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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나는 극단적 선택…정서·행동특성 검사론 위기 학생 못 찾아

    늘어나는 극단적 선택…정서·행동특성 검사론 위기 학생 못 찾아

    최근 고등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이 연이어 발생해 교육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학생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늘고 있지만, 인구 10만명당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 수는 2009년 2.7명에서 2015년 1.5명으로 감소했다가, 2016년 1.8명, 2017년 1.9명, 2018년·2019년 2.5명, 2020년 2.7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중에는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 또는 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은 학생들도 포함돼 있다. 학기 초에 진행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도 위기 학생을 세밀하게 찾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초등 1학년·4학년, 중학 1학년, 고교 1학년 학생들이 학기초에 검사를 하고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한 학교 안팎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만, 극단적 선택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어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조기에 찾아내 지원할 수 있는시스템 구축과 학부모, 교사, 교육당국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국 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정책팀장은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통해 위기학생 (위험군·관심군)을 찾아내어 지원하는 것이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위기 학생에 대한 지원을 위한 정교하고 실천 가능한 새로운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면서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성 회복을 위한 고민이 교육계 안팎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서·행동특성검사와 같은 OX식 지필검사보다 뇌파검사를 통해 불안,우울증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내자 방안도 제시됐다. 이승환 인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8채널 이상의 뇌파검사를 이용하면 우울증 등을 쉽게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됐다면서 뇌파와 심박변이도를 측정하면 우울,불안 등 스트레스 유무와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스트레스는 뇌와 자율신경계에 많은 변화를 유도하기 때문에 뇌파만 측정해도 정서 평가 뿐 아니라 진단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등학생 자살률이 높고 우울증도 높은 경우 지필검사 이외에 뇌파와 심박 변이도를 이용한 주기적인 집단 검진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고위험군 학생들을 관리하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뇌파검사를 통한 적극적인 방문 검진은 의료법 등 일부 걸림돌이 있는데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남자·이여자는 왜 그랬을까

    이남자·이여자는 왜 그랬을까

    예견은 현실이 됐다. 앞서 정치 전문가들은 20대가 4·7 보궐선거의 ‘캐스팅보트’가 될 거라 내다봤다. 실제 ‘이남자’(20대 남성)의 변심은 선거 결과를 갈라 놨다. 스스로를 이번 정부에서 차별받는 세대로 규정한 20대 남성은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보수정당을 선택했고 ‘이여자’(20대 여성)는 소신을 바탕으로 소수 정당 후보까지 고루 선택했다.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남자·이여자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승자의 자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8일 이남자·이여자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집·취업… 난 정권 피해자” 이남자, 그 與와 갈라섰다 ‘이남자’(20대 남자의 줄임말)가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계층으로 자신을 인식해 온 이남자의 반격은 그렇게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전통적인 진보·보수 진영 대결에서 벗어나 ‘공정’과 ‘성적 역차별’, ‘생존의 문제’를 바탕으로 삼촌(40대)이 아닌 할아버지(60대)와 함께 한 표를 던졌다. 통상 ‘청년=진보’라고 분류했던 이남자들이 보수화됐다는 시각보다는 현 정부 심판을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절대다수인 72.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아빠뻘인 50대 남성(55.8%)과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 더 높은 수치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44.0%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 20대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신문이 8일 이남자 10명에게 속내를 들어 봤더니 이들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에 표를 준 대학생 권승일(27·가명)씨는 “오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기보단 현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주택이 잘못된 거로 생각하지도 않는데, 현 정부가 문제로 삼아 놓고선 정작 자신들이 다주택이었다. 이는 공정의 문제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주의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총선까지 여당을 지지하다가 이번에 야당을 찍은 송준철(26·가명)씨는 “군 복무와 군 가산점, 여성할당제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이 실망스러웠다”며 “대북(화해) 정책을 추구한다며 연평도 천안함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 이분들을 국가가 인정 안 해 주면 개죽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도 문제였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승훈(28·가명)씨는 “(취업 등) 정책 하나도 빠짐없이 다 실패했는데도, 뻔뻔하게 남 탓을 하는 게 정부의 큰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회로 진출할 기회나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반정부적 입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정당이든 이남자가 추구하는 실용적 행복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언제든 이남자의 지지를 받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핵심이 뭔지 보인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남자 현상을)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진보로 판단해선 안 된다. 20대는 역사적으로 자유로워 ‘내’가 제일 중요하다”며 “국민의힘 역시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이남자 세대는 이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페미·소수자가 시대정신” 이여자, 새로운 길 원했다 ‘이여자’(20대 여성)의 4·7 보궐선거 키워드는 소신이었다. 성평등 사회를 바라는 젊은 여성들은 거대 양당 후보를 두고 ‘최악이냐, 차악이냐’ 고민하는 단조로운 투표에서 벗어났다. 대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다양한 후보들을 지지했다. 전 연령·성별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특정 후보에 과반수 표를 몰아주지 않고 소수 정당 후보들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3사의 4·7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무소속·군소정당 투표율은 15.1%로 전체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20대 여성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4위),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5위), 무소속 신지예 후보(6위), 진보당 송명숙 후보(7위), 미래당 오태양 후보(9위)의 표를 합하면 총 9만 4000여표로 3위를 기록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5만 2107표)보다 많다. 정치권은 20대 여성 유권자가 소수정당 득표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모(24)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20대 여성 자살률이 올라가는 등 여성의 경제적 타격이 높은 이 시기에 여성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신지혜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송명숙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원정현(23)씨는 “더 다양한 정당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 주류 정당을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여성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여성의당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20대 여성의 소신 투표 배경에는 ‘어차피 시장은 오세훈’이라는 심리가 깔렸다. 선거 직전 연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자 평소 관심 있는 의제에 투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이혜주(25)씨는 “지난 총선에는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민주당 후보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평소 좋아했던 신지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여자는 40대 남성과 함께 박영선 후보 지지율이 높은 집단이기도 했다. 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여당에 실망하면서도 오세훈 후보의 인권 의식이 더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직장인 구모(26)씨는 “오 후보의 가장 취약한 점은 소수자 인권을 챙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조모(23)씨도 “오 후보는 인권과 거리가 멀다”며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후보를 골랐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은 서울시장 당선인이 된 오 후보에게 성평등 정책을 주문했다. 원씨는 “오 후보가 전임 시장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노동권 개선 문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집·취업… 난 정권 피해자” 이남자, 그 與와 갈라섰다… “페미·소수자가 시대정신” 이여자, 새로운 길 원했다

