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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균미 칼럼] 이준석, ‘한국의 오바마’ 되겠나

    [김균미 칼럼] 이준석, ‘한국의 오바마’ 되겠나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Change we can believe in).”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 발표 이틀 전 이준석 후보가 페이스북에 건 문장이다. 익숙하다 했더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당시 내건 슬로건이다.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를 존경한다는 정치인과 일반인은 많다. 이 후보도 그중 한 명이다. 이 후보는 2019년 펴낸 책 ‘공정한 경쟁’에서 국내외 통틀어 존경하는 인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꼽았다. 갖고 싶은 별명은 ‘한국의 오바마’라고 했다. 48세에 미 대통령이 된 ‘변화와 희망의 아이콘’ 오바마처럼 이념 지형은 달라도 보수 야당을, 한국 정치를 바꿔 보고 싶다는 이준석의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서른여섯 살 이준석. 예비경선에서 1위를 하며 ‘돌풍’을 넘어 ‘신드롬’이 됐다. 오는 1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스스로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고 우세를 점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번 낙선한 ‘0선’이라는 지적에 “‘5+4’가 0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마법을 계속 보여드리겠다”며 자신만만하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최근 방송에 나와 “이준석 돌풍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끝난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고 전할 정도로 이준석은 여권에도 경고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준석 현상의 원인은 이미 많은 전문가가 진단했다. 고여 있는 보수진영, 변화를 거부하는 무능력한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과 실망, 혁신과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 등등. 여기에 개인주의와 파편화된 세대라던 2030 MZ세대의 세력화를 상징한다고도 한다. 이준석이어야만 했을까. 나경원, 조경태, 주호영, 홍문표 후보들로는 유권자가 국민의힘이 변했다고, 변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수 의견에 동의한다. 정말 바뀔지는 차치하고. 그런 의미에서 ‘젊은 보수’ ‘개혁보수’를 앞세운 이준석은 일단 기성 정치판을 흔들며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다. 정치권이나 경제계에 60·70대가 건재한 상황에서 30대 야당 대표 가능성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충격이다. 30대 중반이지만 정치 경력은 10년으로 짧지 않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혁신위원장, 바른미래당과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젠더 이슈처럼 정치인들이 주저하는 껄끄러운 주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기 주장을 펴 호불호가 갈린다. 앞으로 20~30년 사회 주축이 될 2030 청년세대를 대변하겠다지만 발언 등을 보면 20대와 30대 초반 남성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이준석은 대표 경선에서 공정한 경쟁과 실력을 화두로 던졌다. 여성과 청년할당제 폐지를 공약했다. 책 ‘공정한 경쟁’에서 그는 시대정신으로 실력, 실력주의를 꼽았는데 글쎄다 싶다. “여성을 따로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며 여성할당제를 비롯한 양성평등 정책에 매우 부정적이다. 효율성과 공정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나이, 지역, 성별, 학벌 등을 떠나 ‘절대적인 공정’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징을 옮겨 놓았다. 이런 이준석의 공정과 실력주의에 사회적 약자·소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여권은 물론 경선에 출마한 주호영 후보도 “실력주의, 승자에게만 공정한 경쟁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다”라며 “보수정당은 공동생존, 패자부활, 가치부합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의 가치와 기준에 대한 사회 구성원 간 진지한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 ‘한국의 오바마’로 불리고 싶다는 이준석. 젊고 똑똑하고, 에너지 넘치며, 변화를 내걸고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념 성향이 진보와 보수로 다르고 여성과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각이 판이하다. 39세에 당수에 선출돼 영국 보수당을 혁신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브렉시트를 찬성한 국민투표 결과 탓에 낙마했지만, 시장을 중시하면서도 약자를 배려하고 분배를 중시하는 ‘온정적 보수주의’를 주창하며 2010년 13년 만에 집권에 성공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저서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에서 영국 보수당이 300년 넘게 존속할 수 있는 이유로 강한 권력의지와 유연성을 꼽았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현상으로 당 대표 경선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권력의지와 유연성을 갖춰 재건 수준의 혁신을 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kmkim@seoul.co.kr
  •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1>폭력아빠 피해 나온 꼬마, 경찰은 지옥으로 데려갔다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1>폭력아빠 피해 나온 꼬마, 경찰은 지옥으로 데려갔다

