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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청소년계→과 승격… 성범죄 전담 인력 보강

    정부가 성폭력 등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및 보호관찰 인력 1707명을 보강한다. 또 성폭력 우범자가 많은 지역의 101개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계를 ‘과’로 승격한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의 경찰청·법무부 직제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청은 경찰관 1386명을 우선 충원한다. 특히 여성청소년과로 승격되는 경찰서는 성폭력·학교폭력을 전담할 경찰관이 15명 안팎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른 경찰서에는 전담반·팀이 운영된다. 법무부는 성폭력 범죄자 등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24시간 위치추적과 면담 업무를 맡는 보호관찰인력을 321명 더 늘린다. 167명이 우선 충원되고 나머지 154명은 내년 초 보강된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시론]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무엇이 문제인가/장원경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조교수

    [시론]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무엇이 문제인가/장원경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조교수

    1990년대 후반, 유명인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주는 KBS의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는 그 유명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방송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방송 중 그 유명인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공개돼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재하여야 할 것인지 여부가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선도·교육하기 위해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일부 교육 관계자들은 학생 당사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와 입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부 기재의 문제는 단순히 찬반을 논의하기에 앞서 학교폭력의 개념에 대한 인식과 그 처리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요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첫째, 학교폭력의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학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조치사항은 일종의 범죄 경력으로 인식될 수 있다. 즉,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에는 상대방에게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의 ‘폭력’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어 ‘학교폭력=범죄’라는 등식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이 모두 범죄 내지 범죄에 준하는 행위인가? 현재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학생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서 폭력의 정도가 아니라 폭력의 발생 장소와 대상에 의하여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장난을 치다가 친구 옆구리 한 번 찌른 행위’에서부터 ‘급우를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괴롭힌 행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의 개념에 포섭돼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모두 학생부에 기재한다면, 이는 전과가 아닌 사실조차 전과처럼 인식돼 억울한 ‘전과자’를 만들어내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야기할 것이고, 과도한 제재의 낙인효과로 인해 새로운 비행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행의 예방을 위하여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그 대상이 되는 가해행위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세분화하여 명확히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학교폭력 처리절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의하면 학교폭력이 신고 접수되면 교감, 전문상담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 먼저 사안을 조사한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자치위원회에서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장은 자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의결 사항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현재 논란이 되는 것은 자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할지 여부이므로 먼저 ‘자치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치위원회는 학폭법 제13조에 따라 위원장 1인을 포함하여 5인 이상 1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전체위원의 과반수는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된 학부모 대표여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포함한 다수가 수긍하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 결정 내용의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치위원회 구성의 절차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사안을 객관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필수적으로 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논란은 필요충분 조건이다. 그러나 그 논란이 얼마나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이다.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있으므로 그에 관한 단순한 찬반 논란에서 벗어나 학교폭력에 대해 세분화되고 명확한 개념 정의와 시스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의 초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 응답률 압박에 ‘학폭’ 가해·피해자 한 교실 조사

    지난달 일선 학교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실태 2차 전수조사가 상당수 학교에서 사실상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등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사방법에 대한 뚜렷한 지침 없이 응답률만 높이라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의 압박 때문에 당초 취지보다는 형식에만 급급한 본말전도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 초 1차 조사에 이어 이번에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 전국 초·중·고교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한 달 일정으로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생 558만여명을 대상으로 2차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25억원을 들여 우편으로 1차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응답률이 25% 수준에 머무르면서 예산낭비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설문조사를 학기 중에 온라인으로 진행하도록 방식을 변경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교과부의 의도와 전혀 다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는 익명성 보장을 위해 실명 대신 인증번호를 받아 설문에 참여하도록 했지만,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수업시간에 일괄적으로 설문을 실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학생들이 집에 있는 컴퓨터 등에서 하라고 하면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최모(33·여)씨는 “컴퓨터 활동 시간에 교내 컴퓨터실에서 각반이 돌아가면서 설문조사를 했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응답률을 높이라며 내놓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경기지역 고등학교 교사 박모(36)씨도 “학생들이 서로 의논해 설문한 내용을 공유하거나 옆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알아서들 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뒤섞여 한방에서 조사를 받다 보니 학교폭력 사실을 털어놓기가 1차 조사 때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정모(14)군은 “폭력을 휘두르는 애들이 옆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굳이 신고를 해서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털어놨다. 일부 교육청은 “학교별로 응답률이 일정 수준을 넘도록 하라.”며 목표치를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지역의 한 지역교육청은 지난달 지역 학교장과 생활지도 교사 40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반드시 재학생의 20% 이상이 설문에 참여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교과부가 ‘예방효과’를 내겠다며 설문조사 과정에 포함시킨 동영상 콘텐츠 역시 외면받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신모(12)군은 “개그맨이 나오는 동영상을 보기는 봤는데 다들 식상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설문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자체적으로 교과부 지시를 어기고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전북교육청은 관내 773개 학교 21만여명의 학생들에게 온라인조사 대신 서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과부가 만든 설문지를 사용하지만 가정통신문 형식으로 나눠 준 뒤 집에서 작성해 학교에 배치된 수거함을 통해 회수하는 식이다. 또 표집학교 90개교를 선정해 교육청 관계자가 학교로 찾아가 직접 설문을 실시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가정의 컴퓨터를 활용해 참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학생이 인터넷 사용을 못하거나 컴퓨터가 없는 경우 학교 도서실, 컴퓨터 실습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안내하고 있다.”면서 “원활한 조사를 위해 학교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강제로 단체설문을 실시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명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2000년 역사 한학기에 공부 끝내라니”

