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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균미 칼럼] 韓 ‘코로나 세대‘와 美 ‘V세대’

    [김균미 칼럼] 韓 ‘코로나 세대‘와 美 ‘V세대’

    사전투표 이틀째였던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의 한 사전투표소 앞에 줄이 꽤 길다. 이른바 관내 투표자들은 그렇다 치고, 그 동네에 살지 않는 유권자들의 줄이 엇비슷하게 길었다. 20대가 유독 많아 눈길이 갔다. 총선 당일인 15일 오전 7시. 서울 강남역 인근의 외국어학원에는 마스크를 한 젊은이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앉아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이나 유학을 준비하고 있거나, 코로나19 사태로 더 좁아진 취업문을 뚫으려는 청춘들일 것이다. 그 어느 쪽도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덜 여유로운 첫 세대라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의 뒤를 잇는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가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역경을 헤쳐나왔다면 이들 ‘Z세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더 큰 위기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거대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있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힘들다. 심지어 이 세대를 부르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세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경기 의왕시 지원유세에서 이들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취업 대란’을 경험했던 ‘IMF(국제통화기금) 세대’에 견줘 ‘코로나 세대’라고 불렀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공부와 취직이 어려워지고 취직해도 직장 유지가 어려워진 세대, 이른바 코로나 세대의 고민을 지금부터 연구하고 돕기 위한 정책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 20대 표심을 겨냥했다. 고등학생부터 사회 초년병까지 아우르는 발언이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Z세대’를 바이러스에서 첫 철자를 따와 “V세대”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 분류에 따르면 Z세대는 1997~2012년생으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막 대학을 졸업했거나 취직을 한 세대를 이른다.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 성장세가 꺾인다 해도 당장은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청천벽력이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연구하는 CGK(Center for Generational Kinetics)의 제이슨 도시 대표는 정치전문온라인매체인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Z세대의 ‘9·11테러’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사회·경제적, 심리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14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2만 5000명에 육박한다. 코로나 사태로 가족이나 친척, 친구, 지인 중 누군가는 숨져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감염 사태와 봉쇄 조치는 가족, 어른, 정부의 역할과 경제적 미래, 심지어 성(性)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바꿔 놓을 것이며 선거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한 액시오스의 보도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한국의 ‘코로나 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행히 미국처럼 인적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대구의 경우 두세 사람만 건너도 지인 중에 세상을 떠났거나 위중한 상태에 있을 정도로 코로나는 내 얘기이고, 이웃의 이야기이다. 가족과 개인이 맞닥뜨린 경제적 어려움은 실제 상황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감염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안고 지내야 한다. 안전을 위한 생활방역은 모두가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이 될 것이다. 국가는 IMF관리체제에서 3년 만에 졸업했지만 20대에 외환위기를 맞아 취업 기회마저 박탈당했었던 ‘IMF 세대’는 30대에는 금융위기, 40대에는 경기침체에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까지 경험하면서 스스로 ‘불행한 세대’라고 부른다. 그러다 보니 안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코로나 세대’가 ‘제2의 IMF 세대’가 되지 않으려면 불안감을 덜어 주고 패배의식, 피해의식에 갇히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의 의지나 능력의 차원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 세대’의 고민을 연구하고 돕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여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약속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그야말로 생각에 그친다면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영향은 지금부터가 사실상 시작이다. 촘촘한 방역활동으로 높아진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경제 회복 과정에서도 지속될 수 있길 바란다.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 BBC “한국, 무엇이 가능한지 또 입증” CNN “유권자 신뢰 지켜”

    BBC “한국, 무엇이 가능한지 또 입증” CNN “유권자 신뢰 지켜”

    BBC, 투표소 선거 모습·방역 자세히 소개 CNN “역대 한 번도 선거 연기한 적 없어” “전염병에 이슈 묻혀 민주주의 훼손” 지적 AP “대선 일정 뒤집혀진 미국과 대조” 블룸버그 “다른 국가 지도자에 본보기” 대부분 한국 정부 코로나 대응 긍정 평가 세계 주요 외신들은 15일 미국과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선거를 연기한 가운데 21대 총선을 치르는 한국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이어 총선 과정에서 보인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많은 나라들에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BC방송은 이날 총선이 치러지기 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총선 현장을 기자가 직접 둘러본 결과 차분하게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여성 유권자는 “(코로나19로) 투표하러 나오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총선이 연기돼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BC는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표장을 찾는다며 투표하는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유권자들이 투표장 앞에서 1m씩 떨어져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다음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착용한 뒤 체온을 측정해야 투표용지를 받아 들고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다며 꼼꼼한 방역 절차를 자세히 소개했다. 유권자들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설치한 표지에 맞춰 서서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로라 비커 BBC 특파원은 일부 비평가들이 투표가 혼돈 속에 치러질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사전 투표가 차분하게 치러진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BBC는 이번 선거에서 만 18세 유권자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됐다는 점도 소개하면서 서울역에서 만난 이들은 투표권 행사에 모두 흥분한 듯 보였으며 세계적 대유행병도 이들을 방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총선이 2차 코로나19 확산사태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지금 한국은 이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동안 무엇이 가능한지를 다시 한번 입증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는 6만명에 이르는 전국의 자가격리자들의 투표권 행사였지만 엄격한 방역 조치들 덕분에 이들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CNN 역시 “역대 한 번도 선거를 연기한 적이 없는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역시 선거 연기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면서 “많은 유권자가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시기에 선거를 진행하면서 투표율이 떨어지고, 전염병이라는 이슈에 선거가 묻힐 수 있기 때문에 역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하지만 선거는 유권자의 신뢰를 지키고 입법의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선거 연기로 집권자들이 그만큼 더 오래 권력을 유지할 수 있고, 연기 기간도 그들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한국이 예정대로 4·15 총선을 치르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선 일정이 뒤집혀버린 미국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올해 총선에선 대중 유세가 열리지 못했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AP는 이번 총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3년 만에 치러지는 것이란 점도 지적하며 집권당이 승리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핵심적인 국내 및 외교정책들에 대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에서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진 이래 가장 큰 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의 바이러스 선거가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일부 주가 대선후보 경선을 미루고, 프랑스는 감염자 수 폭증으로 지방선거를 미룬 상황에서 한국이 선거를 치러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15개 이상 주에서 대선 경선이 연기됐으며 프랑스는 지난달 치른 지방선거 1차 투표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자 결국 2차 투표를 미뤘다. 폴란드도 오는 5월 10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우편투표로 진행할 계획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이날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한가운데서 주요 민주주의 국가 중 처음으로 선거를 치른다”며 “민간 선거를 치를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의 실험적 투표를 바짝 따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가디언은 “선거로 감염병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고 투표를 하기까지 소독 등 절차가 복잡하지만 많은 유권자는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美코로나 대응 실패 덮고 전시대통령 노린 트럼프, 말라리아약 ‘정치적 찬양’

    美코로나 대응 실패 덮고 전시대통령 노린 트럼프, 말라리아약 ‘정치적 찬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센 비판 속에도 과학보다 직감을 내세우면서 말라리아 치료제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연이어 ‘찬양’하는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신의 초기 오판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치료제를 제시한 전시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재선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을 편드는 소수 측근이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공연하게 묵살하면서 코로나 난맥상은 심화되고 있다. ●나바로 국장 “치료 효과, 일화 아닌 과학”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백악관에서 큰소리가 날 정도로 설전이 오갔다. 나바로 국장이 당시 내놓은 말라리아약의 치료 효과에 대한 자료에 파우치 소장이 “입증되지 않은 일화적인 증거”라고 일축하자 나바로 국장이 “일화가 아니라 과학”이라며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나바로 국장은 이에 대해 “이견과 토론이 없었다면 이 행정부가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직감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파우치 소장은 전날 CBS방송에서도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효과가 있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부각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완전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처음 언급하면서다. 이후 보름 동안 진행된 브리핑 중 12일 동안 빼놓지 않고 이 약에 대해 언급했다. 6일엔 “믿을 수 없는 효과가 있다”고 치켜세우며 2900만개를 비축해 놨다고 발표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말라리아약과 아지트로마이신을 섞어 6명의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효과를 봤다는 프랑스 연구진의 논문(3월 20일 발표)이었다. 하지만 약 사재기가 벌어졌고 과학·의료계에서는 비판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쏟아졌다. 부정맥, 심장마비, 시력 악화 등 부작용 논란 속에 지난달 애리조나주에서 60대 부부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이 약을 먹고 사망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이런 대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이유에 대해 미 언론들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봤다. ●美언론 “줄리아니 등 측근, 트럼프 귀 막아” 디애틀랜틱은 “(초기 대응에 실패한) 대통령이 신뢰를 얻는 대신 거짓 자신감과 혼란스러운 메시지로 현혹하며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절박한 국민들에게 주입하는 수법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분석했다. 사태 초기 오판에 대한 비난을 희석시키며 정치적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딱히 백신이 없는 가운데 (말라리아약의) 치료 가능성을 부각하면서 (전염병 대응에 성공한) 전시대통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소수 측근이 그의 귀를 막고 있다고도 했다. 나바로 국장 외에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그중 한 명이다. WP는 “탄핵 폭풍의 한가운데 있던 줄리아니가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단축하고자 열망하는 대통령의 ‘개인 과학 조언자’를 자임하고 나섰다”고 꼬집었다.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환자 수는 136만 1538명, 사망자는 7만 6315명이었다. 미국 확진환자는 36만 7659명, 사망자는 1만 943명이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거리두기 2주 연장하는데… 2만 5000여명 국가기술자격시험 강행

