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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태 11일부터 통일시화전

    김준태(한국문학평화포럼 부회장)시인이 11일부터 17일까지 ‘김준태의 통일을 여는 시-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발간을 기념하는 통일시화전을 연다. 한반도 남북 시인과 해외 동포 시인들의 통일시와 중견화가 장순복의 그림을 함께 전시한다. 서울 인사동 공화랑에서 여는 이번 행사에는 고은, 백기완, 백석, 김남주 등의 작품이 포함됐다.
  • “독설·욕설… 채광석의 비평이 그립다”

    “독설·욕설… 채광석의 비평이 그립다”

    “경박한 기쁨과 시시한 즐거움보다는/결연한 죽음/불타는 사랑의 죽음으로 사랑이여/우리는 묻히자”(채광석 시 ‘그러면 우리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냉혹하고도 뜨거웠던 1980년대, 채광석은 우리에게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다. 거친 욕설로 물었고, 시로 물었고, 삶으로 물었다. 그는 서릿발같이 늘 물었다. 경박하게 살 거면 결연히 죽어 묻히자고도 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채광석은 정말 묻혔다.1948년 7월11일에 나서 1987년 7월12일에 갔다. 꼭 39년 하루를 살았다.80년대를 달구려 뛰어다녔던 그가, 정작 달아오른 80년대의 정점에서는 사위어들었다. 경박했던 이들은 살아남았으나, 시대의 짐을 무겁게 떠멨던 그는 죽어 묻혔다. 교통사고였고, 즉사였다.20년이 지났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의 20주기를 준비 중이다. ●외국 이론 짜깁기에 안주한 문단에 ‘비수´ 채광석은 ‘문학비난가’였다.“사회모순에 등 돌린 채 외국이론 짜깁기에 안주한 문학판에 날카로운 비수를 댔던”(문병란,‘민족문학의 대로를 위한 몇 가지 생각’) 그의 시와 비평엔 늘 시퍼런 날이 서 있었다.“홰를 치고 울어 때를 알릴 생각은 접어두고, 노른자위 멀건 껍질 야리야리한 시만 기계적으로 뽑아내다 보면 항문인들 성할 것이며 폐닭이 될 날 또한 그리 멀 것인가?”(채광석 평론,‘시를 생각한다’)라며 채광석은 일갈했다. 그는 비난할 자격이 충분했다.71년 10월 위수령 발동 다음날 체포돼 40여일간 모진고문을 받았고,8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재창립을 주도했으며,‘민중적 민족문학론’을 주창하며 민중문학논쟁을 촉발시켰다.‘노동자시인’ 박노해를 발굴한 것도, 신동엽 시인에게 ‘민족시인’의 계관을 씌운 것도 채광석이었다. 늘 있어야 할 곳에 있었고, 없어도 될 곳에도 그는 있었다. 강산이 두 번 변했고, 민주화 20년째다. 생전 채광석을 ‘문학비난가’라 불렀던 사람들은 그의 독설이 그리운 때라고 입을 모은다. 동갑내기 시인 김준태는 채광석이 죽기 하루 전 광주 무등산에 함께 올라 소주잔을 기울였고, 채광석이 85년 풀빛출판사에서 시집 ‘밧줄을 타며’를 펴냈을 때 그 역시 ‘국밥과 희망’을 같이 출간했다. 김준태는 “광석이는 낭떠러지 같은 당시 현실에서 끝없이 밧줄을 타고 매달렸다.”면서 “사회양극화로 인간의 존엄성 자체가 위협받는 지금 광석이처럼 실천하는 문인은 실종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오둘둘 사건’(1975.5.22) 감방동료이자 채광석을 문단으로 이끌었던 후배 김정환은 “광석이형을 생각하면 우리도 저렇게 진지했을 때가 있었구나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형은 현실을 생각할 때마다 죽은 것이 실감나지 않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채광석이 그리울수록 2007년 오늘은 더 팍팍하고, 민주화 20년의 미완성 공간은 더 도드라진다. ●노래 등 곁들여 재미있게 진행 기일인 12일 한국문학평화포럼 주최로 추모행사 ‘그 사람 채광석,20년’이 열린다.14일엔 고향 안면도에서 문학축전도 개최된다. 김정환은 “노래도 하고 시낭송도 하면서 좀 재미있게 진행해보려고 한다.”면서 “형은 원래 웃기고 잘 노는 사람이라 너무 엄숙하면 형도 재미없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범우 비평판 한국문학’ 전집 1차분 완간

    ■ 범우출판사가 한국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200여명의 주요 작품을 추려 발간해온 ‘범우 비평판 한국문학’ 전집 1차분이 일제강점기 소설가 이익상의 ‘그믐날’을 끝으로 모두 40권으로 완간됐다. 근대 이후 100년 간의 민족 정신사를 창조적으로 재생, 복원한다는 취지에서 2004년 8월 제1권 신채호의 ‘백발노승의 미인담’을 펴낸 지 만 3년 만이다. 문학평론가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과 문학평론가 오창은씨가 편집·기획위원으로 참여한 ‘범우 비평판 한국문학’은 문학연구자 한 명이 작가 한 명씩을 맡아 소설은 물론 수필, 담론, 정치평론 등 작가의 면모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 특징. 아울러 문학사에서 잊히거나 소외돼온 작가들의 작품을 적극 발굴했고, 기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임 소장은 “상업성 있는 작가들만의 외형적인 화려한 상업성 문학은 번창하면서도 재평가 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문학인은 아예 문학사에서 이름조차 사라져 가고 있는 서글픈 현실에서 이번 시리즈 1차분 완간은 ‘민족정신사의 복원’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된다.”고 평했다. 출판사측은 전 200권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소설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일본의 감각소설이나 영미의 칙릿소설에 독자들의 입맛이 길들여지고 있지만 1970∼90년대 초만 해도 독자들은 외국소설보다 우리소설을 즐겨 찾았다. ‘한국문학의 위기’라는 기분 나쁜 주제가 문단 안팎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그 시절 우리 소설의 ‘힘’으로 위기타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시작돼 관심을 모은다. ‘소설 르네상스’시리즈(책세상 펴냄)는 인간존재의 근원과 당대의 현실을 묘파함으로써 독자를 강력하게 흡입했던 1970∼90년대초 주요 작가 50명의 첫 소설집을 새롭게 복원하는 작업이다. 1단계로 서정인, 박태순, 이문구, 이청준, 송영, 서영은, 유순하, 조해일, 김원우, 이균영, 이승우, 구효서 등 12명의 작품집을 발간했다. 모두 절판됐던 작품들인데다 새롭게 펴내는 작가들의 소회와 젊은 평론가의 새로운 해설이 들어있어 새 작품집과 다를 바 없다. 내년초까지 50권을 완성할 예정인 가운데 출판사는 천승세, 조정래, 한수산, 김주영, 김인숙 등 29명의 첫 작품집을 출간키로 확정했다. 나머지 9명과는 협의를 진행중이다. 출판사측은 “우리 문단 최고작가들의 젊은 감수성과 열정이 침체된 문학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66인의 시인 6월 항쟁 20주년 기념 헌시집 ‘유월, 그것은 우리 운명의’ 발간

