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한국문학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애플페이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플래카드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금융자산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완장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83
  • 5·18항쟁 문화적 영향/ 문학·출판부문 성과

    문학은 제일 먼저 느끼고 가장 늦게 잊는다.5·18 광주민주항쟁은 잊어버리고 싶으나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억울한 피의 기억,죽기 전에 다시 느끼고 싶은 뜨거운 시민 공동체의 삶이 있다.문학이 어찌 5·18을 모른체 할 수 있을까. 5·18을 소재로 한 5·18문학,광주문학은 지난 20년 동안 연면히 이어졌다. 5·18이 가지고 있는,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역사적 지형성과 풍부한 문학적 잠재량 등에 비춰 그간의 문학적 노력이나 성과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있긴 하다.그러나 문학의 바탕이 되는 일반의 관심과 인식을 살필 때,5·18이 전국적·보편적 스케일로 성장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여러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광주 5·18의 피에 절은 꾸러미를 풀어보지도 않고서 싫증을 내며 창고에다 쳐박아 버렸다면 틀린 말일까.이같은 지역적 한계를 염두에 두면 소설이 주축이 된 지난 20년간의 5·18 문학화는 긍정적인 색채를 띤다.특히 최근 이삼년 5·18문학의 재흥 기류는 보다 더 확실하다. 5·18 문학은 80년대에는 외적 제약을 비집고 나오려고애를 썼고,90년대에는 내적 관심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데 힘을 쏟았다.사태후 4년 가까이 거론조차 할 수 없는 금기였던 5·18은 ‘존재’가 점선,괄호로나마 인정되면서문학화를 출발시켰다.85년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광주항쟁의 전말과 의미를 민중적 전망아래 정리한 보고문학의 역작이나 본격 문학작품은 아니었다.본격작품은 이보다 다소 앞선 84년말 임철우의 단편 ‘봄날’을 꼽을 수 있다.5·18을 직접 말하지 못하고 우회적으로 유추하게 하는 이 작품은 내용도 항쟁의 당시상황이 아닌 항쟁이후 남은 자의 죄책감에 관한 것이다.이같은 사태이후의 후일담 성격은 알레고리나 우회적 언급을 차용한 작품화 방편을 거둬들인 뒤에도 80년후반 1차 광주문학 활성기의 주조라 할 수 있다. 광주문학을 연 작가 임철우는 이어 4년간 ‘직선과 독가스’ ‘사산하는 여름’ ‘불임기’ ‘관광객’ ‘동전 몇닢’ ‘어떤 넋두리’ 등의 광주 단편을 차례로 발표했다.윤정모의 85년 단편 ‘밤길’도 항쟁 현장을 빠져나온부끄러움을 이야기하지만 보다 강한 저항의 정신을 담고 있어 주목받았다.국회 광주특위가 가동된 88년에 발표된 중편들인 홍희담의 ‘깃발’과 최윤의‘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방향에서 커다란 편차를 드러내 넓어진 광주문학의 폭을 말해준다.시민군 주체와 관련해 노동자의 주도성을 급진적으로 해석한 ‘깃발’은 광주항쟁이 없었으면 나올 수 없는 작품이며 항쟁 와중에 실성한 소녀의 실존적 후일을 그린 ‘저기 소리없이…’에서 광주사태는 역사성이 최대로 희석된 특수한 인간조건으로 확장된다. 80년대 말까지의 5·18문학은 87년과 90년에 차례로 나온 소설집 ‘일어서는 땅’(인동)과 ‘부활의 도시’(인동)에 집약되었다.문순태(‘일어서는 땅’‘녹슨 철길’)한승원 (‘어둠꽃’)이영옥(‘남으로 가는 헬리콥터’)정찬(‘완전한 영혼’‘새’‘슬픔의 노래’)정도상(‘십오방이야기’‘저기 아름다운 꽃 한송이’)공선옥(‘씨앗불’‘목마른 계절’)을 비롯 김중태 김남일 김유택 박호재 김신운 박원식 백성우 이명한 이삼교 홍인표 이순원등이 1차 광주문학의 축대에 돌을 보탰다. 문학의 역사성에 반기를 든 90년대 들어 5·18은 소설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었으나 끝무렵 새얼굴의 문학을 솟구쳐 낸다.임철우는 97년말부터 98년초에걸쳐 장편 ‘봄날’ 5권을 완간,다시 광주문학의 기수 역을 맡았다.완성하는 데 10년이 소요된 이 대장편은 작가가 소설이 아니라 기록으로 읽어달라고주문할 만큼 비참하고도 찬란한 당시상황을 세밀하게 복원한다.이어 그때 수습위원으로 일했던 송기숙과 현지 신문사 부국장이었던 문순태는 올해 장편‘오월의 미소’와 ‘그들의 새벽’을 각각 내놨다.80년대에 볼 수 없었던항쟁기간의 디테일 삽입과 함께 화해와 테러를 동시에 모색하거나 노동자 출신 시민군의 마음 끝까지 더듬고자 한다.그리고 시인 황지우는 5·18 당시와 오늘을 역동적으로 엮은 희곡 ‘오월의 신부’를 지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처럼 90년대 말부터 재기한 2차 광주문학은 장편화와 입체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기억과 껴안음의 새 길을 열고있는 5·18문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뜨겁고 투명한 불꽃을피워낼 것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5·18은 민중문화 뿌리내린 주역”. 소설가 임철우(46)씨는 이맘때만 되면 예서제서 부지런히 들먹거려지는 사람이다.누구 한사람 ‘5월’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광주이야기를 감히 소설로 썼었다.그러나 여전히 맘은 편치 않다.그날의 이야기가 오늘로 남지 못하고 20년전 과거로 잊혀지는 지금,‘5월 작가’라는 이름표는 버거운 짐이다. “진상은 제대로 파악되지도 알려지지도 않았는데,모두들 부담스러워 잊어버리려 하는 게 5월의 역사 아닙니까? 광주시민들에게는 피눈물 솟구치는 현실이 세상사람들에게는 한낱 수습 끝난 과거가 돼있으니까요.5월만 되면 으레들떠서 설치는 언론들도 솔직히 밉상맞고 그렇습니다”그는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 소리를 하느라” 청년기의 한 토막을 생으로 바쳤다.1980년 5월16일부터 27일까지 열이틀간의 ‘광주사태’(소설을탈고할 때까지 ‘사태’였다) 현장으로 아득바득 사람들을 이끌어간 소설이장편 ‘봄날’이다.모두 5권짜리 대하소설을 이태전 원고지 7,000장으로 묶어내기까지는 꼭 10년이 걸렸다. 그에게 소설은 단순한 글쓰기 영역이 아니다.현장에 있었으면서도 아무것도하지 못했던 그에게 그건 “비겁하게 살아남아 치르는 대가”일 뿐이다.전남대를 휴학하고 지역마당극단에서 연극운동에 몰입하던 당시 ‘광주사태’는글쓰기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다.아니,확신이라기보다는 의무를 주었다고 해야 옳다.등단하기도 전이라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는데,치열하게 현장을 기록하고 다녔더랬다.광주시내 골목골목을 뒤지며 보이는 것,들리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적어뒀다.그 수첩 기록들이 고스란히 ‘봄날’ 원고속으로 들어갔다. ‘5월 문학’이란 용어를 그는 달가워하지 않는다.5월 이야기가 한국문학사의 엄연한 한 맥락인데,굳이 거기에 특별한 수식어를 달아 생색내는 것 같아서이다. “80∼90년대의 화두는 광주였습니다.그 화두를 꺼내 고통스런 십자가를 지는 역할을 문학이 자임했고요.5월 문학이 없었다면 ‘민중문학’이나 ‘민중론’이 목소리를 낼 터전도 없었겠지요.5·18은 우리 사회에 민중문화를 뿌리내리게 하고 문화예술에서의 민족 주체성을 확인시킨 주역이었어요”그는 5월 이야기를 다시 꺼낼 엄두를 못 내고 있다.5월을 폐광처럼 팽개치는 세상에다 또 그 이야기를 들이민다는 게 맥도 빠진다.“기력이 소생하기를기다린다”며 그가 웃었다.지난 3월 5·18연극 ‘봄날’을 각색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던 그는 요즘 수원 한신대로 출강한다. 황수정기자 sjh@. *6·29선언 계기 활발히 출간. 5·18의 참상을 친구들 간에도 터놓고 얘기하기가 불안했던 시절이 꽤 오랜기간 있었다.활자화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지난 85년 5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전남사회운동협의회 편,황석영 기록)가 처음 책으로 묶여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당시만 해도 비밀리에 인쇄를 마치고 제본작업을하다 발각돼 전량 압수당한 뒤 밤새 마스터인쇄로 조금씩 찍고 손으로 제본해 5,000부를 발행,대학가 서점을 통해 은밀히 판매했다.대학가의 필독서로자리잡았다. 5·18 관련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증언록이나 자료집을 간간이낸 것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시피했던 5·18 관련서적은 87년 6·29선언을 계기로 활발히 출간되기 시작했다.‘죽음을 넘어…’도 이때야 정식출판됐다.이제까지 나온 책은 대략 수백종.종류도 시·소설 등 문학물에서 사진기록·자료·증언·수기집,취재기,정치·사회·법적 연구서까지 다양하다.‘광주민중봉기와미국’(이삼성) 등 잡지 등에 발표된 글이나 연구논문들도 많다.5·18 관련주요 서적을 정리한다. 김주혁기자 jhkm@
  • “제2의 황석영문학 시작될 겁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이 시대를 헤쳐온 작가 황석영(57)이 출옥 2년1개월만에2권짜리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창작과비평사)을 출간했다.방북사건으로5년간 복역하는 동안 구상된 이 작품은 1980년 이후의 한국사회 변화와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사적 변화를 배경삼으면서 젊은 두 남녀의 파란많은 삶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1년2개월간 일간지에 연재된 이 작품은 작가가 ‘무기의 그늘’이후 12년만에 내놓은 역작이다.현재 홍성에 살고있는 작가가 25일 책출간을 맞아 상경해 기자를 만났다. ■출간의 감회는. 5년여의 망명,5년여의 징역을 끝내고 출옥했을 때보다 훨씬 더 기쁘다.작가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10여년의 우여곡절과 방황에서 놓여나는 기분이며처음 시작하는 이삼십대로 되돌아간 마음이다.제2의 황석영문학이 시작될 것이다.침체되고 서사가 결여된 한국문학이 남성적이며 서사가 풍부한 본격문학으로 새 출발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작품이 이미 일간지에 연재되었는데. 3,000여매의 연재분 가운데 군더더기 에피소드 300∼400매를 빼는 등 다시손봐 빠듯하게 조였다.연초에 나왔으면 한층 시의에 맞았을 것이다.제목에서암시하듯 이 소설은 유토피아가 있었느냐고 묻는 것이다. 세계와 더불어 한반도가 겪은 유토피아 갈등을 다룬 것이며 그 마지막 불꽃인 우리의 80년대를 정리한 의미를 갖는다.이 책은 국민들의 사회변혁 욕구가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80년대 시절과 386으로 불리는 그 시절의 젊은 세대에 대한 나의 진혼곡이다.나는 당시 기성세대 연배였지만 내 분신들과 같은 그때의 청년들과깊이 연결되었었다. 그래서 광주로 대변되는 80년대 초 학생 세대들이 출옥한 뒤에도 내게 개인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표해 주었다. ■감옥에서 오래 구상했다는데. 그렇다. 그런데 구상보다 실제 글이 훨씬 더 잘 풀렸다.감옥에서의 구상엔삶의 디테일이 빠져 있었다.시정에 섞여 사람들과 같이 살 때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된다.또 하나 스스로 놀란 것은 글쓸 때의 노심초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마음을 비웠다고나 할까.이처럼 편안하게 글을 써보기는 40년 문단생활처음이다. 마감 원고질질 끌기로 유명한 나였는데 이번 연재에서는 몇회분을 앞서 갖다주기도 여러번이었다.이같은 변화는 비유컨대 옛날엔 문학과 내가 사랑하는 젊은이들처럼 꼭 부둥켜안고 있는 형국으로 가끔 지겨워질 수있었다면 지금은 성숙해져서 뒤에서 가만히 다가와 나 아직 있어 하는 듯 툭툭 어깨를 치는 그런 모습이다. ■출옥하면서 앞으로 쓸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해 주목받았는데. 감옥에 있으면서 출옥하면 이런 글을 쓰겠다고 제목까지 임시로 정해 여러사람에게 알린 것이 5∼6개 되고 그중 ‘손님’이란 글을 먼저 쓰고자 했었다.그러나 그 작품은 소설의 양식을 실험하는 것이어서 이번의 ‘오래된 정원’에 밀렸다.‘손님’은 지금 절반쯤 쓰고 있고 다음달부터 연재해서 4∼5개월만에 마무리할 생각이다.1,000매 정도로 얄팍한 소설이다.긴 작품 안 읽기는 세계가 다 마찬가지다.대하드라마 시대는 갔다고 할 수 있다.우리의 80년대는 19세기적 상황이었다.그런 시절이 간 지금 소설의 수법과 관련해서‘영상’을 떠올리게 된다.영화와 영화적 기법에 관심이많다. ■최근의 한국문학에 대해 말한다면. 지금 한국문학은 한국영화 정도의 현실성과 서사조차 없어 보여 안타깝다. 서사가 부족한 점과 관련해 너무 감각적인 경향이 눈에 띤다고 할수 있다.인생은 가볍지만은 않다.경제위기를 맞은 지 2년이 되어 사는 게 그만큼 힘들어졌건만 이에 관해 제대로 된 소설 한 편이 안 나왔다고 할 수 있다.반면영화는 크게 발전했다.탄탄하고 그리고 다양하다.옛날엔 문학에서 영화가 영양분을 취했지만 이제는 반대가 된 듯하다. ■자신의 문학 2기라고 말했는데. 10여년 동안의 어떤 모색들을 현실화한다는 의미이며 양식 실험 및 리얼리즘과 관련이 깊다.현실 생각을 반영하는 사실주의적 내용에다 연희 놀이 등동아시아적 양식을 과감하게 채용하고자 한다.리얼리즘을 우리 식으로 풍부하게 하고자한다.우리는 그간 현실주의를 너무 사실주의적으로 해석해왔다. 객관적 사실주의에서 벗어나는 남미 문학이 서구에서 큰 칭찬을 받고있고 우리의 꼭두각시놀음 같은 것에는 전위적인 요소가 담겨있다.이것들을 끌어내야겠다. 김재영기자 kjykjy@. ◆ 황석영 연보.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때인 1962년 단편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했고 70년 단편 ‘탑’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이후 소설집 ‘객지’(74) ‘북망.멀고도 고적한 곳’(75) ‘심판의집’(77) ’가객’(78) 등에 이어 84년 장편 ‘장길산’ 10권을 완간했다. 89년 베트남 전쟁을 그린 장편 ‘무기의 그늘’ 2권을 낸 뒤 3월 북한의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초청으로 방북하였고 이후 독일 미국 등지에서 체류했다.93년 4월 자진 귀국하여 방북사건으로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98년3월 석방되었다.
  • 농민작가‘이무영 문학전집’출간

