론가) 김정식(연세대 교수·화폐금융) 정문성(울산대 교수·물리) 강경근(숭실대 교수·헌법) 강지원(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류재명(서울대 교수·지리교육) 김용하(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 김형태(변호사) 황규호(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김정란(상지대 교수·시인) 차동엽(신부·천주교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성석제(소설가)
  • “무모했지만 사회적 지지 확인”

    “우리는 무모한 기자들일지 모릅니다.” 26일 시사저널 파업기자 22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의 삼성 관련 기사 삭제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이다. 정희상 시사저널 노조위원장은 “무모했지만 독립언론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확인해 뿌듯하다.”고 했다.27일 오후 밀린 급여와 퇴직금 등 ‘결별절차’를 밟기 위해 사측 교섭대표를 만나고 온 직후였다. 그는 “시사저널에 기여한 기자들의 공을 생각해 파업 기간 동안의 급여지급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법적으로 처리하자고 했다.”며 씁쓸해했다. 지난 18일 정 위원장은 사주인 심상기 서울문화사 회장 자택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일주일 만에 단식을 접고 사표제출을 결정하기까지의 물밑교섭 내용을 소상히 전했다.“중재에 나선 이준안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금 사장은 5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요구하는 한편,‘짝퉁 시사저널’을 만들고 있는 편집위원들을 고용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 16년차 정 위원장이 사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 기사삭제 사태 9개월 전인 2005년 9월, 그는 첫 번째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 위원장은 “금 사장이 사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칼럼 집필진으로 영입해 고액의 원고료를 지불하며 잡지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편집국 분위기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면서 “당시 심 회장이 ‘청문회’를 열어 금 사장이 기자대표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합의문까지 쓰게 해 봉합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사저널 사태는 한국사회에서 거대재벌과 언론 사이에서 편집권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거한 의미 있는 사건”이라면서 “파업 기간 동안 어려움은 말로 못하지만 1년 전으로 되돌아가더라도 우리의 선택은 똑같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표를 제출한 22명의 기자들은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꾸리고 다음달 2일 새매체 창간 발대식을 갖는다. 정 위원장은 이를 “독립언론 창간운동”이라고 표현했다.글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마포구-한국사이버大 관학 협약

    마포구는 27일 한국싸이버대학교와 교육, 정보, 문화 및 학술 교류를 위한 관·학 협력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구청 직원들은 한국싸이버대학의 콘텐츠를 이용해 4년제 대학의 정규 과정을 이수한 뒤 학위를 받을 수 있고, 수강료를 일정부분 감면받는 혜택을 얻게 됐다. 또 헌법, 행정학, 행정법 등 업무에 필요한 과목을 구청 전산시스템을 통해 수강할 수도 있다. 한국싸이버대학의 ‘KCU컨소시엄’을 이용하면, 연세대, 서강대 등 전국 52개 대학의 강좌를 듣고,25개 회원대학의 도서관도 이용할 수 있다. 구는 9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위탁교육 희망자를 접수하고, 내년 2∼3월에 입학등록을 완료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직원들이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자기계발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콘텐츠 교류를 확대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금발’ 사내의 가슴아픈 한국사랑

    “북한에서는 저에게 CIA가 아니냐고 하고, 남한에서는 빨갱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도대체 왜 한국인들하고 사느냐고 묻지요. 북한에서는 핵무기 만들고, 남한에서는 밤낮 반미 시위를 하는데 말이죠. 그럴 때는 무인도에 가고 싶었습니다.” EBS ‘시대의 초상’은 26일 오후 10시50분 ‘당신들의 미국, 나의 한국-인요한’을 방송한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전라도 순천 촌놈’ 바로 그 사람이다. 인요한은 세브란스 병원 외국인 진료소장이다. 그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두번 놀란다.190cm의 큰 키와 육중한 몸집에 놀라고, 푸른 눈에 금발의 사내가 내뱉는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에 한번 더 놀란다. 그의 본래 이름은 린튼 존. 전라도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미국인이다. 1980년 5월26일. 광주에서는 내외신 기자와 광주 시민군 사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 회견이 열렸다. 당시 연세대 의대 1학년생였던 인요한은 통역을 맡았다. 이날 광주에서 보낸 단 하루 때문에 주한미국대사관은 한국을 떠나라는 명령을 통지했다. 