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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중견 서양화가 이두식 홍익대 미술대학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중견 서양화가 이두식 홍익대 미술대학장

    새벽 5시. 붓을 든다. 눈을 지그시 감는다. 묵직한 고요가 찾아온다. 몇 갈래로 가슴을 후벼판다. 자진모리에서 휘모리로 돌아 이내 절정에 이른다. 붓이 춤춘다. 무아지경이다. 구경꾼은 없으나 세상이 지켜본다. 불끈 솟아오른다. 조용하지만 강렬했다. 한국의 색채다. 그건 원초적 본능이었다. 수십년째, 그렇게 토해낸다.3000점은 족히 된다. 개인전만 무려 46회를 열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견 서양화가 이두식(58) 홍익대미술대학장. 그는 예나 지금이나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 버릇이 있다. 매일 새벽 3시간 동안 붓과 내통한다. 찰나적인 테마를 떠올리기엔 새벽공기가 그만이다. 밤을 새운 적도 많다. 이런 까닭에 작업량이 가장 많다는 얘길 듣는다. 그는 1995년 이례적으로 40대에 미술협회 이사장직을 맡아 주목을 끌었다. 시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욕도 많이 먹었다. 현재도 여전히 욕(?)먹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미술대학장 외에, 외교통상부 미술자문위원, 미협고문, 서울예고총동창회 회장, 홍대 총동문회 수석 부회장 등. 이달 말에는 아주 색다른, 대학배구연맹 회장직이 추가된다. 바쁜 와중에 오는 5월 4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2년 전에는 부인과 사별한 아픔을 겪었다. 본인의 감회도 특별하겠지만 어떤 화풍을 새삼 선보일지 주목된다. 이래저래 2005년은 제2의 그림 인생을 출발하는 이정표인 셈. 그는 “올해를 계기로 지금까지 토해냈던 분량만큼 앞으로도 3000점은 더 그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인터뷰의 첫 말문을 열었다. 장소는 홍대 미대학장실이었다. ●배구가 좋아 대학배구연맹 회장직도 맡아 대학배구연맹 회장에 발탁된 연유부터 물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도맡아왔던 스포츠 단체장직에 미술계 인사가 발탁됐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키가 181㎝이다. 고등학교 때나 ROTC(학군단)시절에도 최장신이었다.”며 웃는다. 자연스럽게 배구와 친해졌다.9인제 배구팀에서 주로 중앙세터나 오른쪽 공격수를 맡았다. 홍익대에서도 배구팀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최근 홍대 배구팀이 대학배구 4강까지 오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과는 달리 손재주가 아주 좋아 배구를 잘 하는 민족”이라면서 “프로연맹 출범에 맞춰 프로와 아마추어간의 드래프트 등 교통정리를 잘 해야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림 얘기로 넘어갔다. 그동안 개인전을 열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참으로 바빴고 고통도 많았다.”며 한숨을 내쉰다.2년 전 세상을 떠난 부인을 떠올렸다. “(부인 고집으로)병원에도 잘 안 갔습니다. 우린 서로 화가생활을 하면서 부부 개인전을 한번도 못 열었지요. 올해에는 함께 열려고 했는데….” 부인은 이화여대 회화과를 나왔다. 이 학장과는 서울예고 동기동창.16살에 만나 26살에 결혼했다. 이 학장 자신이 특별한 직장이 없어 처가 쪽에서 결혼반대가 심했다. 부인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겨우 성사됐다. 장인은 4·19 당시 서울신문사장을 지낸 손도심씨였다. 부인은 결혼 후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화가의 길을 일찌감치 접었다. 그런, 인생의 반쪽을 위해 병바라지하고 또 먼저 보낸 아픔을 겪어내느라 공백이 길어졌다. 부인은 평소 문인들과 친하게 지냈다. 특히 소설가 박완서씨와 좀더 지근거리에서 얼굴을 자주 보기 위해 박씨 자택 근처인 경기도 구리시로 집을 옮길 정도였다. 덕분에 이 학장 역시 문인들과 친분이 넓어졌다. “결혼초 먹고 살기 힘들 때 황석영씨의 소개로 현암사(출판사)에서 일감을 얻었지요. 한번은 황씨와 둘이 만리포에 놀러갔다가 물에 빠진 저를 황씨가 구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지요.” 소설가 조선작씨와는 1988년 서울신문에 연재소설의 삽화를 그리면서 인연을 맺었다. 소설가 김주영씨와도 친한 사이. 지난해 7월 화제를 모았던 ‘그림, 소설을 읽다’라는 주제로 열린 ‘소설화(小說畵)’ 전시 때 서로 짝을 지어 눈길을 끌었다. 최인호씨와도 각별하다. 가수 이장희·조영남·윤형주 등과도 가깝게 지내는 등 문화예술계에 폭넓은 친화력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에도 각계의 지인들로부터 새해 안부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 ●부인과 死別… 아픔딛고 4년 만에 개인전 그림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원초적 본능이라는 직답이 돌아왔다. 잠자는 본능, 움직이는 본능, 울고 웃는 본능이 있듯, 그림의 본능 또한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속한다는 것. 아울러 인류문명이 발전해오면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은 욕망, 사랑하는 사람을 오래 보고, 또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서 그림이 그려졌다고 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숨쉬는 공기처럼 온갖 일상사가 곧 그림이란다. 그렇다면 화가로서의 성공조건은 무엇일까. 고행의 길이란다. 춥고 배고픔 속에서도 감동을 주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즉 어느 정도의 경제적 토대 위에서, 그림이 좋아져야 성공한 화가가 될 수 있단다. 자연스럽게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 회고됐다. 놀랍게도 그는 ‘수출화’(이발소그림)를 무려 7년 동안이나 그렸다고 고백했다. 얼마나 많이 그렸는지 양쪽 시력이 다 나빠질 정도였다. 대가급 화가로서 쉽게 토로할 수 없는 대목이어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의 부친은 경북 영주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다. 부친 역시 화가가 꿈이었다. 또 중학교 때 오세영 미술선생의 적극적 권유 등으로 쉽사리 서울예고쪽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 2년 때 가세가 기울어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졌다. 이때부터 그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결혼 후에도 생활비가 쪼들리기는 마찬가지. 화가의 길을 걷기 위해 재료비는 더욱 필요했다. 결국 1973년 수출화를 그리는 회사인 ‘서울갤러리’에 들어갔다. 밀레의 ‘만종’과 같은 풍경화와 기타 인물화 등 모방과 창작, 닥치는 대로 그렸다. 하루에 6∼7점,1년에 200여점을 그릴 정도로 강노동의 연속이었다. 그가 그린 그림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다. 영화사 쪽 일도 틈틈이 했다.70년대 후반 ‘별들의 고향’과 82년 박철수 감독의 ‘들개’에서 미술 소품을 담당했다. 운이 좋아서인지 ‘들개’로 백상예술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러는 한편 1974년 ‘20세기 현대미술전’과 ‘제1회 서울비엔날레’ 등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닦았다.79년 명동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매년 1∼2회씩 개인전과 해외전시 등을 부지런히 열었다. 결국 젊은 나이에 명성을 얻었고 ‘대가’의 길로 들어섰다.47살에 미협회장을 맡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제 그림을 소장한 사람이 3000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특히 미국 쪽에는 많고요.” 요즘 1호당(우편엽서 크기) 그림가격이 얼마인지 불쑥 물었다. 그는 “죽은 후에 (가격이)비싸질지 모르니 지금은 많은 사람이 소장할 수 있도록 저렴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그래서 몇년째 호당 20만∼30만원을 넘기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피카소는 위대한 작가이고, 애정 넘치는 샤갈과 모딜니아니도 존경하는 화가”라면서 5월 전시 때에는 사뭇 달라진, 절제된 색채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두었다. 장남은 미국 유학 중이고 군입대를 앞둔 차남과 함께 산다.16년째 ‘장기근속’하는 가정부 할머니가 집안 일을 맡고 있다. ■ 그가 걸어온 길 ▲1947년 경북 영주 출생 ▲65년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69년 홍대 미대 회화과 졸업 ▲79년 동대학원 졸업 ▲95년 미술협회 이사장 ▲현, 홍대미대학장·동대학 회화과교수·외교통상부 미술자문위원 ▲73년∼현재까지 단체전 및 국제전 70여회 ▲79년∼현재까지 개인전 46회 ▲주요 수상=신상전 최고상(68년), 선미술상(88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95년), 서울국제아트페어대상(2001년) km@seoul.co.kr
  • [전원에 살어리랏다] (3)광주·용인

