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한·미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물놀이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코닥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디젤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자살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4,433
  • “한·미 장병 희생으로 한국 번영… 후손에 가르쳐야”

    “한·미 장병 희생으로 한국 번영… 후손에 가르쳐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11일 “대한민국의 번영은 한·미 양국 장병의 희생에 힘입은 것”이라며 “이를 후손들이 잘 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이날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열린 ‘재향군인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 재향군인들의 희생이 위대한 동맹(한·미 동맹)과 대한민국의 번영을 낳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기념식에 참석한 한·미 양국 장병들에게 “여러분의 복무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서울을 둘러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며 “이는 바로 자유롭고 번영하는 국가”라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의 후손들이 이 점을 반드시 이해하고 재향군인들을 재향군인의 날에만 존경할 것이 아니라 언제나 존경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현집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 버나드 샴포 미 8군사령관(육군 중장)을 비롯한 한·미 양국 현역 장병과 예비역 군인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11월 11일을 공휴일인 재향군인의 날로 정하고 참전용사를 비롯한 예비역 군인들에게 해마다 감사하는 행사를 거행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전두환家 은닉 美재산 13억 국내 환수

    미국에 있던 전두환(84)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이 우리 정부로 돌아왔다. 이번 재산 환수는 부패한 고위 공직자 일가의 국외 은닉 재산을 국내로 환수한 첫 사례인 동시에 첫 한·미 형사사법공조 범죄수익 환수다. 이에 따라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2200억여원의 재산 추징이 확정된 지 18년 만에 추징금 환수율이 50%를 넘어서게 됐다. 법무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로레타 린치 미 법무부 장관이 만나 미국 정부가 몰수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 112만 6951달러(약 13억원)를 한국으로 즉시 반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7년 4월 2205억원 추징이 확정됐지만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집행시효 만료를 앞둔 2013년 6월까지 전체 추징금의 24%에 불과한 532억원만 환수됐다. 이에 법무부는 집행 시효를 연장했고, 미 법무부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국 내 은닉 재산을 동결해 달라고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이후 미 법무부는 이듬해 차남 재용(51)씨 소유의 LA 뉴포트비치 주택 매각대금과 투자이민채권 등 120여만 달러의 재산을 동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0일 기준으로 전 전 대통령의 전체 추징금 가운데 50.9%인 1121억원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은 재산의 환수 전망은 밝지 않다. 환수한 것 외에 검찰이 확보한 전 전 대통령 일가 재산은 930억여원에 이르지만 대부분 부동산이라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열린세상] 쌀, 지키기 쉽지 않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쌀, 지키기 쉽지 않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비밀이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초 TPP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 최경환 부총리는 국회에서 TPP 참여를 표명하면서 쌀은 양허 제외로 하고 계속 보호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진 상대가 있는 통상협상임을 고려할 때 그 발언은 좀 앞선 느낌이다. 비슷한 시기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그 느낌에 더욱 무게를 보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협상 타결 이튿날 첫 TPP 홍보 외부 활동을 가졌는데 다른 곳이 아닌 농무부를 찾았다. 거기서 농무부 장관을 배석시키고 농업계 인사들에게 TPP가 미국 농업의 세계시장 개척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미국 농산물 시장 확대가 TPP의 관심 사항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한국 뜻대로 될 수 없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2013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농업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를 공언하며 일본의 TPP 참여를 선언했다. 여당인 자민당은 쌀을 포함한 5개 농산물을 ‘성역품목’으로 정하고 보호 의지를 피력했다. 그런데 협상 결과는 쌀의 의무수입 물량 확대였다. 일본은 1999년 쌀 관세화 협상에서 연간 의무수입 물량을 76만 7000t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번 TPP 협상에서 미국에 7만t, 호주에 8400t 등 총 7만 8400t에 이르는 10%가 넘는 의무수입 물량을 추가 제공했다. 특히 추가 물량의 실제 수입 보장을 위한 세밀한 장치까지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연 6회 수입 입찰을 하되 전반부 3회 입찰 후 의무수입 물량 수입 실적을 점검한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수입 실적이 목표 수준 이하일 경우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협의하도록 규정했다. 추가 물량을 일본이 반드시 수입하도록 하겠다는 미국과 호주의 의지가 반영됐다. 일본의 정치권 공언과 최종 협상 결과를 보면 ‘쌀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41만t의 의무수입 물량을 가진 한국에 일본과 같은 기준을 앞으로 적용한다면 최소 4만t 이상의 추가 물량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과잉 공급이 초미의 과제인 한국 쌀 산업에 주는 영향이 적지 않다. 한국 쌀은 현재 관세화 이행 협상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쌀 관세화를 발표하고 관세 수준 513%를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했다. 지금 이 관세 수준을 두고 이해 관계국과 검증 절차에 있는데 미국과 호주가 강력한 상대다. 물론 진행 중인 관세 수준 협상과 앞으로 올 TPP 가입 협상은 별개다. 하지만 한국이 TPP 가입에는 적극적이되 쌀 추가 개방은 불가라는 입장을 밝힐수록 이해 관계국은 두 협상을 연계할 것이다. 두 협상 모두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TPP 가입을 검토한다면 쌀은 지키겠다는 일방적 선언보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준비가 중요하다. 올해도 쌀은 ‘풍년의 역설’을 경험하면서 과잉 공급 문제가 가중된다. 쌀을 사료로 활용할 것까지 고려할 정도로 정부 고민이 깊다. 그런데 하나 반가운 일은 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쌀 검역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거대 쌀 수입국이 되고 있다. 한국 쌀의 가격 경쟁력이 취약하지만 중국 길이 열려 고품질·친환경 생산 전략으로 나간다면 기회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궁극적 대책은 못 되겠지만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반세기 이상 지속된 쌀 중심 기술개발 정책으로 쌀은 100% 기계영농이 가능한 유일한 품목이다. 농업 노동력이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쌀 생산 집중은 필연적이다. 직접 지불이라는 쌀 중심의 소득정책 역시 쌀 생산 집중을 유도한다. 이처럼 쌀 생산 집중을 유도하는 기술과 정책 구조를 가진 채 과잉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대체 작목 기계화 기술개발로 고령 노동의 작목 전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영세 고령 농가에는 일반 복지정책 도입을 통해 쌀 중심 소득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참여국의 국내 비준 절차로 TPP가 실제 발효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TPP 참여를 검토한다면 이 동안에라도 기술과 정책 조정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 “美정부 내 ‘한국 中경사론’ 우려 없어…트럼프 안보 무임승차론 대응 불필요”

    “美정부 내 ‘한국 中경사론’ 우려 없어…트럼프 안보 무임승차론 대응 불필요”

