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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Inside] (27) 후배에게 강제로 오물을…경기 ‘일진’들의 충격 실태

    [사건 Inside] (27) 후배에게 강제로 오물을…경기 ‘일진’들의 충격 실태

     “그러니까 네가 돈 뺏은 거 맞잖아.”(경찰)  “저는 진짜 아니라니까요. 돈 뺏은 건 그 형이고, 저는 옆에 있기만 했다고요.”(학생)  지난달 말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사를 받으러 온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른바 ‘일진’이라고 불리는 우두머리급 폭력학생들과 그들에 빌붙어 함께 못된 짓을 해온 추종학생들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드러난 일진들의 비행과 악행은 단순한 청소년기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강도가 세고 조직적이었다. 흉기를 이용해 학생들을 때리고 협박하는 것은 물론이고 몸에 흉칙한 문신을 새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후배들에 대한 기수폭행, 청소년 밀집지역 영역관리 등 조직폭력배의 행태도 나타났다. 수원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작은 마을 수준의 주거단지까지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었다.    ●협박·갈취는 물론 엽기행각까지…진화한 학교 폭력  지난 1월 경기도 수원역 인근의 한 모텔방은 일진들의 술파티로 난장판이 됐다. 소주·맥주병이 뒹구는 방에서 청소년 3~4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자리의 주동자는 동네 ‘통’(우두머리를 일컫는 말로 ‘짱’ 등과 같은 뜻)으로 불리는 최모(17)군이었다. 최군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호구’(학교폭력 가해자들이 피해 학생들을 부를 때 쓰는 은어) 유모(16)군을 불러냈다.  “형이 한잔 줄 테니까 고맙게 마셔. 안 마시면 알지?”  강제로 술을 마신 유군이 취해 비틀거리자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인사불성이 된 유군에게 사람이 못 먹는 것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등 거친 행동을 계속했다. 유군의 인상을 바꿔놓겠다면서 담뱃불로 눈썹을 지지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황모(19)군은 후배 박모(17)군을 수원역으로 불러냈다. 박군이 얼마 전 또래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을 들은 터였다. “너 미성년자랑 그런 짓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신문 안봤어?”  겁이 난 박군은 황군에게 입막음조로 100만원을 갖다바쳐야 했다. 황군은 이런 식으로 빼앗은 돈을 대포차 구입에 썼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일진들이 결합한 대형 연합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광주 일대 중학교 ‘짱’들이 전모(17)군을 우두머리로 해 결성한 이 집단의 이름은 ‘천공’이었다. 이들은 ‘△△네 아이들’, ‘□□팸’ 등 ‘짱’의 이름을 딴 하부 조직을 갖추며 활동을 했다. 조직에 연루된 학생은 125명에 달했다.  이들은 ▲선배들을 보면 90도 각도로 인사를 한다 ▲선배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선배들의 지시에 무조건 따른다는 등 행동강령까지 만들어 광주 일대를 누볐다.  조직 멤버들은 “문신을 해야 한다.”는 등 갖은 이유로 학생들을 협박해 2009년부터 400여차례에 걸쳐 620만원을 갈취했다. 빼앗은 돈은 유흥비로 쓰였다.  멤버들은 재개발로 비어있는 집이나 공사터, 공동묘지 등을 ‘콜로세움’이라고 불렀다. 로마시대 검투사들이 혈투를 벌이던 콜로세움에서 이름을 딴 이곳에서 각 학교의 ‘짱’을 뽑는 원정폭력이 벌어졌다.  성인 폭력배들은 이틈을 비집고 들어와 학생들을 돈벌이에 이용했다. 안성을 무대로 활동하는 조폭 파라다이스파 조직원 김모(21)씨 등 20명은 중·고교 일진들에게 21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었다. 이들은 일진들에게 붕어빵, 솜사탕, 군고구마 등 노점 아르바이트를 강제로 시켜 수익금 1000여만원을 상납받았다. 일진들은 모자란 돈을 학생들에게서 빼앗았다. 조폭은 일진에게, 일진은 학생들에게서 돈을 갈취하는 피라미드식이었다.    ●‘□□팸’ 등으로 이름 바꿔 활동…단속보다 예방이 더 중요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경기지역 일진과 추종 청소년은 모두 286명이었다. 경찰은 최군 등 5명을 구속하고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나머지는 학교에 통보해 선도조치를 받도록 했다. 파라다이스파 조직원 김씨 등 조폭 5명도 구속됐다.  청소년들 사이에 퍼진 ‘일진 문화’는 쉽게 뿌리뽑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간 임모군은 “요즘에는 일진 대신 ‘팸’(가족을 뜻하는 영단어 ‘패밀리’의 줄임말)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면서 “아무래도 TV나 신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다른 용어를 택한 것 같다.”고 했다. 임군은 “최근 경찰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짱들은 폭행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아랫서열의 학생들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천공’ 멤버들에게 피해를 당한 학생의 어머니는 “경찰에 적발된 학생들 말고 다른 아이들도 몰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학교 내 연결고리 때문에 우리 아이는 아직 외출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토요일 밤 8시) 사춘기의 상징 여드름은 요즘 20~30대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초등학교 영양사 김가혜씨의 고민은 1년 전부터 꽃피기 시작한 여드름이다. 원인은 불규칙한 식습관과 스트레스 때문인데…. 프로그램에서는 김씨가 여드름 완화를 위해 시작한 식이요법을 들여다본다. 또 여드름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세안법을 공개한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청애는 윤희가 급히 치워놓은 로션병을 밟고 넘어져 허리를 다친다. 그로 인해 청애, 귀남, 윤희는 어쩔수 없이 함께 밤을 지내게 된다. 한편 귀남 할아버지 제삿날, 윤희는 말숙이 사준 가방이 가짜로 밝혀져 곤경에 처하고, 그 상황을 모르는 식구들은 제사준비에 소홀한 며느리 윤희가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신들의 만찬(MBC 토요일 밤 9시 50분) 준영은 도윤과 설희가 모자 관계임을 듣게 되고 혼란스럽다. 재하는 인주에게 진짜 이름을 묻고, 결국 인주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지만 비밀을 지켜달라고 한다. 한편 준영은 인주와 설희가 아리랑과 도희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도윤과 손을 잡는다. ●영상앨범 산(KBS2 일요일 오전 7시 40분) 엄홍길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를 등정한 자랑스러운 산악인이다. 그가 38번의 목숨을 건 도전 끝에 위대한 목표를 이루는 사이, 2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또 6명의 후배와 4명의 셰르파를 잃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고(故)박영석 대장을 추모하기 위해 그가 다시 네팔로 향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0분) 첫번째 이야기, 독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최신 무기와 기술을 앞세워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그 독일을 한방에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있었는데…. 두번째 이야기,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망한 남자는 코미디 배우였다.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5시) 전설의 카리스마 이덕화, 로맨틱 터프가이 박준규, 명불허전 재간둥이 박상면. 이들이 찾아왔다. 어리다고 봐주지 않겠다는 최고령자들의 도전이 시작된다. 열혈남아들의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레이스로 ‘런닝맨’ 역사상 가장 뜨거운 활약상, 그리고 어르신들의 환상적인 재발견을 엿본다. ●함께 하는 필통(必通) 톡(OBS 일요일 오전 10시) 한국사회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학교폭력 문제를 놓고 한판 토론을 벌인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사회적인 노력이 절실한 이때 학교폭력 문제의 당사자들이 함께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청소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학교폭력의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본다.
  • 성동구 ‘자기주도학습센터’ 1주년