    12년간 수용인원 총 3만 8000여명, 공식 사망자 513명. 1970~1980년대 국가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사태는 1987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34년이 지난 지금,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생존자 13명은 지난 2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법원에 낼 진술서를 쓰는 과정 또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반드시 쓰여져야 할 글이었다. 서울신문은 매주 1명씩 이들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긴다.“경찰 손 이끌려 간 형제원, 퇴소 후에도 강제 수용 이어져” 이기홍(48·가명)씨는 12살부터 14살까지 형제복지원에서 ‘85-2XXX’로 살았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갔다가 부산 경찰에게 붙잡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그는 1987년 3월 형제복지원이 폐쇄될 때까지 강제 수용됐다. 아동소대부터 야간중학교소대, 악대소대로 옮겨 다녔다. 야간중학교소대에 있을 땐 봉제 공장에서 강제 노역을 했고, 다른 소대원의 죽음을 목격했다. 악대소대에서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역할을 맡아 형제복지원이 외부 관계자들에게 보여주는 연극에 동원됐다. 여느 때처럼 매질을 당하던 어느 날, 곡괭이로 다리를 잘못 맞아 지금도 왼쪽 다리를 절뚝인다. 형제복지원에서 다른 소대원들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까지 당했다. 퇴소 후에도 이씨는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부산소년의집, 서울소년의집, 서울갱생원에 강제로 보내졌다가, 갱생원에서 취업 알선을 명목으로 이씨를 공장에 ‘팔아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으로 돌아갔지만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이씨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이씨의 진술서에는 ‘내 친구 김동식’이 수차례 등장한다. 아동소대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갱생원에서 나올 때까지 줄곧 함께했다. 김동식(46·가명)씨도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진술서를 쓰지 못했다. 형제복지원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김씨의 피해 기록은 이씨의 진술서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아래는 이기홍씨의 진술서 전문. ※원문에서 일부 표현만 다듬어 그대로 옮겼습니다. [진 술 서] 제목: 형제복지원 피해자 진술서 성명: 이기홍 진술 내용 : 1985년 무더운 여름, 부산시 동래구 안락동 소재 충렬사 앞을 지나가던 중 안락파출소 순경 아저씨와 방범대원 두 사람이 “꼬마야 너 어디가니?”라고 물어보시길래 “저요? 왜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집이 어디냐”고 다시 물어보시길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순경 아저씨를 쳐다봤는데 “잠시만 따라와”라는 말에 그냥 파출소로 따라 갔습니다. 순경 아저씨가 우유 조그마한 것 하나 주시면서 “너 어디로 가는 길이냐?” 물어보시길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너 갈 데 없지?” 물어보시길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좋은 데로 보내줄게”라는 말을 하고 나서 2시간 뒤 파출소 앞으로 파란색 탑차가 왔습니다. 모자와 선도부 완장을 낀 아저씨 2명이 파출소에서 나보고 따라오라고 하고 운동화 구겨 신게 하고 나는 무작정 따라 나섰는데 차에 태워 어디론가 갔습니다. 부산시 북구 주례2동 산18번지 형제복지원 차 뒤에도 아저씨 한 분이 있었는데, 파란색 줄무늬 츄리닝에 팔에는 ‘선도’, 등 뒤에는 ‘형제원’이라는 하얀색 글이 쓰여 있었고 몽둥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향한 곳은 당시 주소 부산시 북구 주례2동 산18번지 형제복지원이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줄지어 걸어가니 사무실 같은 곳이 있었는데, 나를 포함해서 6명이 같이 신상카드 기록과 번호표를 들고 정면 옆면으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번호가 ‘85-2XXX’ 제 앞뒤는 ‘2XXX’ ‘2XXX’이었습니다. 기록카드에 이름, 주소, 본적, 부친 이름 등 여러가지로 적었는데 저는 당시 본명이 이기홍이었는데 이기형이라는 가명을 썼습니다. 이유는 제가 어릴 적 아버님이 머구리(잠수부) 일을 하셨는데 아버지께서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손과 발을 빨랫줄로 묶어 바닷물에 담갔다 뺐다 반복해 집을 나왔고, 다시는 어린 나이에 그렇게 두 번 다시 당하기 싫었고, 본명을 말하면 다시 아버지에게 보낼까 두려웠습니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물을 싫어하고 물만 보면 공포를 느낍니다. 지금은 아동학대라는 법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그런 제도가 없어 많이 맞기도하고 새엄마에게도 똑같이 겪었습니다. 신상기록 정리 이후 남자, 여자 각자 줄지어서 어두운 시간 각자가 ‘신입소대’라는 곳으로 일렬로 줄지어서 앞사람 등에 양손을 올리고 머리를 숙이고 앞에 한 사람, 뒤에 따라오는 한 사람이 인솔해 남자 신입소대 11소대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문 밖에 철창이 있었고, 안에는 밖으로 볼 수 없게 되어있는 문이 있었습니다. 신입소대 입소 당시 당시 제 나이 12세부터 70세 가량 어른들도 같이 있었고 아동들은 들어가자마자 잠을 재우지 않고 ‘서무’라는 사람이 문 앞에서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열중쉬어 자세로 1시간 넘게 ‘원산폭격’ 기합을 받고 있었습니다.그날 새벽 5시쯤 소대 안에 있는 조그마한 스피커에서 방송소리가 나왔고 모든 사람이 세면대 입구 통로에 줄맞추어 앉아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찬송가 부르지 못한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몽둥이로 목뒤를 때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신입소대에서 3일 교육받은 후 성인은 성인소대, 아동은 아동소대로 전방을 갔습니다. 저는 처음 27소대에 갔었고 4개월 뒤 28소대로 전방을 시켰습니다. 당시 한소대에 80명에서 100명까지 한소대에 있었는데 군대식 제식훈련, 단체기합, 단체 줄빠따가 몇개월 반복되었고… 그때 무릎 뒤(허벅지 종아리 사이) 뼈 있는 부분에 곡괭이 나무로 수십차례 맞다가 너무 아파서 피하던 중 너무 힘껏 맞아 지금까지 나의 왼쪽다리는 장애를 입었고 지금까지 다리를 절뚝거리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아동소대에서 10소대 야간중학교 소대로 전방되어 야간중학교 공부를 배웠고, 구타, 기압, 단체 군대식 훈련을 강제로 받았고, 낮에는 봉제공장에 나가서 일을 했고, 봉제공장 역시 구타가 심한 곳이었습니다. 폭행에 자해한 형, 상처에 굵은 소금 뿌려진채 끌려간 게 마지막 모습 봉제공장에서 나이 많은 형이 구타가 너무 심해서 창문에 유리창을 깨서 본인 배에 유리로 자해를 했는데 공장 책임자 한명이 배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어디론가 여러 사람이 끌고 나갔는데 그 뒤로 그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후 몇 달 뒤 저는 13소대(악대)로 전방되었고, 악대소대에서 아코디언 멜로디를 배웠습니다. 하루에 수십차례를 구타를 당하고 아픈 다리를 또다시 맞아 아직도 다리를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장애로 살고 있습니다. 악대소대에서 부산시민회관·남천교회로 공연 나갔는데 당시 연극부와 같이 공연 했는데, 연극부 사람은 가짜 깁스를 하고 앵벌이 흉내, 거지 흉내, 껌팔이, 신문팔이, 약장사 등 여러가지 역할을 맡아 보여주기식으로 외부인들 앞에서 공연을 했습니다(여기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식). 당시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 건 관중들 중에 부산시민, 경찰서장, 부산시장(왼쪽 가슴에 꽃 다신 분) 등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또한 나와 내 친구 김동식(같은 소대 친구)과 너무 배가 고파 부식창고에서 감자를 1개씩 훔쳐 먹다가 적발돼 왼쪽 귀 부분을 맞아 귀에는 고름과 물이 나왔고 치료도 받지 못했습니다. 매주 각 소대 별로 내무사열을 했는데 손톱깎이가 없어 이빨로 손톱, 발톱을 물어 뜯어야 했고, 믿지도 않는 기독교 주기도문, 십계명, 사도신경을 외워야 했고 국민교육헌장 등을 외우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소대 전체가 강한 기합과 곡괭이 자루로 무차별 빠따를 맞았습니다. 빠따를 맞으면서 당시 어린 기억에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맞아야 하며 내가 왜 여기서 배를 굶으며 기합과 군대식 훈련을 하고 공장에서 누구 때문에 일을 해야 되는지 몰랐습니다. 지금 와서 그때를 생각해보면 안 맞으려고 기합 안 받으려고 그랬습니다. 저녁에 취침시간만 되면 큰 형들이 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하였습니다. 1987년 3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일어난 후 당시 우리 아동소대는 귀가조치가 되지 않고 부산소년의집과 고아원에 이송되었습니다. 나는 부산소년의집으로 갔었고, 부산소년의집에서 집으로 보내달라고 난동이 있었기에 서울소년의집으로 80명 가량이 강제로 갔습니다.서울소년의집에서 또다시 서울갱생원으로 형제복지원 원생들은 강제로 가야 했고, 갱생원에서 1987년 겨울쯤 매우 추울 때 아동소대, 악대소대, 소년의집, 갱생원까지 동거동락한 친구 중에 김동식이라는 친구와 함께 경기도 김포군 고촌면 신곡리 소재 XX금속으로 취직해서 같이 나갔지만 3개월 동안 월급도 받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공장 바로 앞 군부대에서 버린 짬밥을 친구와 추운 겨울 같이 울면서 먹었고 3개월 동안 10원짜리 하나 없이 친구 김동식과 같이 공장에서 무작정 걸어서 김포에서 독산동까지 걸어갔습니다. 독산동에 당시 저의 이모가 살았던 기억은 있었지만 주소와 전화번호도 모른 채 무작정 걸어다니다가 신길4동까지 잘 곳을 찾아 헤매던 중 구두(수제화)를 만드는 형들에게 잡혀 반지하 공장에서 월급 없이 일하던 중 월급도 못 받고 너무 억울해서 또다시 도망을 나왔습니다. 내 친구 김동식과 나는 거기서 헤어졌습니다. 나는 서울역에서 정장 입으신 아저씨의 도움으로 다시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1989년부터 지금까지 음악하는 DJ로 살고 있습니다. 다른 일을 하려고 찾아봐도 다리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사회적응이 불가능하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형제복지원 잡혀간 이후 나는 학벌도 좋지 않아 제대로 취직도 되지 않고 아직도 그때 트라우마로 인해 지금도 사람을 믿지 못하고 다리 장애로 살고 있습니다. “국가의 폭력, 이제는 국가가 말해야할 때” 내무부 훈령 410호? 저는 배운 게 없어 뭔지 모릅니다. (※당시 내무부 훈령 410호는 부랑인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으로 형제복지원 운영의 법적 근거가 됨)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시 우리는 사회에서 약자인 것이 분명했고 내무부 훈령 410호로 인해 어디론가 이유 없이 잡혀갔고 때리면 맞고 강제로 일하고 강제로 성폭행을 당하고 개처럼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명백한 국가폭력이며, 명백한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더 이상 누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누구에게 보상을 받아야 합니까? 감금. 폭행. 강제노동. 강간. 인권유린? 이제는 국가가 말을 해주십시요. 이제는 국가가 나몰라라 하지 말고 책임을 피하지 마시고 인정하시고 잘못된 국가폭력에 대해 보상해주시고 우리에게 인권을 찾아주십시요. 우리가 왜? 약자라는 이유로 감금돼야 했는지… 우리가 왜? 약자라는 이유로 누구를 위해 강제로 일을 해야 했는지… 우리가 왜? 약자라는 이유로 잡혀가서 개처럼 맞고 살아와야 했는지… 국가는 인정하시고 억울하게 살아온 우리에게 더이상 냉대하지 마시고 보상해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이기홍 올림 국가 상대 첫 소송 제기한 형제복지원 생존자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에 제기한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현재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차 소송에 참여한 13명은 모두 입·퇴소 증빙자료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러한 증거가 없어 피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향직 협의회 대표는 “많은 피해자들이 기초생활수급자거나 경제적 어려움이 커 하루 빨리 국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송 비용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후원금 모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윤종신·윤상·유희열·이상순·씨엘, JTBC ‘슈퍼밴드2‘ 심사위원으로

