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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10월 SCM 목표로 새 연합지휘구조 추진 ‘한국군 장성 지휘’ 美 부정적 여론 변수될듯

    올 10월 SCM 목표로 새 연합지휘구조 추진 ‘한국군 장성 지휘’ 美 부정적 여론 변수될듯

    한·미 미래 연합지휘구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건 지난해 10월이다.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리언 패네타 당시 미 국방장관은 합참과 주한 미군을 중심으로 미래 연합지휘구조 개념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지난 4월 정승조 합참의장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군사위원회회의(MCM)에서 연합전구(戰區)사령부를 만들고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부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맡는 안에 합의했다. 그러다 4월 이후 ‘진도’가 더뎌졌다. 국방부는 당초 최근 열린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연합지휘구조 방안에 서명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취임하면서 미국 내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연히 미 국방부가 의회를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도 진척되지 못했다. 예산자동삭감(시퀘스터)에 따라 국방예산 또한 10년간 5000억 달러(약 547조원) 줄어드는 ‘재앙’이 불거지면서 한·미 연합지휘구조 개선은 미 국방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 1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연합지휘구조는 논의되지 않았다. 김 장관은 “현재 연합지휘체제가 이상적으로 자리매김돼 있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는 상호 공감은 있다”면서도 “새로운 연합지휘구조는 복잡하고 실무 차원에서 논의할 것이 많기 때문에 (올해 10월)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목표로 추진하지만 이후에도 (전작권 전환 때까지)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수도 남아 있다. 미국 내 일각에선 한국의 4성 장군이 전쟁 발발 시 미군을 지휘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입장도 여전하다. 김 장관은 ‘미군이 다른 나라 군대의 지휘를 받는 것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인 견해가 없느냐’는 질문에 “정서적인 문제는 있겠다”면서도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전구사령관을 한국 측에서 맡는 건 상징적 의미 이상이다. 미군 측이 부사령관을 맡더라도 유사시 60만명의 지상군과 1000여대의 항공기를 한반도에 투입하는 등 한·미 연합전력에 누수가 없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전구사령부 사령관을 한국군에 내주는 게 가장 큰 변화인데, 전시에 미군이 현재처럼 자동 개입하도록 하는 ‘보증’들이 필요하다”면서 “국방부는 물론 백악관과 국무부, 의회의 공감대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한·미·일 국방장관 “北 핵프로그램 폐기해야”

    한·미·일 국방장관 “北 핵프로그램 폐기해야”

    한국과 미국, 일본 국방장관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촉구했다.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다. 3국 장관은 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반도 안보현안을 논의하는 회담을 갖고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폐기를 포함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추가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안보리 결의를 지지한다”며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한 3국 공조를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별도 회담을 갖고 “북한을 압도하는 연합방위력을 키우도록 동맹관계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두고 미사일 방어(MD)체계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MD참여와 관련해 달라진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MD참여로 우리가 얻을 실익이 없고 감당해야 할 안보 비용이 커질 뿐더러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도 미국으로부터 참여 요청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같은 날 이뤄진 김 장관과 치젠궈(戚建國)중국 부총참모장의 면담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강조됐다. 김 장관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중국의 협조에 사의를 표시했고, 치젠궈 부총참모장은 “한국과 중국은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통일시대 겨냥한 전작권 전환 이뤄지길

    한·미 군 당국이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 이양과 관련해 현 한미연합사령부를 같은 규모의 연합전구사령부로 대체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 연합전구사령부의 사령관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고, 부사령관을 주한미군사령관이 맡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유사시 한국 사령관이 미군을 지휘하는 작전지휘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한다. 연말까지 세부적인 보안을 거쳐 구체화할 이 방안은 그동안 전작권 이양에 따른 안보 공백의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 줄 내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한·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9월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면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과 미군이 각각 별도의 사령부를 둬 한국군이 전시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의 군사 운용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요구되는 전시 상황에서 한·미 연합전력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림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없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당초 합의했던 전환 시점을 2012년 12월에서 2015년 12월로 3년 늦춘 것이나, 아예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 온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잠정 합의는 군사 주권의 회복이라는 명분과 대북 억지력 유지라는 실리가 조화를 이루는 대안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 합의가 2015년 현실화된다면 6·25전쟁 발발 20일 만인 1950년 7월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하면서 출발한 한·미 연합전력은 1978년 11월 유엔군사령부의 작전통제권 한미연합사 이양, 1994년 12월 한미연합사 평시작전통제권 한국 이양에 이어 세 번째로 지휘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우리 군의 전시작전권을 65년 만에 오롯이 되찾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군사주권의 회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보 공백의 불용(不容)이며, 한반도 통일시대의 안보 틀을 갖춰나가는 일일 것이다. 당장 북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제압할 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남북통일 과정에서 빚어질 동북아 안보 혼란을 슬기롭게 헤쳐갈 역량을 갖춰야 하고, 이후 통일한국의 안보 기반을 튼튼히 닦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 스스로 이기는 국방력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등 갈 길이 멀다. 정부와 군 당국의 분발을 당부한다.
  • 美·中 정상회담 의제로 탈북자 인권 부상

