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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에서 ‘억’…심정지 승객 살린 ‘퇴근길 간호사’

    택시에서 ‘억’…심정지 승객 살린 ‘퇴근길 간호사’

    밤샘 근무를 하고 퇴근하던 간호사가 심정지로 의식을 잃은 환자를 발견하고 심폐소생술로 구한 사연이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창원파티마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4년 차 간호사 이제경(26) 씨는 밤샘 근무를 마치고 지난달 17일 오전 7시 54분쯤 병원 입구를 나섰다. 이 씨는 택시에서 의식을 잃은 시민 A씨를 확인하고, 직감적으로 응급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이 간호사는 현장에서 맥박 등 환자 상태 등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 씨의 신속한 응급처치와 응급실 의료진의 진료로 A씨는 무사히 퇴원했다. 이제경 간호사의 사연은 A씨 가족이 병원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면서 알려졌다.A씨 가족은 “아버지께서 호흡이 불안정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던 중 심정지가 됐지만 놀라서 아무런 대응을 못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당시 지나가던 이제경 간호사가 택시에서 심폐소생술 등 초기 대응을 잘 해줘 아버지께서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됐다”며 “이제경 간호사는 천사”라고 언급했다. 박정순 창원파티마병원장은 최근 전 직원 조회에서 이제경 간호사에게 ‘착한 사마리안 상(賞)’ 표창을 전달했고, 직원들에게 사연을 알렸다. 이 간호사는 “당시 환자분이 보호자 품속에서 몸이 축 처진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응급상황이라 판단했다”며 “실제 맥박도 뛰지 않고, 동공이 풀려있어 즉시 CPR을 시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감사 인사와 칭찬을 받아 부끄러웠지만, 환자분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것까지 지켜볼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민주 권인숙, 국회 본회의 중 스마트폰 게임…“반성한다”

    민주 권인숙, 국회 본회의 중 스마트폰 게임…“반성한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 본회의 도중 모바일 게임을 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권 의원은 이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오후 야권이 제출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 보고와 국회 부의장 투표 등을 위한 본회의장에서 권 의원이 스마트폰으로 체스 게임을 하는 모습이 ‘뉴데일리’ 카메라에 잡혔다. 권 의원은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교육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21년 7월 청소년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권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부의장 (선거) 개표를 기다리며 게임을 시작한 것은 잘못한 일이다. 반성한다”고 밝혔다.
  •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한·일 지방자치단체 지역경제활성화 방안 논의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한·일 지방자치단체 지역경제활성화 방안 논의

    서울특별시의회 김현기 의장(국민의힘·강남제3선거구)은 지난 9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 서울사무소가 공동 개최한 제13회 한·일 공동세미나에 참석해 한·일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김현기 의장은 축사를 통해 “직접 경험하는 것 만큼 확실한 것은 없지만,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양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일 공동세미나가 의미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특히 김 의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의 이동제한, 경제활동이 축소되고 양국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동, 도쿄 등의 핵심 상권마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공동세미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사례와 경험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특히 한·일 공동세미나는 2010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행사로, 세미나에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김일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도리타 고헤이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 이사, 원강수 원주시장, 시바사키 미쓰코 사이타마현 와코 시장 등이 참석했다.한편, 김 의장은 지난 7일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프리비엔날레’에 참석해, 내년 송현동 일대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본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서울시의회도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 홍준표 “‘취재의 자유’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어”

    홍준표 “‘취재의 자유’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어”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서 MBC 출입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야당 등에서 반발하는 것과 관련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남지사 시절 편향, 왜곡된 방송을 하던 경남 모 방송사를 1년 이상 도청 기자실 부스를 빼버리고 취재 거부를 한 일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2017년 당 대표 시절에는 성희롱 허위 보도를 하고도 정정보도를 안 한 모 종편 채널에 대해 당사에 설치된 부스를 빼고 당사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취재 거부를 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언론사는 취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항변하지만, 취재 당하는 입장에서는 악성 왜곡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대해서는 유일한 대항 수단으로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것이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 않겠다는 것이니 순방 취재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실의 조치를 옹호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9일 오후 9시쯤 MBC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하여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MBC는 이에 별도 입장을 내고 “이번 조치는 언론의 취재를 명백히 제약하는 행위”라며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면 MBC는 대체 항공 수단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현장에 가 취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풀(pool·대표취재) 기자단에 속한 매체들은 10일 오전 총회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거부’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동 대응의 방식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 ‘더 크라운’ 시즌5 공개, 찰스 3세 ‘흑역사’ 생채기 낼까 조마조마

    ‘더 크라운’ 시즌5 공개, 찰스 3세 ‘흑역사’ 생채기 낼까 조마조마

    영국 왕실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5가 9일 공개됐다. 공교롭게도 찰스 3세(74) 국왕과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불행한 결혼 생활, 커밀러 왕비와의 불륜이라는 왕세자 시절의 ‘흑역사’를 적나라하게 그렸기 때문에 그렇잖아도 정통성과 통치 능력을 의심받는 찰스 3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가 전했다. 넷플릭스로서는 영국 왕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시즌5의 공개 시점이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WP는 평가했다. 반면 찰스 3세로서는 이 드라마로 ‘한때 형편없었고, 슬픈 결혼 생활에서도 형편없었고, 슬픈 남편이었다’는 지워버리고 싶은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환기될 수밖에 없게 돼 달가울 수가 없다. 왕세자 책봉 64년 만에 즉위한 지 얼마 안 됐고 제대로 통치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하는 시점인만큼 그가 느낄 당혹감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타계에 따라 왕세자 책봉 64년 만인 지난 9월 10일 공식 즉위했고, 내년 5월 대관식을 앞두고 있다. 런던시티대 왕실사 전문가인 안나 화이트록 교수는 “‘더 크라운’의 새로운 시즌은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자리를 잡으려하는 시점에 방영을 시작했다”며 “시점을 따질 때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시청자들이 사실과 허구를 혼동할 소지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2016년 11월방영을 시작한 ‘더 크라운’은 이미 여러 차례 사실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넷플릭스는 항의와 논란이 잇따르자 최근 ‘더 크라운’ 시즌 5 공식 홈페이지와 관련 소셜미디어 등에 이 작품이 허구라는 고지 사항을 추가했다. 그런데 특히 시즌5부터는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다수의 등장 인물이 여전히 생존해 있는 사람들이라 사실과 허구를 혼동했을 때 그 부작용은 한층 커질 수 밖에 없다. WP는 만약 찰스 3세가 ‘얼간이’로 그려진다면 왕실의 미래와 ‘소프트 파워’를 세계에 설득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어머니와 달리 찰스 3세의 대중 지지도는 44%에 머무르고 있다. 왕실 전기작가인 페니 주너는 ‘더 크라운’ 시즌5가 사실을 왜곡한다는 측면에서 불공정할 뿐 아니라 왕실에 매우 해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아무리 많은 부인이 있더라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젊은층에서 두드러질 것이라고 WP는 예상했다. 최근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더 크라운’이 완전히 또는 대체로 정확한 사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0%에 못 미쳤지만, 18∼24세 청년층의 경우 ‘정확하다’는 응답이 65세에 견줘 3배에 이르렀다. 마침 이날 요크를 방문한 찰스 3세에게 20대 남성이 “이 나라는 노예들의 피로 세워졌다”고 항의하며 계란을 던져 맞을 뻔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남성은 기후변화 대처를 호소하는 단체 ‘멸종반란’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 체포에도 메롱…英 찰스3세에 ‘계란’ 투척한 남성 정체는

