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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평론가상에 최진석 평론가… ‘탈인간을 위한 시-차들’ 로 수상

    젊은평론가상에 최진석 평론가… ‘탈인간을 위한 시-차들’ 로 수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제24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자로 최진석 평론가를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기도 한 최 평론가는 2015년 계간 ‘문학동네’ 평론 부문에 당선되며 문학 및 문화 연구 활동을 펴 왔다. 심사위원단은 그에 대해 “당대 문학의 현장성을 수용하고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탐구하는 활달한 평문들을 발표해 왔다”고 평가했다. 수상작은 ‘문학동네’ 지난해 봄호에 실린 ‘탈인간을 위한 시-차들-거대한 연결의 시적 조건’이다.
  • 제24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자에 최진석 평론가

    제24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자에 최진석 평론가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제24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자로 최진석 평론가를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기도 한 최 평론가는 2015년 계간 ‘문학동네’ 평론 부문에 당선되며 문학 및 문화 연구를 이어 왔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그에 대해 “당대 문학의 현장성을 수용하고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탐구하는 활달한 평문들을 발표해 왔다”고 소개했다. 수상작은 ‘문학동네’ 지난해 봄호에 실린 ‘탈인간을 위한 시-차들―거대한 연결의 시적 조건’이다. 심사위원단은 “팬데믹(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 현상)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을 단순히 재앙의 문제가 아닌 대연결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사유할 수 있는 조건으로 파악한다”며 “이장욱, 원성은, 류성훈, 성윤석 등 여러 시인들의 작품들을 통해 인간을 넘어 ‘비인간’과 연결된 ‘사물들의 우주’에 대한 가능성을 점검했다”고 의미를 짚었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5시 서울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다.
  • [책꽂이]

    [책꽂이]

    골목지리학의 탄생(최정묵 지음, 푸른나무출판) 골목의 미세한 정보를 파악해 지도에 시각적으로 표시하고, 지역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아가는 방법인 ‘골목지리학’을 소개한다. 지리학적 접근법으로 잘게 쪼갠 소지역에 대한 사회경제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수치 뒤에 숨은 사람의 속마음을 반영할 세밀한 여론조사를 덧붙이는 방법이다. 308쪽. 2만원.지구의 절반을 넘어서(트로이 베티스·드류 펜더그라스 지음, 정소영 옮김, 이콘) 저자는 기후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선 유토피아를 그려 보라고 제안한다. 지구 절반이 야생으로 돌아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삶의 방식 그리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정치경제 차원에서 대대적인 계획과 조정을 덧붙인다. 바로 ‘지구 절반 사회주의’다. 320쪽. 1만 8000원.정동정치와 언택트 문학(나병철 지음, 문예출판사) 한국문학을 동시대 감각으로 분석해 온 저자가 각종 영화와 문학에서 드러나는 ‘감성적 불평등성’에 주목했다. 빈곤한 타자를 인간 이하 존재로 강등시키는 차별이다. 인격적 자긍심을 회생시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방안을 선결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북돋는 정치 주제를 ‘정동정치’로 정의한다. 560쪽. 3만 3000원.돌봄과 작업 2(김유담 외 10명, 돌고래) 전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자 엄마라는 정체성을 또렷하게 의식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11명의 여성은 온갖 잣대와 편견, 때로는 혐오까지 난무하는 현실에서 양육과 모성을 돌아본다. 일과 돌봄을 양립시키는 방법, 어려움, 보람, 감정과 생각들을 생생하게 담았다. 224쪽. 1만 7000원.나, 나, 마들렌(박서련 지음, 한겨레출판) 등단 이후 지치지 않는 상상력과 창작력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의 고른 지지를 얻어 온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좀비 아포칼립스, 극중극 판타지뿐 아니라 모성 이데올로기, 여성의 몸과 노화, 상실과 애도 같은 더 깊고 넓어진 연대의 서사까지 훑어 낸 7편의 단편을 엮었다. 272쪽. 1만 5000원.TAKEOUT 유럽예술문화(하광용 지음, 파람북) 유럽에 대한 27가지 교양 메뉴를 담았다. 봄의 유럽 여행지를 돌아보고, 문학과 그림을 감상하며, 현지인들과 어울리면서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엔 겨울 음악회에 참석하는 일정이다. 유럽행을 소망하고 개인 여행을 즐기고 싶은 여행객들, 자기만의 리듬과 여유를 원하는 이들이 읽기 부담 없다. 464쪽. 1만 9500원.
  • “AI 문학번역, 아직 초보이지만 변화 속도 빨라… ‘공진화’ 노력해야”[이순녀의 이사람]