    [전원에 살어리랏다] (3)광주·용인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찾는다면 광주로 가라. 거기에는 잔잔한 호수와 맑은 계곡, 휴양지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광주·용인은 오래전부터 전원주택 마니아들이 찾아들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광주시에서도 전원 주택지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은 남종면·퇴촌면 일대. 서울과 가까워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 양평 강하면과 붙어 있는 이곳은 대규모로 개발된 전원택지보다는 농가주택을 고친 전원주택이 많다. ●광주, 팔당 호수 주변 운치 빼어나 남종면 금사리·귀여리·분원리·수청리 일대는 앞으로 넓은 팔당 호수와 남한강, 뒤로는 정암산을 끼고 있는 천혜의 전원 주택지. 주변에 도자기 공방과 미술관 등이 있어 사계절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다. 광동교를 건너 왼쪽에 위치한 퇴촌면 오리는 호수 주변으로 갈대와 잡목이 어우러져 운치가 그만이다. 광동리 일대는 전원 카페와 모텔들이 몰려 있어 불야성을 이룬다. 정지리·원당리 일대도 호수를 끼고 있다. 원당리 백련사 계곡에는 신호전원주택단지가 조성돼 있다. 천진암으로 가는 길목도 전원주택지로 꼽힌다. 자연 환경 못지않게 교통여건도 좋다. 최근 하남시에서 팔당댐까지 강 아래쪽으로 새 길이 뚫려 팔당댐 도로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남시에서 15분이면 닿을 수 있다. 중부고속도로 경안IC를 나와 45번 국도와 88번 지방도로를 이용해도 된다. 입지가 빼어난 만큼 땅값도 비싸다. 호수가 보이는 곳은 대지가 평당 90만∼150만원. 관리지역 농지는 평당 50만∼100만원을 부른다. 중부면·오포면·실촌면·초월면 일대는 내륙 계곡을 끼고 있는 전원주택지. 중부면은 중부고속도로 경안IC 부근. 산속으로 농가주택이 있고 매물로 나온 전원주택도 더러 있다. 오포면은 분당과 붙어 있는 곳. 태재고개 주변 신현리·능평리 일대에 단지형 전원주택이 몰려 있다. 학군이 분당에 속한다. 생활권이 분당이라고 보아도 된다. 관리지역 농지도 평당 80만원 정도 주어야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 곤지암은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전원주택지. 초월면·실촌면 일대도 단지형 전원주택이 많다. 대지는 평당 70만∼80만원, 농지는 30만∼50만원을 호가한다. ●신봉리 광교산자락 평당 200만원 호가 용인은 오래된 전원주택이 많다. 분당과 가까운 고기리 계곡, 신봉리 일대에 단지형 전원주택이 많다. 광교산 아래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지녔다. 고기리 아랫동네는 음식점이 많아 복잡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해졌다. 계곡 위쪽은 아직 물이 깨끗하다. 신봉리에도 대규모 단지가 조성돼 있다. 아랫마을은 대규모 아파트촌이 형성됐지만 광교산 아래는 단지형 전원주택이 많다. 수지읍 편익시설을 이용하기 쉽고 교통편이 좋아 고급 전원주택지로 꼽힌다. 필지마다 200평 정도로 나뉘어져 있고 평당 150만∼250만원 정도 나간다. 영동고속도로 IC주변의 농지·임야를 단지형으로 개발한 경우도 많다.20∼3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도 있다. 주로 고속도로 북쪽에 집중돼 있다. 구성읍, 양지면, 원삼면 일대는 대기업에서 조성한 단지형 전원주택단지도 있다. 가격은 평당 70만∼80만원. 에버랜드가 있는 포곡면은 분당으로 통하는 43번 국도와 영동고속도로 용인IC를 이용할 수 있다. 대지 시세는 평당 70만∼110만원선이다. 광주·용인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司試도 ‘부익부 빈익빈’?

    서울 시내 고교 사법시험 합격자 가운데 강남구 출신이 가장 많고, 금천구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노회찬(민주노동당) 의원이 2일 사법연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동안 서울 출신 사시 합격자 1429명 가운데 이른바 ‘강남 8학군’으로 불려온 강남·서초·송파구 관내 고교 졸업자가 32%(456명)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강남구 고교 출신은 16.4%(234명)로 금천구의 0.8%(11명)에 비해 무려 11배나 많았다. 고교별로는 대원외고(104명)가 가장 많았고, 한영외고(43명) 서울고(37명) 경기고(30명) 대일외고(27명) 휘문고(26명) 중동고(24명) 등이 뒤를 이었다. 노 의원은 “상위 10위권 고교 중 3개 외국어고를 제외하면 모두 강남지역이어서 빈곤이 대물림되고 빈부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사법시험에서도 부와 특권이 세습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사시합격자 수를 3배 이상 늘려 기회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년간 전체 사시합격자 4352명을 출신대학별로 보면 서울대가 1660명(38.1%)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796명(18.3%) 연세대 441명(10.1%) 한양대 247명(5.7%) 성균관대 181명(4.1%) 등의 순이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 망향의 恨 타오르는 영산강

