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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엿한 선생님… 실력으로 승부”

    “어엿한 선생님… 실력으로 승부”

    다문화가정 여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송파구가 또 한번의 역발상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한글, 요리, 양재, 사물놀이 등 의 프로그램을 제공한 송파구가 이들을 정책의 수혜자에서 떳떳한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하도록 발상을 전환해 마련한 것이 ‘다문화가정 여성 원어민강사 육성 프로그램’이다. 다문화가정 여성이 자신의 모국어를 활용해 원어민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달부터 필리핀·일본·중국·미얀마·몽골 등 다문화가정 여성 12명이 참가하고 있다. ●인기 강사 3인방이 떴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원어민강사 육성프로그램은 벌써 결실을 맺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필리핀과 일본에서 온 결혼이민자 3인방이 있다. 이들은 잠실4동주민센터 외국어교실에서 일반인과 초등학생에게 영어와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말은 서툴지만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판초 리메디오스 아카윌리(36)씨는 필리핀에서 1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경력을 살려 현장에 투입되는 시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빨라졌다. 결혼 3년차로 네살배기 아들을 둔 리메디오스씨는 “머나먼 한국에서 다시 교사의 삶을 살게 될 줄 몰랐다.”면서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어 너무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생활이 10년을 훌쩍 넘긴 하이즐 록산 로렌조(35·필리핀)씨와 요코야마 미카(40·일본)씨는 성인반 수업 수강생들과는 시집살이의 애환을 나누며 수다를 떨기도 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학원·어린이집 등에서 강의를 해본 경험이 있는 록산은 “많은 경험 속에서 미국·캐나다계 강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느끼기도 했다.”면서 “이 자리에서는 실력으로 승부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요코야마씨도 “친정 어머니가 집안일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런 일도 하느냐며 대견해하셨다.”면서 뿌듯해 했다. ●“수요 많아지면 참여자 늘릴 것” 다문화가정 여성 원어민강사 육성 프로그램은 지난달부터 2개월 과정으로 시작됐다. 매주 월·목요일 오전시간을 이용해 총 37시간동안 한국 성인학습자의 특성, 효과적인 외국어 교육, 스토리텔링과 노래 등을 활용한 교육, 강의자료 제작 등 다채로운 주제로 교육을 진행한다. 현재 원어민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리메디오스, 록산씨는 영어 성인·어린이반, 요코야마씨는 일어 성인반을 각각 맡고 있다. 강사료는 한달에 24만원 정도로 보통 학원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이들의 강의는 열정적이다. 이런 입소문이 퍼진데다 수강료도 1만 5000원(3개월)으로 저렴해 추가 접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다문화가정 여성들도 빠듯한 살림에 적게나마 도움이 되고 어엿한 ‘선생님’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부러워한다.‘다음 기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등 프로그램의 파급효과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영순 구청장은 3일 “결혼과 함께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가정 여성이 한국사회에 적응할 기회를 주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자아를 실현하는 자리를 마련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면서 “형편이 어려운 여성에게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주민센터에는 다양한 강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많은 효과가 확인된 만큼 체계를 갖추어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위험한 한국/함혜리 논설위원

    고도화된 산업 문명 속에서 우리 삶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산업화·근대화와 함께 진행된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인류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그것이 새로운 위험을 동시에 몰고 온 것이다. 산업시설이나 원자력 발전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발암물질의 확산, 인터넷 발전에 따른 사생활 침해와 이를 이용한 각종 범죄 등 과거에는 없었던 사회문제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위험을 자초하며 다양한 부작용을 생산해 내는 현대 사회를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위험사회’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위험(risk)이란 자연재해나 사고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위험(danger)과는 개념이 다르다. 인간이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믿는 결정들에 의해 야기되는 인재(人災)로 일종의 부메랑 효과와 같다고 베크는 설명한다. 최근 실시된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4%가 우리 사회를 위험한 사회라고 했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스스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느낀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 도처에 위험이 깔려 있다. 대기, 수질 등 환경오염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자식 가진 부모는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유아원에 불이 나지 않을까, 아이가 유괴되지 않을까, 자동차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먹거리에 대한 공포도 심각하다. 멜라민 파동 이후 과자 하나 마음 놓고 사먹을 수 없다. 낯선 전화가 오면 보이스피싱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인터넷이 발달은 했지만 사이버 범죄가 기승이다. 산업재해도 줄지 않고 있다. 은행도 믿을 수 없다. 아무런 노후 대책도 없이 노년을 맞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베크는 한 국내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한국사회를 ‘근대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된데다 최첨단 정보사회의 영향이 중첩돼 극도로 위험한 사회’라고 규정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위험에 대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시급하다.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하기에 따라 그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다. 일 잘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다면 한국을 위험에서 구출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미수다 100인’이 우리에게 던진 3가지

    ‘미수다 100인’이 우리에게 던진 3가지

    KBS 2TV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연출 이기원·이하 미수다)가 오늘(3일)로서 100회, ‘6000시간 장수프로그램’의 쾌거를 이뤄냈다. 2006년 10월 첫 전파를 탄 후 ‘미수다’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조명한다는 취지를 올곧이 지켜냈다. 100회 특집 방영(11월 3일·10일 2주간, 오후 11시 5분)을 앞두고 있는 미수다 연출자 이기원PD를 만났다. 지난 2년여 동안 ‘미수다’를 거쳐간 출연진 수만 해도 100여명이 넘는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녀들의 수다에 귀 기울여 온 ‘미수다’ 제작진의 글로벌 시각도 달라질 법했다. 이기원PD는 “다양한 출신국의 출연자를 만나오면서 많은 점을 반성하고 배워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며 “한국 사회가 글로벌 시대의 선두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해 나아가야 할 쟁점들은 크게 3가지로 짚을 수 있다.”고 밝혔다. # 1. 자립심·독립심을 키우자 이 PD는 20-30대 여성들로 구성된 ‘미수다’ 출연진을 만나오면서 가장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부분으로 한국 젊은이들에 비해 ‘자립심이 뛰어난 점’을 꼽았다. 실제로 ‘미수다’출연진 중 70-80%가 학생이지만 한국 생활에 있어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이PD는 “대다수가 출신국에서 성년이 되자마자 완벽한 독립을 이룬 케이스”라며 “경제적으로나 자신의 삶에 있어서 책임감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혼 전까지 혹은 결혼 후에도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자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됐다.”고 전했다. # 2. ‘미수다’, 기본 3개국어 구사 문법과 독해 위주로 편중된 한국 사회의 ‘외국어 교육’ 한계점도 드러났다. 미수다 제작진에 따르면 미수다 출연진의 기본 외국어 구사능력은 평균 ‘3개국어 가능’으로 많게는 ‘5개국어’까지 구사하는 멤버도 있었다고 한다. 이PD는 “한국의 외국어 교육 시스템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는 10년 이상 영어 등 외국어 습득에 열을 올리지만 실제로는 한마디 꺼내기를 꺼려한다. 반면 어학당에 다니는 출연진들은 언어습득에 있어 적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이렉트로 배우려 하는 자세는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 3. 사적 영역(프라이버시) 존중 문화 유교 문화 전통을 이어 온 한국 사회는 외적으로는 존칭을 사용하며 순서를 중시하지만 사적인 영역에 있어서는 프라이버시가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이PD는 “익히 알려진바와 같이, 외국의 경우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는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반면 프라이버시 영역은 철저히 분리돼 지켜진다.”며 “서로간 개인적 부문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해 줌으로써 상호간 믿음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국제 결혼 및 외국인 근로자 유입 등으로 2008년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100만을 넘어섰다. 이는 1990년대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한 이 수치며 전체 인구 ‘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KBS 2TV ‘미수다’의 등장은 ‘발상의 전환’이란 측면에서 충분히 괄목할 만 했다. ’문화적 상대성’의 벽을 뛰어 넘어 한국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논하는 열린 공론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미수다’의 100회 속 성장이 더욱 뜻깊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글로벌 시대] 주거공간에 담아낸 우리의 소명/알란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