    “미국 정부 내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없습니다.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은 미 보수층 일부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니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 출신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한국학 부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한국 민주화에서의 반미주의’ 발표회에 앞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최근 제기된 한국의 중국 경사론과 안보 무임승차론에 대해 이렇게 명쾌한 의견을 제시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미 정부 내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일본 측 입김이 작용하는 워싱턴 일부 싱크탱크에서 나오는 얘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의 강한 관계를 원할 뿐 아니라 미국도 중국과 강한 관계를 원한다고 밝힌 만큼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택일해야 할 이유도, 방법도 없다”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미·중 양쪽의 구애를 받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그때그때 국익을 고려해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보다 작은 싱가포르는 미·중 사이에서 택일이 아니라 양쪽을 잘 활용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다만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가 아니라 역사적·국제법적으로 볼 때 중국이 인공섬 건설 등 너무 나가고 있으니 미국·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최근 대응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제규범을 중시하고 따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트럼프가 주장하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유약해서 외국으로부터 손해만 보고 당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일부 보수층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해외 군대 주둔은 군사·외교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열린세상] 국가의 위상과 외교력의 간극/이호령 한국 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열린세상] 국가의 위상과 외교력의 간극/이호령 한국 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최근 남중국해 중국의 인공섬을 둘러싼 미·중 간의 대립과 아세안(ASEAN) 확대국방장관회의에서 보인 아세안 국가들의 분열과 미·중 간의 입장 차이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관을 가진 홉스의 현실주의 돋보기로 보는 21세기 같아 보인다. 일본 안보법제 통과 이후 일본 자위대의 작전범위 등을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과 47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종료 후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국제법에 근거한 동맹론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시기와 후진타오의 화평굴기(和平?起)에 이은 시진핑의 신형대국론에 기초한 중국몽은 지난 9월 대규모의 전승 70주년 열병식을 통해 가늠해 보면 경제굴기와 군사굴기를 통해 꿈의 실현을 더 적극적으로 추구해 나갈 것으로 예측되는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중 간 이해 충돌의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5년 연속 국방비를 두 자릿수로 대폭 증강해 최첨단 무기 개발 및 군사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을 완료해 이에 대한 12해리 영해권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 남중국해에서 가상 적국을 가정한 실탄훈련 실시는 중국과 영토 분쟁 상태에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아시아 중시 정책을 내세우며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는 해양 세력인 미국의 대립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러한 녹록지 않은 국제 정세는 한국 외교에 대한 국내외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압박의 기저에는 두 가지 개념이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절대 개념의 안경을 끼고 미·중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주권’의 과민 반응이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우리 국방의 직접적 위협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같이해 온 60년 넘는 동맹 국가로 포괄적 전략 동맹관계를 심화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은 바로 이웃하고 있는 상호 의존도가 높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관계의 내실화를 발전시키고자 노력을 해 오고 있는 국가다. 그런데 이 중 어느 국가인가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외교정책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급급한 약소국의 편승 외교에 불과하다. 우리는 2014년 국력이 주요20개국(G20) 중 9위를, 2015년 포브스의 글로벌 2000개 기업의 보유 숫자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다음인 5위를 차지하는 중견 국가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의식에는 어느 국가에 편승해야만 이익을 보다 높일 수 있다는 사고가 여전히 잔존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중국 경사론’에 대한 우려와 ‘눈치 보기’ 외교 등의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 일본 안보법제 통과에 따라 유사시 한반도 불안정 사태에 따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놓고 사전에 우리 동의를 얻어야 하는 주권 범위에 대해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일본 방위상이 남한 지역으로 제한한다는 발언과 이어 47차 한·미 SCM에서 주권 범위는 국제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미 국방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가중되는 핵위협과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어떻게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것인가보다는 ‘주권’의 해석 범위를 놓고 3자 간의 균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련의 이러한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국력과 외교력 간의 간극이 여전히 크지 않나 싶다. 우리의 힘을 과대 평가해 우를 범하는 것도 문제다. 스스로 과소 평가해 실기를 범하지 않는지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국익을 보호하고 증대시키려면 외교적 수사보다는 정공법이 때로는 더 효과적이고 필요하다. 우리가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정답을 듣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정답을 구하고자 힘과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21세기는 손실보다 이익의 파이를 키우고자 협력을 추구하는 논제로섬 게임의 장이다. 제로섬 게임의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 국가의 위상에 맞게 당당하면서도 섬세한 외교를 펼쳐 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서울광장] 미·중 패권 전쟁, 남중국해의 정치·경제학/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중 패권 전쟁, 남중국해의 정치·경제학/오일만 논설위원

    남중국해는 지금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의 장이 됐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과 해양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국가 전략이 부딪치면서 엄청난 파고가 넘실거린다. 양국은 ‘항행의 자유’니 ‘주권 침해’니 하며 국제법 조항을 들먹이지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국제질서는 힘의 논리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 미·중의 충돌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이는 2011년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한 순간부터 예정돼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은 2001년 9·11사태 이후 중동 지역에 깊숙이 발을 들여 놓았다가 깊은 수렁에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패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중국은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 됐고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위기에 처한 미국이 아시아 패권 탈환을 위해 구상한 것이 바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다. 반면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 힘과 덩치를 키운 중국은 전후 미국이 만들어 놓은 세계 질서를 불편해했다. 