    “…/종철아/한열아/도대체 민족이 무엇이관데/민주주의가 무엇이관데/우리는 이어나갔다/악과의 싸움만이 진리이므로/사람의 날이므로”(고은 ‘6·10대회’ 가운데) 1987년 6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전국 22개 도시서, 종로, 태평로, 금남로 등으로 쏟아져 나와,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며 몸으로 6월을 살려냈던 시인들이 6월항쟁 20주년을 맞아 헌시집을 엮었다. ‘유월, 그것은 우리 운명의 시작이었다’(화남 펴냄)에는 모두 66명의 시인들이 각자 한 편씩 써내려간 ‘그해 6월’의 기록과 기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김규동 고은 민영 이기형 등 원로부터 양성우 강은교 정양 김준태 홍일선 김정환 이영진 곽재구 등 중진, 이은봉 이재무 이승철 나희덕 정철훈 박철 등 중견, 그리고 전기철 김주대 박후기 송경동 손태연 조성국 등 신진에 이르기까지 노장청을 아우르는 한국시단의 대표적 시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생생한 체험 되살려 시적 형상화 시집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그곳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바리케이트를 쳤다’(1부)에는 6월항쟁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아로새겼다. 현장에서 최루탄에 신음하며 가슴으로 써내려간 시편이나 그해 6월을 전후로 쓰여진 시편들로 구성됐다. “나는 그때 만삭이었다/남편이 어깨에 민들레 같은 최루탄 흉터를 만들어왔다/그곳에서 봄 다음의 여름 같은 아이가 나왔다/이름이 새벽이었다/그후 해마다 아이는 넝쿨장미꽃 피는 유월에/새벽이를 낳을 준비를 한다”(김경미 ‘이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전문) 2부(그대 하늘이 되었구나)에는 당시 꽃처럼 스러져간 민주열사들에 대한 추모시편을 모았다. 박종철, 이한열 추모시들과 그해 4월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민족문학작가회의) 명의의 ‘4·13 호헌조치에 대한 문학인 194인의 견해’ 성명서 발표를 주도했다가 6월항쟁을 거쳐 한달 뒤 불의의 사고로 타계한 채광석 시인에 대한 추모시들이다. “내 몸은 끊임없이/맑은 피가 샘솟아요///당신들은/나를 욕조에 거꾸로 처박고/콧구멍으로 흘러내리는/피눈물을 받아 마시지요//…//종이컵 속으로/한 잔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넘치고///나는/차갑지만 뜨겁게 살다 간//맑은 물 한 통이지요/거꾸로 처박힌 양심이지요”(박후기 ‘스파클 생수-박종철’ 가운데) ●“터지는 ‘꽃병´이 되고 싶었다” 마지막 3부(나도 꽃병으로 날아가고 싶었지)는 20주년을 맞는 시인들의 감회를 담고 있다. 불꽃이 되어 터지는 ‘꽃병’이 되고 싶었다는 김경윤부터 징허게 상채기가 근질댄다며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왔다고?’라고 반문하는 정용국까지…. 이번 시집 편찬을 주도한 문학평론가 임헌영씨와 시인 김준태 김영현 홍일선 이승철씨는 “역사와 시대 앞에서 순결하고자 했던 이 나라 시인들의 청정한 육성이 담겨있다고 감히 자부한다.”고 평했다. 한편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임헌영)은 23일 오후 명동성당 앞 YWCA 강당에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문학축전’을 열어 시민들과 6월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한국형 칙릿’ 성공할까

