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한겨레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작업자들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주 52시간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무장단체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김정 여사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795
  •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중)베트남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중)베트남

    ■ 호프엉 베트남작가協 부주석 |하노이(베트남) 조태성특파원|“과거를 닫고 미래로 가자.” 베트남의 개방개혁정책, 즉 도이머이를 말할 때면 항상 불거지는 말이다. 베트남은 정말 과거를 모두 닫아버린 걸까. 그 과거가 닫는다고 다 닫혀질 수 있을까. 수도 하노이에서 만난 베트남작가협회 부주석 호프엉에게 물었다. 호프엉 부주석은 베트남 전쟁문학 분야의 1인자로 통한다. 대표작 ‘고귀한 마음’‘새싹’‘고난’을 비롯해 40여권의 책을 냈고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작가 이전에 혁명전사이기도 했다. 대불·대미항쟁 당시 온갖 전장을 다 누비고 다녔다. 작가협회의 다른 간부들 모두 그를 ‘스승’이라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 작가들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땠나.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 준다. 그러나 대개 정치적이거나 외교적인 태도에 그친다. 그러나 한국 작가들이 내게 보여준 태도는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베트남에 과거 전쟁의 기억은 어떤 의미인가. -베트남 말 중에 ‘캡라이’라는 단어가 있다.‘닫는다.’라는 표현인데, 이 말 뜻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닫다.’라고 할 때 ‘캡라이’ 말고 다른 표현이 하나 더 있다. 그 표현은 다시는 열지 못하게 닫아둔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캡라이’는 지금은 문을 닫아두지만 언제든 다시 들고 날 수 있도록 해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과거를 닫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과거에 대해 두번 다시 말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럼 과거사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나. -지난 4월30일이 종전 30주년이었다. 이 때 방송을 통해 전쟁 관련 프로그램들이 대거 방영됐다. 그러나 초점은 적개심을 키우자, 복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뿌리를, 우리의 출발을 절대 잊지 말자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전쟁 당시 적으로 싸웠던 외국인뿐 아니라, 조국에 등을 돌렸던 베트남인들까지 30주년 때 모두 불렀다. 우리는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보여줬고 그들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과거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사람들에게 문은 언제든 다시 열린다. 전쟁문학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렇다. 전쟁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고, 나이 든 세대에게는 사회의 의미와 책임감을 줄 수 있다. 한국의 많은 젊은 세대들은 이미 민주화투쟁을 잊고 있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어떤가. -물론 베트남 젊은이들도 과거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아무래도 책이나 영화로 경험한 것은 희미할 수밖에 없다. 또 삶의 조건이 바뀌었다. 세계는 이미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혼자 살 수는 없다. 주변국과 협력해야 한다. 다만 민족의 자존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역사적 조건 속에서 어떻게 미래의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묻는 게 우리의 관심사이자 초점이다. 젊은이들도 이 점만은 명확히 알고 있다. 호프엉은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베트남은 통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총을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의 평화만큼은 절대적으로 지지합니다.” cho1904@seoul.co.kr ■ 호찌민대 하재홍씨의 경험담|호찌민(베트남) 조태성특파원|2000년, 주간지 한겨레21은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양민학살 문제를 보도했다 홍역을 치렀다. 참전군인들이 한겨레신문사 앞에서 위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시 사회부 초년병이었던 기자 역시 현장에 있었다. 방패와 철제 헬멧으로 무장한 젊은 전경들도 분노한 참전군인들에게 맞아 퍽퍽 쓰러졌다. 그렇다면 참전군인들은 괴물일까. 아니다. 몇년 고생하면 집 한 채, 가게 하나 장만할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에 자원했을 뿐이다. 정부와 언론 모두 ‘자유세계수호’라는 나팔까지 불어줬으니 금상첨화다. 그러나 그 ‘자유세계수호´를 위해 목숨걸고 베트남 밀림에 뛰어든 사람 가운데 돈이나 권세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제 와서 그들을 가해자라 비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 아닐까. 그렇지만 베트남의 원혼들이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베트남전은 한국인과 베트남인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것이다. 호찌민대에서 공부하는 하재홍씨가 들려준 경험담은 이런 상처를 더해 준다. 그가 한겨레21 취재를 위해 한국군 주둔지인 베트남 중부지역을 돌 때였다. 가진 것이라고는 75년 종전 즈음 베트남 당국이 남긴 자료 하나. 수십년의 세월은 기록 당시의 흔적을 이미 지웠다. 남은 방법은 하나. 차타고 다니다 아무 집이나 한번 들어가보는 ‘찍기’였다. 그런데 그 많은 집들 가운데 들어간 집마다 희한하게도 전쟁 당시 간부급 인물의 집이었다. 이런 기적은 한달이나 이어졌다. 베트남 원혼들이 그들을 이끌었을까. 오싹한 경험도 있었다. 한국에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이라는 소설이 소개된 적 있는 베트남 시인 반레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였다. 양민학살지역의 무덤가에 들렀을 때 동행했던 한 여류 작가가 갑자기 “내가 안 그랬어요. 잘못했어요.”라고 소리지르다 기절해버린 것이다. 촬영을 중단하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그 여류 작가가 본 것은 억울하게 죽은 베트남 양민의 원혼이었다. 물론 나중에 깬 작가는 원혼의 모습만 기억할 뿐 자신이 뭐라 소리지르며 기절했는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cho1904@seoul.co.kr ■ 방현석교수 호찌민대 특강 |호찌민(베트남) 조태성특파원|호찌민대에서는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했다. 주제는 ‘전쟁과 기억, 그리고 문학’이었다. 방 교수는 베트남에 대해 “가난하지만 자부심이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힘만 있으면 다 된다.’는 20세기의 야만을 겪었던 나라이자 동시에 이를 이겨냄으로써 21세기의 희망을 제시한 나라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20세기를 정리하고 21세기의 출발을 거론할 때 반드시 베트남을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한류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등에 대한 관심은 “매우 고맙지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미국은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를 팔아 베트남전 때 쏟아부었던 돈의 2배를 벌어갔다.”는 베트남 해방영화사 사장의 말을 전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기억들을 팔아서 얼마만큼의 돈을 벌어갔느냐가 아니다. 방 교수는 “더 중요한 문제는 이들 영화가 진실을 담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미국의 베트남전 영화에서 아름답고 고귀하고 용기있는 이들은 모두 미국인이고, 야비하고 비열하고 무능력한 사람은 모두 베트남사람들로 그리고 있다. 방 교수는 여기서 “그러면 그렇게 고귀하고 용감한 미국인데 왜 야비하고 비열한 베트남에 졌는가.”라고 반문했다. 대답은 미국보다 베트남이 더 아름답고 정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 교수는 “이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한류열풍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한국과 베트남간 문학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교수는 “베트남전을 다룬 미국영화를 본 사람에 비해 베트남전의 진실을 다룬 글을 읽은 사람은 매우 적지만, 점차 베트남전을 다룬 미국영화를 보고 박수치는 한국사람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여기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문학의 위기를 거론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보듯 문학을 보게 하려고 고민하지만 반대로 가야 한다.”면서 “관심은 못 받더라도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말하는 것, 그게 바로 문학”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 관계 정상화를 위해 방 교수는 한국의 사과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한국 베트남간의 문제라기보다 한국이 결단해야 할 한국의 문제라는 게 방 교수의 결론이었다. cho1904@seoul.co.kr ■ 베트남학생들 한국배우기 ‘열풍’ |하노이·호찌민(베트남) 조태성특파원|한국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어 구사능력은 물론,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학생들보다 높았다. 하노이대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자신을 김기덕 감독의 열렬한 팬이라 소개했다. 다른 여학생은 아직은 목록 밖에 못봤지만 언젠가는 다 읽을 거라며 수십편의 한국 소설 제목을 줄줄 왼다. 호찌민대학에서 만난 한 한국어 전임강사는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손으로 베트남사람에게 맞는 한국어 문법책을 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다 보니 성적에 따른 서열이 명확한 데다, 하노이·호찌민대가 베트남 북·남부 최고의 대학이란 점에서 당연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귀띔이다. 이런 붐에는 역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영향이 컸다. 한국기업에 취직하면 훨씬 많은 임금을 받는 데다, 양국 교류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어를 할 줄 아는’‘고급인력’이 중요해질 가능성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청년실업이 있는 베트남이지만 한국학과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학과 고학년 학생들 중에는 중국·일본학과를 선택했다 뒤늦게 한국학과로 바꾼 학생들도 많았다. cho1904@seoul.co.kr
  • 한겨레신문 발전기금 盧대통령, 월급 기탁

