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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폭 ‘상담교사 1000명 증원’ 없던 일로

    정부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전문 상담교사를 내년에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단 한 명도 증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 초 학교폭력 문제로 여론이 악화되자 급한 김에 전문 상담교사 확충안을 내놓았다가 이제 와서 슬그머니 백지화한 것이다. 전문 상담교사는 지역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 교우관계, 학업성적 등과 관련해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교사들이다. 2005년 처음 제도가 도입됐다. 지난 1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낸 2013학년도 전문 상담교사 가배정 인원은 총 1211명이다. 학교 배치 교원이 903명이고 지역교육청 배치 순회 교원이 308명이다. 현재 공립학교에 배치된 전문 상담교사 정원 1211명에서 한 명도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신규교사 선발 정원의 기준이 되는 가배정 인원이 동결되면서 내년까지 1000명을 증원하겠다던 교과부의 계획은 불과 반 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교과부는 당초 ‘9월까지 500명의 상담교사를 증원해 모두 1383명을 배치한다.’고 했지만 신규 채용은 25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은 전직 교사들로 채워졌다. 또 선발된 전문 상담교사 가운데 500여명만 일선 학교에 배치됐고 나머지 인력은 각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위(Wee)센터에 소속돼 순회 상담을 하고 있다. 성나경 전국전문상담교육자협회 대표는 “정부는 무슨 일이 터질 때만 전문 상담교사 임용을 늘리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전남의 한 지역에서는 교사 1명이 수백 개의 섬을 담당해 하루에 배를 네 번씩 갈아타고 학교를 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교사 증원 추진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하기 때문이다. 전문 상담교사 1000명 증원은 지난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었지만 행안부는 이후 최대 500명까지만 선발하도록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만 더 뽑을 수 없다.”면서 “상담 자격증을 가진 현직 교사를 전문 상담교사로 전환하는 등 교과부가 스스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2020년까지 정규직 전문 상담교사 4200여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공무원 정원을 늘리기 어렵다면 사립학교에서라도 상담교사를 많이 채용하도록 학교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 대표는 “사설 교육기관에서 상담 과정을 수료해 자격증을 취득한 상담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질 문제는 물론 학교를 전전하는 떠돌이 상담사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공주 자살 고교생 가해자 소환 조사

    충남 공주 고교생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주경찰서는 20일 숨진 박모(17)군을 폭행한 같은 반 친구와 학교 관계자 등 10여명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학교 측 자체 조사에서 친구 3명이 박군을 집단 폭행했고 5명이 박군의 의자에 접착제를 붙이는 방법 등으로 괴롭혔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이들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앞서 학교 자체 조사에서 A군 등 같은 반 친구 5명은 올 3월 학기 초부터 박군을 괴롭혀 온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박군의 의자나 샤프펜슬 등 학용품에 본드를 붙이거나 공으로 박군의 머리를 때리면서 괴롭혔다. B군 등 다른 친구 3명은 지난 16일 오후 8시쯤 야간 자율학습 때 “왜 수업 빼먹은 사실을 고자질했느냐.”며 박군을 교내 화장실로 끌고 가 주먹 등으로 폭행했다. 박군은 폭행을 당한 뒤 친한 친구들에게 멍든 부위를 사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날 열린 박군의 장례식에서 가족들은 “학교 폭력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장례식장을 찾은 교육청 관계자에게 “왜 제대로 조사하지 않느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친구들도 박군이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한편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도 1학년 학생 2명이 같은 반 학생들에게 폭행과 성적 학대를 당하다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피해 학생 1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이모(13)군과 김모(13)군은 지난 3월부터 같은 반 학생 9명에게 거의 매일 교실 안에서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빼앗겼다. 심지어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들의 바지를 벗겨 성적 학대를 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견디다 못한 이군이 3층에 있는 화장실 창문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을 주변에서 가까스로 막았다. 이미 지난 6월 피해 학생 부모의 신고로 진상조사를 벌여 가해 학생 중 1명만 전학 조치했던 학교 측은 자살 소동이 벌어진 뒤에야 다시 실태 파악에 나섰다. 공주·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시론]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무엇이 문제인가/장원경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조교수

    [시론]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무엇이 문제인가/장원경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조교수

    1990년대 후반, 유명인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주는 KBS의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는 그 유명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방송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방송 중 그 유명인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공개돼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재하여야 할 것인지 여부가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선도·교육하기 위해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일부 교육 관계자들은 학생 당사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와 입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부 기재의 문제는 단순히 찬반을 논의하기에 앞서 학교폭력의 개념에 대한 인식과 그 처리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요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첫째, 학교폭력의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학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조치사항은 일종의 범죄 경력으로 인식될 수 있다. 즉,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에는 상대방에게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의 ‘폭력’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어 ‘학교폭력=범죄’라는 등식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이 모두 범죄 내지 범죄에 준하는 행위인가? 현재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학생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서 폭력의 정도가 아니라 폭력의 발생 장소와 대상에 의하여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장난을 치다가 친구 옆구리 한 번 찌른 행위’에서부터 ‘급우를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괴롭힌 행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의 개념에 포섭돼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모두 학생부에 기재한다면, 이는 전과가 아닌 사실조차 전과처럼 인식돼 억울한 ‘전과자’를 만들어내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야기할 것이고, 과도한 제재의 낙인효과로 인해 새로운 비행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행의 예방을 위하여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그 대상이 되는 가해행위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세분화하여 명확히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학교폭력 처리절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의하면 학교폭력이 신고 접수되면 교감, 전문상담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 먼저 사안을 조사한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자치위원회에서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장은 자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의결 사항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현재 논란이 되는 것은 자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할지 여부이므로 먼저 ‘자치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치위원회는 학폭법 제13조에 따라 위원장 1인을 포함하여 5인 이상 1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전체위원의 과반수는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된 학부모 대표여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포함한 다수가 수긍하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 결정 내용의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치위원회 구성의 절차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사안을 객관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필수적으로 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논란은 필요충분 조건이다. 그러나 그 논란이 얼마나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이다.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있으므로 그에 관한 단순한 찬반 논란에서 벗어나 학교폭력에 대해 세분화되고 명확한 개념 정의와 시스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의 초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 응답률 압박에 ‘학폭’ 가해·피해자 한 교실 조사

