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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절이 왜 시장통에 있냐고? 고단한 삶, 쉼터가 필요하잖소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절이 왜 시장통에 있냐고? 고단한 삶, 쉼터가 필요하잖소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1960년대 말 맨션 아파트들이 건립되면서 시장이 들어서 한때는 150개의 크고 작은 점포가 성황을 이뤄 서울시내 최고 부촌이라 불렸던 곳. 60년대 말~70년대 초 안방극장에 자주 등장했던 부유층의 상징 격 캐릭터인 ‘갈현동 사모님’도 여기서 유래했다 한다. 지금은 서울시내 25개 자치단체 중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고 그중에서도 가장 극빈 지역으로 쇠락했지만 기름집, 옷가게, 반찬가게, 철물점, 지물포, 수선집 등 남아 있는 60여개의 점포에는 여전히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역촌중앙시장’이라 크게 쓰여진 아치형 입간판을 지나 골목 오른쪽 허름한 건물 2층에 올라서니 초입에 작은 교회가 눈에 든다. 슬쩍 안을 쳐다보다 회랑식 상가 중앙으로 다가서니 진리를 찾아 떠나 도를 이뤄가는 10단계의 과정을 형상화한 ‘심우도’(尋牛圖)와 연등이 위아래 각각 띠를 잇고 있다. 심우도의 맨 마지막 장면 ‘입전수수’(入廛垂手)를 찬찬히 들여다보자니 오른쪽 ‘열린선원’이라 새겨진 작은 간판 아래 문이 열리며 ‘인상 좋은’ 선원장 법현 스님이 웃으며 반갑게 두 손을 모은다.“옛날부터 큰 스님들이나 선지식들은 저잣거리에서 중생들과 어울리며 설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요. 바로 입전수수이지요.” 입전수수와 열린선원이라니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들어서니 100평 조금 넘을 만한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작은 사무실을 겸한 사랑채를 지나 안쪽 법당으로 눈을 돌리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두어 명 의 손님(?)이 눈에 든다. “문을 연 지 벌써 12년이 됐군요. 이젠 언제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들고 나는 시장통 상인들이며 지역 주민들과 격의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저잣거리의 선원이라니. 흔히 연상되는 ‘고요적막한 명상처며 수행처’와는 한참 동떨어진 시장 속 열린선원의 뜻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고요한 장소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곳을 갈 수 없거나 생활에 파묻힌 이들은 어찌할까요.” ●종단·종교 가리지 않는 신행… 태고종 ‘괴짜스님’ 찻잔을 사이에 두고 저간의 사정을 묻기 시작할 무렵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한다는 상인 백우종(56)씨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인사를 건넨다. “언제나 변함없이 대해주는 스님이 친구처럼 편하지요. 틈날 때마다 법당을 찾아와 기도하지만 그런 신행보다는 격의 없이 생활 속 애환을 함께 나누면서 얻어가는 마음의 평안이 더 좋아 자주 오게 됩니다.” 그 말마따나 열린선원은 고단한 삶을 피해가는 쉼터이자 상담소로 앉은 듯하다. 처음에는 상인이며 주민들의 반발이 여간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회 때 흘러나오는 소리들이 싫다며 행패를 부리거나 욕을 해대는 일들이 빈번했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만들거나 마련한 물건이며 음식들을 들고 찾아오는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적지 않다. 그 불만과 공격의 대상을 이해와 소통의 장소로 둔갑시키기까지 스님이 들인 공이 적지 않다. 실제로 8년 전부터 갈현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을 맡아 왔고 한국문학관 유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은평구 인권위원으로 뛰고 있다. 지역 주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함께 호흡하자는 배려에서였다. 복지사각지대의 주민과 상인을 살피고 어린이,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마련이나 시민단체와의 연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실 선원장 법현스님은 범종교계에서 소문난 ‘괴짜 스님’으로 통한다. 태고종에 적을 두고 있지만 종단을 가리지 않는 열린 신행과 종교 간 대화의 첨병으로 사는 ‘마당발 스님’이다. 그 열린 마음은 어찌하다 불교로 이어졌을까. 살짝 웃음을 얹어 전하는 인연담이 흥미롭다. “1남3녀의 외아들이었어요. 고교 2학년때부터 출가를 결심했지만 가난한 집에서 자식들을 키워온 어머니를 버리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정을 꾸리고도 출가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대처종단 태고종을 알게 됐다. 1985년 태고종 총무원 총무부장 운산스님을 은사로 출가, 총무원 간사를 시작으로 총무부장, 교무부장, 사회부장, 기획국장,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태고종 인재이다. 그런 인재 스님이 저잣거리로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스님은 2001년부터 ‘열린 절’이란 타이틀의 인터넷 카페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곳에서 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운영했던 조계종 적문 스님이 평택의 한 사찰 주지로 옮겨 가면서 2005년 그 자리를 참선 포교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동안 운영해 온 인터넷 카페 회원과 시장 상인, 손님등을 대상으로 포교한다는 원을 세웠던 것이다. 처음에는 입전수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애환을 들어주고 달래는 만남의 장소로 여겼다고 한다. “삶이 있는 곳에 도가 있지 않을까요.” ‘도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삶이 있는 곳에 있다’는 생각을 늘상 품어 왔다는 법현 스님. 그 스님은 어찌 보면 태생의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인물인 것 같다. 불교계 청년활동이 거의 없었던 1970년대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독보적으로 시작했고 중앙대 재학 시절엔 불교학생회장과 대학생불교연합회 서울지부장까지 지냈다. 특히 레크리에이션 포교 분야에선 선구자로 통한다. ‘높은 이에게는 떳떳이, 낮은 이에게는 따뜻이.’ 줄곧 이 말을 삶의 모토로 살았던 스님은 대학 1학년 때 어린이 법회 지도교사를 시작으로 불교레크리에이션포교회 회장을 10년간 지냈다. 여름, 겨울 불교학교 지도자 강습을 빼놓지 않고 진행했으며 불교 어린이캠프를 열어 불교계에 캠프를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법현스님에게 불교 레크리에이션을 배운 이만 해도 스님과 교사 등 줄잡아 5000여명에 달한다. 그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레크리에이션은 흔히 재창조란 뜻을 갖고 있지요. 다음 단계에서 보다 더 질 높은 삶을 준비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셈이지요. 들뜬 사람은 가라앉히고, 가라앉아 축 처진 사람은 일으켜 세운다는 게 레크리에이션이고 보면 참선은 인류가 발견해낸 최고의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종교 더 잘 알기 위해 남의 종교 깊숙이 공부” 그렇다면 법현 스님이 열린선원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바로 삶의 진정한 레크리에이션이다. 