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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한국전쟁 끝난다”… ‘종전 트윗’ 띄웠다

    트럼프 “한국전쟁 끝난다”… ‘종전 트윗’ 띄웠다

    BBC “남북 아우른 요리 외교” 中 “한반도 새로운 여정 기대” 日 “北 구체적 행동하길 바라”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해외는 ‘역사적인 정상회담’, ‘남북이 여는 새 역사’ 등으로 표현하며 주시했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과 판문점을 생중계한 미국 CNN, 영국 BBC, 중국 중앙(CC)TV 등 해외 방송매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후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추진을 핵심으로 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자 일제히 긴급 속보로 타전했다. 남북 정상회담 후 한국과 북한의 정상을 나란히 만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에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판문점 선언 후 AP와 AFP, 로이터, 타스, 교도 등 세계 유력 통신사들은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특히 “올해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뤘고, AFP 통신도 “남북 두 정상의 ‘판문점 선언’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라고 평가했다. CNN은 ‘남과 북이 전쟁을 끝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64년간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올해 공식적인 종전이 선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BC 방송도 “작은 걸음으로, 남과 북의 지도자가 서로 경계선을 넘으며 거대한 도약을 했다”면서 “이 역사적 만남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 중 하나인 이곳(한반도)에서 큰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매서운 시간이 지나고 남북이 역사적인 만남을 했다”, “한국 전쟁은 끝난다. 미국은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썼다. 앞서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인 한국의 긴밀한 협조에 감사하며, 몇 주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위한 활발한 토론이 계속되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BBC는 남북 정상회담의 ‘요리 외교’를 분석했다. 북측이 가져온 평양 옥류관 냉면과 남측의 달고기 구이(흰살생선구이), 스위스 감자전(뢰스티) 등을 소개한 샘 채플 소콜 아메리칸대 연구 자문위원은 “메뉴가 한반도의 남북을 아우르고 있다”면서 “목표가 테이블 위의 통일인 듯하다”고 평가했다. ●“기대치 부풀려져… 차분히 대응할 필요” 경계론도 존재한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는 CNN에 “기대치가 부풀려져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한 발 뒤로 물러서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 마셜펀드’의 펠로인 로라 로젠버그는 WP에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며 북한이 이전처럼 언제든 약속을 깰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판문점 선언에 대해 “이번 회담에서 거둔 긍정적인 성과는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중국은 이와 관련해 축하와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어려움을 겪던 형제도 서로 만나 한 번 웃으면 원한을 다 씻어버릴 수 있다’란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중국은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장기적인 한반도의 새로운 여정을 개척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지난 70여년처럼 허송세월하지 말고 공동 번영이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자. 중국이란 든든한 후원자가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며 격려하는 의견이 많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판문점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환영하며 이번 회담을 하게 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며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강하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납치와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미·일 및 중국·러시아와 확실히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남북 회담의 실현에 있어 한국 정부의 노력이 매우 컸으며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정상 만찬에 오른 ‘독도 디저트’에 대해서는 “매우 불필요하다”며 볼쾌감을 나타냈다. 일본 언론들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 남북 정상이 합의한 주요 내용들을 긴급 속보로 보도했다.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주요 신문들은 이날 석간부터 남북회담을 1면 톱기사로 전했고 공영 NHK, 민영 후지TV 등 주요 방송사들은 아침부터 생방송으로 두 정상의 만남을 내보냈다. 특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오전 환담 및 판문점 선언 등을 동시통역으로 제공하며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러 “긴장 완화 위한 모든 행보 환영”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반도 문제의 생명력 있고 확고한 해결은 (남북) 양측의 직접 대화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결과에 대해 “아주 긍정적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모든 행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 역시 남북 정상회담 종료 후 공식성명을 내고 “프랑스는 양측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우리는 이번 선언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회복되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한반도 평화체제 대전환 초석… 北 합의 이행 의지 중요

    한반도 평화체제 대전환 초석… 北 합의 이행 의지 중요

    전문가들은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직접 서명을 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정상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뤄 낸 비핵화 합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를 김 위원장이 실제로 이행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나올 수 있느냐에 진정한 한반도 평화가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한반도 평화에 한 걸음 더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원포인트 비핵화는 힘들겠지만 단계적 비핵화를 위한 합의는 충분히 이뤄졌다”며 “그 점만으로도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과 북한 양측 지도자가 전면에 나서서 평화 의지를 보여 줬지만 결국 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지 않으면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며 “남북 정상 간 수시로 만나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공동 선언이 실제 실현되기 위해 양 교수는 “당장 실현해야 할 게 있고 북핵 문제 해결 정도에 따라 실현해야 할 게 있어 부수적으로 합의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면서도 자신들의 구체적 이행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고 이는 전략적 이익을 유지하면서도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정교한 합의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기타 사항은 10·4 합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면서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이행이 제한되기 때문에 추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한마디로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의 문제를 풀어 가고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는 남북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가 담겼다”며 “지금껏 남북 관계가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 미·중 관계의 종속변수로 전락해 단절되고 되돌려지고 표류했던 시기를 종식시키고 명확하게 남북 관계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길라잡이의 역할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가지고 있는 북핵 폐기 의지를 우리가 확인하고 보증인으로 나섰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전반적으로 1·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6·15, 10·4선언에 합의된 내용 중 이행되지 않은 것은 이어 가면서 현실에 맞게 추가 보강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이산가족 상봉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았다”며 “남북 관계를 전반적으로 개선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히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공동의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에 동의한 것은 그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로 이미 결단을 내렸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북한은 미국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 및 북한의 핵 포기와 관련해 상당한 정도의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5월 말 또는 6월 초에 개최될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포기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비핵화 합의 의미 對 구체성 떨어져 상당수 전문가는 핵심 의제였던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구체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남북 관계 개선이라든지 평화구축 등 선언문 내용은 결국 ‘핵을 포기할 경우 원하는 것 이상으로 해 줄 수 있다’는 것인데 남북 관계 진전과 항구적인 평화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 부분에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선언에 담긴 ‘한반도 비핵화’라는 언급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앞으로 주한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가 쉽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비핵화 관련 내용이 선언의 가장 아랫부분에 들어갔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내용도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표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연내 종전선언’을 거론했는데 비핵화의 기간은 설정하지 않은 채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는 기간을 설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비핵화 문제는 북·미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으니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을 합의문에 넣었다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며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 것이고 북·미 회담에서 구체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비핵화의 대상 면에서 핵시설과 핵무기를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에 담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구체적인 부분들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겼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안내자’, ‘길잡이’ 역할까지만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10·4선언보다 더 구체화된 내용, 특히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는 게 추가됐고 나머지는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4년이나 남으면서 실천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비핵화 구체적 계획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비핵화 합의를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진행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중개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씨를 뿌린 것을 북·미 정상회담에서 결실을 맺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진짜 비핵화를 위한 안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에 어떻게 비핵화를 설명하는지, 가시적 조치를 추가로 취하는지를 봐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전향적인 발언을 추가하지 않는 이상 북한이 한국과 미국이 인정할 수 있는 비핵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중국과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과제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교수는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갖고 조만간 가질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텐데 김 위원장의 체제 보장이나 관계 정상화 입장 등을 전달할 것”이라면서 “이때 한·미 간 조율이 돼야 갈등이 없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일본과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의 지지와 협조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 나라에 특사를 보내서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잘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 간 후속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 연구위원은 “(남북 관계 개선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후속 고위급 회담, 추가 정상회담 등 회담의 정례화를 통해 과거와 같은 합의 불이행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인삼각 경기처럼 미국과 하나로 묶여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미 간 전략적 공조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다음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남북, 종전 넘어 평화협정 합의… 예상 밖 파격 결실

