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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난히 메말랐던 그해 봄…북극 오존층에 답 있었다

    유난히 메말랐던 그해 봄…북극 오존층에 답 있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보다는 오존층 파괴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스프레이처럼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는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자는 캠페인도 많았는데 최근엔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오존층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오존층은 고도 15~30㎞의 성층권에 분포돼 있으며 태양의 유해 자외선을 흡수해 지구상 생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오존층이 파괴되면 자외선에 직접 노출돼 피부암, 백내장 같은 질병에 쉽게 걸린다. 식물이나 플랑크톤 성장을 저해해 먹이사슬도 파괴될 수 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은 프레온가스로 불리며 에어컨이나 냉장고 냉매로 주로 사용됐던 염화불화탄소(CFC)다. 1987년 1월 국제사회가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해 CFC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한 이후 대기 중 CFC 농도는 줄고 있는 추세다. 남극 상공에 있는 최대 2600만㎢ 크기의 오존 구멍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지역의 오존층에 주로 관심을 가졌을 뿐 북극 상공의 상황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ETH), 스위스 연방 해양과학기술연구소, 로잔대, 취리히 응용과학대(ZHAW), 미국 프린스턴대, 프린스턴 대기해양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인간이 배출한 오존 파괴 기체가 남극뿐만 아니라 북극 상공에서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연구팀은 오존 파괴 기체는 북반구 기온과 강우 패턴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산화탄소, 메탄 같은 온실가스는 날씨의 장기적 패턴인 기후를 변화시키고 오존 파괴 가스는 중·단기적 날씨를 바꾸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7월 8일자에 실렸다. 기후학계에서는 오존층 파괴가 날씨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이에 연구팀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북반구 지역 대기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북극 상공의 오존층 변화와 이로 인한 날씨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북극 지역 오존층 두께가 상당히 얇아진 2011년과 2020년의 봄 중부 유럽과 북유럽, 러시아, 스위스에서는 역대 가장 포근하고 비가 없는 건조한 날씨를 보인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연구팀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쓰는 여러 기후 예측 시뮬레이션에 오존층 두께를 변화시키면서 북극 소용돌이 강도, 날씨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오존층이 얇아지면 성층권이 차가워져 극소용돌이(polar vortex)가 강해지고, 오존층이 정상적인 경우는 자외선을 흡수해 성층권을 데워 극소용돌이 강도를 약화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오존이 북극 주변 온도와 대기 순환에 핵심 역할을 하면서 북반구 날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토마스 페터 ETH 환경시스템과학과 교수(대기화학)는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것은 오존 파괴가 날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사용했지만 모두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페터 교수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CFC의 대기 중 농도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오존층 회복 속도나 상태, 장기적인 기후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지구온난화와 함께 오존층 변화도 지속적으로 관찰·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조선왕실 문화 품은 ‘태실’… 경북·경기·충남, 세계문화유산 꿈꾸다

    조선왕실 문화 품은 ‘태실’… 경북·경기·충남, 세계문화유산 꿈꾸다

    경북 영천의 인종(1515~1545)대왕 태실(胎室)을 비롯한 전국의 조선왕조 태실 유적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역사적·학술적·예술적·기술적 가치도 높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된다. 태실은 옛날 왕실에서 자손이 출산하면 태(탯줄)를 전국 각지 명산의 명당자리에 묻고 조성한 시설로 이른바 ‘장태문화’(藏胎文化)다.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문화다. 가장 오래된 태실 유적은 신라 김유신(595~673)의 태실이며, 왕실의 태실 조성은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정착됐다. 특히 조선왕실의 안녕과 번창을 기원하는 상징물인 태실은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종묘(1995년), 창덕궁(1997년), 조선왕릉(2009년)과 더불어 조선 왕조의 총체적 왕실 문화를 보여 주는 유산으로서 의미를 더한다. 세계유산은 인류를 위해 보호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경북도는 10일 “영천시 청통면 치일리에 있는 ‘조선 제12대 왕 인종대왕 태실’이 이달 중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년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신청한 이후 3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인종대왕 태실과 장조(사도세자), 순조, 헌종의 태실 풍경을 그린 ‘태봉도’(胎封圖) 3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30일간의 예고 기간 의견을 듣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이 확정될 예정이다. 인종대왕 태실이 이번에 보물로 지정되면 2018년 3월 충남 서산의 조선 제13대 왕 명종(1534~1567) 태실이 보물(제1976호)로 지정된 이후 두 번째다. 현재 확인된 태실은 182곳이다. 경북 101곳, 경기도 65곳, 충남 16곳 등으로 이 중 24곳이 보물과 사적 등 국가문화재로 지정됐다. 인종대왕 태실은 조선 왕실이 태를 봉송해 태실에 봉안하는 의례에 따라 1521년 처음 설치됐다가 인종이 즉위하면서 1546년 가봉 공사가 완료됐다. 가봉태실은 태실의 주인이 왕위에 오른 후 추가로 화려한 석물로 치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조선 왕실의 태실은 크게 형태에 따라 왕자·왕녀의 태실인 아기태실과 왕의 태실인 가봉태실로 구분된다. 예로부터 태는 태아의 생명력을 부여한 것으로 인정돼 출산한 뒤에도 태를 소중히 보관했다. 특히 왕실에서는 태가 국운과 관련이 있다며 더욱 소중하게 다뤘다. 조선 왕실에서는 아이를 출산하면 남아의 태는 출생 5개월이 되는 날, 여아의 태는 3개월 되는 날 길지에 묻는 게 관례였다. 태실은 보통 받침돌, 태를 넣은 둥근 몸돌, 지붕돌로 이뤄졌다.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경기·충남도와 함께 조선왕조 태실 유적을 세계에 알리고 문화유산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이들 3개 광역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4월 경기 수원에서 첫 회의를 했다. 분기당 1번 이상 모임을 갖는 등 지자체 간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 협의체 구성, 등재 범위 확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재청과의 협력 강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광역단체들이 조선왕조 태실의 세계유산 등재에 힘을 뭉치는 것은 2019년 경북도와 경남·전남·전북·충남도, 대구시 등이 한국 서원 9곳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던 경험을 되살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보자는 경북도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앞서 경북도는 2020년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사적 제444호)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단독으로 추진했으나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되는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문화재위는 조선왕조 장태문화의 특수성은 인정되지만 유일 또는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 탁월한 보편적 가치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북도가 국내 대표적 태실 유적을 보유한 경기·충남도 등과 공동으로 등재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도 등은 왕자나 공주, 왕비 등의 태실 가운데 엄격한 의식과 절차에 따라 설치 관리됐던 조선시대 임금태실을 세계유산으로 우선 등재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광역단체들은 전국 태실 가운데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큰 태실로 ▲세종대왕자 태실 ▲명종대왕 태실 ▲서삼릉 태실 등을 꼽는다. 세종대왕자 태실은 경북 성주 선석산 아래 있는 태봉에 조성됐으며, 세종대왕의 적서 19명의 왕자 중 문종을 제외한 18왕자의 태실 18기와 단종이 원손으로 있을 때 조성된 태실 1기 등 모두 19기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규모와 경관 입지, 학술 가치면에서 차이가 두드러지는 중요한 태실로 평가된다. 명종대왕 태실은 충남 서산 태봉산 정상에 비석 3기와 함께 있다. 이 태실은 1538년 건립돼 500년 가까이 그대로 있다. 실록에 관련 기록도 상세히 남아 있다. 3기의 비는 태실이 건립됐던 해와 명종 즉위 이듬해인 1546년, 숙종 때인 1711년에 제작됐다. 학계는 한국 미술사의 태실 연구자료로서 가치가 높다고 본다. 서삼릉 태실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말 총독부가 태실의 훼손을 막는다는 구실로 전국에 있는 조선 왕의 태 22기와 세자, 대군, 공주의 태 32기 등 총 54기를 경기 고양 조선시대 왕가의 무덤인 서삼릉(희릉, 효릉, 예릉) 경내에 모아 놓은 곳이다. 일제가 백자 태항아리 등 태실 관련 유물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서였다. 일제가 조선왕실의 정신적 지주인 태실의 존엄과 품격을 훼손해 민족정신을 말살하려는 책략으로 저지른 만행이다. 김상철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왕실의 태실 문화가 서양은 물론 인근의 중국, 일본 등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인 만큼 생명 존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구현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서 “앞으로 조선왕조 태실의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문화관광 자원화뿐만 아니라 산업화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나만의 것이 아닌 내 일상, 웹툰·포스터·사진 세 빛깔 공유[청춘기록]