    “집·취업… 난 정권 피해자” 이남자, 그 與와 갈라섰다… “페미·소수자가 시대정신” 이여자, 새로운 길 원했다

    예견은 현실이 됐다. 앞서 정치 전문가들은 20대가 4·7 보궐선거의 ‘캐스팅보트’가 될 거라 내다봤다. 실제 ‘이남자’(20대 남성)의 변심은 선거 결과를 갈라 놨다. 스스로를 이번 정부에서 차별받는 세대로 규정한 20대 남성은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보수정당을 선택했고 ‘이여자’(20대 여성)는 소신을 바탕으로 소수 정당 후보까지 고루 선택했다.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남자·이여자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승자의 자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8일 이남자·이여자의 속마음을 들어봤다.20대 남성 ‘분노투표’… 文정부 심판론 압도 野 오세훈 후보에 72% 몰표 ‘이남자’(20대 남자의 줄임말)가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계층으로 자신을 인식해 온 이남자의 반격은 그렇게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전통적인 진보·보수 진영 대결에서 벗어나 ‘공정’과 ‘성적 역차별’, ‘생존의 문제’를 바탕으로 삼촌(40대)이 아닌 할아버지(60대)와 함께 한 표를 던졌다. 통상 ‘청년=진보’라고 분류했던 이남자들이 보수화됐다는 시각보다는 현 정부 심판을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절대다수인 72.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아빠뻘인 50대 남성(55.8%)과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 더 높은 수치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44.0%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 20대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신문이 8일 이남자 10명에게 속내를 들어 봤더니 이들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에 표를 준 대학생 권승일(27·가명)씨는 “오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기보단 현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주택이 잘못된 거로 생각하지도 않는데, 현 정부가 문제로 삼아 놓고선 정작 자신들이 다주택이었다. 이는 공정의 문제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주의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총선까지 여당을 지지하다가 이번에 야당을 찍은 송준철(26·가명)씨는 “군 복무와 군 가산점, 여성할당제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이 실망스러웠다”며 “대북(화해) 정책을 추구한다며 연평도 천안함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 이분들을 국가가 인정 안 해 주면 개죽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도 문제였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승훈(28·가명)씨는 “(취업 등) 정책 하나도 빠짐없이 다 실패했는데도, 뻔뻔하게 남 탓을 하는 게 정부의 큰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회로 진출할 기회나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반정부적 입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정당이든 이남자가 추구하는 실용적 행복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언제든 이남자의 지지를 받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핵심이 뭔지 보인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남자 현상을)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진보로 판단해선 안 된다. 20대는 역사적으로 자유로워 ‘내’가 제일 중요하다”며 “국민의힘 역시 이들에게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이남자 세대는 이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20대 여성 ‘소신투표’… 과반 득표 후보 없이 15%가 군소 정당·무소속 선택 ‘이여자’(20대 여성)의 4·7 보궐선거 키워드는 소신이었다. 성평등 사회를 바라는 젊은 여성들은 거대 양당 후보를 두고 ‘최악이냐, 차악이냐’ 고민하는 단조로운 투표에서 벗어났다. 대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다양한 후보들을 지지했다. 전 연령·성별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특정 후보에 과반수 표를 몰아주지 않고 소수 정당 후보들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3사의 4·7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무소속·군소정당 투표율은 15.1%로 전체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20대 여성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4위),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5위), 무소속 신지예 후보(6위), 진보당 송명숙 후보(7위), 미래당 오태양 후보(9위)의 표를 합하면 총 9만 4000여표로 3위를 기록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5만 2107표)보다 많다. 정치권은 20대 여성 유권자가 소수정당 득표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모(24)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20대 여성 자살률이 올라가는 등 여성의 경제적 타격이 높은 이 시기에 여성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신지혜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송명숙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원정현(23)씨는 “더 다양한 정당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 주류 정당을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여성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여성의당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20대 여성의 소신 투표 배경에는 ‘어차피 시장은 오세훈’이라는 심리가 깔렸다. 선거 직전 연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자 평소 관심 있는 의제에 투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이혜주(25)씨는 “지난 총선에는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민주당 후보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평소 좋아했던 신지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여자는 40대 남성과 함께 박영선 후보 지지율이 높은 집단이기도 했다. 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여당에 실망하면서도 오세훈 후보의 인권 의식이 더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직장인 구모(26)씨는 “오 후보의 가장 취약한 점은 소수자 인권을 챙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조모(23)씨도 “오 후보는 인권과 거리가 멀다”며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후보를 골랐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은 서울시장 당선인이 된 오 후보에게 성평등 정책을 주문했다. 원씨는 “오 후보가 전임 시장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노동권 개선 문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엇갈린 20대 표심…이남자·이여자 속마음은

    엇갈린 20대 표심…이남자·이여자 속마음은

    예견은 현실이 됐다. 앞서 정치 전문가들은 20대가 4·7 보궐선거의 ‘캐스팅보트’가 될 거라 내다봤다. 실제 ‘이남자’(20대 남성)의 변심은 선거 결과를 갈라 놨다. 스스로를 이번 정부에서 차별받는 세대로 규정한 20대 남성은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보수정당을 선택했고 ‘이여자’(20대 여성)는 소신을 바탕으로 소수 정당 후보까지 고루 선택했다.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남자·이여자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승자의 자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8일 이남자·이여자의 속마음을 들어봤다.“우리가 최대 피해자죠”…‘이남자’가 보수에게 표를 던진 이유 ‘이남자’(20대 남자의 줄임말)가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계층으로 자신을 인식해 온 이남자의 반격은 그렇게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전통적인 진보·보수 진영 대결에서 벗어나 ‘공정’과 ‘성적 역차별’, ‘생존의 문제’를 바탕으로 삼촌(40대)이 아닌 할아버지(60대)와 함께 한 표를 던졌다. 통상 ‘청년=진보’라고 분류했던 이남자들이 보수화됐다는 시각보다는 현 정부 심판을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절대다수인 72.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아빠뻘인 50대 남성(55.8%)과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 더 높은 수치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44.0%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 20대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신문이 8일 이남자 10명에게 속내를 들어 봤더니 이들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에 표를 준 대학생 권승일(27·가명)씨는 “오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기보단 현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주택이 잘못된 거로 생각하지도 않는데, 현 정부가 문제로 삼아 놓고선 정작 자신들이 다주택이었다. 이는 공정의 문제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주의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총선까지 여당을 지지하다가 이번에 야당을 찍은 송준철(26·가명)씨는 “군 복무와 군 가산점, 여성할당제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이 실망스러웠다”며 “대북(화해) 정책을 추구한다며 연평도 천안함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 이분들을 국가가 인정 안 해 주면 개죽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20대 남성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도 문제였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승훈(28·가명)씨는 “(취업 등) 정책 하나도 빠짐없이 다 실패했는데도, 뻔뻔하게 남 탓을 하는 게 정부의 큰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회로 진출할 기회나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반정부적 입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정당이든 이남자가 추구하는 실용적 행복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언제든 이남자의 지지를 받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핵심이 뭔지 보인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남자 현상을)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진보로 판단해선 안 된다. 20대는 역사적으로 자유로워 ‘내’가 제일 중요하다”며 “실제로 20대 남성이 차별을 받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이 체감하는 것이 소외감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힘 역시 이들에게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이남자 세대는 이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는 굉장히 실용적인 세대이며 오히려 자신들이 보수화됐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20대는 국가관, 민족관 등에 구애받지 않으며 상상의 공동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중요한 세대인 만큼 20대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정책을 펼쳐야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거대 양당 대신 다양한 가치를”…‘이여자’의 소신 투표 ‘이여자’(20대 여자의 줄임말)의 4·7 보궐선거 키워드는 소신이었다. 성평등 사회를 바라는 젊은 여성들은 거대 양당 후보를 두고 ‘최악이냐, 차악이냐’ 고민하는 단조로운 투표에서 벗어났다. 대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다양한 후보들을 지지했다. 전 연령·성별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특정 후보에 과반수 표를 몰아주지 않고 소수 정당 후보들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3사의 4·7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무소속·군소정당 투표율은 15.1%로 전체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20대 여성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4위),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5위), 무소속 신지예 후보(6위), 진보당 송명숙 후보(7위), 미래당 오태양 후보(9위)의 표를 합하면 총 9만 4000여표로 3위를 기록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5만 2107표)보다 많다. 정치권은 20대 여성 유권자가 소수정당 득표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모(24)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20대 여성 자살률이 올라가는 등 여성의 경제적 타격이 높은 이 시기에 여성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신지혜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송명숙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원정현(23)씨는 “더 다양한 정당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 주류 정당을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여성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여성의당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20대 여성의 소신 투표 배경에는 ‘어차피 시장은 오세훈’이라는 심리가 깔렸다. 선거 직전 연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자 평소 관심 있는 의제에 투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이혜주(25)씨는 “지난 총선에는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민주당 후보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평소 좋아했던 신지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여자는 40대 남성과 함께 박영선 후보 지지율이 높은 집단이기도 했다. 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여당에 실망하면서도 오세훈 후보의 인권 의식이 더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직장인 구모(26)씨는 “오 후보의 가장 취약한 점은 소수자 인권을 챙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조모(23)씨도 “오 후보는 인권과 거리가 멀다”며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후보를 골랐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은 서울시장 당선인이 된 오 후보에게 성평등 정책을 주문했다. 원씨는 “오 후보가 전임 시장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노동권 개선 문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씨는 “20대 남성 지지율이 70%를 넘는 것을 봤다”면서 “앞으로 남성 지지자들을 더 신경 쓰고 여성 유권자를 외면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학기 초 첫 수업에서 나의 학생들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많은 학생이 시스남성, 시스여성, 트랜스남성, 트랜스여성 또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을 부를 때 사용해야 할 대명사가 무엇인지 ‘그’(he), ‘그녀’(she), ‘그들’(they) 등으로 밝히곤 한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강의실 장면이다.트랜스젠더의 사전적 정의는 “젠더 정체성이 태어날 때 지정된 생물학적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다른 사람”이다. 시스젠더는 태어날 때 지정된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같은 사람이다. 시스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와 연대하는 의미다. 트랜스젠더에게만 ‘트랜스’라는 특별한 표지를 붙이는 것은 트랜스젠더를 주변부로 위치하게 하기 때문이다. 남성 교사는 ‘교사’로 하고 여성 교사만 ‘여교사’라고 호칭하게 될 때 남성은 중심부에, 여성은 주변부에 위치하게 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변하는 것은 이러한 대학만이 아니다. 교육, 정치, 종교, 언어 등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 확장을 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복수였던 대명사 ‘그들’(they)을 이제 단수로 써도 문법적으로 맞는 시대가 됐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복수가 아닌 단수로 사용되는 대명사 ‘그들’을 “2019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그’와 ‘그녀’만이 아니라, 성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대명사로서 이제 ‘그들’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첨부했다. 누군가를 지칭하는 대명사의 변화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구체적인 변화와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한다. 2020년 S대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았던 트랜스여성 A씨가 여러 반대에 부딪혀 급기야 입학을 포기했다. 교사, 정치인 그리고 활동가였던 김기홍씨는 지난 2월 24일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어서 3월 3일 변희수 전 하사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군인으로 일하며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절절하게 호소했지만, 성소수자 혐오로 뭉쳐진 종교, 정치, 군, 언론 등 한국 사회는 그에게 반인권적 폭력을 가했다. 2020년 한국에서 벌어진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그 사건들의 주인공이 트랜스젠더라는 점이다. 김씨는 젠더 규정을 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다. 변 전 하사는 ‘트랜스여성’이다. 김씨는 영어 대명사로 지칭하자면 ‘그들’(they), 그리고 트랜스여성 A씨와 변 전 하사는 ‘그녀’(she)로 해야 한다. BBC가 “남한의 첫 트랜스젠더 군인이 주검으로 발견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변 전 하사를 ‘그녀’(she, her)라는 대명사로 지칭한 이유다. 2020년 1월 군은 변 전 하사를 ‘심신장애 3급’으로 분류하고 강제 전역 조치했다. 많은 이들이 트랜스젠더 문제를 성적 지향과 연결하곤 한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성적 지향은 별개의 문제다.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범주가 있다. ‘LGB’는 ‘성적 지향’에 관한 범주이고 트랜스젠더는 ‘젠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한다. 첫째, ‘비합법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김씨나 변 전 하사가 죽음을 택한 것은 제도적으로 그들을 ‘불법적 존재’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트랜스젠더는 ‘비인간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많은 이는 트랜스젠더를 비정상, 심신장애자 또는 이등 인간으로 취급한다. 셋째, 트랜스젠더의 일상적 삶이 도처에서 왜곡되고 무시되는 경험을 한다.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의 우선적인 정체성은 ‘인간’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똑같이 평범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러한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이 트랜스젠더가 한 인간으로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걸 어렵게 한다. 김씨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절규했던 이유다. 넷째, 일상 세계에서 다층적 폭력과 비극의 경험을 한다. 이러한 측면들은 트랜스젠더 일반이 경험하고 있다. 폭력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열등한 인간, 비정상 인간이라는 혐오의 시선도 폭력이고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배제하고 제명하는 것도 지독한 폭력이다. 김씨는 유서에서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고 절망적인 절규를 한다. S대 입학을 포기했던 트랜스여성 A씨의 입학을 저지했던 사람들은 A씨가 ‘진짜 여성’이 아닌 ‘가짜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가짜 여성인 남성’이기에 여대에서 ‘잠재적 성폭력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으로 A씨가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교육권을 부정했다. 2021년 1월 20일 취임식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25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및 입대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성적 정체성이 군 복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가 군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자격을 갖춘 모든 미국인들이 원하면 군인으로 나라에 봉사하는 것은 군대와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3월 10일 유럽의회에서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성소수자는 편협과 차별,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공개하고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결의안이 표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채택됐다. 유럽의회는 EU 27개 회원국 전체를 ‘성소수자 자유지역’으로 선포했다. 2021년 미국과 EU에서 일어난 일은, 트랜스젠더 군인을 중증의 환자 취급하며 강제 전역시켜서 마침내 죽음을 택하게 한 한국 사회와 결정적인 대비를 이룬다. 동일한 2021년을 살고 있지만 한 사회의 인권감수성에 따라서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평등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존중받기도 하고 ‘불법적 인간’으로 배제되고 차별받기도 한다. 2017년 278명의 한국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40%가 넘는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지구(OECD) 회원국 중 한국 트랜스젠더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결국 이들 성소수자는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라 혐오와 제도적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회·정치적 타살’의 희생자들이다.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바이든의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면 순교라도 하겠다며 청와대 앞에 모여들었던 소위 기독교 지도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모든 기독교인이 백악관 앞에서 혈서를 쓰고 순교까지 하겠다고 시위했어야 마땅한 사건이다. 그런데 한국에 기독교를 전한 미국에서, 백악관 앞에서 이 문제로 시위하는 기독교인은 없었다.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서 위에 손을 놓고서 선서를 하는 나라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바이든은 1893년부터 바이든 가계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성서를 사용해 취임 선서를 했다. 그가 속한 가톨릭교회는 성소수자 문제와 여성 문제에 매우 보수적인 원칙을 가진 교회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성소수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모든 성소수자들에게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제도화된 교회의 교리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정통 기독교의 입장이고 가장 성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왜 이제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사회의 많은 교회나 신학대학들이 흑인,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이등 인간으로 취급하던 과거의 신학, 전통, 교리들을 바꾸고 모든 사람들을 평등한 인간으로 보는 입장으로 바뀌게 됐는가. 왜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인정하고 그 ‘평등의 원’을 확장하는 것을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됐는가. 그들은 반성서적이고 반기독교적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또한 21세기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모든 사람이 고귀한 존재’라는 이해를 확장하고 제도화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마지막 글이다. 이 절절한 외침은 바로 인류가 지켜내야 할 기본적인 진리인 ‘트랜스젠더도 시스젠더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아프게 상기시킨다. 그 누구도 ‘불법’인 인간은 없다. 누구나 모두 ‘인간’인 것이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권수정 서울시의원, ‘청년 자살예방 및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간담회’ 참석

