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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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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대입 문제 완화를 위한 제안:범위형 대입제도/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前총장

    [시론] 대입 문제 완화를 위한 제안:범위형 대입제도/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前총장

    대입 전쟁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 실력에 따라 사회적 보상이 크게 달라지고 대학 졸업증과 자격증을 실력 판단의 잣대로 삼는 실력주의 사회에서는 시험 준비 부담을 줄이거나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하여 대학을 평준화시키면 또 다른 실력 판단 잣대를 향한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현행 수능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의 젊음의 시간 낭비, 미래에 필요한 창의력과 공감하고 협동하는 능력을 포함한 인성 등 고급 능력 개발 실패, 학습 흥미 감소, 동질화 등이다. 이는 쉬운 수능 지향,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교육방송 교재 반영, 본고사 폐지 등의 상황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무의미한 반복학습을 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쉬운 수능, 절대 평가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학습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입제도 중에 ‘범위형 대입제도’가 있다. 우리나라 자사고나 자공고 학생을 뽑을 때 이미 유사한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 대입제도는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제안한 것으로 대학이 제시하는 수준의 수학능력 이상을 갖춘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하는 대입 제도다. 그는 연구를 통해 대학이 제시한 수학 능력 범위에 들 정도면 그 학생들은 충분히 똑똑하기 때문에 졸업 후 삶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음을 발견했다. 우리 상황에 맞는 ‘범위형 대입제도’는 모집 제1단계에서는 대학 모집 단위별로 수능과 내신을 기준으로 자기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수학 능력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부합한 경우에는 모두 합격시켜 제2단계로 가도록 하는 것이다. 제2단계는 간단한 면접 등을 통해 시험 성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인성이나 기타 부문에서의 수학 능력 부적격자만 제외한다. 마지막 단계는 제2단계까지 통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해 뽑는 것이다. 아주 우수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모집 인원의 10~30% 정도는 추첨을 거치지 않고 합격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보완책이 될 수는 있다. 고등학교별로 실력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고등학교에 다닌 학생들은 수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었을 것임을 감안하면 내신을 함께 사용해도 공평성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은 실수를 줄이기 위한 무의미한 반복학습에 젊음의 시간을 탕진하지 않게 될 것이다. 유능한 학생들이 남는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심도 깊은 공부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도 쉽다. 불합격자 역시 스스로 패배자라는 인식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될 것이다. 재수생 비율도 크게 줄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고용주는 장기적으로 입사 지원자들의 출신 대학이 아니라 실력과 인성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대학의 명성에 안주했던 대학과 학생들도 실력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고급 연구 인력 배양은 대학원이 집중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다. 이 제도는 그동안 일부 사람들이 주장했던 대학 평준화와는 다르다. 이 제도는 대학이 생각하는 수준의 실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문제점으로 제기될 수 있는 운의 영향력 과다 문제는 모두가 선호하는 좋은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공무원시험을 비롯한 안정적인 직장 채용 시 채용 비율 상한선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해 선발에서 불이익을 받고, 대신 창업이나 보다 경쟁적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있다. 대학 및 전공별로 입학에 필요한 적정 학업성취도 수준은 국가와 사회가 해당 전공을 하는 데 적합한 수학 능력에 대해 합리적인 관여를 하고 합의를 도출한다면 문제는 크게 완화될 수 있다. 대입 전형 기준에만 맞추느라 우리 아이들이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실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10년 후의 대입제도를 함께 논의할 국민 대토론회가 절실히 필요할 때임을 교육계와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호소한다.
  • [현장 행정] 중구의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현장 행정] 중구의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27일 중구 신당초등학교 6학년 2반 4교시 수업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학생들은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등의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시청했다. 박미경 교사가 “친구에게 상처받고 싶은 사람 있나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박 교사는 “친구가 내게 상처주지 않으면 난 상처받지 않잖아요. 그럼 나도 친구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겠죠”라며 ‘타인이해’라는 주제로 수업을 이어 갔다. 학생들은 박 교사가 나눠 준 도화지에 그려져 있는 동그라미 3개, 네모 1개를 활용해 각자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다. 24명의 작품을 칠판에 붙이자 로봇, 태극기, 나무 등 똑같은 그림이 하나도 없었다. 학생들은 친구의 그림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발표했다. 이를 통해 나와 너, 우리가 서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 그것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프로그램은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식이 융합된 체험 위주 교육인 ‘창의·인성 융합교육’(H-STEAM) 수업이었다. H-STEAM은 인성(Human)을 기초로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ematics) 등 전문가들이 교과목을 융합, 접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구는 신당초교 6학년을 대상으로 주 1회 12주간 정규수업으로 H-STEAM을 하고 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폭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만들기’ 사업의 하나다. 수업은 체험과 실험으로 이뤄진다. 재미를 느끼며 창의력을 키우고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것이다. H-STEAM을 개발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부설 과학문화전시연구소 부두완 연구위원은 “나, 우리, 함께라는 가치를 일깨워 학교폭력, 학습 부적응, 게임중독을 예방, 치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수업을 참관한 최창식 구청장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어야 공부가 즐겁지 않겠느냐”며 “앞으로도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인성을 키우고 끼를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수학적 글쓰기 어렵다고요 수학 싫은 이유 적어보세요

    학생들의 수학 흥미를 높이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 시행에 따라 수학적 글쓰기가 중요해지고 있다. 개정 수학교육 종합계획은 입시 위주 문제풀이가 아닌 실생활과 연계해 창의력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문제 또한 답보다 풀이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서술형 비중이 증가할 전망이다. 수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쓰면서 밀도 있는 학습이 가능하고 사고력까지 키울 수 있다. 또 수학 공부를 하면서 가진 감정을 글로 쓰다 보면 학습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고, 수학에 대한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게 돼 수학을 좋아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23일 시매쓰 수학연구소의 도움으로 초등학생의 수학적 글쓰기 소재와 활동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자신의 생각을 그림·낙서로 표현해보기 초등 저학년이라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나만의 언어로 자유롭게 풀어 써보는 것이 좋은 출발이다. 이때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나 기호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꼭 글쓰기가 아니어도 된다. 그림이나 낙서 등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거라면 어떤 형태여도 상관없다. 조경희 시매쓰 수학연구소장은 “수학적 글쓰기라고 하면 서술형 풀이나 수학 독후감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차라리 수학이 싫은 이유와 수학공부의 어려운 점을 솔직히 적어 보면서 수학에 대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우유·과자 부피 단위 등 생활서 개념 익히기 생활 속에서 수학 글쓰기 소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상 곳곳에는 수학 개념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엄마와 함께 요리를 하며 음식 재료의 무게, 물의 양, 시간 등을 재보면서 수 개념을 익힐 수 있고 직접 글로 써볼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우유나 과자 등을 보고 부피 단위인 ㎖(밀리리터), ℓ(리터) 등을 조사할 수도 있다. 특히 초등 저학년은 수학 교과서에서 실생활과 연결된 개념이 많이 나오므로 개념을 배우거나 알고 나서 말이나 글로 표현해보는 활동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수학 독후감은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 골라서 수학 독후감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글쓰기 중 하나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써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느끼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독후감을 쓸 때는 책 전체에 대해 보다 특별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쓰는 것이 좋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2016 대입 논술 대비 이렇게

    2016 대입 논술 대비 이렇게

    대입 논술 전형은 학생부 전형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수험생이 최대 6번의 수시 지원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사교육 유발을 이유로 논술 대신 학생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전형을 권장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2015학년도 논술 전형 모집정원은 전년도에 비해 5%, 또 2016학년도 역시 2015학년도에 비해 10% 넘게 감소했다. 2016학년도 논술 전형에서는 28개 대학이 1만 5349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모집인원은 전체 정원의 4.2%에 불과하지만 상위권 대학 진학 희망자라면 논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8개 대학이 모집정원의 21.7%를 논술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학의 논술 전형 모집인원이 더이상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물리적으로 빠듯한 시간에 많은 학생을 사정하기 어렵고, 쉬운 수능 기조 탓으로 수능만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은 논술 전형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대학이 논술고사를 치르는 목적은 기존의 수능이나 내신이라는 평가 도구로 측정할 수 없는 사고력을 보려는 데 있다”며 “사고력이 창의력의 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모집인원이 감소했다고 논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또 있다. 모집인원이 줄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논술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기는 더 힘들어지지만, 논술에 대비한 학습 과정은 사고력 신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는 내신과 수능 성적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큰 까닭이다. 16일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의 도움으로 2016학년도 대입 논술시험 대비법을 알아봤다. 나는 인문계다, 기출문제 파악이 전략이다 2015학년도 인문계열 논술은 대다수 대학이 시험의 제시문을 교과서 및 EBS 교재에서 발췌했고, 수험생이 고교 교육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을 다양한 각도에서 독해하고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하지만 고교 교과 중심의 출제가 곧 쉬운 논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출제자 입장에서는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므로 일정 수준의 난도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시문을 교과서 지문에서 차용했다고 하더라도 논제의 방향에 맞춰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분량의 글쓰기가 수험생 입장에서 녹록하지만은 않다. 논술 준비의 첫걸음은 대학이 발표한 모의논술 문항과 기출문제를 통해 출제 경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최근 인문계열에서도 수리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항이 자주 출제되고 영어 및 자연계열 제시문을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등 통합교과적으로 출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계열마다 필요한 수학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인문·사회 논술 문항을 달리 출제한 것도 눈에 띈다. 도표나 통계 자료를 활용하는 자료해석형 문항도 나오고 있어 준비가 필요하다. 대학들은 논제에 특정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그것이 충족될 때만 정답으로 간주하는 문항을 출제하고 있다. 논술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수험생들은 제시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논술 역시 어느 정도 정답이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 대비해야 한다.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 관점이다.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요구에 따라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논제에서 요약을 요구하는 경우와 비교를 요구하는 경우, 또는 설명이나 논술을 요구하는 경우 각기 어떻게 다른지에 유의해야 한다. 또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논리적인 체계와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상투적인 견해나 예를 드는 것보다는 주어진 제시문 및 논제의 이해에 기초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평소 주어진 주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구술하는 연습, 타인의 주장에서 요점을 파악하는 연습, 타인의 주장과 자신의 주장을 비교·분석하는 연습 또한 필요하다. 제시문을 참고하되 문장을 그대로 옮겨서는 안 된다. 제시문의 내용이 갖는 의미를 이해한 뒤 이를 자신의 표현으로 정리해 활용해야 한다. 원고지 작성법,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의 정확성, 분량 등 글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각 대학에서는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실시하기 전 구체적인 출제 방향과 유형을 공지하는 모의논술 또는 논술가이드북을 발표한다. 대부분은 지난해와 비슷한 경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일부 대학의 경우 문항 구성, 문제 유형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반드시 모의논술을 직접 풀고 분석해 봐야 한다. 지난해 수시 논술 평가 기준이나 결과 분석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 대학도 있으므로 평가 기준에 맞게 자신의 답안을 채점해 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말 3~4시간 정도를 논술 준비에 할애하자.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00분에서 120분의 시험 시간에 2~4개의 논제를 풀어야 한다. 글자 수도 1600~2000자 정도다. 수능보다 긴 시간을 생각하고 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수능과는 공부 방식이 다르다. 바로 해결방안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20분,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곰곰이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주말 정해진 시간을 활용해 논술학습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3월은 논술 준비에 결코 늦은 때가 아니다. 3월 학력평가 뒤 11월까지의 구체적 학습계획을 가다듬는 이때가 논술 준비 시작의 적기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나는 자연계다, 대학 가이드북에 올인한다 자연계열 논술은 수리논술과 과학논술로 분리되고, 과학논술도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으로 나눠진다. 통합논술을 출제하던 중앙대와 건국대가 2015학년도 단일교과형 논술로 바뀌었고, 동국대·숙명여대·서울여대 등 일부 대학은 통합논술을 계속한다. 과목별 논술은 수험생의 수능 과학탐구영역 선택과목 수가 2과목으로 축소됨에 따라 과학논술에서 통합논술 준비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과학 선택과목은 수험생이 선택할 수 있으나 고려대는 학과에 따라 생물과 지구과학의 선택에 일부 제한이 있으며, 건국대도 학과별로 지정하거나 일부 제한한다. 지구과학 관련 학과가 없는 대학은 이 과목 출제에 어려움을 겪기에 논술도 출제하지 않는다. 수리논술만 실시하는 대학도 있다. 서강대·한양대·이화여대·서울시립대·홍익대·아주대·인하대 등이 있으며, 수학에 강점이 있는 수험생의 경우 지원을 고려해 볼 만하다. 자연계열 논술은 인문계열에 비해 대학별 차이가 큰 편이다. 하지만 부지런히 품을 팔면 자료를 구할 수 있고 준비도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 대다수 대학이 홈페이지에 기출문제와 예시답안까지 올리고 있으며 모의논술 자료도 올려놓는다. 한양대·경희대의 경우 홈페이지 자료만 잘 활용해도 사교육 없이 논술 준비를 할 수 있다. 홈페이지 방문이 논술 준비의 첫걸음이다. 특히 대학에서 홈페이지에 게시한 논술 안내 동영상은 출제 경향 등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니만큼 시청이 필수적이다. 단시간에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다. 논술가이드북을 자세하게 만들어 제공하는 대학은 중앙대·서강대·인하대다. 세 대학은 매년 논술가이드북을 발간해 수험생이 스스로 논술을 준비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중앙대는 매년 모의논술을 실시한 뒤 전년도 기출문제와 묶어 논술가이드북을 제작해 고교에 배포한다. 일정 수 이상의 학생이 모이면 논술 출제 교수가 고교에 나가 논술 강의도 한다. 성균관대는 학교소식지에 기출문제와 모의논술문제의 예시답안 등을 자세히 수록한다. 고려대는 논술백서를 발간해 학생들의 논술 준비를 돕고 있다. 특히 모의논술을 실시한 뒤 공개한 학생들의 답안은 매우 의미 있는 자료다.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 웹사이트(jinhak.or.kr)에는 서울여대·한양대(에리카)·인하대·아주대·부산대 등의 2015학년도 논술 기출문제가 올라와 있다. 부산시교육청도 매년 수리논술 나침반이라는 자료를 만들어 전년도 기출문제의 예시답안과 더불어 배경지식, 읽기자료 등을 매우 잘 정리해 배포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논술 관련 자료를 만들어 일선 학교에 배포하고 있다. 수능에서 선택하는 과학과목이 논술에서 선택하는 과목과 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수능을 준비하면서 논술을 준비할 수 있다. 내신도 마찬가지다. 서술형으로 답안을 정리하고 어려운 문제의 개념은 따로 정리하는 공책을 만들어 개념을 쌓아 나가면 논술 공부가 자연스레 이뤄진다. 논술 공부를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수능과 논술을 연계한 사고에 익숙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학교 방과후 논술수업을 통해 토론과 발표수업, 심화·탐구형수업을 꾸준히 했다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의 학습 경험이나 학교활동 영역으로 충분히 쓸 수 있다. 1학기 말과 여름방학까지는 논술을 준비하는 방과후수업에 적극 참여하자. 교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동료들과 함께하면 힘도 덜 들고 깊은 사고력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 우수한 답안은 공유하고, 여러 사람에게 발표한 우수답안은 추후 우수성 입증자료도 될 수 있다. 수능 준비와 병행해야 하기에 1주일에 1회 정도 방과후수업으로 실시하거나 몇 명이 모여 동아리나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반드시 수능과 병행하는 학습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수능 고득점 전략의 하나로 논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 수능 이후에는 논술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빙그레] 김호연 前 회장 정치 접고 작년 등기이사로…경영 복귀 수순?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빙그레] 김호연 前 회장 정치 접고 작년 등기이사로…경영 복귀 수순?