    한국행을 희망하던 탈북자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당해 강제 북송된 가운데 탈북자 인권 문제가 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송된 10~20대 탈북자 9명에 대한 국제사회의 안전보장 요구가 거세지면서 이달에 연쇄적으로 열리는 미·중, 한·중 정상회담의 뜨거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인권법 등을 통해 탈북자 인권 문제를 중시해온 미국으로선 북한 정권의 조직적인 탈북 저지가 중국을 넘어 주요 인접국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환기할 가능성이 높다. 탈북자 강제북송 자제 및 인도적 처리 희망 등을 담은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가 시 주석에게 전달될지 주목된다. 당장 미 국무부는 이번 라오스 탈북자의 강제 북송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9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송환된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 국가들이 자국 영토 내에서 탈북자들을 보호하는 데 협력하고, 유엔의 난민지위 관련 규정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 안팎에서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은 2004년 탈북자 보호 지원 등을 담은 ‘북한인권법’을 발효시킨 데 이어 미 의회는 올 1월 탈북 아동의 인권 보호 및 가족상봉등을 촉진하는 ‘북한아동복지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서울 외교가에 따르면 탈북자 처리 문제는 미·중 간 의제로, 정기적으로 논의돼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지난해 3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탈북자 문제는 한국, 중국과 계속 논의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었다. 미 고위급 인사들도 수시로 중국 측에 탈북자 인권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북한아동복지법을 발의한 에드 로이스(공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시 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정부가 미국 등과 긴밀히 협조해 강제 송환의 대안을 찾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北 리스크’ 관리 美 지지 확보·中 공조 성과… 인사난맥 ‘오점’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北 리스크’ 관리 美 지지 확보·中 공조 성과… 인사난맥 ‘오점’