    거리두기 2주 연장하는데… 2만 5000여명 국가기술자격시험 강행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한 상황에서 2만 5000여명이 응시하는 국가기술자격시험을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에서는 ‘축구장 시험’이나 ‘비대면 채용’ 등 정부 방침에 호응해 사원 채용에 나서는 것과 달리 정부가 외려 사회적 거리두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5일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기능사 실시기험과 기능장 필기시험을 전국에서 실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공업고등학교에서 실내건축기능사, 용접기능사 등 13종목 388명이 제1회 기능사 실기시험에 응시한 것을 비롯해 전국 216개 시험장에서 1만 3696명이 기능사 실기시험을 치렀다. 제67회 기능장 필기시험도 전국 44개 시험장에서 1만 1549명이 응시했다. 고용부는 시험장에서 수험생 간 거리를 최소 1m 이상 떨어뜨리고 수험생이 열이 나는지 확인한 뒤 반드시 손을 소독하고 시험 중에는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앞서 코로나19 확진환자, 유증상자, 자가격리 대상자 등 감염 우려자는 응시가 불가하다는 내용을 휴대전화 문자로 안내하는 등 방역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시험을 연기하지 않은 것은 일부 수험생이 국가기술자격 취득 지연 등으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 수백여명이 한 장소에 모여 시험을 치르게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SK텔레콤 등 기업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 전 과정을 언택트(비대면)로 전환한 것과 비교해도 대조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상반기 채용에서 언택트 방식을 도입했는데 실기 등 대면이 필요한 평가는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연기했다. 안산도시공사는 지난 4일 신입사원 필기시험을 안산 와스타디움 천연잔디 축구장 한가운데서 좌우 5m 간격으로 책상을 놓고 실시해 현대판 ‘과거시험’으로 눈길을 끌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포토] 시험장으로 변신한 축구장

    [포토] 시험장으로 변신한 축구장

    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와스타디움에서 안산도시공사 직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안산도시공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축구장 한가운데 좌우 5m 간격으로 140여개의 책상과 의자를 놓고 시험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 이번 총선은 조국 vs 윤석열 ‘두 남자 운명의 승부’

    이번 총선은 조국 vs 윤석열 ‘두 남자 운명의 승부’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야의 4·15 총선 선거전의 한가운데에 선 모양새다.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놓고 검찰과 각을 세운 여권이 검찰개혁 공약을 앞세워 윤 총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야권은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고 있다. 윤 총장 측근과 모 종편 간 유착 의혹의 칼끝도 윤 총장을 겨냥하고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로 정권 후반기의 주도권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 윤 총장이 선거 쟁점으로 소환된 배경으로 보인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번 총선에 대해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과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키려는 쪽의 한판 승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국이 정치적 상징으로 소환됐다고 생각한다”며 “선거를 계기로 조 전 장관과 윤 총장으로 대표되는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배경은 여권, 특히 현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비례대표 후보로 합류한 열린민주당에서 윤 총장과 검찰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강욱(52·불구속 기소)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윤 총장을 두고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라고 주장했고, 지난달 31일 “검찰총장을 청장으로 격하하고 검찰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당의 검찰개혁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낼 당시 국정감사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윤 총장 장모 관련 의혹들도 다시 쟁점이 됐다. 윤 총장이 권한을 이용해 수사를 무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결국 의정부지검은 지난달 27일 윤 총장의 장모 최모(74)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최씨가 동업자 등과 10여년간 얽혀 온 고소·고발 사건들로 윤 총장도 직무유기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검찰 일부에서는 “총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문제들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MBC가 제기한 채널A 기자와 윤 총장 측근 검사장 간 연루 의혹에서도 윤 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언유착’ 기획에 윤 총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목된 검사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신라젠 사건을 알지도 못하고 그런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감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대검에 사실관계를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대검은 해당 검사장의 설명을 추 장관에게 보고했다. 법무부는 이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감찰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막 한가운데 꽃씨 되어… 현대인 향한 위로의 운율

    사막 한가운데 꽃씨 되어… 현대인 향한 위로의 운율

    “나의 시들이 언젠가 꽃을 피워 사막을 꽃밭으로 만들었으면….” 소문난 ‘목사 시인’ 소강석이 열 번째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시선사)를 통해 밝힌 소회다. 그 말마따나 이번 시집에서 소 목사, 아니 소 시인은 불안과 두려움에 싸여 있는 현대인들의 상처를 서정시의 운율로 위로한다. 대표 서정시인을 선정해 내고 있는 시리즈 ‘한국대표시 100인선’의 일환으로 출간한 시집. 목사 아니랄까. 그의 이번 시 묶음이 관통하는 큰 화두는 역시 구원이다. 표제시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나니’에선 구원을 향한 목회자의 고뇌와 번민이 절절하다. ‘풀잎으로 만나 낙엽 되어 이별하나니/(중략)바람이 스쳐가는 갈대 사이로/내가 서 있어요/갈대로 헤어진 우리/다시 꽃으로 만날 순 없을까.’ ‘코로나’며 ‘마스크’처럼 힘겨운 요즘 세태를 반영한 시도 다수 눈에 띈다. 그 현실의 시어들에도 고뇌하는 목회자상은 또렷하다. 코로나19를 왕관에 빗댄 ‘코로나’를 보자. ‘…네가 준 왕관을 쓰지 못해서 미안하다/어디서든 사랑을 행하라고 외치던 내가/(중략)/내게 사랑이 부족했던 거야/미안하다 부디 겨울까지만 머물다가/다시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다오.’ 소 목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이웃 간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사막화된 세상에 꽃씨를 심는 심정으로 시를 썼다”며 “이럴 때일수록 인간의 마음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져 줄 한 송이 꽃 같은 서정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 출생인 소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의 부총회장이자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다. 1995년 월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했으며 천상병귀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목양문학상 등을 받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코로나에 못다 핀 ‘봄 캐럴’… ‘벚꽃 연금’ 올해는 못 타요

    코로나에 못다 핀 ‘봄 캐럴’… ‘벚꽃 연금’ 올해는 못 타요

    ‘벚꽃 엔딩’ ‘봄 사랑 벚꽃 말고’ 등 봄 차트 이끌던 가요 인기 ‘시들’ 음원 소비도 한 달 새 12% 줄어 “신규 음반 활동 위축 등 공급 감소”음원 차트도 코로나19를 피해 가지 못했다. 꽃이 피면 늘 상위권을 유지하던 ‘봄 캐럴’들은 차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전체 음원 이용량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순위를 종합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대표적인 ‘벚꽃 캐럴’인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은 3월 첫째주 순위에서 349위를 기록했다. 2012년 발매 이후 매년 3월 초부터 200위권에 오른 뒤 4월 초까지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올해는 3월 셋째주 169위로 진입이 늦어졌다. 50위권 유지 기간도 2018~2019년 3주에서 올해는 2주 이내로 짧아지고 주간 최고 순위도 40~50위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이맘때 늘 재진입하는 하이포·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2014)도 올해 3월 첫째주 332위에 올랐다. 2019년 2월 셋째주 일찌감치 300위권에 들었던 것에 비해 부진했다. 반면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은 방탄소년단의 ‘봄날’(2017)은 비교적 빨리 등장했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3월 초 100위권에 오른 뒤 평균 일간차트 순위 109위를 차지했다. 홍상욱 지니뮤직 콘텐츠사업본부장은 “‘벚꽃 엔딩’은 봄나들이가 어려운 상황과 맞물리면서 차트 진입이 늦었지만 방탄소년단의 곡들은 꾸준한 팬들의 사랑을 받아 인기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3월 지니 일간차트 200위권에 오른 봄 관련 노래도 지난해 7곡에서 올해 4곡으로 줄었다. ‘봄날’, ‘벚꽃 엔딩’과 볼빨간 사춘기의 ‘나만, 봄’, 홍대광의 신곡 ‘봄의 한가운데서’가 포함됐다.음원 전체 소비량 역시 급락했다. 지난 2월 가온차트의 1~400위 음원 이용량은 1월보다 11.7%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0.5% 줄어든 숫자다. 지난 2월은 새 앨범을 낸 가수가 지난해 2월보다 늘어 신규 음원도 많은 상황이었지만 음원 소비는 줄어든 것이다. 3월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외출이 줄어들어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소비 습관이 깨진 결과”라며 “음악 외에 영상 등 다른 매체를 이용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월은 수요 감소로 음원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면 3월은 공급자 요인으로 이용량이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규 음반을 낸 가수들의 활동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음원 발매 등 공급 감소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코로나에 못다 핀 ‘벚꽃 캐럴’…음원 이용량도 ‘뚝’