    “앞으로는 빙그레 등기이사로서의 역할에만 전념하겠다.” 국회의원을 지낸 김호연(61) 전 빙그레 회장은 정치 복귀 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2008년 총선 출마를 위해 빙그레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기업에 몸담은 30년간 축적된 창의력, 효율성, 리더십, 추진력을 정치에 접목하겠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해 열린 18대 총선에서 김 전 회장은 낙선했다. 본격적인 그의 정치인생은 그 후로부터 2년 뒤인 충남 천안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부터 꽃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한나라당의 불모지로 통하던 대전·충남지역의 유일한 여당 국회의원으로 과학벨트 천안 유치, 보훈 가족과 유족을 위한 국가보훈법 개정 발의 등 기존 정치권에서 보여 주지 못했던 다양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19대 총선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이후 김 전 회장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을 지내는 등 정치의 뜻을 이어갔다. 그는 서강대 경상대 74학번으로 같은 학교 전자공학과 70학번인 박근혜 대통령과는 4년 차이 선후배 관계다.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며 정치를 계속하는가 했지만 지난해 3월 김 전 회장은 정계를 떠나 빙그레 등기 이사로 복귀했다. 세간에서는 오너 경영의 복귀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이에 빙그레는 당시 “경영 전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현재 특별한 경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회사의 해명과 달리 그의 복귀가 ‘단순 등기 이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빙그레의 영업이익이나 당기 순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성장을 이어나갈 만한 신규 사업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경영을 강조하기 위한 그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김 전 회장이 없는 6년 동안 빙그레는 뚜렷한 성장이 없었다. 지난해 웅진식품 인수전에도 실패했고 ‘1조 클럽’ 가입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그룹의 오너가 등기 이사직에서 줄줄이 사퇴한 가운데 김 전 회장의 복귀는 의외였다”면서 “(김 전 회장이) 빙그레 경영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만큼 오너로서 경영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에 빙그레 측은 “김 전 회장의 정계 진출 이후 빙그레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이러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21차례에 걸쳐 빙그레 주식 4만 9695주를 약 39억9750만원에 매입했다. 현재 그의 빙그레 지분율은 기존의 33.26%에서 33.77%로 늘어났다. 그가 재단이사장으로 있는 김구재단(2.03%)과 재단법인 아단문고(0.13%)의 빙그레 지분율을 합치면 35.93%가 그의 소유다. 부인 김미(59)씨의 빙그레 지분율 1.35%, 동환(33), 정화(32·여), 동만(29) 세 자녀가 각각 33.4%, 33.3%, 33.3%로 모두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케이엔엘의 빙그레 지분율 1.7%까지 합치면 김 전 회장 일가의 빙그레 지분율은 38.98%에 달한다. 김 전 회장은 빙그레 등기 이사, 김구재단 이사장, 아단문고 이사장 외에도 백범김구기념사업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김구 선생의 손녀 사위다. 그는 과거 백범기념관 건립위원회 이사로 활동하며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건립에 큰 역할을 했으며 사재를 모아 김구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설립 후 김 전 회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범일지 독후감 대회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김 전 회장은 재계 학구파로도 통한다. 경기고와 서강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김 전 회장은 일본 히도쓰바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땄다. 이후에도 그는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외교안보 석사, 서강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루에 한 권 이상 읽는 그의 독서량은 경영인들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그는 골프를 치지 않은 오너로 유명한데 “경영 공부를 하다 보니 골프 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전 회장은 고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와 모친 강태영(89)씨의 차남으로 친형이 김승연(63) 한화그룹 회장이다. 누나 김영혜(67)씨는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차남인 이동훈(67) 전 제일화재 회장과 혼인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두 자치구의 새해 교육 개혁 ‘청사진’] 안전한 삶 속, 책 읽는 꿈나무

    [두 자치구의 새해 교육 개혁 ‘청사진’] 안전한 삶 속, 책 읽는 꿈나무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교육환경’과 ‘생활안전’입니다.” 노현송 서울 강서구청장은 8일 “지역의 현안이 되고 있는 교육환경과 주민 생활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거점 사서제 도입, 미래인재 아카데미 개설, 학교 교육지원 사업 등에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도서관 확충 사업에 매진하기로 했다. 책 읽는 습관이 교육 양극화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올 3월 개원 예정인 가양유수지 복합문화센터 내 도서관을 일반 도서관 기능뿐 아니라 디지털 자료실과 교양 강의실 등 복합 문화 기능을 갖추도록 해 청소년과 지역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작은 도서관 2곳을 늘리고 지역 사립 도서관과도 협력체계를 구축해 서비스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지역 발전을 견인할 청년들의 취업 확대를 위해 ‘미래인재 아카데미’와 청소년들의 체험일터 발굴 등에도 나선다. 강서평생학습관 1층에는 유아실을 겸비한 주민소통 공간인 유아 북카페와 무한상상실 등을 갖춰 학생들의 창의력 발달을 돕는다. 이 밖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위한 학교 지원사업에도 24억원을 투입한다. 또 주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구는 주민자치과를 자치안전과로 바꾸고 재난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과 인력을 보강했다. 지난 1일부터 밤늦은 시간 마을버스를 타는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서 하차할 수 있는 ‘안심 귀가 마을버스’를 도입했다. 미래 꿈나무들의 통학 안전을 위해 보행안전지도사가 등하교길 안전을 책임지는 ‘워킹스쿨버스’도 올해 10개 학교로 늘린다. 노 구청장은 “지역의 발전은 꾸준한 투자와 관심으로 이뤄진다”면서 “임기 동안 교육과 안전에 지속적으로 지원해 지역 발전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1교시 언어이해 - 이은희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1교시 언어이해 - 이은희