    지난달 일선 학교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실태 2차 전수조사가 상당수 학교에서 사실상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등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사방법에 대한 뚜렷한 지침 없이 응답률만 높이라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의 압박 때문에 당초 취지보다는 형식에만 급급한 본말전도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 초 1차 조사에 이어 이번에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 전국 초·중·고교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한 달 일정으로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생 558만여명을 대상으로 2차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25억원을 들여 우편으로 1차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응답률이 25% 수준에 머무르면서 예산낭비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설문조사를 학기 중에 온라인으로 진행하도록 방식을 변경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교과부의 의도와 전혀 다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는 익명성 보장을 위해 실명 대신 인증번호를 받아 설문에 참여하도록 했지만,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수업시간에 일괄적으로 설문을 실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학생들이 집에 있는 컴퓨터 등에서 하라고 하면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최모(33·여)씨는 “컴퓨터 활동 시간에 교내 컴퓨터실에서 각반이 돌아가면서 설문조사를 했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응답률을 높이라며 내놓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경기지역 고등학교 교사 박모(36)씨도 “학생들이 서로 의논해 설문한 내용을 공유하거나 옆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알아서들 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뒤섞여 한방에서 조사를 받다 보니 학교폭력 사실을 털어놓기가 1차 조사 때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정모(14)군은 “폭력을 휘두르는 애들이 옆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굳이 신고를 해서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털어놨다. 일부 교육청은 “학교별로 응답률이 일정 수준을 넘도록 하라.”며 목표치를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지역의 한 지역교육청은 지난달 지역 학교장과 생활지도 교사 40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반드시 재학생의 20% 이상이 설문에 참여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교과부가 ‘예방효과’를 내겠다며 설문조사 과정에 포함시킨 동영상 콘텐츠 역시 외면받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신모(12)군은 “개그맨이 나오는 동영상을 보기는 봤는데 다들 식상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설문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자체적으로 교과부 지시를 어기고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전북교육청은 관내 773개 학교 21만여명의 학생들에게 온라인조사 대신 서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과부가 만든 설문지를 사용하지만 가정통신문 형식으로 나눠 준 뒤 집에서 작성해 학교에 배치된 수거함을 통해 회수하는 식이다. 또 표집학교 90개교를 선정해 교육청 관계자가 학교로 찾아가 직접 설문을 실시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가정의 컴퓨터를 활용해 참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학생이 인터넷 사용을 못하거나 컴퓨터가 없는 경우 학교 도서실, 컴퓨터 실습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안내하고 있다.”면서 “원활한 조사를 위해 학교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강제로 단체설문을 실시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명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뉴스&분석] 학생 ‘인질’로 싸우는 교육자님들

