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차별 제발 그만” 국적은 달라도 외침은 같았다 [김정화의 WWW]
지난 8일은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날(International Women‘s Day)였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운동에서 유래된 이 날은 여성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위해 싸워왔는지 되짚자는 취지입니다.
전세계에서는 코로나19의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고 각종 시위와 행진,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국적은 달라도 이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하나였습니다. 여성에 대한 살해, 폭력, 그리고 모든 종류의 차별을 멈추라고요.노동자 시위에서 유래…세계 각국 기념 행사세계 여성의날은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 1만 5000명이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서 시작했습니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불평등을 멈추라는 취지였죠.
1911년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 회의 결과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세계 여성의날’을 명명하고 기념했습니다.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집회에 참석했고, 여성의 노동권과 투표권, 정치참여 및 차별 종식을 위한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여성의 사회, 경제, 정치적, 문화적 업적을 축하하자는 의미의 이 날은 UN 지정 이후 서구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기념일로 자리잡았습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성평등을 가속화하자는 목적에서 여성들이 모여 행진하고 각종 퍼포먼스를 펼칩니다.세계 여성의날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보라색, 초록색, 흰색을 상징색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보라색은 정의와 존엄, 녹색은 희망이라는 뜻이죠. 흰색은 순결을 의미하지만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입니다.여성의 날을 공식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 나라들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대표적이죠. BBC에 따르면 러시아에선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꽃 매출이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독일 역시 2019년부터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전세계 여성 7억명 폭력 노출…“코로나로 상황 더 나빠졌을 것”
첫 시위로부터 100년 넘게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여성의 날을 기념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전 세계의 여성 차별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죠.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의 15세 이상 여성 3명 중 1명이 평생에 걸쳐 성적·신체적 폭력 위협에 노출된다고 밝혔습니다.
2010~2018년 161개국에서 벌어진 여성 폭력 사례를 조사한 결과죠. 숫자로 따지면 무려 7억 36000만명입니다.특히 이 같은 위협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더 커졌습니다. WHO는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 이 때문에 가정폭력이 더 늘었을 거라 추산합니다.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이런 폭력은 더 커졌다”며 “정부와 개인, 지역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