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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이 위안부 사죄할 때까지 달릴 겁니다”

    “일본이 위안부 사죄할 때까지 달릴 겁니다”

    미국의 노동절인 2일(현지시간) 뉴저지주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죄를 촉구하는 ‘제1회 위안부 기림 평화 마라톤’ 행사가 열렸다.뉴저지주 한인단체장협의회가 주최한 이번 마라톤에는 캐슬린 도너번 버겐카운티장, 유강훈 뉴저지주한인회장 등을 비롯해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필리핀인과 홀로코스트(2차 대전 당시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를 겪은 유대인들도 참여해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위안부 기림비에서 팰리세이즈파크 위안부 기림비에 이르는 8㎞ 구간을 함께 달렸다. 주최 측은 결승점인 팰리세이즈파크 위안부 기림비에서 위안부 추모 시를 낭독하고 일본에 2차 대전 당시의 잔혹한 범죄 행위에 대한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장기봉 팰리세이즈파크 한인회장은 “위안부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으로 무참하게 짓밟힌 여성 인권 문제라는 점에서 유대인 등 다른 민족 단체들도 행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장 회장은 또 “위안부 역사에 대한 일본의 부인과 왜곡 및 망언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일본이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인정하고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할 때까지 매년 마라톤 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뉴욕 연합뉴스·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가을이 온다, 깊고 풍성한 연극과 함께

    가을이 온다, 깊고 풍성한 연극과 함께

    가을의 문턱에서 연극 무대가 어느 때보다 풍성해졌다. 역사와 사회, 인간의 내면을 치열하게 파고드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세계적인 작품들을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시도가 뜨겁다. 더러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더러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과 사회를 무대 위에 재현한다. 9월 첫째 주부터 현대사를 조명한 작품 3편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6~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말들의 무덤’은 한국전쟁 중 일어난 양민 학살 사건을 목격자의 ‘말’로 되살려낸다. 배우 13명이 양민 학살 목격자들의 인터뷰와 녹취록을 재현하며 전쟁 중 사라져 간 이들의 영혼과 학살을 목격한 이들의 기억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이에 앞서 3~15일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되는 ‘알리바이 연대기’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일대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며 개인의 삶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거창 주민 학살 사건을 전면으로 내세워 100페스티벌2013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 땅은 니캉 내캉’은 앵콜 공연으로 3~29일 중구 세실극장에서 공연된다. 사회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3~22일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되는 ‘천개의 눈’은 영웅 서사, 미궁 신화 등 동서양의 신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질투와 수치, 진실과 거짓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객들은 ‘천개의 눈’이 돼 인물들의 수치와 치욕의 역사를 지켜본다. 3~22일 대학로 예술공간SM에서 공연되는 ‘어른의 시간’은 일본의 극작가 가네시다 다쓰오의 희곡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교사의 20년 뒤에도 계속되는 상처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서울대연극동문회 부설 극단 관악극회는 5~14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시련’을 공연한다. 17세기 말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있었던 마녀사냥을 모티브로 거짓 편견에 사로잡힌 집단적 광기,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또 세계적인 희곡의 한국 초연 무대도 기대를 부른다. 7일부터 두 달간 대학로 해피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퍼즐’은 스릴러 영화 ‘아이덴티티’의 작가 마이클 쿠니의 ‘포인트 오브 데스’가 원작으로, 사고 후 기억을 잃은 남자가 기억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이 긴장감을 선사한다. 4~15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되는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는 영국 극작가 샬럿 키틀리의 작품이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딸 등 4세대의 여성을 복합적인 시점으로 바라보며 여성의 삶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3년 만에 재공연되는 세계적인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9월 13일~10월 13일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광부화가들’은 평범한 광부들이 그림을 배우면서 화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의 희곡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묻는다. 12월 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클로저’는 네 남녀의 아슬아슬한 사랑과 그 속의 집착과 탐욕, 소통과 진실을 가감 없이 그린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살해’로… 日 요코하마시, 중학교 교과서 왜곡