    남북, 종전 넘어 평화협정 합의… 예상 밖 파격 결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2018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은 예상 못한 큰 결실을 맺었다. 특히 핵심의제인 비핵화 부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데 합의했다.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에 합의했다는 대목은 미국과 이미 물밑 조율을 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불가침 재확인, 연내 종전 선언, 핵 없는 한반도 실현, 평화협정, 미·중과 함께하는 3자 또는 4자회담 개최 등을 비핵화 합의 사항으로 전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명문화한다는 청와대의 목표를 크게 뛰어넘은 파격적 결과다. 문 대통령의 제안을 김 위원장이 대담하고 파격적으로 수용한 셈이다. 종전 선언은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으로 시작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만족할 만한 비핵화 로드맵이 타결될 경우 오는 7월 27일에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모여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 로드맵 협의를 위해 5월 말과 6월 초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도 충분히 달성됐다는 평가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합의’는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수용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부문에서는 한국 측이 제안한 비무장지대(DMZ)의 비무장화를 북한이 수용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DMZ에서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없지만, 남북은 현재 감시초소(GP)를 구축하고 그 안에 병력 및 중화기를 두면서 정전협정을 사실상 위반하고 있었다. DMZ을 진정한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고, 분단의 상징을 평화의 시발점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군사적 충돌 중단과 어로 활동 보장은 기대 이상의 성과다. 제1연평해전(1999년), 제2연평해전(2002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2010년) 등이 여기서 일어났다. 남북 관계 발전 의제 중에는 8월 1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재개에 합의하면서 빠르게 고령화되는 이산가족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상봉 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6개월째 중단 상태다. 지속적인 만남의 기회를 만든 것은 3대 의제에서 거둔 성과만큼 중요하다. 판문점이나 서울·평양에 설립할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개성 지역에 설치키로 했다. ‘개성공단’을 살리려는 북측의 제안으로 보인다. 5월 중의 장성급 군사회담 및 향후 국방장관회담에서는 DMZ 비무장화를 실무선에서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경제협력(경협)도 포괄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가 북의 비핵화 이전에 경제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합의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2007년 10·4 선언에서 합의됐던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로 가능성을 남겨 두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시론] ‘남북 경제공동체’ 시대를 맞이하려면/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시론] ‘남북 경제공동체’ 시대를 맞이하려면/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북한의 제7기 3차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는 매우 파격적이다.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선언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북한이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국가의 모든 사업에서 경제를 우선시하는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제기한 것이다. 북한 건국 이래 3대에 걸쳐 고수해 왔던 국방·경제 혹은 핵·경제 ‘병진노선’의 폐기는 북한 역사상 가장 큰 노선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민경제 활성화, 자립적·현대적 사회주의 경제, 과학기술과 교육 중시 등을 강조한 김정은의 경제총집중노선은 내용과 의미에서 중국 개혁개방의 전환점이 됐던 1978년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4개 현대화 노선’과 능히 비견될 만하다. 북한의 이런 변화에 따라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도 현실화되고 관련된 논의들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물론 실질적인 남북 경협 활성화는 국제 대북 제재 시스템의 해제 없이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한·미 양국의 ‘핵 폐기 없이 제재 해제 불가’ 입장도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가 일정한 진전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빠른 비핵화와 빠른 발전 국가 진입에 대한 한·미와 북 사이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핵 폐기와 대북 제재 시스템 해체가 빠르면 2019년 안에 실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이런 낙관적 전망과 별개로 남북 경협과 관련된 현재 환경은 매우 참혹한 수준이다. 5·24조치와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 경협에 참가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도산 혹은 그에 준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과 같은 남북 경협 종합 설계도의 구체화도 중요하지만, 남북 경협이 또다시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남북 경협 생태계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법제도적 환경 정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행정 조치 하나만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환경에서는 남북 경협이 발전하기 어렵다. 대북 제재의 요건과 절차를 법에 의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만에 하나 남북 경협이 중단될 경우에는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방식이 아니라 법률로 손실 보상의 근거를 분명히 해 대북 투자와 경협의 안전성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고려한 남북협력기금 운용 방식의 개선, 자원 개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성공불 융자지원제도 도입 등 투자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남북 경협의 안정적 환경 마련은 정부가, 수익성은 기업이 책임지는 환경을 정착시켜야 남북 경협의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남북 경협의 비전을 확립하는 일이다. 남북 경협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합의는 매우 부족하다. 남북 경협을 둘러싼 ‘퍼주기’ 논란도 이런 사회적 합의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단순한 북한 발전이 목표가 되기 어렵고, 또 북한의 자본주의화와 결과적 남한 흡수에 북한이 결코 협력할 리가 없다. 결국 남한 내부의 정부와 기업 및 시민사회, 그리고 남북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은 남북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되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평화공존’을 병행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통해 합의돼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압도적 경제력을 가진 남한의 존재 자체가 북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는 ‘낮은 수준의 국가연합’을 추구하는 것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유력한 방안의 하나가 되듯이 경제공동체 형성과 평화 공존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남북 경협을 둘러싼 각 이해관계자 간의 최대공약수다. 이는 향후 미·중·일은 물론 러시아와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북한 진출 러시가 이뤄질 경우 북한이 남북 경협을 중심으로 각국과의 협력을 추구하도록 하는 확실한 근거가 된다. 이런 합의된 비전이 정착돼야 정권과 무관하게 남북 경협의 안정성과 지속성도 강화될 수 있다.
  • 한미 ‘독수리훈련’ 한달 만에 종료