    한국문학사에 ‘농민문학’이란 장르를 확립한 소설가 이무영(본명 이갑룡·1908∼60)의 문학세계를 총정리한 ‘이무영 문학전집’ 6권이 출간됐다. 작고 40주기인 지난 21일 국학자료원이 펴낸 전집에는 그의 대표작인 ‘농민’ 등 장편 8편,중편 4편,단편 47편 등을 담고 있다.이밖에 희곡과 콩트·산문·교과서용으로 쓴 ‘소설작법’ 등 그가 남긴 모든 형태의 글을 모았다.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권마다 평론가들의 평론을 실었으며작가의 개인적 면모를 말해주는 구상 이헌구 백철 등 문우의 회고기와 함께아들 이민 및 부인 고일신(85)씨의 회고담을 담았다. 충북 음성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이무영은 일본으로 건너가 문학수업을한 뒤 귀국해 잡지사 신문사 기자로 일했으나 1939년 경기도 군포로 내려가농사꾼이 됐다. 6·25전까지 12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단편 ‘제1과 제1장’‘흙의 노예’와 장편 ‘농민’등 귀중한 농민문학 작품들을 창작했다. 이무영은 한국전쟁 중 해군 정훈장교로 입대한 뒤 해군대령으로 예편했으며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60년 뇌일혈로 타계했다.김재영기자
  • ‘한국사 2000년’ 디지털화 결실