    윤종신·윤상·유희열·이상순·씨엘, JTBC ‘슈퍼밴드2‘ 심사위원으로

    JTBC는 다음 달 21일 첫 방송할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 ‘슈퍼밴드’ 시즌2에 윤종신, 윤상, 유희열, 이상순, 씨엘이 프로듀서로 출연한다고 26일 밝혔다. 윤종신과 윤상은 시즌1에 이어 출연하고 나머지 프로듀서는 새롭게 합류했다. 특히 윤종신과 유희열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 관심이 집중된다. 기타리스트이자 밴드 롤러코스터, 베란다 프로젝트 등을 했던 이상순도 출연한다. 진행은 시즌1에 이어 전현무가 맡는다. ‘슈퍼밴드2’ 참가자 모집은 총 5회에 걸쳐 지난 9일 마감했다. 제작진은 실용음악과 케이팝, 클래식, 국악, 록, EDM, 힙합, 뮤지컬, 재즈, 월드뮤직 등 각 분야의 실력파 뮤지션으로 나이, 국적, 학벌, 성별 상관없이 지원자가 몰렸다고 전했다. 시즌1과 달리 여성 참가자들도 합류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부산은행, ‘기업금융지점장’ 공채... 수도권 기업여신 영업 전담

    부산은행, ‘기업금융지점장’ 공채... 수도권 기업여신 영업 전담

    BNK부산은행은 수도권 기업여신 영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금융지점장’을 공개 채용한다고 25일밝혔다. 지원 자격은 시중은행 영업점장 경력을 보유한 자로 학벌과 성별, 나이 제한은 없다. 영업점장 근무 경력, 금융기관 재직시 영업 관련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자를 우대한다.모집기간은 오는 6월 6일까지이며, 원서접수 방법 및 채용절차 등 자세한 사항은 부산은행 홈페이지(www.busanbank.co.kr) 또는 인크루트, 사람인, 잡코리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된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세종 천민이 고려대 총학 임원?”…도 넘은 차별과 혐오

    “세종 천민이 고려대 총학 임원?”…도 넘은 차별과 혐오

    “예전 같으면 말도 못 섞었을 세종 천민이 고파스에 글을 올린다.” 지난달 고려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와 고려대 에브리타임에는 세종캠퍼스 소속 학생 A씨를 비롯한 세종캠 재학생들에 대한 혐오성 게시글이 게시됐다. A씨가 고려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임원을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A씨는 서울캠퍼스에서 융합전공 과목을 수강하며 동아리 회장을 하다가 동아리연합회의 추천을 받아 고려대 총학생회 비대위 교육자치국장이 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고파스 등에는 A씨의 이름과 사진, 동아리 활동 이력 등 신상정보와 함께 ‘고대생 흉내’를 낸다는 비판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서울캠퍼스 학생들이 해야 할 학생회 임원이라는 기회를 훔쳤다”는 비난도 나왔다. 총학 비대위는 A씨가 “서울캠퍼스 교류회원 자격으로 총학생회 비대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관련 회칙이 만들어질 당시 세종캠 학우를 교류회원에 포함할지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총학 비대위는 A씨에 대한 인준을 무효로 처리했다. 일부 학생들은 분교 학생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학벌주의에서 비롯된 차별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경영학과 17학번 주윤영씨는 ‘지난 4월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라는 대자보에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학벌주의, 특정 캠퍼스에 대한 비하 또는 혐오표현 또는 상처받은 사람들뿐”이라면서 “앞으로 혐오 표현들이 정당화되고 만연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본교는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유색인종·여성 늘린 바이든호도 학벌은 못 벗어나

    유색인종·여성 늘린 바이든호도 학벌은 못 벗어나

    아이비리그 출신 백악관 참모 41%트럼프 전 행정부 21%에 비해 2배바이든 주립대·해리스 흑인대학 출신‘학맥 선호’ 유펜출신 트럼프보다 많아 백악관 “학위는 직업윤리 보다 덜 중요”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각 구성에서 유색인종 및 여성의 비율을 높였지만, 백악관 참모 임명에 있어서 소위 명문대로 분류되는 아이비리그 출신 비율이 전 정권에 비해 2배 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폴리티코의 분석에 따르면 201명의 백악관 참모 중 41%인 82명이 아이비리그(미 동부 8개 대학) 학위를 갖고 있었다. 예일대가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국장 등이 이곳 출신이었다. 이어 하버드대(18명), 조지타운대(14명), 스탠포드대(11명), 옥스포드대(10명), 존스홉킨스·조지워싱턴대(9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바이든 백악관의 아이비리그 출신 비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첫 백악관 참모진의 21%보다 2배 가량 높다. 아이비그리인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을 나온 트럼프는 줄곧 학연을 중시하면서 참모진을 구했지만 그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셈이다. 반면 바이든은 주립대인 델라웨어대를 나온 것에 줄곧 자부심을 표현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워싱턴DC의 흑인대학인 하워드대를 졸업했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인맥을 중심으로 참모를 기용하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경력을 중시하면서 소위 엘리트 중심으로 편제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의 백악관 참모 중 석·박사 비율(78%)도 트럼프(57%) 때 보다 크게 높았다. 다만 마이크 그윈 백악관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학위는 지성, 근성, 직업 윤리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학벌 위주의 인사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민주주의와 소수자 존중

