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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북·미 회담 성공 의지… “비핵화 실패 땐 초토화” 압박

    트럼프, 북·미 회담 성공 의지… “비핵화 실패 땐 초토화”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에 던진 메시지는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면 한국식 경제발전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리비아식 패망으로 갈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작정한 듯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내보였다.트럼프 대통령은 “카다피 모델은 완전한 초토화였다”면서 “만약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본다면 산업적 측면에서 정말로 ‘한국 모델’이 될 것이며 그들은 근면하고 놀라운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토화하다’(decimate) 또는 ‘초토화’(decimation)라는 표현을 7번 사용했다. “(존 볼턴 보좌관에 의해) 언급된 리비아 모델은 (북한과는) 매우 다른 모델”이라고 한 것은 리비아 모델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북한을 달래려 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트럼프 모델’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 모델이 2011년 카다피 축출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정권 교체를 포함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적이 없다. 볼턴 보좌관은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이란 비핵화 방법론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안전보장 차원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킹스턴 라이프 미 군축협회(ACA) 군축정책부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에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고 강경파들에게 핵무기 감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연이은 엄포와 더불어 운전석을 차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북한은 분명히 운전석에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초대하고 미국이 수용해서 성사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 회담 준비는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한·미의 ‘맥스선더’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훈련으로, 현시점에서 훈련을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 비핵화땐 체제 보장...거부땐 리비아 모델 적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침묵을 깨고 ‘북한 완전한 비핵화 시 김정은 정권의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발 북·미 정상회담 좌초 발언으로 얼어붙었던 북·미 관계가 풀리면서 정상회담 준비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남을 취재하던 기자들의 ‘미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안전 보장을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기꺼이 많이 제공하고자 한다. 그(김 위원장)는 보호받을 것이며,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합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면서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파괴했다. 카다피와는 지킬 합의가 없었다. 리비아 모델은 (북한과는) 매우 다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합의할 경우 북한 정권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북한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인 ‘비핵화 방법론’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리비아)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며 “만약 합의한다면 김 위원장은 매우 매우 행복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리비아 모델 배제와 체제 보장 발언은 북한이 16~17일 비핵화 방식 등에 강하게 반발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의 일방적 연기와 북·미 정상회담 죄초 가능성까지 암시하자 직접 ‘김 위원장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북한의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제거되면서 북·미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북측한테서 들은 게 없고 아무것도 달라진 것도 없다”면서 “그 회담이 열린다면 열리는 것이고, 열리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측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정상회담 준비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됐던 한·미의 ‘맥스선더’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정기적인 훈련으로, 현시점에서 훈련을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김정은 “주한미군 주둔 인정... 평화체제 이후 규모 축소를”

    김정은 “주한미군 주둔 인정... 평화체제 이후 규모 축소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 측에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하지만 평화체제 후에는 ‘규모축소’와 같은 단계적 접근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18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북·미 협상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은 지난달 초 평양을 극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당시 CIA 국장)에게 ‘주한미군이 현재 상태로 있는 건 수용하겠지만 향후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면 미국 쪽도 ‘성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먼저 김 위원장은 “주한미군이 연습하고 훈련하며 전략무기를 들여오는 건 (북한 입장에서) 신경이 쓰인다”며 “하지만 (한국) 안의 사정도 그렇고, (한·미) 동맹 문제도 있으니 용인한다기보다는 일단 현 상태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김 위원장은 “앞으로 평화가 계속 유지되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미국도 어떤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나도 이렇게 하면 (미국도) 예컨대 규모를 줄인다거나 전략무기를 뺀다거나 하는 정도의 성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에 대해 이 같은 2단계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게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규모 축소’가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 축소를 뜻하는 것인지, 주한미군의 규모 축소를 뜻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며 “다만 김 위원장은 광의의 개념으로 주한미군의 규모, 전략자산의 배치 등에서 미국이 성의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즉각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북한이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CVIG 보장돼야 CVID 실현… 북미 정상회담 성공 확률 높다”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CVIG 보장돼야 CVID 실현… 북미 정상회담 성공 확률 높다”