    나만의 것이 아닌 내 일상, 웹툰·포스터·사진 세 빛깔 공유[청춘기록]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이를 상대방과 공유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은 ‘지금 이 순간’을 영상으로, 글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 줬다. 과거에는 비밀 노트에 일기를 쓰고 나만 볼 수 있게 꼭꼭 감췄다면 지금은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알리고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힌트를 얻게 된다. 인스타툰(인스타그램+웹툰), 포스터, 사진을 통해 각각 자신과 타인의 삶을 기록하는 청년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상 인스타툰 안세정씨올해부터 작가로 본격 활동“일기·블로그 경험이 도움” ●내 이야기에 독자들이 스스로를 발견 안세정(24)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인스타툰을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연애, 꿈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인스타툰 작가로 본격 활동하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안씨는 처음부터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인스타툰을 시작한 건 아니라고 했다. 스스로를 위해 일상을 기록했다가 가까운 친구에게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일상 속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게 익숙해졌다고 한다. 안씨는 “저는 ‘제 이야기’를 쓰고 그리는 것뿐인데 사람들이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감정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신기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여서 평소 인상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 장면을 그리는 그림 계정도 갖고 있다고 했다. 안씨 자신의 감정을 기록해 온 일기, 블로그 경험도 인스타툰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인스타툰의 장점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작가와 독자 간 상호작용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특히 안씨의 연애 관련 인스타툰이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댓글을 통해 서로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안씨는 “인스타툰을 통해 감정을 함께 공감하고 이를 교류하는 게 제 삶에 큰 위로와 재미가 됐다”면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일상의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계속 표현하고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마음 포스터’ 기획 한승연씨   기쁠 땐 파랑, 우울할 땐 빨강     “돌아보니 좋은 날들 많아” ●목표금액 45배… 2700만원 펀딩 한승연(31)씨는 2018년 우연히 인터넷에서 색깔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다이어리를 본 뒤 ‘마음 기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이어리에 직접 선을 긋는 방식으로 시작했다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갈아탔다. 앱은 간편하고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다 ‘마음 포스터’를 기획하게 됐다. 마음 포스터는 하루의 기분을 스티커 색을 달리해 붙이는 포스터이다. 기쁘거나 행복할 때는 파란색,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때는 분홍색, 기분이 우울할 때는 빨간색 스티커를 부착하는 식이다. 한씨는 지난해 말 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마음 포스터 기획을 진행했는데 목표 금액의 45배인 2700만원을 모았다. 한씨의 아이디어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 것이다. 한씨의 SNS에는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이 올린 후기가 올라와 있다. 그중에서도 ‘우울한 날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좋은 날들이었다는 걸 포스터를 통해 알 수 있었다’는 후기는 한씨가 인상 깊게 본 후기 중 하나다. 한씨도 처음 마음 기록을 하면서 이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마음 기록을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한씨는 앞으로도 기록하며 느낀 것을 사람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씨는 “사실 저도 마음 기록이 밀릴 때가 있지만 돌아보면서 (그 시간을) 다시 기록하면 더 기억에 남고 나만의 기록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청년 영정 사진가 홍산씨 살아온 길·떠날 시간 떠올려   “죽음, 좀더 유쾌하게 얘기” ●“어쩔 수 없는 일에 주체성 갖기” 특수체육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홍산(28)씨는 청년의 영정사진을 찍는다. 사진 촬영을 주업으로 삼아 돈을 벌던 시절도 있었으나 지금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사진을 원했던 홍씨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 ‘죽음’을 좀더 유쾌하게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에서 영정사진을 찍게 됐다고 했다. 홍씨는 영정사진을 찍는 시간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을 찍는 홍씨나 영정사진 ‘모델’인 청년 모두 그 시간만큼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떠나야 하는 순간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홍씨는 촬영할 때 지시를 많이 하기보다는 모델이 원하는 방식에 주로 맞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모델 자신이 모르는 찰나를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홍씨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의외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생경함과 신선함이 갖는 가치도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죽음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청년이 영정사진을 직접 찍으러 오기까지는 많은 용기와 자극이 필요할 수 있다. 홍씨는 “장례식장에 걸어놓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주체성’을 갖는 행위”라고 말했다. 방송인 유재석, 전 축구선수 안정환 등의 영정사진을 촬영한 그는 앞으로 더 다양한 모델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계획이다. 홍씨는 “사회에서 호명되지 못하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주민정(국어국문학과 3학년)최재원(사회과학계열 1학년) 성대신문 기자
  •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 ‘금의환향’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 ‘금의환향’