    “AI 문학번역, 아직 초보이지만 변화 속도 빨라… ‘공진화’ 노력해야”[이순녀의 이사람]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유발한 AI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한국문학번역원은 예상치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연말 한국문학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은 일본인 수상자가 AI 번역기를 활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서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번역신인상 규정을 바꾸는 한편 지난 5월 심포지엄을 열어 AI 번역에 관한 공론의 장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1996년 한국문학번역금고로 출발해 2001년 현 조직으로 개편된 후 20년 넘게 ‘문학 한류’의 태동과 성장을 뒷받침해 온 한국문학번역원이 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에 따른 도전과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문학을 넘어 웹툰, 영화 등 한국어 문화예술 콘텐츠 전반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전문 번역가 양성을 위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지난달 29일 만나 AI 번역 논란, 한국문학의 세계화, 한국어 콘텐츠 해외 진출 활성화 등에 관해 물었다.-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의 AI 번역 논란은 충격이었다. “‘한글을 몰라도 한국 번역상을 수상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퍼지면서 AI 번역이 인간 번역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했다. 우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응했다. 첫째는 부정행위 여부를 파악하고 제도적 허점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원고를 검토한 결과 파파고를 사전 용도로 활용했을 뿐 번역가의 창의성이 반영됐다고 판단해 수상 유지를 결정했다. 수상자는 만화광으로 웹툰을 보기 위해 한글을 1년 정도 공부했다고 한다. 한국어 의사소통은 서툴지만 그림 위주인 웹툰 특성상 번역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제도적인 면에선 신진 번역가 등용문이라는 상의 취지에 맞게 ‘사람 또는 기계와의 공동 번역은 불가’라는 조항을 추가해 혼란이 없도록 했다. 두 번째는 생각보다 훨씬 일상에 깊이 파고든 AI 번역의 수용과 활용에 대한 공적 담론 필요성이었다. 지난 5월 26일 ‘AI 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 배경이다.” -어떤 논의들이 오갔나. “영화 ‘기생충’, 소설 ‘채식주의자’, 웹툰 등 다양한 장르의 텍스트를 AI로 번역해 사례 분석을 했다. 결론은 현시점에서 AI가 일상어 번역은 유창하게 할 수 있으나 은유와 맥락 등을 파악하고 창의적인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예술 텍스트 번역에 있어선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이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AI 진보 속도가 빠르고 초벌 번역에 AI를 활용하는 기성 번역가들이 늘어나는 만큼 지금부터 AI와 인간이 함께 진화해 가는 공진화(共進化)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회성 행사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공론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8월에 AI 번역 윤리, 저작권 등을 주제로 2차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한국문학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문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영어권에서 한국문학 출판 종수가 증가한 것과 연관이 있다. 2000년대 초까지 한국문학의 해외진출은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어권 중심이었다. 이청준, 이문열, 이승우, 황석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2011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미국 출간,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 부커상 수상으로 영어권에서 한국문학 입지가 강화됐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늘면서 현지 출판계가 한국문학에 주목하게 됐고 애호가 층이 확대되면서 해외문학상 후보 추천과 수상이 증가하는 선순환을 가져왔다.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천명관의 ‘고래’도 20년 전 작품이지만 영어권 출판은 최근에 이뤄졌다.” -과거엔 명망 높은 중견, 원로 작가들의 해외 진출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다양한 연령대와 장르의 작품들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지원 등으로 해외에서 출간되는 한국문학이 연간 200종에 달한다.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출간 종수가 늘어남에 따라 외연도 확대됐다. 문학번역원의 지원 사업이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우리가 알리고 싶은 작품을 골라 번역한 뒤 해외에서 출간할 출판사를 섭외하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자발적으로 한국문학 저작권 계약을 한 외국 출판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니까 언어권이나 국가별 특성에 따른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현지 수요를 반영한 언어권별 맞춤형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문학만의 경쟁력이라면. “외국 독자들은 한국문학의 역동성과 다양성에 주목한다. 개인 서사에 머물지 않고 당대 역사와 사회상을 관통하며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한국문학의 강점이다.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지난해 강연에서 ‘한국 현대문학은 상상력은 결여되고, 모더니스트적 미사여구만 늘어나는 다른 여러 나라의 소설에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상찬했다. 올해 부커상 심사위원회가 ‘고래’에 대해 ‘한국이 전근대 사회에서 탈근대 사회로 급속하게 전화하는 과정에서 겪은 변화를 조명한 풍자적 소설’이라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얘기할 때 번역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문학은 한국 사회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예술이다. 현재의 한류 붐이 2000년대 초 반짝 유행했다 사라진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한 축으로 뿌리내려 외국인의 인식 깊숙이 한국을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문학번역이 매우 중요하다. 문학번역의 진화는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세대는 외국어에 능통한 한국인 번역자, 2세대는 외국인과 한국인 공동번역자, 3세대는 한국어와 외국어에 능통하고 양국 문화에도 친숙한 원어민 번역자들이다. 2010년대 들어 3세대 번역가의 등장이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고, 이것이 한국문학 주목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류 확장성을 고려하면 좋은 번역가 양성에 더 투자해야 한다.” -번역대학원대 설립을 추진 중인데. “번역아카데미를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자국 대학에서 한국학과를 졸업한 20~30대 외국인이 전체 수료생(45명)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비학위 과정이라서 2년 공부를 마쳐도 전문 번역가로서 진로와 미래가 불투명하다. 번역아카데미를 정식 학위 과정인 번역대학원대로 전환해 석사 학위를 주게 되면 이들이 고국에 돌아가 한국학 교수, 번역가, 문화기관 종사자로 자리잡을 확률이 높아질 테고 한류를 확산하는 해외 민간 포스트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문학진흥법 개정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돼 있다. 관계 부처와도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다.” -문학을 넘어 웹소설, 웹툰 등 한국어 문화예술콘텐츠 전반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는 이유는. “문학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문자로 이루어진 예술’이다. 디지털 환경이 급변하면서 문자에 기반을 둔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이 부가가치가 높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기관이 기존 잣대로 지원의 담을 쌓아선 안 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의 협업 요청이 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번역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 그래픽노블, 영화와 드라마 대본집 등 한류 콘텐츠의 해외 진출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한국문학 통합 플랫폼 ‘KLWAVE’를 구축하고 디아스포라 한글 웹진 ‘너머’를 창간했다. “한국문학에 관한 모든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원스톱 플랫폼이 절실했다. 1년 반 작업을 거쳐 지난해 11월 오픈했다. 작가와 작품 소개, 저작권 정보, 언어별 번역가 현황, 각종 지원사업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문학 한류의 거점이자 한국문학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의 놀이터가 되길 희망한다. ‘너머’는 재외 동포 작가, 탈북자, 다문화 가정 외국인 등 한글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위한 교류의 장이다. 국내외 한글 창작 공동체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2021년 5월 한국문학번역원 수장을 맡기 전까지 곽 원장은 교보생명그룹 산하 문학전문 공익재단인 대산문화재단에서 근무했다. 1992년 재단 설립 멤버로 참여해 30년 가까이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 국제문학교류 등에 매진해 왔다. 등단 시인으로 ‘슬픔의 뼈대’ 등 다수의 시집을 내기도 한 곽 원장은 “이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넘어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황수정 칼럼] 고은은 되고 오정희는 안 된다는 패권주의/수석논설위원

    [황수정 칼럼] 고은은 되고 오정희는 안 된다는 패권주의/수석논설위원

    지난해 5월의 일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일에 맞춰 원로 시인에게 신문에 실을 시론을 부탁했다. 새 대통령에게 당부하는 의례적 글이었다. 세상이 다 아는 시인의 거절 이유는 뜻밖이었다. “쓰고는 싶지만 두고두고 정치적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였다. ‘두고두고’라니. ‘정치적 오해’라니. 팔순 넘은 시인이 세평을 의식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정치적 오해의 실체였다. 대체 그게 뭐기에 팔순 넘은 원로를 쩔쩔매게 하나. 지난 18일 막을 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소설가 오정희 논란으로 파행했다. 겨우 나흘짜리 행사가 블랙리스트 시비로 끓다 반쪽짜리로 끝났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오 작가가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업에 연루됐다는 시비가 불거졌다. 한국작가회의를 위시한 문화예술 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오 작가는 중도사퇴했다. 행사를 주최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공개 사과도 했다. 사과의 내용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진실에 기반한 책임자 규명과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간이 멈춰 블랙리스트가 진행형인 착각이 들었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우리 책 한 권이라도 더 소개하는 것이 출협의 본업이었다. 명색이 국제행사에서 문화단체들을 달래느라 출협은 진을 뺐다. 박근혜 정부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통해 문인들에게 지원금을 줬다. 그 작업이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되는 얼개였고 오 작가는 소속 위원이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총력을 쏟아 조사했던 결과를 확인해 봤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2-4권의 62쪽에 14줄짜리 결론이 있다. ‘(오 작가가) 블랙리스트 실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관련 진술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결론 뒤에 ‘적어도 블랙리스트에 대해 인지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증거는 없으나 정황상 알고는 있었을 거라는 추론이다. 백서 이후 문 정부의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그를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했다. 문화계 반발로 결국 해촉됐으나 도 전 장관도 그를 결격 인사로 보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오 작가를 변명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문제는 그의 파문이 지난해 원로 시인의 그 변명을 새삼 복기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보수정권에 닿았다는 정치적 오해가 평생의 문업(文業)을 흔들 수 있다는 것. 두고두고 설 땅이 없다는 것. “두고두고 정치적 오해”의 결절들을 현실로 목도하는 중이다. 오 작가가 진보정권의 문화단체에서 뭐라도 맡았어도 이랬을까. 적어도 “부역자”라는 어마무시한 죄목으로 공격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정희 반대를 주도한 한국작가회의는 문화계 대표적 진보단체다. 그런데 지난 1월 고은 시인의 복귀에는 입도 떼지 않았다. 성추행 논란 5년 만에 고 시인의 신작을 낸 실천문학사는 한국작가회의가 계간지를 발간하는 곳이다. 고 시인은 작가회의 상임고문이었고 그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 때부터 터줏대감이었다. 내편 네편을 가르는 선택적 침묵과 이념편향의 공격. AI가 시를 쓰는 시대에 문단의 상투를 쥔 사람들은 아직도 진영 논리의 껍데기 안에서 헛심을 쓰고 있다. 독일의 문학 거장 토마스 만은 히틀러를 고발하는 순회연설을 하면서도 괴로워했다. “예술가가 정치적 도덕군자연하는 모습이 우습다”고 자괴했다. 문학을 위해 고립된 세계시민으로 남고 싶어 했다. 하물며 히틀러 시대를 살던 대문호도 그런 고뇌를 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작가의 뿌리마저 흔드는 것은 문단의 자해다. 안 그래도 과작(寡作)의 작가인 ‘소설가들의 소설가’ 오정희를 이제 그만 놓아주라. 심판은 독자들이 한다. 시인이라면 시 한 줄, 소설가라면 소설 한 줄 더 쓰는 것. 예술이 세계를 개선하는 본래의 방식 아닌가.
  • 60년대 농촌 현실을 소설로...이규희 작가 별세