    Ⅰ <첫 번째 문제> 다음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그녀는 하루에 세 문제를 만들었다. 월급에 대비해 그만큼이면 적당한 노동량인 것 같았다. 책을 만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기뻤다. 읽은 것에 관해 말할 줄 아는 정도의 능력만 있으면 되었다. 한 개의 독해 지문에 세 개의 문제를 만들어 달면 업무가 끝났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오래오래 회사생활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회사였다. 그녀의 동료들은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읽거나 읽은 것에 관해 생각하는 일을 귀찮아했다. 한 달에 세 문제를 만들까 말까 하는 정도였으며 문제의 수준도 형편없었다. 그녀의 동료들은 일하는 척으로 일과를 보냈다. 대수롭지 않은 것에 관해 큰 목소리로 토의하며 바쁜 척했다. 읽고 생각하기만 하면 되지만, 적혀 있는 그대로를 읽어내는 능력 자체에 문제 있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했다. 한때 그녀는 국문과 대학원생이었다. 지도교수가 갑자기 죽은 뒤에 이상하게도 그녀의 꿈이 사라졌다. 그녀는 학업에 품었던 자신의 꿈이 로스쿨 입시용 문항으로 재생산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을 때에는 세 시간 만에 세 문제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인고의 노력을 쥐어짜야 할 때에는 아홉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쉽게 만들어지든 오래 걸려 만들어지든 간에 개개의 문제가 전부 걸작이었다. 어떤 때에는 혼자 풀기 아까운 문제가 나오기도 했는데,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동료들 모두에게 그 문제를 자랑하고 당장 풀어보게 만들기도 했다. 동료들은 마지못해 그녀가 낸 문제를 풀어보았으나 답을 맞히지 못했다. 그녀는 동료들이 지닌 지적 능력의 총합을 초월하는 자신의 창의력을 확인한 양 우월감을 느꼈고, 콧대가 우뚝해져서는 도파민의 폭풍에 정신 잃은 채 기뻐했다. 소용돌이 모양으로 생성된 회전은하와 스케이터의 연속 회전 간의 원리적 유사성에 관한 문제를 출제했을 때에는 그만 김연아 선수에게 그 문제를 선물할 뻔했다. 김연아 선수와 접촉할 방법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당장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금메달리스트의 스케이트 날처럼 날렵한 독해문제를 출제했으니, 한시바삐 문제를 풀어보고, 각운동량보존법칙에 관한 이해를 동원하여 더욱 멋진 연기를 보여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울러 김연아가 그녀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지만 존경한다는 말을 문제에 실어 전하고 싶었다. 김연아가 팔을 길게 뻗어 회전할 때에 보여주는 느긋한 우아함과, 몸을 움츠렸을 때 운동량이 보존됨에 따라 속도가 높아지면서 생겨나는 간절함은 청년이 생에 대하여 품어야 하는 희망이 어떠한 양상이어야 하는지 물리학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전달하고 싶었다. 그녀의 대학시절 교수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아 교수님의 소설로 문학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헌정 출제의 성격을 완성하기 위해서 교수님의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보충하는 <보기>를 달아 심화된 감상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타인들의 머리에 더듬이가 생겨난 것을 발견한 주인공의 혼란을 다룬 작품에서 ‘사람의 모습이 갑자기 바뀌었을 리 없다’라는 독백에 밑줄을 치고 ㉠을 단 뒤, 그 ㉠에 관해 아주 많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란 얼마나 허망하고도 희망적인 것인지에 대해 파악하도록 요구하는 문제였다. 그녀는 교수님의 소설과, 자신이 낸 문제를 바라보며 그 희망적인 허망함에 관해 성찰했고, 청년으로서 자신의 무거운 사명을 통감하면서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차곡차곡 쌓인 그녀의 업무량과 비교하여 동료들의 게으름은 크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하루에 세 문제씩 꼬박꼬박 생산해내는 그녀가 미친 기차 같다고 자기들끼리 욕했으며, 방해하기 위해 시끄럽게 굴었다. 그들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서 촘스키가 글을 참 못 쓴다고 욕을 하거나, 과학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과학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위험천만하지 않은가에 관해 토론하거나, 푸코의 저서는 번역이 엉망이어서 출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난하거나, 문학문제를 출제하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불가능한 임무라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으로 하루에 세 문제씩을 즐겁게 생산하고 있는 그녀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 하루는 그녀의 동료 중 한 인물, 항상 고려청자색 눈빛을 지니고 있는 우애경이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약간의 실수 때문에 서울대에 못 갔어요. 그 이후로는 모든 게 잘되지 않았어요. 이런 회사에서 문제 내는 일이나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내가 서울대에 가기만 했어도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그녀는 우애경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생각이 젊은 시절을 비탄에 빠지도록 만드는 거예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개인에 주어진 잠재력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자신의 잠재력을 직시하고 올바른 전제에서 추론을 시작해야 나의 모습을 검증할 수 있어요. 그것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그녀는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우애경으로부터 등을 돌린 뒤 다시 문제를 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우애경이 시뻘건 얼굴로 식식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다시 출제에 골몰했다. 출제를 하며 우애경에 관해 생각했다. 우애경은 왜 화가 났을까? 어떤 결과에 이르기까지 원인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으며 때로는 그것을 먼 원인과 가까운 원인으로 분류하여 한 줄로 세워볼 수 있다. 그녀는 우애경의 화라는 결과를 가져온 원인들을 물리화학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으로 구분하고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해보았다. 일단 생리 중일 수도 있다. 배가 고프거나 몸이 피곤하여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일 수도 있다. 이러한 물리적 상태가 저혈당증을 일으키고, 저혈당증은 다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뉴런 간 화학·전기신호 작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은 화를 내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일 뿐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못하므로, 설령 이러한 이유가 작동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오로지 먼 원인일 뿐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녀는 우애경의 분노를 초래한 심리적 원인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가능성과 잠재력의 차이를 검토해보라는 말이 기분 나빴을 수도 있다. 그렇게 느꼈다면 그 이유 중에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①가능성과 잠재력의 차이를 검토하기 싫어서, ②가능성과 잠재력에 차이가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서, ③그 말을 하는 사람(즉, 이우리)의 표정이나 말투가 기분 나빠서, ④그 말을 하는 사람(즉, 이우리)이 싫어서, ⑤아니면 모종의 의도가 있었는데 그것을 묵살당해서?(이 지점은 상상의 영역이므로 과학적 추론 불가) 위 내용 중 무엇에 해당하든 그것은 화가 나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기분이 찜찜해졌다. 알 수 없는 뭔가가 엄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엄습하던 무언가의 실체는 다음날 점심시간부터 분명해졌다. 유난히 칼국수가 늦게 나오는 그 식당에 둘러앉아, 그녀의 동료들은 하염없는 잡담을 시작했다. 그녀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깍두기를 먹고 있었다. 잡담은 점점 석연찮은 내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학 시절 미팅하던 때처럼 남녀가 줄을 지어 앉아 밥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데에서 시작한 잡담이 각자들의 출신대학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애경이 유부장에게 말하기를, 유부장의 동문들과 미팅했던 것이 학창시절 가장 언짢은 일이었다고 했다. 유부장도 자신의 학창시절에 우애경의 동문들과 미팅했던 적이 있지만 유쾌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했으나 마주보는 눈빛들은 사실 뭔가를 만끽하는 중인 듯 행복해 보였다. 화제는 갑자기 신촌의 추억을 늘어놓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때껏 잠자코 있던 다른 인물이 배꽃처럼 웃으며 동참하더니 신촌의 추억을 떠들어댔고, 그들의 대화를 끊을 수도 낄 수도 없어서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는 칼국수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끊을 수도 낄 수도 없는 인물로는 그녀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는데, 서교동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서울시 서대문구 전체에 관한 추억으로 이야기가 확장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지 못할 터였다. 서교동의 추억을 지닌 인물이 왠지 모를 경멸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들킬까 봐 몹시 조심했지만 아무래도 들킨 것 같았다. 그녀가 지닌 신촌의 추억이란 극장 앞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린 것밖에 없었으므로, 그녀는 혹시나 자신에게 어떤 질문이라도 주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월미도나 맥아더장군에 관한 화제가 갑자기 나오는 것은 아닐지, 그러다가 그녀가 졸업한 대학에 관한 화제가 등장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하지만 때마침 양푼에 가득 담긴 칼국수가 등장해주었고, 대화는 서대문구 창천동 일대에 관한 이야기에서 그친 채 모두 얌전히 칼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마치 먹는 데에 열중한 것인 양 아무도 그녀에게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날 저녁, 그녀는 회사에 혼자 남아 쓸쓸히 책을 뒤지고 출제를 했다. 김소진의 ‘개흘레꾼’을 다시 읽었고, 학생운동을 하다가 유치장에 갇힌 주인공이, 허름한 차림으로 빵을 사들고 온 아버지를 냉대하는 대목을 발췌하여 문제를 냈다. 개흘레꾼의 주인공은 말했다. ‘아버지는 ㉠테제도, 그렇다고 ㉡안티테제도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는 개흘레꾼이었다.’ ㉠과 ㉡의 의미에 대한 출제를 하다 말고 그녀는 자신의 사원증을 꺼내어 바라보았다. 포토샵으로 다듬은 사진 아래에는 ‘이우리’라는 그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녀는 ㉠ 혹은 ㉡에 머물러 자기 자신의 의미가 규정되도록 놓아두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일단 맹렬히 출제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 결심을 실현하기로 했다. 1.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주인공은 인천을 싫어한다. ②주인공은 우애경에 대한 반격을 결심했다. ③주인공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자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④주인공은 ´개흘레꾼´의 주인공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입하여 생각하고 있다. ⑤주인공은 자기의 인생이 남들의 인생에 포함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Ⅱ <두 번째 문제> 다음 상황에 대하여 추론한 것으로 옳은 것은. 그녀는 하루에 아홉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세 개의 지문을 뽑아 각각 세 개씩의 문제를 다는 데에 온종일이 걸렸다. 그러기를 일주일이면 혼자서 한 벌의 모의고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모두가 말하길,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출제 기계라고 했다. 그녀의 유능함에 견주어 우애경은 점점 더 무능해 보였고, 아무나 붙든 채 자기가 수능에서 한 문제만 더 맞았더라면 서울대에 갔을 것이며 이 자리에 있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 우애경을 보며 그녀는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유능한지, 모니터를 향한 거북이처럼 되어버린 자세로 하루에 아홉 문제씩을 생산한 그녀가 얼마나 탁월한 출제자인지를,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문제를 풀어본 수많은 학생들이 직접 증언할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애경이 사고를 쳤다. 오전 열시의 고요한 사무실에서 들려오던 그 소리를 모두가 잊지 못할 것이었다. 처음엔 작게 시작한 그 소리가 점점 커졌고, 일본어이긴 했지만 그게 어떤 상황에서의 무슨 말인지는 누구나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우애경의 컴퓨터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모두가 우애경을 지켜보는 가운데, 우애경은 붉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몰려든 사람들 가운데로 숨었다. 우애경 주변의 남자 사원들이 대단히 당황하더니 화면 가득한 살색 움직임들을 어떻게든 없애려 하다가 끝내는 컴퓨터를 두들겨 패듯 꺼버렸다. 우애경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이었다. 인터넷 창에 지나가던 배너를 건드렸을 뿐인데 민망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더라고 했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남자 직원들이었는데, 그들은 우애경의 컴퓨터를 복구하느라 오전 업무시간을 다 써야만 했다. “지나가는 배너를 건들기만 했는데도 저 정도로 감염이 될 수 있나요?” 그녀는 동료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못 들은 척 했다. “지나가는 배너는 왜 건드리죠?” 그녀는 우애경을 향해 물었다. “포르노 사이트 광고였나요, 아니면 일반 광고였는데도 그렇게 된 건가요?” 그녀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못 참는 성격이었다. 우애경은 달팽이관이나 청소골 같은 것이 없기라도 한 양 그녀 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 배실배실 웃고 있었고, 속으로는 민망해 죽겠지만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고 넘어갈 작정인 것 같았다. 그녀는 우애경과 담소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원래들 업무시간에 포르노 사이트에 들어가시기도 하는 건가요?” 정말로 궁금해서 그런 것인데, 우애경과 동료들은 아주 불쾌한 듯, 마치 포르노 사이트 접속으로 오전 업무를 마비시킨 장본인이 그녀이기라도 한 듯 아래위로 노려보더니 탕비실을 향해 우르르 가 버렸다. 그녀는 모두가 떠나 버린 사무실에 앉아 홀로 출제를 했다. 그녀는 정말로 왕따였다. 그녀는 우애경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적어도 질타를 감당하지 못해 괴로운 회사 생활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우애경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우애경의 성격이 갑자기 능글맞고 넉살 좋게 바뀌었다는 것인데, 우애경은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수치스러운 그 사건을 덮어버렸다. 유부장에게 말하길 “어머, 부장님. 계속 그렇게 야근시키시면 전 또 그 배너 건드려 버릴 거예요” 라고 하거나, 다른 팀 직원에게 말하길 “다들 너무 일만 하면서 침체되어 있기에 내가 야동 바이러스 감염으로 활력소가 되어준 거잖아” 라고도 했다. 우애경은 매일 스스로 그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그동안 몰랐는데, 일본어 공부에 좋은 게 일제 동영상이더군요” 라는 말을 해서 일부 남자 직원들이 즐거워하도록 만들었으며 절묘한 순간에 “일하기 싫은 사람은 내 감염된 컴퓨터를 쓰도록 해” 라는 말을 던져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그러한 일이 반복되자 우애경이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만 남고, 살색 가득하던 컴퓨터 화면에 대한 기억과, 우애경이 업무시간에 포르노를 보는 여자라는 인상은 희미해지고 말았다. 종래엔 유부장이 “앞으로 말 안 듣는 사람 있으면 우애경 씨 컴퓨터를 쓰게 할 거야”라고 농담하기도 했는데 그런 말에 모두 웃게 되기까지는 사건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우애경은 변죽 좋아 보이도록 성격이 바뀐 것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유능함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우애경은 아무 문제도 생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이우리를 향해서 발톱을 세운 채 이우리가 하루에 아홉 개씩 낸 문제를 꼼꼼히 살피고, 거기서 오류를 발견해내는 것을 주요 업무로 삼았다. 각운동량보존법칙과 회전하는 나선 은하에 관한 문제에서는 은하의 나선 팔에 관한 설명 부분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험에 비해 한 단락 분량이 더 추가된 것이므로 모의고사에 수록하기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지적 때문에 그녀는 우애경과 한 시간을 싸워야 했다. 나선 은하의 나선 팔 부분과 중심부는 각각 산개성단과 구상성단으로서 밀도가 다르다는 점이 은하의 형성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는 것을, 따라서 줄일 수도 뺄 수도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한참을 다퉜으나 그녀가 진 것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흥분하면 이마에 핏발이 서면서 얼굴이 새빨개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치 뭐라도 잘못해서 당황한 사람처럼 보였고, 동료들은 그녀가 곤란해 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녀가 중력섭동이라든가 산개성단을 구성하는 중원소에 관해 자기가 공부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동안 다들 하품을 하고 듣기 싫어했다. 이마에 핏발이 선 이우리가 언성을 높여가며 하는 말들이 알 수 없는 소리라고들 했다. 반면 그에 응수하는 우애경의 논리는 아주 간명한 것이었다. “어찌 됐든 길잖아요. 지문이 너무 길잖아요. 안보여요?” 그녀가 낸 모든 문제에 관해 우애경은 어떻게든 시빗거리를 찾아냈다. 가장 억지를 부렸던 것은 ‘개흘레꾼’이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는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녀는 ‘개흘레꾼’이 한 대학생의 자기 탐구와 심리묘사가 흥미진진한 작품일 뿐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으며, 1990년대 작품이기 때문에 현 시대상황과도 직접 관련이 없다고 대답했다. 우애경은 그에 대해서도 간명하게 말했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자체를 없애야 해요. 경쟁사에서 우리를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 안 돼요.” 민주화운동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라는 것과 테제, 안티테제 등의 용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작품에 관해 출제된 문학 문제가 좌파 이념 전파에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번 사건을 이우리 씨가 잊은 것은 아니겠죠. 이우리 씨가 조심하지 않으면 나라도 나서서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개흘레꾼’ 문제는 폐기하는 걸로 하죠.” 그녀는 말이 안 나왔다. 혀의 근육 어딘가가 마비되어 버린 것 같았다. 우애경은 마치 그녀의 상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 지난번 모의고사에서 그녀는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 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를 못 받고 그냥 죽을 텐데 돈도 없고 땅도 없으니 화장해서 4대강에 뿌려다오’ 라는 안치환의 노래 가사를 문법적 오류가 존재하지 않는 정답의 선택지로 삼아 어법 문제를 출제한 바 있었다. 모의고사 시행 직후 게시판에 이의제기가 올라왔다. 출제자 중 누군가가 현 정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지닌 것 같은데 이는 모의고사의 공정성과 적합성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시험을 본 학생이 올린 것처럼 적혀 있었지만 회원가입일이 게시일 당일인데다가 모의고사에 응시한 기록도 없는 회원의 글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출제한 문제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비방이라고 생각했고, 직관적으로 그 글이 우애경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본래 과학 연구에 있어 최초의 가설 설정이란 직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녀는 ‘우애경이 자작 이의제기를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라는 가설을 수립한 뒤 그것을 검증해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유부장은 게시판 사건 때문에 노발대발하였으나 진짜 응시자가 올린 글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며칠 추이를 지켜보자고 하더니 곧 잊어버렸다. 그녀 자신도 잊을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애경은 잊지 않고 있었고, 모두가 잊지 않기를 바라는 듯 그것에 관해 자주 이야기했다. 그녀가 우애경에게 닦달당하고 있을 때이면 어디선가 유부장도 홀연히 나타났고, ‘그러니까 지문이 길어요, 안 길어요. 그것만 대답해요’ 라든가, ‘데모하다 잡혀가는 학생 이야기가 나와요, 안 나와요. 그것만 대답해요’ 라는 말만을 귀에 담아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 시선을 피해 유부장이 우애경의 등허리를 툭툭 치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 우애경은 청자색 눈빛으로 유부장을 응대했다. 두 사람은 왠지 서로를 치켜 주는 것을 의무라고 여기는 듯했다. 학창 시절에 서로의 동문들과 미팅한 추억 말고는 별 공통점도 없는데 왜 그러는지는 이해 못 할 일이었다. 유부장은 ‘이우리 성질을 컨트롤할 사람은 우애경 씨 밖에 없어. 우애경 씨만 믿어’ 라고 했다던데, 그런 뒤 두 사람은 함께 칼 퇴근을 했다는 말도 들려왔다.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바대로, ㉠테제에 의해서나 ㉡안티테제에 의해서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체 자기 자신은 이 회사의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길게 빠졌다. 우애경과 싸우느라 흥분해서 문제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아홉 문제를 꼬박꼬박 출제하리라 결심했지만 그걸 못 채우는 날이 늘어갔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모의고사 회차가 거듭되면 훌륭한 문제에 관한 학생들의 칭송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응시생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 바로 탁월한 출제 덕분이라고 생각하려 했으나 유부장은 그것이 자기 공이라고 했다. 모의고사의 성공은 곧 마케팅의 성공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개판으로 문제를 만들어 놓는다 해도 나는 전국 최다 응시생을 끌어모을 수 있어.” 그녀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을 위한 선택을 함부로 할 리가 없으니, 응시생이 늘어간다는 것은 결국 훌륭한 교육물이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말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부장은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 회사는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야.” 그녀는 그렇다면 무얼 하는 회사인 거냐고 반문했다. 유부장은 좌중을 둘러본 뒤 선언했다. “교육 콘텐츠를 파는 곳이야.” 진정 훌륭한 모의고사, 참된 독해력과 사고력 증진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의고사 등등을 운운하며 보다 열정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녀를, 유부장은 구경하듯 바라보았다. “마케팅 비용이 문항제작비의 이십 배는 돼. 마케팅이 훨씬 어렵고 중요한 거라고. 이우리 씨의 생사 또한 마케팅에 걸려 있는 거야.” 유부장은 벽에 붙은 포스터광고를 가리켰다. ‘명문대 출신 엘리트가 만든 모의고사!’ 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당신을 법조인으로 탄생시켜줄, 업계 최고의 역작’이라는 글씨가 시뻘겋게 붙어 있었다. “응시생들은 절박한 상황이지. 어떻게든 기득권층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해. 욕심으로 눈 먼 애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먹고살 거야.” 그녀는 유부장에게 따지고 들었다. 진정한 법조인이 되기 위해 그 길을 선택한 수많은 청년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유부장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진정한 법조인이 되고 싶은 애들이 몇 명이나 되겠어. 있다 할지라도 그놈들은 알아서 혼자 공부해. 나한테 속아 넘어갈 놈들이 아니란 말이다. 사설업체 모의고사 같은 건 안 본다고.” 동료들은 매일 놀고만 있었고, 자신들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도 이우리가 꼬박꼬박 만들어놓은 문제들이 있으니 걱정 없다는 말까지 했다. 이우리는 대체 이 회사에서 무엇인 걸까?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가 진짜 출제기계인 것은 아닌지, 그래서 기계처럼 문제만 뽑아내면 이우리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녀는 모두가 그렇게 여기는 것만 같아 괴로웠다. 빈 사무실에 앉아 밤늦도록 출제를 하고 있을 때, 대표이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남아있는 사람은 이우리 씨밖에 없군.” 대표이사는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내가 퇴근하는 척 나가고 나면 모두가 집에 가 버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 대표이사는 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누가 남아 있나 체크하러 나는 돌아왔지. 역시 이우리 씨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어.” 대표이사는 무릎이 날깃날깃 닳은 트레이닝복을 그녀에게 자랑했다. “이건 내가 젊었을 적에 입던 옷이야. 나는 긴장을 늦출까 봐, 내가 가장 어렵던 시절의 옷을 버리지 않았어. 오늘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이 옷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이우리 씨밖에 못 보게 되었군.” 대표이사는 반짝이는 대머리를 기울여 그녀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양자역학에 관해 출제를 하고 있었네.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브라운 운동과 러더퍼드의 금박막 실험이라. 흥미로운데. 풀어봐야겠어. 나는 자네가 낸 문제의 팬이야. 힘내라구.” 대표이사는 격려하는 표정으로, 그녀의 등도 아니고 옆구리도 아니고 겨드랑이도 아니고 오른쪽 가슴도 아닌 애매한 어딘가를 톡톡 치고는 떠났다. 팬이라는 말에 기뻐하다 말고 그녀는 모호한 기분에 휩싸였다. 정확히 어디인지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함부로 만져지면 안 되는 것 같은 부위에 대표이사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찜찜한 그 부위를 괜히 긁적이며, 그녀는 대표이사가 청년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입는다는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그녀가 자신의 청년기를 떠올리면 어떤 장면을 가장 먼저 생각할까. 그녀는 절박한 마음으로 취업을 모색하던 백수시절을 떠올렸다. 어디든 취직만 된다면 일단은 살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 시절이 생각난 것 때문에 그녀는 공지영의 ‘부활 무렵’이라는 단편소설로 문학 출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활 무렵’에서, 병아리는 알을 뚫고 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사투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병아리가 살아갈 힘을 얻으려면 스스로 뚫고 나오게끔 놓아두어야 한다고 배웠다 했다. 하지만 주인공인 아이들 엄마는 알 껍질을 조금 뜯어내어 준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든. 한 번만 살게 해주면 앞으로 어떻게든 사는 거야.” 대표이사의 칭찬에 힘입어 그 소설의 구절이 생각났고, 겨드랑이가 좀 찜찜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멋진 출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에게 뻔한 미래란 없다. 청년이란 미시세계의 전자처럼 입자이자 파동인 존재이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양자역학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도 존재하니 말이다. 위 상황에 대해 추론한 내용으로 옳은 것은? ①이우리는 대표이사와 자신의 계급 차를 망각하는 우를 범했다. ②부하직원들은 그들의 상사인 유부장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와 같다. ③이우리는 자신의 업무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④대표이사가 이우리의 몸 어딘가를 만진 것은 곧 다른 데도 만질 것이라는 예고이다. ⑤회사의 인물들이 품은 동상이몽은 결국 매한가지로 거대하고도 알 수 없는 것을 지탱하고 있다. Ⅲ <세 번째 문제> 다음 상황에 대하여 파악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그녀는 하루에 열두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대표이사가 그녀를 알아봐 주는 한 유부장이나 우애경이 그녀를 어떻게 괴롭힌들 상관없었다. 하루에 열두 문제라면 한 주 동안 모의고사 2회분이 생산될 양이었고, 우애경이 검토하고 흠을 잡기에도 벅찰 분량이었다. 그녀는 묵묵히 일하다 보면 모두가 자신을 인정할 거라는 생각은 버렸고, 본인이 하루에 열두 문제를 출제하고 있으며 그것은 어떤 것들인지에 관해 누가 듣든 말든 마구 이야기해대기 시작했다. 말을 많이 하느라 점심시간이면 밥을 거의 먹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부석부석 말라갔고, 밥을 씹어 삼킬 힘조차 아껴서, 문제를 내는 데에만 에너지를 썼다. 잠도 거의 자지 않았고 때로는 어차피 돌아와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 집에 가지 않은 채 밤을 새우곤 했다. 그녀는 자신이 낸 아름다운 문제들과, 자신을 바라보는 우애경의 표정에서 희열을 느꼈다. 열두 문제를 내고 나면 뉴런 다발들이 걸레처럼 비틀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우애경을 이겼다고 생각했다. 우애경의 눈 속에서 청자색이 옅어진 것을 본 그녀는 우애경을 때려눕히고, 옥수수처럼 흩어진 이빨을 주워 모아 목걸이를 해 걸기라도 한 것처럼 뿌듯해했다. 어느 날의 점심시간, 그녀는 유부장에게 조언했다. “계란을 많이 드세요.” 유부장은 반찬투정을 했다. “흰자는 괜찮은데 노른자가 메스꺼워서 나는 계란을 안 먹어.” 그녀는 드디어 원인을 찾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사십년 생애 내내 계란을 멀리 하셨나요?” 유부장은 무심히 말했다 “그랬지. 내가 싫어하는 것 몇 가지가 있지. 계란, 콩. 두부.” 그녀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주된 콜린 공급원인 계란과 콩을 멀리하시니, 체내에선 아세틸콜린 합성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것도 사십년째이니 결핍이 심각하리라고 예상되어요. 밤에 잠은 잘 주무시나요.” 유부장은 그녀에게 의학 상담이라도 하는 듯 진지해졌다. “잠은 쉽게 드는데 새벽에 곧 깨서는 전혀 못 자곤 해.” 그녀는 무릎을 탁 쳤다. 아세틸콜린 부족증상과 일치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부장에게 자신이 출제한 문제를 꼭 풀어보라고 권했다. 치매의 발생과 뇌 내 아세틸콜린의 관계에 대한 문제였다. “요즘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시는 것 같아 유부장님의 뇌 내 아세틸콜린 감소폭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부디 콩을 드세요.” 그녀는 유부장을 보며 말했다. 유부장은 국에서 콩나물을 건져내고 있었다. “난 콩이 싫어.” 그녀는 유부장의 전두엽기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덕 원칙이 대단히 흐려진 상태인 걸로 보아서 전전두엽에 기능이상의 뉴런들이 많이 분포하고, 거기에 아밀로이드 침전물이 생겨나고, 그것 때문에 아세틸콜린 수치가 상당히 낮아지고, 낮아진 아세틸콜린 수치는 다시 전전두엽의 기능이상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중인 것 같았다. 유부장은 어느 날, 그녀가 낸 문제들을 일괄 검토하고 싶으니 원본파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녀는 수백 개의 문제를 유부장에게 주었다. 얼마 후, 이영준이라는 강사가 그 문제들을 묶어 저서를 출간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영준이 말하길, 잠을 줄여 만들어낸 토끼 같고 알토란 같은 문제들을 수험생에게 바친다고 했다. 그녀는 대체 어떻게 왜, 그녀가 출제한 수많은 문제들이 강사가 출제한 문제로 둔갑하였는지를 알고 싶었다. 유부장은 별로 당황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녀를 훈계했다. “이우리 씨는 이 회사에서 월급 받고 문제를 낸 사람이고, 그 문제를 어디다 어떻게 쓸지는 몰라도 돼. 그건 회사가 결정하는 거야.” 그녀는 주변을 수소문해서 사건 경위를 알아냈다. 이영준 강사는 계약을 해제한 뒤 경쟁사로 옮겨갈 계획을 품고 있었다. 유부장은 인터넷 스타강사인 이영준을 붙들어야 했고, 저서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인 가수가 사랑받는 것처럼, 직접 출제한 문제로 강의하는 엘리트 미남 강사라면 더욱 사랑받을 터였다. “그건 저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거예요.” 그녀는 바쁜 척, 그녀 같은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척 사무실을 누비는 유부장을 따라다니며 말했다. “저작권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어요. 하나는 저작재산권, 다른 하나는 저작인격권. 저는 이 회사의 직원이므로 제 생산물의 재산권이 이 회사에 귀속되는 것만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작인격권마저 유부장님이 침해하실 수는 없어요.” 사과받고 싶은 나머지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 인격권을 침해하신 점, 사과 바랍니다.” 하지만 유부장은 들은 척도 않았고, 거래처에 간다며 나가버렸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유부장은 기억력이 심히 나빠진 것 같았다. 그녀가 자신 몫으로 매달 나오는 사원복지비를 전혀 쓰지 않았던 것은 그녀가 왕따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으니 청구하는 방법을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관리팀 김미영 대리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무슨 소리냐며 반문했다. “꼬박꼬박 사원복지비 십 만원씩 쓰셨던데 무슨 소리예요? 유부장님이 이우리 씨 복지비 신청을 대신 해주시던데요? 제가 영수증 다 갖고 있어요.” 관리팀 김미영 대리와 함께 그녀는 그간 자신이 제출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수십 장의 영수증을 살펴보았다. 밤 열한시 삼십분에 강남역 근처에서 맥주를 마셨다든가, 백화점에서 초밥을 먹었다든가, 동반인 1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어린이용 문구세트를 샀다든가, 향수를 사고, 햄버거세트를 먹었다든가, 디저트카페에서 타르트를 먹은 일 따위가 영수증에 씌어 있었다. 김미영 대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유부장님이 매번 자기 계좌로 금액을 청구하시기에 좀 의아하긴 했어요.” 그녀는 왜 자기 명목의 금액을 유부장이 사용한 것인지 따져 물었다. 유부장은 청각장애가 있기라도 한 양 빤히 보기만 했는데,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인 것처럼도 보여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여러 번 천천히 쉽게 또박또박 말해보기까지 했다. 한참 후에나 유부장은 씩 하고 웃으며 겨우 말했다. “미안, 나는 기억이 나질 않네. 이우리 씨가 무슨 말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그런 뒤 유부장은 거래처에 간다며 휑하니 나가버렸다. 그녀는 허탈했고, 그리고 진짜로 자신이 뭔가 착각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기까지 했다. 그다음에는 다시 그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유부장은 며칠 지방 출장을 가 있었고, 유부장이 돌아왔을 때에는 그녀가 모의고사 마감을 해야 해서 미처 싸울 틈이 없었다. 열흘쯤 지난 뒤에 사원복지비 이야기를 꺼내려 하니 마침 유부장이 활짝 웃고, 다정해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차마 그 치사한 일에 대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저작인격권 침해라는 더 중요한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그것부터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는 말했다. “부디 콩을 많이 드시고 착하게 사세요.” 그녀는 밥을 먹는 유부장을 바라보았다. 유부장은 들은 건지 만 건지 콩나물은 건져둔 채 국물만 마셨다. 저작인격권 침해에 관해 유부장은 끝내 이렇게 말했다. “아, 정말 짜증 나게 하네. 이우리 씨, 잘 들어. 월급 매달 제날짜에 받았어, 못 받았어?” 그녀는 월급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네가 말하는 그것까지의 대가가 네 월급이야. 알았어?” 유부장은 내친김에 더 뻔뻔해지기로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영준 강사한테 교재를 넘긴 건 널 위한 일이기도 했어. 이영준이 고객을 끌어모아서 돈 벌어올 거고, 그러면 그 고객들이 네 모의고사에 응시할 거야. 결국 그 이익은 너에게로 돌아갈 거고 말이야. 난 오로지 회사를 위해서 한 일이었다고.” 사과를 받지 못한 그녀는 대표이사를 찾아갔다. 대표이사는 자기 방을 찾아온 그녀를 아주 반가워했고, 대학 시절 미처 말 걸어보지 못했던 추억의 여인을 바라보듯 아련하게 미소 짓고 손수 음료도 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하소연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인격권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그녀가 눈물지을 때에는 티슈를 내어주기도 했다. 그녀는 대표이사가 맞장구까지 치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에 마음이 좀 풀렸고, 울고 난 뒤에는 정신과 상담을 한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대표이사는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이우리 씨가 그런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가슴이 아프네. 그동안 몰라주어서 그게 참 미안하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선량하고 무력한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에는 위계질서가 있는 거야. 사원인 너의 불만을 대표인 내가 직접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면 내가 임명한 중간 관리자인 유부장의 권한을 무시한 게 돼.” 대표이사는 콧물을 닦고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생각해 볼 테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내겐 곧 중요한 회의가 있다.” 그녀는 다 털어놓고 난 뒤의 후련함과,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으므로 여전히 석연치 않은 기분을 안은 채 자리로 돌아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 그녀는 생각했다. 대표이사가 말한 ‘나중에’는 오늘의 나중인지, 아니면 미래의 다른 어떤 날을 의미하는 것인지? 다른 어느 날이라면 가까운 미래인지 설마 먼 미래를 의미하는 말인지? 그 ‘나중에’가 오늘 저녁을 의미하는 것일까 봐 그녀는 밤 열시가 되도록 앉아 있어 보았다. 그때껏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허망한 희망을 품고 아주 천천히 출제를 했다. 어느 순간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대표이사였다. “이우리 씨.” 돌아보니 대표이사는 멋쩍은 듯 웃음을 띤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은 등 뒤로 감춘 채였다. 그녀는 순간, 자신의 가슴 속에서 희망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 대표이사는 씩, 하고 웃었다. 무릎이 허연 트레이닝 복을 입은 채였다. “일단 집에 가긴 갔는데, 이우리 씨가 생각나서 그냥 있을 수가 있어야지.” 대표이사는 혀를 살짝 내밀고 웃었는데,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어렵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젊을 때 타던 찌그러진 소형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이따 한번 구경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데 표정이 좀 이상해 보였다. 그녀는 대표이사에게도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혹시 대표이사도 사십팔년째 콩이나 계란을 배제한 식생활을 하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했다. 의아해하며 대표이사를 바라보는 가운데, 대표이사는 새삼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더니 그녀의 턱 앞에 손을 불쑥 내밀었다. 따뜻한 김이 끼쳤다. 손바닥에 커다란 감자 두 알이 놓여 있었다. “야근하느라 배고프지? 이거 먹어.” 대표이사는 그녀의 책상에 감자 두 알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감자의 온기가 남아있는 손을 그녀의 등 위에 올려놓았다. 아주 짧은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의 손바닥이 그녀의 7번 경추부터 꼬리뼈까지를 훑어 내려갔다. 그녀는 그 손바닥에서 몸을 떼어냈다. 반사적으로 말이 흘러나왔다. “저는 감자 안 먹습니다. 사장님이나 드세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돌아보았더니 대머리까지 전부 빨개진 대표이사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감자 준 직원이 이 회사에 있는 줄 알아? 나 아무한테나 이러는 사람 아니야.” 대표이사는 잠시 입을 앙다물더니 다시 말했다. “감자 싫으면 그럼, 초밥 사다줄까? 초밥 먹을래?” 그녀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돌처럼 굳어버린 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등 뒤에서 식식거리더니, 쿵쿵대는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때가 왔다. 흐와스코의 소설에는 격리되어 철교 건설에 투입된 일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건설기간 동안 그들의 모든 일상은 오로지 노동을 위한 것이었으며, 그들의 꿈은 단 한 가지, 건설현장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대하던 그 마지막 날, 그들이 만든 다리를 떠나며 일꾼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눈물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때 나는 그 다리가 이미 추억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그 철교를 건너는 사람들은 그 다리가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결코 모를 것이다.’ 그녀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 흘린 눈물과 알 수 없이 아파오는 마음에 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 마지막 문제를 내고 싶었지만 그 눈물의 의미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눈물’의 의미와 위 글의 인물들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그들의 청춘 전부가 바쳐진 다리를 자신의 창작물처럼 여기고 있다. ②가장 본질적인 것까지 쥐어짜 노동했던 일에 관해 슬픔을 느끼고 있다. ③자신들의 청춘과 자신이 만든 다리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④박탈당한 청춘에 대한 애착이 말 못할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있다. ⑤드디어 노역에서 놓여났다는 기쁨보다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한 청춘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선택지는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⑥피 같고 살 같고 자식처럼 여겼던 대상이 고작 철교였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그제야 흐르는 눈물이다. ⑦그들의 미래란 두고 온 날들보다 나을 것이 없으리라는 예감 때문에 흐르는 눈물이다. ⑧그들의 청춘이 누군가의 인생 속에서 부품이고 도구였다는 것에 대한 회한의 눈물이다. ⑨가장 중요한 것을 침해당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할 수조차 없으므로 흐르는 눈물이다. ⑩정작 울어야 할 자들이 울지 않기 때문에, 대신하여 흘려주는 눈물이다……. 그녀는 알 수 없이 굴러 떨어진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를 버려둔 채 자리를 떠났다. <끝>
  • 광진, 게임 만들며 창의력 키워요