    [뉴스&분석] 학생 ‘인질’로 싸우는 교육자님들

    학생, 학부모가 불안에 떨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시도 교육청 간 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때문이다. 교육 당국이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 교원평가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할 땐 교육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학교폭력 가해문제를 대학입시에 반영하겠다는 교과부 방침에 일부 진보 교육감들이 반기를 들면서 학생, 학부모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앞으로도 재현될 가능성이 많다. 교육감 주민 직선제 도입 이후 독자적인 중등교육 정책을 펴려는 교육감과 중앙정부의 교육철학이 다를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다. 교과부와 시도 교육감의 소통 활성화에서부터 교육감 직선제 제도보완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 문제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009년 교육감 주민 직선제 도입 이후 교과부가 벌이는 소송(행정심판)은 지난 7월 말 현재 41건에 이른다. 이 중 지난 2년간 교과부와 서울·경기·전북·전남교육청 사이에 벌어진 행정소송만 11건이다. 1949년 교육감 제도가 처음 도입된 뒤 임명제·교육위원회 간선제·학교운영위원회 간선제 등을 거치는 60여년간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소송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진보성향 교육감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무시하는 정부와 정부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진보성향 교육감이 정면충돌한 결과다. 학생인권조례, 특별채용 교사 임용거부, 시국선언 참여교사 징계, 교원평가,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등 보혁 간의 시각차는 100%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교육 당국 간 정면충돌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학생과 학부모다. 2013학년도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는 믿을 구석이 없다. 대학들이 교과부에서 학교폭력 미기재 학교의 명단을 받아 이들 고교 출신 수험생을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말은 이 학생들을 ‘취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반면 학교폭력 여부를 기재하는 대다수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일부 학교의 기재 거부로 인해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혹시나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주요 사립대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20대1을 훌쩍 넘는다. 서류의 오·탈자 하나에도 민감한 상황에서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교폭력 기재 논란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핵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직선 교육감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교과부장관 간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10일 학교폭력 가해 사실 등을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을 도교육청 이름으로 국회에 공개청원했다.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가 학생들의 인권침해이며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문제는 전적으로 교육감들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학교와 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난감할 따름이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대교협 “올 수시에 학적·출결 사항만 반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10일부터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됨에 따라 올 대입에서 학교폭력 관련 인성평가를 반영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교협은 “올해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한해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반영할 것”이라면서 “면접 등에서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반성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되면 이 점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가해사실 미기재 고교 명단은 14일부터 각 대학이 공유해 수시 전형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 수시모집 전형에서는 지난 7일까지 기재해야 하는 학적 및 출결사항은 반영하되 오는 12월 1일 마감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사항은 반영하지 않는다. 한편 전남교육청은 이날 교과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입장을 반영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할 경우 기록을 잠정 보류한 뒤 일정 기간 가해학생의 태도와 행동을 관찰, 개선됐다는 판단이 들면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학폭 학생부 기재 삭제하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 3학년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각 대학에 제공할 때 학교폭력 내용을 삭제하도록 일선 고교에 명령했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대해 진보성향 교육감들과 일부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가장 강도 높은 조치라는 점에서 교과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 교육감은 6일 오후 25개 관내 지역교육청의 교육장 및 학생부 업무 담당자, 학교폭력 관련 3학년생이 있는 103개 고교 교장을 교육청으로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육감은 인권침해 논란 등 학생부 기재 보류 방침 배경을 강조하고, 올 대학입시와 관련해 고3 학생들의 학생부를 대학에 제공할 경우 학교폭력 내용을 기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현재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기재하지 않는 경기도 고교는 한 곳뿐이지만, 김 교육감은 이미 학생부에 기재된 고3 학생들의 학교폭력 내용도 삭제한 뒤 각 대학에 제공하도록 했다. 도교육청 측은 “학생부가 외부에 활용될 경우 교육감이 학생부에 대한 지도 감독을 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 제30조 6항과 7항에 근거한 사실상의 명령”이라고 설명했다. 올 입시에서 상당수 대학들이 학교폭력 등 인성사항을 전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학생부를 입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학교장이 7일까지 승인해야 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진보 교육감 “李장관 퇴진 요구” 전면전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문제를 두고 빚어진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 대해 ‘교육 파괴 종결자’라는 용어까지 써 가며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 방침에 긍정적이던 일부 교육감까지 기재 거부로 입장을 바꾸면서 대학입시를 앞두고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보수 교육감은 집단행동 거부 전국 16개 시·도교육감들은 4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과부의 학교 폭력 사실 학생부 기재 지침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서울·경기·강원·전북 등 교과부 방침에 반대해 온 교육감들은 “법적 근거도 없이 이뤄진 학교 폭력 사실의 학생부 기재 지침은 인권 침해이자 위법 행위”라며 시행을 중단할 것을 교과부에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교육감들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며 집단행동을 거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시도 교육감들은 오는 7일 신학용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학교 폭력 가해 사실 학생부 기재 지침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북교육청이 지난 3일 학교 폭력 기재 거부와 함께 이 장관에 대해 탄핵을 요구하고 나선 데 이어 이날도 일부 교육감들의 강도 높은 반발이 잇따랐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의 교과부에 교육은 없으며 교과부 장관은 교육 파괴의 종결자임을 스스로 선언했다.”면서 “교육자들의 양심을 모독한 책임을 지고 이 장관 스스로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교육감은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도 “교과부의 정책 취지를 반영하면서도 위헌·위법성과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국회 차원의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일 국회 교과위원장과 면담 교과부 방침에 따르기로 했던 광주교육청도 입장을 바꿨다.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오늘 이후 학교 폭력 관련 학생부 기재는 국회의 입법에 따른 법률적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시행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선언했다. 광주교육청은 당초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면서도 고3 학생에 한해서는 입시 전형 등의 불이익을 들어 기재하기로 입장을 바꿨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교사들이 말하는 ‘학교폭력근절 대책 4개월’