    한·미 양국 군이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연합 군사훈련인 독수리훈련을 끝냈다. 양국 군 수뇌부는 이날 회의를 열어 독수리훈련 성과를 평가하고 훈련 종료를 결정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한·미 군은 지난 1일 한 달간의 일정으로 독수리훈련을 시작했으나 구체적인 종료 날짜를 밝히지는 않았다. 독수리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 전개를 수반하는 연례 야외기동훈련(FTX)으로, 올해 훈련에는 해외 증원전력을 포함한 미군 1만 1500여명과 우리 군 약 30만명이 참가했다. 훈련 초기인 지난 1∼8일 양국 해군과 해병대는 경북 포항 일대에서 실시한 대규모 상륙작전 훈련인 쌍룡훈련을 했다. 미군은 강습상륙함 와스프함(LHD1)과 본험리처드함(LHD6)을 투입했고, 특히 와스프함에 수직 이·착함 기능을 갖춘 스텔스 전투기 F35B 6대를 탑재하고 훈련에 참가했다. 당초 F35B를 처음으로 투입해 대규모 연합 상륙작전 훈련까지 할 계획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상륙훈련은 취소했다. 한·미 군은 예년과 달리 훈련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시종일관 ‘로키’로 독수리훈련을 진행했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의 지휘소연습(CPX)인 키리졸브연습을 정상회담 당일인 27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키리졸브연습은 북한군의 공격을 가정해 한·미 연합군의 방어 능력을 점검하는 1부와 반격 능력을 키우는 2부로 나누어 일주일씩 하는데 1부를 하루 일찍 끝내기로 한 것이다. 이런 결정은 총책임자인 정경두 합참의장이 남북 정상회담의 공식 수행원으로 전격 참여하게 된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은 지난 23일 0시를 기해 최전방 지역에서 운용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해 선제적으로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평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북한도 이에 호응해 하루 뒤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트럼프 “북미회담, 날짜 3~4개·장소 5곳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북미회담, 날짜 3~4개·장소 5곳 고려하고 있다”

    백악관 “北, 옳은 방향 가는 중 구체적 행동 전까지 최대 압박” ‘김정은 훌륭하다’ 발언 논란엔 “北 태도 변화 평가한 것” 진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와 30여분간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3~4개 날짜와 5개 장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 양보론’에 대해 “절대로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부활절(3월 31일~4월 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의 극비 평양 방문에 대해 “폼페이오의 극비 평양 방문은 한국과 북한,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 협상을 체결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는 둘이 대화를 나눈 여러 사진이 있으며 이를 공개할 의사도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내가 먼저 자리를 떠날 수도 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면서 “회담이 아예 개최되지 않을 수조차 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이어 “누가 알겠느냐. 그러나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도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5일 북한의 핵실험 중단 선언 등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전까지 ‘최대 압박’을 이어 가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사에 대해 열려 있다. 북한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샌더슨 대변인은 “우리는 (대북) 최대 압박 작전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그들(북한)의 발언이 구체적인 조치가 되는 것을 볼 때까지 최대의 압박 작전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열려 있고 훌륭하다’고 평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이날 “과거 점진적·단계적 접근 방법은 실패해 왔고 우리는 과거 행정부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취하는 조치마다 보상을 제공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며 김 위원장이 주장한 ‘단계적·동시적’ 북핵 해법에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한번 북한에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을 강조하며 비핵화의 구체적인 행동을 ‘압박’했다. 지난 23일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과거 실패했던 점진적·단계적 접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계별 보상 방식의 비핵화 접근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 상원은 24일 북한인권법을 2022년까지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HR 206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하원을 통과한 법안과 마찬가지로 북한 내부로 외부 정보를 투입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 미 관리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 내정자가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들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문정인 “文대통령, 北비핵화 의지 서면으로 확인 원할 것”

