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학벌
    2026-04-07
    검색기록 지우기
  • 콜봇
    2026-04-07
    검색기록 지우기
  • 사임
    2026-04-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39
  • 삼성전자 상무보급 임원 4명중 1명 ‘지방大’

    삼성전자 상무보급 임원 4명중 1명 ‘지방大’

    “삼성에는 서울대보다 지방대 출신이 더 많다.”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발언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2∼3년새 삼성전자 임원이 된 ‘상무보’급에는 경북대 등 비 서울 소재 대학(학부기준) 출신이 서울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SKY대학’ 비중 21.5% 7일 서울신문이 삼성전자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의 상무보 223명(연구위원 제외) 가운데 비 서울소재 대학 출신은 62명으로 27.8%에 달했다. 상무보는 올초 임원으로 승진했거나 대부분 최근 3년 내에 승진한 사람들로 삼성전자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 볼 수 있다. 연구개발(R&D)을 맡고 있는 연구위원도 상무보에서 부사장까지 직급을 부여받아 ‘임원급’이지만 업무 성격이나 승진 기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삼성전자 상무보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한양대로 무려 23명이 이 대학 출신이었다. 다음은 경북대 21명, 성균관대 20명 순이었다. 반면 서울대는 19명, 고려대는 16명, 연세대는 13명으로 이른바 ‘SKY’의 위상이 업계 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무보 가운데 SKY의 비중은 21.5%로 비 서울 소재 대학보다 낮았다. 이밖에 부산대 출신도 8명으로 집계됐고 대구의 영남대도 4명을 배출했다. 공대가 ‘특화’된 인하대(8명), 서강대(7명), 한국외대·중앙대(6명), 아주대(4명), 광운대·숭실대·홍익대(각 3명) 등도 눈에 띄었다. 전북대, 충남대, 울산대, 계명대, 조선대, 관동대 출신 등도 골고루 분포됐다. 삼성전자의 ‘초급임원’ 가운데 SKY의 비중이 현저히 낮은 것은 ‘실력과 성과를 따지지 학벌은 따지지 않는다.’는 삼성 특유의 인사원칙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정보통신총괄(휴대전화)을 책임지고 있는 이기태 사장은 인하대 출신이고 박근희 중국본사 사장도 비교적 덜 알려진 청주대를 졸업했다. 상고(대구상고·마산상고·경남상고) 출신 임원도 3명이나 됐고 전문대(경희호텔전문대·창원전문대·인천체육전문대·인천전문대) 학력이 전부인 임원도 4명이다. ●사장급은 여전히 서울대 ‘득세’ 상무보급 이상 전체 임원(469명)에서 비 서울 소재 대학(105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로 상무보급만 따졌을 때(27.8%)보다 낮았다. 비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을 ‘중용’하는 성향이 최근 들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치권이나 관계 등에 인맥이 확실한 서울대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각광받았던 ‘과거사’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전체 임원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67명으로 14.3%를 차지, 상무보급에서 차지하는 비중(8.5%)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대 출신들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 사내 등기이사 6명 가운데 3명이 서울대를 나왔고 사장급 이상 15명 가운데 8명(53%)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부사장급 36명 중에서도 36%가 서울대 동문이었다. 고려대 출신 전체 임원은 34명으로 7.2%를 차지했고 연세대도 상무급 이상을 많이 배출하며 33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전체 임원 가운데 SKY(134명)의 비중은 28.5%로 늘어나 비 서울 소재 대학 출신 비중(22.3%)을 추월했다. 하지만 이 역시 상장사 전체에서 SKY가 차지하는 비중(41.5%)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치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야한소설 ‘광마잡담’ 펴낸 마광수 교수

    야한소설 ‘광마잡담’ 펴낸 마광수 교수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교수 가 새 소설을 낸다는 얘기를 듣고 가장 궁금했던 점은 그 내용에 앞서 ‘사회적 반응이 어떨까.’하는 것이었다.13년 전의 작품 ‘즐거운 사라’가 그에게 구속과 수감생활, 학교로부터의 추방(2년 전 복직)을 가져왔다면,2005년의 새 작품은 그에게 무얼 가져다줄까. 하는 ‘우려 섞인 기대’가 머리 주변을 맴돌았다. 소설 ‘광마잡담’(해냄)과 에세이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해냄)를 낸 마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사회가 많이 변했다. 당시만 해도 금기시됐던 성담론이 넘쳐 흐른다.”며 일단 낙관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두 권짜리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을 내려고 원고를 출판사에 줬다가 ‘겁나서’ 되찾아왔다.”며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음을 내비쳤다. ‘광마잡담’은 예전에 내놓았던 옴니버스 소설 ‘광마일기’의 속편에 해당하는 작품. 주인공이 현실과 상상 속을 넘나들며 다양한 성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9개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마 교수는 “예전의 ‘권태’나 ‘즐거운 사라’가 페티시즘을 모티프로 한 성적 묘사에 치중했다면 ‘광마잡담’은 팬터지 요소를 결합한 서사적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다. 성희에 대한 묘사는 훨씬 덜 야하지만, 매우 속도감 있게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에세이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는 대학 3학년때부터 올 1월까지 썼던 글 중 출판하지 않고 묵혀두었던 것을 손질해 낸 것. 책 제목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속 예수 말씀을 거꾸로 해석해 붙인 것이다. 마 교수는 “자유 없는 진리는 오히려 폭력·권력·도그마가 되기 쉽다. 자유는 행복 그 자체이고, 오히려 진리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고 에세이를 관통하는 주제를 요약해 설명했다. 책은 작가의 핵심사상인 에로티시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이중적 성의식, 거기서 파생되는 판단력의 부재, 학벌·외모 등 외형적인 것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우둔함, 지적 사유를 권리로 인식하는 지식인들의 표리부동한 모습 등을 비판한 글들로 구성돼 있다. 마 교수는 앞서 철학에세이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를 냈다. 또 1일부터 7일까지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18년지기 이목일 화백과 ‘이목일 마광수 2인전’이란 그림전시회도 연다. 올 가을엔 시집도 내고, 지난해 내놓으려다 포기한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과 ‘절망보다 더 두려운 희망’도 잇따라 선보일 계획.‘관능적 상상력의 풍경화’를 표방한 콩트 ‘마광수의 섹스토리’ 연재(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도 시작했다. 13년 전 ‘즐거운 사라’ 이후 빠져들었던 고통과 우울의 기나긴 터널을 빠져 나와 힘찬 재기의 몸짓을 시작한 마광수. 당시만 해도 ‘첨단’으로 받아들여졌던 성에 관한 자극적 이미지들이 보편화된 지금, 그가 시간의 간극을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위기의 전문대] (하)대안은 없나

    “앞으로 고등교육은 명실상부하게 평생교육까지 포함한 체제로 개편되어야 합니다.” 평생교육과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전문대 위기론’에 대해 한 목소리로 이같이 강조했다. 일회성 이벤트식 방안보다는 멀리 내다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대책에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대가 마련한 혁신방안의 골자는 현재 2∼3년인 수업 연한을 학장 자율로 전공에 따라 4년까지 늘려 학사학위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4년제 대학과 구별이 사실상 사라지는 상황에서 차라리 프로그램별로 학제를 바꿔 4년제 대학과 경쟁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윤여송 대외협력실장은 “그렇지 않아도 4년제를 선호하는 학벌사회에서 전문대의 특화된 전문성마저 4년제 대학에 침범당한다면 전문대는 점점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부작용이 너무 많다.”며 거부하고 있다. 이름만 전문대이지 4년제 학위를 주는 또하나의 학사학위 수여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남수 차관보는 “현재 운영중인 심화과정도 직업 경험 없이 2년을 마치고 계속 공부하는 현실에서 자칫 학사학위만 남발될 수 있다.”면서 “내년에 도입하는 고등교육평가원에서 고등교육의 질 관리 시스템이 정착되면 전문대를 평가해 부분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이같은 대응에 보다 멀리 내다볼 것을 주문했다.4년제니,2년제니 하는 수업연한에만 매달리지 말고 산업사회와 수요자 중심에서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태화 박사는 “현재 전문대 학생들을 위한 전공심화과정이 있지만 학점은행제로 활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학생들은 4년제 대학이나 다른 기관을 찾아야 한다.”면서 “순환교육 차원에서 전문대 졸업생들이 더 공부하고 싶을 경우 자신이 졸업한 전문대에서 필요한 학점을 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부는 과잉교육을 염려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학위가 아니라 산업사회에서 인적자원의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것”이라면서 “전문대 졸업자가 계속교육을 통해 일정한 학점을 따면 실무 중심의 전문대학원 입학자격을 줘 전문대 졸업생이라도 능력개발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생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의 시각부터 비판했다. 그는 “교육부 공무원들은 대부분 인문계 중심의 4년제 대학 졸업자로 직업교육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다.”면서 “교육부 내에 전문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의 산업사회에는 2년제 교육기관이 키워내는 중간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다.”면서 “기능교육과 직업전문학교 등을 묶은 성인교육과 계속교육, 실업대책, 직업전환교육 등을 하나로 합쳐 종합적인 인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고등교육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을 활용하는 교육부의 대책에 대해서는 “전문대를 특성에 따라 4년제로 풀어 주더라도 나중에 평가원의 평가를 거쳐 결과를 공개하면 해결될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수업연한이 아니라 고등교육과 계속교육 체제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대 강무섭 평생교육원장은 “전문대 졸업자들이 더 공부하려면 4년제 대학이나 평생교육기관에 진학해야 하는데 4년제 대학은 직업교육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학벌이나 급여 문제를 떠나 전문대 졸업생들이 언제든지 필요하면 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순환교육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천 이효용기자 patrick@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3不정책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3不정책