    권수정 서울시의원, ‘청년 자살예방 및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간담회’ 참석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권수정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은 지난 16일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청년 자살예방 및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 추진 계획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권수정 의원이 청년 우울 및 자살예방을 위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지원한 예산을 토대로 하여 서울시자살예방센터가 제안한 사업을 함께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추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권 의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청년 자살률이 급증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고용불안과 실업문제 등으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청년들의 숫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예산을 지원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청년 자살예방을 위한 플랫폼 구축사업, △청년 생명존중교육용 온라인·오프라인 프로그램 제작·배포, △2021년 시스터스 키퍼스 2기 운영(청년 당사자 SNS실천활동), △마음이음 상담전화(1577-0199)로 유입되는 여성청년 자살시도 및 정신건강고위험군 위기개입 치료비 지원 사업, △청년 자살예방을 위한 심포지엄 및 정책참여 사업 등을 제안했다. 위 사업 가운데 권 의원은 △(여성)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서비스 제안을 창출하고 반영하기 위한 조직화 활동인 ‘시스터스 키퍼스 사업’과 △자살 및 자해 시도 학생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통해 정신건강문제를 해결하고 자살예방 및 재발방지를 도모하는 ‘여성청년 자살시도 및 정신건강 고위험군 위기개입 치료비 지원 사업’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심도 있는 검토를 했다. 권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률 증가, 근로시간 단축, 임시직 전환 등 부정적 여파가 저숙련·저경력에 축적된 자산과 고통을 견뎌내는 능력도 아직 부족한 청년들에게 노동뿐만 아니라 주거, 건강 등의 위기를 연쇄적으로 발생시키면서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가운데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직업군에 많이 속해 있는 청년 여성의 경우 경기 악화와 고용조건 변화에 따른 충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인 만큼 정서적·경제적 위험을 더 많이 겪으면서 자살 고위험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며,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청년 여성 자살 시도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청년 자살예방 및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이 우리 생활과 사회운영시스템 전반에 나타난 큰 변화로 인해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있는 청년들의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며, “계속해서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코로나에 국민 정신건강 빨간불… 정부 5년간 2조 투입

    정부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정신건강 분야 예산을 늘려 5년간 총 2조원을 투입한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정신건강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결정이다. 직전 5개년(2016~2020년) 계획에 투입된 예산 8000억원의 2.5배 수준이다. 정부는 14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이같이 확정했다. 염민섭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올해 정신건강 분야에 2700억원을 시작으로 2025년 5200억원까지 매년 예산을 늘려 배정할 계획”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낮은 행복지수와 높은 자살률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우울 위험군은 17.5%(3월)→18.6%(5월)→22.1%(9월)로 점차 늘어났다. 우선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으로 찾아가는 안심버스를 2020년 1대에서 2021년 13대로 확대한다. 전국 5개 정신병원과 시도의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정신건강 전문의,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버스를 타고 현장을 찾아간다. 정신건강 전문가가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정신건강 전문가 학교 방문’ 사업도 새롭게 추진된다. 교육부는 학생 4명 중 1명꼴로 기존 검사를 통해 병의원 연계가 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비원이 고객 폭언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잠시 일을 멈추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편입된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최대 병상 수는 기존 10병상에서 6병상으로 개선하고 병상당 거리는 최소 1.5m로 해 밀집도를 낮춘다. 이 같은 정신의료기관 시설기준 개선은 3월 5일부터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코로나19와 우리 시대의 초인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코로나19와 우리 시대의 초인