군사 안보적으로 시시각각 조여 오는 미국의 대중 포위망이 중국의 근본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은 중앙아시아에 미군 기지를 구축했고, 중국과 바다를 맞대고 있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중심으로 군사동맹 복원을 시작했으며, 태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은 한·미·일 3국 군사협력 체제로 포위망을 가동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런 포위 전략을 무너뜨리기 위한 회심의 전략이 바로 남중국해 인공섬 구축이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2가 지나는 길목을 막아서는 중국을 미국이 어찌 가만 두고 볼 것인가. 지난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미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비공식 만찬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격한 입씨름을 벌였고 급기야 지난달 27일 군함을 보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모든 정책의 기준은 국익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어떤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기획한 국가 전략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전면에 나섰지만 정작 막후 연출자는 미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의 재무장이 미국의 국익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종전 후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은 새로운 미·일 동맹의 탄생을 알리는 출범식이다. 일본의 재무장 뒤에는 미국의 ‘아시아 안보질서 재편’이라는 큰 그림이 걸려 있다. 욱일승천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20년 전인 1995년 조지프 나이가 구상한 ‘나이 이니셔티브’가 토대가 됐다. 미·일 동맹의 역할을 ‘대소(對蘇) 봉쇄’에서 ‘세계의 안정 유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던 아베 정권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 일본의 재무장 전략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경제적으로 휘청거리는 미국은 다른 특혜를 줬다. 바로 아베노믹스다. 일본 중앙은행이 거의 무제한 엔화를 찍어 내면서 엔화 절하를 인위적으로 추진하는데도 미국은 한마디 경고도 하지 않았다. 중국의 위안화나 유럽연합(EU)의 유로화를 대하는 태도와 사뭇 다르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야 재무장이 가능하고 그래야 아시아 패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속셈이 있는 것이다. 기축 통화국 미국이 화끈하게 일본 경제를 살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의 노림수는 또 있다. 바로 군수산업의 부흥이다. 지난해 ‘무기수출 금지 3원칙’을 폐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어림없는 일이다. 미쓰비시나 가와사키중공업 등 이른바 ‘전범기업’들이 세계 무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변국들은 정교한 전략을 갖고 움직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또 남중국해 분쟁에 ‘울며 겨자 먹기’로 끼어들게 생겼다. ‘미국의 요청’을 받아 ‘항해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미국 편에 선 것이다. 중화부흥을 꿈꾸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중국이나 자신들이 구축한 세계 질서를 지키려는 미국과 우리의 국익은 분명 다를 것이다. 양국의 패권 다툼 과정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작금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의 국익은 늘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oilman@seoul.co.kr
  • TPP가입 땐 車·철강 ‘맑음’… 전자·공기업은 ‘흐림’

    TPP가입 땐 車·철강 ‘맑음’… 전자·공기업은 ‘흐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정문이 5일 공개됨에 따라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라진 TPP의 파급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협정문 30개 부문(챕터)에는 한·미 FTA에 없던 ▲국영기업 ▲협력 및 역량 강화 ▲경쟁력 및 비즈니스 촉진 ▲개발 ▲중소기업 ▲규제 조화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美시장서 日과 車·전자부문 경쟁 심화될 듯 산업통상자원부는 TPP와 이미 체결한 FTA를 비교할 경우 자동차는 한·미 FTA의 관세가 더 높은 수준으로 철폐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승용차 5년 내, 화물차 10년 내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지만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승용차 25년, 화물차 30년 등 최장 30년에 걸쳐 철폐하도록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의 자동차 시장을 상당히 보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계, 전기·전자 분야는 미국이 일본에 대해 대다수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해 준 것과 달리 한·미 FTA는 일부 가전제품이 10년에 걸쳐 철폐하게 돼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동남아 FTA로 체결돼 있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할 경우 자동차, 철강 등에서 최대 70%에 달하는 고관세 철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서비스·투자 시장과 정부조달 시장의 개방 폭이 확대되고 이미 상당 부분 선진화돼 있는 지식재산권, 전자상거래 등에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의 수출과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상거래·지재권 中企 수출 확대 예상 전자상거래와 정부조달 분야는 일본, 멕시코, 브루나이, 베트남 등이 이미 체결한 FTA에서도 수용하지 않았던 높은 수준의 전자상거래 규범을 TPP에서 수용했다.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할 경우 경쟁력 있는 우리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국영기업과 환경(수산보조금),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SPS), 지재권 등은 한·미 FTA보다 의무 규정이 강화됐다. 한·미 FTA 경쟁 챕터에서 따로 뺀 국영기업 부문은 관련 공기업들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협정문은 국영기업을 정부가 50% 이상을 소유하거나 의결권 50% 이상의 지배력을 가진 곳으로 규정했다. 해외에서 공기업이 무역 활동을 할 때 정부가 지원을 통해 상대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경우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지재권에서 논란이 많았던 신약 시판 허가는 원개발자의 자료를 최소 5년간 보호하고 생물의약품은 8년에 상당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복제약 개발이 많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하지만 특허권, 저작권, 영업비밀 등에 대한 지재권 강화는 안정적인 교역과 투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미, 아파치 가디언 출고식

    한·미, 아파치 가디언 출고식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 있는 보잉사 공장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육군 대형공격헬기 ‘아파치 가디언’(AH64E) 출고식에서 백윤형(오른쪽·공군 준장)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이 미군측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사청은 2018년까지 1조 8400억원을 투입해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 제공
  • 이도, 구본창 사진집 출판기념 특별전시 연다

    이도, 구본창 사진집 출판기념 특별전시 연다

    Lifestyle Total Living & Art 문화기업 ㈜이윤신의 이도(이하 이도)에서 운영하는 이도갤러리(yido gallery)는 11월 5일(목)~11월 27일(금)까지 <구본창 사진전 – 백자의 시간>展을 개최한다. 구본창은 보도사진이나 살롱풍의 사실주의 사진이 주류를 이루었던 1980년대 한국 현대 사진계에 ‘예술 사진’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작가로 평가 받는다. 작가는 ‘숨(Breath)’, ‘탈(Masks)’, ‘태초에(In the Beginning)’, ‘상자 시리즈’, ‘Chasse Roue’, ‘White’ 등의 다양한 사진 연작을 통해 ‘시간’과 ‘사진’의 속성을 실존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백자’ 시리즈는 ‘탈’ 시리즈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이번 11월 5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도갤러리에서 선보이는 ‘백자의 시간’展은 11월 5일 이도 출판사업부에서 발행하는 사진집 『白磁, White Vessels』에 수록된 백자 시리즈 가운데,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면밀히 드러낸다고 평할 수 있는 대표작 30여 점을 발표하는 기념 특별전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뜻 깊은 전시다. 수공예 도자의 가치를 지향하고, 새로운 Art & Living 문화를 이끌어 가는 문화기업 이도에서는 그간 우리 생활 문화의 전통을 현대에 되살리고 나아가 한국 도예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로서 전시, 교육, 공연 등 다원화된 문화예술 서비스를 대중들에 제공해왔다.