    문정인 “文대통령, 北비핵화 의지 서면으로 확인 원할 것”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6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먼저 (핵탄두 폐기 등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문 특보는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경기 고양의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논의 방향과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탄두 몇 개를 폐기하겠다며 처음부터 획기적인 제안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특보는 “중국이나 다른 국가가 국경을 초월해 북한의 체제 보장을 도와주는 제안도 할 수 있겠다”며 “특히 미국 의회가 북한에 원하는 것을 주는 게 중요한데 그렇지 않으면 (비핵화 등은)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의 회담 목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서면으로 확인받기를 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핵과 평화 문제와 관련해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양국의 경제 관계에 있어서 발전이 있기 어렵다는 메시지가 북한에 전달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핵화의 전제 조건에 대해 문 특보는 “북한이 주한 미군의 철수를 비핵화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하지 않은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시 전략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전제 조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며 “그 정도 의향이 없었다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평화조약과 관계 정상화는 그 이후에 이야기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고 나아가 경제 협력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내부에 트럼프타워가 세워지고 맥도날드가 평양에서 가게를 여는 등 미국과 합작사업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이야기가 이어지면 안보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얻을 경제적 이익에 대해 문 특보는 “북한이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를 준수한다고 가정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기꺼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단기간에 핵 사찰단을 수용하고 폐기를 검증하려면 2년 반보다 훨씬 더 걸린다”며 “북·미 간 (핵 폐기) 합의가 이뤄지면 다자 간 관계로 보장하도록 해 (미국이)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그 약속을 지키도록 우리가 강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북한 문제를 해결해 미국이 안전해졌다고 생각할 것이고 돈 한 푼 쓰지 않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텐데 경제적 보상은 누가 부담할까”라며 “미국이 만약 북한에 경제적 보상을 하기 싫다면 다른 당사자가 비핵화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비핵화·평화정착 및 남북관계 발전’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전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후 한반도 평화의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모든 의제를 담는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종전 선언’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모든 의제들을 한 바구니에 담는 포괄적 합의를 이뤄 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남북 대화 의제와 대상과 범위, 북·미 대화 의제와 범위, 대상이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체제 보장은 북·미 수교에 달렸고 이 권한은 미국 의회에 있는데 그 조율이 얼마나 빨리 될지에 따라 (비핵화 등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지속하는 한 미국이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고 한·미 군사훈련도 연기하는 유연성이나 주한미군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제시하는 내용도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 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양 교수는 “평화 선언은 종전 선언보다 윗단계이기 때문에 (당장) 평화 선언보다는 종전 선언에 대한 용의, 공감, 인식이 중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종전 선언 가능성은 작지만 전쟁 재발 방지, 적대적 조치, 내정 불간섭 같은 내용이 담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전쟁 위기서 정상회담까지… 반전의 300일 ‘한반도 드라마’

    전쟁 위기서 정상회담까지… 반전의 300일 ‘한반도 드라마’

    文 ‘베를린 구상’에 北 냉담한 반응 北 ICBM 발사로 도발 수위 고조 작년 9월 핵실험 ‘레드라인’ 넘어 金 신년사 통해 평창 대표단 제안 올림픽 계기로 예술단 교류 물꼬 화해무드에 남북·북미회담 성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52일 만인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 앉는다. 취임 1년을 앞두고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증폭됐던 남북 관계는 올 2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예술단 공연이 성사되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등 급반전했다.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대북 인도지원단체의 대북 접촉을 승인하는 등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던 문 대통령은 같은 해 7월 남북 관계 개선과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하는 내용을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취임 4일 후인 5월 14일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북한은 ‘베를린 구상’ 발표 앞뒤로(7월 4일·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사드 임시 배치, 독자적 대북 제재,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개시 등을 검토하는 등 사실상 유화책을 거둬들여야 했다. 같은 해 9월 3일 6차 핵실험 단행으로 북한은 사실상 ‘레드라인’을 넘었다. 북·미는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말폭탄’을 주고받았고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힘을 잃었다. 북한은 11월 말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새 ICBM인 ‘화성 15형’을 발사했고 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전격 제안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함께 남북 관계는 다시 급변했다. 김 위원장은 “핵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면서도 “평창올림픽이 성과적으로 개최되길 바란다”,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 등 남북 관계의 전면 복원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의중을 꿰뚫은 정부는 하루 뒤 판문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며 이에 화답했다. 스포츠를 고리로 본격화된 화해 무드는 정상 간 회담 논의로 이어졌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와 함께 방북을 요청했다. 한 달여 뒤인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은 김 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다. 정 실장은 하루 뒤인 6일 판문점 남측 구역인 평화의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4월 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반전은 5월 북·미 정상회담 성사였다. 정 실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며 4월에 이어 5월에도 매머드급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ICBM 시험발사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에 호응하듯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방침을 밝혔다. 이제 남북 정상은 27일 오전 9시 30분 군사분계선에서 기념비적인 첫 만남을 갖는다. 6·25 전쟁 이후 북한 지도자가 남한 땅을 처음 밟는 역사적 순간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文·트럼프, 북미 회담 전 ‘비핵화 로드맵’ 긴밀 공조

    남·북·미 3국 회담 가능성 논의 안으로는 보수층 불안 불식 의도 2018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둔 2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전격적으로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의견을 교환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회담’으로 규정한 맥락을 따라가면 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이란 핵심의제를 어떤 형식과 수위로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아낼지 등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 비핵화 로드맵을 설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 실장은 볼턴 보좌관을 만나 문 대통령이 구상 중인 비핵화, 종전 선언 프로세스에 따른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합의 수준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의 방미결과가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핵화 등과 관련해) 남북의 한 축과 한·미의 한 축이 있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까지 끌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힌 만큼 종전 선언의 ‘상수’에 해당하는 미국과의 협의가 더욱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의 공식수행원으로 회담 준비에도 여념이 없을 정 실장이 ‘거사’를 코앞에 두고 워싱턴을 방문한 배경에는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남북 간 이견이 상당 부분 조율됐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핵화와 종전 선언 등 핵심 사안과 관련한 한·미 간 입장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려면 적어도 남북 간에는 어느 정도 조율된 입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봄’이 무르익을수록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보수진영의 고조된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바라보는 한·미 간 시각차는 존재하지 않으며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 또한 한·미동맹의 긴밀한 공조 속에 진행하겠다는 대내외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文, 새달 중순 방미…남북회담 성과 공유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25일 청와대가 밝혔다. 두 정상은 5월 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종전 선언의 형식과 주체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새벽 미국 워싱턴DC에서 카운트파트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 준비상황을 최종 조율하는 한편 북·미 정상회담 이전인 5월 중순쯤 한·미 정상 만남을 추진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한·미 양측은 또한 남북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통화를 갖고 회담 결과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은 내달 중순쯤으로 보인다”며 “최종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개최에 의욕을 보이면서 5월에 열릴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장소·의제 등을 두고 ‘밀당’이 이어지면서 6월 개최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도 5월 중순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대한항공 승무원 강제 동원 논란 ‘LA 호텔 파티’가 열린 월셔그랜드센터는