    한 학기에 배울 과목 수를 줄여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덜어 준다는 취지로 지난해 중·고등학교에 도입된 집중이수제 때문에 학생들이 녹초가 되고 있다. 2년에 걸쳐 배울 과목들을 한 학기에 몰아 배우면서 학습 부담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학기당 배우는 과목 수를 줄인 대신 학습 강도는 오히려 높아진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대안을 모색하지 않은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사회교사가 국사 가르치기도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집중이수제 개편안을 내놓은 뒤에도 학교 현장의 혼란은 심화되고 있다. 교과부는 예체능 과목을 한 학기에 몰아 배우는 것이 현재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추진 중인 인성교육 강화 방침과 상반된다는 비판에 음악·미술·체육 과목은 제외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내놓았다. 예체능 과목 대신 사회·역사·도덕 등 다른 과목이 집중이수 대상이 되면서 부작용은 여전하다. 서울 A중학교 역사 교사 김모씨는 한 주에 5시간씩 수업을 진행해 한 학기에 과정을 끝내고 있다. 그는 “토론식 수업은 고사하고 책을 읽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도록 하고 핵심만 짚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간·기말고사 시험범위가 각각 1000년씩이나 돼 학생들의 항의가 많지만 달래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어·영어·수학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주요 입시 과목은 3년에 걸쳐 가르치지만 수능과 직접 연관이 없는 실용영어 등은 한 학기에 몰아서 끝내는 경우도 많다. 영어1과 실용영어를 일주일에 세 시간씩 나눠서 가르치던 경기도 D고는 지난 학기부터 일주일에 여섯 시간씩 실용영어만 배운다. 학생들도 학업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많다. 대구 B고등학교에 다니는 정모군은 “고시 공부도 아니고 정해진 과목을 ‘끝내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제도”라며 “국·영·수는 사정이 그나마 낫지만 나머지 과목은 완전히 장식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집중이수제 때문에 학교 운영도 파행으로 이뤄지는 일이 흔하다. 교사 수는 부족하고 수업시수는 많아 집중이수 과목에 다른 과목의 교사를 동원하는 일이 빈번하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 1학기 2년에 걸쳐 배워야 할 국사 과목을 일주일에 5시간씩 한 학기에 끝내도록 하면서 일반사회 과목 담당 교사에게 국사 수업을 맡겼다. 해당 교사는 익숙하지 않은 국사 수업까지 하느라 국사 교사에게 수업방법 등을 물어 가며 겨우 한 학기를 끝마쳤다. ●“땜질 처방 아닌 자체 재검토를” 교과부는 ‘보완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예체능 과목을 제외해 사실상 한 학기에 10~11과목을 배우게 되기 때문에 전처럼 일부 과목만 지나치게 집중해 배우는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성호 전교조 정책국장은 “그동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체육이나 교양 과목을 한 학기 8과목 제한에서 예외로 규정하는 식으로 대응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집중이수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대교협 “올 수시에 학적·출결 사항만 반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10일부터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됨에 따라 올 대입에서 학교폭력 관련 인성평가를 반영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교협은 “올해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한해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반영할 것”이라면서 “면접 등에서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반성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되면 이 점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가해사실 미기재 고교 명단은 14일부터 각 대학이 공유해 수시 전형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 수시모집 전형에서는 지난 7일까지 기재해야 하는 학적 및 출결사항은 반영하되 오는 12월 1일 마감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사항은 반영하지 않는다. 한편 전남교육청은 이날 교과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입장을 반영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할 경우 기록을 잠정 보류한 뒤 일정 기간 가해학생의 태도와 행동을 관찰, 개선됐다는 판단이 들면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교과부 vs 교육청 최근 2년간 11건… 소송에 날샌다