    6월 국회에서는 이른바 ‘3불(不)정책’을 놓고 의원들이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3불정책이란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정책이다. 최근 입시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한나라당이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의 뜨거운 현안인 대입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여의도 정치현장의 공방 대상이 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3불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놓을 대입제도 개선안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2012년부터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완전히 주고 기여입학제와 본고사, 고교등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3무(無)정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당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한나라당이 발의하더라도 상임위에서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여당보다 더 강한 태도로 3불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최순영 의원은 3불정책을 입법화하는 법률개정안을 최근 내놓았다. ●본고사 도입 논란 본고사는 대학마다 다른 주관식·서술식 시험 문제로 응시생들 해결과정을 보아 능력을 평가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본고사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수능시험만으로는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고, 고교간 학력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대학 자체적인 선발 수단을 줘야 한다는 것이 다. 또한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본고사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가장 큰 이유로 본고사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점을 든다. 또한 본고사를 도입하면 수능시험과 내신외에 또하나의 부담을 학생들에게 지운다는 것이다. 결국 본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사교육에 의존하려 할 것이고 사교육비를 댈 수 없는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국민들은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부유층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 길을 넓혀줌으로써 사회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본고사 반대론자들은 따라서 본고사 부활은 기득권을 가진 계층의 부와 권력의 세습을 위한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이에 대한 본고사부활론자들은 본고사가 폐지된 뒤에도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또한 고교평준화의 뒤를 이은 본고사 폐지는 하향 획일적인 인간을 만들 뿐이라고 한다. ●기여입학제 찬반론 기여입학제란 학교에 물질을 무상으로 기부해 재정적 도움을 준 경우나 대학의 설립 또는 발전에 비물질적으로 기여한 공로가 있는 사람의 직계자손을 대학이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 입학시켜주는 제도이다. 기여입학제에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배경에 따라 자식의 입학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는 헌법 제31조 1항에 규정된 교육의 기회균등과 평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부유층과 빈곤층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쪽에서는 기여입학제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입학할 기회를 침해하지는 않되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여입학제로 대학의 재정이 풍부해진다면 심각한 사학의 재정난을 해소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을 줄 수 있을 것이어서 위화감 조성보다는 실질적인 평등과 계층간 융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서는 ‘돈과 입학을 맞바꿔 부에 이어 학벌까지 세습하는 것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70.3%로 나타났다. ●고교등급제 마찰 고교등급제란 학교에 따라 존재한다는 학력의 차이를 대입에서 반영하는 제도다. 고교등급제 반대론자들은 등급제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면서 학교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학교별로 등급이 매겨질 경우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연좌제식으로 같은 등급을 받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한다. 결국은 과거와 같은 일류고병이 되살아나 지역갈등, 위화감, 부의 세습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학교등급을 정할 경우 낮은 등급의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난 학생이 있을 수 있는데 학교등급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는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든다. 고교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쪽은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등 학교의 위치에 따라 학생들의 실력 차이가 나므로 내신 1등급이라고 해서 같은 등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실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는 고등학교는 실력 차이를 입시에 반영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선발과 사교육 폐단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는 모두 대학에 학생선발에 관한 자율권을 얼마나 주느냐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의 자율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어느 선까지 인정하느냐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또 평준화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고교등급제를 인정하고 본고사를 부활한다면 사실상 평준화를 부인하는 것이 된다. 고교 평준화가 시행된 지 30년이 다 됐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고등학교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부인한 평준화정책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돼 보완책이 마련되고 있다.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제도들이다. 당국이 자율권을 100% 보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 비대화 때문이다. 일류고등학교와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교육비를 투자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상태에서도 사교육 규모는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3불정책을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사교육이 더 커지는 것을 막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으로 100년 대계, 교육을 언제까지 땜질할 수는 없다. 학교의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서 언젠가 학교에 자율권을 되돌려줘야 할 것이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중·고교생 “가장 못 믿을 사람은 국회의원”

    우리나라 중·고교생들은 국회의원을 가장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차별은 학벌과 빈부, 성, 출신지 순으로 심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사)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지난해 9∼12월 전국 467개 초·중·고생 2만 7650명을 대상으로 실시, 23일 발표한 ‘한국 청소년의 삶과 의식구조’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학생들이 매긴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38.8점이었다. 특히 ‘0점’을 준 학생도 12.8%나 돼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 각 층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항목에 국회의원이 8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상품광고 73.9%, 대통령 61.6%, 언론 53.6% 등의 순이었다. 사회적 차별이 심하다고 여기는 항목에서는 학벌(학력)이 75.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빈부 68.2%, 남녀 35.9%, 출생지역 34.4% 의 순이었다. 빈부격차에 대해서는 71%가 ‘심하다.’고 답했다. 16.7%는 ‘심하지는 않지만 심하다고 하는 것 같다.’고 했으며,3.1%는 ‘심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또 ‘가난한 사람은 필요한 것은 훔쳐도 된다.’는 항목에 7%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부자는 도둑맞아도 된다.’는 항목에는 30.3%가 ‘그렇다.’고 응답, 부(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쪽지통신]

    ●EBS(www.ebs.co.kr)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6개월 동안 방송했던 ‘생방송 교육대토론’을 총정리한 백서를 최근 출간했다.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와 학생 선발의 신뢰성 확보, 대학 경쟁력 강화, 지방대 살리기, 학제 개편, 대학의 자율권, 교육주체인 교사의 조건, 학부모의 역할, 청소년 인권, 영재교육, 학벌사회, 사교육 경감대책 1년의 성과와 과제 등 모두 22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EBS 홈페이지나 각 시·도교육청 자료실을 찾아가면 볼 수 있다. ●한국사이버교육학회 지난 10일부터 사이버학습도시 홈페이지(www.cyti.net)를 통해 온라인 퀴즈 게임인 ‘네오빙고 퀴즈게임대회’를 매주 개최하고 있다. 시사상식과 역사, 문화 문제 등을 다루며, 예심이나 추첨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주간 온라인 퀴즈왕(온퀴왕)도 뽑고 이들 중 월간 온퀴왕을 선발,10만원어치의 문화상품권과 퀴즈왕 타이틀을 준다. 연말에는 ‘올해의 온퀴왕’도 뽑는다. ●두산에듀클럽(www.educlub.com) 최근 중학생을 대상으로 특수목적고 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듣기의 김민 강사 등 특목고 입시 전문 강사들이 참여, 과학·수학·영어를 강의한다. 영어강좌는 외국어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듣기, 유형별 및 실전문제풀이로 구성됐다. 교재는 ‘고난도 과학’과 ‘외고 합격 프로젝트’ ‘올림피아드 수학의 지름길’ 등이다.‘특목고 자료실’을 별도로 마련, 회원에 한해 특목고의 최신 소식은 물론 관련 정보와 자료를 제공한다. ●서울시교육청(www.sen.go.kr) 오는 21일 오후 1시 덕수정보산업고에서 ‘제22회 서울특별시 정보올림피아드 본선 대회’를 연다. 예선을 거쳐 선발된 초·중·고교생 각 75명이 참여한다. 이날 대회는 컴퓨터를 활용한 프로그래밍 실기로 치러지며 초·중·고교생 각 41명에게 상을 준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서울 용산공업고에서 ‘2005년 중학교 입학 자격 검정고시’를 실시한다. 응시 인원은 일반인 963명과 장애인 38명을 합쳐 모두 1001명이다. 합격자는 다음달 3일 오전 10시 시교육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오는 20일 오전10시40분 한국교육평가학회와 공동으로 교총 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의 문제와 전망’을 주제로 공동 학술세미나를 연다. 민족사관고 이돈희 교장이 ‘대학입학전형제도의 전망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하며, 교육부 한석수 기획법무담당관과 고려대 홍후조 교수, 연세대 강상진 교수 등이 주제 발표자로 나선다. ●경기도교육청 지역교육청별로 1∼2개 학교를 선정, 무감독 시험을 시범실시한다. 성과를 분석해 내년부터 초등학교 및 소규모 학교를 중심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도 교육청은 무감독 시험 실시학교가 늘어날 경우 정기적으로 우수 학교를 선정해 시상도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도 교육청은 올해부터 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리자 없이 물품을 판매하는 ‘무인판매 체험학습’도 실시할 계획이다.
  • [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자/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명예논설위원

    우리나라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물을 것도 없이 자녀의 진학문제이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병폐 중 하나가, 학벌지상주의라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거의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느 분야에서든 자녀가 1등이 되기를 바라는 ‘신념’은 최근 내신 반영비율 강화로 부정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1등을 위해 발버둥치다가 채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아이들이 잇따르는 것은 성적제일주의의 교육사회가 낳은 기형적인 현상이다. 통상적으로 자녀가 대학을 진학하는 시기는 부모의 중년기와 맞물린다. 그리하여 대학진학은 부모의 인생을 중간평가하는 객관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녀가 일류대학에 입학하면 부모로서는 영광이요 주변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며, 자녀가 하위권 대학에 입학하거나 아예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무슨 죄인이나 된 것처럼 풀 죽어 있어야 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자녀의 장래를 염려하는 부모라면 아이의 관점에 서서 최소한 10년 후의 인생을 그려볼 줄 알아야 한다. 자녀의 적성과 흥미가 배제된 명문대학 입학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것은 자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몸에 맞지 않는, 당장이라도 벗어던지고 싶은 재킷을 걸쳐 입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자녀의 적성과 흥미가 철저히 배제된 진학은 언젠가는 삶의 본질을 빗나가게 하는 걸림돌이 되어 다양한 부정적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위주의 진로결정이 아닌, 수능시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교육제도의 불합리와 명문대학을 강요하는 부모의 기대는 가치관의 위협으로 여겨진다. 로봇과 같은 삶은 경쟁적이고 기계적인 생활 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에서 정체감의 혼란을 초래한다. 삶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상실하고, 주변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데 따른 심리적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여 최후의 현실도피를 선택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의 기준을 높이기보다, 이제는 더 이상의 어떤 가치조차 발휘할 수 없다고 하는 자기부정적인 이미지를 대체할 만한 자신감을 높여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사람들의 지나친 기대를 줄여주는 대신, 자기가 가장 즐거워하며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선택의 비상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자녀의 성격이나 능력은 어느 누구보다도 부모가 더 잘 알고 있다. 직업이 요구하는 직업적인 성격이 있듯이, 자녀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한 하고 싶어하는 능력에 맞는 그 일은 자녀의 성격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죽어도 일등인 사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기뻐하고, 삶의 보람을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한 우리 모두의 교육혁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명예논설위원
  • [성공시대] 삼겹살 장작구이점

