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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편한 선택도 하고 쓴소리 들어라” 박현주·최수연, 청년들과 공감 한 끼

    “불편한 선택도 하고 쓴소리 들어라” 박현주·최수연, 청년들과 공감 한 끼

    “여러분 때는 불편한 선택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편한 의사결정은 지나고 나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일부러 제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돌아봤죠.”(최수연 네이버 대표)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을 표방하는 한국경제인협회 주관 ‘갓생한끼’ 행사가 열린 11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금융그룹 본사 센터원. 사전 신청을 통해 선발된 청년들의 눈길이 대한민국 금융과 정보기술(IT) 분야 최고 기업을 이끄는 박(65) 회장과 최(41) 대표에 고정됐다. 두 사람은 향후 사회 각계에 다양한 형태의 재능기부를 하기로 약속한 청년 20명과 샌드위치, 김밥 등 도시락을 먹으며 약 100분가량 소통했다. 한경협은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과 도전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불가능을 넘어선 도전’을 주제로 잡았다. 박 회장은 ‘불가능을 마주한 순간이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과거 직장에 들어갈 때 ‘딱 10년만 다니고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정말 10년이 지나서 창업을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가능할까, 가능한 일일까’ 굉장히 고민이 많았고 창업을 해서도 직원들 월급날은 왜 그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참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박 회장은 이어 “미래에셋을 창업한 이후에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저는 영어를 못했다. ‘생큐’, ‘마이 네임 이스’ 딱 이 정도였다”고 웃어 보이며 “문제는 영어라는 언어가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라는 기본적인 ‘인식’에 있다. 영어를 잘한다고 해외 비즈니스를 잘하는 게 아니다. 정확한 인식이 중요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사업이)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20대 청년들에게 40대 여성 기업가로서 ‘IT 공룡’을 이끄는 부담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 이사회로부터 (CEO에) 내정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도망가고 싶었다. 칭찬받는 일을 하고 싶은데 이제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불가능을 마주했던 것 같다. 지금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마인드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돈을 관리하는 능력이 궁금하다’는 한 청년의 질문에 “투자에 관한 책을 본다고 해서 투자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회사의 퀄리티를 꿰뚫어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예비 엄빠’ 1017명 꿈 반짝반짝… 마포 미래 밝히는 ‘아기 햇살’

    ‘예비 엄빠’ 1017명 꿈 반짝반짝… 마포 미래 밝히는 ‘아기 햇살’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예비 부모의 건강관리와 육아를 지원하는 서울 마포구 햇빛센터에 5개월 만에 1000명 이상 등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11일 마포구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햇빛센터에 임신 준비 등록을 한 예비 부모는 모두 1017명이다. 이 가운데 969명이 임신 준비 검사를 마쳤고, 난임 상담과 의료비 지원도 978건 진행됐다. 지난 7월 마포구보건소 2층에 조성된 햇빛센터는 임신 준비부터 출산 후 산모 건강, 영유아 건강검진 등 전 과정을 한곳에서 관리해 주는 종합지원센터다. ▲난임 부부 상담실 ▲영양상담실 ▲모자 건강교육실 ▲임산부 휴게 쉼터 ▲아이들을 위한 오감발달존 ▲비혼모 상담실 ‘처끝센터’ ▲구강관리실 등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난임 상담을 받은 김모씨는 “햇빛센터 간호사가 마음을 잘 헤아려 줘 편한 마음으로 상담을 받았다”며 “한곳에서 다양한 교육과 상담,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어 바쁜 직장인에게 유용하다”고 말했다.센터 개소 이후 5개월간 임산부 2911명이 임신 중 건강관리를 받았고 591명이 산후관리를 받았다. 2301명의 임산부가 영양 상담과 보충식품 지원 혜택을 받았다. 햇빛센터는 806명의 출산가정을 방문해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 상담과 부모 교육을 진행했다. 아울러 미숙아, 선천성이상아에 대한 의료비 및 저소득층 기저귀와 분유 지원 등이 437건 이뤄졌다. 산모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산후우울증 검사도 1087건 진행됐다. 햇빛센터가 운영하는 출산 준비 교실, 토요 예비 부모 교실, 우리 손주 돌보기 교육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비 부모 교실에 참석한 임산부 이모씨는 “지금껏 생각해 보지 않았던 양육 방식을 남편과 함께 고민해 볼 기회였다”며 “딱딱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따뜻하고 친절한 센터 분위기와 서비스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고 밝혔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햇빛센터는 ‘아이가 태어나 처음 보는 햇빛’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라며 “모든 예비 부모가 임신과 출산, 양육이 혼자 감당할 몫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고귀하고 소중한 일임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 초과근무 자제령 ‘뒷북 진화’… 치안 현장은 여전히 ‘뒤숭숭’

    “오늘이 이달 연차를 올리는 마감일인데 연차 신청이 몰려서 달력을 보면 비는 날이 없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씨는 11일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주기 어려울 수 있으니 대신 휴무를 쓰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초과근무 자제령’을 내린 이후 치안 현장에서는 “바쁜 연말에 그럼 어떻게 일을 하라는 거냐”는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초과근무 입력을 제한하거나 수당 대신 휴무를 권고하는 등 정해진 예산에 서류상으로만 근무 시간을 맞추다 보니 일선의 불만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일하는 B씨는 “지난달도 초과근무 상한인 30시간을 넘겨 37시간을 찍었다. 현장 상황도 모르고 지침이 내려와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며 “연말은 특히 일이 많아 이달엔 초과근무 80시간을 해야 할 상황인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연말까지 불필요한 초과근무 신청을 자제하라는 내용을 담은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지난달 전국 시도경찰청 등에 보냈다. 10월 기준으로 올해 초과근무 수당으로 지급할 예산의 87.8%가 소진돼서다. 이후 일선에서 논란이 커지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5일 내부망을 통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조직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유감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경찰청도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이달은 예년처럼 초과근무 수당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재차 ‘뒷북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불필요한 일을 줄이자는 차원이고, 기본 초과근무의 경우 모든 부서에 기본적으로 다 주는 게 원칙”이라며 “예비분 등이 있어 12월엔 수당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난달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기존 대비 20% 감축했다면 이달은 10% 정도 감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치안센터 폐지를 발표했다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뒤집은 데 이어 초과근무 자제도 일선의 반발에 부딪히자 다시 진화에 나서는 등 설익은 정책을 냈다 번복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치안 서비스를 담당해야 할 현장의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의견 수렴 없이 정책을 던졌다가 물러나면 정책은 물론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찰청 “12월 수당 지금 문제없다”…진화에도 현장 불만은 여전

