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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눈의 젖은 왈츠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눈의 젖은 왈츠

    글쎄…,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으니 이번 겨울이 끝나가는 거겠지? 몹시 추운 겨울이 될 거라고들 했는데 겁먹었던 것에 비해 춥지 않았다. 매사 지레 겁먹는 건 마음을 위축시키지만, 정작 겪을 때면 각오한 것보다는 덜하다는 다행감으로 그럭저럭 견딜 만하게 하는 좋은 점이 있다. 비관주의, 엄살, 호들갑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삶의 처방일 테다. 봄이 완연한 자태를 드러내기까지 꽃샘추위 등등이 기세를 떨칠 수도 있지만, 돌연 한파가 몰아쳐도 겨울이 남은 한기를 부르르 털어 내는 것이라 여기며 기죽지 않으리라.  그래도 오늘 낮부터 비가 올 거라는 라디오 예보를 들으니 가슴께가 서걱서걱 살얼음 지는 걸 어쩔 수 없네. 이맘때의 비는 젖은 눈처럼 추적추적 내린다. 어차피 올 비라면 꾸물꾸물하지 말고 얼른 시작해서 늦어도 오후 4시에는 그치렷다! 언제부터인가 비 오는 게 싫다. 그토록 좋아했는데 꺼리게 된 세 가지, 눈과 비와 긴 계단. 하,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상큼한 목소리로 전하네. 많은 비가 예상되며 중부지방에는 비가 눈으로 바뀌리라고. 그리고 이어서 자기 하트에 빗방울이 떨어진다고 기꺼워하는 팝송을 들려준다. 그 빗방울은 한여름의 빗방울, 청춘의 빗방울이지. 나도 비가 오면 가슴이 설렜었다. 어떤 날은 티셔츠와 짧은 바지, 어떤 날은 한 겹 미니 원피스, 최소한의 옷을 입고 샌들을 신고 보슬비건 폭우건 하염없이 빗속을 걸었던 여름날들….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갈 때면 샌들을 벗어들고 맨발로 걸었지. 아스팔트 위를 개울로 만든 빗물이 콸콸 흘러가며 발가락 새에서 간질거렸지. 하하, 비 맞고 다니면 머리카락 빠진다는 걱정 어린 충고에 나는 머리카락 빠지면 더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머리숱이 무거울 정도로 많았단 말이지. 쳇,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좋은 건 다 과거형이로군. 그때는 그렇게 좋은 줄 몰랐건만. 젊은 날에도 빈약했던 내 좋은 것들이여, 빈약했기에 이제 와서 이리 생생한 건가. 그러니 무엇이든 다 괜찮은 구석이 있네. 며칠 전 M C 비턴의 추리소설 ‘매춘부의 죽음’을 읽다가 거기 인용된 T H 베일리의 글귀에 한참 울가망했었다. ‘나는 나비가 되고 싶어. 방랑자처럼 살면서.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면 죽어 가면서.’ 그 허망함, 그 연약함, 그 오만함, 그 초연함. 유치찬란하고 아름다운 꿈을 품던 뭘 모르던 시절, 정확히 말하면 그 시절의 나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에 가슴이 아렸다. 베일리는 알았을까? 그건 요절에의 꿈이다. 그 꿈을 이루려면 나비처럼 딱 한 시절만을 살아야 한다. 늙지 않으려면 죽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늙어야 하는데, 늙는다는 건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진 다음에도 꾸역꾸역 사는 것이다. 아, 모든 건 다 좋은 점이 있다. 그렇게 살아 내서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면 죽어 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더욱 생생히 느끼고, 그러지 못해 통절한 상실감을 너희는 결코 모를 거라고, 요절한 사람들에 대한 질투를 상쇄할 수도 있구나.내 삶이 나비 같기를(그 짧음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바랐던 시절, 방랑(그것이 정작 어떤 것인 줄도 모르면서)을 꿈꾸고 아름다움만이 지선이라고 여겼던 시절을 생각하니 나비 같은 소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장면이 떠오른다. 점심시간이었다. 학교 안 어딘가 갔다가 돌아오는데, 교실 문 앞 복도에서 귀에 익은 음악이 울려 퍼지고 거기에 맞춰 급우 예닐곱 명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한 옆 녹음기의 릴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보케리니의 미뉴에트가 끝나자 한 애가 무리에서 나와 쪼그려 앉아서 테이프를 되돌렸다. 아마 그 애는 제 언니에게 배웠을 포크댄스를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었을 테다. 다시 아이들은 즐거운 얼굴로 그 애의 리드를 받으며 춤을 추고, 나는 둘러서서 구경하는 무리에 끼어 있었다. 춤추는 무리에 친한 애도 서넛 있건만 나는 그저 부러워할 뿐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금 같았으면 “거참 재밌겠다!” 하면서 끼어들었으련만. 무용 수업 시간에조차 전부 춤출 때는 몰라도 한 줄씩, 혹은 혼자 춤을 춰야 할 때면 꼼짝도 안 해 선생님께 야단을 맞곤 했으니, 나는 수줍기도 수줍고 시선 공포증이 있었던 거다. 나이 들면서 낯이 두꺼워지니 남의 시선의 가림막이 생긴 듯 다소 편하다. 아, 눈이 오네….
  • [포토] ‘플레이보이 잡지 누드 사진을 환영합니다’

    [포토] ‘플레이보이 잡지 누드 사진을 환영합니다’

    배우 알리시아 아덴(Alicia Arden)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지면에 여성 누드 사진을 다시 게재한다는 방침을 축하하며 벌거벗은 채로 플레이보이 잡지 창간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미국 연예매체 스플래쉬닷컴에 포착됐다. 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신동·젊은 거장… 낯 뜨거워요, 70대까지 살아남자는 생각뿐”

    “신동·젊은 거장… 낯 뜨거워요, 70대까지 살아남자는 생각뿐”

    “아이가 지금 네 살이에요. 최근 차에서 제 음반을 틀었더니 첫마디가 ‘시끄럽다’였어요. 하하하.”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21일 오랜만에 국내 언론과 만났다. 베토벤의 3대 소타나로, 가장 대중적인 레퍼토리인 ‘비창’, ‘월광’, ‘열정’을 수록한 세 번째 독집 앨범의 전 세계 발매를 알리는 독주회를 앞두고서다. 새달 16일 경기 과천, 17일 인천에 이어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까지 돈다.●새달 16일 과천·17일 인천·18일 서울 공연 2009년 협주곡 5곡 전곡 연주, 2012~13년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2015년 첼로 협주곡 5곡 전곡 연주에 이어 지난해 변주곡까지 도전했는데 다시 베토벤이다. 역시 스페셜리스트답다. “최근 4년간 7장의 앨범 작업을 했어요. 한 번 베토벤을 하면 한 번은 다른 작곡가로 나름 균형을 맞추는데 이번엔 베토벤 순서가 돌아왔네요. 지금까지는 제가 하고 싶은 곡들을 해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곡으로 음반을 하나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죠.”모르긴 몰라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고 가장 많이 녹음됐을 레퍼토리에서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 것일까.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베토벤 음반이 존재해요. 그래서 돋보이기 위해 베토벤이 악보에 남긴 메시지를 무시하며 자기 느낌대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해석으로 용인되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베토벤의 메시지를 잘 이해해 저만의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2006년 영국 리즈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로, 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우승하며 이름을 떨쳤던 그는 지난 10년간 연주자로서 겨우 한 겹을 쌓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제야 저만의 베토벤 관(觀)에 껍질이 하나 생겼어요. 예전엔 한 곡을 마스터하고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것으로 성취감을 느꼈다면 앞으로 30~40년은 조금 더 농축된 소리와 깊이를 찾아가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한 겹 한 겹 쌓을수록 같은 곡을 연주해도 더 깊고 묵직한 소리가 나오겠죠.” 그래서 그는 이번 독주회 연주는 10년 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전에는 큰 소리, 풍부한 소리를 내려고 온몸의 무게를 이용해 치기도 했어요. 소리는 컸지만 닫힌 소리였죠. 이제는 힘을 덜 들이고도 같은 음량의 열린 소리를 낼 수 있게 됐지요.” 신동, 천재, 젊은 거장 등 피아노를 시작한 만 세 살 때부터 따라다니는 별칭들은 어떻게 다가올까. 그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낯 뜨거운 단어들이죠. 오랜 세월 꾸준히 작업하며 세월을 통해 축적된 가치와 경험을 모아 일가를 세운다면 그게 거장이죠. 해마다 수많은 콩쿠르 우승자들이, 재능 있는 어린 연주자들이 나오지만 60, 70대까지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저는 더이상 신동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장도 아닌 애매한 위치예요. 가장 애매한 시기인 30, 40대를 잘 이겨내는 게 지금의 제겐 큰 화두예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매일매일 꾸준히 할 수밖에 없겠죠.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이 찾아줘서 60, 70대까지 활동할 수 있다면 정말 축복받은 인생이 되겠죠.” 올가을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과 독일 가곡을 들려주는 무대를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학교 때 성악 선배들과 작업하며 다른 세계를 봤어요. 성악가의 컨디션에 따라 템포와 고음을 내는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순간순간 즉흥적인 요소가 많아요. 같은 무대에서 상생하며 작업하는 것은 혼자 연주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기쁨을 주죠.” ●올가을엔 베이스 연광철과 독일 가곡무대 누군가는 김선욱이 또 다른 젊은 피 임동혁(33), 손열음(31), 조성진(23) 등과 협업하는 무대를 꿈꿀지도 모르겠다. “피아니스트가 현악기, 목관악기와의 협업은 많아도 또 다른 피아니스트와의 협업은 많이 없죠. 각자 색깔이 확실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을 텐데 드물 것 같네요.” 이날 김선욱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콩쿠르 우승 뒤에는 해마다 서바이벌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가는 불확실성,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요.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해온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아하! 우주] 현대천문학 최대 화두 블랙홀…팩트와 픽션