    [글로벌 시대] 주거공간에 담아낸 우리의 소명/알란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

    요즘 부동산 문제로 근심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거품은 아닐까, 집값이 계속 오르는 통에 결국 내 집 장만을 못하면 어쩌나 근심에 밤을 지새운다. 인구대비 주택 소유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평등주의와 어울리지 않는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이분법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40년간 고밀도의 주택 공급으로 서울 인구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도시 경계의 확장은 불가능하기에 서울의 토지 부족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20~30층, 심지어는 70층까지 최대한 위로 쌓아 올리는 것뿐이었다. 실로 상자 모양의 아파트가 줄지어 있는 점이 다른 해외 도시와 비교되는 서울의 특색 중 하나다. 그러나 아파트의 수명은 매우 짧다. 한 친구는 평균 10년 정도가 지나면 건물을 부순다고도 했다. 집을 통해 얻는 기쁨이나 안위, 아파트 건설 비용, 재료, 자원 등에 견준다면 투자 대비 만족 면에서 끔찍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디자인, 건축 기술, 건물과 인간의 관계 등의 진보가 급속히 일어나 10년이면 구조에 식상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재건축이 리모델링보다 비용면에서 낫다고 말하는 건축가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시공업체의 이익을 앞당겨 준다. 동일한 면적에 많은 수의 가구를 채워넣는 초고층 아파트 역시 건설회사의 이윤을 늘리는 한 방법이다. 건축은 가장 고귀한 소명 중 하나이거나, 그래야 한다. 세계적 명성의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는 최근 열린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K) 연례회의에서 인류 발전 속 도시의 역할에 대해 연설하며,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 막중한 책임이 놓여있음을 강조했다. 디자인과 위대한 건축은 한순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10년마다 건물을 헐어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다음 세대들의 삶과 일, 여가를 안겨줄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의 위대한 도시들은 그 목적에 따라 미적 건축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이다. 현재 아파트는 서울 시민의 주된 삶의 방식으로서, 보증된 자산가치로서의 자부심과 안락함을 주며, 하나의 상품처럼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유사한 규격과 위치 기준에 따라 가치 판단이 쉽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에서는 단조롭고 개성 부족으로 보이지만, 동등한 집단행동을 중시하는 한국시민에게는 유익하다. 그러나 아파트 문화는 일시적 유행이 아닐까. 한국에서 아파트 문화는 3대를 거쳐왔을 뿐이다. 도시화 이전에는 마당있는 단층 주택이 보편적이었다. 발코니, 세상을 내다보기 위한 창문, 경비원, 엘리베이터도 없었다.3대가 대가족형태를 유지하며 다수의 여성이 가사를 분담했다. 이전의 삶의 방식 대신 구조화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게 된 한국인들은 도시화 과정에서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의 범죄, 사회 문제, 사회 붕괴 등의 위험을 안고 있었으나, 사회적 결속력을 바탕으로 이겨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이 자리잡지 않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동시에 지향 가치와 삶의 방식은 세대에 따라 변화함을 기억해야 한다. 아파트 문화가 늘 바람직한 표준은 아닐 것이다. 100년 후 훨씬 세계화된 미래 서울시민들은 20세기와 21세기 초를 대표할 만한 빌딩이 왜 그리 적은지 궁금해 할 것이 틀림없다. 또 사라져버린 서울의 역사, 인간가치, 다양성, 자연·경관과 건축의 조화를 보호하고 장려하는 것에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는지 물을 것이다. 단조롭고 흉측한 구조물들은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획일적인 사각형 상자를 만들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시에 각자의 상상력을 활용하고 변화를 지향하는 우리가 되자. 알란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
  • [새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새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2001년 1월26일.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 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씨. 벌써 7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그의 숭고한 희생은 여전히 가슴 한편에 깊은 울림을 준다. 고 이수현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제작된 ‘너를 잊지 않을 거야’(감독 하나도 준지)는 짧지만 강렬했던 그의 스물 여섯해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는다. 이수현씨의 죽음이 한국과 일본에 큰 감동을 준 것은 갈수록 이기적이고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희생의 정신을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 상황을 모른 척하고 죽음을 피할 수도 있었던 7초의 시간. 그는 무관심 대신 용기를 택했고, 이젠 한·일 양국의 문화적 가교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체적으로 추모영화의 성격을 띤 이 영화가 그리 단순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대학시절 음악과 운동을 즐기고 일본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매개로 맺어진 일본인 여자친구 유리(오나가 마키)와의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은 물론, 스물 여섯 청춘으로서 미래에 대해 가지는 진지한 고민까지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영화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이수현씨가 ‘의인’(義人)으로서의 행동을 할 수 있었던 원인을 한국사회의 특수성에서 찾는다. 완고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와 세심하고 인자한 어머니 밑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가족애와 주인공이 군대 생활을 통해 깨달은 봉사 정신을 곳곳에 복선으로 깔아놓는다. 또한 고인이 일본 유학 생활에서 일부 일본인들의 외국인 차별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한국과 일본 양국의 교류를 중시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한다. 때문에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선로에 뛰어든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까지 두 손을 들어 전차를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는 장면은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마지막에 고인의 사진들을 슬라이드 영상처럼 내보내면서 관객들이 영화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반추해보는 계기도 제공한다. 일본 전체를 뒤흔들었던 감동 실화답게 이 영화의 시사회에는 일왕 부부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기립박수를 보냈으며,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에서 4주 연속 톱 10에 들 정도로 흥행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고 이수현 역을 맡은 배우 이태성은 학원강사와 고교생 제자와의 사랑을 수채화처럼 그린 영화 ‘사랑니’에서 김정은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며 주목받은 배우. 외모부터 고인과 흡사한 그는 일본어 연기를 병행하며 강직하면서도 감성적인 인물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극중에서도 가수로 등장하는 유리 역의 오나가 마키는 일본 인기 록밴드 ‘하이 앤 마이티 컬러’의 보컬로서 주제가까지 직접 불렀다. 정동환, 이경진 등 한국의 관록있는 중견배우들과 ‘쉘 위 댄스’와 ‘20세기 소년’ 등으로 익숙한 일본의 대표배우 다케나카 나오토 등이 출연해 영화의 무게감을 더했다. 전체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 평균 55%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 평균 55%