    사교육비 절감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성동구 자기주도학습 지원센터가 개관 1주년을 맞았다. 12일 성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개관한 센터의 134개 프로그램에 학생과 학부모 3095명이 참여했다. 세 차례의 자기주도학습 특강과 고교입학 설명회, 자기주도학습 세미나 등을 진행했다. 만족도 조사에서는 5점 만점에 4.4점을 받아 이용자 대부분이 프로그램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는 올해 자기주도학습 전문가를 충원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위기가정 상담인력을 추가 배치해 자기주도학습 지원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고재득 구청장은 “센터를 통해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고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강화에 한층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사이버 불링’에 피멍드는 청소년

    ‘사이버 불링’에 피멍드는 청소년

    #사례1. 여중생 김모(15)양은 2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고 말았다. 지난해 하반기 한 또래 남학생이 학교 인터넷 카페에 자신을 ‘○○○ 바이러스’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몇몇 친구들이 따라했고, 어머니가 나서서 자제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일을 키웠다. 학교 다른 친구들까지 가세해 ‘쟤를 쳐다만 봐도 눈이 썩어.’ 등 놀리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나중에는 자신을 괴물 취급했다. 김양은 학교도 가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쳐다보며 내내 우울해 하다가 또다른 온라인 공간에서 위안받기를 거듭해야 했다. #사례2. 또다른 여중생 이모(15)양은 친구들로부터 휴대전화 문자와 메신저를 쉼없이 받아왔다. 금품을 요구하는 욕설 섞인 내용들이었다. 답신이 짧거나 성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여지없이 학교에서 직접 마주쳐 퍼붓는 폭력을 감당해야 했다. 애타게 기다린 방학 때도 휴대전화는 쉼없이 울렸고 자신을 호출했다. 휴대전화 문자 알리는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렸으며 퇴행성 야뇨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청소년들이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왕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불링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하는 일종의 언어폭력이다. 이유미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이 9일 밝힌 청소년 사이버 폭력 피해 사례는 전통적인 학교 폭력이 발달된 물질 문명과 만나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가진 ‘제1회 정보문화포럼’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횡행하던 학교폭력이 온라인 공간을 만나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통한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피해 학생들이 숨을 곳조차 빼앗아버렸다. 이 단장은 “사이버 왕따 등 사이버 공간의 폭력은 학업 중단·등교 거부·금품 갈취·폭력 등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피해자가 자기정체성을 부정한 채 또다시 사이버 공간으로 침잠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구체적인 상담사례들을 소개했다. ‘청소년 사이버 불링의 이해와 대응 방안’에 대해 주제 발표한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사이버 불링은 폭력이 아니라 ‘학교 일상 문화’로 인식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면서 “개인 홈페이지 등에 욕설이나 악성댓글을 다는 것을 폭력으로 여기지 않는 등 폭력 자체에 둔감해지며 일상화되게 만든다.”고 법제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행안부는 조만간 사이버폭력 예방수칙을 마련하는 등 학생, 학부모,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보윤리교육을 대폭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전교조 시비만 말고 학교폭력 대안 내놓아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최근 이주호 교육과학부 장관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고 한다. 교과부가 지난 2월 내놓은 학교폭력 종합대책 중 하나인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의무화 조치가 학생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는 또 중학교 복수담임제, 체육수업 확대 등 다른 대책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이라고 한다. 전교조는 학교폭력 대책에 대해 더 이상 어깃장만 놓으려 하지 말고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교과부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상담, 처벌 등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실은 생활부에 기재하고 초·중학교는 5년간, 고등학교는 10년간 보존해 상급학교 진학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학교폭력이 급우들 간의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라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서다. 전교조는 학교폭력을 생활부에 기재하면 가해학생들에게 낙인효과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학교폭력이 집단화, 가혹화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학교폭력을 쉬쉬하고 덮어 둘 일만은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징계사항을 생활부에 기록하고 있는 만큼 가해학생의 인권을 거론하며 학교폭력을 막자는 것은 너무 한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교과부의 학교폭력 종합대책은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마련한 것이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교과부 등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전문가·학생·교사들이 30여 차례의 간담회를 갖는 등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나온 것인 만큼 사소한 트집을 잡아 반대하는 것은 교원단체로서 온당한 일이 아니다. 교과부가 학생상담, 인성교육 등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을 강조하면서도 생활부 기재 등 규제조치를 내놓은 것은 학생인권, 선도 등 총론적이고 원론적인 조치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그동안 이념투쟁에만 매몰돼 학교폭력 등 현안에 대해서는 한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전교조도 교육의 한 축인 만큼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 학교폭력에 대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 [총선 권역별 정책 분석] (3·끝) 영남권

