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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앞에선 같은 선생님… 죽어선 “기간제” 차별

    학생 앞에선 같은 선생님… 죽어선 “기간제” 차별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의 김초원(사망 당시 26세), 이지혜(〃31세) 교사가 ‘기간제’ 신분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순직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들의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협, 단원고 교사들에 이어 순직을 인정받은 단원고 정규직 교사들의 유족까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두 교사의 유족들은 지난달 23일 순직 처리 요청 서류들을 단원고에 제출했다. 이 서류들은 정부 인사혁신처로 전달됐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두 교사가 공무원연금법이 정한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순직 처리가 불가하다”는 내용의 설명서를 이달 2일 경기도교육청으로 보냈다. 김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5)씨는 “딸은 다른 정규직 교사와 마찬가지로 담임 선생님을 맡았고, 사고 당일에도 학생들을 인솔하다가 희생됐는데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2학년 3반을 맡고 있던 김 교사는 사고 당일이 26번째 생일이었다는 사실이 학생들이 보낸 카드·선물과 함께 알려져 국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교사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2학년 7반의 담임 교사였다. 정부는 기간제 교사는 정부가 아닌, 학교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직 근로자’로,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순직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기간제 교사는 법률상 ‘공무원연금법’이 아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만 받는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법상 순직 공무원 유족들에게는 순직유족연금과 순직유족보상금이 동시에 지급된다. 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사망 근로자의 유족에게 유족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이 제공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이라는 내용의 법률의견서를 최근 정부 측에 전달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윤지영 변호사는 “교육공무원법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교육공무원인 ‘교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법원 역시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되는 교원이라고 판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 교사와 일반 시민들도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동료였던 단원고 김덕영(37) 교사는 지난 5월 인터넷 카페 ‘세월호 참사 희생교사 동료들의 서명운동본부’를 만들어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서명을 받고 있다. 5일까지 총 1만 5000여명이 참여했다. 서명 운동은 두 교사가 순직 인정을 받을 때까지 계속된다. 김덕영 교사는 “수학여행이라는 공무를 수행하며 학생들을 인솔하다가 불의의 참사로 희생된 교사들에게 정규직·비정규직 신분을 따져가면서 순직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살신성인한 분들의 명예를 살려주는 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신분으로 지난해 7월 순직 인정을 받은 단원고 교사들의 유족들도 “똑같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 남윤철(사망 당시 35세)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63)씨는 “두 선생님은 배가 기울 때 먼저 탈출하지 않고 물에 빠져 죽을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눈에 밟혀서 아이들을 구조하다가 탈출 기회를 놓쳐 세상을 떠난 의인(義人)들”이라면서 “정의가 있는 사회라면 당연히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나도 한때 루저”… 소외계층에 관심 쏟는 ‘칸의 新星’

    “나도 한때 루저”… 소외계층에 관심 쏟는 ‘칸의 新星’

    ‘마돈나’(7월 2일 개봉)는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단 약처럼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영화다. 돈 앞에서는 양심도 윤리도 힘없이 무너지고 사회 안전망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이 시대에 철저하게 사각지대로 내몰린 여성 주인공을 통해 남성 중심적인 사회를 날카롭게 고발한 이 영화의 감독 신수원(45)은 그래서 한국 영화계에 꼭 필요한 여성 감독이다. 한국 사회의 이면을 담담하고 깊이 있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 감독은 “난 별로 통솔력 없는 교사였다”면서 웃었다. “아이들도 각자 다양한 성격을 지닌 인격체잖아요. 교사로서 아이부터 기성세대까지 연령이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난 것은 영화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감독이 되기 전 중·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 소설을 많이 썼던 것도 그런 이유였구요.” 그의 영화에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명왕성’에서 상위 1% 비밀 스터디 그룹에 가입하려는 한 소년을 통해 입시 위주의 교육 문제를 고발했고 2012년 제65회 칸 영화제 카날플뤼스상을 수상한 ‘가족시네마-순환선’에서는 지하철 2호선에서 하루를 보내는 실직 가장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삶을 그렸다.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마돈나’에서는 사회에서 낙오되고 죽음까지 철저하게 이용당한 한 여성의 과거를 파헤친다. “지금 한국은 빈부 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국가나 사회가 국민들을 방치하고 있잖아요. 이번 칸 영화제에서 제 영화를 보고 우는 남성 관객이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는 굉장히 센 영화로 느끼는 사람이 많았어요. 사회 안전망이 잘 돼 있는 유럽에서 비정규직, 입시 경쟁 등 한국 사회의 현실은 공포 또는 판타지 영화처럼 느껴진 거죠.” 영화 ‘마돈나’는 전신마비 환자가 누워 있는 VIP 병동을 배경으로 한다. 그의 아들인 재벌 2세 상우(김영민)는 아버지의 재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애쓴다. 어느 날 사고로 환자 미나(권소현)가 실려 오고 상우는 해림(서영희)에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 오라는 지시를 내린다. 해림은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미나의 과거를 추적하며 충격적인 사실들을 마주한다. 처음에 재벌 총수나 장관들이 머무는 VIP 병동을 다루려고 했던 신 감독은 미혼모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그는 “극단적인 삶에 처했지만 방치된 여성들을 보면서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즈음 카페에 갔는데 걸인처럼 행색이 남루한 20대 후반의 여성이 들어왔어요. 세수만 하면 고울 텐데 왜 저렇게 됐을까 생각했고, 삶의 기반이 파괴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렸죠. 비정규직으로 처지가 불안한 미나는 상사에게 비굴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런 순수함과 순진함을 이용하는 남성의 욕망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무너지게 됩니다.” 30대 초 교사를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그도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 7년 동안 ‘루저’의 삶을 경험했다. “처음엔 시나리오 작가를 하려고 했는데 나이가 많다고 거절당하기 일쑤였죠. 그래서 연출을 결심했는데 영화가 엎어지고 우울해 극 중 미나처럼 라면을 달고 살아서 살이 엄청 쪘었어요.” 그의 상업 영화 데뷔작은 영화감독으로 입봉하기까지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레인보우’(2010)다. 처음엔 ‘레디, 액션’을 외치는 것조차 어리바리한 초짜 감독이었지만 이제는 칸이 주목한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섰다. “어릴 때 저도 가난하게 살아서 그런지 빈부 격차는 물론 사회에서 밀려난 루저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작게라도 백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영화를 계속 찍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국립대마저 ‘을의 눈물’ 외면하나요