    29일 오전 9시 30분. 광진구청 별관 5층 전산교육장이 초등학생들로 가득 찼다. 겨울방학을 맞아 늘어지게 늦잠을 자거나 신나게 컴퓨터 게임을 즐겨야 할 시간에 학생들이 모인 이유는 컴퓨터 게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의미하는 ‘코딩’ 교육이 열풍인 가운데 광진구는 올 겨울방학 프로그램으로 이와 관련된 특강을 준비했다. 코딩 교육은 창의력과 사고력, 논리력을 친숙한 컴퓨터를 통해 키울 수 있어 핀란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가 필수 이수과목이라 수업을 받아야 된다. 수업은 초등학교 4~6학년 28명을 대상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3일간에 걸쳐 진행된다. 주제는 ‘쉽고 재미있는 스크래치 프로그래밍’으로 수업은 스크래치 사용법과 컴퓨터게임 만들기, 애니메이션 만들기 순으로 진행된다. 스크래치란 2006년 MIT 미디어 랩에서 개발한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8세 이상 어린이 지능과 창의력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도구다. 어려운 코드 대신 실제 블록 놀이를 하듯 각기 다른 모양과 색의 레고 블록을 끌어당겨 조립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아이들이 스크래터를 사용해 점프, 달리기, 블록 쌓기 등과 같은 간단한 동작을 코딩해 너구리게임, 구구단 게임 등 미니 게임을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기고] 문·이과 교과개정과 한국사 제자리 찾기/김명철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기고] 문·이과 교과개정과 한국사 제자리 찾기/김명철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현재 교육부에서 추진 중인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은 21세기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의 방향을 반영한 당연한 조치다. 또한 세계적 변화 추세를 따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에 걸맞게 미래 인재 양성을 선도하는 교육과정이라는 차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교육과정에는 국가·사회의 요구 사항과 이념에 부합하는 철학이 담겨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사회적 합의와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 심리적 기초 등의 토대를 바탕으로 구성돼야 한다. 이 때문에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전문가들의 혜안과 고뇌가 필요하다. 특히 국사 교과는 더더욱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념 투쟁으로 상처를 남기는 교육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정체성과 자긍심, 그리고 균형 잡힌 역사관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이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역사 과목을 필수로 가르친다. 중국은 주당 3~4시간씩 ‘중국사’를 매 학년 필수로 가르치고 있으며, 일본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부분 ‘일본사’를 필수 과정으로 선택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 역시 고교 졸업 필수 학점으로 ‘미국사’를 요구하는 등 세계 각국은 자국의 역사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자국의 언어, 풍속, 고유한 역사를 지키기 위한 위대한 움직임”이라고 볼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수능 필수 과목 지정 이후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한국사를 고등학교 기초 영역 교과로 필수 이수하도록 한 것은 매우 반갑고도 긍정적인 일이다. 자칫 우리 아이들을 역사도 모르는 사람으로 길러 낼 수 있었는데 늦으나마 현명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수능이 아니라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기 위한 핵심 내용을 출제하는 만큼 학생들의 국가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2009년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국사는 한국근현대사 과목과 통합돼 한국사로 과목명이 변경됐다. ‘국사’라는 명칭 자체에서 풍기는 국가주의적 관념을 부드럽게 만든다는 취지였는데, 국어를 한국어로 바꾸지 않는 것처럼 한국사도 국사로 남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형 인재를 육성하려는 교육과정 개정의 철학에 걸맞게 한국사 교과서 개발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특히 극단의 대립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검정교과서, 인정교과서 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건전한 역사 의식과 미래지향적 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전문성과 권위를 겸비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개발하고, 공청회나 검토 단계를 거치면서 모두가 공감하는 좋은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사 교과를 비롯해 새로운 교육과정은 나열된 지식을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력을 더욱 풍부하게 교육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
  • “대입 실패하면 문제아 낙인이 문제… 예술 교육으로 상상력 키워야 인재”