    [아하! 우주] 현대천문학 최대 화두 블랙홀…팩트와 픽션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에 지난 17일자(현지시간)로 호주 스윈번 공과대학의 앨리스터 그레이엄 천문학 교수가 블랙홀에 관한 흥미로운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 내용을 약간 가공해 소개한다.​ 블랙홀에 대한 지식이 ​커갈수록 우주 마니아들의 블랙홀 사랑도 덩달아 커가고 있다. 블랙홀에 관한 최근 뉴스는 블랙홀 가족 중에도 아주 낯선 존재인 '중간질량 블랙홀'의 발견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블랙홀 중에는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질량 블랙홀이 있는가 하면, 태양 질량의 몇 배밖에 되지 않는 블랙홀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태양 질량의 2200배 정도 되는 중간 질량의 블랙홀이 발견되어 과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 블랙홀은 큰부리새자리47(47 Tucanae) 구상성단 안에서 발견되었는데, 중간 질량의 불랙홀로서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큰부리새자리는 남반구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구상성단 자체는 겉보기 등급 +4.91로 맨눈으로 흐릿하게 보인다. 지구로부터 약 1만 6700 광년 떨어져 있으며, 성단의 지름은 무려 120 광년에 달한다.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물체를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중력의 감옥, 블랙홀. 모든 연령층, 모든 직업군을 아우르면서 블랙홀에 대해 크나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검은 별(Dark stars)' 질량이 너무 커서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중력을 가진 존재에 대한 개념은 1783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18세기 영국의 과학자 존 미첼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만약 태양과 같은 밀도를 가진 어떤 구체의 반지름이 태양의 500분의 1로 줄어든다면, 무한한 높이에서 그 구체로 낙하하는 물체는 표면에서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를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빛이 다른 물체들과 마찬가지로 관성량에 비례하는 인력을 받게 된다면, 그러한 구체에서 방출되는 모든 빛은 구체의 자체 중력으로 인해 구체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뉴턴 역학의 얼개 안에서 그러한 개념의 천체는 검은 별 또는 암흑성(dark stars)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 암흑성 개념은 19세기 이전까지 거의 무시되었는데, 질량이 없는 파동인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우주를 기술하는 뉴턴 역학을 대체하여 시간과 공간이 하나로 얽혀 있음을 보인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직후, 암흑성 개념은 새로운 활력을 얻어 재등장했다. 독일의 카를 슈바르츠실트와 요하네스 드로스터가 각기 독립적으로 점질량에 대한 동일한 방정식의 답을 구했다. 이 풀이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일부 항이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을 가지는 특이행동을 보이는데, 이것을 오늘날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부른다. 이는 어떤 물체가 블랙홀이 되려면 얼마만한 반지름까지 압축되어야 하는가를 내타내는 반지름 한계점이다. 그러나 이 슈바르츠실트의 방정식은 당시 하나의 수학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았고, 그뒤 핵물리학이 발전하여 충분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자체 중력으로 붕괴한다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같은 예측은 결국 강력한 망원경으로 무장한 천문학자들에 의해 관측으로 입증되었고, 충돌하는 블랙홀이 만들어낸 중력파가 미국의 LIGO에 의해 검출됨으로써 오랜 블랙홀 논쟁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초밀도의 천체들 초밀도의 물체는 사람을 경악시키는 바가 있다. 예컨대 태양이 블랙홀이 되려면 얼마나 밀도가 높아야 할까?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풀이 공식으로 구해보면, 태양 질량을 그대로 지닌 채 70만km인 반지름이 3km까지 축소되어야 하며, 지구가 블랙홀이 되려면 반지름이 0.9cm로 작아져야 한다. 그러면 밀도는 자그마치 1cm^3에 200억 톤의 질량이 된다는 뜻이다. 각설탕 하나 크기가 그만한 무게가 나간다는 얘기다. 물질이란 게 이렇게까지 압축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고 하겠다. 만약 당신이 그러한 초질량의 물체가 다가간다면 끔찍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크기가 당신의 지금 키만큼 유지되게 해주고 있는 정도지만,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블랙홀의 강력한 기조력이 당신의 머리와 발끝에 동시에 작용하는데, 그 힘의 차이가 엄청나서 당신의 몸은 스파게티 가락처럼 사정없이 늘어나게 된다. 마치 강력한 크레인 두 대가 각각 당신의 발과 머리를 잡아당기는 형국이다. 그러면 결국 어떻게 될까? 당신의 몸은 최종적으로 원자 단위로 분해된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스파게티화'라 한다. 1958년에 미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핀켈스타인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건 지평선이란 외부에서는 물질이나 빛이 자유롭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블랙홀의 중력에 대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서 원래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계를 말한다. 말하자면 블랙홀의 일방통행 구간의 시작점이다. 블랙홀, 화이트홀 1964년, 두 명의 미국인인 작가 앤 어윙과 이론 물리학자 존 휠러가 최초로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어서 1965년, 러시아의 이론 천체물리학자 이고르 노비코프가 블랙홀의 반대 개념인 '화이트홀'이라는 용어를 들고나왔다. 만약 블랙홀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면 언젠가 우주공간으로 토해낼 수 있는 구멍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이 화이트홀 가설의 근거다. 말하자면,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된다. 이 아이디어는 부분적으로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로 알려진 수학적인 개념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16년에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루트비히 플램에 의해 수학적으로 발견된 후, 1935년에 아인슈타인과 미국-이스라엘 물리학자 나단 로젠에 의해 재발견되어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는 나중에 역시 존 휠러에 의해 '웜홀(wormhole)'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962년, 존 휠러와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풀러는 그러한 웜홀이 양자 하나도 통과하기 어려울 만큼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정립했다. 블랙홀에 관한 팩트와 픽션 블랙홀의 현관 안으로 들어갔던 물질이 다른 우주의 시공간으로 다시 나타난다는 아이디어는 그다지 놀랄 만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무수한 공상과학 스토리가 탄생했다. '닥터 후(Doctor Who)', '스타게이트(Stargate)', '프린지(Fringe)', '파스케이프(Farscape)' 디즈니의 '블랙홀' 등 끝이 없을 정도다. 이런 얘기들은 하나같이 등장인물들이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 또는 평행우주를 여행한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그러한 우주는 수학적으로 성립되는 인공물일 뿐으로, 그 존재에 대한 증거는 아직까지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시간여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만약 우리가 엄청난 속도로 여행하거나, 또는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외부 관측자의 눈에는 시간의 흐름이 아주 느리게 보일 것이다. 이것을 중력적 시간 지연이라 한다. 이 효과에 의해 블랙홀로 낙하하는 물체는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고, 사건의 지평선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한대가 된다. 즉 사건의 지평선에 닿는 것이 외부에서는 관찰될 수 없다. 외부의 고정된 관찰자가 보기에 이 물체의 모든 과정은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기에, 물체에서 방출되는 빛도 점점 파장이 길어지고 어두워져서 결국 보이지 않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운동하는 시계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2014년의 영화 '인터스텔라'는 블랙홀 근처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었다. 우주 비행사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블랙홀'이란 이름은 사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명칭이다. 그것은 시공간의 구멍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떤 물체이든 그 안으로 떨어지면 더이상 물체로서 존재할 수 없이 극도의 고밀도 상태가 된다.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에는 실제로 어떤 것이 있을까란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블랙홀 내부를 이해하기 위해 끈이론, 양자 중력이론, 고리 양자중력, 거품 양자 등등 현대 물리학의 거의 모든 이론들이 참여하고 있다. 어쨌든 당분간 블랙홀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질 때마다 일반의 관심을 고조시키며 물리학의 화두로서 위세를 떨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씨줄날줄] 카이스트 총장 선거/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카이스트 총장 선거/박건승 논설위원