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유통망을 개발함으로서 공예 시장의 활로를 개척하고, 음식과 공예 문화의 접목을 통하여 우리 생활 문화 전반을 아름답고 품격 있게 가꾸는 데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본창 사진집 『白磁, White Vessels』 출판은 위와 같은 일련의 프로젝트와 같은 맥락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 도자 전통의 근본이 되는 조선 백자를 다시금 조명함으로서 도자가 지니는 현대적 의의와 그것이 ‘오늘날 우리 생활 문화 속에 어떻게 녹아 들어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을 출판의 형식을 통해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전하는 것이 이번 사진집 간행의 취지이다. 내달 출판되는 이 사진집은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The Museum of Oriental Ceramics) ▲동경의 일본 민예관(The Japan Folk Crafts Museum) 그리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The National Museum of Korea) ▲삼성미술관 리움(Leeum Samsung Museum of Art) ▲프랑스 기메 미술관(Musée Guimet)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등 전 세계의 백자 컬렉션을 찾아 다니며 10여 년에 걸쳐 촬영한 구본창의 백자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구본창의 백자 사진 아카이브’로 표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술사가 김홍남(煎국립중앙박물관장), 사진비평의 이영준(계원예술대학교 교수), 미국의 사진비평가 Vicki Goldberg 등 전문성 있는 문화예술비평가의 작품에 대한 미학/예술사적 조명이 곁들여 지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다. 이와 더불어 구본창과 여러 차례 전시와 작업을 함께 했었고,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알려진 일본의 그래픽디자이너 야마구치 노부히로가 이번 사진집의 디자인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구본창 사진전에는 오픈일부터 ▲김홍남(前국립중앙박물관장) ▲이영혜(디자인하우스 대표) ▲진태옥(패션디자이너) ▲김창한(국제갤러리 대표) ▲이남식(계원예술대학교 총장) ▲허동화(한국자수박물관장)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전시를 맡은 이도 관계자는 “도자(백자)는 인류의 탄생 이래, 인간과 함께 한 가장 오래된 예술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도자는 유구한 역사와 문명사적 흐름을 꿰뚫는 가장 탁월한 존재다. 구본창은 이러한 백자를 ‘사진’이라는 사실적이고 기계적인 매체를 이용하여, 도자 이미지에 내포된 ‘시간’, ‘기억’, ‘전통’의 의미를 재해석해낸다.”며 “조선시대 장인들의 멋스러운 절제의 흔적, 우리 민족의 숨결을 머금고 여유로운 빛을 발하는 문화유산인 백자의 아름다움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고, 이를 우리 곁에 살아 숨쉬게끔 재탄생시키고 있는 구본창의 백자 사진을 통해, 우리 문화 속에 대대로 전해 오고 있는 독특한 미적 감수성과 그 예술적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구본창 사진전 백자의 시간展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전화(02. 741. 0724 / 02. 722. 0756)로 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 분석] ‘남중국해’ 미국편 든 韓국방… 한국 기조 변화왔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미·중 당국자 앞에서 미국의 손을 분명히 들어주며 일각에서는 우리 외교 기조에 변화가 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 한·중 정상회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여 준 G2(미·중) 사이 균형 외교가 남중국해 갈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입장은 다르다. 외교는 ‘중립’을 표방하더라도 안보는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정부 기조가 그대로 드러난 것일 뿐이란 평가다. ●정부 관계자 “韓국방 발언 기존 입장” 대부분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한 장관의 발언에 새로울 게 없다고 말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5일 “한 장관의 발언은 기존에 정부가 여러 차례 밝힌 입장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남중국해 내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는 어느 나라나 다 얘기하고 있다”며 한 장관 발언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한 장관 발언이 새삼 주목을 받은 것은 최근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이 문제가 미·중 간 최대 갈등 요소로 떠오르자 우리 정부는 관련 입장을 밝히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외무성은 아베 신조 총리가 회담에서 이 문제를 꺼냈다고 공개했지만 청와대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이에 정부가 남중국해 문제를 애써 외면하며 힘겹게 ‘전략적 중립’을 이어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안보 이슈의 성격도 강한 만큼 국방부에서 균형적 입장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얘기다. 외교는 한·미, 한·중 관계가 ‘윈윈’할 수 있지만 안보는 결국 적과 동지가 구분될 수밖에 없는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안보 이슈에 중립을 지킨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국자는 “ADMM이 지역 안보 회의인데 남중국해 문제보다 긴박한 안보 이슈가 어디 있느냐”며 “당연히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21일 ASEAN 회의서 재거론 가능성 비슷한 상황은 이달 예정된 다자회의에서 다시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안보 이슈를 주로 다루는 오는 21~22일 동남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재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 중립 유지는 전략상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선택이 필요한 국면이 가속화, 강화될 텐데 언제까지 이런 식의 균형이 먹힐지 모른다”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日 등 일부 국가 관세 철폐율 100%… TPP 가입 필요성 커졌다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 12개국 가운데 뉴질랜드가 처음으로 5일 협정문을 공개한 가운데 TPP 협정 내용이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한·미 FTA 시장 개방 수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가 공개한 30개 챕터로 구성된 TPP 협정문은 관세 철폐율이 95~100% 수준으로 한·미 FTA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었다. 한·미 FTA에서 우리나라의 관세 철폐율은 품목 수 기준 99.8%였으며 미국은 100%였다. 호주 등 8개국은 한·미 FTA보다 더 높은 100%의 관세 철폐율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산품의 경우 호주, 멕시코를 제외한 일본 등 TPP 10개국이 장·단기에 걸쳐 관세를 100% 철폐하기로 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수출 주도의 경제정책을 펼쳐 나가는 우리나라로서는 TPP 참여국 간의 높은 시장 개방률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TPP 가입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비관세장벽 완화로 해석되는 서비스 분야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국영기업 우대 금지 등의 규범은 한·미 FTA보다 대폭 강화됐다. TPP 협정문은 국영기업에 대해 정부가 50% 이상을 소유하거나 의결권을 가져 지배력을 갖는 기업으로 보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무역 보복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 공기업들은 불리해질 수 있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30개 공기업은 물론 미국이 폭넓게 유권해석을 할 경우 국책은행의 부실 은행 지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비사회주의국가에서 공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며 “최대 60개 기업이 TPP 국영기업 지원 금지 조항에 걸릴 수 있는 만큼 국내외 환경이 TPP 제도를 수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산보조금에 대해 포괄적 금지 조항이 들어감에 따라 정부가 농어업 분야에 지원하던 비과세 혜택 지원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기계류 등 부문에서의 시장 쟁탈전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자상거래(디지털) 제도를 활성화하는 내용은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앞서 있는 우리나라가 추후 TPP에 가입할 경우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노형 고려대 법대 교수는 “전자상거래 무역과 국영기업 등에서 한·미 FTA 수준 이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상당 수준 선진화된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공개된 