    경찰 체포에도 메롱…英 찰스3세에 ‘계란’ 투척한 남성 정체는

    영국 찰스3세 국왕이 지역 방문 도중 20대 남성이 던진 계란에 맞을 뻔한 일이 발생했다.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9일(현지 시각) 더 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노스요크셔주 요크의 남서쪽 성문 미클게이트 바 앞에서 한 23세 남성이 “이 나라는 노예들의 피로 세워졌다”고 소리치면서 찰스 3세와 카밀라 왕비에게 계란을 던졌다. 찰스 3세 부부는 이날 요크 대성당 벽면에 설치된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각상을 공개하는 행사에 참석하던 중이었다. 계란은 모두 찰스 3세 부부에게 맞지 않고 근처 바닥에 떨어졌다. 소란이 벌어지자 군중은 놀란 듯 웅성거렸고, 찰스 3세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악수를 하려다가 경호원의 안내로 자리를 피했다.계란을 던진 남성은 현장에서 무장 경찰 4명에게 곧바로 체포됐다. 남성은 체포 과정에서 언론 카메라를 쳐다보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혓바닥을 내밀기도 했다. 그는 현재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구금됐다. 이 남성은 전 녹색당 소속 요크 시의원 후보이자 기후변화 관련 과격시위를 하는 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의 지지자로 알려졌다.
  • 배현진 “전용기 못 타도 취재 가능…MBC 돈 많으니 민항기 타고 편하게”

    배현진 “전용기 못 타도 취재 가능…MBC 돈 많으니 민항기 타고 편하게”

    대통령실이 MBC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내린 일에 대해 MBC가 반발하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용기만 못 탈 뿐 취재를 불허한 건 아니다”라며 대통령실 조치를 옹호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레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순방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MBC에는 전용기에 동행하는 순방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것이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 않겠다는 것이니 순방 취재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등 그 어느 정부보다 언론에 적극적인 정부이기에 언론 통제라고 하기엔 MBC도 궁색할 것”이라며 ‘언론 탄압’이라는 MBC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난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지냈던 배 의원은 “당시 장관 후보자들의 백브리핑 때 취재 편의를 위해 녹음을 허용했지만 오디오 비디오 자료는 쓰지 않기로 모든 언론사가 합의했는데 MBC만이 이 약속을 깨고 한동훈 장관의 답변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녹화해 스트레이트에 방송했다”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그동안 숱한 왜곡, 편파 방송 등을 시정하고 재발을 방지해달라는 요청을 MBC는 일관되게 묵살해 왔다”며 이번 전용기 탑승 불허는 “정부가 고심 끝에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MBC가 자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의 1호기 동행은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지 언론사라고 당연히 주는 좌석은 아니다”라며 “MBC가 자산이 많은 부자 회사이니 자사 취재진들이 편안하게 민항기를 타고 순방 취재 다녀오도록 잘 지원할 것이라 믿는다”고 비꼬았다.앞서 대통령실은 9일 오후 9시쯤 MBC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하여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MBC는 이에 별도 입장을 내고 “이번 조치는 언론의 취재를 명백히 제약하는 행위”라며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면 MBC는 대체 항공 수단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현장에 가 취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11∼16일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차례로 방문한다.
  • [데스크 시각] 그날, 국가는 없었다/이창구 전국부장

    [데스크 시각] 그날, 국가는 없었다/이창구 전국부장

    얼마 전 동네 초등학교 선생님한테 들은 훈훈한 얘기다. 한 아이의 결석이 잦아지자 선생님은 어머니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교육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요양병원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아이를 때렸다. 그때마다 아이는 친구 집으로 피신했다. 어느 날은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잤다. 어머니는 남편을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고, 이혼소송도 제기했다. 접근금지명령으로 아이는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마음의 병을 얻었다. 방에서 나오지 않고 게임만 했다. 학교에 가라고 애원하는 어머니에게 “죽어 버리겠다”고 소리쳤다. 어머니가 지쳐 갈 무렵 담임선생님이 찾아왔다. 선생님은 다음날부터 아침 일찍 아이의 집에 갔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아이를 일으켜 학교에 데려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지역아동센터에 아동 상담을 의뢰했고, 교육청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동사무소에도 연락했다. 동사무소 직원은 시청 사회복지 담당자와 함께 어머니가 한부모가정에 준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아이는 선생님과 등교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었고 어머니의 얼굴에도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별한 경우 아니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어느 학교나 상처받은 학생이 있고 이런 아이를 대하는 선생님의 정성은 비슷하다”고 했다. 학교, 지역아동센터, 교육청, 동사무소, 시청의 정성이 모인 얘기를 들으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올렸다. 선생님의 얘기를 들은 그날 밤 10시 15분 무렵부터 이태원 축제 현장에서 156명의 청춘이 압사당하기 시작했다. 허망한 죽음 앞에 ‘추궁보다는 추모가 먼저’라는 말에 수긍이 갔다. 그러나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빗발쳤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부터는 추궁이 곧 추모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현장 지휘책임자인 용산경찰서장은 상황이 위급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지척에서 저녁을 먹다가 아이들이 심정지 상태로 실려 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용산구청장은 참사 발생 2시간 전 인파가 몰렸던 현장 부근을 지나고도 아무 조치 없이 귀가했다.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당직 책임자는 자리를 비웠다. 현장이 붕괴됐으니 정부 컨트롤타워가 작동할 리 만무했다. 경찰청장은 참사가 일어난 줄도 모른 채 충북의 한 캠핑장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사고 발생 1시간이 넘어 소식을 처음 접했으니 다음날 아침에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경찰청장과 행안부 장관보다 먼저 다른 경로로 보고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 준다. 모두 다 사후에 알았으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대비도 안 하고, 보고도 못 받고, 한 일도 없는 책임자들은 사과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뻣뻣하게 버티다 112 녹취록이 공개되기 직전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숙이는 이들의 모습은 진정성 없는 사과의 전형이었다.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통한의 사과는 필사적인 구조작전을 벌인 몇몇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몫이었다. 국가는 멀리 있지 않다. 선생님, 동사무소 직원, 아동복지센터 상담사가 마을이듯 구청장, 시장, 경찰서장, 장관, 대통령이 곧 국가다.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에는 온 나라가 필요하다. 마땅히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국민이 정부를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대통령은 깨달았으면 한다.
  • 한국판 인·태전략 공개… 尹정부 대외정책 기틀 완성한다