    코로나에 못다 핀 ‘벚꽃 캐럴’…음원 이용량도 ‘뚝’

    ‘코로나19 불황’에 음원차트도 흔들‘벚꽃 엔딩’ 등 봄 노래 인기 시들음원 소비도 한달새 11.7% 감소“신규 음반 활동 위축 등 공급 감소”음원 차트도 코로나19를 피해 가지 못했다. 꽃이 피면 늘 상위권을 유지하던 ‘봄 캐럴’들은 차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전체 음원 이용량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순위를 종합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대표적인 ‘벚꽃 캐럴’인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은 3월 첫째주 순위에서 349위를 기록했다. 2012년 발매 이후 매년 3월 초부터 200위권에 오른 뒤 4월 초까지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올해는 3월 셋째주 169위로 진입이 늦어졌다. 50위권 유지 기간도 2018~2019년 3주에서 올해는 2주 이내로 짧아지고 주간 최고 순위도 40~50위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맘때 늘 재진입하는 하이포·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2014)도 올해 3월 첫째주 332위에 올랐다. 2019년 2월 셋째주 일찌감치 300위권에 들었던 것에 비해 부진했다. 반면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은 방탄소년단의 ‘봄날’(2017)은 비교적 빨리 등장했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3월 초 100위권에 오른 뒤 평균 일간차트 순위 109위를 차지했다. 홍상욱 지니뮤직 콘텐츠사업본부장은 “‘벚꽃 엔딩’은 봄나들이가 어려운 상황과 맞물리면서 차트 진입이 늦었지만 방탄소년단의 곡들은 꾸준한 팬들의 사랑을 받아 인기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3월 지니 일간차트 200위권에 오른 봄 관련 노래도 지난해 7곡에서 올해 4곡으로 줄었다. ‘봄날’, ‘벚꽃 엔딩’과 볼빨간 사춘기의 ‘나만, 봄’, 홍대광의 신곡 ‘봄의 한가운데서’가 포함됐다. 음원 전체 소비량 역시 급락했다. 지난 2월 가온차트의 1~400위 음원 이용량은 1월보다 11.7%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0.5% 줄어든 숫자다. 지난 2월은 새 앨범을 낸 가수가 지난해 2월보다 늘어 신규 음원도 많은 상황이었지만 음원 소비는 줄어든 것이다. 3월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외출이 줄어들어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소비 습관이 깨진 결과”라며 “음악 외에 영상 등 다른 매체를 이용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월은 수요 감소로 음원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면 3월은 공급자 요인으로 이용량이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규 음반을 낸 가수들의 활동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음원 발매 등 공급 감소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올림픽 성화 수난사/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올림픽 성화 수난사/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의 우두머리 신인 제우스에게 바치는 종교행사에서 비롯됐다. 도시국가 간 전쟁이 끊이지 않던 기원전 776년 엘리스의 왕 이피테스가 당시 가장 강력했던 스파르타에 제사 형태의 ‘휴전 회합’을 제안했다. 오랜 전쟁과 전염병으로 도시국가 전체의 공멸을 우려했던 페르시아의 리쿠르고스왕은 이를 받아들였고 마침내 가장 큰 성지인 올림피아에서 첫 제전이 열렸다. 제사 뒤에는 여흥이 이어졌다. 운동회다. 종목은 191.27m를 달리는 ‘스타디온’ 한 가지밖에 없었지만 종류가 많을 필요도 없었고 승패도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제사의 목적은 싸우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도시국가 모두의 참여가 필요했다. ‘참가에 의의를 둔다’는 근대올림픽의 정신은 사실 여기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성화는 제사를 치르는 동안 신전에 피워 놓았던 ‘성스러운 불꽃’(Sacred Fire)이었다. 그러나 1928년 8번째 근대올림픽 장소인 암스테르담 올림픽 경기장의 ‘마라톤 타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성화’(Olympic Flame)가 돼 타오르기 시작했다. 봉송은 뜻밖에도 나치 독일 치하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 시작이다.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와 대회조직위원장 카를 딤이 기획해 고대의 성화 릴레이를 재현해 냈다. 올림피아 헤라신전을 출발한 성화는 유럽 7개국 3187㎞를 3331명 주자에게 들려 열이틀을 쉬지 않고 달린 뒤 베를린에 도착했다. 거대한 나치 문장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루스트가르텐광장, 수만의 군대 한가운데서 성화를 맞이한 아돌프 히틀러의 의도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아리아인의 우월성, 나치 정권의 정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나치 체제의 홍보물로 전락된 성화의 팔자는 이후로도 기구했다. 개최국의 입맛에 따라 탐욕과 체제 유지의 상징으로 변질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대회 릴레이가 유료화되면서 성화는 ‘돈이 스며들었다’는 호된 비판에 맞닥뜨렸다. 2008년 베이징대회를 앞두고는 전 세계 13만 7000㎞ 해외 순회에 나섰지만 가는 곳마다 티베트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신에게 바칠 만큼 ‘거룩한 불꽃’이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된 건 어쩌면 이피테스의 계략이 빚어낸 태생적 결과가 아니었을까. 개막 122일을 앞두고 시계가 멈춰 버린 2020 도쿄올림픽의 성화는 숱한 ‘수난사’에서도 목록 맨 위로 이름을 올릴 게 틀림없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집중 피해를 입은 지역의 재건을 내세우며 도쿄대회 성화를 ‘부흥의 불’로 명명했다. 그러나 첫 주자부터 릴레이를 외면한 가운데 성화는 봉송 대신 치른 전시 행사에서 불과 7만여명만 직관한 ‘민망한 불’로 전락했다. 올림픽 개최국이 성화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침체된 자국의 경기 상황과 함께 자신의 지지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의도 역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왜곡되고 통제된 정보와 수치로 방사능 피폭 우려를 묵살한 모습이 베를린 광장에서 평화로 포장한 나치즘을 피 토하듯 연설한 히틀러의 그것과 묘하게 오버랩될 뿐이다. 올림피아제의 성화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바친 불이었다. 그는 제우스가 감춰 둔 불을 몰래 훔친 뒤 인간에게 내줘 문명의 길을 걷게 한 신이다. 이름을 풀어쓰면 ‘먼저 생각하는 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에게 바쳐진 불꽃이 올림픽 성화가 되고, 그 성화가 온갖 수난을 당할 것을 과연 미리 내다봤을까. 지난 26일 모습을 감춘 도쿄올림픽 성화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긴 잠’에 빠져들었다. cbk91065@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가 지나는 땅을 되짚어 보면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가 지나는 땅을 되짚어 보면

