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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의 생각 담은 공부] 암기 공부의 역습

    [박주용의 생각 담은 공부] 암기 공부의 역습

    이젠 정말 변화해야 할 때다. 입시나 취업에서 경험하는 경제적 부담과 주관적 고통에 추가해 국제 비교 연구 결과를 통해 본 객관적 교육 성과가 참담하기 때문이다. 만 15세일 때는 최상위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보인다. 그런데 그때를 정점으로 줄곧 하락해 50~60대의 경우 조사 대상인 2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위가 된다. ‘압력밥솥’ 수준의 공부 압력 속에서 암기에 몰입해 학창 시절을 보낸 결과가 부메랑이 돼 대부분의 한국인이 졸업 후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더 방치될 수 없다.도대체 공부가 뭘까. 넓게 보면 공부는 자기주도적 탐구 활동이다. 자신이 누구이고 왜 사는지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인간으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우주만물로 그 탐구 범위를 넓히게 한다. 우리 각자는 이런 탐구를 통해 일관성 있는 삶을 추구하게 되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는 착각을 줄이는 한편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소크라테스는 “성찰을 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던 것 같다. 오늘날의 공부에서는 인류가 그동안 축적해 온 지식을 배우는 비중이 훨씬 커졌다. 즉 학습의 의미가 강해졌다. 그런데 사교육은 우리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저해한다. 통계청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의 경우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6.4시간, 고등학생은 4.1시간이다. 이런 사교육에 드는 가계 지출은 17조 8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수치가 실제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배우느라 스스로 탐구할 시간은커녕 잠잘 시간도 없다. 이 과정에서 공부의 의미는 암기 활동으로 축소됐다. 그렇지만 이미 오래전 공자가 지적했듯이 배우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게 없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ㆍ위정편). 배운 지식은 사용되지 않으면 쉽게 망각되는데, 너무 많이 배우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다. 결국 남는 게 없는 공부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상황이다. 암기 중심 공부는 대학에서도 지속된다. 학벌을 중시해 적성이나 관심보다는 점수에 맞추어 전공을 선택하다 보니 내적 동기에 의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영어 공부를 비롯한 소위 스펙 쌓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전공 영역을 공부하는 시간 자체도 많지 않다. 이런 학생들에게 또다시 많은 양의 정보가 강의를 통해 전달된다. 대학에서조차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갈고 닦은 암기 실력을 발휘하면 어느 정도 학점이 나오는데, 더 깊게 알려고 파고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전공 필수 과목을 어떻게든 이수한 다음에는 재미있고 성적도 잘 나오는 ‘꿀강의’를 수소문해 찾아 듣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장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공부로 인해 우리 사회는 다양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와 담을 쌓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 증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와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는데, 성인의 40% 이상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산업계의 경우 다른 나라의 기술을 받아들여 빠른 추적자로서 성공했지만, 여전히 들이는 시간에 비해 노동 생산성이 낮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는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많은 논문이 발표되지만 논쟁도 없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 각계의 리더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자리에 걸맞게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안전하게 자리를 보전하거나 국가나 조직보다는 부서의 이익이나 심지어 사익을 추구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그 결과 현재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희망보다는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할까. 바로 평가다. 이 주제를 포함해 생각을 담는 공부를 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내용들을 이 칼럼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 [커버스토리] 57세 경남 출생 男, 서울대·행시 출신 李차관… ‘늘공’ 정점까지 30년

    [커버스토리] 57세 경남 출생 男, 서울대·행시 출신 李차관… ‘늘공’ 정점까지 30년

    ‘1961년 경남(부산) 출생, 남성, 서울대 졸업, 행시 출신….’ 2018년 4월 8일 기준 대한민국 차관의 평균적인 모습이다.차관은 해당 부처 출신이 대부분이라 업무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 장관에 견줘 조직 장악력도 탁월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나라 정책을 실행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자리가 차관이다. 심심치 않게 실세 차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장관이 정치인으로 느껴지는 것에 반해 차관은 늘공(늘 공무원)의 정점이다. 차관이 되면 억대 연봉을 받는다. 올해 기준 1억 2500여만원이다. 장관이 1억 2900여만원이니 큰 차이가 없다. 운전기사를 포함한 전용 승용차가 지원된다. 과거에는 장·차관 차량의 배기량도 엄격하게 명문화했으나 최근에는 자율이다. 관례상 장관급은 에쿠스(3300㏄ 이상)를, 차관급은 체어맨(2800㏄) 등을 탔는데 최근 들어 차종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집무실도 1급 때에 견줘 두 배 가까이 대폭 확장된다. 비서실을 포함해 99㎡(약 30평)이다. 물론 청사 규모를 감안해 늘거나 줄 수 있다. 1급은 50~66㎡, 장관은 165㎡가 기준이다. # 정책 실행 첨병역으로 ‘실세 차관’ 괜한 말 아냐 차관은 정무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차관이 되려면 일단 사표를 내고 다시 임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차관으로 임명되는 순간, 그간 공직 생활을 해온 자부심과 뿌듯함, 보람과 함께 곧 공직을 떠나야 한다는 허전함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국가주요직위 명부록 등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차관은 모두 23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행정부는 18부가 중심인데 그중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가 차관을 두 명씩 거느리고 있다. 대부분 1960년대생(78.2%)이지만 1950년대 생도 눈에 띈다. 모두 다섯 명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차관은 조현 외교부 2차관이다. 1957년생으로 환갑이 지났다. 가장 나이가 어린 차관은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다. 1965년생이다. 출신지로 따져 보면 부산·경남 지역 출신이 7명(30.4%)으로 가장 많다. 서울과 전북이 각각 4명으로 뒤를 잇는다. 여성은 단 2명뿐이다. 교육부의 박 차관과 여성가족부의 이숙진 차관 단 둘이다. 전체의 8.6%에 불과하다. 18부의 여성 장관이 5명(27.7%)인 점을 고려하면 차관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성씨를 따지면 이씨가 5명(21.7%)으로 가장 많다. 김씨는 4명이다. 출신 대학(학부 기준)을 보면 서울대가 압도적이다. 11명(47.8%)이 서울대를 나왔다. 고려대 3명, 연세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2명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장 최근 임명된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학벌주의를 무너뜨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군산고 2학년 재학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학교를 그만두고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검정고시로 고교 학력을 땄으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던 1988년 3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행시 출신이 많다. 모두 14명(60.8%)이다. 여기에 기술고시 3명, 외무고시 2명, 사법시험 1명까지 합하면 고시 출신 차관이 압도적(86.7%)이다. 행시의 경우 1986년 합격한 30회, 1987년 합격한 31회가 각각 5명으로 가장 많은데, 30회가 같은 해 합격한 기술고시 22회가 2명 있기 때문에 사실상 1986년에 고시에 합격하고 이듬해부터 공직을 시작한 차관이 가장 많다고 보면 된다. 문재인 정부의 차관 대부분 지난해 임명됐는데, 행시 30기를 기준으로 하면 공직 입문 뒤 차관 자리에 오르는 데 30년이 걸린 셈이다. 외교부 임성남 1차관과 조현 2차관은 각각 1980년과 1979년 외시에 합격했으니 외교부 차관이 되기까지 6년 이상이 더 걸렸다. 가장 빨리 차관이 된 것은 이진규 과기부 1차관이다. 1990년 기술고시 26회에 합격해 이듬해 공직에 입문했으니 26년이 걸린 셈이다. 발탁 인사로 기수 파괴라는 평가를 받았던 교육부 박 차관도 27년 만에 차관이 됐다. 앞서 공직을 거치지 않은 경우도 3명이 있다. 국방부 서주석 차관, 환경부 안병옥 차관, 여가부 이숙진 차관은 민간 전문가 출신이다. # 차관급 최고령 1939년생·최연소 1968년생 18부 차관을 포함해 5처 17청 2원 4실 6위원회의 차관급 공무원(직무등급이 별개인 대검찰청과 군 제외)까지 합하면 대한민국 차관(급)의 모습은 다소 달라진다. 현재 공석인 세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83명의 차관(급)을 분석하면 ‘1959년생 경남(부산) 출생, 서울대 졸업, 행시 출신, 남자 김 차관(급)’이 평균이다. 1960년대생이 53명(63.8%)으로 가장 많았고 1950년대생이 24명(28.9%)이었다. 그럼에도 차관에 견줘 차관(급) 평균 연령대가 다소 올라간 것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행안부 산하 이북5도위원회의 이북5도지사 5명이 모두 70대이기 때문이다. 1939년생인 박성재 황해도지사가 차관(급)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최연소자는 1968년생으로 최연장자와 거의 서른 살 차이가 난다.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인 배재정 국무총리 비서실장이다. 출신지는 부산·경남이 23명(27.7%)으로 여전히 많았다. 서울 11명, 광주·전남과 전북 각 10명, 대구·경북 8명 순이었다. 차관(급) 여성은 8명으로 늘어나지만 비율로 따지면 9.6%에 그쳤다. 성씨는 김씨가 19명(22.8%)으로 가장 많았고, 이씨가 9명으로 한 계단 밀렸다. 차관(급)도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이었다. 모두 38명(45.7%)이었다. 그 뒤를 고려대 7명, 연세대 6명, 성균관대 5명이 이었다. 공직 입문 경로는 역시 행시가 36명(43.3%)으로 1위를 차지했다. 행시 30회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외시, 사시, 기시까지 합하면 차관(급) 중 고시 출신은 모두 50명(60.2%)에 달했다. 1991년 행시 35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손창동 감사위원이 고시 출신으로는 가장 빨리 차관(급)이 됐다. 차관(급)에는 민간 출신도 대거 진입했다. 모두 21명(25.3%)이다. 밑바닥에서부터 ’9급 공무원 신화’를 쓴 사례도 있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9급 공무원 공채로 1976년 공직에 입문했다. 지난해 청장으로 취임했으니 무려 40여년 만에 차관(급) 반열에 오른 셈이다. 김종진 문화재청장도 고시 출신이 아닌 7급 공채로 1981년 공직에 입문한 경우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물고문 사라졌지만 약자 배려 없는 공권력 자세는 똑같아”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물고문 사라졌지만 약자 배려 없는 공권력 자세는 똑같아”