    [이종수의 헌법 너머] 민주주의와 소수자 존중

    민주주의는 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억압과 횡포에 맞서서 다수가 자유를 쟁취해 온 그간의 힘겨운 역사를 웅변한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은 누구나가 존엄한 존재임을 자각하고서 성장해 온 평등사상도 한몫을 거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평등한 자유’를 말한다. 그런데 다수의 전횡과 독재도 민주주의는 아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소수자 보호와 존중’이 또한 중요하다. ‘개발독재’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우리를 포함해 많은 민주국가들이 그동안 독재로부터 성장해 왔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이 지적하듯이 경제 성장과 안정이 민주주의를 위한 우호적인 조건임은 분명한데, 때로 본말(本末)이 뒤바뀌기도 한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경우가 그렇다. 궁핍한 가운데 그저 ‘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더 많이 가지려는 이기심과 탐욕이 민주주의가 지닌 가치를 뒷전으로 내친다. 깨어 있는 시민이 아니라 잘 길들여진 소비자로 만족하거나, 만연한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 수준이 늘 불안한 가운데 불만과 욕망이 변덕스럽게 표출되는 기업국가의 현실이 그러하다. 정치와 언론 역시 이 같은 이기심과 욕망을 달래기보다는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오히려 이를 더욱 부추긴다. 이런 경우라면 모든 정부는 예외 없이 실패로 낙인찍히게 마련이다. 심지어는 경제와 안락을 위해서 권위주의 정부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체제 사상가인 후지타 쇼조는 이를 두고서 ‘안락을 향한 전체주의’로 묘사한다. 전체주의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해서만 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리고 국가주의는 전체주의의 전조(前兆)에 해당한다. 1920~1930년대 경제위기를 겪은 독일 시민들의 대다수가 히틀러의 나치정권을 박수와 갈채로 반기면서 지지했다. 이어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환호와 박수갈채의 희생양이 됐다. 아직도 직접민주주의가 행해지는 스위스의 어느 칸톤에서는 반(反)외국인 정서가 한창 기승하던 무렵에 주민투표를 통해 해당 지역 내 외국인의 이주 금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다수의 의사라 하더라도 외국인과 소수자의 인권 등을 보장하는 법치주의를 위반해서는 아니 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간의 길항관계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여기서 ‘법’조차도 더이상 다수의 의사를 어쩌지 못하면, 이로써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려했던 중우정(衆愚政) 그리고 심지어는 전체주의로 귀결되고 만다. 보다 많은 자유를 쟁취하려는 민주화의 과정에는 소수에 맞서는 다수가 기꺼이 뜻과 행동을 함께 한다. 그러나 차별의 해소 그리고 평등의 확대와 실현에 있어서는 그렇지가 않다. 서로가 이해관계를 달리하면서 각자의 셈법이 제각각 다른 까닭이다. 예컨대 학벌기득권은 자신이 그간 노력해서 얻은 당연한 결과여서 공정(公正)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고용정책에 따른 우연한 행운이어서 공정하지 않다고들 여긴다. 오래전부터 로널드 드워킨이 그리고 마이클 샌델도 최근의 저작에서 이 같은 “공정함의 착각”을 지적해 오고 있다. 최근의 미얀마 사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로힝야족과 여러 소수민족에 대한 배제와 탄압을 통해 미얀마 군부가 그간 권력과 그 정당성을 키워 왔고, 이 같은 배제와 차별의 내면화가 내내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래서 평등의 실현은 자유의 쟁취보다도 더욱 어렵고 힘겹다. 특히 소수가 자신의 존엄성과 평등한 자유를 요구할 때에 그러하다. 얼마 전 성소수자로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육군하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가 속한 시스템이 그를 바깥으로 추방한 셈인데, 그 역시 혐오와 차별이 여전한 이 세상을 저버렸다. 다양한 가치와 여러 지향성이 함께 공존하는 게 바로 민주주의다. 정치적인 다수관계의 가변성과 함께 선거를 통한 집권세력의 교체만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가치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며칠 전 우리에게 영화로도 잘 알려진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의 초상이 삽입된 50파운드짜리 새 지폐가 발행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1952년에 체포돼 화학적 거세를 당했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나 아렌트가 남긴 경구(警句)로 글을 맺는다. “유대인은 언제나 희생양이라는 이론은 그 밖의 누구라도 유대인처럼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나우뉴스] 인종차별 시위서 황당하게 학벌 자랑한 중국계 상원의원 빈축

    [나우뉴스] 인종차별 시위서 황당하게 학벌 자랑한 중국계 상원의원 빈축

    동양인 차별 저항 운동(Anti-Hate Rally)이 한창인 하와이 주에서 난데없이 ‘명문대’ 출신임을 강조한 중국계 미국 상원의원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논란의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하와이 주 의회 앞 마당에서 벌어진 ‘동양인 차별 금지’ 저항 운동 현장이었다. 당시 약 2000여 명의 하와이 주민들이 집회에 참여, 주최 측이 마련한 연단에 올라 개인 발언을 이어가던 중 스탠리 창 상원 의원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올해 39세의 스탠리 창 의원은 호놀룰루를 대표하는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이다. 대표적인 동양인 출신의 상원인 그는 평소 소수 민족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창 의원은 이날 수 천 명의 시위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단에 올라 “극단적인 백인 인종주의와 극단주의로 비롯된 증오 범죄의 심각성이 사회에 표출됐다”면서 지난달 초 애틀란타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의 심각성을 지탄했다. 당시 사고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6명을 포함해 총 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인종주의자들은)내가 가진 멋진 학위를 보는 눈은 없다”면서 “그들은 내가 하와이 주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저 나를 피부색이 노란 동양인으로 판단할 뿐”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들(백인 우월주의자)은 바라보고 있는 그 이상의 높은 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그의 발언이 스피커 너머 현장에 있던 집회 참여자들에게 전달되자 현장은 일순간 그를 지탄하는 성토의 현장으로 변했다. 현지 주민들은 “의원 역시 인종차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특권 의식과 계급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이번 발언은 결코 하루 이틀 만에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장에 참석했던 하와이 주민 라일라니 맥세라는 “창 의원이 발언한 것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면서 “현장에 함께 있었던 남자친구에게 의원이 발언한 문장의 의미를 거듭 확인했을 정도다. 당시 현장 연단에 섰던 창 의원은 그야말로 최악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위 참여자였던 라히 응은 “동양인 차별 금지를 위해 모인 집회에서 오히려 학력 차별과 계급 차별 등을 강조한 상원 의원의 발언은 ‘빌어먹을’ 엘리트 주의일 뿐이었다”면서 “증오가 또다른 증오로 이어지게 만든 사례에 불과하다. 다음 선거에서 그의 실패를 기원하고 싶게 만드는 발언이었다”고 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해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창 의원은 “연단에 올라 발언한 것은 실언이었다”면서 “나의 발언으로 인해 고통받은 많은 분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당시 발언의 의도는 하와이에서 성장한 동아시아인이 피부색 때문에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의 발언에 대해 저 역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나는 매우 저급한 수준의 발언을 했고, 이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을 것을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지 학계에서는 당시 창 의원의 발언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하와이 주립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조나단 오카무라 교수는 “창 의원은 주민들의 힘이 모아져 근무하는 ‘선출직’ 공무원”이라면서 “그가 가진 학위가 아무리 멋진 ‘하버드대’의 것이라 해도 그것으로 인해 다른 동양인과 달리 자신을 취급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입을 열었다. 오카무라 교수는 이어 “그의 이번 발언은 오히려 동양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양산하는데 기여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 중에서도 심각한 수준의 것이었다”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창 의원은 하와이 주의 오아후 섬 하와이 카이에서 다이아몬드 헤드 지역으로 이어지는 상원 9선거구를 대표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그의 선거구는 하와이 주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힌다. 하와이 주 호놀룰루 시에서 출생한 그는 카할라 유치원, 카할라 초등학교 및 이올라니 학교 출신이다. 그는 이후 하버드대에 진학, 당시 하버드 로스쿨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장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2010년 초선 의원으로 호놀룰루 시 의회에 진출할 당시 그는 부동산법을 전공한 젊은 법률가로 먼저 알려진 바 있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인종차별 시위서 황당하게 학벌 자랑한 중국계 상원의원 빈축