    [문학이 머문 풍경] 망향의 恨 타오르는 영산강

    소설가 문순태(文淳太·63)는 고향이 없다? 전라도 전체가 그의 고향인지도 모른다. 그는 일제 말기인 1941년 영산강 상류인 전남 담양군 남면 구산리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다. 무등산 자락과 광주호로 이어지는 산골 마을이다. 평화롭던 마을은 한국전쟁과 함께 폐허로 변해 버린다. 봄이면 지천에 진달래가 만발하고 실개천 너머로 아지랭이가 피어 올랐었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51년 정부군은 ‘빨치산’ 토벌을 이유로 이 마을 일대 모든 집들을 불태워 버렸다. 당시 어린 작가는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봤다. 정부는 아무런 보상도, 마땅한 설명도 없이 ‘공비토벌’이란 이유만 내세웠다. 그의 가족들은 고향을 뒤로하고 유랑에 나선다. 그 바람에 그는 화순, 광주, 신안 비금도 등 전남 곳곳을 떠돌며 어린시절을 보낸다. 어릴적 경험이나 환경이 그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 그러나 그런 정서와 기억이 그의 작품 곳곳에 짙게 묻어난다. 토속적인 향수와 한(恨)을 주된 정조(情調)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편협한 지역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땅에서 뼈를 묻은 무지렁이 민초들의 삶과 투쟁이 곧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의 머리말에서 “진정한 의미의 산 역사는 민중(民衆)이 그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댐 수몰민의 삶을 통해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과 도시빈민 문제를 다룬 ‘징소리’나 ‘흑산도 갈매기’‘걸어서 하늘까지’등의 소설도 그런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타오르는 강’은 구한말 영산포 일대에 정착한 민중들의 삶을 그린 그의 대표작. 영산강은 노령산맥 골짜기인 담양군 용면에서 서남해 끝자락인 목포에 이르는 120여㎞의 물골을 만들며 흐른다. 상류의 황룡강, 극락강, 지석강 등 3대 강을 따라 장성, 담양, 광주, 나주가 위치하고 그 아래 쪽으로 함평, 영암, 무안, 목포가 이어진다. 하구언이 축조되기 이전인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고깃배가 영산포 선창까지 오갔다. 영산포는 동학혁명 직전의 무능한 탐관오리들이 세곡(稅穀)을 한양의 경창(京倉)으로 실어 나르는 물류 중심지였다. 일제 때는 기름진 호남평야에서 나는 곡식을 일본으로 빼가는 ‘수탈의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소설 ‘타오르는 강’은 1886년 노비 세습제가 폐지되면서 종문서를 받아들고 영산강을 건너는 웅보와 대불이 형제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주의 양 진사네에서 대대로 종살이를 해온 이들 형제는 구진나루를 건너 ‘새끼내’ 제방 너머에 터를 잡는다. 새끼내는 봉황∼왕곡∼영산포에 이르는 영산강의 작은 지천이다. 지금의 나주시 이창동 정량·진포·운곡리 일대가 ‘새끼내 마을’이다. 웅보와 대불이 형제는 노비에서 풀려난 사람들을 모아 새끼내 일대에 마을을 일궈 나간다. 그들은 이곳 주변에 물둑을 쌓고 황무지를 개간한다. 형 웅보는 새로운 고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동생 대불이는 상전이었던 양 진사를 도와 인근 영산포 선창에서 세곡 운반을 감독하는 목대잡이 노릇을 한다. 양 진사의 계략에 속은 줄 뒤늦게 깨달은 대불이는 장성 입암산으로 들어가 동학교도가 된다. 그는 동학군이 되어 귀향한 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소중한 땅을 빼앗아간 박 초시네 집을 습격하고 한을 푼다. 그러나 관군의 반격으로 동학군은 퇴각하고 새끼내 마을 사람들도 보복이 두려워 애써 일군 고향 마을을 불태우고 강변 따라 갓 개항한 목포항으로 떠난다. 다시 고향에 돌아올 꿈을 안은 채… 이는 특정시대, 특정 공간에서 일어난 일만은 아니다. 근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의 선대가 겪었던 일이다. 새끼내 마을에서 만난 김판길(82) 할아버지는 “일제때 징용에 끌려갔다가 귀향했으나 살길이 막막해 선창가에 나가 짐꾼 등 막노동으로 살아 왔다.”며 “강 양안의 구릉이나 산지에 선대의 뼈가 묻혀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역 신문기자로 일하던 70년대 초에 나주의 한 종가집을 취재하다가 노비들의 삶을 만난다. 그는 여기에 나주의 이른바 ‘궁삼면 사건’을 보태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이 사건은 1886년부터 3년에 걸친 대한(大旱) 때 지금의 다시·왕곡·세지 등 3개면 주민들이 폐농하고 유리걸식하며 각지를 떠돌면서 비롯된다. 이들이 귀향해보니 그동안 밀린 세금이라며 조정에서 농토를 빼앗아 가버리고, 이 사건은 농민운동의 발단이 된다. 죽음과 고통과 수탈의 현장이었던 영산강은 그대로 흐르고 있다. 자유인으로 변신한 노비들이 강 건너 황무지와 개산(새끼내 마을에 자리한 산으로 개가 엎드려 있는 형상)을 바라보며 ‘낙원’을 꿈꿨던 구진포 나루에는 지금도 고깃배가 떠있다. 홍어와 젓갈 등 수산물과 곡물을 실어나르던 영산포 선창의 흔적도 선명하다. 강은 상류 댐들과 하구언 축조로 수량이 줄면서 거친 모래자갈을 앙상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 그 당시와 다를 뿐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최우수 헬기 조종사·사수 ‘탑헬리건’에 백흥기 소령

    올해 육군의 최우수 공격용 헬기 조종사(탑 헬리건)에 항공작전사령부 예하 501 항공대대 소속 백흥기(41·학군 26기) 소령이 선정됐다고 육군이 23일 밝혔다. 백 소령은 10월11일부터 2주에 걸쳐 육군 비승사격장에서 실시된 ‘2004년 육군항공 사격대회’에서 최고 기량의 실력을 발휘했다. 한편 육군은 이날 오후 경기도 이천 항공작전사령부 연병장에서 ‘탑 헬리건’으로 선발된 백 소령에게 대통령상과 함께 기념 휘장을 수여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철책 구멍’ 경징계로 봉합

    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에서 발생한 3중 철책선 절단사건과 관련, 해당 부대 지휘관들에 대한 징계가 최고 ‘감봉’으로 결정됐다. 육군은 이달 20일 징계위원회를 개최, 해당 부대 사단장 박모(육사 31기) 소장에게 견책, 연대장 이모(육사 36기) 대령에게 근신 7일의 징계를 각각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관할부대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로 최전방 철책선이 뚫리는 등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육군은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또 당시 사건 직후 보직 해임된 해당부대 대대장 송모(학군 22기) 중령은 감봉 3개월(월급의 10%), 중대장과 소대장에게는 각각 견책조치가 내려졌다. 직접 경계근무를 선 병사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으나, 구멍이 뚫린 철책을 발견한 병사 2명에 대해서는 4박5일간의 포상휴가가 주어졌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판촉경쟁 알짜 미분양 고르기

    판촉경쟁 알짜 미분양 고르기

    부동산경기 침체로 아파트 분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분양 아파트 판촉전이 치열하다. 계약금 인하나 이자 후불제,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은 물론 새시나 온돌마루 등 인테리어 공사를 무료로 해주는 곳도 많다. 그러나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미분양 아파트를 고르기에 앞서 입지나 브랜드, 발전 전망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지난 8월 분양한 광명시 광명동 월드메르디앙은 미분양분 계약자에게 중도금 이자후불제였던 금융혜택을 중도금 무이자로 전환하고, 모든 방을 온돌마루로 시공해 주고 있다. 또 식기세척기나 김치냉장고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1,2층의 경우 새시까지 무상으로 설치해 준다. 이렇게 하면 최고 1000만원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월드건설의 분석이다. 목동 두산위브도 계약금을 10%에서 5%로 내리고 중도금 이자후불제를 중도금 무이자로 전환했다. 일반적으로 이자후불제가 중도금 무이자로 바뀌면 평형에 따라 적게는 몇백만원에서부터 많게는 몇천만원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새시 무료 시공만 해도 200만∼300만원의 이익이 나는 셈이다. 동부건설은 남양주시 와부읍 ‘동부센트레빌’에 대해 새시를 무료로 시공해주고 있다. 금호건설은 서대문구 홍제동 ‘금호어울림’에 대해 계약금을 10%에서 2000만원으로 변경하고, 중도금 7회 가운데 3회를 잔금으로 전환해 자금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인근 아파트와 분양가를 비교해 보고 입주 후 기대수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마음에 드는 아파트의 견본주택을 직접 방문, 사전예약을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접수 혹은 계약 마지막 날에 전화로 미분양분의 매수 가능 시기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발 빠르게 좋은 동이나 층을 선점할 수 있다. 모델하우스를 다녀오면 인테리어와 다양한 혜택에 마음을 빼앗기는 수가 있지만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주변환경과 학군, 교통을 직접 확인해 봐야 한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살신성인’ 김칠섭중령 영결식

    부하 병사를 구하려다 감전사한 고 김칠섭(36·학군 30기) 중령의 영결식이 21일 그의 소속 부대인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사단장(葬)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장에는 김 중령의 부인 박정숙(34)씨를 비롯해 유족과 12사단 장병,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 남재준 육군참모총장 등이 참석,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영결식 후 김 중령의 유해는 춘천화장장에서 화장됐으며,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정부는 부하를 구하고 목숨을 잃은 고인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려, 중령으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한편 대대 작전장교였던 김 중령은 지난 19일 오전 9시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적계삼거리 부근에서 4박 5일간의 대대 전술훈련을 마치고 부대 철수를 준비하던 중 무전기 안테나가 고압선에 걸려 감전된 무전병 정모(20) 일병을 구하려다 감전돼 숨을 거뒀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고압전류보다 강한 ‘부하사랑’