협정문을 토대로 국내적으로 법 제도를 정비한 뒤 가입하면 실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불리한 조항에도 불구하고 TPP 참여국이 생산한 중간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 경우 그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인정해 주는 완전 누적 원산지 제도 등 TPP 효과를 누리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이 본격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TPP 협정문 분석 태스크포스를 즉시 가동하고 6일 통상추진위원회를 열어 분석계획을 논의하는 등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통상절차법상의 절차를 거쳐 국민 공감대를 형성한 뒤 국익 극대화 시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첨예한 난사군도 분쟁 능동외교로 헤쳐 가야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제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행, 상공(上空)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과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고위 인사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 책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우리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주지하다시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의 파고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건설 중인 중국의 인공섬 인근 12해리(22㎞) 이내로 구축함을 진입시키자 중국은 군함 두 척을 긴급 투입해 무력 시위로 맞대응할 정도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남중국해를 장악해 해양 대국의 꿈을 키우는 중국의 국가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함에도 중국이 암초에 매립 공사를 해 인공섬을 만드는 것은 해양 질서의 변경을 시도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문제의 해역이 자신의 영해라는 일방적인 중국의 주장에도 논리의 모순이 있다. 그렇다고 분쟁 당사국도 아닌, 미국이 공해상의 ‘자유통항권’을 앞세워 상선이 아닌 군함을 보내 무력 시위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도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논쟁 거리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더욱 거칠어질 것이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할 외교안보 사안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우리 외교가 진퇴양난인 것만은 분명하다. 남중국해 분쟁 당사자도 아닌 우리로서 제3국의 분쟁, 그것도 강대국의 첨예한 패권 다툼에 개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더욱이 어느 한 편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논란의 소지가 많다.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한·미 동맹의 편에 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느 쪽이 국익을 위한 길인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남중국해는 우리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해상 통로인 만큼 이 해역에서 분쟁의 파고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자신들의 군사백서에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고 일본 역시 중국을 주적 개념으로 격상시킨 지 오래다. 우리는 다르다. 우리와 군사동맹의 관계인 미국이나 중국과 대적하는 일본의 국익이 우리와 똑같을 수는 없다. 우리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있고 북핵 등 북한 문제에 협조해야 할 사안도 많다. 경제적으로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인 중국의 입장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소극적이고 수동적 외교를 펼치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 당당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우리가 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기보다는 국제 규범과 순리에 따라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해결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능동외교의 본질일 것이다.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외교전문가 이규형 삼성경제硏 고문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외교전문가 이규형 삼성경제硏 고문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같은 달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 지난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같은 달 16일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이달 1~2일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등 굵직굵직한 외교적 이벤트가 잇따라 열렸다. 특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 등 동북아 외교안보 현안을 비롯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주중·주러 대사를 지낸 이규형(64)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을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및 현안에 대해 들어 봤다. →역사 인식과 영유권 문제 등으로 공전을 거듭하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재개됐다. 의미와 성과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3년 반 만에 3국 정상회의가 재개된 데 의의가 있다.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얻은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간 회의를 열 수 없을 정도의 악화된 관계에서 최소한 같이 만나 여러 주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뒤, 그중 합의 내용을 공동선언문으로 만들어 낸 3국 정부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회의를 제안해 성공시킨 주최국 한국의 역할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구체적인 성과는 역시 경제 부문의 협력증진 모색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3국 간 FTA 협상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 눈에 띈다. 3국 정상회의가 정체돼 있는 동안 한·중 FTA가 서명돼 발효를 앞두고 있고,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타결했기 때문에 3국이 직접은 아니더라도 미국이나 동남아시아를 매개로 서로 느슨한 연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직접적인 경제 협력의 틀을 공고히 하는 데 3국 정부가 거듭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도 의미가 있다. →3국 정상회의에서 한·중 양자회담의 결실을 꼽는다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해 온 두 나라 경제·통상 관계의 내실화를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회담으로 기록될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한국 쌀과 삼계탕 수출이 가능하게 된 점, 한·중 FTA 조속 발효를 위한 상호 노력, 상하이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합의, 특히 우리 정부가 중국 채권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한·일 정상회담은 의미도 있었지만 한계 역시 드러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에 정상회담이 처음 열리게 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양국이 과연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이룩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위안부 문제의 타결을 위해 협상을 가속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과연 어떤 내용의 해결 방안이 빠른 시일 내에 타협될지 미지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학자의 견해대로 이번 회담은 양국 정상 간 대화의 시발점으로 앞으로 계속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해 주었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참석이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감안해 오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참석을 어렵게 결정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박 대통령이 참석하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항일전쟁 승전 기념에 항일 공동투쟁 경험이 있는 한국의 축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가원수가 참석한 것은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 같은 입장을 미국 측에 잘 설명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전승절 행사에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갔다.