    국내 사립대학들은 전체 재정 수입의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반면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은 등록금 수입의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이런 내용의 2007 회계연도(2007년 3월~2008년 2월) 사립대 재정통계 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대학 156곳, 전문대 137곳 등 모두 293개 사립대학(대학원대학 및 각종학교 제외)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학들의 총 수입(교비회계+산학협력단회계) 가운데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인 등록금 의존율은 평균 55.4%로 나타났다. 대학 살림살이를 위해 필요한 돈의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할 만큼 재정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특히 전남 순천에 있는 명신대는 등록금 의존율이 95.8%에 달했다. 대구외국어대(89.1%), 서울 한영신학대(88.9%), 경남 진주의 한국국제대(86.3%), 안양대(85.5%) 등은 80%를 넘었다. 반면 광주 가톨릭대(0.0%), 포항공대(4.7%), 영산선학대(7.3%), 한국정보통신대(11.7%), 포천중문의과대(14.8%) 등은 등록금 의존율이 낮은 순으로 다섯번째 안에 들었다. 학생 1인당 등록금은 2008학년도 기준으로 대학은 평균 738만원, 전문대는 589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각각 6.7%,7.3% 올랐다. 대학들의 누적 적립금은 모두 7조 29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대학별로는 이화여대가 누적 적립금 511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MB지지율 ‘답보’…“증오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

    쌀직불금 파문, 경제위기 등 숱한 악재에도 불구,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는 20~25%대를 유지하며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 답보’ 상태는 ‘지지도 하락’보다 현 정부에 더 뼈아픈 결과라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끈다. ‘증오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해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0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24%는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는 지난 13일 조사 결과인 23%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다. ‘잘못하고 있다’는 대답도 59.5%로 나와 이전 수치인 59%와 거의 비슷했다.  최근 공직자들의 쌀 직불금 부당 수령에 관한 파문이 확산되고, 경제위기에 대처할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큰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지도 답보 상태’는 오히려 현 정부에게는 더 안 좋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KSOI의 한귀영 실장은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말로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한 실장은 29일 ‘PBC 라디오 ‘열린세상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어떤 정책수단을 써도 지지도가 변화하지 않고, 또 어떤 부정적 이슈가 터져도 지지도가 별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KSOI측은 “국민들이 정부나 대통령에 대한 반응성을 상실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연구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도는 발언,정책, 사건 등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변화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현재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상태라 볼 수 있다.”며 “이런 ‘무관심’ 상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일부 학교·학원 유착,학생 보내고 소개비 챙겨…” 이명박 대통령 공약 ‘747’이 주가로 현실화? 퍼렇던 경찰 서슬 어디로…돌연 숨죽인 ‘性戰’ [캐릭터뷰] ‘별순검’ 진무영, 요즘 검·경에 ‘일침’ ‘병역 비리’혐의 쿨케이에 “괄약케이” 비난 쇄도
  • [백지숙의 미술산책] 문화지구의 실속과 겉멋

    [백지숙의 미술산책] 문화지구의 실속과 겉멋

    집 근처 와룡공원에서 출발해 북악산 성벽을 따라 걷다가 창의문으로 나오면 금방 효자동이다. 효자동에 도착하면 땀도 식히고 목도 축일 겸 들르는 카페가 있다. 선이 단순한 앤틱가구들과 최소한의 인테리어가 특색인 이 카페는 작가 이미경이 운영하는 곳으로, 여기에는 쓸모 있는 가구들을 눈여겨보고 간혹 수집도 하고 또 실제로 제작해온 작가의 생각과 태도, 취향이 면면이 스며들어 있다. 카페 바로 옆에 갤러리 팩토리가 있다. 일층 전시장에서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이층 전시장 한 귀퉁이에 사무공간이 끼어있다. 카페에 갈 때마다 갤러리 디렉터가 카페에서 직원이나 손님들과 사무를 처리하는 광경을 보면서 사무실이 비좁긴 한가보다 했다. 듣자하니 이 갤러리는 작품매매보다는 외부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로 기획하면서 생긴 수익으로 전시를 개최한다고 한다. 과부하가 걸리는 이런 기획 일들을 처리하기엔 턱없이 협소한 이웃 갤러리의 사무공간을 위해서, 작가 이미경은 이번 개인전에서 기능적이면서도 구축적인, 그러니까 확장과 집적, 축소가 용이한 조합형 가구를 제안하고 있다.(‘Oh my office’전, 새달 2일까지, 갤러리 팩토리) 디자이너가 가구나 제품을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또 미술가가 용도가 있는 물건들을 제작하는 것도 요즘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체로 전시장에서 만나는 가구는 기능성이 떨어지거나 장식이 과잉되거나 관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미경이 이번 전시에 출품한 책상과 수납장은 해당공간의 생산성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간단한 모듈과 몇 가지 색상으로 산출되었다. 특별히, 전시장 한편에는 작가가 집어온 버려진 나무 책상이 놓여 있는데, 책상 위의 작은 노트북에서는 그가 도큐멘트한 슬라이드 수백 장이 돌아가고 있다. 작품제작 때문에 작가가 자주 들르는 을지로, 청계천, 남대문 등의 작은 점포와 노점에서 목격한 각종 수납공간과 가구 등을 찍은 사진들인데, 여기에는 생활의 발명가이자 장인, 달인들이 조립해 애용하고 있는 기발하고도 감동적인 자작 제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작가가 자신의 미적 공간을 구획하고 매개하고 운용하는 아이디어를 착상하게 된 계기들을 이 사진들은 ‘색인’해준다. 갤러리에서 나와 살펴보니 한국미술 자료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달진의 연구소를 비롯하여 동네 곳곳에 갤러리와 서점, 카페 등 예전보다 훨씬 늘어난 문화공간들이 눈에 띈다. 아마도 효자동은 인사동-사간동-삼청동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주변으로 확장되고 있는 ‘문화지구’에 이미 편입된 게 아닌가 싶다. 퍼뜩, 여기도 머지않아 시끄럽고 비싸고 가짜로만 가득 찬, 또 다른 문화 개발지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요즘의 금융위기와는 걸맞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바야흐로 한국사회에서는 돈을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윤리가 되고 있다. (아르코미술관장)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테너 안형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테너 안형일 서울대 명예교수