    60년대 농촌 현실을 소설로...이규희 작가 별세

    1960대 농촌의 현실을 섬세한 문장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가 이규희 씨가 지난 18일 오후 별세했다. 86세. 1937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전사범학교를 거쳐 이화여대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3년 동아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속솔이뜸의 댕이’가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 ‘수렁을 날으는 새들’(1967), ‘수줍은 연가’(1978), ‘잃어버린 눈물’(1978), ‘복사나무 고개바람’(1991) 등이 있다. 1998년에는 한국문학상을, 2010년에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남편 천승준(문학평론가), 딸 천경화(계성고 교사), 사위 심도현(삼성증권 근무) 등이 있다. 고인은 한국 최초의 여성 장편소설가 고 박화성(1904~1988) 작가의 맏며느리이기도 하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1호실, 발인은 21일 오전 7시 10분이다. (02)923-4442.
  • “문화유산은 ‘기억의 창고’… 전 세계가 누려야 할 역사” [임형주의 임의 동행]

    “문화유산은 ‘기억의 창고’… 전 세계가 누려야 할 역사” [임형주의 임의 동행]

    서울 중구 정동길을 따라가다 국립정동극장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건물이 하나 나온다. 1899년 대한제국 황실도서관으로 태어난 덕수궁 중명전이다. 경운궁(덕수궁의 옛 이름)에 화재가 나면서 1904년 이곳이 고종의 임시 거처가 됐다. 이듬해 11월 일본에 의해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된 곳도 이곳이다. 한일강제병합 이후 외국인들의 사교클럽 장소로 쓰이다가 불이 나면서 외벽만 남긴 채 소실됐다. 이후 민간이 소유하던 건물을 2006년 정부가 사들였고, 문화재청이 대한제국 당시 모습으로 복원해 국민에게 돌려줬다. 건물 2층에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들어와 있다. 개발과 무지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인 우리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기관이 이 건물에 자리한 건 당연하다. 통한의 역사라도 잊지 말고 제대로 알아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실천하고 있다. ●‘월 1만원’ 회비… 문화유산 매입·관리 이곳에서 만난 김종규(84)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또한 그런 책임감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기억이라고 하는 건 기록으로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 모습을 기억 창고처럼 해놔야 하는 거예요. 숭례문도, 경복궁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도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누려야 하는 역사인 거죠. 이 모든 걸 보존하는 일을 정부가 어떻게 다 해요. 그래서 우리가 힘쓰는 거지.” 2007년 문화재청 산하기관으로 설립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민간의 모금으로 보존 위기에 처한 우리 문화유산을 매입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전남 보성 ‘보성여관’을 복원한 것을 시작으로, 이상(1910~1937) 시인이 21년간 살았던 서울 통인동 집과 경주지역 교육 및 문화재 복원에 힘썼던 고청 윤경렬의 옛집을 매입하고 대전 소대헌·호연재 고택을 개관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고 항일운동을 했던 서민호 선생의 유택 전남 고흥 죽산재도 관리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데는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들의 힘이 크다. 매달 1만원 이상 회비를 내는 회원이 지난해 9월 1만 5000명을 돌파했고, 현재 1만 6000여명에 달한다. 김 이사장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회원 가입을 독려한다. 월 1만원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을 설파하면서. “너무 많이 내면 부담이 돼서 금방 그만두고 싶어지니 1만원 이상은 못 내게 한다”는 게 철칙이다.●문화·출판계 촘촘한 인맥 가진 ‘거목’ ‘문화계 마당발’로 유명한 그는 이젠 “최선을 다해서 ‘문화유산 지킴이’로 살 수 있다는 게 굉장한 영광이며 축복”이라고 했다. 4년 전쯤 한 문화계 인사를 회원 가입시킨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런 감정의 배경을 에둘러 말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분께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가입하라니까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하는 거예요. 젊은이들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우린 하루라도 빨리 가입해서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죠. 나중에 염라대왕 앞에 가서 ‘가장 잘한 일이 뭐 있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대에 남겨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잖아요.” 너스레를 떨며 껄껄 웃는 모습에 경외감이 이는 것은, 60년 가까이 지치지 않고 한국 문화계를 위해 헌신한 모습이 겹쳐 보여서다. ‘세계문학전집’(100권), ‘세계사상전집’(36권), ‘한국문학전집’(60권) 등 1960~80년대 지식인의 필독서를 낸 삼성출판사 창업주가 그의 형 김봉규씨다. 1964년 삼성출판사를 창립하자 김 이사장은 부산지사에서 출판일을 시작했다. 삼성출판사 사장을 거쳐 1992년 회장에 올랐다. 1990년엔 국내 유일의 출판 전문 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세웠다. 박물관에는 국보 제265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보물 제758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 등 국보와 보물 10점을 포함해 한국 근현대 출판물, 고활자, 도록 등 10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문화재위원,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에 대한 공로로 문화예술계 국민훈장 모란장, 은관문화훈장, 문화부 장관 표창, 대통령 표창, 한국출판학회상,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을 수상했다. ‘출판계의 대부’라는 또 다른 수식어를 증명하듯,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연도 읊었다. 김대중 정부 때 차일석 서울신문 사장과 플라자호텔 뒤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일부터 꺼냈다. “그 자리에서 ‘3대 메이저 신문 사장을 지낸 분과 함께하니 아주 밥맛 당긴다’고 했지. 서울신문과 대한매일신보 사장에, 전엔 국민일보 대표도 했으니 3대지. 그분이 ‘누가 출판쟁이 아니랄까 봐’ 그러면서 웃더라고.” 서울신문이 1998~2003년 대한매일로 제호를 변경한 일부터 차 전 사장의 선대인 차남수 선생과 사촌인 극작가 차범석 선생, 전남 목포와의 인연을 술술 풀어냈다. 서울신문이 내놓은 주간지 ‘선데이 서울’로 소재를 옮겨가더니, “선데이 서울을 성인잡지 정도로 보는데, 절대 그리 볼 게 아니다. 선데이 서울은 근대문화유산이라고 할 만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선데이 서울’에 ‘걸레스님’,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던 중광(1934~2002)의 인터뷰가 나온 걸 언급하며 “매체에 여러 가지를 담아내고 파격을 추구할 수 있는 게 선진 언론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신문은 매우 앞서간 매체였다”고 평가했다. 1974년 국어학자 신기철·신용철 형제가 ‘새우리말 큰사전’을 낼 수 있었던 것에도 서울신문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의 ‘조선말큰사전’ 정보를 듣고 한국엔 우리말을 정리한 사전이 없다는 데 체면이 구겨지자 부랴부랴 서울신문에 사전을 발행하라는 지시를 했다. 당시 김종규(김 이사장과 이름이 같으나 한자가 다른) 서울신문 사장이 삼성출판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은행 대출과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기부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4000쪽에 육박하는 국어사전을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신문이 우리나라의 체면을 살렸다는 걸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이야기를 듣노라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삼성출판사 편집고문으로 ‘문학사상’을 창간한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의 각별한 인연이나, 명창 임방울 선생의 공연 이야기 등이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이어졌다. 산수(傘壽)를 넘어선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거다. “내 시간은 지금 여기, 내가 있는 지금 이곳에 흐르고 있잖아요. 내일이 어디 있어. 오늘 이 시간에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지.” ●사회에 되돌려주는 ‘세 번째 30년’ 그는 모두의 인생은 단 하나로, 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담아 말했다. 스스로를 두고 한 말이기도 하고, 모든 이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모토로 삼는 말을 들려줬다. “인생을 90세까지로 볼 때 첫 30년은 배움으로 채우고 다음 30년은 생업에 전력을 쏟으며 그 이후 30년은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늘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난 사회에 되돌려주는 30년에 들어가 있어요. 그동안 내가 만들어놓은 것을 주변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나눠줄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그는 다시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지금 우리한테는 우리 문화를 잘 보호하고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어요. 부끄러워하면 안 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지방 어느 마을에 가도 만날 수 있는 당산나무조차 정말 소중한 유산인 거죠.” 올해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을 2만명까지 늘리고, 답사와 문화 강좌도 많이 하면서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꾸준히 할 계획이다. “앞으로 할 일들이 많습니다. 고맙게도 열심히 잘 따라주고 노력하는 우리 직원들과 함께 할 일이죠. 아마도 이러다 보면 90세가 아닌 100세까지 거뜬히 닿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 2016년 필자가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첫 홍보대사로 위촉되며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 그대로다. 그는 이렇듯 밀도 높은 순수함으로 문화를 사랑하며 한껏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와 같은 문화인으로 나이 들어가기를 꿈꾸게 한다. 임형주 팝페라 테너
  • “블랙리스트 관여한 소설가 오정희가 홍보대사? 치욕”

