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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지만 바꿨을 뿐인데 여름 느낌 물씬… 또 사고 싶은 이 책

    표지만 바꿨을 뿐인데 여름 느낌 물씬… 또 사고 싶은 이 책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여름 리커버 버전으로 독자의 재선택을 기다리는 책들이 잇따라 눈길을 끈다. 이미 출간된 책의 표지를 바꿔서 다시 내는 리커버 버전은 종이책을 선호하는 독자의 소유욕을 자극한다.19일 출판계에 따르면 마음산책은 영화 ‘우리들’로 유명한 윤가은 감독의 에세이 ‘호호호’의 여름 에디션을 최근 선보였다. 올봄 첫 출간 당시 긴팔, 긴바지에 양말까지 신고 홀로 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보는 사람을 표지에 올렸다면 여름 에디션은 반소매, 반바지를 입고 철봉에 매달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두 버전 모두 마음에 위로를 주는 그림으로 유명한 서평화 작가가 그렸다. 파스텔톤 그림은 명랑만화의 한 장면 같다. 특히 리커버 버전에는 윤 감독의 메시지와 사인이 인쇄됐다. “여름이 오는 냄새만 맡아도 정신이 번쩍 차려지곤 한다”고 책에서 밝히며 스스로 ‘여름병’이라 할 정도로 윤 감독이 여름 예찬론자라는 점도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올해 1월 출간됐던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 역시 최근 여름 숲 에디션을 냈다. 앞선 표지가 어두운 동네 골목에 불이 켜져 있는 작은 서점의 따뜻함을 강조했다면 이번 숲 에디션은 마치 숲 한가운데 서점이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새 표지를 작업한 반지수 작가는 “여름휴가에 들고 가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도록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지난 3월 출간된 ‘그림들’(나무의 마음)도 여름 한정 에디션을 출간했다. 이 책은 미국 현지 그림 해설가가 뉴욕현대미술관의 대표작들을 엄선해 소개한 도슨트북으로, 출간 즉시 예술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여름 에디션은 마치 뉴욕현대미술관 뒤뜰에 있을 법한 상상 속의 수영장에서 보내는 나른한 하루를 모티브로 한다. 푸른 하늘과 초록 잔디, 수영장이라는 여름 풍경을 통해 청량감을 선물한다. 문학동네는 다음달 최은영 작가의 소설 3종(‘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을 여름 한정 에디션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여름 분위기가 느껴지는 표지뿐 아니라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보다 작은 판형으로 변신한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꾸준히 신간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앞서 나온 책을 다시 알리기는 무척 어렵다”며 “출판사 입장에서 리커버 버전은 서점이나 독자에게 이전 책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마감 후] 오세훈의 길, 오스만 남작의 길/이두걸 사회2부 차장

    [마감 후] 오세훈의 길, 오스만 남작의 길/이두걸 사회2부 차장

    “범죄와 악취가 그득하고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곳곳에 물웅덩이가 있는 진흙탕길에는 돌멩이가 널려 있어 발에 차이기 십상이었고, 길 한가운데는 정비가 시급한 도랑이 흘렀다.”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 5장 ‘술집’ 중 한 대목이다. 해당 문장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다. 19세기 언저리 파리는 전형적인 중세 도시였다. 난개발로 인해 대로는 많지 않았다. 대신 좁고 미로 같은 골목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만들어졌다. 골목 양편으로는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대낮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상하수도가 정비되지 않은 탓에 비라도 내리는 날엔 거리가 생활하수와 오수로 넘쳐나는 ‘거대한 화장실’로 변모했다. 1666년 대화재를 겪은 이후 4차선 도로를 갖춘 근대 도시로 거듭난 런던에 비할 바 아니었다. 파리가 근대 도시로 변모한 것은 1852년 파리 등 센 지역 도지사로 조르주외젠 오스만 남작이 임명된 게 계기가 됐다. 나폴레옹 3세는 런던 망명 시절 파리를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황제 자리에 오르자 오스만 남작을 내세워 이를 실행한다. 오스만 남작은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1870년까지 도시 전체를 체계적으로 건설했다. 그는 기차역과 주요 광장을 연결하는 직선의 대로들을 만들었다. 파리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리볼리거리와 남북으로 뻗은 생미셸거리는 그의 작품이다. 대로 주변으로는 ‘오스만 양식 건물’로 불리는 고층 빌딩들을 세웠다. 상하수도망이 확충되는 동시에 크고 작은 녹지들이 곳곳에 마련된 것도 이때였다. 거리마다 가스등도 확충됐다. 엄청난 재정 부담에도 오스만 남작과 나폴레옹 3세는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파리는 가장 현대화되면서도 아름다운 ‘빛의 도시’로 거듭났다. 다만 파리 개조 사업의 ‘그림자’도 존재했다. 주거지 사이로 대로를 뚫어야 했기에 수만여 채의 가옥이 헐렸다. 공사 뒤에는 임대료가 크게 치솟았다. 도심에 살던 하층민들은 구도심 못지않게 열악했던 시 외곽으로 밀려나야 했다. 미로를 없애고 대로를 건설한 것은 감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이에 “발터 베냐민에서 미셸 푸코에 이르는 비판적 지식인들은 오스만의 도시 계획이 프랑스혁명 이후 폭동과 소요의 중심이 된 파리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정수복, ‘파리를 생각한다’ 중) 서울시도 도심 재개발을 준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높이 제한과 용적률 등 규제를 과감히 풀고, 공공 기여로 서울 도심의 녹지율을 15% 이상 끌어올린다는 게 뼈대다.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오 시장의 말은 과하지 않다. 지난 10여년간 개발이 중단된 세운지구는 근 반 세기 전으로 시계가 멈춰 있는 모습이다. 전통 한옥지구처럼 보존 가치가 큰 것도 아니다. 다만 그곳에서도 누군가는 장사를 하고 공장을 돌려 먹고산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고단한 몸을 누일 공간이기도 하다. 물론 사업이 실제 진행되려면 10년 이상 걸릴 공산이 크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건물주와의 갈등으로 최근 강제 철거된 ‘을지OB베어들’이 양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내건 ‘약자와의 동행’에서 ‘동행’은 같이 걷는 이의 사정과 마음을 살피는 ‘화학적’ 보폭을 맞추는 것까지 포함한다. 오 시장이 본받아야 하는 건 오스만의 뚝심이고, 단절해야 하는 건 오스만의 무감함인 까닭이다.
  • [문화마당] 나의 만화책방/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문화마당] 나의 만화책방/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코 찔찔 흘리며 작대기 하나 손에 쥐고 마포 언덕을 내달리던 대여섯 살 시절 마을 초입에 있어 늘 지나치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 숲 한가운데 들어섰던 날이다. 기껏해야 나보다 두어 살 많은 동네 형과 함께 들어선 곳은 책방도 도서관도 아니었다. 형형색깔의 책 표지들이 삼면 벽을 뺑 둘러싸고 있던 그곳은 만화방이었다. 놀라웠다. 수많은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을 따라 빙 둘러서 놓인 장의자 위에는 극성맞게 뛰어놀던 동네 형들이 무릎 위에 책을 올려놓고 독서에 몰입해 있었다. 더러 낄낄대거나 쏙닥쏙닥 재잘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조용한 분위기였다. 꽤 많은 아이들이 모여 이렇게 가만히,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를 만화방으로 이끈 동네 형은 나에게 한글 깨우친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게다가 한 권 읽는 데 10원인지 20원인지 했던 ‘만화값’을 내게 내라고도 했다. 달고나 뽑기나 라면땅 하나를 사서 먹을 수 있는 돈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깝지 않다.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었을 뿐 아니라 떠듬거리며 만화책까지 읽어 주었으니…. 그날 이후 용돈이 생기면 ‘책 읽어 주는 남자’, 동네 형을 찾았다. 하지만 나의 책 읽어 주는 남자가 언제나 나를 반겨 준 것은 아니었다. 읽은 책을 자꾸 다시 읽어 달라고 하니 그 형인들 왜 짜증스럽지 않았을까. 그런 날엔 혼자라도 만화방에 찾아가 동네 형이 읽어 주었던 만화책의 책장을 넘겼다. 다 넘기고 다시 앞에서 시작, 다시 넘기고 다시 앞에서 시작, 내가 한글을 익히는 과정은 이랬다. 만화방은 내게 처음 마주한 독서의 전당이고 만화는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책이다. 나만 그랬을까? 변변한 한글 교재도 없던 그 시절 대부분 아이들은 만화 책장을 넘기며 글을 깨치고 책과 친해졌다. 지금처럼 도서관이 흔하지 않던 시절 만화방은 웃음, 재미, 감동을 주는 이야기의 세계로 아이들을 환대하며 받아 주었고, 더러 힘들고 슬플 때 현실에서 달아나 웃을 수 있는 상상과 공상의 재료들을 아이들 손에 쥐여 주었다. 돌이켜보면 비좁은 만화방 장의자에 빼곡히 앉아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던 아이들 모습은 얼마나 예뻤나. 자기가 쥐고 있는 책에 따라 한쪽에서 낄낄대고, 한쪽에서 눈물짓던 모습은 또 얼마나 예뻤나. 조용히 읽어야 하지만 조용하지 못했던 아이들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웠나. 그 속에 우리가 있었다. 아이들 마음과 상관없이 학교에서는 조회와 종례 때마다 만화가게에 가지 말라는 훈화 말씀을 늘어놓았다. 어린이날이면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만화책을 쌓아 놓고 불을 지르는 어른들의 모습을 내보냈다. 불량 만화가 어린이들을 타락시킨다고 했다. 그때부터인지 난 쉰이 된 지금도 어른들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만화책을 본다. 하루 치 용돈과 맞바꿔 빌려 읽은 만화 중 대부분은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만화의 장면들은 지금도 가슴속에 분명하게 남아 있다. 무엇이 멋진 건지, 무엇이 옳은 건지, 무엇이 떳떳한 건지…. 세상도 계속 변했고 나 또한 꾸준히 성장했으니 구체적 판단 기준은 때마다 달라졌겠지만 내 생각의 기원, 혹은 원형은 열 살 이전까지 낄낄거리며 넘겼던 어느 만화책 페이지 사이에 담겨 있었을 것 같다.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웹툰이 있지만, 만화책이 주는 정감과 온기를 전해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올여름 휴가 계획에 만화책 몇 권이 담겨 있어도 좋겠다.
  • 제주항공, 인천~몽골 주4회 운항…코로나 이후 첫 신규취항