    칙릿은 동일한 맛의 브랜드 커피처럼 정해진 틀에서 맴돌고 있다. 지금까지의 칙릿은 잡지사 편집장 등 커리어우먼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들의 일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패션과 스타일을 적절히 버무려 보기좋게 내놓는 식이었다. 칙릿 열풍의 불을 댕긴 헬렌 필딩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출간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주인공 이름과 잔가지 에피소드만 여러 형태로 바뀌었을 뿐 이렇다 할 실험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입증된 안전한 도식을 따라가면서 문학적 성취는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과 영미권의 칙릿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시장에 마침내 ‘한국형’ 칙릿이 등장했다. 최초의 한국형 칙릿을 표방한 최승유의 ‘티켓 밀라노’(서울북스 펴냄)와 2007년 오늘의작가상 수상작인 이홍의 ‘걸프렌즈’(민음사 펴냄). 이들의 등장에 한국 문단은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과 영미권 소설들의 차지였던 젊은 여성독자들의 책장에 읽힐 만한 ‘한국형 칙릿’이 자리잡을 수 있을 지 관심이다. ‘티켓 밀라노’는 럭셔리잡지 수석기자라는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쇼핑몰의 숍마스터를 거쳐 본래의 꿈인 밀라노 유학이 현실화되는 순간 외려 담담해지는 주인공을 다룬다.‘브릿지 존스의 일기’‘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슷하게 주인공을 잡지기자로 설정한 것부터가 칙릿의 전형인 셈이다. 게다가 사업가의 도움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 몰두한다는 설정에서는 변형된 신데렐라 신드롬을 엿보게 된다. 반면 ‘걸프렌즈’의 등장인물 설정은 상당히 독특하다. 또 사랑의 ‘공유’가 메인테마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뜻밖이다. 한 남자와 연애하는 세 여자의 공고한 자매애(?)라니…. 직장 동료인 진호의 피겨스케이팅 같은 키스에 매료돼 그의 걸프렌즈가 된 29살 송이는, 진호의 또 다른 두 명의 걸프렌즈들이 입을 모아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에 감격한다. 한 남자의 애인인 세 여자는 질투와 우정을 동시에 품으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한다. 남자는 여자들의 이런 ‘관계’를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아이섀도는 세 가지를 동시에 바르면서 여러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면 안 된다.”고 강요하는 세태에 반기를 드는 이들의 사랑법에는 재치와 능청이 엿보인다. 작가는 “사랑은 스타벅스나 커피빈을 고르듯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며 이 사회에 새로운 사랑법을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형 칙릿은 재미와 감각이 넘치고, 발랑 까뒤집는 털털한 문체도 높이살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함량이다. 독자는 이미 많이 먹어본 맛에 중독될 수도 있지만 물려서 다시는 입에 대지 않을 수도 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핑퐁’의 작가인 박민규는 최근 젊은 작가들끼리의 대담에서 “한국문학은 내수와 밀수만 있었을 뿐 수출은 말할 것도 없고, 정확한 경로의 수입도 없었다.”면서 “한국문학이 성립되려면 이 곳에서 새로운 장르가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제 막 시작된 ‘한국형’ 칙릿이 변형된 칙릿의 ‘밀수’와 ‘내수’로 끝나지 않길 문단은 주문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목발 짚고 돌아오는 선수들

    [한승원 토굴살이] 목발 짚고 돌아오는 선수들

    유럽 축구 시장으로 나갔던 박지성 선수가 목발을 짚고 돌아와 치료 중이고, 설기현 선수 또한 그렇고, 이영표 선수는 무릎 수술로 인한 불편한 몸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수출 상품이다. 유럽시장에 내다 판 상품. 벤치에 앉아 있다가, 감독이 기회를 주기가 무섭게 뛰어 나가서 사력을 다해 공을 빼앗아 차고 나가 골을 성공시켜 주지 않으면 가치가 단박 곤두박질쳐 버리는 인간상품. 그 상품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가. 월드컵 축구 4강 진출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 프로축구 시장에 나온 상품들은 결국 세계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상품이 되기 위하여 사투한다. 나는 그들의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조이고 눈물겨워 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살아가기는 한 찰나도 중단할 수 없는, 한 바탕 한 바탕의 거듭된 싸움이다. 영화배우나 감독이나 시인이나 소설가나 가수나 창녀나 디자이너들이나 다 하나하나의 인간상품들이다. 임권택 감독을 비롯한 몇몇의 감독과 강수연을 비롯한 몇몇 배우들의 뒤를 이어, 이창동 감독과 한 여배우가 세계 시장에서 대단한 상품으로 인정받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한국영화 무너지는 소리가 꽈당꽈당 하는 판에, 그들이 만든 영화 ‘밀양’은 그 덕택에 바야흐로 국내시장에서 뜨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이나 아시아 각국의 시장에서 어떻게 얼마나 팔리게 될까. 얼마 전, 문화관광부에서는 달러를 억수로 퍼부으며, 한국문학을 유럽에 내다 팔려는 행사를 벌인 바 있다. 내가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신문 방송의 기사만 보고, 거기에 두 차례나 참여한 바 있는 딸에게서 들은 이야기만으로 지금 이 이야기를 한다. 독일의 이 도시 저 도시의 크고 작은 서점들에서 별로 많지 않은 독자들을 상대로, 그 나라 말로 번역된 작품 한두 대목을 낭송하고, 독자와의 대화를 했다. 죄 없는 나의 아내도 거기에 동원되었다. 딸이 당시 네 살 난 아들을 맡길 데가 없어 낭송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하니, 주최 측에서, 아기 봐줄 사람을 데리고 갈 경우, 왕복 여비와 숙식비를 부담하겠다고 하여 친정어머니인 내 아내가 따라갔던 것이다. 그 나라의 한두 도시에 한국문학주간을 만들어 전단지를 돌리고 광고지를 바람벽에 붙이고 한 그것은 결국 외국에서 팔리지 않은 한국문학을 세계시장에 알리고 팔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슬프고 안타까운 발버둥이었다. 축구선수로 치자면, 운동장에 나가서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 한 채 벤치 신세만 지고 있다가 돌아온 것 아니었을까. 아니, 기회를 얻기는 얻었지만, 공 한 번 제대로 차보지도 못한 채 공 몰고 가는 사람들 뒤만 쫓아다니다가 돌아온 것 아니었을까. 제대로 된 장편소설 한 편도 쓰지 않고, 단편소설집 서너 권 낸 작가가 한국의 대표 작가로 인정되고 있고, 문예진흥위원회가 단편소설 한 편에 수백만원씩을 지원해 주고, 단편소설 한 편에 몇 천만원의 상금을 주는 한국문학시장에서는 좋은 장편소설이 생산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외국말로의 번역은 훨씬 그 뒤의 문제이다. 모든 것은, 똥마려운 강아지가 울타리 꿰어가듯이 갑작스럽게 뚫고 나아간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물품을 내다팔고 사들이는데 있어서 관세를 철폐하자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 판국에, 나는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이 한 주막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다가 주고 받았다는 말을 화두로 들곤 한다. “자네는 언제 어떻게 술을 마시는가.”“술이 생기면 마시고 생기지 않으면 마시지 않습니다.” “나는 그렇지 않네. 술을 마시고 싶으면, 먼저 건강하고 싱싱한 밀 씨앗부터 구해다가 좋은 밭에다가 심어 정성을 다해 가꾸고 수확을 한 다음 누룩을 만드네. 그리고 좋은 쌀로 만든 고두밥하고 섞어 담가 잘 익힌 다음 두고두고 즐기며 마시네.” 소설가
  • [2007 청소년 박람회] 국제 도서전·조기유학 박람회도 들러볼 만