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내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고 해도 아마 가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나라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방중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김정은으로서는 베이징을 방문하기는 해야 한다.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안정됐다고 생각하면 내년 중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 북·중 관계에 그런 조짐이 보인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가면 북·중 관계 회복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지난 7월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이 시도됐다.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서 한·중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두 나라 관계 발전을 논의하는 ‘1.5트랙 대화체제’의 출범에 대표로 참석했는데. -지난해 7월 시진핑 주석이 방한해 박 대통령과 합의한 지 1년 만에 열렸다. 한·중이 맞닥뜨릴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선 과거와 같이 소수 정책 결정자의 역량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이젠 민간의 참신한 아이디어 제공이 필수다. 그런 만큼 ‘1.5트랙 대화’는 정부 간 대화와 민간 대화의 장점을 모두 흡수하는, 다시 말해 정부의 추진력에 민간의 유연함을 더하자는 것이 목표다. 1.5트랙 대화의 구성은 두 나라 외교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전직 고위 관리와 외교·안보·경제·언론·문화·학술 분야의 민간 전문가 등 각각 10명씩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사론(傾斜論)’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에 비해 국가 지도자 회동 등 중국과의 접촉이 많아 그런 인상을 주는 것 같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여섯 번이나 만났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아주 가깝다 보니 1년 동안 두 나라에서 1000만명이 오가는 등 경제 및 인적 교류가 매우 많다. 지난해 양국 간의 교역량도 2354억 달러(약 268조원)에 이른다. 미국(980억 달러)과 일본(950억 달러)보다 2배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북핵이나 탈북 등 북한에서 발생한 문제, 동북아 외교안보 현안 등을 놓고 한·중 간에 자주 만나다 보니 가까운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실상을 알면 ‘중국 경사론’은 전혀 타당한 지적이 아니다.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이 최근 들어 부쩍 ‘힘자랑’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중국의 국력이 세졌는데 그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새로운 환경 속에 자기 능력에 맞는 행동을 할 때(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를 말한다. 중국이 국력에 상응하는 역할, 즉 인류 번영에 지원한다면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올해 말 출범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합목적적으로 운용된다는 평가를 받느냐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7%를 유지하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6.9%로 떨어지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0조 달러를 넘는 나라가 6.9% 성장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물론 서방에서 중국 통계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설령 성장률이 6.5%라고 하더라도 일자리 창출 등에 별 문제가 없고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중속(中速)성장을 목표로 하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및 지방정부 부채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이를 잘 극복해 연착륙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 지도자들 못지않게 미국 지도자들과도 많이 만나 한·미 관계를 튼튼히 했다. 지금 한·미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나. 주한 미군 분담금 문제도 원만히 해결됐고 원자력 협정, 미사일 사거리 조정 문제 등도 타결됐다. 특히 무기 수입 때 미국에서 사들여 오고 있다. 한·미 간에는 문제가 없다. 미국 입장에서 동맹은 일본처럼 ‘유착’돼야 한다고 보고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한·미 관계를 아베의 미·일 관계처럼 하지 못하는 데 대해 조바심을 갖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일제 식민지, 남북 분단 및 대치 상황, 중국과 같은 이머징(신흥국) 국가 등 한국이 처한 위치가 일본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을 통해 미국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신흥국과 남북 분단 등의 다른 요소를 갖고 있는 데서 양국 간에 오는 간극이 있다. 우리가 처한 이런 위치를 미국 측에 자꾸 거론해 설득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관계가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도 남북 관계뿐 아니라 대외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남북 관계의 교착으로 한·미 관계 및 한·중 관계 등 우리 외교에도 제약이 많다. 남북 관계는 정권적 차원이 아니라 민족 화합적 차원에서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는 마땅히 응징하는 스탠스도 있어야 한다.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협력증진 방안’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어떤 얘기들이 오갔나.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권력 기반이 공고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김정은 정권의 3년 동안 권력 공고화 작업이 끝나 남북 관계, 북·중 관계 등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가져가려고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모처럼 남북이 만나 이산가족 상봉 등이 담긴 8·25 남북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규형 고문은… ‘외교관의 꽃’ 주중·주러 대사 역임 40년 가까이 현장을 누벼 온 외교관 출신이다.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 들어간 뒤 유엔과장, 주유엔 공사 참사관, 국제기구정책관, 주중 공사, 방글라데시 대사, 대변인, 제2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외교관의 꽃’인 4강 대사를 두 번(주중·주러)이나 지냈다. 주중 대사 시절 중국 전통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경극(京劇) 외교’를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1999년부터 3년간 주중 공사로 근무할 때 주재국 중국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경극을 배우기 시작했다. 노래와 춤과 연극이 혼합돼 있는 경극은 고음이 많아 중국인들도 배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경극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2011년 대사로 부임한 이후에도 틈나는 대로 실력을 갈고 닦았다.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고 심복 마속의 목을 베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과정이 묘사된 ‘실가정’(失街亭) 등 경극 10곡을 ‘완창’해 낼 정도로 실력이 빼어나다. 이 덕분에 어렵고도 미묘한 중국과의 외교전에서 ‘필살기’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외교 당국을 포함한 각종 모임에서 경극을 한 대목 들려주면 아무리 어려운 자리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1985년부터 4년간 주일 1등서기관으로 근무했으며, 2007년부터 3년간 주러 대사를 지내는 등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에 정통하다.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할 때 유엔과장으로 실무를 담당했다. 대변인 시절이던 2005년 첫 시집인 ‘때로는 마음 가득한’을 펴낸 데 이어 2009년에도 ‘또다시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 “TPP, 한·미 FTA보다 높은 수준 개방”