    대한항공 승무원 강제 동원 논란 ‘LA 호텔 파티’가 열린 월셔그랜드센터는

    조양호 회장 결심으로 1조원 들여 건설지난달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하루 묵어대한항공 측 “강제동원 아니다” 해명 대한항공이 장거리 비행을 한 여성 승무원 10여명을 미국 LA 호텔에서 열린 파티에 강제 동원했다는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대한항공은 25일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회사는 호텔 홍보 수단이나 로비스트를 위해 당사 승무원을 ‘파티’에 강제로 동원한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고 발표했다. 전날 KBS는 대한항공이 1조원을 들여 지난해 완공한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월셔그랜드센터에서 지난 1월 파티가 열렸고, 새 호텔 홍보와 로비스트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승무원 10명이 사실상 강제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파티가 아닌 공식행사”였다고 강조했다.회사 측은 “승무원이 참석한 행사는 LA상공회의소 주관으로 LA 소재 회원 기업체 1600여명이 참석하는 공식행사였다”면서 “대한항공은 이 행사 메인 스폰서로서 회사를 상징하는 객실승무원 6명을 참석시켰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행사에 참석한 승무원은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했고, 한국 출발 전 행사 취지와 목적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다음 비행 전 충분한 휴식을 주고 대휴를 추가로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행사가 열린 월셔그랜드센터는 미 서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LA 다운타운 중심가에 위치한 이 건물은 2014년 2월부터 3년 4개월간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지어졌다.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주변의 반대에도 월셔그랜드센터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층과 오피스 공간 사이에 900개 객실이 있는 럭셔리 호텔이 자리잡았고 저층부에는 상업공간과 컨벤션 센터, 오피스로 이뤄졌다. 월셔그랜드센터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14개월만에 처음 캘리포니아주를 찾았을 때 묵은 숙소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신 소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운영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투숙 후 호텔을 나서면서 총지배인에게 “호텔이 매우 멋지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줬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도 월셔그랜드센터에 대해 “가장 원활하게 협조가 이뤄진 호텔 중 하나다. 대통령도 호텔 서비스에 만족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일본의 대담한 대북 외교를 기대하며/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본의 대담한 대북 외교를 기대하며/황성기 논설위원

    비핵화 문을 힘차게 열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세계를 놀라게 할 결과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장시간 회담을 거쳐 타전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북 정상이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윤곽을 잡고 한 달 뒤쯤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다.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4·27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구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속전속결의 북핵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한반도 모델’로 교과서에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한 남북 특사 교환 이후 3·27 북·중을 시작으로 4·18 미·일 등 정상 외교가 눈에 띈다. 5월 한·중·일, 6월 한·러 정상회담처럼 확정된 일정 외에도 북·중,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된다. 한반도와 주변국 정상이 몇 달 사이 자주 만나는 일은 21세기 들어 없던 일이다. 한반도 평화시대라는 전환기에 강대국들이 그들의 이해를 담아 개입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분주하다. 열강들의 한반도 개입이 역사의 트라우마처럼 다가오지만 이 땅이 다시는 전쟁의 길에 빠지지 않고, 민족의 경제공동체를 일구는 대장정을 하려면 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의 4월 초 평양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월 중 평양 답방 소식이 흘러나왔다.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에 일본만 뒤처지는 느낌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위기감이 없는 듯 보인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회견에서 ‘재팬 패싱’을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다. 과연 그럴까. 아베 총리는 올해 초만 해도 일본 외교가 역사상 최고점에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역대 어느 총리보다도 많이 해외를 다니며 국익을 추구하는 ‘아베 외교’를 펼쳐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일어날 한반도의 지각변동은 예측을 못 하지 않았나 싶다. 일본 정부가 한반도 정세를 오독(誤讀)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봐야 한다. 그 선언을 김정은 정권의 ‘핵 담판’으로 읽었다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발표되기 전까지 ‘대화 없는 제재와 압박’을 외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오죽하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영원히 평양행 차표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을까. 비핵화 열차의 종착역은 북·미 수교이다. 그 열차에 오를지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달렸다. 일본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대북 외교의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자세다. “하도 북한에 속아서” 돌다리도 몇 차례고 두들겨 보고 건너려는 신중함이 느껴진다. 일본에서는 ‘버스를 놓쳤다면 무리해서 올라타기보다 일시정차할 때 타면 된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런 신중한 태도를 탓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는 ‘납치, 핵, 미사일 등의 제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일·조(북·일) 국교정상화 실현’을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다. 비핵화가 되더라도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일 수교는 어렵다는 얘기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납치 고백이 일본의 북한 때리기를 초래해 국교정상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경험이 있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북한은 납치에 관한 모든 것을 넘겨주고, 일본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북·미의 비핵화 해결 방식으로 거론되는 ‘원샷’, ‘빅뱅’ 등의 대담한 타결이 북·일 관계에서도 필요한 까닭이다. 북한은 일본이 전후 처리를 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불행한 과거를 청산할’(2002년 북·일 평양선언) 책임, 일본에 있다.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치 문제를 제기해 달라는 아베 총리의 요청, 충분히 이해한다. 이제 스스로 대북 외교에 나서 비핵화 한반도와 협력하는 대국 일본의 역할을 할 때다. marry04@seoul.co.kr
  • [수요 에세이] 조선몽ㆍ중국몽/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수요 에세이] 조선몽ㆍ중국몽/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오는 27일 남북 정상이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갖는다. 남북 정상 간 종전 선언이 발표된다면 북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 협력 등 한반도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굵직한 줄기들이 그려질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의 결정문에서 ‘‘핵무기 병기화’가 완결되고 검증됐기 때문에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 탄도탄 실험이 필요 없게 됐고,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 사명을 다했다’고 밝혔다. 또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에 힘입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는 앞으로 드러날 것이다. 단 북한이 경제건설을 위해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한 연계를 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점이 주목된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이 타결한 제네바 합의(Agreed Framework)의 핵심은 북·미 관계 정상화와 1000MW 경수로(한국형 원자력 발전소) 2기의 건설 기간에 중유 50만t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한·미와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은 별개다. 약 70억 달러 이상 소요되는 사업이었지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30억 달러 정도를 집행하고 철수됐다. 현재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를 건설하는 데 투입할 재원을 정확히 추정할 수 없지만, 당시 합의는 향후 북이 요구할 재원 규모를 추정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북한 정권이 도발과 위험을 중단하고 경제 건설에 주력하겠다는 노선을 설정한 데 나름 합리적인 꿈을 그렸길 바란다. 북한의 롤모델이 중국이라면, 중국은 전 세계 최빈국에서 명실상부 2대 초강대국이 됐다.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지만, 2017년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62%이고 구매력평가기준(PPP)으로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는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평가다. 이 추세라면 2040년 GDP(PPP 기준)는 미국의 2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몽’은 잘 알려져 있다.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일대일로에 투자하고 인공지능, 로봇,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제4차 산업혁명 및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세계 최대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알리바바, 텐센트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 거인으로 등장했다. 그간 미·중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누렸던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 평화 구축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철폐, 바람직한 평화체제 구축, 대북 경제 보상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과거처럼 미국의 주도와 기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계산을 앞세운 주변국들의 입장도 부담이 될 것이다. 특히 경제·기술 대국인 중국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북한이 중국을 벤치마킹해 전략적 대국으로 일어나는 ‘조선몽’을 그리고 있다면, 중국의 지도자들이 일관되게 지켜온 개혁ㆍ개방을 골자로 한 중국 궐기의 50년 전략을 숙고해야 한다. 막대한 개발재원이 힘든 과정을 통해 조성돼도, 투명하고 효율적인 거버넌스 체계가 없으면 공염불일 수 있다. 정치체제의 개혁은 경제건설과 동전의 양면이다. 일관된 개방과 보편적 국제사회의 룰을 준수하지 않으면 중국 및 베트남과 같은 잘사는 사회주의 건설은 불가능하다. 또 북한의 진정한 개혁이 있어야 남북 협력이 촉진되고, 북방으로 뻗어가는 한국몽도 가능해진다.
  • “일부 장관 무능ㆍ헛발질 정책에 날카로운 비판 시의적절”