    [성공시대] 삼겹살 장작구이점

    토익(TOEIC)점수에, 학점까지 좋아야만 간신히 통과할 수 있다는 대기업·외국계기업의 좁은 취업문.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장작구이 전문점 ‘장작개비’를 운영하는 최현범(28) 사장은 외국계 기업에 어렵사리 취업했으면서도 자신만의 일을 찾겠다며 회사를 박차고 나온 당찬 젊은이다. ●학벌·업무 스트레스로 자진 퇴사 서울 한 중위권 대학에서 경제학과 무역학을 함께 전공한 최씨는 지난해 6월 외국계 제지회사인 P사에 입사했다. 최씨는 “학점이 좋진 않았지만 필리핀·일본·호주·캐나다 등의 리조트에서 근무하는 등 1년여 동안 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 것을 인정받은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능력을 쌓고 싶었던 최씨의 꿈은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로 2개월 여만에 산산이 부서졌다. “외국 대학을 졸업한 상사가 은근슬쩍 ‘학벌’을 거론하거나 매일같이 별다른 이유없이 새벽 2∼3시까지 야근시키는 데 두손 두발 다 들었지요.” 회사를 그만둘 때 최씨의 부모와 친구들이 극구 말렸지만 “나 자신을 속박하며 일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다. ●“고기맛은 나무의 향·수분 함유량이 좌우” 회사를 그만둔 직후인 지난해 8월 최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하이서울 실전 창업스쿨’ 참가자 모집광고를 접했다. 이후 9∼11월 ‘…창업스쿨’에서 상권분석·세무상식·경영기법 등을 배운 최씨는 이를 바로 실전에 적용해보기로 결심했다. 창업아이템은 캐나다 여행 때 장작불에 바비큐를 구워먹던 기억을 떠올려 장작구이 전문점으로 정했다. “장작불로 고기를 구웠더니 기름기 없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삼겹살도 장작불에 구워먹으면 맛이 좋을 것 같아 도전해보기로 했지요.” 캐나다에서 보았던 바비큐 기계도 기억을 토대로 직접 만들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진과 인터넷을 통해 구한 사진 등을 참고로 직접 도면을 그려 청계천 공구상가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제가 생각한 대로 바비큐 기계를 제작해 주더라고요.” 장작을 고르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최씨는 “고기맛은 나무마다 지닌 특유의 향과 수분함유량 등에 따라 다르다.”면서 “열흘간 시골 한 친척집에서 참나무·상수리나무·소나무 등으로 구운 고기만 먹으며 지금 사용하는 나무를 골랐다.”고 말했다. ●매출, 요일따라 100만~150만원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는 어디에 가게를 여느냐는 것이었다. 최씨는 지난 3월 지하철 2호선 선릉역 먹자골목에 가게를 열기 전까지 서울·일산·분당 등 수도권 전역을 3개월 이상 뒤졌다. “음식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맛만 있으면 입지가 좋지 않아도 손님이 몰릴 것이란 생각은 너무 모험적이지요.” 최씨 가게가 있는 선릉역 주변은 사무공간과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어 임대료가 다소 비싼 것이 흠이었다. 하지만 집주인이 ‘어린 나이’에 창업하는 최씨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임대료를 30%정도 낮춰줬다. 임대료가 비싼 만큼 새벽 늦게까지 밤손님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임대료를 포함, 창업비용은 모두 5000만원 정도 들었다. “오후 6∼9시는 보통 직장인들이 많고 오후 10시부터는 1차를 마치고 간단히 2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벽 1시를 넘기면 근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많이 찾지요.” 최씨는 현재 월∼토요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가게를 운영한다. 손님이 몰리는 월·금요일에는 150만원, 보통때는 100만원 안팎의 매상을 올린다. 주메뉴는 생등갈비와 생오겹살이며 1인분에 8000원이다. “장작에 고기를 굽는 방식이 특이하다며 여성 손님들이 좋아하더군요. 벌써 비슷한 가게를 내고 싶다며 ‘프랜차이즈’를 문의해오는 사람도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최씨는 일단 지금 가게만 실속있게 꾸려갈 예정이다. “창업한지 겨우 2개월째라 제 자신의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는 없죠. 대신 가게가 안정되면 닭·생선 등 모든 종류의 장작구이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글· 사진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사설] 막무가내식 내신 때리기 자제해야

    고교 1학년 학생들이 겪고 있는 입시불안감과 관련하여 일부에서 막무가내식 내신 때리기가 행해지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우리는 고1 학생들의 혼란이 전적으로 교육인적자원부에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내신위주 입시 원칙만을 밝혔을 뿐 고1 학생들이 첫 중간고사에 들어갈 때까지 아무런 구체적 전형요강을 내놓지 않아 대입준비를 블라인드게임 상태로 만든 잘못이 분명 교육당국에 있다. 그러나 내신강화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부담경감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위해 최선의 방안으로 채택한 개혁안이다. 도입 초기 드러난 문제점을 갖고 전체를 뒤엎자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다.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내신제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오늘 저녁 서울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갖는다는데 주최측이 모두 어른들의 단체다. 자유청년연대라는 단체는 미발령교사 임용 특별법 철폐를 위한 촛불집회에 내신제 폐지 구호를 추가했다고 한다. 즉흥적, 편의적으로 고1 문제를 끌어들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쪽 집회는 자살학생추모제로 내신폐지 주장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보수단체쪽 집회에 학생들이 몰릴까봐 집회를 취소할 수 없다니 이 또한 한심하다.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을 상대로 이념대리전을 하겠다는 꼴이니 이것이 어찌 어른들의 할 일인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중한 시험부담감과 교내경쟁 격화 등 내신위주 2008년 입시제도가 학교현장에서 드러내고 있는 부작용은 해결돼야 할 과제다. 그러나 내신제가 없으면 마치 공부를 하지 않아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기라도 한 듯, 학생들을 자극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학교와 교사를 우습게 알고, 학원과외에 부모의 등골이 휘는 수능과 본고사 위주의 입시제도로 복귀하자는 주장이 아니라면 막무가내식 내신때리기는 자제해야 한다. 정말 학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대학서열 완화와 학벌차별 등 구조적 문제해결에 나설 일이다.
  • [사설] 고1 교실에서 시작된 내신전쟁

    2008학년도 대입제도개선안의 첫 적용대상이 되는 고교 1학년 학생들이 극심한 불안을 겪고 있다. 제도가 바뀔 때 어느 정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대입경쟁과 학벌문화가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입시제도 개혁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라는 정책목표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리도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내신 때문에 전쟁을 치르고, 유리한 조건을 찾아 학교를 연쇄이동하는 현상이 빚어진다면 이의 부작용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내신제의 혼란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대학들의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과목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게 그 첫째다. 지금까지 교육부의 대입시 정책방향은 다양한 적성과 능력을 평가하자는 것이었다. 한 가지 특기만 있어도 대학 간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요즘 고1들은 예체능 과목까지도 과외를 해야 할 실정이라고 한다. 내신제가 전과목 만능선수를 요구하는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고교 3년동안 12차례의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모두 신경써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의 과중함이다. 단 한 차례 수능시험만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현행 제도도 문제지만 고교3년을 학교성적의 노예상태로 살라는 요구도 지나치다. 수능시험 때 겪는 긴장을 이제 12번 겪는다고 생각해 보라. 이에 비하면 전학사태 걱정은 문제가 덜 될 수 있다. 대입 개선안 발표 이후인 올 초에도 고교신입생의 서울강남 전학현상이 전년도보다 높았다는 사실에 비추어 일부 전언은 과장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또한 사실이라고 해도 특정지역 집중현상이 완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시급한 일은 대학들의 전형계획 공개와 학교성적 부담의 완화라고 본다. 교육부는 대학들에 전형계획 조기확정을 지시했지만 대학들에만 책임을 미룰 수는 없다. 학년별 내신 반영비율 조정, 성적 외 평가요소 확대 등 학생부담 경감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 [새영화-역전의 명수] “되는 놈 밀어주자” 쌍둥이 형제 희비

    ‘역전의 명수’(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15일 개봉)가 어떤 영화냐고 묻는다면 ‘역앞에 사는 명수 이야기’ 외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그만큼 단순 명쾌하게 요약될 만한 포인트가 없다는 얘기. 멜로, 코미디, 휴먼드라마, 액션까지 죄다 끌어와 정신없이 뒤섞어놓다 보니, 결국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를 영화가 됐다. 2분여 먼저 태어난 쌍둥이 형 명수와 동생 현수는 외모는 꼭 닮았지만 하는 짓은 딴판이다. 서울 법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현수와 달리, 명수는 중학교 때 퇴학을 당한 뒤 건달로 살아가는 신세.‘되는 놈을 밀어주자.’는 엄마(박정수)의 지론에 따라 명수는 늘 현수의 뒤처리를 도맡아한다. 대신 군대를 가주고, 대신 죄까지 뒤집어써서 감옥을 간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전반부. 이 기둥줄기에 명수와 사창가 여자 순희(김혜나)의 애틋한 사랑, 출세를 위해 캠퍼스 커플이던 순희(윤소이)를 배신하는 현수, 순희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등 복잡한 이야기를 얼기설기 엮어놓았다. 긴 TV 드라마를 압축해놓듯 전개 속도도 빠르고 다루는 내용도 많아, 욕심이 과했다는 느낌이다. 후반부에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명수를 이용하는 순희와 이를 돕는 명수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이제는 은행강도에 카액션까지를 아우르며 전반부의 복잡함을 배가시킨다. 그러다 뜬금없이 진한 휴머니즘과 가족애로 결말을 맺으며 엄청나게 벌여놓은 사건들을 적당히 수습해 버린다. 정치권력의 부패, 출세지향주의, 학벌지상주의 등을 준엄하게 비판하고 싶은 서울대 출신 감독의 ‘먹물’적 근성이 상업영화와 섞이지 않아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영화. 그래도 중간중간 웃음을 터뜨릴 만한 대목은 많고,1인2역을 맡은 정준호의 연기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나마 미덕이다. 박흥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결혼하면 여자가 더 손해다?