    2004년 카이스트 12대 총장에 오른 로버트 로플린 박사는 ‘과학계의 히딩크’로 주목받았다. 1998년 노벨상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카이스트 최초의 외국인 총장이었던 까닭이다. 그런 그가 재계약 연장을 못 하고 2년 만에 중도 하차한 이유는 뭐였을까. 노벨상 수상자라는 독선에 빠져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측면이 크다. 그는 한국 최초로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인간형 로봇 ‘휴보’를 두고 “이거 가짜 아니냐”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한다. 이런 소리를 듣는 ‘휴보’ 연구 당사자인 카이스트 교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일본에 가서는 ‘카이스트는 아무것도 아니다’(KAIST is nothing)라고 카이스트를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교수협의회가 ‘로플린 is nothing’이라고 들고일어나는 해프닝도 있었다.대학 총장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다. 무대가 연주회와 상아탑으로 다를 뿐이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박자를 이끌어 내고 음악의 강약과 빠르고 느림을 조절한다. 그리고 음악의 느낌을 통일한다. 지휘자의 역량은 음악을 얼마나 잘 표현해내고, 얼마나 잘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대학 총장도 이질적인 구성원들 간에 하모니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 있다. 카이스트가 내일 총장 선거를 앞두고 마치 폭풍전야에 휩싸인 듯하다. 12년여 만에 처음으로 외부 영입 없이 한국 국적자인 내부 후보자 세 명이 이사회에서 일합을 겨룬다. 정부의 낙점을 받은 인사가 아닌 학생과 교수, 교직원 등 카이스트 구성원을 대변할 인물이 차기 총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총학생회는 외부세력 개입을 막기 위해 세 후보를 대상으로 모의투표까지 해 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결국 또 특정후보 낙점설이 불거진 모양이다. 어느 후보가 총장이 되도록 정부가 이사들에게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어느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어총장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나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현 정부 들어 국립대학 총장 인선을 놓고 잡음이 유난히 많았다. 경북대·해양대·충남대 등 5곳에서 2순위 후보가 총장이 됐고, 다른 4개 대학은 총장을 뽑았지만 청와대의 임명 거부로 길게는 2년 이상 공석인 곳도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국공립대 총장 후보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대학 1위 후보자는 반정부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털어놨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8개 국립대 1순위 후보자들이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이 있다며 박영수 특검에 고소장을 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카이스트 새 총장은 전적으로 이사회의 자율선택에 맡겨야 한다. 카이스트 총장 선거가 ‘경북대 사태’의 재판이 되면 그 대학 구성원과 총장뿐 아니라 국민이 불행해진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 “’유머코드’ 같은 커플, 서로에 대한 만족도 더 높다” (연구)

    “’유머코드’ 같은 커플, 서로에 대한 만족도 더 높다” (연구)

    유머 코드가 같은 커플이 서로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캔자스대학 연구진은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각기 다른 39건의 논문에 대해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메타분석은 기존의 여러 연구 논문을 재분석하는 연구를 뜻한다. 연구진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유머 및 유머의 형태가 차지하는 영향에 대해 집중 분석한 결과, 유머 스타일이 같은 사람들의 관계가 그렇지 않은 관계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은 같은 장르의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것. 반대로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말장난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유머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난다면 위에 비해 관계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타인이나 스스로를 비하하는 코미디처럼 공격적인 유머 스타일은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제프리 홀 교수는 “사람들은 유머러스한 부분 혹은 농담거리를 만드는 것이 관계의 만족도를 강화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면서 “시트콤이나 로맨틱 코미디 혹은 별난 유머 등 장르와 관계없이 같은 유머를 공유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웃음 코드를 공유하면 그저 동료였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로맨틱한 끌림이 생길 수 있다”면서 “다만 서로를 놀리는 식의 공격적인 유머는 일반적인 관계에서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매우 훌륭한 코미디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일상생활에서 커플이나 아이들과 함께 재밌는 것을 발견하고 함께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인간관계’(Personal Relationship)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무한도전’ 이제니 소환, 원조 베이글녀의 근황은? ‘궁금’

    ‘무한도전’ 이제니 소환, 원조 베이글녀의 근황은? ‘궁금’

    이제니가 MBC ‘무한도전’서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18일 오후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시청자들이 선정한 ‘캐릭터’ 레전드 TOP5가 공개됐다. 이 가운데 멤버들이 여장을 하고 선보였던 ‘언니의 유혹’ 편이 3위에 올랐다. ‘언니의 유혹’ 편은 정준연과 유제니로 여장한 정준하와 유재석의 활약이 돋보였던 특집이다. 멤버들은 ‘유제니’에 대해 말하다 같은 이름을 가진 블랙핑크 제니와 청춘스타 이제니 등이 대화에 줄줄이 소환됐다. 먼저 하하가 블랙핑크 제니에 대해 “오랜만에 아끼는 후배가 나왔다. 수지 이후로 처음 좋아해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블랙핑크 제니를 잘 알지 못한 정준하는 “우리 세대 제니는 ‘남자셋 여자셋’ 이제니”라고 말했다. 이제니로 대화 주제를 옮긴 멤버들은 이제니를 향한 팬심을 드러내며 “원조 베이글녀 아니냐.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하하는 “나와 동갑이다. 정말 ‘왕’ 팬이었다. 보고싶다”고 고백했다. 유재석은 “제니들 모임을 한 번 해야겠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이제니는 1990년대 후반 방송된 ‘남자셋 여자셋’에서 귀여운 외모와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2004)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돌연 연예계를 떠나 많은 궁금증을 남겼다. 현재 그는 미국에서 평범한 직장을 다니며 웹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방송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고등래퍼 양홍원, 문지효에 호감 표현? “랩 귀엽게 하시더라”

    고등래퍼 양홍원, 문지효에 호감 표현? “랩 귀엽게 하시더라”

    ‘고등래퍼’에서 러브라인이 탄생했다. 양홍원과 문지효가 주인공이다. 17일 방송된 Mnet ‘고등래퍼’에서는 서울 강서 지역대표 선발전이 그려졌다. 이날 ‘고등래퍼’ MC 하하는 “(양홍원이) ‘고등래퍼’ 참가 지원자 영상으로 만든 티저를 보고 마지막에 나온 문지효 학생에게 약간의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폭로했다. 하하의 폭로에 양홍원은 “그게 아니라”라고 당혹스러워 했고, 하하는 “호감 없냐”고 재차 물었다. 양홍원은 “저는 랩을 보고 한거예요”라고 해명했다. 앞선 녹화에서 그는 “(문지효가) 랩을 귀엽게 하시더라”라며 호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하하는 문지효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하하는 문지효에게 “호감이 있다? 없다?”라고 질문했고, 문지효는 대답 대신 엄지를 척 들며 긍정을 표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출중한 외모로 인기를 얻은 서울공연예술고 1학년 문지효가 가사를 잊는 실수를 저질러 탈락했다. 문지효는 ‘고등래퍼’ 티저 영상에서 ‘샤샤샤’를 선보이며 많은 참가자들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사진=Mnet ‘고등래퍼’ 방송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스티브 커 “듀랜트와 웨스트브룩 함께 올스타전 뛰게 할 수도”

    스티브 커 “듀랜트와 웨스트브룩 함께 올스타전 뛰게 할 수도”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에서 서부 올스타 지휘봉을 잡는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이 단짝이었다가 이적 후 틈이 벌어진 케빈 듀랜트(골든스테이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을 함께 뛰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커 감독은 16일(이하 현지시간) ESPN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듀랜트를 비롯한 골든스테이트 선수 넷과 웨스트브룩을 함께 뛰게 하는 방안을 “분명히 고려하고 있다”며 “올스타전에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출전시간을 조정하는 것뿐”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이어 “우리는 출전 시간을 잘 따져야 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바를 오늘 이자리에서 공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두가 드라마를 좋아한다. 인기 절정의 ‘TV 연속극’이나 ‘리얼리티쇼’에 출연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경기 결과가 가장 중요한데도 사람들은 우리의 관계나 전화를 주고받는 사이인지 등을 더 알고 싶어한다. 우리나 나머지 선수들도 같은 식으로 느낄 것이란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19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의 서부 올스타 사령탑으로 지명된 커 감독은 앞서 팬투표로 뽑힌 스테픈 커리와 듀랜트 외에 드레이먼드 그린이나 클레이 톰프슨처럼 자신이 추천한 선수들이 골든스테이트 선수들이 모두 넷이나 뛰는 특정한 순간도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커 감독이 그런 식으로 선수를 기용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에 듀랜트는 웃으며 “그렇게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몇백만 달러짜리 질문이란 건 알겠는데 그가 그런 식으로 아무나 집어넣으면 재미있기는 하겠다”고 웃어넘겼다. 일주일 만에 다시 같은 팀으로 뛴다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커리는 “올스타가 된 것 자체와 라커룸에서의 교류를 충분히 즐길 만큼 성숙해질 것이라고 느끼며 서부 올스타 유니폼을 입고 모든 이들의 성취를 축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분위기를 살려줄 선수로는 그린을 꼽으며 “아마도 그는 농담도 하며 진짜 시끄러운 소리도 내고 라커룸의 분위기도 돋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역시 그런 역할을 반겼다. “러셀이 워리어스 선수들과 뛴다고 해서 호들갑을 떠는 데 대해 주의를 기울이거나 하지 않는다. 맞다. 그는 OKC 선수고, 우리는 골든스테이트 선수다. 하지만 우리는 주말에 서부 올스타로 뛸 것”이라고 단언했다. 듀랜트는 “한 팀 선수 넷이 올스타전을 한 팀에서, 그것도 우리 팀 감독이 지휘하는 경기를 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그래서 아주 멋진 일이다. 어떻게 돼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유재석 밀랍인형, 유재석도 놀랄 싱크로율 ‘유재석 옆 유재석’