    인종차별 시위서 황당하게 학벌 자랑한 중국계 상원의원 빈축

    동양인 차별 저항 운동(Anti-Hate Rally)이 한창인 하와이 주에서 난데없이 ‘명문대’ 출신임을 강조한 중국계 미국 상원의원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논란의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하와이 주 의회 앞 마당에서 벌어진 ‘동양인 차별 금지’ 저항 운동 현장이었다. 당시 약 2000여 명의 하와이 주민들이 집회에 참여, 주최 측이 마련한 연단에 올라 개인 발언을 이어가던 중 스탠리 창 상원 의원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올해 39세의 스탠리 창 의원은 호놀룰루를 대표하는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이다. 대표적인 동양인 출신의 상원인 그는 평소 소수 민족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창 의원은 이날 수 천 명의 시위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단에 올라 “극단적인 백인 인종주의와 극단주의로 비롯된 증오 범죄의 심각성이 사회에 표출됐다”면서 지난달 초 애틀란타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의 심각성을 지탄했다. 당시 사고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6명을 포함해 총 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인종주의자들은)내가 가진 멋진 학위를 보는 눈은 없다”면서 “그들은 내가 하와이 주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저 나를 피부색이 노란 동양인으로 판단할 뿐”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들(백인 우월주의자)은 바라보고 있는 그 이상의 높은 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그의 발언이 스피커 너머 현장에 있던 집회 참여자들에게 전달되자 현장은 일순간 그를 지탄하는 성토의 현장으로 변했다. 현지 주민들은 “의원 역시 인종차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특권 의식과 계급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이번 발언은 결코 하루 이틀 만에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장에 참석했던 하와이 주민 라일라니 맥세라는 “창 의원이 발언한 것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면서 “현장에 함께 있었던 남자친구에게 의원이 발언한 문장의 의미를 거듭 확인했을 정도다. 당시 현장 연단에 섰던 창 의원은 그야말로 최악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위 참여자였던 라히 응은 “동양인 차별 금지를 위해 모인 집회에서 오히려 학력 차별과 계급 차별 등을 강조한 상원 의원의 발언은 ‘빌어먹을’ 엘리트 주의일 뿐이었다”면서 “증오가 또다른 증오로 이어지게 만든 사례에 불과하다. 다음 선거에서 그의 실패를 기원하고 싶게 만드는 발언이었다”고 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해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창 의원은 “연단에 올라 발언한 것은 실언이었다”면서 “나의 발언으로 인해 고통받은 많은 분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당시 발언의 의도는 하와이에서 성장한 동아시아인이 피부색 때문에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의 발언에 대해 저 역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나는 매우 저급한 수준의 발언을 했고, 이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을 것을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지 학계에서는 당시 창 의원의 발언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하와이 주립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조나단 오카무라 교수는 “창 의원은 주민들의 힘이 모아져 근무하는 ‘선출직’ 공무원”이라면서 “그가 가진 학위가 아무리 멋진 ‘하버드대’의 것이라 해도 그것으로 인해 다른 동양인과 달리 자신을 취급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입을 열었다. 오카무라 교수는 이어 “그의 이번 발언은 오히려 동양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양산하는데 기여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 중에서도 심각한 수준의 것이었다”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창 의원은 하와이 주의 오아후 섬 하와이 카이에서 다이아몬드 헤드 지역으로 이어지는 상원 9선거구를 대표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그의 선거구는 하와이 주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힌다. 하와이 주 호놀룰루 시에서 출생한 그는 카할라 유치원, 카할라 초등학교 및 이올라니 학교 출신이다. 그는 이후 하버드대에 진학, 당시 하버드 로스쿨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장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2010년 초선 의원으로 호놀룰루 시 의회에 진출할 당시 그는 부동산법을 전공한 젊은 법률가로 먼저 알려진 바 있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열린세상] 대선 주자가 읽어야 할 교육책 2권/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선 주자가 읽어야 할 교육책 2권/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1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배설이다. 2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설사다. 3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소화다. 100의 자료로 10을 쓴 책이 있다. 근육이다. 100권의 ‘배설’이 모였다고 1권의 ‘근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 권의 ‘배설’보다 한 권의 ‘근육’이 낫다. 책에도 강도와 근육이 있고 이를 알아보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차기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고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 ‘배설’을 권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 그 미지의 지도자에게 한 쌍의 아름다운 ‘근육’을 추천한다. 아쉽게도 아니면 공평하게도 이 두 책은 미국 학자들이 쓴 책이다. 조지프 피시킨의 ‘병목사회’와 마이클 세스의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는 배설물 속에서 빛나는 다이아몬드다. 전자가 철학적, 분석적 깊이로 무장했다면 후자는 역사학적 넓이와 통찰로 무장했다. 나는 피시킨의 ‘병목사회’가 한국에서 왜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텍사스대(오스틴)의 피시킨 교수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세계 최강의 학벌을 가졌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예일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병목사회’는 교육, 정의, 공정, 유전ㆍ환경, 역량, 발달기회, 기회균등, 노동시장 등의 어려운 문제를 기회다원주의라는 관점으로 다각적이면서 예리하게 분석한다. 피시킨의 깊이와 탁월함은 한국인들이 왜 교육지옥에서 사는지 명쾌하게 보여 준다. 공간병목(서울)과 대학병목(소수 명문대)이 강력하게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물리학(socio-physics)이다. 병목사회는 독점사회이자 부정의한 사회이다. 이를 다원기회구조로 바꾸는 게 정의의 실현이다. 정의는 철학적 원칙이 아니라 병목으로 인한 독점의 사회인프라를 다원기회의 사회인프라로 바꿀 때 세워진다. 따라서 ‘정의론’의 존 롤스는 틀렸다. 한국의 대학병목과 부동산 독점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또 다른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과대평가됐다. 우리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철학자들의 정의론 때문에 헤매고 있었다. 정의론의 최후의 승자는 대학독점체제를 비롯한 모든 독점을 해체하고 다원기회구조의 구축을 강조한 피시킨과 세스다. 세스 교수의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이하 ‘왜’)는 한국교육 100년의 파노라마를 한 권의 책으로 응축해서 보여 준다. 한국교육 100년의 결과는,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과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로 대별되는, ‘기적’과 ‘지옥’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 ‘왜’는 한국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박살낸다. 역대 교육정책에서 정부는 약했고 학부모들은 강했다. 학부모들은 박정희의 말도 듣지 않았다. 대학입학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박정희 정권에 대해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했고 이들은 교육당국과 대학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 1965년 이화여대 총장인 김옥길은 대학정원제를 거부하고 배당된 정원보다 40%가 더 많은 학생을 불법으로 입학시켜 정부와 1년 넘게 험악하게 대치했다. 결과는 학부모와 이화여대의 승리였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 대학들은 학부모들의 요구로 학생들을 입학시켰다. 대학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박정희 정권에서 5년 후 오히려 대학정원이 25% 증가했다. 학부모는 국가를 항상 이겼다. 수시ㆍ정시 논쟁에서 학부모들에게 밀려 문재인 정부는 정시를 늘렸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의 혁신학교 설치 반대에 서울교육청은 항복했다. 이것은 예외가 아니라 지난 100년 동안 늘 그랬다. ‘왜’를 번역하고 해설한 교육학의 권위자 유성상 교수는 국가가 학부모를 이긴 적이 딱 두 번이라고 분석한다. 그것은 중학교 무시험제도(1969년)와 고교 평준화 정책(1974년)이었다. 이 정책들은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국가가 밀어붙여 한국교육에 획기적인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매우 드문 사례들이다. 세스 교수는 한국의 교육지옥이 “명문대 학위와 권력을 획득하는 데 전 국가적으로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탄한다. ‘병목사회’와 ‘왜’는 차기 대통령에게 교육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누가 뭐래도 대학의 상향평준화를 밀어붙여야 한다. 대선 주자라면 읽고 스스로 깨닫기 바란다.
  • “흡연 학생 훈육”…고교 행정실장, 결국 형사처벌 받는다

    “흡연 학생 훈육”…고교 행정실장, 결국 형사처벌 받는다

    “담배 6개비 한 번에 피우라고 해”고교 행정실장 검찰 송치 흡연을 한 학생에게 폭행과 욕설 등을 한 광주 한 고등학교 행정실장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21일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7일 폭행 등 혐의로 광주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이 학교 교장 B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초 흡연을 한 3학년 5명을 행정실 앞에서 폭행하고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일부 학생은 몸에 피멍이 들었고, 한 학생의 휴대전화는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학생들에겐 담배 5∼6개비를 입에 물도록 한 후 강제로 피우도록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광주시교육청은 “A씨의 폭행 혐의가 중대하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관계자는 “학교에서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에 이뤄지는 체벌은 가장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학생이 교내 흡연 등 학생 생활 규칙이나 교칙을 위반했더라도 교육적 지도 활동은 인권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 한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광주시교육청은 이들을 징계해야 한다. 더는 폭력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광주 학생인권조례를 기반으로 인권침해 및 상담 활동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속보] “흡연학생 훈육” 고교 행정실장 검찰 송치