    [총선 권역별 정책 분석] (3·끝) 영남권

    대구·경북(TK)권은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낙후된 지역경제 탓에 여당 정서가 점차 옅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지역발전 인프라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기치로 서민 복지를 위주로 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대구·경북 새누리 “인프라 구축” 텃밭 수호… 민주 “서민복지” 틈새 공략 새누리당이 제시한 공약들은 ‘재탕 및 삼탕 공약’이 대부분이다. 그 내용을 보면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오는 6월부터 분양에 들어가고, 군공항 이전 문제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차세대 SW융합산업클러스터 조성과 대구권 녹색전철망 구축도 이미 추진 중이다. 경북성장 연계기반 SOC 구축은 이미 건설 중이고, 경북첨단과학벨트 조성은 지난해 1조 5000억원 상당의 예산으로 용역조사까지 마쳤다. 차세대 부품·신소재사업은 경산시와 구미시를 중점으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이렇듯 새누리당에서 내놓은 공약의 상당수가 이미 예산 배정까지 끝난 상태이므로 재원 조달이 원활하고 현실적이며 그 실현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대구 공약에 있어서 새누리당은 SOC 사업에 대한 경제성장 기초공약이 보이지 않고 경북 지역에 대해서도 주민이 바라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이 제시한 공약들은 지역 산업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측면,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적 요구에 부합하려고 하는 소통의 의지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반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빗장을 걸면서 서민복지 중심의 공약들을 내놓아 대비를 이루고 있다. 또한 여당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는 청년층 일자리, 소상공인 보호, 무상급식에 맞춰 팔공산과 두류공원에 대한 장기 플랜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대구지역 공약 중 학교폭력 없는 도시 만들기, 군사공항(K2),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은 새누리당의 공약과 겹친다. 이는 양당 모두 지역의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경북 지역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한 정책들을 발굴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공약 중 그린에너지와 녹색산업,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지원 등은 역시 진행 중이거나 다른 정당과 겹친다. 민주당이 제시한 공약 중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 공연 중심 문화도시에 대한 지원과 문화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구시 사업 적극 지원 등은 서울과 부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에 대한 갈증이 있는 대구시민들의 요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학교 폭력 문제 없는 대구’라는 공약은 현 정부 비판에만 치중하고 있는 느낌이다. 활력 있는 농촌 건설을 위한 지원, 지속가능한 울릉도·독도만들기 등은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지역 형평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민주당에서 강조하는 서민경제 및 서민복지라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제시한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마련, 조세부담 수준 등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공약의 구체성, 지속가능성 면에서는 새누리당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새누리당은 지역기반이 확고한 장점을 들어 모험을 회피하는 현실 안주적 내지는 정책대결을 피하는 소극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장래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송건섭 교수·황성수 교수 ■부산·울산·경남 ”동서균형발전” 한목소리… 재원방안 ‘모호’ 부산·울산·경남 지역 공약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모두 지역 내 동서균형발전, 서부산권 개발을 앞세웠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신공항·신항만 간 철도 연계 및 배후지역 개발’이 이에 해당한다. 해양수산부 부활, 북항 재개발사업 확대도 마찬가지다. 지역경제·개발 분야 공약들은 지역 시민과의 소통 면에서 무난한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예산 추산 최소 6조~7조원에 이르는 재원 마련과 함께 지역 갈등이 지속돼 온 TK(대구·경북)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 신항만 배후지 개발과 관련된 세부공약인 새누리당의 ‘동북아 복합물류 및 국제 환승센터 구축’, 민주당의 ‘유라시아 관문 복합 터미널 건립’은 이미 부산시에서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업으로 참신성 없는 정책이다. 울산 지역에서 새누리당은 신산업육성, 지역경제 분야에 역점을 두며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야권 단일후보를 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노동·중소기업인·상인 보호, 환경 분야에 중점을 뒀다. 특히 새누리당은 광역교통 인프라 등 광역경제권 활성화 공약을, 야권은 기존 원전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 동남광역 경제권 추진에서 울산시의 참여도가 가장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경남에선 ‘마산·창원·진해 통합 추진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등 지난해 추진된 행정구역 통합의 후유증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재원 조달 계획이 모호하다. 반면에 민주당은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행정구역 통합 재검토’ 공약에서 통합으로 인한 교부세 불이익, 통합청사 갈등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통합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3개시 환원을 주장하고 있어 총선에서 쟁점화가 예상된다. 등록금 및 일자리 창출 분야에선 새누리당이 ‘부산지역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지원(30~50%)’ 공약을, 민주당 역시 ‘우수학생 2000명을 선발해 등록금과 주거비까지 지원’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재원 확보,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약이 될지 의문스럽다. 사회복지 분야에선 정당별로 차별성이 드러난다. 새누리당은 노인·기초생활·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복지’에 방점을 찍었다. 민주통합당은 ‘생애주기형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선 양당 모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지역 주민의 우려가 높아진 고리 원전 공약을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원전 1호기 안전성?담보?후?가동을, 민주당은 원전 1호기 폐쇄를 제시했다. 각 당 별로 원전정책의 포기가 아닌 정책 지속성, 기존 원전정책의 전면 폐지가 전제다. 낙동강 유역 개발 문제 역시 양당 모두 생태관광지 조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상징적 구호 차원에 머물고 있다고 판단된다. 새누리당은 대부분의 공약이 재원만 제시되고 있을 뿐 재원조달 계획이 아예 제시되지 않은 한계를 노출했다. 민주당도 대부분의 공약에서 사업별 소요예산은 제시되고 있으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균형발전특별회계의 부활, 지역 지원 자금 확대, 국비·지방세 비율 조정, 국내외 민간 사업자 참여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향후 재원확충 방향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국책사업과 지역현안 사업 간 구분도 모호하다. 새누리당은 사업별 우선순위 결정요인이나 기준이 모호해 그저 다양한 공약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민주당은 공약 이행에 13조 3000억~16조 3000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지만 국비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차기 정권이 중앙당 차원에서 공약 인수를 꺼릴 경우 헛공약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박재욱 교수
  • 일진등 실태 학교 홈피에 공개