    노무현 대통령이 한겨레신문의 ‘발전기금 운동’에 한달분 월급을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기자협회보가 29일 보도했다. 공무원 보수표에 따르면 대통령의 기본연봉은 1억 5621만원이고 직급보조비 등을 합한 연봉은 1억 9600만원이어서 한달 평균 월급은 1630만원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이번에 1000만원가량을 기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한겨레신문 창간 주주로 참여했던 노 대통령은 지난주 보좌진을 통해 한달분 월급을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지만 정확한 금액과 기금전달 방법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7일부터 발전기금 200억원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낮은 소리] 차별·협박·폭력속의 레즈비언들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은 우리 사회에서 이중으로 고통을 겪는다.‘동성애자’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아니, 여자가?”라는 편견과 맞물리면서 더욱 냉혹하게 증폭된다. 최근 레즈비언들이 따로 내던 목소리를 하나로 합쳤다. 지난달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인권운동단체 연합체인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가 발족됐다. 앞서 4월에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문을 열였다. 레즈비언들은 “레즈비언 인권운동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말한다. 인권 비하로 고통받는 레즈비언들의 현실을 살펴본다. 레즈비언은 사회적 차별과 편견 외에도 높은 범죄위험에 노출돼 있다. 동성애자 폭로를 빌미로 갖은 협박에 시달리고 성폭행을 당하기까지 한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레즈비언들의 인권은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동성애 폭로 협박에 성폭행까지 4년 전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알게 된 대학생 김민정(가명)씨. 그는 지난해 다른 대학에 다니는 동갑내기와 사귀었고, 같은 과 남자 선배가 이를 알게 됐다. 김씨는 “그 선배가 학생수첩을 내밀며 ‘여기 나와 있는 너희 집에 전화해 네가 동성애자임을 알리겠다.’고 협박했다.”면서 “그 후 1년간 선배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레즈비언상담소’의 전신인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 지난해 4월까지 접수된 상담사례를 보면 레즈비언의 4%가량이 폭력 등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동성애자임을 폭로하는 ‘아웃팅’ 협박이나 물리적 폭력은 레즈비언만 겪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협박의 수단이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기간제 교사 출신 김모(33)씨가 프리랜서 기자를 사칭해 10대 레즈비언들을 찾아낸 뒤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김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여고생은 모두 4명이었다. 이 사건은 피해 여고생이 상담소에 적극적인 도움을 청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상담소에 하소연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담소 관계자는 “동성애자가 아니어도 성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하기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면서 “여기에다 수사 과정에서 원하지 않게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게 두려워 그냥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종된 10대 레즈비언의 인권 레즈비언 가운데 10대의 인권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남학생과 달리 여학생들은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그룹을 지어 다니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쉽게 동성애자임이 드러난다. 이를 두고 학교측은 ‘풍기문란’ 등 이유를 들어 태도 점수를 깎거나 심지어 전학을 보내버리기도 한다. 상담소측은 “2002년 서울 D여고는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한 학생을 강제 전학시켰다.”면서 “하지만 표면상으로는 학생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또 친구들 사이에서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도 학교에서 보호해주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 S여고에서 한 학생이 레즈비언인 친구의 사진을 찍어 전교 학급 게시판에 붙여 아웃팅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지난달 20∼26일 열린 제9회 인권영화제에 국내 최초 레즈비언 인권영화인 ‘이반 검열’을 출품한 이영 감독은 “학교 내에서 레즈비언을 색출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서 “학교에서 10대 레즈비언의 인권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재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하는 한 대학생의 경우 고3 발표 수업시간에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한 뒤 교무실 앞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했다.”면서 “하지만 교사들은 이를 못 본 척하는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영화 ‘이반 검열’은 실제로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레즈비언의 생활을 담은 ‘셀프카메라’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가족의 폭력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레즈비언들은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에도 무력하다. 게이에 비해 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해 가족들의 강압적인 행동을 그대로 참을 수밖에 없다. 동성 애인과 교제하는 사실을 부모에게 발각당한 한 상담자는 “부모님이 애인의 집에 찾아가 협박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다.”면서 “헤어지지 않으면 유학을 보내겠다는 것이 부모님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레즈비언 상담소 김김찬영 소장은 “2002년에는 딸이 동성 애인을 데려오자 애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을 만큼 레즈비언 중 가족한테 감금·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대표 김김찬영 “같은 동성애자인데도 게이보다 레즈비언에 더 큰 거부감을 갖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김김찬영(25)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레즈비언의 위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차별에 더해진 또다른 차별, 그것이 우리나라 레즈비언의 현주소라는 얘기다. “여성과 남성의 동성애자 인권모임끼리 힘을 합치면 분명 각자 활동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하지만 가부장적 문화 때문인지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따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상담소가 문을 연 첫 해인 올해의 중점 사업은 청소년을 상대로 동성애를 제대로 알리는 것. 오는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5개 도시를 찾아가 ‘찾아가는 청소년 동성애 바로알기 강의(가칭)’를 가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청소년의 현실에 적합한 동성애 바로알기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강의 자체만으로도 10대 레즈비언으로부터 대화를 이끌어 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10대 레즈비언 인권 실태도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 상담소에 가입된 회원은 90여명. 이 가운데 활동가는 20명 정도다. 김 대표는 1994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단체인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서 활동하다 상담소가 문을 열면서 대표를 맡게 됐다. “아직은 회원수도 적고 회비로 겨우 꾸려나가지만 그게 어려운 건 아닙니다. 아직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못한 상태인데 남들처럼 취직 준비를 하지 않고 여기서 일한다는 말을 못하는 게 힘들죠.” 본격적인 상담 활동을 시작하고 단체간 연대까지 시작했지만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저희가 마음껏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할 날이 오겠죠. 하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모든 동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여자친구를 좋아하면서 혼란을 겪기 시작했고 2년간 고민 끝에 레즈비언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혼자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담소를 적극 이용해 주기를 당부했다.“분명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섣불리 이성애자다, 동성애자다 판단하지 말고 상담소 문을 두드리세요. 특히 아웃팅을 이용한 범죄의 피해자가 된 경우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랍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동성애’와 ‘이반’ 포털 금칙어서 제외 최근 들어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부에서 감지된다. 아무래도 변화의 수용 폭이 넓은 사이버 공간이 그 출발점이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그동안 금칙어나 성인 키워드로 취급했던 ‘동성애’와 ‘이반’을 일반용어로 분류했다.‘이반(異般·二般)’이란 ‘일반(一般)’의 상대어로 국내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동성애자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지난달 다음, 야후코리아 등 8개 주요 포털에 대해 동성애 관련 단어 분류의 시정을 요구한 결과 이달 14일까지 모두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벅스, 인터넷한겨레, 인터넷세계일보에서는 ‘동성애’가 성인 키워드로 분류돼 주민등록번호 입력 후 성인인증을 해야 관련 자료를 검색할 수 있었다. 네이버, 야후 코리아, 엠파스는 ‘이반’이 성인 키워드에 속해 있었다. 또 다음카페와 엔티카 엔피(파일 공유 사이트) 서비스에서는 ‘이반’이 금칙어로 분류돼 검색 자체가 불가능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동성애나 이반에 대한 사전적 정의 등 일반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성인 키워드에서 제외했다.”면서 “대신 이 키워드로 검색이 되는 성인 관련 콘텐츠는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부분 업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분류가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개별 심의기준에 ‘동성애’가 명시된 것을 삭제하라고 청소년보호위원회에 권고한 바 있다. 청소년보호위는 이를 수용,2004년 4월 시행령을 개정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아토피 퇴치캠페인 협약체결

    아토피 전문병원인 청뇌한의원과 전국 30여명의 임상한의사들로 구성된 청뇌한의원 네트워크(www.ch ungnoi.co.kr),㈜한겨레플러스 초록마을은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어린이 아토피 퇴치를 위한 공동캠페인 ‘안녕, 아토피!’추진에 따른 협약을 체결했다.
  • [책꽂이]

    ●중세 천년의 침묵을 깨는 소리, 단테(R.W.B 루이스 지음, 윤희기 옮김, 푸른숲 펴냄)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단테 평전.‘최후의 중세인이자 최초의 근대인’으로 평가받는 단테의 개인적 삶과 정치활동, 유랑, 문학적 성취 등을 섬세하게 그렸다.1만 4000원.●유럽통합과 프랑스(임문영 등 지음, 푸른길 펴냄) 유럽통합의 제반 분야,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어 교육 등 에서 제기된 공동체적 주요 쟁점에 대해 프랑스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떠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한다.1만 5000원.●북녘 일상의 풍경(리만근 사진, 안해룡 글, 현실문화연구 펴냄) 90년대 이후 10여년간 북한에 머물렀던 사진작가가 북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 103점을 담았다. 감시와 통제를 피해 몰래 촬영한 사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2만 8000원.●곤충 쉽게 찾기(김정환 지음, 진선출판사 펴냄) 우리나라의 산과 들, 물가에서 볼 수 있는 998종의 곤충을 세분화된 픽토그램(개체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을 나타낸 그림)을 이용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한 곤충길라잡이. 야외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3만 3000원.●지식과학사전(스기야마 고조 등 지음, 조영렬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일본 과학기술대학원(JAIST) 교수진 20명이 자연과학에서 인문사회 및 정보과학에 이르는 모든 지식에 대해 64개의 키워드로 설명하고, 새롭게 재창조되는 지식창조의 메커니즘을 제시한다.1만 7800원.●목간과 죽간으로 본 중국 고대 문화사(도미야 이타루 지음, 임병덕 옮김, 사계절 펴냄) 중국과 일본의 100년 연구 성과를 담은 국내 최초의 목간·죽간 개설서.3∼4세기 중국 진나라의 목간에서부터 현재까지 발견된 목간·죽간을 통해 중국 고대사의 수수께끼들을 들여다본다.1만 5000원.●사마천, 애덤스미스의 뺨을 치다(오귀환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애덤스미스보다 1000년 앞서 ‘국부론’을 주장한 사마천, 콜럼버스보다 71년 앞서 아메리카를 발견한 정화 등 시상천외한 삶을 살아간 동서양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1만 2500원.●최초의 현대 화가들(디카시나 슈지 지음 권영주 옮김, 아트북스 펴냄) 현대미술의 개척가로 평가받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르네 마그리트,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 등 12인 예술가들의 대표작들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 감상법을 제시한다.1만 5000원.
  • 신문 미디어면 ‘시늉만’