    [속보] “흡연학생 훈육” 고교 행정실장 검찰 송치

    흡연을 한 학생에게 폭행과 욕설 등을 한 광주 한 고등학교 행정실장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21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7일 폭행 등 혐의로 광주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초 흡연을 한 3학년 5명을 행정실 앞에서 폭행하고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그의 체벌로 일부 학생은 몸에 피멍이 들었고, 한 학생의 휴대전화는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학생들에겐 담배 5∼6개비를 입에 물도록 한 후 강제로 피우도록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의대 가라” 9년 재수…간호사 된 딸, 엄마 살해 [월드픽]

    “의대 가라” 9년 재수…간호사 된 딸, 엄마 살해 [월드픽]

    의대에 진학하라는 엄마의 강요에 의해 9년간 재수를 하고, 간호사가 된 후에도 엄마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 30대 딸이 흉기로 엄마를 찌르고 시신까지 유기한 사건에 대해 일본 법원이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고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3년 전 일본 시가현 모리야마시에서 일어난 모친 살해사건의 피고인 노조미(34)는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노조미는 사망 당시 58세였던 엄마 기류 시노부에게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의사가 돼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연스럽게 의사의 꿈을 꿨다. 하지만 의대에 가기엔 성적이 부족했다. 지역 국립대 의대에 원서를 냈지만 매번 불합격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친척들에게 “딸이 의대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계속해서 의대 입시를 강요했다. 무려 9년간 재수생 생활을 하며 세 번이나 가출도 시도했지만 경찰에 발견돼 집으로 돌아왔다.“엄마에게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는 2014년이 되어서야 엄마에게 조산사가 되겠다는 약속을 하고 지방의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수술실 간호사가 되고 싶은 딸과 빨리 조산사 자격증을 따라고 요구하는 엄마 사이에 또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노조미는 법정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엄마는 학벌 컴플렉스가 있었고, 간호사를 무시하고 의사를 존경했다”고 말했다. 노조미는 2018년 1월 19일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지만 엄마는 여전히 반대했다. 이날 밤 노조미는 시가현 모리야마시 집에서 엄마의 목을 칼로 찔러 살해하고 시체를 톱으로 절단해 집 앞 하천에 유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괴물을 처단했다. 이걸로 안심이다”고 썼다.재판부는 노조미에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성인이 된 후에도 극심한 간섭을 받아왔고, 범행에 이른 경위에 동정의 여지가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미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엔 엄마한테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살인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속박되어 살아왔던 시간보다 감옥에서의 시간이 더 편하다. 하지만 엄마를 살해한 것은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강은미 “성추행 책임 4·7 재보궐선거 무공천…쇄신에 전력”

    강은미 “성추행 책임 4·7 재보궐선거 무공천…쇄신에 전력”

    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거듭 사과하며 4·7 재보궐선거 무공천으로 책임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실망을 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책임 정치의 대원칙을 지키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 부산 재보궐선거에 무공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련의 사건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는 정치권에 어떻게 응답할지를 물었다”며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성찰과 쇄신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강 비대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법으로 코로나특별위원회를 통한 코로나특별법 제정, 특별재난연대기금 조성, 전국민 소득보험 등으로 꼽았다. 그는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았다. 주가 3000을 넘는 동안 자산 불평등은 문재인 정부 4년 내내 악화했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부익부 빈익빈이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K자 양극화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 행정명령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지원을 제도화하자”며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재난지원금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원 마련을 위해 ‘특별재난국채’를 발행하고, 특별재난연대기금을 조성해가자”며 “특별재난연대세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위기 상황에서도 소득이 크게 늘었거나, 높은 이윤이 있는 기업과 개인에게 사회연대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추가 과세하고, 세수 증가분을 재해 예방 및 취약계층 지원, 실업 대응에 사용하자는 정의당의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해서는 “당장 고통에 빠진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비정형 노동자들을 포함할 수 없다”며 “정부의 2025년 2100만명 가입이 아니라 올해 당장 2100만명이 가입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집값만은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했지만 24번의 부동산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며 “정의당이 발의한 주거 급여법 개정안 통과로 턱없이 낮은 주거급여 기준을 1.5배 이상 늘려야 하고 주거 안정과 복지를 위한 종합 부서인 ‘주택부’ 신설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강 비대위원장은 부동산 등 자산과 함께 사회 격차의 척도로 교육을 꼽으며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회균형선발 20% 확대 목표는 절반에 그쳤다”며 “대학의 서열 해체 없이는 학벌주의를 없앨 수 없다. 대학 평준화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어렵게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거리에는 노동자들이 있다”며 “노동기본권은 헌법적 가치다. 근로기준법 적용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기후 위기에 대해선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공식화는 의미가 있지만 정의당이 제출한 2030년 탄소 배출 절반 감축 목표에는 한참 부족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정의로운 전환위원회’를 구성하고 미뤄둔 국회 특위 구성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 “북한이 ‘과거 합의를 이행하면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답해야 한다”며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판문점 선언, 평양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 원전 건설’ 의혹 제기 같은 구시대적 북풍 공작은 궁극적으로 적대적인 분단체제에 기인한다”며 “국가보안법 같은 구시대의 유물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비대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불평등을 해소하고 차별과 배제를 넘어 더욱 유능하고 책임 있는 정당으로, 고단한 국민들의 삶을 지켜온 정당으로 거듭나겠다. 다시 희망과 지지를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위안부는 매춘부”…하버드 교수 논문 “X보다 더럽다”[이슈픽]

    “위안부는 매춘부”…하버드 교수 논문 “X보다 더럽다”[이슈픽]

    “위안부는 매춘부” 하버드 교수 논문 파문호사카 유지 교수 “그는 친일파 교수”하리수 “X보다 더럽다” 비판 미국 하버드대의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닌 매춘부”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논란인 가운데,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2일 “문서 다 무시한 친일파 교수”라고 지적했다. 이날 호사가 유지 세종대 교수는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문제가 아니라 그때 모집 업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위안부라는 게 생겼다는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본 일부 언론에서 램지어의 논문을 두고 ‘연구의 의의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산케이 신문은 원래 위안부 문제를 계속 부정적으로 해왔던 신문사”라며 일본 전체 언론들이 이같이 대서특필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당시 일본 내에서는 매춘을 하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았지만 공식적인 공창이 될 수 있었던 여성들은 62%밖에 안 돼서 오히려 매춘을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은 넘쳐났다”며 “문제는 (논문에) 여성들이 해외로 나갈 때 경찰서에 가서 자신들이 위안부가 되겠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에 일본 정부가 해외로 보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일본군의 요청서만으로 도해하고 있다고 해서 외무성이 문제 삼고 있는 문서가 있는데 램지어 교수는 이런 부분을 다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램지어 교수는 친일파로 알려져 있다” 호사가 유지 교수는 “(램지어 교수는) 유년기나 청소년기까지 일본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실 일본 문화의 영향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며 “그러니까 친일파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일본 쪽에서는 특히 베를린 소녀상을 설치하는 걸 의회가 결정했는데 거기에 대한 조치로 이러한 논문을 쓰려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호사카 교수는 “이런 구체적인 논문을 우리 학자들이 많이 내야 한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하리수, 하버드대 교수에 “X보다 더럽다” 강한 비판 방송인 하리수 역시 위안부를 성매매로 표현한 하버드대 교수를 비판했다. 하리수는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버드대 교수, 위안부는 일본군 성노예가 아니라 성매매였다’는 기사 제목이 적힌 사진을 올리며 “세상은 넓고 생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분명히 결과를 책임져야만 하는 것이 인간이다. 사회적으로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유명한 대학의 교수이면 뭐해 써놓은 논문이 토한 토사물보다 냄새나고 배 아파서 며칠 만에 간 화장실에서 싼 X냄새보다 더럽다”고 일갈했다. 그는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업적을 남겨야 하거늘...사람이길 포기한 이 병균들은 바이러스를 남기는구나. 그것도 다른 사람들 마음에 더럽게 자리 잡아 오해와 추측과 때론 폭력을 만들어내고 증오를 일으키겠지. 악마 같은 것들. 인생을 더럽게 살아왔으면 떠날 때 만이라도 깨끗하게 좀 살다 갈 일이지. 역시 학벌은 중요하지 않아. 인간이 돼라”라고 일침했다.“위안부, 성노예 아닌 매춘부”…하버드 교수 논문 파문 앞서 논란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prostitute)’로 규정한 논문.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이 논문을 학술지에 실을 예정이다. 일본 우익 세력은 일본 정부 훈장까지 받은 이 학자의 논문을 발판으로 삼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가해 행위에 관한 일본의 책임을 부인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가 당시 정부 규제하에서 인정된 국내 매춘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는 견해를 담은 해당 논문이 올해 3월 발행 예정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에 실린다. 램지어 교수는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위안부가 모두 공인된 매춘부이고 일본에 의해 납치돼 매춘을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니다”라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일본 내무성이 매춘부로 일하고 있는 여성만 위안부로 고용할 것을 모집업자에게 요구했으며 관할 경찰은 여성이 자신의 의사로 응모한 것을 여성 본인에게 직접 확인함과 더불어 계약 만료 후 즉시 귀국하도록 여성에게 전하도록 지시했다”고 기술했다.또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나 조선총독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제한 것은 아니며 일본군이 부정한 모집업자에게 협력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수십년에 걸쳐 여성이 매춘시설에서 일하도록 속인 조선 내 모집업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위안부의 경우 멀리 떨어진 전쟁터에서 일하므로 위험이 큰 점을 반영해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짧은 것이 일반적이었고 더 짧은 경우도 있었으며 위안부가 높은 보수를 받았다”는 주장도 폈다.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밝힌 견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 중 하나인 ‘고노(河野) 담화’와도 배치된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고발당한 광주TCS국제학교…“비인가 종교시설, 학교로 명칭”