    야외 훈련을 마치고 부대 복귀를 준비하던 육군 소령이 고압선에 감전된 부하 병사를 구하고 자신을 희생한 사고가 발생했다. 19일 오전 9시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일대에서 대대 전술훈련을 마치고 철수 작업중이던 육군 을지부대 소속 작전장교 김칠섭(34·학군 30기) 소령이 무전기 안테나가 고압선에 걸려 감전된 통신병 정훈민(20) 일병을 구한 뒤 본인은 감전돼 민간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숨졌다. 사고는 4박 5일간의 야외 훈련을 마친 뒤 부대 복귀를 위해 천막 밖에서 통신장비(AS-992K)를 철거하던 허석환(21) 상병이 2만 2900V 고압선에 감전되면서 발생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허 상병이 마침 손대고 있던 10.7m 높이의 무전기 안테나가 고압선에 닿고 만 것. 고압선이 몸속으로 흐르는 순간 그는 안테나에서 튕겨져 나가 오른손에 가벼운 화상만 입었다. 이후 고압전류는 안테나와 연결된 천막 속 무전기 본체로 흘렀으며, 그때 무전기를 만지고 있던 정 일병이 감전됐다. 천막 안에 있다가 오른손으로 무전기를 잡은 채 몸을 심하게 떨고 있던 정 일병을 발견한 김 소령이 그의 허리를 힘껏 잡아당겨 무전기에서 떼낸 덕에 정 일병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김 소령 자신은 심장 쪽으로 고압 전류가 관통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이후 김 소령은 부대원들에 의해 강릉 아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후송 도중 목숨을 잃고 말았다. 김 소령의 영결식은 21일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임운택(소장·육사 31기) 사단장 주관으로 사단장(葬)으로 엄수된다. 유해는 영결식 이후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1992년 전남 나주 동신대를 졸업한 뒤 학군장교(ROTC)로 군에 입대한 김 소령은 지난 1일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했으며, 부인 박정숙(34)씨와 사이에 7세,5세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한편 김 소령의 대학 은사인 동신대 장성주(47·멀티미디어 통신공학과) 교수는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뒤 “김 소령이 군인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장교 추천서까지 써줬었다.”며 “꼭 내가 그를 죽인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김 소령이 전방에서 힘들게 생활하면서도 꼬박꼬박 전화로 안부를 물어왔으며, 최근에는 ‘소령 진급하면 한번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 말이 유언이 되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한서대, ROTC 훈련대학 지정

    함기선 한서대 총장은 지난 12일 이한호 공군참모총장과 공군학군사관후보생(ROTC) 훈련대학 지정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 日공립교육개혁 되레 개악?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공립고등학교 교사의 87%가 ‘특색있는 학교’와 ‘여유’를 강조하는 교육개혁 추진으로 “고교생의 기초학력이 크게 저하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국립교육정책연구소가 공립교 교사 4441명과 교장 444명을 대상으로 실시,18일 발표한 자료에서 나타난 결과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교사들의 82%가 “최근의 개혁으로 고등학교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고등학교 교육현장의 현실을 감안한 교육개혁’을 원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와 투자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지만, 경쟁 메커니즘을 약화시킨 개혁의 결과가 학력저하로 귀착된 셈이다. 일본의 교육개혁은 교내 폭력, 집단 괴롭힘, 비행소년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과도한 수험경쟁의 폐해가 부각된 1975년쯤부터 본격화돼 최근까지 거듭 실행돼 왔다. 특히 학생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단위제 고등학교나 종합학과, 학점제 등을 실시하는 고등학교도 만들어졌다. 외국어나 정보화 교육도 중시했다. 중·고교의 학군제도 탄력적으로 운용중이다. 하지만 일본의 교육개혁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오히려 나빠졌다.”는 평이 우세하다. 하향 평준화라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개혁이 현실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공립교육 개혁의 실패는 ‘사립학교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중학교는 6.3%, 고교는 24.2%(2003년 기준)가 사립학교로, 사립중·고 입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와 학부모들의 증언이다. 공립교육의 실패를 방증해 준다. taein@seoul.co.kr
  •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원인] “학력차 반영 당연” vs “은밀한 기준 말썽”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원인] “학력차 반영 당연” vs “은밀한 기준 말썽”

    ■ 대학 나름대로 입시제도 문제 보완 -류호두 교총 정책연구소장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파문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제 이 문제는 교육문제를 떠나 사회 계층간, 집단간, 지역간의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는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고교등급제’란 용어는 엄밀히 말해 전국의 모든 고교를 학력차에 따라 등급화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등급제’라는 말보다는 고교간 ‘학력차’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고교 등급제든, 고교간 학력차든 간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대학이 수시모집 학생선발 과정에서 왜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이나 연유는 꼭 짚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첫째 고교평준화가 가져온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과열 입시경쟁의 사회적 병폐 등을 해결하고자 도입한 고교평준화는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 등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평준화지역의 대도시 집중 등 학군간·학교간·지역간의 교육여건의 격차로 인한 고교간의 학력차가 발생하고, 교육의 수월성 저하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예컨대 전교생의 90% 이상이 수능 상위 10% 안에 드는 학교가 전국에 15개교가 있는가 하면, 단 한 명도 10%안에 들지 못하는 학교도 8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대학이 이처럼 엄연히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교간의 학력차를 도외시한 채 획일적인 방식으로만 학생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고교등급제는 대학이 나름대로 학교간의 엄연한 학력차를 반영하는 하나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둘째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따른 문제점이다. 현재 입시에 반영되고 있는 학생부에는 절대평가인 평어(수우미양가)와 상대평가인 석차백분율(석차/재적수)이 함께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대학들이 대학입시 사정에서 평어인 절대 평가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자, 고교에서는 자기 출신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한 평가를 받게 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내신 부풀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교등급제는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방편으로 평어 절대평가를 중시하는 대학 행태 그리고 이에 편승하여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성적 부풀리기’를 하는 고등학교의 학력평가 시스템이 동시에 빚어낸 합작품이다. 여기에 학부모들까지 입시에서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고교가 성적 부풀리기를 하도록 가세한 것도 한 요인이다. 셋째 고교등급제가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상당 부분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일관성 없는 무책임한 행정에 기인한다. 교육부는 지난 2002년도 입시에서 평어 상대평가가 학생들간의 과열 경쟁을 조장한다면서 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여 성적 부풀리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또 고교가 내신 부풀리기를 하고 대학이 고교간 학력격차를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교육부만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직무유기로밖에 볼 수 없다. 또 알면서도 문제를 시정하려 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다. 넷째 다양한 전형 방법을 개발하여 입시를 치르지 않고 단순한 학교간의 학력 격차를 반영하는 손쉬운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안이한 자세도 한 몫을 했다. 다섯째 고교등급제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는 특정 교원 또는 학부모 관련 단체의 편향된 교육이념에도 원인이 있다. 교육에서의 평등이란 교육에의 접근기회와 교육의 과정에서 신체적 조건이나 사회적 신분 및 경제적 지위에 의한 차별 금지로서 교육운영의 기본 원리이다. 그러나 교육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능력에 따른 상대적 평등이다. 교육운영에서 평등성도 중요하지만 수월성도 매우 중요하다. 교육의 수월성은 교육선택권 보장과 경쟁력 제고, 교육의 다양성과 질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가치이다. 따라서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은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추구되어야 할 덕목으로서 어느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경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같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고교등급제 문제와 대학입시제도가 이러한 방향으로 시급히 해결되고 개선되길 바란다. ■ 지역·학부모의 사회적 위상도 반영-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대학이 확인되었다. 이 대학들 모두 ‘고교등급제’라는 용어를 극력 부인했다. 하지만 수시 1차 합격자 선발 과정에서 각 대학 나름으로 산출한 ‘고등학교간 학력차’를 ‘지원자 개인간 학력차’로 어떤 방식으로든 반영시켰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정되었다. 문제된 대학의 이런 전형 방식이 격렬한 항의에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원자 ‘자신’의 개인 학력을 놓고 평가해야 할 전형 과정에서 지원자 출신학교의 평균 학력이 개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학교간 격차를 포함한 판정에서도 그 학교가 소재한 ‘지역’, 경우에 따라서는 지원자 ‘부모’의 각종 사회적 상태를 고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점만 놓고 보면 문제가 된 세 대학은 교육평가의 기법과 윤리 측면에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범주 착각을 일으켰다. 게다가 이런 요건들은 모집 요강에 공시도 되지 않은 ‘은밀한 기준들’이었다. 그런데 필자 자신도 대학 교육 개선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타 대학의 귀감으로 인정하는 이 대학들이 그 명성과 사회적 신뢰에 걸맞지 않은 이런 부적절한 전형 방식을 택한 이유로 제시하는 것이 ‘내신 부풀리기’다. 내신제도는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교육해온 ‘선생님’이야말로 학생의 잠재적 능력을 가장 성실하게 계발하고 그 성취도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교권의 핵심인 바로 이 교육권과 평가권만 제대로 행사되면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실시해온 수시 1차 모집은 이런 기대와 정반대되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로 넘쳐난다. 한 마디로 말해 내신 부풀리기는 대학 입시와 관련된 각 주체들이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해서 나온 결과이다. 누구보다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 30년 동안 현장 교사들이 가르칠 만한 내용을 적기에 공급하고 학교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교권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 주지 않았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아주 허약한 지위에 있는 교사를 가운데 놓고 일류대학 지상주의를 앞세운 학부모, 학교 운영자, 그리고 학생들이 총체적으로 교사를 ‘내신 뻥튀기’로 몰아 세웠다. 수시 모집은 대학의 자율 선발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의 선택을 다양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런데 수시 모집이 대학 정원의 40%를 감당하는 수준에 이르자 학생들을 교육시켜 진정한 실력을 올리기보다 당장 책상 머리에서 할 수 있는 점수 조작으로 학력 기록을 올리는 얄팍한 기법의 개발이 교사들의 주업무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학과를 학력 최우수자만으로 충원하고 싶어하는 문제 대학들의 획일적 평가 방식에 의해 조장되었다. 이렇게 관련 교육 주체들이 모두 자기가 지켜야 할 선을 이탈한 가운데 학부모의 직접 압박, 학교 운영자가 위협하는 인사상의 불이익, 그리고 학생들의 합격에 대한 근시안적 온정주의 등 학교 현장에서 각종 형태로 가해지는 압박에 각기 고립된 교사들이 끝까지 교육자적 전문성과 양심을 고수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실상 교권은 교육 현장에서 완전히 짓밟혔다. 그리고 강남 지역에서부터 발원한 이런 압력에 대해 전교조도 근본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 바로 이런 상태에서 공교육 현장에서 ‘내신용 교육’과 ‘수능용 교육’이 분열되고,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 투신할 의욕과 위신 모두가 상실되면서, 사교육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교실 붕괴? 당연하지 않은가? 시험 문제를 미리 가르쳐 주고 받을 성적을 알아서 헌납하는 선생을 어떤 학생이 존경하겠는가? 그런 선생에게서 더 무엇을 알 것이 있겠는가? 전국 단위의 수능을 배경으로 아직은 알 수 없는 답을 알아 맞히게 하는 학원 선생이 인식능력 면에서 훨씬 찬란한 후광을 업은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제 분명히 투시해야 한다. 본래 의도된 내신 제도는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었다는 것을.
  • 이라크 파병관계자 대거진급