    한국판 인·태전략 공개… 尹정부 대외정책 기틀 완성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취임 후 첫 동남아 순방에 나선다.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베일을 벗을 예정이고, 개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한미·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견고한 대북 공조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9일 브리핑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한국판 인·태 전략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우리만의 특화된 인·태 전략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난 6개월간 이어 온 동맹외교·다자외교에 인·태 전략으로 대표되는 지역외교의 퍼즐을 맞춤으로써 대외정책의 기본 틀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에서 발표될 인·태 전략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관련 계획을 독자적으로 수립한다고 밝힌 뒤 6개월 만에 공개되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도전에 맞서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이에 부응해 자체 전략을 내놓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판 인·태 전략이 아세안·인도와의 협력 강화에 방점을 뒀던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차별화해 미국의 지역 전략에 한층 더 부응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대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인·태 전략과 비교해 한국의 대중 외교가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도 이번 계기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실장은 “아세안에 특화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놈펜에서는 아세안 국가들과 한중일이 함께하는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한다. 이어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식량 에너지와 안보·보건 세션에서의 발언이 예정돼 있다. 아세안 외교와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회담도 추진된다. 대통령실은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고, 한일·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혀 온도 차를 보였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지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이후 5개월 만으로, 프놈펜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정식회담이 아닌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형식으로 처음 대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회담은 막판까지 성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한중 회담은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금 시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국내 일정으로 굉장히 바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번 아세안 순방에서는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과의 정상회담이 확정됐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우리와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속적인 협력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큰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 尹, 아세안·G20서 ‘세일즈 외교’

    尹, 아세안·G20서 ‘세일즈 외교’

    윤석열 대통령이 11~16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동남아 순방 일정을 공개했다. 11일 출국하는 윤 대통령은 같은 날 프놈펜에 도착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체 4박 6일인 아세안 순방 일정을 시작한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우리의 새로운 대(對)아세안 정책, 즉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인·태 전략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12일), 동아시아 정상회의(13일) 등의 일정을 소화한 후 15일 발리에서 개최하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안보, 보건 분야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발리에서는 글로벌 재계 협의체인 ‘B20 서밋’에도 참석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동남아 순방을 계기로 한미·한미일 회담도 준비 중이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일·한중 회담이 열릴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며 개최 가능성을 낮게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회의장에서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도 한층 강화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경제외교 활동에 나선다”며 ▲세일즈 외교 ▲첨단산업의 공급망 강화 ▲디지털 파트너십 기반 구축을 이번 순방의 경제 분야 3대 키워드로 소개했다.
  • 패션쇼 취소 구찌, 경복궁 보존 사업 후원한다

    패션쇼 취소 구찌, 경복궁 보존 사업 후원한다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려다 이태원 참사로 행사를 취소한 구찌가 경복궁 보존 활용 사업을 후원한다. 구찌코리아는 9일 “향후 3년간 문화재청과 상호협력을 통해 경복궁의 보존 관리 및 활용을 위한 활동을 후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찌의 글로벌 회장 마르코 비자리는 “아름다움은 구찌의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며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약속에 구찌가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문화재청과의 협력은 이 훌륭한 유적지의 풍부한 역사적,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복궁은 일제강점기에 변형되고 훼손된 궁을 복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비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찌가 낸 후원금은 경복궁 내 보존 관리 및 활용을 위한 활동이 필요한 곳에 쓰일 예정이다. 구찌는 지난 1일 이곳에서 ‘구찌 코스모고니(Gucci Cosmogonie)’ 컬렉션의 패션쇼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코스모고니’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별자리 등 천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새 컬렉션으로 지난 5월 이탈리아 남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카스텔 델 몬테’(몬테성) 이후 두 번째 패션쇼 장소로 경복궁이 낙점됐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애도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취소했다. 향후 재개최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 숀 펜, 젤렌스키에게 오스카 트로피 선물하며 남긴 말

    숀 펜, 젤렌스키에게 오스카 트로피 선물하며 남긴 말

    여느 지도자보다 더 열심히 우크라이나를 돕자고 줄곧 목소리를 내 온 할리우드 스타 숀 펜(62)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선물했다. 펜은 트로피를 건네며 “전쟁을 이기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처의 호화 주택가) 말리부로 돌려달라”고 말했다. 자선사업가이기도 한 펜은 지난 2월 러시아 군이 침공한 이후 곧바로 다음달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등 이번이 세 번째 우크라이나 방문이었는데 8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궁 집무실을 예방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손을 굳게 맞잡았다. 그는 “이곳에 내 물건 중 하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한결 기분이 나을 것 같다”는 말도 보탰다. 펜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했는데 2003년 ‘미스틱 리버’와 2008년 ‘밀크’가 수상작이다. 이날 건넨 트로피가 둘 중 어느 쪽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위대한 친구, 당신 거다. 바보같은 일인데 그냥 상징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여기에 당신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면 내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더 강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당연히 러시아는 펜을 못 마땅해 했다. 지난 9월 러시아는 자국 비판에 앞장선 펜과 벤 스틸러를 비롯해 25명의 미국인을 입국 금지 명단에 올렸다. 스틸러 역시 우크라이나를 찾아 러시아와 싸워 이기라고 응원한 일이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겸 배우 출신으로 그는 펜에게 우크라이나 명예훈장을 수여하기 위해 초청했다. 그는 펜이 “세계에 우크라이나를 널리 알리는 데 진지한 응원과 의미있는 기여를 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 “훈련소 가서…” 극비입대 ‘롤’ 레전드 충격 근황