떠나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인요한은 한국에 남아 2년 동안이나 중앙정보부의 감시를 받았다. 그는 외국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문무대’에서 대학생 병영훈련도 받는 기록도 세웠다. 1997년, 인요한은 북한 곳곳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 인요한의 가족이 설립한 북한 지원 단체인 ‘유진벨 재단’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결핵 퇴치 사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인요한은 외부인에게 좀처럼 개방되지 않는 북한에서 의료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인요한이 만난 북한은 어떤 곳일까? 아침에 두만강을 보고, 점심때 백두산 보고, 저녁에 압록강을 보았던 인요한의 북한 이야기도 펼쳐진다.‘한국 말 잘하는 백인’으로만 취급하는 사람들 속에서 인요한이 겪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조순형 “孫과 같이 못가” 견제 본격화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대선주자 중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사진 오른쪽) 전 경기 지사가 범여권에서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한동안 노무현 대통령 홀로 비판해 왔으나, 최근엔 친노(親盧)는 물론 비노(非盧)까지 ‘손학규 때리기’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민주당 조순형(왼쪽) 의원은 22일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3선의원을 하고 장관, 도지사까지 지내 한나라당의 주류라고 볼 수 있다.”며 “한나라당 내부 경선에서 좀 안된다고 바로 나와서 다시 한나라당 후보와 대결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문제가 있다. 대국민 명분이 아주 약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 차원에서 논의한 적은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손 전 지사와 같이 갈 수 없다고 본다. 이쪽(범여권)에도 후보가 많지 않은가.”라고 했다. 만약 조 의원과 같은 정서가 비노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비노를 기반으로 세몰이를 노리는 손 전 지사로서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직후에는 범여권 기사회생을 기대하며 반색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손 전 지사의 독주체제가 견고해지자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 전 지사는 전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24.1%의 지지율을 기록,2위인 이해찬 전 총리(10.9%)에 더블스코어 차로 앞섰다. 더욱이 경기 출신의 손 전 지사는 범여권 민심의 핵인 호남에서 28.9%의 지지를 얻어 호남 출신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14.7%)을 처음으로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공격에 손 전 지사측은 거친 반격을 자제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불교방송에 출연,“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가 범여권이 아니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 말이 맞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도로민주당’이나 ‘도로열린우리당’으로 비쳐질 수 있는 범여권의 틀에 갇혀 ‘큰 일’을 도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손 전 지사측 정봉주 의원도 21일 “노 대통령이 싫어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안 싫어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손 전 지사가 한번쯤은 왜 한나라당을 탈당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고해성사가 있어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김원기 “분당과정 상처입은 분께 죄송” 한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문희상·김근태·정동영 전 의장, 정대철 전 고문 등과 회동한 뒤 기자 간담회를 갖고 “민주당 분당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분당 주역 가운데 처음으로 사과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2)끝 좌담 “절차적 민주 진전에 안주말고 더많은 ‘운동’ 필요”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2)끝 좌담 “절차적 민주 진전에 안주말고 더많은 ‘운동’ 필요”