    임창용 논설위원이 만났습니다 - 박준영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 변호사 법은 과연 얼마나 공평한 것일까. 얼마 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보면서 든 의구심이다. 15세 소년이 18년 전 택시 기사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10년간 복역했는데, 나중에 진범이 잡힌 사건이다. 소년이 누명을 쓰기까지 경찰의 불법감금과 극심한 폭행이 있었지만, 검사와 판사는 이를 외면했다. 경찰이 내민 소년의 허위자백만을 근거로 법정 최고형을 합작했을 뿐이다. 지난해 이 사건을 다룬 영화 ‘재심’은 법(엄밀히 말하면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약자에겐 한없이 강하고, 강자에겐 약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극 중 변호사로 나오는 이준영은 실제 이 사건을 맡았던 박준영(44) 변호사와 이름이 같다. 박 변호사는 약촌오거리 사건 말고도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과 삼례 나라 슈퍼 살인사건 등 많은 재심을 이끌어 낸 재심 전문 변호사다.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변호사는 “재심 사건들이 대부분 오래된 사건이지만, 지금도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예전의 물고문이나 폭행이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조서를 함부로 쓰고, 자백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유무죄를 재단하던 것도 달라졌다고 봐요.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런 강압적 수사가 있게 했던 본질적 이유는 달라진 게 없어요. ” 그가 강조한 ‘본질’은 경찰이나 검사, 판사 등 법을 집행하고 심판하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대하는 자세다. “얼마 전 늦은 밤에 친척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10대인 아이가 밖에서 추위를 피하려 종이를 모아 불을 피우고 길거리에 세워진 차 문 손잡이를 잡아당긴 죄로 경찰서에 잡혀 있다는 거예요. 경찰이 아이를 새벽까지 잡아 두고 심야조사를 하고 있던 거죠. 중범죄도 아닌데 방화와 절도죄 의심만으로요. 심야조사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죠. ” 반인권적 수사를 막기 위한 규정과 장치는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로선 알려주지 않으면 그런 장치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나 노숙인 같은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설령 알아도 그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사실 자기 변호가 어려운 약자들을 위한 장치인데 외려 돈 많고 힘센 사람들이 자기 방어를 위해 이용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진술거부권만 해도 만든 취지는 사회 약자들이 강압적 수사에 의해 진술하는 걸 막기 위한 것이거든요. 한데 실제론 강자들이 더 애용하죠. 증언거부권이나 조서열람권도 마찬가지고요.” 최근 조사거부 논란이 일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검찰 조사와 재판에 툭하면 불응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의 사례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박 변호사는 요즘 ‘낙동강변 2인조 부녀자 살인사건’ 재심 인용을 기다리면서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에 참여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재심을 청구한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도 무죄임을 확신한다”면서 변호사 인생에서 가장 한이 된다고 안타까워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두 사람은 직접 증거는 하나도 없이 자백만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21년간 복역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극심한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진행됐던 수사와 재판기록을 검토한 박 변호사는 “당시 기록만으로도 지금 재판하면 판사들이 무죄를 선고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오염된 자백과 조서에만 집착해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재심 인용 결과가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그는 “사실상의 국가범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터진 1987년에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부산의 부랑자 보호시설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실은 부랑자라고 볼 수 없는 아이나 여성 등에 대한 폭행과 성폭행, 강제노역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만행이 자행됐어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거리 청소’를 하려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길거리서 구걸하던 사람들이 적잖이 잡혀갔는데, 복지원과 경찰의 결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뉴스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에선 10년간 513명이 죽어나갔고, 가혹행위 정황이 짙었다. 거쳐 간 사람이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에선 지금까지도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복지원 원장은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는 데 그쳤다. 1심에서 10년 징역형을 받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대법원 파기 환송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당시 그러한 만행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는지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만 해도 나중엔 진상이 밝혀지고 인권신장으로 이어졌어요.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이 남영동 분실을 찾거나 박종철 열사 부친을 찾아가 사과도 했고요. 형제복지원에선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 수백명이 죽었는데 그동안 누구도 관심이 없었어요.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사회 약자들도 ‘법이 평등하구나, 우리도 인간이구나’ 하고 생각할 겁니다.” 박 변호사는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의 외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의 과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재심사건을 주로 다룬 만큼 검·경의 문제점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재심 사건을 지금의 법과 제도의 문제로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큰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수사를 경찰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인정해 줄 필요도 있어요. 다만 경찰이 현재 시점에서 검찰의 수사지휘와 특수수사 역량을 무리 없이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제가 접한 일선 경찰 중엔 상당수가 아직 검찰의 깨알 같은 수사지휘를 원하고 있었어요. 물론 경찰에도 능력이 뛰어난 간부들이 많지만 수사권을 완전히 넘겨주기엔 좀더 준비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 변호사는 또 “일반사법경찰과 특수사법경찰을 한데 묶어 수사권 독립을 논의하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이 합리적으로 권한을 나누고 협력하면서 견제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dragon@seoul.co.kr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사건만 맡는 ‘흙수저’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다. 전남 완도 옆 노화도란 섬에서 태어나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막일과 배달일, 주먹질을 하면서 방황했다. 지방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지만, 군 복무 후 장학금을 못 받게 되자 자퇴한 뒤 군대 선임을 따라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갔다. 일찍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을 책상 위에 붙여 놓고 악착같이 공부했고, 5년 만인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 초기 국선변호를 주로 맡았다. 인맥과 학벌에 밀린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면서 자기 방어권이 약한 사람들을 주로 만났다.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에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가출 소녀들의 눈물은 그를 울렸고, 이후 재심 사건에만 몰두했다. 박 변호사는 모든 재심 사건에서 무료변론을 하고 있다. 변호할 사람들이 가난한 사회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재심 진행에서 가장 큰 동력인 시민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시민 지지가 있어야 목격자나 관련자들의 증언 확보도 수월해진다. 영리 목적으로 재심을 맡았다가 자칫 시민들의 지지를 잃어 재심 진행이 어려워질까 우려한다. 재심 사건은 한 번 맡으면 평균 5년은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박 변호사는 기존에 맡았던 일반 사건 수임료에 사비까지 털어 재심에 매달렸지만 2년 전 파산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포털사이트를 통한 스토리펀딩에 시민들의 후원이 몰렸고, 그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5억원이 넘는 후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최유정·홍만표 등 법조 거물들의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더 큰 지지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박 변호사의 주 수입원은 강연료다. 재심사건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인권 관련 강연이 많이 들어온다. 지난해의 경우 많을 땐 월 20회까지 했다. 올해도 월 10회는 강연에 나선다. 일선 경찰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보호를 주제로 강연한다. 과거사위원회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선 공식적인 국가 업무를 맡았기에 약간의 보수도 받는다. 재심 사건 외에 일반사건은 아예 맡지 않고 있다.
  • 검정고시 출신 ‘교통맨’… 학벌주의 깬 김정렬 국토2차관

