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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의 고통 장르의 소통

    시대의 고통 장르의 소통

    1895년 이탈리아 국왕의 은혼식을 기념해 처음 창설된 이래 베니스비엔날레는 항상 그 시대 예술의 최전방에 있었다. 지난 9일(현지시간) 개막식과 함께 6개월 대장정에 돌입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도 예외일 수 없다. 예술이 정치·사회·경제적 이슈를 다루는 게 시대적 요구라는 것은 이번 전시의 주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02년 독일 카셀도큐멘터,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매번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주제를 던졌던 나이지리아 출신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이 올해 제시한 주제는 ‘모든 세계의 미래’다. 본전시에 초청받은 53개국 136명의 작가와 국가관 전시에 참여한 89개 나라의 커미셔너 작가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총감독이 던진 주제에 다양하게 응답했다. 산업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로 넘어가면서 생긴 문제들, 개인의 소외, 환경 재난과 인종 갈등, 전쟁, 이민자 문제를 다룬 작품이 유독 많다. ●전쟁·인종갈등·환경·이민자… 묵직한 응답 이번 비엔날레에서 영예의 황금사자상 국가관상을 받은 아르메니아관 전시는 100년 전 있었던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상기하며 오늘날의 평화를 갈구하는 뜻이 담겼다. 리비아, 시리아, 미국, 영국, 터키 등 아르메니아 출신으로 외국에 흩어져 사는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했다. 아르세날레 전시장 입구의 긴 통로에는 가나 출신의 이브라힘 마하마가 포대와 로프를 기워 만든 설치작품 ‘아웃오브바운즈’가 배치돼 있다. 석탄과 코코아 무역에 쓰였던 낡은 포대는 아프리카 내부의 공급과 수요 문제를 다룬다. 벽에는 미국 작가 브루스 나우먼이 ‘죽음’, ‘욕망’, ‘증오’라고 쓴 네온작품을 선보였다. 그 옆방에는 대포, 총기류, 탄피, 사슬톱이 늘어서 있다. 6년 만에 본전시에 초대된 한국 작가 3명의 작품도 하나같이 사회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영상·연극과의 결합… 퍼포먼스의 진화 미디어 아트 중 영상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상이 빠지면 작품이 안 될 정도다. 특이한 점은 미술과 영화의 경계가 다소 모호해지면서 임흥순의 ‘위로공단’처럼 영상 작품의 길이가 길어지고, 다분히 영화적이고 서사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상물과 다른 여러 가지 표현 방식이 혼합돼 오감을 자극하는 하이브리드 예술의 급부상도 눈에 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그동안 ‘변방의 실험적인 장르’로 치부되던 퍼포먼스의 대약진을 꼽을 수 있다. 올해 공식 참가 작품 중 50개가 퍼포먼스를 포함하고 있다. 형식도 예술가 한 사람의 행위예술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퍼포먼스 실험이 진행 중이다. 주제관에는 아예 이런 장르의 작품을 소개하는 무대까지 갖춰 놓았다. 이곳에서는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아이작 줄리언의 ‘자본론’ 낭독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퍼포먼스의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본전시에 초대된 김아영은 중동에 근로자로 파견됐던 아버지와의 인터뷰 기록과 국제유가 추이를 통해 에너지원인 석유와 이를 둘러싼 국제외교 등을 다룬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3’를 보이스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였다. 김아영이 대본을 쓰고 김희라 작곡가의 곡을 붙인 뒤 현지에서 섭외한 7명의 성악가가 지휘에 맞춰 소리를 낸다. 이용우 심사위원은 “올해는 유난히 퍼포먼스가 많이 등장했다”며 “미술이란 이런 것이라는 개념은 이제 사라지고 다양한 장르가 함께 호흡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하이브리드 예술로 현대미술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글 사진 베니스(이탈리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세계를 아프게 했다 그래서 숨죽여 아팠다