    내 작업실 뒤엔 주차장을 둘러싼 기다란 화단이 있다. 이곳엔 서양측백나무와 당단풍나무, 스트로브잣나무와 서양자두나무 등 평범한 도심 정원에서 흔히 볼 법한 나무들이 있다. 이 화단을 참 좋아한다. 나무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화단에 피어나는 다채로운 풀꽃들 때문이다.이맘때면 로제트 잎을 가진 봄 풀꽃들이 색색의 꽃을 피워 낸다.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부지런히 피어난 꽃들이 어찌나 기특한지 나는 요즘 땅만 들여다보고 다닌다. 이맘때 늘 그랬다. 오늘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업실에 들어오기까지 30분 이상 걸렸다. 오늘 만난 꽃은 꽃마리와 봄맞이꽃, 쇠별꽃, 냉이, 큰개불알풀, 서양민들레, 꽃다지다. 이들은 흔히 잡초라 불리는 풀이다. 내가 이 이름을 나열하면 주변 식물학자들은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흔한 풀이지만, 꽃을 보러 어딘가로 나서지 않아도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 일상에서 스스로 자라고 피어난 꽃을 만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시기엔 마치 숲에서 희귀식물을 보는 것만큼 소중한 일이다. 게다가 꽃마리나 쇠별꽃, 냉이와 꽃다지 등은 모두 꽃이 지름 0.5㎝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풀이라 땅에 얼굴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주차장에서 쪼그려 앉아 꽃을 보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귀한 게 있냐며 함께 땅을 들여다보는 일이 생긴다. 물론 이건 이 주차장에서만 있을 법한 일이 아니다.몇 년 전 덴마크의 한 미술가가 한국에서 식물 관련 전시를 진행했고, 그를 도와 서울 서촌의 한 공터 식물들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는 공터의 식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에게 식물종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흥미로운 건 도심 한가운데 건물이 철거된 자리,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30평 남짓의 공터에 40종 이상 식물이 존재하며 10종 이상의 꽃은 만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식물 중에는 제비꽃이나 꽃마리가 있었다. 보라색 제비꽃은 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자란다. 심지어는 부서진 시멘트와 콘크리트 사이에서도. 우리나라에 제비꽃만 해도 40여종이 자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들은 변이가 다양해 식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제비꽃속 중 유럽 원산의 삼색제비꽃과 다른 4종을 교배해 만든 것이 겨울과 초봄 정원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꽃, 팬지다. 옅은 파란 꽃잎을 가진 꽃마리 역시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풀꽃이다. 줄기 끝이 말려 꽃마리라 이름 붙여졌는데, 가끔 꽃마리나 참꽃마리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여 주면 실제 크기를 짐작할 수 없어서인지 물망초냐고 묻는다. 이들은 물망초와는 먼 친척뻘이고 꽃이 훨씬 작다. 물망초는 원예종으로 개량돼 꽃집에서 볼 수 있지만 꽃마리는 길에 흔하다. 이처럼 꽃집에서 보는 화훼식물과 이 풀꽃들을 연관 지어 떠올리다 보면 풀꽃의 아름다운 가치에 결코 소홀할 수 없다. 나와 함께 공터를 조사한 미술가는 이 다채로운 풀꽃들로 꽃다발을 여러 개 완성했고, 꽃다발 사진은 미술관에 전시되었다. 전시를 본 사람들은 이것이 모두 ‘잡초’라 불리는 식물로 만든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몇몇 국공립 식물원이 문을 닫았고, 꽃축제는 모두 취소되고 있다. 당분간 멀리 이동하는 걸 금기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물론 이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틀 전, 세계적인 식물원인 영국의 큐가든은 앞으로 그들이 가진 식물 컬렉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과 봉사자들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라며 잠정적으로 방문객 입장을 금지했다. 지금 한창 열리고 있어야 할 세계적인 알뿌리꽃축제인 네덜란드 퀴켄호프는 개최가 무기한 연기됐다. 공지 글에는 ‘이미 꽃은 피었지만, 문을 열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이미 피어난 꽃의 가치와 그간의 수고를 생각하면 아쉽고 아깝지만 나 역시 이들의 결정을 지지한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우리 가까이에 존재해 온 들꽃을 들여다보기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재정적으로 힘들, 가까이의 사립식물원에 가거나 동네 꽃집에서 꽃을 사는 것이 올봄을 느끼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리고 집 안의 실내식물들로 나의 자연 욕망이 다 채워지지 않는다면 내가 늘 지나는 땅을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에 지나는 아파트 단지 내 화단과 주택 마당의 시멘트 틈 사이, 혹은 회사 주차장의 작은 화단에서 풀꽃들은 이미 그들만의 꽃축제를 벌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은 잠시 걸음을 멈춰 고개를 숙이고 땅을 들여다보는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는 봄꽃 축제다.
  • 의자 빼고 칸 나누고… 코로나가 바꾼 구내식당

    의자 빼고 칸 나누고… 코로나가 바꾼 구내식당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한창인 가운데 기초자치단체 구내식당 배치도 변하고 있다. 25일 경기 안양시와 부산시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시·구청 등 구내식당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이색적인 칸막이가 일제히 설치됐다. 안양시 동안구청은 아예 불투명한 두꺼운 종이로 안전칸막이를 설치해 고강도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마치 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때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설치한 임시 가림막이나 독서실이 연상된다. 혼밥이 대세인 요즘 대중식당에 등장한 1인용 식탁처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자연히 대화도 할 수 없다. 혼밥을 즐기고 대화는 식사 후 밖에서나 가능하다. 안양시 청사 내 구내식당은 일렬로 늘어선 식탁 한쪽 의자를 모두 치워 버렸다. 마주 보며 식사하던 대상이 정겨운 직장 동료에서 삭막한 ‘허공’으로 바뀌었다. 총 360석이던 좌석은 반으로 줄고 직원들은 3개조로 나눠 30분 단위로 식당을 이용한다. 당연히 식사 중 대화도 금지했다. 안양시 만안구청만 유일하게 서로 마주 보고 식사를 할 수 있지만 식탁 한가운데 투명한 대형 아크릴로 가림막을 설치해 맞은편 동료와의 사이를 차단했다. 그나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도 최근 구내식당 식탁에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한 방향으로 앉아 식사하도록 공간을 재배치해 감염을 원천 차단했다. 식탁 한가운데 투명 아크릴로 높게 칸막이를 설치하고 좌석 수도 줄여 밀집도를 크게 낮췄다. 밀접 접촉이 가장 많은 구청 민원실에도 민원 상담 시 침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투명 가림막을 설치했다. 부산 동구는 가림막 82개를 민원창구에 설치했다. 구청을 방문한 한 민원인은 “민원창구에 투명 가림막이 설치돼 코로나19의 주된 감염경로로 알려진 비말감염으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이라며 ”안심하고 구청을 방문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양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코로나19가 연출한 우리사회 ‘진풍경’…안양시 구내식당 ‘혼밥’은 대세

    코로나19가 연출한 우리사회 ‘진풍경’…안양시 구내식당 ‘혼밥’은 대세

    “구내식당 식사는 이젠 ‘혼밥’이 대세고, 마스크 착용과 대화금지는 기본 예절입니다.” 코로나19가 만든 우리사회의 진풍경이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한창인 가운데 구내식당 풍경이 변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는 시청과 구청 등 구내식당 식탁과 의자 배치를 감염 차단 방식으로 새롭게 바꿨다고 25일 밝혔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각 구내식당 별 식탁 배치는 이전 구내식당을 예기치 못한 모습으로 바꿨다. 친한 동료, 선후배와 삼삼오오 모여 서로 마주보고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던 자연스런 모습이 모두 사라졌다. 옆에 동료가 앉아 있어도 구내식당 혼밥은 이젠 대세가 됐다. 각종 이색적인 칸막이가 등장해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오전 근무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던 충전과 휴식의 점심시간을 코로나19가 모두 앗아가 버렸다. 언제까지 이런 현상이 이어질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안양시 동안구청은 아예 불투명한 두꺼운 종이로 안전칸막이를 설치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마치 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때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설치한 임시 칸막이이나 독서실이 연상된다. 혼밥이 대세인 요즘 음식점 1인용 식탁처럼 앞이나 옆에 있는 동료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그러니 자연 대화도 할 수 없다. 혼밥을 즐기고 대화는 식사 후 밖으로 나가 해야 한다.안양시 청사 내 구내식당은 일렬로 늘어선 식탁 한쪽 의자를 감염 차단을 위해 모두 치워버렸다. 지금까지 마주 보면 식사하던 대상이 정겨운 직장동료에서 삭막한 ‘허공’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총 360석이던 좌석은 반으로 줄고 직원들은 3개조로 나눠 30분 단위를 식당을 이용한다. 11시 30분부터 30분 단위로 세 차례로 나눠 식사를 하도록 점심시간을 조정했다. 당연히 식사 중 대화도 금지했다. 유일하게 만안구청은 서로 마주보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 배치를 유지했다. 하지만 식탁 한가운데 민원창구 처러 투명한 대형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한 맞은편 동료와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역시 직원들은 3개조로 나눠 식사를 해야 하며, 식당을 출입하는 모든 직원은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어느 방식이 감염예방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효과는 있어 보인다. 시는 모든 구내식당을 1일 1회 방역소독해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출입구에는 열화상카메라, 체온측정계, 손세정제 등을 비치했다. 이런 모습은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바꾸고 있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진풍경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현역 3선의 정부강화론 vs 전직 4선의 정권심판론