    제주항공, 인천~몽골 주4회 운항…코로나 이후 첫 신규취항

    ●무비자 입국, 백신 접종 관계없이 자유롭게 여행 가능제주항공이 오는 29일부터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에 대해 주 4회 운항을 시작한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제주항공의 첫번째 한-몽골 정기노선이자 코로나19 이후 첫 신규취항 노선이다. 몽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내륙 국가로 유네스코 지정 훼손되지 않은 세계 자연유산의 나라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테를지 국립공원’을 비롯해 공룡 화석 발굴지인 바얀작, 사막 한가운데의 아이스 밸리인 욜린암에서는 얼음을 구경할 수 있어 이색적인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이 선호하는 국가다. 몽골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신규 취항으로 우리나라와 몽골을 잇는 하늘길 또한 대폭 넓어지면서 몽골을 찾는 여행객들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몽골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몽골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10만 1279명이다. 이는 2016년 5만 7587명에 비해 약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연평균 1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제주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수·목·토·일요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오전 10시20분에 출발해 칭기즈칸국제공항에 오후 1시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또 칭기즈칸국제공항에서는 오후 2시에 이륙해 인천국제공항에 오후 6시 10분에 착륙한다. 신규 취항일인 29일부터 9월 29일까지 탑승 가능한 편도항공권을 유류할증료 및 공항시설사용료 등이 모두 포함된 총액운임을 기준으로 27만 6800원부터 판매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인천~몽골 노선 취항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복수 항공사 체제가 갖춰지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몽골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안전운항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운임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 증대는 물론 몽골 여행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속보] 美해병대 수송기 추락, 4명 사망…“핵 실려있었다” 주장도(영상)

    [속보] 美해병대 수송기 추락, 4명 사망…“핵 실려있었다” 주장도(영상)

    미국 해병대의 수직이착륙 수송기 MV-22B 오스프리가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남부 사막 지역에 추락해 최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NBC뉴스 등 현지 언론의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제3 해병비행단 소속 오스프리 수송기는 이날 낮 12시 25분경 캘리포니아주 임피리얼 카운티에서 훈련하던 도중 추락했다. 군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해당 수송기에 해병대원 5명이 탑승했으며, 최소 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군 당국은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현황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 SNS에는 “사고기에 핵물질이 실려 있었다”는 주장이 퍼졌지만, 제3 해병비행단 대변인은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대변인은 “사고기에는 핵물질이 없었다”면서 “현재 사고기에 몇 명이 탑승해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현지 언론이 공개한 영상은 추락 현장으로 날아가는 구조 헬리콥터와 사막 한가운데 모인 군인 및 구조대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고 현장으로 추정되는 지점에서는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MV-22B 오스프리는 불과 3개월 전에도 추락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3월 19일 노르웨이 국방부와 함께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훈련 ‘콜드 리스폰스’에 참가한 MV-22B 오스프리 수송기가 추락했고, 당국은 현장에서 미국 국적의 탑승자 4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사고 당시 현지에 돌풍과 폭우가 내리고 있었고, 눈폭풍 위험도 예보돼 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악천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현재 군과 캘리포니아 경찰 당국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미국 보잉 및 보잉과 파트너십을 맺은 벨 헬릭콥터 텍스트론사가 개발하고 제작한 MV-22B 오스프리는 CH-46, CH-53 헬기를 교체하기 위해 제작된 V-22 시리즈 중 하나다. 미 해군과 미 해병대는 수송 헬리콥터의 느린 속도와 수송기의 착륙 제한성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수송기 개발을 요구해왔다. MV-22B 오스프리의 작전반경은 722㎞, 항속거리 3590㎞이며, 2007년 이라크에 배치돼 처음으로 실전 투입됐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아이티 대지진 참사 당시 재해복구 등에 활용되기도 했다.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아기새를 구조해야 하나요?/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아기새를 구조해야 하나요?/탐조인·수의사

    집 앞 논의 모내기가 끝났고 개구리가 힘차게 울고 있다. 여름의 입구에 서 있는 지금은 텃새들이 벌써 한 차례 번식을 끝내고, 여름 철새가 한창 새끼를 키우고 있을 시기다. 곤경에 처한 어린 새들을 구조하느라 야생동물구조센터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아기새가 땅바닥에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구조해야 하나 고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섣부른 구조는 부모의 보살핌을 더 받아야 하는 새들을 납치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구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선 아기새가 털이 나지 않았거나 솜털만 보송보송한 상태라면 아직 둥지에 있어야 하는 시기다. 주변을 살펴 둥지가 보인다면 둥지에 넣어 주고, 둥지가 보이지 않거나 접근하기 곤란하면 인공 둥지를 만들어 근처의 나무에 달아 주고 부모새가 오는지 관찰한다. 인공 둥지는 작은 바구니나 종이 상자 등에 부드러운 티슈 등을 깔아 만들어도 무방하다. 부모새가 하루 이상 오지 않는다면 구조센터에 연락한다. 단 오리나 물떼새는 둥지를 만들어 넣어 줄 필요가 없고 약간 떨어져서 부모가 주변에 있는지 살펴 부모가 오랜 시간 나타나지 않으면 구조센터에 연락해야 한다. 아기새가 솜털은 거의 없고 깃털이 다 난 상태라면 정상적으로 둥지를 떠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둥지를 떠나긴 했지만 아직 잘 날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한 상태일 뿐이므로 그냥 두면 부모새가 보살필 것이다. 도로 한가운데를 돌아다닌다든지 사람의 발에 밟힐 만한 자리에 있어 위험해 보인다면 가까운 화단이나 나무 위로 옮겨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주변에 부모새가 있는지 조금 기다려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어느 경우라도 발견한 새에게 상처가 있거나 뭔가 아픈 것 같다면 구조센터에 전화해 구조를 요청한다. 새가 활력이 없고 눈을 자꾸 감는다든지, 몸 양쪽의 균형이 맞지 않고 한쪽 날개를 늘어뜨린다든지, 한쪽 다리를 절룩이거나 양쪽 다리로 서 있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거나 아예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면 아프다고 볼 수 있다. 때로는 그저 덥고 지쳐서 축 늘어져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가까운 나무 그늘로 옮겨 시원한 물을 조금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가 많이 온 뒤 바닥에서 아기새가 떨고 있다면 수건으로 물을 닦고 따뜻하게 해 주면 도움이 된다. 잘 모르겠으면 구조센터에 문의하면 좋겠다.
  • 도심 정원 6000만 송이 ‘꽃대궐’… 울산, 전국 최고 생태도시로