    세계를 아프게 했다 그래서 숨죽여 아팠다

    #1. 연합군 폭격 직후 독일 드레스덴의 한 방공호에 들어섰다. 수백 구의 시체가 어지러이 뒤엉켜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텅 비어 있었다. 사방이 꽉 막힌 방공호를 가득 채운 건 찜통 같은 열기와 역겨운 냄새뿐이었다. 수색해 보니 찐득하니 녹아 있는 뼈들, 녹색과 갈색이 묘하게 섞인 짙은 액체뿐이었다. 그랬다. 집중 폭격의 열기가 사람들을 통째로 녹여 버린 것이다. 녹갈색 액체가 사람이었다. 시내 쪽으로 접근하자 참상은 더 명백해졌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성인들 시신 크기는 열기 때문에 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2. 소련군이 베를린 시내로 진입했다. 소련 병사들이 벙커에 숨은 독일인들을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불러냈다. 독일어를 모르는 그들이 내뱉은 유일한 독일어는 이거였다. ‘프라우 콤!’(여자 나와!) 그 병사들의 표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들 짐작하는 얼굴들이었다. 끌려나간 여자들은 비명을 질러댔고 비명은 이내 흐느낌으로 변했다. 방공호에 있던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서는 한사코 말하려 들지 않았다. 당시 열 살이던 나도 더이상 궁금해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길거리에 나가 말라비틀어진 빵 쪼가리 하나라도 더 주워 와야 했기 때문이다. #3. 어린 시절 나를 바라보는 가족의 눈빛에는 언제나 죄책감과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다른 집에는 있는 아버지가 왜 없느냐’고 물을 때마다 가족은 늘 말을 흐렸다. 그때 이웃들은 엄마를 두고 ‘토미 호어’라고 쑥덕거렸다. 좀 커서야 비로소 ‘토미’는 나치가 영국군을 비하해서 부른 말이란 걸 알았다. 엄마는 그렇게 ‘영국군 창녀’라 불렸고, 나는 또래 친구들에게서 ‘원숭이’라 불리며 놀림받았다. 영국군 점령 당시 태어난 사생아였던 것이다. 1945년 4월 30일 아돌프 히틀러 자살, 5월 2일 베를린 함락에 이어 5월 8일. 마침내 각 지역에서 저항을 이어나가던 나치 잔당까지 완전히 소탕됐다. 해서 5월 8일은 유럽에서 2차대전이 끝난 지 70주년을 맞는 날이다. 독일은 9일을 승전기념일로 삼는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해외 언론들은 ‘독일 피해경험의 공론화’에 주목한다. ●연합군, 성폭행·약탈·방화 등 보복성 만행 사실 전범 국가의 피해 경험이란 피해 국가들엔 불편한 얘기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총동원 체제로 인한 일본 내부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 패전 뒤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의 고단함을 그린 ‘요코 이야기’, 일제의 최후를 짐작한 일본군 장교의 고뇌를 다룬 영화 ‘이오시마에서 온 편지’ 따위의 작품에는 ‘왜 너희가 피해자인 척하느냐’는 비아냥과 ‘친일’ 딱지가 들러붙는다. 누구에게나 자기 고통이 제일 큰 게 인지상정이니 그 고통에 대한 공감에서 반전 평화로 가는 길을 다 함께 찾자는 일부 주장은 여전히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종전 직전 영국군 주도로 이뤄진 1945년 2월 드레스덴 폭격은 잔혹했다. 다량의 폭탄과 소이탄을 함께 쏟아부었다. 둘의 화학작용은 엄청났다. 폭탄이 터지며 산소가 일순간 다 소모되자 그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강풍이 불었다. 이 강풍을 타고 도시 구석구석을 휩쓴 것은 소이탄의 불길이었다. 섭씨 800도의 불기둥이 시속 240㎞로 도시를 강타한 것이다. 1943년 4만명을 죽이며 함부르크를 초토화시킨 ‘고모라 작전’ 이후 간헐적으로 선보인 연합군의 ‘구역 폭격’이었다. 일본 나가사키 원폭 사망자가 4만여명이었다면 드레스덴 폭격 사망자는 3만 7000여명이었다. 이 작전을 입안한 영국군 사령관에겐 영국군 내부에서조차 ‘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드레스덴에 6884t의 폭탄이 쏟아졌다면 라이프치히엔 1만 1428t의 폭탄이 떨어졌다. 융단폭격을 맞은 쾰른은 76만명이던 인구가 종전 직후 4만명으로 줄었다. 이런 식으로 독일 전역은 140만개의 폭탄을 맞았고, 40만명이 죽었고, 750만명이 집을 잃었다. 나중에 진주한 연합군 병사들조차 예상을 뛰어넘은 참혹한 풍경에 놀랐다고 한다. ‘후방을 쳐서 적의 사기를 꺾는다’는 명분이 붙어 있긴 했지만 이 작전이 오로지 군사적 목적이었다고만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다. 1차대전에 이어 2차대전까지 일으킨 독일이다. 보복 성격이 짙었다. ●잇단 폭격에 40만명 사망·750만명 집 잃어 또 연합군 점령지에서 수많은 성폭행이 있었다. 특히 스탈린그라드 전투 등 나치 육군과 엄청난 혈전을 치렀던 소련군의 복수심은 하늘을 찔렀다. 히틀러는 자살하는 순간까지도 볼셰비즘에 대한 노골적 적개심을 드러냈을 정도니, 소련군이 독일을 보는 시각은 그 이상이었다. 소련군은 약탈, 방화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침묵 속에 묻혀버렸다. 애초에 53개국을 전쟁에 끌어들여 6000만명을 죽게 만들고,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것이 대체 누구냐는 질문이 되돌아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전 70주년을 맞아 독일 매체들이 먼저 이런 기억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가해자로서 그간 철저하게 봉인됐던 개인의 내밀한 경험들이 이번 70주년을 계기로 독일 매체를 장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시절을 살아냈고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 모두 80대 이상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는 한 시대를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獨, 가해자로서 봉인됐던 개인 피해에 귀 기울여 이런 분위기는 최근 코에르버재단의 싱크탱크 포르사서베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5월 8일을 해방의 날로 기억한다는 독일인 비중이 89%에 달했다. 연합국에 의한 패배로 기억하는 이들은 단지 9%에 그쳤다. 10년 전 35%에 비하자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2차대전의 패배가 억울한 일이라기보다 패전이 그 누구보다도 독일인 자신에게 좋은 일이었다는 점을 받아들인 것이다. 가령 기젤라 타이크만 할머니는 좀 더 커서 알게 된 2차대전의 진실 때문에 그간 해외여행이 괴로웠다. 국적이 독일로 찍혀 나오는 여권이 너무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연합군의 만행에 대한 어릴 적 기억도 담담히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타이크만 할머니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얘기들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테 바우 팀머브링크는 아예 ‘우리, 점령지 아이들’이란 책을 냈다. 전승국 군인의 사생아 기록이다. 미군의 사생아인 팀머브링크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독일에만 25만명, 오스트리아에만 2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미군 아버지를 찾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과거를 덮으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막상 아버지를 찾는다 해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다”면서도 “오랫동안 고심해 온 문제를 해결한 이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고 말했다. 역사학자인 폴 놀테 베를린자유대학 교수는 “100% 가해자라고만 말하기에는 비어 있는, 어떤 기억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서 “이제 거대한 이야기에서 개개인의 운명에 대한 얘기들로 사람들의 관심이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전승국 군인의 사생아 기록 ‘우리… ’ 책도 출간 물론 역사적 책임을 부인하거나 망각하는 건 아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드레스덴 폭격 70주년 연설에서 “우리는 그 끔찍한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면서 “독일이 피해자인 척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 자리엔 폭격을 주도한 영국 측 사이먼 맥도널드 대사도 참석했다. 드레스덴 폭격 피해를 과장하려는 극우세력을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 무명용사 묘를 찾아 헌화한다. 종전 뒤 가장 잔혹하게 독일인을 학살했으며, 동독의 공산 독재를 지원했고, 지금도 신냉전으로 갈등하고 있음에도 나치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들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잊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표현이다. 종전 70주년, 독일은 엄살 부리거나 핑계 대지 않았다. 나직이 읊조렸을 뿐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막말과 독설 사이, ‘당대포’ 정청래 ‘독설정치’ 어디까지…

    막말과 독설 사이, ‘당대포’ 정청래 ‘독설정치’ 어디까지…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8일 정청래 최고위원과의 설전 끝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 최고위원의 ‘직설화법’에 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당시 “당대포가 되겠다”면서 강력한 대여(對與) 공세 및 선명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강경한 발언, 또는 가벼운 언사로 ‘설화(舌禍)’를 빚어내기도 했다. 그는 SNS에서 가장 활발하게 대중들과 소통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매일 SNS를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공식 석상에서 하지 못했던 발언들을 쏟아낸다. 특히 대통령은 물론 여권 실세들을 향한 저격수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기존 정치인들과 비교해 가벼운 표현, 과격하고 직설적인 발언에 정 최고위원의 지지자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반응이 잇따른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야당 의원 답게 거침 없는 발언이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좀 더 정제된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소통과 품격, 막말과 독설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정 최고위원의 직격 발언들을 모아봤다.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 치는 것이 더 큰 문제” (5월 8일)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4·29 재보선 패배와 관련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를 지적한 것을 두고 정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며 정면으로 부딪혔다.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지난 6일에도 트위터에 “뭐 뀌고 성내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김무성 대표, 비겁하고 남자답지 못해” (5월 8일)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이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 정 최고위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여야 합의 및 사회적 대타협기구,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학자들까지 합의한 것을 청와대 헛기침 한 방에 꼬리내렸다”면서 “그럼 여당 대표답게 잘못을 인정해야지 왜 야당 책임으로 덮어씌우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참 비겁하고 남자답지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굿바이~ 다음 타겟은?” (5월 4일) 정 최고위원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한 뒤부터 꾸준히 비판을 해왔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되자 더욱 더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그동안 홍 지사를 향해 남겼던 트위터를 모두 모아서 올렸는데 50여개에 달했다. 또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저격수 역할을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이완구, 홍준표 저격을 마치고 다음 순번을 골라야겠다”면서 “다음은 누구를 타겟팅으로 할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물타기하다 개망신 당할 수 있다” (지난달 17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권 정치인들에게 불법 선거·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정황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뒤 일주일 남짓 지나자 야권 인사들도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정 최고위원은 ‘물타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단군 이래 최악성 권력형 부패스캔들 쓰나미가 박근혜 정권을 덮치고 있다. 가히 쓰나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그 강렬함이 정권을 통째로 집어 삼키려는 기세”라면서 “이럴 때 흔히 권력은 여야 동반자살의 물타기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물타기 잘못하다 더 큰 개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최고위원은 “오늘 하루종일 여의도 정가에는 미확인 여야 동반 리스트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하다”면서 “허위 사실 유포자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개망신에 패가망신까지 각오들 하시라. 동료 의원들에 대한 부당하고 비열한 공격에 당대포로서 대신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지금 장난치십니까?”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관련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던 상황이라 회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 전 총리의 거취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하자 정 최고위원은 “다녀와서 결정할 거면 다녀와서 만나지. 온 국민 귀 쫑긋하게 만들어 놓고 이게 뭡니까? 장난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전에도 “하필이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오늘 꼭 해외에 나가셔야 했습니까?”라면서 “해외순방이 아니라 해외도피처럼 느껴집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얼굴 참 두껍다” (2월 14일) 지난 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정 최고위원은 “두 얼굴의 사나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서 “여기서는 이 말, 저기서는 저 말, 진정성 결핍증을 앓고 있는 양심불량자는 현직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같은 편 박 대통령도 노여워하시고….”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참 얼굴 두껍다. 노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으로 인정도 안 하고 지난 대선 때 반말로 ‘노무현이가 NLL을 포기했다’며 부산 유세장에서 저주와 증오의 허위사실 유포하고선…”이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닉슨 대통령은 하야…박근혜 대통령은?” (2월 1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개입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자 정 최고위원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비교하며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결국 닉슨 대통령은 하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겠다. 과연 어떻게 정치생명을 책임질 것인지 대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 참배할 수 있느냐” (2월 10일) 정청래 의원은 지난 2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립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겠느냐,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천황 묘소에 가 절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더니…” (2013년 8월) 지난 2013년 8월 국정원의 선거개입 관련 청문회에서 당시 민주당 간사였던 정 최고위원은 김태흠 새누리당을 향해 “막말 대마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당시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이 제시했던 경찰청 CCTV 동영상을 두고 “민주당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만날 조작하고 왜곡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줄 아느냐”고 반발했다.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 감빵” (2013년 7월)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7월 ‘정치공작 규탄 및 국가정보원 개혁촉구 당원 보고대회’를 소개하며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은 감빵으로”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바뀐 애’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으로 인해 대선 결과가 바뀌었다는 뜻의 비하하는 말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용어로 쓰인 바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막말과 독설 사이, ‘당대포’ 정청래 설화 어디까지…거침 없는 직격발언들