    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 등 한국사의 대표적인 기록물을 모두 CD-ROM으로 제작,학계에 보급해온 한 업체가 ‘사상계’의 CD-ROM 출시로 ‘2천년한국사의 디지털화’의 마무리 작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이 업체는 해적판과 복사판이 기승을 부려 수익성이 거의 없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사의 소중한 기록들을 지속적으로 CD-ROM으로 제작,보급해 학계의 연구활동과 자료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방미디어(회장 이웅근)는 이달 중순 고 장준하 선생이 창간한 시사 월간지 ‘사상계’(총205권)를 6장의 CD-ROM에 담아 출시할 계획이다.1953년 4월창간된 ‘사상계’는 50,60년대 지식인과 학생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당대의 대표적 시사잡지.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저항적·비판적 논조를 펴오던 ‘사상계’는 70년 5월호에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을 게재한 것이문제가 돼 폐간처분의 비운을 겪었다. 이번에 제작된 CD-ROM은 ‘사상계’ 원본을 영인본 형태의 이미지 데이터로구성한 것이다.모두 1만240편의 글에 필자는 3,361명,총 페이지는 6만8,297쪽 규모다.제작진은 “‘사상계’ 원본수집과 낙장 보완을 위해 1년여 동안전국을 뒤졌으며 소유권을 놓고 갈등중이던 유족으로부터 어렵게 양해를 받아내 제작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이웅근 회장은 “‘사상계’는 해방후 한국의 정치·사회·사상사를 집약한한국지성사의 결정판으로 해방후 한국문학사를 집대성한 ‘창작과 비평’과함께 2000년 한국사의 마무리편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지난 67년 사상계사의 신인논문상 입상을 계기로 폐간직전 잠시 이곳에 근무한 적이 있는김삼웅 대한매일 주필은 “‘사상계’는 민족주의자 장준하 선생의 혼과 사상이 담긴 결정체”라며 “‘사상계’와 같은 정론지가 필요한 시점에 선배지식인들의 글을 모아 CD-ROM으로 출간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라고말했다. 한편 동방미디어는 95년 조선 태조∼철종까지의 ‘조선왕조실록’을 1장의CD-ROM에 담아 보급한 것을 시작으로 ‘고종순종실록’(98),‘삼국사기’(99),‘창작과 비평’(99·창간호~통권100호)‘고려사’(2000) 등 한국사의 대표적인 공(公)기록물들을 CD-ROM으로 제작해왔다.최근에는 대상을 넓혀 ‘한국식물도감’‘신동의약보감’ 등을 비롯해 조선시대 생원·진사시험 합격자들의 신상명세를 담은 ‘사마방목(司馬榜目)’을 출시한 바 있으며 조선시대법전인 ‘경국대전’과 ‘한국조류도감’‘한국수목도감’‘갯벌생물도감’등 한국학 전반을 CD-ROM에 담을 계획이다. 이성무 국사편찬위원장은 “방대한 실록을 그동안 수공업적인 방법으로 읽느라 숱한 세월을 허비했는데 ‘진작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한국학 관련 고문헌 자료의 CD-ROM출간을 반겼다. 정운현기자 jwh59@
  • [21세기 문화프론트라인](9)판타지문화

    “오늘의 한국 판타지 문학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만의 독특한 특성을 지닌 판타지를 개발하는 것입니다.현재 쏟아져 나오고 있는 판타지들은 서양과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아요.어디선가 보았던 설정,접해본 듯한 스토리 라인으로는 더이상 호응을 얻을 수 없습니다” 최근 ‘극악서생’(도서출판 자음과모음)이란 무협 판타지소설을 낸 작가 유기선씨(31)는 “판타지문학도 이제 내용과 형식의 차별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유씨는 현재 하이텔 사이버 PC문단에 ‘세계정화재단시리즈’라는 심령판타지소설을,하이텔 문학관 ‘이달의 작가’ 코너에 ‘시간의 감촉’이란 단편 판타지를 연재하고 있는 신세대 작가.지난 95년에는 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제2회 게임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입상한 이력도 갖고 있다. “요즘 판타지소설들을 보면 이른바 톨킨식 세계관,즉 북구의 신화를 바탕으로 컴퓨터 게임의 줄거리를 합성한 수준에 머무는 것들이 많습니다.물론이에 반기를 든 작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죠.이우혁 같은 이는 그의 소설 ‘왜란종결자’에서 판타지는 왜 북구 신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라고묻습니다.문화 사대주의가 아니냐는 것이지요.하지만 문제는 그런 지적이 단발성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판타지와 무협의 가로지르기’를 시도하는 ‘극악서생(極惡書生)’은 나름대로 독창성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이제 막 군문을 나선 진유준이라는 한국인이 중국 어느 시대 ‘극악서생’이란 최고권력자의 몸속으로 들어가 기상천외의 모험을 펼친다는 게 기둥줄거리.작가는 이 소설에서 기존의 북구 신화를 배경으로 삼지 않는다.굳이 신화와 결합되지않더라도,또 시공간적인 배경이 중세 유럽이 아니더라도 판타지가 판타지일수 있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일부 판타지 매니아들이 무협소설을 ‘동양적 판타지’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듯이 무협소설은 판타지적인 요소로 가득합니다.무협소설과의 퓨전화,그를 통한 새로운유형의 판타지.그것이 바로 제 소설이 겨냥하는 바죠” 그러나 ‘극악서생’에도 문제점은 적지않다.PC통신 조회수 37만회를 넘긴 화제작이지만 이 소설에는 말장난의 남발,밭은 호흡의 문장 등 PC통신 작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있는 글쓰기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형 판타지’를 개발하는데 늘 관심이 있다는 유씨는 국내에서 세를얻고 있는 일본 판타지소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일본의 판타지소설에대해 거부감을 갖지도, 가질 필요를 느끼지도 않습니다.한국에도 일본의 판타지소설 못지않는 수작들이 많이 있어요.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일본 판타지를 찾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는 ‘은하영웅전설’의 치열함보다 ‘용의 전설’의 명쾌함을,’아루스란 전기’의 광막함보다‘하얀 로냐프강’의 서사시적 아름다움을 동경하며 ‘슬레이어즈’의 유쾌함보다 ‘마왕의 육아일기’의 소박함에 끌린다.또 ‘드래곤 라자’의 흡인력과 한국적 위트를 ‘로도스 전기’의 장렬함보다 사랑한다고도 했다. “최근 판타지 장르는 PC통신을 통해 엄청나게 외연을 넓혀가고 있어요.판타지문학은 이제 ‘주변부 문학’에서 벗어나 한국문학의 중심권을 향해 진입하고 있습니다.그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베스트셀러나 화제 중심의평가에서 탈피, 보다 진지한 접근자세가 필요합니다”모두 7권으로 완성될 ‘극악서생’은 현재 1권이 나온 상태. 올 연말까지 완간되는대로 그는 인도 설화가 가미된 본격 판타지소설 ‘신용전(神龍傳·가제)’을 써나갈 계획이다. “누군가 새로운 밀레니엄 컬처의 으뜸 덕목은 ‘경계허물기’라고 한 말이생각납니다.나의 판타지문학에 대한 형식실험 또한 그것을 키워드로 하고 있어요”김종면기자 jmkim@. *판타지문학 기원과 현주소.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것과 상식을 초월하는 것.그런것들의 경계를 모호하게 처리한 문학작품을 일단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영국작가 J.R.R.톨킨이 1955년 ‘반지의 군주’(국내 번역본 제목은 ‘반지전쟁’)를 펴낸 것을 계기로 판타지문학이 크게 성행했다.톨킨이북구와 켈트신화를 토대로 창조해낸 환상세계 ‘미들어스(Middle-earth)’는 이후 많은 작가들의 판타지 모델이 됐다. 미국에서는 1년에 500∼600종의 판타지소설이 출간된다.독자도 20대에서 30대에 걸쳐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으며,대학에는 판타지소설론 강좌도 마련돼 있다.일본에서는 민담과 전설 그리고 괴담들이 판타지의 옷을 입고 다양하게 선보인다.1980년대 말 판타지붐이 일기 시작해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않고 있다.‘은하영웅전설’과 ‘아루스란 전기’의 다나카 요시키,‘로도스전기’를 쓴 미즈노 료 등이 이 분야의 대가다. 한국의 판타지는 환상계를다룬 ‘구운몽’이나 ‘금오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홍길동전’ 또한주술적인 세계를 펼쳐보이는 모험류 판타지다. 판타지문학 작가는 대부분 등단이라는 경로를 거치지 않는다.게다가 하위장르로 간주돼 평단이나 본격문학을 선호하는 독자들로부터 소외당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판타지문학은 이제 더이상 소수 매니어들만의 향유물이 아니다.하이텔에 연재됐던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98년)가 40만부 넘게 팔리면서 출판계에서는 판타지붐이 일었다.‘드래곤 라자’는 본격적인 한국 판타지소설의 시조인셈.그 이전에도 ‘퇴마록’이 출판돼 화제를 모았지만 엄밀히 말해 그것은 판타지소설이라기보다는 공포소설에 가깝다. 현재 서점가에는 김예리의 ‘용의 신전’,이상균의 ‘하얀 로냐프강’,홍정훈의 ‘비상하는 매’,김상현의 ‘탐그루’,이수영의 ‘귀환병 이야기’등판타지소설들이 숱하게 나와 있다.바야흐로 판타지소설은 하나의 장르소설로자리잡아 가고 있는 추세다. 김종면기자
  • 방송위 분과심의위원장 선임