    신문 미디어면 ‘시늉만’

    ‘침묵의 카르텔 깨기’와 ‘자사이익 대변의 첨병’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신문의 미디어면이 최근 신문의 위기와 맞물려 내용적으로 더욱 부실해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 비평의 기능은 크게 상실한 반면 자기 허물은 가리고 남의 흉을 키우는 구태의연한 보도 행태는 여전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매체간 상호비평에 대한 점검과 향후 발전방안 모색’ 주제의 토론회에서 김은주 방송위원회 보도교양심의위원은 신문의 미디어면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미디어면을 운용하고 있는 신문은 경향·서울·세계·중앙·한겨레 등 5개사. 김 위원은 “최근 서울신문과 세계일보가 미디어면을 신설해 양적으로는 확대된 듯해 보이지만 형식적인 측면에 불과하다.”면서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주 2회 보도하던 지면을 1개면으로, 비정기적으로나마 지면을 유지하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지난 4월과 8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분석 결과를 통해 경향신문은 ‘지역 언론 영향력 조사, 신뢰성 논란/시사주간지 순위 매긴 보도 파문’(6월 7일자) 등 타 신문에 없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띄지만, 보도 비평 관련 내용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격주로 지면을 꾸리는 서울신문은 소재와 내용이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이건희 회장 고대 사태, 학생들 비판 언론사마다 미묘한 차이’(5월10일자) 등 언론 보도 비평을 3차례 게재한 것이 이색적이라고 평했다. 세계일보는 학술과 미디어를 한면에 분할 게재하는 데다 대부분 학술 관련 내용이 머리기사를 차지해 구색맞추기 수준을 넘지 못하고, 매체 비평의 대상도 지나치게 방송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 신문 읽기 운동 펼칠 때’(5월27일자) 등 보수 언론으로서는 드물게 학계와 언론단체의 목소리를 보도했지만 신문·방송을 함께 경영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포털사이트 저널리즘을 부정하는 등 한쪽 입장으로만 몰아가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담당 기자의 잦은 교체와 지면의 축소로 미디어 비평의 열의가 식어 깊이 있는 기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미디어 면을 통해 KBS와 MBC 등 방송사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신문법 등 자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는 지면을 불문하고 다루는 반면, 미디어의 중요 현안은 묻어두는 등 “게임의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특히 조선일보에 대해 “조선·동아 두 신문이 최근 신문법이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을 냈지만, 동아가 헌법소원 제기 후 각각 1개의 기사와 사설을 통해 언급한 데 비해 조선은 3개면(6월10일자)을 털어 특집으로 다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최근 신문 미디어면의 주된 문제점으로 “위성 DMB 등 보도에서 보듯 뉴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부족하고,‘품’이 많이 드는 보도 비평 대신 단순 뉴스만으로 지면을 메우고 있다.”고 진단한 뒤 “기자의 전문성 확보와 경영진·편집진으로부터의 독립을 통한 자사 비판 기능 회복이 신문 미디어면을 통한 매체 상호 비평 기능 발전의 선결 조건”이라고 역설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신문법·언론피해구제법 ‘몸살’

    신문법·언론피해구제법 ‘몸살’

    새달 28일 발효되는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과 언론 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이하 언론피해구제법)이 몸살을 앓고 있다. 동아일보에 이어 지난 9일 조선일보가 신문법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세계일보와 문화일보도 각각 11,16일자 사설에서 신문법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이들 신문의 주장에 발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한나라당이 신문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나서면서 이 문제는 정치권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양상.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번 헌소가 언론개혁에 역행하려는 의도라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내며 역공을 펴고 있다. 특히 언론개혁국민행동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지난 16일 ‘신문법은 합헌’이라는 내용의 긴급 토론회를 연 데 이어 20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신문법의 합헌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세계·문화 등도 문제제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신문법에 대한 헌법소원에 일부 신문에서 공감의 표시하면서 신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세계일보는 11일자 사설을 통해 “신문의 보도 활동에 대한 규제를 포괄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문화일보도 16일자 사설에서 “언론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악법”이라면서 “악법 요소를 전면 폐기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16일 문화관광위원회 간사인 심재철 의원 주도로 6월 임시국회 중에 이들 법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 오는 27일 공청회도 개최하며 여론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박근혜 대표까지 나서서 “개정안을 서둘러 내서 국제적 기준과 자유시장 경제에 맞지 않는 것은 걸러내야 한다.”고 했다. ●헌법소원은 언론개혁에 역행 언론개혁국민행동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신문법 흔들기’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헌법재판소에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언론의 자유를 언론사의 자유나 발행인의 자유로 착각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천 변호사는 신문을 포함한 인쇄매체인 정기간행물에 언론의 공적 책임을 지우는 게 위헌이라는 조선의 논거에 대해 “여론 형성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라면 방송의 경우처럼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맞섰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는 “조선 등은 언론을 탄압하는 정부와 이를 비판하는 야당지의 구도로 여론을 호도하며 신문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이끌어 정치권의 개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특히 친여 매체가 정권과 유착해 졸속으로 만들어낸 것이 이번 신문법이라는 조선 등의 시각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은 “이미 10년 전부터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추진해 왔다.”면서 “하지만 ‘누더기’일 정도로 원래 의미에서 퇴색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참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방향으로 개정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대한의사협회는 의약품 사용기준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물요법을 제공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약품정보원(CDIE)을 최근 설립하고 초대 원장에 신상구 서울대의대 약리학 교수를 임명했다. 신 원장은 의약품정보원의 연구업무를 총괄할 의약품정보사업단장도 겸한다.매출액 세계 3위의 다국적 제약기업인 사노피-아벤티스는 신약 연구개발 및 국제 임상을 전담할 임상연구조직(CRU)을 본사 직속으로 한국에 설립, 운영한다고 최근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가 연구 및 개발 전담조직을 국내에 설립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한양대 류머티스병원 난치성관절염과 유대현 교수가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 류머티스학회에서 ‘루프스 신염 환자의 신장 조직에서 STAT-1과 STAT-3의 발현’이라는 연구 논문으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아토피 전문병원인 청뇌한의원과 전국 30여명의 임상한의사들로 구성된 청뇌한의원 네트워크(www.chungnoi.co.kr),㈜한겨레플러스 초록마을은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어린이 아토피 퇴치를 위한 공동캠페인 ‘안녕, 아토피!’추진에 따른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청뇌한의원 등 참여기관은 아토피 유발 환경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환경 오염과 화학적 식품첨가물, 패스트푸드 등 인스턴트 식품의 위해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 전국 250여 곳의 친환경 유기농매장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캠페인을 추진하기로 했다.한국화이자제약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대한남성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제3회 화이자 해외논문 학술상 수상자로 서울대의대 김수웅·백재승 교수와 전남대의대 박광성·성균관대의대 서주태·중앙대의대 이무열 교수를 선정, 시상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다국적 제약사인 스위스 노바티스 본사가 공동 개최한 제2회 한-스위스 바이오메디칼 심포지엄이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려 항암 분야 기초연구 성과와 토론을 가졌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또 보건복지부와 국내 신약 개발 관련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선진국 글로벌 제약기업의 신약개발에 관한 공개 세미나도 가졌다. 부광약품은 새로운 샴푸형 비듬치료약 ‘부광 더모픽스겔’을 발매한다. 스페인에서 수입한 ‘질산세르타코나졸’을 주성분으로 한 이 제품은 두피비듬의 원인인 효모균을 제거해 비듬을 치료하며 샴푸형으로 1주일에 두번만 사용하면 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문의(02)8288-114.
  • “北, 새달 6자회담 복귀 용의”