    막말과 독설 사이, ‘당대포’ 정청래 설화 어디까지…거침 없는 직격발언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8일 정청래 최고위원과의 설전 끝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 최고위원의 ‘직설화법’에 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당시 “당대포가 되겠다”면서 강력한 대여(對與) 공세 및 선명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강경한 발언, 또는 가벼운 언사로 ‘설화(舌禍)’를 빚어내기도 했다. 그는 SNS에서 가장 활발하게 대중들과 소통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매일 SNS를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공식 석상에서 하지 못했던 발언들을 쏟아낸다. 특히 대통령은 물론 여권 실세들을 향한 저격수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기존 정치인들과 비교해 가벼운 표현, 과격하고 직설적인 발언에 정 최고위원의 지지자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반응이 잇따른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야당 의원 답게 거침 없는 발언이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좀 더 정제된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소통과 품격, 막말과 독설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정 최고위원의 직격 발언들을 모아봤다.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 치는 것이 더 큰 문제” (5월 8일)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4·29 재보선 패배와 관련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를 지적한 것을 두고 정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며 정면으로 부딪혔다.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지난 6일에도 트위터에 “뭐 뀌고 성내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김무성 대표, 비겁하고 남자답지 못해” (5월 8일)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이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 정 최고위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여야 합의 및 사회적 대타협기구,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학자들까지 합의한 것을 청와대 헛기침 한 방에 꼬리내렸다”면서 “그럼 여당 대표답게 잘못을 인정해야지 왜 야당 책임으로 덮어씌우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참 비겁하고 남자답지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굿바이~ 다음 타겟은?” (5월 4일) 정 최고위원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한 뒤부터 꾸준히 비판을 해왔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되자 더욱 더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그동안 홍 지사를 향해 남겼던 트위터를 모두 모아서 올렸는데 50여개에 달했다. 또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저격수 역할을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이완구, 홍준표 저격을 마치고 다음 순번을 골라야겠다”면서 “다음은 누구를 타겟팅으로 할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물타기하다 개망신 당할 수 있다” (지난달 17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권 정치인들에게 불법 선거·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정황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뒤 일주일 남짓 지나자 야권 인사들도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정 최고위원은 ‘물타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단군 이래 최악성 권력형 부패스캔들 쓰나미가 박근혜 정권을 덮치고 있다. 가히 쓰나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그 강렬함이 정권을 통째로 집어 삼키려는 기세”라면서 “이럴 때 흔히 권력은 여야 동반자살의 물타기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물타기 잘못하다 더 큰 개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최고위원은 “오늘 하루종일 여의도 정가에는 미확인 여야 동반 리스트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하다”면서 “허위 사실 유포자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개망신에 패가망신까지 각오들 하시라. 동료 의원들에 대한 부당하고 비열한 공격에 당대포로서 대신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지금 장난치십니까?”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관련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던 상황이라 회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 전 총리의 거취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하자 정 최고위원은 “다녀와서 결정할 거면 다녀와서 만나지. 온 국민 귀 쫑긋하게 만들어 놓고 이게 뭡니까? 장난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전에도 “하필이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오늘 꼭 해외에 나가셔야 했습니까?”라면서 “해외순방이 아니라 해외도피처럼 느껴집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얼굴 참 두껍다” (2월 14일) 지난 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정 최고위원은 “두 얼굴의 사나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서 “여기서는 이 말, 저기서는 저 말, 진정성 결핍증을 앓고 있는 양심불량자는 현직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같은 편 박 대통령도 노여워하시고….”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참 얼굴 두껍다. 노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으로 인정도 안 하고 지난 대선 때 반말로 ‘노무현이가 NLL을 포기했다’며 부산 유세장에서 저주와 증오의 허위사실 유포하고선…”이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닉슨 대통령은 하야…박근혜 대통령은?” (2월 1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개입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자 정 최고위원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비교하며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결국 닉슨 대통령은 하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겠다. 과연 어떻게 정치생명을 책임질 것인지 대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 참배할 수 있느냐” (2월 10일) 정청래 의원은 지난 2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립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겠느냐,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천황 묘소에 가 절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더니…” (2013년 8월) 지난 2013년 8월 국정원의 선거개입 관련 청문회에서 당시 민주당 간사였던 정 최고위원은 김태흠 새누리당을 향해 “막말 대마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당시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이 제시했던 경찰청 CCTV 동영상을 두고 “민주당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만날 조작하고 왜곡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줄 아느냐”고 반발했다.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 감빵” (2013년 7월)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7월 ‘정치공작 규탄 및 국가정보원 개혁촉구 당원 보고대회’를 소개하며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은 감빵으로”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바뀐 애’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으로 인해 대선 결과가 바뀌었다는 뜻의 비하하는 말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용어로 쓰인 바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 징용시설 세계유산 등재에 ‘친서’ 로비 나선 아베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이 포함된 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이 전방위 외교 로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등재 자격 논란이 들끓는 와중에 아베 신조 총리가 등재 심사를 맡은 관계국들에 친서까지 보내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다음달 말 최종 심사를 앞두고 시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총리가 작정하고 ‘등재 굳히기’에 팔소매를 걷어붙인 모양새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도록 유네스코에 권고했다. 23곳 중에는 나가사키조선소와 야하타제철소 등 태평양전쟁 중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된 산업시설 7곳이 포함됐다. 일본의 등재 작업은 치밀하게 전개됐다. 문제의 산업시설들을 ‘산업 근대화의 유산’이란 허울을 씌워 등재 신청한 뒤 시비가 이어지자 그 유산 가치를 한·일 강제병합 이전까지로 한정 짓는다는 대응 논리를 들이댔다.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전에 들어선 시설인 만큼 강제 징용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주장이다. 전례로 봤을 때 ICOMOS의 등재 권고는 ‘다 된 밥’을 의미한다. 다음달 말에 있을 제39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결정되는 공식적인 수순만 남겨 뒀다고 보면 된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는 기정사실로 굳어진 분위기다. 문제의 산업시설이 있는 섬 주변으로 내국인 관광객들이 연일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정부는 뒤늦게야 수습에 나서는 척하고 있다. 두 나라 외교 당국자가 조만간 만나 세계유산 등재 시 징용 사실 기재 등의 쟁점을 협의해 보겠다고 한다. 지금 와서 승산 있는 얘기가 아닐 게 뻔하다. 이번 등재 건은 갑자기 불거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2012년부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외교부는 뭘 했는지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뒷북 외교’를 들먹이는 것도 입이 아프다. 등재를 없었던 일로 돌릴 수 없다면 남은 카드는 하나다. 유대인 학살 현장인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일본 징용시설도 ‘부(負)의 유산’으로 등재시켜야 한다. 반인간적 범죄 행위를 상징하는 반면교사의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옷 벗을 각오로 이번 등재 건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 사죄 안 한 日 vs 용서 구한 獨… ‘너무 다른’ 유엔총회장 추모 메시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장에서 진행된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가해국 일본과 독일이 대비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일본 측은 사죄 없이 모호하게 반성한 반면 독일 측은 전쟁의 책임과 유대인 학살까지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요시카와 모토히데 유엔 주재 일본 대사는 “일본이 최근 70년간 전쟁에 대한 ‘깊은 후회’를 바탕으로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를 존중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서의 길을 걸어 왔다”고 영문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달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전후 우리는 전쟁에 대한 ‘깊은 후회’를 명심하고 길을 걸어 왔다. 우리의 행위는 아시아 국가의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다. 우리는 거기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것을 조금 바꾼 것이다.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요시카와 대사의 메시지에도 사죄와 반성은 없었다. 전쟁의 책임 소재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 대사의 메시지는 일본과는 대비된다. 하랄트 브라운 유엔 주재 독일 대사는 “나치 독일에 의해 촉발된 전쟁은 이웃 국가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줬으며 결과적으로 독일 시민에게도 고통을 줬다”며 전쟁에 대한 책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이어 “국가사회주의 정권(나치)의 범죄는 전례 없는 것”이라며 유대인 수백만명을 학살한 사건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영화 多樂房] ‘투 라이프’