    황성기 위원이 만났습니다 - 비핵화, 일본공산당 오가타 부위원장이 묻고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이 답하다 6월 12일 북한과 미국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고위급 회담의 돌연 연기라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측 불허’란 말이 항상 따라붙었던 한반도 정세에 짙은 구름이 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비핵화 항로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 요동치는 한반도 앞날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일본공산당의 오가타 야스오 부위원장이 방한했다. 서울신문은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총장과 오가타 부위원장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다음은 오가타 부위원장이 묻고 최 전 총장이 답하는 내용이다. 1922년 창당한 일본공산당은 중의원 12석으로 원내 6위, 참의원 14석으로 5위인 노포(老鋪) 진보정당이다.오가타 야스오 =16일의 남북 회담 연기,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성명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최완규 = 우여곡절, 설왕설래는 있겠지만, 북·미 정상회담에는 지장 없을 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간이 점령군 사령관처럼 얘기하고 생화학무기, 인권까지 거론하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만났을 때 양보할 것 없이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협상에는 상대가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22일 미국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 역할이 다시 주목된다. 오가타 = 북·미를 설득하고 중개하는 문 대통령 노력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그야말로 운전자론이 빛을 발했는데, 현 정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 =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에 대통령 역할이 매우 컸지만 문 대통령이 운전자석에 앉았다는 건 지나친 표현이다. 한반도 지정학적 상황과 주변 강대국 생각이나 여러가지 이해관계를 볼 때 운전석에 주도적으로 앉는 것은 쉽지 않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절실한 생각이 크게 작용한 건 사실이다. 특히 일촉즉발 상황이었던 지난해 12월 19일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 혹은 축소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가타=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1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한반도 변화에 큰 인상을 받았다. 최 =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흐름은 어느 누구의 독자적인 생각과 능력이라기보다 남북, 미국,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이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기에 가능했다. 김 위원장도 핵무기로 북한의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서 체제나 정권의 생존과 안정, 나아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것을 남측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남북 정상이 만났을 때 큰 이견이 없었다. 오가타= 우리 당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 체제 구축은 통합적,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 실행 방법은 단계적인 게 현실적이라고 보는데. 최 = 북핵 문제에 대한 그간의 잘못된 시각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에 집착했다. 하지만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생존보장’, 즉 보장(guarantee)이 들어간 CVIG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북한이 왜 핵을 개발했는가 자문했을 때 생존을 위해 개발했다고 생각한다면 CVIG가 보장이 돼야 미국이나 한국, 일본이 바라는 CVID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CVIG는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CVID만 강조해 왔다. 북한 핵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이 부분을 솔직하게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야 하고 CVIG도 이행을 해야 한다. 동시에 CVID와 CVIG를 하던가, 아니면 강자(미국)가 먼저 선제적인 양보를 통해 북한에 확실하게 인지시켜 줄 때 진정한 CVID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나라와 체제를 보장하는 것이 남의 나라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했을 때 이 정도 되면 체제와 정권이 안전하겠다고 북한이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해야 가능한 것이다. 즉 남의 나라가 ‘네 목숨 보장해준다’고 약속한들 그걸 믿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북한 자신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오가타 = 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최 = 성공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 임했다. 그 결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여기서 과거처럼 회담 결과를 쉽게 뒤집는 행태를 보이면 그로 인한 위기는 되돌이킬 수 없다. 북한 체제의 안위에 직결되고 자살 행위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기대를 완전히 접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 비핵화는 확실하다. 포괄적으로 일시에 해결하려는 의지는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협상에서 실패하면 정치생명이 위험해진다. 성공이 트럼프의 정치적 부활,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 북·미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 큰 틀에서 비핵화 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6·12 정상회담에서는 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평창올림픽 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국정원장, 통일부장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열시간 넘게 만났다. 그 때 남북이 의견을 많이 나누었고 우리 특사단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 만났을 때 별 이견없이 정상회담에 합의할 수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도 이런 수순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오가타 =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문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갈 가능성은 있는가. 최 =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 김 위원장과 함께 종전을 선언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러면 트럼프가 더 주목을 받을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문 대통령, 시 주석이 동석하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가타 = CVID 후 CVIG가 가능하다는 게 미국 생각이다. 미국과 리비아의 2006년 수교까지 2년 반 걸렸다. 리비아 방식이라 해도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해야 하는 것 같다. 최 = 북·미 간에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강자인 미국이 약자인 북한에게 “먼저 핵이라는 옷을 완전히 벗어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 종래의 일관된 북·미 핵협상의 방침이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핵을 미국에 보내라고 강경한 발언을 했는데 협상의 공정성 측면에서 보면 동시에 하는 게 맞다. 오히려 미국이 선제적으로 양보한다면 북한이 훨씬 더 큰 수준에서 양보하는 선물을 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북한에 아량을 보여 주면 북한도 더 큰 틀에서 미국에게 보답할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미국도 해 볼 필요가 있다. 오가타 = 왜 이 시점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나오는 것인가. 최 = 북한은 그동안 핵과 미사일로 체제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더 이상 경험적으로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방법으로 체제보장과 경제발전을 이루기로 작정하고 나온 것이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만약 협상이 결렬됐을 때 미국은 기분 나쁜 정도에 그치지만, 북한은 생존에 관련돼 있다. 절박한 쪽은 북한이다. 오가타 = 김 위원장 언행을 보면 나를 보통 지도자로 봐 달라, 북한을 보통 국가로 봐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과제라면. 최 =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 핵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규칙, 절차, 과정의 이행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면 북한 인력의 우수성, 풍부한 자원이란 점에서 투자할 만한 국가이기에 단시간에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 사상, 이념, 핵무기 대신 경제적 성과로 인민들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안정적 체제와 정권을 보장을 이뤄내는 인식의 전환 가능성이 높다. 오가타 = 중국, 베트남에서도 ‘화평연변’(和平演変·사회주의 국가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에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었는데, 북한은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최 =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혁명의 역설’이란 명제에서 독재자가 마음을 바꿔서 억압하고 궁핍하게 만든 지역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주고 자유를 주면 그 지역부터 반동이 시작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독재자에 정치적 스킬이 없으면 본인이 망하기 때문에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독제 체제의 전환은 상당히 위험하다. 북한도 지금 같은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하기 힘든 것은 알고 있다. 개방 이후 북한의 미래는 북한 사람들의 정치적 역량에 달려 있다. 북한도 결국 국제적조건이 갖춰지고 대외적으로 정상국가 반열에 올라가면 단계적인 체제전환의 경로에 진입할 것이다. 오가타 = 판문점 선언을 보면 ‘민족의 자주’가 언급돼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는데 중국의 역할과 관여는 어떻게 보는가. 최 = 한반도 문제로 남북이 만나면 키워드는 본질적으로 자주와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 7·4 남북 공동성명 1항도 그렇고 6·15 선언 1항에도 ‘자주’가 들어있다. 남북관계 본질적 특성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지정학을 감안하면 중국이나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인 조명록 차수가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난 다음 날 뉴욕타임즈에는 ‘한국이 통일되면 아시아는 분단되나’라는 칼럼이 실렸다. 통일된 한반도는 두만강이 아닌 대한해협을 기준으로 분단된다는 뜻인데 미국의 속내를 대변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미국의 관심사는 군사적 지위와 영향력이다. 따라서 이 두나라를 무시하거나 배제한 상태에서 한반도 통일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 세력들의 영향력을 상쇄시킬 수 있는가는 남북, 통일 한국의 국민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오가타 = 일본공산당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 평화 협력을 이룬다는 구상과 함께 미·중·러가 ‘소극적 안전보장’을 남북, 일본, 몽골에 대해 서약하는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도 갖고 있는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최 = 목표 자체는 타당하고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통해 평화보장을 이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남북 문제가 해결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일본, 중국 관계도 공동체라기보다 경쟁하는 관계이다. 특히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한 강력한 제국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과연 중국이 일본에 양보하면서 동아시아 공동체, 협력안보체제를 하자고 할지는 미묘하다. 방향은 옳지만 현실조건과 환경으로 보았을 때 매우 어렵다. 미·중 간에도 동반자보다 경쟁의 국면으로 들어섰다. 중국이 더 커지기 전에 미국이 견제하는 예방전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최완규 교수는 신한대 석좌교수. 북한대학원대 4대 총장(2012~2015년)을 지낸 북한학의 원로. 4·27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에 포함됐으며, 회담 직전 ‘비핵화·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토론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경실련 통일협회 대표이기도 하다. 2004년부터 2년간 북한연구학회장을 역임했다. ●오가타 야스오는 일본공산당의 부대표 격인 부위원장. 세계 100개국 이상을 다닌 국제통으로 당 국제위원회 책임자. 19살 때인 1966년 일본공산당에 입당해 기관지인 ‘아카하타’의 파리 지국장을 거쳐 당 국제국장을 역임했다. 참의원 의원에 두 번 당선됐으며 2006년 당 부위원장 직에 올랐다. ‘일본공산당의 야당 외교’ 등 다수의 저서를 갖고 있으며, 서울을 10회 이상 방문했다. marry04@seoul.co.kr
  • “2년 전 부임 땐 전쟁 걱정했는데… 남·북·미 대화할 줄이야”