    경찰청 “12월 수당 지금 문제없다”…진화에도 현장 불만은 여전

    경찰청 “예비분 있어 이달 지급 가능”현장선 초과 입력 제한이나 휴무 권고“현장 상황 전혀 모르는 지침” 불만 “오늘이 이달 연차 올리는 마감일인데 연차 신청이 몰려서 달력을 보면 비는 날이 없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씨는 11일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주기 어려울 수 있으니 대신 휴무를 쓰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초과근무 자제령’을 내린 이후 치안 현장에서는 “바쁜 연말에 그럼 어떻게 일을 하라는 거냐”는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초과근무 입력을 제한하거나 수당 대신 휴무를 권고하는 등 정해진 예산에 서류상으로만 근무 시간을 맞추다 보니 일선의 불만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일하는 B씨는 “지난달도 초과근무 상한인 30시간을 넘겨 37시간을 찍었다. 현장 상황도 모르고 지침이 내려와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며 “연말은 특히 일이 많아 이달엔 초과근무 80시간을 해야 할 상황인데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연말까지 불필요한 초과근무 신청을 자제하라는 내용을 담은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지난달 전국 시도경찰청 등에 보냈다. 10월 기준으로 올해 초과근무 수당으로 지급할 예산의 87.8%가 소진돼서다. 이후 일선에서 논란이 커지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5일 내부망을 통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조직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유감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특히 경찰청도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이달은 예년처럼 초과근무 수당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재차 ‘뒷북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불필요한 일을 줄이자는 차원이고, 기본 초과근무의 경우 모든 부서에 기본적으로 다 주는 게 원칙”이라며 “예비분 등이 있어 12월엔 수당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난달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기존 대비 20% 감축했다면 이달은 10% 정도 감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치안센터 폐지를 발표했다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뒤집은 데 이어 초과근무 자제도 일선의 반발에 부딪히자 다시 진화에 나서는 등 설익은 정책을 냈다 번복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치안 서비스를 담당해야 할 현장의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의견 수렴 없이 정책을 던졌다가 물러나면 정책은 물론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벅 너마저?…中 20개 커피브랜드서 ‘발암 물질’ 검출, 한국은 괜찮나 [여기는 중국]

    스벅 너마저?…中 20개 커피브랜드서 ‘발암 물질’ 검출, 한국은 괜찮나 [여기는 중국]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커피 브랜드 수십 곳의 커피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상하이일보 등 현지 언론의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푸젠성(省)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는 최근 20개 커피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커피 샘플 59종을 검사한 결과 모든 커피에서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아크릴아마이드는 폐수 처리나 화장품 피부 연화제, 윤활제 등 화학적 용도로 사용되는 화학물이지만, 감자나 빵, 고구마 등 탄수화물이 많고 단백질이 적은 식품을 120도 이상 가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크릴아마이드를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유럽식품안전청과 국제암연구소 등도 아크릴아마이드가 인체, 특히 아동의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며 잠재적 발암 물질로 규정했다.현지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된 커피 브랜드는 루이싱, 모커 등 중국 커피 시장을 주름잡는 토종브랜드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KFC 등 글로벌브랜드도 포함돼 있다. 푸젠성 소비자권익보호위는 “스타벅스와 루이싱, 모커 등 조사 대상 모든 커피 제품에서 ㎏당 11.1∼30.4㎍(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의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됐다”며 “중국에서는 아직 커피 속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제한이나 금지 규정이 없긴 하지만 이번 결과를 근거로 (커피를) 과다하게 마시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권고했다.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 등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지 말거나 줄여야 하며, 일반인도 장기간 과도하게 마시는 것을 삼가고, 하루 1~2잔 정도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커피를 만드는 물의 온도는 65도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푸젠성 소비자권익보호위 측은 조사 대상에 속하는 모든 커피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검출량이 암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 푸젠성 푸저우시(市)의 한 스타벅스 고객서비스센터 측은 현지 매체인 더페이퍼에 “아크릴아마이드는 모든 커피 음료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며, 음료 한 잔에 든 아크릴아마이드의 함량은 미량에 불과하다”면서 “매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음료는 테스트를 통해 판매 기준을 통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현지에서 스타벅스를 넘어선 인기를 자랑하는 토종 커피브랜드 루이싱 측도 “아크릴아마이드와 관련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루이싱 커피가 제공하는 모든 음료는 국가 관련 규정을 준수했으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마셔도 괜찮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현지 언론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 기준 매일 12㎏의 커피를 마셔야 발암량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정도 양의 커피를 매일 마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유해 물질 섭취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아크릴아마이드의 유해성을 고려해 2021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영‧유아용 식품과 커피, 과자, 감자튀김, 곡류가공품 및 즉석식품 등에 대한 아크릴아마이드 권장 규격을 운영 중이다. 2022년 4월부터는 특히 과자류에서 아크릴아마이드의 저감화를 위한 실행 규범을 마련해 과자 제조업체 대상 저감화 기술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 [최보기의 책보기] ‘아침형 인간’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책상 일력

    [최보기의 책보기] ‘아침형 인간’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책상 일력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문장 하나로 현대 철학을 압도했다. 비록 아홉 글자에 불과하나 실존주의 철학을 대변하는 구호로 대우받는 이 문장은 ‘인간은 우연히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다. 먼저 존재 하고 나서 본질을 창조해 나간다’는 뜻으로 멀리는 무신론의 영역까지 확장된다.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모든 질문을 시작하게 하는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이 문장은 노자와 장자에 깊은 동양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2024년 일력 형태로 펴낸 『최진석의 말』 1월 1일 일력에 존재한다. 첫날 ‘나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란 본질적 질문으로 시작하니 다음날 문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단한 실존적 전략이다. 1월 2일, 질문의 연속이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1월 3일부터 철학자의 사유가 나온다. “생각을 하고 싶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고유한 욕망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1월 4일, “대답은 멈추는 것이고 질문은 건너가는 것입니다. 대답이 틀에 박힌 것이라면, 질문은 가본 적 없는 세계 너머로 건너가고자 하는 적극적 시도입니다. 세계는 질문하는 도전으로 열립니다.” 1월 5일, “질문은 내 안에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입니다. 인간은 질문할 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됩니다.” 월별로 각각 다른 주제에 집중하는데 1월 ‘질문-나를 나이게 하는 힘’, 2월 ‘독립-내 삶의 주인으로 존재하기’, 3월 ‘관찰-경이를 알아보는 순간’, 4월 ‘창의-호기심이라는 동력’, 5월 ‘시선-생각의 높이’, 6월 ‘소명-지속하는 태도’, 7월 ‘선도-시대를 읽는 예민함’, 8월 ‘무심-텅 빈 마음으로’, 9월 ‘반성-문제를 다루는 자세’, 10월 ‘책임-시대에 대한 성실성’, 11월 ‘경계-인간은 건너가는 존재’, 12월 ‘기본-참된 나를 찾아서’이다. 일력을 아무렇게나 넘겨본 4월 22일은 “홀로 자신을 성찰하는 고독의 시간이 동반되지 않은 교육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자유, 윤리, 창의, 용기 등은 고독한 상태에서 스스로 존재론적 질문을 던져본 사람에게 찾아옵니다.”라고, 4월 23일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쓰고 싶은 글과 꼭 닮은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어떤 삶을 사느냐가 어떤 글이 나올지를 결정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진실로 날마다의 말이 주옥같은 ‘주역(周易)적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어떤 과자 회사의 상업주의 마케팅으로 몹시 시끄러울 11월 11일 문장은 “제대로 살고 싶거나, 좀 더 낳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두 가지 문장을 뼛속 깊이 새기십시오. ‘이 세계는 항상 변화한다.’ ‘우리는 금방 죽는다.’ 이 두 가지를 철저하게 인식하면 기품 없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이다. 2024년 최후의 날 철학자의 통찰은? 궁금하면 일력을 보시라! 최진석 교수는 10년 전 출판했던 『인간이 그리는 무늬』(2013 소나무)에서 “우리는 나를 가두는 감옥, 오직 당신의 욕망에 집중하라!”고 소리 높이 외쳤던 바 있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초전도체 논란 ‘LK-99’ 논문 저자 “여전히 초전도체라고 믿어”

    초전도체 논란 ‘LK-99’ 논문 저자 “여전히 초전도체라고 믿어”