    푸치니가 토스카니니보다 나이가 아홉살 위였지만 둘은 아주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그만큼 서로 싸우기도 자주했다. 어느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둘은 무척 삐쳐 있었다. 푸치니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빵을 보냈다. 그런데 실수로 토스카니니에게도 빵을 보냈던 것.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푸치니가 토스카니니에게 서둘러 전보를 쳤다.‘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보냈음, 지아코모 푸치니’ 며칠 후 토스카니니한테 전보가 왔다.‘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먹었음,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푸치니가 출세한 것은 어쩌면 토스카니니 덕분이다. 푸치니가 37세때 만든 ‘라보엠’이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1896년 토리노에서 초연되면서 명성을 얻었으니 말이다. 잠시 감상해보자. 어스름한 달빛 2층 가난한 시인 로돌프의 어둡고 침침한 방, 아래층에 사는 아가씨 미미가 들어온다. 미미는 폐결핵 환자.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미가 나가려는데 열쇠를 떨어뜨려 잃어버린다. 둘은 방바닥을 더듬거린다. 로돌프가 열쇠를 찾지만 재빨리 감춘다. 계속 찾는 척하던 로돌프는 미미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른다. ‘그대의 찬 손, 내손으로 따뜻하게 덥혀 주리다. 지금은 어두워서 열쇠를 찾기 어렵지요, 다행히 조금 있으면 밝은 달님이 떠오를 거예요.(나가려던 미미를 제지하며)잠깐만 기다려줘요, 아가씨. 그 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사는지, 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나는 시인이지요. 가난하지만 글을 쓰는 기쁨으로 산답니다. 당신이 저 문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의 선율 이야기의 보석을 당신의 아름다운 두 눈이 모두 훔쳐가버렸어요.’ ‘라보엠’에 나오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이다. 음역이 ‘하이C’까지 올라가는 어려운 노래로 테너의 절정감을 만끽할 수 있다. 푸치니의 천재성과 음악적 특징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그의 오페라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는다. 이 노래에 대한 화답으로 ‘나의 이름은 미미’라는 아리아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1959년 10월 서울오페라단에 의해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60년동안 1000여회 무대에… ‘라보엠´과 깊은 인연 우리나라 테너계의 대부격인 안형일 서울대명예교수.1926년생이니 올해 83세인 셈. 전설의 테너 라우리 볼피(Giacomo Lauri-Volpi,1892~1979) 이후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한 혼의 목소리로 무대를 휘어잡는 현역은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그래서 안 교수를 ‘한국의 볼피’라고 부른다. 안 교수는 ‘라보엠’과 유독 인연이 깊다. 한국에서 초연됐던 1959년에 처음 주역을 맡은 이후 10여차례 ‘라보엠’의 로돌프 역할을 했다. 또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토스카’‘투란도트’ 등에도 단골로 주역을 도맡았다. 이래저래 서울대 재학때부터 지금까지 60년동안 무대에 선 것만 1000여회에 이르러 이 방면에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 가을을 맞아 아름다운 선율로 또한번 노익장을 과시한다. 내일(28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영원한 테너 안형일 교수와 제자들-골든 보이스, 가곡과 오페라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라보엠’의 ‘그대의 찬 손’과 한국가곡 등 모두 다섯 곡을 부를 예정이다. 모스틀릭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주로 박상현·김홍식씨가 지휘하며 박성원 나승서 손성래 황건식 등 유명 테너 10여명이 출연한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 인근의 자택에서 안 교수를 만났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목청을 가다듬는 모습이 나이보다는 20살 정도는 젊어 보였다. 그런 까닭을 묻자 “그냥 매일 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시간 나면 동네 헬스장에 나가고, 집식구와 둘이 오붓하게 지내고…”라고 하면서 웃는다. ●윗몸일으키기 자주 하며 꾸준히 노래 연습 ▶8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노래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대학 때부터 (노래를)했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성악가는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무대에 서든 안서든 늘 연습을 해야지요. 거의 빠지지 않고 하루에 한번 몇곡씩 부르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몇년은 더 노래할 자신 있습니다. ▶무대에 선 지 어느덧 60년 가까이 됐습니다. -대학 졸업은 1953년이고 대학재학시절부터 노래를 불렀으니 그럭저럭 60년이 됐지요. 오페라에서 처음 주역을 맡은 것은 1957년입니다. 그러니까 31세때 베르디의 ‘리골레토’에 출연했지요. 당시 서울오페라단 단장이기도 했던 음악가 현제명씨가 ‘안형일은 목소리가 좋은데 왜 주역을 안 시키느냐.’고 해 주역을 맡게 됐지요. 이후 ‘춘희’‘춘향전’ 등을 거쳐1959년부터 ‘라보엠’의 주역을 맡았지요.‘라보엠’은 음색도 맞고 해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합니다. 안 교수는 잠시 그림을 그리듯 회상에 젖는다.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코르리네, 음악가 쇼나르 등 보헤미안 기질을 가진 네 사람이 모인 2층 다락방, 그들의 방랑생활과 우정, 비련의 사랑… ●28일 제자들과 ‘골든 보이스´의 밤 ▶이번 무대는 제자들이 마련한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2년 전 제자들이 황금빛 목소리라는 ‘골든 보이스’ 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제목으로 공연을 가졌지요. 앞으로는 제자뿐만 아니라 우리 성악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힐 생각입니다. ▶그 동안 길러낸 제자만 해도 아주 많을 텐데요. -한국의 테너는 대부분 제자라고 보면 맞을 겁니다. 대학교수만 50~60명은 됩니다. 제자 중에 73세도 있고, 또 제자의 제자도 대학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등에서 이름을 떨치는 제자도 많지요. 이번 무대에 같이 오르는 제자들이 그렇습니다. ●음악학교 들어가려 혼자 월남… 가족과 생이별 ▶실향민인 것으로 압니다. -우리 마을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태어났습니다. 백남준, 함석헌, 김소월, 이승훈 등이 평북 정주 출신이지요. 중 3때 최용린 음악선생의 권유로 레슨을 받았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부농이셨는데 레슨비용을 돈대신 쌀로 지불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공부하고 음악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서울로 혼자 월남했지요. 안 교수는 이 부분에 이르자 가족 생각이 난 듯 “누가 6·25가 터질 줄 알았나. 생이별이 됐지 뭐. 나중에 누이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는데 6·25 전에 월남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면서 눈시울을 적신다. 1946년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위해 해주에서 밀선을 타고 서울에 도착한 그는 허름한 판잣집 단칸방에 살면서 남대문 시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가 미군 대령집 ‘하우스보이’ 생활을 했다. 어느날 몰래 노래 연습을 했는데, 이를 들은 미군 대령이 칭찬을 하며 매주말 미군 장교 정기모임 때 노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음악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겠다고도 했다. 이후 서울대음대 테너 이상준 교수의 문하에서 성악공부에 전념했다.6·25가 발발하자 해군정훈음악대 합창단에 들어가 유엔 참전국 부대를 방문해 위문공연을 다녔다. 전쟁이 끝나면서 제대를 한 그는 정신여고와 숙명여고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다. 그러다가 현제명씨와 김연준 한양대총장의 권유로 한양대 음대 창설멤버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6년 후에는 김성태 선생의 거듭된 요청에 모교인 서울대교수로 옮겼다. 그가 많은 제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인생살이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나 부드럽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편안하게 해주는 성품 덕분이다. 지금도 대학교수 제자들이 자주 찾아와 한수 지도를 받는다. 그의 자녀들은 모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남 종선씨는 테너, 차남 종덕씨는 작곡가(상명대교수), 맏며느리 임희정씨는 피아니스트, 둘째며느리 박선하씨는 소프라노 등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딸 종숙씨도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서울 동대문·광장시장 등지에서 40년 넘게 포목상을 하면서 아이들을 교육시킨 부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 성악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국제 콩쿠르를 거의 휩쓸다시피해서 한국사람들을 못나오게 할 정도입니다. 앞으로 10년후면 이탈리아나 독일 사람들이 한국으로 유학오게 될 것입니다. 음악학교도 가장 많고요. 일본의 경우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선 사람이 아직까지 못나오고 있지요.” 그는 평소 윗몸일으키기 운동을 자주한다. 소리를 잘 내려면 복부 횡격막 근육을 긴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두차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 4~5회정도의 독창회도 자신있다고 강조한다. 노(老)성악가의 아름다움은 끊임없는 노력에서 우러나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안형일은 누구 ▲1926년 평북 정주 출생 ▲1945년 정주고등학교 졸업 ▲1953년 서울대 음대 졸업 ▲1960년 한양대 음대 조교수 ▲1966년 서울대 음대 교수 ▲1974년 이탈리아 로마산타체칠리아국립음악원 졸업 ▲1983년 이탈리아 가곡연구회 회장 역임 ▲1983년 국립오페라단장 역임 ▲1992년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1995년 추계예술학교 대우교수 ▲1996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97년 국립오페라단 자문위원장 #상훈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서울시문화상, 한국음악대상,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 목련장, 예총예술문화상 등. #주요공연 카르멘, 춘희, 리골레토, 춘향전, 라보엠, 루치아, 토스카, 아이다, 파우스트, 나비부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조콘다, 노르마 등. 이밖에 KBS 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서울아카데미심포니 등 다수 협연. 일본교향악단 협연. 일본, 미국, 태국, 독일, 네팔, 타이완 등 각국 순회공연. 국내외 각종 연주회 1000여 회 출연. #저서 이태리가곡집 전8권,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 등.
  • [책꽂이]