    “훈련소 가서…” 극비입대 ‘롤’ 레전드 충격 근황

    비밀리에 입대한 ‘리그 오브 레전드’ 전 프로게이머 겸 아프리카TV BJ 칸(김동하)이 안쓰러운 소식을 전했다. 칸은 8일 자신의 아프리카TV 방송국 게시판에 “여러분 제가 훈련소 가서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다시 나와 재신검을 받게 됐다”라는 장문을 게재했다. 그는 “원래 가기 전에도 상태가 안 좋았지만 막상 가고 나니 더 안 좋은 게 느껴졌다”며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도 그렇고 8년 동안 일만 한 몸이 좋지도 않았다. 비밀로 하고 갔는데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아 힘들었다”고 적었다. 이어 “알아봐 주시는 게 되게 감사한 일인 걸 알면서도 막상 그때 상황에선 너무 힘들어서 제대로 못 해드렸다”며 “알아봐 주신 분들에게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칸은 “훈련소 들어가서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있고 몸도 안 좋은데도 잘 챙겨준 분대 전우님들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너무 감사하다”며 “몸 조심히 훈련 잘 받고 무사히 수료하시길 기도하겠다”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또 “분대장님들, 소대장님들도 몸이 안 좋은 저를 끝까지 포기 안 해주시고 잘 이끌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군인의 자세를 보고 배우다 간다. 항상 국군장병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칸은 롤 전 프로게이머로 탑 포지션을 맡아 수많은 우승컵을 들며 LOL e스포츠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 선수다. 2021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아프리카TV에서 팬들과 소통하며 BJ로 활약했다.
  • [특파원 칼럼]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에 대한 현실론/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에 대한 현실론/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한국산 전기차 차별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법이 공개됐다. 미국 재무부는 IRA 시행규칙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 문건 총 821건을 7일(현지시간)까지 공개했고, 이날 한국 정부의 문건도 여기에 게시했다. 한국 정부의 요청은 크게 세 가지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만의 ‘비장의 카드’는 없었다. 첫째, 지난 8월 시행한 IRA 독소 조항을 ‘3년 유예’하는 방안이다.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새로 지은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2026년부터 이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업계가 가장 바라는 방향이다. 하지만 IRA 법안에 명시된 발효 시점을 시행규칙으로 무력화할 수는 없다. 둘째, ‘북미 최종 조립’에 대한 정의를 유연하게 해 달라는 대안이다. 미국에서 최종 조립을 하기 위해 부품을 나누어 한국에서 미국까지 이송하려면 추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차량 소프트웨어만 깔거나 백미러나 차량 내 인테리어 소품 정도만 미국에서 조립해도 ‘북미 내 최종 조립’으로 인정해 준다면 비용 부담이 거의 사라질 수 있다. 다만 해당 조항 자체를 무력화하는 방안이어서 미국이 수용할지 의문이다. 셋째, 북미산 최종 조립 규제가 없는 ‘상업용 친환경차’에 렌터카나 단기리스 차량을 포함시켜 달라는 요청이다. 지금은 법인 소유 차량만 해당된다. 이참에 새로운 영업 판로를 뚫어 보자는 것인데, 미국이 동의한다면 시행규칙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다만 전체 전기차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고 한국산 전기차가 새 시장에서 얼마나 저력을 보일지 알 수 없어 그간 차선책 정도로 거론됐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IRA를 만든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다면 한국에 유리한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워싱턴DC 현지에선 ‘설득력이 낮다’고 본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직접 폐기 의사를 밝힌 적이 있지만, 아마 조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자국우선주의는 양당을 초월한 국민적 합의다. 대선 정국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srt)를 외치는 법안을 폐기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일이다. 사실 애초부터 비장의 카드는 없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계의 맏형 역할에 취해 내연기관차 시장을 내줬다고 후회하는 미국은 전기차 시장을 내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준다’는 조항이 들어간 IRA는 그나마 지지율이 고꾸라진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우는 최대 치적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나 일본·유럽연합(EU)·영국 등과 공동전선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WTO 제소는 지루한 과정과 결정 구속력을 생각할 때 실효성이 낮다. 공동전선 역시 한미동맹과 각 피해국 간의 구체적인 상황 차이 등을 감안할 때 당장 효과를 내기 어렵다. 최근 IRA 독소 조항을 3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미국 상하원에서 모두 발의됐다. 중간선거 이후 새 의회의 구성 전인 연말까지 상하원이 이를 통과시키는 것 역시 힘든 길이지만, 정공법으로 문제를 풀 거의 유일한 길이다. 여기에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걸어 봐야 한다. 미 재무부가 연말에 세부 시행규칙을 내놓으니 앞서 다룬 차선책들의 향방은 이때 결정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우선 미 의회를 설득하는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 “흥하는 나라는 미래 위해 과거 희생… 시민 세력화 생각을 시작하자” [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흥하는 나라는 미래 위해 과거 희생… 시민 세력화 생각을 시작하자” [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오랫동안 그는 노장(老莊)을 연구하는 고요한 동양철학자였다. 내 편 네 편으로 사회가 참담하게 쪼개졌을 때. 맹목의 진영 논리로 정치가 바닥을 드러냈을 때. 민주화운동 이력을 자랑삼던 이들이 5·18 특별법을 만들어 제 손으로 표현의 자유를 옭아맸을 때. 현실정치를 향해 그는 발언을 시작했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이야말로 독재”라고 독선에 빠진 당시의 집권 민주당을 비판했다. 책으로만 조용히 철학자를 기억하던 이들은 사뭇 놀랐다.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5·18 민주항쟁을 몸소 겪은, 마디마디 깊숙이 호남 사람. 이념의 궤변론자로 추락한 지식인들에게 좌절한 사람들이 그에게 크게 기댔다. 보수든 진보든 상식 있는 이들에게 그의 기울지 않은 발언들은 위로였다. 지난 1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문득 나섰을 때. 정치판의 얼룩을 피해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날, 할 일 다했으니 한 점 미련 없다며 낙향했다. 전남 함평, 안 그래도 해마다 나비로 축제를 여는 곳.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이름마저 호접몽가(家)인 고향집으로 돌아간 최진석(63)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시민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을 찾은 그를 만났다.