    상온 상압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연구진 중 한명인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LK-99가 초전도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권 교수의 부정집필행위, 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 등 연구윤리 위반 의혹에 대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을 계기로 열렸다.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가 고려대 권영완 교수에 대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최종 결정문을 제보자이자 공동 저자인 김 교수와 조사 대상자인 권 교수, 핵심 관계자인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에게 통보했다. 권 교수는 지난 7월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등재된 LK-99 제조법 관련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논문에는 권 교수와 함께 이 대표, 김지훈 연구소장이 논문 저자로 등재됐다. 권 교수가 논문을 올린 직후 김 교수는 이석배·김지훈·김현탁·오근호·임성연·안수민 등 6명이 저자로 등재된 같은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권 교수가 다른 저자 동의 없이 논문을 무단 공개하는 연구부정행위 등을 저질렀다고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제보했다. 위원회는 권 교수의 저자 자격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학술지 투고 규정이 명료하지 않은 점 등에 의해 나타난 일이라고 봤다.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이 대표 등의 동의 없이 공동저자로 명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간담회에서 권 교수는 논문 공개 이후 국내외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과학계의 ‘성배’로 불리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주장이 나온 직후 학계에서는 대체로 “신물질일 수는 있겠지만 초전도체는 아닐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연구실에서 해당 제조법을 토대로 재현 실험에 나섰으나 실제 구현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교수는 LK-99 재현 실험을 공개할 수 있냐는 질문에 “지금은 준비하고 있어서 공개해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물질(LK-99)에 대한 정확한 화학식도 알려드렸고, 어떤 방식이나 원인으로 인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지도 논문에 썼다”며 “한두 달 내에 그런 부분을 확인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너무 짧은 기간이라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 싱하이밍 “한중관계, 선택지 아닌 반드시 풀어야 하는 필수 문제”

    싱하이밍 “한중관계, 선택지 아닌 반드시 풀어야 하는 필수 문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11일 한중관계에 대해 “양국 간 윈윈 관계는 변함이 없고 공동 발전에 대한 염원도 흔들림이 없다”면서 “양국 관계는 선택지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하는 필수 문제”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주한중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2023 한중언론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중한관계는 지금까지도 우호 협력이라는 큰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한중관계 발전을 잘 이끌어야 한다”면서도 “그러한 환경이라든지 조건이 있어야 우리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만남과 한덕수 국무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면담 등 정상급 교류가 이뤄진 점을 들어 “중한관계는 지난 1년간 안정적으로 발전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가 꾸준히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질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양국의 경제 교류는 더 많은 발전의 공간이 있고, 인적 교류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이 비자 발급 수수료를 인하한 것을 두고 “이것이 양국 교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싱 대사는 지난달 말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회담하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소개하며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양국 언론이 특히 책임감 있는 태도로 올바른 보도를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중국과 중한관계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양국 국민이 좀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자세로 서로를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는지 논의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싱 대사는 축사 뒤 중국 측이 거듭 언급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한 ‘조건’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박 장관과 왕 부장이 합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이라는 방향에서 양국 관계를 추진하자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고만 답했다. 앞서 한중일 3국 외교장관들은 지난달 26일 회의를 갖고 3국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 보도자료에 3국이 정상회의를 위한 ‘조건’을 만들기로 했다는 표현이 추가돼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측은 이와 관련해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당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하는 정신에 따라 서로의 발전 경로와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며, 양호한 양자 관계를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 세종시, 나라현립 의과대학-세종충남대학병원 ‘의료 협력 강화’

    세종시, 나라현립 의과대학-세종충남대학병원 ‘의료 협력 강화’

    한·일 고령화 의료 분야 공동연구 실천시, 의료 복지·디지털 기술 국제협력 강화 세종시(시장 최민호)가 일본 나라현립 의과대학, 세종충남대병원과 고령화 관련 의료기기 공동연구 등 의학 관련 연구개발 교류 강화에 나섰다. 시에 따르면 최민호 시장이 11일 세종을 방문한 호소이 히루시 나라현립 의과대학 이사장, 권계철 세종충남대 병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고령화 관련 의료기기 연구개발에 한·일 양국이 공동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호소이 나라현립 의과대학 이사장은 권계철 세종충남대병원장과의 면담에서 의학 관련 연구, 의료기기 개발 협력, 의료진 교류를 통한 의료 발전 협력을 합의했다. 면담에서는 충남대 의과대학이 세종캠퍼스로 이전하면, 나라현립 의과대학과 의료 관련 공동 연구 과제 개발을 추진하는 방안도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나라현립 의과대학은 일본 내 의학 관련 연구, 의료기기 연구개발 분야를 주도하며 ‘연골전도 보청기’를 개발해 난청자를 위한 사회적 공헌을 펼치고 있다. 최 시장은 “이번 면담은 한·일 양국 간 혁신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추진됐다. 디지털 기술, 의료복지 등 분야에서 세계 각국과 국제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2억 1500만 년 전 새 같은 발자국 남긴 미스터리 생물 [와우! 과학]