    일본 요코하마시 교육 당국이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군인과 경찰, 자경단이 저지른 조선인 학살과 관련한 교과서 기술을 왜곡한 사실이 확인됐다. 28일 NHK는 1923년 관동대지진 발생 지역 중 한 곳인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가 중학생용 부교재인 ‘요코하마 알기’ 올해 판에서 ‘군대나 경찰 등이 조선인에 대한 박해와 학살을 자행하고 중국인을 살상했다’는 내용 가운데 ‘군대와 경찰이 관여했다’는 부분을 삭제하고 ‘학살’이라는 단어를 ‘살해’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요코하마 교육위원회는 일부 시의원이 “아이들의 역사 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교과서 내용을 이같이 수정했으며, 기존에 배포된 부교재는 전부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역사연구가와 대학교수 등 30여명은 이날 내용 수정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교육위원회는 “중학생의 심신 발달 정도를 고려해 ‘학살’이라는 표현을 없앴으며, 군대나 경찰이 학살에 관여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 표현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글로벌 시대] 망언과 망국/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망언과 망국/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말은 의식과 교양의 정도에 따라 구조와 품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착할 수도, 악할 수도 있다. 최근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해 몇몇 정치인들의 말은 착하기는커녕 악하다 못해 심히 망령되다 하여 양식 있는 일본인을 포함, 국제사회까지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사리에 맞지도 않고 떳떳하지도 않은 말을 해 대는 일본인들의 망언(妄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멀리는 ‘일본서기’와 같은 역사서와 ‘메이지유신’ 그리고 ‘정한론’이 망언을 담고 있으며, 가깝게는 나카소네 내각에서 문부성 장관을 지낸 후지오는 ‘한·일 병합은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 했고, 방위청 장관을 지낸 오쿠노는 ‘일본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싸웠고, 일본의 이상적 목표는 각국의 독립이었다’고 했다. 최근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과 같다”고 했고, 아소 다로 부총리는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어느새 바뀌었다. … 그 수법을 배우면 어떻겠는가”라고 하면서 개헌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 지도층은 어찌하여 이런 망언을 아무런 역사의식이나 죄책감도 없이 내뱉고 있는 것일까. 그들에겐 쉽게 치유되지 않는 고질이 있어서 그렇다. 그 고질은 일본인의 합리적 사고와 객관적 판단 능력을 앗아 간 정신질환을 말한다. 일찍이 ‘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 문화에 대해 ‘국화’와 ‘칼’처럼 두 개의 극단적 형태를 구성 요소로 한 문화 패턴이 특징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역사상 일본인들은 이웃 나라를 수없이 노략하고 침탈한 민족이었고, 진주만 기습과도 같은 국제전까지 자행한 민족이기도 하다. 특히 그들의 병사들은 칼이 잘 드는가를 실험하기 위해 포로들의 목을 쳤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어린 여성들까지 강제 동원, 일본군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성적 노리개로 삼음은 물론 학대까지 자행했다. 어디 그뿐인가. ‘난징 대학살’과 ‘731부대 생체실험’이라는 반문명적 잔혹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범죄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온갖 억지와 부회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특유의 문화적 배리와 도덕적 불감증에 연유한다고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같은 문화적 배리와 도덕적 불감증이 망언을 낳고, 망언은 힘에 대한 과신으로 이어지며, 과신은 힘의 오용을 불러오는 데 있다. 힘의 오용은 또 다른 힘의 응징으로 마침내 자멸을 초래하고 만다(亡國)는 역사적 사실은 인류가 체험한 힘의 논리며 결과였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세기 일본인 모두가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그 경험을 까맣게 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박근혜 대통령도 안타까운 나머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전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일본 정치인들은 역사를 직시하고 이웃 민족에게 입힌, 아물지 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몇 년 전 폴란드에 갔을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서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마련이다”라는 경구를 보았다. 이 말이 자꾸 뇌리를 스치는 건 요즘 망언을 일삼고 있는 일본 지도층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일까. 비록 일본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이웃 나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는 건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 [씨줄날줄] 이 아이들이 무슨 죄/안미현 논설위원

    1980년대 미국은 이란의 이슬람원리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를 지원했다. 불리해진 이란은 이라크 북부지역 할라브자를 점령한 뒤 쿠르드족 게릴라를 지원했다. 이라크 집권세력에게 저항해온 쿠르드족을 이용해 이라크를 압박하려던 전술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1988년 3월 16일 할라브자에 사린가스를 살포했다. 5000명 가까이 죽고 7000여명이 다쳤다. 쿠르드인들이 ‘피의 금요일’이라고 부르는 할라브자 학살이다. 1995년 3월 20일 일본 도쿄시민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었다. 관청들이 밀집해 있는 가스미가세키역에서 지하철 출입문이 닫히는 순간, 5개 전동칸에서 검은색 비닐봉지가 동시에 터졌다. 사린가스였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발작하며 쓰러졌고 지하철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12명이 목숨을 잃고 5500여명이 다쳤다. 신흥 종교집단인 옴진리교의 소행이었다. 도쿄 지하철 참사는 전쟁이나 분쟁이 아닌 평온한 출근길에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살상이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21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시리아 반군과 인권단체 등은 정부군이 사린가스 등을 장착한 로켓포를 쏘아 민간인 등 1300여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현지 영상에 따르면 부상자들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거나 입에 거품을 문 채 발작을 일으켰다. 그중 상당수는 어린이였다. 의료진은 “사상자 대부분이 팔다리가 경직되고 눈과 코 주위가 회색으로 변해 화학무기 노출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은 “안 그래도 유엔이 화학무기를 조사하기 위해 다마스쿠스에 들어와 있는데 그런 짓을 했겠느냐”며 반군 소행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누가 살포했든 화학무기 사용은 그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반(反)인륜 범죄다. 화학무기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우리에게도 베트남전 고엽제의 참상이 남아 있다. 소량으로도 엄청난 대량살상이 가능한 독가스의 공포 앞에서 국제사회는 1993년 화학무기를 생산하지도 사용하지도 말자는 내용의 금지협약(CWC)을 만들었다. 1997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65개국이 비준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했다. 시리아는 CWC에 가입하지 않았다. CWC 가입 자체가 화학무기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CWC에 가입한 러시아와 미국 등도 끊임없이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오랜 인류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시리아의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 또다시 의혹으로 끝나서도, 흥분과 규탄만 남아서도 안 된다. 안미현 논설위원 hyun@seoul.co.kr
  • 日과 너무 다른 獨