    국립대마저 ‘을의 눈물’ 외면하나요

    #1. 2013년 10월부터 서울대 미술관에서 1년 단기 계약직 비서로 일해 온 박수정(25·여)씨. 박씨는 계약서에 명시된 비서 일 외에도 미술관 대관, 회계 업무 등 정규직 직원들이 하는 일을 분담해 왔다. 그러나 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수당이나 상여금 등의 복리후생 혜택은 전혀 받지 못했다. 월급도 최저시급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120만원. 박씨는 올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 신청을 했으나 기각돼 현재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2. 지난해 3월부터 서울대에서 기간제 셔틀버스 기사로 일하던 석모(45)씨. 석씨는 올 1월 재계약에 실패해 해고자 신세가 됐다. 하지만 해고 사유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대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해 활동했던 석씨는 “차량 감축이나 예산상 문제가 없음에도 노조 활동으로 인해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지난 4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 구제 신청하자 업무 배제 보복도 서울대가 비정규직 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내 최고의 상아탑’에 어울리지 않는 기형적인 기관별 비정규직 인력 수급과 열악한 처우 및 인사 조치 등으로 노동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서울대는 전체 교직원 3000여명의 3분의1 수준인 1000여명이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자체 직원’이라는 용어로 불린다. 자체 직원은 서울대 내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채용한 무기계약직·단기계약직을 일컫는 말이다. 비정규직 직원들은 대다수가 법인 직원들의 일을 분담하고 있지만 이른바 ‘열정페이’ 수준의 월급과 함께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해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교 측 “예산 문제… 처우 개선 논의 노력”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율도 0.3%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정진석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대분회장은 “셔틀버스 기사도 11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강행, 4~5년씩 일하고도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교 본부는 자체 직원의 문제를 각 기관의 소관으로 떠넘기며 개입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국립대가 기관에서 채용한 직원을 총장 발령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서울대는 기관 채용을 지속하고 있다. 노경찬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서울대 각 기관에 채용된 자체 직원들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이른바 ‘유령 직원’이며 문제가 발생해도 본부 측에서 책임을 기관에 떠넘긴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측은 이들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법인화 이후 채용된 법인 직원의 경우 대기업 입사 뺨치는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 자체 직원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수년, 수십년간 각 기관과 교수들에 의해 이뤄진 채용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지난달부터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경찰에 인생 승부 띄운 메달리스트

    경찰에 인생 승부 띄운 메달리스트

    아시안게임 유도 동메달리스트 A(28·여)씨는 요즘 면접 준비에 한창이다. 무도 종목 순경 특채에 지원해 오는 5일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6년 동안 유도를 해 온 A씨는 세계선수권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 메달을 휩쓴 엘리트 체육인이다. 오랫동안 무릎 부상에 시달려 온 A씨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지만 막상 유도를 그만두려니 갈 곳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실업팀에 몸을 담은 채 어렵게 중학교 코치 자리를 구했지만 월급 180만원에 1년 계약직이었다. A씨는 이번 특채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반드시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11년 만에 실시된 ‘무도 종목 순경 특채’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포함해 유명 선수들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모두 50명을 선발하는 이번 순경 특채에는 태권도, 유도, 검도 종목 메달리스트 492명이 지원해 10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111명이 서류와 실기 전형을 통과해 4, 5일 최종면접을 치른다. 최종합격자는 다음주 발표된다. 지원자 중에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B씨,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C씨, 도하·광저우아시안게임 2연패를 한 D씨 등도 있다. 심지어 현직 실업팀 코치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순경 특채에 이렇게 많은 메달리스트가 몰린 것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유도 국가대표였던 E(41)씨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도 무도 종목 선수들은 은퇴 후 중·고등학교나 실업팀 코치밖에 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그나마 코치 자리도 90% 이상이 단기 계약직이라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코치라도 평생 할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경찰 시험에 몰리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메달리스트에게 주는 연금은 은퇴 후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연금은 포인트 적립식으로 20점부터 매월 20만~30만원 정도의 연금을 준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90점이 적립돼 매달 약 10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되지만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10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이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등에서 동메달을 딴 A씨의 연금 점수는 9점에 불과하다. A씨는 “대개 20대 후반이면 은퇴를 하기 때문에 20점을 채우기도 힘들고, 채운다고 해도 자립할 수 없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순경 특채에 응시한 전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C(26·여)씨는 “코치를 구하는 팀들도 남자를 훨씬 선호한다”며 “어렵게 중·고교 코치직을 구한다고 해도 학부모들이 여자 코치를 무시하고 남자 감독하고만 상대하는 등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도 하고 육아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에게 경찰만큼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어딨겠느냐”고 덧붙였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여자 선수에게 은퇴란 곧 사회 빈곤층으로의 추락을 의미한다”며 “국내 프로 종목의 여자팀 코칭스태프도 여자는 4~5명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은퇴 후 대형마트 일용직 등을 전전하는 이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의 복지를 책임져야 할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같은 조직이 메달을 따는 것에만 관심 있을 뿐 선수들의 ‘삶’ 자체에는 관심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승부조작 같은 문제도 결국 비정규직인 감독, 코치들이 계약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벌이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엘리트 체육인’들의 불안한 미래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여기저기서 ‘경단녀’를 채용한다고 한다. 아이 낳고 키우느라 직장을 관둔 엄마들에게 취업 문이 활짝 열린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한번 끊긴 경력을 다시 잇는 데 평균 7년이 걸린다. 어렵사리 끈을 다시 이었더라도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외국계 컨설팅사가 “한국에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이 있다”며 냉소인 듯 희망인 듯한 진단을 내놓았겠는가. 여성 근로자들은 “최고의 경단녀 대책은 처음부터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일과 가정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인프라와 분위기를 구축)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글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육아와 경력을 맞바꾼 건 지금도 후회가 없어요. 다만 평생 ‘비정규직’ 꼬리표를 달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신세는 서글픕니다.” 김인선(45·가명)씨는 A은행에서 지난해 9월부터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김씨는 ‘산전후(産前後) 대체근무자’로 채용됐다. 정규직 창구 여직원이 출산휴가를 떠나면 그 기간만큼 근무를 하게 된다. 6개월마다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그나마 이곳은 조건이 나은 편이다. 상황에 따라 최장 2년간 계약 연장이 가능해서다. #정규직은 꿈도 못 꾸는 그녀들… “정년까지 일할 수만 있다면” 김씨는 1989년 상업고등학교(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B은행에 취직했다. 만 13년을 정규직으로 근무하다 2003년 3월 퇴사했다. 자녀 양육 문제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났는데 아이를 봐주던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레 폐암으로 큰 수술을 받았어요. 비싼 돈을 주고 베이비시터도 고용해 봤지만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됐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10년 김씨는 재취업을 결심했다. 시중은행 시간제 경력직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원서를 내 봤지만 마흔이란 ‘적지 않은 나이’가 늘 걸림돌이 됐다. 어렵게 취업해도 1년 이상은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아 실업자가 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김씨는 ‘운이 좋으면’ A은행에서 2016년 9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런 김씨의 소망은 단순하다. 그는 31일 “정규직 전환은 감히 꿈꾸지도 않는다”며 “남들이 정년퇴직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A은행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다른 은행에도 원서를 내볼 생각이에요. 그런데 아마도 지금 근무하는 은행이 제 인생에서 마지막 영업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씨는 씁쓸하게 덧붙여 말했다. ‘경단녀’는 ‘경력 단절 여성’의 줄임말이다. 김씨처럼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 실업자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기혼여성(15~54세)은 971만 300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일을 하지 않는 여성은 406만 3000명(41.83%)이고, 그중에서도 경단녀가 195만 5000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를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에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pool)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대 15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2013년 여성의 경력이 단절될 경우 1인당 6억 3000만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현 정부 들어 무상보육(2013년)을 비롯해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2014년 2월), ‘여성고용 후속·보완대책’(2014년 10월) 등 경단녀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 개혁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여성고용 활성화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정권의 강한 의지다. #여성의 경력 단절로 사회적 비용 15조 날린다는데 하지만 ‘기혼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직장을 관두고 있는 것이 국내 고용시장의 현 주소다.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부족과 남성 외벌이 중심의 근로문화, 여성 중심의 가사양육 활동 고착화 때문”(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다. 실제 경단녀들이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45.9%)이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육아(29.2%), 임신·출산(21.2%), 자녀교육(3.7%)은 그 뒤를 이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대기업과 시중은행들이 2013년부터 경단녀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대기업과 시중은행 계약직은 근무 여건과 처우가 좋은 곳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단녀들은 단순 서비스 직종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 조사에 따르면 경단녀가 가장 취업을 많이 하는 업종은 경영·회계·사무직(22.5%)으로 나타났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리, 사무, 행정보조, 콜센터상담원 등이다.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 직종(17.4%)이 두 번째로 많았다. 가사도우미나 산모·신생아 돌보미, 요양보호사 등이다. 음식서비스업(9.2%)이나 경비 및 청소(8.8%), 영업 및 판매(6.1%), 미용·숙박·여행·오락(4.1%) 등의 저임금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도 적지 않다. 그마저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직장을 떠나면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7년이었다.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임시계약직(1년 미만)이 52.3%로 절반이 넘는다. 정규직은 25.2%, 상용계약직(1년 이상)은 22.5%로 조사됐다. 연령대별 계약조건 차별도 두드러진다. 30대 이하는 상용계약직(22.5%)이나 임시계약직(33.0%)보다 정규직 비율(36.1%)이 높다. 반면 40대(41.1%)와 50대(68.6%)는 임시계약직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급여 수준도 취약하다. 재취업 여성의 월평균 급여는 92만원이다. 100만~150만원 미만(42.7%, 세전 기준)이 가장 많다. 50만~100만원 미만(38.2%), 50만원 미만(12.3%)을 받는 재취업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 #정부 “여성 고용 늘려야” 기업은 “국가가 할 일” 입씨름만 원경록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사무국장은 “재취업 여성은 음식·숙박·복지 분야와 같이 진입 장벽이 낮은 사회서비스 분야에 많이 취업하는데, 근무 조건이 좋지 않고 저임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회에 다시 적응해야겠다는 욕구가 떨어져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력 단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단녀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체, 가정의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 사무국장은 “경단녀 등 고용취약계층은 입체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맞춤형 고용서비스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며 “경단녀 고용 유지를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 장려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지현 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여성노동 정책의 초점이 ‘경력 단절’이 아닌 ‘노동 지속’으로 옮겨 가야 한다”며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 유지 및 경제활동 참여를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여성고용 확대와 일·가정 양립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 권장 등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정부의 경단녀 일자리 창출 정책이) 여전히 기업부담을 전제로 한 제도 확대에 치중하는 추세여서 기업 경쟁력 저하와 경단녀 채용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공공재인 ‘보육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민간기업에 전가하는 규제”라며 “보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재원 분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여성이 가사와 양육의 전담자라는 인식의 변화가 가정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 경단녀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yium@seoul.co.kr
  • 무상보육 지지도, 저소득층이 오히려 낮다