    박근혜 대통령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임기 5년 동안 국정의 틀을 짜는 중요한 시기에 안팎으로 어느 정권과 비교해도 시련과 도전이 거센 시기였다. 취임 초 고위공무원들의 잇단 낙마파문에 이어 ‘박근혜 인사 1호’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 및 경질은 박 대통령의 ‘나 홀로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 시스템 부재가 빚은 전형적인 ‘인사 실패’라는 평이다. 반면 북한 도발 및 개성공단 사태 등 ‘북한 리스크’ 관리는 확고한 한·미공조 속에서 일관되고 침착한 대응을 유지하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을 받고있다.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서 평가가 엇갈린다. 저성장 기조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악재 속에 힘들게 도출한 공약 가계부와 부동산 대책, 추경예산안과 주요 대선공약인 4대 사회악 근절 및 경제민주화 추진은 여전히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정치 靑 내부 경직된 문화 … 주요 정책 로드맵도 차질 지난 100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는 활동 공간이 적었다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했으나 평가는 엇갈렸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긍정적인 측면을 눈여겨봤다. 그는 “이전 정부와 다르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정권 초반에 조용하고 차분한 행보를 보인 게 이전 정권과 다른 점”이라고 평가했다. 윤 실장은 “아직 국민들이 대통령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국면이 되지는 않았다”면서 “대선 때 대통합을 강조했던 연장선상에서 청와대 대통합위원회 등의 역할을 강조하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의 경직된 문화와 당청 간 소통의 부재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부조직법 통과는 출범 이후 바로 시작돼야 하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치력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앞으로 청와대에서 이니셔티브를 갖고 주도적으로 이슈를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리더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청와대 문화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깨알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이는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청와대가 지나치게 대통령 중심으로 가다보면 모든 일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 정부 출범이 50여일이나 늦어지면서 이 시기에 긴요한 주요 정책 로드맵도 늦어진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라오스의 강제 북송 문제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보면 박 대통령이 정부 조직과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박 대통령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외교·통일·안보 北 ‘도발후 보상’ 불허… 원칙적 입장 견지 호평 새 정부의 틀이 채 갖춰지기도 전에 밀려온 ‘북한발(發) 악재’는 걸음마도 떼지 못한 박근혜 정부를 가시밭길로 몰고 갔다. 핵심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고, 북한과의 강(强) 대 강 대결로 대화는 단절됐으며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개성공단도 잠정 폐쇄됐다. 남북관계 회복의 불씨는 갈수록 수그러들고 있는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강변일변도 정책, 유연성이 부족한 접근 때문에 남북관계에 불안 요소가 커졌다”며 “신뢰가 특히 중요한데, 말싸움과 기싸움이 이어져 남북 간 신뢰는 더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보다 유연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대북 문제에 있어 ‘도발 후 보상’이라는 과거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 것은 바람직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북한에 당근만 주고 결과물은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변하라며 공을 넘겼다”며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단호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 낸 것도 성과로 꼽힌다. 또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향후 60년 미래에 대한 양국관계의 발전방향을 정립함으로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와 달리 중국과의 공조도 잘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과 외교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 라오스 탈북청소년 9명의 북송 사건 등은 오점으로 남았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외교안보 부처 간 조정체계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구난방식의 정책조정 과정을 정비해 예측가능성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복지·노동 기초연금·무상보육 등 공약 이행 재원대책 부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 등 복지·노동 공약은 유권자들은 물론 전문가들에게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맞은 현재 공약이행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애초 복지·노동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대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책후퇴 조짐이 나타나면서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보건복지 분야 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재정추계에 대한 고민 없이 내놓은 공약이 초래한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노인층 지지를 얻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은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월 4만~20만원씩 차등지급’하기로 하면서 약속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이마저도 소득에 관계없는 보편 지급 조항까지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정부안에서도 적지 않다. 무상보육을 둘러싼 중앙·지방 논쟁은 복지재정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복지전달체계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다양한 고민을 정부에 던져주고 있다. 당장 서울시에서는 이번 달부터 양육수당 부족 사태가 현실화한다. 진주의료원 폐업도 정부·여당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공공의료 확충 공약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당시부터 경제민주화 쟁점을 선점하며 강력한 정책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는 대기업 규제완화와 투자 장려도 강조하고 있어 노동계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의지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경제 고용창출 제자리걸음… 능동적 경제성장 대안 절실 “처음 3개월, 6개월 이때 (국정과제를) 거의 다 하겠다는 각오로 붙어야 된다.”(올 2월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전에 유난히 ‘속도전’을 강조했다. 각종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난제들은 힘이 실리는 정권 초반이 아니면 풀어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차분한 기조’가 유지됐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좋게 말하면 ‘관리형 모드’로 일관했고, 나쁘게 말하면 ‘리더십 실종’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현 정부 경제팀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2월 25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인 3월 22일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새 정부 경제정책 추진방향’(3월 28일),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4월 1일), ‘추가경정 예산’(추경·16일), ‘투자 활성화 방안’(5월 1일), ‘벤처 활성화 대책’(5월 15일), ‘공약 가계부’(5월 31일) 등 굵직한 대책들을 연달아 내놨다. 하지만 문제는 일련의 정부 대책이 경제성장의 대안을 제시하는 능동적인 성격보다는 경기 침체의 골을 메우는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는 점이다. 추경은 경기 후퇴에 따른 12조원의 세수 확보가, 4·1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경기 침체 회복이 목적이었다. 벤처 활성화 대책 등은 ‘대기업이 독점한 구조를 놔둔 채 벤처 창업만 독려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효과도 제한적이다. 전월 대비 전산업 생산 증가율은 2월 1.1%에서 4월 1.6%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소비자심리지수도 2월 102에서 5월 104로 제자리걸음이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민생경제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은 제자리 걸음이고 경제 성장률도 저조해 ‘민생경제 대통령’이라는 약속은 실종된 느낌”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은 “아베노믹스는 화끈하게 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구호만 요란할 뿐 구체성이 없이 표류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경제 부흥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각론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북핵 일본핵을 말한다’ 펴낸 김경민 한양대 교수