    “2년 전 부임 땐 전쟁 걱정했는데… 남·북·미 대화할 줄이야”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 신선대 부두 인근 해군 작전사령부에는 주한미해군사령부가 함께 둥지를 틀고 있다. 주한미해군사는 원래 서울 용산기지에 있었지만 2016년 2월 19일 현재의 위치로 옮겨 왔다. 사령부 건물 앞에는 용산기지에서 함께 옮겨 온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이 부산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한·미 해군이 동거하는 이 같은 ‘한 지붕 두 가족’의 기틀을 세운 인물은 주한미해군사 참모장인 행크 김(45·한국명 김승환) 미 해군 대령이다. 김 대령은 다음달 미 본토로 귀임한다.김 대령은 17일 “2016년 부임했을 때는 북한이 거의 매주 미사일을 쏘며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면서 “지금처럼 남·북·미가 평화를 거론하며 대화하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고 부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뉴스는 온통 전쟁 위기로 채워졌고, 미국에 있는 부모님은 ‘전쟁 난다는데 가족들이라도 먼저 들여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매우 걱정했다”면서 “휴일도 반납한 채 비상근무의 연속이던 당시 상황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위기가 고조됐던 그때가 한·미 해군의 공조와 협력에는 더할 수 없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사령부 동거’라는 전례 없는 환경은 ‘연합근무 체계’를 탄생시켜 정보, 작전 등 동일 임무를 수행하는 한·미 장병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며 교류·협력 및 공조를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대령은 “항모강습단 탑재 항공기의 공중 훈련을 위해 한국 측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통상 4개월 정도 소요됐는데 이런 과정이 2주일로 대폭 줄었다”면서 “주한미해군사가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합근무에 난색을 표명하는 간부들도 있었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달성하지 못한다’며 시작해 보자고 독려해 지금까지 왔다”며 “이제는 한·미 양측 모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해군사는 이 같은 한·미 동맹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군의 날에는 부대 창설 60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부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대령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이다. 한국인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 꾸준히 우리말과 한글을 익혔고, 4명의 자녀에게 김치 맛을 깨우쳐 주기 위해 한국 부임을 자원했다. 지난해 대령으로 승진한 그는 미 해군에 복무하는 한국계 가운데는 최상급자 중 한 명이다. 귀임 후에는 곧바로 하버드대에서 1년간 공로연수를 받게 된다. 복무 성적이 뛰어나기 때문에 미 해군 내 최초의 한국계 장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리선권 “남북관계 南당국에 달려”… ‘돌변 北’ 연일 대남 공세

    리선권 “남북관계 南당국에 달려”… ‘돌변 北’ 연일 대남 공세

    고위급 회담 연기 남측 유감에 “상식 이하로 놀아대” 재반박 회담 무산 한·미 훈련 탓 비난 “회담 재개 맥스선더 이후” 관측 정부, 판문점 선언 이행안 추진 22일 방미 이전 첫 통화 가능성 “남북관계 관리 대책 필요” 지적올 초부터 속도전을 벌여 왔던 남북 관계가 북·미 간 비핵화 신경전으로 첫 냉각기에 돌입했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17일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 위원장은 전날 통지문을 보내 이날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통보한 데 이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남 강경 입장을 이어 간 것이다. 리 위원장은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 무산 책임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유감 표명과 함께 조속한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를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남조선 당국은 우리가 취한 조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고 필요한 수습 대책을 세울 대신 현재까지 터무니없는 ‘유감’과 ‘촉구’ 따위나 운운하면서 상식 이하로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회담 무산의 원인인 침략전쟁 연습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라도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남조선 당국의 괴이쩍은 논리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나 북침전쟁연습을 합리화하고 역겨운 비방 중상을 지속시켜 보려는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문제 삼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가 끝나는 오는 25일까지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다시 열리기 힘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남북 고위급회담은 맥스선더가 끝나는 25일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무기 연기된 상황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큰 고비를 맞은 남북관계 관리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는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적어도 이번 주 내 핫라인이 가동될 가능성도 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CVIG 보장돼야 CVID 실현···북미 정상회담 성공 확률 높다”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CVIG 보장돼야 CVID 실현···북미 정상회담 성공 확률 높다”