    무상보육 지지도, 저소득층이 오히려 낮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무상보육’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외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혜택의 수혜를 더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계층이 복지정책을 덜 지지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고용지위가 안정적일수록 무상보육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2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정숙 부연구위원과 경희대 성열관 교수가 함께 진행한 연구 보고서 ‘한국인의 복지태도가 교육복지 관련 쟁점에 대한 동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저소득가구 구성원의 무상보육에 대한 동의 비율은 60.9%로, 일반가구의 63.9%에 비해 3% 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는 한국복지패널 4185명이 응답했다. 교육수준에 따른 무상보육 지지 비율도 사회적 통념과 반대로 나타났다. 무상복지 동의 비율이 중졸 이하는 60.4%, 고졸은 61.3%였는데, 전문대졸 이상은 68.0%로 월등히 높았다. 고용지위에 따른 무상보육 지지 비율 역시 비정규직 63.3%, 상용직(정규직) 69.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소득 및 교육 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할수록 복지 혜택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복지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반대로 조사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복지에 대한 비계급성과 비일관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한국 성인들의 교육복지에 대한 동의는 복지에 대한 일관된 입장과 태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이해관계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성별에 따른 무상보육 정책 지지 비율도 통념을 뒤집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친복지적 성향이 강하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달리 무상보육에 동의하는 비율은 여성 61.7%, 남성 64.6%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성이 오히려 남성보다 보육에 대한 책임을 가족이나 여성에게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함께 진행된 무상교육 정책에 대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하는 정책에 대해 저소득가구의 27.6%가 지지해 30.6%인 일반가구보다 낮았다. 또 중졸 이하의 11.7%, 고졸의 23.4%, 전문대졸 이상의 24.6%가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하는 정책을 지지했다. 고용지위에서도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정책에 대해 비정규직의 19.7%, 상용직(정규직)의 26.9%가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하는 ‘한국교육’ 42권 1호에 실렸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인천지역 초·중·고 교사 절반 비정규직

    인천지역 초·중·고 교사 절반 비정규직

    인천지역 초·중·고교 교사 중 절반가량이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교사는 자주 바뀌어 교육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문제점 등을 안고 있다. 14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인천지역의 정규직 교사는 1만 7534명(초등 8089명, 중등 9445명)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기간제 교사 1173명(초등 269명, 중등 904명)이고, 방과후 교사는 지난해 현재 7437명(초등 5886명, 중등 1551명)이다. 이는 정규직 대비 49.1%에 해당한다. 이처럼 비정규직이 교사 두 명 중 한 명으로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이들의 고용 상태와 학내 지위는 불안정하다. 중등 방과후 교사의 경우 2013년 2887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1551명으로 절반 가까이가 일자리를 잃었다. 중등 기간제 교사는 2013년 1129명에서 지난해 1431명으로 늘었다가 올해 904명으로 감소하는 등 등락 폭이 심했다. 고용 불안은 높은 이직률로 연결된다. 시교육청은 올 학기가 시작된 지 3개월이 되도록 정확한 방과후 교사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방과후 교사는 수업이 개설되는 등 수요가 있을 때 채용하기 때문에 집계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교사 양산은 교육 연속성과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자기 계발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기간제 교사 정모(26·여)씨는 “수업에는 열정을 갖고 임하지만 새 학기가 다가오면 계약이 연장될지 걱정돼 집중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본봉이나 수당, 상여금 등 임금체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차이가 없지만 비정규직은 통상 6개월~1년 단위로 학교와 고용계약을 맺는다. 계약은 4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에 특별히 비정규직 교사가 많을 이유는 없다”면서 “학교가 사정과 필요에 따라 자체 판단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은 학교 측에서 관리하기가 수월해 선호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천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비정규직 교사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하면서 지난 13일부터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똑같은 기간을 일해도 정규직 교사의 임금은 오르는 반면, 비정규직 교사들의 임금은 제자리”라고 주장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경제 블로그] ‘무기계약직 연봉 1억’ 알고보니