    “北, 새달 6자회담 복귀 용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는 7월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6·15 공동선언 5주년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오전 김 국방위원장과 전격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이같이 밝혔다고 이날 저녁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우리는 6자회담을 한번도 포기한 적도, 거부한 적도 없으며 미국이 우리를 업수이 보기 때문에 맞서보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상대방이 우리를 인정·존중하려는 뜻이 확고하다면 7월 중에라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정 장관이 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 문제는 미국과 좀 더 협의해봐야 하겠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유효하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면서 “핵 문제가 해결되면 국제 사찰을 모두 수용해 철저히 검증받을 용의가 있다. 모든 걸 공개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답방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때가 되면 이루어질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으며, 핵을 포기할 경우 남측이 제의할 ‘중대한 제안’에 대해서는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고만 답변했다고 정 장관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은 서해지역에서의 긴장 해소를 위해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를 다음주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키로 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오는 8월15일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고 이때 처음으로 ‘화상(畵像) 상봉’도 실시하자는 정 장관의 제안도 받아들였다. 또 서울에서 열리는 8·15행사에 비중있는 당국 대표단 파견을 약속했으며 남북 공동 어로작업을 위한 수산회담에도 동의했다. 정 장관은 대동강 영빈관에서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30분여에 걸친 김 위원장과의 단독 면담과 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북핵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문서 형태의 친서는 없지만, 정 장관은 특사자격으로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획기적인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등 몇가지 내용을 담은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평양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 가운데 1시간30분은 북핵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나눴으며 나머지 1시간은 정치·경제·군사분야 현안과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했다고 정 장관이 밝혔다. 이어 3시50분까지 2시간20분동안은 임동원·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과 김보현 전 국정원 3차장, 최학래 한겨레신문 고문 등과 함께 오찬을 했다. 한편 평양 6.15 통일축전에 참가한 여야 4당 대표단은 16일 통일축전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린 정당·정치분과모임 등을 통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표단과 남북 국회-정당간 교류·협력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평양 공동취재단·서울 이지운 구혜영기자 jj@seoul.co.kr
  • [부고]

    ●박정인(자영업)정한(YTN 방송위원·전 연합뉴스 부장대우)병우(자영업)씨 모친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410-6911●남중우(건축업·전 중앙고 교사)씨 모친상 고광직(전 한국경제신문 출판국장)씨 빙모상 16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921-3299●박종규(변호사)씨 모친상 김명섭(금호기획 대표)씨 빙모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010-2268●황상일(전 감사원 기술실장)씨 상배 은주(자영업)지현(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씨 모친상 원용수(전 가파치 해외사업부장)씨 빙모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410-6918●박광주(삼성증권 수지지점장)씨 부친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410-6920,6990●문기성(대양의원 원장·Moon´s clinic 원장)씨 별세 장호(멕시코 거주·의사)장영(부천대 교수)장혁(재미 사업)씨 부친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 (02)3010-2254●이두영(전 종로고려서점 대표)씨 별세 의필(사업)씨 부친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010-2237●손석기(SBS 아나운서팀 부국장)석춘(한겨레신문 논설위원)씨 부친상 이용상(사업)씨 빙부상 1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590-2660●송무호(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중부지사장)씨 모친상 영남(목원대 노조 사무국장)씨 조모상 16일 대전 건양대학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11-406-9190●조성민(복스넷 대표)성준(그린웍스 〃)씨 모친상 안이철(한국토지공사 차장)씨 빙모상 16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31)787-1505●김광식(KBS 씨름해설위원)씨 별세 16일 청주 참사랑병원, 발인 19일 오전 9시 (043)298-9200
  • 서울신문 “국고지원 요청 안했다”

    서울신문,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문화일보 등 6개 신문사가 오는 2008년까지 신문유통원(신문 공동 배달기구)에 1600억원대의 국고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 서울신문은 13일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7월말 발효되는 신문법에 따라 설립될 신문유통원의 효과적인 기능에 필요한 의견을 전달한 것일 뿐 정부에 대해 어떠한 보조금을 요청한 적도, 요청할 의사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문유통원은 조선 중앙 동아 등 모든 신문에 문호가 개방돼 있다.”며 “신문유통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밝힌 것을 마치 정부에 부당한 요구를 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왜곡”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문유통원 설립추진과 관련해 문화관광부는 “신문유통원 지원 방침은 있으나 구체적인 항목과 규모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의 협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7월28일 발효될 신문법 37조는 신문유통원을 두고 ▲공동배달▲잡지 및 기타 간행물의 배달▲수송 대행▲그밖에 설립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소요 경비를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정혜상(전 한국부인회 이사)씨 별세 박혁(이일콜렉션 대표)찬(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씨 모친상 백우영(삼성언론재단 연구위원)김병순(자유총연맹 경기도지회장)김동욱(심천학원 이사장)신달식(루나 대표)씨 빙모상 10일 서울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 (02)2072-2011 ●황석규(전 흥덕중 교장)씨 별세 영만(생명보험협회 전무)건(미국 거주)성호(사업)씨 부친상 문무정(사업)송광용(전 주택공사 부장)김철중(전주고 교사)김영근(국세청 소득세과장)씨 빙부상 11일 전북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63)250-2451 ●임학규(백금정보통신 대표)현정(금융감독원 조사역)씨 부친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2)3410-6914,6923 ●소찬영(정읍고 교사)희영(한백건설 회장)국영(두영건설중기 대표)현숙(중국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연구원)씨 모친상 김인수(경향신문 편집부 차장)씨 빙모상 12일 전북 전주 대송장례식장, 발인 14일 오전 9시30분 (063)274-0763 ●김영민(디지털타임스 경제과학부장)씨 빙부상 12일 부산 사직동 광혜병원, 발인 14일 오전 10시30분 (051)507-4774 ●최범수(한국개인신용 부사장)씨 빙부상 10일 경주 동국대부속병원, 발인 13일 오전 9시 (054)776-9411 ●임도수(안산상공회의소 회장)진수(태형산업 사장)동수(보림아이피 〃)주수(신형전기 〃)연수(한국전력 연기지점 직원)천수(보성파워텍 상무이사)씨 모친상 오경선(세화오일센타)김동기(해동금속 사장)씨 빙모상 임재황(보성파워텍 부사장)씨 조모상 11일 충남 연기장례식장, 발인 13일 오후 1시 (041)866-4412 ●여영동(대구신문 전무이사)석동(전 고령군청 민원과장)일동(자영업)창동(진솔엔지니어링 건축부장)씨 부친상 박한규(전 영신고 교사)이희창(전 담배인삼공사)장재환(서광전기 대표)씨 빙부상 12일 대구의료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53)551-0389 ●류용진(탤런트)씨 빙부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2)3410-6912 ●박병윤(코스콤 인프라상품기획실 과장)씨 조부상 12일 전북 무주장례식장, 발인 14일 오전 10시 (063)324-0099 ●이인원(전 제일탄소 부사장)씨 별세 재우(TOTAL 이사)상우(재미 사업)씨 부친상 김헌성(삼성전자 상무)조철희(한국IBM 실장)씨 빙부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 (02)3410-6915 ●곽영석(신우콤 대표)재호(부선유리공업 〃)영걸(중앙경찰학교 교관)씨 모친상 박영달(클루 대표)씨 빙모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410-6916 ●김시규(한국방송공사 예능국 PD)씨 부친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30분 (02)3410-6905 ●손성호(삼양교통 기획실장)경애(대연출판 주간)씨 부친상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곽노필(한겨레신문 국제부장)씨 빙부상 12일 한양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5시 (02)2290-9459 ●구성원(전 장수군 부군수)수원(KBS 편성운영팀장)씨 모친상 인호(LG CNS 선임컨설턴트)씨 조모상 12일 전주 예수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63)288-4360 ●손경한(법무법인 아람 대표변호사)씨 모친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9시 (02)3410-6903
  • 카스테라/박민규 글

    노랗게 물들인 펑크풍 헤어스타일, 얼굴 절반을 가리는 우스꽝스러운 안경, 피에로가 그려진 앙증맞은 초록색 시계. 소설집 ‘카스테라’(문학동네 펴냄) 출간에 즈음해 대면한 소설가 박민규(37)의 외양은 감각적인 그의 문체만큼이나 튀었다. 그래서 내심 기대했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소설속 주인공처럼 그가 쏟아놓을 기발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추측은 빗나갔다. 달변은 고사하고, 가벼운 농담 한마디 듣지 못했다.‘도대체 소설에 등장하는 그 포복절도할 유머감각은 다 어디 간거야.’ 투덜거릴 찰나 그가 웃긴다. 그것도 하나도 웃기지 않은, 어쩌면 슬플 수도 있는 이야기로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킨다. 이를테면 이런 경험담. “고교시절 내신성적이 바닥이었다. 담임이 반평균 떨어트린다며 다른 반으로 옮기라고 6개월 동안 괴롭혔다. 칭찬받은 기억이 없어서 누가 칭찬하면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2003년 장편소설 ‘지구영웅전설’(문학동네 작가상)과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한겨레문학상)으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 박민규. 평론가와 독자들은 어느날 난데없이 등장한 그에게 ‘B급 영화의 상상력’‘감각적인 문체’라는 꼬리표를 붙여주며 환호를 보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다니고도 ‘내 평생 소설 쓸 줄은 생각못했다.’는 그는 해운회사 영업사원, 문예지 프리랜서 등 여러 곳의 직장을 전전하다 갑자기 소설이 쓰고 싶어 사표를 냈다. “장편을 먼저 쓴 건 뭘 몰라서였다. 나중에 선배를 만났는데 소설은 단편부터 쓰는 거라고 하더라. 아차 싶었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단편을 썼다. 한 30편 쓰고 나니 어느 정도 만회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카스테라’는 이중 10편을 골라 묶은 첫 소설집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지미 헨드릭스의 데뷔앨범 수록곡 숫자와 일부러 맞췄다. 엄청난 소음을 내뿜는 냉장고를 등장시킨 표제작과 지하철 푸시맨을 주인공으로 한 ‘그렇습니까?기린입니다’, 고시원에서의 체험을 그린 ‘갑을고시원 체류기’ 등은 작가 특유의 한없이 가벼운 상상력과, 밑바닥 삶에 탄탄하게 뿌리내린 현실감각을 동시에 보여준다. 단편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지난해 도서출판 작가가 소설가와 문학평론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좋은 소설’로 선정됐다. 그러나 주변의 호들갑에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뽑히면 뽑히는 거고, 아니면 아닌거고…. 그런 것들은 글쓰기와 아무 상관없다. 상금은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 새로운 글을 쓰는 데 탄환이 될 뿐이다.” “밥 먹고 글만 쓰기 때문에 다작은 당연하다.”는 그는 “소설을 왜 쓰는지 아직 잘 모르지만 앞으로 어떤 얘기라도 소설로 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 seoul.co.kr
  • ‘이상경 재판관’ 보도 형평성 논란