    日과 너무 다른 獨

    다음 달 총선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옛 나치 강제수용소를 찾았다.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려 하는 일본 총리와 정부 각료들에 대한 전 세계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였던 뮌헨 인근 다하우 수용소 추모관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독일 총리가 다하우 수용소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곳에서 “다하우는 비극적이게도 강제수용소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유명하다”면서 “이곳 수감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면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으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곳은 독일이 인종과 종교, 성별 등의 이유로 사람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데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영원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독일인 대다수가 당시 대학살을 모른 척하며 나치 희생자들을 도우려 하지 않았던 ‘대중의 침묵’을 지적하며 자신의 방문은 “역사와 현재의 다리가 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하우 수용소는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뒤 만든 정치범 수용소로, 우리에게는 한 유대인 수용자가 벽에 남긴 ‘용서해라, 그러나 잊지는 마라’는 낙서로 잘 알려져 있다. 나치 정권은 이곳에 유대인과 동성애자, 집시, 전쟁 포로, 장애인 등 20만명을 가두고 4만 1000여명을 처형했다. 야당은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가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역사의 속죄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뒤늦게나마 독일 총리가 수용소를 방문했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이었다”고 환영했다. 독일 유대인 평의회의 디터 그라우만 회장은 슈피겔 온라인에 “총리가 다하우에서 유세만 하고 갔다면 되레 ‘추모관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공격받았을 것”이라고 메르켈의 이곳 방문을 지지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관동대지진 때 학살된 조선인 2만3058명”

    1923년 9월 일본에서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3.4배 많은 2만 3058명에 이른다는 독일 정부의 사료가 발굴됐다. 지금까지는 1923년 12월 독립신문이 밝힌 6661명이 한·일 양국에 의해 공식적인 희생자 규모로 알려졌으며, 문헌에 따라서는 1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강효숙 원광대 사학과 교수가 국가보훈처 공훈전사자료관에서 발굴해 21일 공개한 ‘해외의 한국독립운동사료(Ⅲ): 독일 외무성편(2)’의 사료에 따르면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피학살자는 모두 2만 3058명으로 집계돼 있다. 1924년 3월 영문으로 작성된 사료에는 ▲학살 장소와 시신이 모두 확인된 피해자 8271명 ▲장소 미확인, 시신 확인 피해자 7861명 ▲장소 미확인, 시신 미확인 피해자 3249명 ▲경찰에 학살된 피해자 577명 ▲일본 기병(군인)에게 학살된 피해자 3100명으로 기록돼 있다. 문서 마지막 부분에는 익명의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나온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관련 사료 중 최종적인 조사 결과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일본 군경에 의한 피학살 조선인을 포함한 1만 4747명은 당시 일본 최고의 지식인으로 존경받던 요시노 사쿠조가 확인한 것으로 기록돼 더욱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 사료를 보다 더 치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동북아역사재단이 관동대지진 90주기를 맞아 22~23일 개최하는 한·일 학술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美, 정의와 국익 사이 갈팡질팡

    이집트 군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 이집트에 대한 지원 중단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혈 진압에 대한 경고와 제재 차원에서 군사부문을 중심으로 즉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최근 이집트를 방문한 존 매케인(공화) 상원의원은 18일(현지시간) 이번 유혈 진압을 군부에 의한 ‘대량학살’로 규정한 뒤 군사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영향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유혈 진압을 방관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랜드 폴(공화) 상원의원도 “이집트 국민이 미국산 탱크를 거리에서 본다면 미국은 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군사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면 같은 당의 피터 킹 하원의원은 이집트에 대한 지원 중단은 과도정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고 이는 수에즈 운하 등 전략 자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대했다. 리처드 블러멘털(민주) 상원의원도 “군부와 계속 공조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동조했다. 앞서 패트릭 레히(민주)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공화) 상원의원은 이집트에 대한 지원에 조건을 거는 초당적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미 국무부가 이집트 정부에 연간 15억 달러(약 1조 7000억원) 규모의 재정 원조를 중단하는 초기 절차에 착수했다고 익명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오늘의 눈] 엉클 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최훈진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엉클 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최훈진 국제부 기자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요즘 최고 기온은 34도를 육박한다. 하지만 이집트는 최근 냉혹한 겨울 한가운데에 있다. 이집트 전체가 핏빛으로 물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발생한 시위 이후 단 4일 만에 총상으로 죽거나 최루탄 연기에 질식사한 사람들의 수는 800여명. 부상한 시민들까지 합치면 1만명에 육박한다. 대학살에 가깝다. 외신들은 이토록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집트의 상황을 2년 전 아랍권을 강타했던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과 비교해 ‘아랍의 겨울’이라고 일컫고 있다. 이번 아랍의 겨울은 속내를 숨기고 사태를 방관해 온 엉클 샘(미국)의 책임이 크다. 미국은 지난달 이집트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에 침묵했다. 이집트에서는 아랍의 봄이 불어닥친 직후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취임했다. 하지만 그는 단 1년 만에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물론 무르시 대통령의 부패, 여성 억압 등 구시대적 정권 운영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쿠데타를 어느 정도 용인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군부의 수장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민주 정권을 몰아낸 것이었으므로 이번 사태는 분명 쿠데타였다. 그럼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이집트의 미래를 대신 결정할 수 없다”며 애매모호한 입장표명을 유지해 왔다. 모호한 말만 늘어놨던 엉클 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미국은 1979년부터 2003년까지 이집트에 130억 달러(약 14조 4600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하며 이집트 군부를 통해 아랍지역을 자국 영향력 아래 놓는 안보 전략을 펼쳐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이집트는 미국의 최대 군사원조국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쿠데타’라는 말 한마디로 수십년간 쌓아온 이집트 군부와의 밀월관계를 무너뜨릴 수 없었던 셈이다. 미국은 스스로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한다. 헌법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늘 따로 있다. 미국의 외교 전술에는 종종 자신들의 헌법에도 어긋나고 보편적 가치를 저버리는 모순이 드러난다. 미국 학자 놈 촘스키는 ‘엉클 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미국을 의인화시킨 엉클 샘이 겉으로는 모두를 위하는 시늉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국의 이익만 추구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아랍지역의 민주화는 물론 시민들이 무참히 군부에 죽음을 당하는 참혹한 상황에 우려와 관심을 표할 뿐이다. 세계 언론의 비난을 의식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집트 폭력사태를 규탄하며 다음 달 예정된 이집트와의 정례 합동군사훈련인 ‘브라이트 스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작 아랍의 겨울을 벗어날 이집트 군사원조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내세워온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겉으론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쿠데타를 묵과하는 엉클 샘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choigiza@seoul.co.kr
  • ‘악마의 변호사’ 佛 자크 베르주 별세