    도심 정원 6000만 송이 ‘꽃대궐’… 울산, 전국 최고 생태도시로

    ‘도심 정원’의 봄꽃이 상춘객들의 발길을 잡으면서 생태도시 울산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울산대공원 장미축제와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울산의 도심 생태관광도 일상회복에 발맞춰 본격화되고 있다. 울산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회복 단계에 접어들면서 도심 속 정원인 울산대공원과 태화강 국가정원에 방문객이 늘면서 전국 최고의 도심 생태도시라는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대공원, 식물원·체육시설로 인기 만점 울산대공원(면적 200만여㎡)은 남구 신정동과 옥동 일대 도심 한가운데 있는 전국 최고의 도심 속 자연생태공원이다. 그중 면적 5만 6174㎡의 장미원에는 265종 5만 7000여 그루의 장미가 심어져 있다. 식물원과 느티나무 산책로, 생태여행관 등에서는 자연 속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수영장, 파크골프장, 농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과 키즈 테마파크도 조성돼 있다. 동호회와 가족 방문객들이 많은 이유다. 울산대공원은 울산시에서 556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한 뒤 SK에너지가 1995년부터 10년간 1020억원 상당을 투자해 조성했다.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 4월 1차 개장한 뒤 2006년 4월에 완공했다. 기업의 사회 공헌과 행정의 뒷받침으로 태어난 대표적 상생 사례로 평가받는다.●재즈·국악… 음악 어우러진 장미축제 제14회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으며 11만명이 방문했다. 올해는 ‘러브스토리 인 울산’을 주제로 코로나19로 지친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공연과 전시·체험 행사를 통해 ‘치유와 행복’을 제공했다. 재즈, 케이팝, 트로트, 국악, 마임, 어린이 뮤지컬, 로즈버스킹, 로즈스튜디오 등 아름다운 선율과 볼거리로 넘쳐났다. 올해는 시민과 학생들의 참여로 진행된 ‘로즈 밸리 퍼레이드’와 드론 200대를 활용해 장미축제를 형상화하는 ‘드론라이트쇼’ 등이 인기를 끌었다. 전국 최대 규모인 12개국 265종 300만 송이의 장미가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도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성황리에 개최됐다. 24만 4808명이 찾아 꽃양귀비와 작약, 수레국화, 안개초, 금영화 등 5종 6000만 송이의 꽃을 즐겼다. ●태화강, 20여개 정원 속 대나무 60여종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은 2019년 7월 지정됐다. 83만 5452㎡ 규모로 도심 속 유일한 국가정원이면서 단일 규모로는 전국 최대의 도심 속 수변공원이다. 6개의 주제를 가진 20여개 정원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60여종의 대나무에다 나무와 꽃의 종류도 700그루가 넘는다. 태화강십리대숲과 은하수길, 태화강생태체험관 등 명소도 많다. 올가을에는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이 시민들을 만난다. 국가정원 내 국화원 일대 1만 8000㎡ 부지에 국내 자생식물을 포함해 약 200종의 다양한 식물로 조성된다. 오는 9월쯤 식재를 시작해 11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 정원이 완성되면 울산은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아우돌프의 정원을 소유한 도시가 된다.● 산림 공기로 오염 물질 도심 밖 배출 울산시는 대공원과 국가정원뿐 아니라 도심 전체를 쾌적한 녹색 도시로 조성하고 있다. 대표적 사업이 ‘도시바람길숲’ 조성이다. 도시바람길숲은 도시 외곽의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도심 내부로 유도·확산할 수 있도록 연결된 숲을 말한다. 신선하고 깨끗한 산림의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여 대기 순환을 통해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과 뜨거운 도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게 목적이다. 이 사업은 2019년 산림청 공모 사업으로 선정됐고, 2020년부터 200억원을 들여 도시 전역에 25㏊의 숲을 조성한다. 지난해 온산·장현지구 1단계 사업을 마무리했다. 온산읍 신일반산업단지 인근에 가시나무와 동백나무 2만여 그루를 심어 14.6㏊의 숲을 조성했다. 중구 장현공원에는 홍가시나무 등 5000여 그루로 2.7㏊의 도시숲을 조성했다. 올해는 도심 주요 도로를 따라 띠녹지를 조성하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번영로와 산업로, 염포로 등 7개 지역에 62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신선한 바람을 빨리 확산시키고 도심 속 공원녹지 기능을 강화한다. 연내 완료한다는 목표다. 지난해에는 산림청 주관 ‘2021년 녹색도시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 ‘미세먼지 차단 숲’ 부문 최우수 기관으로도 선정됐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산업단지 주변에 숲을 조성해 미세먼지의 도심 유입을 막고 공단 내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숲과 정원 등 녹색 공간 확충은 시민의 건강뿐 아니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울산이 전국 최고의 친환경 생태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 가로수길에서 호주 자연을 만나다… 코알라, 공식 쇼룸 확장 이전

    가로수길에서 호주 자연을 만나다… 코알라, 공식 쇼룸 확장 이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뒤 다시금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가로수길에 호주 대자연을 담은 가구를 만나볼 수 있는 쇼룸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난해 7월 오픈한 가로수길 팝업 스토어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확장 이전한 호주 홈퍼니처 기업 코알라의 공식 쇼룸이다. 제품 판매는 온라인 스토어 기반이지만, 오프라인에서 호주 대자연의 플랜테리어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매장 내부를 꾸몄다. 이국적인 컬러 팔레트로 구성해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 속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끔 연출했다고 한다. 코알라는 포토존과 침실존, 거실존, 체험관으로 쇼룸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여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호주식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철학을 소개한다는 전략이다. 1층에는 코알라 시그니처 콘셉트인 ‘그네 침대’를 설치해 포토존으로 만들었다. 침실처럼 꾸민 2층은 코알라 대표제품 매트리스 3종과 코알라 베개를 비롯해 침대 프레임, 침구 등이 전시돼 있다. 거실 콘셉트의 3층에는 베스트셀러 ‘쿠쉬 소파베드’와 함께 ‘라운지 소파’와 ‘모던 소파’, 커피테이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브랜드 기조를 반영한 매트리스와 소파베드 1인 체험관도 마련돼 있다.
  • ‘위잉위잉’ 우주선에 탄 듯…부드럽고 폭발적인 ‘전기 스포츠카’[시승기]

    ‘위잉위잉’ 우주선에 탄 듯…부드럽고 폭발적인 ‘전기 스포츠카’[시승기]

    구부러진 산길을 넘어서자 탁 트인 서킷이 한눈에 담긴다. ‘억대 스포츠카’의 귀를 찌르는 굉음과 산중의 선선한 바람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귀하다는 포르쉐가 발에 치이듯 굴러다니는 광경이 퍽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19일 경기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2’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독일의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 본사에서 직접 주관하는 행사다. 전문 레이서가 아닌 일반인이 포르쉐의 모든 차종을 서킷에서 몰아볼 몇 안 되는 기회다. 부드러운 폭발력…제로백 3.7초 이날 주인공은 ‘타이칸 GTS’였다. 2019년 포르쉐가 전동화 트렌드에 발맞춰 선보인 준대형 전기 세단 타이칸의 새로운 라인업이다. 타이칸 GTS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한국 시장에도 출시가 예정돼 있는데, 예약이 한참 밀려 있어 차를 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역동적이고 다재다능하면서도 실용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하지 않는다.’ 포르쉐의 요란한 설명을 뒤로하고 타이칸의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그립감’은 좋았다. 큼직하면서도 가늘었다. 전체적으로 단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계기판이 다소 산만했지만, 운전대 한가운데 박힌 포르쉐 로고가 다른 복잡한 요소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가속은 부드러우면서도 폭발적이었다. 회생제동도 안정적이라 전기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큰 거부감이 없을 것 같았다. 배배 꼬인 서킷을 유연하게 흐르는 핸들링도 나무랄 데 없었다. 포르쉐 특유의 우렁찬 내연기관 엔진 소리는 사라졌다. 대신 ‘위잉위잉’, 흡사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특유의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가 주행의 재미를 더했다.‘런치 컨트롤’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자동차의 최고 출력을 점검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능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시동을 건 뒤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꾼다. 왼발로 브레이크를,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꾹 밟는다. 계기판에 ‘런치 컨트롤 기능 활성화’ 알림이 떴을 때 브레이크만 슬쩍 놓으면 된다. 정지상태에서 급작스럽게 뛰쳐나간다. 타이칸 GTS의 ‘제로백’(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3.7초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까지 낼 수 있다. 빌 게이츠가 사랑한 타이칸 럭셔리 스포츠카 시장에서 전기차 타이칸의 위상은 독특하다. 경쟁사들이 그동안 전동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터라, 다른 선택지가 많이 없다. 테슬라의 ‘모델S’ 정도가 꼽힌다. 맞수로 꼽히는 이탈리아 페라리의 경우 “전기로 가는 페라리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다가 결국 최근에서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내놨다. 페라리의 순수 전기차는 2025년쯤에나 나올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이자 세계적인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빌 게이츠가 대표적인 타이칸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타이칸은 억대를 넘나드는 가격에도 올해 1~4월 국내 시장에서 520대(4S 등 포함)나 판매됐다. 같은 기간 포르쉐의 전체 판매대수(3323대)의 15%를 차지한다.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는 타이칸 외에도 911, 파나메라, 카이엔, 마칸 등 포르쉐의 모든 차종을 서킷에서 다채롭게 체험해볼 수 있다. 트랙 코스를 주행하는 ‘핸들링 세션’, 장애물을 피하면서 주행하는 ‘슬라럼 세션’, 런치 컨트롤 기능과 급제동 기능을 경험하는 ‘브레이킹 테스트 세션’ 등으로 구성됐다. 오는 31일까지로 포르쉐 딜러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참가비는 77만원이다.
  • “파라솔·벤치·골목… 예쁘고 행복한 일상 그림, 베스트셀러 이어졌어요”