    황성기 위원이 만났습니다 - 비핵화, 일본공산당 오가타 부위원장이 묻고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이 답하다 6월 12일 북한과 미국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고위급 회담의 돌연 연기라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측 불허’란 말이 항상 따라붙었던 한반도 정세에 짙은 구름이 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비핵화 항로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 요동치는 한반도 앞날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일본공산당의 오가타 야스오 부위원장이 방한했다. 서울신문은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총장과 오가타 부위원장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다음은 오가타 부위원장이 묻고 최 전 총장이 답하는 내용이다. 1922년 창당한 일본공산당은 중의원 12석으로 원내 6위, 참의원 14석으로 5위인 노포(老鋪) 진보정당이다.오가타 야스오 =16일의 남북 회담 연기,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성명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최완규 = 우여곡절, 설왕설래는 있겠지만, 북·미 정상회담에는 지장 없을 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간이 점령군 사령관처럼 얘기하고 생화학무기, 인권까지 거론하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만났을 때 양보할 것 없이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협상에는 상대가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22일 미국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 역할이 다시 주목된다. 오가타 = 북·미를 설득하고 중개하는 문 대통령 노력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그야말로 운전자론이 빛을 발했는데, 현 정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 =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에 대통령 역할이 매우 컸지만 문 대통령이 운전자석에 앉았다는 건 지나친 표현이다. 한반도 지정학적 상황과 주변 강대국 생각이나 여러가지 이해관계를 볼 때 운전석에 주도적으로 앉는 것은 쉽지 않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절실한 생각이 크게 작용한 건 사실이다. 특히 일촉즉발 상황이었던 지난해 12월 19일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 혹은 축소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가타=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1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한반도 변화에 큰 인상을 받았다. 최 =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흐름은 어느 누구의 독자적인 생각과 능력이라기보다 남북, 미국,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이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기에 가능했다. 김 위원장도 핵무기로 북한의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서 체제나 정권의 생존과 안정, 나아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것을 남측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남북 정상이 만났을 때 큰 이견이 없었다. 오가타= 우리 당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 체제 구축은 통합적,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 실행 방법은 단계적인 게 현실적이라고 보는데. 최 = 북핵 문제에 대한 그간의 잘못된 시각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에 집착했다. 하지만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생존보장’, 즉 보장(guarantee)이 들어간 CVIG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북한이 왜 핵을 개발했는가 자문했을 때 생존을 위해 개발했다고 생각한다면 CVIG가 보장이 돼야 미국이나 한국, 일본이 바라는 CVID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CVIG는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CVID만 강조해 왔다. 북한 핵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이 부분을 솔직하게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야 하고 CVIG도 이행을 해야 한다. 동시에 CVID와 CVIG를 하던가, 아니면 강자(미국)가 먼저 선제적인 양보를 통해 북한에 확실하게 인지시켜 줄 때 진정한 CVID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나라와 체제를 보장하는 것이 남의 나라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했을 때 이 정도 되면 체제와 정권이 안전하겠다고 북한이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해야 가능한 것이다. 즉 남의 나라가 ‘네 목숨 보장해준다’고 약속한들 그걸 믿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북한 자신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오가타 = 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최 = 성공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 임했다. 그 결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여기서 과거처럼 회담 결과를 쉽게 뒤집는 행태를 보이면 그로 인한 위기는 되돌이킬 수 없다. 북한 체제의 안위에 직결되고 자살 행위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기대를 완전히 접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 비핵화는 확실하다. 포괄적으로 일시에 해결하려는 의지는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협상에서 실패하면 정치생명이 위험해진다. 성공이 트럼프의 정치적 부활,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 북·미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 큰 틀에서 비핵화 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6·12 정상회담에서는 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평창올림픽 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국정원장, 통일부장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열시간 넘게 만났다. 그 때 남북이 의견을 많이 나누었고 우리 특사단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 만났을 때 별 이견없이 정상회담에 합의할 수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도 이런 수순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오가타 =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문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갈 가능성은 있는가. 최 =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 김 위원장과 함께 종전을 선언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러면 트럼프가 더 주목을 받을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문 대통령, 시 주석이 동석하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가타 = CVID 후 CVIG가 가능하다는 게 미국 생각이다. 미국과 리비아의 2006년 수교까지 2년 반 걸렸다. 리비아 방식이라 해도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해야 하는 것 같다. 최 = 북·미 간에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강자인 미국이 약자인 북한에게 “먼저 핵이라는 옷을 완전히 벗어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 종래의 일관된 북·미 핵협상의 방침이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핵을 미국에 보내라고 강경한 발언을 했는데 협상의 공정성 측면에서 보면 동시에 하는 게 맞다. 오히려 미국이 선제적으로 양보한다면 북한이 훨씬 더 큰 수준에서 양보하는 선물을 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북한에 아량을 보여 주면 북한도 더 큰 틀에서 미국에게 보답할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미국도 해 볼 필요가 있다. 오가타 = 왜 이 시점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나오는 것인가. 최 = 북한은 그동안 핵과 미사일로 체제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더 이상 경험적으로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방법으로 체제보장과 경제발전을 이루기로 작정하고 나온 것이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만약 협상이 결렬됐을 때 미국은 기분 나쁜 정도에 그치지만, 북한은 생존에 관련돼 있다. 절박한 쪽은 북한이다. 오가타 = 김 위원장 언행을 보면 나를 보통 지도자로 봐 달라, 북한을 보통 국가로 봐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과제라면. 최 =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 핵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규칙, 절차, 과정의 이행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면 북한 인력의 우수성, 풍부한 자원이란 점에서 투자할 만한 국가이기에 단시간에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 사상, 이념, 핵무기 대신 경제적 성과로 인민들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안정적 체제와 정권을 보장을 이뤄내는 인식의 전환 가능성이 높다. 오가타 = 중국, 베트남에서도 ‘화평연변’(和平演変·사회주의 국가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에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었는데, 북한은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최 =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혁명의 역설’이란 명제에서 독재자가 마음을 바꿔서 억압하고 궁핍하게 만든 지역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주고 자유를 주면 그 지역부터 반동이 시작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독재자에 정치적 스킬이 없으면 본인이 망하기 때문에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독제 체제의 전환은 상당히 위험하다. 북한도 지금 같은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하기 힘든 것은 알고 있다. 개방 이후 북한의 미래는 북한 사람들의 정치적 역량에 달려 있다. 북한도 결국 국제적조건이 갖춰지고 대외적으로 정상국가 반열에 올라가면 단계적인 체제전환의 경로에 진입할 것이다. 오가타 = 판문점 선언을 보면 ‘민족의 자주’가 언급돼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는데 중국의 역할과 관여는 어떻게 보는가. 최 = 한반도 문제로 남북이 만나면 키워드는 본질적으로 자주와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 7·4 남북 공동성명 1항도 그렇고 6·15 선언 1항에도 ‘자주’가 들어있다. 남북관계 본질적 특성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지정학을 감안하면 중국이나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인 조명록 차수가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난 다음 날 뉴욕타임즈에는 ‘한국이 통일되면 아시아는 분단되나’라는 칼럼이 실렸다. 통일된 한반도는 두만강이 아닌 대한해협을 기준으로 분단된다는 뜻인데 미국의 속내를 대변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미국의 관심사는 군사적 지위와 영향력이다. 따라서 이 두나라를 무시하거나 배제한 상태에서 한반도 통일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 세력들의 영향력을 상쇄시킬 수 있는가는 남북, 통일 한국의 국민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오가타 = 일본공산당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 평화 협력을 이룬다는 구상과 함께 미·중·러가 ‘소극적 안전보장’을 남북, 일본, 몽골에 대해 서약하는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도 갖고 있는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최 = 목표 자체는 타당하고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통해 평화보장을 이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남북 문제가 해결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일본, 중국 관계도 공동체라기보다 경쟁하는 관계이다. 특히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한 강력한 제국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과연 중국이 일본에 양보하면서 동아시아 공동체, 협력안보체제를 하자고 할지는 미묘하다. 방향은 옳지만 현실조건과 환경으로 보았을 때 매우 어렵다. 미·중 간에도 동반자보다 경쟁의 국면으로 들어섰다. 중국이 더 커지기 전에 미국이 견제하는 예방전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최완규 교수는 신한대 석좌교수. 북한대학원대 4대 총장(2012~2015년)을 지낸 북한학의 원로. 4·27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에 포함됐으며, 회담 직전 ‘비핵화·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토론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경실련 통일협회 대표이기도 하다. 2004년부터 2년간 북한연구학회장을 역임했다. ●오가타 야스오는 일본공산당의 부대표 격인 부위원장. 세계 100개국 이상을 다닌 국제통으로 당 국제위원회 책임자. 19살 때인 1966년 일본공산당에 입당해 기관지인 ‘아카하타’의 파리 지국장을 거쳐 당 국제국장을 역임했다. 참의원 의원에 두 번 당선됐으며 2006년 당 부위원장 직에 올랐다. ‘일본공산당의 야당 외교’ 등 다수의 저서를 갖고 있으며, 서울을 10회 이상 방문했다. marry04@seoul.co.kr
  • 국방부, 문정인 특보 발언 진화에 부심

    국방부, 문정인 특보 발언 진화에 부심

    전략폭격기 B52의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 전개와 관련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한미 양국 군이 B52는 “원래 전력이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다.17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문 특보는 전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 포럼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B-52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게 조치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는 과거 북한의 4차 핵실험 당시 나흘 만에 한반도 상공에 전개돼 북한을 압박한 바 있다. 북한은 미국의 핵 전략자산인 B-52를 두려워한다고 전해진다. 한미 공군은 11~25일 2주간 한·미 연합작전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맥스선더 훈련을 실시하는데 B-52는 광주 공군 기지에 있는 F22 랩터와 달리 한반도에 착륙 없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전날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를 통보했다. 이례적으로 F22 랩터가 대규모로 전개된 것에 대한 불만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사실은 B52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송 장관과 브룩스 사령관은 전날 오전 8시에 30여분간 회동을 하며 맥스선더 훈련을 중단 없이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F22 랩터 8대는 정상 참가, B52는 불참하기로 했다.하지만 두 군 수뇌부 간 구체적인 회동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미 양국 군은 민감한 상황임을 고려해 대화 내용은 군사 비밀로 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문 특보의 발언이 이슈가 되자 송 장관이 문 특보와 오찬을 하면서 맥스선더 훈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사실을 밝히면서도 국회에서의 발언 내용은 부인했다. 국방부는 전날 “(송 장관이 문 특보에게) 맥스선더 훈련은 전투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이기 때문에 B-52는 포함되지 않고 F-22는 한국에 전개해 있으나 훈련 기종은 매년 변화한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1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 측이 요청한 논평에서 B-52가 맥스선더 훈련에 처음부터 참여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처럼 한미 양국 군이 한 목소리로 B-52 전개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밝혔지만 송 장관과 문 특보간 맥스선더 훈련을 둘러싼 대화를 두고 엇갈린 해석으로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F22 8대가 광주 공군기지에 전개됐을 당시 B52 전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함구했던 국방부가 북한의 회담 연기 통보 이후 부랴부랴 군 수뇌부 회동을 갖고 전략자산 전개를 축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우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해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훈련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전략자산 부분은) 때에 따라 발표하고 고려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 국방부 “맥스선더에 B-52 참가 계획 원래 없었다”