결코 어렵지 않게, 그리고 편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삶의 수행인 셈이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게 불교를 전해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삶을 살게 하자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았습니다.” 그 열린 전법과 포교는 비단 불교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장으로 뛰며 불교계 모든 교단에 두루 통할 뿐만 아니라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을 20년간 맡아 왔고 지난해엔 불교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나의 종교를 더 잘 알기 위해선 남의 종교를 깊숙이 공부하고 가깝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열린선원에선 타 종교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신학대 학생들이 찾아와 신도들과 함께 종교 간 대화를 여는가 하면 12월 둘째 주일엔 ‘예수님오신날’ 축하법회가 열려 목사·신부의 설교를 듣거나 찬송가를 함께 부르기도 한다. 그런 소문이 퍼져 지난해엔 법현 스님이 1년간 성공회대에서 ‘스님과 함께하는 채플’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좋은 돌이라도 제자리를 못 잡으면 걸림돌이다. 설령 좋지 않은 돌이라도 제자리를 잘 잡으면 디딤돌이 된다.’ 풍경소리에 오랫동안 소개된 자신의 글을 내놓은 스님이 갑자기 법당으로 기자를 안내한다. 법당 수미단 오른쪽에 도로 표지판을 닮은 ‘윤회 금지’라 쓰여진 액자. 김영수 조각가가 윤회를 하지 않도록 불심을 깊이 하자는 뜻에서 기증했다는 액자를 가리키며 스님이 웃는다. “많은 출가자가 중 벼슬이 닭 벼슬보다 훨씬 화려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리에 걸맞은 마음과 말, 행동을 하는 게 중요하지요. 봉사하는 정신으로 소임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요.” 권한을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면 어느 소임이라도 좋다는 법현 스님. 기자를 배웅하며 마지막 남긴 말 한마디가 또렷하다.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고, 오동은 1000살을 먹어도 항상 곡조를 지키는 법이지요.” 글 사진 kimus@seoul.co.kr
  • [수요 에세이] 인문학적 삶에 대하여/정재근 대전대 초빙교수·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수요 에세이] 인문학적 삶에 대하여/정재근 대전대 초빙교수·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먼저 필자가 인문학적 가치를 정의한 졸시 한 편을 소개한다. 짐 정리를 하면서 책을 버렸다/한때 소중했던, 그래서/베개 삼아 머리맡에 두고/금과옥조처럼 읽고 또 외웠던 책들이/하나 둘 사과상자 속으로 들어갔다//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빼곡한 사회과학 책들/먹고사는 데 필요한 기능과 기술을 자랑하는 책들/한때 그런 공부를 했다는 허세밖에는 아무것도 아닌 책들/현상이 바뀌면 또 다른 정보로 고쳐져야 할 책들/모두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남아 있는 책들은/ 돈의 눈이 아닌/ 신의 눈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책들// 사람을 긍휼히 여기고/행복의 본질을 탐구하고/ 삶의 가치를 사색하고/ 사회정의를 논하고/ 역사와 사상을 담은 책들// 숨결처럼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 나약함 속에 깃든 인간정신의 무한한 강인함을/ 인류역사의 진보에 대한 처절한 믿음을/ 몸짓하고/ 절규하고/ 노래하고/ 그려내는/ 그 행위들을 찬양하고 기록한/ 문학과 예술에 대한 책들//그리하여 이 책들로 인해/ 인간이어서 자랑스럽고/ 인간이어서 행복하고/ 인간이 보다 자유로워지고/ 서로 좀더 사랑하고,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믿고 꿈꾸는 데/ 새털만큼이라도 기여한/ 몇 권의 인문학 책들//이제 내 나이 쉰다섯/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 나는 지금 내 인생을 어떤 책으로 쓰고 있을까// 이 한 생 마감하는 그날/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날/ 그 책은 나오자마자 사과상자로 들어갈까/ 간직하고픈 몇 권의 인문학 책으로 남을까//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 다소 어리숙해도 영악하지 않아 / 사람 냄새 풀풀 풍기면서 // 수십 년이 지나도 의미를 지닌 책처럼 / 향기나는 말로 사랑으로 / 나의 남은 생을 살고 싶다 (2016 봄, 한국문학시대) 2010년 독일 근무를 마치고 옛날에 살던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아내와 둘이 앉아 밤마다 책을 정리하다가 문득 버려지는 책과 남겨지는 책들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버려지는 책들은 대부분 현상을 설명하는 책들로, 구할 당시에는 필요한 지식과 정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른 지식과 정보로 자주 고쳐져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버리고 필요하면 다시 사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1979년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집’, ‘소유냐 존재냐’, ‘희망의 혁명’ 등과 같은 철학, 사상서, 시집, 소설책 등은 비록 대학 초년에 읽었던 보잘것없는 책이었지만 여전히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 바로 이것이 인문학의 힘이구나. 사람을 얘기하고 행복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정의를 논하고 역사와 사상을 담은 책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 나의 인생을 어떤 종류의 책으로 쓰고 있을까. 나 스스로 써 내려간 나의 인생에 대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날, 나의 책은 나오자마자 버려지는 책으로 분류될까, 간직하고 싶은 책으로 분류될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 앞으로 내 인생을 인문학으로 써 내려가는 거야. 현실에 붙잡혀 아등바등 사는 것은 방법론적인 책을 쓰는 삶이겠지. 이웃과 함께 살고, 다소 어리숙하지만 영악하지 않아서 인간 냄새가 풀풀 나게 살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철학과 가치를 공부한다면 다소 인문학적인 인생이 될 거야.” 지난 1월 18일은 공직을 은퇴하고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공직을 마감하자마자 나는 바로 33년 공직인생을 고스란히 그리고 진솔하게 담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이 과연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다행히 지난 1년간 시·도, 시·군·구 등에서 초청을 받아 인문학적 행정과 따뜻한 행정 그리고 공직가치를 주제로 24회의 특강을 했으니 출간되자마자 사과상자 속으로 내쳐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책을 쓴다. 직장을 마치거나, 학교를 마치거나, 생을 마치면 발간될 것이다. 당신은 세태를 좇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생으로 길가에 넘쳐흐르는 개성 없는 싸구려 책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의 삶에 인문학적 가치를 불어넣으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인생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펼쳐 읽고 싶은 매력 넘치는 책을 쓰고 있는가. 며칠 후 나는 유엔에서 또 다른 공직을 시작한다. 그러면 나의 지난 1년은 또 한 권의 책으로 발간되어 냉철하게 평가될 것이다. 과연 이 책은 버려질 것인가, 간직될 것인가. 나로부터, 또 세상으로부터….
  • 워싱턴 ‘한국학연구소’ 오픈… 초대 연구소장 김지수씨