    [영화 多樂房] ‘투 라이프’

    ‘아우슈비츠’. 지금은 폴란드의 작은 공업도시일 뿐이지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 지명은 인간이 인간성을 상실해 버린 무섭고 끔찍한 장소의 대명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 라이프’에는 유대인 대량 학살로 악명 높은 이 공간에서 십대를 보낸 후 풀려난 세 여성이 등장한다. 죽음의 고비를 함께 넘겼던 이들은 행군 도중 헤어졌다가 신문사를 통해 15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한다. 이번에는 낭만이 가득한 아름다운 프랑스의 베르크 해변에서. 사랑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한 ‘엘렌’, 강인한 페미니스트가 된 작가 ‘릴리’, 이름처럼 꽃무늬 드레스를 즐겨 입는 여성스러운 ‘로즈’는 곧잘 티격태격하면서도 이 기적 같은 만남의 기쁨과 감동을 감추지 못한다. 북적이는 휴양지의 눈부신 햇살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첫 장면에서 짧게 보여줬던 컴컴하고 암울한 아우슈비츠의 풍경을 금방 잊게 할 만큼 따사롭고 즐겁기만 하다. 한껏 멋을 낸 세 사람이 해변에서 선탠을 즐기는 모습은 여느 피서객들의 휴가와 다름없이 즐거워 보인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쇼핑을 하고, 밤새 수다를 떨며 보내는 하루하루는 그녀들이 누리지 못했던 평범한 소녀 시절을 환기시킨다. 그러나 이 평온한 한때가 빼앗긴 청춘을 보상해 줄 수는 없다. 그녀들의 삶에는 떨쳐 낼 수 없는 아우슈비츠의 악령이 따라다니고 있으며 그것은 이들을 끊임없이 행복과 괴리시키고 있다. 잊으려 했던 참혹한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도 있는 세 사람이 서로를 그토록 그리워했던 것은 자신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해 줄 친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아우슈비츠가 그들의 가정에 남긴 불행의 씨앗들을 털어놓을수록 이들의 거리도 점점 가까워진다. 떨어져 있었던 십수 년간의 세월을 의식하듯 카메라는 연신 세 사람을 한 프레임에 담아낸다. 엘렌의 남편이 수용소에서 당한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직후 어깨와 허리에 팔을 두르고 단단히 맞물린 채 해변을 걷는 뒷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바닷물이 저만치 빠져 있는 건조한 배경 속에서 그렇게 세 여자는 말 대신 서로를 끌어안으며 위로를 건넨다. 로즈가 유리잔에 담아 둔 찻물을 우려낸 뒤 남은 티백처럼 휴가 동안 그들의 아우슈비츠는 물기도, 향도 베르크 해변의 대기 속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상처를 보듬어 가던 세 사람은 유대교 의식을 통해 하나가 된 후 일상으로 복귀한다. 고통스러웠던 과거도 세월 앞에서는 순화되기 마련이지만 과연 아우슈비츠의 트라우마도 그렇게 조금씩 퇴색될 수 있을까.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감독이 이 세 여성-그의 어머니를 포함한-을 바라보는 밝은 시각을 잘 대변한다. ‘투 라이프’는 불가항력적이었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생기와 유머, 우정으로 그 생채기를 치유해 간 여성들의 이야기다. 1960년대의 풍경은 물론이요 감수성까지 담아낸 영상과 운치 있는 왈츠 음악이 명배우 세 명의 연기와 더불어 영화에 품격을 더하고 있다. 7일 개봉. 15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단독] ‘日 징용시설 세계유산 등재’ 뒷북 외교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일본의 조선인 강제 징용 현장 7곳이 포함된 산업시설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과 관련해 양자 회담을 열어 징용 사실 기재 등 쟁점을 협의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은 이달 중 도쿄에서 양측 외교부 담당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당국자 회담을 열기로 한 것이 5일 확인됐다. 도쿄 소식통들은 당국자 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강제 징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징용 대상지 7곳에 대해 폴란드의 유대인 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과 같은 ‘부정적인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 등을 제안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신청한 23곳 전체의 문화유산 등재 저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강제 징용과 관련된 사실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세부 일정을 조정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에 대한 외교전 및 한국에 대한 설득 강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양국 협의에서 타결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NHK방송은 이날 “일본 정부가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의 가치를 한국 등 각국에 이해시키도록 힘을 모으는 한편 세계유산 등록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는 일본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다음달 28일부터 10일간 독일 본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표결까지 갈 것을 대비해 위원회 의장국 독일을 비롯한 21개 회원국에 설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이 다음달 한·일 수교 50주년과 8월 종전 70주년 담화를 앞둔 상황에서 강제 징용 시설을 유네스코 등재 신청한 것이 한·일 양국의 외교적 악재로 작용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부족 갈등… 도망간 왕… 무너진 남미… 피정복자가 쓴 역사