    “일부 장관 무능ㆍ헛발질 정책에 날카로운 비판 시의적절”

    서울신문은 24일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의 외교안보 이슈를 포함해 정치권을 뒤흔든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태, 일부 장관의 무능과 정책 혼선을 비판한 기사 등 다양한 보도내용을 다룬 제105차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를 열었다. 회의에는 박재영(광주대 부총장) 위원장과 김광태(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 소순창(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이나연(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홍영만(서울여대 초빙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아래는 위원들의 의견이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한다는데 독자들은 종전선언·평화협정·평화체제 등이 뭔지 궁금하다. 서울신문은 이를 잘 정리해 궁금증을 해소했다. 한·미 연구소 문제도 일부 언론은 본질을 벗어난 반면 서울신문은 워싱턴 특파원의 경험을 활용한 칼럼으로 문제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파고들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관련해 다른 신문들은 한·미 관계나 정부 외교력 비판에 치우쳤지만, 서울신문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논조를 가져가는 게 좋았다. -어촌 고령화 문제를 지적한 ‘어촌이 늙어간다’는 기획기사는 심도 있고 디테일도 강했다. 특히 11일자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어촌 고령화 해법’에서는 미래 어촌의 청사진처럼 읽을거리가 풍부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이 독자들에게 생각할 요소를 많이 제공했다. -11일자 ‘고운 몸매·순결…성편견 부추기는 21세기 여중·여고 교훈’ 기사가 인상 깊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데 정작 구시대적 성 관념을 조장하는 여학교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시대착오적 성 관념을 교육 현장에서부터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과 시대적 맥락을 잘 짚었다. -5일자에 미세먼지 관련 풍경 사진 두 장을 잘 대비해 게재했다. 서울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쁠 때와 좋을 때를 비교한 사진이다. 먼지로 자욱한 광화문 사진을 보니 당장 보따리를 싸서 한국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진이라는 시각적 팩트로 현장감을 잘 보여줬다. 미세먼지의 공포와 경각심을 고발해 충격이 크게 다가왔다. 4월 사진 뉴스로는 단연 압권이었다. -4일자 ‘제주 4·3 70주년 추념식’ 보도도 균형을 잘 유지했다. 제주 4·3을 보수매체는 폭동으로, 진보매체는 항쟁으로 각각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진영논리와 이념의 잣대로 보지 않고 피해자인 양민의 입장에 맞춰 보도했다. 이날 사설에서도 당시 군인과 경찰뿐만 아니라 양민의 죽음까지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균형감을 보였다. 특히 1면 기사의 제목이었던 ‘완전한 해결, 4·3의 진실 보듬다’는 이런 상징성이 잘 드러났다. -이달 들어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이 돋보였다. 일부 장관의 무능과 헛발질 정책으로 피로도가 매우 높은 상태에서 서울신문이 시의적절하게 포문을 열어 독자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했다. 5일자 사설 ‘현장 모르는 교육·환경 장관, 참기 힘들다’, 9일자 ‘정책 잇단 ‘불협화음’… 여권發 장관 교체론 솔솔’ 기사, 10일자 ‘재활용 국·과장 돌연 교체… 환경장관 섣부른 인사, 화 키웠다’ 기사 등. 또 4월 한 달의 사설을 보면 독자들의 폐부를 꼭 찌르며 정답을 제시한 사설들이 있었다. -‘드루킹’ 보도와 관련해 서울신문은 작의적·추측성 보도를 지양하고 철저히 팩트 중심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엉거주춤하고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드루킹의 존재가 ‘인터넷 정치 브로커’라는 실체를 먼저 밝히고 파헤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은 아쉽다. 또 사이버 정치 행태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뤄 이번 사태를 접하는 독자 입장에서 올바른 이해에 도움을 줘야 한다. -16일자 2, 3면에 게재된 ‘재난 대응력 향상됐지만, 안전 한국은 아직 멀었다’ 기사 제목이 부정적인 뉘앙스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 기사 내용은 재난 대응력이 개선됐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부정적인 측면을 기술했다. 전문가 20명의 사진을 크게 처리해 이상했다. -3일자 보도된 재활용 관련 기사는 현상만 다뤘지 깊이 있는 분석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독자들은 재활용 쓰레기 처리 정보가 부족하다. 정리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손턴 “北 핵실험장 폐기 긍정적… 트럼프 임기 내 해결 원해”

