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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규직 전환 기업 세제혜택 줘야”

    비정규직보호법의 후속 대책은 차별시정 절차를 강화하고 비정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6일 법 시행 이후 5개월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비정규직보호법 정책 토론회를 열어 학계와 노동계, 정부 등 주체별 의견을 들었다.●“차별제소권 근로자 집단에도 허용을” 토론회 주제발표에 나선 중앙대 이병훈 교수는 현재 근로자 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제소권을 근로자 대표 또는 근로자 집단에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직종은 차별 판단의 비교 대상도 영국처럼 개별기업에 국한하지 말고 산별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권현지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금융업 등 10여곳의 정규직 전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사가 상당기간 준비하고 점진적으로 추구할 때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박준성 성신여대 교수는 비정규직의 고용 개선을 위해 업종별, 규모별, 고용형태별 임금체계 개선 모델을 만들고 교육과 홍보 기능을 보다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남용 억제를 위해 기간제한 방식을 채택했지만 이로 인해 고용 형태가 더 열악해지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고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해서는 현행 비정규직법을 개정,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기간제근로자 교체·반복사용 안돼” 한국노총은 “계약해지 등 사측의 비정규직법 악용으로 비정규근로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일정 인원 이상의 계약해지를 제한하고 기간제근로자를 교체·반복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는 중소기업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제도를 주문했다.●“차별시정 청구권 확대 신중 기해야” 정부측 토론자로 나선 노민기 노동부차관은 “중소기업 지원과 차별시정 청구권 확대 방안 등을 검토 중이나 무분별한 차별시정 요구 등 또다른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정부는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비정규직법의 후속대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상수 노동장관은 차별시정 청구권의 확대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에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 비정규직 3중고 여전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 5개월째를 맞았지만 ‘차별시정을 통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라는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근로자와 사업주들은 비정규직보호법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노동계와 학계는 조속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정부는 중소기업 재정지원책 등 부분적인 보완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6일 노사정 대표들과 함께 비정규직법 정착 방안에 대한 대토론회를 벌인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와 과제 등을 짚어 본다.●새롭게 등장한 문제점들 이랜드 사태,KTX 여승무원 문제 등에서 볼 수 있듯 비정규직법은 시행 단계부터 계약해지와 외주화 등으로 큰 갈등을 빚었다. 특히 법 시행 이후 새롭게 나타난 문제점으로 기업 현장에서는 차별시정 신청 범위와 비교 대상 등에 대한 혼란을 꼽고 있다.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시정 신청은 현재까지 110여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철도공사, 농협 등 노조 활동이 왕성한 일부 사업장 소속의 노조원들로 한정됐다. 이는 차별시정의 주체를 당사자에게만 한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고용이 불안한 신분의 비정규직이 차별시정을 청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근로자대표 및 노동조합 등을 통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로공사·주택공사 등 상당수 공기업들조차 비정규직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복리후생 부문에서 기존 정규직과 차별(85% 수준)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시행 초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상당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 등 정규직으로 전환, 고용 안정 기반을 다지는 긍정적인 변화도 볼 수 있다. 노동부가 법 시행 직후 300인 이상 기업 766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비정규직법 관련 대책을 마련했거나 계획중인 기업은 70%나 됐다. 특히 은행과 대기업들이 가장 신속하게 반응,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노사간 충돌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법에 따른 기업들의 반응을 최초로 연구한 한국노동연구원 권현지 연구원에 따르면 기업들은 분리직군제, 하위직급신설, 무기계약, 정규직통합 등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리직군제의 경우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은행은 투자금융직군, 경영지원직군, 기업금융직군, 개인금융직군으로 나누고 개인금융직군에 계약직을 배치했다. 계약직은 또다시 고객서비스직군 등 3개군으로 나눠 임금 및 승진 체계를 차등화했다. 노사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별 마찰 없이 정규직 전환에 동의,3067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 성공했다.●정착을 위한 보완책은?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은 채용 이후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기간제한 방식을 채택했지만 이로 인해 고용 형태가 더 열악해지고 있다.”며 법 재개정을 주문하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해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법이 계약해지 등 사측의 악용으로 비정규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강력한 규제입법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한국노총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종 단국대 교수는 “법의 취지는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는 데 있다.”면서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고용 정책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은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수도사업 민영화 “다음 정부로”

    수도사업 민영화 “다음 정부로”

    수도사업 민영화 정책이 새 정부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민단체와 공무원 노동조합의 반대로 정부가 한발 물러서자 정부 방침에 따라 민영화를 추진하던 서울시도 주춤하고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4일 “현재의 여건에선 정부의 일정이 절대 무리이다.”면서 “서울시는 내년 이후 새 정부의 일정을 보면서 상수도사업본부의 민영화가 아닌 공사화를 먼저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 7월 물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9년까지 160여개로 쪼개진 상수도사업 구조를 30여개로 묶고 공사화 또는 민영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5개년 추진계획’을 발표했었다. 수도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양대 산맥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에 ‘물산업육성과’를 신설하고 내년까지 ‘물산업육성법(가칭)’을 제정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서울시도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 상수도사업본부의 공사 전환, 민간 개방 등을 검토했다. 지난 8월 이러한 연장선에서 상수도사업본부의 공무원 231명을 다른 업무에 배치하고, 지난달 1일자로 ‘물산업육성과’를 만들었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 민주노동당, 사회진보연대 등 29개 단체로 구성된 ‘물사유화저지사회공공성강화공동연대’는 지난달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세계 곳곳에서 입증됐듯이 수도사업 민영화·사유화는 재앙을 낳는다.”면서 “경영성과와 수익성에만 우선순위를 두면 수돗물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수질 개선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수년에 걸쳐 자체적으로 효율화에 성공했고, 유수율과 보급률도 90%를 넘겨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정부 방침의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한국노총과 간담회를 갖고 “전력과 가스, 수도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공공성이 강한 부문에 대해 민영화를 하는 것은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해 사실상 민영화를 반대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 과거 정보기관 통제사찰 실태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 과거 정보기관 통제사찰 실태