    [경제 블로그] ‘무기계약직 연봉 1억’ 알고보니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어 정규직이 전혀 부럽지 않은 무기계약직이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에게도 ‘신(神)의 직장’은 존재하는 걸까요. 6일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의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1071만원입니다. 정규직 평균 연봉(7454만원)보다 3617만원 더 받습니다. 공공기관 연봉킹 한국투자공사(KIC)의 정규직 평균 연봉(1억 1034만원)보다도 많습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8482만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8316만원), 한국연구재단(7959만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7909만원) 등도 무기계약직 연봉이 높습니다. 무기계약직 평균 연봉이 5000만원 이상인 공공기관은 총 27곳입니다. 어떻게 무기계약직이 정규직보다 연봉이 높을 수 있을까요. 이유가 다소 허망합니다. 공공기관 인력을 관리하는 기재부가 정규직 정원을 늘려 주지 않아서입니다. 한전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10명 모두 전력연구원에 박사급으로 채용한 연구원”이라면서 “정부 방침상 정규직 정원을 늘리기가 쉽지 않지만 점차 정규직으로 전환 중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무기계약직 21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방향 등을 연구하는 전문직으로 몸값이 높은데 정부의 인건비 삭감 방침 때문에 정규직 인건비 예산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부분의 무기계약직은 정규직보다 처우가 열악합니다. 지난해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연봉은 3641만원으로 정규직(6295만원)보다 42% 적습니다. 무기계약직 연봉이 2013년보다 깎인 기관도 61곳(27.4%)이나 됩니다. 기재부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총 1만 1784명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비정규직은 404명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이 지나치게 고액 연봉을 주는 것은 문제지만 무기계약직 등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은 필요합니다. 노사정 대타협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사기업과 노조에 모범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단독] 고교 교육 정상화 지원사업 年 500억 투입 ‘속 빈 강정’

    [단독] 고교 교육 정상화 지원사업 年 500억 투입 ‘속 빈 강정’

    경희대, 중앙대, 한양대는 지난해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라는 다소 생소한 명목으로 30억원씩을 교육부에서 받았다. 이 돈은 정부가 권장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 전형)을 충실하게 운용하라는 뜻에서 주는 것으로, 주로 입학사정관의 인건비와 대학별 입시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쓰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교육부는 해당 대학의 미래를 보고 학생 심사나 연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은 가급적 정규직으로 충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경희대의 입학사정관 21명 중 순수 정규직은 5명뿐이었다. 3배가 넘는 16명은 계약직이거나 교수 또는 타 부서 직원이었다. 중앙대는 14명 중 11명, 한양대는 15명 중 8명이 이런 상황이었다. 정부가 대입 간소화와 사교육 억제 등을 위해 입학사정관을 활용한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난해 600억원을 쏟아부은 데 이어 올해도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 돈만 타 내고 내실 있는 운용을 하지 않아 ‘속 빈 강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전국 65개 대학의 지난해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현황에 따르면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은 전체 대학 입학사정관은 725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무기계약직 147명과 계약직 314명을 합친 비정규직은 무려 64%인 461명에 달했다. 다른 부서에 있다가 입학사정관으로 전환한 직원을 일컫는 ‘전환직’ 54명, 교수이면서 입학사정관을 겸직하는 120명을 제외한 순수 정규직 비율은 고작 12%인 90명에 불과했다. 일부 대학은 돈을 받고도 입시제도를 지원금 지급의 취지와 정반대로 운영해 무의미한 예산 낭비를 만들고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고용불안’ 입학사정관 학원취업 속수무책 고려대 입학사정관이었던 박모씨는 2011년 퇴직한 뒤 서울 강남의 사설학원에서 입시 상담가로 변신했다. 1년 3개월 동안 입학사정관 홍보팀장으로 일했던 그는 명함에 ‘전 고려대 입학사정관’이라고 홍보하면서 수많은 학생들을 상담해 큰돈을 벌었다. 고등교육법상 박씨와 같은 전직 입학사정관은 퇴직 이후 3년 동안 학원을 설립하거나 관련 취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입시상담 전문 업체의 설립이나 취업도 금지돼 있다. 박씨는 현행법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박씨 같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들이 퇴직 후 학원에 취업하더라도 실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6일 500억원 규모의 올해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시행 방안을 공고했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많은 데다 입학사정관에 대한 사후 관리의 부실 등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대학이 지원금만 받아내고 해당 지원의 취지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입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시작한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정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성적 중심의 대입제도를 개선하려고 2008학년도에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를 현 정부가 받아 사업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렸다. 대학이 어느 정도 대입 전형 개선을 위해 노력했는지 평가해 최소 2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65개 내외 대학에 지원금을 준다. 지난해 600억원이 투입됐고 올해 예산은 모두 500억원에 이른다.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이름이 바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일부 대학들의 성적 중심, 스펙 중심 전형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매년 수백억원씩 예산을 투입하는데도 입시 간소화 등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날 “2015학년도 대입에서 55.0%였던 학생부 중심 전형 비중이 2016학년도에 57.4%로 올라가고 논술을 평가하는 모집인원도 2015학년도 1만 7417명에서 2016학년도 1만 5349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학들이 충실히 따른다는 ‘자화자찬’이다. 하지만 지난해 지원금을 받았던 대학 중 상당수는 이에 역행하는 태도를 보였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의 주요대학 15개를 조사해보니 학생부로만 선발하라고 지침을 내린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모집인원 비율은 연세대가 44.9%에서 59.3%로 증가했다. 홍익대는 91.4%, 고려대는 78.4%, 이화여대는 62.6%에 이르렀다. 교육부가 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에서 논술을 가급적 시행하지 않도록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2015학년도에 비해 2016학년도 논술전형 비중은 고작 2.8% 감소하는 데에 그쳤다. 성균관대는 48.2%, 한국외대는 42.6%, 고려대는 37.2% 등 논술위주 전형이 수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교육부가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이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대부분 상위권 대학이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걸거나 과목 합에 따른 높은 기준을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시 학교 현장 안전불감증에 도덕적 해이까지] 법정부담금 ‘외면’

    [서울시 학교 현장 안전불감증에 도덕적 해이까지] 법정부담금 ‘외면’

    서울 사립 초·중·고교의 법정부담금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김문수 서울시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사립 초·중·고교 349곳의 법정부담금 납부율은 33.6%(금액 기준)에 불과했다. 총액 761억 7884만원 가운데 255억 8421만원만 낸 것으로, 이 비율은 2012년 36.4%, 2013년 35.2%로 계속 감소세에 있다. 법정부담금은 사립학교 법인이 학교 운영을 위해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교직원연금, 건강보험, 재해보상, 비정규직 4대 보험 부담금 등을 포함한다. 사학 법인들이 이를 내지 않으면 결손분은 국민 세금인 교육청 예산으로 채워진다. 특히 지난해 법정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서울의 사립학교는 초등학교 19개교, 중학교 17개교, 고교 11개교 등 총 47개교(13.5%)에 달했다. 법정부담금을 100% 이상 낸 곳은 초등학교 4개교, 중학교 18개교, 고교 47개교로 모두 69개교(19.8%)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시교육청이 법정부담금을 다 내지 못한 학교에는 학교운영비 등을 차등 지원하는 등 벌칙을 주고 있지만, 사학법 때문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사립학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청소년 10명 중 8명 “노동자의 권리, 배운 적 없어서 몰라요”