    지난 2월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시행된 지 4개월이 흘렀다. 복수담임제와 체육 수업시수 확대 등 눈에 보이는 정책도 여럿 시행되고 있지만, 종합대책 시행 이후에도 학교폭력 피해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매일같이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직접 시행하는 교사들로부터 생생한 학교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은 지난 8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좋은교사운동 사무실에서 서울과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 현직교사 14명과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 송환웅 참교육학부모 부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학교폭력대책 발표 이후 실제 폭력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나. -N교사(경기 B중 학생부 담당) 경찰이 와서 교육하고 상주하고 그래서 그런지 조심하는 것 같긴 하다. 아직 큰 사건은 없었다. 근본적인 변화는 잘 모르겠지만 억제효과가 없지는 않다. -W교사(경기 Y중 학생부장) 물리적 폭력은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왕따 문제는 증거가 없어서 여전히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겉으로는 줄어든 것 같지만 문제가 해소된 게 아니라 잠복해 있을 뿐이다. -K교사(서울 K고 생활자치부장) 겁을 먹고 있는 것은 오히려 교사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폭력을 방치했다가는 4대 비리 교사가 되기 때문에 ‘내가 혹시 입건되지는 않을까.’, ‘내가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복수담임제로 인해 학급운영이 수월해졌는가. -W교사 대부분의 (본래)담임은 환영하지 않는 제도다. 나름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학급운영을 하려는데 (복수담임이) 개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복수담임을 비교하는 경우도 있어 영역을 쉽게 침해하지 않으려 한다. 담임은 부담스러워하고, 복수담임은 역할이 없어서 미안해한다. -N교사 아침조회 두번은 복수담임이, 세번은 본담임인 내가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점점 학생들에게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애들 파악도 덜 되고. 교사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의 강제에 의한 대책이어서 그런 것 같다.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기록하는 것은 어떤가. -L교사(경기 D중 학생부장) 이건 어떻게든 처벌하자는 얘기지 교육은 아니다. 법무부나 검찰이 발표한 것도 아니고, 교과부에서 나올 수 있는 대책도 아니다. 관계 회복과 학교생활을 돕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분위기가 많다. -Y교사(서울 G고 담임) 교과부 시책에 따라 학생부 기록 명목이 바뀌기도 한다. 방과 후가 필요할 때는 방과 후 내용을 쓰라고 하고,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니까 학폭위를 쓰라고 한다. 생활기록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것은 문제다. →대책발표 이후 관련 공문이 많이 늘었나. -L교사 교육했느냐, 몇명 했느냐, 몇번 했느냐, 주간에 했느냐 등 공문이 수도 없이 많다. 밖에서 원하는 실적을 위해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를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관계, 학교문화인데 실적에만 집착하는 경향이다. 게다가 공문이 학교의 정책을 왜곡시키는 것도 문제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실태는 어떤가. -K교사(서울 Y여고) 선배들이 후배들 모아 놓고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교우관계와 친밀함 형성에 도움이 됐다. 심성프로그램이든 집단 상담이든 관계를 잘 세워가는 프로그램을 한다면 왕따라든가, 집단 폭력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편집위원장 1대1이든 집체 방식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한다면 도움이 된다.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예방교육은 의미가 없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학교폭력 대책] 교장이 가해학생 즉시 출석정지… 피해학생 전학 규정 폐지

    [학교폭력 대책] 교장이 가해학생 즉시 출석정지… 피해학생 전학 규정 폐지

    6일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학교와 교사의 권한 강화, 가해학생에 대한 엄격한 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사소한 괴롭힘도 ‘범죄’로 규정하고 ‘신고만 하면 반드시 해결한다.’는 의지를 정책에 반영했다. 종합대책에 포함된 7가지 실천정책은 ▲학교장·교사 권한 강화 ▲가해·피해학생 조치 강화 ▲예방교육 확대 ▲학부모 책무성 강화 등 직접 대책과 ▲교육 전반의 인성교육 실천 ▲가정과 사회 역할 강화 ▲게임·인터넷 중독 등 유해요인 대책 등 모든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먼저 학교폭력의 일선에 있는 학교장·교사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했다. 정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학교폭력에 대한 징계 특례규정을 신설해 학교장이 가해학생에 대해 출석정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장 3월부터 학교장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즉시 출석정지를 명할 수 있다. 출석정지 일수 제한도 없애 전체 수업일수의 3분의1 이상을 못 채우면 자동 유급되도록 했다. 또 새학기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 ‘복수담임제’를 도입, 30명 이상 학급에 정(正)담임과 부(副)담임이 배치된다. 담임 2명은 업무를 분담하되 학생들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도록 했다. 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의 조치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 상급학교 진학 때 자료로 제공하도록 했다. 학교폭력 신고를 일원화하기 위해 신고 대표전화를 경찰청 117로 통합하고 3~6명의 경찰이 상주하는 ‘117 학교폭력신고센터’가 1곳에서 17곳으로 확대된다. 피해학생의 치료가 필요할 경우 학교안전공제회가 우선 지원한 뒤 가해 학부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또 상급학교 진학 시 피해학생이 요청하면 가해학생과 같은 학교로 배정되지 않도록 조치하게 된다. 가해학생에게는 엄격한 조치와 재활치료가 지원된다. 학폭위로부터 전학조치를 받으면 행정구역과 관계없이 피해학생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전학을 가야 한다. 일진지표를 개발, 일정 점수 이상이거나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는 학교에는 일진경보제를 내리게 된다. 이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일진회 해체 등 대응을 지휘하게 된다. 또 모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기당 1회 이상 일과후 학교설명회를 실시하도록 했다. 정부는 학생들의 공동체 능력 배양이 학교폭력 근절의 근본대책이라고 보고 인성교육 강화책을 내놨다.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중학생의 경우 올 2학기부터 체육수업을 주당 2~3시간에서 4시간으로 50% 늘리며, 모든 학생은 1개 이상의 스포츠 클럽에 가입해야 한다. 교사들은 생활기록부에 학생의 인성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입학사정관제 등의 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아울러 게임·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해 게임 시작 2시간 이후 자동으로 종료되는 ‘쿨링 오프제’를 도입하고, 게임물에 대한 청소년 유해성 심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모든 경찰서에 ‘학폭’ 전담경찰