    교과부 vs 교육청 최근 2년간 11건… 소송에 날샌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반발하면서 촉발된 교과부와 일부 시도교육청 간 대립은 양상만 더 심화됐을 뿐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간 법적 공방은 2009년 교과부가 김상곤 경기교육감에게 시국선언 교사 중징계 의결 요구를 이행하라는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교과부가 연관된 소송(행정심판)은 지난 7월 말 현재 41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난 2년간 교과부와 서울·경기·전북·전남 교육청 사이에 벌어진 행정소송만 11건이다. 교원평가, 학생인권 조례 등을 놓고 빚어진 교육당국 간 신경전은 최근 들어서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문제로 최고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29일 학생부 기재 보류에 대해 교과부가 내린 시정명령 및 직권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며 대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전북교육청도 지난 4일 같은 취지의 소송을 냈다. 강원교육청도 합류할 계획이다. 이들은 “학생부는 학사에 관한 것으로 교육감의 자치사무에 해당하며 교육감 자치사무에 대한 교과부의 시정명령이나 직권취소 등은 지방자치법 제169조 1항에 따라 법령 위반 사항일 경우에만 가능한데 교과부의 처분은 이 같은 근거 법령에 저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 측은 “상위 법령에 근거한 훈령은 법규성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교과부 훈령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교육 당국 간 송사는 교육발전을 위해 ‘필요악’일 수 있다. 하지만 두 기관 다툼에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학부모인 만큼 혼란은 하루빨리 수습해야 한다. 과거 서울시교육청이 공포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시교육청과 교과부 간의 법정 공방이 아무런 실익도 없이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교과부는 올해 초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내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는 인권조례 공포를 강행하자 학칙으로 이를 규제할 수 있도록 상위법을 바꿨다. 두 기관 다툼에 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지침이 매일같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은 두발이나 복장 단속 여부를 시교육청에 문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불과 반 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학생인권조례 논란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교과부와 시교육청의 힘겨루기에 학교 현장만 놀아난 셈이다. 교육 당국 간 갈등의 이면에는 교육감 직선제가 놓여 있다. 중등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선출직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중앙정부의 교육노선이 다를 경우, 충돌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교육감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하지만, 정부는 어떻게든 이에 개입하고 싶어 한다.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17개 사무를 관장하는 교육감은 예산안의 편성·제출, 인사, 학교나 교육기관의 설치·이전·폐지 등 사실상 지역 교육에 대한 모든 권한을 쥐고 있어 해당 지역의 교육정책을 좌우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에서 가장 큰 관심사인 대입 관련 정책은 교과부가 주무른다. 대입은 중·고등 교육과정과 별개일 수 없는 만큼 애당초 교육 자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상보육 등 정부 차원의 예산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교과부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교육자치에 필요한 돈줄의 핵심인 지방재정교부금 역시 교과부가 나눠 준다. 굳이 전력 비교를 하자면 결정할 수 있는 가짓수는 교육감이 많지만, 정책의 힘은 교과부가 센 난형난제의 형국이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충돌을 계기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목소리 가운데 하나는 갈등의 소지가 있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지자체장과 러닝메이트로 선출하자는 주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월 교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 전체 응답자의 56.3%가 ‘직선제는 유지돼야 하지만 교원, 학부모 등 교육 관련 종사자만 참여하는 축소된 직선제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현재의 ‘주민 직선제’ 선호 비율은 23.5%에 그쳤다. 하지만 교육자치제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선거공영제 등 부분적인 보완은 하더라도 직선제 자체는 그대로 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와 함께 광역시도 단체장과 교육감 러닝메이트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제도는 단체장과 교육감이 지역 교육을 긴밀하게 협의해 원활하게 추진하는 법·행정·재정적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앙정부의 교육기조와 이념이 다를 경우에는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법을 대부분 준용한 지방교육자치법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를 관장하는 자치 단체장과 교육 분야에 특화된 교육감은 역할이나 정책 방향은 물론 중앙정부와의 갈등양상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법으로 명확하게 권한의 범위와 영역을 정해 주고, 교육 분야에 맞게 각종 조항들이 만들어진다면 최소한 법리해석의 차이로 벌어지는 소모적인 대립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뉴스&분석] 학생 ‘인질’로 싸우는 교육자님들