    “대입 실패하면 문제아 낙인이 문제… 예술 교육으로 상상력 키워야 인재”

    대학 입시에서 중도 탈락하거나 실패한 이들은 ‘문제 학생’이 되는 우리의 교육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문화예술교육 전문 비영리기관인 ‘빅 소트’(Big Thought)의 대표 지지 앤터니(52)는 ‘지역 사회와 연계한 예술 교육’을 꼽았다. 1987년 설립된 이 기관을 이끄는 앤터니는 교육·행정 전문가로 2010년 미국 커뮤니티 예술교육단체 조합이 주는 ‘국가예술리더십’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위기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기획 등을 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15일 만났다. →빅 소트는 생소한데, 어떤 단체인가. -우리는 상상력이 학습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연계될 수 있는 창조적 프로그램을 만든다.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스’,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댈러스 시티 오브 러닝’ 학교와 지역 문화기관과의 연계를 도모하는 ‘아츠 파트너스’ 등을 운영한다. →위기 청소년 프로그램들의 장점은. -학생들에게 학업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이른바 ‘위기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이런 이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한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성공이 단순히 유명한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위기 청소년을 대하는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단기적인 문제에 대처하거나 품행 교정 등에 제한됐다. 우리는 문화·예술과 연계해 이런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활용하는 프로그램 모델을 개발했다. 한국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 있다면. -교사들이 직면하는 큰 장벽 중 하나가 ‘시험을 위한 교육’이다. 암기를 해야만 시험에 합격할 수 있고, 교육 역시 이런 방향에 초점을 맞추면 학생들은 합격 또는 불합격이라는 이원화의 틀에 갖히게 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학습하고, 기존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른바 ‘21세기적 기술’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21세기적 기술에는 인내, 유연성, 혁신,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 등이 포함된다. →한국에서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예술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은 시험 성적이 더 우수하고, 대인 관계나 정서적 측면에서 뛰어나다. 시민 사회에 대한 참여 의식도 높다. 그러려면 예술이 교과 과정의 주변이 아니라 핵심이 돼야 한다. 우선은 예술가들을 교사로 활용해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교실을 떠나 미술관이나 문화 기관을 자주 방문하는 방법 등을 권한다. →최근 한국에 무상급식, 무상보육이 사회적 화두인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학생들이 공평한 경쟁을 하도록 돕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한국은 앞으로 이를 넘어 학생 개인에 맞춤화된 학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학생들에게 있는 21세기적 기술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모델을 만들길 기대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옥의 멋, 독서의 맛