    허준이(39·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는 8일 필즈상 수상 뒤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으며 “큰 상을 받아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허 교수는 취재진에 “앞으로 한국 수학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역할이 더 커진 듯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고 기쁘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이달 13일 고등과학원 강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국내 일정을 시작한다. 그는 “부모님과 그다음 주에는 제주도에 놀러 가기로 했다”며 웃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 수학자들은 열심히 공부한 것만큼 최근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젊은 학자들 눈에 도드라진 분들이 많다”며 “나는 그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미국에서 태어난 허 교수는 국적이 미국이지만, 한국 수학자들을 ‘우리나라 수학자들’이라고 부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공항에는 허 교수를 마중하기 위해 고등과학원 관계자들 등 학계 인사들과 허 교수의 배우자, 첫째 아들 허단(7)군 등 가족이 나와 있었다. 허 교수는 아들이 건네는 꽃다발을 받고 군중의 환호와 박수 아래 아들을 품에 꼭 안았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학문적 성취가 기대되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이다. 한국 수학자가 이 상을 받은 것은 허 교수가 처음이다. 허 교수는 자신을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아본” 국내파로 지칭했다.
  • [다이노+] 티렉스 닮았네…앙증맞은 짧은 팔 가진 신종 공룡 발견

    [다이노+] 티렉스 닮았네…앙증맞은 짧은 팔 가진 신종 공룡 발견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역 북부에서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이하 티렉스)처럼 짧은 팔을 가진 신종 육식공룡이 발견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에르네스토 바흐만 고생물학박물관 연구팀은 티렉스처럼 거대한 몸과 볼품없는 짧은 팔(앞다리)을 가진 신종 공룡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지난 2012년 처음 화석이 발굴된 이 공룡은 운좋게도 거의 완전한 두개골과 짧은 팔을 보존한 채 발견돼 연구가치가 높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공룡의 길이는 11m, 무게는 4톤이 넘으며, 약 9000만~1억 년 전인 백악기에 현재보다 풍부한 삼림지대였던 파타고니아에 서식했다. 또한 이 공룡이 죽었을 당시의 나이도 45세로 티렉스의 평균 수명보다 2배는 더 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특히 두개골이 127㎝로 거대한 것이 특징인데 팔은 그 절반 정도의 길이 밖에 되지 않아 연구팀은 "팔을 뻗어도 입에도 닿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공룡이 1억 4500만 년에서 6600만 년 전 살았던 공룡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Carcharodontosauridae)에 속하는 신종이며, 이름을 미국드라마와 소설로 유명한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드래건의 이름을 따 ‘메락세스 기가스'(Meraxes gigas·이하 M.기가스)로 명명했다.연구를 이끈 고생물학자인 후안 카날레 박사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 덕분에 M.기가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M.기가스는 티렉스보다 2000만 년 먼저 등장했으며 진화계통도 차이가 있어 짧은 팔이 적어도 2번은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M.기가스의 팔은 짧지만 근육은 매우 잘 발달되어 있었다"면서 "아마 짝짓기 중 상대를 잡는 등의 용도로 사용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그간 학계에서는 티렉스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앙증맞은 팔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여러 논쟁이 있어왔다. 일부에서는 티렉스의 팔이 과소평가됐다며 ‘강력한 무기’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는데, 팔을 반복해서 휘두르면 몇 초 안에 먹잇감에 길이 1m 이상의 상처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티렉스가 사냥시 짧은 두 팔로 먹잇감을 끌어안아 손쉽게 이빨로 뜯어먹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달리 티렉스가 팔을 교미시 파트너를 잡는 등의 부수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됐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 [포토] 필즈상 수상 아버지와 아들

    [포토] 필즈상 수상 아버지와 아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가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했다
  • 이수만·권오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왜? 민간 현장 소리 청취… 정책 적합성 높여

    이수만·권오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왜? 민간 현장 소리 청취… 정책 적합성 높여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7일 충북대에서 열린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하정우 네이버 인공지능(AI)랩 연구소장 등 민간·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은 “기존 국무위원 중심의 회의에서 벗어나 기업인, 연구자 등 다양한 민간 전문가가 발제와 토론에 적극 참여해 정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재정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초대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가요계 아이돌그룹 문화의 부흥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 이 프로듀서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인재 양성과 문화 융성 지원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 세션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프로듀서는 케이팝 한류 문화의 전략을 짰고 한류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권 상근고문은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 현장과 경영 일선에서 33년간 활동한 경험을 담은 저서 ‘초격차’(2018)를 저술했다. 초격차란 ‘뛰어넘을 수 없는 기술의 차이’라는 뜻의 단어로 국내 기업의 뛰어난 반도체 기술력을 상징한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연례회의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지방 국립대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청와대에서 열렸고,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한 번씩 개최된 적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가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와 지역 인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겼다”면서 “앞으로 대통령의 지역 행사를 전국의 지방대에서 자주 개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MZ세대가 느끼는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지방대학·지역인재 육성 방안, 청년 등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방향도 논의했다. 이어 학생들로부터 귀담아들은 내용을 관계 부처 관계자에게 전달하며 “정책 수립 시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 아이돌 대부 SM 이수만, 국가재정전략회의 참석한 까닭은