    2억 1500만 년 전 새 같은 발자국 남긴 미스터리 생물 [와우! 과학]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왕자의 신하들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신데렐라를 찾기 위해 신발 한 짝만 가지고 온 마을을 뒤지고 다닌다. 하지만 결국 착한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동화 속 이야기답게 결국 신데렐라를 찾아낸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과학자들 가운데서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생물학자들이다. 고생물학자들은 발자국 화석이나 다른 흔적 화석을 확인한 후 이 화석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연구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 해서 수많은 고대 생물의 생활 방식이나 보행 방식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동화 속 이야기와 달리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발자국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해 애를 태우기도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견된 '트리사우로포디스쿠스'(Trisauropodiscus) 발자국 화석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트리사우로포디스쿠스의 발자국은 트라이아스기 말에서 쥐라기 초기 지층에서 발견된다. 세 개의 발가락 흔적은 수각류 공룡이나 새와 비슷하기 때문에 그 주인공 역시 새 혹은 새와 연관이 깊은 공룡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진화하기 전에 남긴 발자국이라는 데 있다. 트리사우로포디스쿠스의 발자국 화석은 최대 2억 1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최초의 새보다 6000만 년 정도 앞선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 연구팀은 레소토에서 발견된 트리사우로포디스쿠스 발자국 화석을 포함해 여러 개의 발자국 화석을 분석해 발자국 주인공의 정체를 추정했다. 이 발자국은 현생 조류와 가장 닮았지만, 새가 진화하기 한참 전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새와 가까운 초기 공룡 가운데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신종이 이 발자국 화석의 주인공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공룡의 근연 그룹에 속하는 다른 지배 파충류가 수렴 진화에 의해 이런 발자국 화석을 남겼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결국 이 논쟁은 해당 지층에서 이런 형태와 크기를 지닌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화석이 발견되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체 누가 새가 나타나기 6000만 년 전 새 발자국을 찍었는지 밝혀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 도시를 바꾼 곡선, 인간 삶까지 바꾸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도시를 바꾼 곡선, 인간 삶까지 바꾸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인간은 건물을 만들어 내지만, 그 이후에는 건물이 인간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의 명언이다. 과연 그렇다. 건물을 짓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 건물에 영향받고, 동선을 바꾸고, 공간의 분위기에 길드는 것도 인간이다. 작게는 방이나 부엌, 서재, 집에서부터 크게는 학교, 병원, 카페, 식당, 도서관,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건물들에 얽힌 기억 하나하나가 ‘나’를 만들어 왔다.좁은 원룸에 살 때의 나는 끊임없이 ‘탈출’을 생각하는 외로운 청년이었고, 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 외의 다른 목표를 생각하기 어려웠으며, ‘언제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삶’을 꿈꾸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당신은 어떤 곳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가. 당신이 지닌 잠재력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장소는 어디인가. 당신은 어느 장소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미래의 살 집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평생 마음 둘 곳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개인에게 딱 맞는 장소를 찾는 일도 어려운데 수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생활하는 거대한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어떨까.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수천, 수만명을 위한 공간을 기획하고 창조하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다. 때로는 건축가 한 사람이 도시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잿빛 공업도시 스페인 빌바오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야말로 그런 사람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생기기 전 빌바오는 철강산업으로 유명했지만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부족했다. 관광지가 되려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적인 장소가 필요한데, 빌바오에는 특색 있는 장소가 별로 없었던 탓이다. 게리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기존의 미술관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구겐하임 미술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는 왜 그토록 네모반듯한 건물들 속에서 평생 살아왔는가’ 하고 한탄하게 된다. 과감한 곡선만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건물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탄을 자아낸다. 중력의 법칙에서 자유로운 듯한 매끄럽고 활기찬 곡선들은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것 같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각도에 따라 꽃이 피어나는 거대한 꽃밭 같기도 하고, 물속을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무거운 재료들로 이렇게 가벼운 곡선의 느낌을 살려 낼 수 있다니. 유리, 티타늄,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이 독특한 미술관은 건물 바로 앞 거리보다 네르비온강 쪽에서 바라보면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분명 고체로 만들었는데 액체로 만들어진 것 같은 이 변화무쌍한 건물은 재즈처럼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자유분방한 음악을 닮았다. 게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건축은 시간과 장소에 대해 말해야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것을 갈망해야 한다고. 구겐하임 미술관은 과연 시대를 뛰어넘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고 공간의 예술이자 시간의 예술이기도 한 건축이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 줬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1997년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그 경이로운 규모와 과감한 설계는 즉각 선풍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생기기 전인 1995년 연간 2만 5000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은 2018년 무려 93만 20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설립 당시 미국 잡지 ‘뉴요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20세기의 걸작’이라 예찬했고, 전설적인 건축가 필립 존슨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건축’이라고 호평했다. 빌바오는 일약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면서 관광 인구뿐 아니라 도시 인구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제 ‘빌바오’ 하면 저절로 ‘구겐하임 미술관’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미술관은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비평가 캘빈 톰킨스는 ‘뉴요커’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일컬어 “티타늄 망토를 두른 물결 모양의 환상적인 꿈의 배”라고 묘사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눈부시게 반사되는 패널이 정말 물고기 비늘처럼 보인다. 처칠의 명언처럼 우리는 장소의 영향을 받는다. 층고가 높고 여백이 많은 공간에 가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좁고 더러운 공간에 가면 의욕과 열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한때 건축이 너무 눈에 띄고 거대해 정작 안에 있는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과감하고 풍요로운 전시 기획이 넘쳐나 오히려 다른 미술관에서 쉽게 시도할 수 없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 제프 쿤스의 ‘퍼피’와 ‘튤립’, 리처드 세라의 ‘시간의 문제’ 등 구겐하임 미술관의 영구 소장 작품들은 이제 미술관뿐 아니라 빌바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특히 ‘시간의 문제’는 거대한 철강 구조물로 빌바오의 정체성, 즉 철강산업의 중심지라는 지역적 특징을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예술적인 아름다움도 유감없이 펼친다. ‘시간의 문제’ 속으로 들어가 걸어 보면 설치미술 작품이 또 하나의 새로운 건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시간의 터널로 들어서서 도시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느낌도 들어 그 자체가 감미로운 타임머신 같다. 보통 미술관에 가면 작품 가까이 가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어 작품을 자세히 감상하려고 조금만 다가가도 ‘삑’ 소리가 나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구겐하임 미술관은 넓다 못해 광활한 느낌을 주는 장소이기에 그런 민망한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의 문제’처럼 그 속을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고 규모가 큰 작품이 많아 웬만하면 거리를 두고 봐야 작품의 전모가 드러난다. 거대한 거미를 형상화한 ‘마망’ 앞에 서면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고, 우리는 거미 왕국에 초대된 릴리퍼트 왕국 사람(‘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 사람들)으로 변신한 것처럼 앙증맞은 존재가 된다. 부르주아는 왜 거대한 거미에게 ‘엄마’(마망)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부르주아는 이렇게 말한다. 이 거미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찬가라고. 어머니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거미가 거미줄을 자아내듯 어머니는 쉼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부지런하고 총명한 존재였다. 질병을 퍼뜨리는 모기를 잡아먹는 거미처럼 어머니는 자식들을 세상의 숱한 위협으로부터 구해 주는 사람, 끊임없이 자식들을 걱정하고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부르주아의 거미가 친근하고 푸근해 보이는 까닭은 ‘마망’이라는 제목에 담긴 따스한 모성의 추억 때문이다. 드넓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천천히 관람하다 보면 미술관은 단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아름답고 풍요로운 산책의 공간처럼 다가온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관람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 ‘사람이 많아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는 생각(흔히 오르세 미술관이나 우피치 미술관처럼 늘 인파로 북적이는 장소에 가면 느끼는 안타까움)이 끼어들 틈이 없다.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적이고 조화로우며 생동감 넘치는 건축물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시적인 신호다.” 작품을 넘어 건축이라는 또 하나의 예술을 관람하면서 우리는 이토록 호방하고 기백 넘치는 공간을 통해 사유의 반경이 넓어지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빌바오의 운명을 바꾼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눈부신 건축들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발견됐으면 좋겠다. 사람을 노동하고 거주하게 하는 기능적인 건축을 넘어 사람을 살리는 건축, 사람과 자연을 눈부시게 이어 주는 건축을 꿈꿔 본다. 사람을 돌보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감성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적인 건축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지친 도시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를. 문학평론가·작가
  • [단독] “검사 탄핵 민주, 스스로 떳떳해야… 尹, 정책실장 부활은 잘한 일”

    [단독] “검사 탄핵 민주, 스스로 떳떳해야… 尹, 정책실장 부활은 잘한 일”

    이낙연(71)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사 탄핵에 대해 “정권을 비판하려면 야당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정책실장을 신설한 것에 대해선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선 “늦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민주당은 검사 탄핵을 강행했고 추가 탄핵 가능성도 있다. “여야 모두 힘자랑만 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뭘 할 것인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현 시국이 ‘검찰 공화국’이긴 하지만 정권을 비판·견제하려면 야당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 힘을 남용하는 순간 국민은 거부감을 보이니까 절제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도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많이 행사한다. “그것도 답답한 힘자랑이다. ‘이번에 60%만 달성하고 40%는 함께 풀어 갈 과제로 삼으면 어떻겠느냐’는 대화를 여야가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성과 중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없는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한 것과 대통령실 정책실장 부활은 잘한 거다. 대통령실의 즉흥적 발상과 실무 부처의 맹종으로 일관하다 보면 많은 사고가 나는 만큼 정책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 활동이 큰 성과 없이 종료됐다. “어떤 혁신도 불가능한 구조다. 야당은 모든 것을 독점하는 강력한 리더십의 과잉이, 여당은 리더십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심각한 리더십의 결핍이 실패를 가져왔다.” -이재명 대표 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이 왔나. “아직 들은 바 없다. 지난 7월에 만났을 때도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후로 ‘아무 말 말고 따라와라. 그것이 단합’이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지난번처럼 사진만 찍고 단합 모습만 보여 주는 만남은 의미가 없다.” -민주당에는 어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가. “무슨 얘기를 해도 반영되지 않으니 이젠 이런 얘기가 부질없다. 민주당 특유의 면역체계는 당내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보장인데 지금은 서서히 죽어 가고 있다. 민주당은 보수정당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민주적이고 더 유능했는데 이제 동지를 향한 증오와 적대의 폭력적 언동만 남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불거져 당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데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긴다면 수락할 용의가 있나. “역할을 맡길 리가 없고 이런 상태의 민주당에서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치를 함께 해 나가는 것은 어렵다. 폭력적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상태에서 얼굴이 바뀐다고 그 문화가 바뀌겠는가.” -결국 제3당을 주도할 생각인가. “양당이 더이상 극단으로 폭주하지 않도록 잡아 주는 세력이 있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신당 창당 시기는 언제인가. “시기가 여유 있는 게 아니니까 늦어지지 않게, 차질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 물밑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실무적인 일을 시작할 때가 이미 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량 국가’와 ‘책임 정치’다. 위기를 직시하고 해결·관리할 역량이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치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만날 계획은 아직 없나. “아직 없다. 이제까지 세 사람이 그 일(신당)로 만난 일은 없었다. 만나서 걱정을 많이 했다는 거다.” -금태섭 전 의원이나 양향자 의원뿐 아니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도 연대할 수 있나. “물론이다. 거대 양당의 폭주에 절망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분들이라면 출신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뜻을 모아 갈 필요가 있다. 이 전 대표는 정치의 변화를 가져올 만한 드문 인재라서 때가 되면 만나겠다. 현직 대통령에게 맞서 할 말 하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단독] 이낙연 “검사 탄핵 민주, 스스로 떳떳해야…尹 정책실장 부활은 잘한 일”