    미 국방부 “맥스선더에 B-52 참가 계획 원래 없었다”

    미국 국방부가 미군 전략폭격기 ‘B-52’는 애당초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인 ‘맥스선더’에 참여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7일 보도했다.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16일 한국이 미국에 B-52 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도록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VOA 논평 요청에 “B-52는 맥스선더에 참가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로건 대변인은 그러면서 “맥스선더 훈련의 성격과 범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전날 국회에서 한 강연을 통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미군 전략폭격기 B-52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맥스선더 훈련은 이달 11∼25일 진행되는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이다. B-52 전략폭격기는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에 달하고, 최대 32t의 폭탄을 싣고도 6400㎞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재급유 없이 폭격이 가능한 전략 무기다. 북한은 한·미 연합 훈련 시 B-52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북한은 전날 새벽 당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남조선강점 미제침략군과 남조선공군의 주관하에 미군의 ‘B-52’ 전략핵폭격기와 ‘F-22랩터’ 스텔스전투기를 포함한 100여대의 각종 전투기들이 동원되여 25일까지 진행된다”며 B-52를 문제 삼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北의 판 흔들기, 비핵화 의지만 의심받을 뿐이다

    북한이 어제 갖기로 한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그런가 하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다음달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미국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본격적인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최대한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상투적 협상 전략일 뿐, 비핵화 논의의 틀 자체를 허물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한·미 공조의 틈을 헤집고 한국 사회의 이념 갈등을 부채질하려는 저의를 담은 것은 아닌지 유감스럽고 우려스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우리 정부가 판문점 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을 14일 갖자고 제의한 데 대해 북은 그제 오전 전화통지문을 통해 16일 판문점에서 갖자고 역제의했고, 이에 따라 어제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릴 예정이었다. 북은 그러나 돌연 어제 새벽 0시 30분 리선권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이름의 통지문을 통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맹비난하며 회담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16일 회담하자고 제의한 지 불과 13시간 만의 일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관련, “한·미 연합공중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공군의 연례 방어훈련일 뿐인 맥스선더 훈련이 새삼스레 계획된 것도 아니고, 훈련 내용에서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지난 1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데도 급작스레 트집을 잡고 나선 것이다. 13시간 사이에 북한 내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회담을 깰 생각이었던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화해의 정신과 다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임은 분명하다. 나아가 이런 판 흔들기로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고 남북 대화의 파행 책임을 미국에 전가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남한 사회 내부의 논란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면 이는 그 자체로 우리에 대한 적대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 2월 예술단 방문과 금강산 공연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한 북한이지만 이번 고위급회담 무산은 이들 전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는 일이다. 애써 쌓아 가고 있는 정상 간 신뢰에 큰 흠집을 내는 일일뿐더러 한반도 비핵화 여정을 이끌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내외 입지와 운신을 한껏 제약하는 일이다.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벗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북은 즉각 고위급회담에 응해 판문점 선언 이행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연합훈련을 비롯한 한·미 안보동맹의 근간을 흔들려는 북의 행동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예정됐던 미 B52 전폭기의 맥스선더 훈련 참가를 취소한 것만으로도 한·미 양국은 북에 최대한의 성의 표시를 했다고 봐야 한다. 북핵 폐기의 첫발도 떼기 전에 한·미 동맹이 논란이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 [월드 Zoom in] 숨어야 이긴다…스텔스機, 동북아 하늘 쟁탈전

    [월드 Zoom in] 숨어야 이긴다…스텔스機, 동북아 하늘 쟁탈전

    美, 세계 최강 F22 日순환 배치 日 F35A 운용·F35B도 도입 지난달 29일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8대가 사뿐히 착륙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지 불과 이틀 지난 상황에서 군 당국은 함구했지만 한 인터넷 사이트에 민간인이 찍은 사진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게 됐다. 군 당국은 지난 1일 “F22는 11일부터 2주간 실시하는 연례적 한·미 공중전투훈련 ‘맥스선더’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본토에서 전개됐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보름이나 지난 16일 이 훈련을 ‘공중 선제타격을 위한 군사도발’이라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맥스선더 훈련은 북한의 지대공·공대공 위협에 대응하는 작전 수행 능력 점검 훈련이다. F22는 북한이 공포심을 가질 만한 무기로 8대가 한꺼번에 한국에 온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12월 한·미연합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에도 6대를 전개시키는 등 F22는 이미 동북아에 상시 출격하는 전략자산이 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동북아에서 스텔스 전투기 군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2007년부터 일본 오키나와에 F22 10여대를 순환 배치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이보다 한 단계 아래인 스텔스 전투기 F35A(공군용) 12대를 오키나와에 배치했다. 지난 1월에는 F35B(해병대용) 16대를 일본 야마구치에 배치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F35A를 도입하고, 중국은 이에 맞서 최근 자체 스텔스 전투기 J20 배치를 시작했다. 러시아도 독자적 스텔스기 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동북아 하늘이 스텔스 전투기의 격전장으로 탈바꿈하는 상황에서 북한만을 염두에 둔 전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안보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한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도입하려는 F35 계열 전투기만 200대에 달할 정도로 동아시아가 (스텔스 전투기의) 주요 시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도록 작은 크기로 포착돼 가까운 거리에 접근해야만 적군이 이를 항공기로 인식할 수 있다. 미래전에서 제공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갖춰야 할 필수 전력이다. 레이더에 잡히는 표적이 레이더상에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를 보여 주는 레이더반사면적(RCS)을 비교하면 한국 F15K 전투기의 RCS가 10㎡ 수준인 반면 F22와 F35는 0.005㎡ 수준으로 참새 또는 잠자리, 큰 곤충 정도 크기다. 미국은 일본, 괌 등에 배치한 F22와 F35를 활용해 북한은 물론 남중국해까지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동맹인 한·일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공군은 지난 2월 독자 개발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J)20을 작전부대에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J20은 2011년 1월부터 시험비행을 한 뒤 2016년 11월 주하이 에어쇼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중국 공군은 J20을 산둥반도와 허베이성에 우선 배치할 예정이다. 특히 산둥반도는 서해를 마주하고 있는 곳으로 작전반경이 2500㎞에 달하는 J20이 출격하면 공중급유 없이 한반도 전역과 일본 열도 대부분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J20이 당초 장착하고자 한 차세대 엔진의 결함 문제가 발생해 중국은 기존 전투기 엔진의 개량형을 장착할 수밖에 없어 기량이 미국 F22, F35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J20의 RCS는 0.1㎡(보통 새 크기)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당초 미국으로부터 F22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미 의회가 동맹국에도 F22의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F35A를 도입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지난 1월 아오모리현에 첫 F35A를 배치했고 2020년대 초반까지 모두 4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일본은 공군용인 F35A 이외에 해병대용인 F35B도 20대가량 도입해 2026년부터 운용할 예정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F35B는 수직 이착륙 기능도 갖춰 100여m의 활주로만 있으면 이륙이 가능하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F35B를 활주로가 짧은 낙도 방위에 활용하고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수 있는 호위함 ‘이즈모’에도 배치할 방침이다. 일본은 이를 통해 중국 전략폭격기를 견제하고 유사시 북한이 주일 미군기지나 활주로를 공격할 가능성에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예산상 제약 속에서 자체 스텔스 전투기 Su(수호이)57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Su57 시제기 비행시험 1단계를 완료했고 이르면 내년까지 연구개발을 모두 마친 뒤 초기 모델을 공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Su57을 미국에 대항해 900~1200㎞의 영공방어용 요격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은 2014년 7조 3400억원 규모의 차기 전투기(FX) 기종으로 F35A를 선정했고, 2021년까지 미국으로부터 총 40대의 F35A를 인도받게 된다. 지난 3월 28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한국으로 인도되는 1호기가 출고됐지만 올해는 미국에서 조종사와 정비사의 교육 훈련을 실시하고 본격적인 국내 도입은 내년 3월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 공군은 다목적 기체인 F35A를 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작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군 당국은 F35A 20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허 찔린 백악관 “리비아식 비핵화 아닌 트럼프 모델 따를 것”