    앞으로 전국 모든 경찰서에 적어도 1명 이상의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이 배치된다.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을 정기적으로 만나 보복 폭행 등 추후 상황을 점검해 2차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경찰청 생활안전국은 15일 ‘학교 폭력 방지 추가 대책’을 마련,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전담 경찰 신규 채용 인원 등 세부 방침에 대한 조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국 249개 경찰서에 배치될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은 가해 학생이 또 다른 학교 폭력 사건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될 때 교육·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에 따라 학교 폭력을 담당하는 여성·청소년 담당 경찰관의 수를 증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규모가 작은 38개 2급 경찰서와 74개 3급 경찰서에서는 여성·청소년계가 아예 없거나 전담 직원이 없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자율학교’가 뭐길래

    올 처음 자율학교로 지정된 전남 곡성고에 외지 우수학생이 대거 몰려 신흥 명문고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4일 이 학교에 따르면 최근 2006년 신입생 원서접수 마감결과 140명 정원에 170명이 지원,30명이나 초과됐다. 농어촌이나 도서벽지 학교들이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지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 우수자인 데다 3분의1이 넘는 50명은 곡성이 아닌 광주와 전남·북, 경남 등지의 학생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자율학교로 지정돼 교육부로부터 재정·행정적 지원을 받는 데다 교육과정 조정 등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이 우수학생이 몰리게 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곡성고는 이미 교육과정도 일부 조정하고 8월 외국 유학파 영어교사 1명을 영입했으며, 내년 3월쯤 우수 교사 4명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좋은 여건을 찾아 몰려드는 외지 학생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역 학생들의 진학폭이 줄어드는 엉뚱한 피해가 발생,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이에 따라 최근 140명인 입학정원을 150명으로 늘려줄 것을 도교육청에 건의했다. 이 학교 오남종(59) 교장은 “자율학교는 여러가지 특혜를 받기 때문에 타학교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며 “이번 성과를 계기로 곡성고를 전국의 새로운 명문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부시의 전쟁 / BBC기자 지뢰 밟아 사망

    “카메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찍다 보면 숨이 멎을 것 같습니다.부엌에서 당근을 썰다가 칼을 쥔 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이것이 전쟁의 참상입니다.” 2일 이라크 북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사고로 사망한 영국 BBC방송 카메라기자 카베 골레스탄(사진·52)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이라크 북부 키프리에서 동료 3명과 취재를 하던 그는 이날 새벽 차량문을 열고 나오다 지뢰를 밟아 현장에서 사망했다.프로듀서 스튜어트 휴스는 다리 부상을 입었으나 특파원 짐 무어와 통역관 1명은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레스탄은 88년 이라크-이란 전쟁 때 이라크가 북부도시 할랍자에 화학폭탄을 투하한 현장을 촬영,퓰리처상을 받았다.그는 “어린 소년·소녀들이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아우성치고,내 팔 안에서 한 소녀가 구토를 하며 숨을 거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이 폭격으로 이 지역에 거주하던 쿠르드족 5000여명이 숨졌다. 이란 출신으로 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활동해 온 그는유가족으로 아내와 19살 된 아들을 남겼다.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에서 취재하다 숨진 외국기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정은주기자
  • 부시의 전쟁/ 쿠웨이트도 ‘충격과 공포’저공 미사일에 방공망 뚫려 이라크, 특수부대 침투 시도

    |쿠웨이트시티 김균미·도준석특파원|쿠웨이트 시내의 유명 쇼핑몰이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이라크 특수부대 ‘사담 페다인’이 쿠웨이트 침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며 쿠웨이트에 전쟁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29일 새벽(현지시간) 쿠웨이트 시내에서 발생한 미사일 공격 당시 공습경보가 울리지 않아 쿠웨이트의 미사일 방어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이라크의 미사일을 이용한 화학폭탄 공격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쿠웨이트 정부는 저공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새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시내 쇼핑몰 미사일 공격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티 내 유명 대형 쇼핑몰인 수크 샤크에 29일 새벽 1시42분쯤 이라크의 미사일이 떨어져 쇼핑몰 내 영화관 건물 일부가 크게 부서졌다.젊은이들의 명소로 알려진 수크 샤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다행히 새벽 시간에 이뤄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라크전 발발 이후 쿠웨이트는 모두 13발의 이라크 미사일 공격을 받았지만 미사일 공격으로 시내 건물이 부서지는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다. 사고 직후 현장을 찾은 아흐메드 알 파시드 공보장관은 “스커드 미사일은 아니며 지대함 미사일로 재래식 탄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화학무기 가능성을 배제했다.알 파시드 공보장관은 “미사일이 해상 5m 정도로 저공비행해 미사일 방공시스템에 탐지되지 않아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다.”면서 “쿠웨이트가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에 노출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호텔 폭탄테러 위협 28일 밤 쿠웨이트시티내 쉐라톤,크라운 프라자,리젠시 팰리스 등 3개 특급호텔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보안소식통을 인용,쿠웨이트 관영 KUNA통신이 전했다. 폭발물 처리 전문가들과 탐지팀들이 각 호텔로 파견돼 호텔 주변과 내부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했으나 폭발물을 발견하지 못했다.쿠웨이트 당국은 특급호텔 등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 특수부대 사담 페다인 쿠웨이트 침투 시도 이라크 남부에서 게릴라전을 펴고 있는 이라크 특수부대 ‘사담 페다인’이 테러 공격을 위해쿠웨이트 침투를 시도했다고 쿠웨이트의 영자지 아랍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타임스에 따르면 쿠웨이트군은 지난 이틀간 야간을 틈타 쿠웨이트-이라크 국경의 모래장벽을 넘어 쿠웨이트로 침투하는 페다인부대원 11명을 체포했다.이들은 군 정보부로 넘겨져 조사중이며 쿠웨이트 내 폭탄테러를 수행하기 위해 잠입을 시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라크, 무장해제 않고 있다”