    [뉴스&분석] 학생 ‘인질’로 싸우는 교육자님들

    학생, 학부모가 불안에 떨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시도 교육청 간 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때문이다. 교육 당국이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 교원평가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할 땐 교육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학교폭력 가해문제를 대학입시에 반영하겠다는 교과부 방침에 일부 진보 교육감들이 반기를 들면서 학생, 학부모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앞으로도 재현될 가능성이 많다. 교육감 주민 직선제 도입 이후 독자적인 중등교육 정책을 펴려는 교육감과 중앙정부의 교육철학이 다를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다. 교과부와 시도 교육감의 소통 활성화에서부터 교육감 직선제 제도보완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 문제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009년 교육감 주민 직선제 도입 이후 교과부가 벌이는 소송(행정심판)은 지난 7월 말 현재 41건에 이른다. 이 중 지난 2년간 교과부와 서울·경기·전북·전남교육청 사이에 벌어진 행정소송만 11건이다. 1949년 교육감 제도가 처음 도입된 뒤 임명제·교육위원회 간선제·학교운영위원회 간선제 등을 거치는 60여년간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소송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진보성향 교육감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무시하는 정부와 정부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진보성향 교육감이 정면충돌한 결과다. 학생인권조례, 특별채용 교사 임용거부, 시국선언 참여교사 징계, 교원평가,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등 보혁 간의 시각차는 100%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교육 당국 간 정면충돌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학생과 학부모다. 2013학년도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는 믿을 구석이 없다. 대학들이 교과부에서 학교폭력 미기재 학교의 명단을 받아 이들 고교 출신 수험생을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말은 이 학생들을 ‘취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반면 학교폭력 여부를 기재하는 대다수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일부 학교의 기재 거부로 인해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혹시나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주요 사립대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20대1을 훌쩍 넘는다. 서류의 오·탈자 하나에도 민감한 상황에서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교폭력 기재 논란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핵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직선 교육감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교과부장관 간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10일 학교폭력 가해 사실 등을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을 도교육청 이름으로 국회에 공개청원했다.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가 학생들의 인권침해이며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문제는 전적으로 교육감들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학교와 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난감할 따름이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옷 벗겨진채 바닥에…인터넷에 충격 사진, 경찰 ‘학교폭력’ 수사

    옷 벗겨진채 바닥에…인터넷에 충격 사진, 경찰 ‘학교폭력’ 수사

    한 남학생이 옷이 벗겨진 채 교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진이 인터넷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9일 낮 12시 35분쯤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게시판에는 ‘루리웹의 흔한 미친XX’라는 제목으로 사진 3장과 간단한 사진 설명이 올라왔다. 사진 속 남학생은 상의가 완전히 벗겨지고 속옷을 포함한 하의는 허벅지 부위까지 내려온 채 교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다른 학생들이 주의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사진을 설명하는 글에는 ‘친구들이 자기네 반에 들어오는 애 아무나 잡아서 XXXX(때리자고) 했음. 기다리던 중 만만해 보이는 뚱땡이 한 놈이 들어온 거임. 그래서 포획을 하는데 그 뚱땡이가 XX(몹시) 반항을 함. 그래서 XX(화난) 애들이 그냥 홀랑 벗겨버림’이라 적혀 있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게시물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학교폭력이지만 학생들이 장난으로 연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경위를 조사해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학교폭력 해답은 처벌 강화가 가장 효과적”

    우리 국민은 학교폭력의 가장 큰 원인을 가정교육이 약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6~8월 범정부 정책소통 온라인 포털인 국민신문고의 정책토론방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1170명 가운데 20.3%는 ‘가정교육 부재와 기능약화’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17.6%)을 꼽았고, 이어 ‘학교의 대처능력 미흡 및 권한 부족’(13.8%), ‘인성교육 부족’(13.1%), ‘인터넷, 게임 등 폭력적 사회환경’(10.2%) 등의 순이었다.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는 ‘불관용 원칙에 입각한 가해자에 대한 징계 강화’(54.4%)를 꼽은 이가 절반을 넘었다. 반면 ‘가해자에 대한 교육적 선도역할 강화’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이 해결책이라고 답한 사람은 31%와 14.6%로 각각 조사됐다. 온라인에서 함께 진행한 정책토론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권익위 관계자는 “강력한 제재를 고지함으로써 학교폭력을 미리 차단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하며, 학교마다 전담 경찰공무원을 상주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535건이었던 관련 민원은 올 상반기 1421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편 최근 이슈로 떠오른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 논란과 관련, 국민신문고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온라인 추가토론도 진행되고 있다. 권익위는 “국민신문고에서의 설문조사와 정책토론으로 수렴된 여론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대학들 ‘學暴 미기재 학교’ 학생 심층면접 한다