    결혼하면 여자가 더 손해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결혼을 하면 어느 쪽이 손해일까.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사랑’을 전제로 하는 만큼 손익계산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한 이불 속에서도 “왜 이 인간과 결혼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하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남녀 모두 할 말들이 많겠지만 각종 여론조사와 통계, 학계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손해를 느끼는 쪽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혼을 후회하는 여성, 남성의 2배 LG카드는 지난달 10일부터 17일까지 30∼40대 기혼남녀 396명을 대상으로 ‘한국 부부들의 생각’이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결혼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은 남성이 12.6%에 그친 데 비해 여성은 두 배에 가까운 23.7%나 됐다.‘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남성은 27.8%, 여성은 43.4%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남성은 65.2%에 이르렀지만, 여성은 절반에 불과한 33.3%에 그쳤다.‘자신과 배우자 중 누가 더 오래 살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도 남편의 67.2%는 ‘아내’라고 답했지만 아내는 51.5%만이 ‘남편’이라고 대답했다. 배우자를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도 다양했다. 남성은 ‘아내가 경제능력이 없어서’가 43.3%로 가장 많았고,‘처가문제’ 20.0%,‘외모’와 ‘학벌’이 각각 10%를 차지했다. 여성도 ‘남편의 경제능력’이 54.5%로 가장 많았고,‘시댁문제’가 19.5%,‘학벌’이 2.6% 등의 순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남편의 외모를 문제삼은 여성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남성은 결혼으로 이익을 누린다” 학계의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난다. 보통 여성에게 낮게 나타나는 ‘결혼만족도’는 여성들이 결혼을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결혼만족도’란 실제 결혼생활과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비교해 주관적으로 평가를 내린 수치다. 학계는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결혼생활에서 아내가 남편보다 만족을 적게 느낀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깨가 쏟아진다.’는 신혼부부에서 황혼의 노년부부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2002년 계명대 교육대학원 김성현씨가 대구에 사는 결혼 5년차 이하 남녀 2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초기 부부도 결혼만족도는 남성이 높았다.100점 만점으로 신혼의 남자는 65.3점을 기록한 반면 여성은 63.9로 근소하나마 차이를 보였다. 또 2003년 전남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김경신 교수가 광주에 거주하는 노부부 218쌍을 대상으로 조사해 대한가정학회에 발표한 결과도 비슷했다. 결혼생활의 만족을 묻는 질문에 할아버지들은 평균 63.6점을 줬지만, 할머니들은 61.6점으로 평가했다. 아내의 불만족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도 모든 연령대에 걸쳐 남편의 결혼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행옥 원주대 여성교양과 교수는 “외국의 생활만족도를 조사해 보면 결혼한 남성이 독신 남성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여성은 정반대로 나타났다.”면서 “남성들이 결혼으로 이익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결혼 이후 여성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짐 이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여성들이 결혼한 뒤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부부 가운데 여성의 역할이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같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은 육아와 사회진출, 가사노동까지 과도한 짐을 지기 때문에 만족도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결혼기간과 만족도의 관계는 이견이 분분하다. 결혼만족도는 신혼기에 가장 높았다가 점차 낮아지며, 중년기 이후 다시 높아지는 ‘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그나마 긍정적인 이론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우울한 이론도 있다. 또 전반적인 추세는 비슷하지만 출산과 육아, 자녀의 결혼 등에 따라 오르내린다는 S자 이론까지 다양하다. 모든 이론의 공통적인 결론은 ‘신혼시절의 만족도’가 회복되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박민자(한국가족문화원 원장) 덕성여대 교수는 “한국 부부 사이의 사랑은 열정보다 책임감이 높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누가 손해를 보는가의 문제를 떠나 부부간에 대화를 자주해 소통과 이해의 공간을 넓혀 나간다면 만족도 역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열린세상] ‘작지만 당당하게 강한 나라’의 역설/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주장은 매우 유치하고 불쾌한 사건이지만, 졸지에 우리를 동아시아의 현실 속으로 홱 던져놓았다. 이 와중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번 근본적인 고민을 해보자.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평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되도록이면 그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평화적인 방향으로 가자.’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평화는 그 자체로 신성한 목적일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문화라고 일컫는 상태는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갈등과 분쟁의 연속이다.‘문명충돌론’은 다양한 문화관계를 단순화하니 피하도록 하자. 그러나 문화가 세련될수록 폭력적 차이와 차별이 깨끗하게 없어지기는커녕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아픈 역설이다. 교육‘전쟁’도 단순히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학벌과시 때문에 생긴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과거처럼 초월적 권위나 전쟁을 통해 진정되거나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 갈등과 차이들이 오히려 문화 안으로 깊이 내면화되고 더구나 정신적으로 심화되면서 생기는 역사적 현상일 것이다. 또 사회구성원들에게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복지국가는 크고 작은 무역‘전쟁’에 내맡겨진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공격성을 피할 수 있을까? 국가 관계를 그저 힘을 통한 억지력이나 공포의 균형 같은 방식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구시대적 냉전 모델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무조건적인 평화를 절대목표로 삼으면서 마치 갈등과 분쟁이 전혀 일어나면 안 되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도 강박적 근본주의일 듯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두 극단 쪽으로 치닫는다. 사실 이 두 극단은 서로 대립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서로 끈끈한 동반자다. 어디서나 그렇지만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 잡는 일은 힘들어진다. 탈현대 시대에 들어와 과도한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이론이 생긴 데에는 물론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민족주의가 배타적 혹은 제국주의적 경향을 띠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이 와중에서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저항적’ 민족주의를 바람직한 모델로 삼았다. 거기엔 지킬 만큼 지키면서도 팽창은 절제하는 미덕이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 정당한 민족주의조차 ‘마약’이나 ‘아편’으로 폄하하는 관념적 탈민족주의 경향이 심한 상황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단순히 평화나 저항으로 자족하면서 어떤 ‘공격적’ 태도도 무조건 두려워해야 할까? 침략에는 결연히 반대하되, 저항과 공격이 깨끗이 분리된 것이 아님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경우 절대적으로 평화적 혹은 저항적 민족주의에 그쳐야 한다는 말은 소심함이거나 위장된 강박이 아닐까. 실제로 현재 한국이 국제적 혹은 세계적으로 자부심을 갖는 영역은, 바둑에서 정보산업에 이르기까지, 많건 적건, 그리고 좋건 나쁘건, 공격적 태도나 경영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 한·중·일의 민족주의는 모두 상승곡선을 그린다. 긍정적이면서도 위험한 국면이다. 일본의 팽창주의야 벌써 오래된 것이지만, 중국은 19세기 이후 오랜만에 다시, 그리고 한국은 어쩌면 유사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 건국 이래 처음일 것이다. 사실 한국사회가 사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큰 동력도 이 자부심에서 왔다. 이제까지 ‘민족주의’를 둘러싸고 갈라졌던 좌파와 우파들도 갑자기 밀려온 이 당당한 ‘대한민국주의’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러나 이 자부심은 우리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엄청난 긴장과 도전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이제 미·중·일에 대해 단순히 소극적 저항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듯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기꺼이 미·중·일 모두에 한 번 맞장 떠보자고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최소한 이들 나라 사이에서 더 이상 쫀쫀하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 균형잡기야말로 힘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보다도 미국박사를 많이 따오고 엄청나게 조기유학을 가는 한심한 나라에서 그런 당당함도 없다면, 사회에 자긍심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 “채용때 대학등급제 적용 안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채용관련 업체의 대학별 등급 가중치 적용 사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사례검토와 조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채용 전문업체인 코리아리크루트㈜에 대해 대학별 등급가중치를 작성해 이를 기업체에 제공한 것은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여전히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아리크루트는 “가중치는 각 대학 학력고사 배치표 3년치를 분석, 작성했으며, 다면평가의 한 부분 중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관례화된 자료”라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이 회사의 대학별 등급가중치가 기업의 채용관행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가중치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주장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측은 “코리아리크루트와 같은 사례가 향후 기업의 채용과정에서 유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학벌에 따른 차별의 소지가 있는 대학별 등급가중치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코리아리크루트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포항공대·KAIST 등 6개 대학을 1등급으로 분류해 가중치를 주는 등 전문대 이상 대학을 4등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신입사원’의 에릭, 문정혁 입니다