    [저자와의 차 한잔] ‘북핵 일본핵을 말한다’ 펴낸 김경민 한양대 교수

    “북핵과 일본 아베 총리의 극우 행보 탓에 격랑에 휩싸인 한반도 정세가 어디로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안보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선택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일본이 핵무기가 들어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김경민 교수 북핵 일본핵을 말한다’(가나북스)를 펴낸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과)는 31일 위험천만한 일본의 핵무기 제조능력과 핵 보유 속셈을 만천하에 공개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연구했지만 핵물리학자처럼, 군사전문가처럼 ‘핵의 모든 것’을 씨줄과 날줄로 풀었다. 일본의 잠수함 전력과 미사일 방어체제, 우주항공 능력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얻어내려는 핵 재처리권을 일본은 25년 전인 1987년에 어떻게 얻어냈는지 ‘설득의 논리’도 제시한다. 이 책에서 처음 밝혀낸 일본의 사용 후 핵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확보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김 교수는 이공계 출신 과학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문학의 문체’로 핵 개발의 모든 과정을 ‘류현진의 돌직구’처럼 뿌려준다. 4년 전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과학과 사회 소통상’ 제1회 수상자로 그를 뽑은 이유를 알 만하다. 연구생활 20여년 동안 연구실과 교단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구를 빙빙 돌며 마치 신문기자처럼’ 에너지안보 분야를 취재했다. 외국인으론 처음으로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객원연구위원으로 들어가 일본 자위대를 경험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 9권의 저서 제목에 ‘일본’이 빠지지 않는 까닭이다. ‘군사대국’ 일본의 가공할 핵 능력, 대륙간 탄도탄과 요격미사일로 직결되는 우주항공력, 아시아 해상을 사실상 지배하는 잠수함력, 한반도를 손금 보듯 지켜보는 첩보위성의 실체를 샅샅이 파헤쳤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면 아무리 길어도 2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의 핵폭탄보다 훨씬 소형화된 양질의 핵폭탄을 한꺼번에 여러 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김 교수는 점잖게 에둘러 표현했지만, 일본의 국내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 안에 수천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뒷골이 당기는 대목이다. 일본의 핵무장을 미국이 그냥 두겠느냐고 질문하자 “미국과 일본은 서로 필요에 의해 군사 일체화된 지 오래여서 일본이 일을 저지르고 나서는 미국이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큽니다. 3차례의 핵실험과 은하 3호 로켓 발사에서 보듯 북한의 핵과 미사일 결합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북한’이라고 기록된 역사책을 읽게 될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미 일본은 북한의 위협을 내세워 2차대전 이후 금기시한 ‘비핵 3원칙’을 깨버렸다. 아베의 일본은 마지막 남은 평화헌법 제9조의 개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북핵을 막지 못한 미국이 일본의 핵 개발을 저지할 명분이 없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곁들인다. “우리의 선택지는 우주 개발과 잠수함 전력 극대화입니다. 미사일과 로켓 개발에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의 강점이 있습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 중국 마우쩌둥 주석, 일본 나카소네 총리가 자국 우주 개발의 초석을 놓은 미래 비전의 지도자입니다. 더 늦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력을 모아야 문이 열릴 것입니다.” 노주석 선임기자 joo@seoul.co.kr
  • 기름유출 용산기지 내부조사 첫 논의

    용산 미군의 기름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기지 내부조사 여부가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사이에 처음으로 공식 논의된다. 31일 서울시와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17일 열리는 환경부와 주한미군 간 환경분과위원회 의제로 기지 내부조사가 채택됐다. 주한미군은 이 회의에 서울시 참석도 요청했다. 용산 미군기지 일대 유출기름으로 인한 수질·토양오염 문제는 2001년부터 제기돼 왔으나 한·미행정협정(SOFA) 때문에 주한미군 협조 없이는 내부조사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정확한 실태조사를 요구해왔으나 미군 측은 잘 관리되고 있다는 대답만 거듭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지난 4월 환경부 서한을 받고 즉각 정부 관계자와의 만남을 제의하는 답변을 보냈으나 이 같은 과정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면 유감”이라고 밝혔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KDI원장 김준경·조세연구원장 옥동석

    KDI원장 김준경·조세연구원장 옥동석

    한국개발원(KDI) 원장에 김준경(위·57)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한국조세연구원 원장에는 옥동석(가운데·56) 인천대 교수, 농촌경제연구원장에는 최세균(아래·57) 현 부원장이 각각 선임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신임 원장들의 임기는 3년이다. 김 신임 원장은 KDI 부원장,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재정경제2비서관, 국무조정실 금융감독혁신TF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최장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회 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옥 신임 원장은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을 주도했다. 최 신임 원장은 농경연에서 국제농업연구실장과 글로벌협력연구본부장 등을 지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 참여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美 “한·미·일 안보협력, 과거사와 분리”

    미국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우경화 기조 등으로 인한 한·일 갈등과 무관하게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29일(현지시간)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능하면 (한·미·일) 안보협력을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간) 긴장 등 정치 문제와 분리하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1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일 양국과 폭넓은 국방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위 당국자는 최근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대해 “한·일 양국 간 이슈가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면서 “이번 회의는 모든 현안이 다뤄질 수 있는 훌륭한 기회로, 어려운 문제라고 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샹그릴라 대화 기간에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된다고 소개한 뒤 “우리의 핵심 동맹과 공유하고 있는 안보이익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할 것”이라면서 “특히 최근 북한의 도발과 도발 위협을 감안해 회담의 핵심은 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다음 달 1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김관진 국방장관, 일본의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 등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이번 샹그릴라 대화 기간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1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짧고 굵게… 30분 상견례