    손턴 “北 핵실험장 폐기 긍정적… 트럼프 임기 내 해결 원해”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지명자)은 24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밝힌 것은 진일보한 것이며 그들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협의차 방한한 손턴 대행은 남영동 주한 미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되풀이한 대북 정책의 실패를 원하지 않으며 자신의 임기 중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는 이미 언급했지만 핵실험장 폐기는 처음 나온 것”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내놓은 각종 성명과 협의는 바람직하고 긍정적 신호로 이제 그들의 행동을 테스트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손턴 대행은 북한이 취해야 할 구체적 행동에 대해 “핵중단·동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신고, 검증, 폐기 등 다양한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그들의 진정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 등 ‘데드라인’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현 상황에서 데드라인은 없다”면서도 “시간을 오래 끌면서 늘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다음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고 본인 임기 내에서 긴급성을 가지고 책임을 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1년 또는 2년 등 비핵화 데드라인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까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결실을 거두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조치’와 미국의 ‘일괄타결’이 서로 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에 손턴 대행은 “과거 (협상을 위한 협상 등) 단계별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을 다시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통해 이행 과정이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비핵화 범위에 “핵시설, 핵물질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과 중거리, 단거리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험을 금지하고 있는 모든 미사일이 포함된다”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핵폐기(CVID)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 본토를 위협하는 ICBM뿐 아니라 일본 등 한반도 인근에 닿는 중거리, 단거리 미사일도 비핵화 대상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건으로 북한에 어떤 ‘당근’(보상)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손턴 대행은 “북한 지도자(김정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수전 손턴 차관보 대행 “핵실험장 폐기는 긍정적, 트럼프 임기 내 해결 원해”

    수전 손턴 차관보 대행 “핵실험장 폐기는 긍정적, 트럼프 임기 내 해결 원해”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지명자)은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과거 (미) 정부가 되풀이한 대북 정책의 실패를 원하지 않으며, 자신의 임기 중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손턴 대항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밝힌 것은 진일보한 것이며, 그들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협의차 방한한 손턴 차관보 대행은 이날 오후 남영동 주한미대사관 공보과에서 가진 서울신문 등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는 이미 언급했지만 핵시험장 폐기는 처음 나온 것”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내놓은 각종 성명과 협의는 바람직하고 긍정적 신호로, 이제 그들의 행동을 테스트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손턴 대행은 북한이 취해야할 구체적 행동에 대해 “핵중단·동결,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신고, 검증, 폐기 등 다양한 경우가 있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발표는 한·미가 모두 환영했고, 직접 문을 닫는다면 비핵화로 나가는데 구체적 방안이 될 것이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그들의 진정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 등 ‘데드라인’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현 상황에서 데드라인은 없다”면서도 “시간을 오래 끌면서 늘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정부가 (시간만 끌면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던 만큼 다음 대통령에 넘기지 않고 본인 임기 내에서 긴급성을 가지고 책임을 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1년 또는 2년 등 비핵화 데드라인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까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결실을 거두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조� ?� 미국의 ‘일괄타결’이 서로 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에 손턴 대행은 “과거 (협상을 위한 협상 등) 단계별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을 다시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통해 이행 과정이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비핵화 범위에 “핵시설, 핵물질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과 중거리, 단거리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험을 금지하고 있는 모든 미사일이 포함된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핵폐기(CVID)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 본토를 위협하는 ICBM뿐 아니라 일본 등 한반도 인근에 닿는 중거리, 단거리 미사일도 비핵화 대상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건으로 북한에 어떤 ‘당근(보상)’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손튼 대행은 “북한이 체제안전보장을 언급하는데 그들이 무엇을 해주면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직접 듣고 싶다”며 “북한 지도자(김정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대북 ‘적대시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는데도 북한은 연합훈련 등을 비난한다”며, 한·미 동맹 이슈인 주한미군 철수 등은 “협상 리스트에 없지만, 북한 리더(김정은)이 이에 대해 무엇을 말할 것인지 경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튼 대행은 이와 함께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문제에 대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조속한 석방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성급한 中 제재 완화 주장, 적절한 남북 확성기 중단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조치에 부응해 중국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가 관변학자들을 동원해 논리를 전개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 정부의 속내를 반영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그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일부 대북 제재 취소를 건의하고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나 중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어제는 “미국이 여전히 강력한 압박 수단을 통해 북한 핵을 포기하게 하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연일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북·중 정상회담 이후 전개되는 양국의 관계 정상화 조치들과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은 비핵화 국면에서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와중에 발생할 수 있는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차단할 목적으로 6월 중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설도 들려온다. 미국 혼자서 한반도를 좌지우지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 가운데 가장 많은 역할을 하는 중국이다. 비핵화 출구에 서기도 전에 중국이 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비핵화 전선을 흔들려는 것은 유감이다. 우리와 미국 정부는 비핵화 이전까지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지속한다는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난 적이 없다. 미국 언론 보도이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핵·미사일 시험 동결의 대가로 제재 완화를 허락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루기 전에 북한에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확고하다. 중국은 이런 남한·북한·미국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혼선을 주는 언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한 주가 시작됐다. 27일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군 당국이 어제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 40여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2년 3개월 만에 중단했다.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이라는 설명인데,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등의 조치에 화답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재개됐던 확성기 방송을 먼저 중단하자, 북한도 호응해서 대남 확성기를 단계적으로 껐다. 남북이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서로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전개될 군사회담의 전망을 밝게 한다.
  • [시론]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기대한다/박재규 경남대 총장ㆍ전 통일부 장관