    정부는 이달 안에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를 교육과학기술부와 학교별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침이다. 올해 초 초등 4년생부터 고교 3년생까지 55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는 모두 139만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4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공개 결정은 학교 폭력 실태를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개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피해경험 학생 수(비율),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수(비율), 강제 심부름, 집단 따돌림 등 피해 유형별 응답 비율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전수 실태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2013년부터는 학교정보공시사이트에서도 열람토록 할 방침이다. 이 밖에 정부는 시·도교육청에서 결과를 바탕으로 고위험 학교를 선정, 교원·학생·학부모 대상 연수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피해 학생은 즉시 치료 조치하고 가해 학생은 상담실 등에 격리 조치하게 된다. 가해자 학부모도 특별 교육을 받아야 하며, 불응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5월 말까지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를 17개 지방경찰청으로 확대한다. 김 총리는 “조사 결과는 학교폭력이 만연해 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문화마당]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고민/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고민/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지난달 30일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각 부문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문산연)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을 위한 법과 제도의 현황을 검토하고 개선과제를 도출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이 행사는 공통세션과 부문세션으로 나눠 공통세션에서는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기금 조성 방안’과 ‘문화산업 세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부문세션에서는 유통구조 개선, 대중문화 진흥, 규제 개선을 주제로 해 발제와 토론을 했다. 이날의 논의는 각 분야 전문가와 산업종사자들이 참여한 만큼 현안이 무엇이고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리였다. 말하자면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고민이 무엇인가를 토로하는 자리였다. 이날 하나같이 지적한 사항은 ‘표준계약서’ 문제였다. 표준계약서가 산업부문 간 편차는 있으나,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표준계약서는 산업 종사자들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고, 나아가 산업의 동력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계에서 최고은 작가, 대중음악에서 달빛요정 이진원씨의 죽음 등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안타까운 희생과 고통을 목격했던 터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표준계약서의 도입과 시행은 절실한 바였다. 문제는 산업주체들이 표준계약서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가이고 어느 정도의 구속력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상생, 동반성장, 공정성, 정의 같은 용어들이 화두로 등장했다. 이러한 용어들이 우리 사회를 규정한다는 것은 대립과 갈등, 성장과실의 편재, 불공정 현상으로 인한 좌절과 분노가 크다는 의미이다. 체제의 유지, 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간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생태계는 유기적인 순환체여서 어느 한쪽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 여파가 다른 쪽에도 미치게 되고, 결국 생태계의 공멸을 가져온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것은 산업종사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책당국의 행보이다. 특히 법이나 제도 등 시스템에 관한 내용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에 대한 인식과 정책적 비전, 의지, 그리고 조정능력은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발전과 퇴행에서 매우 중요한 인자일 수밖에 없다. 표준계약서의 약관화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 예술인복지법과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 진흥기금과 관련해서는 기획재정부, 문화산업 세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국세청과 긴밀한 논의와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 이처럼 정부 부처와의 사이에서 대중문화예술산업에 대해 정책적 조율을 할 수 있는 당사자는 문화부가 될 수밖에 없고, 문화부에 관련 산업의 현안과 의제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산업주체들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산연의 존재는 의미하는 바 크다. 문산연은 2009년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게임, 만화, 공연, 연예 등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모든 단체들이 한데 모여 결성한 협의체로,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및 현안 공유와 현안에 대한 공동대처 등을 통해 문화민주주의 발전과 문화향수 증대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문산연은 관련 단체 간 정보교류 및 의제를 형성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1월 31일 발표한 문산연의 성명서는 이 협의체의 활동 내용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이 성명서에서 문산연은 만화, UCC, 게임 등 문화산업이 학교폭력을 조장하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산연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활동뿐만 아니라 시급히 연구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연구역량의 확충은 현안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의제를 선도해 나갈 수 있으며,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독자의 소리] ‘내 탓이오’가 필요한 학교폭력/부산 사하경찰서 하단지구대장 경감 최창수