    ‘신입사원’의 에릭, 문정혁 입니다

    ■ ‘신입사원’은 어떤 드라마 ‘신입사원’은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인 ‘유쾌·통쾌·상쾌’ 공식에 충실한 작품. 하지만 단순히 가볍기만한 코믹물이 아니라 ‘시대 풍자극’을 표방한다. 드라마 줄거리 전개의 중심축은 삼류대학 출신 백수 강호가 전산착오로 대기업에 수석입사한 뒤 벌어지는 해프닝. 그러나 코믹한 내용과 함께 우리사회의 청년실업문제, 학벌지상주의 등을 신랄한 풍자로 꼬집는 시도가 돋보인다. 또 최근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재벌2세’가 나오지 않는 것도 특징. 에릭, 한가인, 오지호 세 주인공이 모두 어려운 집 출신으로 사회적 성공을 위한 갈등과 대결 구도는 배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신입사원’의 에릭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편하게 느껴져요.” 톱스타 에릭(26·본명 문정혁)이 명품 정장을 벗고 싸구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는다. 여태껏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줬던 ‘백마탄 왕자’와 정반대 이미지인 ‘백수’로 변신, 안방극장으로 복귀한다. 그는 23일 첫 전파를 타는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원’에서 공부 빼고는 뭐든 잘하는 주인공 강호역을 맡았다. 취업 실패 후 당구장과 만화방을 전전하며 ‘백수’로 살다가 황당하게도 전산착오로 인해 대기업에 수석 입사하지만, 특유의 넉살과 개성으로 어려움을 돌파해나간다. 가수 출신 연기자인 그는 이전 두 드라마 ‘나는 달린다’와 ‘불새’에서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하기 위해 주로 ‘이미지’로 어필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번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연기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작품 선택에 앞서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대본과 캐릭터가 맘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지만,‘과연 변신하는게 가능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적잖이 부담이 됐어요. 하지만 열심히 해서 캐릭터를 만들면 드라마도 성공하고 제 스스로도 발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이전까지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됐지만, 이번엔 무게를 잡다가도 금방 망가지는 모습을 표현해야 해 쉽지만은 않다며 미소짓는다. 이번 드라마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가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연기자로 활동할 때는 ‘문정혁’이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미국 영주권도 포기했는데 영어 이름을 고수할 필요는 없죠. 노래 부를 때는 그룹 ‘신화’의 ‘에릭’이지만, 연기에 임할 때는 팬들에게 연기자 ‘문정혁’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의 연기 열정 또한 예전과 달리 무척 뜨겁다. 캐스팅이 결정되자마자 연기 선생님을 모시고 줄곧 합숙을 해왔다.“부족한 연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기선생님과 한방을 쓰고 있어요. 밥 먹거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서로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 연습하고 있죠.”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모습도 선보이겠단다. 허술하고 빈틈투성이에다 장난치고 놀기 좋아하는 극중 강호의 모습이 실제 자신의 성격과도 비슷하다는 것. 그는 “그룹 활동할 때 새 앨범을 낸 뒤 6개월 정도 집에서 트레이닝복만 입고 뒹굴거리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가수 ‘에릭’과 연기자 ‘문정혁’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편하게 와닿느냐고 묻자, 그가 잠시 숨을 고른다.“아직까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더 편해요. 가수보다 연기자로서 더 잘해낼 거라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모자라는 부분을 연습을 통해 인정받으면 더 의미 있지 않겠어요?” 결혼 계획을 묻자 그의 커다란 눈이 더욱 커진다. 그는 “극중 상대인 한가인씨가 결혼을 앞두고 있고, 가수 조PD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결혼하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치면서도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군대에 갔다와서 서른한살쯤 되면 결혼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배우 주성치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와 만화 ‘열혈남아’를 꼼꼼히 챙겨 보고 있다는 그는 ‘의미있는 웃음’을 전해주도록 노력하겠단다.“극중 강호의 모습을 보고 청년실업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이 희망과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보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현대를 삼성보다 앞세우는 사람들은 현대의 창업 정신을 강조한다. 현대는 남이 일궈놓은 기업을 인수하기보다는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주춧돌을 올렸다. 건설이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으며, 중공업이 그랬다.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이를 평생의 긍지요, 자랑으로 여겼다.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끌려가서도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인천제철만 제외하고는 어느 하나 내 손으로 말뚝을 박고 길을 닦아 시작하지 않은 공장이 없다.”며 기업 강제 통·폐합에 맞섰을 정도였다. 1947년 5월25일 서울 중구 초동의 허름한 자동차 수리공장 한 귀퉁이에 ‘현대토건사’라는 간판을 내건 지 60여년. 삼성보다 10년 가까이 늦은 출발이었지만 현대는 이내 1위 기업으로 우뚝 섰고,‘경영권 다툼’이 일어났던 2000년까지 그 지위는 차돌만큼이나 단단했다. 이때 현대그룹의 자산규모가 87조여원. 계열사 수만 40개가 넘었다. 비록 그룹이 쪼개지면서 외형상의 규모가 작아지고 재계 서열은 떨어졌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화위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현대차그룹), 유통(현대백화점), 해운·제조(현대그룹), 조선(현대중공업), 금융(현대해상·현대기업금융) 등 각자 전문그룹의 길로 나서면서 경쟁력은 더 강화되고 동반 부실의 위험은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그룹들이 이제서야 계열분리 등으로 홍역을 앓는 동안 현대의 대표주자들은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KCC, 한라, 성우 등 창업주의 형제들이 이끄는 그룹들도 각자 독자영역을 굳혀가고 있다. 언뜻 봐도 느껴질 만큼 현대에 뿌리를 대고 있는 기업들은 유난히 굴뚝업종이 많다. 고용된 인원과 딸린 부품·협력업체가 많다는 얘기다. 국민경제 기여도로 따지면 현대가 여전히 1위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또 한 가지, 현대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현대정신’이다. 현대에는 일단 해보자며 덤비는 정신,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때로는 비합리성을 낳기도 하지만 현대맨들은 이를 “맨바닥에서부터 기업을 일군 현대만의 저력”이라고 자부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진정한 기업가(起業家) 정신”이라고 불렀다. 제각각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가를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이기도 하다. ●담(淡)한 혼맥… 후한 연애결혼 다른 재벌가에 비해 현대의 혼맥은 의외로 소박하다. 낭만을 즐겼던 고 정 회장이 자식들의 연애에도 너그러웠던 영향이 가장 크다.‘왕 회장’이라는 별칭으로 더 자주 불렸던 그 자신, 강원도 통천의 평범한 고향처녀(변중석)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했다. 슬하에 9남매(8남1녀)를 두고 동생이 일곱(한명은 어려서 사망)이나 됐지만 눈에 띄는 혼사는 손가락을 꼽는다. 직계가족 중에 굳이 꼽자면 다섯째아들 고 몽헌(MH)씨와 여섯째아들 몽준(MJ)씨를 들 수 있다. 몽헌씨는 신한해운 현영원 회장의 딸 정은씨와, 몽준씨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 영명씨와 각각 결혼했다. 오랜 세월 재계를 주름잡았던 현대의 위상에 견줘 혼맥이 조촐한 데는 창업주의 성공과정과도 무관치 않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부두 막노동꾼을 거쳐 대기업 총수에 오른 그는 살아생전 “세상에 공짜란 없다.”며 담(淡)한 마음을 갖자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곤 했다. 권력이나 부(富)를 결코 싫어하지 않았지만 굳이 혼사줄까지 대가며 공짜를 탐할 이유 또한 없었던 것이다. 정략결혼의 흔적이 적은 대신에 유난히 많은 손(孫)과 맞닥뜨리는 게 현대라는 집안이다. 이런 현대가 대(代)를 건너뛰면서 LG, 롯데, 한진, 이건, 비비안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과 사돈을 맺은 점은 흥미롭다. 현대가의 2세들이 ‘몽(夢)’자 돌림이라면 3세들은 딸이 ‘이(伊)’, 아들은 ‘선(宣)’자 돌림을 쓴다.4세는 ‘진’자(딸),‘창’자(아들) 돌림이다. ■ 현대의 핵심축 아들들 ●장남 몽필… 쌍용가와 인연 큰아들 몽필씨는 나이 50도 안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국영 적자기업 인천제철을 인수해 정상화에 여념이 없던 1982년 4월 어느날,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고속도로에서 그가 탄 승용차가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때가 마흔아홉살. 수도여대 출신의 부인 이양자씨와 두 딸 은희·유희씨는 망연자실했다. 몽필씨가 떠난 지 한달 뒤, 정주영 회장은 동서산업 공장장이던 이영복씨를 사장으로 파격 승진시켰다. 이씨는 몽필씨의 처남, 즉 이양자씨의 친동생. 졸지에 가장을 잃은 장남 가족에 대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양자씨마저 91년 위암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큰딸 은희씨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했다. 둘째딸 유희씨는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장남 지용씨와 결혼해 두 아들(진석·진하)을 두었다. 지용씨는 현재 용평리조트 상무를 맡고 있다. ●2남 몽구… 글로벌 현대차그룹 리더 몽필씨의 죽음으로 사실상 집안의 장남 역할을 도맡아 한 이는 둘째아들 몽구(MK)씨였다. 유희씨가 결혼할 때 부모 역할을 대신 한 사람도 몽구씨 부부였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 시절,‘갤로퍼 신화’를 만들어낸 그는 기아차마저 인수해 지금의 현대·기아차 그룹을 이끌고 있다.2000년 자동차전문 그룹으로 출범한 지 몇 년도 안돼 그룹을 세계 6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출범 당시 10개였던 계열사 수는 28개로 불어났다. 그룹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85조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소비자 보고서(컨슈머 리포트)’는 최근 현대차의 뉴쏘나타를 세계에서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했다. 갤로퍼 신화 때부터 MK가 강조해온 ‘품질 경영’의 힘이다. MK는 평범한 집안의 딸 이정화씨와 결혼해 3녀1남을 두었다. 큰딸 성이씨는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이자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고 선호영 박사의 아들 두훈씨와 결혼했다. 둘째딸 명이씨는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아들 태영씨와, 셋째딸 윤이씨는 미국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신성재씨와 결혼했다. 둘째사위와 셋째사위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각각 맡고 있다. 막내이자 외아들인 의선씨는 지난 11일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내 직함은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으로 기아차의 기획, 재무, 수출, 연구·개발(R&D) 등 핵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일찍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부인은 정도원 강원산업 부회장의 큰딸 지선씨다. ●3남 몽근… 소리없이 유통명가 키워 셋째아들 몽근씨는 일찌감치 유통을 넘겨받아 현대백화점 그룹을 이끌고 있다.‘빅3’(MK·MH·MJ)에 가려 조명은 덜 받았지만, 묵묵히 외길을 걸으면서 소리없이 유통 명가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현대백화점, 현대H&S(非 백화점 계열), 현대홈쇼핑 등 주력 계열사를 토대로 지난해 5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소신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매장을 둘러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위 형 몽구씨와는 고등학교(경복고)-대학교(한양대) 동문인 데다 선굵은 외모까지 비슷하다. 옛 현대그룹에서 고문을 지낸 우호식씨의 딸 경숙씨가 부인이다. 두 아들은 각각 부회장,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아들 지선씨는 고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인 서림씨와 결혼했다. 둘째아들 교선씨는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큰딸 승원씨와 지난해 말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교선씨의 결혼식에는 큰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집안 어른들이 대거 참석해 모처럼 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현대가는 한때 딸만 남기고 떠난 몽필씨의 대를 잇기 위해 지선씨를 양자로 입양하는 방안을 의논했었다. 유교식 법도대로라면 바로 아래 동생인 몽구씨의 아들을 입양해야 했으나 의선씨가 외아들인 탓에 지선씨가 선택된 것.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입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의 장례식때 의선씨가 ‘종손’ 자격으로 고인의 영정을 든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외사위 희영… 천마산스키장 운영, 이건·비비안과 사돈 현대가는 자손이 많은데도 딸은 귀한 편이다. 외동딸 경희씨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 그러나 바깥 활동은 없다. 대신 남편(정희영)이 선진종합㈜ 회장이다. 공교롭게 고 정주영 회장의 여동생 희영씨와 이름이 똑같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1965년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입사 동기다. 조선 수주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 창업주의 눈에 들어 사위가 됐다. 정주영 회장은 딸 경희씨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자 희영씨를 도쿄법인 이사로 발령내 자연스러운 교제를 유도했다고 한다. 이후 희영씨는 조그만 해운회사(선진해운) 하나를 갖고 독립, 장인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천마산 스키장은 오롯이 그가 독립해 만든 회사다. 외아들 재윤씨가 선진종합㈜ 상무다. 두 딸은 각각 이건그룹과 비비안그룹으로 시집갔다. 큰딸 윤미씨의 남편이 이건창호 박승준 상무, 둘째딸 윤선씨의 남편이 비비안 남석우 부회장이다. ●4남 몽우… BNG스틸 통해 부활 넷째아들 몽우씨는 숙명여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 이행자씨와 연애결혼했다.40대에 현대알루미늄 회장을 맡은 그는 그러나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결국 1990년 4월 45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겨진 유족을 돌보는 일도 사실상의 장남 몽구씨의 몫이었다. 조카 셋을 모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BNG스틸(전 삼미특수강)에 입사시켰다. 큰조카, 즉 몽우씨의 장남인 일선씨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BNG스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일선씨에 이르러 비로소 현대는 내로라하는 재벌가와 사돈관계를 맺는다. 일선씨의 부인은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 은희씨다. 구 부회장은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다. 일선씨의 동생 문선씨는 김영무 김&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씨와 결혼했다. ●5남 몽헌… 못다 이룬 꿈, 현 회장이 힘찬 날갯짓 ‘비운의 황태자’ 몽헌씨는 1998년 그룹 공동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설립해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끌어냈다.2000년에는 형들을 제치고 그룹 단독 회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2003년 8월4일 서울 계동사옥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부인 현정은씨가 경영에 뛰어들었다. 급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황망히 그룹을 물려받았지만 사업가 집안의 딸답게 배포와 합리적 리더십으로 1년 만에 그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대상선, 올해 첫 흑자를 넘보고 있는 현대아산, 주가 1000시대의 수혜주 현대증권 등을 축으로 재계 10위권 진입(현재 19위)을 눈앞에 두고 있다.201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10위권에 진입한다는 ‘2010’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이 직접 ‘점지한’ 며느리로도 유명하다. 