    “파라솔·벤치·골목… 예쁘고 행복한 일상 그림, 베스트셀러 이어졌어요”

    “그림에서 주는 긍정적인 기운, 기분 좋게 하는 첫인상을 늘 염두에 두죠.” 반지수(31)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는 베스트셀러 표지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반 작가를 잘 모르는 이들도 ‘불편한 편의점’,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위저드 베이커리’ 표지를 그린 작가라고 하면 쉽게 그의 그림체를 떠올린다. 사실적인 배경과 만화적인 인물, 따뜻한 시선이 담긴 그림으로 출판계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와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연희동은 마포구 연남동, 용산구 후암동과 함께 반 작가가 즐겨 그리는 동네다.그는 “산책을 좋아하는데, 특히 처음 가 보는 길을 좋아한다”며 “그림에 주로 산책하며 만난 지극히 사소했던 보통의 날, 보통의 순간이 주는 작고 소중한 행복을 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에게) 그림이 사실적이고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제 기준에서 예쁜 것만 그리고 안 예쁜 건 아예 그리질 않으니 사실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불편한 편의점’과의 인연은 반 작가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국내 영화 포스터와 이루마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작업 등을 한 것을 출판사 관계자가 눈여겨보면서 시작됐다. 그는 “출판사에서 그림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보다는 ‘우리나라의 오래된 동네, 골목길의 풍경을 넣어 달라’, ‘밤이었으면 좋겠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주문을 했다”며 “소설을 읽고 편의점 앞에 파라솔과 벤치는 무조건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4월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은 벌써 세 차례 표지가 바뀌었다. 지난해 15만부 기념 ‘윈터 에디션’ 이후 올해 40만부 기념 ‘벚꽃 에디션’까지 나왔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역시 새 에디션이 곧 나온다. 그는 “‘휴남동 서점’의 초여름 버전 표지를 그렸는데 숲 한가운데 서점이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며 “여름휴가에 들고 가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에디션”이라고 소개했다. 신간뿐 아니라 기존에 출간된 책이 반 작가의 손을 거쳐 재탄생하기도 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경우 2009년 출간된 작품이지만 지난 3월 반 작가가 작업한 표지로 새로 나왔다. 2019년 출간됐던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역시 새 옷을 갈아입고 독자를 찾아올 예정이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그는 “최근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제가 표지를 작업한 책이 1위, 2위, 4위에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했다”며 “지인들도 사진을 많이 찍어 보내 주고 부모님도 기뻐하신다. 무엇보다 내가 잘하는 일을 인정받아 좋다”고 답했다.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를 거머쥔 화려한 사람들보다 우리 주변의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요. 보통의 것이 좋잖아요. 앞으로도 주목받기보다는 누군가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 LA를 맛보다, 파주에서

    LA를 맛보다, 파주에서

    단언컨대 여행의 꽃은 쇼핑과 음식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고대 로마 도시 유적지인 터키 에페스의 원형경기장 한가운데 서 있노라면 수천년 이어져 온 인류 문화의 숭고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하지만 감동의 순간은 잠시뿐, 슬슬 저려 오는 다리를 이끌고 현지인이 즐겨 찾는 ‘맛집’을 찾아내 주문한 ‘피데’(터키식 피자) 한 판의 맛은 10년이 지나도 떠올릴 때마다 침이 고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소살리토만큼 아름답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마린 시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긴 웨이팅을 감수하고 들어간 버거 맛집에서 첫입을 크게 베어 물다 육즙을 질질 흘린 ‘인생 버거’를 맛보지 않았더라면 소살리토가 지상 최고의 해안 마을로 기억될 수 있었을까.●LA 거리 걷는 듯 이국적 경험에 흠뻑 코로나19로 2년 반 동안 몸과 마음이 답답하고, 뭘 하고 놀아도 흥미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 어느 날 지하철 창문에 비친, 마스크에 가려진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문득 “인생 부질없다”는 허무함이 밀려들었다면 여행을 가지 못한 후유증일 가능성이 크다. 리오프닝 기대감에 스카이스캐너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보지만 아직 예전 가격으로 돌아오지 못한 비싼 항공료에 마음이 무겁다. 다행히 대안이 있다. 공항 대신 자유로를 달려 파주로 떠나 보자. ‘쇼핑 맛집’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에 최근 오픈한 ‘피기스 타운’은 여행에 목마른 이들에게 짜릿한 탄산수 같은 ‘이국적 경험’을 선사한다. 마치 미국 LA 거리를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타운 센터를 중심으로 총 7개의 식당이 어우러져 있다. 레스토랑의 콘셉트와 메뉴, 국적이 각기 달라 여행 마니아들의 허전함을 달래 준다. 야외 카페 ‘피기inLA’는 귀여운 돼지 캐릭터(피기)가 모여 있어 돼지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 웃음을 자아낸다.●홍콩·호찌민 맛집처럼 비주얼 폭발 캔토니즈 스타일의 중국 음식점(왕프라이즈 차이니즈)은 홍콩 시내의 가게를 옮겨 놓은 듯했고, 베트남 음식점(원투쓰리포)은 호찌민 부촌의 힙한 식당 같았다. 스시바인 뜨띠뜨띠는 샌프란시스코의 해산물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이 밖에 수제버거집(노말리스트)은 유럽 카페 스타일로, 떡볶이를 주력으로 파는 ‘이응이응’은 톡톡 튀는 K분식집으로 꾸몄다.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들은 대체로 비주얼과 맛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특히 고기가 가득 올라간 솥밥이 인스타그래머블해 반사적으로 폰의 카메라를 켜게 된다. 고수 외에 실란트로 등 다양한 채소를 제공하는 베트남 현지식 ‘서비스 정신’을 살려 고수와 함께 깻잎을 넣는 새로운 시도를 한 쌀국수의 재해석도 인상적이다. 교외 지역의 아울렛에 거대한 ‘이국적 콘텐츠’가 들어선 건 ‘경험 콘텐츠’가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아울렛을 분리해 채널별 특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 가운데 아울렛은 멀리서도 찾아와 오래 머물며 쇼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파주 백종원’ 김왕일 대표의 파격 외식업체 ‘CICFNB’가 이 기획을 주도했다. 이 업체가 파주 지역에 오픈한 대형 카페 ‘더티트렁크’와 ‘말똥도넛’은 인스타그램에서 10만개 이상의 게시글에 태그되며 인증샷 명소로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간 새로운 경험 콘텐츠에 목마른 고객들이 이 매장들을 찾아 ‘인생 샷’을 찍었다. 파주의 백종원이라고도 불리는 김왕일 CICFNB 대표는 스위스의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의 호텔에 근무한 경험을 살려 대규모 미국 감성의 이국적 인테리어를 잘 살리기로 정평이 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피기스타운은 아울렛 파주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자적인 콘텐츠”라면서 “1브랜드 1스토어 전략으로 파주점만의 콘텐츠를 확실하게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속보]민주 박완주 제명에…국민의힘 “민주당 M번방”

    [속보]민주 박완주 제명에…국민의힘 “민주당 M번방”