    “6월 항쟁의 성과로 이룩한 최소한의 민주화가 지체되고 악화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일상 생활부터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범주의 운동이 필요합니다.” 서울신문이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기획 연재한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시리즈를 마치면서 마련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6월 항쟁의 평가와 우리 사회가 6월 항쟁을 어떻게 계승·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20일 서울신문 4층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회는 지역 ‘풀뿌리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하승수(39·변호사) 제주대 법학부 교수의 사회로 정해구(53)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인권운동가인 오창익(39)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노동문제 전문가인 은수미(44·노동사회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하승수 교수 많은 언론 매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6월 항쟁과 관련해 다양한 평가를 했다. 물론 올해가 6월 항쟁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를 돌아본다는 의미도 있다. -정해구 교수 절차적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고 인권보장이 안 되는 면이 분명히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유라는 면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참여라는 틀로 보면 형식적 참여는 늘었지만 실질적 참여는 미흡하다.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평등은 지체됐고 악화되는 측면도 있다. -은수미 연구원 많게는 800만명, 적게는 240만명이 비정규직이다. 그들이 느끼는 6월 항쟁 20년이 바로 민주화의 현재 모습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6월 항쟁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했고 구(舊)질서에 정당성을 쥐어 줬다.6월 항쟁 이전에 권위를 가졌던 사람들은 형식적인 정당성에 입각해서 지금도 여전히 그런 권위를 누린다. ●‘박제가 돼 버린’ 6월 항쟁 기념 -오창익 사무국장 각종 기념행사들이 별 감흥을 못준다. 올해부터 국가기념일이 되면서 6월 항쟁도 이제 ‘박제(剝製)’가 돼버린다는 느낌도 받는다.‘절차적 민주화는 많이 이뤘지만 실질적 민주화는 미흡했다.’는 평가에 반대한다.6월 항쟁을 계기로 우리는 야만에서 벗어났다. 그걸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범국민운동본부에 연속으로 집회 금지 통보를 한 것에서 보듯 국민들은 여전히 실질적인 집회시위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이제 고문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20년 전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졌던 남영동 보안분실을 빼고는 지금도 보안분실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하 교수 그 부분은 나도 고민이 있다. 자유권(시민적·정치적 권리)이 확고하게 뿌리내린 것도 아니고 사회권(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은 더 열악해졌다. 최근 사회경제적 문제가 한국 민주주의를 지체시키는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보나. -정 교수 정치적 민주화가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연결돼야 하는데 한국은 정치적 민주주의 진전이 실생활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가 ‘형해(形骸·내용없는 뼈대)화’되고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일정한 회의를 가진다.‘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는 말은 굉장히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말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화 20년이라는 지금 시점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문제다. -오 사무국장 ‘자유는 진전, 평등은 부족’이라는 이분법으로 평가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미 구질서에 편입됐고 집회나 시위를 할 필요가 없어진 ‘전직 민주화 운동가’들은 후일담 소설을 쓰듯이 굉장히 편하게 말한다.6월 항쟁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남은 과제를 제대로 보려면 ‘빵과 장미’를 분리해서 보면 안 된다. -은 연구원 80년대와 똑같은 풍경을 지금도 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들의 이해를 대변할 어떤 장치도 없다. 곧바로 크레인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불법저항’을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더 심한 경우 분신 자살을 한다. 더 슬픈 건 사람들이 그런 문제에 별 관심을 안 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다같이 고생했으니까 공감이라는 게 있었다. 지금은 먹고 사는 수준이 양극화되듯 자유나 권리도 양극화되고 있다. ●‘기억과 계승’인가 ‘단절’인가 -정 교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6월 항쟁 20년 기업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이 6월 항쟁을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많았다. 새로운 세대에게 역사적 사실을 기억시키고 그걸 통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기억과 기념을 민주시민교육과 연결시켜야 한다. 현재 문제도 중요하지만 과거 기억과 단절되면 안 된다. 과거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은 기억하고 의미를 새기고 문화나 교육으로 남겨야 한다. -오 사무국장 지금 필요한 건 공공성과 연대성을 회복하는 민주화운동이다. 그런데 양극화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소위 ‘전직 민주세력’이 주도한다는 게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들이 대중에게 민주주의와 운동에 대한 염증과 피로감을 불러 일으킨다. 