현 회장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결혼 뒷얘기는 이렇다.“당시 현대상선 회장이던 아버지(현원영)를 따라 선박 명명식차 울산에 내려갔다가 남편을 처음 만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명예회장(정주영)께서 나를 선보러 미리 내려오셨었다. 명예회장께서 중매를 서신 셈이다.” 큰딸 지이씨는 현대상선 재정부 대리로 근무 중이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고3 수험생이었던 외아들 영선씨는 졸업후 미국 유학을 준비중이다. ●6남 몽준… 세계1위 현대중공업 ‘건조’ 지금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세계 일류 현대중공업의 뒤에는 기업인 몽준씨가 있다. 형제중에 학벌(서울대-미국 MIT 경영대학원)이 가장 좋아 ‘신문대학’(소학교만 졸업한 정주영 회장은 신문을 통해 지식의 대부분을 얻었다며 자신을 신문대학 출신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출신인 왕 회장이 유난히 예뻐했다는 몽준씨는 31세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1988년 금배지를 처음 달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시도했다. 경영은 CEO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주주로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만 내리고 있는 것. 지금도 현대중공업의 어떤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공식 직함은 5선의 국회의원이자 축구협회 회장.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10조원. 웬만한 그룹과 맞먹는다. 부인 김영명씨와는 미국 유학시절에 만나 결혼했다. 큰아들 기선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올해 학사장교(ROTC)로 임관했다. 이로써 부자(父子)가 ROTC 선후배가 됐다. 두 딸 남이씨와 선이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월드컵 베이비’로 유명한 늦둥이 아들 예선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을 최종 통과한 것을 기념해 이름을 ‘예선’으로 지었다고 한다. ●7남 몽윤… 현대해상으로 컴백 몽윤씨는 지난해 말 업계 2위의 손해보험회사인 현대해상의 등기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왔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의 전격 복귀였다. 방카슈랑스(은행상품과 보험상품의 교차판매) 확대 시행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1981년 김진형 부국물산 회장의 딸 혜영씨와 연애결혼해 정이양과 경선군을 두었다. ●8남 몽일… 할부금융으로 내실 막내아들인 몽일씨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마친 뒤 현대상사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현대기업금융을 차려 독립했다. 기업대출 등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다. 권영찬 현대파이낸스 회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해 고등학생인 현선(영국 유학중)군과 중학생인 문이양을 두고 있다. ■ 현대의 또 다른 축 형제들 고 정주영 회장의 형제들은 동생이기 이전에 창업 동지요, 사업 동료였다.6·25전쟁 직후 고령교(대구와 거창을 잇는 교량) 복구 공사를 덜컥 떠맡았다가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 내남없이 살던 집을 팔아 돈을 내놓은 것도 동생들과 매제였다. 이 때문에 20명이 넘는 대식구가 한 집(돈암동)에 모여 살아야 했지만 누구 한 사람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독립해 각자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옛 영화 꿈꾸는 한라·성우 동아일보 외신부 기자로 활동하던 첫째 동생 인영씨는 1953년 현대건설 전무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본격 합류했다.75년 말 중동 진출 때 신중론을 펴 형과 이견을 빚을 때까지 그룹의 초석을 닦았다. 당시 독립해 만든 한라그룹은 한라건설·한라시멘트·한라중공업·만도기계 등을 거느리며 재계 서열 12위로까지 도약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그룹이 부도나는 시련을 겪었다. 지금은 둘째 아들 몽원씨가 한라건설 회장을 맡아 재기를 꿈꾸고 있다. 큰 아들 몽국씨는 94년 아버지가 동생을 그룹 후계자로 지목하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한때 배달학원 이사장을 맡았으나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부인 이광희씨는 배달학원 계열인 한라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대시멘트·성우종합건설·성우리조트·현대종합금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성우그룹은 둘째 동생 순영씨 일가가 이끌고 있다. 순영씨는 명예회장으로 물러앉고 2세 경영을 정착시켰다. 큰아들 몽선씨가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을, 둘째아들 몽석씨가 현대종합금속, 셋째아들 몽훈씨가 성우전자, 넷째아들 몽용씨가 성우오토모티브를 각각 맡고 있다. 몽선씨는 사촌인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과 함께 정몽헌 회장의 부검을 임관하기도 했다. ●‘기계박사’가 일군 한국프랜지 자동차부품회사인 한국프랜지공업의 김영주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유일한 매제다. 정주영 회장은 ‘이 땅에 태어나서’라는 두 번째 자서전에서 “그가 다가가기만 해도 기계가 저절로 고쳐졌다.”며 매제를 ‘기계박사’라고 불렀다.1946년 정주영 회장이 미 군정에서 불하받은 토지에 ‘현대’(현대자동차공업사)라는 상호를 처음 내걸었을 때, 감격적으로 지켜본 이도 영주씨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로부터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기직종이던 운전기사 출신의 영주씨는 황해도 홀동광산에서 역시 운수업을 하던 정주영 회장과 뜻이 맞아 사업을 같이 도모했고, 매제까지 됐다. 부인 정희영씨는 2001년 정주영 회장이 노환으로 세상을 떴을 때 “대통령 한번 못해보고… 우리 오빠 불쌍해서 어쩔거나.”하며 가장 서글프게 울었던 동생이다. 장남 윤수씨가 회사를 물려받아 한국프랜지공업 회장으로 있다. 둘째아들 근수씨는 독립해 울산화학·퍼스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후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윤수씨의 장남 용석씨가 프랜지공업 계열사인 서한산업(자동차부품회사) 대표이사 사장이어서 3세 경영체제를 갖춰 가고 있다. 둘째아들 용범씨는 이름을 용태로 바꿨다. ●‘포니 정’ 부자(父子)의 변신 ‘포니 정’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넷째 동생 세영씨는 외아들 몽규씨와 함께 1999년 3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건설시장에서 영역을 확실하게 굳혔다. 꼼꼼한 시공과 치밀한 분양으로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도급순위 4위 업체로 키워놓았다.‘포니 정’이라는 별명은 1976년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국산 고유모델 자동차 1호 ‘포니’를 만들어낸 데서 붙여졌다. 이같은 열정과 헌신을 인정받아 87년 형에게서 현대그룹 회장직을 물려받기도 했다. 분가한 뒤로는 현대산업개발 경영에만 매달렸다. 몇 년 전 폐암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희수연을 치렀을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회사 경영은 아들 몽규(회장)씨가 책임지고 있다. 지금의 서울 삼성동 사옥은 몽규씨가 직접 지었다.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현대가 맺은 최고위층 사돈도 세영씨 집안에서 나왔다. 큰딸 숙영씨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서울대 교수)씨와 결혼한 것. ●“아… 신영아”-교통사고 아닌 병으로 요절 다섯째 동생 신영씨는 고 정주영 회장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동생이다. 서울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함부르크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1962년. 처음에 어떤 기자가 교통사고사로 쓰면서 오랜 세월 세상에 잘못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인은 지병이라고 유족은 본지에 밝혔다. 당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일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정주영 회장이 일주일을 손놓았을 만큼 가족의 슬픔은 컸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였던 미망인 제수씨(장정자)에게 현대학원(현대고)을 경영토록 했다. 지금도 현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정자씨는 남북이산가족 상봉때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남한측 방문단장을 맡았었다. 장홍선 전 극동도시가스 회장의 누나다. 신영씨는 1남1녀를 두었다. 아들 몽혁씨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취임해 인천정유(구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 오일뱅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외자유치와 함께 2002년 전문경영인에서 물러나 그 해 건축자재 유통회사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설립해 돌아왔다. 부인 이문희씨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동원 이홍근 선생의 손녀이다. 사업가이자 문화재 수집가였던 동원 선생은 평생 모은 문화재 4941점을 198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딸 일경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블룸버그대학 회계학과 교수인 남편 임광수씨와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다. ●‘리틀 정주영’이 이끄는 KCC 막내동생인 상영씨는 ‘불에 타지 않는 바닥재’ 등으로 유명한 자재 전문그룹 KCC를 이끌고 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성격 등이 고 정주영 회장을 가장 많이 닮아 ‘리틀 정주영’으로 불린다. 큰형과 나이 차이가 21살이나 나 아버지처럼 따랐다. 장조카 몽구씨와도 2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또 다른 조카인 고 정몽헌 회장이 자금난에 몰렸을 때 200억원을 선뜻 내놓았을 만큼 의리도 강하다. 그러나 조카의 죽음 이후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다소 빛이 바랬다. 그룹 경영은 두 아들에게 맡긴 상태다. 큰아들 몽진씨가 대표이사 회장, 둘째아들 몽익씨가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셋째아들 몽열씨는 계열사인 금강종합건설 사장을 맡고 있다.KCC는 몽익씨를 통해 롯데·한진그룹과 사돈으로 연결된다. 몽익씨의 부인 은정씨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신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이다. 은정씨의 언니 은영씨는 한진해운 조수호 회장의 부인이다. 몽익씨와 조 회장이 동서지간인 셈이다. ●현대가의 여자들 현대가의 딸이나 며느리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화여대(정경희-이양자-현정은-김혜영-정유희 등) 출신에 해외유학(김영명-정지선-황서림-허승원 등)까지 다녀온 재원들이 적지 않지만 경영에 참여하거나 대외활동에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남편을 따라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드물다. 유일한 경영자인 현정은씨도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오너 일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한 관계자는 “지금도 명절 때면 청운동 집(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오랫동안 살던 집)에 몇 대에 걸친 며느리들이 모두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음식을 직접 장만한다.”면서 “옷차림들도 수수하고 인상이 소박해 언뜻 봐서는 재벌가 며느리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미인들이다. 어떤 이는 그 이유를 ‘유난히 많은 연애결혼’에서 찾는다. ●그룹분리 가속화시킨 ‘경영권 분쟁’ 2000년 ‘형제간 다툼’은 현대가를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핵분열시킨 결정적 계기였다.99년 12월 마지막 날, 고 정몽헌(MH) 회장쪽 인사로 분류되던 박세용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정몽구(MK) 회장 계열의 현대차 회장으로 전격 발령나면서 시작된 형제간의 경영권 갈등은 그룹 후계자로 MH를 지목한 고 정주영 회장의 육성 테이프가 공개되기까지 석달여에 걸쳐 숨막히게 전개됐다. 효심이 남달랐던 MK는 아버지의 육성이 공개되자 깨끗이 승복하고 자동차 계열사를 이끌고 그룹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아픔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의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1일 왕 회장의 4주기에 모처럼 형제들 모두가 함께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이날은 공식적으로 가족화합이 됐음을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현대가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hyun@seoul.co.kr ■ 정주영 회장의 ‘빈대론’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해당화가 찬란하고 눈(雪)이 많은’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에서 1915년 6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죽어라고 일해도 콩죽을 면할 길이 없는 농군이 진절머리나게 싫고 지겨워”(첫번째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소학교를 졸업한 열네살 무렵부터 줄기차게 가출을 시도했다. 무작정 길을 나서 보기도 하고, 아버지의 소 판 돈을 훔쳐도 봤다. 그러기를 네번째. 열아홉살 마지막 가출에 성공해 인천부두 막노동꾼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한 푼이 아까워 몸을 기댔던 곳이 노동자 합숙소. 뼈가 으스러지는 중노동으로 누가 떠메고 가도 모를 만큼 고단했지만 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빈대들의 공격 때문이었다. 궁리 끝에 밥상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 빈대들의 공격이 잠시 뜸해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내 밥상다리를 타고 기어올라와 온 몸을 물어 뜯었다. 다시 머리를 써야 했다. 무릎을 탁 칠 만한 묘안이 떠올랐다. 밥상다리 네 개를 물 담은 양재기 넷에 하나씩 담근 뒤 그 위에 올라가 잔 것이다. 빈대를 밥상다리로 유도해 양재기 물에 익사시키자는 계략이었다. 쾌재를 부른 것도 이틀여. 빈대들은 또다시 물어뜯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양재기 물을 건넌 것일까.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불을 켜본 젊은 정주영 회장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빈대들이 밥상다리 대신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사람을 겨냥해 뚝 떨어져 목적 달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역경에 부딪칠 때마다 정주영 회장은 ‘빈대의 노력’을 떠올렸다.“난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든지 “빈대만도 못한 놈”이라는 단골 지청구는 모두 여기서 비롯됐다. 아무것도 없는 백사장(울산 염포리)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조선소 투자금액을 유치할 때나,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꼽히던 중동 주베일 공사 입찰전에 뛰어들 때나, 직원들이 불가능하다고 도리질칠 때면 “이봐, 해봤어?”라고 불호령을 쳤던 것도 빈대의 집요한 노력을 떠올리면서였다. “자본가가 아니라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던 정주영 회장은 근검과 노력을 평생의 신조로 삼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자본금” “한강에 기적은 없다. 성실하고 지혜로운 노동이 있을 뿐” “고선지부지설(苦蟬之不知雪;여름철 서늘한 나무 그늘에 앉아 노래만 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없어지는 매미는 한겨울 펑펑 쏟아지는 눈을 알 수 없다)” ‘아산 정주영 어록’에 실려있는 그의 유명한 말들이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대모’ 변중석 여사 열여섯살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살 연상의 고향총각 정주영에게 시집온 변중석씨는 현대가의 산 증인이다. 올해로 84세. 젊어서 남편이 사준 재봉틀 하나를 자신 소유의 유일한 재산으로 여기며 한결같은 근검과 후덕함으로 ‘현대가의 여자’라는 상징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매일 새벽 5시의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동생들과 자식들에게 근검을 가르쳤다면, 변씨는 새벽 3시반부터 손아래 동서·며느리들과 아침 준비를 함께 하면서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겸손하라.”고 일렀다. 가혹하리만치 자식 교육에 엄격했던 정주영 회장이 아이들을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 시달려봐야 나중에 자가용을 샀을 때의 기쁨을 안다.”며 역정을 내자 “손주녀석들 키우는 문제에까지 시아버지가 잔소리를 할 거냐.”며 막아준 이도 변씨였다. 칭찬에 인색했던 정주영 회장도 아내를 가리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했을 정도다.“아내를 보며 현명한 내조는 조용한 내조라는 생각을 굳혔다.”고도 했다. 그러나 자식을 먼저 땅에 묻는 참척의 고통과 여자로서의 마음고생을 거치면서 ‘살아있는 보살’도 탈이 났다. 거동이 불편해 10년 가까이 병원(현대아산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상 맏며느리인 이정화씨 등 며느리들이 틈날 때마다 병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영화제작 메카’ 안양 옛 명성 찾자