    더불어민주당 3선 중진 의원인 박완주 의원이 성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12일 “이쯤 되면 ‘텔레그램 N번방’에 이은 ‘민주당 M번방’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앞서 11일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박 의원을 제명했다고 결정했다. 신 대변인은 “당내에서 성비위 사건이 발생해 당 차원에서 처리를 한 것”이라면서 “2차 가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내에서 성비위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86그룹’ 출신으로 원내대변인과 당 정책위의장 등을 지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박완주 의원이 제명된 것에 대해 “당내 반복되는 성 비위 사건이 진심으로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공동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당의 윤리감찰단과 지도부가 충분히 조사한 끝에 신중히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 당은 잘못된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며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당을 만들어야만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쯤 되면 ‘텔레그램 N번방’에 이은 ‘민주당 M번방’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박완주 의원을 제명한 일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N번방의 불꽃 박지현 위원장께서 권력형 성범죄 온상인 더불어 M번방(적진) 한가운데 놓이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저분들 멱살을 다 잡으려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듯하지만, 진정한 ‘불꽃’이 돼 악의 뿌리를 제대로 뽑아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국힘 “문재인 정부, 국민에 절망과 박탈감 안겨…반면교사할 것”

    국힘 “문재인 정부, 국민에 절망과 박탈감 안겨…반면교사할 것”

    오늘로써 지난 5년의 임기를 마치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힘이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먼저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께 수고 많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여느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지난 5년의 국정운영 과정에는 빛과 그늘이 공존했다”고 평가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계층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 소득주도 성장으로 시작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 등으로 국민에게 절망과 박탈감만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공포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언급하며 “민주당 주도로 꼼수 표결하고 국무회의 시간 변경 꼼수를 더해 의결하고 공포했던 검수완박법의 강행 한가운데에 정의롭겠다던 문 대통령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정책의 오판과 정치적 결정으로 인해 국민이 고통받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겸손히 받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금희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공과는 앞으로 역사에서 평가될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문 대통령 5년 동안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국민 분열은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양 원내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은) 임기 말 40%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40%만을 위한 정치가 결국 국민을 편 가르기 한 것”이라며 “거대 민주당은 국회에서 법안을 일방 처리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5년 내내 국민을 고통스럽게 했던 부동산 문제, 국가부채 증가, 대북관계 외교 악화 등에 대해서는 그 어떤 반성이나 언급이 (퇴임 연설에서) 없었다”며 “국정은 행사로 보여주고 말로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남겨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 [애니멀S] 난생 처음 8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유기견 살구 사연

