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파업전야 표정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의 국회통과를 놓고 한전 노사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자칫 사상 초유의 ‘정전대란’마저 우려된다.
[중노위 중재] 23일 오후 2시40분부터 시작된 중노위 특별조정회의는진통의 연속이었다.노조측은 책임있는 신국환(辛國煥) 산자부장관의출석을 요구하며 회의진행을 거부,밤늦도록 정회가 계속됐다.
노사 관계자들은 정회 도중에도 계속 ‘물밑 접촉’을 유지하며 막판타결을 모색했지만 양측의 입장차이가 워낙 커 뚜렷한 접점을 찾지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신장관이 조정회의에 출석해 한전 민영화에 대한재검토 의사를 밝힐 경우 조정기간의 재연장 등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압력전을 계속 폈다.오경호 위원장은 “파업돌입을 앞두고 노조에서 전력공급 중단사태를 막기 위해 조정신청을 냈는데도 정부에서 차관보급 이상의 인사를 내보내지 않은 것은 대화에 뜻이 없다는증거”라고 반발했다.이에 대해 한전측은 “조정회의는 노사와 중노위 3자가 참석하는 것”이라며 신장관의 참석요청을 거부한 것으로알려졌다.
이날 특별조정회의에는 노동부 중앙노동위 김원배 상임위원과 한전측에서 최수병사장과 이경삼 관리본부장,함윤상 노무처장이,한전노조측에서는 오경호 위원장과 이성동 부위원장,양성호 기획국장 등이 참석했다.
[한전노조 움직임] 파업 예정일을 하루 앞둔 23일 밤 한전 노조는 긴장감에 휩싸였다.삼성동 한전 본사 강당에는 이날 자정 넘어서까지 1,200여명의 조합원이 집결,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결과를 기다리며 ‘파업의지’를 다졌다.노조 지도부는 “전국 2만4,000명의 노조원 중 2만명 안팎이 참가했다”며 “중노위 중재가 결렬되면 모든 조합원이 곧바로 여의도 한국노총으로 자리를 옮겨 24일부터 본격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한전측은 이날 밤 늦게까지 과장급 이상 간부 대부분을 대기시킨 채 파업 대비책과 대체투입 인력을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사업소 직원의 50%를 전력계통 교대근무(대체투입)조로 편성,전력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했다.
경찰은 산업자원부의 시설보호 요청에 따라 전경 3개 중대를 한전본사 외곽에 배치,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쟁점은 뭔가] 한전은 40여년간 발전·송전·배전·판매 등 전력산업의 전 부문을 독점해온 공기업이다.자산규모만 49조원에 연간 예산 26조원,종업원 3만명에 5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예산의 30% 가량을 외부차입에 의존해온 탓에 지난 10월 말 현재 차입금이 26조8,534억원에 이를 만큼 비효율적인 재무구조를 지니고 있다.이러한 비효율성 때문에 한전 민영화는 90년대부터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돼 왔다.
정부는 한전의 발전부분을 원자력 1개사,화력 5개사로 분할한 뒤 화력 1개사를 국내외 기업에 매각,민영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송전부문도민영화한다는 내용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을 마련, 국회에 올린 상태다.
정부는 전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나한전노조는 민영화 이후 고용불안과 요금인상,전력수급불안, 헐값 매각 등이 우려된다며 반발해왔다.
[직권중재란] 필수공익사업의 노사 양측이 단체협약 등을 둘러싸고합의된 조정안을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중재안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중노위가 필수공익사업에 대해 중재회부 결정을 내리면 15일 동안 해당 사업체 노조는 파업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처하도록 돼 있다.
오일만 전광삼기자 oil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