    우리 모두 재난 영화에서나 보던 상황으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7500만명에 이르고 사망자 또한 167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현실에서 느끼는 고통은 우리 마음에도 흔적을 남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희망적 소식도 있지만 오랜 거리두기는 사람 사이 연결의 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시행한 코로나19 국민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 위험군은 22.1%였고 자살을 생각한 사람은 13.8%로 평소보다 3배 수준으로 높다. 물론 자살을 생각하는 것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건 다른 문제다. 다행히 9월까지 자살률 잠정치는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자살생각 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게 마음이 쓰인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청년의 정신건강 지표는 좋지 않았다. 대학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이 늘어난 건 이미 오래됐다. 건강보험통계를 보면 2014년 5만명이던 정신건강의학과 20대 환자가 2018년에는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치료율이 높아진 긍정적 의미도 있겠지만 실제 유병률 조사에서도 증가한 결과이며 다른 연령대에 비해 폭증했다. 여성들의 상황도 걱정이다. 우리나라 25세 이하의 실업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유엔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대면서비스가 많은 직업 취약성, 양육부담 증가, 치료와 지원에 대한 접근성 감소로 여성이 더 취약한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8월 여성의 자살률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우리 역시 자살률 자체는 노인이 가장 높고 사망자는 중년층이 많지만, 증가율에서는 여성이 가장 높다. 얼마 전 열린 자살예방인문포럼에서 경북대 사회학과 천선영 교수는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의 ‘초인’이라는 표현이 제대로 된 번역인지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 세대라는 의미에서 젊은이들을 ‘초인’이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 세대는 종교나 자녀에게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 데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과 현실적 고통까지 감내해야 하는 고단한 연말이다. 긍정심리학자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재미있는 삶, 몰입하는 삶,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감염재난에서 격리되고도 가장 후유증 없이 회복된 사람들은 이타적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서로를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고 나보다 아픈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일은 자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범미보건기구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은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이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개인적 노력과 함께 국민의 마음건강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 청소년들 정신건강 토닥토닥 보듬는 중구

    청소년들 정신건강 토닥토닥 보듬는 중구

    서울 중구가 지역 내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자살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개선과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해 ‘정신건강, 생명사랑 교육’을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정신건강, 생명사랑 교육’은 청소년들의 자살 위험 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적절한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다. 구는 이번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생명사랑 문화 확산은 물론 청소년 생명지킴이를 양성해 주변 친구들의 정신건강을 가까이에서 보살펴 자살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집합교육 방식 대신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1시간 과정이다. 교육의 주요 내용은 ▲청소년기 정신건강의 어려움 ▲청소년은 왜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자살의 언어적·행동적·상황적 신호 알아차리기 ▲자살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듣기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전문가에게 연계하기 등이다. 지난달 교육을 진행한 A고등학교의 설문 결과 교육 전에는 자살 신호에 대한 정보를 응답학생 중 30%만 알고 있었으나, 교육 후에는 80% 이상의 학생들이 “자살 신호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고 답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코로나19로 다양한 연령층에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성인처럼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여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자살 지표 ‘위험’… 건강검진 시 원할 때 우울증 검사받는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살 관련 각종 지표상 위험신호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강검진 수검자가 원할 때 우울증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블루(우울)’를 진단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살 예방 상담전화(1393)는 지난해 8월 6468건에서 지난 3월 1만 4351건, 8월 1만 7012건으로 1년 새 2.6배 이상 늘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응급실 내원 기준으로 2018년 대비 4.5% 증가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우리나라 자살의 3대 원인인 정신적·경제적·육체적 문제가 모두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올해 3분기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2018년 4.7%에서 지난 5월과 9월 10.1%와 13.8%로 각각 급증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30일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에 따른 자살 위험을 일반국민과 취약계층, 고위험군 등 3단계로 세분화하고 대상별로 맞춤형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2000년대 초 (신용)카드 대란 직후에 자살률 급증을 경험한 만큼 지금부터 자살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우울증을 자가 검진하는 체계를 만들고 자살 상담소도 확충하기로 했다. 자살 예방 상담전화(1393) 센터 인력을 현재 43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대폭 늘린다. 또 취약계층인 학생과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상담을 강화하고 아동·노인·장애인 등 돌봄시설의 종사자가 감염되면 사회복지시설 대체인력을 우선 투입해 공백을 줄이고, 청년들의 정신질환을 예방하고자 위기 청소년 안전망팀을 확대 운영한다. 맞춤형 자살예방교육도 강화한다. 자살 시도자 등 고위험군은 긴급한 경우 당사자 동의 없이도 사례 관리를 하는 등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살 시도자를 대상으로 전국 응급실의 사후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갑질·성폭력·금융사기 등 고위험군 방문이 많은 기관에는 상담인력을 직접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가건강검진에서의 우울증 검사도 현실에 맞게 조정된다. 현재는 20세, 30세, 40세, 50세, 60세, 70세에 우울증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어 20세 때 우울증 국가검진을 못 받으면 30세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이를 ‘10년 중 필요한 때 한 번’으로 변경해 수검자가 원할 때 우울증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심리 안정이 필요한 실업자·구직자를 대상으로 전국 57개 고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연결해 지원하고 ‘연예인 자살예방 민관협의체’를 신설해 연예인·매니저를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한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대한민국 3대 극한직업/양중진 수원지검 부부장 검사

    [열린세상] 대한민국 3대 극한직업/양중진 수원지검 부부장 검사

    대왕문어를 잡는 어부, 나무집을 짓는 목수, 꿀을 따라다니는 양봉업자. ‘극한직업’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직업들이다. 주로 육체적으로 고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직업의 숭고함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 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2019년 초에는 같은 이름의 영화가 개봉돼 1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지금까지 소개된 직업 이외에 극한직업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반드시 직업으로 한정하지 않고, 주로 몸을 쓰는 것만도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 중에서 힘든 것 세 가지를 골라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한화 이글스 팬으로 살기’다. 이글스는 1986년에 창단돼 올해로 서른다섯 번째 시즌을 맞고 있지만, 우승은 1999년이 유일하다.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이글스 팬들은 아직까지 우승의 기쁨을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2008년부터 2017년까지는 우승은커녕 ‘가을야구’조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2018년 정규리그 3위로 잠깐 희망고문을 하더니 작년부터 다시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올해는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다 실패했다. 18연패(連敗)에서 가까스로 멈추어 섰다. 이런 성적에도 불구하고 이글스 팬들은 충성도가 하늘을 찌를 듯해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이글스 팬들을 성인(聖人)에 빗대어 보살(菩薩)팬이라고 부를까. 두 번째는 ‘휴대전화를 빼앗긴 중학교 2학년으로 살기’다. 요즘은 휴대전화가 어른은 물론 초등학생에게도 필수품 중 필수품이다. 심지어 갓난아기를 달래는 데도 동원될 정도다. 10대들에게 무인도에 갈 때 꼭 가져갈 물건을 고르라고 했더니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1위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필요한 식량이니 사실상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전화가 손에 없으면 불안하다고 대답한 학생의 비율이 50%를 넘을 정도다. 게다가 그 대상이 중학교 2학년이다. 중학교 2학년은 부모님과 선생님을 포함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고독한 존재로 여긴다고도 한다. 그런 중학교 2학년에게서 휴대전화를 빼앗는다면 아마도 세상을 다 잃은 것보다 더 절망적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는 ‘지은 죄 없이 반(半) 징역 상태로 살기’다. 교도소 수용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죄도 없이 억울한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수용자들은 재판을 거쳐 판결을 받기라도 했다. 그런데 판결도 없이 징역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교도관들이다. 수용자들에게 징역살이를 시키기 위해 자신들도 담 안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생활을 반 징역살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반 징역살이가 힘든 것은 업무의 강도와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먼저 지나치게 하위직 위주로 구성돼 있는 직급 구조다. 최하위 직급인 8, 9급 직원의 비율이 76%나 된다. 다른 직군은 그 비율이 40% 정도인 데 비해 높아도 너무 높다. 원추형 혹은 피라미드형이라고 불리는 다른 직군과 달리 교도관은 ‘누운 압정형’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월급 생활자에게 승진의 희망이 없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교도관은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거나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소방관이나 경찰관과는 또 다르다. 누군가로부터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기도 어려운 것이다. 과밀수용, 시설 노후화 같은 열악한 근무환경도 문제지만, 끝없이 제기되는 민원과 같은 업무 스트레스가 더 큰 문제다. 때문에 교도관의 상당수가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해 있기도 하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교도관의 40%가량이 외상증후군, 우울, 불안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망률과 자살률도 경찰관이나 소방관보다 높다. 이쯤 되면 사명감만으로 수용자들을 교정·교화하라는 것은 염치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명감을 가지려면 인력구조를 개편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최소한의 사기 진작 방안도 필요하다. 어쩌면 반 징역살이도 징역살이만큼이나 극한직업이 아닐까.
  • [반려독 반려캣] “나는 닥터 독!”…美 명예박사 받은 치료견 화제