한때 민주화운동세력이었지만 지금은 요직을 차지하거나 운동 기득권층이 된 사람들과 지금 민주화운동세력을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기념과 계승이 아니라 단절이 더 급하다. -하 교수 경험을 공유하고 의미도 되새겨야 하지만 현재 부딪치는 문제와 연결되지 않으면 6월 항쟁의 의미가 퇴색해지고 박제화된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제주에선 해군기지 문제와 6월 항쟁을 연결시킨 행사를 했다. 현재와 과거를 연결시켜 고민하게 하는 기획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했던 평가를 바탕으로 이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해 보자. -은 연구원 87년 민주화 이후 10년 만에 외환 위기가 있었다. 그로 인한 구조조정은 대규모 실업 사태를 뜻했다. 당시 실업을 경험한 사람과 그걸 지켜본 사람의 경험은 지금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 상처가 지금의 모든 걸 설명해 준다. 노동시간과 급여를 줄이려는 논의도 있었지만 결국 노동계조차 ‘같이 죽고 같이 살자.’를 택하지 않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자.’를 택했다. 밀려난 사람은 비정규직이 되거나 노숙자가 됐고 남은 사람들은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눈 앞에 있는 임금만 신경 쓰게 된 10년이었다.87년에 함께 길거리에 모이면서 작게나마 형성됐던 연대의식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정 교수 누적된 모순이 6월 항쟁으로 폭발했듯이 97년 체제가 만들어낸 양극화 압력도 언젠가 폭발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동보다 오히려 정치가 더 중요하다. 과거 운동이 맡았던 역할을 이제는 정당이 해야 한다. 민주세력의 연장선에 있는 중도개혁 정당들이 서구의 사회민주당 같은 구실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서구의 보수당 구실을 하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구별이 없어졌다. 특히 민주세력의 연장선에 있는 중도개혁세력이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치권을 재정립해야 한다. -오 사무국장 중도개혁세력이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 정권이 무슨 개혁 성과가 있는가. 과거사정리를 예로 들어 보자. 피해자를 위한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 책임자 처벌 같은 과거사정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보안분실에서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안분실을 없애고 보안경찰을 민생경찰로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민주 대통령이니까 오용하지 않는다.’는 말로 실질적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는다. 2004년엔 20만명이 현행법상 불법인데도 야간에 아무 제약 없이 탄핵반대집회를 했다. 참석 인원이 5000명도 안 되는 한·미 FTA 반대집회는 계속 금지당한다. 대통령지지 집회는 되고 대통령 반대 집회는 못하게 한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안 되는데 뭐가 개혁인가. 개혁이 아니라 ‘개혁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지금 정권 핵심부가 민주화운동을 계승하는 세력인가? 범여권에서 이른바 운동을 했던 사람이 얼마나 되나. 실제로는 구체제 관료들, 전문 집단들, 상공인들이 주도한다. -정 교수 큰 흐름을 봐야 한다. 민주화 이후 흐름을 볼 때 나는 그들이 중도개혁세력이라고 본다. 중도개혁세력은 자유, 인권, 더 나아가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이바지했다. 특히 평화라는 측면에선 헤게모니를 갖게 됐다. 문제는 그런 측면과 경제적 측면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도개혁세력이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다. 신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오 사무국장 인권 상황이 좋아졌다는 건 착시 효과다. 그 착시를 ‘전직 민주화운동가’들이 부추긴다. 평화정착과 인권·개혁을 위해 중도개혁세력이 중요하고, 그러니까 한나라당 집권을 반대한다? 그건 난센스다.6월 항쟁 이후 문제는 민주화운동세력이 정책을 견인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투항하면서 전선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그들이 말하는 민주화 진전은 박제화된 민주화일 뿐이다. 가령 보안경찰은 이제 아무나 잡아들이지 않는다. 교보문고에서 ‘태백산맥’을 사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 책을 헌책방에서 사고 파는 사람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 사실 내가 일하는 인권연대만 해도 집회·시위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려 하면 집회 신고조차 안 받아 준다. -하 교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모습을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와 인권 진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얘기하면서 마무리해 보자. ●“더 많은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 -은 연구원 비정규직 관련 입법이라는 정치 과정을 보면 2.8%밖에 안 되는 비정규직 조직률을 그대로 반영한다.‘비정규직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87년 이후 20년간 운동에서 정치로 너무 많이 간 게 아닐까 싶다. 