    뉴질랜드가 5일(현지시간) 자국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를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정문 전문을 참가 12개국 가운데 가장 먼저 공개했다. 다른 참가국들도 조만간 차례로 협정문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가 공개한 TPP 협정문은 본문과 4개의 부속문서로 이뤄진 10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이다. 본문은 전문과 3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본문에는 국가별 관세 철폐계획과 세이프가드 조항, 원산지 조항 등이, 부속문서에는 국가별로 TPP 적용에서 배제되는 영역을 정의한 불합치조치가 들어 있다. TPP의 시장 접근 분야의 경우 관세가 즉시 철폐부터 최장 30년 철폐를 통해 최종 95~100%(품목 수 기준)의 자유화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품목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 철폐율(98~100%·품목 수 기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TPP에는 한·미 FTA에는 없는 국영기업, 협력 및 역량 강화, 경쟁력 및 비즈니스 촉진, 개발, 중소기업, 규제 조화 등의 장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12개국이 참가한 TPP는 지난달 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TPP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범부처 ‘TPP 협정문 분석 태스크포스’를 즉시 가동해 세부 내용을 정밀 분석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시론] 다시 시험대에 선 박근혜 외교/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시론] 다시 시험대에 선 박근혜 외교/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임기 후반 박근혜 정부의 실용외교가 정착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남북한은 8·25 합의대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을 성공리에 마쳤고, 민간 교류도 확대될 전망이다. 3년 6개월 동안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도 재개됐다. 박 대통령은 중국 경사론 우려에도 불구하고 9월 3일 열병식 참석으로 중국의 한·중·일 회담 참가 약속을 받아 냈다. 10월 16일 워싱턴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대로 냉각된 한·일 관계를 복원시켰다. 11월 1일 한·중·일 정상은 매년 3자회담 정례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북한 비핵화 촉구와 6자회담 재개라는 상당한 성과를 일구어 냈다. 박 대통령의 뛰어난 외교 행보는 동북아 지역 리더로서 이미지를 국내외에 각인시켰다. 한·일, 한·중 양자 간 회담도 성과가 적지 않았다. 한·일 정상이 3년 5개월 만에 만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위안부 해법을 포함해 한·미·일 안보협력,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와 일본인 납치 문제, 양국 청소년 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제를 다루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위안부 문제를 인식하고, 조기에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직접 국회를 방문해 한·중 FTA 비준을 촉구했다. 한·중 경제협력을 중국 내륙,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기반시설 연결과 무역투자 확대, 제3국 시장 공동개척 등 구체적인 협력안도 나왔다. 거대한 대륙을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 개방을 유도하는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만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3대 외교정책으로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본격적으로 시동된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더 늘었다. 만남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 외교의 시험대는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미국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의 해양 진출 반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담은 미·중 간 정면충돌로 공동선언문조차 내지 못했다. 남중국해 진출에 반대하는 미국·일본·필리핀과 중국·캄보디아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주요 2개국(G2) 체제에 낀 한국은 언젠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한국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 진입에 한국의 사전 동의 전제만으로 미·일 양국을 설득할 수 없다. 북한 미사일이 주일 미군 기지를 공격해 미군, 자위대, 민간인 살상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 자위대는 북한을 원점 타격할 수도 있다. 일본의 안보법제 통과 이후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한국군과 주한·주일 미군, 일본 자위대 간 공조와 역할을 확인해야 한다. 씨름판 한복판으로 걸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한·일 간 최대 쟁점인 위안부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일단 성과였다. 그러나 내년 선거 일정과 평균 연령이 90세인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타결을 시도해야 한다. 한·일 양국 정상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 외교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 말고 다른 방안이 없다. 북한의 위험한 실험은 당분간 유예됐지만,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조만간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첩첩산중을 어떻게 헤쳐 갈 것인가. 내정과 달리 외교 면에서 국책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 신중히 판단하되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지켜 나갔으면 한다. 첫째, 한국의 국력은 구한말 수준이 아니다. 중견국 한국의 위상을 가지고 자신감 넘치는 동북아 외교를 주도해야 한다. 둘째, 미·중 G2 체제에서 나 홀로 한국은 버겁고 위태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손을 잡는 것이 훨씬 낫다. 위안부 해법에 매달리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 셋째, 한국의 외교 입지 확대와 유연한 대응을 위해 한·중·일, 한·미·일 등 다자간 네트워크를 적극 추진해 가는 것이다.
  • 리퍼트 美 대사 해군특수전전단 창설 60주년 축하

    리퍼트 美 대사 해군특수전전단 창설 60주년 축하

    마크 리퍼트(왼쪽) 주한 미국대사가 4일 경남 창원 해군회관에서 열린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창설 60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정호섭 해군참모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리퍼트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끼리 잘 지내고 관계도 좋다”며 “지도자끼리 잘 지내면 나머지 관계도 정리가 잘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래 2시간으로 예정됐던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이 3시간 15분으로 길어졌으며 그 이후에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실례를 들었다. 창원 연합뉴스
  • 美 친다…이대호 한국인 타자 최초 한·미·일 리그 도전

    美 친다…이대호 한국인 타자 최초 한·미·일 리그 도전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MLB 입성에 성공하면 한국인 야수 최초로 한국과 미국, 일본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선수가 된다. 이대호는 3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릴 적부터 동경했고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MLB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이번이 MLB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다. 그간 한국과 일본에서 배운 기술과 재능을 십분 발휘하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지난 8월 미국 에이전트사 MVP 베이스볼 에이전시와 계약했다고 밝혔다. 2010년 설립된 MVP 에이전시는 알베르트 푸홀스(LA 에인절스)와 카를로스 벨트란(뉴욕 양키스), 조이 보토(신시내티) 등 슈퍼스타를 보유한 회사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가 끝난 직후인 지난 1일 에이전트와의 대화를 통해 MLB행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MLB 연착륙을 위해 포지션을 변경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개인적으로 1루수와 지명타자가 편하다. 그러나 팀이 (3루수 등 다른 포지션을) 원한다면 수비 연습을 더 하고 구단이 원하는 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토종 거포’ 박병호(넥센)가 지난 2일 MLB 포스팅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함께 MLB에 도전한다고 해서 서로 피해 보는 것은 없을 것 같다. 박병호는 정말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에서 올해 5억엔(약 47억원)의 연봉을 받은 이대호는 내년에 같은 금액을 받고 잔류를 선택할 수 있다. 포스팅 비용이 없는 자유계약선수(FA)라는 장점이 있으나 MLB가 그의 몸값을 얼마로 책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프트뱅크 시절과 비슷한 500만 달러(약 56억원)의 연봉은 받아야 이대호의 자존심이 설 전망이다. 이대호는 “만약 MLB 진출에 실패해 일본에 잔류한다면 무조건 소프트뱅크에 남겠다. 우승을 하고 싶어 소프트뱅크로 갔고 목표를 달성했다. 구단과 프런트가 정말 많은 신경을 써 줬다”며 현 소속팀에 대한 강한 애정도 드러냈다. 또 “MLB에 간다면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야구를 다시 배운다는 각오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1년 롯데에서 데뷔한 이대호는 KBO 통산 12년간 1150경기에 나와 타율 .309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며 4년간 570경기에서 타율 .293 98홈런 348타점을 올렸고 지난달 29일 끝난 일본시리즈에서 한국인 최초로 MVP의 영예를 안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美 ‘韓·日 위안부 문제 협의 가속화’ 환영