    현역 3선의 정부강화론 vs 전직 4선의 정권심판론

    4·15 총선에서 부산 부산진갑은 ‘정부 강화론’과 ‘정권 심판론’이 맞붙는 부산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격전지다. 교통·상업의 중심지인 서면을 품은 부산진구는 부산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서면 유동인구도 100만명에 달해 이곳의 여론이 부산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유일 부산 3선인 김영춘(58) 의원과 4선인 미래통합당 서병수(68) 전 시장이 맞대결하는 만큼 전국의 시선이 이곳으로 쏠린다.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부산에서 5석(2018년 재보궐선거 포함 6석)을 얻었지만 ‘조국 사태’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번 총선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당장 서 전 시장이 24일 통화에서 “마스크 문제 하나 해결 못 하는 정권 때문에 국민이 ‘코로나 보릿고개’에서 울고 있다. ‘경기가 거지 같다’라던 시장 상인의 하소연이 허튼 말이 아니다”라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는 이유다. 이에 김 의원은 “조국 사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고 정부책임론이 강화되면서 힘들었다”면서도 “다만 최근 해외 사례가 알려지면서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는 기류변화가 생겼다. 정부 강화·지지론에 인물론을 더하면 정권심판론을 앞설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맞섰다. 이들은 정치 경험이 많은 정치인답게 서로의 약점을 잘 짚어냈다. 김 의원은 “서 전 시장은 부산의 과거를 대표하고 저는 반대로 부산의 미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며 “(서 전 시장이) 25년 동안 부산에서 정치하면서 인구가 줄고 경제가 추락했다”고 말했다. 서 전 시장은 “국민들은 ‘조국 사태’를 통해 586세대 운동권 정치가 어떻게 자기들의 배를 채우는지 알게 됐다”며 “김 의원은 이런 운동권 정치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김 의원은 부산진구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19·20대 선거에서 부산진갑에 출마해 지역연고에서 서 전 시장을 앞선다. 서 전 시장은 해운대구청장을 거쳐 해운대·기장갑에서 4선을 하고 부산시장까지 지냈지만, 부산진구와 직접적 연고는 없다. 서 전 시장이 운수회사를 운영하는 등 사회경험에서 앞섰지만, 측근이 해운대 엘시티 비리에 연루돼 징역형을 받은 것은 지난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논란이 됐다. 부산진갑은 부산 지하철 1·2호선이 만나는 서면역을 사이에 두고 남쪽의 부산진을과 마주한다.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되지만 지난 총선 이후로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이 강세다. 서 전 시장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정근(60) 예비후보가 보수표를 잠식할 수 있는 점은 변수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흙과 돌 틈, 자연 그대로의 삶이 오롯이… ‘토지’ 생명력처럼 강인하고 든든한 품

    흙과 돌 틈, 자연 그대로의 삶이 오롯이… ‘토지’ 생명력처럼 강인하고 든든한 품

    ‘작가의 땅’(작.땅)은 온 생을 다해 글을 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주소다. ‘작.땅’은 치열한 창작의 공간이자 문장으로 대들보를 세운 장소들을 따라간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 뒷모습과 곡진한 삶의 희비를 엿보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책 바깥의 여행이다. 그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강원 원주 매지리에 있는 토지문화관은 내게 멧돼지 떼가 창궐하던 한여름 밤의 옥수수밭으로 남아 있다. 재작년 여름, 두 번째 소설집의 교정지와 가을호 계간지 마감이 겹쳐서 얼마간은 저돌적인 상태로 토지문화관 문인 창작실에 입소했다. 만두 찜기의 뚜껑을 연 것 같던 하오가 지나도 청쾌한 바람은 쉽게 산골에 스미지 않았다. 창작실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 나 있던 산짐승 발자국이 멧돼지의 것이라는 사실은 먼저 입소해 소설을 연재하고 있던 전성태 소설가가 알려주었다. 그날 밤부터 나는 창작실의 베란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벌레 소리들을 배경음악 삼아 원고 작업에만 매달렸다. 일상에서 오는 잡념들을 접어둔 채 오로지 창작에만 매달릴 수 있는 환경이 더할 나위 없었지만 작업은 진척이 없었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겨우 숨이 좀 가라앉을 만한 바람이 내려왔다. 그리고 바람을 따라 산골의 멧돼지도 왔다.창밖의 기척이 심상찮아서 밖을 내다보던 중이었다. 하늘보다 더 어두운 옥수수밭 한가운데에 분명 어떤 움직임이 있었다. 만일 나에게 귀신을 보는 눈이 트였다면, 헛것에게라도 어떻게든 빌어 보고 싶던 시기였기에 내 눈은 어둠 속의 움직임에 집중돼 있었다. 그 밤 내내 일사불란하게 옥수숫대 사이를 누비는 소리를 들으며 간신히 새벽을 맞았다. 다음날 남들이 점심 먹을 때쯤 일어나 식당으로 가다 보니 옥수수밭 한가운데가 우주선이 앉았다 간 모양으로 둥그렇게 파헤쳐져 있었다. 식당에서는 어젯밤에 내려온 멧돼지들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옥수수와 고구마밭이 점점 더 크게 헤쳐진다는 사실도 덧붙여 들려왔다.덕분에 아침마다 밭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도 내 또 다른 일과가 됐다. 엄밀히 따지자면 산짐승의 공간을 우리가 침범한 셈이기도 했으니 잘못은 이쪽에 있었지만 말이다. 그곳에서 나는 원고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박경리 선생이 손수 일구시던 밭과 장독대에 다녀왔다. 선생의 거처를 지키고 있는 거위 떼들이 꽉꽉 우는 곳이었다. 그 소리를 따라 창작실과 선생의 울 안까지 오가는 길이 내가 부릴 수 있는 최대치의 여유였다. 정갈한 장독대와 두둑하게 북이 오른 밭이랑을 볼 때마다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작물들로 하루에 한 끼는 꼭 직접 반찬을 만들어 후배 작가들의 식사를 챙겼다는 선생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산짐승의 울음도,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후대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이라는 선생의 말씀에 따라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진 문화관의 모습과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며 살아가고자 했던 그분의 뜻이 곳곳에 배어 있는 자리였다. 생의 마지막까지 밭둑의 흙을 돋우며 생활하셨던 선생답게 남겨진 것들은 매우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선생이 손수 지은 옷들과 밀짚모자, 호미와 낫 같은 농기구들이 생전 그대로 놓여 있었다. 허울 좋은 건물의 이름 크게 쓴 문학관보다는 문인 창작실을 지어 후배 작가들의 작업을 응원했던 그 정신 그대로 오로지 작가들의 복지만을 추구하고 당신께서는 직접 흙과 돌 틈에서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사셨다. 그러는 동안에도 창작에 대한 열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를 때마다 이렇게 앉아 게으름을 피우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게으른 후배에 대한 정갈한 꾸짖음, 그렇지만 응원과 격려를 한꺼번에 전해 받는 듯한 그 감각은 오로지 선생의 울타리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좋은 기회에 선생이 사용하던 모든 물건이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처에도 들어가 보았다. 방 한쪽에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던 장은 예전에 선생이 어느 글에서 썼던 그 나비장이었다. 6·25전쟁 당시에 피란을 가기 위해 이불에 싼 나비장을 마른 우물에 던져 넣고 떠났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돌아온 뒤에 건져냈다고 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애지중지하며 아꼈던 장과 필기구, 오래된 살림살이들, 태우시던 담배 보루까지도 여전한 그곳은 선생이 곧 문을 열고 들어올 것처럼 무척 현실적인 공간이기도 했다.작가 중에서 토지문화관을 모르거나 거쳐 가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이곳은 창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요한 꿈의 공간, 선생의 창작열을 느낄 수 있는 산실이다. 누구도 선뜻 문인들의 복지를 이야기하지 않았던 시절에 사재를 기꺼이 헌사해 지은 이 공간을 선생은 무척 아끼고 사랑하셨다고 전해진다. 매지리 안쪽 산기슭에 자리했지만 제주도와 경상도, 전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작가들이 몰려들었고 급기야 해외 작가들도 한 번쯤 다녀가고 싶은 공간으로 손꼽히는 장소가 됐다. 중견과 신진을 가리지 않고 고루 지원하는 문화관의 정책도 여전했다. 국내 지원을 넘어서 해외 레지던스까지도 교류를 넓힌 상태였다. 매년 봄이면 새로운 작가들이 입주해 60일 동안 혹은 길게는 90일 정도 이곳에 머물다 간다. 올해도 봄이 시작됐으니 창작실도 새 주인을 맞이했겠다.올해 토지문화관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박경리 선생의 딸 김영주 이사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후 그의 둘째 아들 김세희 관장이 취임했다. 선생의 유지를 이어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소설 ‘토지’의 삶과 생명 그리고 환경보호의 정신을 잇는 일이 손자 대로 넘어온 셈이었다. 토지의 생명력처럼이나 강인하고도 든든한 바통 터치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박경리 선생과 관련된 공간은 하동 악양면 평사리의 최 참판 댁 한옥문화관, 통영 박경리기념관 그리고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과 ‘토지’를 완성하고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공간인 이곳 흥업면 매지리 토지문화관까지 모두 네 군데다. 선생이 17년 동안 사신 원주시 단구동 자택이 택지지구가 되면서 그 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많은 문인이 마음을 모았다. 여기에 택지지구 보상금과 토지개발공사 기부금을 합쳐 토지문화재단과 토지문화관이 들어섰다. 토지문화관 개관식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참석해 선생의 소설과 후배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을 기렸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지만 창작실에는 여전히 문인들의 입주 신청이 쇄도하고 매일 관람객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룬다. 김세희 관장은 위에 언급한 네 군데의 장소들을 보다 유기적이고도 조직적으로 연계해 ‘토지’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소설 ‘토지’의 콘텐츠들을 보다 현대적이고도 접근성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제반 사업들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선생의 유훈과 창작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숙고 끝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인 ‘박경리 문학상’을 국내외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작업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들이 토지문화관에서 진행하는 강연 또한 국내에서 다시 듣기 어려운 기회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터였다. 최인훈, 베른하르트 슐링크, 응구기 와 티옹오, 이스마일 카다레 등이 이 상의 역대 수상자였으며 이들의 강연은 창작실에 입주한 작가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찾아든 독자들로 인해 매년 성황리에 개최됐다. 아울러 여러 문화 행사들과 관련된 장소 대관과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 일도 동시에 이루어지는 바쁜 문화관이라는 관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소설 ‘토지’의 북적이는 평사리 장터의 여러 장면들이 떠올랐다. 선생이 일구었던 환경과 삶 그리고 창작의 힘을 후대에도 변함없이 이어 가겠다는 새 관장의 목소리에 자못 힘이 실려 있었다. 끊임없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에도 문화관 한켠에 위치한 창작실에서 여러 명의 작가가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는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의 산실이 아닌가.코로나19 탓에 여러 나라의 국경이 닫혔다. 새싹과 꽃이 피는 길을 따라 걷던 발걸음도 사라졌다. 그러나 곧 감염병은 잠잠해질 것이며(그러리라 믿고!) 우리는 다시 길 위에 두 발을 얹어둘 것이다. 봄꽃은 남도에서부터 피어 온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봄꽃을 따라 통영에서 하동을 거쳐 원주에서 그 여정의 정점을 찍는 일명 ‘박경리 토지 로드’를 돌아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시간에 문학과 대문호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시간이 길 위의 사람들에게 보다 의미 있는 여정이 돼 주리라 확신한다. 토지문화관을 돌아보고, 선생의 자취를 밟으며 하룻밤 토지문화관에서 묵어가는 일정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꿨던 작가의 삶을 조금은 엿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올봄의 여정은 ‘토지’의 길을 따라 문학적인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시기를, 그곳에 다녀가면 분명 이 ‘다음’을 살아갈 새로운 용기가 생겨 있을 것이니. 참, 나는 그해 여름에 멧돼지 옥수수 갉아먹는 소리를 들으며 작업했던 두 번째 소설집 ‘유빙의 숲’을 출간했고, 단편소설 마감 역시도 무사히 마쳤다. 선생의 응원이 분명 그곳에 실려 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그 시간을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어디에 해야 할지 몰라 이곳에 적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설가 이은선
  • ‘꼿꼿함과 경륜 사이’ 파우치 “마이크 앞에서 트럼프 밀쳐낼순 없어”