    [반려독 반려캣] “나는 닥터 독!”…美 명예박사 받은 치료견 화제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왔던 치료견이 미국 유명대학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아 화제에 올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버지니아 공대 수의대에서 생활하고 있는 치료견 무스(8)가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졸업식에서 수의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무스는 지난 2014년부터 이 대학 쿡 카운셀링 센터에서 치료견으로 활동해왔다. 치료견(therapy dog)은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이 아닌, 훈련을 거쳐 양로원이나 장애인 복지시설, 병원 등에 투입되는 개를 말한다. 특히 어린이 환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줘 치료를 돕는 역할을 하며, 국내에서도 일부 병원에서 환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치료견이 활용되고 있다.학교 측에 따르면 무스는 교내 동아리 행사, 오리엔테이션 등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본업인 학생들의 불안, 트라우마 치료 등을 돕는 일을 담당해왔다. 쿡 카운셀링 센터의 카운셀러이자 견주인 트렌트 데이비스 박사는 "우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다른 형태의 정신적인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해 동물 보조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면서 "무스는 지난 6년 동안 7500번 이상의 카운셀링과 수천 여명의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학교 측은 총 4마리의 치료견을 학생들 상담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중 무스의 '실력'은 단연 발군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지난해에는 버지니아 수의대 동물영웅상까지 받았다. 데이비스 박사는 "수의사는 불행히도 자살률이 매우 높은 직업"이라면서 "정신적인 불안을 느끼는 많은 학생과 직원들에게 무스는 정말로 많은 도움을 줘 그 일을 큰 인정도 받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무스는 지난 2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아 방사선 치료를 받고있지만 여전히 평소 행복했던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면서 "명예박사 학위로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많은 간식과 해변에서의 수영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이버 괴롭힘·차별에… 청소년 ‘죽음 고민’ 급격히 증가

    사이버 괴롭힘·차별에… 청소년 ‘죽음 고민’ 급격히 증가

    자살·자해시도 청소년 매년 2000명 넘어 학교성적·가족 갈등 이유 ‘극단 생각’ 많아 16.6%는 SNS서 욕설·모욕적인 말 들어사이버 괴롭힘과 차별을 경험할 때마다 청소년들이 죽음 등 극단적인 생각을 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자살시도자 가운데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49.9%로, 전체 자살시도자의 과거 시도경험(36.5%)보다 높아 청소년의 외침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28일 ‘청소년 자살·자해 예방을 위한 토론회’에서 공개한 각종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9~24세) 자살률은 2017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7.7명으로 청소년 사망원인 가운데 비중이 가장 컸다. 지난 3년간 자살·자해를 시도한 청소년은 매년 2000명을 웃돌았다.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조사’에선 학교성적(40.7%), 가족 간 갈등(22.1%), 선후배·또래 갈등(8.3%) 등으로 청소년이 극단적 생각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중 선후배·또래 갈등은 따돌림이나 사이버 괴롭힘, 차별 등으로 나타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중학생의 자살생각에 대한 사이버 괴롭힘 피해 및 차별 경험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경험이 잦을수록 ‘죽고 싶은 생각’을 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중학생 3775명을 조사했을 때 사이버 괴롭힘 피해 정도가 1점(‘없음’ 1점, ‘1~2회’ 2점, ‘연 1~2회’ 3점, ‘월 1~2회’ 4점, ‘주 3회 이상’ 5점) 증가할수록 극단적 생각을 할 가능성은 58% 늘었고, 차별 경험은 1점 오를 때마다 164%나 증가했다. 지난 1년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은 청소년은 16.6%에 달했고, 밝히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공개된 응답자는 6.0%, 성희롱 피해 3.0%, 따돌림 피해자는 2.5%로 조사됐다. 연구책임자인 최정아 경일대 교수는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사이버 괴롭힘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차별에 대해 보다 민감하고 주의 깊은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럼에서 이동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다른 연령에 비해 자살 경고 신호가 낮게 관찰되는 반면 사망 비율은 높다”면서 “(자살 시도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빈곤 상태, 자해 경험과 관련성이 있으며 특히 학교 밖 청소년과 고등학생 그룹은 관심을 둬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하향식 복지’ 핀란드… 고교 졸업 비율 낮은 지자체에 돈 더 푼다

    ‘하향식 복지’ 핀란드… 고교 졸업 비율 낮은 지자체에 돈 더 푼다

    지자체 업무, 법에 명시… 교육·복지 올인 사실상 모든 학교 공립으로 운영 무상교육 지자체·학교에 수업방식 등 과감히 맡겨 교육불평등 없게 재원 자율성은 부여 안해 국세 대비 지방세 32%… 행정효율성 중시“그럼 한국 지방자치단체는 돈을 어디에 쓰죠?” 우문현답이라고 할까. 제대로 한 방 먹은 기분이다.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사회복지지출이 올해 기준으로 28.6%라고 하자 대뜸 라리 소살루 박사가 되묻는다.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공통으로 직면하는 문제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핀란드 지자체연합 지방재정 담당 국장을 맡고 있는 그가 보기에 지자체의 존재 목적은 곧 사회서비스다. 지자체가 복지가 아닌 다른 사업을 대규모로 한다는 게 그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 6월 중순 방문한 핀란드 헬싱키는 자정 무렵에도 밝아서 가로등을 왜 세운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지자체연합 본부에서 만난 소살루 박사는 마치 자학개그를 하는 듯한 표정으로 “하루 종일 햇빛이 비치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묻는다. “낯설긴 하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서 정말 마음에 든다”고 대답하자 “겨울에 오지 않아서 그래요”라고 답했다. 사우나와 노키아, 앵그리버드와 슈퍼셀, 무민, 카모메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핀란드는 에드 밀리밴드 전 영국 노동당 대표가 “아메리칸 드림을 원한다면 핀란드로 가십시오”라고 말했을 정도로 잘살면서 행복한 나라의 대명사다. 하지만 항상 그랬던 건 아니다. 한때 핀란드는 춥고 어두운 겨울 탓에 알코올중독과 높은 자살률로 고통받는 유럽의 변방이었다. 스웨덴과 러시아의 일부였다가 20세기 들어 독립정부를 갖게 된 핀란드는 이념 대립으로 인한 내전을 겪고 소련에 침공당해 영토를 빼앗기는 등 험난한 근현대사를 거쳤다. 1990년대에는 금융위기도 겪었다. 핀란드는 교육강국으로 유명하지만 이 역시 1960~70년대 이후 시행한 교육개혁의 결과다. 20세기 중반까지 핀란드에선 극심한 사회불평등 때문에 대학은 도시민이나 부유층만 갈 수 있었다. 지금 핀란드는 사실상 모든 학교를 공립으로 운영하며 헌법에 무상교육을 명시한다. 대학은 수업료 없이 매달 약 60만원을 학생수당으로 주는 등 교육을 기본권의 일환으로 본다. 물론 학생수당에도 소득세가 붙는다. 핀란드는 지자체가 지방교육청 구실도 겸한다. 핀란드 교육정책을 보면 핀란드에서 중앙·지방 재정관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핀란드 교육부는 목표를 세우고 기본적인 규칙만 정한 뒤 목표 달성 방법은 지자체와 지역공동체, 특히 교사에게 과감하게 맡긴다. 수업 방식도 지자체와 학교가 정한다. 경쟁이 아니라 평등을 추구하고, 그러면서도 행정효율성을 강조한다. 핀란드에서도 n분의1로 똑같이 지방에 재정지원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방식은 한국과 반대다. 핀란드에선 가령 학생들의 고교 졸업 비율이 낮은 지자체에 더 많은 재정을 지원한다. 핀란드는 일선 교사에게 강한 자율성을 부여하지만 재원에서도 자율성을 주진 않는다. 이는 정확히 미국 방식과 정반대다. 미국은 교육예산이 전부 지방세인 재산세에서 나온다. 이는 자산불평등에 따른 교육불평등을 극대화시킨다. 미국 교육부가 2013년 발간한 보고서는 “도시 A는 학생당 과세 가능한 재산이 10만 달러고, 도시 B는 30만 달러다. 도시 A가 재산에 대해 4%의 세금을 물린다면 학생당 4000달러를 거둔다. 하지만 도시 B가 2%로 세금을 물려 학생당 6000달러를 거둘 수 있다”면서 학교 재정지원의 격차가 미국 교육 불평등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핀란드에는 19개 광역 지자체와 311개 기초지자체가 있다. 소살루 박사는 “핀란드 지자체 업무는 법에 명시돼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교육과 복지, 보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 역시 지역 간 격차 문제가 존재한다”면서 “일부 열악한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교부세를 준다. 교부세 사용처는 지자체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 역시 인구 고령화와 대도시 집중화가 현안이다. 핀란드 지자체연합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벤자민 스트란드베르그 박사는 “사회서비스 광역화와 행정구역통합 논의가 한창”이라고 밝혔다. 핀란드는 국세 대비 지방세가 32%가량으로 스웨덴보다는 10% 포인트 가까이 낮다. 스트란드베르그 박사는 “형평성과 자율성 못지않게 행정효율성도 중시한다. 스웨덴과 비교하면 우리는 더 적은 지방재정 규모로 비슷한 수준의 복지 업무를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핀란드는 재정분권을 한 덕분에 복지가 발달한 것일까 아니면 복지국가가 발달한 덕분에 지자체 역시 복지가 발달했을까”라고 물었다. 소살루 박사와 스트란드베르그 박사는 “핀란드 국가가 복지국가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그 속에서 지자체 복지 시스템이 작동한다”면서 둘의 관계를 “하향식”이라고 표현했다. 헬싱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美 10대들이 달라졌다… 음주·약물복용·출산율 절반 이상 줄어