    1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짧고 굵게… 30분 상견례

    김관진(왼쪽) 국방부 장관이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가하기 위해 31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김 장관은 현지에서 미국, 독일, 싱가포르, 베트남, 호주 등 5개국 국방장관과 릴레이 양자회담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방문 둘째 날인 다음 달 1일 척 헤이글(오른쪽)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이 주목된다. 김 장관과 지난 2월 취임한 헤이글 장관은 처음 만난다. 박근혜 정부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간의 ‘국방 상견례’인 셈이다. 30분간의 짧은 시간 압축적인 논의를 위해 양국 실무진은 오랫동안 의제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수많은 현안을 다뤄야 하는 카운터파트너인 만큼 상견례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 북한의 위협 수준이 고조됐던 국면들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안보회의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2002년 이후 해마다 열리고 있다. ‘샹그릴라 대화’란 별칭은 회의가 열리는 호텔 이름에서 비롯됐다. 올해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독일, 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및 유럽 27개국의 국방장관, 합참의장, 안보전문가 등이 참가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美, 소고기 전면개방 압박 불보듯… 정부 안이한 대응 논란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지난 이명박 정권에 두고두고 부담이 됐던 뜨거운 이슈였다. 이는 미국이 29일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무시국’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미 미국 의회조사국은 2011년 발표한 ‘한·미 소고기 분쟁’ 보고서에서 ‘광우병 위험 무시국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를 한국에 대한 소고기 시장 전면개방의 결정적인 조건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 소고기 전면개방 압박을 강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올 2월 20일에도 톰 빌색 농무부 장관은 성명을 발표해 “OIE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지위 평가를 상향하기로 했다”면서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인정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물론 우리 정부는 이번 미국의 지위 변경에도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는 수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위생조건(부칙 제7항)에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 근거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도 지난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되기 전에는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10만t으로 미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발생해 수입을 중단한 2003년(19만 9000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OIE 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보인 안이한 대응은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OIE 총회에서 미국의 광우병 지위 변경에 대한 반대 의사조차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OIE의 전문가 그룹 안에서도 미국의 광우병 등급 상향 결정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기권표만 던졌을 뿐이다. 사실상 “용인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별다른 외교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이 미국의 지위 변경에 찬성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젖소 한 마리가 광우병으로 확인됐을 때도 정부는 “자세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며 입장을 유보해 비난을 샀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北, 정전 60주년에 시진핑·리커창 방북 요청… 中, 즉답 안해”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최근 방중 당시 중국 최고 지도부에 정전협정 60주년 기념행사(7월 27일)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전달했지만 중국 측이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9일 ‘복수의 베이징 외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측이 (정전협정 6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요청한 최고 지도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가리킨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중국 매체는 최룡해가 방중 시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지만, 실제로는 기념행사에 중국 최고 지도부를 참석시켜 한·미·일 등의 압력에 대항하는 것이 주목적이었고 식량 원조도 요청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을 ‘조국해방전쟁 승리’라고 주장하며 해마다 대대적인 기념식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정전 6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적(한·미)보다 성대하게 60주년을 축하해야 한다”고 지시함에 따라 군사 행진 등 대대적인 행사 계획을 세우고 중국 등에 최고위 관계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또 최룡해가 지난 24일 시 주석이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자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하겠다고 응답한 것은 ‘6자회담 틀 속에서 (미국·일본 등과) 양자, 3자 회담을 열자’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이 향후 기념식 참석 여부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에 대화를 압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日정치인 위안부 관련 발언 상식 벗어나고 창피스러워”

    “日정치인 위안부 관련 발언 상식 벗어나고 창피스러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대표(오사카 시장)의 일본군 위안부 망언 파문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상식에 어긋나는 민망하고 창피스러운 언급”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하시모토 대표는 이날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위안부 배상 문제를 납득할 수 없다면 국제사법재판소에 호소하라”는 망언을 이어 갔다. 윤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취임 첫 내외신 브리핑에서 “그런 얘기를 만약 유엔 총회나 미국 의회에서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가서 해 보라”면서 “이는 일본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장관은 또 “최근 연이어 나타나고 있는 역사 퇴행적 언동들은 한·일 우호 관계를 보다 강화시켜 가려고 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상급은 물론 여타 분야의 고위급 교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원칙에 입각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한다는 정부 입장은 추호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이와 함께 다음 달 말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향후 5년, 그 이후에 이르기까지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공동비전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평화·협력, 한·중 간 경제통상 협력 폭을 더 확대하고 제도화해 나가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부터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국들의 연쇄 회동이 시작돼 결과가 주목된다. 우선 다음 달 3~4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차관급 전략대화, 7~8일에는 미·중 정상회담, 하순에는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중이 참여하는 1.5트랙(반관반민) 차원의 전략대화가 각각 개최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북 통중봉남·통민봉관으로 얻을 것 없다