    검정고시 출신 ‘교통맨’… 학벌주의 깬 김정렬 국토2차관

    “일종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소통했습니다.”2일 신임 국토교통부 2차관으로 임명된 김정렬 차관은 검정고시 출신으로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에 김 차관은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했을 뿐 비결은 따로 없다”며 “정책 의견 수렴을 위해 관련 부처와 단체, 지방자치단체, 주민들과 특별히 소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중·고등학교 교육 여부의 차이는 노력에 의해 극복되는 것”이라며 “정책 이해당사자들과의 관계 형성에 더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공공주택단장을 지냈을 때 임대주택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에 주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임대주택이 들어온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많았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입주하면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똑같다는 논리로 설득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험이 있다 보니 각계각층의 이해당사자들의 처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1961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군산고 2학년 재학 시절 아버지의 병환으로 형편이 어려워지자 학업을 접고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1988년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 그해 3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김 차관의 인사를 놓고 학벌주의가 만연한 공직사회의 틀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차관은 도로·교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교통맨’으로 통한다. 김 차관은 가장 시급한 정책 현안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버스 종사자 인력수급 문제 해결 및 대도시권 광역교통청 설치 등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공항건설과 관련된 이슈들을 정리하고 주요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 운영사인 에스알(SR)의 통합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 편익이 증진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고속철도 평택~오송 구간의 병목현상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다”고도 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단독] ‘SKY’ 25점, 기타 대학은 10점… 홈앤쇼핑, 출신 대학별 줄세우기 채용

    [단독] ‘SKY’ 25점, 기타 대학은 10점… 홈앤쇼핑, 출신 대학별 줄세우기 채용

    “대학 서열화…시대에 역행” 지적도 일부 블라인드 채용 기업도 의혹 제기신입사원 채용 비리로 경찰에 적발된 홈쇼핑업체 홈앤쇼핑이 출신 대학별로 차등 점수를 부여해 사원을 선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능력 중심의 공정한 채용을 위한 ‘블라인드 평가 방식’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2011년과 2013년에 진행된 1, 2기 공개채용 서류전형에서 지원자들의 출신 학교를 점수로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앤쇼핑 측의 ‘공채 1기 서류전형 배점 기준표’를 살펴보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출신에게는 만점인 25점,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출신에게는 23점이 주어졌다. 경북대·경희대·부산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전남대·중앙대·한국외대 등 8개대 출신은 20점, 건국대·국민대·단국대·동국대·숙명여대·숭실대·인하대·전북대·홍익대 등 9개대 출신은 18점이었다. 그리고 기타 대학 출신에게는 10점이 부여됐다. 또 편입생은 ‘학벌 세탁’을 했다고 보고 최종 졸업 학교보다 한 단계 낮은 점수를 받았다. 분교나 야간 대학은 모두 기타대로 분류됐다. 외국계 대학 출신도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은 ‘SKY’와 같은 1군, 기타 주립대 출신은 서강대 등과 같은 2군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고 나머지 기타 외국대 출신은 모두 4군으로 분류됐다. 출신 대학의 배점은 110점 만점에 25점으로 학점(20점), 어학점수(20점) 등 평가 요소 가운데 가장 비중이 컸다. 또 SKY와 기타대의 점수 차이는 15점이나 났다. 이 때문에 기타대 출신은 학점 4.5, 토익 990점 등 모든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도 학점 3.5 정도에 토익 500~600점을 받은 SKY 출신과 점수가 비슷하다. 게다가 인사 청탁 대상자에게는 ‘중소기업유공자우대’라는 항목을 신설해 10점을 더 얹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전형 만점이 100점이 아니라 110점이 된 이유다. 인사 청탁으로 합격한 지원자 중에는 기타대로 분류된 지원자가 이 항목의 가점을 받아 합격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홈앤쇼핑의 공채 2기에서는 출신 대학의 배점 비중이 30점으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이때는 학교별로 더 세분화해 1점 단위로 점수가 매겨졌다. 이 가운데 최하점 수준인 17점을 받은 지원자는 이 회사 대표가 추천했다는 이유로 가점 20점을 추가로 받아 합격했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2015년과 2017년 각각 진행된 공채 3, 4기 선발 과정에서는 학력 기재를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업체 채용 비리를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3, 4기 공채 때도 점수 조작 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 확보에 나섰지만 자료가 이미 폐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내건 일부 기업들이 암암리에 출신 대학을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서류전형 심사 때 자기소개서만으로 뽑기도 하지만 출신 대학, 학점, 어학점수 등 ‘스펙’을 계량화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단독] ‘SKY’ 25점, 기타 대학은 10점...홈앤쇼핑, 출신 대학별 줄세우기 채용

    [단독] ‘SKY’ 25점, 기타 대학은 10점...홈앤쇼핑, 출신 대학별 줄세우기 채용

    공채 1기 서류전형 출신학교 5단계로지방대·편입생 등에 일방적인 ‘페널티’일부 블라인드 채용 기업도 의혹 여전 신입사원 채용 비리로 경찰에 적발된 홈쇼핑업체 홈앤쇼핑이 출신 대학별로 차등 점수를 부여해 사원을 선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능력 중심의 공정한 채용을 위한 ‘블라인드 평가 방식’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점이 시대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주주로 있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업체다.16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2011년과 2013년에 진행된 1, 2기 공개채용 서류전형에서 지원자들의 출신 학교를 점수로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앤쇼핑 측의 ‘공채 1기 서류전형 배점 기준표’를 살펴보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출신에게는 만점인 25점, 서강대·한양대·성균관대 출신에게는 23점이 주어졌다. 경희대·한국외대·중앙대·경북대·서울시립대·부산대·이화여대·전남대 등 8개대 출신은 20점, 국민대·동국대·건국대·단국대·숙명여대·홍익대·숭실대·전북대·인하대 등 9개대 출신은 18점이었다. 그리고 기타 대학 출신에게는 10점이 부여됐다.또 편입생은 ‘학벌 세탁’을 했다고 보고 최종 졸업 학교보다 한 단계 낮은 점수를 받았다. 분교나 야간 대학은 모두 기타대로 분류됐다. 외국계 대학 출신도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은 ‘SKY’와 같은 1군, 기타 주립대 출신은 서강대 등과 같은 2군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고 나머지 기타 외국대 출신은 모두 4군으로 분류됐다. 출신 대학의 배점은 110점 만점에 25점으로 학점(20점), 어학점수(20점) 등 평가 요소 가운데 가장 비중이 컸다. 또 SKY와 기타대의 점수 차이는 15점이나 났다. 이 때문에 기타대 출신은 학점 4.5, 토익 990점 등 모든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도 학점 3.5 정도에 토익 500~600점을 받은 SKY 출신과 점수가 50점으로 똑같다. 게다가 인사 청탁 대상자에게는 ‘중소기업유공자우대’라는 항목을 신설해 10점을 더 얹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전형 만점이 100점이 아니라 110점이 된 이유다. 인사 청탁으로 합격한 지원자 중에는 기타대로 분류된 지원자가 이 항목의 가점을 받아 합격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홈앤쇼핑의 공채 2기에서는 출신 대학의 배점 비중이 30점으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이때는 학교별로 더 세분화해 1점 단위로 점수가 매겨졌다. 이 가운데 최하점 수준인 17점을 받은 지원자는 이 회사 대표가 추천했다는 이유로 가점 20점을 추가로 받아 합격했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2015년과 2017년 각각 진행된 공채 3, 4기 선발 과정에서는 학력 기재를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업체 채용 비리를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3, 4기 공채 때도 점수 조작 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 확보에 나섰지만 자료가 이미 폐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내건 일부 기업들이 암암리에 출신 대학을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서류전형 심사 때 자기소개서만으로 뽑기도 하지만 출신 대학, 학점, 어학점수 등 ‘스펙’을 계량화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대졸+정규직+월 400만원’ 결혼 비율 높다는데