    美 10대들이 달라졌다… 음주·약물복용·출산율 절반 이상 줄어

    부모 교육·관여도 높아지며 일탈 감소 “과거보다 신중한 세대… 더 책임감 있어”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률은 되레 급증 20년 만에 최고치… 대부분 총기 사용미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10대들은 오픈카를 타고 음주와 마약, 섹스를 일삼는 ‘일탈’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는 옛일이다. 오늘날 미국의 10대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어느 세대보다 엄격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음주와 흡연, 임신 등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지면서 ‘말 잘 듣는’, ‘길들여진’ 10대들로 ‘교육’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재 30일 동안 ‘담배를 피운 적이 있다’고 응답한 10학년(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의 비율은 4%에 불과해 과거 최고치인 30%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중고생의 흡연율 6.7%보다도 낮은 것이다. 반면 전자담배의 사용은 증가했는데,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10학년 가운데 16%가, 12학년(한국 고3) 가운데 21%가 ‘전자담배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술이나 약물에 대한 의존도도 크게 낮아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10학년 학생 중 19%만이 지난 30일 중 ‘술을 마셔 본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1990년대 음주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40%가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미시간대 연구팀의 조사에서도 지난 수십년 동안 술과 담배를 포함한 거의 모든 종류의 약물을 접하는 10대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성관계를 가져 본 적이 있는 11학년(한국 고2) 비율은 1991년 62%에서 현재 42%로 감소했다. 성관계를 가진 10대들은 특히 피임에 신경 쓰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이에 따라 10대 출산율도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 ‘결정의 힘’(Power to Decide)의 책임자인 빌 앨버트는 “우리의 우려와 달리 요즘 10대들은 더 엄격해지고 더 책임감 있다”며 “이는 부모들의 교육과 관여가 많아지면서 일탈 행동이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앨버트는 “요즘 10대들은 과거와 달리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꼭 쓰는 ‘신중한 세대’”라면서 “이는 아주 긍정적인 뉴스”라고 덧붙였다. 10대들의 일탈은 현저하게 줄고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감이 커지면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09년 이전까지 10만명당 9~10명 수준을 오르내리던 청소년 자살 규모는 2010년(10.5명)부터 계속 높아지는 추세로 바뀌었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 청소년 자살은 10만명당 14.46명까지 치솟았다”며 “이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자살하는 10대의 대부분은 총기를 사용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동시에 약물을 접하는 청소년이 줄어들었음에도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CDC 관계자는 “10대의 자살률은 2010년부터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학업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한 다양한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 마련이 우리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이슈 인사이드] 우울증에 초점 맞춘 ‘정두언 사망 보도’…문제없을까

    [이슈 인사이드] 우울증에 초점 맞춘 ‘정두언 사망 보도’…문제없을까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는 최소한의 정보만 담아야 한다. 평소 자살 충동을 느껴온 사람들이 실행으로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자살은 특히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명인의 자살 보도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켜 우울감과 자살 충동을 높일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숨진 채 발견된 정두언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서를 남긴 데다 타살 혐의점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마무리됐다. 언론은 그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시신이 발견된 곳 인근에서 측근들에게 ‘정 의원의 우울증 발병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묻기도 했다. 과거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재조명됐다. 2017년 가수 종현이 사망한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가 가족과 나눈 문자 메시지가 그대로 공개됐다. 뿐만 아니라 지인에게 남긴 유서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자살 동기를 추정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역시나 그가 평소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달 배우 전미선씨가 사망했을 때도 고인의 우울증이 부각됐다. 그러나 우울증을 자살의 원인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정 의원과 같이 우울증을 겪고 사람에게 자살이 마치 해결방법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이를 막고자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기자협회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를 마련했다. 기준에 따르면 언론이 자살 사건을 다룰 시 구체적인 방법과 장소, 동기 등을 알리지 않도록 권고한다.● 죽음을 애도하지만 모방하지는 않는다 원칙적으로 자살 사건은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불가피할 때는 누가, 언제, 사망했다는 사실 정도만 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언론은 유명인이 사망하면 경쟁하듯 상세히 보도한다. 지난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사망한 날 한 방송사는 시신을 싣고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에 따라붙어 6분가량 생중계하기도 했다. 록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1994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시절 너바나가 대중에게 미친 영향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미디어는 그의 때 이른 죽음을 미화하지 않고 약물중독에 초점을 맞췄다. 아내인 코트니 러브는 인터뷰를 통해 “커트 코베인의 죽음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팬들은 그를 애도하면서도 모방하지는 않았다. 그해 자살률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실제 자살 보도와 자살률의 관계는 밀접하다. 1978년 오스트리아 빈에 지하철이 도입되자 지하철에서 자살하는 사람 수가 급증했다. 당시 언론은 지하철 자살이 발생할 때마다 상세히 보도했고, 자살률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오스트리아 자살예방협회가 1987년 ‘자살보도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6개월이 지난 뒤 자살률은 80% 줄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06년 왕따 문제로 자살한 학생의 자필 유서를 실었다가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자살을 유도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아사히신문은 자체적인 ‘자살보도권고안’을 만들었다. 부득이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는 자살예방센터나 상담 기관의 연락처를 반드시 본문에 넣는 등 부작용을 줄이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핀란드는 한때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이 달릴 정도로 자살률이 높았다. 결국 핀란드 정부 차원에서 자살 예방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그중 하나가 ‘자살’을 금기어로 만드는 것이다. 핀란드 언론은 사망 원인이 자살이란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세계 2위까지 치솟았던 핀란드의 자살률은 예방 프로젝트를 시행한 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살을 실현할 방법까지 알려주는 언론 그렇다면 한국 언론의 실태는 어떨까. 2008년 배우 최진실씨가 사망하자, 언론은 그의 자살 방식부터 사생활까지 낱낱이 파헤쳤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실시한 조사를 살펴보면 최씨가 사망한 직후 두 달간 자살자 수가 예년보다 1008명이나 늘었다. 특히 최씨와 유사한 방법으로 죽음을 택한 사례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언론이 자살을 실현할 방법까지 알려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권고만 할 게 아니라 제재가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자살보도권고기준을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언론사 내부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정작용에만 기댈 순 없으므로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들 간 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자들이 자사 보도를 되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국가기관을 통해 규제할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언론계 내부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온라인에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는 모두에게 해당한다. 16일부터 온라인에 자살 유발정보를 유통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자살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됐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에 대해 묘사하고, 자살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사진·동영상 등을 게시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2017년 자살률 전년보다 감소…노인 자살률 여전히 OECD 1위