    아이돌 대부 SM 이수만, 국가재정전략회의 참석한 까닭은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7일 충북대에서 열린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하정우 네이버 인공지능(AI)랩 연구소장 등 민간·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은 “기존 국무위원 중심의 회의에서 벗어나 기업인, 연구자 등 다양한 민간 전문가가 발제와 토론에 적극 참여해 정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재정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초대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가요계 아이돌그룹 문화의 부흥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 이 프로듀서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인재 양성과 문화 융성 지원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 세션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프로듀서는 케이팝 한류 문화의 전략을 짰고 한류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권 상근고문은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 현장과 경영 일선에서 33년간 활동한 경험을 담은 저서 ‘초격차’(2018)를 저술했다. 초격차란 ‘뛰어넘을 수 없는 기술의 차이’라는 뜻의 단어로 국내 기업의 뛰어난 반도체 기술력을 상징한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연례회의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지방국립대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청와대에서 열렸고,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한 번씩 개최된 적이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가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와 지역 인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겼다”면서 “앞으로 대통령의 지역 행사를 전국의 지방대에서 자주 개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MZ세대가 느끼는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지방대학·지역인재 육성 방안, 청년 등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방향도 논의했다. 이어 학생들로부터 귀담아들은 내용을 관계 부처 관계자에게 전달하며 “정책 수립 시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 제임스웹 망원경이 처음 포착한 별과 먼우주, 이렇게 선명할 수가

    제임스웹 망원경이 처음 포착한 별과 먼우주, 이렇게 선명할 수가

    지난해 성탄절(이하 현지시간)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포착한 먼 우주 사진이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될 예정이다. 그런데 우주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이들의 집착 때문인지 몇 장의 사진이 미리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너무도 선명하고 아름다워 일부 과학자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고 했다. 미리 공개된 사진들은 이 망원경이 은하계나 별 같은 먼 거리의 물체를 얼마나 고정 촬영할 수 있는지 사전 점검하는 차원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NASA는 “이번 적외선(false-color) 모자이크는 32시간 72차례 노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섯 갈래 빛의 원천은 밝은 별인 반면, 얼룩덜룩 반점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들은 수많은 별들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먼 은하계다. 과학자들은 “지금껏 포착된 우주의 가장 깊은 곳을 담은” 사진들이며 앞으로 나올 것들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웹 프로젝트 운영자인 제인 릭비는 “이 사진의 희미한 얼룩뭉치는 웹이 과학 운영의 일년 동안 연구할 ‘희미한 은하(faint galaxi)’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 망원경에 달린 파인 가디언스 센서(FGS)가 촬영한 것들인데 NASA는 “시험 도중 계획하지 않은 이미지를 포착할 때도 FGS는 우주의 놀랄 만한 모습들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8개의 도금된 주거울 가운데 하나가 작은 유성들에 의해 파손됐는데도 당초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화질이 빼어났다. 테스트 사진도 이렇게 훌륭한데 12일 완벽한 컬러 사진이 일반이나 과학계에 공개되면 얼마나 훌륭할지 과학자들은 흥분하고 있다.
  • [씨줄날줄] 늦깎이 수학자/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늦깎이 수학자/문소영 논설위원

    필즈상(Fields Medal)은 수학자 존 찰스 필즈의 유산을 기초로 1936년부터 4년에 한 번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노벨상에 수학 부문이 없는 탓에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인식된다. 이 상은 4년에 한 번 발표되는 데다, 40세부터 수상 자격이 제한돼 노벨상보다 더 까다롭고 영예로운 상이다. 지금까지 수상자가 68명에 불과하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한 앤드루 와일스가 41세에 특별상을 받았다.  이 ‘필즈상‘’을 한국계 미국인 허준이(39)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가 그제 받았다. 허 교수는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가 미국에서 유학 중일 때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2살 때 귀국해 석사까지 한국에서 공부했다. ‘사실상 한국인’으로서 첫 필즈상 수상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이다.  보통 수학은 어린 시절부터 천재성이 드러난다지만, 허 교수는 신통치 않았던 모양이다. 중3 때 수학경시대회에 나가려다가 담당교사가 “너무 늦었다”고 만류해 포기도 했다고. 야간자습이 싫어 고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천문학과에 진학했으나 학점이 낙제 수준이었단다. 인생의 전기는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토대 명예교수의 서울대 초빙교수 시절 강의를 들으면서였다. 대수기하학에 빠져들면서 같은 대 수학과학부 대학원에 진학했다. 히로나카 교수가 추천했지만 11개 대학에서는 입학을 거절당한 끝에 일리노이대 박사 과정에 가까스로 들어갔으니 늦깎이 수학자다.  어렵게 박사 과정에 들어간 그는 2010년 50년간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의 추측’을 해결했고, 2018년에는 ‘로타 추측‘’도 해결했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한국인으로는 첫 번째다. 일본인은 히로나카를 포함해 3명, 그 밖의 아시안계는 허준이까지 6명째다. 기초과학 분야가 척박한 한국에서 ‘허준이 키즈’도 나올 듯하다. 그러려면 뒤늦게 발동이 걸리는 슬로 스타터들에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시작하기에 늦은 건 없다”는 허 교수의 수상 소감이 큰 울림으로 남는다. 국화빵 찍어 내는 듯한 현행 교육시스템을 개편하고 기초학문에 투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동료와 함께 풀면 멀리, 깊이 갑니다… 그래서 수학엔 중독성 있죠”

    “동료와 함께 풀면 멀리, 깊이 갑니다… 그래서 수학엔 중독성 있죠”