    방송위원회(위원장 金政起)는 20일 방송사의 인·허가 등 각종 법률에 관한행정행위를 자문하기 위한 법률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권영성(權寧星)서울대 명예교수 7명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보도교양 제1·2심의위원장에 안병찬(安炳璨)경원대 교수와 김학수(金學銖)서강대 교수,연예오락 제1ㆍ2심의위원장에 유현종(劉賢鍾)한국문학예술진흥협회장과 이은영(李銀榮)한국외대 법과대학장을 각각 추대하고 심의위원들을 선임했다. 방송위는 이와 함께 2실,3국,16부,2팀,4지역사무소를 두는 사무처 직제를확정,각 부서장을 발령했다.
  • 한국 문화재 전시회, 스위스 취리히서 개막

    유럽을 순회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인의 혼을 찾아서’특별전이 18일스위스 취리히의 리트베르크 박물관에서 개막됐다. 이 행사에는 아돌프 오기 스위스 대통령과 지건길(池健吉)국립중앙박물관장내정자,권순대(權純大)주스위스대사,토마스 바그너 취리히 부시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오기대통령은 축하연설에서 “한국문화가 스위스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지만 오늘부터 스위스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고대왕국-무속 불교 유교전’이라는 부제로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국보 188호 경주 천마총 금관 등 문화재 317점이 출품된 특별전은 7월9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6월 24·25일에는 박물관 야외무대에서 벽사춤·장고춤·사물놀이 공연과 태권도 시범,한복·음식전 등 한국문화 페스티벌을 펼치며 6월 18∼24일에는 한국문학 심포지엄도 열린다. 서동철기자 dcsuh@
  • ‘한국문학작품 낭독회’ 獨서 잇따라 열린다

    ‘한국문학작품 낭독회’가 독일의 함부르크(22일)와 라이프치히(23,24일)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독일 함부르크주 문화국 및 독일 최대 출판기업인 베르텔스만 클럽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 작품낭독회에는 시인 김광규(한양대 독문과교수)김혜순(서울예대 문창과교수)소설가 한수산(세종대 국문과교수)신경숙씨와 사회를 맡을 정혜영 한양대 독문과교수 등이 참가한다. 지난 97년에 이어 두번째가 되는 함부르크 낭독회는 대형 문화시설 ‘문학의집’에서 열리며 연이틀 계속되는 라이프치히 낭독회는 권위있는 이 도시의도서박람회 공식 초청행사로 열린다. 참가하는 시인 소설가들은 작품이 독일어로 번역 출판되었거나 출판될 예정인 문인들이다. 한편 독일 펜드라곤 출판사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직접 낭독하고 소개하는 이번 행사를 한국작품 보급마케팅 기회로 적극 활용할 계획.3년전 소설가 김원일씨의 장편소설 ‘바람과 강’을 펴낸 이래 독일 출판사로는 처음으로 한국문학 시리즈를 시작한 펜드라곤은 지금까지7권의 한국작품을 출간했다. 현재 김광규 시집 ‘조개의 깊이’,한수산 장편소설 ‘부초’가 펜드라곤에서 출간되었으며 김혜순 시집 ‘어느 별의 지옥’,신경숙 장편소설 ‘외딴방’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 영원한 신여성 나혜석의 소설같은 삶

    한길사의 ‘위대한 한국인’ 시리즈 10번째 작품으로 ‘영원한 신여성 나혜석-인간으로 살고 싶다’가 발간됐다. 최초의 여성서양화가 여성작가 여성해방론자로 일컬어지는 나혜석(1896∼1948)의 생애는 많이 이야기되어져 왔다.그러나 528쪽 분량에 100여 컷의 사진이 수록된 이 평전은 한국 여성으로 드물게 역사적 의미와 ‘소설같은’ 흥미를 제공하는 삶을 산 인물을 매우 양감있게 그려내고 있다.저자 이상경 교수(한국과학기술원)는 한국문학사에 ‘풍문만 요란한 채 실제 작품은 거의없는’ 여성작가로 기록돼 온 나혜석을 80년대 말 재발견,1차자료 모으기에나섰다.그리고 그의 작품과 인물에 깊숙이 빠져들었다.10년 가까이 나혜석을과거와 풍문으로부터 끄집어내는 작업을 해온 저자는 이 신여성의 삶에서 주목하는 것은 그의 자의식이라고 말한다.근대사회로 넘어오는 시절 나혜석은 언제나 ‘자신이 내딛는 한걸음의 진보가 조선여성의 진보가 될 것이라는 자의식’을 뚜렷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재영기자
  • 서울대 조동일교수 ‘이 땅에서 학문하기’

    현직 대학교수가 정부의 학문정책 부재와 학계의 무사안일을 질타하는 글을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해 ‘인문학의 위기’가 우리학계의 현안으로거론됐던데다 최근 정부가 ‘지식국가’를 표방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당국과 학계 모두 귀담아 들을만한 ‘쓴소리’로 보인다.주인공은 ‘한국문학통사’ 등 30여 권의 저서와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해 우리 학계에서 몇 안되는 ‘공부하는 학자’로 꼽히는 서울대 국문학과 조동일 교수.조 교수는최근 출간한 ‘이 땅에서 학문하기’(지식산업사 펴냄)에서 ‘학문하기의 어려움’과 학계의 ‘속살’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조 교수는 “대학은 많으나 연구기관이 없어 박사학위 소지자가 일당 2만5,000원을 받고 공공근로사업장을 떠돌고 있다”고 우리학계의 현실을 진단하고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교육정책만 있고 ‘학문정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우선 그는 한국에서는 교수가 ‘가르치는 일’만 하는데 비해 다른 나라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이자 동시에 연구자라는 것.그는 우리 학문의 질적 성장을 위해 ‘연구교수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그는 “인문학 분야 연구자 가운데 생계문제나 강의부담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몇이나 될까”고 질문한 다음,“연구를 진흥하겠다고 기구나 인원은 나날이늘어나고 있으나 정작 연구자가 없다”며 “이는 마치 누수율이 100퍼센트에 가까운 수도공사를 거듭해서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다른나라 학자들은 정부의 지원하에 현대화 된 공장을 돌려 계통적으로 (학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반면 한국학자들은 원시적 방식의 수공업으로 만든 제품을 각자 팔고 다니는 행상을 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대안 두 가지를 내놓았다.첫째 교수자격을 새로 규정하자는 것.박물관·미술관,정부출연연구소 등 대학 이외의 연구기관에서 소위 ‘학예연구관’으로 불리는 전문연구자들에게도 교수자격을 부여,연구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둘째 대학의 연구소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면서 ‘연구교수제’를 제도화하는 방안이다.연구교수의 위상제고를 위해 초창기에는 기존 교수 가운데서선발하며 연구여건과 신분보장과 같은 대우에 버금가는 철저한 연구성과위주의 평가방식을 제안했다. 지난 96년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면 서울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어디라도 가겠다고 ‘공개 구직광고’를 내기도 했던 그는 작년 9월 서울대 자연학문분야 두 교수가 고등과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충분히 이해가가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우리학계의 고질적 풍토에 대한 비판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지난 93년출간한 ‘우리학문의 길’에서는 우리 학계의 수준을 운동경기에 비유, “올림픽은 고사하고 전국체전에도 나가지 못할 수준”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또 “정책당국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나 우대하고 국학(國學)을등한시하는 것은 학문·지식의 수입을 장려하고 수출을 금지하는 태도로서마치 구한말 관군과 의병의 모습과 같다”면서 ‘관군-의병론’을 펴기도 했다.그는 이번 책에서 “일부 교수 가운데 연구의 실제작업은 학생들에게 맡기고 관리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영수증을 잘 챙기면 연구비를 잘썼다고생각하는 풍토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굄돌] 신춘의 축제를 위하여