-고향 함평에 ‘기본학교’란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거대한 문명도 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 그릇의 크기가 개인과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우리는 그동안 외부에서 생각의 결과를 받아들여 살았지만, 이제는 생각을 시작해서 생각 그릇을 키워야 한다. 나는 대답이 아닌 질문을 시작하자고 말해 왔다. 우리는 대답에만 너무 길들어 있다. 생각하면 질문하게 된다. 질문할 줄 알아야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다. 개인, 사회, 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는 건너가기를 멈추고 정해진 생각 속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다.” 지지난해 10월 그는 고향집에 ‘기본학교’를 열었다. 전국 곳곳에서 찾아오는 수강생들에게 그는 철학을 직접 강의한다. 김태유 교수의 산업혁명, 김문수 교수의 블록체인 강의도 있다. 음악과 체육도 함께 한다. 6개월 단위로 운영해 이달 초 3기 수강생을 맞았다. -현실정치에 뛰어든 일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때는 없나. “실천이 없으면, 완성도 없다. 완성된 삶에서 정치적 실천은 피할 수 없다. 철학이 살찌면 정치가 되고, 정치가 살 빠지면 철학이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많은 비난이 예상되는데도 철학자가 현실정치에 참여했겠는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세력의 재집권은 막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정권을 바꾸는 작업을 했다. 고향에 돌아와 많이 불편했겠다. “함께 시와 예술과 꿈을 나눴던 사람들이라도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등을 돌렸다. 직접 경험하니 가슴이 많이 아팠다. 진영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아직은 대부분 진영에 갇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진영에 갇히면 이성보다는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심경이 복잡하겠지만, 함평의 고향 분들은 따뜻이 품어 주었다.” -국가 정통성 논쟁은 지금도 정치권에서 계속되고 있다. “근대 시기에 식민지를 겪은 우리는 국민국가로서 건강하게 나아갈 준비를 하지 못했다. 민족 관념에 사로잡혔다가 해방 후 국가 정체성이 불안한 채 근대국가로 출발했다. 이후 논란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정통성을 지키며 발전해왔다. 문재인 정권 때는 달랐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민족 정통성을 북한에 두는 시각으로 일관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고 정보기관의 원훈석을 그 기관에서 잡은 반국가사범의 필체로 바꿨다. 이런 해괴한 일을 사명으로 아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대한민국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까지 왔었다.” -정권이 교체돼 6개월이 지났다. 지켜보는 소감이 남달랐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성군이 되리라 확신했던 적은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만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읽었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확립하는 문제와 직결됐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한계는 많아 보인다. 우리 정치 자체가 상상력도 능력도 한계 상황이다. ‘이게 나라냐’ 하면서 정권을 바꾼 후, 다시 ‘이건 나라냐’라는 소리를 듣는 일이 20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 정치적 상상력이나 국가관이 한계에 이른 매우 불안한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한계에 이른 국가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지도자의 철학적 인식이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에게 그게 잘 안 보인다.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이나. “나보다 더 큰 사람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힘이다. 말하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듣는 능력이다. 한나라 고조 유방은 배우지 못한 천민 출신이었어도 정치적 대업을 이뤘다. ‘말 잔등에 올라탄 채 천하를 통일했더라도 말 잔등에 올라탄 채 천하를 경영할 수는 없다’는 육고의 충고를 경청하고 고전(철학)을 공부했다. 당 태종도 그렇다. 동생을 죽이고 아버지를 가둔 패륜을 저질렀어도 경청하는 능력으로 당나라 기초를 닦는 위업을 이뤘다. 비전이 없으면 입이 열리고, 비전이 있으면 귀가 뚫린다.” -윤 대통령의 편중된 인사에 비판이 자주 쏠린다. “검찰보다 국가는 천만 배 더 크고 복잡하다. 사람 쓰는 일도 크게 달라져야 함을 알아야 한다. 인사에 비판이 제기되는 일은 아직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비전이 있으면, 그 비전을 채울 ‘필요’가 생기고, 인재도 그 ‘필요’에 따라 선발한다. 필요를 느끼지 못하면, 능력도 살펴지지 않는다. 그러면 친소 관계만 남게 된다. 잘못하다간 지도자가 아니라 보스로 전락한다. 지도자는 이견도 경청한다. ‘필요’를 느껴야 이견도 들린다.” -한국 정치 수준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 책에서도 자주 했다. “유권자 시민들의 책임도 크다. 정치적 편향성에 갇혀 논리와 양심이 사라져도 눈감았다. 논리와 양심 파괴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들은 민주적 감수성을 키운 게 아니라 권력욕만 더 키우고 있었다. 독재에 반대한다면서도 북한의 독재에는 우호적이다. 이들을 감독할 시민단체는 어땠나. 어느 정권 때는 도롱뇽을 지키겠다고 고속전철 공사를 막았으면서 어느 정권에서는 태양광 패널로 새만금을 다 덮어도, 몇백 년 유지해 온 숲을 밀어버려도 말 한마디 없다. 오히려 사업에 참여해 돈을 벌려고 혈안이다.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권력이었다. 유권자들이 그냥 넘긴 결과가 지금이다. 시민 수준을 넘어서는 정치와 국가는 없다.” -‘기본학교’에서 교육을 시작한 것은 그래서인가. “세계 문명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정치든 경제든 의식이든 과거로만 기울어 있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과거 문법에 빠져 있다. ‘타다’ 문제는 과거를 지키려고 미래를 포기한 대표 사례다.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얘기다. 흥하는 나라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희생시킨다. 그렇지 못한 나라는 과거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킨다. 입법 권한을 쥔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치인들의 정치 놀음에 놀아나고 있는 상황이라 각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각성을 기대하는 것보다 각성한 시민들이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른 길이다.” -호접몽가를 어떻게 가꾸려는 꿈을 꾸고 있나. “생각이 시작되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황당 도서관’을 그 옆에 새로 열고 싶다. 도서관 이름을 상표등록해 놨고 부지도 물색해 뒀다. 부지만 12억원쯤 들겠는데 돈이 없어 계약금만 조금 걸어 놓고 잔금 치를 날짜는 멀찍이 뒤로 잡아 뒀다(웃음). 강연, 공연, 전시도 하고 시, 동화, 그림책, 무협지, 만화, SF소설에 기하학, 천문학까지 호기심을 일으키는 장르는 다 갖춰 보려 한다. 철학서도 물론이다. 생각의 속성은 본래 호기심과 관련돼 있지 않나. 해가 가기 전에 다음달 말쯤 새 책을 또 낸다. 좀더 내밀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철학 에세이다. 글로써 생각을 부단히 알리려는 까닭은 간명하다. “사람들이 수준 높은 생각을 할수록 세상은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 文측, ‘곰이·송강’ 풍산개 정부에 인도했다