    워싱턴 ‘한국학연구소’ 오픈… 초대 연구소장 김지수씨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한국학을 연구하는 전문기관이 처음 문을 열었다. 미국에서 ‘한국학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조지워싱턴대(GW)는 12일(현지시간) 국제대학의 ‘시거아시아센터’ 안에 한국학연구소(GW Institute for Korean Studies)를 설치하고 공식 개소식을 열었다. 초대 연구소장에는 김지수(41) 역사학과 교수가 선임됐다.<서울신문 2016년 4월 13일자 25면> 개소식에는 스티븐 냅 GW 총장과 안호영 주미대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GW 동아시아어문학과장을 지낸 김영기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으며, 연구소 설치를 지원한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국제교류재단 관계자들이 축사를 낭독했다. 연구소는 개소 기념으로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국학 관련 학자들이 참석한 ‘한국 인문학과 한국 디아스포라’ 학회도 열었다. 연구소 설치를 위해 노력해 온 ‘한국학의 대모’ 김영기 교수는 “미 수도권뿐 아니라 미 전역, 나아가 세계의 전문 한국학 연구와 관련 활동의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대학 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학의 여러 분야 간 협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것이 연구소 설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문화계 블랙리스트 오른 한강에 축전 거부”

    “박근혜 대통령, 문화계 블랙리스트 오른 한강에 축전 거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씨에게 대통령 명의 축전을 보내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건의를 거절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한씨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썼다는 이유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게 박 대통령의 거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체부와 특검 등에 따르면 한씨의 맨부커상 수상 당시 문체부에서는 “한씨의 수상은 노벨문학상 수상만큼이나 큰 한국 문단의 경사”라며 대통령 명의의 축전을 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고 동아일보가 12일 보도했다. 특검은 청와대 부속실과 교문수석실 관계자들로부터 “박 대통령이 한씨에게 축전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거절로 결국 축전은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 명의로 발송됐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베니스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커미셔너와 201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피아니스트에게는 축전을 보냈다. 또 2013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골프 박인비 선수, 태권도 김소희 선수 등에게도 축전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취임 당시 ‘3대 국정기조’로 문화 융성을 내세웠기 때문에 당연히 한 씨에게도 축전을 보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맨부커상은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씨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받았을 당시 문단과 언론에서는 “세계가 한국문학에 주는 상”이라고 평가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소환하면 이 문제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발 하라리부터 황석영까지… 기대작이 쏟아진다

    유발 하라리부터 황석영까지… 기대작이 쏟아진다

    올해 출판계는 독자들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벼러 온 기대작이 적지 않다. ‘브랜드 파워’를 가진 국내외 스타 작가들의 신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 ‘사피엔스’ 열풍 이을 ‘호모데우스’ 지난해 인류의 역사를 조망한 ‘사피엔스’ 열풍을 일으킨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의 후속작 ‘호모데우스’(김영사)가 출간될 예정이다. 전작이 인류의 탄생과 진보를 다뤘다면 호모데우스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풀어낸다. 국내에 초역되는 미국 인류학자인 애슐리 몬터규의 ‘터칭’(글항아리)은 1971년 초판이 나온 대작이다. 피부 접촉이 인간의 감각적 성장과 정신세계, 인간관계와 사회관습에 미친 영향과 상호작용을 문학, 인류학, 의학 등 온갖 텍스트를 통해 통합적으로 살피고 있다. 출판사는 “인류사에 남을 걸작 중 하나”로 자신한다. # 日 대표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술가로 꼽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에세이 작품도 예정돼 있다. 오는 21일에는 서울 한남동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도킨스의 첫 방한 특별 강연이 열린다. 올해 출간작 가운데는 전 지구적 정치·사회·문화 지형 변화를 탐구한 책들도 적지 않다. 마르크스주의 지식인인 데이비드 하비의 신작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창비)은 독창적 시선으로 세계의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분석한 그의 지적 이력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관계 전문가 파라그 카나가 급변하는 지정학적 역학 관계와 그에 따른 인식 구조의 변화를 전망한 ‘커넥토그래피’(사회평론)와 일본의 대표 지성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약 20만권에 달하는 장서로 웅장한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문학동네)도 이목을 끈다. 한길사는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 3’를 9년 만에 선보인다. 총 네 권으로 이뤄진 방대한 저서 중 3편으로 큰 주제는 ‘식사예절의 기원’이다. 지난해에 이어 페미니즘 열풍을 이어갈 책도 기대된다.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인 낸시 프레이저의 역작인 ‘페미니즘의 역습’(가제·돌베개)은 페미니즘 운동의 맹점과 딜레마, 21세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 편’ 국내 저자로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서울의 5대 궁궐과 종묘, 숨은 이야기를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전 2권·창비)을 펴낸다. 서양사학자인 주경철 교수가 15~18세기 유럽의 다양한 인물을 통해 역사의 이면을 탐색한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전 3권·휴머니스트)도 출간된다. 실학자이자 한글학자인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한길사)는 표제어만 1600여개인 일종의 어휘 사전으로, 우리 조상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 김주영 “마지막 장편 같다”… ‘뜻밖의 생’ 문단에서는 지난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시집의 인기가 불러일으킨 ‘한국문학 붐’이 올해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황석영, 김주영 등 굵직한 서사에 능한 노장들부터 구효서, 공지영, 김영하, 공선옥, 이기호, 편혜영, 김애란, 황정은, 윤고은, 정지돈 등 중견 및 젊은 소설가들의 신작이 출간된다. 황석영 작가는 민주화운동, 방북과 수감 등 자전적 이야기를 오는 4월 장편 ‘수인’으로 펴낸다. 김주영 작가는 스스로 “마지막 장편 소설이 될 것 같다”고 말한 ‘뜻밖의 생’을 3월 출간한다. 천진한 소년이 지혜로운 노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 오랜만에 소설집 내는 김영하·김애란 이외수 작가는 2005년 ‘장외인간’ 이후 12년 만에 장편 ‘보복전문대행주식회사’(가제)를 상반기에 발표한다. 김영하 작가는 2012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옥수수와 나’, 2015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아이를 찾습니다’가 포함된 소설집을 7년 만에 낸다. 김애란 작가는 201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침묵의 미래’를 수록한 신작 소설집을 5년 만에 발표한다. 시단에서는 정호승, 나희덕, 심보선, 이병률, 이원, 신용목, 김언, 박준, 유희경 등 중장년층부터 젊은층까지 폭넓은 팬덤을 가진 시인들이 문학과지성사, 창비 시선집 등을 통해 새 시집을 낸다.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무크,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해외 인기 작가들의 신작들도 포진해 있다. 지난해 2월 84세로 세상을 떠난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소설 ‘창간준비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 장편 ‘잠’과 첫 희곡 ‘웰컴 투 파라다이스’가 선보인다. 7월 여름시장을 겨냥해 나오는 오르한 파무크의 새 장편 ‘빨간 머리카락의 여인’은 국내에서 3년 만에 선보인 소설인 데다, 터키에서 3개월 만에 2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라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도 우리말로 처음 옮겨지는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4권) 출간도 보르헤스 팬들에겐 반가울 소식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시인’ 됐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시인’ 됐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시인들이 뽑은 명예시인으로 선정됐다. 교보생명은 한국시인협회가 신 회장을 대산문화재단과 광화문글판 등을 통해 한국 문학의 세계화와 시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명예시인으로 추대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시인협회는 오는 18일 신년회에서 신 회장에게 명예시인패를 전달한다. 신 회장은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은 1992년 교보생명 출연으로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한국 최대 종합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을 비롯해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 외국문학 번역 지원, 국제문학포럼, 대산창작기금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시인협회 측은 “신 회장이 문학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체코·헝가리·터키도 ‘채식주의자’ 읽는다