    ‘악마의 변호사’ 佛 자크 베르주 별세

    주로 악명높은 범인들 편에 서서 변호를 해 ‘악마의 변호사’로 불렸던 자크 베르주가 15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88세. 프랑스 출신인 베르주는 반(反)식민주의·공산주의자로 1950년대부터 혐의를 뒤집기 힘든 사건들의 피고인들을 자청해 이들을 대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대(對) 프랑스 테러를 주도한 민족해방전선 조직원들을 변호하면서 이 가운데 알제리 카페에 다수의 폭탄을 투하한 혐의로 1957년 사형을 선고받은 쟈밀라 부히레드와 결혼하기도 했다. 베르주는 이밖에도 독일 나치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 고위인사 클라우스 바르비와 프랑스의 ‘뱀’으로 불린 연쇄 살인범 샤를르 소브라즈, ‘자칼’이라고 알려진 국제 테러범 카를로스 등의 사건을 맡았다. 1970년대 캄보디아 대학살을 일으킨 크메르루즈 정권의 지도자 폴 포트와도 돈독한 관계였고, 또 다른 크메르루즈 전범인 키우 삼판의 변호를 맡았다. 이러한 이력 때문인지 베르주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된 뒤 재판 변호인단 선정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기도 했다. 2008년 타리크 아지즈 당시 이라크 외무장관이 베르주를 비롯한 레바논계 프랑스 이탈리아 국적의 변호사 4명과 함께 변호팀을 꾸렸다. 그러나 후세인의 가족은 베르주를 최종 변호인단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베르주는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국에서 태어나 인도양의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에서 자랐다. 2차대전이 터진 17살에 샤를 드골의 레지스탕스 프랑스 자유군에 뛰어들었고 1945년에 공산당에 가입했다. 그는 아버지가 베트남 국적의 어머니와 결혼한 뒤 공직을 잃는 것을 지켜본 뒤 레위니옹섬에서 지내면서 극렬한 반식민주의 성향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한편 크리스티앙 샤리에르 부르나젤 프랑스 변호사협회장은 이날 “베르주가 몇달 전 쓰러져 체중이 많이 빠지고 잘 걷지 못했다.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갈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한·일 학술회의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은 오는 22~23일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90년 전 관동대지진의 혼란 속에서 발생한 재일조선인 학살사건을 주제로 한·일 학술회의를 연다. 이번 학술회의에선 그동안 일본에서 진행된 관련 연구와 역사교육, 시민운동 전개 과정 등을 확인하고 나아가 한국에서의 역사교육과 시민운동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강덕상 재일한·일역사자료원 관장과 야마다 쇼지 릿쿄대 명예교수가 한·일관계에서 본 관동대지진 등에 대해 기조강연을 한다. (02) 2012-6062.
  • 독일의 끝없는 반성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왜곡이 계속되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슈피겔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가 오는 20일 뮌헨 남부에 있는 다하우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을 찾아 헌화하고 연설도 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독일 수장이 나치 수용소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문에는 홀로코스트(2차 대전 당시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와 뮌헨 바이에른주 교육부 장관 등이 동행할 예정이라고 대변인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다하우 수용소를 방문한 뒤에는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나치가 학살을 벌였던 프랑스 북부 오라두 쉬르 글란 마을을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할 예정이라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다하우 수용소는 2차 대전 발발 전인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후 만든 정치범 수용소다. 1945년 미국이 수용소를 장악하기 전까지 히틀러는 유대인과 전쟁 포로,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등 20만명을 이곳에 가뒀다. 이 과정에서 질병과 기아로 숨진 사람만 4만 1000여명에 이른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이집트 525명 대학살… 거세지는 ‘美 방관 책임론’

    이집트 525명 대학살… 거세지는 ‘美 방관 책임론’