    미국 국무부가 2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조기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자베스 트뤼도 국무부 공보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위안부 문제)와 같은 민감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트뤼도 국장은 또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3국 간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아시아 전문가들 평가는 엇갈렸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한·일 정상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며 “다만 앞으로 충분한 정치적 의지가 발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문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한·일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합의한 것은 지난해 헤이그 핵 안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나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양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정치적 의지가 아직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설] 한·일 정상, 점진적 관계 개선 위한 첫발 뗐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의 첫 정상회담은 너무도 어렵게 성사된 만남치고는 감동 있는 드라마를 보여 주지 못했다. 한·일 정상회담의 걸림돌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와 관련, 아베 총리의 그릇된 역사관은 예상했던 대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두 정상이 1시간 이상의 밀도 있는 논의 끝에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양국 간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어렵사리 한·일 관계 정상화의 첫발을 뗀 만큼 이제는 일본 측이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았지만 두 나라는 오히려 최악의 국면을 이어 갔다. 지난 50년간 꾸준히 발전해 온 양국 선린 관계는 최근 몇 년간의 대립과 반목으로 크나큰 골이 생기고야 말았다. 이제는 그 골을 메워야만 한다. 두 정상이 위안부 문제를 가능한 한 조속히 타결하기로 합의한 것도 특별한 의미가 담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말자는 다짐이자 약속으로 해석하고 싶다. 올해가 가기 전에 위안부 문제 타결이라는 낭보가 전해진다면 그보다 뜻깊은 국교 정상화 50주년 이벤트가 없을 것이다. 밀도 높은 협의로 성과를 내야만 한다. 물론 그동안 9차례의 국장급 협의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위안부 문제가 급거 이견을 해소하고 타결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해결이 마무리돼 사과나 보상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너무도 완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양국 관계는 언제라도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일본 측은 알아야만 한다. 박 대통령도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가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지 않았는가. 두 나라 간에는 공유할 가치와 협력의 공간이 널려 있다는 사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됐다. 북핵 문제에 대해 양국 및 한·미·일 3국 협력을 계속해서 강화하기로 합의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우리가 참여 결정을 내릴 경우 협력하기로 했다. 정치 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활발했던 인적 교류의 확대 필요성에도 두 정상은 공감했다.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일이 쌓여 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서 진정성 있는 자세만 보여 준다면 양국 관계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격으로 순항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두 나라는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를 인정하고 같음을 추구한다)보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의 관계가 돼야만 한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를 빠른 시일 내에 최대한 좁혀 같은 배를 타고 동북아 평화협력 체제 구축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만 한다. 양국 관계가 과거사에 발목이 잡히는 한 협력의 길은 멀어질 것이다. 이번 첫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 나라 정상 간 만남은 계속되겠지만 어제의 다짐을 아베 총리가 이행하지 않는다면 신뢰는 깨질 수밖에 없다. 일본 측의 전향적 입장 전환을 촉구하는 이유다.
  • 아베 “남중국해 한·미·일 공동 대응을” 朴 “국제 규범 따라 평화적 해결을”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부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F) 등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협력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남중국해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 간의 공동 대응을 거론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관련 합의와 국제 규범에 따른 평화적 해결”과 “지역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의 자제” 등 우리 정부의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자유로운 바다를 지키도록 한국이나 미국과 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남중국해 지역은 우리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중요한 해상 교통로로서 우리의 이해관계가 큰 지역”이라며 “이에 따라 동지역에서의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분쟁은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국제회의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촉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FTA·TPP·RCEF 한·중·일 FTA와 RCEF는 협상을 가속화하고 조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TPP에 대해서 박 대통령은 “양국 통상협력 관계를 TPP에서도 이어가자고 제의했고, 아베 총리는 “한국 측의 TPP 참여 검토 동향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협력 의사를 표명했다. TPP 창립 회원 12개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는 한국과 FTA를 맺지 않고 있어 한국이 TPP에 참여하려면 일본의 협력이 중요하다. 상품·서비스·투자 분야 등에서의 이견으로 본격적인 양허 협상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는 한·중·일 FTA 협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중·일 FTA가 타결되면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인구 15억명, 국내총생산(GDP) 기준 3위 규모(16조 4000억 달러·약 1경 9000조원)의 단일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또 두 정상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단가 인하에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과 한국은 LNG 수입이 세계 1, 2위다. 미국은 단위당 2달러 수준으로 수입하지만, 우리는 9달러를 지불하는 등 가격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제3국 공동진출·인력교류·LNG 양국 정부 차원에서의 제3국 공동 진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인도네시아 LNG, 멕시코 만자니오 LNG 공동개발 등 공동 진출 경험이 있다. 기후변화 협약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등 양국 정부 간 고위급 협의회 구성에 합의했다. ●기타 양측 간에는 산케이 전 서울지국장 재판과 수산물 수입금지 문제에 대한 논의도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현안들에 대해 솔직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