    유재석 밀랍인형, 유재석도 놀랄 싱크로율 ‘유재석 옆 유재석’

    유재석 밀랍인형이 공개됐다. 개그맨 유재석 밀랍인형이 국내 예능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최고 월드 셀러브리티 밀랍인형 박물관인 그레뱅 뮤지엄에 17일 오후 1시부터 본격 오픈됐다. 유재석은 이날 오전 을지로 입구에 위치한 그레뱅 뮤지엄을 깜짝 방문, 자신과 똑같은 도플갱어 밀랍인형의 제막을 축하하며 깜짝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유재석은 “그레뱅 뮤지엄에 전시된 내 밀랍인형을 보고 나와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며 “한 공간에 있는 싸이, 지드래곤 등 다른 유명하신 분들의 밀랍인형도 실제 인물과 똑같이 닮아 신기했고, 많은 분들이 그레뱅 뮤지엄에 오셔서 제 밀랍인형과 여러 스타분들의 밀랍인형을 보시고, 함께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 보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재석의 밀랍인형 제작에는 6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됐다. 유재석 실물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구현하기 위해 작년 6월 프랑스에서 그레뱅 워크샵 팀이 전격 내한, 신체 사이즈 실측 및 기초 작업 등을 진행했다. 조소가, 인공 보철 전문가, 헤어 이식사 등 15명의 장인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유재석 밀랍인형은 얼굴의 주름, 피부의 결, 눈동자 색, 치아의 텍스쳐 등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재현, 유재석 특유의 표정 및 포즈에서 풍기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까지도 충분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재석 본인이 실제 착용했던 안경부터 수트, 운동화까지 직접 기증받아 밀랍인형에 입혀 리얼함을 한층 강화했으며 유재석의 핸드프린팅도 함께 전시되어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유재석 밀랍인형은 그레뱅 뮤지엄 2층에 위치한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메인 무대 위, 싸이 밀랍인형 옆에 자리를 잡고 다른 세계적인 스타 밀랍인형들 및 관람객들과 함께 전례 없는 환상적인 케미를 선보일 전망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얌전한 아이’와 함께라면 음식 할인해주는 식당

    ‘얌전한 아이’와 함께라면 음식 할인해주는 식당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혐오의 의미로 ‘벌레 충(蟲)’을 붙인 비속어로 카페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전혀 통제하지 않는 어머니들을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물론 ‘맘충’이라는 비속어는 국내에서 만들어져 아기 키우는 엄마들을 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은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레스토랑 주인은 자신의 식당을 찾은 소란스러운 아이들과 그의 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발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얌전하고 예의바르게 식당을 이용한 가족에게 ‘특별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동북부 파두아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안토니오 페라리는 아이들과 함께 식당을 찾아 매너있게 식사한 가족에게는 5%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 중 어림잡아 30%는 아이들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이 식당 안을 뛰어다니거나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를 끼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책에 묘사된 것처럼, 프랑스의 아이들은 레스토랑에서 부모가 대화하는 동안 조용히 앉아 기다린다고 알고 있지만 이탈리아 가족들이 데리고 오는 아이들은 프랑스 아이들보다 조금 더 소란스러운 편”이라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지만, 그러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나는 여전히 꼬마 손님들을 환영한다. 다른 이탈리아 식당들도 나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의 찬란한 역사를 생각하며/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우리의 찬란한 역사를 생각하며/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지난 몇 년간 대중문화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여행(타임슬립)은 가장 인기 있는 소재가 되고 있다. 시간여행은 생각만 해도 참 매력적이다. 평범한 현대인도 일기예보나 주식의 등락과 같은 사소한 정보만 알아도 과거로 돌아가면 무소불위의 능력자가 될 수 있다.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 세상을 떠난 사랑하던 사람들과 재회한다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찰 일이다. 사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는 공간 이동을 하는 데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시간 사이를 이동하는 기술은 조금도 개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전혀 불가능한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드라마에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그 배경에는 과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이 있다.드라마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크게 인기를 얻는 한편 역사학계에서는 방송매체와 온라인에서 다양한 역사 강의가 널리 인기를 얻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며 새로운 지식을 얻고 자신을 뒤돌아본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중에는 듣는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사소한 사건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가끔 보인다. 구석기시대에 이미 유라시아 전역을 차지했고 심지어는 신대륙의 기원이 됐다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찬란한 역사를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한 자기 역사의 찬란함에 기대어 현실을 잊는 위안에 치중한다면 진정한 역사의 의미를 놓칠 수 있다. 사실 자기 조상의 역사가 찬란했으며, 이상향이라고 생각하면서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동서양 모두에 존재했던 생각이었다. 성경의 에덴동산, 공자가 그리워한 요순시대, 그리고 플라톤이 그리워한 아틀란티스 대륙은 바로 먼 원시시대를 이상향으로 생각했다. 2차대전 시기에 나치의 친위대장이었던 하인리히 힘러가 파미르와 티베트 고원으로 탐험대를 파견한 이유도 순수한 아리안족이 살던 이상향을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고고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역사는 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로 이어짐이 밝혀지면서 먼 옛날에서 이상향을 찾던 사람들의 바람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고대 사람들이 낙원 대신에 돌을 쪼개어 도구를 만들며 동굴에서 살았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고대는 미개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미개한 고대인에 대한 이미지에는 자신과 다른 이방 민족에 대한 편견이 덧붙여졌다. 인류의 기원을 예로 들자면 세계사 책을 펴면 허리가 구부정한 털북숭이 사람들이 돌을 깨고 맹수들과 싸우는 불쌍한 모습이 많다. 반면에 자기 민족의 기원을 묘사하는 책에는 태양을 등진 현명한 지도자와 신천지를 희망차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주로 묘사된다. 다른 사람들의 과거는 미개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 조상의 역사는 찬란하다고 생각하는 이중적인 모습은 역사에서 위로받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무조건 자신의 역사를 위대한 것으로만 규정하고, 다른 민족의 역사는 미개하다고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논리와 근거로 거시적인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증명하지 않는다면 마치 비현실적인 시간여행 드라마로 위안받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시간여행을 떠나듯이 역사 속에서 찬란함을 찾아내고 우리의 모습을 동일화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공산당을 추종하는 장년 세력들과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무척 컸다. 당시 러시아는 ‘소련을 그리워하지 않으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지만, 소련으로 회귀하려는 자는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찬란한 역사는 바로 그 역사가 지향하는 미래에 있다. 400년 전 미국 동부에 정박한 초라한 배 메이플라워호와 그 안에 타고 있던 가난하고 굶주리던 102명의 이주민은 찬란한 미국 역사의 첫 페이지로 기억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후예가 미국이 됐기 때문이다. 막연히 과거를 미화해 위로받기보다는 역사를 냉철하게 바라보며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찬란하게 만들 것이다.
  • ‘그날의 함성’처럼… 다시 불러보는 250만 대구 자긍심