    부족 갈등… 도망간 왕… 무너진 남미… 피정복자가 쓴 역사

    정복당한 자의 시선/미켈 레온 포르티야 엮음/고혜선 옮김/문학과지성사/349쪽/1만 8000원 대개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짓밟고 불태우니 정복당한 땅에 남은 게 있을 리 없다. 한데 새 책 ‘정복당한 자의 시선’은 이례적으로 원주민의 시각에서 스페인의 아스테카 제국 정복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스페인 정복자들의 출현을 예견한 비운의 전조들, 피정복 과정에서 빚어진 학살의 참상 등에 대해 원주민들이 남긴 기록은 놀라울 만큼 자세하고 극적이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유럽의 시선은 ‘황금의 땅’ 남아메리카로 쏠렸다. 첫 ‘잭팟’은 스페인의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터뜨렸다. 코르테스는 1519년 중앙아메리카 유카탄반도, 지금의 멕시코에 상륙했다. 이후 찬란한 문명을 구가하던 아스테카 제국은 불과 1년 만에 코르테스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만다. 의문이 생긴다. 코르테스는 어떻게 극소수의 병력으로 인구 500만명에 달했던 아스테카 제국을 굴복시켰을까. 제아무리 발달된 무기로 무장했다 해도, 이는 불가능한 모험이었다. 저자는 제국의 몰락을 불러온 단초 중 하나로 부족 간 갈등과 반목을 꼽았다. 정복(의 야욕을 숨긴)자들이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현 멕시코시티)에서 100㎞쯤 떨어진 틀락스칼라에 도착하자 이 지역 지배계급들은 어이없게도 최고급 토르티야 등을 대접했다. 정복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필요로 하는 것들을 모두 제공했다. 심지어 딸들까지. 그리고 그들에게 이웃 촐룰라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내심 정복자들이 자기들 대신 걸핏하면 으르렁댔던 이웃을 혼내주길 바랐던 거다. 이런 식의 비극적 동맹과 암울한 분열은 제국의 종말을 부채질했다.왕은 어땠을까. 책은 정복자들의 패악질에 소스라치게 놀란 모테쿠소마(몬테수마) 왕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칠 곳을 찾느라 전전긍긍이었다고 적고 있다. 지구 반대편 한반도에서 그 역사의 데자뷔를 본다. 왜군을 피해 도망갔던 군주, 제 곳간 채우기에 급급했던 친일 인사들, 남루한 역사의 파편들은 어디나 닮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사설] 하버드대 뒷문으로 들어간 아베의 방미 행보

    예상했던 대로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비뚤어진 과거사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방미 둘째 날인 그제(현지시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강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 피해자’로 표현했다. 강연장 밖에서 휠체어에 앉아 ‘침묵의 마스크’를 쓴 채 시위 중이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왔음은 물론이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된 여성들은 헤아릴 수 없는 아픔과 설명할 수 없는 피해를 봤다”면서 “이 문제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강제 동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직시, 인정하기는커녕 제3자인 양하며 교묘하게 ‘물타기’한 것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한 것을 알아서 그랬는지 아베 총리는 강연장인 하버드대에 정문 아닌 뒷문을 통해 입장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와 하버드대생들이 치켜든 ‘역사를 직시하라’는 플래카드도 외면했다. 그의 귀에 “떳떳하다면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야지 왜 뒤로 돌아 몰래 들어가느냐”는 이 할머니의 외침이 들렸을 리도 만무하다. 0.1%의 가능성일지라도 그의 입을 통해 사과와 반성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 싶어 했던 세계인들의 기대를 아베 총리는 무참하게 저버렸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포괄적으로나마 인정한 고노 담화를 지지한다고 태연하게 언급한 대목에서는 분노감마저 치밀어 오른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방문한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비롯한 과거사 반성과 식민지배 및 침략 행위에 대한 사과 없이 전쟁 추모 시설을 찾은 ‘꼼수’가 읽혀지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유체이탈’식 방미 행보에 대해서는 미국 현지에서조차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아베 총리의 진심이 무엇이든 간에 그는 인류애적 관점에서 크나큰 죄업을 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독일의 유대계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이송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을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모르며 관료제적 타성에 젖은 ‘명령 수행자’”로 규정했다. 사유 무능력, 특히 타인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선조들의 전쟁 범죄에 대한 사죄와 반성에 인색한 아베 총리 역시 사유 무능력 상태인 것은 아닌가. 동북아 평화와 한·일 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도 피해 당사국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아베 총리의 ‘이중성’은 그 자체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근원일 뿐이다.
  • ‘어벤져스2’ 로다주, 이번엔 인종차별 발언 논란

    ‘어벤져스2’ 로다주, 이번엔 인종차별 발언 논란

    ‘어벤져스2’로 전 세계를 돌며 프로모션을 진행중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얼마 전 인터뷰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 논란이 된 가운데, 런던에서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또 한번 구설에 올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멕시코 출신의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슈퍼히어로 무비에 대해 “문화적 집단 학살(Cultural genocide)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뜻을 밝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이냐투리 감독)의 의견을 존중한다. 나는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남자들이 ‘문화적 집단 학살’이라는 구절을 말할 때 얼마나 쾌활해 보이는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인터뷰 발언은 곧장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퍼졌고, 이를 본 사람들은 인종차별, 무지한 발언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영화 ‘어벤져스2’로 프로모션 진행 중인 출연배우들의 인터뷰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에서 각각 ‘호크아이’와 ‘캡틴 아메리카’로 열연한 배우 제레미 레너와 크리스 에반스는 역시 영국 언론과 한 인터뷰 도중 여성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어벤져스 2’에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분한 블랙위도우 캐릭터에 대해 “난잡한 계집(slut)”, “매춘부(whore)”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이에 제레미 레너는 “천박한 농담이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죄송하다. 피곤하고 지루한 프레스 투어 가운데 그저 놀리려고 했던 말“이라며 사과했고, 크리스 에반스 역시 ”유치하고 모욕적인 말로 팬들을 화나게 했다. 진심으로 후회하며 죄송하다“고 전했다. 한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인종차별 논란의 ‘주인공’인 이냐리투 감독은 한국의 김치 비하 표현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던 영화 ‘버드맨’을 연출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메르켈과 아베의 국가이성/최광숙 논설위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991년 독일 통일 후 첫 조각에서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된 뒤 첫 외국 방문지로 선택한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총리가 된 후 더욱 이스라엘을 챙겼다. 총리 재임 첫 7년 동안 이스라엘을 방문한 횟수만 네 번이다. 이렇듯 메르켈의 외교정치에서 이스라엘은 유럽연합과 미국에 비견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관련한 독일의 역사적 부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도 화답했다. 히브리대학에서 메르켈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2008년 3월 이스라엘 건국 60주년을 맞아 이스라엘 의회는 총리로는 처음으로 메르켈에게 연설하도록 기회를 줬다. 국가원수들만 불러 연설을 듣는 관행을 메르켈을 위해 과감히 깬 것이다. 독일에 있는 유대인 공동체도 ‘레오 백’이라는 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독일유대교중앙위원회가 독일 유대인을 위해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2007년 9월 메르켈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나 이전의 모든 독일 총리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독일의 특별한 역사적 책임을 의무로 여겼다. 나 역시 이런 특별한 역사적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한다. 그것은 독일의 ‘국가이성’에 속한다”고 말했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가 쓴 메르켈의 전기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에서 저자는 메르켈의 국가이성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빼고는 독일을 논할 수 없다’는 역사관에서 출발해 나치에 대한 반성은 물론 나아가 독일에 이스라엘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중요한 정치적 임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이성은 국가의 임무에 담긴 정치적 합리성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이성’(國家理性)은 프랑스어인 ‘레종 데타’(raison dEtat)를 번역한 말로 이미 로마시대에 사용됐다. 고대에서 국가이성이라는 관념은 위정자 개인의 경험에 입각하는 정치기술로서 인정되었지만 중세는 교회가 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지배하던 때라 국가는 독자적인 존재 이유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국가이성이 현실의 정치나 정치학에 도입되어 확립된 것은 마키아벨리 때이다. 르네상스 지식인 마키아벨리는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 국가는 정치가의 도덕적 규범과 같은 개인 윤리가 아닌 국가이성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훗날 히틀러의 무차별 정복이나 유대인의 학살 등을 정당화하는 데 잘못 활용되기도 했다.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8월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담화에서 과거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의 표현을 담지 않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점차 히틀러를 닮아가는 듯한 아베는 메르켈의 국가이성이 뭔지나 알고 있는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세 번째 르펜’ 佛 극우정당 대표 조카, 도 의원 출마 선언