    ‘대졸+정규직+월 400만원’ 결혼 비율 높다는데

     대졸 이상, 정규직 취업자, 월 근로소득 400만원 이상인 경우 결혼하는 비율이 높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또 학력이나 근로소득이 유사한 경우에는 ‘자존감’이 높아야 결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설문 결과를 접한 청년들은 자존감도 결국 학벌, 취업, 소득에서 온다고 설명했다. 또 어른들의 명절 질문 ‘3종 세트’(대학 진학, 정규직 입사, 월 소득)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17일 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만 25~39세인 781명의 설문 결과, 월 소득 400만원 이상의 결혼 이행 비율은 42.5%로 200만~400만원(27.8%), 200만원 미만(16.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또 월 소득 400만원 이상인 집단은 200만원 미만 집단보다 결혼 이행 가능성이 3.83배가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학력면에선 대졸의 결혼 이행 비율이 25.3%로 전문대졸(17.1%), 고졸(11.6%)보다 높았고, 정규직 근로자(27.4%)가 비정규직(16.1%)보다 결혼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규직은 미취업자보다 결혼할 가능성이 3.04배 컸다.  학력, 종사상 지위, 근로소득이 유사한 경우에는 자존감이 높거나 사회관계 만족도가 높은 경우 결혼할 확률이 높았다. 자존감이 높은 남성 집단은 낮은 집단보다 결혼 이행 확률이 3.48배 컸고, 여성의 경우는 자존감이 높은 집단이 낮은 집단보다 결혼할 가능성이 1.99배 높았다.  이에 대해 IT업계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중인 이모(34)씨는 “자존감 자체가 다니는 회사나 월급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데, 자존감만 높다고 결혼이 되겠냐”고 말했다. 실제 이 설문에서 대졸 이상의 자존감은 3.3점인데 비해 고졸은 3.07점이었다. 또 월 소득 400만원 이상인 집단의 자존감은 3.42점, 200만~400만원은 3.38점, 200만원 미만은 3.05점이었다.  대학 4학년 이모(26)씨는 이번 설에 본격적으로 취업 잔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른들이 과거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킨 산업역군인 것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은 공과대 출신이 아니라면 원서를 30개 넣어서 한 곳에 합격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변에 취업 얘기를 듣기 싫어서 아예 고향에 가지 않는 친구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반면 최모(69·여)씨는 “자식 세대의 답답한 상황을 알면서도 적어도 내 자식이나 조카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요즘 은행들에서 채용비리 문제가 나오던데, 기성세대가 이런 것은 정말 없애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시론] 포노사피엔스가 지배하는 세상/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시론] 포노사피엔스가 지배하는 세상/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기상청에서는 우리나라가 ‘13한2온’이 됐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더워진 지구 공기로 인해 겨울철 북극의 한기를 막아 주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버렸고, 결국 극강의 북극 냉기가 한반도까지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10년 전과는 다른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거대 시스템의 변화가 일어난 분야가 또 있다. 바로 시장경제다. 그야말로 시장 생태계의 판이 바뀌었다 할 만하다.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 유통, 금융, 광고 등 전 산업 분야가 대격변을 겪고 있다. 지난 30년간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안정적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모두 혼란에 빠져 있다. 특히 미디어 기업들은 한바탕 구조조정이 끝나고 앞서 정보혁명 시대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맞고 있다. 기존 대중매체들은 급격한 광고비 하락 때문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고,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신종 기업들이 광고 매출의 30% 이상을 가져가 버렸다.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라 미디어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했고, 미디어 산업 시장도 혁명적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미디어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2007년 스티브 잡스에 의해 탄생한 스마트폰은 인류의 사고와 생활방식까지 바꿔 버렸다. 탄생 10년 만에 전 세계 인구의 40%가 사용하게 됐다는 이 스마트폰은 모든 인터넷 검색이 자유롭다. 사용자가 10년 전보다 100배 많은 정보를 매일 접하게 됐으며, 어떤 대중매체의 지배로부터도 자유롭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원하는 것을 보고 즐기고 소비한다. 스마트폰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가 열린 것이다. 포노사피엔스가 지배하는 미래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음악의 소비 패턴 변화가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류 출현 이래 가장 보편적인 소비재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의 소비 방식이 사회 변화의 지표라고 본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미래에 대한 해답이 있다면 그 키워드는 ‘다양해진 확산 방식과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의 소비 방식과 인기가 확산되는 경로는 과거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화됐다. 대표적인 대중매체인 TV, 라디오는 여전히 존재하고, CD도 여전히 판매된다. 그러나 유튜브, 멜론 등 기존 매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소비 플랫폼이 기존 시스템의 위상을 추락시켰다. 인기가 퍼지는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시스템과 자본의 도움 없이도 소비자 스스로 팬이 되어 스타와 문화 상품을 퍼뜨리는 생태계가 구축됐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경로를 통해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우선 문화 시스템의 권력이 일반 소비자에게 넘어갔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기존의 문화 권력이 향유하던 달콤함은 내려놓고, 신인류와의 적극적인 소통 창구를 열어야 한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통찰력과 실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런 관점의 트렌드를 접목해야 한다. 과거와 달라진 신인류의 행동에 기성세대는 자못 놀라고 있다. 예컨대 신인류는 남북 단일팀에 기반한 정치적인 올림픽보다 내가 흘린 땀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원한다. 국가권력의 중심부인 엘리트 검찰이라면 취중 성추행 정도는 눈감아 줘도 된다는 식의 사고는 신인류에 의해 종말을 고했다. 면접 점수를 살짝 고쳐 실력보다 학벌 좋은 신입 사원을 골라내는 관행 역시 신인류에게는 철창행 감이다. 이제 모든 상식과 관행을 처음부터 다시 살피고 새로 세워야 한다. 변화는 나의 영역에도 도둑처럼 찾아올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자. 바야흐로 혁명의 시대다.
  • 한양사이버대, 제3회 고교생 꿈공장 캠프 개최

    한양사이버대, 제3회 고교생 꿈공장 캠프 개최

    국내 최대 규모의 한양사이버대학교(부총장 류태수)가 오는 2월 1일 “제3회 고교생 꿈공장 캠프”를 개최한다. 한양사이버대학교는 2016년부터 해마다 100여명의 서울‧경기권 특성화고교생을 대상으로 고교생 꿈공장 캠프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캠프운영에 따른 비용은 학교측이 모두 부담해 학생들은 별도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당시 캠프에 참가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전문 강사의 특강과, 한양사이버대 교수들과의 멘토링을 통해 진로와 미래설계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행사 종료 시 실시한 참가자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도 높게 나타났다. 제3회 캠프 역시 경영, 공학, 디자인으로 나뉘어 전공 교수들과의 멘토링이 진행된다. 외부 전문강사 특강은 진로적성 교육전문 연구소 와이즈 멘토의 추현진 이사의 ‘미래는 계획되어지면서 동시에 만들어진다’와 구글 코리아 조용민 부장의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자기를 혁신하는 방법’으로 특성화 고교생들이 현장에 나가기 전 필요한 역량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간 한양사이버대학교는 학벌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일-학습 병행 제도 정착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국 20여개 특성화고와 전략적 MOU 체결을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 또 특성화고교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장학 혜택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2013년부터 고교 졸업 후 입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한양사이버대학교는 지속적인 캠프 개최를 통해 취업과 진학은 선택해야 하는 길이 아니고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도약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방끈’ 짧은 중년… 갈 길 먼 평생교육