    학교폭력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일선 경찰지구대에서는 해당 학교 출신 경찰관들로 구성된 안전드리머, 일선교사, 학부모 등으로 현장협의체를 발족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수시로 범죄예방교실을 운영하면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고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문제는 아직도 가해자 측 학부모 일부에서 “학교 다니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다. 저 애가 문제다.”라는 등 피해 학부모의 고통과 상반된 인식을 보일 때마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학교폭력 문제는 특정 집단이나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특히 부모들의 이러한 인식에 아이들도 다른 학생들을 왕따시키거나 돈을 뺏는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까봐 두렵다. 학교폭력 문제는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출발한다.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다. ‘내 탓이오’가 필요한 때이다. 부산 사하경찰서 하단지구대장 경감 최창수
  • 새누리 ‘저출산’·민주 ‘무상의료’… 복지 ‘쌍곡선’

    4·11 총선 공약은 유권자와 각 정당 및 후보들이 맺는 ‘4년짜리 계약서’다. 그러나 역대 공약은 아니면 말고 식의 ‘선심성 전단지’에 불과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이 1일 정책 중심 투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상임대표 강지원)와 공동으로 각 정당에서 제출받은 공약을 분석한 결과, 여야가 앞다퉈 역점공약으로 내세운 복지정책의 우선순위와 예산 배정 규모 등에서 차별성이 확인됐다. 새누리당은 복지 정책에서 무엇보다 저출산 대책에 역점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27조 4815억원을 이 분야에 쓰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10대 공약’ 예산 44조 5635억원 중 61.7%를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10대 공약에는 저출산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신 무상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37조 5000억원을 배정했다. 민주당 10대 공약 예산 48조 7900억원의 76.9%에 해당한다. 이광재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여야가 똑같이 복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결이 다르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핵심적인 정책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교육 분야에서도 새누리당이 학교폭력 방지에 1조 4739억원, 민주당은 친환경 무상급식에 1조 2500억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하는 등 강조점이 달랐다. 새누리당 10대 공약 가운데 고령화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책 등은 민주당 10대 공약에서 빠졌다. 민주당 공약 중 검찰 개혁 등은 새누리당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양당은 모두 일자리 창출을 ‘1순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경제 민주화(새누리당 3순위, 민주당 6순위) 등에도 방점을 찍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공교육 정상화에 60조원, 공공 임대주택 확대에 40조 5000억원을 쓰겠다고 했다. 자유선진당은 대학등록금 확충 및 군 제대자 사회복귀 촉진에 16조 7000억원 등 10대 공약에 43조 492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시했다. 장세훈·허백윤기자 shjang@seoul.co.kr
  • 학교폭력 근절 ‘말잔치’… 가해자 처벌 완화 검토

    교육과학기술부가 현행 학교폭력 가해자의 ‘양정기준’에 따른 처벌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이며 범죄’라는 인식아래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정책 기조는 물론, 앞서 발표한 학교폭력 종합대책과도 배치되는 부분이 적잖다. 이에 따라 교과부가 사회적 여론에 떠밀려 깊이 있는 고려없이 처벌 일변도의 정책을 발표한 뒤 적용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감금’ 서면사과·일진 교내봉사 그쳐 교과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학교폭력 가·피해자 양정기준’을 마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양정기준은 2008년 교과부가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함께 작성, 학교에 배포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을 개선한 것으로 폭력 유형에 따른 점수화와 조치 기준을 담고 있다. 확정될 양정기준은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가해자를 처분할 때 적용해야 한다. 강제성을 가지는 것이다. 양정기준은 ▲신체적 폭력 20점 ▲경제적 폭력 15점 ▲성적 폭력 20점 등의 기본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또 상황에 따른 가중요소와 감경요소도 명시하고 있다. 예컨대 신체적 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상처를 입으면 기본 점수 20점에 상해 요소 10점을 합해 30점이 부과된다. 성적 폭력의 경우, 성기 접촉(10점)·신체접촉(5점)·유사성행위(10점)· 피해자가 여성(5점) 등이 가중 요소다. 특히 체포·감금·협박·강요·교사·유포성·위험한 물건 등의 항목에 대해서는 1개면 10점, 2개면 20점, 3개 이상은 30점 등의 가중치를 뒀다. 반면 미수에 그쳤을 때에는 20점을 줄이고, 자발적인 화해나 학교장 긴급조치가 이뤄지면 20점을 감경하도록 했다. 최종 점수에 대한 조치는 ▲피해 학생에 서면 사과(10~15점)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15~20점)▲출석 정지(51~60점) ▲학급 교체(61~70점) ▲전학(71~80점) 등의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그러나 이 기준을 적용하면 가해자가 받는 처분 상당수가 기존의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비해 낮다. 예를 들어 ‘감금’의 경우, 기존에는 ‘사회봉사와 출석정지’이지만, 양정기준은 ‘서면사과’를 제시하고 있다. 또 ‘폭행 협박, 의식주 차단, 수면 방해, 수치심 야기’ 등에 대한 처분도 ‘전학 및 경찰신고’에서 ‘사회봉사’로 완화됐다. ‘금품갈취’는 교내봉사에서 접촉금지로, ‘성희롱’은 교내봉사에서 접촉금지로 수위가 떨어졌다. ●교과부 “가중 처벌돼 실제론 수위 더 높아” 특히 양정기준은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전학 등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교과부의 방침 및 학교폭력 특별법과도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폭력이 발생하더라도 71점 이상을 받지 않으면 가해자에게 전학 처분을 내릴 수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가이드북은 가장 중요한 폭력 하나를 기준으로 정한 것이고, 양정 기준은 가중처벌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실제 처벌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학교폭력 전반에 대한 엄격하고 체계적인 기준을 마련하려는 시도”라고 해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국가인권위원회 ‘6급 변호사’ 채용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6급 변호사’를 채용한다. 원서접수기간은 다음 달 2~4일이다. 최근 1회 변호사시험으로 1451명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는 등 변호사 수가 많이 늘어나 과거 5급 상당이던 초임 변호사의 직급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분석됐다. 인권위는 2007년 4월에도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1명을 채용했는데, 이때 채용 직급은 5급이었다. 또 당시 변호사 자격증 소지 후 4년 이상인 사람은 4급으로 채용했다. 이번에 인권위가 채용하는 변호사는 2명으로, 조사국 조사분야에서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절차·인권보장에 관한 법리 검토 등의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1호에 정의된 ‘인권’과 관련된 연구실적이나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은 우대된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북한인권분야 7급도 1명 채용 이 밖에도 인권위는 정책교육국 북한인권분야 7급 공무원도 1명 채용한다. 북한인권분야 민간경력이 3년 이상이거나, 이 분야에서 7급 상당 공무원으로 3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또 북한학·국제관계학·정치외교학 등 북한인권분야 석사학위를 딴 사람도 지원 가능하다. 다음 달 24일 면접시험을 거쳐 30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문의 운영지원과 (02)2125-9762. ●시·도교육청 계약직 변호사 모집 한편 16개 시·도 교육청에서도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행사할 목적으로 10개월 계약직 변호사를 채용한다. 전북 교육청이 다음 달 2~10일 원서를 접수한다고 공고했다. 연간 보수는 5급 상당으로 4095만 5000원이다. 다만 변호사법 제4조 1, 2호에 해당하는 자로 제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지원할 수 없다. 계약기간은 올해 5월 1일~내년 2월 28일이다. 문의 전북 교육청 인성인권담당 (063)239-3744. 다른 시·도 교육청도 조만간 변호사 채용공고를 할 예정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젊은 공자 종손이 과학보다 강조한 것은