    기왕 박람회를 보러 코엑스로 나왔다면, 발품을 팔아 근처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들러 볼만하다.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국내 최대의 책 전시회 ‘서울국제도서전(www.sibf.or.kr)’을 방문해 보면 좋을 듯하다. 다음달 1∼6일 코엑스 태평양홀과 인도양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세계, 책으로 통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미국, 일본 등 24개국 486개사가 참여해 출판물을 전시하고 이벤트를 벌인다. 사회 각계 명사가 추천하는 책을 전시하는 ‘나의 삶, 나의 책’,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을 회화, 판화, 조각작품으로 선보이는 ‘그림, 문학을 그리다’전 등이 펼쳐진다. 광복 이후 국내 출판의 발전 과정을 조명하는 ‘한국 출판 60년의 역사’, 국내에서 출판된 원본 책과 해외에서 출판된 책을 전시하는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문학’전도 알차다. 자녀 유학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은 다음달 2∼3일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리는 ‘제2회 주니어영어캠프 및 조기유학박람회(www.campenglish.net)’를 들러볼 만하다. 조기유학 전문 업체를 비롯해 관련 학습 교재와 온라인교육 콘텐츠 등이 소개된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사설] 고 피천득 선생의 맑고 순수한 삶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이 지난 25일 밤 이 세상과의 ‘인연’을 거뒀다.20세기 한국문학의 산 증인, 최고령 문인, 우리나라 수필 문학의 선구자 등 선생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화려했다. 그러나 정작 선생의 아흔일곱 삶은 자신의 수필처럼 소박하고 단아했다. 그리고 소탈하고 검소했다. 선생은 나이 칠십이 넘으면 글에 욕심이 들어간다고 글도 안 쓰셨다. 서울대 교수직을 정년퇴임할 수도 있었으나 몇년 앞당겨 그만둔 것도 스스로 명예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평생 채식위주로 소식하고,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선생은 변변한 세간도 없는 서울 반포동의 32평 아파트에서 25년을 살았다. 그곳에서 치매에 걸린 아흔살 아내, 그리고 ‘난영’과 함께 살았다. 난영은 선생이 그리도 아끼고 사랑했던 막내딸 서영씨가 어릴 적 갖고 놀던 인형이다. 미국으로 떠난 딸을 대신한 사랑을 인형에게 쏟은 것이다. 이렇게 천진함을 간직한다는 것은 영혼이 순수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금아라는 호는 선생의 성정(性情)이 거문고를 타고 노는 아이처럼 때묻지 않았다 하여 춘원 이광수가 붙여 준 것이다. 대표작 ‘인연’‘수필’‘나의 사랑하는 생활’등에서 보듯 선생의 글은 결코 우리 삶의 착잡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 마음 깊이 자리한 착하고 부드러운 심성을 일깨워 주는 잔잔한 울림이 있다. 갈수록 혼탁해지고 험악해지는 이 시대에 선생의 맑고 순수함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詩心·문학혼’을 논에 심다

    “아따 김 시인, 거기 모줄 좀 잘 잡어. 왜 이리 모줄이 왔다갔다 혀” 19일 오전 10시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도리 늘향골. 시인, 작가 등 문인 50여명이 일일이 손으로 모를 심는 이색적인 장면이 처음 연출됐다. 지금이야 이앙기가 기계적으로 모를 심는 광경이 일상화됐지만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이맘때 모심기는 농민들의 ‘대동잔치’였다. 그 잔치를 문인들이 재현한 것이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이사장 임헌영)이 주최한 ‘논에 시(詩)를 모시다’ 행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포럼 사무총장인 홍일선 시인의 자택 근처 논에서 진행된 모심기에는 이기형, 양성우, 백무산, 박선욱, 이승철, 방남수, 박홍점, 김우영, 윤일균 시인 등과 소설가 송영, 안재성, 윤동수씨, 김학민 한국사학연금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행사의 시작은 무당시인 오우열씨가 열었다. 늘향골 터줏신에게 모내기를 알리는 ‘고유제’를 행한 뒤 곧바로 모심기에 들어간 문인들은 오전내 주민들과 어울려 땀흘려 모를 심었다.들밥을 함께 먹은 뒤 시인들이 창작한 농업관련 시편들을 낭송하는 자리로 이어졌다.‘농업의 신’에게 농주를 한사발씩 올리는 의식도 함께 했다. 이승철 시인은 “손으로 직접 모를 심는 작업을 문인들이 한 마을에서 집단적으로 행한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문인들은 농민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우리 농업의 살길을 함께 모색하는 토론의 시간도 갖고, 남한강 일대의 갈대밭을 산책하면서 시심과 문학혼도 새롭게 가다듬었다.여주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읽히는 장편 작가 스스로 만들어야”

    “읽히는 장편 작가 스스로 만들어야”