    “블랙리스트 관여한 소설가 오정희가 홍보대사? 치욕”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실행자 중의 한 사람이 국가를 대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알려진다는 것은 한국사회 문화예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며 치욕에 다름없는 일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고 지목된 소설가 오정희가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된 것에 문화예술단체들이 반발했다. 14일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문화예술 단체들은 도서전 개막시간인 오전 10시 서울 코엑스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핵심 위원으로 있으면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 등을 은밀한 방식으로 위법하게 실행하는 데 앞장선 혐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정희 작가는 국내 여성문학의 원류로 평가받는 원로 문인이다.박근혜 정부 당시 제5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및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활동한 오정희 작가는 지난 2015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등의 심사과정에서 발생한 ‘블랙리스트’ 배제 사건에 가담했거나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러한 의혹은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 조사와 백서 등에 기술됐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진 않았다.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오정희 작가가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자 해당 의혹이 불거졌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민간위원이었던 김미도 서울과기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오정희 작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지내면서 블랙리스트 실행을 방조했다”고 주장하며 문학관 위원 위촉을 반대했다. 김 교수는 “진상조사위는 2015 아르코문학창장기금 심의에서 예술위가 직접 작가 30여명을 무더기 배제하는 일에 (오정희 작가가) 가담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결국 오정희 작가는 당시 문학관 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위촉을 반대하고 나선 단체들은 “오정희 소설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동료 문화예술인들과 이 사회 민주주의에 대해 단 한번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도 하지 않아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를 위촉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에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단체들은 18일 오정희 작가가 참여하는 강연 섹션장소인 A&B1홀에서 한 차례 더 문화예술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해 블랙리스트 이후(준),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이후(준), 영화계 블랙리스트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모임, 우리만화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민예총 등이 참여했다.
  • ‘풀꽃’ 나태주 시인, 대만 독자들 만났다

    ‘풀꽃’ 나태주 시인, 대만 독자들 만났다

    시 ‘풀꽃’의 나태주(78) 시인이 대만에서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1일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등에 따르면 전날 나 시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가 타이베이 국립대만대에서 공동 개최한 ‘한국 문학의 날’ 행사에 참석해 현지 독자 130여명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전 세계가 무한 속도 경쟁, 소비 경쟁 등으로 피곤하다”면서 “사람들은 앞으로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 시인은 “평생 시를 쓰고 좋은 시를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왔다”며 “나의 시도 모든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축복과 위로, 동행,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 시여, 위로가 필요하고 지친 사람들을 살려다오”라고 바랐다. 강연이 끝난 뒤 나 시인은 “한국 교민과 대만 현지 독자들이 단 한 명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켜 줬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위원장과 이은호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 국립대만대 위안샤오웨이 국제사무처장과 쑤훙다 사회과학원장 등이 참석했다.
  • “숨쉬듯 썼지만… 詩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제31회 공초문학상]

    “숨쉬듯 썼지만… 詩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제31회 공초문학상]