    ‘세 번째 르펜’ 佛 극우정당 대표 조카, 도 의원 출마 선언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현직 당 대표인 딸 마린 르펜(왼쪽)과의 불화 끝에 도 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FN 창설자 장마리 르펜(가운데) 명예대표 대신 손녀가 출마한다. 올해 25세인 르펜의 손녀 마리옹 마레샬 르펜(오른쪽)이 오는 12월 열리는 도 의원 선거에서 할아버지 선거구의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고 17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마린 르펜 대표와는 고모, 조카 사이다. 르펜 명예대표가 최근 나치의 유대인 학살 가스실을 옹호한 게 부녀 간 갈등을 촉발시켰다. 르펜 명예대표는 “가스실은 2차 세계대전 역사의 소소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반유대주의에서 탈피하고 생활정치를 주장하며 대중의 호감을 키우는 중인 딸 마린 르펜 대표는 “아버지가 정치적 자살을 선택했다”고 비판하며 지방선거 지지 의사를 철회해 갈등을 빚었다. 르펜 부녀는 이후 정계 은퇴 공방까지 벌이며 대립했으나 FN 지지자의 3분의2가 르펜 명예대표의 출마 포기에 찬성하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결국 출마 의사를 접었다. 르펜 명예대표 대신 출마하는 마리옹은 정치 성향 면에서 고모보다 할아버지와 가깝다. 르펜 명예대표는 이미 마리옹 지지 선언을 했다. 최근 선호도 조사에서 유권자의 40%가 마리옹에게 호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日학살기간 중 잡힌 슬프면 색 변하는 돌고래 사연

    日학살기간 중 잡힌 슬프면 색 변하는 돌고래 사연

    자신을 구해달라는 신호일까. 현재 일본 타이지 포경박물관 수족관에서 전시 중인 흰돌고래 한 마리가 감정변화에 따라 몸빛이 분홍색으로 바뀌는 보기드문 능력이 있다는 것이 공개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속 돌고래는 벨루가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흰돌고래가 아닌 알비노 증상 때문에 회색이 아닌 흰색 몸을 갖게 된 병코돌고래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돌고래는 화가 나거나 슬프고, 혹은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 몸빛이 빠르게 분홍색으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돌고래의 얇은 피부 때문. 감정 상태에 따라 피부 바로 밑 혈관에 피가 몰리면서 그런 변화를 일으킨다. 쉽게 말해 얼굴이 홍당무처럼 잘 붉어지는 사람들과 같은 현상인 것이다. 이 돌고래의 능력은 타이지 포경박물관과 도쿄 해양대, 일본고래연구원(ICR)이 ‘포유류 연구’(Mammal Study)라는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이 돌고래는 지난해 1월 일본 타이지마을에서 잔혹한 돌고래 학살 기간 붙잡혔고 다른 고래들과 달리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박물관 측에 팔렸다. 타이지의 돌고래 학살은 오스카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2009년)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돌고래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환경보호 운동가들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돌고래 피로 물든 타이지 앞바다의 모습을 공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후 국제사회가 끊임없이 돌고래 학살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지 어민들은 여전히 돌고래잡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나우! 지구촌] 슬프면 분홍색으로…日학살기간에 잡힌 ‘흰돌고래’

    [나우! 지구촌] 슬프면 분홍색으로…日학살기간에 잡힌 ‘흰돌고래’

    자신을 구해달라는 신호일까. 현재 일본 타이지 포경박물관 수족관에서 전시 중인 흰돌고래 한 마리가 감정변화에 따라 몸빛이 분홍색으로 바뀌는 보기드문 능력이 있다는 것이 공개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속 돌고래는 벨루가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흰돌고래가 아닌 알비노 증상 때문에 회색이 아닌 흰색 몸을 갖게 된 병코돌고래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돌고래는 화가 나거나 슬프고, 혹은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 몸빛이 빠르게 분홍색으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돌고래의 얇은 피부 때문. 감정 상태에 따라 피부 바로 밑 혈관에 피가 몰리면서 그런 변화를 일으킨다. 쉽게 말해 얼굴이 홍당무처럼 잘 붉어지는 사람들과 같은 현상인 것이다. 이 돌고래의 능력은 타이지 포경박물관과 도쿄 해양대, 일본고래연구원(ICR)이 ‘포유류 연구’(Mammal Study)라는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이 돌고래는 지난해 1월 일본 타이지마을에서 잔혹한 돌고래 학살 기간 붙잡혔고 다른 고래들과 달리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박물관 측에 팔렸다. 타이지의 돌고래 학살은 오스카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2009년)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돌고래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환경보호 운동가들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돌고래 피로 물든 타이지 앞바다의 모습을 공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후 국제사회가 끊임없이 돌고래 학살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지 어민들은 여전히 돌고래잡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소설로 만나는 다양한 인간성의 흔적들

    소설로 만나는 다양한 인간성의 흔적들

    세계문학여행-소설로 읽는 세계사/김한식 지음/실천문학사/628쪽/2만 2000원 세계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들을 세계 여러 나라의 소설들을 통해 조명한 역작이다. 국내 번역 소개된 세계 고전 작품 중 역사적으로 주요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들만 추렸다. 산업혁명, 프랑스혁명, 한자동맹, 보불전쟁, 러시아 혁명과 전쟁, 발칸 전쟁, 나이지리아 해방과 근대화, 케냐 독립,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도미니카 독재자 살인 사건, 미국 대공황, 중국의 문화대혁명, 히로시마 원폭, 태평양 전쟁, 베트남전쟁, 스페인 내전, 유대인 학살 등 27개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34편의 작품을 분석했다. 저자는 소설과 근대, 세계라는 주제를 하나로 묶어보고 싶어 2년 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소설을 읽고 소설의 배경을 살펴보고 그 배경이 어떻게 소설로 형상화됐는지를 정리했다. 책 제목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소설들이 실려 있다. 서유럽 소설로 시작해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를 거쳐 다시 유럽 소설로 마무리했다. 시간적으로는 책의 시작과 끝이 근대의 시작과 끝으로 맞물리도록 했다. 근대소설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로빈슨 크루소’에서 시작해 21세기에 창작된 스웨덴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끝을 맺었다. 저자는 “이 책은 한마디로 소설을 통한 역사 읽기, 역사를 통한 소설 읽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소설을 통한 역사 읽기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인간을 만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며 “소설 속에서 내가 만난 역사는 사건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한 시대를 살아간 다양한 인간성의 흔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1997년 시인 김명인의 시를 다룬 ‘여행과 빈집의 시학’으로 작가세계 신인평론상을 받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감정 변하면 분홍색…日서 포획된 흰돌고래 ‘슬픔’