    지난 1960년대까지 한국영화산업을 주도했던 경기도 안양에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독특한 형태의 영화제가 열린다. 안양독립영화협회는 안양시와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오는 5월19일부터 21일까지 ‘안양변방(邊方)영화축제’를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상업성이 지배하는 주류 영화제와 차별화된 성격의 영화제로 작품의 기술적인 완성도나 실험성을 뛰어넘어 주제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영화들이 출품된다. 독립협회는 이를 위해 평론가 위주의 심사위원단을 구성, 평론부문을 강화하고 출품자의 학벌, 수상경력 등 경력사항을 묻지 않을 예정이다. 출품 작품공모는 오는 4월15일까지 안양시청 7층 소프트웨어센터 703호 영화축제사무국에서 접수한다. 안양독립영화협회의 김병옥 총무는 “심사위원 작품이 상을 받고 감독의 학벌과 경력이 중시되는 기존 영화계 풍토에 젊은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외치고 싶었다.”며 “영화제를 통해 과거 한국영화 제작의 중심지였던 안양의 옛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를 주최하는 안양독립영화협회는 안양토박이를 비롯, 안양에 연고가 있는 20∼30대 ‘영화광’ 50여명이 뭉쳐 만든 단체이다. 안양은 지난 1954년 ㈜수도영화사가 현재의 안양시 석수2동 일대에 동양 최대규모(3만여평)의 영화제작소를 세워 한국 근대영화의 전기를 마련했으며 1966년부터 81년까지 신상옥 감독의 ‘신필름’이 자리했던 곳이다.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길섶에서] 재수생/이용원 논설위원