    ‘가방끈’ 짧은 중년… 갈 길 먼 평생교육

    OECD 평균보다 8%P 낮아 우리나라 전체 성인들의 대학·대학원 이수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높지만 중년층의 이수율은 OECD 평균을 한참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층을 위한 평생교육 관점의 고등교육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현실을 보여 주는 수치다.2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펴낸 ‘고등교육지표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의 25∼64세 성인 가운데 학사·석사·박사(전문대 포함) 학위를 딴 고등교육 이수율(2015년 기준)은 45%로 OECD 평균(35%)보다 10% 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인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은 월등히 높은 반면 중년층인 55~64세는 크게 떨어지는 특징을 보였다. 국내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였는데 이는 일본(60%)이나 영국(49%), 미국(47%), 프랑스(45%), 독일(31%), 중국(18%) 등 비교 대상 6개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의 25∼34세 평균 고등교육 이수율은 42%였다. 하지만 55~64세 한국인 중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 비율은 18%에 불과해 6개국 가운데 중국(4%) 다음으로 낮았다. OECD 평균(26%)과 비교해도 8% 포인트 낮다. 대교협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청년층일 당시 대학진학률이 30%가량으로 낮았던 데다 이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대학 진학할 여유가 없어서 고등교육 이수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근·특근 등이 일상화돼 공부할 틈이 없었고, 산업화 시기에는 자기개발 필요성도 지금보다 덜해 뒤늦게 대학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이 적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변화가 빠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청년기 대학 졸업 이후에도 끝없는 학습이 필요해 평생교육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교협 관계자는 “현재 710개인 직업 중 510만개가 소멸되고 200만개는 새로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면서 “학벌보다는 새로 떠오르는 분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졌느냐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본지 부장들이 짚어 본 국내외 현안·과제] 책의 해에 되새겨야 할 것

    [본지 부장들이 짚어 본 국내외 현안·과제] 책의 해에 되새겨야 할 것

    사는 동네에 번듯한 공공도서관이 생겼다. 예전 구청이 있던 자리에 매끈하게 들어선 도서관을 볼 때마다 새삼 뿌듯하다. 주머니 형편은 늘 매한가지라 생활이 나아졌다는 체감은 별로 없는데 20년 넘게 사는 곳에 공원이나 도서관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지갑이 두둑해진 것 같다.선진국의 생활상을 동경할 때 흔히 거론하는 것 중 하나가 도서관이다. 혹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를 만든 건 그가 다닌 하버드대학이 아니라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한다. 미국에선 대학도서관은 차치하고 중소도시 지역 도서관의 수준도 상당하다. 미국 연수 때 머물던 시골 동네의 2층짜리 도서관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두루 모여 책장 넘기는 장면을 항상 연출했다.우리나라 도서관은 어떤가. 대부분 수험서를 독파하는 공부방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독서보다 학력이나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도서관의 후진적 이용 행태를 초래했다. 그나마 요즘 들어선 도서관에 가면 스마트폰 대신 책을 보면서 머리를 맞댄 엄마와 아이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게 된다. 2018년은 ‘책의 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며 문학진흥계획도 선포했다. 공공도서관 확충 구상은 반갑다. 한국의 도서관 1곳당 인구수는 5만 2688명으로, 1만~3만명 수준인 독일, 영국,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앞으로 공공도서관 1100곳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피 같은 세금이라도 얼마든지 쓰라”는 여론이 뜨겁다. 이런 열화 같은 지지가 국립한국문학관 사업에는 시베리아 칼바람이다. 2년 전 시작된 한국문학관 논의는 시인 출신 장관이 오면서 가속도가 세게 붙었다. 하지만 애초보다 예산도 600억원으로 늘어난 데다 용산 부지를 놓고 서울시와 힘겨루기하는 볼썽사나운 형국이 펼쳐지면서 여론은 악화일로다. 한국문학관 기사만 나오면 유독 댓글들이 매섭다. “사람한테 투자하지 왜 매번 죽은 건물에만 돈을 쏟아붓나.” 도서관이 받는 박수를 왜 문학관은 받지 못할까. 공간 쓰임에 대한 체감이 달라서다. 전자는 모두가 나눠 사용하는 곳이지만, 후자는 특정인을 위한 곳이란 인식에서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공·사립 문학관은 100곳이 넘는다. 지역 문학 진흥의 거점으로 기대됐지만 인적이 드문 ´자료의 무덤´, ´박제된 공간´으로 전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건물만 짓는다고 문학이 살아나고 독서 인구가 늘지 않는다. 게다가 큰돈이 들어가는 국가적 사업이 힘센 문인들이나 권력 주변인들의 잔치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문학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문인은 문학계 지원은 ‘보이지 않는 손’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이라는 간판을 달고 문학을 대접하기보다 투 잡을 뛰지 않고도 글만 쓸 수 있는 창작의 여유, 작가와 독자가 자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활성화, 작은 도서관·독립서점 지원 등이 진정한 문학정신을 키우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본지와 인터뷰를 했던 이윤택 연출가의 한마디는 울림이 크다. “예술가들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제일 좋다. 국가가 예술을 탄압해서도 안 되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거나 어떤 자리에 앉히기 시작하면 안 된다. 그저 예술가들을 굶겨 죽이지만 마라.” 박상숙 문화부장 okaao@seoul.co.kr
  •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모자이크 대 용광로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모자이크 대 용광로

    “여긴 미국이니까 영어만 써라. 네가 쓰는 외국어가 듣기 싫고 역겹다.” 캘리포니아 소재 스타벅스 매장에서 어느 백인의 인종차별적 사고방식이 그대로 민낯을 드러낸다. 대상은 한국 유학생. 이 사건은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며 공분을 일으킨다.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이 정도로 노골적이고 거친 표현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이 아니다. 비슷한 일들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만도 벌써 여러 번.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은 훨씬 많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왜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날까.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에 미국에서 두드러진다. 예견되었던 현상이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인종차별이 뜨거운 주제가 된다. 트럼프 후보 덕분이다. 그의 주요 지지 그룹인 백인들조차 60%가 그를 인종차별자로 본다. 회교도 입국 금지, 멕시코 장벽 건설 등의 대선 공약들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나라는 더 분열된다.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된 후 사정은 더 악화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그동안 자제되었던 인종차별적 행동들과 범죄가 봇물 터진 듯 발생한다. 2000년 이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범죄가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범죄보다 두배의 손해를 끼친다. 앞으로는 더 악화될 것이다. 미국은 점점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 간다. 우리나라 상황도 별로 다르지 않다. 최근 설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중 80%가 이민을 원한다. 충격적이다. 삼천리금수강산, 경제규모 세계 11위(2016년 기준)의 중진국인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미국은 이민대상국 선호도 4위. 세상에서 가장 부자 나라이자 우리의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1위는 캐나다에 뺏긴다. 같은 북미 대륙, 이민 국가, 영어권.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두 나라.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캐나다가 미국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편한 나라 캐나다. 이유는 있다. 열린 나라다. 닫혀 가는 미국과 반대다. 특히 다양성을 다루는 방법이 미국과 다르다. 미국은 용광로 문화, 캐나다는 모자이크 문화. 용광로 문화는 동질성을 추구한다. 다양함을 녹이고 없애서 ‘미국적’인 것을 만든다. 교육을 통한 동질화(assimilation)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동질화는 그것을 주관하는 지배 계급 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질화의 오류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결국은 ‘백인 우선주의’가 된다. 용광로 문화는 강한 정체성 및 애국심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에 배타성과 적대심을 양산한다. 스타벅스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도 백인 중심적 용광로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캐나다는 미국과 다른 선택을 한다. 1971년, 캐나다 정부는 모자이크 문화를 나라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삼는다. 모자이크 문화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각자의 고유한 색깔을 유지하면서 다른 색깔들과의 아름다운 조화를 추구한다. 당시 트뤼도 총리는 선포한다. “‘이상적 캐나다인’이란 것은 없다. ‘진짜 캐나다인’이란 개념보다 더 불합리한 개념이 어디 있겠는가. 동질성을 강조하는 사회는 편협함과 적대감을 만들어 낼 뿐이다.” 캐나다 정부는 공식적인 언어로 영어와 불어 둘 다 인정한다. 자치권도 문화적 전통에 따라 영어권, 불어권, 그리고 원주민들의 셋으로 나눈다. 물론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삶이 평화롭고 여유가 있다. 우리 안에도 다양성이 많다. 정치적 성향, 성별, 세대, 학벌, 출생지 등 제법 복잡한 형태로 존재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동질성을 추구한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한다. 트럼프의 미국과 비슷하다. 주체와 객체만 바뀔 뿐 소모적인 갈등의 굴레는 끊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의 삶이 피곤해진다. 생산적인 것에 사용되어야 할 나라의 자원은 소모적인 갈등에 허비되고 만다. 국민 열 명 중에 여덟 명이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동질성을 지향하는 문화는 실패했다. 우리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캐나다식 모자이크 문화를 우리의 것으로. 열어야 성공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한 해를 접으며 찾아오고 싶은 대한민국을 꿈꾼다.
  • [커버스토리] 나의 공직 막내 시절 “그땐 그랬지”