    ◆블릭스단장 안보리 보고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이라크가 유엔의 무장해제 요구를 진정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예상보다 강도높게 이라크의 비협조적 태도를 비난한 블릭스 위원장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 내용은 미국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사찰기간 연장을 요청했고,안보리 상임이사국중 프랑스와 러시아는 보고 내용만으로 군사행동이 불가피하다는 미국 입장을 지지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따라서 블릭스 위원장의 2차 안보리 보고가 예정된 다음달 14일까지는 사찰이 연장되고 미국이 안보리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이르면 3월중 이라크를 단독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는 27일 쿠웨이트가 미군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면 쿠웨이트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정적 내용 담은 보고서 블릭스 위원장은 26일 이라크가 사찰단의 의혹 시설 접근에는 협력했으나 실질적인 면에서 협력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라크는 이 시간까지도 무장해제를 요구한 유엔 결의를 진정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대량의 VX 신경가스와 탄저균 등의 행방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 점 ▲탄저균을 폐기 주장 시점 이후에도 계속 대량 보유해온 점 ▲최근 사찰에서 겨자가스 원료물질이 발견된 점 ▲과학자 11명에 대한 면담과 U-2정찰기의 사찰 동원을 거부한 점 등을 비판했다. 한편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보다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그는 아직까지 이라크가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라크의 핵 의혹에 관한 결론을 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안보리에 사찰기간 연장을 요청했다.그는 “이라크가 적극 협력한다면 몇달 안에 이라크가 핵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확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다음주 개전 결정 가능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다음주중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대량 은닉했다는 비밀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익명의 관리의말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부시 대통령은 28일 국정연설에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의 불가피성을 강조,국내외 지지 여론을 끌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주중 이라크와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연계돼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이는 이라크가 미국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향후 전망 미국은 2월중 이라크 공격에 필요한 병력의 걸프지역 배치를 완료하는 동시에 이라크 공격에 대한 안보리 승인을 끌어내기 위해 외교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상임이사국중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는사찰단에 시간을 더 주고 좀더 구체적인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안보리는 29일 사찰단의 보고 내용에 대한 평가와 대응책을 논의한 뒤 다음달 14일 블릭스 위원장으로부터 2차 보고를 들을 예정이다.미국은 2차 보고 때까지 사찰기간을 연장하는데 동의하되,보고 내용이 이번처럼 부정적이라면 군사행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일단 이라크공격에 대한 안보리 승인을 구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단독으로 공격할 것이 확실시되며,이럴 경우 3월중 공격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김균미기자 kmkim@kdaily.com ◆사찰단 보고 각국 반응 유엔 사찰단의 안보리 보고에 대해 미국·영국·호주 등은 이라크전쟁 추진 입장을 더욱 굳힌 반면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과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즉각 사찰 연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사찰단의 안보리 보고 직후 “사찰은 계속되고 있지만 사찰을 위한 시간은 점점 소진되고 있다.”고 말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해 주요 동맹국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보고서 내용중 어떤 것도 “이라크가 무장해제할 것이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번 보고가 후세인이 사찰에 협력하는 척하면서 사실을 은폐해 왔음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미국·영국과 더불어 걸프지역에 병력을 파견한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는 28일 이번 보고서가 유엔 결의에 대한 이라크의 중대한 위반을 보여주는 “꼼짝 못할”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라크가 무장해제하지 않으면 국제 테러조직을 무장시킬 우려가 있다.”고 무력을 통한 무장해제를 강조했다. 반면 프랑스,독일 등은 사찰단에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과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사찰단이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노르웨이·스페인·그리스·캐나다 등도 사찰 연장 요구에 동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찰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라크가 사찰활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강경책에 동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장이샨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사찰이 “공정하며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사찰을 중지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며 사찰단의 임무 완수를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28일 이라크에 무장해제 요구에 완전한 협력을 촉구했으나 사찰 연장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사찰 연장과 관련,유엔 안보리 회담의 결과에 따를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보고서가 제출된 27일 뉴욕 증시는 전쟁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8000선이 무너지는 등 크게 떨어졌다. 박상숙기자 alex@kdaily.com ◆사찰단 보고서 요지 ▲이라크는 무장해제를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의혹시설이나 지역에 대한 접근에 관해서는 잘 협력해왔다.그러나 항공촬영과 감시를 위해 미국의 U-2 정찰기를 이용하겠다는 사찰단의 요청은 사실상 거부했다. ▲이라크는 수t의 실험용 VX 신경가스만을 생산한 뒤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이라크가 이 가스를 무기화했다는 징후가 포착됐으며 가스 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의 행방도 규명되지 않았다. ▲이라크는 83∼98년 1만 9500개의 화학폭탄을 투하했다고 보고했으나 98년 이라크 공군본부에서 발견된 문서에는 1만 3000개의 폭탄이 투하된 것으로 나타나 그 차이가 해명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남서부 벙커에서 발견된 빈 화학탄두들은 이라크가 이런 탄두들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된 최근 수년 사이 옮겨진 것들이다. ▲이라크가 생산·폐기했다는 생물학전용 병원균 8500ℓ의 생산·폐기에 관한 증거가 없다. ▲농축 탄저균 5000ℓ를 생산할 수 있는 박테리아 배양매체 650㎏의 존재가 보고에서 누락됐다. ▲이라크가 소비했다고 주장하는 스커드 미사일에 관한 데이터가 없다. ▲알 사무드Ⅱ와 알 파타 등 금지된 미사일 두 종류가 시험발사 및 배치됐으며 미사일 제조 관련 기반시설이 구축됐으며 지난 2년간 미사일 개발 관련 물품이 수입됐다.
  • 매향리 ‘우라늄彈 사용’ 논란