    [단독] 이낙연 “검사 탄핵 민주, 스스로 떳떳해야…尹 정책실장 부활은 잘한 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사 탄핵에 대해 “정권을 비판하려면 야당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며 쓴소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정책실장을 신설한 것에 대해선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신당 창당에 대해선 “늦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은 검사 탄핵을 강행했고 추가 탄핵 가능성도 있다. “여야 모두 힘자랑만 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뭘 할 것인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현 시국이 ‘검찰 공화국’이긴 하지만 정권을 비판·견제하려면 야당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 힘을 남용하는 순간 국민은 거부감을 보이니까 절제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많이 행사한다. “그것도 답답한 힘자랑이다. ‘이번에 60%만 달성하고. 40%는 함께 풀어갈 과제로 삼으면 어떻겠나’라는 대화를 여야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성과 중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없는가. “의대 정원 늘리겠다고 한 것과 대통령실 정책실장 부활은 잘한 거다. 대통령실의 즉흥적 발상과 실무 부처의 맹종으로 일관하다 보면 많은 사고가 나 정책조정 기능이 필요하다.”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 활동이 큰 성과 없이 종료됐다. “어떤 혁신도 불가능한 구조다. 야당은 모든 것을 독점하는 강력한 리더십의 과잉이, 여당은 리더십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심각한 리더십의 결핍이 실패를 가져왔다.” 이재명 대표 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이 왔나. “아직 들은 바 없다. 지난 7월에 만났을 때도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후로 ‘아무 말 말고 따라와라. 그것이 단합이다’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지난번처럼 사진만 찍고 단합 모습만 보여주는 만남은 의미가 없다.” 민주당엔 어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나. “무슨 얘기를 해도 반영되지 않으니 이젠 이런 얘기가 부질없다. 민주당 특유의 면역체계는 당내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보장인데 지금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보수정당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민주적이고 더 유능했는데 이제 동지를 향한 증오와 적대의 폭력적 언동만 남았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불거져 당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데,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긴다면 수락할 용의가 있나. “역할을 맡길 리가 없고 이런 상태의 민주당에서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치를 함께 해나간다는 것은 어렵다. 폭력적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 있는 상태에서 얼굴이 바뀐다고 그 문화가 바뀌겠는가.” 결국 제3당을 주도할 생각인가. “양당이 더 이상 극단으로 폭주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세력이 있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신당 창당 시기는 언제인가. “시기가 여유 있는 게 아니니까 늦어지지 않게, 차질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 물밑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실무적인 일을 시작할 때가 이미 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량 국가’와 ‘책임 정치’다. 위기를 직시하고 해결·관리할 역량이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치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를 만날 계획은 아직 없나. “아직 없다. 이제까지 세 사람이 그 일(신당)로 만난 일은 없었고, 만나서 걱정을 많이 했다는 거다.” 금태섭 전 의원이나 양향자 의원뿐 아니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도 연대할 수 있나. “물론이다. 거대 양당의 폭주에 절망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출신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뜻을 모아갈 필요가 있다. 이 전 대표는 정치의 변화를 가져올 만한 드문 인재라서 때가 되면 만나겠다. 현직 대통령에 맞서 할 말 하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메멘토 모리] 17명 살해한 연쇄 살인마의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메멘토 모리] 17명 살해한 연쇄 살인마의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악명 높은 미국의 연쇄 살인마 제프리 다머의 부친 라이오넬 다머가 지난 5일(현지시간)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8일 전했다. 그의 아들 얘기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돼 그의 놀라운 범행 전모를 우리 모두 알게 됐다. 라이오넬은 아들의 마음에 악마가 찾아든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가 괴물이 되는 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회고록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두 아들 중 큰아들이었던 제프리는 1991년 7월 체포됐는데 1978년과 1991년 사이 위스콘신과 오하이오주에서 17명의 젊은 남성과 소년들을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 그의 범행은 기상천외했다. 일부 주검들과 성교를 하기도 했고, 장난 삼아 난도질을 했으며, 심지어 먹기도 했다. 그 중 일부는 트로피처럼 소장했다. 체포된 이듬해 유죄 판결과 함께 종신형을 15차례나 복역하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러다 복역하던 1994년 교도소 동료에게 맞아 죽었다. 그의 나이 서른네 살이었다. 언론이 제프리의 무자비한 범행에 관심을 집중하는 시기에 그는 교도소를 정기적으로 찾아 아들을 면회했다. 그는 1994년 오프라 윈프리에게 “나는 여전히 우리 아들을 사랑해요. 나는 늘 아들과 함께 있을래요”라고 털어놓았다.아들이 죽은 뒤 얼마 안돼 회고록 ‘어느 아빠의 얘기’(A Father’s Story)를 펴냈는데 어느 다른 중산층 미국 가정과 다를 바 없으며, 아들 역시 어렸을 때는 오하이오주 배스 타운십에 사는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죽은 동물과 박제술에 관심을 가진 것만 제외하면. 어린 제프는 “예의 바르고 친절하며 아주 평범한” 아이였다. 자전거와 낚시를 즐기며, 학교에서도 어릿광대 짓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렸다. 다머 가족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부자 모두 숨겨놓은 친구들이 있었다. 라이오넬은 제프리 모친인 조이스가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어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언쟁을 벌이곤 했지만 그다지 폭력적이지는 않았다. 제프리를 때리거나 놀리거나 포기하지도 않았다. 화학 연구원이었던 라이오넬은 이따금 아들을 직장에 데려가기도 했으며, 집안 합창단을 하며 어울렸다. 라이오넬은 아들이 비뚤어진 이유 중 하나로 아들이 10대 시절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과 자신의 분석적인 과학자 심성이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고 털어놓았다. 그게 아니라면, 10대 시절 부모가 이혼한 것, 조이스가 임신 중 약을 먹은 것이 문제가 됐거나, 제프가 10대일 때 술을 먹기 시작한 것이 문제가 됐어야 했다. 형사가 1991년 라이오넬의 집에 도착했을 때, 당연히 라이오넬은 아들이 피해자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어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됐다.이 책을 잃은 독자들은 당황하게 된다. 라이오넬은 나쁜 아빠가 아니었다. 제프리를 멋대로 방치해 연쇄 살인마가 되게 만든 것도 아니었다. 해서 이 책은 상당히 읽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라이오넬 허버트 다머는 수학 교사였던 부친과 전업주부 모친 사이에서 1936년 7월 29일 태어났다. 1959년 위스콘신 대학에서 화학 학사학위를 땄고, 조이스 플린트와 결혼했다. 이듬해 제프리가 태어났고, 6년 뒤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어렸을 적, 소녀를 자기 방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타먹여 정신을 잃게 한 일이 있었다. 10대 때는 누군가에게 화학 물질을 보내거나 폭탄을 제조했다. 어느 고교 홀에서 터뜨린 일도 있었다. 10대 말에는 사람들을 죽이는 악몽을 꾼다고 했다. 라이오넬은 1962년 마퀘트 대학에서 석사를, 1966년 아이오와주립대 박사 학위를 땄다. 그가 PPG 산업에서 화학 연구원으로 일하게 돼 가족이 배스 타운십으로 이사했다. 1978년 이혼한 뒤 조이스는 제프리의 남동생과 위스콘신주로 이사했고, 18세 제프리는 라이오넬과 지냈다. 같은 해 라이오넬은 샤리 조던과 재혼했다.이 무렵 제프리는 첫 희생자를 살해했다. 그 해 6월 18일 그는 히치하이커 동갑내기인 스티브 힉스를 살해하고 지하실에서 조각을 낸 뒤 뒷마당에 묻었다. 몇 주 뒤 그는 유해를 파내 살가죽은 산에 담가 녹인 뒤 연구실 하수로 처리했고, 뼈는 갈아서 숲에 가져가 뿌렸다. 1981년 제프리가 대학을 중퇴하고, 알코올 중독 때문에 군대에서도 쫓겨나자 라이오넬은 위스콘신주 웨스트 알리스에서 할머니와 살게 했다. 어렸을 적 가까웠던 할머니가 아들을 바로잡아주길 기대했다. 1990년까지 그곳에서 지냈는데 세 희생자가 할머니 집에서 살해됐다. 라이오넬은 아들을 돌보지 않거나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는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들을 잘 살펴보는 아빠도 아니었다. 실험실에서 너무 열심히 일하는 바람에 아들이 고교 때 이미 술고래가 된 것을 알아채지 못했고, 아들이 동성애 취향을 가진 줄도 몰랐다. 어느 날 할머니 집에서 무거운 목재 상자를 발견한 라이오넬은 포르노물이 있다고 생각해 제프리에게 열어보라고 시켰다. 부자는 언쟁을 벌였다. 나중에 교도소에서 전화가 걸려 왔는데 제프리는 그 상자 안에는 “미라처럼 된(웨스트 알리스의 마지막 희생자) 머리와 성기가” 들어 있었다고 털어놓앋ㅆ다. 아들이 살인을 할 수 있다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아버지는 성폭력 집착에 대해서도 낌새를 채지 못했다. 1989년 제프리가 한 아이를 성적으로 괴롭혀 보호관찰 5년형을 선고받을 때도 라이오넬은 판사에게 아들을 치료받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번이 뭔가 효과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탄원서에 적었다. 그러나 제프리 다머가 왜 괴물로 자라났는지는 설명이 영원히 되지 않는다. 조이스는 2000년 세상을 떠났다. 라이오넬의 두 번째 부인 샤리는 올 1월 세상을 등졌다. 제프리의 동생은 생존해 있다.
  • 두산 포수 박유연 음주운전 숨겼다 발각