    ●거의 모든 스파이의 역사(제프리 리첼슨 지음, 박중서 옮김, 까치 펴냄) 20세기 동안 세계 각국에서 펼쳐졌던 현대 첩보전의 은밀한 역사를 집약했다. 역사의 이면에서 활약한 스파이들의 면면, 그들을 양성한 첩보기관과 최첨단 기술 등을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히 기술했다.2만원. ●사람이 찾아야 할 모든 것 ‘역사’(남경태 지음, 들녘 펴냄) 동유럽사, 예수회와 중국문명의 접촉, 유라시아의 민족대이동 등 동·서 역사교류의 주요 사건들에 대해 상세히 짚었다.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를 아우르는 역사서.3만 8000원. ●가비오따쓰(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가비오따쓰는 콜롬비아 불모의 사막에서 자연의 기적을 일군 생태공동체. 수경재배법, 사바나 자전거, 약초 전문점 등 가비오따쓰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들을 짚어 냈다.1만 5000원. ●중국 책의 역사(뤄슈바오 지음, 조현주 옮김, 다른생각 펴냄) 최초의 서적 형태인 기원 전 1500년께의 갑골서(甲骨書)부터 서양의 기계식 납활자 인쇄술이 도입된 19세기 이전까지 중국 책 역사의 전 과정을 살폈다.2만 5000원. ●가야금 선율에 흐르는 자유와 창조(황병기·서울대기초교육원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지난해 5월 가야금 명인인 황병기씨의 서울대 강연과 청중과의 대화 내용을 간추렸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의 강연 내용 등도 시리즈로 함께 출간. 각권 8000원. ●시대를 뛰어 넘은 여성과학자들(달렌 스틸 지음, 김형근 옮김, 양문 펴냄) 화석 전문가 메리 애닝,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등 특정분야에서 세상이 주목하는 최초 시도에 성공한 여성 50인의 이야기.1만 4500원.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박준흠 등 지음, 선 펴냄) 한국 대중음악사에 빛나는 명반 100개에 관한 전문가들의 리뷰.31인의 전문 칼럼니스트들의 글이 묶였다.2만 3000원. ●180억 공무원(김가성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9급 말단 공무원인 저자가 ‘전북 고창 청보리 축제’를 기획해 180억원의 수익을 올리기까지의 과정과 후일담. 복지부동 공무원 사회에 던지는 반성과 용기의 메시지.1만 2000원.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최병서 지음, 눈과마음 펴냄) 고흐 그림이 비싸게 팔리는 까닭, 화가들이 자화상을 많이 남긴 이유 등 명화 속 자잘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경제법칙을 통해 찾았다.1만 2000원. ●미안해(박진영 지음, 헤르메스미디어 펴냄)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가수 겸 작곡가 박진영이 음악열정으로 가득한 자신의 삶을 고백한 에세이.1만 2000원.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전 세계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노동과 복지. 끊임없이 변화와 개선을 추구해야 하는 이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의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은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 ‘유연안정성’을 주창한 귄터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와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국내 노동·사회 분야의 대표적 지식인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와 대면 인터뷰를 갖고 이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어떻게 ▶한국은 비정규직법을 여러 차례 개정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질적인 면에서 선진국과 한국의 차이는 어디에 있나. 귄터 슈미트 교수 한국의 비정규직 증가 비율이 높다거나 절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1998년부터 2005년 사이 유럽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든 곳은 덴마크가 유일하다. 한국의 문제는 단순히 숫자로 볼 것이 아니라 고용 형태의 문제로 검토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수직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기업간 구조가 점차 프로젝트나 네트워크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 조율이 유연성 있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같은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동춘 교수 비정규직 문제의 시발점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다 근원적인 시작은 80년대 이후의 재벌체제 본격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관계 등 산업구조가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용역업체에 대한 제한이 없이 어떤 곳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비를 축소하기 위해 당연히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해야 할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슈미트 교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이분화된 근로형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안정성에 비견되는 새로운 안정성을 도입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일정 기간 명확하게 고용을 보장받고, 또 같은 산업 내에서 재취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라는 개념을 제공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 정부가 800만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한 노동세력을 국가의 파트너로 통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2년 비정규직 제한을 4년으로 늘리는 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복지차원에서 임금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은 사회보험을 통해서 지원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을 쓰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의 역할분담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2 바람직한 모델 어디서 찾나 ▶유럽형 모델, 미국형 모델 등 노동과 복지 선진모델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 딱 맞는 모델을 찾기는 힘들다. 슈미트 교수 특정국가를 벤치마킹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아주 힘들다. 그러나 각 나라들의 사례를 조금씩 도입해 퍼즐처럼 맞춘다면 실마리가 생길 수도 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비정규직종을 실업보험, 장애보험, 노령보험에 편입하고 있다. 또 여성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무려 60.9%에 달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이들에게 정규직과 동등한 임금 지급, 고용보호, 이에 상응하는 사회안전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김동춘 교수 개인적으로 역사적 배경이 비슷한 아일랜드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내부가 분열돼 있고 농업국가의 전통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데 유럽통합을 계기로 영국까지 경제적으로 추월할 수 있었다. 이들이 노사타협과 내부통합을 일궈낸 사례는 연구해서 일부 적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비정규직의 조합원 가입을 부결시키는 등 노노갈등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조합원들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슈미트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내에서도 노동자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노동자간의 협의를 통해 이끌어내기보다는 정부가 일정부분 규제를 한다는 전제 하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결정하고 채용 및 해고 시 공정성을 갖춘 조항을 만들어야 같은 공간에서 토론이 가능해진다. 김동춘 교수 상대적으로 혜택받은 대기업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노조가 귀족노조라든지, 이기적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들의 분식회계나 불법상속 등이 처벌받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에만 도덕성과 양보를 강요할 수는 없다. 현대차 사태처럼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는 안전판 기능을 해왔는데 이 부분을 허물어야 한다. 노조가 연대의 모습을 보이면 정부나 사용자가 압박을 받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3 노동ㆍ복지 어떻게 연결되나 ▶노동과 복지는 하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복지 시스템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공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동춘 교수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보편적 의료보험에 가깝다. 다만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부담이 된다는 점이 아쉽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액 수입을 가진 사람들의 피부양자도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 조치만 이뤄지면 보험재정의 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적게 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OECD 국가들 중에서 보험료가 낮은 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신문값을 올리는 데 독자들은 반대할 수 있지만, 지대를 올려서 광고비중을 줄이면 언론의 공공성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국민연금은 다 연동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상태에서는 뚜렷한 해답이 없다. 슈미트 교수 한국 사례를 연구해 보면 실업보험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보험을 커버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정부에서 강력한 보조금 지원을 받는 고비용 구조는 한국에서 적용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처럼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비율이 낮은 국가는 고비용 구조를 쉽게 적용하기 힘들다. 실업보험의 의무적 시행을 통한 접근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OECD 국가가 정부와 근로자 또는 정부와 기업의 분담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가 특정 시간 이상 근무하면 의무적으로 실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덴마크식 모델은 한국에서도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획기적인 노동문제 전환의 시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동춘 교수 노동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했다. 한국은 이미 IMF 외환위기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그 당시의 정책들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부작용이 함께 왔다. 이번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개혁을 일궈낼 기회로 평가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에는 파시즘과 전쟁이 등장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극우와 극좌가 동시에 등장하는 등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처럼 양극단으로 쪼개지지 않고 슬기롭게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사회통합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노동ㆍ복지 대표 지식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김동춘(50)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대표적인 좌파지식인으로 노동, 사회, 복지 분야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 역사비평 편집위원 등을 맡았다. 학술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그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운동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 ‘한국사회노동자연구´,‘한국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근대의 그늘´,‘전쟁과 사회´ 등이 있다.2006년‘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으로 단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독일식 노동모델 정립’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 귄터 슈미트(64)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는 ‘독일식 노동모델’을 정립한 노동분야의 석학이다. 전 세계 사회학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센터(WZB)의 소장도 맡고 있다. 실업률과 비정규직 숫자를 낮추는 데 급급한 미국식 노동정책에 반기를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수준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유연안정성’을 주창했다. 그의 이론은 독일 노동 정책이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는 대신 안정성에 치중하도록 해 수많은 기업들의 노사상생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지배형태, 공기업 민영화, 사회적 리스크 등 폭넓은 변수를 이론에 도입해 학계에서 ‘빈틈이 없는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현재의 자본주의는 ‘흐름의 경제’