    주한 미 공군기가 지난 8일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 사격장에 떨어뜨린 폭탄을 놓고 인체에 유해한 우라늄 탄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있다. 국방부가 16일 공식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미 공군 소속 A-10기가 매향리부근 해상에 투하한 폭탄은 MK-82로 불리는 500파운드짜리 실전용 활성탄이다. MK-82탄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모의 훈련탄과 작약의 양이 실전용 보다 적은연습탄, 실전용 활성탄 등 3종류가 있으며 사격훈련을 할 때에는 연습용만사용한다는 것이다.하지만 16일에는 기체 이상 때문에 무게를 줄일 목적으로어쩔수 없이 기체에 매달고 있던 실전용 폭탄을 투하했다는 것이 주한미군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고 지점에서 발견된 폭탄 파편에는 ‘BDU’라는 적혀 있었고,매향리 주민들은 우라늄 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사고 소식을 듣고 해외에서 달려온 반전 운동가가 주민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 반전 평화운동가인 브라이언 윌슨씨는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BDU가 ‘Bomb Depleted Uranium’의 약자로 우라늄열화학폭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열화 우라늄 폭탄은 암을 유발하고 조산,기형아를 낳을 수 있는 인체에 치명적인 무기로 걸프전에서 대량으로 사용됐다”며 분개했다. 국방부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BDU가 ‘Bomb Dummy Unit’의 약자로 ‘공대지 연습탄’이라고 설명했다.연습용 폭탄이기 때문에 사고 당일 폭탄의 파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따라서 주민들의 이같은 불안감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과 주한미군측이 신속하게 BDU를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운기자 kkwoon@
  • “미의 리비아 비난 태서 동조”보복/카다피,태근로자 1만명 출국령

    ◎동아건설 수로공사 투입 5,500명 포함 【트리폴리 AFP 연합】 리비아 국가지도자 무하마르 카다피는 7일 태국이 미국의 대리비아 비난에 동조한데 대한 보복으로 자국에서 취업중인 1만명의 태국인 근로자들에게 사실상 출국을 명령했다. 카다피는 이날 국영TV 연설을 통해 리비아 남부로부터 북부 해안지역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로및 터널공사에 참여중인 5천여명을 포함한 태국 근로자들을 해고할 것을 국내회사들에 지시했다. 그는 『만약 태국이 미국의 압력으로 우리로부터 등을 돌려 우리가 화학폭탄을 만들기 위해 터널을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태국에 「더이상 1만명의 태국인들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그들을 귀국시키겠다」고 통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리비아가 화학무기를 제조중이라고 비난했는데 리비아측은 지난 5일 화학무기제조 지원을 위해 태국인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일축했다. ◎인원감축 지시 받아 이에 대해 동아건설측은 『리비아의 대수로공사 발주처로부터 공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현재5천5백명인 태국 인력을 퇴직 등 자연감소인원부터 정리하는 방식으로 줄여나가달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하고 『자연감소인력을 베트남·중국 등 제3국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해 약 1천명 가량 훈련시키는 등 대비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 대학인의 의지를 행동으로(사설)

    대학의 총학장들이 요즘 대학의 위기상황은 학생의 잘못을 보고도 방관적 태도를 취해온 교수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번의 총리 폭행사건을 계기로 대학폭력에 단호히 대처키로 의견을 모았다. 5일 있은 전국 63개 대학 총학장들의 대학 공동대처 방안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점을 발견할 수가 없다. 학생운동의 실상과 방향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고 문제점에 대한 분석에 빠뜨린 것이 없다는 것이다. 총리폭행사건을 계기로 학원폭력은 추방되어야 한다는 자세도 새로운 듯했고 오고간 얘기와 대응방안이 구체적이어서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이같은 모임에서 흔히 있어온 교육부 장관의 인사말 순서를 사절한 회의진행 방식이나 성명서 한장 채택하는 정도로는 오늘의 대학위기가 극복될 수 없다는 분위기에서 총학장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날 대응방안으로 제시된 학사관리를 제대로 함으로써 수업을 등한히 하는 학생은 설자리를 잃게 하고 지금까지의 수세적 입장에서 교수들이 직접 나서 학원내 시설파괴 행위와 총장실 점거와 같은 과격행위를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내용이 타당성을 갖춘 것이다. 또 학원정상화위원회를 구성해 각 대학이 공동대응한다는 것이나 학생들의 수익사업 규제,학교행정의 공개주의 추진방안 등이 필요한 조치의 하나이다. 이에 못지 않게 대학의 교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대학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바로 대학 이외에 없다는 공감대 형성의 확인도 의미가 큰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회의를 지켜보면서 대학폭력 추방을 위한 총학장들의 각오와 대응방안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의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것은 언제나처럼 대안이나 대책이 없어 문제의 해결이나 시정이 불가능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총학장들의 회의가 있어 왔으나 학원사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 학원문제는 그렇게 쉽지 않은 심각한 상황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학생을 꾸짖는 교수가 많지 않고 어용이 두려워 논쟁을 삼간다는 학원내 분위기가 오늘의 현실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더욱이 지금의 사태는 학교당국이나 교수의 적극적인 자세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종전대로 옆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자세로 일관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날의 총학장회의를 평가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이번을 대학존립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적극 대처하겠다는 인식의 재확인이고 공감대의 재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총학장들은 이날 결의한 여러 구체적인 대학폭력추방 방안을 가감없이 적극 추진할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공동대응하자는 또 한 번의 말잔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적인 행동만이 학원폭력을 몰아내고 대학을 정상화하는 길임을 강조한다. 교수들이 옳다고 믿는 주장을 소신있게 펴고 그 주장을 실천하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원문제는 대학 스스로 해결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그런 노력이 있게 될 때 학생운동은 제자리를 잡게 된다고 여긴다.국민적인 호으이 그때 있게 되고 대학은 신뢰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총학장들의 결의가 대학폭력을 추방하는 한 계기가 됐다는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
  • 소ㆍ중미ㆍ동구의 「선거혁명」 분석