    [김병일 사람과 향기] 젊은 공자 종손이 과학보다 강조한 것은

    얼마 전 도산서원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공자의 79대 종손 쿵추이창(孔垂長·37)과 맹자의 76대 종손 멍링지(孟令繼·34)가 그들이다. 한국 유학의 태두인 퇴계 선생을 모신 서원에 그분이 공부했던 유학의 개창자인 공자와 맹자의 제사를 받드는 직계 후손이 방문한 것이다. 공자 종손의 도산서원 방문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 종손의 할아버지인 타이완의 쿵더청(孔德成) 박사가 1980년 첫 방문한 이후 몇 차례 찾아왔고, 2001년에는 베이징에 사는 쿵 박사의 누이 쿵더마오(孔德懋) 여사도 방문한 바 있다. 그럼에도 79대 종손의 이번 방문은 여러 면에서 유교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다. 쿵더청 박사는 방문 당시 이미 60을 넘긴 나이였기 때문에 외모상으로도 ‘유교’의 이미지와 여러모로 어울렸다. 이에 반하여 손자인 지금 종손은 호주에서 유학한 30대 사업가여서 ‘공자 종손’이라는 말이 풍기는 이미지와 어떻게 조화될지 자못 궁금하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기우였다. 겉모습은 동년배와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사람다움의 본질을 타인을 배려하는 ‘인’(仁)으로 파악했던 대철학자의 후손답게 그의 생각 속에는 조상의 가르침을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방문 둘째 날 선비 수련을 위해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 입소해 있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공자 종손은 ‘과학의 시대’를 살면서 현대인들이 범하는 가장 큰 과오는 인간의 가치를 외부에 두는 것이라 역설했다. 가치 중립적인 과학을 신앙으로 떠받든 결과 현대인은 내면적 가치라는 자신의 고유한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간다움의 조건을 자신에게 묻는 유학의 ‘반구저기’(反求諸己) 정신을 그는 강조하였다. 자신부터 되돌아보는 이 자세가 2500여년 전 그의 먼 할아버지가 강조했던 ‘인’의 근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자 종손의 이런 모습을 보며 그 조상에 그 후손이라는 생각과 함께 명문가의 전통이라는 것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낮추며 날로 새로워지고자 하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정신이 이어지기 때문에 비로소 명문가인 것이다. 퇴계 종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80이 넘은 연세에도 방문하는 손님에게 무릎을 꿇은 자세로 퇴계 선생에 대한 한 마디 자랑도 없이 ‘예인조복’(譽人造福:남을 칭찬하는 것이 곧 자신의 복을 짓는 일이라는 뜻)을 이야기하고 글로 써 주시는 노종손의 삶 역시 자신을 낮춤으로써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전형이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명문가가 대를 이어 우의를 쌓아가는 데에는 이처럼 지향하는 바가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우리는 공자와 퇴계라는 이 두 명문가 개창자의 역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두 선현이 뿌린 덕성의 씨앗이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런 지향의 밑거름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덕성의 향기를 피우는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동양에서 만대가 흘러도 없어지지 않을 사람의 세 가지 업적, 즉 삼불후(三不朽)로 입덕(立德:덕성을 세우는 일)과 입공(立功:공훈을 세우는 일), 입언(立言:학설을 세우는 일)을 말하면서 그 가운데 입덕을 제일로 친 것도 아마 이 때문이리라. 오늘 우리 앞에 얽혀 있는 문제를 푸는 열쇠도 결국 사람의 덕성이 아닐까? 근래 사회문제화된 학교폭력만 해도 그렇다. 부모와 교사 그리고 이웃 어른들이 평소 우리 아이들에게 절제하고 배려하는 덕성의 향기를 맡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그런 일들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 있는 명문가는 ‘온고’(溫故) 못지않게 ‘지신’(知新)에 의해 계승되는 측면도 크다. 역사가 일천한 현대의 명문가일수록 특히 그렇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덕성의 씨를 뿌려 우리 모두 새로운 명문가의 개창자가 되어보자.
  • 간 큰 경찰 간부 2명 ‘핵안보’ 비상근무날 골프 라운딩 즐겼다