    “큰 상을 받은 데다 주위 분들이 함께 기뻐해 주셔서 기쁨이 배가됐다. 상 때문에 부담감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에 눌리지 않고 찬찬히,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도록 하겠다.”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기념 원격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허 교수는 “국제수학연맹(IMU)은 수상 사실을 수상자에게 알리면서 수상식까지 주변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게 하지만 와이프에게는 꼭 말해야 할 것 같았다”고 털어놓고는 “IMU 회장에게 연락받은 것이 한밤중이라 전화를 끊고 10분 정도 고민하다가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얘기했더니 ‘응, 그럴 줄 알았어’라며 다시 자더라”며 웃었다. 올해 국제수학자대회(ICM)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수학계에서 러시아 개최를 취소하고 핀란드 헬싱키로 장소를 바꿨다. 개최지 변경 탓에 홀로 ICM에 참석한 그는 가족과 한자리에서 기쁨을 나눌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고 했다. 그의 수상을 두고 ‘수포자(수학 포기자)의 성공담’으로 표현한 데 대해선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구구단을 외울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서 좌절하셨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부분을 부각시킨 듯하다”면서 “중학교 때까지는 관심이 없었지만 고등학교 때는 수학이 재미있어서 잘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수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수학을 한 번이라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수학에 흥미나 관심을 갖기 쉽지 않은데 허 교수는 어떤 부분에서 수학의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우선 수학은 인간 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는 점이다. 현대수학에서는 공동연구가 활발한데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동료와 함께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함께하면 멀리 가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런 과정과 경험이 만족감과 함께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줘 수학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필즈상을 수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 일상은 어떤지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묻자 허 교수는 “특별한 취미도 없는 데다 지구력도 약해 공부를 오래 하지 못한다”며 “연구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집중해서 하고 그 외의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일곱 살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둘째는 이제 두 살이라 애들과 함께 놀아 주고 청소하고 집안일도 도와주면서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낸다”며 “그런 보통의 일상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가 이야기하는 일상처럼 올해 여름방학 기간에도 서울에 있는 고등과학원(KIAS)에서 조용히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꿈꾸는 삶과 목표에 대해 그는 “특별한 목표를 갖기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갖고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며 “조용히 공부하면서 아이들이 자라고 와이프와 함께 늙어 가는 과정을 천천히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답했다.
  • 농식품부-업계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 “병아리 입식 2~3% 늘리겠다”

    오는 16일 초복을 앞두고 농림축산식품부가 6일 ‘2022년 제1차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를 개최, 닭고기 수급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국립축산과학원과 축산물품질평가원, 닭고기 생산자단체, 하림·동우팜테이블·마니커·체리부로·사조원 등 주요 닭고기 업체, 이마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및 학계 등에 소속된 16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회의에서 “6월까지 수입 사료원료 가격과 도축 비용 상승, 생산성 요인 및 병아리 입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던 도축마릿수가 7월엔 3.1%, 8월 1.5%, 9월 4.9%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닭고기 생산업체 관계자들은 “여름철 및 추석 대비 입식 물량은 충분하므로 수급 불안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고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닭고기 소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도록 기업의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7월부터 병아리 입식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2~3% 수준 늘리고 장마철 집중호우나 폭염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농가 지도 노력을 펴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박범수 차관보 직무대리는 “국민 다소비 식품인 닭고기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난 5월 29일 확정된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농가의 사료구매자금 지원예산을 기존 3550억원에서 1조 5000억원으로 확대해 농가 부담을 완화했고, 사료업체에 지원하는 원료구매자금 금리도 연 2.5~3.0%에서 연 2.0~2.5% 수준으로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염으로 닭 사육농장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농가의 자율적인 냉방 장비 점검과 축사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는 수급상황 분석, 수급상황별 대응 방안, 수급안정 대책 추진, 산업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여 농식품부 장관에게 정책 건의를 하는 자문기구로 2013년부터 운영해왔다. 이날 회의는 지난해 3월 25일 개정 시행된 축산법에 따라 협의회 개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열린 첫 회의다.
  •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 “수포자는 과장...수학 좋아했다”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 “수포자는 과장...수학 좋아했다”

    “큰 상을 받게되서 무엇보다 기쁘고 주위 분들이 함께 기뻐해 주셔서 기분이 배가됐다. 상 때문에 부담감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에 눌리지 않고 찬찬히,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도록 하겠다.”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기념 원격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허 교수는 “국제수학자연맹(IMU)은 수상사실을 수상자에게 알리면서 수상식까지 주변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게 하는데 와이프에게는 꼭 말해야 할 것 같았다”며 수상 사실을 알게된 당시를 회상했다. 허 교수는 “IMU 회장에게 연락을 받은 것이 한밤중이라서 전화를 끊고 10분 정도 고민하다가 자고 있는 와이프를 깨워서 얘기했더니 ‘응, 그럴 줄 알았어’라며 다시 자더라”며 웃었다. 올해 국제수학자대회(ICM)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기로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수학계에서 러시아 개최를 취소하고 핀란드 헬싱키로 장소가 바뀌었다. 이 때문에 허 교수도 당초 가족들과 함께 ICM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장소가 바뀌면서 혼자 참석하게 돼 가족과 한 자리에서 기쁨을 나눌 수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아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 교수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수포자’라는 오해를 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어린 시절 구구단을 외울 때 힘들어해 부모님께서 좌절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부분을 부각해 수포자라고 제목을 뽑았던 것 같다”며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수학에 관심이 없어서 중간 정도 성적을 보였지만 고등학교 때는 수학을 재미있어하고 잘 했었기 때문에 수포자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수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수학을 한 번이라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수학에 흥미나 관심을 갖기 쉽지 않은데 허 교수는 어떤 부분에서 수학의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우선 수학은 인간 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는 점이다. 또 현대수학에서는 공동연구가 활발한데 혼자하는 것보다 다른 동료와 함께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함께 하면 멀리 가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런 과정과 경험이 만족감과 함께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줘 수학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공동연구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다는 허 교수에게 롤모델은 있을까. 허 교수는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수학문제를 풀 때나 삶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스승과 친구들을 만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데 내 스스로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스승과 친구들의 이름과 배우고 싶은 것들을 적는다”며 “배우들처럼 그들의 행동과 말투, 생각까지 따라해보려고 하는데 내게는 주변 모든 사람이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필즈상을 수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 일상은 어떤지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질문에 대해 허 교수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특별한 취미도 없고 지구력이 약해 공부를 오래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며 “연구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집중해서 하고 그 외의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첫째가 7살로 초등학교 1학년이고 둘째는 이제 두 살이 되기 때문에 애들과 함께 놀아주고 청소도 하고 집안일도 도와주면서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낸다”며 “보통의 일상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가 이야기하는 일상처럼 올해 여름방학 기간 동안에도 서울에 있는 고등과학원(KIAS)에서 조용히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꿈꾸는 삶과 목표에 대해서 허 교수는 “마음이 가는대로 하고 싶은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가져 나갈 계획”이라며 “조용히 공부하면서 아이들이 자라고 와이프와 함께 늙어가는 과정을 천천히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답했다.
  • 세계 3대 전염병원체 발견… ‘한국 1호 신약’ 위업 남겨