    이집트 군경이 무함마드 무르시 지지자를 상대로 벌인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양측의 갈등을 방관해 온 미국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성명을 통해 이집트 정부의 무력 진압을 강하게 비난한 뒤 항의의 뜻으로 격년으로 열리는 양국간 합동군사훈련 ‘브라이트 스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보건부는 전날 군경의 무르시 지지자에 대한 강제 진압으로 전국적으로 최소한 525명이 숨지고 371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사망자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특히 사상자 가운데 총상자가 많아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번 유혈사태가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아들리 알만수르 과도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연결되는 라파 국경이 무기한 차단됐고, 14개 주에 민간인 통행금지령이 시행됐다. 야권 지도자 출신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은 유혈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달 3일 군부의 쿠데타 이후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줄곧 요구해 온 무슬림형제단은 수도 카이로 이만 사원에서 대규모 연좌농성 시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시위대 일부가 수도 인근 기자에 있는 정부 건물에 침입해 불을 질렀고, 북부 시나이 지역에서는 괴한들이 경찰서에 침입해 총을 쏴 경찰 2명 사망했다고 현지 국영 방송이 보도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집트에 유혈사태 중단을 촉구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UN) 인권최고대표는 이집트 군경의 유혈 진압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외교부는 자국 주재 이집트 대사를 초치해 전날 유혈사태와 비상사태 선포에 항의했다. 특히 외신들은 연간 13억 달러(약 1조 4500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원조를 비난하며 사태 해결에 대한 책임을 돌렸다. 조지워싱턴대 마크 린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이집트에 대한 모든 원조를 즉각 중단하고 카이로 대사관을 폐쇄해 현재 군부 정권을 합법 정부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양대 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오바마의 대이집트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며, 즉각적인 원조 중단을 강조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마서스비니어드에서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유혈사태로 이집트가 ‘더욱 위험한 길’로 들어섰다”며 “이집트 정부는 국제적인 인권 규칙을 존중해야하고, 모든 정파 들도 (이집트의) 미래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집트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으며, 군부와 시위대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집트 사태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원조 중단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집트軍, 시위대 캠프 진압 후 비상사태 선포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의 시위가 본격화된 지 45일 만에 농성 근거지를 강제 해산하면서 수천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집트 과도정부가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정국 혼란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집트 군부가 지휘하는 과도정부 보안군과 경찰 병력은 14일(현지시간) 무르시 지지자들이 한달 넘게 연좌농성을 하고 있던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광장과 기자지역 카이로대학 앞 나흐다광장 등 2곳에 침투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군인과 경찰이 장갑차와 불도저를 앞세워 진압에 나서면서 수많은 사람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130㎞ 떨어진 파이윰에서도 시위대가 보안군과 충돌해 최소 9명이 숨졌다고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수에즈에서도 총성이 울리는 무르시 찬반 세력의 충돌 속에 최소 5명이 목숨을 잃고 53명이 부상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이날 전역에서 95명 이상이 숨지고 87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은 “최소 250명이 사망하고 50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AFP통신과 현지 언론은 최소 12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라바광장 인근 마케시프트 병원에서만 94구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총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지만 이집트 내무부 대변인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최루탄만 쐈을 뿐 실탄은 발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집트 전역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은행들은 업무를 중단했고 철도 운행도 중지됐다. 국가 기간망이 사실상 마비되자 이집트 대통령실은 국영TV를 통해 한달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과 내무부에 치안 확보를 위해 노력하라고 명령했다. 이집트 내무부도 성명을 통해 “시위 현장을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안전한 퇴로를 제공하겠지만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시위대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은 라바광장 연설과 페이스북을 통해 “거리로 나와 학살 중단 시위에 참가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추가적인 유혈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년 전인 2011년 이집트에서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시민 봉기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가 무너졌다. 이후 첫 자유선거를 통해 무르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무르시는 집권 1년 만에 축출됐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중·일 전문가가 본 야스쿠니 신사 참배