    [커버스토리] 나의 공직 막내 시절 “그땐 그랬지”

    “부임 첫날 100건의 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할 땐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A부장검사는 10일 막내 검사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A검사는 “1993년 3월 첫 출근날을 잊을 수 없다.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터질 정도로 가득 찬 캐비닛부터 눈에 띄었다”면서 “사건 경험이 전혀 없었던 초임 검사 신분이었는데 첫날부터 하루 100여건의 사건을 재배당받아 처리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습 기간도 전혀 없이 곧바로 현업에 투입됐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무모했었던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A검사는 또 막내 시절 했던 ‘밥 총무’ 역할도 고역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회식할 식당을 예약한 뒤 선배 검사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밥 총무’ 역할을 전담했다”면서 “무엇이 먹고 싶은지, 어디로 예약할지 물었을 때에는 아무 말도 안 하던 선배 검사들이 막상 회식 장소에 가면 왜 이런 곳을 예약했느냐며 타박했다”고 돌이켰다. 막내 검사 시절 가장 뿌듯했던 순간에 대해 A 검사는 “부장검사들은 원래 소속 검사들한테 칭찬을 하지 않는데, 어느 날 한 선배 검사로부터 ‘그 사건 제대로 했네’라는 칭찬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의 막내 검사들을 향해 “당당한 자세를 잃지 말고,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고, 자기 주변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 훌륭한 검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정부 부처의 1급 공무원인 박모(57) 실장은 부처에서 ‘호랑이 상사’로 소문난 인물이다. 일 처리가 확실하고 업무 장악력이 워낙 뛰어나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인 동시에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후배 공무원이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 박 실장에게 적발되기라도 하면 가차없는 호통이 내려진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박 실장에게도 ‘흑역사’가 있다. 박 실장은 “지금은 아닌 척해도 초년병 시절 한동안 ‘어리바리’하다는 이유로 선배들한테 숱한 구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막내 시절 심약한 편에 속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연수원 시절뿐만 아니라 부처에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에도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같은 부처에서 근무하는 박 실장의 동기인 한 국장은 “박 실장이 초년병 때 똑같은 실수를 연발해 선배로부터 많은 구박을 받았다”면서 “박 실장은 꼭 구박을 받고 나면 저와 술잔을 기울이며 한탄을 쏟아냈는데, 마치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박 실장도 “동기 말이 맞다. 연수원 시절뿐만 아니라, 부처에 발령받은 뒤에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면서 “지금은 아닌 척해도 어리바리하다고 늘 구박을 받았다. 한때 저도 ‘좌충우돌’로 여러 선배들 속을 좀 썩였다”며 웃었다. 지방대 공대를 졸업한 박 실장은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공무원 사이에서 늘 의기소침했었다고 했다. 막내 사무관 시절 그런 자격지심이 박 실장을 소심한 공무원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박 실장은 능력으로 학벌을 뛰어넘겠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매진했다. 야근을 자청하고, 남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도맡아 했다. 모두가 처리하기 어렵다는 민원도 척척 해결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일은 반드시 약속된 날 이전에 마무리 지었다. 박 실장은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동기들보다 승진도 빨랐다. 청와대에 두 차례 파견 근무를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머지않아 29년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해야 하는 박 실장은 “과거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때도 있었지만, ‘국민의 공복’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텨 왔다”면서 “후배들도 이런 자부심으로 공직 생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모(40·여) 장학사는 2000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넘치는 의욕만큼 실수도 많았다. 김 교사는 “학교 다닐 때 강압적인 수업 분위기가 싫어 아이들을 풀어 주려고 노력했다”면서 “우유 마시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강제로 마시게 하지 않고, 자는 아이들도 가급적 놔뒀다”고 말했다. 그는 “1년간 반을 운영해 보니 아이들에게 합의된 규율을 가르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깨닫고 이후에는 규칙을 지키도록 했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사설] 직업계고 문제, “현장실습 없다” 한마디로 덮나

    정부가 내년부터 직업계고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최근 특성화고의 실습생들이 근로 현장에서 숨지는 사고가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앞으로 현장실습은 ‘노동’이 아닌 ‘학습’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특성화고 실습생들의 노동 인권을 뒤늦게나마 고려했다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지나치게 성급한 결론에 실익을 거두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 들린다. 교육부는 현장실습을 조기 취업이 아니라 학습 형식이 되도록 제도를 전면 수정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졸업반 2학기에 6개월간 했던 실습 기간은 3개월로 줄어든다. 작업 현장에서 근로자로서 근로를 하는 게 아니라 학생 신분으로 업무 방식과 절차를 배우는 쪽으로 실습의 개념이 바뀌는 것이다. 근로계약서는 따로 없이 현장실습표준협약서만 작성하게 된다. 따라서 실습 수당도 임금 형식이 아니라 지원비 형태로 받는다. 제도의 취지를 살려 원활하게 운영을 하는 기업들에 정부는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는 방안이다. 소를 잃고서라도 외양간을 고치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말썽의 싹을 아예 잘라 놓겠다”는 행정 편의주의 발상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정부가 실태조사 한 번 없이 불쑥 내놓은 결정이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는 우려가 무엇보다 높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관리 사각지대에서 어정쩡하게 수습되는 모양새로만 그칠까 봐 걱정들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은 더 불안해졌다. 실습 현장이 직장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봉쇄된 게 아닌가 싶어 학생들은 초조할 뿐이다. 현장마다 실습 상황이 제각각인데, 꼼꼼히 실태조사를 한 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청소년의 노동 인권을 무시해서는 변명의 여지 없이 비열한 사회다. 이번 조치가 발등의 불 끄기여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실태조사를 해 보라.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보고,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현장실습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내놓으라. 헐값 노동력을 노리는 업체와 취업률을 높이려는 학교 사이에서 학생들이 피멍 들지 않도록 교육청과 함께 관리감독망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 직업계고의 말도 안 되는 교육 현실을 못 본 척하면서 학벌사회를 깨자는 것은 낯 뜨겁기 짝이 없는 빈말이다.
  • [서울광장] ‘그런 세상’과 청춘의 값/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런 세상’과 청춘의 값/황수정 논설위원