    북한이 최룡해 특사의 중국 방문을 마친 지난 주말 두 가지 눈여겨볼 행동을 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최 특사가 북핵 6자회담에 응할 뜻을 밝혔다는 중국 측 발표와 달리 북한 언론매체들은 6자회담이나 핵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양국이 전통적 우호관계를 거듭 다짐했다는 점을 중점 보도했다는 것이 그 하나다. 나아가 이튿날인 그제엔 노동당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를 통해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들어가며 남한 당국을 맹비난한 것이 또 하나다. 예상대로 최 특사의 방중이 자신들에게 잔뜩 화가 난 중국 지도부의 심사를 달래고 6월 한·미·중 3국 정상의 연쇄 교차회담으로 이뤄질 대북 공조와 압박에 선제 대응하려는 교란 전술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우리 정부와의 대화는 철저히 외면한 채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를 남북 민간단체가 함께 갖자는 제의를 내놓는 행태까지 감안하면 북은 지금 한반도 밖으로는 통중봉남(通中封南) 전술을, 안으로는 통민봉관(通民封官) 전술을 쓰고 있다고 정리될 것이다. 한국 정부를 배제한 채 밖으로는 중국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안으로는 민간 부문을 앞세워 남한 사회의 남남 갈등을 촉발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고심 끝에 어제 6·15 기념행사 참석을 위한 시민단체의 방북을 불허한 것은, 이처럼 빤히 보이는 북의 속내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북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변화 없이 여전히 중국에 기대어 위기를 모면하려 듦에 따라 우리의 대중 외교는 한층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대북 공조에 있어서 중국을 떼어내려는 북의 교란책에 중국이 끌려들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긴요하다. 어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밝혔듯이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중 3국의 전략대화를 통해 대북 3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6자회담이 그저 대화를 위한 대화 차원에서 재개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북·미 관계와 북·중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은 즉각 한국 정부와의 대화에 응해야 한다는 데 중국이 인식을 같이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혈맹이 아닌 ‘일반적 국가관계’라고 말한 점은 고무적이다. 새로운 북·중 관계를 모색하는 중국 지도부에게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한국 정부의 구상과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한반도 해법, 즉 서울 프로세스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이해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북으로 하여금 통중봉남·통민봉관 전술이 얼마나 하잘것없는 술책인지도 깨닫게 해야 한다.
  • “소쩍새 한번 운다고 국화꽃 피는 것 아냐”

    “소쩍새 한번 운다고 국화꽃 피는 것 아냐”

    “소쩍새가 한번 운다고 국화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 내외신 기자브리핑에서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 최룡해 특사의 ‘대화 노력’ 발언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최 특사 방중 이후에 또다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강조하는 등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 특사 방중에 대한 공식 평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윤 장관은 “한·미 양국은 최근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한·미 외교장관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핵무력 건설과 경제발전 병진 노선은 양립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며 북한의 이중 행보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면서 “진정성 있는 태도가 무엇인지는 북한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 폐기”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만 북한에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촉구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 이상 6자회담 등이 열려도 대화를 위한 대화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북한이 3차 핵실험과 여러 도발 행위를 강행했기 때문에 6자회담 당사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접근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6자회담 개최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신 관련국 간 협의를 통해 북한의 의도와 예상되는 행태를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비핵화 추진 전략에 대해 6자회담 당사국 간에 이미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며 “북한이 진정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상황이 온다면 협의한 내용과 앞으로 추가 논의될 것까지 포함해 각론적 측면에서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중국과도 과거 어느 때보다 공조가 잘되고 있다”면서 북한 특사 방중을 계기로 한·미·일과 북·중 간 대립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데스크 시각] 어찌 ‘윤창중 사건’뿐이겠는가/김미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어찌 ‘윤창중 사건’뿐이겠는가/김미경 국제부 차장