    文측, ‘곰이·송강’ 풍산개 정부에 인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8일 정부에 인도했다. 문 전 대통령 측과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후 대구 경북대병원 동물병원에서 만나 곰이와 송강을 인수인계했다. 국가 원수 자격으로 받은 풍산개는 대통령기록물이다. 기록물 관리 권한이 이동하면 기록물 상태를 점검하듯 곰이와 송강도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자 병원에 입원시켰다는 게 대통령기록관의 설명이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나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뒤 김 위원장이 선물한 곰이와 송강을 정부에 반환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퇴임 전 대통령기록관과 맺은 협약의 후속 조치인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협약은 대통령기록관에 관리 시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문 전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맡기는 동시에 사육에 필요한 예산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대통령기록관은 동식물인 대통령기록물은 전 대통령에게 관리 비용을 지원하고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은 문 전 대통령 측이 풍산개 반환 의사를 밝힌 것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통령님, 퇴임 이후 본인이 키우는 강아지 사육비까지 국민혈세로 충당해야겠습니까”라며 “겉으로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 끌더니, 속으로는 사료값이 아까웠습니까.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일을 하지 않아 생긴 법의 구멍으로 인한 문제를, 마치 돈 때문인 듯 모욕적으로 뒤집어 씌우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라며 “치졸하고 천박한 여론 플레이”라고 강력 반박했다. 한편, 곰이가 낳은 새끼인 ‘다운이’는 당분간 문 전 대통령의 경남 사저에 머무를 예정이다.
  • 美 “북한 수사 갈수록 위험…중국·러시아 안보리 책임 방기”

    美 “북한 수사 갈수록 위험…중국·러시아 안보리 책임 방기”