    2017년 자살률 전년보다 감소…노인 자살률 여전히 OECD 1위

    ‘은퇴 시기’ 55세 이상 자살률 외국 비해 높아“농촌 농약보관함 보급사업으로 충동자살 예방” 2017년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만 2463명으로 자살자가 가장 많았던 2011년에 비해 2442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자를 성별·연령·지역별로 보면 남성, 50대, 충남에 많았다. 시기별로는 5월에 가장 많았고, 1월에 가장 적었다.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 3명 중 1명은 과거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가 있었고, 3명 중 1명 이상은 ‘도움을 얻으려 한 것이지 정말 죽으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1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개한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만 2463명으로, 2016년 1만 3092명보다 629명(4.8%) 감소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017년 24.3명으로 2016년 25.6명에 비해 1.3명(5.1%) 감소했다. 자살자 수가 가장 많았고 자살률이 제일 높았던 2011년(1만 5906명, 31.7명)보다는 3443명 줄었다. 남성의 자살률(34.9명)이 여성(13.8명)보다 2.5배 높았고, 전체 자살 사망자 가운데 남성(8922명)은 71.6%, 여성(3541명)은 28.4%로 7대3 비율을 보였다. 자살 사망자는 50대(2568명)에서 가장 많았다. 자살률은 대체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했다. 전년과 비교할 때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감소했다. 특히 60대 자살률(2016년 34.6명→2017년 30.2명)이 두드러지게 낮아졌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2011년부터 맹독성 농약의 생산과 판매가 중단되고, 농촌 지역에서 농약보관함 설치 사업이 진행되면서 고령층의 충동적인 자살이 일정 부분 예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55세 이하의 자살률은 외국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지만,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55세 이상의 자살률이 높아 전체 자살률이 높은 상태”라면서 “향후 국내 자살률 추이는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자살률에 달렸다”고 말했다. 자살 동기는 연령대별로 달랐다. 10~30세는 정신적 어려움, 31~50세는 경제적 어려움, 51~60세는 정신적 어려움, 61세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업별로 보면 학생·가사·무직(53.8%)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서비스 종사자 및 판매 종사자(10.5%), 미상 및 군인(사병 제외, 6.9%) 순이었다. 지역별 자살자 수는 경기(2898명), 서울(2067명), 부산(907명) 순이었고,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충남(26.2명), 전북(23.7명), 충북(23.2명) 순으로 높았다. 월별 자살자 수는 봄철(3~5월)에 증가하고 겨울철(11~2월)에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2017년에도 5월이 1158명(9.8%)으로 가장 많았고, 1월이 923명(7.4%)으로 가장 적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간 자살률을 비교하면, 우리나라(2016년 기준 25.8명)는 리투아니아(2016년 기준, 26.7명)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특히 노인(65세 이상) 자살률(58.6명)은 OECD(평균 18.8명)에서 가장 높았다. 청소년(10~24세) 자살률(7.6명)은 OECD(평균 6.1명) 중 11번째였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2017년 자살률은 2016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여러 부처가 함께 수립한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2016~2018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 자료를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로 응급실에 간 사람 10명 중 3명은 과거에도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고, 10명 중 5명은 음주 상태였다. 3년간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 3만 8193명을 분석한 결과, 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34.9%, 향후 자살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7673명 중 47.1%는 1개월 이내에 자살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시도 동기는 정신과적 증상(31.0%)이 가장 많았고, 대인 관계(21.0%), 말다툼 등(12.5%), 경제적 문제(9.6%), 신체적 질병(6.7%) 순이었다. 시도자의 절반 이상(52.0%)이 음주 상태였고, 자살시도자 대부분(87.7%)이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며, 절반 이상(50.8%)이 자살시도 때 도움을 요청했다. 자살 시도의 진정성을 확인한 결과, ‘도움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지, 정말 죽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라는 응답(37.3%)이 ‘정말 죽으려고 했으며, 그럴만한 방법을 선택했다’는 응답(34.8%)보다 많았다. 응급실로 들어온 자살시도자에게 응급치료, 상담, 심리치료를 제공한 후 전화·방문 사례관리까지 제공하는 사후관리사업의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자살 위험도가 ‘상(上)’인 사례자가 1회 접촉 시 14.1%(1543명)에서 4회 접촉 시 5.7%(626명)로 줄어드는 등 자살 위험도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 이밖에 자살 생각 및 계획, 알코올 사용 문제, 식사 및 수면 문제, 우울감 영역에서도 호전되는 효과가 있었다. 복지부는 이 사업을 수행하는 병원을 지난해 52개에서 올해 63개로 확대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우울앓는 우리에게 네 충고는 필요없다