    최근 가장 관심을 끌었던 보도 중 두 가지가 이상경 전 헌법재판관의 탈세 의혹과 태영의 킨텍스 관련 의혹 보도였다. 이 전 재판관 사건은 때때로 ‘가혹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뤄졌던 우리 언론의 고위공직자의 재산형성 의혹 보도 태도와의 비교관점에서, 태영 보도는 SBS의 모기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우선 이 전 재판관 사건은 그 의미가 제법 깊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사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항상 대법원에 밀린다는 인상을 줘왔다. 무슨 국가행사든지 대법원장은 대통령·국회의장과 함께 ‘3부 수뇌부’로 일컬어졌지만 헌재소장은 낄 자리가 모호해서 의전 실무자들이 속앓이를 하곤 했다. 그러던 게 지난해 대통령 탄핵사건과 행정수도 이전 사건을 다루면서 헌재는 숨겨져 왔던 폭발적인 힘을 과시했다. 이런 조직의 고위 관계자가 탈세 연루 의혹을 받고, 그것도 헌재 출범 이래 첫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25일 KBS가 처음 보도한 이 사건은 그 다음날부터 다른 언론에도 잇달아 보도됐다. 하지만 보도 태도는 달랐다. 조선·중앙·동아 등 일부 일간지들은 사실 전달 수준에서 간략하게 기사를 내보냈다.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26일자 보도와 이 전 재판관이 용퇴했다는 3일자 기사만 보인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은 1면과 사회면 머리기사로 이 문제를 크게 전달했다. 태영 관련 보도는 일산에 지어진 전시장 킨텍스와 관련이 있다. 태영은 킨텍스 관련 공사를 맡으면서 공사에 들인 흙을 가공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남겼다는 의혹 때문에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보도가 지난 1일 SBS에서 전파를 타면서 태영 관련 부분은 제외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SBS는 2일에는 속보 형식으로 태영 관련 소식까지 전했다. 반면 KBS와 MBC, 조선일보는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처리해 관심을 끌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방송 관련 사업에 관심 있는 대기업들이 이 사건 보도를 유심히 지켜 보고 있다는 점. 한 관계자는 “사기업이 방송을 소유하니 제대로 보도를 못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되면 방송 사업에 관심 있는 우리로서는 입장이 곤란해진다.”고 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옴부즈맨칼럼] 청년실업과 미디어의 역할/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청년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의 좌절과 사회적 단절은 공동체 문화의 피폐이며 국가 허브의 흔들림을 의미한다. 조국의 미래인 그들, 전국 대학생의 거의 절반인 56만 9000명이 휴학 중에 있다. 학기가 끝나면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6.7%였던 청년실업률은 8.6%로 뛰어올랐다. 지난 4월 한 대학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대학생의 51.4%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같은 달 한강에서 자살한 한 휴학생의 유서에는 취직 고민이 배어 있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위험 수위를 알리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와 조정과 통합의 공공저널리즘으로 사회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10개 종합일간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 1년간(2004년 6월4일∼2005년 6월4일) ‘취업’관련 보도는 총 978건이었다. 이 중 ‘대학생 취업’관련 보도는 590건이었다. 심각성에 비해 매우 적은 보도였다. 매체별로 보면 서울신문,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국민이 60건 이상, 나머지 신문은 48∼54건이었다. 이들 보도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청년실업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설정)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이 대학내부의 경쟁력, 새로운 취업 백태와 풍속도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학생활 ‘취업을 위한 조건갖추기’로 변질” “순수 인문학 갈수록 도태” “졸업연기 ‘둥지족’는다” “고시촌 젊은이들 한탕에 물드는 모습 아쉬워” “대학생 87%, 현재 다니는 대학 불만”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닙니다” “자기계발 하는 대학생 11.3%에 불과” 등 본질을 도외시한 부정적 접근의 기사도 적지 않았다. 반면에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경우도 있었다.“대학이 변해야 나라가 산다” “정부, 취업난 해결에 힘쓰길” “‘주먹구구’ 청년실업대책” “실업률 4년 만에 최고…절반이 청년실업” “‘백수’ 천지에 실업률은 3.5%?”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40개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분석” 같은 기사는 청년실업의 문제를 직접 찾아나서는 탐사보도의 모델을 보여줬다. 서울신문의 “‘25세 캔디소녀 서승주씨의 인생개척기’(2004년 11월20일),“구직 여성들 이색·틈새직업 노려라-미술심리치료사·마술사·헤리티지공예…”(2004년 11월24일),“천안 목천 여대생 100명 ‘취업전략 캠프’ 힘찬 함성”(2004년 8월28일) 등은 청년실업 극복기와 실질적인 취업정보를 전하는 공공저널리즘의 전형이었다. 이와 함께 “여름방학 잡으면 취업이 보인다”(2004년 6월14일)“취업난, 온라인 창업으로 극복”(2004년 7월14일) “중소기업 그곳에도 길이 있다”(2004년 9월23일) “여름방학 인턴·연수로 취업 터닦기”(2005년 5월9일) “대학생에 대한 편견 버리기를”(2005년 5월20일) “청년창업 성공의 기초는 자신감”(2005년 1월26자) “공모전’은 취업 지름길”(2005년 5월4일) 등의 기사도 미디어의 사회적 책무를 다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구호보다 구체적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60여개에 이르는 정부 부처와 위원회, 그 산하기관 그리고 유관기관과 단체가 업무특성에 맞는 범위 안에서 월, 연 단위 일자리 창출 목표를 세워 그 수치를 체크하며 국민의 지팡이 역할을 다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문제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취업부분, 산자부는 산업분야, 문화부는 문화예술인 자녀를 대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나간다면 그 효과는 만만찮을 것이다. 각 자치단체도 실업률 낮추기 계획을 세워 동참하고 각 정당의 정치공약 공모전과 모니터단 확대는 물론 한국학술진흥재단, 한국언론재단, 한국문예진흥원 등이 대학·대학생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해 집중 지원하는 묘안을 짜낸다면, 한 방울이 강물이 되고 바다를 이룰 것이다. 이런 일은 미디어가 그 방향타와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지면에 사회와 사회를 잇는 별도 섹션을 마련하여 프로모션은 물론 국내외 취업 타개관련 탐사보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배고픈 자의 희망은 빵이다. 지금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은 가능성에 대한 정열”이라는 사실을 실감시켜 주는 일이다. 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 독도관광 잠정 중단

    독도 보호 및 관광객 질서 유지를 위해 독도 입도가 당분간 중단된다. 1일 울릉군에 따르면 독도를 운항하는 ㈜독도관광해운 삼봉호(정원 210명)와 ㈜대아고속해운 한겨레호(445명) 등 2척에 대해 독도 입도 인원제한 기준을 이행하겠다는 준법서와 선주의 이행각서를 제출토록 한 데 이어, 질서 유지 판단이 있을 때까지 독도 입도를 중단한다는 공문을 지난달 31일 여객선사에 통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24일 정부는 독도 개방정책에 따라 독도(동도) 입도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고 하루 입도 인원을 140명(1회 70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여객선사들은 지난달 29∼31일 등 3일 동안 신고 및 제한인원을 무시하고 하선시키는 사례가 발생했다. 삼봉호의 경우 지난달 29일 입도 인원만 하선시키려 했으나 승객들의 강력한 항의와 무차별 하선을 제지하지 못해 승선인원 199명이 모두 하선했다.30일 한겨레호는 365명을 승선시켜 승선인원 대부분이 내렸다.31일에도 삼봉호 승선인원 157명, 한겨레호 294명이 각각 입도했다. 울릉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공직자윤리위원 지영선씨 위촉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신임위원에 지영선(56)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을 위촉했다. 지 신임위원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와 같은 대학원 독문학과를 나와 중앙일보, 한국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관훈클럽 감사 등을 역임했다. 또 현재 한국프레스클럽 운영위원과 남북어린이 어깨동무 이사, 대통령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는 대통령이 위촉하는 위촉위원(위원장 포함) 5명과 정부부처 차관급 임명위원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위촉위원은 임기 2년에 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클릭 이슈] ‘사이언스誌 엠바고’ 파기 파장