    정부는 15일 송기석(육사 29기) 합참 작전부장을 중장으로 진급시키는 등 육·해·공군 장성급 105명에 대한 정기 진급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대통령 재가를 받기에 앞서 국방부 인사제청위원회가 수차례 거듭 열릴 정도로 인물에 대한 검증기능이 강화된 게 특징이다. ●청와대 재가 직전 상당수 진급자 바뀐 듯 장성 진급인사를 위한 국방부의 제청 및 인물검증 과정이 과거에는 형식적으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매우 철저하게 이뤄졌다. 국방부 권영준(소장·해사 27기) 인사국장은 “이번 인사는 철저한 추천·제청·인사검증 단계를 거쳐 개인품성과 전문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대통령 재가절차를 불과 몇시간 앞둔 이날 새벽에도 인사제청위원회를 다시 열었다. 여기서 사생활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뒤늦게 알려진 모 인사를 준장 진급자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등 수명의 명단이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는 군정권(인사권)을 쥐고 있는 각 군 총장이 진급 대상자를 결정해 국방부에 올리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수정없이 청와대에 올리는 게 관행이었다.”며 “이번처럼 국방부가 제청권을 강하게 행사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파병업무 관계자들 희색 이라크 파병업무를 맡은 합참 관계자들이 진급한 점이 눈에 띈다. 이라크 파병업무의 실무 책임자인 송기석 작전부장이 중장으로 진급했고, 송완섭(3사 13기) 해외파병과장이 ‘별’을 달았다. 한편 이번 인사에선 육군의 송기석 부장과 임충빈(육사 29기) 소장 등 2명, 해군 남해일(해사 25기) 소장, 공군 배창식(공사 21기) 소장 등 4명이 중장으로 진급, 군단장과 해·공군의 교육사령관에 나란히 보임됐다. 육군 장종대(육사 32기) 준장 등 13명과 해군 도종칠(해사 29기) 준장 등 5명, 공군 이광희(공사 22기) 준장 등 4명은 각각 소장으로 진급했다. 육군 정지용(육사 35기) 대령 등 52명과 해군 13명, 공군14명 등 대령 79명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국방부는 이날 김성일(공사 20기) 공군 중장을 국방정보본부장에, 방판칠(학군 8기) 중장을 합참 인사군수본부장, 윤연(해사 25기) 중장을 해군 작전사령관에 각각 보임하는 등 주요 직위 전보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부동산 in]수도권 전철 개통 오산 호재

    [부동산 in]수도권 전철 개통 오산 호재

    경기도 오산지역이 각종 개발 호재로 지역 발전에 가속이 붙으면서 아파트 분양 물량이 관심을 끌고 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www.DrApt.com)에 따르면 오산지역에서 연내 분양예정인 아파트는 3곳,1805가구에 달한다. 오산은 미군부대 이전 및 국제평화 신도시 건설에 따라 생활편의시설의 대단위 유입이 예상된다.파급효과가 가장 클 경부선 병점∼천안간 복복선 공사도 현재 공정률 95%여서 올해말이나 내년초쯤 개통되면 전철로 서울 출퇴근이 대중화된다. 오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하듯,대림산업이 현재 분양중에 있는 오산원동 e-편한세상은 2368가구 모집에 총 3568건이 청약접수,1.5대 1로 마감됐다.사전예약자도 3600여명에 달했다. 분양예정인 단지는 오산 고현 현대아이파크 32∼40평형 667가구,오산 누읍 이수브라운스톤 24∼45평형 602가구,오산 양산 쌍용스윗닷홈 32평형 536가구 등 총 1805가구.오산 원동 푸르지오,오산 대동타워피란체 등은 선착순 분양중이다. ●고현 현대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은 오산시 고현동에 32∼40평형 667가구를 12월중 선보일 예정이다.오산 인터체인지(IC)에 인접해 서울과 수원,화성 등 주변지역으로의 진출입이 쉽다. 특히 병점∼천안간 경부선 복복선전철이 개통되면 교통망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원동초등,성호중,성호고,운암고 등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오산대,한신대 등이 인접해 있어 학군이 양호한 편이다. ●양산 쌍용스윗닷홈 쌍용건설은 오산시 양산동 일대에 32평형 536가구를 12월중에 모두 일반 분양한다.갤러리아,뉴코아,킴스클럽,농수산물 시장 등이 인접해 있고 수원의 생활기반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수원 생활권이다.단지 주위에 한신초등학교와 한신대학교가 위치해 있어 교육여건도 좋다. ●누읍 이수 브라운스톤 이수건설이 오산시 누읍동 일대에 이수브라운스톤 24∼45평형 602가구를 분양한다.분양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1번 국도,오산IC 등이 가까워 고속도로 진입이 쉽다.병점∼천안간 복복선전철 오산역(2005년 초 개통예정)도 걸어서 이용이 가능하다. 단지 인근에 오산초등,신설초등이 있어 걸어서 통학 가능하며 오산중,오산고,오산대학 및 수원지역 대학들이 인접해있다.롯데마트와 오산시청,서울종합병원,오산체육공원 등이 가깝다. ●대우 원동·대동 오산동 선착순 분양 대우건설이 오산 원동 푸르지오 32평형 839가구 가운데 10여 가구를 선착순 분양하고 있다.경부고속도로 오산IC 바로 옆에 위치해 경부고속도로 및 1번국도 이용이 쉽다.인근에 경부선 복복선전철 오산역이 개통될 예정이다.평당 분양가가 550만원선으로 동탄신도시보다 약 180만원 싸다.2005년 8월 입주 가능하며,계약금 10%에 중도금 4회 까지는 잔금으로 이월해 준다.나머지 5,6회는 무이자 융자를 해주고 있다. 대동건설이 오산시 오산동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 대동타워피렌체 12∼37평형 169가구 가운데 12평형,25평형 30여 가구를 선착순 분양하고 있다. 내년 초 개통예정인 경부선 복복선 전철이 걸어서 7분여 거리인 오산역을 경유하고 동탄신도시까지 차로 5분 거리다.롯데마트 및 종합시장이 인접해 있고 초·중·고교도 걸어서 5분 가량 걸린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安부총리 “진보선 공격·보수선 매도”[전문]