    국가정보원 진실규명위원회가 24일 펴낸 보고서에는 과거 중앙정보부와 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정치·사법·언론 등 각 분야를 광범위하게 사찰, 통제한 흔적이 담겨 있다. ●여야 막론 ‘무차별´ 정치사찰 박정희 정권 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까지 정치 사찰이 이뤄졌다. 특히 초대 중앙정보부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김종필(JP) 사찰’이 광범위하다. 3선 개헌 논의 때 JP가 공화당 박종태·김용태 의원을 만나 개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개헌이 본격 추진될 경우 자신은 표면에 나서 범국민적인 개헌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한 내용이 기록된 문서도 발견됐다.▲전 공화당의장 김종필 동향첩보 통보 ▲김종필 동향 첩보 입수 ▲국회의원 김용태 동향첩보 통보 ▲김용태에 대한 첩보 ▲개헌 논의를 포함한 정계동향이다. ●원하는 판결위해 ‘판사 뒷조사´ 각종 시국사건 때 정보기관은 담당 재판부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원하는 판결을 유도했다. 1982년 ‘송씨 일가 사건’은 검찰 기소 때부터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안기부가 모두 개입, 조정했다. “북한 노동당 연락부 부부장 송창섭씨가 남파, 친인척을 간첩으로 만들어 25년간 암약했다.”는 내용의 이 사건은 안기부가 피의자를 불법으로 장기 구금하고 고문으로 진술을 받아낸 뒤 검찰에서도 그대로 말하도록 강요했다. 별다른 물증이 없고, 검찰 조서의 임의성 문제가 제기돼 대법원이 두 차례나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안기부는 검사와 함께 판사를 찾아가 설득했다. 이 밖에도 국가배상법 위헌 판결 등 정권의 의도와 다른 판결을 내린 판사를 뒷조사했고,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1983년 대법원 비서실장 뇌물사건을 재조사하도록 해 부장판사 2명과 검사장·지청장을 사임하도록 유도했다. ●기자연행·광고통제로 언론 탄압 정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글을 실은 매체에 압력을 가한 것도 정보기관의 몫이었다. 김지하 시인이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정부 비판적인 성격이 강한 시 ‘오적’을 게재하고, 신민당이 당 기관지인 ‘민주전선’ 6월1일자로 이 시를 다시 싣자 중정이 반공법 위반혐의로 그를 구속하고 사상계의 폐간을 추진했다. 정권에 부담이 되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은 정보기관에 연행돼 조사받은 것도 국정원 보유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첫 확인됐다. 광고를 통제해 언론을 탄압하기도 했다.1973년 주요 광고주 대표를 불러 조선일보에 광고를 실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다는 점이 국정원 자료로 확인됐고,1974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건도 중정이 주도했음이 유추된다고 진실위는 밝혔다. ●통제 가능한 노조간부 특별 관리 1961년 대한노총을 해산하고 한국노총을 조직한 장본인이 중정이었다. 중정은 직접 통제가 가능한 구성원으로 한국노총 간부를 육성하고 관리했다. 노총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력도 행사했다고 진실위는 판단했다. 중정은 또 김말룡씨 등 비판적 성향의 인물이 간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압, 회유를 반복하며 공작을 벌였다. “용공지하서클을 결성,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했다.”며 크리스천아카데미 사회교육원 간사 등을 연행한 1979년 크리스천아카데미 사건도 중정이 유신체제를 위협하는 반체제 활동으로 간주, 사건의 실체가 과장됐다고 진실위는 강조했다. ●대학별 담당관 운영해 학원 통제 학생운동 사찰은 물론, 대학정책 입안과 학사행정 업무까지 중정과 안기부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학원사태로 제적된 학생의 복교, 타 대학 입학을 막고, 소요가 극렬한 학과는 정원을 감축했으며 비판 성향의 교수는 승진을 불허했다. 주요 학원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해 교련교육, 교수 재임용제, 졸업정원제 등 범정부 대책을 마련한 것도 정보기관이 주도했다. 대학별 담당관을 지정, 운영하는 등 광범위한 정보망으로 학원을 통제한 점도 이번 조사로 밝혀졌다. ●간첩사건, 실체보다 확대·과장 우선 조사한 7대 사건에 동백림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등 3건이나 포함된 것만 봐도 정보기관이 간첩사건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월북한 친인척과 접촉, 간첩교육을 받고 국가기밀을 제공했다며 간첩으로 몬 81년 ‘박동운 사건’이나 납북귀환 어부를 간첩으로 몰아붙인 82년 ‘정영 사건’, 조총련을 찬양하고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했다는 82년 ‘차풍길 사건’ 등 적잖은 간첩사건들이 실체보다 확대, 과장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이명박 ‘취약지역 뚫기’

    이명박 ‘취약지역 뚫기’