    2007년 5월, 다시 또 한국소설이다. 한국소설에 대한 담론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위기의 한국소설을 진단하고, 위기극복의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전 중견소설가 A씨는 이런 한탄을 했다.“내 소설 가운데 판매부수 10만부를 넘긴 책이 없다.” 문학전문 출판사 사장 B씨도 술자리에서 “어떤 소설을 내도 팔리지 않는다. 이제 소설 출판은 끝난 것 같다.”며 연신 술잔을 기울였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한국소설 거의 없어 지난해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최근에는 김훈씨의 ‘남한산성’이 선전하고 있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국소설을 발견하기란 이제 쉽지 않게 됐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소설 담론’은 그런 점에서 더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의 산물이다.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는 ‘한국 장편소설의 미래를 열자’라는 주제의 특집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장편’을 제시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서영채씨는 평론가 최원식씨와의 대담에서 “문학이 한계지점에 도달했다고 얘기할 때야말로 문학이 발본적으로, 아무런 후광도 없는 근원적 지점에서부터 새로 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 한국소설이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작가들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장편소설이 나오는 토양은 글 쓰며 견디는 전업작가가 많이 있어야 하는 건데, 요즘은 좀 알려졌다 하면 대학 문예창작과에 교수 자리가 나 주저앉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장편소설이야말로 한 작가의 역량이 제대로 드러나는 분야이며 문학의 본령”이라고 역설했다. ●“문예지들 단편 청탁하니까 단편만 써” 장편보다 단편이 쏟아지는 현실에 대해 소설가 김연수씨는 “문예지들이 단편을 청탁하니까 소설가들이 단편만 쓰는 것”이라며 “문학제도가 작가에게 장편을 요구하면 작가는 장편을 쓰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문학평론가 진정석씨는 ‘한국의 장편, 단절의 감각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장편소설의 활성화 움직임은 대중성과 보편성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한국문학에 하나의 전환점, 위기 속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번역가인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연대기적 서술·어색한 결말 호응 못받아” 안 교수는 창비 주간논평에 기고한 글에서 “많은 한국 소설은 시작에서 출발해 간혹 회상이 섞여 들어가는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사건을 서술하고,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 어색한 결말로 끝맺는다.”면서 “외국의 성공적인 소설은 이렇게 창작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계간 ‘문학수첩’ 여름호도 ‘한국 소설과 탈(脫)국경’이라는 특집을 통해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 대거 등장한 탈국경 서사를 소개하면서 한국문학, 한국소설의 외연 확대를 기대했다. 이런 논의를 종합해 보면 결국 한국소설 위기의 ‘해법’은 작가들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작가들에게 2007년 5월의 ‘소설담론’이 어떤 형태의 작품으로 쏟아져 나올 지 주목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책 안 세상 책 밖 풍경] ‘하루키’ 활용법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58)의 문학은 이미 ‘세계의 문학’이 됐다. 하루키의 작품은 세계 30여개국에 번역 소개돼 있다. 하루키만큼 영어로 많이 번역돼 널리 읽히는 일본 작가는 없다.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이 미국의 크노프사 같은 메이저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서양 작가들이 독점해온 세계문학의 철옹성에 동양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당당히 입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가 문학사상사에서 처음 번역돼 나온 이래 그의 주요 작품들이 남김없이 소개됐다.‘상실의 시대’는 하루키 붐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수백만부가 팔려 나갔다. 가히 ‘하루키 산업’이라 할 만하다. 국내 독서시장에서 일본 소설은 일류(日流)라고 할 만큼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아쿠다가와, 나오키 등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수상작들은 경쟁적으로 한국에 소개된다. 그러다 보니 일본 작가에 대한 인세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루키 작품은 선인세가 수억원에 이른다. 출판사간 과당경쟁은 ‘자본싸움’의 양상마저 띠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수요를 좇는 출판의 상업논리를 탓할 수만은 없다. 다만 우리가 이 비싼 작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하루키가 문학성과 대중성, 나아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한 작가라면 우리는 그에게서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하루키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국내 학술대회가 꽤나 자주 열린다. 요 몇달새 하루키 문학 심포지엄이 몇차례 열렸다.‘하루키학(學)’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얼마 전에는 한·중·일의 하루키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독법에 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소설가 김중혁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하루키 문학의 매력은 현실에서 5㎝ 떠있는 리얼리티에 있다.”고 했다. 하루키가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실에서 살짝 비켜가는,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섞어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하루키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그의 독특한 문체다. 하루키는 가장 단순하고 알기 쉬운 단어를 사용해 재미있게 쓰는 것이 좋은 글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문장은 보기 쉽고, 알기 쉽고, 읽기 쉬워야 한다는 이른바 문장삼이(文章三易)의 정신과 통하는 말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이 노벨문학상이다. 일본문학 전문가들 중에는 “다음 노벨문학상은 하루키의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하루키는 ‘노벨문학상으로 가는 길목’으로 통하는 카프카상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여성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가 바로 이 카프카상 수상자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영토에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국제감각과 외국어 능력이 꼭 필요하다. 외국 작가들과 영어로 어려움 없이 문학을 이야기하는 하루키는 작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번역가이기도 하다. 하루키에게 주는 수억원의 인세가 아깝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 특히 ‘작가 독자’들만이라도 하루키의 그런 총체적 경쟁력을 배워 나가야 한다. jmkim@seoul.co.kr
  • “이병주 문학은 아시아를 잇는 고리”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이병주 소설 ‘산하’에서) 한국 현대문학사에 독특한 위상을 정립한 소설가 나림(那林) 이병주(1921∼1992) 선생의 풍부한 문학세계가 아시아 문학을 자신의 고향인 경남 하동으로 불러모았다. 27일부터 3일간 하동 일대에서 열린 ‘2007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는 아시아 8개국의 저명한 작가들이 대거 참석해 ‘이병주 문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올해로 여섯 번째인 이병주 문학제는 지역 행사에서 지난해 전국 규모 행사로 커진 뒤 15주기를 맞은 올해 또 다시 국제문학제로 확대됐다. 27일과 28일 두차례에 걸쳐 열린 ‘아시아 현대사와 문학’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국내외 작가들은 분단, 식민지배 등의 아픈 상처와 이런 상처를 드러내고, 보듬고, 치유하는 문학의 역할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파블로 네루다 문학상 등을 수상한 필리핀의 원로작가 시오닐 호세는 ‘나의 이야기’라는 발표문에서 수백년에 걸쳐 제국주의 지배를 받은 필리핀의 근현대사를 소개한 뒤 해방 공간을 소설의 주 무대로 삼은 이병주 등 한국문학의 강건한 전통을 부러워했다. 태국작가협회장인 차마이펀 방콤방은 “모든 문학은 역사를 반영한다.”며 역사를 외면한 문학의 존재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하노이작가협회장을 역임한 베트남 작가 호 안 타이는 ‘분단을 치유하기’라는 주제발표에서 “베트남전이 끝난 뒤 문학은 국민을 분열시켰던 지형적 경계와 이데올로기, 편견과 증오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소설가는 그 나라 역사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기자 출신 중국 작가인 한 샤오쳉은 “이병주 선생의 영문 번역 작품을 중국에서 찾지 못해 아직 그의 작품을 읽지 못했지만 이번 국제문학제 행사 참석을 준비하면서 이병주를 비롯한 한국 문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윤식, 박완서, 임헌영, 최동호, 서영은, 김인환, 박덕규, 방현석씨 등 한국 문인들은 외국 작가들과 아시아 문학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구영 전 검찰총장과 함께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병주 문학의 핵심은 ‘학병세대’라는 것”이라면서 “당시 아시아 각국이 식민지배의 고통을 받았다는 점에서 아시아 작가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가 바로 이병주 문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외 작가들은 쌍계사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한국문화의 원류 등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앞서 27일 오후 3시 섬진강변 이병주 문학비 앞에서 열린 15주기 추모제에는 각국 작가 100여명과 정 전 총장, 김 명예교수, 한길사 김언호 대표, 유족 대표인 이권기 경성대 교수, 박종렬 변호사, 조유행 하동군수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인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내년부터는 국제 규모의 문학상을 신설해 문학제 기간 중 시상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제문학제로의 확대는 이병주 문학을 세계에 알린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나림 이병주 선생은 교육계와 언론계에서 활동하다 44세때인 1965년 월간 ‘세대’에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하면서 뒤늦게 문단에 입문해 ‘산하’ ‘지리산’ ‘그해 5월’ 등 80여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님은 갔지만 우리엔 거울 같은 존재”