    문학을 쓸 수 없게 된 시기도 있어당시 한국엔 금서였던 온갖 서적닥치는 대로 읽었더니 눈이 뜨여시는 어차피 내 처음이자 마지막노마드한 내 인생, 공초와 닮아그 어느 상보다 수상 소식 반가워 도착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 더 많았지만 아무 것도 아니면 어때 지는 것도 괜찮아 지는 법을 알았잖아 슬픈 것도 아름다워 내던지는 것도 그윽해 하늘이 보내 준 순간의 열매들 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 벌레 먹어 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 이대로 눈물나게 좋아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 여기 도착했어“공초 오상순 선생은 자유와 고독, 허무 등으로 잘 알려졌지만 저는 다른 면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명여고 시절 시집을 내면서 문단에 뛰어들어 60년 가까이 시를 써 온 시인은 한국의 웬만한 문학상을 품에 안았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청마문학상, 목월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비롯해 스웨덴 하뤼 마르틴손 재단이 수여하는 시카다상까지. 그런데도 “어느 상보다 공초문학상이 더없이 반갑다”고 했다. 문정희 시인은 구상 시인이 극찬한 공초의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 시를 들고 “공초는 당시 한국이 아닌, 아시아를 생각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나도 굉장히 노마드한 사람”이라고 웃었다. 현존 시인 중 그만큼 시력이 긴 이가 드물다.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광주 서석초교로 홀로 공부 길에 올랐다. 이승만 전 대통령 83세 기념 전국 어린이 글 모집에 당선돼 화제가 됐다. ‘천재가 나왔다’는 찬사를 받은 뒤 전남여중을 거쳐 서울 진명여고에 입학했다. 나혜석과 노천명의 모교였던 진명여고는 당시 글 쓰는 인재들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그 속에서 전국 문학 백일장에 나가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고, 여고생 최초로 백일장 기념집을 내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어렸을 적부터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 그의 말마따나 문학은 그에게 숨쉬는 일과도 같았다. 그렇지만 시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각과 재치 그리고 콘테스트(경쟁)를 통해 시를 썼던 겁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등단까지는 어찌해서 나아갔지만, 더는 쓸 수 없게 된 때가 왔어요. 문학이 더이상 문학이 아니었던 불행한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과감하게 뉴욕으로 향했다. 30대 초반 뉴욕대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영어를 못해 그야말로 죽을 만큼 고생을 했단다. 영화가 위로가 됐다. 타르콥스키, 구로사와 아키라 그리고 동유럽 명화를 눈이 빠지도록 봤다. ‘시인은 기존의 것들에 대한 부정을 기반으로, 역사와 사회에 대한 투시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당시 한국에서는 금서였던 온갖 사회과학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눈이 뜨이고 머리가 깨였다. 1982년부터 1984년까지. 지금의 시인을 있게 한 토양을 그렇게 북돋았다. “제 시집은 지금까지 11개 국어로 모두 14권이 외국어로 번역됐습니다. 한국 시인으로선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 시절에 얻었던 사고의 개방성과 보편성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문장이 쉽고 번역도 다른 시들에 비해 쉽다. 주제는 다양하다. 그의 시에는 온갖 영화가 등장하고, 전 세계 수십개국을 돌며 머물렀던 장소,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응’과 어머니의 헌신을 기린 ‘찬밥’이 같은 시인의 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정상에 오른 시인은 그런데도 여전히 “쓰는 존재의 삶에 완성이란 없다. 그저 끝까지 그냥 갈 뿐”이라고 단언한다. 공초문학상 선정작이 실린 시집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민음사)에 수록된 시들에 이런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봄부터 가을까지 내가 한 일은/ 그동안 쓴 시들을 고치고 주무르다가/ 망가뜨린 일이다/ 시는 고칠수록 시로부터 도망쳤다/ 등 푸른 물고기떼 배 뒤집고 죽어 가듯이/ 생명이 빠져나갔다’(망각을 위하여) ‘시인의 장례식은 없어요/ 시인이 죽고 난 후/ 시인의 시가 사라질 때/ 그때 시인은 죽는다고 해요/ 시인은 장례식 없이 망각으로 사라지거나/ 책 속에 살아 있어요’(시인의 장례식) 공초문학상 당선작인 ‘도착’은 어쩌면 시인의 인생일 수 있겠다. “여기 도착했어”라고 외치지만, 사실은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다다른 느낌. 그럼에도 그는 방황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는 그에게 처음부터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시집의 머리글에 수록한 제목 없는 글은 이렇게 적혔다. “미완성으로 완성이다/ 10대 때부터 어린 시인/ 아직도 어린 시인/ 그것 참 황홀하다” ■문정희 시인은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1966년 진명여고 졸업 ▲1970년 동국대 국어국문학 학사 ▲1969년 월간문학 시 ‘불면’, ‘하늘’ 당선으로 등단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 ▲1975년 현대문학상 ▲1996년 문학사상사 소월시문학상 ▲2000년 동국문학상 ▲2004년 정지용문학상 ▲2005년 동국대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석좌교수 ▲2007년 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2010년 시카다상 ▲2013년 육사시문학상 ▲2014년 제40대 한국시인협회장 ▲2015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 부문 ▲2015년 목월문학상 ▲2022년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 ‘고래’ 부커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K문학 8편 외국문학상 후보에

    ‘고래’ 부커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K문학 8편 외국문학상 후보에

    천명관 작가 ‘고래’의 부커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올 상반기 외국 문학상 후보에 한국 작품이 8편 올라 세계 속 K문학의 입지를 확인시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학번역원은 올 상반기 부커상을 비롯해 영미권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인 국제 더블린 문학상, 만화계 아카데미 상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아이스너상 등 유력 문학상 후보 소식이 이어졌다고 24일 밝혔다. 번역원은 이날 ‘고래’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만큼 긍정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 부커상은 스웨덴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1969년 영국 부커사가 제정했으며, 작가 국적과 상관없이 영국에서 출간된 영문 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2005년부터 비영어권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부문(국제상)이 신설됐다. 한강 작가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8년 ‘흰’이 이 부문 후보에 오르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에는 ‘해질 무렵’(황석영), 2022년엔 ‘대도시의 사랑법’(박상영)과 ‘저주토끼’(정보라)가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고 이번이 여섯 번째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올해 국제 더블린 문학상 롱리스트(예비후보), 번역가 안톤 허가 번역한 신경숙 ‘바이올렛’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번역문학 롱리스트에 있다. 또, ‘바깥은 여름’(김애란)과 ‘상냥한 폭력의 시대’(정이현)가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 문학상 해외문학 부문 후보로 올라 올 10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에세이 ‘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김원영)는 일본번역대상 후보, ‘프리즘’(손원평)은 일본서점대상 후보로 선정돼 일본 내 한국문학의 인기를 다시금 증명했다. 연상호·최규석 만화 ‘지옥’이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아이스너상 아시아작품상 후보에 선정돼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있다. 번역원은 “한강 작가의 부커상 수상 이후 7년 동안 한국문학의 국제적 인지도와 영향력이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면서 “작가는 물론 번역가들의 뛰어난 역량, 보편적 감수성과 문화적 개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한국문학만의 매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한국문학 작품이 폭넓게 소개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 천명관 부커상 불발했지만, 한국문학 잘 나간다