    허 찔린 백악관 “리비아식 비핵화 아닌 트럼프 모델 따를 것”

    볼턴 언급한 방식서 한발 물러서 예정대로 북·미 회담 준비 의지트럼프, 회담 여부에 “지켜보자”북한이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빌미로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 발표를 하자 미국 정부는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에 이어 ‘핵물질 반출’까지 압박하며 기세를 올리던 미국은 북한에 일격을 당한 모양새다. 일괄타결식 비핵화 해법인 ‘리비아 모델’에 북한이 공개 반발하자 미국은 북핵 협상에서 리비아식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을 따르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것(리비아 모델)이 협상의 일부분인지는 모르겠다”며 “그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따르는 것은 리비아식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며 “대통령은 이것을 그가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고, 우리는 100% 자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기존에 언급한 비핵화 방식을 달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정상회담 무산 엄포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것도 들은 바가 없다. 일단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단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6·12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반발 직후에도 미 국무부와 국방부 또한 ‘변한 것이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정부 또는 한국 정부로부터 이 훈련(맥스선더)을 계속 수행하지 말라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계획을 계속하지 말라는 의사를 내비치는 어떤 것도 들은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절대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워트 대변인은 ‘북한이 이번 훈련을 도발 행위’라고 비난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과거 한·미 군사훈련의 지속적인 필요성과 유용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도 성명에서 “‘2018 독수리훈련’과 ‘2018 맥스선더 훈련’을 포함한 연례순환 한·미 군사 훈련의 목적은 한국을 방어할 능력을 높이고, 준비태세와 상호운영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들 연합훈련의 방어적 본질은 수십년간 매우 분명했고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이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주도권을 쥐기 위한 압박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중국통인 고든 창 변호사는 CNN에 “북한은 정기적으로 이렇게 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단지 협상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매트의 편집장 앤킷 팬더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북·미 정상회담을 원하는지 시험해 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폭스뉴스도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원래 하는 방식”이라면서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에서 “북한의 입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매우 면밀하게 게임 플랜을 짜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핵·미사일 등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한 대응과 평화협정은 별개의 문제로 구별해 논의해야 한다”며 특히 일본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가) 김 위원장과 서둘러 회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공군 연합훈련 ‘맥스선더’… 美F22 8대 출격

    공군 연합훈련 ‘맥스선더’… 美F22 8대 출격

    ‘맥스선더’(Max Thunder)는 2009년부터 한·미 공군이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연합훈련이다. 2014년까지는 상반기와 하반기 한 차례씩 연간 2회 실시했지만 2015년부터 하반기 훈련은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로 명칭을 바꿔 실시하고 있다. 한국 공군의 F15K와 KF16, 미 공군의 F16 등 양국 주력 전투기 100여대가 참가한 가운데 10여대씩 대항군을 편성해 주로 공중전 기량을 배양하는 형식으로 훈련이 진행된다. 올해는 독수리훈련이 한 달로 단축되면서 별도 훈련으로 지난 11일부터 2주 일정으로 실시되고 있다. 특히 올해 훈련이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이 현존하는 세계 최강 스텔스전투기인 F22 랩터 8대를 한꺼번에 참가시켰기 때문이다. F22는 적 레이더망을 비웃듯 뚫고 들어가 핵심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최고 속력은 마하 2.5로 작전반경은 2177㎞에 달한다. 한·미 군 당국이 분류하는 전략자산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북한으로선 상당한 위협을 느끼는 항공무기 체계이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CVID 콕 집어 거부한 北… 남북·북미 주도권 모두 쥐려는 듯

    CVID 콕 집어 거부한 北… 남북·북미 주도권 모두 쥐려는 듯

    先비핵화 後보상 방식에 반발 “우리는 리비아·이라크 아니다” 북한이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비핵화 해법에 반대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이례적으로 발표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에도 그만큼 중요한 담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안전보장(평화협정, 북·미 국교정상화)도 요구했다. 또 북한이 16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별안간 취소한 것은 비핵화 문제의 진전 없이 남북 관계의 진전도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지난 8일 한국 정부는 남북 고위급회담을 5월 14일에 열자고 북측에 전달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지난 15일에야 이튿날(16일) 회담을 개최한다고 통지했고, 정작 16일 오전 0시 30분에는 돌연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 통보를 해 왔다. 남북 관계에서 올해 들어 3번째 취소 통보다.이어 오전 3시 조선중앙통신은 한·미 ‘맥스선더’ 훈련에 대해 “4·27 (판문점)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련합공중훈련을 벌려놓음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해나섰다”고 비판했다. 비핵화 정국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지 않겠다던 그간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지난 14일 발언을 문제 삼아 그를 “천하의 인간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태 전 공사는 국회에서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 증언’의 출간 간담회를 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람의 시야에서 착각을 일으키는 데 능하다”며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는 한국에서 김정은을 악마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쇼맨십 한번 하니 국민의 신뢰도가 78%까지 올라섰다”고 말했다. 또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묘사했으며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북한이 언급한 사안들이 고위급회담 연기 이유로는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오전 김 제1부상이 미국을 겨냥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심 불만이 표면화됐다. 김 부상은 선 핵포기·후 보상, 리비아 핵포기 방식,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핵·미사일·생화학무기 완전 폐기’ 등 크게 4가지를 비난했다. 특히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제1원칙인 CVID까지 반대한 것은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양측이 비핵화 밑그림에 합의했다는 기존의 분석을 뒤짚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이 비핵화 시 경제제재를 완화한다고 언급하면서도 핵심 보상인 체제안전보장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에 대한 불만도 표출됐다.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북한 핵무기를 빠르게 미국으로 반출하고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도 완전히 폐기한 뒤 경제제재 완화 등 보상을 하려는 미국 계획과는 달리 북한은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단계별로 동시에 주고받는 ‘동시적·단계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려준 셈이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선 핵포기·후 보상 방식은 체제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 것도 북·미 간 비핵화 이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 기회에 한·미 연합훈련 등을 지적하며 남북 관계 주도권까지 거머쥐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중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한국의 중재 역할이 약화되고 북·중 관계가 복원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 입장에서 북·미 정상회담 타결 후 한국의 전략적 효용성이 떨어지면서,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압박 기조가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송영무·브룩스 긴급회동… “B52 보내지 마라”