    安부총리 “진보선 공격·보수선 매도”[전문]

    “진보 진영은 저를 신자유주의자로 공격하고,보수 진영은 평등에만 집착하는 반(反)시장주의자,민중주의자로 매도할 때가 많습니다.”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4일 재임 9개월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지난해 12월 취임한 안 부총리는 ‘K형’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에서 “말이 아홉달이지 하루하루를 천 날처럼 힘겹게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언제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으로 매일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안 부총리는 편지에서 자신의 이념적 지향점은 중도개혁으로,교조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한다고 밝혔다.그럴수록 교육 현안마다 보수·진보 양쪽으로부터 협공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깊은 자괴감을 느끼는 듯했다. 안 부총리의 편지를 받은 사람은 우리 사회의 여론주도층과 교육계 인사 등 9만 3000여명.그는 고교등급제 의혹,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 현안마다 교육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을 의식한 듯 “한계를 느낄 때가 많고 성취감보다 좌절과 위기감에 시달리면서 정말 이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안 부총리는 특히 “교육 쟁점은 여론이 반반씩 갈라지는 경우가 많고,사회적 합의를 창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때가 적지 않다.”면서 “교육문제는 탈(脫)이데올로기의 영역인 듯하지만 실은 이념적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우가 많고 문제해결에 나설수록 사회적 갈등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기 일쑤”라고 말했다. 안 부총리는 첨예한 이념 대립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고교등급제는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교육은 수월성과 보편성,경쟁력과 사회적 형평이 상충할 때가 많지만 양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과 조화의 문제로,두 가치는 어떤 경우도 함께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설령 고교간 평균적 학력격차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 격차를 개인의 학력격차로 환원하고 선배의 성적이 후배에게 대물림된다는 것은 크게 무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전문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안병영 교육부총리 편지 전문 이 글은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취임 이후 그 동안의 소회를 담아 가까운 지인(知人)에게 보낸 것으로서 정책고객 여러분께 보내드립니다.감사합니다. 2004.10.3 교육인적자원부 홍보기획담당관실 K형 제가 교육부장관직을 두 번째로 맡은 지 9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말이 아홉 달이지 하루하루를 정말 천 날처럼 힘겹게 보냈습니다.언제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었고,밖에서는 평온하게 보일 때에도 안에서는 매일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형 자존심에 저에게 미리 전화할리 없고 천상 내가 미리 연락을 드려야 마땅한데,실은 그동안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그래서 오늘은 시간을 내어 요즈음의 제 어려운 심경을 형께 글로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이른 새벽시간입니다.혹시 제 사설이 좀 길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 일을 두 번째 맡을 때는 여간 모진 결심을 한 게 아닙니다.한번 해 봐서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습니다.세상에서 교육열이 가장 치열한 나라,전 국민이 교육전문가인 나라,그뿐인가 국민대부분이 교육과 연관하여 적고 큰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사는 그런 나라에서 교육부수장을 한다는 게,그것도 한번 본때 있게 잘해 보겠다고 나서는 게 얼마나 무모하고 미련한지 제가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결국 이 과중한 짐을 짊어 졌던 것은,이 일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추구하는 나랏일이기 때문입니다.그것은 엄청난 멍에임에 틀림없지만,다른 한편 이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더할 수 없는 축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이제 이 일을 제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제 온 정성과 열정을 다하여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요즈음 가끔 제 한계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성취감보다는 좌절과 위기감에 시달리면서 정말 누구에게 이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고 싶은 심경에 이를 때가 많습니다. 우선 힘든 것은 교육에 대한 주요 현안에 대해 우리사회가 너무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대부분의 교육쟁점의 경우 여론이 반반씩 갈라지는 경우가 많고,그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창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얼핏 보기에 교육문제는 탈(脫)이데올로기의 영역인 듯하지만,실은 거기에 이념적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우가 많고,따라서 문제해결에 나서면 나설수록 사회적 갈등의 수렁에 깊이 빠져 들기가 일쑤입니다. 제 스스로 판단할 때,제 이념적 지향은 대체로 중도개혁적이라고 생각합니다.또 이념이나 교조보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편입니다.그런데 일단 어떤 쟁점이 불거지면,진보적인 쪽에서는 저를 시장과 경쟁만을 앞세우는 신자유주의자로 공격하고,보수적인 진영에서는 평등에만 집착하는 반(反)시장주의자,민중주의자로 매도할 때가 많습니다.언론도 크게 둘로 갈라져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보다는 일단 이념적으로 상대방을 규정하고(간혹 낙인찍고) 나서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저나 교육인적자원부는 많은 경우 좌우로부터 협공(挾攻)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교육의 경우 수월성과 보편성,경쟁력과 사회적 형평이 상충할 때가 많습니다.그런데 저는 언제나 양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과 조화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두 가치는 어떤 경우도 함께 존중되어야 하며,문제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양자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자주 쟁점화되는 ‘평준화’ 문제만 해도 그러합니다.저는 라던가,는 입장은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합니다.제 입장은 는 입장입니다.평준화의 기본틀은 유지하되,그 안에서 다양화,특성화,자율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함으로써 내적 역동성과 경쟁력을 보장하자는 입장입니다.말하자면 대중교육의 견실한 보편구조위에 수월성 구조를 효과적으로 접목하자는 접근입니다.다시 말해 가능한 한 사회통합을 해치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요즈음 사회적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이른바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차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모순이기 때문입니다.또 오늘과 같이 입시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고교등급제가 용인되는 경우,고교서열화가 빠르게 촉진되어 우수고교로의 진학경쟁이 과열되고 사교육열풍은 더욱 무섭게 불어 닥칠 것입니다.우수학군으로의 위장전입 등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 또한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그뿐인가요.선배들의 대학진학 실적에 따라 획일적으로 후배들의 진학기회가 좌우되는 연좌제 논란은 또 어떻게 피할 수 있겠습니까.예를 들어 신설학교에 추첨배정된 학생들의 경우,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그들의 학교등급이 매겨져야 하나요.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대학의 여러 전형 요소 중 내신성적과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따라서 학생의 발전잠재력과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내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학교등급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입장도 강력한 논거를 갖고 있습니다.우선 그들은 학교간의 학력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대학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고교등급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또 ‘내신 부풀리기’가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내신을 중시할 수 있느냐는 얘기입니다.그런데 설령 고교간 평균적 학력격차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 격차를 개인의 학력격차로 환원한다는 것은,더욱이 그것도 선배의 성적이 후배에게 대물림된다는 것은 크게 무리한 일입니다.더욱이 우리의 경우 학교간의 학력격차를 엄정하게 평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 아닙니까. 현장에서 내신 부풀리기가 꽤나 성행되는 것도 잘 알고,이 점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그러나 그렇다고 비교과기록 등 다른 평정요소를 고르게 고려하는 대신,고교등급제로 선회한다는 것은 온당한 일이 못됩니다.2008학년도 대입전형에서 내신 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상대평가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도 바로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어보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뭔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은 완성된 사람,이미 다 갖춰진 인재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앞으로 대학이 마음먹고 크게 키울 미완(未完)의 좋은 재목을 발굴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따라서 대입전형과정에서 수능점수와 같은 정량적 지표에 집착하기 보다는 발전 잠재력이 큰 사람을 찾아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대도시 특정지역 고교 출신이 변두리 소외지역의 고교를 나온 학생보다 언제나 발전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우며,그러한 이유로 ‘고교등급제의 인정’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2008학년도 대입개혁의 가장 주요한 목표는 고교교육의 중심축을 사교육시장에서 학교 안으로 옮겨오려는 것입니다.따라서 고교교육을 정상화,내실화하는 것이 입시개혁의 주된 목표이며,이를 위해 수능비중을 상대적으로 줄이고,대신 학교생활을 가장 바르게 반영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을 높이려는 것입니다.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 날이 갈수록 학생들의 비교과기록,즉 독서기록,봉사활동,특별활동,기타 학교 나름의 다양한 창의적 프로그램 의 중요도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우리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고교등급제 파동 때문에 새 대입전형제도의 본질과 기본방향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실종된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밝힐 것은 교육부는 고교등급화 불허 입장을 계속 지켜 나갈 것입니다.현재 고교등급화 인정 의혹을 받고 있는 몇몇 대학에 대해 저희는 우선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했고,그것이 충분치 못하자 실태조사를 나갔습니다.일각에서는 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저는 지나치게 대학을 옥죄이고,전형자료나 과정을 낱낱이 들춰내는 일은 오히려 대학의 자율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렇게 되면,대학은 앞으로 점점 더 움츠려져서 아예 말썽을 없애려고 교과기록과 점수 한점의 공정성에 더 집착하게 되어 자칫 살아있는 학교교육과정을 중시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도와는 반대의 길로 가게 될 것입니다.그런 이유로 이번 6개 대학에 대한 이번 조사는 사실 확인 차원의 실태조사일 뿐 감사가 아닙니다. K형,제 얘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한국의 교육문제는 정말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그러나 저는 정책의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한국의 교육도 분명히 개선될 것으로 확신합니다.대입전형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어 많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만,이번 입시개혁안은 2002년 대입전형안이 추구하는 큰 방향을 유지하되 운용과정상 나타났던 문제점을 발전적으로 개선 보완한 개혁안입니다.그 점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으셨으면 합니다. 당초 생각에는 내친김에 최근 쟁점화 되고 있는 사립학교법을 비롯해서 몇 가지 뜨거운 논제에 대해 제 입장을 두루 밝히고 싶었습니다.그런데 고교등급제를 언급하다보니 글이 너무 길고 장황해 져서 오늘은 이쯤에서 제 말씀을 줄이려 합니다. 앞으로 자주 글로 문안을 드리려고 합니다.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허심탄회한 의사소통 이상 좋은 방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귀찮으시더라도 제가 자주 글을 올리겠습니다. 좋은 주말되시기를 빕니다. 不備禮 안병영 올림
  • 美대학 부익부 빈익빈 심화