    ‘근원 수필’을 뒤적이다 명치가 아팠다. 머릿속이 엉킬 때 두통약 대신에 읽고 또 읽는 책이다. 월북 화가 근원(近園) 김용준의 수묵담채 같은 문장은 언제나 위안이다. 그런데 새삼 거슬리더니 명치 끝에 딱 걸려 내려가지 않는 대목은 이렇다. “예나 이제나 공부라고 한다는 사람들은 모조리 그렇게 빈복(貧福)을 타고났는지, X선생도 몇날 며칠이나 군불 맛을 못 봤는지 올올 떨고 앉았으면서도 입만은 살아서 칸트가 어쩌니 헤겔이 어쩌니 하고 떠들고 있었다.”가난이 복이라니. 공부와 가난복이라니. 형용모순에 이율배반. 근원이 알던 X선생은 현실에는 없어진 전설의 인물이다. 보일러 터진 방에 살아서는 칸트를 애초에 만날 수 없다. 밥 먹여 주지 않는 철학 따위에 눈 돌릴 새가 없다. 입만 살아 헤겔을 말할 배짱은 더더구나 없고. 그 좋았던 근원이 명치에 걸린 것은 지난주다. 지난주의 주인공은 단연 수능 수험생들이었다. 야단법석 한쪽에 초라한 조연이 있었다. ‘행인 1’쯤 되는 열아홉살 이민호. 현장실습 중 압착기에 눌려 숨진 특성화고 3학년생이다. 또래들이 수능을 본 날 이군의 빈소는 차려졌다. 생수 공장에서 고장 난 기계 주변을 혼자 서성이는 열아홉살이 자꾸 눈에 밟힌다. 특성화고는 예전의 공업고다. 특목고를 죽이든, 일반고를 살리든, 절대평가를 도입하든,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하든 딴 세상 이야기다. 그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사는 꿈을 꿀 뿐이다. 얼마나 순진한 꿈이었는지는 졸업반에 현장실습을 나가서야 안다. 전공과 상관없이 주당 70시간의 노동을 감당하기 일쑤다.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수당을 합쳐 봤자 월급은 100만원 남짓. 말도 안 되는 이 현실마저 목숨을 잃어야 겨우 한마디씩 세상에 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지하철 구의역의 김군이 그랬고, 올 초 통신사 콜센터에서 ‘콜 수’를 못 채웠던 홍양이 그랬다. 겨우 열아홉살들이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우리들의 위선을 우리는 모두 못 본 척 보고 있다. 학벌사회를 극복하자면서 현실의 손가락은 엉뚱한 곳을 가리킨다. 이군 엄마의 눈물에 엄마들은 냉가슴을 쓸었다. “어떻게든 내 자식은 대학을 보내서 다행”이라고. 청춘의 값이 이렇게 초라할 수가 없다. 정부의 모르쇠 반응은 이상할 정도다. 교육을 빙자한 노동력 착취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진작에 매를 들어야 했다. 표준협약서를 작성하는 현장 실습장의 지침이 휴지 조각이라는 사실은 교육부가 더 잘 안다. 그런 교육부는 이군이 사경을 헤매던 지난주 직업계 고교의 취업률이 또 올랐다고 자랑했다.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목매도 정책이 콧방귀도 안 뀌는 이유가 있다. 비정규직, 알바, 학종, 로스쿨만 일별해도 가늠된다. 청년 문제들은 기회의 차별이 논쟁의 근간이다. 서민들은 발을 굴러도 정책이 맹탕에 뒷북인 이유는 하나. 정책 제조자들의 발등에 그 불이 떨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에게 비정규직 아들딸이 있을까. 시급 몇십원을 따지는 알바생 자녀가 있을까. 학종이 금수저들에게 불리한 흙수저 전형이었다면 득달같이 손질됐을 것이다. 서울대 교수가 고등학생 아들의 이름을 자신의 논문 수십 편에 공저자로 올린 끔찍한 자식 사랑은 ‘실화’다. 실력자 아버지가 뒷심을 써줄 수 있는 ‘보험’이 아니라면 로스쿨 제도는 진작에 대수술됐을 것이다. 합리적 의심의 배경은 도처에서 쉬지 않고 불거진다. 천신만고 끝에 마무리된 내각에서도 징후들은 차고 넘쳤다. 인사검증에서 수십억 연봉이 논란이 되자 어느 장관은 “그런 세상이 있다”고 눙쳤다. ‘그런 세상’의 성문 바깥에 사는 열아홉 청춘들이 추운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현장 실습장에서 기계부품만은 안 되게 해 달라고 매달린다. 몇날 며칠 군불 맛을 못 봐도 입만은 살아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 그래야 청춘인데. 청춘을 이보다 더 헐값에 후려쳐 넘기지는 말자. 교육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이 따뜻한 빵처럼 정책을 반죽하면 된다. 내 아들딸의 목구멍으로 넘어갈. sjh@seoul.co.kr
  • 찌질하지만 유쾌한 비틀기… 영애씨 결혼하다

    찌질하지만 유쾌한 비틀기… 영애씨 결혼하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막영애)가 올겨울 결혼한다. 2007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지 11년 만이다. 다음달 4일 시즌 16으로 돌아오는 막영애는 대한민국 30세 싱글 여성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큐드라마’로 남성·학벌·대기업·외모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 사회를 유쾌하게 비틀어 수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회당 제작비 3500만원의 저예산으로 시작한 이 ‘B급’ 드라마는 비속어가 자유롭게 난무하는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이야기로 ‘점잖은’ 지상파 드라마와 차별화를 이루며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라는 기록을 쓰고 있다.막영애의 인기는 온전히 주인공 이영애(김현숙)의 고군분투 덕이다. 영화배우와 같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으나 외모는 딴판인 여주인공의 출현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기존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은 영애는 심지어 성격도 좋지 않다. 영애는 여성을 깔보고, 소시민을 차별하는 ‘막돼먹은’ 사회를 향해 늘 옆차기를 날려 왔다. 버스 안 성희롱 남성을 끌어내려 끝까지 응징하는가 하면, 성희롱인지 아닌지 분간도 못하고 수시로 외모를 비하하거나 잡일을 시키는 상사의 부당함에 통쾌한 복수를 감행해 왔다. 지극히 현실적인 여주인공의 등장으로 드라마에는 애당초 동화나 판타지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첫 방송부터 영애가 나온 장면은 파격이었다. 여기저기 군살이 삐져나온 속옷 차림의 영애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범상치 않음을 단박에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이전에도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 MBC)처럼 외모가 달리는 30세 노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히트 친 적이 더러 있었으나 결말은 늘 ‘백마탄 왕자님’과 맺어지는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이었다. 영애의 지질한 연애 상대들은 지독한 현실인식을 줬고, 그녀가 번번이 실패할 때마다 여성 시청자들은 내 얘기인 양 공감하며 TV 앞에 모여 앉았다. 거듭되는 연애 실패에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아우성(?)이 있긴 했지만, 영애의 연애사는 드라마의 장수 비결 가운데 하나였다. 영애는 또한 우리 사회의 ‘을’을 대표하기도 한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는 잘빠진 고층빌딩에 자리한 대기업이 아니라 상가건물에 사무실 한편을 임대해서 쓰는 직원 10명 안팎의 작은 기업. 회사는 늘 재정난에 시달리고, 일부 동료들은 무능하며, 사장이나 고객은 툭하면 ‘갑질’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늘 당하는 것 같지만 한 번씩 코믹하게 터지는 ‘을들의 반격’은 통쾌함을 주고도 남았다. 시작이 미미했던 막영애의 기록은 화려하다. 케이블이라는 한정된 플랫폼에서 지상파와 경쟁해 거둔 시청률 1%는 2007년 화제가 될 정도였다. 지난 시즌 최종화는 평균시청률 3.9%(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막영애는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또한 tvN의 부흥은 물론 케이블 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이끈 공신이기도 하다. 시즌 15회까지 네 명의 남자를 만났으나 여전히 노처녀로 남았던 영애는 이번 시즌에서 드디어 유부녀가 된다. 드라마 포스터에서 보듯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결혼 생활을 그린다. 막영애의 주시청층인 30~40대 ‘유부녀’의 애환을 얼마나 잘 담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즌 16의 메가폰을 잡은 정현건 PD는 “현실성 있는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막영애의 특징”이라며 “영애의 결혼과 함께 그 어느 시즌보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설] 특성화고 취업률보다 학생 인권 먼저 생각해야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청년 실업 시대에 직업계고 졸업생 절반은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직업계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50.6%로, 이 수치가 50%를 넘어선 것은 2000년 이후 17년 만이다. 교육부가 지난 4월 기준으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등의 2017년 졸업생 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가 그렇다. 교육부는 해마다 이즈음이면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을 발표한다. 그럴 때마다 뜻밖의 높은 취업률에 눈길이 간다. 취업이 어렵다고들 아우성이지만 고졸 취업의 문은 상대적으로 넓게 열려 있다는 뜻이다.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돌아보게 하는 사회적 암시이기도 하다. 문제는 높은 취업률의 그늘에 직업계고 학생들의 인권이 가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옛 공업고에서 이름을 바꾼 특성화고 학생들의 열악한 사정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현장실습 과정에서 교육을 빌미로 심각하게 노동 착취를 당하지만 사회의 관심과 정책의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 12시간을 일해 봤자 수당을 합한 월급이 고작 100만원 남짓인 사례가 허다한 실정이다. 알량한 교육을 명분으로 직업사회에 첫발도 떼지 않은 학생들의 노동력을 갈취하는 현실은 부끄럽다 못해 참담하다. 근로보호 사각지대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중 목숨을 잃는 사고는 잊힐 만하면 터진다. 며칠 전에는 제주에서 또 참변이 있었다. 산업체 현장실습을 나갔던 특성화고 3학년생이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는 사고로 결국 사망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업체의 직원이 한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단체가 위험 업무에 내몰린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라고 성토하지만, 아까운 목숨을 되살릴 길은 없다. 정부는 특성화고 살리기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현장실습이 ‘노동착취 실습’으로 불린 지 오래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성공한 직업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바로 서야 학벌주의 사회의 고질병은 치료된다. 정당한 땀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고교생 현장실습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서둘러 감독하고 보호해야 한다. 일선 학교의 노동권 관련 교육 프로그램부터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직업훈련 중인 고교생들에게 부당 노동행위를 강요하는 무개념 기업체는 문을 닫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심어 줘야 한다.
  • 고발과 배설 사이 ‘대나무숲’ 폭로전