    [애니멀S] 난생 처음 8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유기견 살구 사연

    살구는 평생 보호소 견사를 벗어난 적이 없던 개입니다. 가족이라고는 130여 마리의 유기견들과 연로하신 보호소 소장님 한 분이었습니다. 소장님은 재개발지역의 버려진 개들을 거둬주신 분이었고, 살구는 그 유기견들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보호소라고는 하지만 손길이 늘 부족한 곳, 살구는 산책은커녕 사람 손을 제대로 타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 살구는 2020년 12월, 동물권행동 카라의 구조로 7년 만에 처음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구조 후 살구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아름품 입양센터로 입소했습니다. 평생 사람을 경계하고, 땅굴 속으로 피하며 살 수밖에 없었던 살구는 입소 후에도 사람을 피해 아름품 구석을 찾았습니다.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자 살구는 천천히 마음을 열어주었습니다. 사람이 두려워 구석만을 고집하던 살구가 점차 아름품 한가운데까지 나와 편히 누워 낮잠도 자고, 먼저 활동가에게 천천히 다가와 머리를 살포시 기댔습니다. 여전히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소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점차 바뀌는 살구는 용감한 강아지로 성장했습니다.  어쩌면 금방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살구의 아름품 생활은 한 달, 두 달, 그리고 몇 년에 걸치며 길어졌습니다. 살구의 소심한 성격, 혹은 적지 않은 나이 때문이었을까요? 개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입양 확률이 낮아집니다. 늘 살구를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살구의 긴 기다림이 끝나는 만남이 있었습니다.  입양을 고민하시던 한 분께서 아름품을 방문하셨습니다. 살구는 그날도 조용히 혼자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방문자께서는 오히려 그런 살구에게 눈길이 갔다고 합니다.  “조용히 큰 눈으로 저를 바라보니 마음이 쓰였어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그 시간이 너무 기대되었거든요.”  그리고 2022년 1월 28일, 살구에게 평생을 사랑해 줄 가족이 생겼습니다.  8년 만에 첫 가족을 만난 살구8년 동안 단 한 번도 가족과 생활한 경험이 없던 살구는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입양자님은“집에 오고 첫 2주간 살구가 현관에 앉아 하울링을 했다. 시끄러운 건 괜찮았는데, 살구의 그런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런 살구를 이해하고자 했던 입양자님은 하울링이 시작되면 조용히 살구에게 다가가 곁을 지켜주고, 괜찮다며 쓰다듬어주었다고 합니다. 또 “어딘가 책을 읽어주면 좋다고 해서 살구가 하울링을 하면 책도 읽어줬다”며 입양자님은 웃으면서 그때 기억을 되새기셨습니다.  살구도 입양자님의 마음을 알았을까요? 살구의 하울링이 점점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살구의 하울링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입양자님께서 잠시 외출 후 집에 돌아오자 살구가 현관에서 꼬리를 치며 반겨주었습니다. 입양자님은 “살구가 현관에서 반겨주던 날,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해피 엔딩이 아닌 해피 스타트  이후 살구는 새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갔습니다. 한강이나 넓은 광장에서는 겁이 많아 산책이 어려웠던 살구는 이제 입양자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잘 걷고, 집에서는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표현하고 고집도 부린다고 합니다.  또 살구의 입양으로 입양자님의 생활 패턴도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귀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변에 함께 방문할 수 있는 카페도 찾아가고, 여행도 같이 다닙니다. 포기한 부분들이냐는 질문에는 “살구와 보내는 시간이 더 의미 있기에 아쉽지 않아요.”라며 “살구는 가족이잖아요.”라며 웃으면서 답해주셨습니다. 아직 가족을 기다리는 달봉이네 보호소 구조견들 살구는 이렇게 행복한 새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달봉이네 보호소에서 구조되어 아름품 입양센터와 더봄센터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개들이 많습니다.입양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살구 보호자님은 “저도 입양을 엄청 오래 고민했어요.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더 빨리 입양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살구는 아름품에 1년 동안 있었고, 저도 망원동에 1년 있었는데 왜 더 빨리 만나지 못했을까 아쉽네요.”라며 입양을 고민하시는 분들을 응원해 주셨습니다.  살구에게는 가족을 만날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기회를 꽉 잡은 살구에게 평생을 함께할 가족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그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달봉이네 보호소 구조견들이 아름품 입양센터와 더봄센터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달봉이네 보호소의 구조견들 모두가 좋은 가족을 만나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희망합니다.
  • 3代 여덟 충신·효자·열녀 기린 ‘팔홍문’… 돌 하나로 남은 ‘핏빛 가족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3代 여덟 충신·효자·열녀 기린 ‘팔홍문’… 돌 하나로 남은 ‘핏빛 가족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중학교 때 월요일 조회 시간에 ‘명심보감’을 읽는 순서가 있었다. 목소리가 낭랑한 친구가 연단에 올라 좋은 말씀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또박또박 낭독했다. “하루라도 선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이 저절로 일어난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에 하는 일이 없다.” 먼지바람이 부는 운동장에 정렬한 채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열서너 살짜리 아이들에게는 너무 옳은, 너무 좋은 말씀들이었다. 커서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될지는 몰라도 당장 지금 배우긴 지겹고, 봄에 가을을 생각하긴커녕 당장 내일도 알지 못하며, 새벽에는 5분이라도 더 이불 속에서 뭉개려 엄마와 실랑이를 하는 터였다. 선과 악, 그 내밀하고 복잡 미묘한 세계를 분별하기엔 턱없이 어리고 어리석었다. 우이독경이거나 마이동풍이거나, 결국엔 ‘명심보감’ 한 권을 귀동냥으로나마 완독한 셈인데, 책의 핵심적인 교화의 주제는 충과 효를 위시한 유교적 가치였다.“효도하고 순한 사람은 효도하고 순한 자식을 낳으며, 부모에게 거역한 자식은 부모에게 거역하는 자식을 낳는다.” 때로 가르침이 으름장으로 들렸다. 돈은 쓰면 다함이 있지만 충성과 효도는 다함이 없다면서, 들썩거리는 사춘기의 반항심에 비유의 못을 땅땅 박아 ‘입틀막’하기도 했다. “믿지 못하겠거든 저 처마 끝의 낙수를 보라. 방울방울 떨어짐에 어긋남이 없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등 기념일이 집중돼 있다. 가족은 개인의 삶에 가장 밀착돼 있는 일상적인 관계이니 그것을 축하하며 기념하는 5월에는 특별히 의미 있고 행복해야 마땅하리라. 하지만 5월만 되면 아니 5월이 시작되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도망쳐서 숨어 버리고 싶다는 비명도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념일들을 기념하기엔 물적·심적으로 지쳤기 때문이다. 행여 기념일을 챙기지 않고 지나쳐도 마음 한구석이 죄책감으로 묵지근한 건 어쩔 수 없다. 가족은 ‘사랑하는’ 상대를 넘어서 ‘사랑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처를 주고받아도 기어코 얽히고설켜야 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아주 특별하고 이상한 사람들. ●유교문화 아래 직조된 핏줄의 무게 유교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이 사랑에 ‘당위’의 무게가 더해진다. 치밀한 그물망으로 직조한 명분과 도리가 부모와 자식, 부부의 관계를 장악해 그것을 종내 임금과 신하의 관계로 확장한다. 유학은 정교하고도 집요한 이념이다. 하지만 이상주의가 거개 그러하듯 제아무리 촘촘하게 짜인 그물망이라도 찢고 뜯고 삐져나오는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진 못한다. 존천리멸인욕(尊天理滅人慾), 천리를 보존하고 욕망을 없앨 만큼 기어이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이상과 현실, 명분과 욕망, 그 사이에 아름다운 잔혹극이 있다.지하철 1호선 서울역 3번 출구로 나와 염천교 쪽으로 걷다 보면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가로수 아래 나지막한 돌이 하나 보인다. 지도상으로 순화공원이 시작되는 지점이지만 보도 한가운데 불쑥 튀어나와 있는 데다 표석의 앞면이 순화더샵 주상복합을 향해 있어 생뚱맞게 느껴진다. 도로를 향해 걸린 실종된 딸을 찾는 가족들의 플래카드가 그 위로 진한 그늘을 드리운다. 이미 오래전에 봤던 광고 같은데 1999년에 실종된 열일곱 살의 그녀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했나 보다. 이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사례금은 1000만원으로 올랐고 그만큼 늙은 부모의 가슴은 숯이 됐을 것이다. 그래도 애타게 찾고 또 찾는다. 포기할 수 없는 세상의 마지막 사람, 가족이기에!●위풍당당 여덟 개의 정문은 어디에 ‘팔홍문 터: 팔홍문은 조선시대에 이지남(1529~1577)과 그 아들 등 삼대에 걸쳐 여덟 명이 충신·효자·열녀가 된 것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세워 준 여덟 개 문이다. 이지남과 그의 아들 기직·기설은 효자, 딸은 효녀, 기설의 두 아들 돈오·돈서는 충신, 이지남의 부인 정씨와 돈오의 부인 김씨는 열녀로 인정받았다.’ 결코 예사롭지 않다. 한 집안 삼대의 여덟 명이 정문(旌門)을 받다니! 가문의 영광이요, 고을의 자랑이다. 충신·효자·열녀에게 나라에서 내린 정문 비각이 줄지어 위풍당당하게 늘어선 모습은 대단한 장관이었을 터인데, 지금은 그 흔적이 고작 돌 하나로 남아 있다. 본디 1634년(인조 12) 세워졌던 정려각은 김포 사촌과 이곳 서울 남문 밖 자인암으로 수차례 옮겨졌는데, 조상 덕 만큼이나 자손 복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충신과 효자와 효녀와 열녀, 그들은 다 죽었다. 죽었기에 붉은 문을 받았다. 남은 자들은 드높은 이름을 얻었지만 피와 살이 도는 보호벽을 잃었다. 정처가 없는 자손들은 제아무리 훌륭한 조상이라도 두고두고 지킬 방도가 없었다. 연안 이씨 이지남은 양재역벽서사건에 연루돼 유배지에서 죽은 아버지를 위해 3년간 여막살이를 해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지효(至孝)라는 이름이 널리 퍼졌다. 그 후 어머니가 이질을 앓아 위중해지자 목욕하고 울부짖으며 하늘에 호소했다. 대변까지 맛보며 간병하다가 어머니를 살리는 꿈을 꾼 뒤 피를 토하며 죽었다. 이지남의 부인 정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겨워 까무러쳤다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피눈물로 세월을 보냈고, 죄인으로 자처하며 입에 맞는 음식과 몸을 편안하게 하는 물건은 아예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지남의 장남 기직은 죽은 아버지를 위해 명당자리를 찾아 천지사방을 헤맸고 마침내 상청에서 울다가 기절해 죽었다. 둘째 아들 기설은 이지남의 삼년상을 치르고 남겨진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다가 병이 걸리자 칼로 손가락을 끊고 혀를 자르는 등 효행을 다했다. 이지남의 딸 이씨는 똑똑하고 인물이 빼어났는데 부친상을 당하자 슬픔에 겨워 3년간 죽만 마셨다. 죽을 때에 이르러 “내가 지금 죽어서 아버님 곁을 따르니 죽어도 유감이 없으나 다만 어머님이 살아 계시니 그 불효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어머님을 봉양하지 못하고 앞서감이 죄송할 뿐이다” 하고 운명하니 그녀의 나이 18세였다. 호랑이 집안에 개의 새끼가 날 리 없었다. 이기설의 아들 돈오는 벼슬자리에 있지 않았음에도 병자호란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스스로 강화도에 갔다가 적군이 상륙하자 성을 향해 달려갔다. 허나 성은 이미 적군에게 포위돼 있었으니 돈오는 북쪽을 향해 통곡하다가 적군과 부딪쳤고, 적군을 꾸짖고 굽히지 않으니 급기야 살해되고 말았다. 이때 돈오의 부인 김씨도 마니산에서 적에게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자결했고, 돈오의 아우 돈서는 적에게 포로가 되자 강물에 몸을 던져 순절했다. 숨차고 벅찬 이야기다. 온 가족이 효자요, 효녀요, 충신이요, 열녀다. 동리 사람들이 극구 칭찬하고 나라에서 상을 내렸다. 여덟 개의 붉은 문이 뜨르르하게 거리를 메웠다. 그런데 과연 이 이야기가 아름답고 존경스럽기만 한가? 내가 불효하고 불충하고 지조 없는 인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지남 가족의 집단 변사(變死)는 아무래도 지독한 비극이자 엽기적인 잔혹극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끊이지 않는 비명횡사의 사슬을 기념하는 이곳은 영광의 자리인가, 비극의 자리인가? 딛고 선 발밑이 서늘하다.(㉻에 계속) 소설가
  • 역동적인 듯 텅 빈 거적때기 “멸망 향한 문명의 폭주 열차”

    역동적인 듯 텅 빈 거적때기 “멸망 향한 문명의 폭주 열차”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건 전신 크기의 새빨간 옷이다. 누가 방금 벗어 놓기라도 한 듯 각이 살아 있는 옷은 생동감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주인 없이 텅 빈 모습이 왠지 모를 허전함을 안긴다. 서울 성북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창홍 작가의 ‘유령 패션’ 전시는 자본주의 사회 인간의 욕망과 공허함을 보여 준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열린 그의 특별전을 기념하는 귀국전이다. 특별전이 개최된 과야사민미술관 내 ‘인류의 예배당’에서 전시를 가진 해외 작가는 안 작가에 앞서 스페인 거장 프란시스 고야밖에 없다. 오랫동안 여러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권력에 저항한 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욕망하는 인간의 마음에 집중한다.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이미지 위에 디지털 펜으로 그림을 그린 드로잉 150점이 OLED 디스플레이로 설치됐고, 이 디지털 펜화를 유화와 입체 작업으로 옮긴 작품 32점 등이 전시됐다.작품 속 옷은 얼핏 패션 잡지의 한 장면처럼 색도 디자인도 다양하다. 마치 사람처럼 동작을 취하고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아무도 없다. 머리와 팔, 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이 텅 비어 투명 인간 같다. 소매와 옷자락 밑단에서 흘러내리는 물감의 모습은 꼭 피를 흘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안 작가는 “길을 가득 메우던 사람이 다 빠져나간 텅 빈 도시의 거리는 마치 유령의 거리처럼 공허하다”며 “사람들의 존재는 사라지고, 화려하게 치장된 거적때기만 길을 메우고 있는 듯한 착시 현상에 빠진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크고 많고 남고 넘치는 것만이 추앙받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가가 읽어 내는 건 풍족함이 아닌 절망이다. “적막감만 강물처럼 흐르는 텅 빈 도시. 이게 유령의 도시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멸망의 벼랑 끝으로 내달려 가는 문명의 폭주 열차를 멈춰 세울 방도는 없는 것일까.” 전시장에는 대표작인 거대한 ‘마스크’ 시리즈도 함께 걸렸다. 1.5m가 넘는 마스크는 역시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을 보인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민화된 대중, 집단 이기주의와 폭력, 최면에 걸린 듯 질주하는 집단의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평생을 권력과 자본에 의해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희생되고 교묘하게 억압받는지 주목했다”며 “좀더 현대 감각에 발맞추기 위해 디지털 펜화를 시도하고, 이를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 등을 거쳤다. 앞으로도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9일까지.
  • 광주의 핏빛 ‘봄날’… 한사코 우리 곁에 기록으로 다가온 그날 [작가의 땅]