    두산 포수 박유연 음주운전 숨겼다 발각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포수 박유연(24)이 음주운전 적발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을 숨겼다가 뒤늦게 발각됐다.두산 구단 관계자는 9일 “박유연이 지난 9월 술자리를 한 다음 날 오전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 음주 단속에 적발돼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면서 “선수가 구단에 보고하지 않아서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신인 드래프트 6라운드 지명을 받고 2017년 두산에 입단한 박유연은 입단 첫해 주전 포수 양의지의 부상 때 잠시 1군에 올라왔다. 타격이 무르익지 않아 1군에 자주 올라오지는 못했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1군 통산 성적은 28경기 타율 0.250, 9안타, 3타점. 두산 구단은 박유연의 음주운전 적발을 확인하고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구단은 다음 주 박유연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달 롯데 자이언츠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롯데 내야수 배영빈은 경찰 음주단속에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구단에 숨겼다. 본인 신고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이를 알게 된 롯데 구단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배영빈을 방출했다. 롯데의 방출과는 별도로 KBO도 상벌위원회를 열어 배영빈에게 1년 실격 처분을 내리고 음주운전 미신고에 대해서는 사회봉사활동 80시간을 추가했다.
  • 反유대주의에 말 빙빙 돌리던 美명문대 유펜 총장 결국 사임

    反유대주의에 말 빙빙 돌리던 美명문대 유펜 총장 결국 사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반(反) 유대주의’에 모호한 태도를 보인 일로 논란을 부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이 결국 사임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동부 명문대학군인 아이비리그 일원인 유펜은 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의 사임을 발표하면서 그가 학교의 ‘케리 로스쿨’ 종신교수 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길 총장은 지난 5일 하원 교육 노동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이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는 의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논란을 불렀다. 특히 매길 총장은 유대인 제노사이드(genocide·소수집단 말살)를 부추기는 것이 유펜 행동 강령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말에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응답했다. 그러자 유펜의 거액 후원자인 스톤릿지 자산운용의 로스 스티븐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총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기부 철회의 뜻을 밝히면서 학교에는 비상이 걸렸다. 스티븐스는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기부를 철회하겠다면서 총장이 교체되면 결정을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논란이 일자 매길 총장은 7일 대학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은 “발언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미국 헌법에도 부합하는 우리 대학의 오랜 정책에 집중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며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는 입장도 밝혔지만 결국 재임 2년차에 총장직을 잃게 됐다. 이 일이 있기 전에도 매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전인 9월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인사들이 출연한 팔레스타인 문학·예술 축제의 학내 개최를 학교가 허용한 일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 정부, 日의 위안부 소송 포기에 “미래 지향적 협력 할 것”

    정부, 日의 위안부 소송 포기에 “미래 지향적 협력 할 것”

    일본이 위안부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 판결에서 상고를 포기한 것에 대해 정부는 “한일 양국이 미래 지향적 협력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국가의 합의로서로서 존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역대 정부에 걸쳐 일관되게 견지된 바 있다”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소 2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상고 기한인 이날 0시까지 상고장을 내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일본 정부는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그간 국내에서 진행된 위안부 관련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지난 8일 해당 판결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한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했다.
  • [책으로 정책읽기]‘지당하신 말씀’만으로 굴러가는 정부는 없다