    고발당한 광주TCS국제학교…“비인가 종교시설, 학교로 명칭”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학벌없는 사회)은 코로나19 대규모 확진자가 나와 지역사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광주 TCS국제학교 측을 초·중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29일 밝혔다. 학벌없는 사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비인가 교육시설인 광주 TCS 교육시설이 학교라는 명칭을 써서 교육 수요자에게 학교로 오인하게 하고, 등록도 하지 않고 학원을 운영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학벌없는 사회는 “비인가 기숙형 교육시설이 종교시설인지 학교인지, 학원인지 왈가왈부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며 “광주시교육청과 광주시의 칸막이 행정으로 방역 사각지대가 발생해 심각한 사회적 위기가 찾아온 만큼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지역에서는 지난 23일 IM 선교회 계열인 북구 광주 TCS 에이스 국제학교 첫 집단감염 이후 광산구 광주 TCS 국제학교와 서구 안디옥 교회 등에서 잇따라 200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시민들은 이들 계신교계 관계자들의 무원칙한 방역수칙 위반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최강욱 ‘유죄’ 선고 재판부 “법조인 출신이 권리침해? 납득 안 돼”

    최강욱 ‘유죄’ 선고 재판부 “법조인 출신이 권리침해? 납득 안 돼”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대학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53) 열린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28일 열린 최 대표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최 대표가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발급해 준 확인서는 실제 활동 내용과 일치하지 않아 “(대학원) 입학담당자로 하여금 오인이나 착각을 일으킨다”면서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이 상실되게 된다. 최 대표가 법무법인 청맥에 근무할 당시 조 전 장관 아들 조모씨에게 발급해 준 확인서에는 ‘2017년 1월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2회 16시간 활동’ 이라고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여기서 16시간이 9개월 동안 총 누적합계라고 하면 1회 평균 12분 정도”라면서 “사무실 등 어느곳이든 12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씨 측은 검찰에서 “주 2회 정도 2~4시간 동안 복사 등 잡무를 했다”고 진술했는데 재판부는 법무법인 소속 직원 등의 진술에 비춰 “최 대표나 조씨 측의 진술 모두 신빙성이 없다”면서 “확인서 내용과 일치한 활동이 없었으며 정기 업무 수행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경심(59) 교수와 조씨 등과 주고받은 메세지를 근거로 “최 대표는 확인서가 조씨의 입시제출용이란 걸 인식하고 있었다”며 “업무방해에 대한 가능성을 예견한 것으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최 대표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적법하게 소환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공소권 남용, 검찰청법 위반 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군법무관, 변호사로 법률사무에 종사한 이상 적법 소환을 받지 못해 권리 침해를 당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도 일갈했다. 최 대표 측은 또 ‘(기소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검찰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라 (중간간부) 인시시기에 맞춘 보복기소’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 대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소환요구에 응하기 않았고 증거도 있었다”면서 “인사일정이 있었지만 방어권 행사와는 무관한 사항으로 불이익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시 공정성 훼손 행위를 저질렀고 우리 사회에서 학벌이 지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가벼이 볼 수 없다”며 최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허위 경력자료는 단순한 친분관계가 없으면 발급받을 수 없는 서류라는 점에서 능력이 아닌 인맥으로 발급될 여지가 있다”면서 “진위 확인이 사실상 어렵고 가시적 피해는 밝혀지기 어려워 지원자가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위법행위에 있어 예방 측면에서도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재판부를 멍하니 바라보던 최 대표는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대표는 “재판부의 인식과 판단에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상급심에서 현명한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 사건 외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도 같은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 대표가 ‘자신은 무죄’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봤는데, 이날 판결을 통해 확인서가 허위로 드러난 만큼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금요칼럼] 해상도 높이기/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해상도 높이기/황두진 건축가

    건축가로서 설계 회사를 운영해 온 지 20년이 넘었다. 설계 회사의 대표란 창작인이면서 경영자이고 또한 교육자이다. 이 세 가지 관점이 종합되는 순간은 신입사원이 입사할 때다. 창작인의 입장에서는 함께 손발을 맞출 동료가 생기는 것이고,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할 대상이다. 교육자의 입장은 조금 더 복합적이다. 당장의 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떠한 건축가로 성장하도록 도울 것인가를 또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그 직원이 얼마나 오래 회사에 남아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 기초한 노력은 불확실한 투자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라도 이런 투자 없이 인재양성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우리 회사 못지않게 업계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기울여야 할 노력일 수밖에 없다. 모든 분야는 결국 이러한 ‘불확실한 투자’에 의해 만들어져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입사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수많은 후보가 떠오르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해상도를 높여 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감각의 해상도, 그리고 사고의 해상도다. 다른 말로 하면 섬세하게 느끼고 섬세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도 준비돼 있다. 높은 해상도가 바로 미래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역으로 해상도가 높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아니, 미래를 만들 수가 없다. 직원이 현장을 다녀왔다고 하자. 무엇을 보고 왔냐고 물었을 때 ‘주변에 낡은 집들이 많았다’ 정도의 대답은 아주 기초 해상도에 해당한다. 조금 더 해상도를 높이면 이런 대답이 가능하다. ‘양식이나 공법, 사용된 재료로 보아 1980년대에 지어진 것들로 추정되는 집들이 주변에 많았다.’ 그다음은 뭘까? ‘1980년대에 유행했던 집장사집 풍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독자적인 성격의 집들도 있었는데, 관련 자료를 찾으면 설계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가상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높은 해상도는 관찰력과 정보력이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들여다보아도 아는 것이 없으면 해석과 평가가 불가능하다. 반대로 아는 것은 많은데 관찰이 부족하면 성글고 무딘 판단밖에 내리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해상도를 높일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한 가지 대상에 최대한 오래 몰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러 가지를 휙휙 넘어다니는 것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얻을 것은 별로 없다. 한 대상을 끈질기게 관찰하면서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는 것은 해상도를 높이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전원에 살면서 스케치와 글을 통해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도시에서 이것저것 경험하며 바쁘게 산 사람보다 해상도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훌륭한 예술가들 중에 전원 출신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학벌과도 무관한 문제다. 사람의 인생에서 해상도를 결정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시기는 따로 있는 것 같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늦어도 30세 이전에는 그 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후에는 해상도를 최대한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완만하게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다. 보통 신입사원들은 20대 중후반이지만 휴학, 병역 등으로 인해 30세 언저리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시간이 별로 없다. 다행인 것은 한 번 어느 분야를 통해 형성된 높은 해상도는 다른 분야에도 쉽게 적용이 되고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결국 국가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해상도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 [그들의 시선] “여자가 왜 고물 일 하냐고요?” 변유미씨의 이유 있는 도전