    며칠 전 2000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품집을 펴냈다.몇 년 전부터 내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해오던 일이다.당선 작가를 확인하고,게재 허락을 얻고,작품을 구해 입력하고 교정보고 필름 뽑아 다시 교정보고 인쇄소에 넘기는등등의 숨가쁜 과정을 거쳐,마침내 1월 중순경 이제 출발선상에 선 젊은 작가들의 청신한 얼굴 뜨거운 입김으로 아름다운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인쇄소에서 막 배달돼 오븐에서 지금 꺼낸 빵처럼 뜨끈뜨끈한 책을 손으로쓰다듬으며 이 젊은 작가들의 앞날을 생각한다.이 가운데 문단 중심에 진입하여 한국문학의 새 길을 여는 신진기예로 주목받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이들 중 과연 몇 작가가 5년 10년 후에도 지금 이 순간의 순수함과 열정을 잃지 않고 자신의 문학에 순사(殉死)하고자 하는 정신을 견지하고 있을 것인가?그들은 그들의 젊은 재능을 노리는 손길들이 환락가의 밤 불빛처럼 빛나고있는 유혹의 거리를 지나야만 한다.또 그들은 한국의 소설사 전체와 겨루어새 문학을 일구는 힘든 싸움의 전장을 낮은 포복으로 쉬지 않고나아가야만한다.그들은 또한 우리 문단을 지배하고 있는 연줄로 얽힌 권력의 그물망과도 싸워야 한다.고향의 뒷동산 오솔길을 거니는 것과 같은 편하고 쉬운 길은 어디에도 없다.비약도 있을 수 없다. 이 아름다운 정신의 젊은 작가들은 자신과도 싸워야만 한다.이제 곧 그들을덮쳐올 주저앉고 싶고,타협하고 싶고,때로는 옆길로 벗어나고 싶은 내부의유혹과 싸워 견뎌야만 한다. 나는 이 푸르디푸른 젊은 정신들에게 정지용 시인의 시인론을 선사하여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고자 한다. “시인은 정정한 거송(巨松)이어도 좋다.그 위에 한 마리 맹금(猛禽)이어도좋다.굽어보고 고만(高慢)하라.”그렇게 나아가,여기 모인 모든 작가가 한국문학을 이끄는 큰 문학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성희 도서출판 프레스21 대표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심사평

    평론 심사를 맡은 우리 두 사람이 마지막 대상으로 삼은 수상후보 작품은 황지우론,박용래론,백무산론의 세 편이었다.이 가운데 황지우론은 예술적 감수성의 참신함이 돋보이지만 한편의 완성된 평론으로서는 지적 이론적으로 미숙한 편이고,박용래론은 차분하고 섬세한 문장에 호감이 가지만 그 논리가너무 단순하고 평면적이어서 당선작에는 들지 못하였다. 끝으로 백무산론 역시 탈근대적 사유의 범주 설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 시인의 시적 변모과정을 적절히 체계화하여 앞으로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도 하나의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는데 후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불건전한 탈근대적 담론이 범람하는 세기말을보내고 새 시대를 맞아 이에 걸맞는 한국문학의 활로개척에 기여할 만한 글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번 응모자와 당선자를 비롯하여 문학평론가가 되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당부하고 싶은 것은 항상 문학작품을 가까이할 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이론서 공부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적감수성의 연마는 작품들을 자주 접함에 따라 가능하겠지만,그것들을 더욱 새롭게 해석하거나 분류하거나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비평작업에는 문학이론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선영 임헌영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 연재를 마치며

    이 연재의 목적은 광복 이후 오늘까지,20세기 후반기의 한국문학이 정치사회사적으로 당했던 검열과 규제와 탄압의 양상을 시대별로 정리하려는 것이었다.주로 작품을 중심으로,그것도 사회체제나 정치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만다뤘기 때문에 몇몇 필화 사건들은 빠졌다. 예컨대 지역감정을 유발하여 투옥까지 당했던 조영암의 ‘하와이 근성 시비’라든가,역시 같은 이유로 월간 ‘문학사상’을 몇 호 정간 당하게 만들었던 오영수의 ‘특질고’같은 사건인데,다른 자리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크게 비화되진 않았으나 독재자에 의하여 슬그머니 폐기처분 당해버렸던 서정주의 ‘이승만박사 전기’(1949)도 흥미있는 사건이었다.진보당가의 작사 시인 박지수,김동명 시인의 국가보안법 반대 논설문,소설 ‘오발탄’ 때문에 교직에서 쫓겨난 해직교사 제1호 이범선,이병주·송지영의 민족의식이 강했던 논설과 투옥 사건,단편 ‘임진강’으로 곤욕을 치렀던 유주현,희곡 ‘수치’로 물의를 빚었던 시인 구상,통혁당 관련으로 치도곤을 당했던 조동일·임중빈,동베를린 사건 관련의 천상병,1974년 문학인 사건의 이호철·정을병·김우종·장백일,긴급조치로 구속 당했던 김지하,언론인 해직기자 김병익,남민전 사건의 김남주 시인,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의 송기원,대학에서 해직 당한 김병걸·송기숙·백낙청,민족문학작가회의에 의한 여러 차례에 걸친 각종 집회와 시위로 끊임없이 연행 당했던 고은·신경림·민영·박태순·이문구·조태일·채광석·김정환,노동해방문학 사건에 연루되었던김사인·임규찬·정남영 등등은 문학인의 직접적인 사회참여 활동이 가져왔던 변혁운동의 일환이었다. 1990년대 이후에도 문학인은 가장 앞섰다.세칭 ‘문학인 방북 사건’ 제1호는 작가 황석영이었다.1989년 3월 20일,남한작가로 공개적으로는 처음으로황석영은 북한을 방문,아마 지금까지도 가장 많은 북한인사들과 가장 넓은지역을 두루 다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그는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 4년 동안 망명생활을 하면서 기행문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신동아’와 ‘창작과 비평’에 연재하다가 필화를 일으키기도 했으며1993년 귀국,구속되었다. 두 번째 방북 문인은 시인 박영희였다.그는 1991년 4박5일 동안 방북했다가7년의 수감생활을 겪어야 했던 불굴의 시인이다.1962년 무안에서 출생한 이시인은 중학 2년 때 학업을 중단하고 상경,공원·구두닦이·신문배달·건축공사장 인부 등 밑바닥 인생을 체험하면서 시집 ‘조카의 하늘’‘해뜨는 검은 땅’을 냈다.박시인은 일제 치하의 광부 징용을 서사시로 쓰기 위해 그취재차 방북을 감행했으나 전혀 목적을 이루지 못하여 아예 일정을 앞당겨귀국,즉각 투옥당했다. 세 번째의 방북은 작가 김하기였다.부산소설가협회 소속회원들과 백두산 등정 후 연길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나중에 월북으로 밝혀졌던 이 사건은분단 민족사에서 가장 ‘문학적인 사건’으로 꼽을 만하다. 문학은 사회정치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에로티시즘과도 끊임없이 마찰했다. 박용구의 ‘계룡산’ 이후 박승훈,염재만으로 이어졌던 외설시비는 마광수와장정일에 이르러 그 절정을 이루면서 20세기를 마감한다. 20세기 세계 문학사에서 변혁으로서의 문학운동은 아마 한국이 가장 풍성한목록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며,이것은 21세기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임헌영 문학평론가]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48)20세기의 마지막 필화사건들