    한옥의 멋, 독서의 맛

    10일 오전 9시 30분 인왕산 자락에 자리 잡은 한옥형 공공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에 청운초교 3학년 30명이 모였다. 도서관 개관 기념으로 기획한 한옥 서당 체험 프로그램 ‘365 종로창의버스 타고 청운문학도서관 나들이’에 참가한 어린이들이다. 서울형 교육우선지구 공모 사업에서 자치구 특화사업으로 선정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어린이들이 한옥도서관에서 전통문화와 독서 강좌를 한번에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내 14개 초등학교의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9~19일(토·일·월요일 제외) 1회에 30명씩 모두 8회에 걸쳐 실시된다. 이날 세미나실에 모인 학생들은 도령복을 입고 있는 서로의 모습이 낯선지 깔깔거리다가 흰 턱수염에 도포를 입은 훈장 선생님이 들어서자 이내 조용해졌다. 40분간 사자소학 효행편에 나오는 효와 예절을 배웠다. 이어진 ‘창의력 쑥쑥 독서교실’에서는 전래동화 ‘방귀쟁이 며느리’를 연극으로 본 뒤 4개 조로 나눠 직접 이야기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방귀로 호랑이를 물리친 며느리, 전 세계로 퍼진 방귀 바이러스 등 새롭게 지어낸 이야기를 발표했다. 김보희 강사는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창의력을 키우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11시~11시 40분 청운문학도서관 앞마당에서는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전통놀이가 펼쳐졌다. 투호 놀이, 코뚜레걸이, 비석치기, 딱지치기 등은 단연 인기였다. 김시연 어린이는 “훈장 선생님에게 방석에 앉고 일어나는 방법, 인사법, 예절 지키기 등을 배웠는데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반 오현택 어린이도 “학교 수업보다는 훨씬 재미있다”며 웃었다. 지난달 19일 문을 연 도서관은 지하 1층~지상 1층 건물로 연면적 734㎡ 규모다. 지상 1층에는 작품발표회와 토론회를 열 수 있는 세미나실과 2개의 창작실, 정자가 있다. 지하 1층에는 일반열람실과 어린이열람실, 회의실, 카페, 전시실을 갖췄다. 도서관은 시, 소설, 수필 등의 문학 서적 8000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2만권까지 장서를 늘릴 예정이다. 도서관 운영을 맡은 종로문화재단 관계자는 “도서관을 개관한 지 한달이 안 됐지만 하루에 100여명, 주말엔 150여명이 방문한다”면서 “작가들의 원고, 발간 서적, 유품 등을 소개하는 68㎡ 규모의 문학전시실도 내년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미나실, 창작실 등에 대한 이용 문의가 많아 내년에 공모를 통해 대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앞으로 어린이와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우리의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정강정 前 한국교육평가원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정강정 前 한국교육평가원장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단순한 입시제도이면서도 그 파문이 엄청난 사회제도인 측면이 강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물수능’, ‘불수능’ 논란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입시에서도 복수정답이 인정되면서 교육부는 아예 수능체제 개편을 검토 중이다. 수능을 출제하고 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4년간 원장으로 일한 바 있는 정강정(70)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부터 수능 등 교육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했다. 박현갑 편집국 부국장 eagleduo@seoul.co.kr →2015 입시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성태제 원장 시절에 이어 올해에도 수능 출제 등에 문제점이 드러나 김성훈 원장이 사퇴를 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그 사람들 잘 압니다. 다 평가전문가들이죠. 교육평가를 전공한 학자들입니다. 지난번 세계지리 오류가 문제이지 이번에는 정답 확정 전의 일인데 김 원장 사퇴는 안타깝습니다. →소송까지 간 작년은 문제가 확실히 있었네요? -뭐랄까. “우물이 깊어지면 하늘이 좁아진다”고 하죠. 전문가가 국민 정서, 아이들 정서를 보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1차 소송에서 이겼으나 정부가 이긴 게 아니죠. 그런데 이번에 복수정답을 인정한 것은 이의신청 기간에 이뤄진 것으로 정상적인 절차입니다. 수능이 워낙 민감해서 가 정답을 가지고 이의신청을 받아서 출제위원들, 학회에서 심사해서 정답을 확정합니다. 그 과정인데 원장의 사표를 받더군요. 그러면 안 됩니다. 김 원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도 경제도 그렇고 우리 사회가 창의적 인재를 찾는 것 아닙니까? 실수를 용납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사회분위기가 창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죠. 우리 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복수정답은 해마다 한 두건 있습니다. →복수정답 시비로 과거에도 정부에서 소송을 하려고 한 적이 있었나요? -제가 있을 때도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2007년 수시 1차 합격자 발표까지 다 끝난 이후 교수의 문제제기로 당시 교육부에서 소송하려고 했으나 제가 만류해 안 했습니다. →물리 2 문제였던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수시 1차 전형 합격자 발표도 다 끝난 이후인 12월 24일 서울대의 한 교수가 고교 물리교육 범위 안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학문적으로 보자면 복수정답이 있는 문제라고 방송을 불러놓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논란이 붙었죠. 그 교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 수시 1차 합격한 것을 무효로 하고 다시 성적을 산정해야 하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때도 평가원에서는 우리가 소송 가면 반드시 이긴다고 했죠. 그런데 대법원까지 갈 경우, 결론이 나는 데 2년이 걸립니다. 이쯤 되면 입시 끝나고 승자 없이 다 패자가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부가 학생들 상대로 소송하는 게 국민 정서에 안 맞습니다. 당시 문제제기로 복수정답이 인정되면 1000여명이 점수를 받게 되는데, 만약 인정을 하지 않으면 해당 학생들이 두고두고 정부를 원망하고 선생을 원망하고, 평가원을 원망하지 않겠느냐 말이죠. 그런데 이 결심이 우리 내부만으로 안되더군요. 최종적으로 청와대까지 동원했죠. →청와대까지 설득했다는 뜻이네요 -청와대에다 세 가지 원칙을 얘기했습니다. 학생들 구제가 제일 원칙이다. 학생들 상대로 소송은 안 된다. 내가 책임지고 나간다는 것이었죠. 제가 복수정답을 인정하는 날 오후 5시에 90도로 기자들에게 고개 숙이고 발표했습니다. 복수정답으로 인정하고 성적을 재산정한다고요. 그러자 그날 저녁 7시에 서울대에서도 입학사정을 다시 하겠다고 했고 다른 대학들이 다 따라왔습니다. 합격자 발표까지 다 하고 바꾼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성적 재산정을 했으나 학생들 등급이나 합격자가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회적 파문은 있었지만 말입니다. →현 수능을 어떻게 평가하며 개선한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현 수능은 너무 날까로운 제도입니다. 5지 선택형으로 어떻게 실력을 평가해요? 찍어도 20%는 맞히는 것 아닙니까. 선택형이면 창의 인재를 못 키웁니다. 선택형은 요령 아닙니까. 시험은 어려운 게 원칙이죠. 서답형 문제로 바꿔 나가자는 게 제가 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과제였습니다. 연구도 많이 해왔는데 워낙 민감한 문제니 겁이 나서 바꾸지 못하는 것이죠. 김성훈 원장도 목표가 그것이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수능은 자격고사화로 가야 합니다. 시스템을 바꾼다면 말이죠. 이에 앞서 서답형 출제 비중 확대, 문제은행식으로 가는 것도 필요하고요. →수능을 전형자료로 쓰지 말고 학업성취도 평가 연장 선상에서 패스 여부로만 활용하자는 자격고사화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대학이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대학이 수능에 너무 의존합니다. 원래 취지는 수능을 참조해서 대학이 심층면접, 논술, 학생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발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대학들이 귀찮아서 그런지 잘 안 하면서 수능에 의존했죠. 대학입장에서 보자면 수능 이외에 고교 성적을 많이 반영해야 하는데 고교가 전국에 천차만별이다 보니 쉽지 않겠죠. 그래서 자격고사화가 원칙이지만 이상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문제은행식, 서답식 출제는 기술적인 문제로 평가원에 맡겨 놓으면 되고요. 관련 자료가 엄청 축적돼 있습니다. 100% 서답형은 어려우나 대부분은 서답형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사시, 행시 다 논술식 출제로 하지 않습니까. →서답형으로 가면 이의제기 등 혼란이 적지않을까요? -이의신청이 많겠죠. 서답형으로 출제하되 이의신청 검토기간을 늘려 심도있게 논의하면 된다고 봅니다. 학생들 중에는 돌출형 답을 적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창의력 있는 학생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가 수능 체계 개편에서 평가원은 배제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평가원에 150~160명의 박사가 있는데 미국에서 데려오려나(웃음). 미국에도 우리 수능과 비슷한 SAT가 있으나 우리만큼 날카롭지 않습니다. 내 취임 일성이 “수능 어렵게 하면 안 된다. 고교 내신 많이 반영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맞습니다. 대학에서 다양한 전형을 활용해야 하는데 전국 고교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수능으로 다시 왔죠. →현행 합숙식 출제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35~36일 감금 출제하죠. 나중에 출제위원을 했다고 자랑도 못 합니다. 그러니 섭외가 어렵습니다. 출제위원 사정사정해서 모셔오는 실정입니다. 출제위원이 제가 원장으로 있을 때 4000여명이었는데 지금은 더 많겠죠. 종전처럼 교장이나 총장이 반대하면 내년에는 모시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문제은행으로 간다면 감금출제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보안은 평가원에서 책임지고요. 15일은 출제, 15일은 인쇄 교정하는 식이다 보니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교수가 출제하고 교사가 검토하는 현 시스템도 반대로 해야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변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육정책은 한국교육과정개발원(KEDI)에 맡겨야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워낙 국민들 관심이 많다 보니 대통령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셈이죠. →원장으로 일하시던 노무현 정부 시절 일화가 있다면? -당시 청와대에서도 교육개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2004년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아래 안병영 부총리, 정운찬 서울대 총장, 교육혁신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혁신 대책회의를 2시간여 정도 연 적이 있는데 제가 모두 반대했습니다. →어떤 정책이었나요?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수능 9등급을 6등급으로, 학교시험을 교과목 중심 출제를 교사 중심 출제로 바꾸고, 학생부를 교육이력철로 바꾸고 시행을 2007학년도부터 하자는 것 등을 안건으로 올렸죠. 그런데 제가 사표 쓸 각오를 하고 반대했습니다. 수능 등급을 9등급에서 6등급으로 하면 60만명이 보는 시험인데 한 등급에 10만명이 될 것인데 백분위, 표준점수 없애고 어떻게 전형자료로 쓸 수 있겠느냐며 반대했죠. 교과목 중심 출제를 가르치는 교사중심으로 바꾸자는 것은 원칙은 맞으나 대입전형자료로서의 고교내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몇 년 더 기다렸다가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반대했고요. 교육이력철은 학생중심이 아니라고 반대했죠. 그러자 교육이력철은 교육혁신의 상징이라며 반론이 나왔는데 제가 그러면 명칭을 공모하자고 했죠. 저는 교육 혁신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임기와 교육혁신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대통령이 묵묵히 듣고 계시다가 “그러면 관두자”고 하시더군요. →청와대에서 기분 나빠했을 것 같네요. -그렇죠. 예전 같으면 안기부에 끌려가 혼날 일이었죠. 그런데 고마운 게 그 뒤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교육방송(EBS) 70% 연계 방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노무현 정부 시절 사교육비 경감이 현안이었죠. 고건 총리께서 사교육비 경감 필요성에 대해 운을 뗐고 교육부에서는 수능은 쉽게 내고 교육방송만 들어도 수능성적이 나올 수 있게 하도록 한다고 했죠. 당시 안병영 교육 부총리의 취임 일성이 “(어려운) 수능이 원죄다. 고교내신 많이 반영하자” 뭐 이런 식이었을 정도였죠. 부총리가 교육방송으로 가실 때 저를 데리고 가면서 EBS만 보면 학원 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자고 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변별력은 30%로 가리자는 취지였는데… 그런데 지금은 이것 또한 오래되다 보니 학교가 EBS 학원이 되는 문제가 생기고 있고요. →교육감 직선제 개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제입니다. 이념잣대로 교육을 재단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 종사자가 똘똘 뭉쳐도 힘든데 4년 임기 내 교육을 바꾸는 것은 아이들에게 죄악을 짓는 일입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요즈음 아이들이 딱합니다. 취직이 안 되어 취업재수하는 실정이잖아요. 그런데 눈을 세계로 돌리면 일자리가 많이 있습니다. 발전속도가 다 다르지 않습니까. 자주적 생활능력을 길러야죠. 교육도 그런 식으로 가야 합니다. 한 줄로 세우면 안 됩니다. ■ 정강정 前 평가원장은 누구 7년 교직→9급 공무원→행시 합격… 2003~2007년 평가원장 첫 연임 경북 경주출신으로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학업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뜻을 이룬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대구사범을 나와 방송통신대를 거쳐 영남대 학사, 서울대 석사를 거쳐 고려대 박사학위를 땄다. 평가원은 2003년 12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3, 4대 원장으로 일했다.8명의 원장 중 재임은 정 원장이 처음이다. 그는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7년간 일하다 28세 때 현 9급시험인 5급 을류에 합격하면서 대구체신청 산하 전화국에서 행정서기보로 근무한다. 그때 처음으로 ‘계급사회’를 접한다. 젊은 서무과장이 전화국으로 왔는데 기세가 너무나 대단해 주변 동료들에게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행정고시출신인데 당신은 평생 일해도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핀잔을 들었단다. 하지만 그는 “나도 한번 해 보자”며 노력한 결과, 1년 6개월 만인 1975년 시행한 5급 고시에 합격한다. 영남대 행정학과 4년생 시절이다. 당시 동기들은 시·군으로 수습사무관 교육을 받아야 했으나 공직경험이 있어 바로 경제과학심의원회에 발령받는다. 이 무렵 서울신문과도 인연을 맺는다. 심의위의 각종 심의보고서 인쇄를 서울신문에서 했는데 교정일을 맡았다고 한다. 한 번은 심의보고서의 ‘보’자가 빠져 부랴부랴 집어넣은 적이 있단다. 이후 1977년 경제기획원 예산실, 1982년 신설부처인 체육부(문체부 전신)에서 총무과장으로 일했다. 서울올림픽 문화행사운영단장을 거쳐 총리실에서 일한다. 정 전 원장은 요즈음 그간의 공직생활을 되돌아보는 참회록 작성을 준비 중이다. 1963년 불국사초등학교 교사에서부터 2013년 10월 세계문화 엑스포 사무총장 및 특별보좌관 자리를 끝으로 50년 공직생활을 정리한 내용이라는 그의 참회록 내용이 주목된다. eagleduo@seoul.co.kr
  • “수업이 죽었다” “사교육 줄였다”