    미국 국무부가 7일(현지시간) 북한의 지속된 도발에 우려를 표하면서 ‘북한 감싸기’를 일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수사가 갈수록 위험하고 무책임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북한이 최근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전술핵 공격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계속해서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중에도 위험하고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선 비용을 치르게 할 것”이라며 “한·일 방어 약속은 철통 같다”고 덧붙였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불행히도 두 이사국은 그들의 의무를 꾸준히 방기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유엔을 통해 위험하고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지속된 도발에 추가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 규탄에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선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철도 화물 운송을 재개하면서 탄약을 러시아에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수 유엔 안보리 결의는 유엔 회원국에 대해 북한에서의 모든 무기와 관련 물품에 대한 조달을 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흥하는 나라는 미래 위해 과거 희생, 생각을 시작하자”[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흥하는 나라는 미래 위해 과거 희생, 생각을 시작하자”[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오랫동안 그는 노장(老莊)을 연구하는 고요한 동양철학자였다. 내 편 네 편으로 사회가 참담하게 쪼개졌을 때. 맹목의 진영 논리로 정치가 바닥을 드러냈을 때. 민주화운동 이력을 자랑삼던 이들이 5·18 특별법을 만들어 제 손으로 표현의 자유를 옭아맸을 때. 현실정치를 향해 그는 발언을 시작했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이야말로 독재”라고 독선에 빠진 당시의 집권 민주당을 비판했다. 책으로만 조용히 철학자를 기억하던 이들은 사뭇 놀랐다.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5·18 민주항쟁을 몸소 겪은, 마디마디 깊숙이 호남 사람. 이념의 궤변론자로 추락한 지식인들에게 좌절한 사람들이 그에게 크게 기댔다. 보수든 진보든 상식 있는 이들에게 그의 기울지 않은 발언들은 위로였다. 지난 1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문득 나섰을 때. 정치판의 얼룩을 피해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날, 할 일 다했으니 한 점 미련 없다며 낙향했다. 전남 함평, 안 그래도 해마다 나비로 축제를 여는 곳.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이름마저 호접몽가(家)인 고향집으로 돌아간 최진석(63)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시민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을 찾은 그를 만났다. -고향 함평에 ‘기본학교’란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거대한 문명도 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 그릇의 크기가 개인과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우리는 그동안 외부에서 생각의 결과를 받아들여 살았지만, 이제는 생각을 시작해서 생각 그릇을 키워야 한다. 나는 대답이 아닌 질문을 시작하자고 말해 왔다. 우리는 대답에만 너무 길들어 있다. 생각하면 질문하게 된다. 질문할 줄 알아야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다. 개인, 사회, 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는 건너가기를 멈추고 정해진 생각 속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다.” 지지난해 10월 그는 고향집에 ‘기본학교’를 열었다. 전국 곳곳에서 찾아오는 수강생들에게 그는 철학을 직접 강의한다. 김태유 교수의 산업혁명, 김문수 교수의 블록체인 강의도 있다. 음악과 체육도 함께 한다. 6개월 단위로 운영해 이달 초 3기 수강생을 맞았다. -철학자가 철학을 가르치는 실천적 삶이 편안해 보인다. 현실 정치에 뛰어든 일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때는 없나. “정치에 참여했던 일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실천이 없으면, 완성도 없다. 완성된 삶에서 정치적 실천은 피할 수 없다. 철학이 살찌면 정치가 되고, 정치가 살 빠지면 철학이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많은 비난이 예상되는데도 철학자가 현실 정치에 참여했겠는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세력의 재집권은 막아야 했다. 대한민국을 적으로 놓고 싸운 사람을 높이고, 대한민국을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운 사람을 오히려 배척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데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겠는가.” -결과적으로 정권을 바꾸는 작업을 했다. 고향에 돌아와 많이 불편했겠다. “함께 시와 예술과 꿈을 나눴던 사람들이라도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등을 돌렸다. 직접 경험하니 가슴이 많이 아팠다. 진영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아직은 대부분 진영에 갇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진영에 갇히면 이성보다는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무엇보다도 내게는 대한민국을 정통성이 유지되는 기초 위에서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하는 것이 중요했다. 심경이 복잡하겠지만, 함평의 고향 분들은 따뜻이 품어 주었다.” -국가 정통성 논쟁은 지금도 정치권에서 계속되고 있다. “근대 시기에 식민지를 겪은 우리는 국민국가로서 건강하게 나아갈 준비를 하지 못했다. 민족 관념에 사로잡혔다가 해방 후 국가 정체성이 불안한 채 근대국가로 출발했다. 이후 논란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정통성을 지키며 발전해왔다. 문재인 정권 때는 달랐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민족 정통성을 북한에 두는 시각으로 일관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고 정보기관의 원훈석을 그 기관에서 잡은 반국가사범의 필체로 바꿨다. 이런 해괴한 일을 사명으로 아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대한민국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까지 왔었다.” -정권이 교체돼 6개월이 지났다. 지켜보는 소감이 남달랐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성군이 되리라 확신했던 적은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만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읽었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확립하는 문제와 직결됐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한계는 많아 보인다.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왜 저렇게 하나 싶은 부분도 있다. 우리 정치 자체가 상상력도 능력도 한계 상황이다. ‘이게 나라냐’ 하면서 정권을 바꾼 후, 다시 ‘이건 나라냐’라는 소리를 듣는 일이 20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 정치적 상상력이나 국가관이 한계에 이른 매우 불안한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한계에 갇혔다. 한계에 이른 국가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지도자의 철학적 인식이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에게 그게 잘 안 보인다.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이나. “나보다 더 큰 사람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힘이다. 말하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듣는 능력이다. 한나라 고조 유방은 배우지 못한 천민 출신이었어도 정치적 대업을 이뤘다. ‘말 잔등에 올라탄 채 천하를 통일했더라도 말 잔등에 올라탄 채 천하를 경영할 수는 없다’는 육고의 충고를 경청하고 고전(철학)을 공부했다. 당 태종도 그렇다. 동생을 죽이고 아버지를 가둔 패륜을 저질렀어도 경청하는 능력으로 당나라 기초를 닦는 위업을 이뤘다. 비전이 없으면 입이 열리고, 비전이 있으면 귀가 뚫린다.” -윤 대통령의 편중된 인사에 비판이 자주 쏠린다. “검찰보다 국가는 천만 배 더 크고 복잡하다. 사람 쓰는 일도 크게 달라져야 함을 알아야 한다. 인사에 비판이 제기되는 일은 아직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비전이 있으면, 그 비전을 채울 ‘필요’가 생기고, 인재도 그 ‘필요’에 따라 선발한다. 필요를 느끼지 못하면, 능력도 살펴지지 않는다. 그러면 친소 관계만 남게 된다. 잘못하다간 지도자가 아니라 보스로 전락한다. 지도자는 이견도 경청한다. ‘필요’를 느껴야 이견도 들린다.” -한국 정치 수준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 책에서도 자주 했다. “유권자 시민들의 책임도 크다. 정치적 편향성에 갇혀 논리와 양심이 사라져도 눈감았다. 논리와 양심 파괴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들은 민주적 감수성을 키운 게 아니라 권력욕만 더 키우고 있었다. 독재에 반대한다면서도 북한의 독재에는 우호적이다. 이들을 감독할 시민단체는 어땠나. 어느 정권 때는 도롱뇽을 지키겠다고 고속전철 공사를 막았으면서 어느 정권에서는 태양광 패널로 새만금을 다 덮어도, 몇 백년 유지해 온 숲을 밀어버려도 말 한마디 없다. 오히려 사업에 참여해 돈을 벌려고 혈안이다.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권력이었다. 이렇게 논리와 양심이 정치적 편향성에 짓눌려도 유권자들은 그냥 넘겼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시민 수준을 넘어서는 정치와 국가는 없다.” -‘기본학교’에서 교육을 시작한 것은 그래서인가. “세계 문명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정치든 경제든 의식이든 과거로만 기울어 있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과거 문법에 빠져 있다. ‘타다’ 문제는 과거를 지키려고 미래를 포기한 대표 사례다.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얘기다. 흥하는 나라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희생시킨다. 그렇지 못한 나라는 과거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킨다. 엄청난 차이다. 입법 권한을 쥔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치인들의 정치 놀음에 놀아나고 있는 상황이라 각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각성을 기대하는 것보다 각성한 시민들이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른 길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은 새로운 세력의 형성 여부가 결정할 것이다. 생각을 시작하고 양심을 회복해야 한다.” -호접몽가를 어떻게 가꾸려는 꿈을 꾸고 있나. “생각이 시작되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황당 도서관’을 그 옆에 새로 열고 싶다. 도서관 이름을 상표등록해 놨고 부지도 물색해 뒀다. 부지만 12억원쯤 들겠는데 돈이 없어 계약금만 조금 걸어 놓고 잔금 치를 날짜는 멀찍이 뒤로 잡아 뒀다(웃음). 강연, 공연, 전시도 하고 시, 동화, 그림책, 무협지, 만화, SF소설에 기하학, 천문학까지 호기심을 일으키는 장르는 다 갖춰 보려 한다. 철학서도 물론이다. 생각의 속성은 본래 호기심과 관련돼 있지 않나. 해가 가기 전에 다음달 말쯤 새 책을 또 낸다. 좀더 내밀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철학 에세이다. 글로써 생각을 부단히 알리려는 까닭은 간명하다. “사람들이 수준 높은 생각을 할수록 세상은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 윤희근 경찰청장 “어려운 길 선택하겠다” 사퇴 요구 일축