    지난해 영미권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이후 독일어로도 출간돼 현지에서 호평받았던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올해는 체코, 헝가리, 터키에 소개된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올해 한국 작가 30여명의 작품 58편을 해외 15가지 언어로 번역해 소개한다고 8일 밝혔다. ‘채식주의자’는 체코어·헝가리어·터키어로 출간된다. 한강의 장편소설인 ‘소년이 온다’는 노르웨이어로 소개될 예정이다. ‘채식주의자’를 영어권에 알린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의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는 한유주의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를 번역해 출간한다. 이 소설은 프랑스어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은희경의 소설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가 미국에서, 장편소설 ‘새의 선물’이 베트남에서 출판된다. 은희경의 또 다른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미국 출판사 달키 아카이브의 한국문학총서 25번째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는 프랑스어로,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은 영어로 각각 번역된다. 김영하의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미국에, ‘빛의 제국’이 불가리아에, ‘살인자의 기억법’은 일본·베트남에 출간된다. 김려령의 청소년소설 ‘완득이’는 독일, ‘우아한 거짓말’은 일본·베트남에 소개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언어문학회장 현승환 교수

    한국언어문학회장 현승환 교수

    현승환(60) 제주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최근 충남대에서 열린 한국언어문학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지난 1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1년간이다. 올해 11월 전국 규모의 제58회 한국언어문학회 학술대회가 제주대에서 열린다. 한국언어문학회는 1963년에 한국어와 한국문학의 연구를 통해 한국문화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창립됐다. 현 교수는 제주일고와 제주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고전문학이며 2014년 8월부터 2년간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밥 딜런 노랫말·소설 번역서 잇단 출간

    밥 딜런 노랫말·소설 번역서 잇단 출간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자마자 관련 책들이 쏟아졌는데 파격 그 자체였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올해 노벨문학상의 정수를 제대로 음미해 볼 수 있는 책들이 수상자 발표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밥 딜런:시가 된 노래들 1961~2012’과 ‘타란툴라’(이상 문학동네 펴냄)다. ‘밥 딜런:시가 된 노래들 1961-2012’은 가사집의 영한 대역본이다. 데뷔 앨범에서부터 최근작 ‘템페스트’까지 31개의 정규 앨범에 수록된 288곡에다가 정식 데뷔 전에 썼거나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던 곡까지 보태 모두 387곡에 달하는 노랫말의 영어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함께 실었다. 미국에서 2004년, 2014년, 2016년 차례로 발간된 가사집을 망라했다. 번역은 서대경, 황유원 두 젊은 시인이 맡았고, 한국문학번역원과 연세대에서 강의하며 우리 현대시를 영어로 옮겨 세계에 알리고 있는 미국 시인이자 미국 대중음악사에 정통한 제이크 르빈이 자문했다. 전문가들이 밥 딜런의 노랫말을 정식으로 번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간 앨범 해설지를 통해 소개되거나 온라인에 떠돌던 번역들은 크고 작은 오역이 적지 않았다. 최근 한 방송 뉴스에서도 ‘지하실에서 젖은 향수’(Subterranean Homesick Blues)의 일부를 인용하며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를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로 잘못 해석하기도 했다. 50여년간 구축되어 온 밥 딜런의 독보적인 세계를 온전하게 만날 수 있게 되어 국내에서도 그의 문학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 책 덕분에 지금은 안다. 그가 ‘가사도 잘 쓰는 가수’인 것이 아니라 ‘노래도 부르는 시인’이라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568쪽. 4만 3200원. ‘타란툴라’는 밥 딜런이 20대 중반, 그의 음악이 내면을 바라보기 시작한 즈음에 쓴 실험적인 소설이다. 논리적 서사나 인과관계를 찾아보기 어려운 편지, 산문 형식의 짧은 글 47편을 묶었다. 말줄임표와 각종 부호로 문장 구조를 파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앞뒤가 어울리지 않는 비유가 가득하다. 책을 옮긴 전문 번역가 공진호는 “그의 노랫말이 다듬어져 상품화된 다이아몬드라면 ‘타란툴라’는 투박한 원석”이라며 “그의 글을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가정하고 개개의 단어들을 머릿속에 구체적인 형체로 떠올려 입체적인 상상을 해 보라”고 권했다. 240쪽. 1만 3800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되돌아본 2016 문화계] 한강 맨부커상으로 부활한 문단, 성폭력에 ‘휘청’

    [되돌아본 2016 문화계] 한강 맨부커상으로 부활한 문단, 성폭력에 ‘휘청’

    지난해 표절 사태로 침잠해 있던 한국 문학을 들깨운 주인공은 한강이었다. 그의 한국인 최초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은 문학 전체에 활력을 가져 왔다. 단골 유력 후보들이 입길에 오르내리던 노벨문학상은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가수인 밥 딜런을 수상자로 호명하며 세계 문단을 놀라게 했다. 활기를 찾는가 했던 문단은 문인들의 성추문 폭로가 연쇄적으로 터져나오며 참담함에 휩싸였다. ●소설 판매 전년 대비 46%↑ ‘한강 효과’ 지난 5월 한강 작가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은 변방에 있던 한국 문학에 세계 문단의 시선을 고정시킨 ‘사건’이었다. 작가와 번역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그간 공허한 기치에 그쳤던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번역이 중요하다는 기본 명제를 일깨우는 계기도 됐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지난 1월만 해도 2만부 남짓 팔린 소설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영미권 유력지에서 호평이 잇달아 게재되며 6만부 이상 나갔다가 수상 이후 지금까지 66만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한강 문학의 정점으로 꼽히는 ‘소년이 온다’도 수상 전 6만부에서 11만부 이상 판매됐다. ‘한강 효과’는 다른 문학에도 번졌다.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가 40만부, 정유정의 ‘종의 기원’이 18만부 나가는 등 올해 한국 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교보문고 집계) 늘어났다.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 윤동주 등 근대 시인들의 초판본 시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 등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시집 판매량도 전년 대비 506% 폭증했다. ●문학의 경계 묻는 밥 딜런 ‘노벨문학상’ 지난 10월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한림원의 결정은 문학의 정의와 역할, 경계에 대해 다시 묻게 했다. 한림원은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의 음유시인 호메로스, 사포도 공연을 위해 시적인 텍스트를 썼다. 밥 딜런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며 밥 딜런의 노랫말에 문학적 휘장을 둘렀다. 한림원의 이런 ‘파격’에 “문학의 경계를 넓힌 것”이라는 환호와 “문학과 작가의 권위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엇갈리며 논쟁이 들끓었다. ●잇단 폭로로 터져나온 ‘가해자’ 문인들 10월 중순부터 SNS에서 터져나온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연쇄 폭로는 습작생과 작가 혹은 편집자와 작가라는 위계를 악용한 일부 문인들의 행태를 실명과 함께 벗겨냈다.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세상 밖으로 나온 고발들은 십수명의 문인들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해당 문인들 대다수는 사과문을 내고 작품 활동 중단 등의 뜻을 밝혔고 이들의 책을 펴낸 출판사들은 출고 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일부 작가들은 ‘페미라이터’라는 문단 내 모임을 조직해 문학출판계 내 성폭력, 위계폭력 방지를 위한 여러 행동에 나섰다. 지난 1일에는 문단 내 성폭력에 눈감지 않고 재발을 막겠다는 서약에 동참한 671명의 작가 명단을 공개했다. 문학과사회, 문학동네, 릿터, 21세기문학 등 주요 문예지들은 올해 출판계를 뜨겁게 달군 화두인 페미니즘 전반을 살피거나 문단 내 성폭력을 점검하는 기고, 좌담 등을 기획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맨부커상으로 부활한 문단, 성폭력에 ‘휘청’