    ‘빌 클린턴과 타이거 우즈,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나란히 서서 한 남성을 바라보며 “우리가 졌다”고 말하면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그 남성은 ‘바바리맨 코트’를 그들 앞에서 열어보이며 “인상적이지?”라고 묻는다.’ ‘대통령의 입’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스캔들이 터진 뒤 한 영자지에 나온 만평 내용이다. 만평은 “한국이 드디어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성추행범 클럽’ 회원을 배출했다”며 이번 사건이 ‘국제적 수치’임을 보여줬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주미한국대사관 여성 인턴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은 현재 미국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여러 가지 추측만 난무할 뿐 여전히 답보 상태다.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이 ‘개인의 잘못’일 뿐, “박근혜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까지 성공리에 마친 한·미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인가.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신속한 경질과 함께, 그의 상사인 이남기 홍보수석도 결국 낙마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일이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될 게 아니라는 것을, 기자는 최근 잘 아는 미국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한국에 평화봉사단으로 와서 지난 30년간 공기업과 대학에서 일했던 그는 “그(윤 전 대변인)가 성추행이 발각돼 옷을 벗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다행스러운 것보다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국제적 망신이다”라고 했더니, 그는 “청와대 대변인이면 대단한 사람일 텐데 잡히지 않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지 않았겠느냐. 아무튼 한국 사회에 경각심을 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가 밝힌 한국에서의 경험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몸담았던 공기업과 서울의 유수 대학에서도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공개되거나 가해자가 징계를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 관련 사건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은 10%도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얘기를 듣다가 문득 기자가 오래 출입했던 외교부 한 여성 서기관의 몇년 전 고백이 떠올랐다. 그는 상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성적 발언이나 신체 접촉을 한다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너무 놀란 기자는 여성가족부를 통해 부처별 성희롱 실태와 교육 상황을 취재했으나, 여성부는 “성희롱 관련 실태는 다 알 수 없으며, 부처와 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관련 교육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답변만 했다. 윤 전 대변인이 30년간 활동했다는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자들이 늘어나면서 ‘남녀 평등’이 이뤄지는 듯하지만 여전히 성희롱성 발언이나 행동이 적지 않다. 한 여기자는 “오랜만에 만난 상사가 나를 위아래로 이상하게 훑어보며 ‘살 좀 빼야겠다’고 말하는데, 내가 왜 그런 눈길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성희롱·성추행은 요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갑을 관계’와 ‘남녀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여, 만일 당신의 부인이나 딸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감히 누구 가족을….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모든 조치를 취해 단죄하겠다고 방방 뛸 것이다. 이런 태도의 절반이라도 남을 위해 갖는다면 적어도 ‘성희롱·성추행범’이 돼 망신을 당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chaplin7@seoul.co.kr
  • ‘한반도 비핵화’ 靑 외교력 시험대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6월 한 달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변화의 윤곽을 드러내는 중대 시기가 될 전망이다. ‘김정은 특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으로 대북 정책 조율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이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대북 압박에 공조하던 중국이 ‘대화 모드’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번 특사 파견 기간 중국은 과거 북·중 혈맹의 연장선상이 아닌 ‘북한 길들이기’의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란 기존 정책을 유지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 총정치국장 면전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한 가운데 중국 관영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북한이 6자회담 등 대화 참여 의사를 표명한 데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국이 북한 지렛대를 활용한 동북아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은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내외신 브리핑에서 북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미 있는 행동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대화와 억지를 두 축으로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앞세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와 북핵 시설의 동결, 궁극적인 폐기 등을 위한 한·미·중 공조 체제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 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등은 박 대통령 외교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관건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보낸 친서의 내용과 다음 달 7~8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으로 집약된다. 중국이 친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성의’가 담겨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특사 파견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체면을 살리는, 일종의 선물이라는 성격이 있다”며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며 북·미 대화를 원하는 북한의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의 힘에 이끌려 북한이 대외적으로나마 대화를 언급한 사실에 주목한다. 다소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 국면 전환을 꾀한다면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다시 꺼내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사설] 주한미군, 용산기지 기름유출 조사 응해야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기름 유출 조사에 미군 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용산기지 옆 녹사평역 일대에서는 현재 기름이 흘러나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다. 서울시는 주한미군 측과 미국대사관에 공동 조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각각 수차례 보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사유로 인해 안 된다는 통보조차 없으니 서울시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용산기지 기름 유출 사고는 2001년에도 발생했는데 당시에도 주한미군 측은 마지못해 조사에 응하며 오염원이 미군기지임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지 내부의 오염원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뒤에도 기름이 계속 유출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용산기지는 한강과 가까이 있어서 유출된 기름은 바로 강물을 오염시킨다.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 녹사평역 일대의 지하수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최고 2000배 가까이 검출됐다. 결국, 기름 유출로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기름에 오염된 기지 주변 토지가 1만 2235㎡쯤 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오염된 면적은 이보다 훨씬 더 넓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정화비용만 해도 58억원이나 들었다니 아까운 세금을 헛되이 쓴 셈이다. 주한미군의 안하무인 격 태도에도 손 쓸 도리가 없는 것은 미군에게 사실상의 치외법권을 준 한미행정협정(SOFA)의 불평등 조항 때문이다. 그동안 미군들의 몹쓸 범죄에도 SOFA의 형사재판권 관할 규정 탓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데 환경 문제에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불합리한 SOFA 규정은 미군의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이뤄진 것은 별로 없다. 계기가 있으면 떠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 이참에 재개정 논의에도 다시 불을 지펴야 한다. 환경 문제는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 간에도 협조가 잘되는 편이다. 범죄도 아닌 기름 유출 조사에 소극적인 이유를 우리는 납득하지 못한다. 주한미군은 속히 우리 측의 조사 요구에 응해 오염 원인을 밝히고 대책도 같이 마련하면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져야 한다.
  • “방폐장, 주민동의 얻으려 1만번 넘게 만났다”