    송영무·브룩스 긴급회동… “B52 보내지 마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6일 북한이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 등을 비난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하자 예정돼 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내 집무실에서 대응책을 모색했다. 특히 오전 8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북한의 의도와 향후 한·미 연합훈련 방향 등을 40여분간 집중 논의했다.송 장관과 브룩스 사령관은 회동에서 맥스선더 훈련은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므로 오는 25일까지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두 사람은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의 전개 여부와 관련해서도 비중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날 송 장관과 오찬을 함께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오후 국회 강연에서 “송 장관이 브룩스 사령관을 만나 내일 미군 전략폭격기 B52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또 문 특보에게 “B52는 맥스선더 훈련에 포함되지 않고, B52가 단독훈련을 할 때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안으로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측에 향후에도 B52 전개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미국은 당초 괌 앤더슨기지에 올해 초 순환배치된 B52 10여대 가운데 2대를 출격시켜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에서 폭격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핵심 전략무기인 B52의 전개가 현재의 비핵화 대화 국면과 맞지 않고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뉴스 분석] 美 ‘일방 항복’ 압박에…北, 북·미 의제 기싸움

    [뉴스 분석] 美 ‘일방 항복’ 압박에…北, 북·미 의제 기싸움

    핵반출·인권 등 비핵화해법 이견 회담 앞두고 본격 힘겨루기 양상 靑, 오늘 오전 NSC 상임위 소집 백악관 “회담 성사 여전히 희망적”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6일 미국의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 주장을 격렬히 비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은 또 이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전격적으로 ‘무기 연기’하며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아 ‘중재자’ 역할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등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나 남북 관계 파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 정부도 “북·미 정상회담 성사는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나와 “우리는 계속 그 길로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동시에 우리는 힘든 협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준비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만약 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인 최대의 압박 전략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북한의 대표적 미국통인 김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존 볼턴 미 백악관 NSC 보좌관 등 미측 인사들이 주장하는 ‘선 핵포기, 후 보상’,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 ‘핵·미사일·생화학무기 완전 폐기’ 등에 대해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도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계속적인 핵전략자산 투입으로 하여 다가오는 조·미 수뇌상봉 전망에도 그늘이 드리우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이날 0시 30분쯤 고위급회담 대표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아 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또 새벽 3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한·미 공군 연합훈련 ‘맥스선더’를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를 ‘인간 쓰레기’ 등으로 호칭하며 그의 대북 비판 발언 등도 문제 삼았다. B52의 한·미 훈련 참가에 대해 북한이 이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정부는 미국 측에 전개 자제를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내일 B52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이날 잇달아 표명한 강경 입장이 협상용 또는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정부 내에서 북한의 일방적 ‘항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를 언급하며 반발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최근 친중 행보를 거듭한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동북아 주도권을 견제하는 ‘중국의 그림자’도 감지된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유감 표명과 함께 4·27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남북 간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는 내용의 대북 통지문을 보냈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北, 고위급회담 무기연기 뒤에는 어떤 노림수가?

    北, 고위급회담 무기연기 뒤에는 어떤 노림수가?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미국에 던지는 ‘경고성 메시지’‘쌍중단’ 요구 시진핑 중국의 언질 받았을 수도 북한이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비난하며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 취소한 것은 북미정상회담(6월 12일·싱가포르)을 앞두고 미국을 향한 일종의 ‘메시지’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북 간 고위급 회담을 취소함으로써 중대 담판을 앞둔 미국을 향해 ‘우리를 쉽게 보지 말라’는 경고성이다. 또 남한을 겨냥한 듯하면서 미국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일 수 있다. 실제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회담 취소 관련 보도에서 “북남고위급회담이 중단되게 되고 첫걸음을 뗀 북남관계에 난관과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전적으로 제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면서도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해 ‘속내’를 일부 드러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핵무기 반출, 생화학무기 폐기, 인권 압박 등을 받고 있기에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로 남북회담 취소를 활용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올들어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갑자기 강경 기조로 돌변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우리 측사단의 방북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연기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와 관련,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한반도 정세가 안정기로 진입하면 한미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정 실장이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한미훈련을 당분간 문제 삼지 않을 듯하던 북한이 태도를180도 바꾼 것이다. 외교가에선 북한의 이런 돌변에 ‘중국 변수’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외교가는 김 위원장이 지난 7∼8일 2차 방중에 따른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의 회담에서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의 제거를 비핵화 조건으로 제시한 데 주목한다. 한미연합훈련이 이들 조건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북·중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북한 측에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문제 제기하라는 요청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그동안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쌍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해온 중국이 북한에 대미 협상 카드로 한미연합훈련을 거론하라는 조언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2차례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라는 ‘안전판’을 다시 확보한 북한이 그 이전보다 공세적으로 미국에 할 말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중관계 정상화에 따라 북한의 협상력이 강화한 것이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문제 제기에 영향을 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는 북한의 남북고위급 회담 무기연기 결정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은 이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으로부터 입장 변화를) 통보받은 게 없다”면서 “우리는 (북미정상) 회담 계획을 계속 세울 것”이라고 말해 회담 개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 중 하나인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문제와 한미연합훈련을 연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이 한미훈련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훈련의 규모와 전략자산 전개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용인하는 것은 아님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군사적 위협 해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만 4500t급 마라도함 진수식… 2021년 작전배치