    ‘꼿꼿함과 경륜 사이’ 파우치 “마이크 앞에서 트럼프 밀쳐낼순 없어”

    “마이크 앞에 뛰어들어 그를 밀쳐낼 수는 없는 일이다.” 앤서니 파우치(79)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에 대한 소신 발언을 이어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고, 삶의 경륜이 묻어나는 노회함까지 갖췄다고 할 수도 있겠다. 트럼프 대통령에 견줘 작달막한 몸집이지만 의사이자 과학자인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을 마다 않는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핵심 멤버로,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권을 뺏지 않는 거의 유일한 존재란 얘기도 듣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일 브리핑 도중 ‘중국 바이러스’라고 억지를 부리고 중국 당국이 서너달 전에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렸어야 한다고 발언할 때 옆에 서 있는 게 어떠냐고, 사실은 그때 왜 곧바로 사실을 바로잡지 않느냐고 따지는 질문을 받고 “OK, 그는 그렇게 말했다. 다음번에는 제대로 바로잡으면 된다고 마음먹는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나도 안다.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느냐”고 되물은 뒤 ‘적절한 인사들’에게 트럼프 발언의 부정확성에 대해 알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번에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아 그가 내놓을 메시지에 대해 논의할 때 ‘이 대목에 신중히 하고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 방식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 때문에 나 같으면 그렇게 표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때때로 의견 불일치가 있지만,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이슈에 있어 자신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편이라고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에 대해 과학적이지 않은 얘기를 장황하게 떠들어 대자 대통령의 심기를 최대한 살피면서도 광범위한 임상 시험을 거쳐야 여러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노련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파우치 소장은 일일 브리핑 때마다 많은 이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서 있다는 지적에 “조금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화상 기자회견을 할 방법이 없냐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며 “백악관을 다룰 때는 때때로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얘기해야 한다. 난 계속 밀어붙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가 아는 한 아직 해고되지 않았다”고 웃어넘기며 “그들(백악관)이 날 침묵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진실을 말하는 내 목소리를 환영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계속 이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한가운데에서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사실에 입각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엄청나게 힘든 책무를 떠안고 있다”며 “이제 파우치의 좌절감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WP는 그의 허심탄회한 발언들이 소셜 미디어 등에 퍼지고 있다며 ‘파우치가 해고될 것’이란 일부 트윗을 소개하기도 했다. 신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브리핑 도중 워싱턴의 주류 기득권 세력을 비판할 때 써온 ‘딥 스테이트’란 표현을 쓰자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 손동작 때문에 비판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73년의 선거 역사, 우리 선택을 돌아보다

    73년의 선거 역사, 우리 선택을 돌아보다

    선관위 소장 사료 400여점 기반 정치참여에 따른 국가 변화 관찰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23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유권자가 마스크를 쓰고 투표해야 한다. 대한민국 선거사에 전례 없는 진풍경이자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엄중함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때마침 선거의 역사와 투표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24일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새일꾼 1948-2020: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선거였던 1948년 5·10 제헌국회의원 선거부터 2020년 4·15 총선까지 73년 선거 역사를 통해 투표와 같은 참여행위가 개인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펴보는 자리다.일민미술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우선 방대한 규모가 눈길을 끈다. 미술관 3개층과 신문박물관 2개층을 모두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선관위가 소장한 400여점의 선거 사료와 신문 기사 등 아카이브 자료를 기반으로 동시대 예술가 21팀이 참여해 설치와 퍼포먼스, 음악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선거의 다층적인 면모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선거 구호와 선거 포스터는 시대적 사명과 유권자의 욕망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대한민국 선거사에 길이 남을 구호인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1956년 정·부통령 선거 때 등장했다. 이승만의 장기 집권을 저지하려는 민주당의 촌철살인 구호에 시민들이 열광하자 자유당은 ‘갈아봤자 더 못산다’는 코미디 같은 자해성 구호로 맞섰다. “나라운명 달린 표다”(1963년), “우리 모두 참여하여 새 역사를 창조하자”(1981년) 같은 선거 홍보 문구도 새롭다.작가그룹 ‘일상의 실천’의 참여형 작품 ‘이상국가: 유토피아’는 선거 벽보를 재해석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공약과 슬로건 속 단어와 문구들을 관객이 마음대로 선택하고 배열해 포스터로 직접 인쇄할 수 있게 했다. 정윤선 작가의 ‘광화문체육관-부정의 추억’은 1970년대 독재정권의 집권 연장 도구였던 장충체육관 부정 선거를 모티브 삼았다. 오색 천이 드리운 포장마차, 막걸리, 고무신 등 매표(買票) 선거의 낡은 유물이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광화문광장 한가운데 재현된 장면이 아이러니하다. 이 밖에 동성애자, 난민, 이주노동자 등 선거에서 소외된 다양한 소수자의 정치 참여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하는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전시 기간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전시가 끝나는 6월 21일까지 매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관객과 패널이 참여하는 ‘위클리 보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입법극장 시연과 개표 퍼포먼스로 소개한다. 장명선, 키라라 등 밀레니얼세대 뮤지션 5개팀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도래하지 않은 일들을 위한 노래’도 발매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지구를 보다] 필리핀 탈 화산 폭발 전과 후 공개… “달 표면 같네”

    [지구를 보다] 필리핀 탈 화산 폭발 전과 후 공개… “달 표면 같네”