    각급 대학들이 2013학년도 입학전형에서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고교 출신 학생들에 대해 별도로 학교 폭력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로 했다.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 등에 관련 사실을 누락했거나 조작한 것이 확인되면 입학을 취소할 방침이다. 일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들어 일선 학교에 학교 폭력 미기재 또는 삭제를 지시한 만큼 입시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심층면접 등 간접적인 확인 수단밖에 없어 예상되는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7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교 폭력 미기재 학교의 명단을 받아 이들 고교 출신 수험생들에 대해서는 면접 등을 통해 학교 폭력 관련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합격 후에 가해 사실 은폐 등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입학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이날 현재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은 고교는 경기 6곳, 전북 16곳 등 모두 22곳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날 경기 1개교, 전북 18개교에 비해 경기는 5곳이 늘고, 전북은 2곳이 줄었다. 교과부는 이 학교들에 늦어도 13일까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기재하라고 설득할 예정이다. 올해 인성평가를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대학들은 학생부에 기초한 인성평가에서 학교 폭력 미기재 고교 출신 수험생에게는 면접 시간을 추가로 할애해 폭력 관련 여부 등을 따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 합격 후에도 집중적으로 서류 검증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 우려되는 부작용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교 폭력에 연루된 미기재 학교 학생이 합격할 경우 엉뚱한 학생이 불합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학 이후에는 이런 사실이 드러나 합격이 취소되더라도 충원이 불가능해 피해 학생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 한편 교과부는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지난 6일 고3 학생부를 대학에 제공할 때 학교 폭력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과 관련, 이날 일선 고교에 ‘교육감 지시는 무효’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또 특별감사반을 통해 경기도에서 학교 폭력이 발생한 103개 학교의 학생부 기재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교육계, ‘학교폭력’ 기재 혼란 조속히 정리하라

    학교폭력을 학생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을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침에 진보진영 교육감들이 반기를 들고 있는 가운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엊그제 회의를 소집해 학생부를 대학에 제공할 때 학교폭력 사실을 삭제하라고 관내 일선 고교에 명령을 내렸다. 교과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전교조 전남지부 간부 4명도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전남도 교육감 부속실을 점거해 이틀째 농성을 벌였다. 이러다 학교폭력 해결은 고사하고 교육계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이전투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갈등은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촉발됐다. 인권위는 학교폭력 기재는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으니 보완책을 마련하라며 권고안을 제시했으나, 교과부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며 권고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 대구 등 보수성향의 교육감들은 교과부 방침을 수용했으나 경기, 강원, 전북, 서울 등 4개 교육청은 학교폭력 기재를 거부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교과부가 학교폭력 미기재 교장, 교감에 대한 징계 등 강경방침을 밝히면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나 경기도교육청과 전교조 전남지부가 실력행사에 나서 다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에 대한 옳고 그름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교육 측면에서 낙인을 찍는다는 진보진영의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으나,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학부모들이 겪는 엄청난 고통을 생각하면 학생부 기재가 불가피하다는 교과부 입장에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양측이 학교폭력 방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만큼 서로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절충책이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일례로 교과부가 학교폭력 학교의 명단을 대학 측에 제시해 혼란을 종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작은 갈등 풀어내니 큰 시비로 번지지 않아요”

    “작은 갈등 풀어내니 큰 시비로 번지지 않아요”