    세계 3대 전염병원체 발견… ‘한국 1호 신약’ 위업 남겨

    ‘괴질균’ 한탄·서울바이러스 규명노벨과학상 유력 후보자로 거론한국을 대표하는 바이러스 학자이자 노벨상 유력 후보로 자주 거론됐던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5일 별세했다. 94세. 1928년 함경남도 신흥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의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0년 귀국한 뒤 미군 연구비를 지원받아 당시 주한미군들에게서 유행했던 ‘유행성 출혈열’ 연구를 시작했다. 유행성 출혈열은 들쥐, 집쥐 등을 통해 감염돼 두통, 근육통,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는 법정 감염병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감염 원인을 정확히 몰라 정체불명의 괴질로 불렸다. 고인은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전염성 질환으로 일려진 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이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병원균을 ‘한타바이러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한타바이러스는 한국인이 발견한 최초의 병원성 미생물로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이자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한탄강 이름을 딴 것이다. 고인은 바이러스 발견뿐만 아니라 1989년 유행성 출혈열 진단법을 개발하고 1990년에는 예방 백신인 한타박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991년 상용화되기 시작한 한타박스는 ‘대한민국 신약 1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인은 병원체 발견에서 진단, 백신 개발까지 완성한 세계 최초의 과학자다. ‘한국의 파스퇴르’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연구 업적은 전 세계 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의학 및 생물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이 때문에 197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가이듀섹 교수에 의해 처음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자로 추천받은 이후 꾸준히 유력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외국 과학계에서도 ‘한국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1호는 바로 이호왕 박사’라는 평가를 해 왔다. 고인은 고려대 의과대학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을 역임하고 미국 최고민간인공로훈장, 태국 프린스 마히돌상, 일본 닛케이 아시아상,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등을 수상했다. 유족은 부인 김은숙씨와 이성일 성균관대 공대 교수,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이며 발인은 7일이다.
  • 우리 집 분리수거 잘하면 뭐하나… 美친환경제도 15년 전으로 역주행 [홍희경 기자의 기후변화 스코프]

    우리 집 분리수거 잘하면 뭐하나… 美친환경제도 15년 전으로 역주행 [홍희경 기자의 기후변화 스코프]

    “환경청 온실가스 규제 권한 없다”보수 대법관 석탄기업 손 들어줘 ESG 선구자 래리 핑크 입장 전환“과도한 기후대책 고객 이익 상충” 개인적 ‘그린 넛지’ 활동 확산에도기업·정부 차원 움직임은 엇갈려#1.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주들과 석탄 기업들이 EPA의 배출량 규제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6대3의 다수의견으로 EPA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려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한 지 8개월 만의 좌절이다. 미 연방대법원 시간표를 따져 보자면 EPA에 배기가스 배출 규제 권한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던 2007년의 기조를 15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EPA 패소를 확정 지으면서 기후 대응을 둘러싼 보혁 갈등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2.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는 지난 5월 “다음 주주총회에서 기후 관련 안건 대부분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면서 “과도한 기후변화 대책은 우리 고객사들의 재무적 이익과 상충된다”고 했다. 2020년 연례 서한에서 “주총에서 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ESG) 개선 경영에 소홀한 기업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거나 주주 개입 활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던 자신의 2년 전 행보와 정반대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2년 전 ESG 경영 열풍을 촉발시킨 주인공인 핑크가 입장을 바꾸면서 주요 기업의 ESG 경영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됐다.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 전 지구적 차원의 탄소중립 이행 목표를 세우지만 정작 각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기후 대응 이행에 머뭇거리는 건 수십 년째 반복돼 온 일이다. 주요국별로 연도별 이행 목표를 세우지만 정권 교체나 정부 내 이견, 사법부 판결과 같은 내부 정치동력에 밀려 이행 목표가 수정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자체적으로 탄소배출 절감 공정 구축을 시도하지만 결국은 보다 손쉬운 탄소배출거래제를 활용해 기업의 수익률을 유지하려는 노력 역시 투자업계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탁월한 경영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식의 목표는 모호하고 먼 일이 되고, 이를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정부와 기업의 비용이 늘어난다는 인식이 있기에 기후 대응 실행이 좌절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이 꾸며 낸 허구에 불과하다’는 식의 음모론은 그나마 빠르게 설득력을 잃고 있다. 지난해 COP26을 앞두고 미 코넬대 연구팀은 세계 주요 학술지에 발표된 기후 관련 논문 9만여편을 분석해 연구의 99.9%가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집계했다. 1991~2012년 발표된 기후 관련 논문을 분석한 2013년 연구에서 이 비율은 97.0%였다. 나머지 3%에는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현상이거나 실재하지 않는 현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나아가 위기가 전 지구적으로 닥칠 수 있음을 보여 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기업이 주주 가치 제고를 넘어 사회적 역할을 완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ESG 경영 열풍이 분 기간이 겹친 덕에 기후 대응이 전 인류의 과제라는 공감대는 과학계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형성됐다. 이는 온실가스인 메탄을 발생시키는 육류 소비 억제 캠페인, 청소년기 기후 우울증 관리 구축에 대한 관심, 겉으로만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의 그린워싱에 대한 감시 활동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발현됐다. COP26이나 그린피스뿐만 아니라 세계식량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소비자단체 등이 기후변화 관련 담론장에 속속 참가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과제는 기후 대응 참여를 확산시킬 것인지가 됐다. 이에 기후 대응을 위한 ‘그린 넛지’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는 뜻인 넛지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의 선택 변화를 이끄는 일을 말한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넛지를 합친 그린 넛지는 유익한 동시에 손쉬운 일을 수행하게 해 탄소중립을 실현시키는 노력이라 하겠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를테면 식물성 요리에 대한 매력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메뉴판, 눈에 잘 띄고 근처에 배치된 재활용품 수거함, 회의나 행사에서 남은 음식을 공유하는 시스템, 음식물 낭비를 막기 위해 카페테리아에서 작은 접시나 쟁반을 제공하지 않는 활동 등을 그린 넛지의 예로 들고 있다. 조깅을 하거나 걷는 동안 쓰레기를 줍는 줍깅이나 플로깅 역시 건강과 친환경 활동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린 넛지 속성을 지닌 활동으로 분류된다. 그러니 이번 미 연방대법원의 EPA 패소 판결이나 ESG 경영에 관한 핑크의 입장 선회는 그린 넛지 활동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확산될 뿐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는 요원한 과제임을 방증한다. 미 연방대법원은 특히 “1970년 설립 당시 의회가 EPA의 탄소 배출 감축 권한을 허가하지는 않았다”며 기후 대응 문제를 국가의 행정명령 대신 의회 토론 사안으로 만들어 버렸다. 기후 대응의 문제가 새로운 보혁 갈등 재료가 될지, 넛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과제가 될지 기로에서 일단 전자가 될 개연성이 커진 셈이다.
  • ‘강제동원 협의회’ 피해자 중심적 접근 가능할까