    광주의 핏빛 ‘봄날’… 한사코 우리 곁에 기록으로 다가온 그날 [작가의 땅]

    “불현듯 그날 밤 광장에서의 횃불 시위의 광경이 눈앞에 떠올랐다. 연시빛 불빛에 따스하게 젖어 흔들리던 그 이름 모를 수많은 얼굴들. 어둠이 깔린 거리를 따라 흐르던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행렬. 수천 수만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부르던 노래… 이내 짙은 잿빛의 수면 위로, 누군가의 얼굴들이 물방울처럼 하나둘 돋아나기 시작했다. 윤상현, 무석형, 칠수, 순임이, 민태, 민호… 친구들, 선배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얼굴들. (중략) 저만치 맞은편 섬의 둥근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눈부시게 밝은, 늦은 봄날의 아침이었다.” -임철우 ‘봄날5’ 중에서1998년은 소설가 임철우가 등단한 지 17년, 5·18민주화항쟁이 일어난 지는 18년이 되는 때였고, 소설 ‘봄날’이 다섯 권으로 완간된 해였다. 임철우는 꼬박 10년에 걸쳐서 ‘봄날’을 집필했다.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소설이 아니라 일종의 기록으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한국 문학사 최초로 광주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이 기념비적인 작품을 소설이 아닌 기록으로 읽으라니. 이는 어떤 층위로 해석해야 하는가. “하느님, 제가 그날을 소설로 쓰겠습니다. 목숨을 바치라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이것은 소설 속의 대사가 아니다. 생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한사코 그것만을 꼭 써내고자 한 사람의 혈성이며, 광주항쟁을 온몸으로 겪고 살아남은 자가 내지른 속울음의 다른 말이다. 기록자로서 기꺼이 신의 몸주가 되기를 자청한 이의 운명적 토설이자 여전히 귓가에 울리는 총성의 한가운데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고 기록한 자가 토해 내는 숨비소리다. “이건 아무래도 내 작품이 아닌 것 같다. 쓰는 내내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에게 구속당해 있었다. 자유도 없었다. 십 년 동안, 자신이 파괴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저 대리인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열흘 동안,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남들한테는 소설이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현실이다, 수없이 더듬고 주물러야 하는 현실….”(조경란, ‘십 년 동안의 고독’ 중 임철우 인터뷰)●비유·상징 은폐됐던 5·18 꺼낸 작품 소설 ‘봄날’의 다섯 권은 에필로그까지 포함해 전 8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이 소설은 오롯이 광주항쟁만을 그리고 있다. 그전까지 그 사건에 대한 작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에 관한 한 최대치로 우회하거나 비유를 통째로 쏟아부어야 했고 지명을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일은 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졌다. 1998년은 아니 그가 ‘봄날’을 쓰기 시작한 1980년대는 예술 작품마저도 철저한 검열의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전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철저히 비유와 상징으로 은폐된 광주를 임철우가 세상 속으로 꺼내 놓았다. 그리하여 임철우는 처음 호명한 자의 위치에서 그것을 소설이자 하나의 기록이 되게 하기 위해 온 생을 걸었고, 그의 이 시도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소설은 광주항쟁이 발발하기 이틀 전인 1980년 5월 16일의 새벽 산수동 오거리에서 시작돼 마지막 날인 5월 27일 아침 전남도청 앞까지를 그린 이야기이다. 전체 87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진 이것은 앞서 작가가 밝힌 대로 이야기를 넘어선 어떤 기록이자 피로 쓴 항거 일지라 보아도 무방하다. “끝내 아무도 달려와주지 않았던 그 봄날 열흘/ 저 잊혀진 도시를 위하여 이 기록을 바친다.”(임철우, ‘봄날1’)임철우는 1954년 전남 완도군 금일읍 평일도에서 태어나 전남대 및 서강대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도둑’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는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물 그림자’, ‘그리운 남쪽,’ ‘황천기담’, ‘연대기, 괴물’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붉은 산, 흰 새’, ‘그 섬에 가고 싶다’, ‘등대’, ‘봄날’, ‘백년여관’, ‘이별하는 골짜기’, ‘돌담에 속삭이는’ 등이 있다. 한국일보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요산문학상, 단재상 등을 수상했다.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추대됐다. 전남대 영문과에 73학번으로 입학한 임철우는 혼자 소설 습작을 시작했고 군 제대 후 3학년으로 복학해 교내 문학상에 두 번 연속으로 당선이 된다. 1980년 5월에는 영문과 4학년을 다니다가 휴학한 채로 황석영의 소설 ‘한씨 연대기’를 각색한 연극에도 참여한다. 5월 17일 밤 12시를 기해 계엄 확대와 휴교령이 내려져 연극 연습을 중단한 채 학생들은 각자 피신을 해야 했다.대학생 임철우는 활화산 같은 시위 현장으로부터 두 번의 부름을 받는다.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P가 전화를 걸어 동참을 권했던 것이다. 그는 숨어 있던 방문을 열고 나와 약속 장소를 향해 걷는다. “불길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러나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 또한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 장소가 다가올수록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되돌아가고 싶은 유혹도 그만큼 커졌다. 나도 모르게, 지름길을 놔두고 넓은 차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마침내 서점 앞에 왔을 때, 나는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그날 친구와의 만남은 불발됐다. 다음날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또 시위 현장으로 나갔으나 이번에는 그가 선뜻 손을 들어 친구에게 향하지 못한다. 그는 그때의 선택으로 평생 어떤 마음을 형벌처럼 짊어진 자가 돼 버린다. 자의 반, 운명 반이 이런 때 쓰여도 되는 말일까. “아무 일도 못했다는 사실, 비겁하게 혼자만 살아남아 있다는 죄책감과 자책감, 부끄러움과 자기 혐오에 끝없이 시달렸다. 그때까지 나를 지탱해 왔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고 만 듯한 절망감, 어느새 감쪽같이 살인자들의 몫으로 둔갑해버린, 조작된 정의와 진실에 대한 미칠 것만 같은 분노와 증오에 짓눌린 채 나는 헐떡거렸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항쟁 후 2년간 은거 ‘혼돈의 시간’ 항쟁 이후의 광주는 유언비어와 서로 간의 반목, 사라진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다치고 죽은 사람들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임철우는 처참해진 광주를 빠져나가 어느 섬과 해남 대흥사 앞에 은거하며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지낸다. 그로부터 2년쯤 뒤에 서울의 대학원에 진학한 임철우는 “광주사태 때 정말로 그렇게 많이 죽었나? 자네도 직접 봤어?”라는 해맑은 얼굴들 앞에서 깊이 좌절한다. 광주 바깥에서는 그저 폭도들에 대한 흉흉한 소문으로만 떠돌고 있는 그곳의 사태를 온몸으로 겪은 자가 받은 충격의 강도는 뭇사람이 함부로 짐작하기 어려운 것일 터. 아마도 그래서였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채는 임철우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적어 두었다. “실제로 80년대 초중반에 그가 써낸 중단편들은 신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비명도 아우성도 아니다. 입이 틀어막힌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다. 모든 나무상자가 관으로 보이고, 냇물에 떠내려오는 꽃잎 같은 분홍빛 조각들이 아이들의 손톱인 세계, 처처에 시취가 물큰거리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을 파괴하는 세계, 거듭되는 악몽의 세계, 뚜벅거리는 발자국은 모두 군화 소리이고 모든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공포로 다가오는 세계, 무기력한 아버지와 미쳐버린 어머니, 죽어가는 아들들의 세계이다. 광주는 그 세계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상징의 성채이다.”(서영채, 임철우론 ‘봄날에 이르는 길’) 임철우는 소설의 화자가 아닌 냉철한 카메라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가감 없이 기록했다.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불가한 것들의 최대치까지도 견뎌낸 까닭일까. 그의 소설에 유독 많이 나오는 부사어는 ‘한사코’다. 작가에게 체화된 단어들 중 하나이리라.억울하게 산화된 영혼들과 상처받고 짓밟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은 때로는 인간의 몫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신의 소환을 받은 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가 쓴 다섯 권의 소설을 읽는 일은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우리가 꼭 그것을 읽고 기억해야 하는 까닭은 그때의 일을 아직도 현실로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1980년 5월 광주가 과연 ‘지나간’ 일인가. 반성과 후회, 깨달음과 기억은 누구의 몫인가. 그 역사는 지금 다른 옷을 입은 채로 어디선가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우리 모두는 그들로부터 자유로운가. 기억하고 읽는 일이 과연 그것으로 인하여 송두리째 삶을 뺏긴 자들보다 힘들다 말할 수 있는가. 언제나 그 섬에 가고 싶던 등대지기 같은 백년 여관의 작가가 돌담에 혈흔으로 기록한 1980년의 5월의 광주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날의 아침이 한사코 우리 곁으로 다가든 봄날이다. 소설가 이은선
  • 구청·대학·주민 십시일반 은평의 아픈 마음 보듬다