    우울앓는 우리에게 네 충고는 필요없다

    ‘너만 힘든 줄 알지’ ‘노력을 안해서 그래’ 우울 겪는 사람들에게 비수 되는 조언 그리고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는 사회 환자들이 겪었던 경험 담담하게 엮은 책Y야. 몇 년 전 일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어느 날 나는 네가 죽었다는 부고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 적힌 ‘본인 상’이라는 글자를 보고 혹시 잘못 봤나 싶어 휴대전화를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봤다.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우린 대학 1학년 때 만났지. 함께 술도 자주 먹고, 미팅도 같이 나가며 어울렸다. 너는 탤런트처럼 잘생기고 춤도 잘 췄다. 그래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장례식장에서 동기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동기가 네가 자살했다고 알려줬다. 대기업으로 회사를 옮긴 후 많이 힘들어했다고, 그러면서 네가 우울증을 겪었다고도 했다. 이야길 듣고 나는 생각했지. ‘우울하다고 자살까지 해? 바보 같은 놈´이라고. 신간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을 읽으니 그때 생각이 났다. 책은 우울증에 관해 자세하게 분석하지도, 대단한 치료법을 내놓지도 않는다.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라는 지적도 없다. 우울증을 겪는 저자가 자신과 같은 23명의 우울증 환자에게 ‘우울의 시작은 언제였는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우울증을 겪을 때 어떤 증상이 있는지’, ‘우울하다고 느껴질 때 무엇을 하는지’, ‘주변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우울증을 겪는 동안 힘이 됐던 말과 상처가 됐던 말은 무엇이었는지’, ‘지금 당신은 어떤지’ 7개의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답변을 쭉 늘어놓는다. Y야.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네 생각이 나더라. 어떤 이는 “처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성적이 떨어지자 시험에 대한 공포가 나에 관한 혐오로 바뀌었다”고 우울증의 시작을 설명한다. 어떤 이는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할 수 없다고 느껴져서인지, 혹은 진짜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건지”라고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한다. 우울증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감당해내려 하지 마라”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환자에게 조언하기도 한다. 우울증을 떨치려 무작정 전화를 걸거나 게임과 컴퓨터에 집착하고, 술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고, 반대로 며칠 동안 잠만 자고,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도록 글을 쓰고 음악을 들었다고 하는 등 여러 고백이 이어진다.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상처를 주는 말이었다. “너만 아픈 것처럼 유난 떨지 마”,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져. 나도 그랬어”,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네가 우울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라는 말이 그들에겐 비수였다고 하더라.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해 많이 부끄러웠다. 반대로 그들을 위로하는 말이 “이대로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좀더 이기적이어도 괜찮아”라는 말, 그리고 “밥은 먹었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 좀 놀랐다.Y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회원국 가운데 10년 넘게 자살률 1위라 한다. 2015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25.6명인데, 미국이 10.5명이니 두 배 이상이다. 이런 결과는 아마도 나와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라 그런 것은 아닐까.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일이 사회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린 어려서부터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 경쟁하고,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려 경쟁한다. 그리고 취업하고 나서도 좀더 부유하게 살려고 경쟁한다. 죽을 때까지 팍팍한 경쟁이 이어진다. 그러니 “나도 힘들어”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게 아닐까. 사실 이 책은 엄밀히 말해 신간은 아니다. 2016년 독립출판으로 낸 뒤 많은 호응을 받고, 절판된 이후 독자들의 요청이 이어져 이번에 번외편을 덧붙여 좀더 큰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애초 독립출판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주 분명하진 않다. 다만 우울증을 겪는 이들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밀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책을 다시 찾은 이유가 솔직한 이야기 속에서 이런 메시지를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Y야. 너를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 그래도 널 만날 수 있다면, 만약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책을 다 읽고 여러 말을 떠올려 봤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내가 먼저 “언제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해야 했는데, 그리고 만나서 밥이라도 같이 먹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고, 그래서 미안하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 친구야 미안하다. 그리고 보고 싶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10대 청소년 정신건강 빨간불…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10대 청소년 정신건강 빨간불…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갓 고등학생이 된 A(17)양에게 중학교와 다른 고등학교 생활은 숨통을 조여 오는 듯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낯선 친구들 틈에서 내성적인 A양은 친구에게 말 한마디 붙이기도 힘들었다. 야간자습 시간까지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서 몸과 마음이 지쳤고, 시험 성적으로 ‘서열’이 매겨지는 학교 분위기에 냉혹함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턴가 A양은 친구들의 시선에 극도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외모와 하위권인 성적, 소심한 성격 등 자신의 모든 것이 비웃음거리가 된 것 같은 망상에 빠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서 ‘우울’, ‘자해’ 같은 글과 동영상을 찾아보며 마치 자신의 감정인 양 빠져들었다. 결국 첫 중간고사를 며칠 앞두고 A양은 “학교 가기 싫다”며 부모님 앞에서 펑펑 울어버렸다.10대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10대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011년 5.5명에서 점차 줄어들어 2015년 4.2명으로 저점을 찍은 뒤 2016년 4.9명, 2017년 4.7명으로 다시 증가세에 놓였다. 2016년을 기점으로 10대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운수사고를 앞질러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10대의 생명을 앗아가는 가장 큰 원인이 교통사고가 아닌 자살이라는 이야기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초1·4학년, 중1·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실시하는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등 정신건강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 조치가 시급한 ‘우선관리군’으로 분류된 학생은 2013년 4만 6104명(2.2%)에서 2018년 5만 9320명(3.3%)으로 늘었다. 교육부의 정신건강전문가 학교방문지원사업단 실행단장인 강윤형 한림대 연구교수는 “검사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일 수도 있고, 실제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증가 추이에 대해서는) 다각도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치의 빈틈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가령 가정 내 문제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학교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경우 학교의 관리망에서 벗어나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홍현주 한림대 자살과학생정신건강연구소장은 “‘고위험군’인 학생은 (자살 시도나 자해 등) 행동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평소에 티를 내지 않는 학생들은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곤 한다”면서 “담임교사 등은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다’라고 반응하지만 심리 부검을 해 보면 나름의 우울감과 고통이 컸던 사례들이 많다”고 말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사소한 자극도 무겁게 받아들여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 교수는 “학교 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고 이상 행동도 없었던 학생이 한 번의 꾸지람이나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 등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이 SNS에 남겼던 글과 사진들이 또래 학생들에게 퍼지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제재 없이 유튜브 등에서 공유되는 환경도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10대 자살률이 2015년까지 꾸준히 줄다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교육당국의 관심과 투자 여부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해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파악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분류된 학생들은 위(Wee)센터나 정신건강증진센터, 병·의원 등 학교 안팎의 전문기관에서 상담과 심리치료 등을 지원받는다. 2013년부터는 각 시도교육청별로 3년간 ‘학생정신건강 학교-지역협력모델 구축·지원사업’도 진행했다.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즉각적·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신건강증진센터, 청소년상담센터, 병·의원 등 전문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2015년 10대 자살률이 최저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특별교부금을 통한 한시적 사업이었던 ‘학생정신건강 학교-지역협력모델 구축·지원사업’이 종료되면서 지역사회에서의 시스템 구축은 각 시도교육청별로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과 의지가 있는 지역에서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이어 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제주와 충북, 대구교육청은 학생 자살 예방 시스템 구축의 ‘모범사례’다. 제주교육청은 2015년 9월 학생건강증진센터를 설립하고 정신과 전문의 3명을 두어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살피고 있다. 박재희 제주교육청 장학사는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모두 전문의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설립 뒤 지난해까지 학생 자살이 한 건도 없었을 정도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충북교육청의 ‘마음건강증진센터’ 역시 학생들에게 전문의 상담을 제공하고, 사고가 발생하는 등 심리적 위기 상태에 놓인 학교를 전문의가 찾아가 학교 회복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전문의의 적극적인 개입 덕에 충북에서는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학생들 중 2차 기관으로 연계되는 비율이 90% 이상으로 전국 평균(80%대)보다 높다. 대구교육청은 지역 내 종합병원에 위 센터를 구축해 학생들의 심리상담과 치유에 지역사회의 의료기관을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100만명가량의 학생들을 아우르는 서울교육청에는 학생들의 마음을 돌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 서울교육청은 2013년 전국 시도교육청 중 최초로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전담하는 조직인 ‘마음건강 원스톱 지원센터’를 만들고 전문의를 채용해 운영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근하는 전문의 없이 일선 병·의원 전문의들을 위촉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 교수는 “학교는 위기 학생들을 파악하고 전문기관으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학교의 전화 한 통에 교육청과 전문의, 지역 내 전문기관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적극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이를 지지해 주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학생들은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을 통한 대화에 익숙해 의사 등 전문가에게 자신의 정서를 숨김 없이 표현하고 도움을 호소하는 방법에 서툴다. 홍 소장은 “마음이 힘들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면서 “‘그까짓 것’, ‘그 순간만 지나면 괜찮아진다’ 같은 마음가짐으로 이겨 내는 방법을 알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NS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맞는 상담 시스템도 필요하다. 교육부가 지난해 시범운영을 시작한 청소년 모바일 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다 들어줄 개’의 고도화와 안착이 시급하다. 홍 소장은 “학생들이 쉽게 접근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정서적으로 큰 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중구 올해부터 월10만원 어르신수당… 정부, 적극 나서주길”

    “중구 올해부터 월10만원 어르신수당… 정부, 적극 나서주길”

    “서울 중구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어르신공로수당은 구도심의 고령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지난 25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대도시 내 구도심은 대부분 산업 경쟁력 쇠퇴와 고령화라는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구도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면 젊은 인구가 유입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지만 고령화는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어르신공로수당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동의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지난해 당선 이후 구정 목표인 ‘중구민을 위한 도시’를 구체화하기 위한 5대 핵심 과제를 수립했는데. -지난해 당선 이후 어르신공로수당, 돌봄 및 교육, 문화 르네상스, 동(洞)정부, 도심산업 활성화를 민선 7기 5대 핵심 과제를 수립했다. 올해는 중구민 생활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 과제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매진하겠다. →5대 핵심 과제 중 현재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이 어르신공로수당 지급인가. -그렇다. 중구의 65세 이상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수급자 1만 3000여명에게 올해부터 1인당 매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을 어르신공로수당으로 지급하려 한다. 중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령화지수 1위, 85세 이상 초고령층 빈곤율 1위, 노인 고립과 자살 우려 비율 1위 등 어려운 어르신이 많아 고령화와 그로 인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 전통시장 등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 형식의 지역화폐로 주는데 이는 연간 156억원이 골목상권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오는 2월 25일부터 1월분까지 함께 지급할 계획이다.→어르신공로수당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반대를 뜻하는 ‘재협의’ 의견을 지난 17일 보내왔는데.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의 중심부는 모두 산업 쇠퇴와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르신공로수당이 고령화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중구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면 좋겠다. 수당을 줬을 때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시범적으로 실시해 살펴볼 것을 주무 부처인 복지부에 간곡히 호소한다. →중구가 공로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복지부는 기초연금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식으로 페널티를 줄 수도 있는데. -규정상으로는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과거 청년수당도 지방정부 제안으로 전국 사업이 된 경험이 있다. 복지부가 재협의를 제안한 것은 다른 시·군·구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본다. 어르신공로수당은 정부에 별도 예산을 신청한 게 아니라 중구가 자체 조례와 예산을 만들어 구의회 승인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다. 지자체 스스로 하는 사업에 중앙정부에서 시행 연기를 요구한 것은 가혹한 처사다. 중구가 처한 노인 빈곤 등 절박한 상황과 정부가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복지 강화 추세를 적극 알려 복지부와의 재협의에 성공하겠다. 다만 중구민과의 약속이 있기에 페널티를 받더라도 예정대로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중구의 어르신수당은 노인 인구가 절대적으로 적어서 가능하다며 다른 구에서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해하지만 중구가 다른 구보다 돈이 많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다른 자치구도 토목, 개발, 시설관리 등 불필요한 사업 예산을 줄인다면 그 지역에 걸맞은 복지 강화 사업을 자체 형편에 맞게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2019년 예산에서 눈여겨봐야 할 다른 사업은. -아무래도 그동안 복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적었기 때문에 복지 관련 사업이 눈길을 끈다. 이전에는 없던, 올해 새롭게 시도되는 사업들이 여럿 있다. 일례로 중구에 주소를 둔 저소득계층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통비 지원이 있다. 저소득 대학생 200여명에게 연 54만원씩 상·하반기 두 번에 걸쳐 지원한다. 지역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에게 교복 구입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올해 새로 추진한다. 중구에 주소를 둔 중·고 신입생 1400여명을 대상으로 1인당 연 30만원 한도 내에서 교복 구입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70세 이상 기초생계·의료급여 수급자, 한부모 가족 등 저소득 주민에게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청료도 지원한다. →올해 어떤 리더십을 표방하는지. -섬김의 리더십이다. 중구는 중구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려고 한다. 그러려면 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직원들을 최상으로 섬김으로써 그 직원들이 구민을 최고로 섬길 수 있도록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겠다. →민선 7기 이후 계획이 있다면. -민선 7기 5대 전략과제를 모두 완성하려면 4년은 짧다. 7기 이후에도 이 과제들이 궤도에 오르고 완성돼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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