    대학입시를 ‘대학생을 선발한다는 명목으로 재수생을 배출해 내는 시험제도’라고 트집 잡은 이는 작가 이외수이다(1994년 간 ‘감성사전’에서). 하긴 학구파를 ‘학점구걸파’로, 명예박사를 ‘자신이 진짜 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학이나 학술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람’이라고 풀이했으니, 그는 아마 세속의 학문 성취가 비위에 안 맞았던 모양이다. 2005학년도 대학입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복 합격에 따른 연쇄이동이 남아 있다고는 하나 주변에서는 재수를 택한 수험생 이야기가 이미 적지 않게 들린다. 굳이 학벌 욕심이라고 타박할 건 없다. 젊은 나이에 목표를 정해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보아주면 된다. 다만 재수가 쉽지 않은 과정임을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재수생이란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이다. 게다가 대학에 들어가 미팅이다, 아르바이트다 한창 젊음을 구가하는 친구들을 보면 속도 끓을 터이다. 그러나 재수생 후배들이여 너무 기 죽지는 말아라. 긴 인생에서 1∼2년은 잠깐일 뿐이다. 자, 재수생 후배들 홧팅!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넥슨 서원일 사장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넥슨 서원일 사장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30년 정도 회사를 다닌 50대 중후반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는 열정·도전·인내로 요약되는 세월을 살아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서원일(28)넥슨 사장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중년 CEO에 비해 경험은 짧지만 젊은 패기로 게임산업을 개척하는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2004년 2월 CEO가 된 뒤 수년째 500억원대에 정체돼 있던 매출을 그 해에 1112억원으로 끌어 올려 주변의 ‘염려’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99%를 먹여살릴 1% 인재’로 시장의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 사장은 176㎝ 훤칠한 키에 반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호남형이다.1남2녀 중 막내로 수산업을 하는 중소기업의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남미 수리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1996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지금은 서울 잠원동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대학 4학년때인 1999년, 친구들과 대학 동아리 사이트 ‘클럽클럽’을 만들었다. 이때만 해도 한 동아리에서 다른 대학의 동아리들에게 행사 참석을 요청하려면 회원들이 몇개의 팀으로 나누어 대자보를 들고 강남북으로 뛰어 다녀야 했다. 이를 온라인으로 옮겨 전국 대학 동아리 홈페이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당시 서울·경기 지역 30여개 대학교 동아리연합회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첫 ‘창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3개월 뒤 ‘프리첼’에 같은 기능이 생겨나면서 첫 사업은 정리했다. ●“젊은이는 도전을 사랑한다.” 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을 선택했지만 그는 처음부터 벤처를 희망했다. 그는 “넥슨, 엔씨소프트, 네이버 등 벤처 창업자들은 모두 이른바 대한민국 최고 학벌 출신들이지만 대기업에서 출발하는 편안한 삶 대신에 도전하는 인생을 택한 이들”이라면서 “그들은 나름대로의 성취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콘텐츠를 보유한 정보기술(IT) 강국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졸업반 시절. 벤처 회사인 정보보안업체에 합격한 그는 넥슨 창업주 김정주씨에게 인사차 찾아갔다.1996년 여름에 인턴사원으로 2개월간 일한 인연이 있어서였다. 김씨는 “게임은 일본이 강국이지만 온라인 게임 콘텐츠는 대한민국이 앞선다. 좋은 후배들이 계속 맥을 이어준다면 대한민국 게임이 세계 게임 산업을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서 사장은 2000년 8월 넥슨 해외사업팀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 이후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3개월차이던 2000년 11월.‘경영회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회사가 경영보다는 개발에 주력해온 벤처 태생이다 보니 정보 공유 등 경영체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2003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접촉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게임온디맨드 서비스’를 시도했다.MS가 유통시키는 패키지게임(CD를 컴퓨터에 넣어 혼자 즐기는 게임)을 한국 소비자에게는 인터넷에 접속해 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영화가 개봉되면 인터넷으로 바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게임 부문에도 도입한 것이다.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좋은 게임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계기가 됐다. 2004년 2월 CEO가 된 뒤에는 사내외 정비를 본격화했다. 우선 안으로는 경영마인드를 도입했다. ●아시아의 넥슨으로 사내 복지를 위해 외국어 강좌도 만들었다. 지난해 9월에는 직원들 연봉도 15∼25% 올렸다. 인재가 곧 전략이라는 취지에서다. 넥슨의 종합 게임 포털 ‘넥슨 닷컴’도 만들었다. 기존 넥슨은 게임마다 사이트가 달랐다.ID와 비밀번호도 모두 다르다. 넥슨 포털은 넥슨의 모든 게임을 한 사이트에서 접근토록 했다.2004년 3월 출범 이후 1·2위를 다툴 정도로 아성을 쌓았다. 무선게임 개발 등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선상 투하 경영’ 원칙을 내세워 정리했다. 역량을 집중해 회사를 키워야 하는 만큼 다이아몬드도 배를 가라앉히면 밖으로 던져야 한다는 논리다. 애써 개발한 게임이 사장되지 않도록 홍보도 강화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한 게임에 대한 홍보비가 40억원까지 책정됐다. 이처럼 경영과 벤처가 접목되면서 그는 넥슨을 히트작 제조사로 만들었다. 자동차 경주 게임 ‘카트라이더’는 지난해 12월초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제치고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최고 인기게임 반열에 올랐다.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인 ‘마비노기’는 200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과 기술창작상을 거머쥐었다. 또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물방울 터뜨리기 게임인 ‘비엔비’는 지난해 9월에 동시접속자 수 70만명을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월 2억∼3억원이던 중국지역 매출도 지난해 4월부터 30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게임부문에서는 1등인 엔씨소프트와 유일하게 매출 1000억원을 넘겼지만 연간 성장률만 보면 70%로 엔씨소프트를 오히려 앞선다. 올해도 질주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2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아시아 시장 석권을 넘어 유럽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시장은 넓다, 큰 꿈은 계속 젊은 나이에 CEO가 됐지만 CEO는 그의 꿈이 아니다. 그는 “유학을 갈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현재 직장을 평생 일터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넥슨의 게임 장르를 다각화할 생각이다. 넥슨은 각종 어린이 대상 설문조사에서 삼성 다음으로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게임을 만드는 회사란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폭력적이고 섹스 어필한 게임들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넥슨의 색깔을 어떻게 성인 게임에도 접목시킬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유럽지역 진출 가능성도 적극 타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말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한·영 산업기술 협력 포럼’에 참석해 발제자로 연설한 것은 물론 팀스 영국 정보통신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게임 콘텐츠 시장과 영국 게임시장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그는 “이력서에 한줄 넣기 위해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보다 실수를 하더라도 도전하는 젊은 삶이 소중하다.”면서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열정과 확신만 있으면 어떤 도전도 아름답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진로를 고민하며 찾아오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일해야 한다. 꿈은 자신만이 만들 수 있다. 꿈을 스스로 찾는 젊은이가 되자.” ■ 서원일 대표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1995 American Cooperative High School(수리남 소재) 졸업 ▲1996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입학 ▲1996 넥슨 인턴사원 ▲1998 국제경상학생협회(AIESEC) 서울대지부 회장 ▲2000 넥슨 해외사업부 입사 ▲2001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2001 넥슨 CI 리뉴얼 프로젝트진행 ▲2004 넥슨 대표이사 취임 ■ 넥슨은 어떤 회사 넥슨은 1996년 4월 세계 최초로 온라인 그래픽 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 PC통신에 상용화시킨 회사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김정주(37)씨가 카이스트 전산과 석사 과정 시절 창업한 게임벤처 업체다. 김씨는 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넥슨은 이에 앞서 1994년 웹 기업체에 홈페이지를 구축해주는 웹 에이전시로 출발해 현대차 등 기업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면서 게임벤처 창업을 준비했다. 현재 웹 에이전시 이외에도 게임 개발사인 엠플레이와 위젯, 모바일 게임 제작업체 모바일 핸즈,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는 와이즈키즈 등 5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넥슨의 게임은 바람의 나라, 테일즈위버, 어둠의 나라, 일랜시아, 아스가르드, 크로노스, 뎁스판타지아, 택티컬커맨더스,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큐플레이, 카트라이더 등 온라인 게임과 깨미오BnB,BnB서바이벌 등 모바일 게임이 있다.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1112억원, 경상이익은 270억원이다. 올해 목표는 해외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등 세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매출 목표는 2000억원 달성이다.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8∼30세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교육근간 무너지는 일” 교육단체

    교육 관련 단체들은 27일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했다는 소식에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논리에 따른 ‘상식 밖의 인사’라는 주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학벌없는 사회 등 19개 교육 단체 연합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가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범교육계가 참여하는 강력한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한만중 대변인은 “교육 정책과 경제 정책의 경계가 무너져 교육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라면서 “이로써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은 공염불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20일의 공백 끝에 나온 인사로는 지나치게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한국교직원노동조합 류명수 위원장은 “교육을 모르는 사람을 교육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