    지난해 표절 사태로 침잠해 있던 한국 문학을 들깨운 주인공은 한강이었다. 그의 한국인 최초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은 문학 전체에 활력을 가져 왔다. 단골 유력 후보들이 입길에 오르내리던 노벨문학상은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가수인 밥 딜런을 수상자로 호명하며 세계 문단을 놀라게 했다. 활기를 찾는가 했던 문단은 문인들의 성추문 폭로가 연쇄적으로 터져나오며 참담함에 휩싸였다. ●소설 판매 전년 대비 46%↑ ‘한강 효과’ 지난 5월 한강 작가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은 변방에 있던 한국 문학에 세계 문단의 시선을 고정시킨 ‘사건’이었다. 작가와 번역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그간 공허한 기치에 그쳤던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번역이 중요하다는 기본 명제를 일깨우는 계기도 됐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지난 1월만 해도 2만부 남짓 팔린 소설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영미권 유력지에서 호평이 잇달아 게재되며 6만부 이상 나갔다가 수상 이후 지금까지 66만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한강 문학의 정점으로 꼽히는 ‘소년이 온다’도 수상 전 6만부에서 11만부 이상 판매됐다. ‘한강 효과’는 다른 문학에도 번졌다.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가 40만부, 정유정의 ‘종의 기원’이 18만부 나가는 등 올해 한국 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교보문고 집계) 늘어났다.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 윤동주 등 근대 시인들의 초판본 시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 등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시집 판매량도 전년 대비 506% 폭증했다. ●문학의 경계 묻는 밥 딜런 ‘노벨문학상’ 지난 10월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한림원의 결정은 문학의 정의와 역할, 경계에 대해 다시 묻게 했다. 한림원은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의 음유시인 호메로스, 사포도 공연을 위해 시적인 텍스트를 썼다. 밥 딜런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며 밥 딜런의 노랫말에 문학적 휘장을 둘렀다. 한림원의 이런 ‘파격’에 “문학의 경계를 넓힌 것”이라는 환호와 “문학과 작가의 권위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엇갈리며 논쟁이 들끓었다. ●잇단 폭로로 터져나온 ‘가해자’ 문인들 10월 중순부터 SNS에서 터져나온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연쇄 폭로는 습작생과 작가 혹은 편집자와 작가라는 위계를 악용한 일부 문인들의 행태를 실명과 함께 벗겨냈다.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세상 밖으로 나온 고발들은 십수명의 문인들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해당 문인들 대다수는 사과문을 내고 작품 활동 중단 등의 뜻을 밝혔고 이들의 책을 펴낸 출판사들은 출고 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일부 작가들은 ‘페미라이터’라는 문단 내 모임을 조직해 문학출판계 내 성폭력, 위계폭력 방지를 위한 여러 행동에 나섰다. 지난 1일에는 문단 내 성폭력에 눈감지 않고 재발을 막겠다는 서약에 동참한 671명의 작가 명단을 공개했다. 문학과사회, 문학동네, 릿터, 21세기문학 등 주요 문예지들은 올해 출판계를 뜨겁게 달군 화두인 페미니즘 전반을 살피거나 문단 내 성폭력을 점검하는 기고, 좌담 등을 기획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부고]

    ●전태성(전 국제로타리 3700지구 총재)씨 별세 은석(이인한의원 원장)병준(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용준(금강파워텍 전무)원희(호산대 교수)씨 부친상 서무규(동국대 경주의료원 피부과 교수)씨 장인상 23일 영남의료원, 발인 25일 오전 8시 30분 (053)620-4231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장·서울대 명예교수)씨 모친상 22일 삼육서울병원, 발인 25일 오전 9시 (02)2210-3421 ●문정숙(금융소비자연맹 회장·숙명여대 교수)씨 부친상 2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5일 오전 7시 (02)3410-3151 ●김창식(기아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씨 부친상 22일 전북 부안 혜성병원, 발인 25일 오전 10시 (063)584-4300 ●이윤재(전 학교법인 이화학당 사무처장)씨 별세 김동녕(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동국(전 한양대 과학기술대학장)미혜(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씨 모친상 조영수(경기대 명예교수)씨 시모상 2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02)3010-2000
  • ‘채식주의자’ 번역한 스미스 등 문학번역상 수상자 4명 선정

    ‘채식주의자’ 번역한 스미스 등 문학번역상 수상자 4명 선정

    제14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긴 데버러 스미스(29) 등 4명을 선정했다고 한국문학번역원이 6일 밝혔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한강과 함께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영국 번역가다. 아시아·아프리카 문학에 특화한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를 통해 한국 작품을 해외에 여러 편 소개했다. 독일어권 수상자로는 정유정 소설 ‘7년의 밤’을 번역한 조경혜씨, 일본어권 수상자로는 이승우 소설 ‘미궁에 대한 추측’을 옮긴 김순희씨가 각각 선정됐다. 폴란드어권에서는 로잔스카 카타지나가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번역으로 수상한다. 시상식은 8일 오후 7시 번역원 대강당에서 열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블랙리스트’ 오른 박장렬씨 서울시문화상