    부산경찰청의 고위 간부 2명이 천안함 피격 2주년과 핵안보정상회의로 경찰 비상 근무령이 내려진 가운데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부산경찰청의 A(55) 경무관과 B(51) 경정은 주말이었던 지난 24일 부산 기장군 일광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는 천안함 피격 2주년 추모기간이었고 핵안보정상회의로 경찰에 비상근무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이날 이들의 골프 라운딩에는 부산의 모 관변단체 회장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무관 측은 “해당 관변 단체 측과 대규모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을 총선 전에 개최하려다 공연한 오해를 부를 것 같아서 총선 뒤로 연기하는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자리가 만들어졌다.”면서 “몇 차례 거절하다가 업무의 연장으로 생각해서 나갔다.”고 해명했다. 비용은 관변단체 측이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나중에 계좌이체를 해 주는 방법으로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진상파악에 나서는 한편 비상근무기간에 근무지를 이탈한 2명의 간부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학교폭력 피해보상 최대 3년 새달 1일부터 치료비용 지급

    교육과학기술부는 다음달 1일부터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에 대해 우선 치료지원을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으로 치료 및 요양이 필요할 경우 가해학생과 보호자가 피해학생의 치료비 전액을 우선적으로 부담해야 하고,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학교안전공제회가 우선 비용을 지원한 뒤 가해학생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피해학생이나 학부모, 소속 학교장은 피해 발생 이후 병원치료비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첨부한 청구서를 해당 시·도 공제회에 제출하면 치료비 및 요양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각 시·도 공제회와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콜센터(1688-4900)로 문의하면 된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행정플러스] 법제처, 中企창업 콘텐츠 지원

    법제처는 28일부터 중소·벤처기업의 창업 등에 관한 신규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하고 기존의 학교폭력피해자 콘텐츠를 확대·개편해 제공한다고 27일 밝혔다. 신규 법규 및 달라진 법적, 제도적 내용은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사이트(http://oneclick.law.go.kr)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 및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스마트 생활법률’로도 이용할 수 있다.
  • ‘근절대책’ 쏟아질 때 여전히 활개친 일진들

    #강원지역의 중학교에 다니는 P(16)군은 두 달 전까지 쉬는 시간이 두려웠다. 같은 학교 친구 C(16)군 등 7명이 복도, 화장실 가릴 것 없이 따라와 놀이를 빙자해 때렸기 때문이다.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차례차례 올라타는 ‘햄버거 놀이’는 예사였다. 구석에 세워 놓고 압박하는 ‘몰아넣기’나 ‘달려와 부딪치기’를 당하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수업시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사가 필기를 하려고 뒤돌아설 때면 친구들의 협박에 못 이겨 바닥을 기는 시늉을 했다. 동물 흉내를 내거나 억지로 춤도 춰야 했다. 단지 왜소하고 어리바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폭력과 가혹행위는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 가까이 지속됐다. 강원 평창경찰서는 C군 등 7명을 상습폭행 등의 혐의로 최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전국 초·중·고교생 558만명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 중이거나 수사를 끝낸 13건 가운데 하나다. 서울신문이 26일 입수한 경찰청의 ‘학교폭력 전수조사 수사 사건’ 현황에 따르면 놀이를 가장한 지능적 폭행부터 옷 벗기기 등 성추행까지 다양한 피해사실이 접수됐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학교폭력이 이슈화됐던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도 학교폭력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교과부 및 경찰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부터 교과부에서 넘겨받은 설문 조사 결과 중 가해자 정보, 시간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고 사법처리를 검토할 만큼 사안이 심각한 13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P군의 경우 설문조사 직후 며칠간 아들이 우는 모습을 본 부모가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확인, 지난 2월 6일 경찰서를 찾으면서 수사가 이뤄졌다. 사건 현황(중복 2건 포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원지역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과 부산이 2건씩, 광주와 경북이 1건씩이다. 유형별(중복)로 보면 ▲폭행 8건 ▲금품갈취 8건 ▲성추행 1건 등이었다. 강원지역 한 중학교의 경우 지난 1월 전모(15)양이 또래의 남녀 6명이 뒤섞여 있는 자리에서 강모(15)양의 하의를 강제로 벗기기도 했다. 전양과 친구들은 같은 달 노래방 등에서 “마음에 안 든다.”며 강양의 몸을 수십 차례 손과 발로 마구 때려 전치 2~3주의 상처를 입혔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해 11월 장모(15)군을 포함한 5명이 장모(15)군 등 3명에게 돈을 모아 오라고 강요, 수사대상에 올랐다. 국회 행정안전위 유정현(무소속) 의원은 “순찰활동 강화 같은 근절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학교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청소년 지도사, 상담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민경·홍인기기자 white@seoul.co.kr
  • 핀란드 교육 신화의 주역 에르키 아호 전 국가교육청장에 들어보니