    [클릭 이슈] ‘사이언스誌 엠바고’ 파기 파장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성과와 관련, 국내 일부 언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엠바고(Embargo·보도시점유예)를 깨 논란이 되고 있다. 엠바고를 요청했던 ‘사이언스’는 해당 언론사 기자들을 회원에서 제명하는 등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엠바고는 안전장치이자 신사협정 일반적으로 사이언스 등 국제학술지는 논문이 해당 저널에 소개되기 전까지 타 언론사에 엠바고를 요청한다. 이는 논문의 정확성과 가치를 심사·평가하는 데 길게는 1년 정도 걸리고, 심사 중 언론을 통해 공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오해나 파장을 우려해서다. 이 때문에 국제학술지는 논문을 제출한 연구자들에게 엠바고 준수 서약을 받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논문 게재 취소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내용도 알리고 있다. 다만 각 언론사에는 논문의 내용이 전문적인 만큼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논문 발표 3∼4일 전 관련자료를 미리 배포한다. 엠바고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안전장치이자 언론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사협정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황 교수팀은 인간 체세포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됐다. 당시 중앙일보는 사이언스가 요청한 엠바고 시점보다 하루 앞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결국 사이언스측은 중앙일보와 해당 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황 교수,“엠바고 깨지면 한국 언론과 전쟁” 황 교수는 지난 14일 미국으로 떠나면서 “미국측 공동연구자와 연구성과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 연구성과와는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16일 오후 6시쯤 전세계 회원 기자들에게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와 발표일정 등을 공개했으며 엠바고 시점을 20일 오전 3시로 못박았다. 이에 황 교수는 “엠바고가 깨질 가능성 때문에 보도자료 이외의 어떤 설명도 해줄 수 없다.”면서 “엠바고 이전에 기사가 나가면 해당 언론사는 (나와)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AP나 연합뉴스 같은 통신사는 기사 첫머리에 엠바고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엠바고 시점 12시간 전인 19일 오후 3시 전후 기사를 미리 각 언론사에 제공할 수 있지만, 연합뉴스는 황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후 9시30분쯤 기사를 공개했다. ●사이언스,“엠바고 파기 언론사 제명” 그래도 엠바고는 또 깨졌다. 한겨레신문(한글기사)이 엠바고 시점보다 6시간가량 빠른 19일 오후 8시58분에, 중앙일보(영문판 중앙데일리)는 오후 11시20분, 동아일보(영문기사)는 오후 11시36분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사를 내보냈다. 사이언스측은 21일 황 교수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22일 사이언스는 엠바고 파기가 해당 신문사의 책임이라는 판단에 따라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연구팀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대신 해당 신문사는 회원 제명 및 접근 금지 등 중징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바고 파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해당 언론사들은 ‘단순한 실수’라며 해명에 나섰다. 황 교수는 “사이언스가 특정 국가의 기자들에 대해 접근을 막은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밝혔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고건 현상’ 고건 때문이 아니다/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고건 전 총리는 모든 종류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1순위로 꼽힌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그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는 26.2%로,2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16.6%)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기존 정당들 사이에서도 그의 인기는 높다. 중부권 신당이나 민주당에서 그와 선을 대려 하고 있으며, 최근 박근혜 대표까지 그를 영입할 수도 있다고 나섰다. 열린우리당의 한쪽에서도 ‘작업 중’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그는 이달 초 이른바 싸이월드에 입성했다.‘레츠 고’. 그의 홈피 주소다. 그가 가고 싶어하는 곳이 어디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홈피를 방문하는 젊은이들의 수도 적지 않다.‘고사모’ 활동도 활발해졌다. 언론은 그가 몇명의 대학생들과 맥주 한잔 마시는 것도 빼놓지 않고 보도한다. 고건에 대한 기존 정당들의 러브콜이나 대중적 인기는 그의 장점을 말해주는 걸까. 오히려 단점을 드러내주는 지표는 아닐까. 분명한 것은 기존 보수정치의 실패가 고건에 대한 기대로, 러브콜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고건 현상’은 고건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여야 거대 보수정당이 국민의 신망을 받는 후보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반사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언론은 ‘고건 현상’의 역사적·구조적 배경보다는 고건 개인의 장점 또는 특성을 분석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안정성·중도성향 높은 점수’(한겨레신문 5월17일자)라는 식의 제목뽑기가 그것이다. 고건이 후보로 될까 안 될까, 후보가 되면 이길까 질까, 이런 게 언론의 관심이다. 물론 정치인들끼리의 ‘대선 게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거기서 그친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는 어떤 정치적 이념 또는 노선을 가진 사람인가. 그는 색깔을 가지고 있기나 한 사람인가. 민주노동당을 빼놓고 모든 정당이 선을 대려고 하는 것도 그의 무색성(無色性)과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 물론 기존 정당들도 피차간에 별로 다를 바 없는 보수 정당들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박세일 사단이 만들어내고 한나라당이 공식 채택한 ‘공동체 자유주의’-박근혜 대표는 4·30 재보선 직후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를 다시 강조한 바 있다-와 열린우리당이 말하는 ‘중도개혁’은 언술 수준뿐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거의 같은 얘기다. 군사쿠데타가 난 1961년 고시에 합격한 그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노무현 정권 때까지 공직 생활을 해왔다.“2007년 이후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는 대통령의 상이 ‘행정 달인’, 다시 말하면 행정실무가형이 돼선 안 된다. 역대 정권을 겪으면서 요직을 거친 것은 그가 정치철학이 없는 실무 스타일의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한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정당이 만들어지고 깨지는 과정 가운데 단 한차례도 이념과 정책의 차이나 동질성이 그 요인으로 작용된 적은 없다. 선거 승리는 지역 방정식이라는 공학 정치의 결과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따라서 기존 보수정당들이 싸움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정책이나 이념, 비전과는 전혀 관계없이 어떤 후보하고라도 손잡을 수 있다고 덤벼드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정책·이념적으로 ‘미분화’한 원시적인 지역정당 체제가 만들어낸 ‘웃기는 비극’이다. “3김정치 이후 공황 상태에 직면한 보수 정치권이 차세대 지도자를 키워내지 못한 결과가 고건 인기의 배경이다.(대선이 후보나 정당의)정책·이념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이기기 위한 게임에 불과하다. 국민만 불쌍하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말이다. 보수 정당에 대한 비판은 말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적 정치의 실천을 통해 진정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런 비극적 정치가 지속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는 민주노동당의 책임도 의석수 이상만큼 있다. 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②-구인회 3代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②-구인회 3代 경영