    “님은 갔지만 우리엔 거울 같은 존재”

    “저뉘는 어드메련가. 믈옥(수정)으로 순정하였으므로 아릿다운 글지(작가)였거늘, 아지못게라(알 수 없어라). 비롯됨도 없고 마침도 없음이여. 그대의 나그넷길 소솜(잠깐)하였다 누가 말하는가.…해는 져서 달이 뜨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뵤-뵤-(새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천천히 도는 모양)산 새 한 마리 갑션무지개(쌍무지개) 사이로 날아가누나. 창밖의 흙바람 소리 들으며 천근번뇌를 보태고여.” 서른넷의 나이로 요절한 소설가 고 김소진(1963∼1997)씨의 묘비에는 ‘월헝청(옆눈 팔지 않고 후다닥 닿듯이 걸어가는 모양) 어디로 가시는가’라는 제목의 비문이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로 적혀 있다. 적지 않은 문단지기들이 우리 문학에서의 ‘김소진 부재’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김씨 10주기를 맞아 동료 및 선후배 문인 30명이 그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글을 엮었다. 추모문집 ‘소진의 기억’(문학동네 펴냄)은 그렇게 태어났다. “통유리창에 내리는 비는/아무것도 내리지 않고/전망을 가로막는 아파트 몇 동도/그 끄트머리 산등성이도/저 아래/가로수도 우산도 자동차도/골목길도 내리지 않고/무거운 것이 스스로 내려앉으며/흐려지는 것이다.//천둥 번개 다 지나고 헐벗은/한 여인이/남는 것처럼.//김소진,/죽은 지 십 년.//이 놀라운 기적./” 시인 김정환씨는 이렇게 ‘김소진 죽은 지 십년’을 아쉬워했고, 김기택, 신현림, 이진명, 장대송, 장철문, 안찬수씨 등이 시를 보탰다. 소설가 이혜경씨는 산문에서 생전 한번도 본적 없는 김소진을 꿈속에서 두번이나 만난 기억을 소개하면서 그에게 ‘쐬주’ 한 잔을 바치고 싶다고 토로했다. 소설가 천운영씨도 자신의 습작 ‘쥐덫’과 김소진의 등단작 ‘쥐잡기’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그와의 ‘인연’에도 불구하고 단지 자신은 김소진이 아닌 그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만 만났다며 아쉬워했다. 소설가 전성태, 권여선, 조헌용, 윤성희, 김중혁씨 등은 소설을 헌정했다. 절친한 동료였던 안찬수, 정홍수, 진정석씨 셋이 엮은 추모문집에서 편자들은 ‘김소진 소설’이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어떤 편향과 맹목을 되비쳐 주는 하나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7년 현재 시점에서 김소진을 다시 읽어보는 일은 의례적인 추모행위를 넘어 한국소설의 좌표를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당대적 실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소진은 1991년 ‘쥐잡기’로 등단한 이후 6년 동안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글을 썼다. 네 권의 소설집과 장편 2권, 한 편의 미완성 장편, 콩트집 2권, 동화 1권, 산문집 1권 등을 남겼다. 작품들은 대부분 중심에서 배제된 주변적인 것들에 대한 본래의 애착과 공감을 담았다. 그가 타계한 4월22일 하루 전인 21일 낮 경기도 용인공원묘원 그의 유택에서는 문우들이 모여 또다시 그를 추모했다. 김정환 시인의 추도시 발표에 이어 등단작 ‘쥐잡기’와 유작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를 후배 작가들이 낭독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한국문학선집 펴내 영어권 국가 공략”