    대선이 6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취약지대’ 뚫기에 여념이 없다. 이 후보에게는 지역적으로 충청과 호남, 계층적으로 노동자와 서민층, 종교적으로 불교 끌어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로 ‘산토끼 잡기’에 초점을 맞추는 행보다. 이 후보는 일요일인 21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충청인 문화 큰마당’에 참석하는 등 휴일 강행군을 계속했다. 22일에는 선대위 회의를 광주에서 가진다. 선대위 출범 이후 회의를 지방에서 여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에는 한나라당 창당 이후 처음으로 전북 새만금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바 있다. 이어 이 후보는 5·18묘역을 참배하고 곧바로 필승결의대회 ‘국민성공 대장정’을 가진다.16개 시·도를 순회하며 갖는 필승결의대회의 출발도 광주로 선택한 것이다. 호남은 여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20%대를 유지하고 있어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이 후보는 전날 경기도 남양주 조계종 사찰인 봉선사와 한국노총 체육대회에 참석,‘불심’(佛心) ‘노심’(勞心)동시 잡기에도 나섰다. 특히 봉선사 방문은 최근 심상치 않은 불교계의 움직임과 맞물려 공을 들이고 있는 대목이다. 신정아·변양균 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측에서 불교계를 자극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불심잡기’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이 후보는 한국노총 체육대회에서 “2008년 ‘신발전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해야 할 역할이 크다.”며 “새로운 시대에 사용자와 노동자가 힘을 모아서 새로운 경제를 발전시키고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鄭,후보 첫날 평화시장으로

    鄭,후보 첫날 평화시장으로

    숨가쁜 하루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6일 대선후보로서 첫 공식일정을 바쁘게 소화했다. 속도전이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몽골 기병론이 되살아난 거 아니냐.”고 평가하기도 했다. 첫 행선지는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이었다. 새벽 5시30분 어둑어둑한 시장 골목에 정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일정의 시작이다. 이날 방문은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정 후보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읽혔다. 자신의 경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 후보가 평화시장을 방문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30년 전 평화시장에 옷을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정 후보를 본 상인들은 ‘시장 계단에 앉아 고단함을 달래던 청년’을 기억했다. 어깨를 감싸며 반갑게 맞았다. 정 후보도 예전 일을 회상했다. 그는 “30년 전 가져온 바지가 안 팔려 아래쪽에 깔려 있으면 맨 위로 올려 놓곤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그래도 사장님들이 마음이 좋으셔서 봐주셨다.”고 웃음을 보였다. 정 후보와 인연이 있었던 한 상인은 “대통령이 되려면 소탈해 보여야 하는데 귀공자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정 후보도 “내가 평화시장에서 일했다면 사람들이 도대체 안 믿어 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평화시장이 없었으면 굶어죽었을 텐데 통일부 장관까지 했다.”고 감회에 젖기도 했다. 다른 상인은 손부터 부여잡았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였다. 정 후보의 예전 모습을 기억한다고 했다.“수금 안 해 주면 달라는 말도 못 하고 계단에 앉아 기다리곤 했다.”고 옛일을 더듬었다. 정 후보는 “그때는 대통령이 될 생각은 꿈에도 못했는데 이제는 서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정 후보는 이곳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식사 후 곧장 현충원으로 향했다. 그는 방명록에 ‘대한민국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 영령들께 보답하겠다.’고 썼다. 이어 4·19묘지를 참배했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선 탓에 피곤한 기색도 보였다. 그러나 이동 중에 만난 지지자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였다. 팔짱을 끼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많이 피곤할 텐데.”라며 줄곧 걱정을 했다. 잠시 한국노총 사무실에 들른 정 후보는 국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은 통합신당의 제8차 의원총회가 계획돼 있었다. 지난해 5·31지방선거 이후 오랫동안 의원총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한 그다. 이제 대선후보가 되어 다시 의원들 앞에 서게 됐다. 정 후보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강당에 들어섰다. 이날 참석한 70여명의 의원들은 박수로 대선후보를 맞았다. 정 후보는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감사하다.”는 인사도 건넸다. 특히 이해찬·손학규 진영의 의원들에게는 더 오래 말을 건넸다. 두 손을 꼭 잡으며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통합신당 의원총회는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충일 대표는 “대선후보가 선출되고 나니 의원들 얼굴도 밝아졌고, 당도 밝아졌다. 오늘 신문을 보니 정 후보 얼굴에서 빛이 나더라.”고 인사말을 했다. 또 “이명박 후보의 얼굴과 정동영 후보의 얼굴만 비교해 봐도 이미 대선은 끝난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선 정 후보는 몇 시간 전 평화시장에서 나눈 대화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예전 생각이 떠오른 듯했다. 한참 말을 못 잇고 헛기침을 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어갔다.“차별 없는 성장, 가족행복시대란 얘기는 그냥 글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저의 꿈을 가슴 밑바닥에서 직접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한번 말을 멈추고 눈물을 글썽였다. 의원총회장을 나온 정 후보는 통합신당 당사를 찾았다.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당사에 들어서는 정 후보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힘차게 악수를 나누며 “고맙습니다.”를 되풀이했다. 당직자들은 “그동안의 갈등을 잘 덮고 한마음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통합신당 지도부와 하는 오찬이 마련돼 있었다. 정 후보측은 경선기간 내내 지도부와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여론조사 반영과 원샷경선 도입 등 규칙 변경에 대한 불만을 적나라하게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찬장은 화합 분위기 일색이었다. 정 후보는 “연초만 해도 희망이 없었고 8월5일 창당때 마음속에 의구심이 있었지만 이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캠프 해단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당의 화합과 대선승리를 위해 정 후보를 지원한 사람들은 2선으로 물러나는 심정으로 임하자.”며 백의종군 자세를 결의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자산관리공사, 비정규직 278명 정규직 전환