    한·중·일 전문가가 본 야스쿠니 신사 참배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기념일인 15일을 앞두고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겠다는 일본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일본과 한국, 중국 등 관련국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문제점과 한·중·일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진단하기 위해 3국 전문가들을 만나 이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 “강제동원 韓피해자 강제합사 치욕… 합사취소 집단적 대응을” 한·일 관계 전문가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 “전범과 한국인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참배는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과거 식민지 시대 지배자(일본)·피지배자(한국) 구도를 현재에도 적용하려는 의도입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신사가 A급 전범들과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합사해 한국에 치욕을 주고 있다면서 피해자 후손들만 법적 대응을 할 게 아니라 집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252명은 2001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합사 철회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야스쿠니신사에 어떻게 한국인이 합사된 건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가족에게 연락도 없이 합사된 경우가 허다하다. 야스쿠니신사는 전범과 강제동원 피해자의 혼을 하나로 합쳐 제사를 지내고 있다. 피해자의 후손들이 합사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일본 측은 한 번 합사된 혼은 분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후손의 입장에서는 강제동원도 억울한데 그 혼마저 가해자인 전범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에 갇힌 셈이 됐다. →한국 국적이니 정부가 나서서 요구해도 되지 않나. -야스쿠니신사는 민간 종교시설이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자칫 내정간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일본 정부도 야스쿠니는 민간 시설이라며 번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해결 방안은. -야스쿠니신사를 국가 추도시설화하면 방법은 있다. 국가 추도시설로 만들면 헌법과 배치되는 전범들은 야스쿠니신사에서 빠진다. 이념 성향이 없는 ‘무색무취’의 추도시설이 되는 것이다. 일본의 양심세력들이 야스쿠니의 국가 추도시설화를 요구해 왔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법적 대응 방안은. -일본 정치인이 야스쿠니 참배를 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 일본 헌법에는 정치·종교 분리 원칙이 규정돼 있는데도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 신사참배가 정교 분리에 위배된다는 비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일본 자민당이 개헌을 추진 중이다. 공직자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식으로 개편하려는 것 같다. 1980년대만 해도 이런 움직임이 일본 내에서 힘을 받지 못했지만 일본 사회가 우경화되면서 일본 국민들도 신사참배를 한다든지, 학생들에게 기미가요 제창을 강요하는 것에 더 이상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됐다. 대동아 사관의 부활이다. →일본 정치인들이 신사 참배에 집착하는 이유는 뭔가. -‘나는 과거 일본의 빛나는 역사를 승계하는 정치가다.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라는 정치 이념을 선전하고 ‘인증샷’을 찍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선거 전술인 셈이다. 만약 한 정치인이 ‘총대’를 메고 야스쿠니를 민간 시설에서 국가 추도시설로 바꾸려 한다면 많은 보수 표를 잃을 각오를 하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전쟁 때 정신적 지주로 삼으려 우경화 집착… 국제적 고립 초래” 중·일 관계 전문가 칭화대 당대국제관계학원 류장융 부원장 “군국주의적 야망을 가진 일본 우익 세력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향후 전쟁 상황에서 정신적인 지주로 삼으려 한다.” 중·일 관계 전문가인 칭화(淸華)대 당대국제관계학원 류장융(劉江永) 부원장은 12일 “개인 자격이든 공물봉납 방식이든 일본 지도부의 신사 참배는 침략역사에 대한 부정 행위로 한국과 중국, 미국으로부터 일본을 고립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류 부원장과의 일문일답. →일본 각료들이 신사 참배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중국이 (신사 참배 여부에) 촉각을 세우는 인사들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신사에 화환, 공물 등을 보내는 식으로 ‘편법 참배’를 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모든 형태의 참배에 반대하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이 신사 참배에 집착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역사 인식 부재 탓이다. 일본은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이 주변국과 국민에 재앙을 안기고 원폭 투하 등으로 자신에게도 피해를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경화도 문제다. 전쟁을 미화하는 우익 세력은 야스쿠니 신사를 통해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전쟁 상황에서 정신적 지주로 삼으려 한다. →일본 우경화의 원인은. -일본은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지 않아 침략 역사를 미화하는 우익 세력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풍부하다. 여기에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경기 침체와 중국의 부상 등에 따른 위기감을 토대로 우익 세력이 민족주의를 부추기면서 우경화가 주류가 되고 있다. 우익을 이용해 중국에 대항하려는 일부 국가의 중국 견제 전략도 이를 부채질한다. →우경화의 결과는. -동북아의 평화·안정 위협이다. 우익 세력은 중·일 충돌의 순간만을 고대하고 있다. 아베 내각과 우익 세력은 이미 일본에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면서 평화 발전으로 향하는 자숙의 길을 포기하고 있다. →우경화는 국제적 고립을 초래하는데. -중국을 공격할 수 있고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을 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은 고립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동맹인 미국이 일본의 과격 행위를 견제할 텐데. -아베 내각은 군국주의 목표를 실현하는 범위 내에서만 미국의 말을 듣고 미국을 이용한다. 미국이 중·일 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문제를 대화의 방식으로 해결하라고 하지만 영토 분쟁이 없다며 대화의 창을 닫고 무력 증강에만 몰두한다. 미·일 관계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중국의 해양 진출 전략이 일본의 우경화를 부추기나. -일본이 중국과 우호적인 전략적 호혜 관계를 갖고 싶다면 방위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해양 전략이 일본에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상정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이미 2004년 ‘방위계획대강(大綱)’ 개정 때부터 중국을 주요 위협으로 지목했다. 최근에는 댜오위다오가 있는 동해 지역에서의 해상 및 영해 자위대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개정 중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자민당,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고 야스쿠니 상징성 이용”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 & 우쓰미 아이코 게이센여대 명예교수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일왕과 국가를 위해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이들을 신으로 모심으로써 전쟁을 정당화하던 야스쿠니 신사는 표면적으로는 1945년 패전 이후 종교시설로 바뀌었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을 비롯해 일부 일본인에게는 야스쿠니 신사가 아직도 패전 전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 일본의 소장파 지식인 다카하시 데쓰야(57) 도쿄대 교수의 주장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 행사의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문을 통해 다카하시 교수는 “야스쿠니 신사는 집권 자민당이 일왕을 일본의 원수(元首)로 칭하면서 헌법 9조 개헌을 노리는 것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9조는 일본의 전력(戰力)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 불인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데, 1946년 11월 공포돼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헌법 9조를 고쳐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명시하겠다고 공약했고, 헌법 해석을 고쳐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발표된 자민당의 헌법개정 초안을 보면 일왕을 나라의 제1인자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주권자인 국민 위에 일왕을 받드는 국가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자민당은 헌법개정 초안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데, 패전 후 평화에 익숙해진 지금의 사회문화에서 전쟁의 목표를 설정한다면 나라의 1인자인 일왕과 그것을 떠받드는 국가로서의 일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자민당이 다시 야스쿠니 신사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이날 다카하시 교수와 함께 패널로 참석한 일본의 시민단체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공동대표이자 게이센여대 명예교수인 우쓰미 아이코(72) 역시 야스쿠니 신사의 상징성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 경계했다. 우쓰미 교수는 “‘야스쿠니에서 만나자’고 하는 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병사들에게 포로가 되거나 후퇴함으로써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전사를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었다”면서 “심지어 1941년 12월 진주만 공격에 참가한 한 장교는 동료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군신(軍神)이 되지 못했는데, 이 사람이 46년 귀국해 주변인에게서 받은 편지에는 ‘바로 할복해 세상에 속죄를’이라고 돼 있었다”고 전했다. 우쓰미 교수는 또 야스쿠니 신사를 통해 ‘강한 일본’을 구현하려는 보수 세력에 일침을 가했다. 우쓰미 교수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고통을 맛본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에게 일본 총리나 정치가의 야스쿠니 참배는 일종의 트라우마”라며 “이런 참배는 다시 침략당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을 준다. 이런 참배는 나치의 침략과 학살의 과거를 청산한 유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정찬성 “UFC, 日 전범기 금지를”