    서울 올림픽의 해였던 1988년,한국 문단에는 두 필화사건이 창작의 자유를압박했다.하나는 주인석의 희곡 ‘통일밥’이었고,다른 하나는 이기형 시인의 실록 연작시집 ‘지리산’이었다. 김건원과 서울대 연극회원들의 도움으로 주인석이 지은 희곡 ‘통일밥’은한국 현대사를 축약시킨 전 13장의 다분히 실험적인 작품이었다.1988년 6월4∼8일까지 서울대 총연극회 제30회 정기 공연작이었던 이 희곡은 대학가의인기 상승에 힘입어 같은 해 8월 4∼7일까지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재공연 되었는데 바로 다음날인 8일 작가가 구속 당했다. 장시우와 그의 아들 해방,손자 동민 3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한 분단의 아픔과 8·15부터 1988년까지의 민족사를 ‘통일밥’은 투시하고 있다.해방의 혼란 속에서 노동자 자치운동을 하다가 감시를 피해 본의 아니게 월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장시우,그로 말미암아 ‘빨갱이 가족’으로 몰려 갖은 수모를당하는 남한의 식구들이 팽팽하게 긴장미를 고조 시키다가 1984년 대홍수 때 북한 적십자사가 보내온 쌀로 ‘통일밥’을 짓는 것으로 남북의 동질성을강조한 이 작품은 다분히 전위적이다. 문제가 된 것은 해방 직후에 내걸었던 인공기였는데,이미 알려진대로 이 때의 ‘인공기’와 북한의 그것은 다른 것일 뿐만 아니라,장식용 소품으로 등장했다는 점 등으로 주인석은 9월 23일 기소유예로 석방,‘통일밥’ 필화는막을 내렸다. 원로 시인 이기형의 ‘지리산’은 ‘실록 연작시’라는 특이한 형식으로 지리산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실존 인물들을 취재하여 부각시킨 점이 돋보여 1988년 12월에 초판이 나오자 매진,재판에 돌입했는데 당국의 압수 수거 조처를 받았다.이어 출판사에 대한 수색이 진행되더니 1989년 2월 방송 뉴스로시집 ‘지리산’을 의법 조처하겠다고 예고한 뒤 아침출판사 정동익 사장을구속하고는 고령의 이기형 시인은 불구속 기소했다.해방 직후 이승만 정권의 오류를 폭로하는데 초점을 맞춘 이 연작시는 법정으로부터 정부가 선언한각종 통일 정책과 국가보안법 처벌은 무관하며,표현의 자유라 할지라도 체제 전복에 이용 당할 여지가 있는 작품은 용납하지 않는다는요지의 유죄 인정으로 시인과 발행인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지리산은 아마 한국 필화사 중 가장 피를 많이 흘린 산일 것이다.1989년 4월 오봉옥 시인은 장시 ‘붉은 산 검은 피’(실천문학사,전2권)를 펴냈다.1930년대의 항일투쟁부터 1946년 10월 항쟁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이 장시는 “젊은 시인답지 않은 기량의 완숙함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최원식)거나,“남한 노동자 계급의 독자성을 견지하려는 힘과 주류적 혁명전통의 영향력을 확대 부식하고자 하는 힘 간의 갈등·충돌의 문예적 반영”(김명인),혹은 “일제 말기에서 해방 직후까지 민족의 생활상을 여실하게 그려낸 뛰어난 대서사물”(최유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이 시집 역시 필화로 가는 과정은 비슷하여 처음에는 수거,판금조치가 내려졌다가 서서히 출판사를 조여가며 구속,기소의 단계로 들어선다. 실천문학사 사장 이문구,주간 송기원,그리고 시인 오봉옥을 각각 충청도,서울,광주에서 도주의 우려라는 이유로 전격적으로 동시에 연행한 것은 1999년 2월 22일.송기원과 오봉옥은구속,이문구는 불구속으로 기소됐다.오봉옥과이문구는 제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송기원은 ‘민중교육’지 사건누범 기간이라 6개월의 실형을 언도 받았다. 마지막 하나의 필화가 남았다.그것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다.지금 기소중인 이 작품은 아마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한국문학의 마지막 필화가 될 것이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99문화계 결산] 문학

    99년 문단의 특징은 여성의 득세가 여전했다는 점을 먼저 꼽지않을 수 없다.여기에 소설쪽에서 시류를 타지않는 몇몇 작가들의 활동이 눈에 띄었고,‘문체의 세계화’처럼 해외독자를 겨냥하는 작업이 구체화되기 시작됐다는 것도 특기할만 하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문단에 적을 걸어놓고 있는 사람의 70% 이상이여성이라고 한다.최근 문학의 수요자는 80% 이상이 여성이고,그 가운데도 주류는 20대라는 분석도 있다.젊은 여성독자를 위한 문학작품의 생산이 활발한것은 시장원리로 볼 때도 당연한 일이다. 이에 따라 신경숙과 은희경,전경린,배수아같은 여성작가들이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다.보통 3∼4편이 실리는 문예지의 단편소설란을 모두 여성작가가 채우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젊은 취향의 문학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컴퓨터통신이 주요한 문학작품의 발표공간으로 자리잡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최근에는 젊은 작가들 뿐 아니라 40∼50대 작가들까지 컴퓨터통신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신종 문화상품으로서는 미래가 있으나,문학으로서의 미래가 없다”(문학평론가 하응백)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판타지소설이 컴퓨터통신에서의인기를 바탕으로 출판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성이면서 문학적 보편성을 추구하는 한강·하성란같은 작가들과 구효서·심상대·성석제·정찬같은 30∼40대 남성작가들이 인상적인작품활동을 했다. 소설이 대중화를 가속화하는 동안 시는 제자리 찾기에 힘겨워하는 상황을 보여준 한해인 것 같다.이런 가운데 김정란과 노혜경 등 몇몇 여성시인들은 문단의 파벌화를 비판하며 스스로 평론활동을 하고,자신들의 시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벌였다. ‘문체의 세계화’를 처음 이야기한 사람은 작가 이문열인 것 같다.그는 ‘문학동네’ 겨울호에서 한국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과 미국사람을 만나 얘기할 때는 방식이 아주 달라져야하며,원고지로 치면 적어도 3분의 1이상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예를 들어 한국사람에게는 ‘나는 경주에 가서천마총 옆에서 법주를 마셨다’라고 하면 되지만,미국사람에게는 ‘나는 천년전,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가서,최근 그 안에서 천마가 그려진 그림이 발견된 오래된 무덤 옆에서,경주 특산품인 쌀로 빚은 술을 마셨다’라고 해야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신경숙도 지난 95년 발표한 장편 ‘외딴방’의 개정판을 내면서 같은 고민을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말의 여운과 독일어가 요구하는 정확성이 작품안에서 수도없이 충돌한다는것을 알게됐고,작품을 수정하는데 염두에 두게되었다는 설명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화제의 인물 '전경린' 작가 전경린(37)은 99년의 한국문학을 이야기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그의 장편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은 많이 팔리기도 했지만,문단의 평가도 양극단을 달린다는 점에서 90년대말 적이다. 줄거리는 매우 통속적이고,진부하기까지 하다.남편의 감추어둔 애인이 집에찾아와서 행패를 부리자 가정은 순간에 무너졌다.30대 초반인 여주인공은 바닷가의 사설우체국장과 ‘성적인 게임’을 벌이게 되고,통제가불가능하게치달아 결국 혼자가 된다는 얘기다. 전경린 문학의 특징은 이런 통속적 줄거리를 특유의 예리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가공하여 ‘불륜소설’로는 어울리지 않게 제법 세련되고 품위있는 감각을 자아내는 데 있다.그런 점에서 작가 전경린의 ‘작품’에는 평가가 엇갈려도 전경린의 ‘재능’이라는 면에서는 이론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전경린의 최근작은 ‘작가세계’ 겨울호에 실린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질서사이에 세워진 목조 마네킹 헥토르와 안드로마케’라는 단편이다. 동성연애자가 된 대학시절 남자친구에 대한 관찰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이 작품에서도 그는 동성애에 일반인들이 갖는 어둠침침한 인식을 덜어내는데 일단 문학적 성공을 거둔 것 처럼 보인다.
  • 문예진흥기금 조성시비 언제까지