    자산관리공사가 공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노총은 17일 산하 금융노조 소속의 자산관리공사지부가 이사회를 통해 비정규직 278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최초로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또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발표 당시의 전환 예정인원 263명보다 15명이나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산관리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현재 일반화되고 있는 무기계약근로자 형태가 아닌 정규직으로 전환돼 주목된다.또 별도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현행 정규직과 동일 업무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1급에서 5급까지 전 사원이 동일한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에서 ‘비정규직의 완벽한 정규직 전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2003년 17명을 전환한데 이어 2004년 12명,2005년 62명,2006년 100명, 올해 27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조직을 단일화했다. 임명배 자산관리공사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이 조직의 갈등을 치유하고 신뢰를 쌓아 공사의 힘과 역량을 집결시키려고 하는 노동조합의 뜻에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기업윤리·투명경영 지키는 구심체로”

    “기업윤리·투명경영 지키는 구심체로”

    ‘기업윤리와 투명경영을 꼭 지키겠습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자는 뜻을 모아 설립한 ‘유엔글로벌콤팩트’가 한국에 협회를 두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초대 회장에 남승우 풀무원 사장을 추대했다. 또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 17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를 선임했다. 창립총회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축하 영상메시지 소개에 이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김상열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등이 축사를 했다.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 양저 주한국제연합개발계획(UNDP)대표, 주철기 유엔 거버넌스센터 한국협회 추진위원장도 참석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2000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출범한 세계 최대의 자발적 기업조직이다. 현재 110여개국의 4500여 글로벌 기업이나 주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 풀무원, 유한킴벌리,SKT,KT, 한전 등 민간 및 공기업 81개사가 가입돼 있다. 협회는 앞으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콤팩트 확산을 위한 홍보활동과 함께 각종 회의와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의정비 年 5000만~6000만원이 적정선”

    “의정비 年 5000만~6000만원이 적정선”

    ‘지방의원의 봉급은 얼마가 적당할까.’ 지방의원의 의정비 인상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회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학계가 적정한 기준을 찾기 위한 토론을 벌였다. 전국 시군구의회 의장협의회(회장 정동수 송파구의회의장)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한 지방의원 월정수당 적정수준에 대한 정책토론회에는 유례없이 지방의원 등 250여명이 참석,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4인 가족 평균 생활비도 안돼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한 지방의회 의정비가 지방의회간 격차가 큰 데다가 마땅한 의정비 산정의 기준조차 없어 마련한 것이다. 토론회에선 현재의 의정비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의구 대전시 서구 의장은 “현재의 논의는 의정비 인상이 아닌 잘못 끼워진 의정비의 첫 단추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라면서 “실제 대전 동구 의원들은 연간 2400만원 받는데 이는 한국노총이 밝힌 올해 4인가족 평균생활비 5064만원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순은 동의대 교수는 “광역의회의 경우 지방 공무원 국장급 수준으로, 지방의회 의원은 과장급 수준을 중심으로 조정하되 각 지방정부의 재정수준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대략 환산하면 연봉 5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점진적 인상 주장도 부정적인 시민 여론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의정비의 현실화 논의만큼 책임과 의무,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순은 동의대 교수는 “현실화 이후엔 의원들 스스로도 겸업을 하지 않겠다는 조례를 제정하고 철저히 상근하는 의회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월정수당을 수령하면서 과거 의정활동의 모습을 보인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최인욱 예산감시국장도 “부정적인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의정비 인상은) 점진적으로 진행해야한다.”면서 “의정비 인상의 목소리만큼 지방의회 스스로가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국민연금 운용위원 민간전문가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모두 민간전문가로 구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금운용위는 현재 20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5일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부부처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모두를 민간전문가로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모두 민간전문가로 채울지, 책임문제를 감안해 정부 인사가 참여할지 등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민간전문가로 구성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금운용위는 ▲재경부·노동부 등 정부 대표 6명 ▲경총·전경련 등 사용자 대표 3명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근로자 대표 3명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 지역가입자 대표 6명 ▲관계전문가 2명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위원들이 대부분 비전문가로 구성돼 자산운용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 관계자는 “기금운용위 논의 수준이 왜 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을 벌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간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정부 등의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2년 400조원,2043년 2600조원 등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연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현안이기도 하다. 정부는 또 기금운용위를 현재의 비상설기구에서 상설기구로 전환하는 방안과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부처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랜드 노사 협상 또 결렬… 내일 재협상

    농성장에 두 차례 공권력을 투입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랜드 노사가 1일 교섭을 재개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랜드 노사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가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외주 용역화 철회, 해고자 복직 등을 놓고 교섭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노사 양측은 3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랜드 노조를 지지하는 600여명의 교수ㆍ법률가 모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이랜드·뉴코아 투쟁을 지지하는 교수·법률가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는 노사가 서로 대등한 교섭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공정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7일 ‘이랜드-뉴코아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행동주간’으로 정하고 매일 오후 6시 서울 잠원동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조돈문(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 정부는 진실을 감추면서 양극화 해소라는 거창한 말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이랜드 사태를 상식적인 수준에서 해결하는 것만이 양극화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측의 직장폐쇄로 신촌 사업장에 출입할 수 없게 된 연세의료원 조합원 1200여명은 이날 강남구 도곡동 영동 세브란스 병원 로비에서 집회를 계속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성실 교섭에 임하지 않을 경우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해 의료연대회의와 함께 범대책기구를 구성해 더 거센 농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의료원 산하 각 병원에는 직장폐쇄 조치로 인해 병원 자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오해한 환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아 환자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이날 병원 가동률은 외래 69%, 입원 48%, 수술 61% 수준이었다. 또한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의 경우도 평소 하루 55명의 환자를 받았지만 20명 정도만 건강 검진을 했다. 강국진 오이석 이경주기자 betulo@seoul.co.kr
  • 기업들 비정규직 ‘게눈 작전’