    1980년대 후반 학생운동권과 노동운동현장의 필독서였던 이진경의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그린비)이 20년 만에 증보판으로 재출간됐다.‘사사방´이란 약칭으로 통용되던 이 책은 당시 한국의 사회구성체논쟁에 과학적 사회분석의 틀을 제시하며, 사회변혁세력의 이론적 길잡이로 각광받았다. 증보판 ‘사사방´에는 초판이 발간된 1987년 이후 20년이 흐른 기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보여 주는 글들이 새롭게 추가됐다. 여전히 필명 이진경으로 활동하는 박태호 서울산업대교수는 논문 ‘87년 이후 한국사회와 사상의 변화´ ‘자본주의와 흐름의 경제´와 에세이 ‘제국주의와 제국 사이´ ‘촛불시위와 대중의 흐름´을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변화 가능성의 지점을 새롭게 제시한다. 저자는 “박정희체제 이래 한국의 다양한 정치적 세력들을 분할하고 결집시키던 적대의 구도는 이른바 ‘민주-반민주´의 대립이었으나 87년 이후 정치적 대립을 전체화하는 새로운 대결의 지점은 여러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와 결부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즉 한국사회를 양분하는 주요 모순이 ‘민주-반민주´의 전선에서 ‘다수자-소수자´의 전선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수자와 소수자는 숫자가 아닌 이권이나 이득의 많고 적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민주인사´들이 다수자의 척도에 서서 행동하는 경우 그들은 다수자쪽에 있는 것이고, 보수적인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배타적인 대기업노조의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진경은 또 전지구적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흐름의 경제´로 규정한다. 영토국가시기에 성립된 과거의 자본주의가 자본과 국가가 동일한 공간을 통해 결합해 작동하는 ‘공간의 경제´라면, 지금은 정보기술혁명을 바탕으로 자본과 노동력의 흐름이 공장의 경계를 벗어나 사회적 영역 전반으로 확장되는 시기라고 분석한다. 또 대중은 그 자체로 진보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으며, 촛불시위처럼 흐름을 형성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대중의 활동이나 대중정치를 흐름의 양상에 개입하는 문제로 사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조선 선비는 비판적 지식인의 전형”

    “조선 선비는 비판적 지식인의 전형”

    조선시대 선비와 선비정신의 현대적 의미와 계승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남명학연구원(원장 이성우)과 한국선비문화연구원설립 추진위원회(위원장 이현재)는 2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선비와 선비정신‘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마련한다. 이장희 전 성균관대 교수가 ‘선비의 본의와 선비정신´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하고, 최봉영 항공대교수, 최석기 경상대교수, 조영달 서울대교수 등이 논문을 발표한다. 중국 인민대 갈영진 교수는 ‘한중 선비정신 비교연구´를, 일본 고베대 다카하시 마사아키 교수는 ‘선비와 무사도´에 대해 발표한다. 조영달 서울대교수는 발표문 ‘현대사회의 지식인과 선비정신의 사회적 재해석´에서 “서구의 신사도나 일본의 무사정신, 그리고 한국의 선비정신은 그 시대 지성을 대표하는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명 조식(1501~1572)으로 대표되는, 높은 식견과 덕을 갖추고 산림에 의거한 유학자들을 흔히 처사라 하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조선시대 선비상의 한 전형이기도 하다. 남명은 현실에 대한 급격한 변혁보다 안정을 추구한 퇴계의 현실관과 달리, 선비는 현실정치의 모순에 맞서 이를 과단한 언어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둔하는 처사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닌 비판자였던 셈이다. 조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과거의 선비의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는 지식인”이라면서 “선비와 지식인의 공통적인 사회적 기능은 문명사적 개척자와 사회적 균형추로서의 지성”이라고 지적했다. 설석규 경북대교수는 ‘남명학파의 선비정신´에서 “조식은 세상의 모순에 초연한 탈속형 선비나 분수를 지키며 자처하는 자수형 선비,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조차 거부하는 방임형 선비의 면모와는 거리가 있었다.”면서 “평생 동안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향촌에서 학문연구와 제자양성으로 일관한 처사형 선비의 범주에 포함되면서도 개혁의 방향을 모색한 개혁지향형 선비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봉영 한국항공대교수는 국어사전에 수록된 선비의 정의가 원래 의미와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표문 ‘한국사와 선비의 전통´에서 “오늘날 국어사전에는 선비를 ‘학식이 있되 벼슬하지 않은 사람´으로 풀이되고 있으나 선비가 학문을 하는 것은 관직에 나아가서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선비가 학식을 갖고 벼슬을 하지 않는 것이 특별하거나 대단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장희 전 성균관대교수는 기조발표문에서 “조선조의 선비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선비의 긍정적인 면은 제쳐 두고 비리만을 들추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올바른 선비란 예의염치를 중시하고, 포부가 크고 강인하며, 공론을 그르칠 염려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직불금 파문,이명박 정부·여당 가장 큰 타격”