이제는 운동과 정치가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전직 민주화세력’은 ‘국가와 민족’ 같은 정치적 문제만 생각했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생활에서 묻어난 고민들을 모으지 못하고 추상적인 고민만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중도개혁이든 아니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운동 영역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를 개방해야 한다. 국가도 집회시위를 다 보장해 줘야 하고 시민들도 눈 앞의 불편을 참아 줘야 한다. -오 사무국장 운동이 종횡(縱橫)으로 훨씬 더 활성화돼야 한다. 이제는 절박하게 밑바닥부터 다지는 ‘진지전’을 해야 한다. 자녀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 통학로에 인도와 차도를 나누는 운동도 학부모와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하면 가능하다.‘현실적인 힘’이 되도록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아파트 주민이건, 비정규직이건, 학부형이건 자기에게 필요한 운동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조금 더 이기적이어도 좋다. 우리에겐 훨씬 더 많은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은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하게 돼있다. 시위를 해야 할 절박한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은 시위를 안 한다. 나이에 따른 세대가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운동이 필요한 사람들이 새로운 운동 주체가 된다. 운동은 계속 이어진다. -정 교수 운동도 중요하고 공론장도 중요하지만 정치도 중요하다. 운동이나 공론장에서 나온 얘기를 정치가 정책으로 다듬고 그걸 다시 토론하는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정당이 사회와 단절돼 있다. 운동과 공론장, 정치가 다 단절돼 있다는 건 민주주의 시스템이 고장나 있다는 걸 뜻한다.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 그것이 한국사회의 과제다. 과거에는 독재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정부가 됐다. 그런데 자기 지지 기반에 반하는 정책을 편다. 그래서야 어떻게 민주정부라고 하겠나. 한·미 FTA가 대표적이다. ●“노동·시민운동 등 분야별 힘 모아야” -은 연구원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사회가 양산하고 있다. 지원은 안할지언정 그들을 막지는 말아야 한다. 그게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다. 운동간 소통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시민단체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참석자들이 내 발표에 다들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많이 놀랐다.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사회적 양극화는 시민·노동운동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인데도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이 다른 길을 너무 오랫동안 걸어 왔다. -하 교수 동시에 변하면 더 좋겠지만 나는 운동이 더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둔다. 요즘은 시민운동은 시민운동의 논리만 있고,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의 논리만 있고, 정치는 정치논리만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 오고 가면서 하나로 모여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 다양한 운동이 서로 힘을 모으지 못하면 정치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6월항쟁 세력 평가’ 엇갈린 시각 서울신문이 마련한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좌담회에서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과 단절하자는 주장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각됐다. 좌담회에서는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먼저 이 문제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오 사무국장은 “한때 민주화운동 세력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요직을 차지한 채 ‘과거운동’을 회고하고 찬양하지만 현재의 운동에 대해서는 경제발전 저해와 시민불편, 교통체증, 사회불안이란 이유로 폄하하고 있다.”면서 “6월 항쟁 정신을 계승하고 지체된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과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87년 이후 국민의 의지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성공했다고 본다.”