    청소년 10명 중 8명 “노동자의 권리, 배운 적 없어서 몰라요”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5580원입니다. 이런 시급! 조금 올랐어요.”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가 출연한 알바몬 광고는 한동안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다. 많은 누리꾼은 ‘광고로 최저임금과 야근 수당을 제대로 알게 됐다’,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알바몬이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고에 출연한 혜리는 지난달 26일 고용노동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알바몬 광고의 인기는 부족한 노동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청소년들이 최저임금이나 근로계약서 작성 등 기초적인 노동질서를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광고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11.1%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최저임금, 비정규직 등 노동 관련 뉴스가 연일 쏟아지는 등 실생활에서 노동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은 심화되고 있다. 정부도 정책마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구호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노동3권 등 노동 인권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2일 서울신문이 2009년 개정판 중·고등학교 사회 과목 교과서 31종을 분석한 결과 정규 교육과정에서 노동 관련 교육은 사실상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사회1 교과서 6종에는 최저임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노동에 대한 설명은 ‘경제활동의 자원 가운데 하나’로 간략히 서술돼 있다. 중학교 사회2 교과서 6종에서도 최저임금이나 노동법, 노사 관계 등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교과서 2종에서는 최저임금에 대해 ‘노동자에게 이 금액 아래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 임금의 액수’라고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등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산업 현장 실습생 등 노동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노동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사회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인 법과 정치 교과서에는 최저임금, 노동조합, 노동법 등이 언급돼 있지 않다. 경제 교과서 4종 가운데 2종에는 최저임금에 대해 ‘최저임금제는 정부가 노동자의 임금을 일정 수준 이하로 지불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중략) 최저임금제가 도리어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임금 규제 대신 취약계층에게 생계비를 보조해 주는 정책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서술돼 있다. 최저임금의 장단점을 균형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부정적인 면을 부각한 셈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사회 교과서 가운데 최저임금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전체 93종 가운데 17종뿐”이라면서 “17종 가운데서도 최저임금에 대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정한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는 교과서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역할은 언급돼 있지만 노동자의 역할은 언급돼 있지 않은 것이 우리 교과서의 현실”이라면서 “청소년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기업 편향적인 시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교 재학 중 혹은 졸업 이후 곧바로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특성화고 학생들도 노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배우는 상업경제의 경우 4종 가운데 1종만 최저임금제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실용경제에서는 최저임금, 근로기준법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사회 인식과 관련해 ‘고용주는 근로자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게다가 교과서 속 내용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실질적으로 노동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성화고 학생의 44.9%가 졸업 전 아르바이트 등으로 노동 활동을 시작하지만 노동 인권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이 72.7%에 이르렀다. 송태수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한국에서는 노동 교육이 제대로 자리잡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직업 탐색을 할 수 있도록 교과서를 균형 있게 바로잡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 [데스크 시각] ‘쪽파 할머니’조차 못 보듬는 사회라니…/박홍환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쪽파 할머니’조차 못 보듬는 사회라니…/박홍환 사회부장

    늦은 퇴근길 아파트 단지 상가 앞 벤치에는 늘 쪽파를 파는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쪽파 사세요, 맛있는 쪽파 사세요.” 남루한 차림도 그렇지만 시력까지 안 좋은 듯 쪽파를 바싹 눈앞까지 당겨 다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고단한 삶이 담긴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 갈라졌고, 고개 숙인 작은 얼굴에 매달린 두꺼운 뿔테 안경은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떨어질 듯 위태롭게 보였다. 길고양이조차 사라진 새벽 1~2시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던 할머니다. 대야 속 쪽파는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겨울에도 할머니는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한자리에서 쪽파만 매만졌다. 그대로 시간이 정지해 버린 듯 꼼짝 않고 그렇게 앉아 일년여 쪽파만 다듬었다. 쪽파 한 단에 1000원. 대야 속 쪽파를 다 팔아도 겨우 2만~3만원 될까 싶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저녁 준비할 시간도 아니니 쪽파 살 생각을 아예 갖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실성한 할머니를 만난 양 비켜가기 바빴다. 할머니도 꼭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닌 듯 누구 하나 붙잡지 않았다. 그 ‘쪽파 할머니’가 사라졌다. 벌써 한 달 넘게 나타나지 않는다. 몹쓸 생각이 스친다.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절망감 속에 혹시? 손 내밀지 못했던 무신경을 이제야 자책한다. 할머니는 분명 차상위계층, 아니면 기초생활수급자였을 게다. 5000가구에 이르는 아파트 단지 속 사람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았을 게다. 어찌어찌 서울의 대형 아파트단지 벤치에 자리를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할머니가 그 외로운 벤치에서 쪽파를 팔면서 느꼈을 박탈감, 소외감을 이제야 짐작할 수 있다. 들릴 듯 말 듯 갈라진 목소리는 절망감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 ‘쪽파 할머니’뿐일까. 막노동 김씨 할아버지며, 상추 파는 박씨 아줌마며 우리 주변에는 숱한 가난이 널려 있다. 세상 사람들은 오늘도 무신경하게 그들의 곁을 스쳐 지나칠 뿐이다. 그 지독한 가난을 오로지 그들의 수완부족 탓으로만 돌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의 손길도 받아 보지 못한 각박한 현실 앞에서 그들은 절망에 빠져 모진 세상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간접고용 노동자 153만명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 850만명, 차상위계층 400만명, 기초생활수급자 130여만명, 장애인 250만명, 독거노인 125만명, 이주노동자 100만명, 탈북민 3만명…. 가난하거나 소외된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이렇게 넘쳐나는데도 정부는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가 열렸다고 자화자찬한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학교는 밥 먹는 곳이 아니다”라며 급식예산을 끊었다. 한 달 5만원 남짓 받으며 염전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장애인들은 구출된 뒤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그 지긋지긋한 염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매주 받아 보는 다산 정약용 전문가 박석무 선생의 최근 글이 유난히 눈에 쏙 들어온다. 주역의 손상익하(損上益下), 다산의 손부익빈(損富益貧)을 소개한 글이다. 부자들의 재산을 덜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태 줘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말로 ‘부자증세’쯤으로 해석된다. 다산은 또 ‘하일대주’(夏日對酒)라는 시를 통해 경제정책 실패로 빈부 격차가 커지는 불공정, 불평등한 세상에 대해 무서운 비판을 가했다고 한다. ‘쪽파 할머니’조차 보듬지 못해서야 어찌 제대로 된 사회, 온전한 정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방식으로 계산한 우리의 불평등지수는 7.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화가 일부 소수에게 집중되는 사이 수많은 빈곤층은 더욱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성장의 과실을 나눠야만 한다.stinger@seoul.co.kr
  • [단독] 초·중·고교 간접고용 現 정부서 8.2% 늘었다는데, 왜?