    천명관 부커상 불발했지만, 한국문학 잘 나간다

    천명관 작가 ‘고래’가 부커상 수상에 불발한 가운데, 올 상반기 외국 문학상 후보에 오른 한국 작품이 모두 8편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학번역원은 부커상을 비롯해 올 상반기 영미권 권위 있는 문학상인 국제 더블린 문학상, 만화계 아카데미 상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아이스너 상 등 유력 문학상 후보 소식이 이어졌다고 24일 밝혔다. 번역원은 이날 ‘고래’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최종후보에 오른 만큼 긍정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부커상은 스웨덴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통칭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1969년 영국 부커사가 제정했으며, 작가 국적과 상관없이 영국에서 출간된 영문 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2005년부터 비영어권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부문(국제상)이 신설됐다. 한국문학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입후보·수상은 2016년 한강 ‘채식주의자’와 2018년 ‘흰’, 2019년 황석영 ‘해질 무렵’, 2022년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과 정보라 ‘저주토끼’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밖에 다양한 한국문학이 주목 받는 외국 문학상 후보에 올라 있다. 지난해 부커상 후보였던 박상영 작가 ‘대도시의 사랑법’이 국제 더블린 문학상 롱리스트, 번역가 안톤 허가 번역한 신경숙 ‘바이올렛’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번역문학 롱리스트에 입후보했다. 또, 김애란 ‘바깥은 여름’과 정이현 ‘상냥한 폭력의 시대’가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 문학상 해외문학 부문 후보로 올라 올 10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초엽·김원영 에세이 ‘사이보그가 되다’가 일본번역대상 후보, 손원평 ‘프리즘’이 일본서점대상 후보로 선정돼 일본 내 한국문학의 인기를 다시금 증명했다. 연상호·최규석 만화 ‘지옥’이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아이스너상 아시아작품상 후보도 선정돼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있다. 번역원은 “한강 작가의 부커상 수상 이후 7년 동안 한국문학의 국제적 인지도와 영향력이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면서 “작가는 물론 번역가들의 뛰어난 역량, 보편적 감수성과 문화적 개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한국문학만의 매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한국문학 작품이 폭넓게 소개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 ‘새로운 세상’ 염원했던 1923년 출생 작가들

    ‘새로운 세상’ 염원했던 1923년 출생 작가들

    1959년 ‘문예’ 창간호에 실린 홍구범 단편 ‘농민’은 일제 치하 가난한 소작인 아들로 태어난 이의 고통스러운 삶과 전락 과정을 묘사한다. 부모를 여읜 주인공은 주인집의 농간으로 전쟁에 끌려간다. 해방 이후 자신을 징용 보낸 주인집을 보복하려 했지만, 이마저 실패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홍구범은 당대 현실의 모순을 풍자하고 그 실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식민지 치하 인물의 삶을 숙연하게 제시하면서 애도하는 이 작품은 새로운 사회를 만들 때 어떤 가치, 어떤 윤리를 가져야 하는가를 보여준다”면서 “당시 작가들의 새로운 문학을 만들어가는 다부진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가 ‘2023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열어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다. 1923년생 태어난 문인 중 박용구, 방기환, 정한모, 한성기, 한운사, 홍구범 등 6인을 대상 작가로 선정했다. 대중적 인기나 사회적 지위보다는 ‘기억해야 할 작품을 남긴 작가’를 꼽았다. 1923년생 문인들은 대개 20대 초중반 본격적으로 자기 문학 세계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가 해방과 맞물려 있었다. 방기환 1944년, 박용구가 1945년, 정한모가 1946년, 홍구범이 1947년, 한운사가 1948년에 등장했다. 한성기는 1952년 첫 작품을 선보였다. 문학제 기획위원장을 맡은 우 교수는 “해방 이후 잃었던 모국어를 되찾은 문인들은 겨레의 문학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운명적으로 한국문학의 재탄생을 위한 열기로 가득했던 해방공간에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교과서에도 수록되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정한모 시인의 시 ‘나비의 여행-아가의 방(房)’은 일제를 벗어난 뒤 새로운 나라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대부분 시적 상황은 밤이고 어둡지만, 새벽에 아가가 밝게 미소 짓는 풍경을 보여주며 새로운 나라에 관한 간절한 염원을 드러낸다. 재단은 대상 작가로 선정된 6인에 관해 “해방과 전쟁기의 여러 문학지 가운데 ‘문예’와 연관이 많다”고 밝혔다. 홍구범과 박용구가 실무 편집자로 일했고, 한성기가 이 잡지를 통해 등단했으며, 방기환은 주요 필자였다. 재단 측은 “1923년생 문인들의 다양한 노력으로 당시 문학 독자도 새로운 영역과 흥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문학제는 우리 문학의 장을 새롭게 열고자 한 이들의 문학적 역정을 담고자 ‘발견과 확산 : 지역, 매체, 장르 그리고 독자’로 주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문학제는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문학의 밤 등 행사를 이어간다. 심포지엄은 현장 행사와 더불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사전 신청 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daesa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대중 곁으로 세계 속으로… 발랄하고 실험적인 K문학 플랫폼 만들 것”[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대중 곁으로 세계 속으로… 발랄하고 실험적인 K문학 플랫폼 만들 것”[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여성에 대한 억압과 페미니즘에 천착하는 시인은 많다. 형식과 내용에서의 시적 실험과 도전으로 고뇌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 시인들 또한 많다. 이러한 번뇌와 영광이 1969년 등단해 반세기를 훌쩍 넘긴 시력(詩歷)을 가진 시인의 몫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는 젊은 뭇 시인들에게 극복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 웅숭깊은 사유 체계에 일상 속 존재로서 여성의 욕망을 시어로 덧입힌 시인 문정희(76)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립한국문학관장을 맡아 한국문학의 체계적 정리와 보전, 전시 등을 통해 대중적 접점을 확대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한국문학의 시각과 방향은 궁극적으로 세계문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문학을 빼면 세계문학이 허전해질 정도로 위상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지요.” 지난달 27일 ‘문정희 시인길’이 있는 서울 삼성동 경기고 앞에서 문 관장을 만났다. 그의 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알바니아어, 히브리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됐고, 외국에서만 시집 14권이 출간됐다. 덕분에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할 일도 많았다. 그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봤던, 문학을 멋지게 분류하는 방식과 체계 등을 우리 문학으로서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서 여전히 변방에 가깝다. 문 관장이야 꽤 주목받는 시인이지만 여전히 세계 문단에서 이름 석 자로 통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우리 문학의 가능성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몇 년 전 그는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93)와 함께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난징에서 강연과 시낭송회를 한 뒤 중국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함께 자리한 아도니스야말로 매년 단골손님처럼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문 관장은 그때까지 중국어로 번역된 자신의 시집도 없었다. 한국문학의 중국어 번역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기도 하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겠거니 했는데 한 대학생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시 ‘공항에서 쓸 편지’를 중국어로 낭송했고 이후 질문이 이어졌다. 여러 질문 중 “한국의 젊은 시인으로는 어떤 이들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숨도 쉬지 않고 즉각 “나보다 젊은 시인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자신이 54년 동안 구축해 온 시 세계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문 관장은 “내 자랑처럼 얘기했지만 한국문학이 우리의 인식보다 위상이 높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시인의 삶보다 ‘문학 행정가’의 삶에 가깝다. 문 관장이 맡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은 아직 ‘실체’가 없다. 한국문학관은 올가을 공사를 시작해 2025년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17명 정도의 직원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건만 당장 문학관으로서의 건물이 없으니 많은 시민에게 존재감을 보여 주기가 쉽지 않다. 그는 만남 중에도 사무국 직원들의 전화를 연신 받았다. “건축 관련한 공정을 차질 없이 잘 챙기는 게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문학 관련 작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집대성해 보관하고 다시 분류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면서 “돌아가신 하동호 공주대 교수, 김윤식 서울대 교수, 일본의 오무라 마쓰오 와세다대 교수 등이 평생에 걸쳐 모은 컬렉션은 한국문학과 관련해 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어 보전 및 정리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한국문학 전공자인 오무라 교수는 지난해 말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로 한국을 찾아 문 관장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가진 한국문학 관련 자료를 모두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안타깝게 별세했다. 문 관장이 한국문학가를 대표해 정성 가득한 부의를 보냈음은 물론이었다. 이 밖에도 문학평론가 김용직, 조연현을 비롯해 소설가 이문구, 최인훈 등이 생전에 모았던 주요 자료를 문학관에 기증하기로 해 한국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일궈 낼 예정이다. “이분들의 기증으로 문학관이 더욱 빛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문학을 떠받친 기둥으로서 기억될 수 있도록 문학관 내부에 기둥을 세워 볼까 하지요. 궁극적으로는 시대와 현실과 엉켜 지낸 한국문학이 품고 있는 영광과 상처, 얼룩도 모두 안고 가야죠. 뛰어난 이도, 가여운 이도 모두 우리 문학의 자산입니다.” 시인 서정주(1915~2000)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학의 절대 경지에 올랐음에도 친일과 군사정권 시절의 얼룩진 행적은 그를 뛰어난 시인으로만 기억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복원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정주 외에도 친일의 그늘이 드리워진 작가가 적지 않다. 한국문학관이 올해 준비하고 있는 기획전에서도 여전히 고민의 대상으로 남겨진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한국문학관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촌, 북촌을 근거지 삼아 활동했던 근현대 대표 문인들의 전시회를 가졌다. 이상, 염상섭, 현진건, 윤동주 등의 작품과 초상 등을 비롯해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 등이 전시됐다. 우여곡절 끝에 전면 개방한 청와대가 문학의 공간이 되면서 3주 동안 64만명이 찾은 성대한 문학전이 됐다. ‘지금, 여기’를 사는 시인으로서 현실과 어떤 형태로든 교류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 또한 문학의 힘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자 했다. 실제 문 관장 역시 크고 작은 형태로 구체적인 현실과의 관계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쓴 ‘이별 이후’는 생때같은 어린 죽음에 대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의 추념을 담았지만 그 슬픔이 쉬 달래질 수는 없다. 1주기 때 ‘봄도 저만치 피멍으로 피어 있다. 호곡! 온몸으로 온 심장으로’라는 추모시를 써야만 했다. 청와대 북악산 뒷길이 완전히 열린 지난해 5월 10일 낭송된 축시 ‘여기, 길 하나가 일어서고 있다’ 역시 문 관장의 작품이다. ‘여기 길 하나가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역사의 소용돌이를 지켜본/우리들의 그리움 하나가/우리들의 소슬한 자유 하나가/상징처럼 돌아와/다시 길이 되어 일어서고 있다’고 노래했다. 더이상 막힘도 가려짐도 없이 열린 새로운 길에 대한 그의 감회가 조금은 남달랐으리라. 과거 군부정권과 얽힌 인연도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정치가들도 시를 좀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군인 출신 대통령이 저녁 초대를 한 날/청와대 뜰로 들어가는/신분증 번호를 대다 말고/나는 그만 돌아서 버렸다’로 시작하는 그의 시 ‘초대받은 시인’은 과거 청와대 초청을 거절했던 사연을 담았다. 문 관장은 노벨문학상과 관련해 우리 안에 응어리진 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문학은 노벨문학상에 대한 얽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문학은 문화와 정신의 심장과도 같은 것인데 억지로 빨리 뛰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K컬처라고 부르며 수익 얼마, 판매량 얼마, 무슨 상 수상 등 숫자나 외형적 성과에 연연한다고 되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집 한 권, 소설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 소식만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문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국가대표를 보내 국가 간 경쟁을 하는 식이 아니다”라고 지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간 안에 누군가 한 번은 노벨문학상을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예컨대 오르한 파무크가 있었기에 세계가 터키 문학을 주목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견해를 밝혔다. “발랄하고 실험적인 우리 문학에 대한 세계의 주목이 분명히 있다”면서 “세계문학 속 한국문학은 그렇게 꿀릴 것이 없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문학관이 120개에 이른다. 우리 문학이 이룬 위대한 성취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들이다. 실체를 드러내기 전까지 국립한국문학관의 몫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국립한국문학관이 본격화되면 그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학의 플랫폼으로서 곳곳에 산재한 문학 자료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서로 연계하면서 문학관이 더욱 건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브리즈번 작가축제…정보라 공식 초청