    익명의 무차별 비난 부작용… “폐지하자” 여론 확산 인터넷 익명 게시판의 대명사가 된 ‘대나무숲’이 ‘고발의 숲’이 돼 가고 있다. ‘익명 폭로’가 우리 사회 내부에 곪아 있는 병폐를 도려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책임감이 결여된 무차별적인 폭로는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각종 불만과 애환을 토로하는 익명 게시판이 등장한 것이 대나무숲의 시초가 됐다. 대나무숲이라는 용어는 일연의 삼국유사에 실린 경문왕 설화에서 유래했다. 한 복두장이 임금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대나무숲에서 털어놓았다는 점에서 대나무숲은 비밀을 털어놓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익명의 힘을 빌려 사랑을 고백하는 글을 올리거나 남 앞에 쉽게 꺼내지 못하는 깊은 속내를 털어놓으면 자연스럽게 상담이 이뤄졌다. 직장에서 쌓인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도 많았다. 수많은 ‘공감 댓글’은 글쓴이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나무숲이 각종 폭로로 물들면서 ‘양날의 칼’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을 통해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들에 대한 병원 측의 갑질 행태가 알려졌다. 대나무숲에 간호사에 대한 갑질 제보가 잇따르자 병원 측은 사과했고, 대한간호사협회는 간호사인권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사회 깊숙이 숨어 있는 문제점을 익명의 힘을 빌려 ‘내부고발’하는 것은 대나무숲의 순기능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찮다. 지난 1일 강원의 한 대학 대나무숲에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이뤄진 성희롱을 고발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고려대 대나무숲’에 게시된 ‘학벌주의가 더 심해졌으면 좋겠다’는 제목의 글도 온·오프라인 안팎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사회의 고질적 병폐와 차별을 강화하는 내용의 글, 사회적 약자를 도발하고 자극하는 글이 익명의 가면을 쓰고 대나무숲에 걸러지지 않은 채 올라오고 있다. 정치색 짙은 글과 집단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글도 난무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대나무숲 폐지 여론이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대나무숲 폐지 찬반 투표에선 ‘폐지하자’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17일 “내부 고발을 하면 피해를 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서 사회적·공익적 활동을 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서 남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익명 제보를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대나무숲은 개인주의의 만연이 만들어 낸 사회적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나무숲 폐지를 논하기보다 우리 사회 내 바람직한 비판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홍종학 “쪼개기 증여는 장모 결정… 학벌 지상주의 논란 사과”

    홍종학 “쪼개기 증여는 장모 결정… 학벌 지상주의 논란 사과”

    野 “세금 미꾸라지… 자진사퇴 하라” 與 “과도한 모욕주기 청문회 지양을” 자료 제출 공방… 청문보고서 채택 안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쪼개기 증여’ 의혹에 대해 거센 질타를 받았다. 야당 의원은 홍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을 비판하고, 국회의원 시절 동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를 성토했다. 청문회는 결국 자료제출을 둘러싼 공방 끝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밤늦게 종료됐다.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은 “법꾸라지라는 말이 있는데 후보자는 세꾸라지(세금 미꾸라지)다”라며 “쪼개기 편법 증여로 강의해도 돈을 많이 벌겠다”고 날을 세웠다. 홍 후보자의 배우자와 딸은 2015년 장모로부터 37억 5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받고 9억 9000만원의 증여세를 냈다. 특히 딸은 어머니의 돈을 빌려 서울 충무로 상가지분을 증여받는데 필요한 증여세 2억 2000만원을 냈다. 후보자의 배우자가 모두 증여받을 경우 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나누어 증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부의 세습을 비판하면서도 쪼개기 증여로 부의 세습을 했고 특목고 반대를 외치면서도 딸은 우리나라에서 학비가 제일 비싼 학교 중 하나인 국제중에 갔다”며 “뉴라이트 사관 문제로 자진 사퇴한 박성진 전 장관 후보자보다 홍 후보자가 훨씬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배우자와 딸이 재산을 증여받은 과정에 대해 “(증여 방식을) 장모가 그렇게 결정했다”며 “당시 저는 현직(의원)으로 (당이) 총선을 앞두고 있었고 어머님 의사에 대해 반대할 수 없어서 제가 관여할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자는 또 과거 저서인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공부법 소개 책에서 학벌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중소기업인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경위야 어떻든 잘못된 표현으로 상처받은 분들이 있으면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의 해명에도 야당 의원들은 홍 후보자의 19대 국회 의정활동 영상을 이용해 언행불일치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한국당 김기선 의원은 홍 후보자가 청문위원 시절 목소리를 높여 자료제출을 요구한 영상을 재생한 뒤 “본인은 마치 민주와 정의의 수호자인 양 말하면서 남에게는 준엄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같은 상황이 되자 돌변했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자는 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재벌은 암세포’ 등 과거 발언을 근거로 편향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재벌과 대기업에 절대 편향적 사고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은 홍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도덕성 검증과 업무 정책 능력 검증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너무 인격적 모욕주기 청문회는 안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훈 의원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5대 결격 사유에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두둔했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도 “처음부터 여러 사람에게 증여할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면 쪼개기 증여라는 것은 과도한 공세”라고 옹호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홍종학, 학벌주의 지상주의 발언 사과 “잘못된 표현”

    홍종학, 학벌주의 지상주의 발언 사과 “잘못된 표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10일 과거 자신의 저서에 담긴 “명문대 안 나오면 소양없다”는 저술에 대해 사과했다.홍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홍 후보자의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공부법 소개 책에 드러난 학벌 지상주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변했다. 홍 후보자는 “경위야 어떻게 됐던 잘못된 표현으로 상처받은 분들이 있으면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1998년 경원대(현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재직 시절 쓴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공부법 소개 책에서 “행복은 성적순”이라며 서울대 등 명문대에 진학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보도되는데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도 적었다. 그는 “그들(명문대를 나오지 않고 성공한 사람)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자는 제물포 고등학교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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