    [시론]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기대한다/박재규 경남대 총장ㆍ전 통일부 장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 및 평화정착, 남북 관계 발전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추진 및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강화로 한반도 전쟁 발발이 운위되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획기적 계기가 돼야만 한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은 과거의 남북 정상회담과 달라야 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냉전체제를 청산하고 남북한 사이에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트는 계기였다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은 발전된 남북 관계를 토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11년 사이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추진했고, 남북 관계의 경색·단절이 심화되는 등 한반도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다루려는 3가지 핵심적 의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필요한 핵심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을 남북한의 정상이 만나 직접 담판을 짓는다는 점에서 지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문제 등이 논의된다는 점에서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와 성격이 지난 남북 정상회담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대내외의 기대가 큰 만큼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욕심을 과하게 부린다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핵화와 평화정착 문제에 대해서는 상호 동상이몽식의 해석이 불가능할 정도의 명확한 표현으로 합의해야 한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비핵화 및 평화정착 방안을 마련한 뒤 이를 북한에 설득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의지를 밝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급하게 협의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남북 관계 발전은 단 한 차례의 정상회담만으로 완전하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 역시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하나의 패키지로 이뤄지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체제 보장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미국에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한 핵 문제 이외에 한반도 정전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남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치와 관련된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군비통제 등 상호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도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물론이고,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에도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다. 국민들의 총의를 모아 이러한 기회를 잘 살려 나감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을 실현하는 데는 무엇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남북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남북 간에 ‘신뢰의 성’을 쌓지 못하면 한반도의 새로운 변화는 어렵다. 특히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발전되지 않는다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길라잡이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실질적인 중재자가 돼야 할 것이다.
  • “트럼프 보호무역, 사법부 판결에 영향 안 줘”

    “트럼프 보호무역, 사법부 판결에 영향 안 줘”

    “관세 등 정부와 독립적 판단… 판사로 첫 한국 방문 감격”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미국 행정부가 권한 내에서, 법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수행했는지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완전히 독립돼 있는 만큼 행정부 기조는 법원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만난 제니퍼 최 그로브스(49) CIT 판사는 미국 내 삼권분립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CIT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법원은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패소할 때도 있고, 외국 기업이 승소할 때도 있다”며 “외국 기업 손을 들어줬을 경우 행정부가 다시 관세를 부과하는 등 행정절차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로브스 판사는 이날 사법정책연구원이 뉴욕주 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2018 뉴욕주 변호사협회 아시아 지역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로브스 판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통상전쟁의 도래’라는 주제의 토론에 참가한다. 그로브스 판사는 뉴욕 검사보로 시작해 대통령 직속 무역대표부(USTR) 지식재산권 담당 선임 국장과 한·미 FTA 1차 협상 지식재산분과 미국 대표 등을 거쳤다. CIT는 반덤핑 등 국제통상 관련 소송을 담당하는 특수연방법원으로 미국 노동부, 농무부, 국제통상위원회, 상무부 등의 무역조정지원이나 상계관세 결정 등에 불복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곳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미국 상무부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 CIT에 제소했고, CIT는 지난 3월 관세를 재산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로브스 판사는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고, 로펌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며 “각각 정부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해 본 경험이 판사로서 원고와 피고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세계무역기구(WTO)보다 CIT에 제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로브스 판사는 “CIT는 한국 기업이 제소했어도 한국 정부나 관련 산업 협회 등 제3자도 소송에 원고로 참여할 수 있다”며 “유사한 사안이 발생하면 법원이 한 건만 골라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이 다른 기업이나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로브스 판사의 부모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로브스 판사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한 그로브스 판사는 부모님의 권유로 로스쿨에 진학했다. 그로브스 판사는 “판사가 되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감격스럽고 영광”이라며 “이번에 두 딸이 한국에 처음 왔는데 다양한 곳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픽업트럭 시장 개방은 ‘미국판 레드라인’… 美, 한국산 관세 철폐 연장 성과 내세워

    강경파 USTR 대표 ‘강관 타깃’ 韓 수출 1위 쿼터 절반 줄여 친한파 게리 콘 퇴진 아쉬움 ‘픽업트럭은 미국판 레드라인(금지선)이다.’ ‘친한파 게리 콘은 가고 강경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여전하다.’ 7개월여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결과 이면에는 이러한 ‘뒷배’가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통상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철강 관세(25%) 면제 대가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의 관세 철폐 기한을 2041년까지 20년 더 연장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체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픽업트럭은 단 한 대도 없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주요 협상 성과로 ‘픽업트럭 시장을 지켰다’는 점을 내세웠다. 농산물 시장 개방이 우리의 레드라인이듯 픽업트럭 시장 개방은 미국의 레드라인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픽업트럭은 미국 자동차 문화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라면서 “미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에 픽업트럭 시장을 개방한 적이 없고 한·미 FTA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픽업트럭 시장을 개방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2005년 FTA 첫 협상에서 미국은 우리나라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압박했다. 우리 협상단은 픽업트럭 시장 개방 요구로 맞불을 놨다. 이에 미국 정부의 담당자가 “한국이 픽업트럭을 개발하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고, 우리는 “5년이면 충분하다”고 엄포를 놨다. 당시 협상에서 픽업트럭 관세 철폐 기한이 10년으로 정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이다. 뜻밖의 협상 결과는 철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양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한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 평균의 70%인 연 268만t으로 줄이는 쿼터를 설정했다. 품목별로 보면 판재류는 기존 수출량의 111%로 오히려 늘어났다. 유독 강관 쿼터만 104만t으로 지난해 수출량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났다. 미국이 강관을 타깃으로 삼은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1위 품목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배경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국 강관이 미 철강 산업을 다 죽였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강관 쿼터를 대폭 깎았다는 것이다. 우리 협상단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워낙 강경하게 나와 협상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조기 퇴진이 우리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콘 전 위원장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막역한 사이다. 김 본부장과 콘 전 위원장은 양측 협상단과 함께 만나도 “둘이 얘기하겠다. 다 나가라”고 한 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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