    ‘그날의 함성’처럼… 다시 불러보는 250만 대구 자긍심

    21~28일 대구시민주간 대구는 국채보상운동, 2·28민주운동 등에서 보듯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힘을 모아 앞장섰다. 대구시는 이 같은 시민정신을 되살려 대구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대구시민주간’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열린다고 대구시가 16일 밝혔다.행사가 시작되는 21일은 국채보상기념일이다. 국채보상운동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진 빚 1300만원을 국민 성금으로 갚자는 ‘나랏빚 갚기 운동’을 말한다. 1907년 1월 29일 항일구국지로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의 대구지사원인 대구 광문출판사 김광제 사장과 부사장 서상돈의 발의로 시작됐다. 이들을 중심으로 대구의 유력 인사들이 ‘담배를 끊어 국채를 갚고 주권을 회복하자’며 모금운동에 나섰다. 당시 일제는 군수품을 들여오면서 담배도 함께 도입, 대구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됐다. 그러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일제의 담배 유통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이후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행사 마지막날은 2·28민주운동 기념일이다. 2·28민주운동은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60년 2월 28일 3·15 대선을 앞두고 대구 8개 고교생이 자유당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것이다. 마산의 3·15 부정선거 항의시위로 이어졌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으며 오는 9월쯤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2·28민주운동의 국가기념일 지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국채보상운동 선열들 책임정신 되새겨 ‘시민주간’을 진정한 ‘시민축제의 장’으로 만든다는 게 대구시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15년 11월부터 대구시교육청, 대구문화재단, 지역 시민단체 등과 함께 워킹그룹을 만들어 여러 차례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대구시민주간의 하이라이트는 21일 열리는 선포식이다. 엑스코 5층 오디토리움에서 오후 2시에 열리는 선포식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시민과 관계자 1300여명이 참석한다. 식전문화행사로 뮤지컬 갈라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공연된다. 국채보상운동과 항일운동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40분간 진행되는 선포식은 ‘열정의 발걸음’이라는 미디어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이어 시민주간을 샌드아트 영상으로 소개하고 지역 기관단체장 10명이 선포 세리머니를 한다. 또 권 시장이 비전을 발표하고 류규하 대구시의회 의장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축하 메시지를 낭독한다. 이날 권 시장은 시민주간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5개년간 비전을 직접 시민들에게 소개한다. 250만 시민 대표의 퍼포먼스도 진행된다. 퍼포먼스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400명의 시민 대표가 참가해 ‘대구찬가’, ‘고향의 봄’ 등의 노래를 오카리나와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의 연주에 맞춰 부른다. 메인행사가 마무리되면 축하행사도 준비돼 있다. EBS 국사 선생이자 ‘KBS 역사저널 그날’의 출연자이기도 한 최태성 강사가 ‘역사 속의 대구’를 주제로 강연한다. 슈퍼스타K 시즌 4의 우승자이자 ‘봄봄봄’, ‘러브 러브 러브’ 등으로 인기를 끈 가수 로이킴이 미니콘서트를 준비해 새로운 시민축제의 탄생을 축하하게 된다. 선포식에 앞서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는 행사가 대구중앙도서관 강당에서 열린다. 권 시장, 류 의장 등 1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국가를 대신해 나랏빚을 갚기 위해 나선 선열들의 책임정신을 되새긴다. 오후 4시부터는 엑스코 325호실에서 ‘대구 알기 가족 골든벨’이 열린다. 초·중·고등학생들이 가족 1명과 1팀으로, 모두 200여팀이 참가한다. 예선과 패자부활전 본선 등을 거쳐 20팀을 선발해 시상한다. 대상 1팀에게는 100만원, 금상 3팀 각 90만원, 은상 3팀 각 60만원, 동상 10팀 각 10만원의 상금을 준다. 문제는 대구의 문화, 역사, 인물, 기타 인문소양 등에서 나온다.●대구 상징물 가면 쓰는 ‘복면 가요제’ 23일부터 26일까지 창작 뮤지컬 ‘기적소리’가 공연된다. 기적소리는 국채보상운동을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2015년 12월 초연된 후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23회 공연됐다. 누적 관객 1만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공연을 이어 오면서 ‘대구의 가슴을 울렸다’, ‘대구의 정체성을 봤다’는 호평을 들었다. 24일 오후 6시부터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청년복면가요제’가 열린다. 지역 청년들이 직접 기획해 추진하는 것이다. MBC 인기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참가자들은 청년 예술가들이 제작한 사과, 팔공산 등 지역 상징물 복면을 쓰고 가창대회를 펼친다. 복면가요제 예선은 17일 오전 10시 대구시 청년센터에서 열린다. 예선을 통해 선발된 100명이 심사위원인 시민청중평가단 앞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 대상과 금상, 은상 각 1명에게 100만원, 50만원, 30만원의 상금을 지급하고 장려상 1명에게도 20만원을 준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2만원 상당의 상품을 지급한다. 25일에는 도심문화 역할수행게임(RPG)이 진행된다. 참가자가 이야기 속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즐기는 미션 수행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주요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중앙공원, 근대골목 등 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학생과 연인 등 500여명이 참가한다. ‘김광석 노래 가사 맞히기’, ‘과자 먹기 릴레이’, ‘약초 이름 맞히기’, ‘음표 맞춰 반주하기’, ‘고무신 던져 받기’, ‘태극기 들고 있는 여학생 찾기’ 등은 물론 키워드 카드를 조합해 장소를 찾는 ‘최종 미션장소를 찾아라’라는 게임이 마련돼 있다. 26일에는 노보텔에서 ‘대구정체성 포럼’이 열린다. 100여명이 참가하는 포럼에서는 대구 역사와 문화 속에 녹아 있는 대구 정체성을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시대정신을 찾는다. 여기서 나온 정체성을 인식하고 재해석해 현재 대구 지역 시대정신을 규명하게 된다. ●민주운동 기념식 영호남 인사 한자리에 28일에는 2·28민주운동 기념식이 대구 두류공원 학생 의거 기념탑 앞에서 열린다. 기념식에는 권 시장을 비롯해 2·28기념사업회 회원과 정치, 경제, 사회, 여성, 학생 등 각계각층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한다. 특히 국민 대통합과 영호남 상생발전을 위해 윤장현 광주시장과 5·18기념재단 이사, 5·18 관련 단체장 등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행사 때도 윤 시장 등이 참석했었다. 이날 오후에는 대구경북연구원에서 대구시민 주간 기념세미나가 열린다. 주제는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기억의 재구성(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중심으로)’이다. 이재필 대구경북연구원 대구경북학센터장이 국채보상운동 정신 계승과 세계화 전략,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뿌리 2·28민주운동 재조명,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기억의 재구성 등을 주제발표하고 종합 토의와 토론이 이어진다. 또 경북대에서는 2·28민주운동 학술세미나가 개최된다. 2·28민주운동에 대한 시민의식 실태와 기념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권영진 시장 “시민정신이 위기 속 빛” 한편 대구시는 10월 8일 열리는 ‘시민의 날’도 시민주간으로 옮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민의 날은 1981년 직할시 승격 100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1982년 조례 제정과 함께 제1회 대구시민축제를 개최한 뒤 지금까지 기념행사 등을 해 왔다. 권 시장은 “대구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더욱 시민정신이 빛을 발했다”면서 “시민주간 선포를 계기로 시민 모두가 행복한 창조대구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혜택 다양 전기차 관심 ‘쑥’…보조금 신청 1년새 4배로

    보조금 확대와 각종 할인혜택에 더해 인프라 확충으로 충전 불편이 줄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5일부터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 신청대수가 3주 만에 120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배 증가했다. 올해 1만 8000대(이월분 4000대) 구매를 지원할 환경부는 추가 지원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접수한 지자체 72곳 중 세종과 광주, 전주·춘천·청주 등 33곳에서 올해 지원 물량이 소진됐다. 33곳 중 27곳은 올해 처음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는 지자체들이다. 지난달 25일 접수한 세종시는 1분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 1대당 700만원씩 20대를 지원할 계획을 수립했는데 조기 마무리되자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세종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구매 포기자를 감안해 14명의 예비 후보를 접수받았다”면서 “내년에는 50~100대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전기차 30대 보조금 신청을 접수한 청주에서는 시민들이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청주의 전기차 보조금은 1000만원으로 울릉군(1200만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전기차 수요 증가는 보조금 지원 지자체 및 보조액 증가도 한몫했다. 전기차 구매 시 국고 1400만원과 별도 지방비 300만∼1200만원까지 지원받으면 내연기관(휘발유·경유) 차량 비용 정도로 구매 가능하다. 올해 보조금 지원 지자체는 101곳으로 지난해 31곳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고 지자체별 보조금도 지난해 평균 430만원에서 올해 545만원으로 증가했다. 신청이 마감된 33곳의 보조금은 평균 591만원으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또 연말까지 충전기 1만기를 추가 설치하고 급속충전 요금을 1㎾당 313.1원에서 173.8원으로 인하하는 동시에 그린카드 사용 시 50%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3월까지 전기차 보급 실적과 지자체의 추가예산 확보 계획 등을 고려해 4월 중 국고보조금 예산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北 김정남 피살] 이복형 숨진 뒤 아버지 참배한 김정은… 주민들 “망하기 전 뭔들 못하나” 수군

    [北 김정남 피살] 이복형 숨진 뒤 아버지 참배한 김정은… 주민들 “망하기 전 뭔들 못하나” 수군

    북한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발사 도발 및 김정남 암살 소식으로 국제사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6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번째 생일을 맞아 당·정·군 지도부를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이날 밤 평양에서는 김정일 생일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조선중앙TV는 평양 대동강변 주체사상탑 일대에서 진행된 불꽃놀이를 20여분간 생중계했다. 북한에서 광명성절로 불리는 김정일의 생일은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과 함께 최대 명절로 꼽힌다. ●北TV, 대동강 불꽃놀이 20여분 생중계 북한의 대내외 매체들은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나흘째 침묵을 지켰다. 반면 김정일 생일 관련 소식은 대대적으로 전했다. 올해 김정일의 75번째 생일은 북한이 중시하는 5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정주년)인 만큼 더욱 공을 들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은 전날 김정일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날 0시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께서는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숭고한 경의를 표시하시면서 삼가 인사를 드리셨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2월 16일 0시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북한 매체들도 김정일 추모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야 한다”며 대를 이은 충성을 독려했다. ●北 매체 ‘김정남 암살’ 나흘째 침묵 한편 김정남 암살과 관련, 일부 북한 주민은 단파라디오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접하고 “(김정은이) 뭐든 못하겠는가”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남의 존재 자체를 모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상당수 북한 주민들이 그를 ‘김정일의 장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북한 주민들은 오늘 새벽 대북방송을 통해 김정남의 암살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면서 “김정일 아들이 ‘객사했다’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주민들이 ‘망하기 전에 뭐든 못하겠는가’라며 북한 정권을 맹비난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새벽잠이 없는 어르신들이 새벽 방송을 듣고 자녀들에게 ‘김정일의 장남이 동생에게 독살을 당했다고 하는데 밖에서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우주를 보다] 갈릴레오 탄생 축하하는 목성 위성들