    취임 1년을 맞은 윤지관(53) 한국문학번역원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해외에 소개되는 영어번역서에 대한 평가단을 운영하고, 폭넓은 유통망을 갖춘 중견 출판사 위주로 국내 문학을 소개해 번역·출판의 질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최근 미국을 방문한 윤 원장은 펭귄, 랜덤하우스, 노튼, 사이먼 앤 슈터 등 미국의 ‘빅4’ 출판사 편집자들을 직접 만나 한국문학을 미국에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문학번역원은 올해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작업을 한층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연말에는 우리 문학의 현황을 알리는 연간지를 배포할 계획이며, 한국문학이 번역 소개된 15개국에서 독후감 대회도 연다. 이와 함께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7개 언어로 운영되는 ‘번역아카데미 한국문학번역가 과정’도 12일부터 시작한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1) 감산사 두 불상의 가치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1) 감산사 두 불상의 가치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경주 감산사터 석조아미타여래입상과 석조미륵보살입상은 드물게 한국의 미술사와 문학사를 두루 풍요롭게 하는 걸작입니다. 미륵보살입상은 목과 허리를 엇갈린 방향으로 살짝 구부린 삼곡(三曲) 자세가 매력적이고, 온몸을 휘감고 있는 장신구도 우아합니다. 불상의 시원인 간다라와 마투라를 아우르는 4∼5세기 인도의 굽타 양식이 중국을 건너뛰어 들어온 뒤 통일신라 특유의 미의식과 결합한 사례라는 것이지요. 상대적으로 아미타여래는 살집 있는 몸매에 키는 작달막하고, 조각도 상대적으로 평면적입니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석괴(石塊)의 제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어 재미있습니다. 주어진 재료가 그렇게 조각할 수 밖에 없도록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때론 미술사에서도 거창한 해석보다 단순한 상상력이 필요할 때가 있겠지요. 두 불상이 후하게 대접받는 데는 명문도 한몫을 했습니다. 아미타여래의 광배 뒷면에 21행 391자, 미륵보살에도 비슷한 자리에 22행 381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집사성 시랑을 지낸 김지성이 719년 어머니를 위해 미륵보살을 조성했고, 아미타여래는 아버지를 위해 만들려 했지만 이듬해 김지성이 죽자 두 사람의 명복을 함께 빌고자 세웠다는 내용입니다.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통일신라의 가장 이른 석불로, 반세기쯤 지나 모습을 드러내는 석굴암이 어떤 ‘조형적 트레이닝’을 거쳐서 완벽해질 수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명문의 문학적 가치에 주목한 사람은 국문학자인 조동일 전 서울대 교수입니다. 자신의 유명한 ‘한국문학통사’에서 “이 명문은 전성기에 이른 신라 한문학의 정수”라면서 “두 조각이 미술사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가지듯, 명문 또한 문학사에서 커다란 위치를 차지하는 명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불상을 조성한 과정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했지만,6두품으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신분적 제약을 물리치고 자유로움을 동경하는 ‘문학’으로 획기적 발전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명문은 부모의 명복을 빌고자 불상을 봉안한다는 것이 요지이지만, 자기가 보탠 말이 더 많습니다. 공식화된 순서에 따라 정해진 사연을 적는 글을 이용해 자신의 심정을 술회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조 교수는 최근 펴낸 ‘의식각성의 현장’에서 이 불상이 미술과 문학을 함께 존중해 창작한 신라인의 식견을 깨닫게 만든다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미술은 미술이고, 문학은 문학이어서 다른 쪽의 사정은 알지 못하는 요즘 세태를 바로잡게 한다는 것이지요. 그는 “조각의 아름다움을 해설하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명문은 더욱 무시된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유식이 극도에 이른 시대의 무식을 입증하는 단적인 사례라는 것입니다.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앙박물관에서 감산사 아미타여래와 미륵보살을 만나면 꼭 뒤로 돌아가 명문이 있는지를 확인해야겠네요. dcsuh@seoul.co.kr
  • [책꽃이]

    ●문학 사냥꾼들(이창국 지음, 아모르문디 펴냄) 영국 최고의 문헌학자 토머스 와이즈는 시인 브라우닝의 부인인 엘리자베스가 남편에게 바친 소네트의 증정본을 제멋대로 위조하는 등 사기행각을 벌이다 마침내 웹스터 인명사전에 ‘위조범’으로 오른다. 와이즈의 거짓말을 밝혀낸 사람은 카터와 폴라드라는 젊은 고서적상. 그들은 ‘문학계의 셜록 홈스’라 할 만하다. 원로 영문학자인 저자는 영문학사의 황당한 사건과 작가들의 비밀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준다. 바이런이 남긴 자서전의 행방, 보이니치 필사본의 미스터리, 아서왕 전설과 토머스 맬러리의 생애 등의 주제를 다룬다.1만 2000원.●만주이민문학연구(오양호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1940년대 만주와 간도는 만주국의 천지였다. 일본의 앞잡이 나라 만주국의 지배논리는 제국주의 일본의 슬로건인 대동아공영권의 확립과 오족협화(五族協和)였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1940년대의 한국문학은 이민문학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북방파 시인 그룹, 특히 마도강(만주의 별칭)에서의 백석 시인의 문학적 삶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당시 마도강으로 떠난 이민들의 처지는 안수길의 소설 ‘북간도’의 주인공 이한복의 말처럼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 말깨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에 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2만 5000원.●수련(엘라 카라 들로리아 지음, 권민정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펴냄) 백인이 북미 대륙 서부 대평원에 정착하기 전인 19세기 중반, 한 다코타족 여인의 삶을 그린 소설. 저자는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양크톤 수족 인디언보호구역 태생의 소설가 겸 인류학자로 인디언문화의 전승과 보존에 일생을 바쳤다.‘안페투 와시테’(‘아름다운 날’이란 뜻)라는 인디언 이름을 가진 작가는 다코타족 사회를 “불화를 최소화하고 온정을 최대화하는” 사회로 표현한다.1만원.●빛깔이 있는 현대시 교실(김상욱 지음, 창비 펴냄) 현대시 50편을 평론가의 시각에서 꼼꼼히 읽고 자상하게 설명한 시 에세이집. 저자는 ‘시를 통해 삶을, 삶을 통해 시를’ 서로 엮어 읽을 것을 제안한다. 한 예로 저자는 조향미의 ‘함양 군내버스’에서 시골 노인들의 건강한 대화를 통해 ‘늙음’에 대한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을 읽어낸다. 김영인의 ‘너와집 한 채’와 그 시에서 모티프를 따온 김사인의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자의 외간 남자 되어’를 비교한 대목도 흥미롭다.9800원.
  • “한국영화·문학엔 개성이 넘쳐요”