    문예진흥기금이 최근 끝난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문화정책 현안 중의 하나로 주목되고 있다.비록 올 문화관광부 국정감사가 정치적 사안에 걸려 파행되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다뤄지진 못했으나 문예진흥기금 문제는 언제라도격렬한 논쟁을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문예진흥기금은 순수한 문화예술의 창작·보급을 북돋우려는 국가의 특별장려금이라 할 수 있다.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성은 어떤 분야든 갈수록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상업성이 취약한 순수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적보호막인 문예진흥기금의 필요성에 대해선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다. 문제는 기금을 모으는 구체적 방법과 기금의 공정한 사용이다. 그중에서도 기금 조성문제가 보다 중대하고 시급하다.기금 조성과 관련,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해소될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본질적으로 돈문제인 만큼 누구도 부담 지지 않으면서 해결할 쉬운 길은 없어 보인다. 지난달 중순 규제개혁위원회가 문예진흥기금의 모금 중단 시기를 당초 2003년에서 2005년으로 연장토록결정하면서 기금조성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지난 73년 설치된 문예진흥기금은 영화관 등 문화시설 입장료에 얹혀지는 기금용 부과금으로 일반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과금 방식의 모금이 문예진흥기금의 유일한 조성재원인 냥 잘못 인식하고 있다. 많은 언론조차도 이같은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해 규제개혁위의 모금연장 조치를 두고 규제를 없앤다는 대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한 뒤 “문화부와 문예진흥원은 지금까지 26년동안 7,500여억원을 문예진흥기금으로 모금했으나 이중 3,171억원만 기금으로 적립하고 나머지 4,443억원을 다 써버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적립액과 그간의 지원총액을 단순합계한 액수인 7,500여억원을 모금총액으로 본 일부 언론보도는 문예진흥기금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문화시설 입장료에 2%∼9%씩 부과되어 걷히는 문예진흥기금 모금액은 올 9월 현재 모두 2,166억원에 그친다.이 부과금 모금 말고 국고출연 1,200여억원,공익자금 1,500여억원 및 이자수입 등 기금운용수익 2,100여억원 등이 보태져 그간 총 8,300억원이 넘는 문예진흥기금이 모아졌고 여기서 3,100여억원의 적립과 4,400여억원의 지원이 병행실시되어 왔다.나머지는 경상운영비 등으로 나갔다. 부과금 모금총액보다 1,000억원이 더 많은 액수가 기금으로 적립,운용되고있는 것인데 문예진흥기금 적립금은 4,500억원이 조성 목표액이다.이에 따라 지난 96년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세계화추진 과제로 설정한 이 기금조성 목표를 달성하자면 1,300여억원이 더 필요하며 문화부는 이를 위해 국고출연,공익자금 배당 등을 고려하더라도 연 200억원 내외인 부과금 모금을 당초 방침보다 2년 더 늘여 2004년까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규제개혁위는 2004년 이전이라도 조성목표액이 차면 즉시 모금을 중단하는 일몰(日沒)제 조건과 함께 이를 받아들였다. 국정감사에서 문예진흥기금 적립 자체를 반대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4,500억원 목표액의 근거를 요구하거나 모금연장을 성토하는 소리는 높았다. 영화관 등 1,100여개소에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입장객에게 씌우는 기금부과금은 준조세라고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무성한 비난과는 대조적으로 지난 97년부터 끊긴 국고출연이 거의유일한 모금연장의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었을 뿐이다.모금연장을 관철시킨 문예진흥원 등 문화당국 역시 모금연장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달될 것으로보이는 300여억원을 국고출연금이 충당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전액이든 일부이든 국고출연은 부담의 주체가 개별적인 문화시설 입장객에서 추상적인 전 납세자로 바꿔진다는 것일 뿐 부담 자체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따라서 문예진흥기금은 설치 취지 자체를 문제삼지 않더라도 상향까지 포함한조성목표액의 적정선과 부담 주체의 범위에 관한 적극적인 논의가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신청자중 40%만 혜택 받아 문예진흥기금을 관장하고 있는 문예진흥원은 결산이 끝난 98년도 예산집행에서 660억원의 총세출 규모중 진흥사업으로 495억원을 지출한 뒤 40억원을기금으로 적립했다. 당시 세입에서 이자수입이 384억원이었고 모금수입이 214억원이었다.올해 예산의 경우 총 예산액 828억원중 547억원을 진흥사업비로 쓰고 205억원을 기금에 적립할 방침이다. 즉 지난해 경우 모금수입의 2.3배에 해당하는 예산이 진흥사업에 지출됐다. 문화예술 단체 및 개인에 대한 무상지원을 의미하는 진흥사업은 문학,미술,음악,연극,무용,전통예술,대중예술 및 기타 등 8개분야로 지원신청및 심의가이루어진다. 그러나 세출내역에선 예술진흥,문화복지,국제문화교류,기반조성,영상문화산업 등 5개분야로 나눠진다.지난해의 495억원 사업비로 1,420건(109개사업)이지원받았다. 세분해 살펴보면 예술진흥분야에 문학 7억1,400만원,전시예술 17억3,600만원,공연예술 24억8,300만원,전통예술 8억2,200만원,창작여건조성 30억9,600만원 등 88억5,000만원이 집행되었으며 문화향수 27억8,700만원,지역문화 36억5,600만원,교육연수 2억8,900만원 등 문화복지분야에 67억3,000만원이 지원됐다. 또 국제문화교류분야는 문화소개 5억600만원,교류여건조성 8,600만원,세계화 9억8,400만원 등 15억8,000만원이,기반조성분야는 문화예술정보사업 8억3,100만원,지원시설운영 12억6,200만원,홍보발간 3,200만원 등 21억2,500만원이 집행됐다.특히 영상·문화사업진흥에는 303억원이 집행되었는데 여기에는출판계 불황을 타계하기 위한 특별융자지원금 200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모두 3,648건이 신청했으나 심의결과 2,200여건이 지원을 받지 못했다.40%가량만 통과된 것이며 특히 올해 문예진흥원이 한국문학창작 특별지원사업으로 95명에게 1,000만원씩 지원하기로 하자 645명이 신청했었다.탈락률이 높은 만큼 선청결과와 과정에 대해 불만과 불평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되도록 많은 신청자들에게 지원혜택을 주도록 하다 보니 실효성없는 소액다건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의 1,400여건 지원건수 중 300만원 미만이 811건(57%),500만원 미만이342건(24%)이었다. 2차에 걸친 지원심의에 대해서도 참여 전문가의 연령이 평균 55세로 문화예술의 새 경향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할 수 없으며 심의에 필요한 실질적인 심사기간을 1박2일로 늘였다고 하지만 80여명의 심의위원이 3,000건이 넘는 신청건수를 심의하는 것은 졸속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김재영기자]
  • 한시영역집‘달빛어린 연못’펴낸 이성일교수

    ‘달빛어린 연못(The Moonlit Pond)’이라는 한국시집이 현재 북미대륙에서 적지않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지난해에는 미국의 학술서적 평가지인 ‘초이스’가 ‘뛰어난 학술서적’으로 선정하여,대학도서관들이 의무적으로사들이기도 했다.어떤 시인이 이런 시집을 냈을까 궁금하겠지만,설명을 들으면 조금은 뜻밖일 것이다. 이 시집은 한국의 한시(漢詩)를 묶은 것이다.통일신라시대 최치원(崔致遠)에서 한말의 황현(黃玹)에 이르는 대시인 92명의 한시(漢詩) 144편을 실었다.‘달빛어린 연못’이라는 낭만적인 제목도 알고보면 조선말의 대문장가 이건창(李建昌)이 지은 ‘월야어지상작(月夜於池上作)’의 영문번역을 다시 한국말로 옮긴 데 불과하다. 이처럼 사실상 두개의 언어를 극복해야 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낸 사람은 이성일(李誠一) 연세대 영문과교수(57)다.그는 이 노작(勞作)으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제정한 한국문학번역상의 제4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11일 기자와 만난 이 교수는 그러나 상을 받는 것 보다는 미국 대륙에 한국 시 문화의전통을 일깨워주었다는 데 더 큰 보람을 느끼는 듯 했다. 그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왜 한국의 문학적 전통을 해외에 알리는데 노력해야 하는지를 ‘누구누구네 집 몇대손’하면 벌써 다르게 생각하는‘양가집 사위고르기’에 비유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와 외교 등 모든 분야가 문화와 공동전선을 펴야한다는것이다.서양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깨닫도록 하지못하면 신흥국가의 ‘경제동물’로 밖에는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특히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콤플렉스’에 대해 “서구인들에게 우리문화에 대한 예비지식을 심어주지 않은 채,작품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은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아르헨티나에서 수상자가 나오는 것은 유구한 스페인 문학의 전통을 물려받았기 때문이고,일본도 그동안 꾸준히 서구에 문학전통을 소개하여 ‘문화가 있는 민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기에 소설이번역되어 나왔을 때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이 작업을 구상한 것은 지난 89년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주립대학에 방문교수로 있을 때다.이육사와 윤동주 등 현대시인 4명의 시를 영역하면서 현대시에도 고전시의 정형성을 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물론 할아버지 이병호(李炳浩)가 황현의 애제자로 뛰어난 문장가였다는 집안내력도 그로 하여금 이 일에 뛰어들게 한 잠재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이 시집에는 이병호의 작품도 실려 있다. 그는 “한글세대로 한시를 번역하겠다고 나선 것은 만용”이었지만,같은 학교 국문과 송준호 교수의 결정적인 도움을 받아 만용을 정당화시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현재 그는 ‘우리 문학전통에서 가장 뛰어난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가사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30∼40편을 묶어 내년이나 후년에출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내가 할 일은,우리 문학전통을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영어를 이용하여 최대한 서양독자에게 알리는 것”이라면서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사명을지우고 있다”면서 웃었다. 서동철기자 dcsuh@
  • 文人 28% “사회적 지위 낮은편”