면서 “중도 개혁세력은 평등이란 관점에서는 부족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설립과 6·15회담 등 자유와 인권, 평화 정착에는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다소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이에 대해 오 국장은 “자유가 진전됐다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집회·시위에 대한 중도 개혁세력이라 불리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오 국장은 “2004년 탄핵 반대집회를 야간에 20만명이 했는데도 경찰은 제지하지 않았지만 현재 200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를 하면 사전에 봉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교수는 “민주화 흐름 속에서 한국 민주화 세력이 다 진보 세력은 아니지만 중도 개혁 세력으로는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의 역할을 인정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재반박했다. 오 국장도 “운동 진영에서 전직 민주화운동가들이 과잉 대표성을 띠면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더 이상 집회·시위를 할 필요가 없는 ‘전직 민주화운동가들’과 단절을 명확히 하지 않는 한 6월 항쟁의 정신은 기억과 계승이 아닌 박제화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좌담 참석자 하승수 제주대 교수(사회자) 정해구 성공회 교수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데스크시각] 만델라의 유산과 치명적 유혹/이석우 국제부장

    “우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국경 너머 짐바브웨에서 발생한 사태가 안 일어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남아공 백인 커뮤니티는 극도의 긴장 속에 있다.” 아프리카 남단 케이프타운에서 싱가포르까지 11시간가량을 옆자리에서 비행기를 함께 타고 온 남아공 백인 청년의 말이었다. 최근 남아공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시드니대학을 다닌다는 23살의 이 영국계 청년은 2000년 짐바브웨 정부가 백인 농장을 강제 몰수, 국유화했던 일을 상기시켰다.1994년 백인으로부터 흑인에게 권력이 넘어간 뒤 백인들이 어떻게 사회 각 분야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는지를 강조했다. 그의 지적대로 남아공 백인사회는 오는 12월 흑인정당인 집권 ANU 당권선거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면 백인소유 농장몰수 및 기업지분 강제양도 등 개혁이 보다 격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가격이 뛰면서 남아공 위상이 올라가고 ‘검은 중산층´들이 크게 늘었지만 오히려 흑인 급진파의 목소리는 커졌다.40%대의 실업률, 벌어지는 빈부차, 치솟는 기대심리 속에 더 많은 흑인들이 더 빠른 개혁,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 때문이다. 남아공인종연구소 프란스 크로냐 소장 같은 이는 “정치화된 노조와 표에 눈이 먼 정치인들이 급진 분위기를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십만명씩 서로 죽이며 내전을 치를 때 우리는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무지갯빛처럼 다양한 종족과 인종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자부심이 퇴색하는 걸까. 점진적인 변화의 틀을 만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그의 후계자 타보 움베키 현 대통령의 온건·화합 정책이 막을 내리고 있는 걸까. 집권당 대변인조차 “개혁 속도를 높이라는 압력이 유권자와 당내부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고 시인할 정도다. 급진개혁에 대한 약속은 유권자의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표심을 끌어당기기 쉬운 길이지만 효율적인 국가 발전에는 치명적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움베키정부는 보고 있었다. 부통령실의 한 흑인 고위보좌관은 “급격한 개혁은 지속적인 발전에 치명적일 수 있지만 그 치명적인 유혹은 거부하기 힘들게 우리를 흔들어대고 있다.”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토로했다. 현 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색케 할 정도로 커가는 흑인 급진파의 입김은 어디에서나 정치권이 대중 영합적인 정책이란 유혹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건강한 민주주의의 유지는 한꺼번에 여러개의 공을 공중으로 던져 떨어지지 않게 하는 저글링 게임처럼 고단한 일이다. 만델라의 유산이 치명적 유혹을 버텨낼까.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남쪽에서도 표심을 향한 약속과 공방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판은 건곤일척의 결전으로 치달으며 더 많은 유혹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소한의 도덕성과 비전도 포기한 대중 영합적인 유혹에 취약하기는 남아공이나 지구반대편 한반도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싶다.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국민적 반목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표를 향한 흥행의 성공이 우선인 탓이다. 권력을 향한 급한 마음이 한국사회의 지속적 발전과 공존 기반을 허물어뜨려도 마땅히 이를 막거나 벌할 방법도 찾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치인의 도덕성과 자질에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치인들의 공약을 검증하겠다는 매니페스토운동 등은 정치인들의 약속과 행동을 감시하기에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고 이들의 말과 행동을 시간이 지나서도 보증하고 책임질 정당 정치의 틀과 연속성도 결핍돼 있다. 흔들거리는 만델라의 유산을 지켜내려는 남아공인들의 힘겨운 안간힘만큼이라도 우리에게 치명적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있기나 한 것일까. 이석우 국제부장 jun88@seoul.co.kr