    “수업이 죽었다” “사교육 줄였다”

    잇따른 출제 오류로 신뢰도에 직격탄을 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EBS 연계 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 현장을 파괴하고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 비판의 취지다. 25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복되는 수능 출제 오류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교사 등은 “수능을 EBS에서 70% 넘게 출제하는 지금의 정책은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EBS 교재의 오류도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왕호 대일고 교사는 “EBS 연계율이 70%가 넘다 보니 학생들이 EBS 교재를 외우는 데 치중하고 있다”며 “EBS 교재가 학교 현장을 학력고사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BS의 수능 완성 교재로 수업했는데, 학생들이 이미 다 공부를 하고 와 수업 시간에 다른 것을 하고 있었다”고 경험담을 소개하며 “EBS 연계율이 높아지니 학교 수업이 죽어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능의 EBS 연계 출제가 수능의 원래 취지를 퇴색시키고 공교육만 망친다는 것이다. 조 교사는 EBS 교재 오류와 관련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재를 검토해 보니 중학교는 한두 쪽에 하나꼴로, 고교 교재는 서너 쪽에 하나씩 나오더라”며 “EBS 교재가 해마다 바뀌면서 문제를 쥐어짜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세계지리 출제 오류 소송을 냈던 박대훈 전 EBS 강사는 “사교육을 줄인다는 목적 때문에 EBS 교재의 수능 연계율을 높였지만 수능의 본래 취지를 생각한다면 현재 정책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BS 연계율은 베테랑 사교육 강사들에게는 적중률을 높이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능에서 적성이나 창의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늘리고 학업성취도 측정 문제를 줄여 EBS 연계율도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신삼수 EBS 학교교육기획부장은 2010년 당시 유명한 사교육 업체 ‘메가스터디’의 주가 추이를 예로 들며 “EBS가 사교육을 줄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반박했다. 2010년 정부가 EBS 수능 연계율 70%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는 최고 37만 3000원에 이르던 주가가 정부 발표 이후 7만 4900원으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신 부장은 또 “EBS가 최근에는 오류가 거의 없는 교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필진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교재를 만드는 데다 검토진은 무한한 책임의식을 갖고 검토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면밀히 감수하기 때문에 일절 오류 없는 교재를 생산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EBS 수능 연계 비율에 대해 “다음달 만들어질 수능개선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EBS 수능 연계 출제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위원회에서 이 문제도 함께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중원게임즈, 게임전공 학생들에게 현장감 있는 창업정보 전달

    중원게임즈, 게임전공 학생들에게 현장감 있는 창업정보 전달

    ㈜중원게임즈는 지난 11월 13일에 서울호서전문학교와 공동으로 ‘2014 G.Start-up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본 행사는 게임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에게 게임창업을 독려하고 생동감 있는 현장의 정보를 전달하고자 기획됐다. 첫 연사로 나선 서울호서전문학교 게임기획과 한상신 교수는 게임산업의 현황과 함께 개발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전달했다. 이어서 ㈜매드플레이 정대식 대표와 ㈜픽스게임즈 최인호 대표는 성공적인 게임창업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자유로운 대담을 통해 선배 창업가로서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 행사는 최근에 일고 있는 창업열기와 관심을 반영하듯 서울호서전문학교 게임학부 400여명의 학생 중 절반이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디지털애니메이션학과장 이승환 교수는 “남다른 기술력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들마저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생들이 창업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중원게임즈 윤선학 대표는 서울호서전문학교로부터 인턴십, 창업세미나 등 다양한 산학협동 공로를 인정 받아 감사패를 수여받았다. 윤 대표는 “앞으로도 게임학부 학생들의 창업과 창직을 지원하고, 지속적인 후속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중원게임즈는 올해 중소기업청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게임특화 비즈니스센터인 <J1비즈니스센터>를 마포구 노고산동에 개소, 현재 24개 1인 창조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젊고 패기 있는 게임개발사를 자체 발굴해 기술지원은 물론 사업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스위스 베른 ‘파울 클레 센터’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스위스 베른 ‘파울 클레 센터’

    스위스는 아름다운 대자연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부자 나라, 가장 평화로운 나라로 인식돼 있다. 영세중립국으로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았으면서도 유럽의 중심역할을 하는 강소국이 스위스다. 여기에 또 한가지 반드시 추가해야 할 것이 바로 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이다. 스위스 수도 베른의 외곽에 있는 파울 클레 센터(원명 첸트룸 파울 클레)는 한 위대한 예술가를 기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노력을 기울이고, 정성을 모은 결과물이다. 마치 대자연에 그려놓은 악보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은 음악적 회화를 시도했던 화가 파울 클레에게 보내는 스위스인들의 진정한 오마주다. 부드럽게 흐르는 아레강을 끼고 형성된 중세의 고풍스러운 도시 베른은 두 명의 유명한 천재와 관련이 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살면서 상대성이론을 연구하고, 스위스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20세기의 대표적 추상화가 파울 클레가 태어난 곳이 바로 베른이다. 시내 외곽 쇼스할덴이라는 이름의 완만한 언덕에 자리한 파울 클레 센터는 2005년 6월 개관한 이후 시민들의 예술적 영감을 살찌게 해주고, 세계인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는 베른의 명소가 됐다. 넓은 벌판에 살포시 내려앉은 세 개의 물결 형태의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작품이다. 피아노는 지형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설계했다. “나는 농부처럼 이 대지에서 작업했다. 곡식이 익어가듯이 건물이 자연의 일부가 되기를 기다렸다”는 피아노의 말처럼 완만한 등고선을 그대로 살린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물은 주변 풍경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다. 저멀리 한없이 펼쳐진 산의 아름다움을 전혀 방해하지 않으면서 평화롭고 고요하게 자연과 조우하고 있다. 이곳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은 따로 없다. 시간 여유를 갖고 미술관과 주변을 산책하듯이 둘러보는 것이다. 미술관 바로 옆 오래된 공원에 자리 잡은 파울 클레의 묘지를 가 보고, 밀밭 사이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조각공원까지 이어지는 길을 조용히 걸어본다. 미술관 건물 뒤편으로 조성해 놓은 밀밭이 바람 결에 일렁이면서 건물의 물결모양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이 장관이다. 전원교향곡을 자연에 그려 놓으면 이런 모습일까. 넋을 놓고 있다 보면 마음의 평화가 저절로 찾아온다. 파울 클레 센터는 파울 클레가 생전에 남긴 1만점의 작품 가운데 회화, 수채화, 드로잉 등에서 4000점에 이르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의 생애 전 기간에 걸쳐 남긴 중요한 전기 자료도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미술관이 아니라 왜 첸트룸(센터)이라고 했을까. 페터 피셔 관장은 “파울 클레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였지만 그게 모두가 아니었다. 그는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였으며, 천부적인 교육자였고, 작가였으며 예술이론가였다. 다방면에서 탁월함으로 보였던 위대한 예술가의 예술적 통찰력을 보다 잘 이해하고, 시민들의 문화생활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파울 클레 센터의 설립 목표이자 운영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미술관 이상의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서 파울 클레 센터는 내부구조에서 그 취지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유리와 철골로 만들어져 현대적이고 날아갈 듯 가벼워 보이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부드러운 물결모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층은 안내데스크와 기획전시실, 레스토랑과 기념품 숍, 편의 공간, 연주회장으로 구성되고 클레의 작품들은 지하의 상설 전시공간에 전시하고 있다. 클레의 작품들 중 상당수가 수채화와 드로잉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보존을 위해 자연광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공간을 지나면 클레와 그의 작품 연구를 위한 공간에 도달하게 된다. 밖으로 보이는 쪽의 지하층에는 어린이미술재단과 어린이들을 위한 아틀리에가 마련돼 있다. 아틀리에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전문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풀 향기를 맡아보고 그 느낌을 그려보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베른에 파울 클레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는 종합 공간을 설립하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이는 그의 유일한 아들 펠릭스 클레의 두 번째 부인 리비아 클레-마이어였다. 리비아는 파울 클레 재단을 이끌던 남편이 1990년 세상을 떠난 뒤 물려받은 작품 700점을 베른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어 1998년 파울 클레의 손자인 알렉산더 클레가 1998년 자신이 소유한 작품 850점과 가족 소유의 기록물들을 베른시에 영구 대여 형식으로 기증했다. 파울 클레와 부인 릴리가 2년 간격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예술적 업적에 대한 체계적 정리와 학술 연구를 도맡아 온 파울 클레 재단에서는 50년 가까이 연구해 온 2500점에 대한 자료와 기록들을 새로 지어지는 미술관에 이양하기로 했다. 개인 소장자들까지도 작품 150점을 영구대여하기로 한다. 작품과 자료들은 갖춰졌지만 미술관을 어디에 세울지가 문제였다. 원래 파울 클레가 다니던 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베른미술관 근처에 파울 클레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었는데 마스터플랜을 세우면서 미술관 외에 예술아카데미와 연구소까지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지역의 건축가들이 베른 시내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1998년 봄, 세계적인 정형외과 의사인 모리스 뮐러(1918~2009) 교수 부부는 베른시 동쪽 쇼스할덴에 있는 대규모 부지와 3000만 스위스프랑을 기증할 뜻을 밝혔다. 뮐러 교수는 정형외과 수술의 복합골절 수술에 필요한 인공지지대를 발명해 의학적 명성과 경제적으로 부를 쌓은 인물이다. 그는 사재를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파울 클레는 위대한 예술가일 뿐 아니라 많은 예술가의 스승이었다. 쇼스할덴에 파울 클레의 예술을 보여주는 미술관과 연구센터, 교육기관을 아우르는 멋진 공간을 만드는 것은 나의 오랜 숙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첫째는 단순한 아트뮤지엄이 아니라 조형예술, 음악, 문학, 그리고 연극 등 종합예술이 펼쳐지는 장소여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디자인 설계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뜻을 살려 1998년 11월 모리스와 마르타 뮐러 재단이 만들어지고 단순히 전시를 위주로 하는 미술관이 아닌 파울 클레 센터 재단이 만들어졌다. 베른시의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많은 사람의 이해가 필요했다. 뮐러박사 부부는 바젤에 있는 바이엘러재단 미술관을 방문하고 그 미술관을 설계한 렌조 피아노를 지명한 것이었다. 베른시민들과 의회 정치인들이 피아노의 설계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전시회를 세 차례나 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의회에서 압도적으로 찬성의견을 얻었고, 베른시 주민투표에서도 78%의 찬성을 얻어 2002년 6월 미술관이 착공했다. 총 건축비는 1억 1000만 스위스프랑이 소요됐다. 뮐러재단에서 당초 약속했던 것의 2배인 6000만 스위스프랑스을 내놓았고 베른시 복권기금에서 1100만 프랑, 기업체의 후원금 3000만 프랑, 시민연합기금에서 2000만 프랑을 내놓았다. 창의력이 넘치는 미래의 파울 클레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 개의 재단이 추가로 설립됐다. 뮐러재단이 내놓은 500만 스위스프랑으로 어린이 미술관재단이 만들어졌고, 베른주립은행 후원으로 젊은 예술가와 미술전공학생들의 마스터 클래스인 여름아카데미가 세워졌다. 미술관 이상의 예술공간은 이렇게 탄생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기고] SW 교육은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교육/김경중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기고] SW 교육은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교육/김경중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초·중·고 소프트웨어(SW)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SW 교육 의무화를 위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가 SW 교육 확대에 대한 협업과제를 점검한 데 이어 교육부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와 개최한 공청회에서 초등학교 ‘실과’ 교과가 SW 기초 소양교육으로 개편되고, 고교 심화선택 과목 중 하나였던 ‘정보’ 과목이 SW 중심으로 개편돼 일반선택 과목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컴퓨터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기존의 단순한 컴퓨터 활용 교육에서 보다 근원적인 SW 개발 교육으로 옮아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 교육과정 개정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SW 교육 담당자는 원활하게 수급되는 것인지, SW 교육이 대입과 연계되며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만 안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든다. 코딩 교육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코드닷오알지(code.org)’가 제작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이런 고민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빌 게이츠를 비롯해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트위터를 만든 잭 도시 등은 이 영상에서 나의 코딩의 시작이 얼마나 단순했는지, 동시에 얼마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는지를 말한다. 컴퓨터 언어로 명령을 내려 ‘안녕’이라고 말하고, 모니터 위에 빨간색 세모를 그리는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하는 것, 이렇게 단순한 코딩이 그들의 출발이었다. 결국 코딩은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자 문제 해결 기술이다. 때문에 코딩을 비롯한 컴퓨터 과학을 배운다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휴머니티와도 연결된다고 그들은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는 모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프로그래밍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SW 교육이 21세기를 살아갈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를 계발해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때문에 SW 교육은 기술 자체를 주입하는 지루한 교육이 아닌 이 기술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잠재력을 경험하게 하는 흥미로운 교육이 돼야 한다. 나아가 다양한 정보를 다루는 만큼 데이터 처리와 보안에 대한 윤리교육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고려사항이 교과 과정에 반영돼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할 수 있는 SW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신중하고 차분한 접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中서 부는 한류 바람… 이번엔 어린이책이다