    한국문인들의 48.8%는 문인의 사회적 지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8.1%로 높다고 생각하는 21.3% 보다 많았다. 그러나 전업작가와 문학관련직업 종사자는 전체보다 많은 37.5%와 40.0%가각각 문인의 사회적 지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소프레스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하여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학인 복지실태파악 및 창작지원사업에 대한 조사’에서 밝혀졌다.이번 조사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823명 전원을 대상으로 우편을 통해 이루어졌으나,설문에 응한사람은 19.9%인 160명이었다. 문인의 지위가 높지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46.7%가 ‘경제적 지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17.8%는 ‘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부족’,15.6%는 ‘문학인과 문학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없기 때문’이라고답했다.‘문학인과 문학작품의 질 저하’도 15%에 이르렀다.스스로 ‘수준미달의 문학인,문학작품이 많다’는 지적도 15.6%를 차지했다. 문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50%가 ‘창작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 보조방안 마련’이라고답했고,‘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사람도43.3%였다. ‘한국문학 창작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71.3%가 ‘창작활동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그러나 ‘역량은 있으나 생활이 어려운 전업작가가 선정됐다’는 항목에는 49.4%가 동의하지 않았다.특히 ‘심사위원구성 및 선정이 객관적이었다’에는 52.5%,‘수혜자가 지역편중없이 분포됐다’에는 50.6%가 각각 불신감을 표시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활동에는 76.3%가 만족하지 못했다.73.1%는 ‘현재의 재정지원말고도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고,그 역할로는 53.0%가 ‘중앙과 지방간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의 중개 및 보급 확산’을 들었다.문인들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는 36.3%가 ‘작품발표 기회의 증대’라고 응답했다. 한편 문인들의 올해 월평균 소득은 149만원으로 지난해 159만원 보다 조금적어졌다. 서동철기자
  • 현대 한국문학 100년을 돌아본다

    한국 현대문학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룰 대규모 학술행사가 준비되고 있다.‘20세기 한국문학,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16·17일 이틀 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현대 한국문학 100년’심포지엄이그것이다.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 심포지엄은 20세기 한국문학을 특징지을 수 있는 주제들을 검토함으로써 현대문학의 전반적 양상과 성과를 결산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심포지엄의 특징은 두가지로 압축된다.무엇보다 한국문학사의 주류를 이루었던 연대기적 접근에서 벗어나,현대문학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사안들로조명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논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각 주제별로 2명의 발제자와,발제자와는 그동안 관점이 달랐던 2명의 토론자를 채택한다.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한국문학을 조망하자는 취지다. 이런 대전제 아래 이틀 동안 8개의 주제를 다룬다.첫째날은 ▲근대적 문학의 형성과 작가 ▲역사소설의 성취와 반성 ▲민족어와 민족문학 ▲시와 자연과 문화가 주제다.둘째날은 ▲현대문학의 정치이데올로기 ▲한국문학과 민중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작품평가와 문학사를 주제로 삼게 된다. 발제자는 김재홍·조남현(근대적…),이재선·이주형(역사소설…),홍기삼·황현산(민족어…),오세영·이남호(시와 자연…),김병익·김인환(현대문학…),김철·정호웅(한국문학…),김우창·최원식(리얼리즘…),유종호·이동하(작품평가…)이다. 또 발제자와 문학적 성향 및 세대 등을 고려하여 선정된 임헌영·전영태·최유찬·윤지관·이숭원·황종연·최혜실 등을 사회자 및 토론자로 선정했다. 이 심포지엄의 준비는 지난 1월 유종호를 위원장으로 홍기삼·황현산·조남현·정호웅 등으로 기획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기획위원들은 문학사적 정리를 바탕으로 시대를 특징 지을 수 있는 논제를 고르되 과거에 중요시됐던 주제보다는 오늘의 시점에서 의미있는 주제를 선정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8개의 주제를 선정했다고 한다. 서동철기자
  • ‘돈 경멸’ 선비들의 美德?…평론가 이동하교수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돈’을 천시했다.한마디로 재물을 철저히 경멸했다. 어떤 이들은 그 결과 조선이 자본주의적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고,결국 조금더 빨리 근대화된 이웃나라의 식민지가 되지않았느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처럼 돈,나아가 경제활동을 지나치게 경멸한 조선의 선비정신에 오늘날에는 상당한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그렇다면 한국의 문인들이 돈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것일까. 문학평론가 이동하(서울시립대교수)는 최근 펴낸 산문집 ‘한 자유주의자의세상읽기(문이당)’의 상당 부분을 ‘한국문학과 돈’문제에 할애했다. 결론은 “돈을 경멸하는 조선시대 사상은 염상섭이나 채만식같은 특출한 작가를 제외하면 20세기 들어서도 한국작가 상당수의 가슴속 깊은 곳에,여전히완강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멸시하는 조선조 선비들의 정신에는 그것대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정신에 깃든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사회를 건강하고,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문화·경제 엘리트가모두 존중받는 가운데 협력하면서,견제하는 관계로 존립해야 한다.그런데 조선조는 앞의 두가지에만 드높은 가치를 부여하고,마지막 한가지는 철저히 배척·부정했다. 이런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한 집단이 그래도 실학파 지식인들 가운데 북학파다.그러나 북학파를 대표하는 연암 박지원 마저 그 한계를 완벽하게 넘어서지는 못했다.‘열하일기(熱河日記)’가운데 ‘옥갑야화(玉匣夜話)’에 나오는 허생은 연암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스러운 지식인의 모델이다.그러나허생 조차 경제엘리트를 마음속으로 천시하는 등 선비정신의 한계만 선명하게 드러냈다.더 큰 문제는 오늘날에도 ‘옥갑야화’류의 작가정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20세기 한국소설에서 기업인을 다루는 방식은 천편일률적으로 부정 일변도다.소설속에서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예는 많지않다. 중립적인 시각으로 대하는 때 조차 흔치 않다. 이를 가장 먼저 문제삼은 것은 지난 66년 ‘풍속적 인간’을 발표한 문학평론가 김현이다.그는 “한국소설에서 여러가지 타입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소위 ‘근대인’들이 겪고 있는 치명적인 결점은 돈에 대한 모멸,혹은 경멸에기반을 두고 있는 듯 하다”면서 “한국소설이 그처럼 재미없이 성교를 다루고,그처럼 구질구질하게 관념을 잘게 짓이겨놓은 것은 바로 돈에 대한 경멸때문”이라고 말했다.김현의 통찰은 그러나 아직도 작가와 평론가 모두에게수용되지 않고 있다. 이동하는 조선말의 비극이 시사하듯 “작가들이 돈과 기업인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그리는 경향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그럼에도 그렇게되지못하고 있는 것은 ‘한국 현대 지식인들 일반의 반자본주의적 편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결국 우리 사회가 참다운 의미에서 근대적 사회,진보된 사회,열린 사회로 나아가려면 이러한 편향성을 철저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이동하의 결론이자 충고다. 서동철기자 dcsuh@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