    [단독] 초·중·고교 간접고용 現 정부서 8.2% 늘었다는데, 왜?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야간 당직 경비원으로 일하는 A(69)씨는 오후 4시 30분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일한다. 16시간 정도 일하지만 불과 5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받는다. 시간당 최저임금인 5580원과 약간의 수당을 합쳐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95만원 남짓. 학교와 교육청에 “근무시간을 더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와 이미 계약이 끝났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노조 “교육청, 처우개선 교섭 등 고용책임 회피” 전국 초·중·고·특수 학교의 비정규직 중 간접고용 형태 노동자 비율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8.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초등돌봄교실’에 투입된 초등돌봄전담사의 간접고용 비율은 200% 넘게 치솟았다. 학교와 용역업체가 일괄적으로 계약하는 바람에 A씨처럼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들도 많다. 학교에서 간접고용이 증가한 것은 교육 관련 사업이 많아진 데다 교육청도 인건비를 더 늘리기 어려운 까닭이다. 30일 전국 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특수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말 현재 37만 6842명으로 이 가운데 간접고용 인원은 2만 7525명이다. 간접고용 비율이 가장 높은 직종은 경비직으로, 각급 학교에서 일하는 경비원 8715명의 92.8%인 8062명이 간접고용 근로자로 파악됐다. 간접고용 형태의 초등돌봄전담사는 초등돌봄교실 확대 정책에 따라 2013년 245명에서 지난해 788명으로 전년 대비 221% 급증했다. 급식 직종에도 지난해 간접고용 근로자 270명이 늘었다. 노조는 이들의 고용 책임이 있는 교육청이 간접고용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기계약직 전환과 처우개선 등 교섭 요구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 천성인 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 정책국장은 “간접고용된 경비직은 학교가 1인당 2000만원 이하로 수의계약을 하고 운영비 조로 용역업체가 일정 부분 가져가 인건비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 “용역업체 직원, 직접고용 의무 없어” 초등돌봄전담사의 간접고용 급증은 교육부가 위탁운영 확산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초등돌봄교실 지침을 통해 지역기관과의 연계를 독려하고 있다. 충남지역 용역업체인 나우누리 소속의 권태희 돌봄전담사는 “교육부가 교육청에 간접고용을 권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 소속 돌봄전담사 230명은 지난 3년간 도교육청에 끈질기게 요구해 마침내 직접 고용 전환을 약속받았다. 오는 9월 이들은 간접고용된 학교 근로자 가운데 처음으로 직접고용으로 신분이 바뀐다. 교육청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이들의 직접 고용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정이 줄면서 전국의 모든 교육청이 인건비를 최대한 줄인 상태”라며 “용역업체의 직원으로 소속된 이들에 대한 교육청의 직접 고용의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박정호 노무사는 “교육 현장에서의 간접고용 확대는 다른 곳에 비해 더딘 편이었지만 최근 교육 관련 사업이 팽창하면서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학교 현장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어야 하는 만큼 대통령이든,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적극적으로 간접고용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여성 비정규직 문제 해소 위해 양질의 시간선택제 확대 등 필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이명선)은 27일 오후 2시 여정연 국제회의장에서 ‘노동시장 패러다임 전환기의 여성 비정규직 현황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제94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남녀 청년층의 비정규직 취업 현황과 임금 등 근로 실태의 점검을 통해 향후 노동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양질의 여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택면 연구위원은 이날 ‘고용형태별 임금실태 및 성별격차와 정책과제’란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의 고용률 70%로드맵 달성과 일·가정양립 고용환경 확대를 위해서도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가 필요한데, 분석 결과 시간제와 정규직 간의 시간당 임금 격차가 남성의 경우 매우 크고, 여성의 경우 격차는 남성만큼 크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다”며 “따라서 남성의 시간선택제 및 육아기근로시간단축제 활용률도 높이고 일·가정 양립을 남녀 모두의 몫으로 보는 사회분위기도 강화하기 위해 여성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해 양질의 시간선택제 확대를 통해 시간제 종사자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과제 발굴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 연구위원은 “정규직 내에서는 여성의 시간당 임금이 남성에 비해 비록 추세적으로 격차가 완화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35%이상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비정규직 내에서도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에 비해 20%이상 더 낮으며, 이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면서 “여성의 경우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금격차보다는 같은 고용형태 내 남성과의 임금격차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성별 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정책과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15~29세의 남녀 청년층 비정규직 현황과 정책 과제’란 주제 발표에서“실업과 신용불량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청년층을 지칭하는 청년실신, 장기간미취업 신분을 일컫는 장미족, 88만원 세대에서 나아가 ‘열정’을 구실로 무급이나 아주 적은 월급으로 취업준비생을 고용하는 열정페이에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까지 한국 사회에서 청년층의 고단한 상황을 반영하는 신조어들이 양산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삼포세대에서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 희망과 취업을 포기한 칠포세대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현재 우리사회 청년 고용의 현실을 꼬집는다.  김 부연구위원은 열악한 청년 비정규직 문제의 해소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15~19세 청소년 근로자를 존중하는 사회의 인식 전환 ?비정규직 채용 시 근로계약 작성 준수 감독 강화 ?사업체의 최저임금법 준수에 대한 감독 강화 ? 학교 교육 과정에 근로 관련 법에 대한 교육 ?안심알바신고센터의 홍보와 운영 현실화 ?청년여성 니트(neet)족에 대한 정부의 무료직업교육훈련에 대한 홍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검토 ?초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관련 법 적용 제외 조항 개정 ?2년 초과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무기계약 전환 현실화를 제시한다.  주제발표 후 지정토론에서 김종숙 여정연 여성일자리·인재센터장은 “노동시장 구조개선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개선이 필요한 각 집단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청년·여성·비정규직은 이러한 집단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며 이들의 문제점과 해결과제들을 각 의제에 반영하고 고려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동시장이중구조의 대표 사례인 비정규직은 각종 차별에 노출되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임으로써 노동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며, 특히 여성은 경력단절과 일자리의 취약성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로 취업할 가능성이 큰 집단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여성 고용과 관련하여 반드시 짚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8월 현재 여성이 39.9%로 남성 26.6%보다 훨씬 높다. 이와 관련, 최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구조개선 측면의 비정규 고용 규제와 차별시정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이명선 원장은“이번 행사가 우수한 여성 비정규직 인력들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써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행사의 개최의의를 밝혔다.  여정연의 양성평등정책포럼은 양성평등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선제적 지원을 통해 국가정책의 양성평등 실현방안과 여성정책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올해 지속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뉴스 플러스] 서울 중·고교 담임 12% 비정규직

    서울시내 중·고교의 10개 학급 가운데 1개 학급은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시교육청이 송재형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시내 중·고교 전체 학급 1만 9852개 가운데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은 학급은 12%에 달했다. 중·고교의 기간제 교사는 모두 5851명으로 전체 교사의 14.2%였고, 이들의 40.2%인 2357명이 담임을 맡고 있었다. 서울 중·고교의 정교사 수는 3만 5247명으로, 학급 수의 1.8배에 이르지만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비중이 높은 건 담임을 기피하는 학교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 ‘캐디 성추행’ 박희태 석좌교수 재임용 논란, “비정규직이라 예외?”

    ‘캐디 성추행’ 박희태 석좌교수 재임용 논란, “비정규직이라 예외?”