    학교폭력이나 묻지마 충동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학교현장에서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과 바른 인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도덕 교과서를 읽으며 바른생활을 배우는 대신 수업시간에 반 친구의 고민을 듣고 직접 상담해 주는 시간을 갖거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말하기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인천시교육청과 함께 개발한 국어·도덕·사회과목 ‘프로젝트형 인성교육 교재’를 지난 7월 전국 초·중·고교에 보급하고 활동과 체험 중심의 실천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과부가 지정한 ‘인성교육 실천주간’ 나흘째인 6일 서울시내 각급 학교에서 이러한 체험중심의 인성교육 수업이 공개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년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창덕여중 3학년 1반 교실에서는 6개의 ‘창덕 자치법정’이 열렸다. 학교생활 중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갈등상황을 대화로 풀어가는 조정절차를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이었다. 수업을 진행한 임윤희 교사는 “작은 시비가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상대방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해 보자.”며 학생들을 독려했다. 임 교사는 20분의 시간을 주고 갈등상황 설정부터 토론, 합의문 작성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의 손에 맡겼다. 학생들은 실제 상황처럼 목소리를 높여 친구를 변호했고, 진지하게 상대방의 말을 경청했다. 6조는 김유빈(15)양이 자신을 놀리는 것에 화가 나 짝꿍 정혜원(15)양을 때린 것으로 상황을 설정했다. 조정위원을 맡은 문주희(15)양은 “각자 서로의 불만을 얘기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세요.”라며 사뭇 진지하게 대화를 이끈다. 먼저 발언에 나선 김양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너무 놀려 화가 났다.”고 말하자 정양은 “처음부터 싫다고 했으면 됐을걸 갑자기 때려서 황당했다.”고 답했다. 공방이 계속되자 같은 조 김예지(15)양은 “듣는 이가 기분 나쁘지 않게 좋은 별명을 지어주자.”고 제안했고 학생들도 동의했다. 다른 조들도 친구의 지갑을 훔쳤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 외모를 비하해 말다툼을 한 경우 등 가상의 갈등을 모두 무난히 해결했다. 임 교사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화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이 인성교육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강남구 대모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도 생소한 국어수업을 받고 있었다. 교과서를 읽는 대신 어른을 공경하는 말을 배웠다. 옆 교실에서 진행된 사회수업에서는 그동안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친구의 장점 말하기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에 낯설어하던 학생들도 이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기본적인 인성을 도외시한 채 단편적인 지식만 강조하는 교육풍토가 학교폭력이라는 부작용을 낳아 많은 학생들에게 불행을 안겨줬다.”면서 “학생들이 일상 속 갈등을 해결해가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인성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학폭 학생부 기재 삭제하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 3학년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각 대학에 제공할 때 학교폭력 내용을 삭제하도록 일선 고교에 명령했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대해 진보성향 교육감들과 일부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가장 강도 높은 조치라는 점에서 교과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 교육감은 6일 오후 25개 관내 지역교육청의 교육장 및 학생부 업무 담당자, 학교폭력 관련 3학년생이 있는 103개 고교 교장을 교육청으로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육감은 인권침해 논란 등 학생부 기재 보류 방침 배경을 강조하고, 올 대학입시와 관련해 고3 학생들의 학생부를 대학에 제공할 경우 학교폭력 내용을 기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현재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기재하지 않는 경기도 고교는 한 곳뿐이지만, 김 교육감은 이미 학생부에 기재된 고3 학생들의 학교폭력 내용도 삭제한 뒤 각 대학에 제공하도록 했다. 도교육청 측은 “학생부가 외부에 활용될 경우 교육감이 학생부에 대한 지도 감독을 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 제30조 6항과 7항에 근거한 사실상의 명령”이라고 설명했다. 올 입시에서 상당수 대학들이 학교폭력 등 인성사항을 전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학생부를 입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학교장이 7일까지 승인해야 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대구 고교생 자살’ 가해 학생도 실형

    대구 고등학생 자살사건 가해 학생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말 발생한 대구 중학생 자살 가해학생 2명의 징역형 선고에 이어 대구지법에서만 2번째 실형이다. 법원이 학교폭력에 대해 법 적용을 엄격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가해자들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각각 장기 3년에 단기 2년 6월, 장기 2년 6월에 단기 2년의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다.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양지정 판사는 5일 동기생을 괴롭혀 자살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교생 김모(15·고1)군에 대해 장기 2년 6월에 단기 2년을 선고했다. 양 판사는 “김군이 어린 학생이고 비행 전력은 없지만 피해자와 싸움으로 상하관계가 형성되자 이를 이용해 일상적으로 폭력과 욕설을 행사하고, 이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③ 실천 없는 대책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③ 실천 없는 대책