    브리즈번 작가축제…정보라 공식 초청

    세계적인 문학축제인 ‘브리즈번 작가 축제’에 정보라 작가가 공식 초청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5월 10~14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2023 브리즈번 작가 축제’에 대한민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다고 29일 밝혔다. 호주 문학축제 중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61회를 맞는 브리즈번 작가 축제는 매년 5월 열리며, 축제 기간에 160여개 안팎의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부터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주빈국으로 선정하고 있다. 축제 조직위원회는 올해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정하면서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저주 토끼’(아작)의 정보라 작가를 공식 초청했다. 정 작가는 이에 따라 지난해 부커상 수상자인 셰한 카루나틸라카와 함께 ‘우선 공개 작가’ 5명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한국문학번역원이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박상영 작가와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자음과 모음) 배수아 작가를 추천해 소설 부문에는 한국 작가 3명이 축제에 참가한다. 이 밖에 김민정 시인이 축제에서 시 낭독·퍼포먼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동·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인 ‘워드 플레이’에서 이지현·이기훈 작가가 호주의 독자들을 만나 미술 활동 프로그램, 작가와의 토론 등 행사를 이끈다. 이 밖에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인 크리스 리가 여러 작가와 함께 ‘공감’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다. 멜리사 베이츠 브리즈번 작가 축제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중점 국가로 선정한 한국은 다양한 문화를 보유해 주목받고 있으며, 문학도 그중 하나”라면서 “한국 문학의 역동성을 고려하면 올해 중점국가 프로그램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 브리즈번 작가축제에 정보라 작가 공식 초청