    美대학 부익부 빈익빈 심화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대학들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동부의 명문대학군인 ‘아이비 리그’에 포함된 브라운 대학은 최근 뉴욕의 주류업자인 시드니 프랭크 동문으로부터 무려 1억달러(1150억원)를 기증받았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브라운 대학은 기부금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학비 융자금을 탕감하는 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미시간 대학과 터프츠 대학도 동문 기업인들로부터 각각 1억달러와 5000만달러를 기부받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세 학교 모두 개교 이래 최대 규모의 기부금을 받은 것이다.또 지난달에는 서부지역의 명문 스탠퍼드 대학 법대가 4350만달러를 기부받았다.미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기부받는 대학 가운데 하나인 하버드 대학은 기부금 운영에도 수완을 발휘해 지난 6월말로 끝난 회계연도의 기부금과 수익금 등으로 이뤄진 기금 총액이 무려 226억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21.1% 증가했다고 밝혔다.하버드 대학의 이와 같은 재산 규모는 비영리단체로는 로마 교황청에 이어 세계 두번째에 해당한다. 반면,이날 발표된 ‘2004년 전국고등교육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공립대학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 등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대학 입학생이 줄어든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버지니아 대학의 데이비드 브렌멘 교육대학장은 “지난 20년 동안의 교육개혁 덕분에 대학 입학생의 자질은 향상됐지만,주 정부의 대학 지원은 계속 줄어들어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뉴욕과 코네티컷,오하이오 등을 높은 비용 때문에 대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기 어려운 주로,캘리포니아와 유타,미네소타를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주로 지목했다. dawn@seoul.co.kr
  • [한지붕 두동네] 부산 유림아파트 가보니

    “행정이기주의가 주민들을 고통스럽게하고 있습니다.” 불합리한 행정구역으로 생활에 커다란 불편을 겪고 있는 부산 유림 아시아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이광춘(59) 회장은 “2년 동안 줄기차게 행정구역 통합을 부산진구와 연제구에 건의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한 아파트단지가 2개구에 걸쳐 있어 주민갈등,세금 납부,학군문제,치안 등 크고 작은 불편함이 하나둘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반장도 부산진구와 연제구 등 2개구에서 뽑은 탓에 전달내용이 다르고,통·반장회의도 따로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부녀회 활동과 노인정도 부산진구와 연제구로 나눠져 있어 행사도 따로 치르는 등 주민들 사이의 편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그는 “오죽했으면 관리사무소도 2곳으로 쪼개자는 의견이 나왔겠느냐.”면서 “관할구청은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 회장은 “전체 아파트 단지 면적의 3분의2 정도가 연제구에 속해 있는 탓에 주민 설문조사를 하면 절대 다수가 연제구로 통합을 지지한다.”면서 “그런데도 부산진구는 세수감소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부산진구의 ‘자세변화’를 촉구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한지붕 두동네] “행정구역·생활권 달라 웰빙 안돼요”

    [한지붕 두동네] “행정구역·생활권 달라 웰빙 안돼요”

    같은 생활권에 살면서 행정구역이 달라 불편을 겪는 지역은 전국적으로 110곳에 이른다.시·군·구 사이의 조정이 필요한 지역이 28곳,읍·면·동 사이의 조정이 필요한 지역이 82곳이다.대규모 택지개발이나 도로 개설 등으로 생활권이 분리되거나,행정구역이 잘못 짜여졌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주민의견을 모아 11월까지 건의해 오면 내년 상반기에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는 시·군·구 사이의 행정구역 조정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부산의 사례를 통해 잘못 짜여진 행정구역이 얼마나 주민에게 불편을 주는지 살펴본다. ●택배회사 배달 착오… 수신자 큰 불편 부산 양정·거제 유림아파트는 ‘한 지붕 두 동네’ 마을이다.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과 연제구 거제동에 걸쳐 있는 1330가구의 이 아파트 단지는 14개동 가운데 892가구 9개동은 연제구,438가구 5개동은 부산진구에 속해 있다. 당연히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주부 정경숙(45)씨가 사는 106동 501호는 부산진구 양정1동이다.그는 입주 직후 황당한 일을 겪었다.서울에 사는 친척이 보낸 물건이 택배회사에서 유림아파트를 연제구로 분류하는 바람에 연제구 담당자에게 간 것.아파트 단지까지 왔던 택배회사 직원은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며 되가져간 뒤 부산진구 담당자에게 넘겨줬다고 한다.정씨는 결국 이틀 뒤 부산진구 담당이 다시 찾아와 물건을 건네줬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씨는 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도 연제구에 속한 아파트 주민보다 비싼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불만스러워했다.연제구 쓰레기 봉투는 50ℓ짜리 10장 묶음에 2040원이지만 부산진구는 2240원으로 200원이나 더 비싸다.쓰레기를 수거하는 날도 달라 처음 이사온 주민들은 혼란스러워한다. 부산의 대표적 오지마을로 꼽히는 안창마을은 951가구 가운데 동구 범일6동이 527가구,진구 범천2동에 424가구가 살고 있다.마을 중앙을 흐르는 하천을 중심으로 동네가 갈라져 있는 이 마을은 최근 숙원이던 지역개발 계획이 확정됐는데도 행정구역이 갈라져 있는 바람에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행정구역이 2개구로 나뉘어져 있는 ‘한 지붕 두 동네’ 주민들은 각종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주민들의 구역 조정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해당 지자체는 인구 및 세수감소 등의 이유로 나몰라라 하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처럼 경계가 불합리한 지역이 생긴 것은 택지개발과 도로개설 등으로 행정구역이 나눠졌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에서 경계조정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지역은 9개구 8곳이다.아파트 단지가 2곳,공공시설 및 지역개발 지역이 3곳,하천 유수변경 지역이 3곳이다.행자부가 일제정비 대상으로 올려놓은 7곳보다는 1곳이 많다. 이 가운데 사하구 감천1동 동일아파트 건립 지역 등 5개구 4개 지역은 조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유림아파트와 안창마을 등 4개지역은 지자체 사이의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합리한 행정구역은 주민생활의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경계조정이 필요하다.그러나 편입되는 지역의 기초자치단체 및 의회는 인구 및 세수 감소를 우려해 행정 조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나아가 민선구청장 사이의 ‘표’를 의식하여 내심 경계구역 조정을 원치 않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년간 민원 아직도 안풀려 안창마을 통장 박순식(59)씨는 “20여년 전부터 경계구역을 조정해야 한다는 민원이 제기됐는데도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면서도 조정되지 않는 것은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곳 주민 서모(53)씨는 “학군문제 등 생활불편뿐 아니라 도심의 오지인 안창마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느쪽으로 편입되든 반드시 행정구역이 조정되어야 한다.”며 “양쪽 지자체와 의회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부산시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해당 지역과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가칭 ‘시단위의 행정구역 경계조정위원회’를 구성키로하는 등 본격적으로 경계구역 조정에 나섰다.행정구역을 이양하는 구에는 교부금 등 세수보전 차원에서 재정을 지원하거나 동일생활권 토지의 상호 교환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명칭 또는 구역을 변경할 때는 관계 지자체 의회의 의견을 듣거나,주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따라서 부산시도 해당 지자체들이 합의점을 찾도록 이해와 협조를 구할 뿐 별다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동의대 의회정책연구실 김성복 교수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행정구역 조정은 지역이기주의나 재정수입,지역주민 사이의 이견 등 복합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크다.”면서 “광역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전교조 “고교등급 물증 확보”