    핀란드 교육 신화의 주역 에르키 아호 전 국가교육청장에 들어보니

    지난 23일 4박 5일의 짧은 방한 일정을 마치고 핀란드로 돌아간 에르키 아호(75) 핀란드 전 국가교육청장은 경쟁 일변도의 한국 교육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핀란드 공교육의 핵심 개념인 ‘평등과 협동’을 강조하는 아호 전 청장은 “학교의 역할은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평등과 협력을 핵심으로 아이들 각자가 가진 재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관련 당사자들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호 전 청장의 이 같은 신념은 1970~1990년대 핀란드에서 일었던 교육개혁에 그대로 반영됐다. 1973년부터 18년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을 맡았던 아호 전 청장은 초등·중학교 과정을 통합한 종합학교로의 개혁과 수준별 학습 폐지, 교사 연수 등 핀란드 교육개혁을 이끌었다. 당시 핀란드에서도 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 거셌지만, 아호 전 청장은 평등과 협동을 내세우면서 등수를 매기지 않고도 핀란드의 학업 성취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3년마다 치러지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우리나라는 핀란드와 함께 PISA에서 1~2위를 다투지만, 학업성취도는 높은 반면 핀란드와 달리 학생들의 자발성과 지적 흥미는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호 전 청장은 “수학, 과학, 모국어, 읽기, 쓰기 등을 테스트하는 PISA가 전체 과목을 포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 자체로 줄 세워지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PISA 결과로 한 나라의 교육 능력을 보는 패러다임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호 전 청장은 학업성취도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있어서 자율성과 협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왕따) 등 문제해결 역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80%가 넘는 핀란드의 종합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키바 코울루’(Kiva Koulu·좋은 학교) 프로그램이 학생 간 문제 해결의 기본원리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에 총 20시간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키바 코울루 수업은 역할극뿐만 아니라 왕따와 관련된 단편영화 감상, 토론·발표 등으로 구성돼 학생들이 직접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 스스로 키바 규정을 짜 학교 규칙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아호 전 청장은 지난 22일 방한기간 중 서울 동작구의 국사봉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교폭력 문제는 피해학생·가해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 전체가 함께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사봉중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감·소통을 위한 학생 생활협약’ 만들기 과정을 참관하면서 “핀란드의 학교와 비슷한 방식으로 학생들의 소망이나 아이디어를 직접 규칙에 반영하는 민주주의적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국사봉중학교에서는 전교생이 참여해 ‘공감·소통을 위한 학생생활협약’을 만들고 정규 수업에 생활협약을 활용한 과정을 포함, 학생들이 직접 만든 협약을 체득하도록 하고 있다. 각 학급에서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생활협약을 8가지씩 정한 뒤 학년별 공청회, 전교생 총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학교 전체의 생활협약 8가지를 만들어 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포스트잇에 생활협약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담아 전달하기도 하고, 공청회에 참가해 토론하면서 다듬기도 한다. 일부 학생대표만 참여, 규칙을 만들고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통보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다. 아호 전 청장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의견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협약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면서 “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협약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일상생활이 된다.”고 말했다. 국사봉중학교 교사 6명은 팀을 꾸려 각 과목마다 생활협약을 반영한 학습법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술시간에는 생활협약의 내용을 주제로 애니메이션이나 포스터를 제작하고, 사회시간에는 쟁점이 되는 부분을 가지고 학생들 간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수업 때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생활규칙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윤우현 교사는 “학급별, 학년별, 학교 전체까지 총 세 단계를 거쳐 만들어지는 학생 생활협약은 강제규정이 아니라 상벌까지도 모두 학생들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생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아호 전 청장은 교육개혁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핀란드에서는 종합학교 도입 이후 1972~1975년 해마다 5일씩 교사 연수를 의무화하고 7개 대학에서 교사 양성 기구를 출범시켰다. 성취도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모두 한 교실에서 가르치면서도 각 학생의 수준에 맞게 개별화 교육을 시키는 핀란드 교육에서 교사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아호 전 청장은 “교육은 배움(Learning)뿐만 아니라 학생에 대한 돌봄(Caring)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는 교육자들만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교과부 60개대학 391억 지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입학사정관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전국 60여개 4년제 대학에 391억원을 지원한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를 위해 인·적성을 갖춘 예비 교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교육대·사범대에 26억원을 별도로 지원하기로 했다. 입학사정관제 관련 지원사업 가운데 일반대학에 대해서는 ▲선도대학 29개교 ▲우수대학 19개교 ▲특성화 모집단위 운영대학 8개교 등을 가려 입학사정관 인건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각각 249억원, 74억원, 8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새로 마련된 교원양성대학 지원과 관련해서는 교육대학과 한국교원대 가운데 8개교를 선정해 1억~4억원씩 16억원을, 일반대학 유형의 선도·우수대학 가운데 사범대 입학사정관제를 내실화한 대학 10개교에는 5000만~1억 5000만원씩 모두 1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사설] 탁상행정 학교폭력 대책 원점서 재검토하라

    모든 정책에는 완급이 있고 선후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실로 복잡다단한 과정이 교육임을 감안하면 교육정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거나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임기응변, 땜질 처방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현장의 소리를 외면한 정책은 죽은 정책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복수담임제와 체육수업 시수 확대 정책이다. 새 학기 들어 중학교부터 우선 시행하고 있는 복수담임제는 한 담임이 전체적인 학급 관리를 맡으면 다른 담임은 ‘문제학생’ 관리와 지도 등을 전담하게 하는 식이다. 도입 취지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전형적인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게 일선 학교들의 얘기다. 복수담임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전체 교원 수가 적어도 학급 수의 두 배는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학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교사 부족에 따른 업무 과다로 정작 학생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복수담임제라면 존폐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복수담임제 운영 현황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도 그런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일방적인 체육수업 시수 확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부랴부랴 스포츠 강사를 모집하고 변변한 준비 과정도 없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체육 시간만 늘려 스포츠클럽 활동을 하고 있으니 잡음이 없을 수 없다. 아예 클럽 자체를 운영하지 않는 학교도 없지 않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피해 전수조사 결과를 학부모 등에게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비난이 일자 뒤늦게 학교별 실태의 공개 시점과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의욕만 앞세워 현장과 유리된 무리한 정책을 강행한다면 혼선만 가중시킬 뿐이다. 복수담임이든 체육수업 시수 확대든 실천력이 담보되지 않은, 보여 주기 위한 대책이라면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대책은 강력하되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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