    [우주를 보다] 갈릴레오 탄생 축하하는 목성 위성들

    "생일 축하해! 갈릴레오" 최근 미국의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 닷컴이 목성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거대한 목성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3개의 위성은 왼쪽 아래에서부터 각각 유로파, 칼리스토, IO와 그 그림자들이다. 지난 2015년 1월 24일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이 사진은 목성의 보기 드문 우주 이벤트를 담고 있다. 이날 이들 세 위성은 한꺼번에 목성의 전면을 가로지는 특별한 '우주 삼중창'을 선보였다. 매체가 2년 전 사진을 꺼내든 것은 지난 15일이 453년 전 갈릴레오가 탄생한 날이기 때문으로 특히 이들 위성은 '갈릴레이 위성'이라 부른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 수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지난 1610년 자체 제작한 망원경으로 목성의 4개 위성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당시 갈릴레오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활화산이 있는 이오(Io)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로파(Europa),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칼리스토(Callisto) 그리고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이자 ‘건방지게’ 행성인 수성보다 큰 가니메데(5262km)를 발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목성의 위성 수는 무려 67개지만 여전히 가장 유명한 것은 이들 갈릴레이 위성이다. 사진=NASA, ESA, Hubble Heritage Team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법원 “靑 압수수색 허용” 신청 각하…특검 “압수수색 불가능”

    법원 “靑 압수수색 허용” 신청 각하…특검 “압수수색 불가능”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또 다시 벽에 막혔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 조치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각하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허용해달라는 특검의 요청이 무산된 것이다. 이로써 청와대의 압수수색은 불가능해졌다. 특검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규철 특검보는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법원이 청와대 압수수색 관련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하거나 기각하면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는 16일 특검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낸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아예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절차다. 특검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이 청와대의 불승인으로 불발되자 지난 10일 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압수수색의 공익상 중요성과 청와대의 군사상·공무상 비밀 유지 필요성 사이에서 청와대 압수수색 허용 여부를 저울질하다 이날 각하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단서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만을 내세우며 특검의 경내 진입을 줄곧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나눔의 힘 시민의 쉼’ 기부의 씨앗… 불모지에 피운 예술꽃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나눔의 힘 시민의 쉼’ 기부의 씨앗… 불모지에 피운 예술꽃

    20세기 초까지 예술의 중심 무대였던 유럽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황량해졌다.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예술가들을 두 팔 벌려 맞아들인 곳이 미국이었다. 자본이 원활하게 흐르고, 모더니즘 정신이 깃든 20세기 초의 뉴욕은 멋진 신세계였다. 부유한 사업가들은 유럽에서 망명 온 예술가들의 후원자가 됐고 그들 작품의 컬렉터가 됐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속속 문을 열었고, 뉴욕은 단번에 자타 공인 현대미술의 메카가 됐다. 그 화려한 명성대로 도시의 곳곳에서 세계적인 미술관들을 만날 수 있는 뉴욕으로 예술 산책을 떠나 보자.뉴욕에는 다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과거와 현재, 예술과 자연, 기계와 인간이 극적으로 조화를 이룬 데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센트럴파크의 동쪽을 따라 길게 나 있는 5번 애비뉴의 ‘뮤지엄 마일’을 따라가 보면 뉴욕이 과연 자연과 예술의 도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5번 애비뉴의 80번 스트리트에서 84번 스트리트까지 4개의 블록을 차지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그 백미다. #150년의 세월… 5만여평에 300만점 전시 약칭으로 ‘더 메트’(The MET)라고 불리는 이 미술관의 사명은 ‘기원전 8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물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권과 시대를 망라하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예술적 위업을 나타내는 작품을 수집하는 것’이다. 고대의 근동,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의 조각품부터 중세 미술, 근대 유럽의 회화, 동시대의 현대미술, 다양한 장식미술과 의상 등 장르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소장품을 지닌 이곳은 규모나 소장품의 내용 면에서 미국이 자랑하는 백과사전식 종합미술관이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런던의 영국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박물관, 베를린의 박물관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유럽에 비해 너무나 빈약한 예술적 토양에서 소박하게 시작했으나 15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미술관 건물과 소장품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5만 7500평의 면적에 300만점에 이르는 경이적인 규모가 됐다. 방대한 소장품을 연구하고 관리하기 위한 학예부서만도 17개 부서로 나뉘어 있으며 1800여명의 풀타임 직원과 9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일하고 있다.#민간 주도… 백과사전식 종합미술관 탄생 더욱 놀라운 것은 이처럼 커다란 미술관이 정부의 지원 없이 시작돼 운영된다는 점이다. 유럽의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군주의 후원과 왕조의 유산을 기반으로 출발해 국가의 지원을 받지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순수하게 민간 주도로 만들어졌고 시민들의 기부와 기증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시작은 미미했다. 파리에 머물고 있던 변호사 존 제이는 1866년 7월 4일 지인들과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독자적인 박물관의 설립을 제안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뜻에 동참하기로 맹세했고 그로부터 4년 후인 1870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탄생했다. 1880년 현재의 위치인 센트럴파크에 캘버트 복스와 제이컵 레이 몰드가 지은 신고딕 양식의 간소한 미술관 건물이 개관했다. 여전히 소장품은 유럽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비해 너무 초라했다. 메트의 소장품 컬렉션은 1872년 철도사업가 존 테일러에 의해 작품이 기증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유럽의 박물관과 같은 소장품을, 그것도 진품을 구입하기엔 턱없이 예산이 부족해 세계적 걸작의 복제품과 석고 모형을 수집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1902년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뉴저지주 패터슨에서 기관차 제조업을 하는 사업가 제이컵 S 로저스가 미술품 구입비로 500만 달러를 기부한 덕분에 메트로폴리탄은 수많은 진품 걸작을 구입하며 미술시장의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한다. 메트로폴리탄이 자랑하는 피터르 브뤼헐의 ‘추수하는 농부들’, 빈센트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 폼페이 벽화와 중동의 유물 등 많은 걸작은 ‘로저스 기금’으로 구입한 것이다. 당시 혁신적이었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공공미술관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가치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1913년에는 벤저민 올트먼이 뒤러의 ‘성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예수’를 비롯한 1000여점의 수집품을 유증했다. 1929년에는 호러스 해브마이어가 엘 그레코의 ‘톨레도 풍경’ 외에 드가, 마네, 세잔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대거 기증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개인 컬렉션 중 하나인 로버트 리먼 컬렉션은 1967년 유증됐다. 중세부터 모더니즘에 이르는 2600점의 작품 가운데 시모네 마르티니의 ‘성모자상’, 한스 멤링의 ‘수태고지’, 엘 그레코의 ‘학자 성 제롬’, 르누아르의 ‘피아노 앞의 두 소녀’ 같은 걸작들이 로버트 리먼 윙에 전시돼 있다. 20세기 초 걸작품 구입에 매진했던 수집가들의 통 큰 기부 덕분에 메트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고 기부 전통은 수세대에 걸쳐 계승되고 있다.#건물의 확장… 센트럴파크와 어울림 무게 외형의 변화도 드라마틱하게 진행됐다. 메트가 세계적인 규모의 박물관·미술관으로 성장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이는 1904년 관장으로 부임한 J P 모건(1837~1913)이었다. JP모건의 설립자이자 전설적 금융가인 그는 당대 유명한 예술품 컬렉터이자 예술 후원자였다. J P 모건은 관장에 부임하면서 대대적인 증축 작업에 들어갔다.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인 에콜드보자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제1호 유학파 건축가 리처드 모리스 헌트에게 증축 작업을 맡겼다. 5번가에서 바라보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 정면은 리처드 모리스 헌트의 설계로 지어졌다. 이어 북쪽 날개 부분과 남쪽 날개가 찰스 매킴과 미드, 화이트의 설계로 각각 19011년과 1913년 완공됐다. 현재의 미술관 정문 파사드와 입구는 1926년 완성됐다. 1954년 대규모 개축으로 근대적 스타일의 전시장을 완비했다. 센트럴파크 내의 건물 증축은 미술관 개관 100주년을 맞은 1970년 케빈 로시에 의해 새롭게 단장됐다. 아일랜드 출신의 건축가 로시는 감상자들이 느끼는 박물관 피로증의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1층 북쪽 끝부분을 유리로 만들어 센트럴파크의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박물관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로시는 헌트의 건물 앞에 기다란 계단광장을 만들어 진정한 박물관 거리를 조성했다. #한국실 등 동서고금 넘나드는 수많은 공간 계단을 올라 메인 출입구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로비가 나온다. 미국은 모든 게 다 크다고 하는데 미술관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로비는 세 개의 정사각형 평면에 세 개의 돔 천장을 갖추고 있는데 건물을 설계한 리처드 모리스 헌트의 아들인 리처드 하울랜드 헌트가 내장을 맡았다고 한다. 긴 로비의 왼쪽으로 가면 그리스·로마관, 오른쪽은 이집트관, 정면 계단으로 오르면 유럽 회화관으로 인도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복도를 통해 다른 건물의 수많은 전시실로 연결된다. 15~19세기 대가들의 작품을 포함하고 있는 소묘와 판화 컬렉션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옆으로 유럽 회화 작품들이 시기별로 구분돼 전시돼 있다. 미국 회화관에서는 유명한 에마누엘 로이체의 ‘델라웨어강을 건너는 워싱턴’과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X’를 볼 수 있다. 2층과 3층에는 고대 근동, 아랍, 터키, 이란, 중앙아시아 및 후기 남아시아 미술이 전시돼 있고 그 반대편에서 아시아 미술을 볼 수 있어 시공을 넘나들며 세계 일주하는 기분으로 감상이 가능하다. 한국실에는 귀한 고려불화 수월관음보살상과 조선시대 달항아리도 있다. 소장품이 너무 많아서 한 번 방문으로 모두 감상하는 것은 무리다. 시간을 잘 배분해서 꼭 보고 싶은 작품을 찾아가 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미술관 안내지도를 보면 가장 빠른 시간에 메트를 관람하고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과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루트를 붉은 점선으로 표시해 놓았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실화영화 ‘재심’에서 재회… 강하늘 & 정우 인터뷰