    ‘블랙리스트’ 오른 박장렬씨 서울시문화상

    서울시가 7일 서울시청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전 회장을 포함한 8명에게 문화상을 준다고 5일 밝혔다. 문화상은 1948년 제정된 이래 한국전쟁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시상해왔다. 지난해까지 652명의 공로자에게 수여됐다. 박 전 회장은 서울시민연극제를 만들고 대학로 티켓닷컴을 개발하는 등 연극계 운영 전문화, 체계화에 기여한 점을 공로로 인정받았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서울연극영화제를 지원하기 위해 장소(아르코 극장)을 빌려주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박 전 회장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4년 서울 세계수학자 대회를 유치한 김도한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한국인 최초로 국제펜(PEN) 집행위원회 이사로 활동하며 한국문학의 해외 소개에 기여한 이길원 국제PEN 명예이사장,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4호 삼현육각 보유자인 최경만 중앙대 교수가 수상한다. 박물관 대중화에 기여한 이강원 세계장신구박물관장과 ‘N서울타워’를 새로운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CJ푸드빌도 수상자다. 올해 신설된 독서문화와 문화예술 부문에서는 각각 유아와 어린이 대상으로 한 북스타트 지원활동을 펼친 김영희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장과 서울아리랑페스티벌 등으로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기여한 윤영달 ㈔서울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장이 선정됐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0>TBWA코리아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0>TBWA코리아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

    야구선수의 타율이나 방어율과 비슷한 지표가 광고인들에게도 있다. 기업들이 어느 광고 대행사에 자사 광고를 맡길지를 정하는 경쟁입찰에서 얼마만큼의 수주를 해내느냐가 그것이다. 통상 2할5푼(4회 입찰해 1회 수주) 정도가 광고업계의 평균인데 박웅현 대표는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10건의 입찰에 참여해서 9건을 수주한 해도 있었다. 그에게 광고를 맡기면 다른 곳보다 확실한 결과를 낸다는 것을 광고주들이 두루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제일기획에서 17년을 보낸 뒤 글로벌 광고회사 TBWA코리아로 옮겨 2014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대표(CCO)를 맡고 있다. 광고만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콘텐츠를 책, 다큐멘터리, 공연 등 다양한 틀에 접목 해보는 실험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도끼다’와 ‘여덟 단어’가 요즘 출판계에서 보기 드물게 각각 ‘100쇄’를 돌파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유명해졌다. ▲1961년 경기 동두천 출생 ▲돈암초, 용호중, 배재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뉴욕대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제일기획(1987년), TBWA코리아 제작 전문임원(2004년) ▲칸국제광고제 심사위원,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다시, 책은 도끼다’ 등 저술 그에게 명함 뒷면은 하얀 도화지다. 줄이 쳐져 있지 않은 작은 공책이다. 그때그때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일들을 글자나 그림으로 새겨 넣는다. ‘진심이 짓는다’와 같은 광고 카피가 그곳을 채운 적도 있었고, ‘돈키호테’의 이미지가 거기를 다녀간 적도 있었다. 지금은 ‘망치’란 두 글자가 빨간색 해머와 함께 그려져 있다. 2014년부터 젊은이들의 꿈과 창의력을 키워 주기 위해 진행해 온 강연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세상을 두드리는 작은 망치질’의 의미를 소리 높여 말해 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박웅현(55)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1993년 가을 어느 날. 우리는 오디션 경연장에 선 가수 지망생 같은 심정으로 앞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제일모직 의류 브랜드 ‘빈폴’의 TV CF 최종 시안 발표를 조금 전에 막 끝낸 참이었다. 우리 앞의 그들은 우리에게 CF 제작을 의뢰한 제일모직 간부들이었다. 몇 달을 고민한 결과를 쏟아낸 우리는 그들이 ‘OK’ 사인을 내주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당시 제일모직은 커져 가는 고급 캐주얼 시장에 자체 브랜드 ‘빈폴’을 내놓았지만 ‘폴로’, ‘라코스테’ 같은 외국 회사들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라는 메인 카피를 배우 한석규의 목소리에 담아낸 영상이 끝났지만, 그들은 한참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얼마 후 한 임원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들어와서 뭐가 어쨌다는거요?” 아, 우리가 만용을 부린 걸까. 사실 광고주들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요구했던 카피가 있긴 했다. 브랜드의 슬로건이 ‘도심 속의 자연주의’이니 그 표현을 그대로 광고에도 살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카피로는 소비자들에게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을 게 뻔했다. 나는 ‘라코스테’의 악어나 ‘폴로’의 말(馬)과 같은 ‘빈폴’의 자전거에 주목했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잖아요. 사랑하는 여인의 가슴에 붙은 상징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차가운 반응 속에 시안 발표 자리가 파하려는데, 한 임원이 불쑥 제안을 했다. “40~50대인 우리들이 빈폴의 주요 타깃 고객층은 아니잖아요. 20, 30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봅시다.” 잠시 후 제일모직의 젊은 여직원들이 불려왔고, 상황은 그걸로 끝이었다. 빈폴은 우리가 제작한 CF를 기점으로 소비자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광고를 잘 만들어서 브랜드가 떴다고 말해 주는 광고주는 없다. 자신들이 브랜드 콘셉트를 잘 잡고 제품을 잘 만들어서 그렇다고 말할 뿐이다. 반대로 제품이 뜨지 않으면 광고주들은 “광고를 못 만들었기 때문”이라 탓을 돌린다. 그것은 우리 직업의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1975년 중2 때부터 나의 방대한 양의 책 읽기가 시작됐다. 이유는 수업 때문이었다. 당시 선생님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같은 작품들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는 숙제를 많이 내주셨는데, 나는 독후감 낭독에 단골로 호명이 됐다. 그때 나 같은 친구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내가 좀더 잘써야지’, ‘내가 더 많이 읽어야지’ 같은 일종의 경쟁심리 같은 게 생겼다. ‘호밀밭의 파수꾼’(샐린저), ‘개선문’(레마르크), ‘폭풍의 언덕’(브론테), ‘수레바퀴 아래서’(헤세), ‘인간의 굴레’(몸) 같은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배재고에 들어가서는 학교신문을 만드는 데 빠져 살았다. 누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언제나 ‘칼럼니스트’였다. 결국 재수까지 해서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고, 여기에서도 꿈을 이루겠다며 14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학보사에 발을 들였다. 대학 때에는 한국문학에 심취했다. 이문열, 황석영, 이외수, 김원일, 이청준, 오정희 등을 찾아 도서관에서 살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책읽기는 내가 기자가 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문학과 철학, 역사를 두루 섭렵하는 것을 기자가 되기 위한 소양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사법시험 준비 수준의 언론사 공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피터팬 신드롬’이니 ‘레임덕’이니 하는 시사용어를 모르면 기자가 될 수 없다는 건 내게 난센스였다. 상식책을 덮어버린 그날, 나는 친구들 보란 듯이 도서관에 가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펼쳐들었다. 친구들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그들에게 독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게 상식이냐, 이게 상식이지.” -대학을 졸업한 1987년의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학교 다닐때 상상도 하지 않았던 광고회사(제일기획)에 들어갔다. ‘뉴스 콘텐츠’ 대신에 ‘광고 콘텐츠’를 생업으로 택한 것이었다. 내 또래에 나만큼 책을 많이 읽은 사람도 없고 사고의 깊이가 나만 한 사람도 별로 없을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 나에겐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요즘 말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다독(多讀) 때문이었을까, 광고인으로서 나는 너무 사변적이었다. 81학번으로 군사정권 치하에 학교를 다녔고, 대학 학보사 기자로서 현실을 비판해 왔으며, 학과 선배들과 사회과학의 벽을 깨는 훈련을 받아 온 나는 논리적으로 정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야, 박웅현, 향수 파는데 무슨 논리가 그렇게 장황하냐.” 선배들은 나와 함께 일하기를 싫어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주는 배움과 성장의 섭리는 나에게도 아주 예외는 아니었다. 입사 4년 정도가 지난 1992년. 당시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던 오영곤(현재 서울광고기획 부사장) 국장이 우연히 내 카피를 보게 됐다. “야, 이거 누가 썼냐. 광고의 맥을 아주 잘 짚었네. 특히 논리가 뛰어나다.” 그는 이후에도 나를 여러 번 칭찬해 주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논리적인 게 나의 발목을 잡았는데, 그래서 나는 이 바닥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외려 그것 때문에 칭찬을 받게 되다니….’ 자신감은 성과로 이어졌다. 얼마 후 나는 ‘성깔 있는 두부’라는 풀무원 제품 카피를 써서 사내 입지를 확연히 넓힐 수 있었다. 선배들이 “같은 팀이 돼서 일해 보자”며 손짓을 해 왔다. -1995년 삼성그룹 이미지 광고 카피로 나온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시리즈는 ‘빈폴’ 못지않은 성공을 거뒀다. 삼성의 ‘세계 일류’ 캠페인이었는데, 신문광고를 통해 ‘(닐 암스트롱에 이어) 달에 두 번째로 도착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느냐’, ‘손기정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일등했을 때 2등이 누구였는지 아느냐’와 같이 1등을 강조하는 광고였다. -어떤 광고에 가장 만족하느냐는 질문을 꽤 많이 받는데, 우리 사회에 담론을 던졌다는 측면에서는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KTF) 같은 것들이 의미 있었다고 본다. ‘진심이 짓는다’(대림 e편한세상)는 아파트 광고의 프레임을 바꾸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지은 책들이 이렇게 잘 팔릴 줄은 나는 물론이고 출판사도 상상하지 못했다. 2011년에 출간된 ‘책은 도끼다’가 5년이 흐른 지금도 인기가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책은 도끼다’가 107쇄, ‘다시 책은 도끼다’가 26쇄를 찍었고 ‘여덟단어’는 119쇄까지 갔다. 100쇄 도서가 많지 않은 요즘 한 사람의 책 2권이 동시에 100쇄를 넘어간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들었다. 사람들에게 어떤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책에 대해 말한 기존의 도서들이 “이 책들을 통해 내가 뭘 배웠다”고 이야기하는 식이라면, 내 책은 그냥 ‘책으로 접근하는 다리’ 정도의 역할만 해준게 외려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책을 잡아도 잘 읽히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건 사실 나도 똑같다. 눈으로 받아들인 활자의 내용이 머리에 와닿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에는 안 읽는 게 답이다. 잘못하면 보석 같은 페이지를 다 놓칠 수 있다. 어떤 책이 눈에 안 들어오면 다른 책을 읽어 보고 그것도 안 읽히면 놓는 것이 상책이다. 사람이 물리적 시간만 확보된다고 텍스트에 빠져드는 게 아니다. 심리적인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책읽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존중이다. 같은 책이어도 10대 때 읽은 것과 50대에 읽은 것이 다를 수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중국·일본 기행 ‘천상의 두 나라’가 나에겐 딱 그랬다. 40대 중반쯤에 그 책을 읽었는데 카잔차키스의 다른 책들과 달리 그다지 재미있게 읽히지 않아서 서가에 꽂아 두고 있었다. 2~3년 후 서가를 뒤적이다 우연히 책이 손에 잡혀서 펼쳐봤는데 완전히 달랐다. 물리적인 상태의 책은 전과 지금이 같겠지만, ‘나’라는 유기체와의 관계에서 본 그 책은 전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좋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책이 될 확률은 적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권장도서’, ‘고전 100선’ 같은 것들을 믿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다. 그건 바깥에서 부여한 권위일 뿐이다. 나라는 유기체와 불꽃이 튀겨야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가 낸 책들이 잘 팔리면서 마치 ‘인문학의 전도사’ 같은 평가를 받게 됐는데 사실 부담스럽다. 나는 광고를 만들어서 먹고사는 사람이다.(인터뷰를 하는 3시간여 동안 그의 휴대전화에는 업무와 관련한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이 쉴새없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앞으로 책으로 다뤄 보고 싶은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사유’나 ‘사색’을 고르겠다. 작은 불 하나 켜 놓고 눈감고 20~30분 동안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내 위치도 한번 돌아보고 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중요하다. ‘인풋’도 ‘아웃풋’도 없는 ‘노풋’의 시대가 와야 한다.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강박이 있다. 그 결과 지식과 정보의 소화불량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현장 행정] 북한산·문화유산 너른 품, ‘한옥타운 은평’ 품다