     공직자들의 쌀 직불금 부당 수령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정치세력은 이명박 정부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0일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직불금 파문’ 이후 이미지가 가장 나빠진 세력으로 ‘현정부’(정부 27.7%)를 꼽았다. 현정부와 책임론 공방에 휩싸인 ‘참여정부’에 대한 이미지가 가장 나빠졌다는 의견은 25.9%였다. 이어 ‘한나라당 19.5%’, ‘민주당 6.1%’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정부와 참여정부를 각각 택한 비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인 것이지만, 현정부와 여당을 합한 수치는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직불금 파문에 대한 비판이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에 집중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22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알렸다.  연구소의 한귀영 실장은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직불금 파문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크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 실장은 “경제위기에 따라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다.  그는 경제난 이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평가가 극도로 악화됐다고도 전했다.  지난 13일 조사에 따르면 ‘강 장관이 현재 금융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은 12.8.%인 반면 ‘그렇지 않다’는 평가는 62.5%를 차지했다. 지난 9월 같은 설문조사에서 ‘그렇다’는 대답이 20.5%였던 것과 비교하면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급락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실장은 또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 중 강 장관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한 비율은 50% 이하”라며 “강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의 임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자료설명을 통해 “강 장관 사퇴에 대한 여론이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 대통령이 (강 장관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면서 청와대와 국민들의 인식간 괴리가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강 장관 문제는 향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인사]

    행정안전부 ◇서기관급 전보 △조직실 김상돈 이진△재난안전실 최경신◇서기관급 파견△국무총리실 파견 채수경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 사업본부장 박주식△〃 사업관리부장 하태형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무처장 이진옥 매일경제신문·매일경제TV (매일경제신문)△이사대우 논설실장 김세형△편집국장 조현재△뉴스속보국장직대 김종영△산업부장 겸 지식부장 박재현△주간국장직대 남종원△국제부장 조경엽△경제〃 전병준△사회〃 윤형식△증권〃 임규준△부동산〃 황봉현△중기〃 전호림△정치〃 손현덕△논설위원 이동주△과기부장직대 홍기영△금융부장〃 서정희△유통부장〃 이성원△속보뉴스취재팀장 채경옥△속보뉴스운영〃 오흥선(매일경제TV)△전무이사 윤승진△상무이사 광고국장 김형복△보도〃 정성관△미디어〃 류호길(매경인터넷)△이사대우 윤영걸(AMC)△대표이사 김종훈
  • [18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사 傳(KBS1 오후 8시10분) 고려 제 7대 왕 목종의 어머니로 12년 동안 섭정했던 왕건의 손녀 천추태후. 유학세력과의 갈등 속에 ‘불륜녀’,‘권력욕에 눈먼 악랄한 왕후’ 등으로 기록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녀의 실체는 무엇일까? 진정 권력욕의 화신이었을까, 아니면 할아버지 왕건의 고구려 계승을 꿈꾼 고려 최고의 여걸이었을까? ●다큐멘터리 3일(KBS1 오후 10시10분) 입주가 시작되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가운택지개발지구 내 국민임대아파트. 지하 단칸방에서 살던 이들부터 이제 막 새 살림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들까지 입주자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새집에 대한 기대와 임대료 걱정이 교차하는 국민임대아파트 입주 첫 3일을 현장취재했다. ●내사랑 금지옥엽(KBS2 오후 7시55분) 인순은 용기를 내어 아이들을 만나기로 결심하고 일남을 찾아간다. 하지만 일남은 자식을 찾고 싶다는 인순의 뻔뻔한 얘기에 화를 내고 인순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선다. 전설은 자신의 아이들을 방송홍보로 이용해 청취율을 올리겠다는 방송사의 결정에 화가 난다. ●대왕세종(KBS2 오후 9시5분) 세종을 찾아간 봉씨는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스스로 폐서인해 줄 것을 요청한다. 세자에게 짐이 되기 전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세종은 속히 문제의 나인인 소쌍과 단지를 찾지만, 이들은 궁을 떠나 잠적한 뒤다. 한편 집현전에 신숙주가 견습학사로 들어오자 정인지와 최만리는 군왕의 진의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주말연속극 내 인생의 황금기(MBC 오후 7시55분) 이금은 부모님에게 결혼을 못하게 됐다고 사실을 말한다. 따져 묻는 만세 부부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제대로 말도 못하는 이금은 결국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예비 시어머니 때문에 스스로 물러났다고 둘러댄다. 이때 전말을 아는 이황이 집으로 와 이금과 가족 앞에서 파혼의 진상을 밝히는데…. ●잘먹고 잘사는 법(SBS 오전 9시50분) 신토불이 가수 배일호.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보금자리를 공개한다. 가족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꾸며놓은 갤러리풍의 실내 인테리어와 배일호가 직접 가꾼 푸른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정원을 소개한다. 가수 김원준과 미국 캘리포니아 여행에도 나선다. 캘리포니아의 행정 수도인 새크라멘토를 찾아간다. ●토론광장(EBS 오후 10시10분) 교육열에 넘치는 학부모들이 ‘집 팔고 땅 팔아’ 너도 나도 유학을 보내고 있다. 이런 조기 유학은 외국어의 빠른 습득,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경험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가정적·개인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조기 유학의 붐이 가져오는 득실을 전문가와 함께 따져본다. ●토마토(YTN 오전 8시25분) 찬바람이 불어오는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무릎 통증.65세 이상 어른들 가운데 80%가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과연 나이 탓이기만 할 것일까? 체중을 지탱하는 무릎의 건강을 지키는 비법은 생활 속 작은 실천에 있다. 무릎 건강을 위한 정보를 준다.
  • [인사]

    지식경제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 이상훈 △전기소비자보호과장 신동학 국가핵융합연구소 ◇단장 △ITER 한국사업단장 정기정 △선임단장 겸 KSTAR 운영사업단장 권 면◇부장△STAR운영사업단 공동실험연구부장 오영국 △〃장치운영기술부장 나훈균 △〃장치기술개발부장 양형렬 △〃설비기술개발부장 김양수 △미래전략기술부장 김혁종 △응용기술개발부장 이봉주 △기획조정부장 겸 연구정책실장 김인호 △행정관리부장 김준겸 △감사부장 김재성 한국조폐공사 ◇상임이사 △기획이사 겸 총무이사 노원상 △생산이사 겸 사업이사 이계재◇1급 전보△선진화추진팀장 윤봉호◇2급 전보△화폐본부 생산조정실장 강덕조 △제지본부 생산조정실장 신현우 △기술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유한봉◇3급 전보△선진화추진팀 선진화 파트리더 오태환◇4급 전보△비상계획실 방호 파트리더 직대 이재인 tbs(교통방송) △광고사업부장 양동균 △영어FM 편성·제작부장 김남일 △영어뉴스부 부장대우 이선희 △기술2부장 손재달 △기술3부장 김영락 △광고총괄팀장 손옥석
  • 국제中 내년에 문 못연다