    이랜드 학습 효과인가. 비정규직보호법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무더기 계약해지와 외주용역화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1일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보호법의 시행에 맞춰 불거졌던 무더기 계약해지와 외주 용역화 추세가 시행 한 달여만에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와 한국노총에 따르면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에 따라 비정규직근로자의 계약해지와 외주화 용역을 계획하고 있었던 사업체는 10∼20곳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는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영업소 등 공공기관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랜드 사태가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번지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계약해지와 외주용역화를 실행에 옮기려는 사업장은 크게 줄었다. 대부분 계획 자체를 미루거나 다른 해법을 찾고 있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은 당초 계약기간 만료로 공석이 된 콜센터 직원 등 비정규직 자리를 외주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사는 최근 외주화 방침을 유예하고 금융 노사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 은행 노사는 16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세부 사항은 노사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갈등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병원은 당초 간호 보조직, 원무과 수납직 등 파견직원 120여명을 도급으로 전환할 예정이었으나 노사 합의로 계획을 철회했다. 파견근로자 160명 가운데 2년 이상 근속자 12명은 정규직화하고 나머지 파견근로자는 차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형 유통점인 H사는 지난달 3일 비정규직 근로자 1240명 가운데 계산원 106명의 업무를 외주화하기로 노사간 합의를 이끌어냈다. 전국 7개 매장 소속 정규직 계산원 558명은 배치 전환하고 대신 비정규직 계산원 106명은 용역으로 전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환 과정에서 근로자, 노조 등과 10차례 이상의 충분한 협의가 있었고 현실적인 불이익이 따르지 않도록 한 것이 갈등을 없앨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우리은행(3100명), 부산은행(606명), 외환은행(1000명), 산업은행(131명), 신세계(5026명), 홈플러스(2600명), 롯데마트(4500명), 보건의료노조 산하 병원(5500명) 등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에 따라 정규직(무기계약)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곳으로 알려졌다. 이민우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법 시행 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계약해지와 외주화 등으로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처리하던 분위기가 최근들어 좀 더 지켜보거나 다른 방안을 찾는 등 신중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노총의 실태조사에서는 산하 사업장의 20%가량이 외주용역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른 노사간 갈등의 불씨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에 따른 사업장의 외주화 및 계약해지 설문조사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용어 클릭 ●외주화 회사 업무 일부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도급과 용역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건설·제조업 등 장비와 인력이 동시에 공급되는 경우를 도급, 청소·서비스업 등 인력 위주의 업무는 용역으로 표현된다. ●배치전환 근로자의 업무 위치를 바꿔주는 것으로 인사상 전보에 해당된다. 근로 조건과 신분상의 변화는 없지만 업무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 “소속 사업장 20% 외주용역 전환 계획”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의 20% 정도가 외주용역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노총은 26일 산하 사업장 56곳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종업원 16만 8871명의 39.9%인 6만 7452명이 비정규직 근로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상 사업장은 한국도로공사, 담배인삼공사, 우정사업본부 등 공공부문 11곳을 비롯해 금융부문 5곳, 서비스부문 16곳, 제조업 24곳 등으로 산업 전분야를 포함했다. 이들 사업장 가운데 41.1%에 해당하는 23곳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0%인 9개 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 관련 업무를 외주용역화(도급)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돼 이랜드와 비슷한 노사 갈등이 우려됐다. 특히 고속도로영업소 등 공공 분야에서도 상당수의 비정규 업무를 외주용역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한국노총은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른 차별시정 회피 목적의 외주용역에 대한 강력한 규제 대책을 정부측에 촉구했다.노총은 가장 현실적인 보완 입법으로 편법적인 방식을 동원해 외주화 용역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해줄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비정규직보호법의 보완 대책으로 ▲무분별한 용역전환 및 위장도급 방지를 위한 간접고용 규제 입법 ▲용역도급으로 전환된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 일정기간 보장 ▲정규직 전환을 회피할 목적으로 일정 인원 이상의 계약해지 제한 ▲정규직 전환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감면 등을 제안했다. 이용득 노총 위원장은 “현 단계에서 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임단협 투쟁 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최우선 순위를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흔들리는 ‘비정규직 보호법’…정착 어떻게