    ‘강제동원 협의회’ 피해자 중심적 접근 가능할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를 다룰 민관 협의회가 지난 4일 첫 회의를 열면서 정부의 해결 방안 도출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협의회가 경제계, 학계, 피해자 측 등의 의견 수렴을 하는 기구라는 입장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5일 협의회 관련 질문에 “당사자 및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의회에서 피해자 측 주장은 경제계, 학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내놓는 의견 중 하나로만 간주될 우려도 나온다. 피해자들은 전날 기업과 직접 협상하겠다며 정부에 외교적 노력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다양한 의견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외교부가 설명한 민관 협의회의 위상은 ‘의견 수렴 기구’에 가깝다. 해결 방안을 만드는 주체는 정부이므로, 협의회에서 개진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는 피해자와 일본 전범 기업 간의 민사 소송 판결 결과로 발생했기 때문에 소송의 당사자인 피해자들의 의사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어떤 정부안이 구성되든 결국 피해자 개개인에 대해 채권 양도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피해자들의 개별적 동의가 핵심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안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협의회 참여 여부도 재검토하고 있다. 협의회에 참석한 피해자 측 임재성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피해자 동의를 받는 과정이 결국엔 있을 텐데 동의를 받는 대리인이 협의회에 참가하는 것은 애매한 구조”라고 했다.
  • 노벨 수학상 없어 1924년 필즈 교수 제안… 4년마다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

    노벨 수학상 없어 1924년 필즈 교수 제안… 4년마다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계 수학자로 처음 필즈상을 수상하면서 ‘수학계 노벨상’으로 알려진 이 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0세 미만 규정 없지만 암묵적 동의 현존하는 최고 권위의 과학상인 노벨상에는 생명과학, 물리학, 화학 분야는 있지만 수학 분야는 없다. 이 때문에 192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에서 캐나다 수학자 존 찰스 필즈 토론토대 교수가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 수학자를 선정해 시상하자고 제안하고 결의가 이어지면서 제정됐다. 1936년 1회 필즈상은 핀란드의 라르스 알포르스와 미국 제시 더글러스에게 돌아갔다. 초기에 필즈상 수상자는 2명을 선정했는데, ICM이 4년마다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2년에 한 명이 상을 받는 셈이다. 그러다 수학 분야의 연구 영역이 확장되면서 1966년부터는 4명까지 시상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필즈상은 40세 이하의 수학자들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제수학자연맹(IMU)에는 나이 제한에 대한 엄격한 규정은 없다. 제정 목적이 ‘앞으로도 좋은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자는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40세 미만 젊은 수학자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금은 1만 5000캐나다달러(약 1512만원)로 노벨상(약 13억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수학계 최고의 영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美 출신 압도적… 日 3명 , 아시아 최다 수상자는 올해 4명을 포함해 총 64명이다.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미국 출신이 1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아시아계에선 일본이 3명을 배출했고, 중국계 미국인, 베트남계 프랑스인, 이란계 영국인, 이란계 미국인이 1명씩이다. 허준이 교수가 수상하면서 한국계 미국인도 명단에 올라갔다.
  • 구구단 겨우 외웠던 자퇴생, 독창적 해법으로 난제 풀고 세계적 수학자 반열 오르다