    정찬성 “UFC, 日 전범기 금지를”

    종합격투기(MMA) 선수 정찬성(25)이 일본 전범기(욱일기)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정찬성은 지난 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조제 알도와 UFC-163 페더급 타이틀전을 벌이기에 앞서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금지하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UFC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11일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MMA 전문지 ‘엠파이트’에 따르면 당초 정찬성은 로렌조 퍼티타 UFC 회장이나 데이나 화이트 대표에게 서한을 건넬 계획이었지만 두 사람이 경기장을 찾지 않아 매치메이커 조 실바에게 이를 전달하도록 부탁했다는 것. 최근 UFC가 제작하는 격투기 서바이벌 TV 프로그램인 TUF-18에서 여자 밴텀급 챔피언 론다 로우지가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온 것이 서한을 전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정찬성은 지난 3월에도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가 욱일기가 그려진 가라테 도복을 입고 경기에 나서자 트위터 등을 통해 비판하고 사과도 이끌어냈다. 당시 문제의 도복을 제작한 하야부사도 욱일기가 들어간 의류 등은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찬성은 서한에서 “욱일기는 전범기로, 정의와 UFC를 위해 욱일기 문양이 들어간 의류와 장구류 착용을 금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선수들을 포함한 대다수 서양인들은 욱일기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잘 모른다”며 “욱일기는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마찬가지로 군국주의와 전쟁범죄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당한 침략, 고문, 학살, 성노예, 생체실험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겼고 이들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UFC가 아시아 진출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아시아인들은 선수들이 전범의 상징을 걸친 모습을 보면 분노해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코끼리 밀렵 15분에 한 마리... “12년 후 멸종”

    코끼리의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12년 후 멸종할 것이라고 케냐의 한 야생동물 보호 협회가 경고했다. 현재 코끼리는 밀렵꾼에 의해 15분에 한 마리씩 죽임을 당하고 있으며, 지난해 아프리카에서만 약 3만 6,000마리가 학살당했다고 영국 일간지 메트로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끼리는 지난 5,000만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왔지만 계속되는 인간의 공격으로 지금은 개체 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코끼리의 상아는 비싼 가격으로 밀거래되기 때문에 밀렵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합법적인 거래는 전체 거래의 10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 지역을 기반으로 한 데이비드 쉴드릭 야생동물 보호 협회의 대표 댐 다프네는 “상아로 만든 공예품을 구매하는 것은 코끼리의 멸종을 앞당기는 것”이라며 “사람의 잘못으로 인한 멸종을 두고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지방시대]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사건의 진실/나간채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지방시대]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사건의 진실/나간채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요즈음 광주, 광주광역시와 시민사회는 한마디로 ‘멘붕’ 상태에 빠져 있다. 다시 말하면 극도의 정신적 고통과 혼란 상태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광주광역시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국무총리와 장관의 서명을 복사해서 도용했다는 사실이 지난달 19일 신문에 폭로된 데서 비롯됐다. 5시간 후에는 세계수영연맹이 개최지를 결정하는 극적인 시점이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광주는 마침내 2019년 개최지로 선정됐다. 대회 유치를 위해 혼신을 기울여 노력해 왔던 주역들은 이 모순적 상황을 당해 환호와 절망이 뒤섞여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다. 한편, 광주시민은 개최지 선정에 따른 환호보다도 공문서 위조라는 범죄를 저지른 시청에 대한 분노, 이를 지켜보며 비난할 타지역민에 대해 갖는 수치심, 그리고 아픔이 가슴을 짓눌렀다. 이 분노와 수치심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경험해 왔던 지역차별과 1980년 5월에 당했던 학살 만행의 기억, 그리고 최근에 부쩍 심해진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폄훼 등과 맞물려 더욱 증폭됐다. 여러 시민이 참아내기 어려운 수치심을 필자에게 호소해 왔다. 나 역시 참담한 심경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필자는 시청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사실을 알아봤다. 그 결과 시중에 알려진 것과 중대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민들의 심적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타 지역 사람들이 광주에 대해 갖는 부정적 정서를 바로잡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서 말한 공문서 위조 행위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따라서 당연히 수사 결과에 따라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 행위가 수행된 전후 맥락 및 과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이 사건은 추악한 범죄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탈법행위가 탄로난(4월 29일) 바로 후에 광주광역시가 스스로 정당한 문건으로 바꿔서 일을 추진했고(6월 27일), 따라서 유치활동은 정당하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도 그 당시에 이를 문제 삼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둘째, 이는 광주시민이 괴로워할 정도로 유례 없는 특별한 탈법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와 유사한 행위가 최근의 다른 체육행사 유치활동 과정에서도 일어났으며, 그 사례에서는 이번과 같이 사건화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셋째, 이 사건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대응자세에 몇 가지 금할 수 없는 의혹이 있다. 초기에는 적극적 지원을 다짐했음에도 결정적 국면에서는 비열한 방식으로 유치활동을 방해한 행적들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의혹에 대한 정부의 해명을 요구한다. 끝으로 광주광역시에 바란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이다. 민주인권의 도시로서 명예와 자긍심을 갖고 있던 시민들에게 이 사건이 준 충격, 짓밟힌 명예에 대한 수치심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컸다. 따라서 이 사건의 관련자들은 시민의 분노와 아픔이 아물 수 있는 더 진정성 있는 사죄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이 대회가 광주공동체의 통일된 힘으로 더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 스스로를 속임, 생존 능력이 되다