    비정규직보호법이 위기에 처해 있다. 사회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들을 해고하는 원인이 된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이랜드에서처럼 비정규직보호법을 회피하려는 목적의 계약 해지와 외주화 등이 건설 현장을 비롯한 산업 전 분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비정규직보호법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방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상시적이고 연속적인 업무에 2년 이상 고용된 기간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사업주가 이를 회피하려고 해도 별 제재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법 취지에 따라 노사에 사회적 책임과 양보만을 계속 호소할 수도 없는 일이다. 출발부터 이해 당사자간의 극심한 갈등으로 개정 및 보완 압박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보호법의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본다. ●왜 흔들리나 비정규직보호법의 문제점으로 노동계에서는 ▲사용기간 2년 ▲불확실한 차별근거 ▲파견허용 범위 확대 등을 꼽고 있다. 이 가운데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한을 2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지적이 비교적 많다. 민주노총은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사용 기간이 너무 짧아 외주화 등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최근 “사용기간이 3년 정도쯤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노사 양측에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파견허용 범위 확대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법을 시행하면서 파견 허용 업종을 138개에서 197개로 확대했다. 비정규직근로자를 더욱 확대시킬 우려가 높다는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이 규정한 차별의 불확실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비교 대상의 핵심인 임금 부분도 직무급 등 임금체계 변경을 통해 차별 시정을 회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학계에서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일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용 사유제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1년 정도 시행해 보고 법 개정 검토” 정부도 노동계나 학계가 지적하는 문제점을 인정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문제점들은 법 시행 이전 5년여 동안 노사정간에 격론을 벌였던 사안이다. 하지만 어떤 사안이든 노사 한쪽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 선택의 어려움이 있다. 고용안정과 비정규직근로자 보호라는 법 취지의 양면성 때문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비정규직근로자를 보다 싼 인건비로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노동자는 고용안정과 차별없는 처우를 추구한다. 노사 양측 모두 만족시키기가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당장 법 개정 작업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사정간에 어렵게 합의, 도출된 법을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바꾼다는 것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현 상황에서 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비정규직보호법을 없애자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용역 전환 방지를 위한 간접고용 규제, 정규직 전환 기업에 인센티브제 등 보완책 마련에는 동의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보완점을 찾아 나간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이 정착되는데 필요한 기간을 잘 지켜본 뒤 1년 후쯤에나 개정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근로자의 고용개선 문제를 좀더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도 다음달부터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비정규직후속대책위원회 구미현 간사는 “실태조사를 통해 노사간 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내겠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법원 “화학노련 위원장 당선 무효”