    구구단 겨우 외웠던 자퇴생, 독창적 해법으로 난제 풀고 세계적 수학자 반열 오르다

    수학 답지 베끼다가 혼쭐 나던 아이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천문 입학 히로나카 강의 듣고 수학자 길로 美박사과정 1년차에 첫 난제 풀어 “수학자로서의 삶 행복” 수상 소감 父허명회 교수 “들뜨지 말고 정진”어려서는 구구단도 제대로 못 외우고 수학문제집 답지를 베끼던 ‘수포자’, 고등학교 때는 기형도를 좋아해 시인을 꿈꾸며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학생. 대학 시절엔 좋아하는 수학자를 만나기 위해 과학기자를 꿈꿨던 사람이 수학계 최고 영예인 ‘필즈상’을 거머쥐며 세계적 석학으로 우뚝 섰다.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 수학자 허준이(39·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 ‘2022 필즈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그는 리드 추측을 비롯해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던 문제들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풀어냄으로써 앞으로 수학이 나갈 방향을 제시해 수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소개했다.허 교수는 IMU가 공개한 사전 인터뷰 영상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과 가족이며 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수학자로서의 삶이 행복하며 이대로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허 교수는 리드 추측, 로타 추측, 다울링윌슨 추측 등 수학 난제들을 차례로 해결해 ‘난제 컬렉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채색다항식 관련 조합론 문제다.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쾨니히스베르크에 있는 다리 7개를 반드시 한 번씩만 건너서 모두 지날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같다. 허 교수는 이런 조합론 문제를 1차, 2차, n차 다항식으로 표현되는 대수기하학으로 풀었다. 세계적인 수학자 반열에 오른 허 교수의 학창 시절은 차라리 ‘수학을 포기한 학생’에 가까웠다. 초등학교 2학년 끝무렵에 구구단을 겨우 외우고 아버지인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가 낸 수학문제집 풀이 숙제에 답지를 베꼈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어머니인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는 아들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다가 두 손을 들었다.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가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한 뒤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과학기자를 희망 직업으로 삼았다. 1990년대 국내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던 필즈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자서전 ‘학문의 즐거움’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허 교수는 학부 4학년 때 서울대 초빙석좌교수로 온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듣고 전공을 수학으로 바꾸면서 수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허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지도교수인 히로나카의 조언으로 박사 과정 유학을 위해 미국의 대학 12곳에 지원했지만 11곳에서 떨어지고 히로나카 교수 추천서 덕분에 일리노이대에만 겨우 합격했다. 허 교수는 박사 과정 1학년 말에 ‘리드 추측’을 증명했지만 자신이 푼 문제가 유명한 수학 난제였다는 걸 몰랐다는 사실도 유명하다. 허 교수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학계에서는 축하가 쏟아졌다. 아버지 허명회 명예교수는 “통계학도 크게 보면 수학계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학계 일원으로 가까운 가족에게서 큰 성취가 이뤄진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번 수상으로 들뜨지 않고 꾸준히 정진했으면 한다”며 기쁨을 나눴다. 허 교수의 석사 과정 지도교수인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맹자가 이야기한 군자가 누릴 수 있는 세 가지 즐거움 중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는데 그 같은 즐거움을 누리게 돼 행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스누라이프’에도 동문인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을 반기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 시인 꿈꾸던 수포자 ‘수학계 노벨상’ 품다

    시인 꿈꾸던 수포자 ‘수학계 노벨상’ 품다

    한국계 미국 수학자인 허준이(39·June Huh)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 강당에서 허 교수와 위고 듀미닐 코팽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 제임스 메이너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마리나 비아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 등 4명을 ‘2022 필즈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이기도 한 허 교수는 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자이며, 비아조우스카 교수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필즈상 86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수상자다. 필즈상 선정위원회는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사용해 다양한 조합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기하학적 조합론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해 허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수기하학은 기하학적 대상을 방정식으로 이해하는 분야이며, 조합론은 경우의 수를 세는 것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허 교수 이전까지는 전혀 다른 연구 분야로 여겨져 왔다. 필즈상은 1936년 제정돼 수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놀라운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 분야 최고상이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 수상자 발표와 시상이 이뤄진다.
  • 과학기자·시인 꿈꿨던 수포자, 세계 수학계 석학으로 우뚝…허준이 교수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

    과학기자·시인 꿈꿨던 수포자, 세계 수학계 석학으로 우뚝…허준이 교수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

    어려서는 구구단도 제대로 못 외우고 수학문제집 답지를 베끼던 수포자, 고등학교 때는 기형도를 좋아해 시인을 꿈꾸며 학교를 중도에 그만 둔 학생. 대학시절엔 좋아하는 수학자를 만나기 위해 과학기자를 꿈꿨던 사람이 수학계 최고의 영광인 ‘필즈상’을 거머쥐며 세계적 석학으로 우뚝 섰다.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 수학자 허준이(39·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이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 허 교수를 포함해 4명의 수학자를 ‘2022 필즈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허 교수는 수상자 4명 중 두 번째로 호명됐다. IMU는 “허 교수는 리드 추측을 비롯해 오랜 동안 난제로 남아있던 문제들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풀어냄으로써 앞으로 수학이 나갈 방향을 제시해 수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허 교수는 한국인은 물론 한국계 수학자 중 첫 필즈상 수상자이다. 이번 수상자 중에는 고차원에서 케플러 추측이란 난제를 해결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마리나 비아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도 선정돼 필즈상 역대 두 번째 여성 수상자로 기록됐다.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ICM 개막식에서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상한다. 2026년 열리는 ICM에서는 필즈상의 나이 제한 때문에 올해가 허 교수의 마지막 기회였다. 허 교수는 ‘리드 추측’을 비롯해 ‘로타 추측’, ‘다울링-윌슨 추측’ 등 수학 난제들을 차례로 격파해 ‘난제 콜렉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날드 리드가 제시한 채색다항식 관련 조합론 문제이다. 채색다항식은 꼭지점과 변으로 이뤄진 그래프에 색을 칠할 때 이웃하는 면은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한다고 할 때 n개 이하의 색만 써서 칠하는 방법의 수를 나타낸 것이다.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쾨니히스베르크에 있는 다리 7개를 반드시 한 번씩만 건너서 모두 지날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같다. 허 교수는 조합론 문제를 1차, 2차, n차 다항식으로 표현되는 대수기하학으로 풀어낸 것이다. 세계적인 수학자 반열에 오른 허 교수가 처음부터 수학을 잘 했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끝날 때가 되서야 구구단을 겨우 외우고 아버지인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가 수학문제집을 풀라는 숙제를 내니 답지를 보고 베끼다가 혼나서 수학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어머니인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가 알파벳을 가르치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중퇴해 검정고시로 대학을 입학했다.대학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지만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장래 희망을 과학기자로 바꿨다. 허 교수는 미국 시민권자로 군대를 면제받았지만 F학점이 너무 많아 6년만에 학교를 졸업했다. 1990년대 국내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던 필즈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자서전 ‘학문의 즐거움’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허 교수는 학부 4학년 때 서울대 초빙석좌교수로 온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듣고 전공을 수학으로 바꾼 ‘늦깎이 수학자’이다. 허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도교수인 히로나카의 조언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위해 미국의 대학 12곳에 지원했지만 11곳에서 떨어지고 히로나카 교수 추천서 덕분에 일리노이대에만 겨우 합격했다. 허 교수는 박사과정 1학년 말에 ‘리드 추측’을 증명했지만 자신이 푼 문제가 유명한 수학 난제였다는 것도 몰랐다는 사실도 유명하다. 엄상일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는 “허 교수는 조합수학 분야의 오랜 난제들을 해결한 것도 좋지만 그 추측들을 해결할 때 다른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대수기하학을 통한 접근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허 교수의 수상은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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