    서울지역 국제중 설립 동의안이 서울시교육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보류됐다. 시교육위는 15일 임시회의를 개최하고 서울시교육청의 영훈·대원중학교 등 2개 국제중학교 설립 안건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안건 처리를 보류했다. 한학수 동의심사 소의원회 위원장은 이날 임시회에서 “점점 다원화되어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그간 평준화 정책에서 야기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립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아직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는 등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소위원장은 이어 “새해 3월 국제중 개교는 안 된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해 2010년 개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동의안을 논의하는 시점은 올해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국제중 추진이 사실상 좌절되면서 공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여론 수렴 없이 당장 새해를 목표로 성급하게 추진된 점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연설보다 컨셉트가 우선이다

    [김형준 정치비평] 연설보다 컨셉트가 우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첫 대국민 라디오 연설을 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세계적 경제위기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겠다는 의도에서 실시한 것이다. 연설 자체에 대한 가치 논쟁과는 별도로 연설에서 나타난 키워드는 ‘배려, 신뢰, 희망’으로 집약된다.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라.”는 말로 “건실한 기업이 일시적 자금 경색으로 흑자 도산하지 않도록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라고 밝혔다. 연설 말미에는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 미래는 여전히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학 연구의 권위자인 노이슈타트 교수는 “대통령의 힘은 권력이 아니라 설득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지도자의 연설에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는 ‘우리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IMF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정부가 줄곧 국민과 시장에 전파해 온 내용이어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현 정부의 철학과 존립 이유를 관통하는 핵심 컨셉트가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메시지 부재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여진다. 마케팅 이론에 따르면 시장에서 성공한 상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컨셉트(CONCEPT), 콘텐츠(CONTENT), 일관성(CONSISTENCY)과 같은 3C를 두루 갖춘 제품이다. 확실한 개념이 정립되어야 콘텐츠를 채울 수 있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크게 흔들린 것은 좌파세력의 저항과 촛불 때문이 아니라 국민을 설득해서 이끌어 갈 수 있는 ‘국민 감동 컨셉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로 상징되는 MB노믹스, 한반도 대운하 등 현 정부가 줄곧 내세웠던 핵심 컨셉트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컨셉트가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녹색성장’을 제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녹색 성장’ 컨셉트는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를 만큼 강렬한 것이 아니다. 현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 제시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집권기간 내내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핵심 컨셉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신성장 동력 22개 과제를 발표하면서 “8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100대 국정과제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7% 성장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대통령이 된 만큼 현 정부의 핵심 컨셉트는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경제와 연계된 정책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자리 창출’이 적실성이 높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에서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일은 여전히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면 ‘신뢰가 간다.’(30.9%)보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56.9%)는 응답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40대(29.4% 대 57.5%), 중도(24.0% 대 62.9%), 화이트칼라층(30.2% 대 61.0%), 자영업자층(32.7% 대 56.0%)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비율이 훨씬 많았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약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이 공감하는 컨셉트를 만들고 그 내용을 채워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길은 정부가 기교를 부리지 말고 정직하게 행동하고, 국민과 호흡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김동규 “자진출두 절대 안해…촛불정신 이어갈 것”

    김동규 “자진출두 절대 안해…촛불정신 이어갈 것”

    광우병대책회의 김동규 조직팀장이 촛불시위 주동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피해 조계사로 피신해온 지도 100일여일이 지났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지칠만도 했지만 취재진을 맞은 김 팀장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조계사 내 생활에 대해 그는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조계사측이 잘 배려해 주시는 덕분에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내에 마련된 숙소에서 샤워와 세탁을 하고 있고, 스님·직원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인들과 시민들이 자주 찾아오고 있고, 조계사를 찾은 불자들도 힘을 주고 있다.”는 김 팀장은 “특히 조계사에서는 우리의 농성을 수행의 의미로 받아들여주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길고 외로운 농성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을 비롯한 8인의 수배자들은 지난 11일 교육원장 청화스님을 전계사(계법을 전해 주는 사승)로 한 수계식을 봉행하면서 불제자의 길에 들어서기도 했다. ● 촛불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6월 전국을 밝혔던 촛불의 기세가 예전같지 않은 현 상황에 대해 김 팀장은 “촛불을 드신 분들도 생업이 있다.그 분들도 먹고 살아야지 않겠나.”라며 “전혀 기 죽거나 아쉬움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일시적인 소강상태라고 본다.”며 “이명박 정부가 계속 반서민정책, 1%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언젠가 촛불은 다시 켜질 것이고 그땐 정말 현 정부가 끝장나버릴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팀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촛불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비난한 뒤 “우리는 언젠가 다시 촛불이 켜질 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의 성과가 생각보다 적지 않느냐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 즉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지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촛불집회는 많은 교훈을 줬다.”고 반박한 그는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의 힘과 즐거움을 느꼈다. 촛불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표현이 더 다양하고 깊이있어지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다.   ● “李 대통령 임기 못 채운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도…”  치열했던 촛불집회가 누그러진 뒤 미국산 쇠고기가 시민들의 밥상에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해 ‘촛불 망각론’·’촛불 패배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망각한 것이 아니다.결국 돈이 없어서 찜찜해도 먹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망각론’을 부정했다. 이어 “결국 정부가 시민들을 시장논리로 굴복시킨 것”이라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일은 자발적이 아니라 정부가 강요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촛불 패배론’에 대해도 그는 “단지 정부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힘 없는 시민들이 선뜻 나서지 못할 뿐이다. 정부가 계속 실정을 거듭해 위기가 확산되면 다시 시민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팀장은 “광우병 파동 이후 정부는 계속 실정을 거듭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언론장악 시도·건강보험 민영화·한반도 대운하 논란 등 합의와 동의를 구하려 하지 않고 자꾸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지 않나.”라고 비난하면서 “내가 보기엔 이 대통령은 역사상 최초로 임기를 다 못채운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 촛불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했다  그는 촛불집회의 성과를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 설명했다.  김 팀장은 “촛불을 통해 이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냄으로써 시민들이 승리감과 성취감을 얻은 것이 첫번째 성과”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성과로 그는 “기존의 집회가 단체의 주도에 시민들이 따라가는 양상이었다면 이번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스스로 당당하게 주도했다. 이를 통해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한국사회에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히고 “시민들 각자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심대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촛불정신, 계속 이어나갈 것  향후 계획에 대해 김 팀장은 “우리는 구속·불구속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촛불정신을 이어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고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곧 민주·민생문제를 다루는 단체가 결성될 예정인데 우리도 그 일을 도울 것”이라고 전한 뒤 “머잖아 노동자·민생 투쟁이 벌어질 것인데 우리의 행보도 그것과 맞물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거취 문제에 대해 “촛불 정신을 이어나가는 활동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시기와 방식을 현명하게 선택하자는 게 우리 내부의 방침”이라고 답했다.  한편 조계종 측에서 수배자들에게 ‘나가달라’는 간접적인 언질을 보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는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라고 일축했다. 또 경찰에 자진출두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절대 자진출두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그들을 만나기 전에는 지리한 농성으로 피폐하고 지친 모습을 상상했으나 모두들 건강해 보였고 표정들도 밝았다.그들은 “비록 지금은 지리명렬하고 힘겨워 보이지만 원래 대중의 힘은 그런 가운데서 힘을 쌓아 맹렬하게 타오르는 것”이라며 우리의 고난이 결코 끝이 아님을 모두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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