    서울 남부지법 제15민사부(이경민 부장판사)는 23일 “한국노총 산하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박헌수 위원장 당선결정은 무효”라며 김모(50)씨 등 조합원 9명이 노조를 상대로 낸 당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원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회의에서 6개 노조 대의원들은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들이고 5개 노조 대의원들은 의무금을 납입하지 않은 노조의 대의원들로 대의원 자격이 없음에도 피고는 이들을 모두 대의원으로 확정해 선거를 진행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외환위기를 거치며 확산된 ‘비정규직’은 20대와 30대에게는 미래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달 초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과 이랜드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장밋빛 꿈’을 안고 살아야 할 ‘2030’ 젊은 세대에게 비정규직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삶의 최일선에서 현재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20∼30대들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 들어봤다. ●차별과 냉대라는 보이지 않는 벽 회사원 황모(28·여)씨는 비정규직이다. 취업난이 한창이던 2004년 겨우 지금 회사에 ‘업무 보조’라는 이름으로 입사해 일을 해오고 있다. 정규직 업무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는 심한 ‘차별’을 실감하고 있다. 노조 가입도 하지 못하고, 정규직들이 다 받는 상여금 한 번 받은 적도 없다. 최근 회사가 큰 폭의 흑자를 내면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씨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상여금은 회사 이익 창출에 기여한 사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거잖아요. 비정규직은 회사를 위해 기여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성과급이나 상여금에서 배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속감을 못 느끼는 건 당연한 거죠.”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직업전문학원에 다니는 권모(24·여)씨는 계약종료 한 달 전부터 ‘매년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험을 되풀이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부터 회사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한 번은 밀린 월급 일부를 지급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정규직한테만 급여를 주더라고요. 항의를 했더니 업무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바로 입금해 주기는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불쾌해요. 차별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솔직히 항의를 안 했으면 안 줬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나마 그 회사는 ‘양반’이었다. 이전 회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날도 달랐다고 한다.“정규직이야 노조가 있다 보니 회사 사정이 어려워도 월급날을 어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1∼2주씩 지나서 월급을 주는 일이 다반사예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정규직이 꺼리는 ‘3D 업무´ 떠맡아 수많은 차별은 물론 비정규직들은 오히려 정규직 업무에 ‘플러스 알파’의 업무도 떠맡는다. 정규직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무도 비정규직들의 몫이다. 한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사보 교열업무를 보던 박모(37)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처음에 그가 맡기로 한 일은 교열업무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신사 뉴스의 재가공과 취재 기자의 초벌기사 정리는 물론 나중에는 사보의 한 섹션을 맡기며 직접 취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취재에 교열까지 하다 보니 사내 취재기자들보다 하는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나한테는 취재비도 안 주면서 취재하라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정규직 직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내 돈 써가며 취재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많이 비참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제 상관이 ‘조금만 더 성실한 모습을 보였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도 있었는데 자네 복이 여기까진가 보다.’라며 오히려 저를 힐난하더군요. 전 속으로 ‘사람 마음속에 피멍 들게 한 당신은 얼마나 오래 회사에 남아있나 두고 보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진짜 그 상관도 저 그만두고 3개월 뒤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잘리고’말더라고요.” 비정규직 김모(32·여)씨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한다. 그럼에도 회사 간부들은 김씨에게 바닥 청소를 시키기도 한다. 정규직에게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정모(30·여)씨는 1년 계약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한 공연기획사에 들어갔다. 입사하고 11개월이 되자 회사는 자신의 본업인 디자인 업무 대신 티켓 관리 업무를 맡겼다.‘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씨는 꾹 참고 두 달을 버텼지만 결국 제 발로 회사를 그만뒀다. 기초자치단체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신모(30)씨는 “사무실 앞에 붙여놓는 직원명단은 보통 이름과 직급을 쓰는데 유독 내 이름 옆에는 ‘계약직’이라고 써 놨다.”면서 “정규직 공무원들은 그런 식의 표현이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계약직은 연말에 연봉재협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내부게시판에 연봉협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름과 액수가 올라왔어요. 개인정보 유출도 그렇지만 연봉협상을 한 적도 없는데 결정이 다 돼버린 거예요. 담당 계장은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며 사과를 했습니다만 기분은 정말 씁쓸했지요.” ●“직장이동 자유로워… 다양한 경험 쌓아 좋기도”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오히려 ‘인생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현재 사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황모(27)씨는 용산전자상가, 반도체 수입업체, 홍보대행사, 영업사원 등 다양한 ‘비정규직’을 해왔다. 황씨는 지금껏 일궈온 경험을 밑천삼아 대학 졸업 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만약 정규직 직원이 10년 동안 직장을 10번 넘게 옮겼다면 다들 그를 ‘사회 부적응자’로 보겠지만 비정규직에게는 그런 통념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비정규직이 각 기업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편의점 운영노하우를 알고 싶어 편의점 ‘알바’도 3개월가량 해봤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의 한 맥주회사 사장이 맥주맛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유럽의 한 맥주회사에 청소부로 취직해 결국 맥주제조 기밀을 훔쳐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 사회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로 알고 있어요. 즉 대부분은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잖아요.‘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듯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미래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경험을 쌓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회사의 노하우와 핵심역량을 배워 두면 결국 내 자산이 되잖아요.” 강국진 류지영기자 betulo@seoul.co.kr ■ 민노총 비정규직 활동가 박종민씨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해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외면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노총밖에 없는데 이마저 두 개로 쪼개져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득권 보호에 안주하는 단체로 전락해 버렸어요. 양대 노총이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지금이라도 조직과 이념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지난 20일 공권력에 의해 강제 연행된 뉴코아·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매출타격투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박종민(32·민주노총 비정규실 활동가)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200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씨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대졸자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으로 평생 고용불안과 불평등 계약 속에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후배들이 학교를 졸업 뒤 비정규직의 설움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현실을 눈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전업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려온 박씨. 그동안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농성 조합원들의 지지 시위를 벌여온 그는 최근 공권력 투입을 통한 정부의 사태 해결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제 예비 장인도 목사님이십니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도 ‘기독교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교회에서 늘 기독교인은 약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라고 배워 왔는데 왜 이랜드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희생을 통한 성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약자에 대한 위선적 태도를 취하는 게 기독교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회의론이 들기도 해요.” 끝으로 박씨는 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양대노총의 대승적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했다. “비정규직은 ‘밥줄’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밥줄’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점거농성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는 들은 척도 않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비정규직을 더욱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2002년 대선 당시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으로 만든 시대적 사명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라.´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양대 노총도 손을 맞잡고 나서야 합니다. 지금도 눈물 흘리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 보이시나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단식 18일째’ 한혜주 KTX승무원 “비정규직 하면 ‘서글프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다른 사람들 보기에 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가끔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다.’라면서 자기 일이 아니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래도 나는 월급 잘 받고 있다. 데모할 생각 말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역광장 농성장에서 만난 한혜주(26·여)씨는 인터뷰 내내 물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단식 18일째라고 했다. 노조 홍보차량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한씨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털어놨다. 그는 “신문에 얼굴사진이 최대한 예쁘게 나오게 ‘뽀샵질’을 해야 한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승무원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한씨는 ‘준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채용 공고도 공무원 분야로 돼 있었고요. 회사에선 ‘자회사이긴 하지만 철도청이 공사로 바뀌면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가 될 것’이라고 얘기해 우리도 그렇게 믿었죠.” 한씨에겐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이었다. 하지만 환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2005년에 공사로 바뀌었지만 승무원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며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새로 써야 했다. 한씨는 “병가 때문에 일을 쉬거나 하면 사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내년 계약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하곤 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준공무원 대우라는 말이 말짱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입사 초기에 가졌던 자부심은 속았다는 분노로 바뀌었다. 노조라고 다 같은 노조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노조가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자 승무원들은 철도노조 KTX승무지부로 노조를 옮겼다. “처음엔 노조가 뭔지도 잘 몰랐죠. 어려운 일이 생기니까 자연스레 노조에 가입하게 됐죠.” ‘투쟁’을 시작한 지 500일이 넘었다. 한씨는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부모님이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처음엔 반대도 많이 하셨죠. 지금은 기왕 하는 거 맘 편하게 하라고 하셔요. 부모님이 저보다 더 속상하시겠죠.” 남자친구 얘길 꺼내자 한씨 표정에 미소가 번진다.“처음에는 소신을 갖고 하는 거니까 잘될 거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몸과 마음이 힘드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발 단식만은 말아 달라고 하죠.” 한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철 철도공사 사장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칼자루는 사장이 쥐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그 칼자루를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원칙을 그렇게 따지시는데,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원칙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한때’ 민주화 투사라고 하던데 그런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비정규직 해법 갈등 양대노총 감정싸움 폭발