    ‘캐디 성추행’ 박희태 석좌교수 재임용 논란, 건국대 입장은… ‘캐디 성추행’ 박희태 석좌교수 재임용 논란 골프장 캐디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건국대 석좌교수로 재위촉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전 의장은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받았다. 박 전 의장은 1심에 불복, 항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15일 건국대 총학생회는 대자보를 통해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사회·도덕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 전 의장의 재임용 강행으로 학교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인정 받은 만큼 학교 측은 징계위원회를 즉시 진행해 성폭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사회적 요구를 이행해야 한다.”면서 “박 전 의장의 재임용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했는데도 학교 측은 이를 무시하고 재임용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 측은 또 “1심 판결이 나온 지난달 말부터 박 전 의장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문의했지만 학교본부는 이달 1일이 지나서야 ‘박희태 석좌교수가 항소를 했기 때문에 형이 확정될 때까지 지켜보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측은 박 전 의장의 재위촉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국대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이라 이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기존의 석좌교수 위촉 기간이 끝났다.”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또 “박 전 의장과 같은 석좌교수는 전임교원처럼 엄격한 형태의 임용절차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 명예직으로 위촉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의장은 지난해 9월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캐디의 신체를 접촉한 혐의를 받고 경찰수사를 받았다. 박 전 의장은 검사 출신으로 1988년 13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6선 국회의원을 비롯해 법무부 장관, 국회의장 등을 지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10년간 8번 이직 메뚜기 인생… ‘파견직 늪’ 한번 빠지면 못 나와”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10년간 8번 이직 메뚜기 인생… ‘파견직 늪’ 한번 빠지면 못 나와”

    “메뚜기 인생이에요. ‘파견’이란 게 늪과 같아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네요.” 김아름(29·여·가명)씨는 지난달 26일 파견업체를 통해 안산 반월시화공단의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D사에 입사했다. 청년실업이 끔찍한 현실에서 그나마 취업한 게 다행일까? 김씨는 10년째 안산 반월시화공단을 인공위성처럼 맴돌고 있다. 벌써 8번 직장을 옮겼다. 정규직 일자리도 몇번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대부분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파견직을 전전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만 받는 그에게 저축은 사치다.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와 같은 삶이 반복될 뿐이다. 처음부터 비정규직은 아니었다. 공고 3학년 2학기 때인 2004년말 반월공단에 있는 D전자 인턴으로 입사했다. 1년 후 정직원이 됐고 연봉도 3500만원을 웃돌았다. 착실했던 김씨를 눈여겨 봤던 고교 은사가 추천서를 써준 덕이다. 하지만, 그는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집 근처 종교시설 합창단에서 처음 피아노를 접했는데, 그 때의 감동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주경야독’을 결심하고 2005년 한 사립대에 피아노 전공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근무패턴이 3교대로 바뀌면서 저녁시간을 낼 수 없게 된 것. 김씨는 더이상 졸업이 늦어지면 영원히 피아노와 멀어지게 될 것 같아 2007년 말 회사를 그만뒀다. 당장 생계 압박이 시작됐다. 400여만원에 이르는 등록금도 그에겐 거금이었다. 김씨는 얼마 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I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한편, 피아노 학원 강사로 일했다. 근무 시간이 맞지 않아 2009년 중순 S반도체에 파견직으로 근무했다. 저녁 시간이 보장되는 일만 골라서 했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2월 대학을 졸업하고, 2012년 12월까지 전공을 살려 언니 집에 얹혀살며 피아노 강사로 일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순 없었다. 100만원도 안 되는 피아노 강사 월급으로는 장래가 암담했기 때문. 김씨는 결국 돈을 벌어 사람답게 살겠다는 일념으로 2012년 12월 안산으로 돌아왔다. ‘간접고용의 늪’에 빠져든 것도 이때부터다. 자의든 타의든 취직과 퇴직을 반복했다. 월급이 너무 적어 생활 유지가 어려웠거나,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해서다. 안산의 한 약품 분석업체에 파견직 노동자로 입사한 김씨는 3개월 후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잠시뿐이었다.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회사는 권고사직을 남발했고 일감이 줄어 3일 일하고 2일 쉬는 일이 반복됐다. 말만 정규직일 뿐, 급여가 100만원도 안됐다. 결국 지난해 7월 사직서를 냈다. 한 달간 핫팩을 상자에 담는 아르바이트를 한 김씨는 같은 해 9월부터 군포에 있는 한 병원의 영상의학과에 취업했다. 이 역시 파견업체를 통해 들어갔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기록을 환자들에게 CD로 복사해주는 일을 했는데 함께 근무했던 방사선사들의 텃세와 무시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월급 실수령액은 117만원. 결국, 같은해 12월 병원도 그만뒀다. 하루 만에 파견업체를 통해 반월공단에 있는 컴퓨터 제조업체 S사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김씨는 완성된 컴퓨터를 포장 상자에 담아 스테이플러로 마무리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하루 1200개의 상자를 포장한 대가는 월급 120만원. 관리자들은 일상적으로 반말과 욕설을 해댔다. 특히 현장에서 ‘슈퍼 갑’에 해당하는 반장의 횡포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리 때문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40대 여성에게 “라인이 돌아가는데 화장실을 가면 어떡하느냐”며 타박을 주기도 했다. 김씨는 현재 D사에서 한달에 190만원을 받고 있다. 4대보험을 제외하고 주말 특근비를 포함해서다. 그나마 평일 야근이 없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가끔은 첫 직장인 D전자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꿈만 꾸지 않았어도 인생이 지금처럼 비루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도 D전자가 어려워지면서 당시 동료들이 모두 퇴직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김씨의 소망은 소박하다. 안정된 직장에서 세금을 떼고 200만원 정도만 받아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상황이 나아진다면 피아노도 다시 치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선 딱히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매달 임대아파트 월세와 관리비 등으로 45만원이 빠져나가요. 데이트 한번 하는 것도 어떨 때는 부담이죠. 친구들이 술 한 잔하자고 연락해도 마음이 불편해요. 결혼이요? 글쎄요. 새 직장을 찾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밑바닥까지 가 보니 알겠더라고요. 돈이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요.” 글 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청소년 알바생도 노동법 배우세요

    ‘아르바이트에도 나이 제한이 있을까.’ 원칙적으로 만 15세가 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학교장 및 부모(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서명을 받아 취직인허증을 발급받으면 일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르바이트생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아르바이트생도 일하는 기간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무하는 기간 동안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노동법에 따르면 한 달 동안 근무하면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고, 매주 1일 이상 휴일이 보장된다. 업무로 인해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산재보상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근로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이나 노동법의 보호 범위 등을 몰라 사업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청소년 노동자가 늘면서 고용노동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동법 교육에 나섰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부속 고용노동연수원은 청소년 고용노동교육 홈페이지(youth.koreatech.ac.kr)을 개설했다고 4일 밝혔다. 홈페이지에는 아르바이트생과 취업준비생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노동법 내용이 실려 있다. 근로계약, 근로시간, 임금, 휴일·휴가, 비정규직 등 6개 분야에 대해서는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웹툰과 동영상 등의 형태로 제공된다. 아울러 온·오프라인 노동법 교육신청, 각종 참고자료, 묻고 답하기 등의 공간도 마련됐다. 정태면 원장은 “중고생, 대학생 등 예비 노동자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현장 실습생 등 취업 노동자들이 이번에 개설된 홈페이지를 통해 올바른 노동 가치관을 정립하고, 권익 보호를 위한 교육과 정보창구로 활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대학 구조조정에… ‘미생’ 직원만 늘었다