    지난달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출장길에 오른 구본무(60) LG 회장을 수행한 사람은 차장급 직원 한명뿐이었다. 계열사 사장들과 같이 가는 출장이 아니면 수행은 늘 직원 한명이 담당한다. 공항으로 임원들이 배웅이나 마중을 나오는 것도 금지한다. 구 회장은 지난 12일 LG 계열사 사장단 20여명과 함께 국내사업장 ‘혁신투어’를 나서면서 자신의 차량인 ‘벤츠S600’을 놔 두고 대형 관광버스 2대를 빌렸다. 사업장간 이동중에도 사장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지난 2003년에도 구 회장은 버스로 2박3일간 전국의 사업장을 누볐다. 이처럼 ‘격식’을 따지기보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구 회장을 두고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평이 따라다닌다. 사람좋아 보이는 눈웃음 등 구 회장의 외모도 이같은 이미지 구축에 한몫했다. ●몸에 밴 검소한 생활 구 회장의 소탈한 모습은 아버지 구자경(80) 명예회장이나 할아버지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구인회 회장은 창업초기인 40년대 후반 부산 서대신동 시절 활동하기 편하다며 미군 파카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외출할 때를 제외하곤 공장내에서 늘 입고다녀 소매가 닳고 기름때가 반지르르 묻은 옷이었다. 구 회장은 또 비싼 담배와 싼 담배를 같이 갖고 다니면서 손님에게는 좋은 담배를 권하고 자신은 값싼 담배를 피웠다.“돈이란 벌 때 아껴야 하는 법”이라는 지론이다. 사돈이자 동업자인 고 허준구 회장도 당시 판매와 구매일을 맡으면서 수금하러 거래처를 다닐 때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찰떡궁합’인 셈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사업장이나 계열사 사무실을 즐겨 찾았는데 어떤 때는 사전통보없이 불쑥 고객서비스센터 등 현장을 방문해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럭키증권(현 우리투자증권) 객장을 방문했을 때는 고객들이 좁은 객장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데 반해 임원실이 한 부서보다 큰 것을 보고 “무슨 임원방이 내 방보다 커요?”라며 질책을 했다고 한다. 이같은 소탈한 이미지 때문인지 LG의 회장들은 삼성이나 현대에 비해 강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발표한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인 순위에서도 구본무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은 물론 현대차 정몽구 회장보다 순위가 낮았다. 재계에서 LG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대차그룹보다 낮지 않은데도 그룹총수의 영향력은 현대차가 높게 나온 것이다. LG관계자는 구 회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는 허씨와의 동거기간이었고 2년전까지만 해도 삼촌뻘 되는 집안어른들이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었다. 또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국제통화기금(IMF) 직격탄을 맞았고 99년에는 반도체 빅딜로 주력사업을 빼앗기는 고초를 겪었다. 사실 구 회장의 총수로서의 경영능력은 올해부터 검증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LG의 상징, 인화(人和) 구인회 창업회장은 포목상, 청과·어물전, 운수업 등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뒤 47년 럭키크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인생을 걸었다.6형제의 장남(4명의 여자형제도 있었으나 일찍 사망함)이자 6남4녀의 아버지가 하는 사업을 돕기 위해 초기 가족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영도 대부분 가족이나 사돈(허씨)들이 도맡아 했다.47년 락희화학 설립당시 생산담당이었던 김준환씨를 제외하면 구 회장, 부사장 고 구정회(둘째 동생)씨, 영업담당 허준구(첫째 동생 철회씨 사위)씨 등으로 사실상 ‘가족기업’이었다. 이후에도 아래로 다섯 동생과 여섯 아들, 조카, 허씨들이 대거 경영에 참여했는데 LG의 ‘인화정신’은 이같은 독특한 가족사와 무관치 않다. 친인척들을 잘 다독여 가며 경영을 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경영이념으로 발전시킨 것이 인화다. 창업회장부터 내려온 인화정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과 함께 했던 방송사업. 구인회 회장은 60년대 초반 사돈인 고 이병철 삼성회장으로부터 방송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받고 50대 50 합작으로 64년 ‘라디오서울’과 ‘동양TV’를 설립했다. 하지만 방송사 경영이 시원치 않은 와중에 두 그룹에서 파견된 임직원간 알력이 심해졌고 결국 TV는 LG가 라디오는 삼성이 맡아서 하기로 잠정 합의를 봤다. 이후에도 TV와 라디오 사업의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구 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 회장을 만나 TV사업까지 삼성에 넘기기로 결정한다.LG내부에서는 불만이 많았지만 구 회장은 사돈간의 ‘불화’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80년대에는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했다가 사돈과의 정리를 생각해 포기했다. 당시 기획조정실에서는 21세기 물류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택배사업을 유망한 신규 사업으로 선정, 일본의 택배사업을 벤치마킹하고 계획을 수립했지만 사돈인 한진그룹에서 택배(한진택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자경 회장이 사업중단을 지시했다.LG와 한진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자학(75) 아워홈 회장의 2녀 명진(41)씨가 한진그룹 고 조중훈 회장의 4남 조정호(47)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하면서 사돈으로 맺어졌다. ●창업주의 사람들 구인회 창업회장은 할아버지 밑에서 한학을 배우다 열네살때인 1921년에야 지수보통학교 2학년에 편입한다.24년에는 서울로 상경, 중앙고등보통학교를 다녔지만 19세때인 26년 처가에서 보내주던 학비가 끊기고 본인의 뜻도 있어 낙향, 사업의 꿈을 키운다. 구 회장은 사업을 키워가면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했고 동생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한 뒤 형의 사업을 성심성의껏 도왔다. 한때 구씨, 허씨 일가가 너무 많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구씨, 허씨들 가운데는 경영능력을 갖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창업회장의 동생들은 초창기 외국원서를 번역해 기계 작동법을 알아내고 수출, 기술도입 등 형이 할 수 없는 해외업무를 도맡아 했다. 첫째 동생 고 구철회씨는 형과 함께 첫 사업인 포목상 ‘구인회상점’을 세웠고 둘째 고 구정회씨는 동경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고 평안남도청 토목과에 잠시 근무하다 형의 사업을 도왔다. 구태회(82) LS전선 명예회장은 일본 후쿠오카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마쳤다. 그는 경영보다는 정치권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4대 민의원과 6,7,8,9,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구평회(79) E1 명예회장은 진주고보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마치고 51년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했다.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진주고보와 고려대 상대,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일은행에서 잠시 일하다 63년 금성사 상무로 입사했다. ‘골프멤버’였던 사돈인 이보형 제일은행장·홍재선 전경련 회장·경방 김용완 회장, 효성 조홍제 회장 등도 구인회 회장과 교우가 깊었다. ●제2의 창업주 구자경 명예회장 구자경 LG명예회장은 삼촌인 구평회 명예회장과 진주고보에 같이 입학한 뒤 진주사범을 마치고 고향인 지수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50년까지 부산사범대 부속국민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는데 제자들 중에는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권근술 전 한겨레신문 사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부인인 한인옥씨 등이 있다. 구 명예회장은 한씨에 대해 “얼굴도 예쁜데다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신 전 부의장은 모 TV프로그램에 출연해 구 명예회장에게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구 명예회장은 50년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했지만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같이 먹고 자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구인회 회장은 생전에 왜 장남을 그토록 고생시키느냐는 질문에 “대장장이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데도 담금질을 되풀이해 무쇠를 단련한다. 내 아들이 귀하니까 저렇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덕분에 그는 현장에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69년 12월31일 구인회 회장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뜬 직후인 1970년 1월6일 열린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은 본인의 경영 퇴진과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의 회장 추대를 제안했고 이는 우레와 같은 박수로 통과됐다. 구 회장 취임 이후 1년간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준 사람은 삼촌인 고 구정회 사장이었다. 조카를 ‘보필’하는 삼촌은 LG가의 저력을 잘 말해준다. 구자경 신임회장은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인화단결과 상호협조를 통해 그룹의 부드러운 기업풍토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급속한 확대보다는 내실있는 안정적인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락희화학, 금성사 등 11개 계열사를 갖고 시작한 구자경 회장은 95년 2월 이임할 때까지 LG를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취임 첫 해인 70년 520억원에 불과하던 그룹매출은 94년 30조원을 넘어섰고 수출은 3100만달러에서 147억달러로 474배나 늘어났다. ●늘 꿈이었던 농사일에 매진 구 명예회장은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주면서 “앞으로 여의도 본사에는 일주일에 한번만 출근할 것이다. 모든 경영은 신임 회장에게 맡긴다.”고 약속했다. 구태회·평회·두회씨 등 창업주 형제들과 허준구·허신구 회장도 고문으로 물러났다. 충남 천안의 ‘천안연암대학’으로 내려간 구 명예회장은 버섯재배 등에 심혈을 기울이며 10년전 약속을 지키고 있다. 주중에는 천안에 머물다 주말에는 서울 성북동 집으로 올라오는데 매주 월요일에만 트윈타워로 출근한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 집무실인 30층 대신 32층으로 직행, 본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복지재단·문화재단 업무만 보고 오후에는 천안으로 내려간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구 회장 얼굴을 보지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 분재, 장미재배를 거쳐 버섯재배로 이어진 구 명예회장의 왕성한 취미활동은 요즘 된장, 생면, 만두 등 유기농 먹을거리로 확대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선친이 두산, 경방그룹 회장과 함께 1956년 서울컨트리클럽에서 발족한 ‘단오회’와 진주중 15회 동창회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있으며 능성구씨 대종회장을 맡고 있다. 단오회에는 김각중 경방 회장, 김상홍 삼양사 명예회장, 선친을 치료했던 이동렬 박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진주중 동창인 고 이규호 전 문교부 장관도 생전에 절친한 사이였다. 고 정주영 회장도 전경련 회장단 활동 등을 통해 남다른 친분을 쌓았다. ●20년 경영수업 받은 ‘구병장’ 구본무 회장은 연세대 상학과에 다니다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재벌 총수 가운데 현역 출신은 쉽게 보기 어렵다. 보병으로 만기 제대후에는 미국 애슐랜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구 회장은 30세때인 75년 럭키(현 LG화학)의 심사과(사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부서로 사업전반을 이해할 수 있음) 과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심사과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구 회장의 ‘핵심참모’인 강유식(57) ㈜LG 부회장이다. 강 부회장은 청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2년 럭키에 입사했다.97년 회장실(구조조정본부)로 소속을 옮겼고 99년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룹 구조조정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진두지휘했다. 구 회장은 아버지처럼 ‘험한’ 고생은 하지 않았지만 81년에야 금성사 이사로 승진할 정도로 차곡차곡 경영수업을 받았다. 