    지난 1월 12일 필리핀 루손섬의 탈 화산이 43년간의 침묵을 깨고 폭발했다. 이 때문에 높이 십여 ㎞의 화산재 기둥이 치솟았으며 섬 대부분 지역은 화산재로 뒤덮였다. 그 후 비에 젖은 화산재가 질감이 진흙같이 변한 뒤 마르면서 시멘트처럼 땅에 달라붙고 말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산하 지구관측소(EO)가 18일(현지시간) 오늘의 사진으로 소개한 위성관측사진에 따르면, 탈 화산은 그날 폭발 이후 푸르던 루손섬을 달 표면 같은 회색 섬으로 바꿔놨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루손섬 북쪽에 있는 몇 곳을 제외하고는 화산재가 해안가의 몇몇 마을을 포함한 주변 대부분 지역을 황폐하게 바꿔놨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 가운데 하나인 탈 화산은 수도 마닐라 중심에서 남쪽으로 약 72㎞ 떨어진 같은 이름의 호수(탈호)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당시 탈 화산은 폭발로 화산재를 높이 15㎞ 상공까지 날려보냈고 그 후 용암을 분출했다. 화산재가 만들어낸 구름은 화산에서 바람을 따라 북쪽으로 96㎞ 이상을 날아가 마닐라에 도달했고 주요 공항을 폐쇄하게 해 항공편 수백편이 취소됐었다. 이 폭발로 약 4만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했지만, 일부는 대피를 거부했는데 그 수는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 화산은 이번 폭발 이전에도 몇 차례 분화를 일으켜 지금까지 총 6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화산 폭발로 달라진 풍경은 그날의 참담한 순간을 적나라하게 떠오르게 한다.NASA는 지난 11일 지구 궤도를 공전하는 지구관측위성 랜드샛 8호에 탑재된 관측장비 OLI(Operational Land Imager)를 사용해 루손섬의 이미지를 촬영했다. 그러고 나서 이 사진을 탈 화산이 폭발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6일 촬영한 사진과 함께 공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데니슨대의 화산학자인 에릭 클레메티 박사는 “화산재는 지금쯤 대부분 씻겨 내려갔겠지만 그 흔적은 암석의 기록으로 남아 수천 년간 지속할 것”이라면서 “호수 안에 떨어진 화산재 대부분은 도랑 등에 집중적으로 쌓이거나 호수 밑으로 침전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탈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로 커피와 쌀, 옥수수, 카카오 그리고 바나나 등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그 손실액은 11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 등 식물은 그 후 서서히 회복했고, 새롭게 쌓인 화산재층은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든다. 화산재는 또 대피 과정 중 미처 데려가지 못한 가축이나 애완동물들에도 피해를 줬고, 탈호에서 기르고 있던 관상어의 약 30%가 폐사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사진=NASA/EO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너와의 거리 두기… 이토록 가슴 시렸던가