    감정 변하면 분홍색…日서 포획된 흰돌고래 ‘슬픔’

    자신을 구해달라는 신호일까. 현재 일본 타이지 포경박물관 수족관에서 전시 중인 흰돌고래 한 마리가 감정변화에 따라 몸빛이 분홍색으로 바뀌는 보기드문 능력이 있다는 것이 공개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속 돌고래는 벨루가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흰돌고래가 아닌 알비노 증상 때문에 회색이 아닌 흰색 몸을 갖게 된 병코돌고래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돌고래는 화가 나거나 슬프고, 혹은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 몸빛이 빠르게 분홍색으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돌고래의 얇은 피부 때문. 감정 상태에 따라 피부 바로 밑 혈관에 피가 몰리면서 그런 변화를 일으킨다. 쉽게 말해 얼굴이 홍당무처럼 잘 붉어지는 사람들과 같은 현상인 것이다. 이 돌고래의 능력은 타이지 포경박물관과 도쿄 해양대, 일본고래연구원(ICR)이 ‘포유류 연구’(Mammal Study)라는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이 돌고래는 지난해 1월 일본 타이지마을에서 잔혹한 돌고래 학살 기간 붙잡혔고 다른 고래들과 달리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박물관 측에 팔렸다. 타이지의 돌고래 학살은 오스카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2009년)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돌고래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환경보호 운동가들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돌고래 피로 물든 타이지 앞바다의 모습을 공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후 국제사회가 끊임없이 돌고래 학살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지 어민들은 여전히 돌고래잡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국 첫 이슬람 출판사 대표 후세인 크르데미리가 말하는 무슬림이란…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국 첫 이슬람 출판사 대표 후세인 크르데미리가 말하는 무슬림이란…