    [책으로 정책읽기]‘지당하신 말씀’만으로 굴러가는 정부는 없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강력대응”이니 “원점재검토”니 하는 말이 붙곤 한다. 그리고 그런 강력한 발언이 붙는 정책치고 제대로 뒷수습이 되는 모습을 못본지 꽤 됐다. 강력한 정책을 내놓으면 얼마 안가서 피해갈 방법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 뒤엔 “엄청 강력한 대책”이 나오고 또 얼마 뒤에는 “진짜 겁나게 강력한 대책”이 나온다. 그리고 잊을 만 하면 도돌이표다. 마약대책에 저출산대책에 균형발전정책에 킬러문항 대책까지.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은 강력대책과 용두사미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면 항상 떠오르는 말이 두가지가 있다. 중국에서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하나겠고, 다른 하나는 미국 대통령 트루먼이 후임 대통령으로 아이젠하워가 당선된 뒤 했다는 말이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명령하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불쌍한 아이크.” 단순히 무능력해서 그런 거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부는 없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에 현혹될 필요도 없다. 다만 왜 그렇게 됐는지 정확하게 이해는 하고 있어야 정부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데 필요한 통찰력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선시대, 불법이지만 모두가 즐겨 먹었던 쇠고기 21세기 한국에서 개고기가 차지하는 지위를 조선시대엔 쇠고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농업에 꼭 필요할 뿐 아니라 무기를 만드는 데 쓰는 소의 뿔과 힘줄, 가죽, 뼈, 거기다 각종 생활용품 재료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를 잡아먹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였다. 위반하면 곤장 100대라는 무시무시한 형벌을 각오해야 했다. 적어도 조선시대 법조항만 놓고보면 그랬다. 소를 도축하거나 판매하는 것은 물론 쇠고기를 먹는 사람도 처벌을 받았다. 물론 이런 ‘강력한 대책’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에게 정책이 있으면 아랫것들에겐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법이다. 병들어 죽거나 사고로 다쳐 죽은 소를 도축한 “저절로 죽은 쇠고기”는 100% 합법이었다. 21세기판 “저절로 죽은 고래고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모범을 보여야 할 지배계급부터 쇠고기를 먹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고기 사랑에 진심이었던 걸로 유명한 세종은 1434년 연회에 쇠고기를 쓴 승지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사헌부에서 주장하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쇠고기를 쓰는 것은 사람마다 범하는 바이다. 예전에 허지(許遲)가 대사헌이었을 때 아뢰기를 ‘신은 항상 형장 100대에 해당하는 죄를 범합니다’하였으니 이 말이 매우 곧다(33~34쪽).” 도축과 식용이 불법인데 어떻게 소를 도축하고 쇠고기를 사고 팔았을까. 놀랍게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판매하는 상점이 버젓이 영업을 했다. 왕실 친척이나 권세가, 심지어 돈 좀 있는 양반님네도 노비들을 시키거나 도축업자와 결탁해서 소를 잡았다. 이걸 단속해야 하는 치안기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축을 금지하는 주체가 도축을 비호하는 세력이었다. 그러다보니 18세기에는 해마다 도축하는 소가 20만마리가 넘었다. 조선은 말 그대로 ‘쇠고기 국가’였다.방대한 한문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책을 여럿 저술한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강명관이 쓴 <노비와 쇠고기>는 불법이지만 모두가 즐겨 먹던 쇠고기, 그리고 그 쇠고기 도축과 판매 독점영업권을 갖고 있던 반인(泮人)들에 대한 이야기다. ‘반인’이란 조선시대 최고 국립교육기관인 성균관이 소유한 공노비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판매하는 독점영업권을 가진 상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목이 ‘노비와 쇠고기’다. 생활사 책으로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겠지만 이 책은 노비와 쇠고기를 통해 “조선 후기 국가 정책 결정과정과 행정이 실제 작동하는 모습(8쪽)”을 살펴보는 용도로도 아주 훌륭하다. 저자가 보기에 “조선 최고의 거룩한 교육기관과 근엄한 사법기관들은 성균관의 노비를 수탈함으로써 존립(8쪽)”했다. 물론 전근대사회에 지금과 같은 기준의 약자보호대책이나 복지정책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다. 하지만 “너무나도 과도하고 무자비(8쪽)”한 수탈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수탈로 인해, 성균관을 비롯한 국가교육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책이 드러내는 바 입만 열면 공자왈 맹자왈을 읊조리며 교육과 교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위정자들은 정작 국가 최고 교육기관이 예산이 부족해 학생들 밥을 못 줄 지경까지 되도록 상황을 방치하고 또 방치했다. 불법이라며 내는 벌금이 사실상 쇠고기 판매 영업세 노릇 불법은 불법인데 아무도 지키지 않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정부는 성균관을 유지하기 위한 특수노비집단인 ‘반인’들의 생계수단으로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판매하는 ‘현방’에 독점경영권을 부여했다. 서울에서 도를 도축해 판매할 수 있는 전매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 도축과 고기 판매는 엄연히 불법이니까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벌금을 속전(贖錢)이라고 했다. 반인들이 쇠고기 불법 도축 단속기관인 형조, 한성부, 사헌부 등 이른바 삼법사(三法司)에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속전은 해마다 2만냥이 훨씬 넘었다. 반인들로선 어마어마한 부담이었다. 이 벌금 혹은 세금이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현방이란 게 원래 성균관 운영을 위한 재원마련을 명분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벌금 혹은 영업세를 내고 사시사철 운영을 했다. 삼법사는 이 벌금을 기관운영비로 썼다. 이 운영비는 원래대로라면 국가가 지급해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조선 후기 지배체제는 “법 혹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방치(39쪽)”해 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국가는 그럴 재정적 여유와 의도가 전혀 없었다. 보다 냉정히 말한다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143쪽).” 조선 전기만 해도 상황이 이렇진 않았다. 당시엔 국가 차원에서 성균관 운영을 위한 재정확충에 노력했다. “적어도 임진왜란 전까지 성균관은 재정 부족에 시달리지는 않았다(150쪽).” 하지만 조선 후기가 되자 성균관은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재정의 붕괴(150쪽)” 때문이었다. 조선 후기 성균관이 보유한 토지는 조선 전기에 비해 20%도 채 되지 않았다(166쪽). 재정이 부족해지자 교육여건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결국 조선 후기 들어 서울에 사는 있는 집 자제들은 성균관에 있는 걸 창피한 일로 여길 정도가 됐다. 당위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국가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최고의 교육기관(145쪽)”인 “성균관의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국가가 담당해야 마땅(145쪽)”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왕과 고위 정책결정자의 집합인 조정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199쪽).” 결국 모자라는 비용은 반인과 현방을 수탈해서 메꾸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조선 후기 국가체계가 얼마나 무능력했고 무신경했는지 세세하게 묘사한다. 먼저, 조선시대 정부기관들은 기관별로 자기 소유 재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기관별로 재정운용을 제각각 했다.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조선의 관료제에는 서리 이하의 노동에 대한 삭료를 따로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는 곳이 있었다. 예컨데 지방의 서리 곧 향리의 행정노동은 일종의 신역(身役)으로 파악되었고 그들의 노동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급부는 없었다… 육조의 경우… 유독 형조만 요포(각 관청의 하급관리에게 월급으로 지급하는 무명)를 지급하지 않았다(201쪽).” 세금을 적게 걷는 국가는, 무책임한 국가 그러다보니 정부부처끼리 한정된 예산을 두고 경쟁이 벌어졌다. “성균관과 삼법사의 부족한 재정은 어디선가 채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반인의 현방에서 바치는 속전이었다. 속전이 없으면 성균관과 삼법사는 존립이 불가능하였다(227쪽).” 소를 도축하는 건 불법이다. 사헌부와 한성부, 형조 하급직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예(吏隸)들은 불법도축을 단속, 이른바 금란(禁亂)에 나선다. 하지만 이게 부정부패의 온상이 돼 버렸다. 월급을 못 받으니 먹고 살려면 뇌물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대안은 하나밖에 없었다. 국가가 하급직 공무원들 인건비를 지급하고 성균관 운영비를 확보해줘야 했다. “하지만 왕을 위시해 어떤 관료도 이예의 삭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하지 않았다. 관료들은 삼법사의 직임을 맡았을 때 극히 드물게, 예외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었고, 다른 관서의 직임으로 옮길 경우, 그 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다. 문제의 존재는 공지의 사실이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의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다(226쪽).” 무능력과 무책임 구조의 정점은 당연히 임금이었다. 1724년 반인들 생계곤란 문제를 거론하며 삼법사가 걷는 속전을 반감하자는 건의가 나왔다. 당시 임금이었던 경종은 건의사항을 모두 재가했다. 이 조치를 시행하면 자체 세입이 대폭 깎이는 해당 기관이 반발했다. 그러자 경종은 기관들의 의견을 모두 수용했다. 속전 문제는 없던 일이 됐다(293쪽). 1733년에 동일한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당시 임금인 영조는 이 문제를 제기한 대사상 조명익의 요청을 모두 재가했다. 그리고 동일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한성부가 재정 악화를 호소했다. “무책임한 왕은 이미 재가했던 조명익의 요청은 까맣게 잊고 한성부의 요청을 재가했다(315쪽).” 계속 이런 식이었다. 때로는 정책건의가 제기되고 임금이 실태파악과 추가보고를 지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뒤 추가보고가 제대로 이뤄진 적도 없고, 추가보고 뒤 대책발표가 제대로 된 적도 없었다. 대책발표 뒤 제대로 집행된 적은 더더구나 없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19세기엔 결국 성균관 유생들에게 밥을 제대로 차려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부담을 반인들에게 전가하다보니 결국 자살하는 노비가 속출했다(311쪽). “날마다 도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법을 합리적으로 바꿔야만 했다. 어떤 수준에서 도축을 통제할 것인지, 또 세금을 거둘 것인지를 고민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도 법의 개정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538쪽)” 결국 문제의 핵심은 재정 확보였다. 정부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함께 일정 수준 이상 조세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조선시대 주류담론은 ‘감세’였다. 세금을 많이 거두는 건 가렴주구이자 ‘반서민 정책’인양 취급됐다. 하지만 납세자인 서민들 입장에선 꼭 그렇지도 않았다. 당장 내는 세금이 적지만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각종 부담이 존재했다. 복지제도인 ‘환곡’이 사실상 조세, 더 나아가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고리대금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문제에서 기인했다. 재정이 부족한 국가는 곧 국민에게 무책임한 국가다. 세금을 덜 걷는만큼 책임도 덜 질 수밖에 없다. 독재국가일수록 조세수준이 낮고 민주국가일수록 조세수준이 높은 건 다 이유가 있다. 북한은 ‘세금없는 지상낙원’을 자랑으로 여기고 스웨덴 같은 나라는 평균적으로 월급 절반을 소득세로 원천징수한다. 조선 후기는 이런 이분법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다시 원래 고민으로 돌아가보자. 왜 아름다운 뜻을 가진 지도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패하는가. 영화 ‘사도’에서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임금이 공부 모자라고, 대님 하나만 삐딱해도 멸시하는 것이 신하다. 이 나라는 공부가 국시고, 예법이 국시야.”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입만 열면 ‘지당하신 말씀’을 늘어놓은 조선 후기는 결국 쇠고기 불법도축에 대한 벌금으로 굴러갔다. 어떤 이들에겐 조선 후기의 이런 모습이 ‘조선은 역시 망해야 하는 나라였어’라는 결론을 위한 논리처럼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정부실패 사례는 동서고금에 차고도 넘친다. 게다가 21세기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과연 얼마나 다를지도 의문이다. 당장 의대 정원 확대나 저출산문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 연금·교육·노동개혁, 심지어 이념을 바로 세우는 문제까지도 ‘지당하신 말씀’과 ‘강력한 대책’ 그리고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떡볶이 먹방’ 뒤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 WSJ “인요한, 다양성 희박한 한국서 정치판 흔든 미국인 아웃사이더”