    너와의 거리 두기… 이토록 가슴 시렸던가

    봄이 오면 나를 부르는 강이 있다. 남도의 산과 들을 두루 적시며 흐르는 강, 섬진강이다. 내륙을 향해 봄을 알리는 꽃등불을 켜는 곳도 바로 이 강이다. 매화와 산수유가 다투어 피고, 강에 기대 사는 마을 어디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가 된다. 그러니 이맘때 섬진강 변의 전남 구례와 광양, 경남 하동 등으로 발걸음하는 건 봄 여행의 정석이자 진리다. 하지만 어쩌랴. 얄밉고 무서운 코로나19가 온 국민의 발을 꽁꽁 묶어 두고 있는 걸. 어디를 가 보시라 권할 수도 없는 걸. 그러니 아쉽지만 이제부터 전하는 이야기는 그저 남녘의 봄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워졌는지를 단순 전달하는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봄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 멀리 지리산의 정수리가 희끗하다. 산 아래에선 봄을 재촉하는 비였지만, 산꼭대기에선 눈이 되어 내렸던 거다. 매화 향기 진동하는 곳, 광양으로 먼저 간다. 섬진강에 매달린 마을마다 매화가 폭죽 터지듯 피었다. 혹자는 늙은 매화의 고절한 멋에 견줄 수 없다고 하지만, 키 작은 매화 여럿이 모여 이같은 절경을 펼쳐내는 것도 여간 기특한 일이 아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청매실농원이다. 해마다 봄이면 많은 이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곳. 농원 뒷산 여기저기에 희고 붉은 매화가 흐드러졌다. 사진 몇 컷 찍자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당최 뭘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할 만큼 매화들의 자태는 현란하다. 예전 이맘때면 매화 꽃잎만큼이나 사람이 많았다. 매화 축제 기간에만 100만명 이상의 상춘객이 몰려든다. 요즘은 확실히 다르다. ‘사회적 거리’를 둔 탐화객들로 듬성듬성이다. 코로나19는 정말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백운산 중턱의 전망대에 오르면 농원 전경은 물론 인근의 매화마을과 섬진강, 경남 하동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농원 뒤편엔 짧은 대나무숲이 있다. 매화와 어우러진 모습이 운치 있다. 섬진강을 따라 구례까지 가는 길은 나라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굽이 돌 때마다 화사한 매화가 이방인을 반긴다. 조만간 벚꽃 시즌이 되면 이 강을 따라 또 한번 꽃들의 전쟁이 펼쳐질 터다. 지금의 고요는 그러니까 폭풍전야의 고요인 셈이다. 이 길에서 구안실(苟安室)을 만난 건 우연이었다. 독특한 이름에 끌려 찾은 곳은 뜻밖에 매천 황현(1855∼1910)의 사적지였다. 익히 알려졌듯, 매천은 절명시를 남기고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열혈 선비다. 이웃한 광양에서 출생한 매천은 구례에서 학문을 배우고 서울로 올라간 뒤, 1886년 낙향했다. 그 당시 터를 잡은 곳이 바로 구례 간전면 만수동이다. 여기서 그는 ‘구차하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뜻의 구안실을 짓고 16년 동안 생활했다. 사실상 그의 시와 기록 대부분이 이곳에서 탄생한 셈이다. 안내판 역시 “그가 지은 시 1451수 가운데 400여수를 빼고는 모두 이곳에서 완성했다”고 적고 있다. 집 앞에는 샘도 팠다. 그의 호 ‘매천’이 이 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단칸 ‘일립정’(一笠亭)을 지어 벗들과 술을 나누고 시회도 열었다. 아쉽게도 지금 남은 건 바짝 마른 샘터와 낡은 안내판뿐이다. 구례군에서 사적지 조성 공사를 벌일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여태 버려진 듯한 모습에서 후세의 인심이 야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늙은 절집을 찾는 맛도 각별하다. 사성암은 오산(531m)의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절집이다. 경내 풍경도 곱지만 무엇보다 절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절집 앞 뜨락에 서면 너른 구례 들녘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구례 북쪽의 천은사도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절집 들머리의 수홍루가 핫스폿이다. 홍예문 형태의 다리 아래로 흐르는 말간 물을 보면 가슴이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극락보전과 명부전의 현판 글씨도 놓쳐선 안 된다. 둘 다 당대의 명필이었던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이제 곱게 늙은 한옥들을 영접할 시간이다. 토지면 오미동의 운조루(雲鳥樓)는 1776년 건축된 조선시대 전통 양반가옥이다.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이른바 ‘남한 3대 길지(吉地)’ 위에 세워졌다는 집이다. 오래된 집이니 둘러볼 게 어디 한둘일까만, 큰사랑채 왼쪽의 누마루에는 반드시 앉아볼 일이다. 잠시 다리쉼을 하며 산수유꽃 흐드러진 바깥 풍경을 보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헛간에 있는 뒤주도 명물이다. 쌀 세 가마니를 담을 수 있다는 나무 뒤주다. 뒤주 아래 쌀 개방구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누구나 쌀 뒤주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집 주인들은 대대로 뒤주에 쌀을 채워 마을의 굶주리는 이를 위해 항상 개방했다고 한다. 부잣집의 선한 영향력,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여기서 본다. 요즘처럼 나눔의 정신이 절실한 때에 많은 가르침을 주는 뒤주다. 동학, 한국전쟁 등 수없이 많은 위기 속에서도 운조루가 건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타인능해’ 정신 때문이었다고 한다. 운조루 바로 앞의 곡전재, 쌍산재 등도 시간을 내 찾아볼 만한 고택들이다. 구례 하면 산수유다. 해마다 매화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었던 꽃인데, 따뜻했던 지난겨울 탓인지 올봄엔 예년보다 이르게 노란 꽃술을 열었다. 특히 지리산 만복대 자락의 산동면 일대는 노란 꽃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른 듯하다. 과연 산수유꽃의 성지라 할 만한 풍경이다. 단지 이를 보아 줄 사람이 적은 것이 못내 아쉬울 뿐.●세월이 내려앉은 검은 돌담과 허름한 농가들이 어우러진 산수유 마을 산동면에서도 가장 이름난 곳은 상위마을이다. 언덕에 차곡차곡 쌓인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이 산수유꽃과 어우러져 풍경화를 그려 내고 있다. 마을 안쪽의 오래된 돌담길과 산수유가 어우러진 풍경도 빼어나다. 상위마을과 이웃한 반곡마을은 이 풍경 덕에 ‘꽃담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난 봄 풍경이긴 한데, 어딘가 어색한 느낌도 든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고급진’ 집들과 값비싼 차들이 마을을 조금씩 점령해 가고 있다. 그 탓에 숨 쉴 공간 역할을 했던 공터는 사라지고 풍경의 주인이었던 꽃은 어느새 들러리가 돼 가는 모양새다. 언제 가도 늘 그러할 것 같았던 산수유 마을이지만 머지않아 지금 그러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산수유 마을들이 아름다웠던 건 꽃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월이 더께로 내려앉은 검은 돌담과 그 사이사이 들어찬 허름한 농가들이 꽃받침 노릇을 해 줬기 때문에 더 예뻤던 거다. 한데 돌담과 농가가 조금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현대식 집들이 들어차고 나면 그때도 마을 풍경이 온전할까 싶다. 산동면 주변에도 산수유 마을이 몇 곳 있다. 자그마한 저수지를 끼고 있는 현천마을이나 달전마을, 산수유 시목지가 있는 계척마을 등이 서정적인 풍경을 갈무리한 곳들이다.구례와 이웃한 마을은 경남 하동이다. 야생 차밭이 특히 인상적인 곳. 꼭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이맘때면 차밭 사이사이에 매화꽃이 핀다. 이리저리 휜 차나무 사이로 뿌리를 내린 매화의 단아한 자태가 일품이다.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로 알려진 화개면 일대에 야생차 재배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야생차박물관과 인접한 정금리, 운수리 일대와 덕은리 일대가 널리 알려진 곳이다. 정금리는 화개동천, 운수리는 쌍계동천, 덕은리는 덕은동천에 각각 속해 있다. 동천(洞天)은 산이 빙 둘러 있고, 가운데는 뻥 뚫린 공간을 말한다. 그러니까 세 곳 모두 가파른 산비탈에 조성된 차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대기와 빗물의 흐름, 토양 등 여러 여건들을 고려한 결과일 텐데, 이는 화개 일대가 오래전부터 차 재배에 적합한 땅이었다는 걸 일러 주는 방증이지 싶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곳은 매암제다원이다. 이 집 마루에 걸터앉아 차밭과 함께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평사리 들녘과 섬진강 내려다보이는 고소산성· 최고의 남해 전망대 금오산 고소산성은 평사리 너른 들녘과 섬진강의 물길이 내려다보이는 풍경 전망대다. 절집 한산사에서 산길을 20분쯤 걸어 올라야 닿는다. 굳이 산성까지 오르지 않고 한산사 어름에서 보는 풍경도 그 못지않게 멋들어지다. 한산사까지는 차로 오를 수 있다. 한산사 아래엔 ‘스타웨이’라는 상업시설이 최근 문을 열었다. 스카이워크로 이뤄진 전망대와 커피숍을 겸하는 곳이다.하동 읍내에선 하동 송림(천연기념물 445호)을 잊지 말고 찾아야 한다. 1745년(영조 21) 도호부사 벼슬을 하던 전천상이 방풍림으로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아름드리 소나무 750여 그루가 섬진강을 따라 솔향 가득한 숲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소나무의 붉은 수피는 거북 등처럼 갈라졌다. 그야말로 ‘철갑을 두른 듯’한 모습이다. 솔숲 안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솔향 가득한 숲을 천천히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솔숲 밖은 섬진강이다. 고운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섬진강의 명물인 재첩 조형물도 세웠다. 이제 콧구멍에 바닷바람 좀 쐬어 줄 차례다. 최고의 남해 전망대 중 하나로 꼽히는 금오산을 찾아간다. 내륙에서 줄달음쳐 온 산줄기가 섬진강 끝자락의 망덕포구로 빠져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솟구친 산이 금오산이다. 고도는 849m. 바닷가의 산치고는 꽤 높은 편이다. 고룡에서 포장도로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6.3㎞를 오르면 산정에 가 닿는다. 한 굽이 돌면 지리산의 연봉들이, 또 한 굽이 돌면 남해의 섬들이 차창에 매달린다. 정상 바로 아래에 해맞이 공원이 조성돼 있다. 나무 데크 끝자락에 서면 발아래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이 일망무제로 줄달음친다. 왼쪽으로 사천의 섬들이 바둑알처럼 떠 있고, 그 옆으로 남해 창선도 등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있다. 햇살 받아 반짝이는 물비늘은 또 얼마나 고운지, 눈앞에 거대한 영화 스크린이 펼쳐져 있는 듯하다. 글 사진 구례·광양·하동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여행수첩 -산채정식으로 유명했던 하동 쌍계사 앞 단야식당은 찻집으로 변신했다. ‘단야찻집’ 맞은편의 ‘팔모정’은 산채비빔밥으로 이름난 집이다. 재첩국을 주문해도 산채정식처럼 나물 반찬이 딸려 나온다. 하동 읍내 ‘대나무집’은 황태찜을 잘한다. ‘혼밥족’이라면 황태구이 정식을 맛보면 된다. 구례 ‘부부식당’은 다슬기 수제비로 이름난 집이다. 다만 오후 6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다. 바로 이웃한 ‘목화식당’은 소 내장탕을 시원하게 끓여 낸다. ‘동아식당’은 가오리찜 등으로 진작부터 소문난 ‘전국구’ 맛집이다. 광양 쪽에서는 요즘 벚굴이 한창 나올 때다. 청매실농원 주변에 늘어선 대부분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사성암을 오가는 셔틀 버스는 코로나19로 운휴 중이다. 자신의 차로 오르거나 구례읍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금오산 정상으로 가는 임도도 공사 중이다. 4월 말~5월 초 완공될 예정이다. 개인 차량은 통제되고 집트랙 이용객을 태운 승합차만 정상까지 갈 수 있다.
  •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등 한달 문 닫아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등 한달 문 닫아라”

    미국 네바다주가 18일 정오(이하 현지시간)부터 한달 동안 카지노 등 필수적이지 않은 시설들의 문을 모두 닫으라고 명령했다.  영국 BBC는 이 소식을 전하며 2017년 제작된 프랑스 영화 ‘더 이상 돈을 걸 수 없습니다(Rien Ne Va Plus)’를 빗대 눈길을 끈다. 스티브 시솔락 지사는 전날 밤 기자회견을 열어 카지노와 바, 체육관, 영화관 등의 영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식당은 손님에게 음식을 접대하지 않고 테이크아웃하거나 배달하는 경우에만 조리하도록 했다. 이를 원치 않는 식당은 아예 문을 닫으라는 얘기다.  편의점에 설치된 슬롯머신 기계 등도 운영하지 못하게 했다.  시솔락 지사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하루하루 지체하면 스무 명 정도의 목숨을 잃고 계속해서 죽음이 쌓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의 놀이터”란 별명으로 통하는 라스베이거스는 24시간 영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 도시의 카지노들이 일제히 문을 닫은 마지막은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돼 치러진 장례 날이었다.  그야말로 사막 한가운데 불야성처럼 불을 밝히던 환락의 도시가 불을 끄게 됐다. 물론 이미 몇몇 카지노는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해 문을 닫았는데, 아예 주정부가 일시적으로 모든 영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앞서 미국의 1·2위 극장 체인인 AMC와 리갈시네마는 17일부터 무기한 영업 중단에 들어갔다. 두 체인은 지난 14일부터 영화관 입장객 수를 절반으로 줄였는데 사흘 만에 아예 문을 걸어 잠그기로 했다. AMC는 성명에서 “10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지침으로 인해 영화관 문을 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명령을 준수하고 관객과 직원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영화관을 폐쇄한다고 말했다. 리갈시네마도 “우리의 목표는 직원과 관객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무섭다. CNN 방송은 동부시간으로 17일 정오 기준 사망자를 최소 100명으로 집계했다. 워싱턴주에서 가장 많은 50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이어 뉴욕과 네바다와 인접한 캘리포니아주에서 12명씩이 희생됐다. 플로리다주에서 5명, 루이지애나주에서 4명, 뉴저지주에서 3명, 버지니아·인디애나주에서 2명씩 숨졌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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