  • “완전한 승리 추구해선 분쟁 해결 안돼”

    “완전한 승리 추구해선 분쟁 해결 안돼”

    “분쟁은 한 쪽이 다른 쪽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추구해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30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신·구교도간 유혈사태를 종식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트림블(63) 경은 분쟁종식의 필수조건으로 ‘평화를 향한 각 세력들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승리의 추구는 대량학살과 전체주의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북아일랜드 30년 유혈사태 종식 19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트림블 경을 만났다. 그는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윤덕홍) 주최로 이날부터 사흘간 열리는 ‘2007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의 기조강연(주제 ‘평화에 이르는 길’)을 위해 한국에 왔다. 트림블 경의 정치경력을 정점으로 이끈 땅, 북아일랜드는 오랜 기간 분쟁의 상처로 신음했다.1921년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분쟁은 싹텄다. 영국의 신교도 이주민이 다수인 북아일랜드가 영국 관할로 남으면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등 구교도 민족주의자들은 영국과 신교도에 무력저항했다.1972년 ‘피의 일요일’ 대참사가 발생했고, 지난 30여년간 양측 충돌로 3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IRA에 대한 강경발언으로 신교도계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던 트림블 경은 1995년 신교도계 얼스터연합당 당수로 선출됐다. 많은 이들은 평화협정이 난항에 부닥칠 거라 우려했지만 예상은 어긋났다. 트림블 경은 폭력종식에 합의한 98년 4월10일 금요일의 ‘굿 프라이데이 협정’ 체결을 주도했고, 구교도계 정당 지도자였던 존 흄과 같은 해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뒤이어 구성된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초대 수석행정장관을 지냈으며, 지금은 영국 상원의원이다. “나는 태도를 바꾼 적이 없습니다. 협정 체결 전후 IRA에 늘 반대했고 지금도 반대합니다. 다만 오랫동안 폭력을 행사해온 IRA도 전쟁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부도 IRA가 폭력을 그만두면 정치적 대화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으로 화답했습니다.‘분쟁의 장’이 아닌 ‘정치의 장’으로 발전했기에 협정이 체결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평화협정이 가능했던 핵심 이유로 트림블 경은 “협정을 맺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꼽았다. 그는 “평화협정은 어느 한 쪽의 제안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면서 “모든 정당에서 요구했고 IRA를 포함한 모든 세력이 염원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분쟁의 심층을 살펴라” 트림블 경은 “분쟁의 심층을 살피라.”고 주문했다. 분쟁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해법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아일랜드 분쟁의 주요 원인이 종교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는 이 같은 해석을 경계했다. “종교는 융화되기 힘듭니다. 아일랜드 분쟁을 종교분쟁으로만 파악하면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북아일랜드 분쟁은 민족간 분쟁입니다. 북아일랜드를 영국 영토로 볼 것인지 아일랜드 통일국가의 영토로 볼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트림블 경은 또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지적했다. 산업화가 집중된 신교도 지역과 배제된 구교도 지역의 차별이 분쟁 저변에 깔려 있다는 지적은 사회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한국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그는 정치적 목적을 주장하는 IRA나 스리랑카 반군인 ‘타밀 타이거’의 저항을 단순 테러행위로 간주한다. 정치적 소수자의 저항이라도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도 IRA에 대한 ‘완벽한 승리’를 추구하지는 않았고, 그 경험을 한국이 참고할 것을 조언했다. “완전한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분쟁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한국은 북아일랜드의 경험을 참고해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현명하게 남과 북의 갈등을 해결하기 바랍니다.” 트림블 경은 한국 상황을 언급할 때마다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한국 현실을 잘 모른다는 이유였다. 한국에 ‘굿 프라이데이’가 올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북아일랜드와 한국 상황을 대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가능할지 알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입니다.” 글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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