럭키 심사과장, 수출관리부장, 유지사업본부장을 거쳐 80년 금성사(현 LG전자)로 옮겨 기획심사본부장을 맡았고 83∼84년에는 도쿄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입사 10년만인 85년에야 기획조정실 전무로 그룹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95년 회장 취임사에서 ‘초우량 LG’를 약속했던 구 회장은 인터넷, 홈쇼핑, 이동통신, 통신 등에 잇따라 진출하며 사세를 넓혀갔고 필립스와 합작으로 LCD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빅딜’과 ‘LG카드 사태’로 반도체, 금융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1등LG를 이끄는 사람들 지금까지 LG그룹을 상징해 온 ‘인화’는 구본무 회장 대에 이르러 사실상 ‘일등주의’로 바뀌었다.LG는 그동안 ‘인화정신’이 결코 ‘온정주의’가 아니라고 항변해 왔지만 삼성그룹에 비해 LG그룹의 분위기가 다소 느슨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요즘 LG가 거의 매일 쏟아내는 ‘강한 승부욕’,‘독종정신’,‘다이내믹’ 등은 LG가 온건하고 점잖은 반면 보수적이고 느린 조직에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구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를 김쌍수(60)부회장에게 맡긴 것도 생활가전사업을 1등으로 만든 그의 ‘뚝심’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부진을 면치 못하던 휴대전화 사업을 ‘비전문가’인 박문화(55) 사장에게 맡겨 새로운 도약을 주문했다. 오디오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박 사장은 LG의 ‘광스토리지’ 사업을 7년 연속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LG에서 독립한 다른 친척이나 형제와 달리 주력사인 LG필립스LCD 부회장을 맡고 있는 둘째동생 구본준(54) 부회장 역시 1등에 대한 집념이 남다르다. 경복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온 구 부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미국 AT&T를 거쳐 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했다. 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빼앗기다시피 넘겨주는 것을 눈으로 지켜본 뒤 99년부터 LG필립스LCD 대표를 맡아 세계적인 LCD업체로 키워왔다. ●숨어있던 승부사기질 발휘되나 소탈하고 인자해 보이는 구 회장의 이면에는 무서울 정도의 집념과 승부욕이 도사리고 있다는 평이다. 구 회장의 집념은 그가 하늘을 나는 모습만 보고도 무려 150여종의 새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조류학’에 조예가 깊은 것에서 잘 나타난다. 중학교때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다친 새 한 마리를 발견, 집에 데려와 치료해 준 인연으로 새에 관심을 갖게 된 구 회장은 2000년에는 ‘조류도감’을 낼 정도로 새에 관해서는 전문가다. 여의도 LG트윈빌딩에 둥지를 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구 회장의 각별한 보살핌덕에 무사히 새끼를 낳은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동생 구본능(56) 희성그룹 회장도 최근 ‘사진으로 보는 한국야구 100년’을 발간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 아닌데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윗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람좋아 보이는 구 회장이 거의 ‘경멸’할 정도로 싫어하는 부류가 있는데 준비하지 않는 불성실한 사람이다. 구 회장은 연습장에서 충분히 연습하지 않고 무작정 골프장에 나타나는 초보자를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더 싫어하는 부류는 ‘트리플보기(이븐파보다 3타를 더 치는 것)’를 하고도 ‘히죽히죽’ 웃는 사람이다. 다시는 트리플보기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계열사 사장들을 평가할 때도 이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구 회장은 특별히 운동에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연습에 매달려 한때 핸디캡 5∼6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고 한다. 환갑을 맞은 지금도 핸디 8∼9 정도를 친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구 명예회장 시절 선포한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에 ‘1등LG’를 더한 ‘LG Way’를 새로운 기업문화로 천명했다.10여년에 걸친 계열분리를 마무리지은 구 회장은 ▲고객이 신뢰하는 LG▲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LG▲인재들이 선망하는 LG▲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하는 LG를 목표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의 집념과 승부사기질이 앞으로 어떻게 발휘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동국제강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할 정도로 장세주 회장과는 친분이 깊은 편이다. 장 회장의 숙부인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딸 인영(37)씨가 구 회장의 당숙인 구자은(41) LS전선 상무와 결혼해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만화가 허영만씨와도 교류가 있는데 허씨는 인기작 ‘식객’에서 구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맛있는 삼계탕을 사주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단출한 네식구 구 회장은 72년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인 김영식(53)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닌 ‘재원’으로 서구적인 외모의 미인이었다고 한다. 시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은 “보수적인 며느리를 원했는데 맞고보니 맏며느리는 개방적이고 아래 며느리들이 보수적이었다. 뒤바뀐 감도 없지 않지만 그만하면 잘 맞는 편”이라며 만족하는 분위기다. 구 회장 부부는 금슬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내외’가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주말에 곤지암에서 골프를 치다 부인이 일행들과 골프를 치는 것을 보고 나무랐다는 일화도 있다.LG 소유인 곤지암은 주말에 주로 계열사 임원들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애용하는데 ‘회장 부인’이 나오면 임원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다. 김씨가 다른 그룹 회장 부인과 달리 미술관을 맡지 않은 것이나 여의도 트윈타워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것도 LG가의 엄격한 ‘단속’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양자로 들인 구광모(27)씨와 연경(27)·연수(9) 두딸을 두고 있다. 광모씨는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국내의 한 IT솔루션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 병역을 마치면 미국 뉴욕주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공대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양자로 입적된 뒤 ㈜LG와 LG상사 지분을 대폭 늘려 ‘경영승계’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LG측은 “광모씨의 양자입적은 ‘제사 지낼 장손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4세 경영’과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연세대 사회사업학과를 마치고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연경(27)씨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윤형(26)씨와 함께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붓감’이다. ukelvin@seoul.co.kr ■3공화국서 “소총 만들어보라” 권유 구인회 “유망해도 무기는 싫다” 거절 LG화학은 한때 자회사를 통해 ‘비데’사업을 하다 그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타일, 욕조 등 욕실 인테리어사업에 비데를 함께 취급하면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했지만 구본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첨단기술로 해외시장을 노리는 제품도 아닌데 돈이 된다고 해서 ‘품위’에 맞지 않는 제품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LG에서 계열분리된 지 1년이 지난 지난해 말에도 LG카드의 부실이 해결되지 않자 채권단은 또 한번 LG그룹의 지원을 요청했다.LG측은 “이미 1조원이 넘게 지원을 한데다 그룹에서 분리된 회사를 무슨 근거로 지원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구 회장의 ‘결단’으로 출자전환을 결정했다. 구 회장은 LG카드 기업어음(CP)을 갖고 있던 친척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해가며 출자를 부탁했다고 한다. 삼성과 공동으로 시작했던 방송사업을 넘겨준 것이나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했다 직전에 포기한 것도 ‘사돈간의 불화’로 세인들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LG가 이처럼 ‘세간의 평판’을 신경쓰는 것은 엄격한 유교가문의 장손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구인회 회장은 도박이나 술 등 사행산업은 물론 이른바 ‘먹고 마시는’일과 연관된 소비성 사업, 부동산 투자도 금지할 정도로 엄격했다. 나중에야 필요에 의해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설립했지만 한때는 호텔사업도 LG의 ‘금지리스트’에 올라 있을 정도였다.3공화국 당시 정부로부터 “소총을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도 “우리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것은 고마우나 아무리 유망한 사업이라도 무기는 만들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을 정도다. 하지만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같은 ‘체면 경영(정도경영)’은 자칫 수익성 좋은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고 공격적인 확장에도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관계자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가며 일등할 생각은 없다.”면서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갖추면 무리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고객들이 인정해준다는 것이 구 회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ukelvin@seoul.co.kr ■구씨 3대의 반도체 인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돼 설립된 하이닉스반도체의 ‘새 주인’이 누가될 것인지를 놓고 재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매각대금이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 대형 매물의 유력한 새 주인으로 전 주인인 LG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LG는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검토할 일도 없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40년 가까운 구씨 3대의 반도체 인연이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LG는 구인회 창업회장 생전인 69년 미국 NSC의 기술제공으로 반도체 회사인 금성전자를 설립했다. 초대 사장은 구자두 현 LG벤처투자 회장이었다. 금성전자는 1차 오일쇼크 등으로 73년 금성사에 흡수합병되면서 주춤했지만 74년 삼성 이건희 회장(당시 동양방송 이사)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 등에 ‘자극’받아 75년 반도체팀을 만들고 미국 AMI와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등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79년에는 대한전선의 대한반도체를 인수, 금성반도체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초대 회장은 구자경 현 명예회장, 사장은 이헌조 현 LG그룹 고문이었다. 금성반도체는 이후 85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1메가롬(ROM)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금성일렉트론으로 이름을 바꾼 뒤 90년 1메가 D램,91년 4메가 D램을 잇따라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LG는 98년 정부의 ‘빅딜정책’의 ‘희생양’이 되면서 반도체사업을 현대그룹에 양보하게 된다.99년 1월6일 청와대를 방문한 구본무 회장은 전자사업이 주력인 LG에 반도체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지만 이미 현대측과 ‘얘기’가 끝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귀에 구 회장의 ‘절규’가 들릴 리 만무했다. 이날 밤 이헌조, 변규칠, 성재갑 등 LG의 원로들이 마련한 위로자리에서 구 회장은 모처럼 통음을 했다. 일부에서는 구 회장이 ‘통곡’을 했다고 하지만 ‘통한의 눈물’을 보인 정도였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한남동 구 회장의 집앞에 진을 친 기자들은 자정이 넘어 귀가하는 구 회장을 붙들고 ‘소감’을 물었고 구 회장은 “다 버렸습니다.”는 말로 3대를 내려오며 30년간 이어진 반도체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