    지난달 30일 A(7)양을 처음 본 전남 나주병원 외과의사는 깜짝 놀랐다. 분명 복막염이라고 들었는데 아이는 한눈에 봐도 그게 아니었다. 왼쪽 뺨엔 물린 자국이 있었고, 등과 목에 붉게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하혈도 많이 한 상태였다. 의사는 전남대병원으로 옮기자고 권유했지만, 딸이 당한 범죄에 놀라 있던 부모는 불안해서 움직일 수 없다고 버텼다. 어른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사이 A양은 진통제도 없이 고통에 떨었다. 아동 성폭력 전문기관인 전남해바라기센터에서 나온 상담원은 불안에 떨고 있는 A양과 가족을 보호할 노하우가 부족했다. 정신적 충격을 입은 피해 아동에 대한 초기 대응 차원에서 소아정신과 의사를 불러야 했다는 지적에도, 어머니를 왜 진정시키지 않았느냐는 질타에도 상담원은 아무렇지 않게 “왜요?”라고만 했다. 4년 전 조두순 사건 때 ‘나영이’(가명·당시 8세)를 치료했던 신의진(소아정신과 전문의) 새누리당 의원이 전한 나주 성폭행 피해 아동의 초기 치료상황이다. 국내 대표적인 아동성폭력 전문센터조차 이럴진대 다른 곳은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해바라기센터는 2008년 경기 안양 초등생 살인 사건이 터진 뒤 80억원을 들여 기존 3곳에서 전국 15곳(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포함)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겉만 번지르르했지 알맹이는 빈약했다. 신 의원은 “정부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않고 보여 주기식으로 만들다 보니 서비스 수준이 하향평준화됐고 결국 이런 사태가 왔다.”고 지적했다. 잔혹한 범죄로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정부는 발빠르게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해바라기센터의 사례가 말해 주듯 실천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의 종합대책보다는 정치권과 여론에 떠밀려 전시형으로 일관해 온 탓이다. ‘나주 고종석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경찰은 지난 3일 성폭력·강력범죄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찰청을 기습 방문했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는 시각이 많다. 새달 3일까지 전국 경찰관서에 성폭력 예방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우범자 전담관리 인력 793명도 충원하는 게 골자다. 아동포르노대책팀, 성폭력수사 특별팀도 새로 만들 방침이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근무 강도만 높였을 뿐 인력 증원이나 예산배정 등 근본적인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자율방범대·아동안전지킴이·학교보안관 등 협조 가능한 단체들과 합동 순찰에 나서는 것이나 지하철역·아파트 등 자체 방범시스템을 둔 곳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기로 한 것도 현장 인력이 부족한 데서 나온 고육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 들어서 이미 학교폭력전담팀, 주폭(酒暴·음주폭력)전담팀이 생긴 마당에 성폭력 전담팀까지 만든다는 계획에 일선 경찰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한 일선 형사는 “추가적인 인력·예산 지원 없이 내놓은 ‘묻지마 대응책’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치안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야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민생치안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개정 법률안들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자의 신상을 경찰과 보호관찰소가 긴밀히 공유해 우범자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국회 때문에 실천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초중고 ‘인성교육 실천주간’ 운영 學暴 근절

    앞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매 학기 초 ‘인성교육 실천주간’이 운영된다. 인성교육 실천 우수 학교는 ‘어울림학교’로 선정해 다른 학교들의 롤모델이 되도록 한다.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핵심대책으로 꼽아온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본격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정부는 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213개 민간단체 연합체인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과 공동으로 중장기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인성교육 비전과 4대 추진전략·12대 세부실천과제를 확정했다. 우선 정부는 우수 인성교육 모델로 어울림학교 50개교를 선정해 학교당 2000만원씩을 지원하고 매 학기 ‘인성교육 실천주간’을 운영해 인성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기로 했다. 또 국가 수준에서 사회성·감성 학습 프로그램을 인증·보급하는 미국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민간주도의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증 시스템 및 ‘인성교육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상시 컨설팅 지원단’을 운영, 단위학교가 적기에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은 이날 ‘비전 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실련은 청소년 인성교육을 범사회적으로 확산시킨다는 목표로 지난달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천주교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등 종교계, 한국교총 등 교육계, 굿네이버스 등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해 발족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교육청 평가, 학교폭력 예방 비중 확대”… 교과부 ‘고삐’

    내년부터 전국 각 시도 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성과가 교육청 평가에 새롭게 반영된다. 인성교육 실적에 대한 평가도 강화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일 ‘2013년 시도교육청 평가계획’을 발표하고 각 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노력을 평가하는 지표를 새롭게 추가했다고 밝혔다. 각 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 실적은 올해까지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이라는 평가지표에 포함됐지만 내년부터는 정확한 예방성과와 근절실적을 평가하기 위해 개별 지표로 추가됐다. 배점은 100점 만점에 15점으로 전체 평가지표 가운데 가장 높다. 교과부는 또 인성교육 실천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예체능 교과 수업시수 비율이 3점, 체육·예술교육 등 활성화 4점,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 3점을 각각 배정했다. 이로써 올해까지 10점이었던 인성교육 및 학교폭력 예방·근절 관련 지표는 내년부터 25점으로 크게 늘어난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교육청의 책무성을 강조하기 위해 평가지표를 새롭게 만들고 배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각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선정하는 정책과제에 대한 정성평가 비율이 기존 10점에서 15점으로 늘고 장애인 의무고용 실적도 새로운 지표로 추가해 2점을 배정했다. 동시에 기초학력 미달 비율 지표 배점은 7점에서 5점으로, 학부모 만족도 지표 배점은 8점에서 6점으로 하향조정됐다. 시도 교육청 평가는 내년 3~6월 중 실시돼 7월쯤 발표된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학교폭력 기재 이주호 탄핵·형사고발”… 진보측 ‘반기’