    ◎“「표의 심판」은 총칼보다 강하다” 실증/자유총선 열풍,역사변혁 주체로 등장/국민의 동의없는 독재정권은 존재 당위성 상실 핵무기나 화학폭탄,또는 「스타 워스」,레이저광선 따위는 잊어버려도 된다. 1990년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소박한 투표함인 것같다. 남미의 니카라과로부터 소련의 리투아니아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깨끗한 한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19세기의 미국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1856년 갈파한 말을 실증하고 있다. 『투표(BALLOT)는 총탄(BULLET)보다 강하다』 지난 25일의 대통령선거에서 니카라과 유권자들은 79년 소모사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11년간 집권해온 좌익 산디니스타 정권을 13%의 표차로 몰아내고 비올레타 차모로 여사가 이끄는 야당연합에 통치권을 위임했다. 소련 리투아니아 공화국에서는 모스크바로 부터의 독립을 주창하는 재야그룹 사주디스 운동이 소련 역사상 최초의 복수정당 참여하의 선거에서 공산당을 참패시키고 당당히 승리했다. 이들 두 곳의 선거결과는 해당지역 사태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것은 물론이지만 동시에 세계의 지정학적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일부이기도 하다. 극좌 극우 양진영의 급진파에 의해 다같이 부자들의 사치,또는 노동계급의 염원을 짓밟으려는 계략으로 매도돼 오랜세월 외면당해 온 자유선거가 지금 이 격변의 한가운데서 열쇠 역할을 하고있다. 『남아프리카에서 소련에 이르는 모든 곳에서 분출하는 목소리는 유권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정책을 강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런던에 본부를 둔 선거개혁학회의 마이클 메도우크로프트씨는 지적한다. 이렇게 볼때 세계 어느지역 보다도 절실히 선거가 필요한 곳은 지난 40여년간 1당통치를 해온 공산당 정권이 붕괴되고 신생 야당들이 정권 인수를 기다리고 있는 동구이다. 폴란드는 이미 작년 6월 선거를 치른 결과,동구사상 최초의 비공산정부를 탄생시켰다. 금년에는 동독의 3월18일 자유선거를 실시하며 여기서 승리하는 새 집권당이 서독과의 통일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확실시 된다. 이어 3월25일에는 헝가리,4월에는 유고슬라비아의슬로베니아 및 크로아티아 두 공화국,5월20일에는 루마니아,5월말에는 불가리아,그리고 6월8일에는 체코슬로바키아가 선거를 치른다. 이들 일련의 선거 결과 집권 공산당들은 대부분,아니 모두 정권을 잃거나 소수당으로 전락,유럽의 정치색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추세에 고무된 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35개국 유럽안보회의 참가국들에게 자유선거를 인권의무 사항의 하나로 규정하자고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소련도 이러한 흐름에 순응할 태세인 것 같다.공산당은 이달 들어 권력독점을 포기하기로 결정,다당제의 길을 열어놓았다. 이미 15개 소련 공화국중 여러 공화국이 금년봄 사실상의 다당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리투아니아 선거에 이어 3월18일에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공화국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민주선거에서 패배의 고배를 마시는 것은 좌익세력만은 아니다. 작년 12월의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는 야당인 기민당의 파트리시오 아일윈이 승리,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16년 우익 군사통치에 종지부를 찍었다. 또 작년 11월 나미비아에서도 서남아프리카인민기구(SWAPO)가 유엔 감시하의 선거에서 승리,오는 3월21일 독립을 선포함으로써 75년간의 남아공 통치에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유선거를 실시하는 것만으로는 안정된 민주주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메도우크로프트씨는 선거제도란 선거를 실시하는 그 자체이상의 복잡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의 기구에 자문을 구하고 있는 몇몇 나라의 정치인들은 기존의 정치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가장 단순한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부국가에서는 지리적 여건에 따른 지방선거 또는 부족선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지역적 경계를 초월하여 투표할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 선거에 식상한 나라들도 있다. 민주주의의 요람이며 민주주의란 어휘를 만들어내기까지 한 그리스의 경우 최근에만도 두차례 선거가 있었으나 절대적 승리를 차지한 정당이 없어 곧 1년사이 3번째의 선거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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