    브리즈번 작가축제에 정보라 작가 공식 초청

    세계적인 문학축제인 ‘브리즈번 작가 축제’에 정보라 작가가 공식 초청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5월 10~14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2023 브리즈번 작가 축제’에 대한민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다고 29일 밝혔다. 호주 문학축제 중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61회를 맞는 브리즈번 작가 축제는 매년 5월 열리며, 축제 기간 160여개 안팎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부터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주빈국으로 선정하고 있다. 축제 조직위원회는 올해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정하면서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저주 토끼’(아작)의 정보라 작가를 공식 초청했다. 정 작가는 이에 따라 지난해 부커상 수상자인 셰한 카루나틸라카와 함께 ‘우선 공개 작가’ 5인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한국문학번역원이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박상영 작가와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자음과 모음) 배수아 작가를 추천해 소설 부문에는 한국 작가 3명이 축제에 참여한다. 이밖에 김민정 시인이 축제에서 시 낭독·퍼포먼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동·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인 ‘워드 플레이’에 이지현·이기훈 작가가 호주의 독자들을 만나 미술 활동 프로그램, 작가와의 토론 등 행사를 이끈다. 이밖에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인 크리스 리가 여러 작가들과 함께 공감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다. 멜리사 베이츠 브리즈번 작가 축제 CEO는 “올해 중점국가로 선정한 한국은 다양한 문화의 모습을 보유해 주목받고 있으며, 문학도 그중 하나”라면서 “한국 문학의 역동성을 고려하면 올해 중점국가 프로그램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 박경리 선생 ‘토지’ 새 옷 입고 나온다

    박경리 선생 ‘토지’ 새 옷 입고 나온다

    박경리 선생(1926~2008)의 작품들이 새 옷을 입고 출간된다. 최근 이어령 선생의 1주기를 맞아 생전에 펴냈던 책들을 베스트 컬렉션 전집 형태로 나온 것과 같은 형태로 예상된다. 다산북스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 20권과 단행본 29종을 새로 단장해 출간한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출판사는 박경리 선생의 외손자이자 저작권을 가진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토지 및 단행본 리뉴얼 출간 협약식’을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토지는 박경리 선생이 1969년부터 집필한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장편소설로 한국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협약식에 따라 출판사는 오는 5월 28일 토지를 새로운 표지 디자인과 편집으로 출간하고 ‘김약국의 딸’을 비롯한 단행본 29종은 차례로 펴낼 계획이다.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토지’는 한 인간이 인고의 세월을 거쳐 만든 역작이며 한국인 정서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라며 “이번 재출간으로 박경리 선생의 작품이 다시 국민의 애정과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도 협약식에서 “‘토지’는 한국인의 애환과 생명력을 가장 빛나게 표현한 작품”이라며 “한국문학이 다음 세대와 호흡할 수 있도록 앞장서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신춘문예 3관왕’ 오탁번 前시인협회장 별세

    ‘신춘문예 3관왕’ 오탁번 前시인협회장 별세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지천(芝川) 오탁번 시인이 15일 별세했다. 80세. 1943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학 중이던 1966년 동화 ‘철이와 아버지’, 시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소설 ‘처형의 땅’이 각각 동아일보, 중앙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신춘문예 3관왕’으로 등단했다. 1971년에는 당시 금기시된 정지용 시인을 연구한 석사 논문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육군사관학교 국어과 교관, 수도여자사범대 국어과 조교수를 거쳐 1978년부터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아침의 예언’,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 ‘생각나지 않는 꿈’, ‘1미터의 사랑’ 등 시집과 ‘처형의 땅’, ‘새와 십자가’, ‘저녁연기’ 등 소설집, 평론집, 에세이 등을 내며 끊임없는 창작 활동을 했다. 1998년에는 시 전문 계간 ‘시안’을 창간했고, 2008~2010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2020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공초숭모회와 서울신문이 선정하는 공초문학상을 비롯해 한국문학작가상, 동서문학상등을 받았고, 2010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7일이다.
  • 오탁번 전 한국시인협회장 별세

    오탁번 전 한국시인협회장 별세

    한국시인협회는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지천(芝川) 오탁번 시인이 별세했다고 15일 전했다. 80세. 1943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학 중이던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철이와 아버지’,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처형의 땅’이 당선되며 ‘신춘문예 3관왕’으로 화려하게 등단했다. 1971년에는 당시 금기시된 정지용 시인의 연구 석사 논문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4년까지 육군사관학교 국어과 교관을 지냈으며 1974~1978년 수도여자사범대 국어과 조교수를 거쳐 1978년부터 모교인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후학을 양성하며 시와 소설, 평론을 오가며 수많은 문학 작품을 발표했다. 시집으로 ‘아침의 예언’과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 ‘생각나지 않는 꿈’, ‘겨울강’, ‘1미터의 사랑’, ‘벙어리 장갑’, ‘손님’, ‘우리 동네’, ‘시집보내다’ 등이 있다. 소설집으로 ‘처형의 땅’과 ‘새와 십자가’, ‘저녁연기’, ‘혼례’, ‘겨울의 꿈은 날 줄 모른다’, ‘순은의 아침’ 등을 냈다. 2018년에는 등단작 ‘처형의 땅’을 비롯해 절판된 창작집과 이후 발표작까지 60여 편을 묶은 ‘오탁번 소설’(전 6권)을 펴냈다. 평론집 ‘현대문학산고’를 비롯해 ‘한국현대시사의 대위적 구조’, ‘현대시의 이해’, ‘시인과 개똥참외’, ‘오탁번 시화’, ‘헛똑똑이의 시읽기’, ‘작가수업-병아리시인’, ‘두루마리’ 등 다양한 산문집도 냈다. 고인은 1998년 시 전문 계간 ‘시안’을 창간했다. 2008∼2010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한국문학작가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협상, 고산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목월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문학상 특별상을 받았다. 2010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고인의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다. 장지는 고인의 고향인 제천시 개나리추모공원이다. 발인은 17일이다.
  • 월간 시전문지 ‘시문학’ 발행인 김규화 시인 별세

    월간 시전문지 ‘시문학’ 발행인 김규화 시인 별세

    월간 시문학사 대표이자 ‘시문학’ 발행인인 김규화 시인이 폐암 투병을 하다 지난 12일 낮 12시 50분쯤 별세했다. 83세. 전남 승주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현대문학’에 ‘죽음의 서장’, ‘무위’, ‘무심’이 추천돼 등단했다. 1977년 남편인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문덕수(1928~2020) 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과 함께 시문학사를 인수한 뒤 함께 ‘시문학’을 발행했다. 시집 ‘이상한 기도’, ‘평균서정’, ‘멀어가는 가을’, ‘망량이 그림자에게’ 등을 펴냈고, 도천문학상(1986), 동국문학상(1990), 현대시인상(1992), 한국문학상(1995), 펜문학상(2012) 등을 받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자문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2020~2021) 등을 지냈다. 최근 발행한 시문학 2월호(통권 619호)에는 김 시인의 유작이 된 ‘순간이 움직인다’와 ‘동학농민운동의 들녘에 피는 꽃’이 실렸다. 그동안 결호 없이 발행되던 시문학은 이번 호를 끝으로 종간(終刊)하고, 다음달 하순 심산문학진흥회 이사회에서 속간(續刊)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빈소는 고려대안암병원 장례식장 103호실. 장례는 한국현대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은 15일 남편이 묻힌 대전국립현충원에 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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