    윤희근 경찰청장 “어려운 길 선택하겠다” 사퇴 요구 일축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 책임론과 관련해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8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늘이라도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 현재 상황을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길이 더 어려운 길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윤 청장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충북 제천에서 등산 후 캠핑장에서 잠들었다가 경찰청 상황담당관의 문자메시지·전화 보고를 놓쳤다. 다음 날인 30일 오전 0시 14분에서야 보고를 받았다. 경찰 수장인 윤 청장이 윤석열 대통령(11시 1분), 이상민 행안부 장관(11시 20분)보다 사태 파악이 늦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도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밝혔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금 더 중요한 일을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할 생각”이라며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 의원은 “누구도 사퇴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꼬리자르기만 시작하고 책임지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한편 윤 청장은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대통령실 경호 경력 배치에 집중하느라 현장 대응이 어려웠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선 “그날 이태원 일대에 137명이 배치돼있어서 (기동대가) 추가로 있고 없고는 사건 발생의 핵심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필요하면 경력을 동원할 수 있는 체제였느냐”고 묻자 윤 청장은 “그렇다”면서 “제대로 예견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답했다.
  • [포착] “포로다!” 우크라 심리전, 징집병 사기저하…러軍 인권 세계 관심 밖 (영상)

    [포착] “포로다!” 우크라 심리전, 징집병 사기저하…러軍 인권 세계 관심 밖 (영상)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 최전선에서 러시아 모스크바 출신 징집병들을 붙잡았다. 이들이 공개한 포로 동영상에서 러시아 징집병들은 지휘관도 없이 전선에 고립돼 아군끼리 총부리를 겨눴다고 말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러시아군 동원예비전력의 사기 저하를 노린 우크라이나군의 정보심리전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작전사령부는 제92기계화여단이 루한스크주 스바토베 전선에서 러시아 징집병 21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밝혔다. 포로로 잡은 징집병은 모두 모스크바 출신이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작전사령부는 포로 사진과 동영상도 제작해 배포했다. 동영상에서 포로들은 마치 짜여진 각본을 읊듯 최전선의 참혹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포로로 잡힌 러시아 징집병은 “이건 우리의 전쟁이 아니”라며 “지휘관은 우릴 버리고 도망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제9연대 소속이다. 동원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벨고로드로 간다더니 이곳 최전선으로 우리를 내몰았다. 마치 고깃덩어리처럼 최전선에 내던졌다”고 했다. 이어 “지휘관은 포격이 시작되자 우릴 버리고 제일 먼저 줄행랑을 쳤다. 가족과의 연락도, 본부와의 통신도 완전히 끊겼다.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지휘관도 없이 전선에 고립돼 아군끼리 총부리를 겨누기도 했다고 말했다.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선전 포로 동영상이지만, 이런 러시아 징집병들 주장은 앞서 러시아 독립 매체 노바야 가제타 보도와도 일치한다. 러시아 징집병 아내 3명이 노바야 가제타에 제보한 바에 의하면 그들의 남편은 9월 21일 부분 동원령에 따라 차출, 징집 사흘 만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인 벨고로드에 보내졌다. 그곳에서 참호 파는 훈련만 받고 곧장 스바토베 전선에 보내졌다. 이후 아내들과 소식이 끊겼다. 지난달 말 마침내 아내들과 전화 연결이 됐을 때 징집병들은 “지휘관도 군 경험이 별로 없는 징집병이었는데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면서 “우린 그저 인간방패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병사는 전투를 거부하다 지하실에 감금된 동원병들이 상관에게 총살 협박도 받았다고 증언했다. ● 우크라軍 심리전 치열…동원예비전력 사기저하 노림수러시아 징집병들 사이에서 이 같은 증언이 잇따르자,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 동원예비전력 사기 저하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적극적인 선전전·심리전으로 적군을 압박, 분열을 꾀하는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군도 포로 인권 침해 문제에선 러시아군만큼이나 자유롭지 못하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포로들 머리에 두건을 씌운 채 총을 난사하는 동영상도 다수인 상황이다. 비록 침략군이지만 만인의 평등한 인권 측면에서 러시아군의 인간 존엄성도 이번 전쟁으로 붕괴했다. 우크라이나군에게도, 러시아군에게도 이번 전쟁은 참 가혹하다. 이와 관련해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신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누가 얼마만큼 승리하고 패배하는가를 무한 반복으로 평가하는 루틴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두 위원은 “이제는 최소의 희생으로 이 전쟁을 어떻게 종결할 것인가에 대해 진정성 있는 관심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 등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책임 있는 당사자들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권 국가를 침공한 러시아의 불법적 태도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호한 연대를 유지하되, 전쟁을 예방하지 못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묻혀서는 안 된다. 제3차 세계대전을 예방한 ‘쿠바 미사일 위기’를 교훈 삼아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이번 사태의 이해 당사자는 물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차례”라고 덧붙였다. 마침 미국 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에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전쟁 9개월, 모두에 가혹…평화협상 가능성은?워싱턴포스트 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도록 물밑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는 한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최소한 협상 자체에는 열린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전쟁이 계속된 9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내심 갈등 해소를 바라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이 우크라이나를 예고 없이 방문하고,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것도 갈등 해소를 위한 행보로 보인다. 물론 이런 물밑 작업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국의 지지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 전쟁 장기화로 각국 지도자들이 여론의 저항에 부딪히기 시작한 걸 고려할 때, 평화적 해결 여지는 일부 열어둬야 한다는 거다.의도야 어떻든 평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강대국의 물밑 작업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핵전쟁 우려도 고조된 상황에서 전쟁 확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직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의 물밑 회담설이 전해진 직후인 7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진실된 평화회담을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벌일 준비는 돼 있지만, 러시아가 먼저 철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협상 상대는 미래의 러시아 지도자이지, 푸틴 대통령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간 평화 협상에 비교적 열린 자세였던 러시아도 “지금은 적절치 않다”며 한발 물러섰다. 7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열려 있으나,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협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어떤 협상도 지속하지 않기로 법을 바꿨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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