    대학 구조조정에… ‘미생’ 직원만 늘었다

    대학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대학가에 계약직이 늘고 있다. 보수가 높고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가 방학 등 여유까지 있어 ‘신의 직장’이라고 불렸던 것도 옛말이 됐다. 정부가 구조조정 방침을 이어가면서 대학가에 ‘미생’(未生) 바람도 계속될 전망이다. 3일 대학교육연구소가 2012~2014년 대학알리미의 대학 직원 추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공립 31개교와 사립 156개교 등 187개 대학의 직원 수는 4만 574명이었다. 이는 2012년 3만 7977명에서 2597명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계약직 직원은 1만 821명에서 1만 3585명으로 모두 2764명 늘어 전체 직원 수 증가를 웃돌았다. 정규직은 같은 기간 167명이 줄었다는 의미다. 특히 사립대는 같은 기간 직원이 2190명 늘었는데 이 중 계약직이 2276명 늘어 계약직 직원의 증가를 주도했다. 계약직의 비율은 같은 기간 전체 직원의 28.5%에서 33.5%로 5.0% 포인트 늘었다. 계약직이 전체 직원 중 40% 이상인 대학은 197개교 중 54개교에 이르렀다. 서울여대·영남대·을지대·홍익대 등 24개교는 계약직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계약직 비중이 10% 미만인 대학은 17개교에 불과했다. 계약직이 늘고 대학 입학정원이 줄면서 직원당 학생 수는 2012년 47.3명에서 지난해 44.9명으로 줄었다. 국공립대의 직원당 학생 수는 0.8명, 사립대는 3.1명 줄었다. 하지만 세종대·수원대·성결대·중부대 등 4곳은 직원당 학생 수가 무려 80명이 넘었다. 대학가에 계약직이 늘어난 이유는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재정 압박을 받은 대학이 비정규직을 대거 고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경국 전국대학직원노조 정책국장은 “구조조정 여파로 대학이 인건비를 줄이고자 정규 직원의 명퇴를 늘리고 빈자리를 계약직으로 채우고 있다”며 “전체 채용인원이 일정한 선에 도달하면 결국 이런 현상이 가속화하고, 이는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관용 사라진 분노…사회 임금 격차 줄이고 저소득층 대입 혜택 줘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관용 사라진 분노…사회 임금 격차 줄이고 저소득층 대입 혜택 줘야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분노사회’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빌레펠트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참여연대 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나. -개인적 수준에서는 사회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증가하게 된다. 조직적 수준에서는 가족 해체나 붕괴, 나아가 생계형 범죄를 포함한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수준에서는 사회통합이 약화된다. 개인이 사회에 갖는 소속감, 연대감이 약화되면서 사회 갈등이 증가하게 된다. 최근 한국 사회의 흐름은 ‘분노 사회’라고 볼 수 있다. 20대부터 60~70대 고령 인구까지 뭔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불안에 있다. 10대에는 입시 불안, 20대에는 청년 실업, 30대에는 구조조정, 40대에는 퇴출의 공포, 50대 이후부터는 노인 빈곤율이 50%대에 육박하듯 노후불안이 있다. 이런 불안은 타자에 대해 관용하거나 인내하지 못하게 한다. 곧바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잘살고, 복지도 좋아진 것 아닌가. -비교 시점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달러도 되지 않았던 1960년대 초반으로 둔다면 지금 분명 잘사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 시기를 외환위기 직전으로 잡는다면 달라진다. 한국 자본주의가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고도 성장했던 마지막 시기가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때라고 생각한다. 그후 97년 외환위기에 이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계속 닥친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명목상의 1인당 GDP는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수준이 과연 나아졌을까’를 볼 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민주화 세대는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삶이 갈수록 더 퍽퍽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또 내가 언제 이 조직에서 떨려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도성장의 마지막 단계인 9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본다면 삶의 질은 거의 정체돼 있는 것과 다름없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져야 하는데 정체되니 불안해지면서 옛날에는 화려했던 것 같은데 현재는 빈곤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성장률을 옛날처럼 높이는 게 힘들다면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부가 개입해 소득 재분배와 노동시장 정책을 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이 받는 월평균 급여가 150만~160만원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900만명에 가까울 것이다. 전체 경제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한다. 비정규직으로는 아이 한 명을 도저히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반값등록금보다 효율적인 대책은 노동시장 정책이다.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한편으로는 최저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비정규직 축소를 정부가 기업에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타협은 가능하다.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개입해 노사정 대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을 모색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데.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라도 올려야 한다. ‘증세 없이 복지 없다’는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증세에는 중산층, 서민층도 포함돼야 하나. -보편적 증세가 타당하다. →하위 40% 이하는 현재 소득세를 안 내고 있는데 보편적 증세의 범위는 어디까지 돼야 하나. -하위 40%까지 세금을 걷자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증세의 대상은 세금을 내는 60%를 말하는 것이다. 부자에게만 세금을 내라는 게 아니라 세금을 낼 역량을 갖춘 이들은 전부 다 세금을 내라는 게 보편적 증세다. 다시 말해 ‘차등 과세’나 ‘형평 과세’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중산층은 세금을 올리되 그 폭을 작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증세에 대한 반발이 심한데 가능할까. -정치권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증세 없이 어떻게 복지가 가능한가. →빈부 격차가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정책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소득 분배 악화 상태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서울신문 ‘빈부 리포트’에서 보도됐듯 하늘과 땅 차이의 삶이 있다. 오히려 현존하는 빈부격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상류층과 빈곤층의 삶은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언론에서 보도를 잘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상류층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숨어 생활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우울한 삶만 보도하느냐고 한다. 빈부격차가 과장됐다는 지적에는 빈부격차의 실상을 보고 싶지 않은 바람이 들어 있다.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한 의견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 인하가 이뤄졌는데 정말 잘못된 정책이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가 OECD 국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인하한 부분만이라도 원상복구시켜야 한다. 연말정산을 둘러싼 다수 봉급자들의 불만도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을 저렇게 많이 쌓아 놨는데 우리가 왜 증세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또 소위 고액 소득자들에 대한 훨씬 더 강력한 누진적 증세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슈퍼리치가 스스로 자신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부도 많이 하는데. -의식의 문제다. 내가 번 부는 나 혼자만의 능력에서 온 것이 아니고 사회의 여러 도움 속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에 부를 환원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이런 의식이 취약하다. 천민자본주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가난을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분을 전체로 환원시키는 오류이자 기계적 형식 논리다. 물론 게을러서 가난한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다수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적어지고 있다. 부의 되물림은 필연적 추세인가. -자본주의가 구조화될수록 직업 이동, 즉 사회 이동은 제한받게 된다. 과거 우리에게는 교육이라는 기회가 열려 있었는데 그것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명문대의 강남 학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중산층이 예전에는 교육을 통한 직업 이동의 원칙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핵가족이 되면서 아이가 하나 내지 둘밖에 없으니 아이에게 집중적 투자를 하게 되고 이런 투자의 격차가 성적의 격차로 나타나는 것이다. →해법은 공교육 강화인가. -사교육으로 빚어진 격차를 공교육 강화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그 차이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대학입시 제도를 바꿔 실력이 있지만 교육 혜택을 적게 받은 빈곤층 학생들이 명문대에 많이 갈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 미국식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말한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 사회 갈등으로 폭발할까. -폭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은 맞다. 한국 사회의 일본화다. 일본의 장기불황 20년과 비슷해지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을까’ 등등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전망을 못 갖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사회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불안과 체념과 분노가 반복되는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형태로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해결책은 사회적 대타협밖에 없다. 핵심적 주체인 자본, 노동, 정부 간 역사적 타협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예컨대 아일랜드에서 이뤄진 협약의 경우 노조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일자리 창출 약속을 했다. 사회적 타협에서 중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을 많이 갖고 있는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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