    [현장 행정] 북한산·문화유산 너른 품, ‘한옥타운 은평’ 품다

    “북한산과 한(韓)문화, 통일의 연결로까지 3박자가 들어맞는 한문화 특구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의 올해 10월은 그 어느 해보다 숨 가쁘다. 14일부터 16일까지 북한산 일대에서 펼쳐지는 ‘2016 한문화 페스티벌’을 비롯해 ‘한문화특구 프로젝트’를 본궤도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북부 변두리에 있는 은평구는 수십 년간 발전이 정체된 베드타운에 불과했지만 2010년 김 구청장 취임 이후 몇 년 새 확연히 달라졌다. 수도 서울 안 천혜의 자연환경인 국립공원 북한산,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문화 유적들은 그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측면이 강했다. 김 구청장은 여기에 전통문화를 덧입혀 은평을 한문화 자치구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한 발짝씩 실행하고 있다. 숨어 있던 원석을 갈아 보석으로 만드는 ‘세공사’ 역할을 자처한 것. 은평뉴타운 조성으로 최근 10년간 3만여명의 인구가 유입돼 서울 25개 구에서 인구유입 5위가 되었다. 당연히 은평구에는 활기가 넘쳐난다. 김 구청장은 “은평은 통일시대 남북을 잇는 통일로·의주로 길목에 있어 최고의 요충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4월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 일대 63만 9155㎡를 한문화체험특구로 지정했다. 덕분에 도로교통법, 옥외광고물관리법 등에서 규제 특례를 받게 됐다. 구는 관광 활성화 및 인지도 향상으로 앞으로 약 1288억원의 경제적 수익, 1300여명의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발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한문화특구 사업의 중심에는 은평 한옥마을과 천년고찰 진관사,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있다”고 소개했다. 진관동 내 6만 5500㎡의 한옥마을은 2014년 155필지가 모두 분양된 후 현재 13동이 사용승인이 났고 69동이 공사 중이다. 전망 좋은 북한산 아래 서울 대표 한옥마을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14년 10월 개관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한옥 관련 콘텐츠 전시는 물론 일반인 대상 한옥 짓기 아카데미로 관심이 뜨겁다. 진관사는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때 사찰음식 시연회가 열리기도 했던 구의 보물. 김 구청장은 “진관사·금성당 등 문화유적과 맞물린 템플스테이, 힐링 한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비롯해 한국고전번역원, 동북아 역사관이 이전해 오고 금암미술관, 한옥전망대까지 들어서면 근현대문화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한문화 자치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일 개막하는 북한산 한문화 페스티벌에서는 시·구의원, 주민들의 한복 패션쇼, 용담검무 공연, 아웃도어 마켓 등이 3일간 펼쳐진다. 김 구청장은 은평 한옥마을의 정체성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외부 관광객이 몰려와 주민들의 삶을 훼방하는 게 아니라 전통 예절과 명상, 사찰음식 등 슬로시티를 원주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제시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외국인도 내 시 봤으면…” 미당 편지 첫 공개