    이 세상에는 유별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21년간 이 땅에 무슬림(이슬람 신자)으로 살고 있는 터키 출신의 후세인 크르데미리(44·한국명 장후세인)도 종교계에선 이름 난 인물이다. 본국에서부터 한국어를 전공해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공부를 계속한 한국통이다. 이슬람 제대로 알리기를 천직이자 으뜸 소명으로 삼다가 한국에 귀화했고 결국 3년 전 출판사를 직접 차려 한국과 이슬람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 사는 그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사원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최근 들어 이슬람국가(IS)의 움직임이 지구촌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돼 버린 느낌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IS가 테러와 침탈, 학살의 주체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IS는 어떤 단체인가. -나도 잘 모른다. 9·11사태가 발생하기 전 사람들이 오사마 빈라덴을 잘 몰랐던 것처럼 IS 역시 갑자기 돌출돼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됐다. 대부분의 무슬림들이 당황스러워한다. 정치적 배후며 무기 공급 통로 같은 것들이 베일에 가려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분명한 건 그들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무슬림이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이슬람 신앙에 토대를 둔 순수 종교집단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로 결속된 무장단체로 본다. →IS는 테러 등 집단행동을 할 때 꼭 이슬람을 표방하고 이슬람 단체임을 명시하는데. -나를 포함해 전 세계 16억 이슬람 교도들이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다. 그들의 행태는 코란과 예언자 언행록인 하디스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코란에는 ‘한 사람을 죽이는 건 온 인류를 죽이는 것과 같고,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온 인류를 구하는 것과 같다’고 쓰여 있다. 예언자 언행록인 하디스에는 낙타를 타고 갈 때 강아지가 밟혀 죽을까 염려해 길을 바꿔 돌아갔다는 대목도 전해진다. 무슬림들은 그렇게 배웠고 배우고 있다.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고, 함께 행동하지 않는다고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다면 무슬림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이슬람에서는 전투에도 나름의 법도가 있다. 나와 싸우는 사람만 적으로 보며 나를 죽일 목적으로 무기를 들지 않는 한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은 절대 죽이지 않는다. 적의 시신도 존중하라고 가르치는데 어떻게 민간인 시신을 불태우고 칼로 자를 수 있는가. →IS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지 않았나. -IS의 잔인한 모습이 연신 등장하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이슬람교를 무서운 종교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 뉴스에 비치는 모습들은 모든 이슬람을 대표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극우 비밀결사 KKK를 보고 모든 기독교 단체가 다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IS와 정통 무슬림을 엄격하게 구분 짓는 으뜸의 정신은 무엇인가. -평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슬람 국가들이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한 역사적 흔적들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숱하게 찾을 수 있다. 서방세계에 이슬람이 잘못 알려져 지금처럼 편견과 오해가 만연한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런 것들은 쉽게 바로잡을 수 없고 개선하기도 힘들다. →평화를 중시한다는 이슬람과 아랍 세계에서 왜 전쟁과 테러가 끊임없이 반복되나. -자원을 둘러싼 서방세계, 특히 유럽의 정치 역학이 큰 원인일 것이다. 교육 기회가 늘고 해외 이주가 늘면서 유럽화된 무슬림을 포함해 이슬람과 멀어진 무슬림들이 많아진 탓도 크다. 이슬람 국가들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이슬람식으로 풀어야 하는데 지도자들이 제 나라 제 민족보다 자신을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에 휘둘리기 일쑤다. 그 많은 자원을 갖고도 가난하게 살며 내분이 만연한 이유다. 이집트만 하더라도 전 국민의 40%가 1달러로 하루를 살아간다. 다행히 무슬림권에서 ‘원래의 이슬람으로 돌아가야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몸짓들이 확산되고 있다. 서방세계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유럽의 무슬림들은 옛날 유대인 격리 거주구역 ‘게토’처럼 따로 모여 사는 경우가 많고 취업할 때도 아랍어 이름을 쓰면 불이익을 받는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친다는 나라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한국인들 사이에도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용어가 많은가. -‘알라신’과 ‘회교’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알라는 이슬람교의 유일신을 지칭하는데 알라신이라고 말하면 동어반복이다. 흔히 무함마드를 이슬람교의 창시자라 부르지만 무함마드는 창시자가 아닌 예언자다. 코란도 예언자 무함마드가 쓴 책이 아닌데 무함마드가 썼다고 인식되기 일쑤다. ‘한손에 칼, 한손에 코란’처럼 서방세계가 이슬람의 호전성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만들어낸 말도 적지 않다. 전쟁이 끝난 뒤 홀로 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했던 일부다처제도 잘못된 인식의 단적인 사례다. 한국의 나이 든 세대에서 이슬람교 대신 자주 쓰이는 ‘회교’도 옛 중국 무슬림 중에 회족이 많았던 데서 비롯된 말이다. →주변에 이슬람의 지하드나 자살 테러와 관련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이슬람에서 용인하는 개념들인가. -성전(holy war)으로 널리 알려진 지하드는 이슬람이 아닌 서방세계에서 비롯됐다. 성지 탈환을 위한 십자군전쟁 때 모병하면서 성스러운 전쟁을 강조한 말이다. 이슬람에서의 지하드는 원래 ‘노력하다’ ‘열심히 하다’ ‘투쟁하다’의 뜻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학생이 커닝 안 하고 정직하게 공부하거나 통치자가 나라를 바르게 다스린다는 뜻이다. 물론 적군의 공격에 방어한다는 의미도 있다. 무함마드는 예언자 시절 전투가 끝난 뒤 “싸우기는 쉽지만 나 자신을 올바르게 바꾸기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작은 지하드 끝에 정신적인 차원의 더 큰 지하드가 시작된다고 늘 말했다고 한다. 자살 테러와 관련해선 코란의 가르침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무슬림은 하나님이 몸을 주셨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잘 관리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영혼을 주신 분의 허락 없이 목숨을 끊는 자살은 당연히 금지된다. 지옥에선 현생과 똑같은 방식으로 고통받는다고 하는데 지옥에는 죽음이 없는 만큼 지금 세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는 것이다. 자살 폭탄 테러는 식구들의 생계를 위해 또는 배후 세력의 위협을 받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은 많은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해 ‘종교 천국’이라는 말이 통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미 평화가 깨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한국의 종교 마찰 양상이 그렇게 심한가. -피부로 느낄 만큼 종교 간 마찰이 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일부 개신교의 지나친 선교 행위는 비기독교인들이 적지 않게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무슬림인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인들도 눈살을 찌푸린다. →한국에서 이슬람 교세 학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데 어느 정도인가. -외국인 무슬림은 1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며 최근 들어 신도가 부쩍 늘고 있다. 이슬람 사원 같은 곳에서 처음 마주치는 얼굴, 특히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마트에 가 보면 히잡으로 머리와 상반신을 가린 동남아시아나 아랍국 여성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한국인들도 별로 어색하지 않게 보는 것 같다. →출판사 이름이 특이하다. 왜 이슬람 출판사를 시작했나. -초등학생인 딸 이름 젠나와 입학 전인 아들 무민의 이름을 합쳐 출판사 이름을 지었다. 이슬람을 바르게 알리는 게 시급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 이슬람을 신앙으로 택하건 안 하건 자유이지만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슬람을 이해하면 세계인의 4분의1을 아는 것이다. 국가 간의 관계도 편견 없이 정확하게 알아야 오래 지속되고 얻는 게 많은 법이다. 그런데 국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이슬람 서적의 95%가 비무슬림이 쓴 책이다. 제대로 알리려면 정확한 지식을 정확한 한국어로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했다. 한국의 무슬림 출판사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어떤 책을 냈나. 책은 잘 팔리나. -주로 이슬람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책들인데 반응이 썩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금까지 5권을 냈는데 모두 재판을 찍었다. 해외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특히 지난해 낸 ‘한국인들이 이슬람에 대해 궁금해하는 40가지’는 나도 놀랄 만큼 반응이 좋았다. →한국인들은 지금 이슬람과 무슬림을 어떻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대왕이 경복궁 경회루 앞뜰에서 좌우로 문무백관이 도열한 가운데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이슬람 원로의 코란 암송 소리에 빠져 있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렇게 한국과 이슬람의 관계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한국인에게 이슬람은 낯선 종교이자 문화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나처럼 다리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한국에 올 때와 비교해 보면 큰 변화를 실감한다. 이제는 이슬람교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귀화 한국인인데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은. -이슬람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성원 같은 공간을 파주에 세웠으면 한다. 이슬람 교육이 필요한 무슬림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지만 그들을 수용할 마땅한 공간이 없다. 신앙과 교육, 문화를 함께 접할 수 있는 학교 형식의 공간도 마련했으면 한다. 물론 이슬람을 정확하게 알리는 출판 일이 으뜸이다. 출판 단지에 이슬람 출판사를 크게 짓고 싶은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후세인 크르데미리는 누구 1971년 터키 동쪽의 작은 도시 요즈가트에서 대대로 제빵 기술자의 업을 이은 ‘명문 빵집’의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한국의 TV 만화영화며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며 자랐고 앙카라대 한국어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1994년 한국에 들어와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쳤고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웬만한 한국 사람보다 고급 한국어 구사가 더 정확하다. 2005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사원을 찾았다가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선교교육국에서 이슬람 안내 책자를 펴내는 일을 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7년간 언론·홍보 담당과 내외국 방문객 안내 및 통역 일을 두루 했다. 2006년 귀화했고 한국인 아내와의 사이에 1녀(8세), 1남(6세)을 뒀다. 이슬람 사원 인근 이태원에 보금자리를 꾸며 살다가 2012년 경기 파주시에 한국 최초의 이슬람 전문 출판사 ‘젠나무민북스’를 차리면서 그곳으로 옮겨 가 살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다섯권의 이슬람 관련 서적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서울국제도서전에도 해마다 참여하고 있다. 이슬람을 제대로 알리는 것을 으뜸 소명으로 삼아 “한국과 이슬람의 다리로 살다가 이 땅에 뼈를 묻겠다”는 독특한 이방인이다.
  • “범죄행위”… 반기문 총장, 아르메니아 논쟁 가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15~1917년 발생한 아르메니아 학살을 ‘잔혹 행위’(atrocity)라고 표현, 이를 ‘제노사이드’(genocide·인종 청소)로 규정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견을 보였다. 제노사이드란 말에는 2차대전 중 유대인 학살처럼 ‘인간이라면 저지를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란 뜻이 내포돼 있다. 반 사무총장의 대변인인 스테판 두자릭은 13일(현지시간) “반 총장은 아르메니아와 터키가 사건 발생 100주년을 함께 기리고 공동 조사로 사실을 밝힘으로써 그런 잔혹한 범죄행위(atrocity crimes)의 재발을 막겠다는 집단적 의지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반 총장이 교황의 언급에 주목했다”며 “반 총장은 1915년에 일어난 일을 정의하는 게 민감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1차대전 중 저지른 만행이다. 150만명에 이르는 아르메니아인이 학살당하거나 추방됐다. 외교기록이나 생존자 증언뿐 아니라 오스만 제국 역시 관련 내용을 기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터키는 상황을 부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국인 터키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자 서방 국가 대부분도 망각에 동참했다. 프랑스, 러시아, 그리스, 폴란드, 스위스 등 22개국만 아르메니아 학살을 제노사이드로 인정했다. 우리 정부도 터키가 한국전쟁 참전국이란 점을 감안, 아르메니아 학살에 대한 터키의 책임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07년 터키 전차(XK2·흑표) 수주전 당시 학살을 인정한 프랑스 대신 한국이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경제적 실리를 얻기도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IS 추가 테러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괴한들로부터 무차별 총격을 받아 현지 경비경찰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에 대한 IS의 테러 공격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 대사관 직원들 피해는 없었다지만 우리나라도 더이상 IS 테러 공격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 셈이다. 특히 미국을 위시해 IS와 무력 대결을 펼치고 있는 서방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이들 국가의 대(對)테러 활동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테러 공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IS의 이번 공격을 놓고 일각에선 한국이 아니라 현지 경비원을 목표로 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주요 서방국들이 대부분 리비아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는 바람에 주(主)공격 대상을 찾기가 여의치 않게 된 IS가 한국을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실제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월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더이상 우리나라가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그의 경고는 최근 5년간 국내에서 국제 테러조직 관련 활동을 하던 외국인들을 강제 추방한 건수가 50여건에 이르는 사실에서도 뒷받침된다. 일본만 해도 우리처럼 대테러 군사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도 자국민 2명이 IS에 참수당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공개 참수와 화형, 집단학살을 마다하지 않는 테러 집단으로부터 우리만은 안전할 것이라는 요행을 바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 등 IS의 주된 활동 무대에 거주하는 교민과 이들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과 성지순례객들의 안전을 담보할 특단의 대책을 정부는 강구해야 한다. 여행금지 조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테러 세력의 국내 잠입 가능성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IS는 80여개국에서 몰려든 1만 5000여명의 무장 조직원을 둔 다국적 조직이다. 여기엔 터키를 여행하다 사라진 우리나라의 김모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IS가 언제 어떤 형태로 국내에서 테러를 자행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차원을 넘어 여야 정치권도 대테러 방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테러 앞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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