    [그들의 시선] “여자가 왜 고물 일 하냐고요?” 변유미씨의 이유 있는 도전

    “여자가 어떻게 무거운 고철을 들어…” “젊은 여자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선택했어요?” 고물 줍는 일을 하는 변유미(36)씨에게는 호기심과 안쓰러움이 겹친 시선이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상처받아 소심해지거나 직업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요즘 남녀 직업 따지는 경우가 어디 있고,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냐고 답하고 웃어넘긴다”며 “제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찬 의지와 뚜렷한 목표가 오늘의 유미씨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그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의 한 고물상에서 유미씨를 만났다. #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본 20대 유미씨는 20대에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했다. 일찍 사업에 눈을 뜬 그는 21살 무렵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상을 운영했다. 첫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3년쯤 운영해 큰돈을 번 그는 도매사업을 접었다. 유미씨는 이때를 인생 내리막이 시작된 지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25~26살부터 막살았다. 돈도 흥청망청 썼다”며 “27살에는 새로운 사업을 하려다 빚을 크게 졌다”고 밝혔다. 당시 그녀의 빚은 2억 7000만원이 넘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유미씨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며 1년 가까이 폐인처럼 지냈다. 그는 “정신과를 다니면서 약을 복용할 정도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저를 놓아버리려고 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고백했다. 그때, 유미씨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건 어머니였다. “제가 아플 때, 엄마가 저를 보고 가는 길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나한테 나쁘게 했던 사람들은 지금 두 발 뻗고 잘 사는데, 내가 왜 이래야지? 사랑하는 엄마와 언니가 옆에 있는데, 내가 그들까지 죽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 일이 필라테스였다. 6개월 만에 강사 자격증을 땄고, 스포츠 센터에서 3년간 강사로 일했다. 하지만 젊은 강사를 선호하는 업종에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이내 유미씨는 자신이 직접 운영할 센터 오픈을 계획했다. 목돈이 필요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태국 푸켓으로 날아가 여행가이드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후, 코로나19 여파로 강제 귀국하게 됐다.# 이제 진짜 끝인가 싶을 때, 고물이 보였다 절실했다. 새로운 길이 필요했다. 그때 고물 일을 하는 이모 부부가 한 말이 생각났다. “고물 일은 성실함과 부지런함만 있으면 학벌, 나이제한 없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조언이었다. 유미씨에게 고물은 동아줄 같았다. 푸켓에서 돌아온 그는 지난해 4월 고물상 옆에 방을 얻고, 인근 공장을 돌며 영업을 시작했다. 35살 여성.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고물 줍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어디로 영업을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힘들었다. 영업을 하루도 쉬지 않았는데, 한 달쯤 됐을 때까지 단 한 군데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눈물이 났다”며 “그때 딱 한 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라고 막막함에 힘겨웠던 시간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고물을 줍겠다는 변유미씨의 도전을, 가족은 응원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딸이 고물장수를 한다는 말에 며칠을 혼자 끙끙 앓았다. 말리고 설득하기를 반복하던 어머니는 동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 달 이상 못 버틸 거라는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어머니는 마음을 놓았다. 유미씨는 그렇게 어머니께 허락을 받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이 일을 하는 최고의 지원군이 바로 어머니다. “이모도 몇 번 저를 말리시다가 엄마한테 그랬대요. 어차피 한 달 이상은 못 버틸 거라고, 자기가 장담한다고. 그래서 엄마가 마음을 놓고, 그래 한 달 있으면 포기하겠지, 이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지금도 엄마가 제게 가끔 ‘아직 마음 변하지 않았어?’ 이렇게 확인해요. 지금은 엄마가 아주 많이 응원해 주십니다.”# “고물 일로 성공하는 과정을 지켜봐!” 유미씨는 현재 ‘고물 줍는 안나TV’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고물 이야기는 물론 소소한 일상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처음에 고민이 많았다. 가족, 친구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가 잘 나갔을 때, 공주병 걸렸을 때, 된장녀였을 때, 그녀를 알던 사람들이 “어머! 제 결국 파지 줍는 거야?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할 것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유미씨는 그런 걱정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유튜브를 하는 진짜 이유는, 고물 일로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예요. ‘지금은 너희들이 오해해. 대신 내가 고물 일로 성공하는 과정을 지켜봐!’ 이렇게 마음을 바꿨습니다.” 유미씨는 “고물은 나에게 보물 같은 존재”라며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것은 내 인생”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제 목표는 고물상을 차리는 것이다. 고물 일도 좋은 직업이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기자 gophk@seoul.co.kr
  • [씨줄날줄] 국군의 비건 식단/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군의 비건 식단/임병선 논설위원

    채식주의는 고대 인도와 그리스의 철학자, 종교인들이 비폭력을 실천하는 수행법이었다. 유토피아를 앞당기려는 영적인 실천으로 여겼다. 초기 기독교가 바라는 이상적인 식단 역시 채식이었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 득세로 유럽에서 채식주의는 사라졌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출현했다. 현대적인 의미의 채식주의는 1809년 영국인 윌리엄 카우허드가 세운 ‘바이블 크리스천 처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1850년 미국채식재단이 창립됐고 1908년 국제채식연맹이 세워져 본격적으로 퍼져나갔다. 채식주의자들도 다채롭게 갈린다. 달걀은 먹지만 유제품은 안 먹는 쪽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벌꿀까지 안 먹는 이도 있다. 적절한 온도로 조리된 채소를 먹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해도 끼치지 않으며 얻어진 식물만 먹는 이가 있다. 뿌리채소는 먹지 않는 이도 있고, 통곡물만 먹는 이도 있다. 사람들은 채식주의를 오해한다. 동물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 때문에 비건을 택한다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환경이나 건강을 고려해 비건을 택하는 이도 적지 않다. 다만 비건이 감자튀김이나 술을 먹는다면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피하는 것이지, 음식 자체를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비건 햄버거나 피자도 있다. 또 맛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채식주의자라고 허약할 것이라는 건 편견에 불과한 예가 적지 않다. 김한민의 책 ‘아무튼, 비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국 사람들이 믿는 것은 신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고, 가족, 친구, 학벌, 돈, 부동산, 성공도 아냐. 이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 ‘세상은 안 변한다’는 믿음이야. 어차피 나 혼자 애쓴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 남들 따라 편하게 적당히 즐기다 가자는 주의,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회 문제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 외면하는 태도”. 이른바 ‘안변해교(敎)’인데 이 통념이 가장 강력한 곳이 대한민국 군대였다. 내년 2월부터 입영하는 병사가 비건인지, 할랄(이슬람 율법을 지켜 조리된) 음식을 즐겨야 하는 무슬림인지 적도록 해 맞춤형 식단을 제공한단다. 육군 사병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3000㎉의 열량을 충족시키며 연두부, 김, 과일, 샐러드, 시리얼, 야채비빔밥, 비건 통조림 등으로 식단을 짠다고 한다. 현역 병사 중에는 채식과 무슬림 식단을 원하는 이가 각각 한 명씩 근무한단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비건이었다. 군대 식단의 변화를 통해 세상이 조금 더 다양하게 바뀌는 것을 절감한다.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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