    “외국인도 내 시 봤으면…” 미당 편지 첫 공개

    “나는 나이를 잊고 살아온 사람이기는 하지만, 도리켜 생각해보면 68세나 된 황혼의 늙은 사람입니다. 외국 사람들에게도 내 시를 좀 두루 보여서 그 평가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집니다. 딴 마음이 아니라 쓸쓸해서 그러는 것이지요.” 미당 서정주 시인이 생전 데이비드 매캔 하버드대 명예교수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1m가 넘는 두루마리에 시인이 직접 영문과 한글로 써내려간 붓글씨가 이채롭다. 1966년 미국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문학에 빠진 매캔 교수는 미당과 40여년간 교분을 나누며 그의 시를 번역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당 탄생 100주년 행사가 열렸던 동국대를 찾아 매캔 교수가 기증한 이 편지들이 일반에 첫 공개된다. 12~18일 서울 중구 동국대 중앙도서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창과 70주년 기념전’에서다. 전시회에서는 동국대에 몸담았던 근현대 문인들의 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만해 한용운 시인의 개성 넘치는 운필이 잘 녹아든 10폭 병풍 ‘심우송’(복각본)을 비롯해 양주동의 ‘조선의 맥박’, 신석정의 ‘촛불’, 서정주의 ‘화사집’, 박목월·조지훈·박두진의 공동시집 ‘청록집’ 초판본 등이 전시된다. 동국대 국문과 출신인 이범선의 명작 ‘오발탄’을 같은 과 출신인 유현목 감독이 감독한 영화 ‘오발탄’의 영상 부스와 양주동, 이희승, 조윤제, 이겸노, 이은상, 이병주 등의 육성 녹음 부스 등도 마련돼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故 서정수 교수 등 10명 ‘한글 발전’ 훈·포장

    故 서정수 교수 등 10명 ‘한글 발전’ 훈·포장

    문화체육관광부는 570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 발전과 보급에 이바지한 공로로 고(故) 서정수 전 한양대 명예교수가 옥관문화훈장을 받는 등 모두 10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이 수여된다고 6일 밝혔다. 서 전 교수는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본’ 이후 종합적 우리말 문법서로 평가받는 ‘국어 문법’을 저술했다. 한글의 제자 원리를 알리는 기록영화 ‘한글로 세계로’를 제작하고 ‘우리말 전산 용어 사전’을 펴내 한글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화관문화훈장을 받는 이기용 고려대 명예교수는 국어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넓혔고 국어 전반에 전산 형태론을 구축해 국어 정보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또 18년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학에서 한국문학과 한글을 가르치고 공지영 소설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고은 시인의 시집 등을 번역해 이탈리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해 온 두르소 빈첸차 교수와 25년간 중국 푸단대학 등에서 한국어 전문 인재를 양성한 장바오유(姜寶有) 교수가 문화포장을 받는다. 근정포장 수상자로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기반으로 다의어 수준의 어휘 지도를 구축한 옥철영 울산대 교수가 선정됐다. 이 밖에 대통령 표창은 북미한국어교육자협회와 임옐비라 러시아 사할린국립대 교수가, 국무총리 표창은 오동춘 한글학회 감사와 주한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 문화원장, 경북 문경시가 받는다. 시상식은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570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진행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운룡 시인 ‘북 콘서트’ 개최

    이운룡 시인 ‘북 콘서트’ 개최

    전북문인협회는 올해 팔순을 맞은 중산 이운룡 시인의 문학 인생 52년을 돌아보는 ‘북 콘서트’를 다음달 1일 오후 4시 전북대 진수당 가인홀에서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주제는 ‘뒤돌아본 한평생 문학풍경’이며 ‘중산문학상’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이 시인은 팔순을 기념, 1964년 문단에 등단한 이후 발표한 시와 시론, 시평, 자신의 시에 대한 논평을 4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이운룡 시전집 1·2’와 ‘이운룡의 시 세계’, ‘이운룡 시론집’이다. 이 시인은 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조선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전북문인협회장, 국제펜클럽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 중부대 국문학과 부교수로 정년퇴임한 뒤 전북문학관장을 지냈다. 시집 17권, 시론집 12권을 펴냈다. 국민훈장 석류장, 서울신문 향토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현재 세계한인작가연합 부회장을 맡고 있다. 중산문학상 올해 수상자는 이향아(호남대 명예교수) 시인이다. 중산문학상은 전북 출신 문인에게 주는 상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이운룡 시인, 문학 인생 52년 기념 북콘서트

    이운룡 시인, 문학 인생 52년 기념 북콘서트

    올해 팔순을 맞은 중산 이운룡 시인이 문학 인생 52년을 돌아본 ‘북 콘서트’를 다음달 1일 오후 4시 전북대 진수당 가인홀에서 개최한다. 전북문인협회와 중산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최하며 ‘뒤돌아 본 한평생 문학풍경’을 주제로 ‘중산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린다. 이 시인은 팔순을 기념해 1964년 문단에 등단한 이후 발표한 시와 시론, 시평, 자신의 시에 대한 논평을 4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800편의 시와 미발표 시를 모은 ‘이운룡 시전집 1·2’과 시론과 시평을 정리한 ‘이운룡의 시 세계’, ‘이운룡 시론집’이다. 이 시인은 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조선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전북문인협회장, 국제펜클럽 이사,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 중부대 국문학과 부교수로 정년퇴임한 뒤 전북문학관 관장을 역임했다. ‘새벽의 하산’을 비롯한 시집 17권, 시론집 12권을 펴냈다. 국민훈장 석류장, 서울신문 향토문화대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현재 세계한인작가연합 부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미당문학회·학국문인협회 고문이다. 중산문학상 올해 수상자는 이향아(호남대 명예교수) 시인이다. 1938년 군산에서 출생한 이 시인은 시집, 수필집, 이론서 등 5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중산문학상은 전북 출신 문인에게 주는 상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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