    2008학년도 새 입시안이 발표됨에 따라 가열되고 있는 고교등급제 논란은 이번 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난 주 9개 대학 입학처장이 이 문제를 검토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45개 대학 입학처장이 회동하여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고 신입생 선발이 가능한지를 논의할 예정이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고교등급제 의혹 사례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져 해당 대학을 압박키로 했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12일 각계 인사에게 서한을 보내 “고교등급제는 고교서열화를 부추겨 우수 학군 위장 전입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우려를 표시하고 “고교등급화 적용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학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부총리는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잠재력이 큰 사람을 찾는 것”이라면서 “고교등급화로 내신성적 평가에 학교 차이를 반영하면 개인의 능력과 무관한 전형요소를 적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고교등급화를 허용치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에 앞서 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11일 대입제도개선위원회를 열어 “고교등급제가 지역차별의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평준화 정책의 근본을 흔드는 등 국민적 교육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대학입학처장,고등학교장,학부모,교육부 관계자 등 13명으로 구성된 제도개선위원회는 △현행 교과성적 우수자 특별전형을 활용한 교사 학력추천제 도입 △대학 단위 입시체제의 단과대 단위 분권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주 모인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교육부의 고뇌를 수용한다.”는 수동적인 의사표현이었다면,대교협의 결정은 좀 더 진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전교조는 13일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1학기 수시모집에서 고교등급제 의혹 사례와 대학을 공개하기로 했다.전교조 관계자는 “서울지역 고교들의 진학담당 교사들이 강남권과 비강남권 고교의 합격 상황과 성적자료를 분석한 결과,특정 대학이 고교별 서열화를 통해 광범위하게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물증을 잡았다.”고 주장했다.이 관계자는 “학생부 반영비율이 높은 수시 모집에서 내신 성적이 더 좋은 비강남권 학생들이 탈락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수시모집에서 특정 지역과 고교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고,정시모집도 수능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특혜’”라고 지적했다. 고교등급제에 이같은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짐에 따라 이번 주에 열리는 45개 대학 입학처장회의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폐교위기서 탈출’ 인제 어론초등교의 ‘웃음’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이민을 간다고요.아마 우리 학교만큼 좋은 학교는 어느 나라에 가도 없을 걸요.” ‘교육 일번지’라는 서울 강남에 사는 이들의 얘기가 아니다.새롭게 명문학군으로 떠올랐다는 서울 주변 신도시 얘기도 아니다.강원도,그것도 첩첩산중 소양호와 수리봉 일대 야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인제군 어론초등학교 학부모의 자랑이다.“적어도 초등학교만큼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과장 섞인 호언장담도 서슴지 않는다. “선생니∼임,운동장에 서 있는 저 큰 나무가 몇살인지는 어떻게 아나요.또 학교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에 사는 물고기는 뭘 먹고 사나요.” 전교생이 124명인 어론초교의 한 학급 학생수는 15∼16명.아이들의 조잘대는 질문이 끝없이 이어지고 선생님은 아이들과 매미를 잡고,나무 둘레를 재며,가재를 잡으려 시냇물의 돌을 뒤집는 눈높이 수업이 이뤄진다. 그래선지 아이들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무엇이든 열심히 관찰,탐구하려 한다.학생수가 적으니 선생님과도 때로는 친구처럼,형·누나처럼 정겹다. ●군부대이전·귀농으로 현재 학생수 124명 교정에는 600평 정도의 텃밭도 있다.농사를 짓지 않는 집 아이들이 부모와 옥수수,감자,콩,배추,무를 가꾸는 주말 테마농장이다.한 가족에 3∼4평에 불과한 작은 텃밭이지만 농촌생활을 체험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시설 또한 도시의 어느 학교도 부럽지 않다.36억원을 지원받아 현대식으로 교실을 리모델링하고 급식소,다목적 체육관,관사를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연말쯤 정비가 끝나면 전국 최고의 자연속 학교로 다시 태어난다. 주변에 학원하나 없는 시골학교지만 학생들의 공부실력도 대도시와 다를 바 없다.김진수 교감선생님은 “전교생 가운데 영어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학생이 30%에 이르고 전국 발명우수학교로 지정될 만큼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그리기와 글짓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주입식 수업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는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3학년 담임 민중홍(33) 선생님은 “산골마을이지만 영어,컴퓨터 등 학생들에게 필요한 모든 시설이 학교에 갖추어져 있어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어론초교는 요즘 유행하는 대안학교가 물론 아니다.그저 평범한 시골 공립학교일 뿐이다.그것도 3년 전만 해도 폐교 위기를 맞았던 시골학교였다. 물론 학생이 17명까지 줄어들면서 1997년에 분교로 격하됐던 이 학교가 다시 살아난 데는 가까운 곳에 ‘과학화 전투훈련단’이라는 군부대가 들어섰다는 특수 요인이 한몫을 했다.하지만 군인자녀뿐 아니라 특용작물을 재배하려 귀농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교육환경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생이 크게 늘었다.2002년 가을에 다시 본교로 승격되면서 현재 학생수는 124명에 이른다. ●도비 36억 지원받아 교실 리모델링 2년전 대전에서 전학왔다는 조유리(4년)양은 “산이 있고 깨끗한 농촌에서 친구들과 생활하는 것이 너무 좋다.”면서 “군인인 아빠가 발령을 받으면 도시로 가야 할지도 모르지만 정말 싫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더덕농사를 지으려 7년전 귀농한 최월선(여)씨는 “아이들이 농촌생활에 잘 적응하고,갈수록 학교 시설도 좋아져 도시에 사는 것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만족해했다.최근 10년 동안 강원도에서는 모두 220개 초등학교가 폐교됐다.그러나 최근 학생들이 돌아오면서,다시 살아나고 있는 학교들은 뛰어난 자연 및 교육환경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월군 수주면 무릉초교는 2001년 전교생이 34명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5학급 49명 규모로 커졌다.교사들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펜션이 속속 들어서고,농촌으로 돌아오는 청년도 늘어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정선군 정선읍 가수리 정선초교 가수분교도 동강댐 건설계획이 백지화됨에 따라 학생들이 돌아오고 있다. 한장수 강원도 교육감은 “아직은 일부지만 폐교위기에 몰렸던 소규모 학교들이 되살아나며 농촌의 학교교육에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글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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