    “방폐장, 주민동의 얻으려 1만번 넘게 만났다”

    방사능 강도가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저장하는 경주방폐장을 짓는 데만도 무려 19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권한을 얻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결국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내년 6월 준공을 앞둔 경주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해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3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는 연간 약 700t. 울진, 월성, 고리, 영광 등 4곳의 원전단지 내에 1만 2629t(2012년 기준)의 사용 후 핵연료가 임시 저장돼 있다. 이마저도 2016년부터는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의 관리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다음 달 중 민간 자문기구인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원전 선진국’으로 통하는 스웨덴은 사용 후 핵연료의 최종 처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웨덴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회사인 SKB의 스톡홀름 본사에서 만난 사이더 라우치 엔즈스트롬 부사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사용 후 핵연료 최종 처분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현재 SKB는 스톡홀름에서 차로 4시간 30분 떨어진 남부 오스카르스함에서 사용 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시설인 CLAB(Central Interim Storage for Spent Fuel)를 운영 중이다. 원전 10기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는 1만 2000t으로, 원전 내 저장소에서 약 1년간 저장됐다가 CLAB로 옮겨져 30여년간 냉각 과정을 거친 뒤 영구 처분장이 건설되면 그곳에 영구 매장될 예정이다. SKB는 영구 처분장 부지로 포르스마르크를 선정하고 현재 스웨덴 정부의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SKB가 처분장 건설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때는 2011년 3월 16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나흘 뒤였다. 스웨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엔즈스트롬 부사장은 “원전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주민 동의를 얻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기술적인 문제를 말하는데 주민들은 ‘물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느냐’ ‘나무 열매를 따서 먹을 수 있느냐’고 묻는 등 생각이 달랐습니다. 빈 양동이에 물을 채워 넣듯 (일방적인) 설득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2만명의 인구가 사는 지역에서 주민들의 회사로, 학교로 찾아다니며 “1만번도 넘게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소도시에 살며 학력 수준이 낮은 가임기의 젊은 여성들은 원전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반면 대도시 거주, 고학력의 50대 이상 남성들은 원전에 긍정적이다. 그는 반대 목소리에 주목하는 것이 안전한 원전 기술 개발에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원전 문제에 있어 (찬성하는) 남성은 ‘액셀러레이터’, (반대하는) 여성은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양쪽이 조화를 이뤄야 차가 잘 굴러갈 수 있죠.” 스톡홀름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용산 미군기지 기름 오염 해결 ‘깜깜’

    용산 미군기지 기름 오염 해결 ‘깜깜’

    서울 용산 미군기지 기름 오염 문제가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1년 기름 유출이 발견된 이래 12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용산기지 주변에서 오염이 확인된 지역은 녹사평역, 캠프 킴 지역으로 모두 1만 2235㎡에 이른다. 이 지역 정화를 위해 이태원광장, 용산구청 인근에 정화 시설을 설치해 정화 작업을 벌여 왔다. 그 비용만도 58억여원에 이른다. 문제는 제대로 대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미행정협정(SOFA) 때문에 용산 기지 안에 들어가 직접 조사하거나 정화시설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확인하고 정화하는 것은 기지 외곽을 따라 조사한 것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녹사평역과 캠프 킴 일대 7178㎡가 오염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정화비용도 서울시가 일단 처리한 뒤 중앙정부에 소송을 내 되돌려받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기지 내부에서 정화하거나, 적어도 서울시가 오염상황에 대한 조사라도 벌일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수차례 정부와 미군 측에 접촉을 시도했고, 결국 환경부는 다음 달 중 관련자들이 둘러앉아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한·미 환경분과위원회를 열자는 제안까지 보내둔 상황이다. 그렇지만 미군은 여전히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답변만 할 뿐 구체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오염과 추가 오염 가능성. 최악의 경우 정화하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릴 우려가 있어 지금이라도 추가적인 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영 토양지하수팀장은 “2016년 미군 기지가 반환될 예정이지만 그것도 가장 원만하게 진행됐을 때나 가능한 얘기”라면서 “그 기간 추가적 오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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