    실화영화 ‘재심’에서 재회… 강하늘 & 정우 인터뷰

    15일 개봉하는 ‘재심’은 2000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 기사 살인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와 증거 조작 등으로 억울하게 10년간 옥살이를 한 현우(강하늘)와 이 사건이 출세의 기회라는 것을 직감한 속물 근성 변호사 준영(정우)을 축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사례에 바탕을 둔 ‘또 하나의 약속’을 연출했던 김태윤 감독의 작품이다. 정의감으로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는 변호사로, 세상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청년으로 브로맨스를 보여준 두 남자를 만났다. “친해야 진짜 연기… 형 덕분에 편한 연기” #억울한 누명 쓴 청년 강하늘 “안타까움도 안타까움이지만 이 억울함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런 사건이 도대체 왜 일어났을까에 관심이 갔어요. ‘재심’의 시나리오가 왔을 때 왠지 제가 해야 할 것만 같았죠.”어쩌면 강하늘(29)의 ‘재심’ 출연은 이미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TV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을 접하고는 인터넷 검색 등으로 사건을 더 알아 보는 등 관심을 기울였던 경험이 있었다. 일차원적으로 사건을 판단하기는 싫어서였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운명처럼 시나리오가 찾아왔다. 그는 영화를 찍으며 실제 사연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 보기도 했다. “최대한 일상적인 대화를 하려 했어요. 그분이 겪은 모진 세월의 단 하루도 체험하지 못했는데 사건 이야기를 꺼낸다는 자체가 건방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실화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 제 캐릭터가 삐걱거릴 것 같아 시나리오에만 집중하려 했죠.” 강하늘은 영화 속에서 나쁜 경찰로 열연한 한재영에게 자백을 강요당하며 정말 모질게 맞고 또 맞는다. “실제처럼이 아니라 실제였어요. 제 연기가 부족해 안 맞고도 맞은 듯 연기를 못 하거든요. 아직까지는 그런 감촉, 온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게 도움이 돼요. 그동안 때리기보다 맞아야 하는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제가 좀 억울하게 생겼나 봐요. 하하하.” ‘재심’에는 유독 절친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술잔을 나누며 고민을 주고받는 사이들이다. 2015년 영화 ‘쎄시봉’에 지난해 TV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을 함께했던 정우를 비롯해 ‘소녀괴담’에서 만난 박두식, ‘동주’를 함께한 민진웅, 최정헌 등이다. “싫어하는 연기도 실제로는 친한 사이여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봐요. 불편한 사이면 연기할 때 어딘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지거든요. 그래서 현우를 연기하며 너무 편했어요. 서로 연기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를 스스럼없이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었죠. 특히 정우 형이 열정적이었죠.” 연기력도 일찌감치 인정받았고, 작품도 끊이지 않고,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는데 연기가 자신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강하늘은 ‘동주’ 촬영 때를 돌이켰다. “선배들의 말처럼 고민, 스트레스, 불확실성은 연기자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지내왔는데 ‘동주’ 때 터진 것 같아요. 윤동주 시인을 연기한다는 자체가 정말 부담이 됐어요. 매일 술 마시고 자며 제대로 된 생활이 안 됐을 정도였죠. 그때 나는 그릇이 안 되나 보다 생각했었죠. 그래도 그런 시기가 있어 고마웠던 게 한 단계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요즘 한창 명상에 재미를 붙였다는 강하늘은 늘 지금이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무엇이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얼굴 찌푸리는 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부터 긍정적이려고 애쓰면 그 에너지가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무거운 진실 앞에 무게 있는 진심 연기” #가슴 뜨거운 변호사 정우 “사실 시나리오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는 걸 몰랐어요.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마음가짐이 달라졌죠.”소재로 삼은 실제 사건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재심’은 다소 경쾌하게 출발한다. 정우(36)가 연기한 변호사 준영의 역할이 크다. 처음에는 얄미운 안티 히어로에서 출발했다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진심을 꺼내들게 되는 캐릭터다. “완벽하기보다는 빈틈이 있고 소시민적인 모습으로 연민의 정을 줄 수 있다면 관객들이 준영이라는 캐릭터에 올라타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실존 인물 연기가 무척 까다로운 일이라는데 ‘쎄시봉’, ‘히말라야’에 이어 ‘재심’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 거푸 출연하고 있다. ‘재심’에서의 준영도 허구가 아닌 실존 인물이다. 이름까지 그대로 따왔다. “실제 변호사 분을 두 세 번 만났어요. 과거 판결을 뒤집는 능력이 대단한 분이잖아요. 그런데 자신은 친구들도 사건을 맡기지 않는 고졸 출신 변호사였고, 존재감을 찾고 싶어 재심 전문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근함을 느꼈어요. 영화 속 캐릭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았죠.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는 혹시나 넘치고 과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지는데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도 괜찮으니 편하게 하라고 격려해 줘 감사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무명 생활이 길었다. 연기자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은 서른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앞서 인생의 방향을 틀어보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다른 길을 찾으려 해도 다른 길이 없어 죽기 살기로 할 수밖에 없었죠. 다른 분들에 견주면 저는 고생한 것도 아니에요. 부모님이 연기를 반대하기보다 지원해 주셨거든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는데 2013년 하반기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 이후에는 외려 과작(寡作) 배우가 됐다. “뜨고 나서 작품이 더딘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요, ‘바람’ 이후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출연 자체에 의의를 뒀었는데 과연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는 작품인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재심’의 준영을 보면 유들유들 얄미우면서도 정이 가는 ‘응사’의 ‘쓰레기’ 느낌이 묻어나기도 한다. “장르에 따라 제가 아닌 캐릭터가 돼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저는 캐릭터를 저에게 가져오는 편이에요. 정우라는 사람이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은 비슷하고 또 약간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관객들이 볼 때마다 흥미롭고 질리지 않는 배우로 남을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 제 안에 있는 다른 모습도 계속 계발해 나가야죠.” 지난해부터 든든한 지원군이 추가됐다. 동료 연기자 김유미와 결혼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둔 그다. “때에 따라 조언도 하지만 각자 본인 의견을 존중하는 게 부부끼리 직업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아요. 지금 행복 온도가 어떻냐고요? 아주 따뜻합니다. 하하.”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新전원일기] 강의실 맨 뒤에서 주문전화 받던 청년 ‘부추 박사’ 되다