    스스로를 속임, 생존 능력이 되다

    진정한 사기꾼은 남을 속이는 자가 아니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이다.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려면 자기가 먼저 속아야 한다는 점을 간파한 자기기만(Self-deception)술의 천재라 할 수 있다. 자기기만은 비단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자기기만 행위를 한다. 개인 차원을 넘어 집단적인 자기기만 행위도 역사적으로 심심찮게 벌어져 왔다. 인류는 바깥 세계를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는 방향으로 감각과 이성이 진화해 왔다. 그런데 현실을 왜곡하고, 정보를 편향시키며,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는 자기기만은 어떻게 발달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까. 진화생물학자인 로버트 트리버스의 이 책은 ‘인류의 아이러니’인 자기기만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통찰한 보고서다. 트리버스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지만 그는 호혜적 이타주의, 양육투자, 성비결정 등에 관한 진화적 분석으로 학계에서 업적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리처드 도킨스의 출세작 ‘이기적 유전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자기기만이 남을 속이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본다. 속이는 행위가 늘어날수록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속임수를 간파하는 능력이 함께 발달했고, 이러한 기만과 간파의 경쟁이 인류의 지능 향상에 기여했다고 파악한다. 하지만 남을 속이려면 그만큼 마음에 부담감과 두려움을 안게 된다. 그래서 자신조차 속이는 자기기만 능력이 방어 전략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기만 성향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학자들의 94%는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확신하고, 미국 고교생의 60%는 리더십 면에서 자신이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확신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도덕적이며, 더 뛰어나다고 여기는 이러한 자기기만은 ‘과신’과 ‘무의식’의 토대에서 자라난다. 자기기만에 대한 진화론적 이론을 나열한 전반부는 다소 지루하지만 자기기만의 실제 사례를 제시하는 후반부는 속도감 있게 읽힌다. 저자는 자기기만이 초반에는 행복감과 약간의 편익을 주지만 결국에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층위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조직적, 국가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집단적 자기기만이다. 전략이 위험하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기업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주장에 밀려 일을 추진하다 위기에 처하거나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눈앞의 위험을 막연하게 회피하려다 발생하는 항공 사고 등은 자기기만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단적 자기기만의 최악의 사례는 역사 왜곡이다. 저자는 미국의 편향된 건국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왜곡된 갈등,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량 학살 부인과 더불어 일본의 위안부 부정을 ‘역사적 기억 상실증’과 ‘강요된 거짓’으로 가득한 거짓 역사 서사의 주요 사례로 설명한다. 저자는 “(기만과 자기기만의)질병은 모든 인류 집단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어느 누구도 이 병에 면역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서 “과신과 무의식을 피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쉽지는 않겠지만 자기기만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노예무역 소송/문소영 논설위원

    동양과 서양의 힘의 균형은 1840년 아편전쟁에서 깨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구 지배의 원인으로 최근까지도 유럽의 문화가 동양보다 우월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2500여년 전 고대 그리스의 이성과 창의성, 자유 등에서 원인을 찾기도 했다. 일본이 1853년 서구로부터 강제 개항을 당한 뒤 서양과 똑같아지고자 애쓴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그러나 1960~1970년대에 들어 학자들 사이에서 색다른 해석이 나왔다. 이들은 19~20세기 초 유럽 등 서구의 세계 지배 배경으로 16세기 포르투갈·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식민지로 개척한 뒤 남미의 풍부한 은을 착취한 것을 비롯, 17~19세기에 영국·프랑스·네덜란드가 주도한 반인륜적인 노예무역과 북아메리카 식민지 개척을 손꼽았다. 중국과 비교해 조잡한 유럽의 상품들은 아프리카인과 교환됐고, 그 아프리카인은 ‘노예’라는 새로운 상품이 돼 아메리카로 팔려나간 것이다. 특히 서인도제도인 카리브해로 팔려간 아프리카 노예들은 그곳 원주민들과 함께 대단위 농장인 플랜테이션에서 노동집약적 작물인 사탕수수와 커피, 면화 등을 재배하는 강제노동에 투입됐다. 플랜테이션은 이후 남북 아메리카로 확산됐다. 아프리카 노예는 더 많이 필요해졌고 18세기에 최고조를 이뤘다. 또 아메리카의 면화는 영국에서 면직물로 대량생산돼 남북 아메리카에서 대량으로 소비됐다. 이것이 유럽을 살찌운 ‘대서양 삼각 무역’이자 서양 지배 시대의 비결이었다. 18세기 후반 영국이 면방직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묵묵히 강제노동을 해야 했던 아프리카 노예와 아메리카에서의 면화 재배, 그리고 면직물 소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노예무역이라는 유럽의 어두운 과거와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를 총칼로 점령한 부끄러운 역사가 서구 지배의 ‘비결’인 셈이다. 자메이카, 수리남 등 카리브해 14개 섬나라가 수세기에 걸친 노예무역과 원주민 대량학살에 대한 책임을 영국·프랑스·네덜란드 3개국에 묻고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한다고 한다. 17세기 말부터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다 1804년 독립한 세계 첫 흑인공화국 아이티(옛 프랑스령 생도밍그)는 과거 플랜테이션이 가져다준 폐해로 지금도 고질적인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자 문제 등 한·일 간에도 여전히 해결을 기다리는 역사적 과제가 가로놓여 있다. 300년 만에 법대(法臺)에 오른 ‘대서양 노예무역’의 심판 결과가 주목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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