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부문 개혁, 공기업으로만 제한하지 않아야”
공공 부문 개혁을 공기업으로만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제3회 ‘정책 소통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주제발표를 했다.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컨벤션홀에서 ‘공공부문 경영 혁신을 통한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다.
●공공기관 혁신에도 예산 꾸준히 늘어
라 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시장 실패 탓으로 공공기관이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공공재의 역할과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준정부기관, 비영리단체,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공공 서비스를 담당하고 전달하는 주체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래서 국가의 재정적 부담 확대와 공공기관의 책임성 문제로 인해 공공기관 개혁 문제는 공기업에만 한정할 수 없는 정책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정부가 소유권을 쥔 공기업뿐 아니라 지원 대상인 준정부기관이나 비영리단체의 사업에 대한 정부의 재무적 책무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라 연구위원은 또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구조 조정과 조직 혁신을 꾀하지만 전체 숫자와 인력 규모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고 예산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 연구위원은 이어 공공기관 경영 효율 개념을 크게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영평가지표에서 보는 업무 효율, 인적 자원·재무 예산·보수 및 성과·노사 관리에 그칠 게 아니라 사업 관리와 리더십 등도 넓은 의미에서 경영 효율성, 생산성 제고 요소로 보자는 얘기다. 풀어야 할 과제도 빼놓지 않았다. 공공기관들이 국민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혁신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공공기관 성과 측정의 어려움, 지나친 성과 경쟁으로 인한 협력 문화 저해 등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역량과 경험을 아우른 기관장·감사 선임과 책임경영 창출을 위한 공공기관 구조 개선도 강조했다.
●“공공기관 CEO 소신 발휘 어려워”
송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함께 공공 부문의 세 축을 이루는 공공기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전력, 통신, 철도, 항만, 공항 등 산업 인프라를 맡는 국민경제 상부 구조에 자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점으로는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 공공기관에 지정되지 않은 숱한 조직(방송공사, 금융기관, KT, 국공립 교육기관, 농협, 수협 등)에 대한 관리 사각지대 점검을 손꼽았다. 또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한전, 코트라 등)으로 한다거나 ‘국민 생활 편익 증진과 공공 복리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한국가스공사 등)으로 한다는 공공기관 경영 목표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정치 권력의 이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셋째, 주인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공공기관 지배 구조의 취약성이다. 통상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주무 부처가 주인 역할을 하지만 권리만 행사할 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기다 노조는 ‘국민이 주인’이라며 정부의 지시에 저항한다고 했다. 최고경영자(CEO)는 임명권자와 노조 사이에서 소신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한 조직부터 접근하는 게 맞지만 길게는 사회 발전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논의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선 하세정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이 ‘공공기관 기능 조정 추진 현황과 과제’를 발제하고 송상훈 경기연구원 박사와 곽학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미래기획부장, 임찬수 도로공사 기획부장 등이 경영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