    비정규직 해법을 둘러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차가 ‘야합’ ‘아첨’ ‘철부지’ ‘중상모략’ 등 거칠고 원색적인 표현들이 동원된 극도의 감정싸움으로 폭발했다. 그동안 숱한 이견이 둘 사이에 존재했지만 이 정도의 날카로운 대립은 처음이다. 노(勞)·노(勞) 갈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각종 현안에서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이 더욱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전망이 나온다. 지난 13일 오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상수 노동부 장관 등 노사정 대표는 ‘비정규직보호법 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노사가 서로 한발짝씩 양보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협력하자는 내용이었다. ●한노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응징 합의문 발표 1시간여 만에 민주노총은 ‘제2의 노사정 야합을 강력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비정규법 재개정 요구가 분출되는 시점에서 나온 이번 합의는 재개정 요구를 가로막고 비정규직의 현실을 외면하겠다는 또 하나의 야합”이라며 노사정을 모두 비난했다. 특히 한국노총을 겨냥해 ‘사측에 아부아첨하는’,‘노동자를 팔아 제 이득을 채우는’,‘한국노총의 야합작태는 이제 천성이 되었다.’ 는 등의 표현을 썼다. 한국노총은 다음날 ‘철부지 민주노총에 엄중 경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으로 맞받았다.“제2, 제3의 이랜드 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노총이)경영계와 정부를 설득·압박해 합의를 도출한 데 대해 (민주노총이)비방과 음해만 일삼는 것을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다.”면서 “민주노총의 날조와 왜곡, 자가당착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왜곡날조 관련자에 대해 즉각 인사조치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15일 “민주노총의 ‘욕설’에 더욱 매섭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 많았지만 우리쪽의 품위를 고려해 수위를 낮췄다.”면서 “민주노총이야말로 비정규직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은폐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한노총 행태 더이상 묵과 못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비정규직보호법, 노사로드맵 관련법 등 입법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보여준 행태에 많은 조합원들이 분노했지만 같은 노동자라는 이유로 대응을 자제해 왔다.”면서 “그러나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그들의 사과 요구에 전혀 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두 노총은 올 초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취임 이후 부쩍 관계개선의 움직임을 보여 왔다. 두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데다 이석행 위원장이 정부·경영계와 적극적으로 만남을 갖는 등 변화한 행보를 보인 데도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차 등으로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졌고 이번 비정규직 사태는 서로 완전히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 민주노총 관계자가 방송프로그램에서 이용득 위원장을 두고 “노동운동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한 것, 한국노총 관계자가 정부기관 등 특강에서 민주노총을 맹렬히 비난한 것 등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130개 시민단체 “이랜드 불매”

    이랜드 노조의 서울 홈에버 월드컵몰점 점거 농성이 14일째 계속된 가운데 문화연대와 한국사회진보연대 등 130개 시민단체들은 13일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이랜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섰다. 공동대책위는 이날 월드컵몰점에서 ‘뉴코아-이랜드 유통서비스 비정규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이랜드 계열사의 주요 매장에서 이랜드 상품의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랜드 노조는 14일 홈에버 대전 유성점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투쟁 강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이랜드 노조는 그동안 사측에 여러 차례 협상 공문을 보내 교섭을 추진했지만 사측의 답변이 없어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연세의료원 노사도 이날로 파업 4일째를 맞았지만 노사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임금 2% 인상안을 제시했고, 노조측은 유니언숍 대신 에이전트숍(모든 직원을 대리해 노조가 단체협약 등에 나서는 것)을 제시하는 등 다소 양보하는 선까지는 왔지만, 완전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병상 가동률이 45%, 외래 48%, 수술 22% 등으로 평상시보다 크게 떨어져 환자들의 불편이 계속됐다. 한편 한국노총과 경영자총협회 등 노사정 주체들이 비정규직보호법의 안착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을 비롯해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노사정대표 3명은 이날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노사정 합의문’을 교환했다. 합의문은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개선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 개선에 노력 ▲처우개선과 임금체계 개선 협력 ▲비정규직 근로자 능력개발과 사회안전망 강화 및 중소기업 지원 ▲보완책 마련 등 5개항을 담고 있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李-朴 수도권 세과시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대한 각계의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양측의 ‘세 불리기’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두 후보는 12일 수도권 일대에서 대규모 당원집회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예비역 장성인 김진호·김인종·이희원씨 등 국방정책 자문단 60여명이 이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최근 들어 전직 지자체장 21명과 문화예술계 인사 13명, 새만금개발연구원 소속 인사,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김동인 전 의원 등 노동계 인사 60여명 등이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오후에 수원성 동문 홍보관을 찾아 성곽 복원사업인 ‘화성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원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경기지역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 자신에 대한 집중 공세를 거론하며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국민과 미래를 향해 힘을 합치자.”고 연설했다. 박 후보는 잠실 역도경기장에서 서울지역 선대위 발대식을 겸한 당원간담회에 참석했다. 행사장 안에 5000명이, 바깥에 1000명이 모였다. 박 후보는 애창곡인 ‘젊은 그대’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지지선언은 박 후보 캠프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함승희 민주당 전 의원이 13일 박 후보측에 합류한다. 함 전 의원은 “지난 10년간 실험정치를 한 결과 나라가 좌파적으로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이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후보의 능력과 자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도덕성과 청렴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박 후보가 그런 면에서 적합하다.”고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대한·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사들이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홍희경 김지훈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한국 노동운동, 변화만이 살 길이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그제 열린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사람중심 경영 조찬강연회’에서 한국노동운동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1980년대식 전투적 조합주의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운동이 대중성을 상실했는데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는 이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투쟁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을 겨냥한 것이라고 본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6월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강행했다. 조합원의 참여율이 매우 낮았고, 여론의 비판을 받았으며, 노조의 내부 갈등으로 결국은 실패했다. 명분 없는 투쟁을 위한 투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의 본산인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이런 방식의 전투적 조합주의를 폐기했다. 대신 대화와 협의를 통한 상생의 노사문화를 엮어가고 있다.1980년대 초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았던 네덜란드가 기적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던 것도 노·사·정 협의체가 끝없이 대화하고 협상하면서 현안들을 풀어나간 덕분이었다.“투쟁은 전술적 수단이어야 하고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이 위원장의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고 본다. 현장은 변했다. 노동운동의 방향과 노조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절실하다. 노조도 노동조건 개선에만 머물지 말고 기업과 지역, 사회발전을 이끄는 주체가 돼야 한다. 정부도 노, 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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