    [新전원일기] 강의실 맨 뒤에서 주문전화 받던 청년 ‘부추 박사’ 되다

    불판에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면 고춧가루 팍 뿌려 버무린 부추 겉절이가 절로 생각이 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위에 부추를 올려 먹으면 그 또한 일미. 음식의 풍미를 한층 더해주는 부추 덕이다. 더구나 비 오는 날이면 막걸리 한 사발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부추 부침개 한 장이면 세상 다 가진 듯 마음까지 넉넉해지곤 했다. 이정훈(33) 친정애 부추농원 대표에게도 부추는 그렇듯 따뜻하고 정겨운 존재다. 4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부추 농사를 지어온 부모님의 삶이고 고혈이며 사랑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친정 엄마의 사랑이 물씬 묻어나는 ‘친정애(愛)’로 지었다. 이유인즉, 누나 셋이 결혼한 후에도 지극 정성으로 딸들을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친정 엄마의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어머니의 품 안, 어머니의 가슴만큼 아늑한 곳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평생 부추 농사를 지어 ‘부추 농사박사’라는 별칭까지 붙은 부모님의 가르침 아래 이 대표는 포항의 특산품인 부추로 가족애를 전하고 건강을 선물하는 청년 창업가이자 농업인이 됐다. “부모님이 부추 농사짓는 모습을 늘 곁에서 보고 자랐으니까요. 저에게 부추는 너무도 익숙한 가족 같은 존재죠. 지금은 현재와 미래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지요. 아니, 밥줄이 된 건가요? 하하하.” 이 대표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에게서 진한 부추향이 났다.정직 - 만두 등 메뉴 개발로 식당 열어 아내와 정성 쏟아 단골 늘었죠 들깨부추칼국수 한 그릇이 눈앞에 놓였다. 연이어 부추비빔만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의 인기 메뉴들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하지 않았는가. 정갈하게 그릇에 담겨 나온 인기 메뉴는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입안에 감도는 군침을 삼키고 요동치는 배꼽시계를 누르고 맛깔나게 음식 사진을 찍는 우리 일행을 이 대표와 그의 아내가 끌어당겼다. “부추는 향도 좋지만 맛이 더 좋습니다.” 대학생 정도로 앳되 보이는 부부는 “음식이 식는다”며 그들의 식사 자리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메뉴에는 부추가 주인공이다. 칼국수부터 만두, 전까지 부추가루와 부추를 듬뿍 넣어 겉과 속이 모두 초록빛이 난다. 식당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단골손님도 제법 생겼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꽤 많아졌다. “처음 3개월은 엄청 고생했어요. 음식이 맛이 없다, 짜다, 달다 하는 손님들이 많았거든요. 그때는 괜히 시작했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계속 레시피를 바꾸면서 음식 맛을 개선하니까 손님들 반응이 점점 좋아졌죠.” 이 대표는 모든 식재료를 우리 땅에서 나온 것만 사용한다. 식당 이름이 ‘바를정’인 것도 말 그대로 바르고 정직하게 만든다‘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좋은 예다. 부추즙으로 시작해 부추가공식품회사를 설립한 지 7년 만에 부추환, 부추건빵, 부추차, 부추국수, 부추만두, 부추크런치, 부추조청까지 개발해 연 매출 4억원을 올리는 탄탄한 회사를 만들었다. 2010년 창업 당시에는 한 해 매출이 1000만원에 불과했다. “남들과 조금만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 이렇게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부추의 어원은 ‘풀이 아니다’는 뜻을 가진 ‘부초’(否草)다. 부추만큼 지역별로 다양한 이름을 가진 채소도 없으리라. 경기와 강원에서는 부추라 부르지만, 충청에서는 ‘졸’이라고 부르고, 전라도에서는 ‘솔’이라고 하며, 경상도에서는 남녀 간에 정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정구지’, 제주에서는 ‘세우리’라고 부른다. “어디 그뿐입니까. 남자의 기를 높여준다고 해서 기양초, 힘이 넘쳐 과부집의 담을 넘는다고 해서 월담초, 부부 사이가 좋으면 집을 허물고 부추를 심는다고 해서 파옥초,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 하여 파벽초라고도 불러요. 부추와 그에 얽힌 이야기, 속담이 많아서 불리는 이름도 정말 다양해요.”개발 - 농대 3학년 10평 공간서 시작, 매출 늘어나니 정말 재밌었죠 “나도 부추즙 한번 만들어 볼까.” 2009년 대학 3학년이던 이 대표는 TV에서 양파즙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뉴스를 접하고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신종 인플루엔자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때라 양파즙이 예방 효능이 좋아 많이 팔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생각해 낸 것이었다. 평소 부추가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돼 몸을 튼튼하게 하는 여러 효능이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무릎을 치고 일어섰다. 그것이 바로 부추즙 창업의 시작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으로 농대를 갔지만 실질적으로 식품가공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였다. 일단 무작정 부딪혀 보겠다는 도전정신으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부모님의 지원으로 자그마한 착즙기와 포장기부터 각각 한 대씩 구입했다. 하지만 영남대 원예생명학과를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이 식품 가공에 대해 알 리가 만무했다. “식물의 생리학에 대해서만 공부했지 식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밤마다 공부를 했어요. 부추와 궁합이 맞는 한약재를 찾아서 하나씩 첨가하면서 만들었죠. 수개월 동안 몇 백만원어치는 족히 버린 것 같아요.” 벤치마킹을 하고 싶어도 부추즙을 만드는 곳이 전혀 없었던 터라 응당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부추즙 자체도 워낙 생소해 처음에는 홍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열 평 남짓한 크기의 제조장을 얻어 3개월 동안 부단한 단련의 시간을 보낸 결과, 드디어 2010년 3월 부추에 가시오갈피, 헛개나무, 대추, 감초, 약콩, 구기자까지 7가지를 넣은 첫 제품을 출시하게 되었다. 제품을 보관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방도 구했다. 주말이면 포항에 내려와 부추즙을 만들고 월요일에 30박스씩 들고 자취방으로 갔다. “네, 친정애 부추농원입니다. 오늘 바로 택배 보내겠습니다.” 수업 도중에도 수시로 걸려오는 주문전화를 받아야 했기에 항상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아야만 했고,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계약을 맺은 우체국으로 뛰어가 택배를 부쳤다. 낭만을 뒤로하고 땀과 주독야경으로 20대를 보낸 셈이다. 노력의 대가는 참으로 달콤했다. 온라인 광고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루에 두세 박스가 전부였다. 그러다 열 박스로 늘어나고 점차 주문량이 많아지자 한 달 매출이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뛰었다. 착즙기도 한 대 더 늘렸다. “부추즙을 판매하고 남은 수익으로 학비를 내고, 생활비도 풍족하게 해결했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만큼 재미있게 일을 한 적도 없는 것 같아요.” 판매가 급증하자 마케팅과 유통을 공부하기 위해 야간 수업까지 들으며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그 배움을 바탕으로 재주문을 유도하기 위해 제품에 헛개나무와 가시오갈피를 100g씩 서비스로 넣어 보냈다. 겨울에는 직접 생산한 부추 중 제일 좋은 상품을 골라 200g을 더 담아 보내기도 했다. 서비스뿐 아니라 내용물에도 주력했다. 맛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먹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좋은 원료를 쓰는 일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되도록 많이 넣어서 제 부추즙을 먹은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고 있지요.”미래 - 농장 규모 줄이고 친환경 재배, 전문회사 꿈… 부추만 생각하죠 포항 시내에 위치한 부추 가공공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기계면에는 660평 규모의 부추농장이 있다. 기존 8000평 규모의 부추농장을 부추 가공식품에 오롯이 주력하기 위해 축소시킨 것이다. 정성들여 재배한 친환경, 무농약 부추는 생물로도 공급하지만 대부분은 가공하는 데 사용된다. “660평 규모로만 부추 농사를 지어도 제가 원하는 공급량을 충분히 만들 수 있거든요.” 이 대표는 1년에 4번 정도 부추를 수확한다고 한다. 보통 11월부터 1월까지는 휴면 기간인데, 이렇게 한번 쉬었다가 나오는 부추는 더 굵고 힘이 있단다.이 대표가 비닐하우스 문을 열자 한창 수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 안은 봄처럼 따뜻하고 습했다. 그래서 낮에는 옆쪽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서 중간에 있는 부추들을 바람을 말려줘야 한다. “부추 농사는 물, 햇빛, 바람이 제일 중요해요. 그다음이 퇴비인 거죠. 특히 어떤 물을 쓰느냐에 따라서 수확량이 달라져요. 우리는 암반수를 개발했는데 PH(산성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8.2가 나와요. 진짜 깨끗하고 좋은 물이 나오는 거죠. 그런 물을 계속 주면 수확량도 높아지고 병해충이 없어요.” 이제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부추즙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친정애 부추농원의 부추즙은 한결같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아무도 시작하지 않았을 때 시장을 선점한 덕분도 있고, 오로지 부추와 관련된 가공식품 하나로 밀고 나갔던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부추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절대 하지 않거든요.” 그의 머릿속은 온통 ‘부추 생각’으로 가득하다.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처가에 예비 장인을 만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때마침 건빵을 먹고 있던 예비 장인이 그에게 건빵을 건네며 먹어보라고 권했다. 당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싶어 목이 말라 있던 이 대표는 장인이 준 건빵을 보자마자 섬광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명, ‘부추건빵’. 부추즙보다 좀 더 대중적인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찰나였기에 그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처음 생산한 5000봉지는 한 달 만에 완판됐다. “농업도 자신만의 철학과 색다른 아이디어로 철저히 준비해서 뛰어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성공이 빠를 수 있어요.” 현재 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그 어느 분야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그는 말한다. 오로지 부추 가공 전문회사를 꿈꾸는 이 대표는 부추 농축액과 부추 천연조미료도 구상 중에 있다. 그는 부추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친정애 부추농원’이 연상되는 그날을 기다린다고, 꼭 그런 브랜드로 만들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봄 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올봄에는 풋풋한 부추와 함께 건강을 지켜보면 어떨까. 글쓴이 방송작가 한정원‘6시 내고향’, ‘생방송 투데이’, ‘주주클럽’, ‘TV내무반 신고합니다’, ‘기분 좋은 날’, ‘여유만만’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 참여. ‘지식인의 서재’, ‘CEO의 서재’, ‘명사들의 문장강화’, ‘명인명촌’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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