    WSJ “인요한, 다양성 희박한 한국서 정치판 흔든 미국인 아웃사이더”

    WSJ, 국적·이색배경·폭넓은 스펙트럼 등 상징적 다양성 주목“난 정치판 빚진거 없어 ‘테플론’…활동 후 정치와 거리둘 것”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40여일 간의 혁신위 활동을 조명했다. WSJ은 7일(현지시간) 인 위원장 인터뷰 기사에서 백인이자 의사인 그의 배경, 100년이 넘은 한국과 인 위원장 가족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다양성이 적은 나라 중 한 곳에서 미국인 아웃사이더가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먼저 인 위원장이 집권 여당의 혁신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변신에 대한 당의 의지가 가장 큰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당이 어려운 시기 새로운 인물 영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인 위원장이야말로 다양성의 측면에서 가장 적임자였다는 것이다. WSJ은 스스로 전라도 출신임을 강조하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멘토로 꼽는 등 정치적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점을 그의 강점으로 꼽았다. 인 위원장도 “나는 양측 모두에 혼란스러운 인물이다. 그게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WSJ은 의사 출신으로 기성 정치인이 아닌 점도 그가 혁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배경이었다고 풀이했다. 인 위원장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받았을 때 실수가 아니냐고 세 차례나 물었고 자신은 정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그게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인 위원장은 자신이 정치판에서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는 것이 강점이라면서 “내가 외국 배경을 갖고 있는 덕분에 어느 정도 ‘테플론’(좀처럼 흠집이 나지 않는다는 프라이팬) 코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WSJ은 인 위원장이 많은 기대를 받고 혁신위원장이 됐지만 그의 지난 40여 일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짚었다. 당 지도부·중진·친윤석열 인사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는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WSJ은 “그의 노골적 견해가 24시간 내내 언론의 관심을 끌었고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추모식에서 시민들의 욕설과 야유를 받은 일,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러 부산에 갔으나 이 전 대표가 영어로 “당신은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선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면박한 일도 혁신위 기간의 주요 장면으로 꼽았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을 마친 뒤 당분간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나게 얻어맞았다. 충분히, 엄청나게 충분히 맞았다”고 말했다. WSJ은 젊은 시절 뉴욕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 미국에서 투표한 적이 없다는 그에게 내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를 찍을 것인지 물었다. 인 위원장은 “이번엔 기권할 것 같다”며 “대신 한국에서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 현대차 성 김 전 인니 대사 영입…미국 대선과 공급망 재편 등 국제정세 변화에 기민대응

    현대차 성 김 전 인니 대사 영입…미국 대선과 공급망 재편 등 국제정세 변화에 기민대응

    현대차 그룹이 성 김 전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를 자문역으로 영입하며 국제정세 대응방안 등을 대비한다. 앞서 현대차 그룹은 지난 7월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부사장으로 영입했으며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보좌관을 지냈던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도 영입하는 등 글로벌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8일 성 김 전 인니주재 미국 대사를 내년 1월부터 자문역으로 위촉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한 예측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에서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인니 주재 미국 대사를 수행한 성 김 전 대사는 현대차그룹의 해외 시장공략과 글로벌 통상, 정책대응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한다. 현대차 그룹이 성김 대사를 자문역으로 위촉한 것은 미중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경제 블록화 심화와 통상패러다임 변화, 기후·환경·에너지 이슈 등 불확실성이 고조된 경영환경에서 성 김 전 대사가 신시장 진출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경영현안을 풀어가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 그룹이 지난해 인니 공장 양산에 이어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 준공, 태국현지법인 설립 등 아세안시장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주재 경험이 있는 성 김 전 대사의 자문이 현지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미국의 정세불안도 성 김 대사 영입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시 조 바이든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뒤집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현대차 그룹으로서는 IRA를 의식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 김 전 대사는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검사로 공직 활동을 시작해 1988년 외교관으로 이직한 이후 현재까지 외교관의 길을 걸어왔다. 2006년 국무부 한국과장, 2008년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 특사로 활동하면서 ‘한국통’으로 입지를 다졌다. 2011년 한미 수교 후 첫 한국계 대사로 주목받았으며 임기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등 굵직한 현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014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로 활동했으며 2016년 주필리핀 미국대사, 2020년 주인도네시아 미국대사로 활동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및 대북정책특별대표(차관보급)로 임명되는 등 부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 온 미국내 동아시아·한반도 정세 최고 전문가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보수는 정확하게 얼마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상주사무실은 마련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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