    “한국영화는 젊습니다. 독특한 개성이 있습니다.‘친절한 금자씨’ 등은 상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학 역시 프랑스 등 서구문학이 잃고 있었던 인간과 사회의 깊이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서구에 던지는 질문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프랑스 문단의 대표적 작가인 장 마리 구스타프 르 클레지오(67)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영화와 문학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랑스 칸영화제 조직위원회로부터 ‘영화와 문학’ 관련책 집필을 의뢰받고 지난달 26일 취재차 방한한 클레지오는 박찬욱·이창동·이정향씨 등 국내 영화감독 세명과 심층인터뷰를 갖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인터뷰 대상 감독들은 작가가 직접 선택했다. 클레지오는 “문학과 영화를 얘기하면서 한국영화는 반드시 필요했다.”면서 “특히 세명의 감독은 각기 독특한 개성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 한번쯤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에 대해 클레지오는 “이창동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있자면 꼭 사기꾼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했는데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할리우드의 반대편에 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 박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를 꼽은 클레지오는 특히 “할리우드적인 흥행성에 예술성까지 갖췄다.”고 극찬했다.클레지오는 난해 한달간 혼자 배낭여행을 하면서 국내 곳곳을 둘러보기도 하는 등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다.1963년 첫 소설 ‘조서(調書)’로 프랑스 4대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한 그는 잇단 화제작을 발표하면서 해마다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 최동호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최근 정기총회에서 최동호 고려대 교수를 새 회장으로 선임했다. 부회장에는 최유찬(연세대), 김종회(경희대), 정호웅(홍익대) 교수, 상임이사에는 오형엽(수원대) 교수가 뽑혔다.
  • 박종국 두번째 시집 ‘하염없이 붉은 말’

    박종국 두번째 시집 ‘하염없이 붉은 말’

    “어둠과 밝음의 대립/늘, 내 안은 전쟁터다/막고 찌를 때마다 번쩍이는/눈빛/그것이,/나의 색깔이고 존재다/바람에 시달리는 파란만장이다/빛을 향한 불멸의 물결,/가슴 안으로 모아 호흡하는 소망이다/끝까지 싱싱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나만의 색깔이고 에너지다/너와 함께 살려고 비지땀 흘리는/소통이다”(‘자서(自序)’에서) ‘늦깎이’ 시인 박종국(60)은 늘 색(色)을 쓴다.30년 넘게 색과 함께 살면서 색의 진리를 터득했다. 시인에 따르면 색깔 속에 사물의 속성이 그대로 들어차 있다. 우리가 보는 색깔은 사물이 싫어하는 것을 ‘뱉어내는’ 것이다. 얼굴의 색깔에서 사람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색깔은 인생이나 자연과 너무나 잘 결부됩니다. 동양 고전과도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지요. 주역의 음과 양, 성리학의 이(理)와 기(氣)처럼 색깔도 밝음과 어둠의 대립입니다. 어두울 때는 보이지 않지만 빛이 있으면 모습을 드러내지요. 세상 이치와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하염없이 붉은 말’(천년의시작 펴냄)에는 이런 그의 ‘색깔론’이 61편의 시로 정리돼 있다. “하나하나의 색깔이 모여/숲을 이룹니다/전체와 부분이 살아 굽이치는/아름다움, 색깔이 만듭니다/자신의 특성대로 살아가는/충실한 삶의 결과입니다/…/땀 냄새 물씬 나는 색깔,/내가 읽는 경전입니다”(‘色經’ 가운데) 시인은 색깔을 만드는 안료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첫 직장으로 8년간 색과 인연을 맺은 뒤 자신의 공장을 운영한 지 26년째다. 하지만 아직도 그에게 색은 오묘하다. 눈에는 같아 보이지만 복제 가능한 색은 하나도 없다. ‘문단’이라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20년 전부터 혼자 즐기며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은 199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그래서 시인이 좋아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혼자 즐기는 색이다. 자기성찰에 빠지는 고립형 인간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반 고흐가 노란색을 즐겨 쓴 이유를 알 만하다. “색깔은 마음의 언어/다 표현할 수 없는 無窮이다/무궁으로 이어지는/비밀한 색의 세계로 들어가본다/…”(‘색깔’ 가운데) 시인에게 있어 색깔은 언어이고, 소리이자 음악이다. 그는 모든 색을 끌어안는 검정색에서 ‘대덕(大德)’을, 하얀색에서 어린 아이를, 파랑에서 꿈을, 노랑에서 행복을, 보라색에서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를 발견했다. 평론가 유성호는 이번 시집에 대해 ‘색깔의 연금술’이라고 평했고, 시인 이재무는 “사랑도, 철학도, 생활도 모두 색을 통해 펼쳐 보이는 한국문학에 유례가 없는 시집”이라고 말했다. 수천자 분량의 노자 원전을 통째로 암송하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색깔’ ‘색경’ ‘본색’ ‘색깔론’의 시를 각 부분 전면에 배치해 색으로 풀어갈 수 있는 다양한 국면들을 소개해 나가고 있다.124쪽,6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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