    구청·대학·주민 십시일반 은평의 아픈 마음 보듬다

    서울 은평구 불광롯데캐슬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있는 커뮤니티 시설 2층에 마련된 방에는 사람·동물 모양을 한 작은 피규어들이 가득했고, 한쪽에는 손으로 잡으면 쉽게 뭉쳐지는 모래가 가득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최한솔(4·가명)군은 장난감을 모래 위에 차례로 정렬하기도 하고 장난감을 던지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놀이했다.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평범한 키즈카페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경계성 발달장애나 사회성 발달 지연, 또는 육아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 은평구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심리치료 센터인 ‘마음건강심(心)터’다. 지난달 27일 최군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놀이를 하며 발달 지연을 치료하는 ‘모래놀이치료’를 받았다. 전문 상담사가 아이의 놀이에 참여하며 스스로 경계성 발달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최군이 치료나 상담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전혀 없다. 은평구와 불광롯데캐슬 주민들(입주자대표회), 명지대 지역사회아동문화연구소 세 곳이 마음을 한데 모은 결과다. 민·관·학이 합동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 상담시설을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음건강심터는 같은 건물 1층에 위치한 구립움찬어린이집의 홍정무 원장과 안복희 은평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평소 경계성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단지 내 ‘마을문고’로 쓰던 2층의 공간을 치료공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구에 전달했다. 명지대 아동학과 박사과정 중이던 안 협회장이 명지대 지역사회아동문화연구소와 구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고, 구는 명지대 지역사회아동문화연구소, 불광롯데캐슬아파트 입주자대표회와 논의한 끝에 지난해 12월 정식으로 협약식을 맺었다. 명지대에서는 석·박사 이상의 심리상담 전공자들을 재능기부 형태로 지원해 주기로 했고, 구에서는 운영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아파트대표회는 주민들의 합의를 얻어 내 커뮤니티 시설 내 58.79㎡ 공간을 10년간 무상으로 임대해 주기로 했다. 특히 아파트 단지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은평구 주민이면 누구나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홍 원장은 “아파트 단지 주민 시설을 외부인이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일이 쉽지 않음에도 입주자분들께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부모님들을 위한 일이라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며 웃어 보였다. 마음건강심터는 이후 리모델링과 상담사 구성 등을 거쳐 지난 3월 15일 정식으로 개소했다. 한재중 은평구 보육지원과장은 “민·관·학 합동으로 운영되는 주민 대상 심리치료 센터가 처음으로 시도된 만큼 운영을 활성화해 지역에 마음건강심터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5000만원짜리 주택 무상 제공… 한국교회 울진에 ‘사랑의 집’ 짓는다

    5000만원짜리 주택 무상 제공… 한국교회 울진에 ‘사랑의 집’ 짓는다

    개신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최근 산불로 집이 전소된 경북 울진 지역 이재민들에게 새 주택을 지어 무상 제공한다.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 한국교회 사랑의 집짓기 운동’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한교총은 부활절 헌금으로 모인 금액 등을 모아 1차 사업으로 20억원을 들여 방 2개, 부엌, 거실이 딸린 12평(39.6㎡)짜리 주택 35채를 지을 예정이다. 한교총에 따르면 이번에 동해안 산불로 경북 울진에서는 369가구가 전소됐다. 이 중 192가구가 주민이 실제 살다가 피해를 입었다. 산불이 대중 없이 퍼지는 바람에 마을 한가운데 있는 집이 불타는 일도 있었다. 이번 사업은 교인들의 집을 지원해주려는 데서 시작했다. 류 목사는 “한교총 가입교단이 35개인데 울진군내 전소된 교인들 가정도 35가구였다”면서 “우연의 일치였다. 한 교단이 하나씩만 지어도 되겠다고 했다”고 웃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교인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류 목사는 “교인들을 우선으로 지어주겠다고 하는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류 목사는 “나무를 심고자 했는데 그건 산림청이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면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가장 급한 일이 빨리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머릿속에 하나님은 참새나 벌레에게도 집을 주시는 분인데 집을 잃어버린 분들께 집을 지어주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는 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교총 총회에서 제안을 꺼냈고, 만장일치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한교총은 안전을 위해 내진 설계, 내연 처리 등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넓은 집을 원하면 입주 당사자가 추가 비용을 내면 된다. 8~9월에 첫 입주자가 나올 예정이다. 다른 기준보다 공동체 회복을 우선 순위로 두기로 했다. 새로 집을 지어주는 문제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다. 한교총 공동회장 김기남 목사는 “정형화된 형태로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 속에서 진행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류 목사는 “순간순간 많은 어려운 일이 있겠지만 차근차근 해결해보자는 생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 [2030 세대] 파도에 올라타는 두 가지 방법/김도은 IT 종사자

    [2030 세대] 파도에 올라타는 두 가지 방법/김도은 IT 종사자

    몇 년 전 발리에서 서핑을 배웠다. 해변가에서 몇 번 기본 연습을 한 뒤 코치는 나에게 운동신경이 좋다며 조금 먼바다로 나가서 연습해 보자고 제안했다. 코치와 함께 헤엄쳐 나간 바다 한가운데에는 세계 각국에서 발리를 찾아온 서퍼들이 모여 있었다. 나 같은 초보도 있었고, 선수급인 사람도 있었다. 한데 그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불지 않았다. 어쩌다 오는 파도만으론 연습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코치에게 파도가 오는 곳으로 헤엄쳐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코치는 웃으며 파도를 기다리는 두 가지 방법을 알려 주었다. 파도를 찾아 바다 이곳저곳을 헤엄쳐 다닐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바다 한가운데 보드 위에서 파도를 지켜보다 좋은 타이밍이 다가오는 순간을 잡을 것인지.  코치의 이 말은 불현듯 영어 낱말 ‘벌리어티’(velleity)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말 한 단어로 번역하기는 조금 어려운데 ‘행동으로 이어질 만큼 강하지는 않은 소망’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늘 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노력해서 그것을 성취해 내라는 가르침 속에서 살았기에, 노력하지 않는 소망이라는 개념이 무척 낯설어 이해하기 어려웠다. 바라기만 하고,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소망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서핑 코치가 알려 준 두 번째 방법이 바로 벌리어티임을 깨닫는다. 나는 파도타기를 소망했지만, 그렇다고 파도를 타기 위해 바다 이곳저곳을 헤엄쳐 다니며 내 체력을 소진하지 않았고, 심지어 다가오는 파도를 흘려보내기도 했다. 그저 함께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과 발리의 바다와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곳의 서퍼들은 동시에 각자의 파도가 다가오는 순간을 기다리며, 먼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파도를 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던 바로 그날. 예상대로 나는 파도는 몇 번 타지도 못했고, 실력이 크게 늘지도 않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하루로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나에게 찾아온 파도를 멋있게 타는 끝내주는 기념사진도 얻었고, 무엇보다도 ‘벌리어티’의 나약하지만 강한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소망하는 것이고, 가끔씩은 그저 소망한다는 것만으로 증명되는 힘을 믿는다. 돛단배에 빗대어 보면, 이것은 동력이 없기 때문에 빠르게 전진할 수도 없고, 때로는 엉뚱한 곳으로 정처 없이 부유하기만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돛의 방향만은 명확하기에, 이따금 불어오는 크고 작은 바람을 타고 쉬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 ‘벌리어티’의 간절하지 않은 소망은 우리를 지치지 않고 다시 꿈꾸게 하는 가장 단단한 소망의 다른 모습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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