    1만 4500t급 마라도함 진수식… 2021년 작전배치

    14일 오후 2시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접안부두. 해군의 두 번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LPH6112)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오색 만국기로 한껏 치장하고 정박해 있었다. 여성이 실시하는 관례에 따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부인 구자정씨가 새로 건조한 함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로 탯줄을 끊듯 진수줄을 자르자 마라도함은 굉음의 기적을 울리며 탄생을 자축했다. 건조 착수 1년 6개월여 만에 마라도함이 드디어 바다에 거대한 몸체를 띄운 것이다.해군은 2005년 7월 독도함(LPH6111) 진수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대형수송함을 품었다. 진수식에는 송 장관과 엄현성 해군 참모총장,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마라도 주민 대표와 제주 강정마을 주민, 6·25전쟁 흥남철수작전 당시 미국 상선 메러더스 빅토리호 선상에서 태어난 손양영씨와 이경필씨도 특별히 초대됐다. 송 장관은 축사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는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굳건해야 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오늘 진수된 마라도함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라도함은 1만 4500t급 수송함으로 승조원과 상륙군 등 1000여명의 병력과 장갑차, 차량 등을 수송할 수 있다. 길이 199m, 폭 31m로, 헬기 10대, 전차 6대, 고속상륙정 2척 등을 탑재하고 대대급 상륙작전의 지휘함 역할을 맡게 된다. 최대 속력은 시속 23노트(약 42㎞)이다. 마라도함은 ‘선배’인 독도함보다 뛰어난 무기 및 방공체계를 갖추게 된다. 국내 개발 탐색레이더와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 해궁, 고정형 3차원 대공 레이더(MF STAR)를 탑재해 전투체계와 대공탐지 능력을 대폭 보완한다고 방위사업청은 설명했다. 갑판 재질을 대폭 보강해 한·미 연합훈련 시 미군 대형 수송헬기 오스프리 이착륙도 가능해졌다. 방사청은 시운전과 시험평가 등을 거쳐 2020년 11월쯤 마라도함을 해군에 정식 인도한다. 해군은 6개월~1년 정도의 전력화 과정을 거쳐 2021년쯤 작전배치할 예정이다. 부산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북핵 CVID 명문화…日 “꼭 해야” 中 “불필요” 韓 “北 자극 안 돼”

    북핵 CVID 명문화…日 “꼭 해야” 中 “불필요” 韓 “北 자극 안 돼”

    日, 특별성명에 직접 언급 원해 압박 근거 마련… 존재감 과시 中, 명문화 꺼리고 쌍중단 강조 한·미·일 주도 프레임 우려 커 韓 “판문점 선언 지지만 담자” 대북 자금줄 日무시 어려워 난처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선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3국 간 불꽃 튀는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대리하는 일본과 북한을 대리하는 중국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중재자’ 역할 또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단 3국 모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큰 틀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한·중·일 특별성명 등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넣어 명문화하는 문제에 대해선 중국과 일본의 셈법이 크게 엇갈린다.일본 정부는 특별성명에 CVID가 포함되길 원한다. 또 CVID가 실현될 때까지 대북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지난 5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국장과 회담한 후 “양측은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물 및 화학무기 등 대량파괴 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비핵화 국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던 일본으로선 CVID를 특별성명에 명문화해야 ‘한·미·일 3각 동맹’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다. 아울러 항시적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대내외적으로 일본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대북 압박을 통해 현재의 비핵화 국면에 이르렀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반면 자신들이 주도해 비핵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중국은 비핵화 국면이 한·미·일 구도로 흘러가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같은 이유로 ‘대북 제재와 압박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냈다’는 식의 프레임이 확산되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7일 인민일보 해외판은 1면 논평을 통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열쇠는 중국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고 강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한 이상 한·중·일 특별성명에 CVID를 넣는 것을 반대할 명분은 없다”면서도 “CVID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CVID 명문화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쌍중단, 쌍궤병행이 부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핵과 미사일 폐기로 판세가 흘러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고, 한국과 일본에는 경제 지원을 받는 등 중국을 배제하고 비핵화 판이 흘러갈 수 있다는 데서 중국 정부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도 대북 제재·압박 유지에 적극적인 일본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연달아 내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용 매체 ‘메아리’는 이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의 최근 대북 제재 유지 발언 등을 거론하며 “오직 대조선(대북) 적대시 책동에서 저들의 살길을 찾아보려는 일본 반동들의 시대착오적인 망동에 조소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전날인 6일 일본을 향해 “운명의 갈림길에서 지금처럼 제재니 압박이니 하는 진부한 곡조를 외우며 밉살스럽게 놀아대다가는 언제 가도 개밥의 도토리 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일·중 정상회의를 겨냥해 본격적으로 일본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미국과의 공조를 다지며 중국과 일본의 간극도 좁혀야 하는 ‘중재자’ 한국은 난처한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특별성명에는 판문점 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만 담는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판문점 선언에도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을 남북이 합의해 넣은 만큼 굳이 한·일·중 정상회의 특별성명에 CVID를 넣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비핵화 로드맵 세부 실천 단계에 들어가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대북 경제지원이 필요한데, 이때 자금줄 역할을 할 일본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일부에선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특별성명에 언급하는 식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을 달래려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인 북한 중거리 미사일 문제 의제화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직통전화) 통화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 발표 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中 종전선언부터 참여 가능성…4자구도 땐 속도저하 우려도

    中 종전선언부터 참여 가능성…4자구도 땐 속도저하 우려도

    방북 왕이·김정은 회동 ‘친선관계’ 확인 미·중 갈등 속 트럼프 동의 여부 미지수 현행 3자 구도로 빠른 비핵화 주장도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로 최근 불거진 ‘중국 패싱(소외현상)’ 논란이 일단락됐다. 특히 양 정상이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과정에서 소통하고 협력키로 하면서, 중국이 종전선언부터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빠른 비핵화 논의 속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시점임을 고려할 때, 당분간 현행 ‘3자 구도’(남·북·미)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석도 나온다.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두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중 두 나라가 긴밀히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북한에 대한 영향력, 대북 제재 효과 유지, 북한 비핵화 이행단계 실행력 담보 등을 감안하면 중국은 중요한 파트너다. 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3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왕이(王毅·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동지를 접견했다”며 “조·중 사이의 단결과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전면적으로 계승하고 심화·발전시킬 데 대해, 조선반도 정세 흐름의 발전 방향과 전망을 비롯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중국의 활발한 외교 활동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논의에 적극 참여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사실 중국이 남·북·미와 함께 한반도 평화 문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1953년 정전협정의 당사자다. 문제는 현재의 3자 구도를 4자 구도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아직 중국을 포함한 4자 구도를 형성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 ‘빠른 논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3자 구도는 한국이 북·미 간 신뢰의 골을 좁혀 비핵화 로드맵 담판을 짓도록 중재하고, 중·일·러 등 주변국이 지지해 주는 식이다. 남북, 북·미 등 2번의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로드맵이 결정되는 틀도 3자 구도여서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너무 이른 4자 구도가 형성되면 미국이 한국의 후견국이 되고 중국이 북한의 후견국이 되면서 냉전 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중 갈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동의할지가 미지수다.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에서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기도 힘들었고 조율 속도도 상당히 느렸다는 점에서, 4자 구도로 전환했을 때 논의 속도가 현재보다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도 중국의 참여에 대해 명확하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왕 위원에게 ‘4자(남·북·미·중) 회담’ 체제를 수용한다고 밝혔느냐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균형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동북아 군사 패권을 견제하는 중국 입장에서 이달 하순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주둔이나 한·미 연합훈련 및 미 전략자산 전개를 북이 인정한다면 난처할 수밖에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종전선언은 적대 해소를 위한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이미 남·북·미와 모두 관계 정상화를 이룬 중국의 포함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반면 법적·제도적 합의인 평화협정의 경우, 평화 행동에 대한 남북 간 합의를 미·중이 인증하는 형태의 부속협정서가 포함되기 때문에 중국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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