    中서 부는 한류 바람… 이번엔 어린이책이다

    중국발 한류 훈풍이 어린이책 시장에도 불고 있다. 국내 어린이책을 향한 중국 출판사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국제도서전에 참가한 국내 출판사들(전체의 70%가 어린이책 출판사)의 저작권 상담 건수는 2010년 1300건에서 올해 1665건으로 5년 사이 28% 급증했다. 예상 계약액도 2010년 334만 달러에서 올해 389만 달러로 16% 늘었다. 초등학습만화 ‘Why?’ 시리즈로 중국에서 인기를 끈 예림당의 고은정 국제업무팀 대리는 “중국, 타이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한국 도서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중국은 출판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서도 한국 아동 신간이 나오면 온라인 서점, 출판사 홈페이지로 검색해 발빠르게 문의해 온다”고 말했다. 일부 인기 책은 여러 출판사들이 불꽃 튀는 판권 경쟁을 벌인다. 비룡소의 ‘물들숲 그림책’(전 8권) 시리즈는 중국 출판사 10곳에서 판권을 서로 사가겠다고 맞붙었다. 지난해 어린이 심사위원이 뽑아 화제를 모은 스토리킹 수상작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는 갓 데뷔한 신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출판사 4곳이 판권을 놓고 경합했다. 웅진주니어가 지난해 펴낸 ‘어린이 행복수업’(전 4권) 시리즈도 10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출간 의사를 밝혀 왔고,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자연 관찰’(전 20권) 시리즈도 모셔가기 경쟁이 벌어졌던 책이다. 문학동네가 지난해 펴낸 ‘시간가게’는 국내에서 출간된 지 한 달도 안 돼 중국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가 들어온 경우. 계약이 완료된 뒤에도 판권 구매 요청이 계속 들어올 정도로 중국 쪽 관심이 뜨거운 작품이다. 이달 말 중국 시장에 선보일 ‘코끼리 아저씨와 백 개의 물방울’(문학동네)도 4~5곳의 출판사에서 사겠다고 나섰다. 중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어린이책은 수학, 과학, 생태, 교양 등 논픽션과 지식그림책 시리즈가 주류를 이룬다. 최숙희, 황선미, 이수지 등 국내외에서 지명도가 높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학습서 위주로 국내 도서를 탐식하던 경향도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논픽션이 인정을 받으면서 동화나 그림책 등 우리의 순수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것. 박수진 비룡소 저작권부 차장은 “3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순수 아동문학은 해외 출판사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엔 한국 대표 아동문학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출판사들 가운데는 ‘이러이러한 책을 찾는다’며 아예 기획출판을 제안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국내 도서를 중국 시장에 소개하는 에이전시량의 최정림 실장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초등학생 분야에서는 학습만화, 유아 쪽에서는 유아 지능개발 도서 위주였던 것이 최근에는 바른 습관을 키워주는 인성동화, 자기계발 동화 등으로 관심 폭이 넓어지고 있다”면서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력을 자체 확보한 중국 출판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한 가정 두 자녀’를 허용하면서 어린이 콘텐츠 시장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호재도 있다. 지난 5월 미국 출판전문잡지 퍼블리셔스위클리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부터 전국 40만개 초중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정책의 하나로 초등학생들에게는 창의력 향상을 위해 숙제와 시험을 줄이고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독서, 교육 자료를 읽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해외 출판사들엔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아동 출판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기준 중국의 16세 이하 어린이 인구는 3억 7000만명으로, 아동 출판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34%로 전체 출판 시장 성장률(11%)의 3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 출판 시장 분야별 점유율을 봐도 사회, 과학기술, 언어, 생활 등은 일제히 전년 대비 하락한 반면, 아동은 16.5%로 전년 대비 가장 큰 폭(1.25%)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비중이 높은 분야는 교재(25.2%)로 전년 대비 1.08% 성장했다. 박 차장은 “국내 아동 시장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출판사들이 내수용을 넘어 아예 중국에서도 팔리는 기획을 하자는 추세”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우수도서를 집중적으로 받아들이는 중국 출판시장은 최근 자국 콘텐츠 개발 및 작가 키우기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해외사업부(중국 담당)의 김경원씨는 “현재는 한국 어린이책 시장의 중국 진출이 정점에 올라 있지만 한순간에 위기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면서 “중국 시장을 꾸준히 공략할 수 있는 해법은 그들 취향에 맞춘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바운더리랩, 영국과 미국 예술유학 위한 포트폴리오 설명회 개최

    바운더리랩, 영국과 미국 예술유학 위한 포트폴리오 설명회 개최

    유학 포트폴리오 전문 미술학원 ‘바운더리랩’은 오는 22일 오후 5시 홍대에 위치한 바운더리랩 본원에서 ‘영국•미국 예술 유학을 위한 포트폴리오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영국 및 미국의 예술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력이 돋보이는 포트폴리오 제작 방법과 입시 전략에 대한 정보를 모두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미국의 SAIC, MICA, 파슨스, 칼아츠와 영국의 RCA, 골드스미스, AA, 바틀렛, 글라스고등 많은 명문 예술 대학 입학을 이루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2015년 예술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성공적인 유학의 해답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전문가의 일대일 맞춤형 진학상담도 제공할 계획이다. 바운더리랩 관계자는 “예술 유학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 가고 있는데 반해 진학의 심사 기준은 매년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정보도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설명회는 예술유학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준비되는 만큼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www.ukartsuhak.com)와 전화(02-336-1602/02-554-1602)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바운더리랩 유학미술학원은 다양한 드로잉 기술, 스케치북 활용하기, 리서치의 중요성 등을 연구하며,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제작을 돕는다. 정기적으로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적극 활용한 세미나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을 넓혀줌으로써 획일성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자적인 교육법을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여의도고 과학재능 나눔 활동 ‘과학 창의성 캠프’ 개최

    여의도고 과학재능 나눔 활동 ‘과학 창의성 캠프’ 개최

    과학과 관련된 창의적 활동을 필요로 하는 중학생들과 과학중점고등학교인 여의도고 학생들이 함께 과학 관련 실험 및 체험 활동인 ‘과학 창의성 캠프’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캠프 참가 중학생들에게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고 나아가 스스로의 창의력 개발에 대한 관심과 성찰의 시간(과학창의성 캠프)을, 여의도고 학생들에게는 지식과 재능을 나누는 과정에서 삶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과학재능나눔 캠프)를 제공한다. ■학교 특성에 따른 운영 방침 여의도고 학생들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수학, 과학 관련 관찰, 실험활동과 체험 위주의 동기 강화 프로그램으로 과학 창의성 캠프을 진행한다. ■일자 및 장소 ●일시 : 2014년 7월 22일(화)~24일(목) ●장소 : 칠성중학교 -주소 :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사평길 28 -협력교사 : 김옥희(과학) -학생 규모 : 3개 학급 58명 ●본교 참여 학생 : 원성영(21***) 외 23명 ●인솔 교사 : 안성수, 김병인, 김경숙, 윤정미, 윤명섭, 은지숙 ■참여 학생 및 프로그램 선정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동아리별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별도의 대회(스팀 동아리 발표 대회)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6개 팀과 활동 프로그램 선정한다. ○ 나만의 알록달록 미러볼 만들기 ○ 브론즈를 실버로, 실버를 골드로! ○ 금모래 만들기 ○ 시온안료 - 숨은 그림을 찾아라! ○ 날아라 공기로켓 – 꿈을 싣고 하늘로 ○ 쓸데없이 화려하게 고압전기 만들기 ○ 재귀 반사 안전뱃지 만들기 ○ 초저온의 세계 ■사전교육 -일시 : 2014년 6~7월 -장소 : 여의도고등학교 과별 실험실 -활동내용 : 과학 실험 교육, 과학 창의성 캠프 안내, 현지 학생 이해 교육 -참가자 : 과학 동아리별 프로그램 참가 희망자, 지도교사 5명
  • 방문 미술교육 ‘아이지미술’ 창업 성공사례 늘어나…가맹점 추가모집

    방문 미술교육 ‘아이지미술’ 창업 성공사례 늘어나…가맹점 추가모집

    불황의 긴 터널을 건너고 있는 지금, 너도나도 창업 열풍에 가세하면서 하루에도 많은 사업자들이 신설되고 또 문을 닫고 있다. 하지만 본사의 든든한 지원과 홍보가 뒷받침되는 ‘가맹점’의 경우, 최소한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어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점이나 커피숍뿐 아니라 교육분야에서도 가맹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창의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전인적인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문 미술교육 브랜드가 인기다. 1:1 방문 미술교육 브랜드인 ‘아이지미술’은 최근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고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추가로 가맹점을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지미술 가맹회원이 되면 매달 국내 최고 수준의 14단계 맞춤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또 고급 포토북으로 제작된 작품집을 연 1회 제공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홍보 및 마케팅을 제공해 창업자가 성공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창업자금에 따른 개인별 맞춤 창업도 제공해 소자본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창업방법을 제시해 준다. 또한 우수가맹점에 대해서는 추가로 영업지원금을 꾸준히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특히 신규가맹점의 안정적인 창업을 위하여 7월부터 가맹점 규모에 따라 최소 100만원에서 최고 200만원이 넘는 지역 광고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1:1 방문 미술교육 브랜드인 ‘아이지미술’은 획일화된 미술교육을 벗어나 같은 재료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미술과 예술의 넓은 범위에서 창의력과 인성개발을 도와줄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커리큘럼도 미술에 국한되지 않고 동화나 동시, 과학현상, 동식물 생태관찰 등 미술을 통해 다양한 잠재력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줘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특히 학습에 앞서 한국임상심리연구소가 개발한 교육심리검사인 ‘다슬아이’를 통해 아이의 재능과 수준을 파악하고 개인에게 알맞은 미술교육을 시행한다. 이 같은 눈높이 교육은 획일화된 교육에 지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많은 신임을 받고 있다. 아이지미술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 및 가맹점 모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이지미술 홈페이지 (http://m.ijiclub.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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