    진보진영이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탄핵과 검찰 고발 등 법적 공세도 시작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조치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3일 “학교폭력 사실의 학생부 기재 방침을 거부한 전북교육청에 대한 교과부의 특별감사는 감사를 빙자한 폭력”이라면서 “이 장관을 상대로 탄핵 추진 등 법적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법률로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현행 법률 어디에도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는 만큼 법치국가의 원칙을 유린한 행위”라고 탄핵 사유를 설명했다. 김 교육감은 이런 내용을 4일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려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진보성향 교육감이 재직 중인 서울시교육청·경기교육청·강원교육청 등은 이번 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교과부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수성향 교육감들이 다수인 데다 이들이 대부분 교과부 방침을 지지하고 있어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 성향 단체 11곳은 교과부가 상위법 근거 없이 학생 기본권과 교육감의 지도·감독 권한을 침해한다며 4일 이주호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 법학연구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 지침은 공·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제6조를 위반하며, 초중등교육법 제25조에서 열거하는 학교생활기록 대상 자료의 범위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여전히 타협은 없다는 입장이다. 3일 오후 6시 현재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은 학교는 경기 1곳·강원 5곳·전북 18곳 등 2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일 경기 4곳·강원 10곳·전북 19곳 등 33곳에 비해 9곳이 감소한 것이다. 앞서 교과부는 학생부 기재 기준일인 지난달 31일까지 학교폭력을 기재하지 않은 학교 37곳에 3일까지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교장·교감·해당교사를 징계하겠다는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 교과부 측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으로 학생부 정보가 최종 넘겨지는 7일까지는 일단 설득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전북 등 37개 고교,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거부

    경기·강원·전북지역의 37개 고등학교가 올해 대입 수시전형에 활용되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기한인 지난달 31일까지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재를 끝내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종 기한을 3일까지로 연장하고 기재하지 않을 시에는 해당학교 교장과 교감을 징계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경기 6곳, 강원 12곳, 전북 19곳 등 37개 고교에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법령 위반으로 교장과 교감, 해당 교사를 징계하겠다고 2일 밝혔다. 교과부는 당초 지난달 31일까지 담당교사가 학생부 기재를 마치면 학교장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승인을 거쳐 14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 탑재할 계획이었다. 각 대학은 나이스를 통해 각 지원자의 학생부를 내려받아 입시에 활용할 수 있다. 교과부는 37개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를 거부 또는 보류한 교육감의 지시는 교과부 장관 직권취소로 효력이 상실됐다.”고 통보하고 3일까지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공문은 3일까지도 기재하지 않으면 교과부 장관의 권한으로 교장의 중임을 제한하고 교감의 경우 교장 승진임용을 막겠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수시전형이 시작되면서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재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징계권한이 교육감에 있는 교사에 대해서는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에 맞서 학생부 기재 보류를 지시했던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27일 교과부가 직권취소와 시정명령을 내리자 곧이어 29일 대법원에 해당 조치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을 내는 등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도교육청은 “교과부의 시정명령이나 직권취소는 법령위반일 경우에만 가능하다.”면서 “교과부가 학교폭력을 기재하라는 근거는 법령이 아니라 학교생활기록 작성 관리지침이라는 훈령이기 때문에 교과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교가 끝내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재를 거부하자 올해 입시에서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대학들은 난감한 입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학교폭력을 기재하지 않은 학교명단을 교과부에 요구해 해당고교 출신 지원자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가해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대학들은 “학교폭력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생부에 기록돼있지 않는 이상 학생 개개인에 대해 학교폭력 가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면접이나 평가를 통해 학교폭력 여부를 반영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학교폭력에 딸 잃었는데 가해자父 전화 협박까지

    학교폭력에 시달린 끝에 딸을 잃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딸을 가해자로 신고했다며 피해자 부모를 협박한 40대 아버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안복열 판사는 지난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 김모(당시 14세)양 아버지의 직장에 협박전화를 건 혐의로 기소된 박모(49)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3월 이후 약 8개월간 학교에서 친구에게 집단 따돌림과 폭행을 당해 오던 김양은 같은 해 11월 수면제를 먹고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유서에는 “그래 내 편은 아무도 없어. 나만 죽으면 다 끝이야.”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박씨의 딸 등 자신을 괴롭힌 동급생 6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유서를 본 김양의 부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김양은 박씨의 딸 등 유서 속 친구들에게 수시로 폭행을 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자신의 딸이 가해자로 지목돼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박씨는 지난해 12월 김씨의 직장에 전화를 걸었다. 박씨는 전화를 받은 여직원에게 “오늘 밤 뒷목 조심하라고 전해.”라고 협박했다. 당시 검찰은 박씨에 대해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안 판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을 정식재판에 넘겼다. 법원 관계자는 “보통 협박죄 벌금은 100만~200만원인데 이번 사건은 딸의 자살로 절박한 상황에 빠진 부모를 위협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죄질을 더 나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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