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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알바생 8000원 고용주 6000원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이 연착륙하려면 아르바이트(알바)생과 고용주가 각기 다르게 생각하는 ‘적정시급’과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됐지만 알바생은 현재 적정시급으로 8000원 이상을, 고용주는 6000원대 유지를 생각하고 있어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고용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고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높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알바생 “번 돈 생활비에 쓴다” 51.3% 17일 서울신문과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알바 포털 ‘알바몬’이 공동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던 지난 11~13일 알바생 1206명, 고용주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알바생들은 적정시급으로 65.9%가 8000원 이상을 꼽았다. 이 가운데 1만원 이상을 꼽은 사람도 17.9%에 달했다. 알바생 51.3%가 번 돈을 생활비에 쓴다고 답했고, 33.7%는 용돈, 9.1%는 학비, 4.6%는 저축 등에 사용했다. ●고용주 “인상 땐 인원 줄일 것” 91.4% 반면 적정시급으로 8000원 이상을 제시한 고용주들은 21.4%에 그쳤다. 41.4%가 현행 유지(올해 최저시급 6490원)라고 답했다. 37.1%가 7000원대를 제시했다. 고용주는 현재 시급으로 72.9%가 6470~8000원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8000~1만원은 15.7%, 6470원 미만은 8.6%, 1만원 이상은 2.9%씩이었다. 특히 최저시급을 인상할 경우 ‘고용 인원을 줄이거나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91.4%에 달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임금 차액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하청 관계에서의 불리함을 해소하고 저임금에 의존하는 현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등 해결책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공사 중 근로자 3명 급류에 숨진 사고 관련 마산회원구청·업체 압수수색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10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도심 하천에서 복개구조물 공사를 하던 근로자 3명이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불어난 하천물에 휩쓸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공사발주기관인 구청과 업체 2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 10분부터 수사관 25명을 동원해 마산회원구청과 해당 공사를 수주한 원청업체인 진주시 소재 K 회사, 창원에 있는 하청업체인 J 회사 등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한데 이어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압수수색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공사 안전 관련 규정과 공사 관련 자료, 작업일지 등을 확보하고 이를 자세히 분석한 뒤 과실이나 위법사항을 철저히 가려내 사법처리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3시 30분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천 복개구조물 보수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4명이 1시간여 동안 쏟아진 폭우로 하천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바람에 급류에 휩쓸렸다. 이 사고로 3명은 사고 지점에서 1.8㎞ 떨어진 마산만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1명은 가까스로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최저임금 1만원의 꿈”…청년들 바람이 실현될까?

    “최저임금 1만원의 꿈”…청년들 바람이 실현될까?

    명동 한복판은 그늘이 없었다. 지난달 23일 낮 최고기온은 33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흘렀다. 김주현(가명·20)씨는 털옷으로 온몸을 감쌌다. 머리엔 고양이탈을 썼다. 그는 고양이 카페 아르바이트생이다. 지나가는 관광객과 사진을 찍고 전단지를 건넨다. 쉴 곳은 마땅치 않다. 틈틈이 간이의자에 앉는 게 전부다. 물을 마실 때도 탈을 벗으면 안 된다. 고양이탈 입엔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 이 사이로 페트병을 밀어 넣어서 마신다. 김씨는 매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65만원을 번다. 시간당 6500원이다. 고양이 옆에선 호랑이와 반달가슴곰이 손을 흔들었다. 2018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다. 인형탈을 쓴 대학생들이 악단 연주에 맞춰 춤을 췄다. 그나마 이들의 사정은 낫다. 강원도청에서 고용한 경우라 처우가 괜찮았다. 2시간 일하고 일당 10만원을 받았다. 시간당 5만원이다. 반다비탈을 쓴 노현수(22)씨는 “덥고 힘들지만 이 정도 시급이라면 매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실행 가능한 정책이라면 이제 3년 남았다.최저임금으로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면 월급은 얼마일까. 주휴수당 포함해 약 135만원이다. 청년들은 이 돈으로 자취방 월세를 내고, 버스와 지하철을 탄다. 핸드폰 요금을 내며 끼니도 해결한다.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대학생도 있다. 학업과 병행하는 경우라면 아르바이트 시간은 더 적어진다. 당연히 월급도 줄어든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발표한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에 따르면 성인이 한 달에 소비하는 비용은 약 167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시급 6470원으로는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사정이 어려운 건 고용주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1만원의 쟁점 대상은 대기업이 아니다. 대기업 임금 체계는 최저임금과 상관없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지급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쪽은 편의점, 치킨집, 피자가게 같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다. 현재 시급 수준으로도 유지가 어려운데 1만원으로 오르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33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이 급등할 경우 56%가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절반가량이 인상을 반대하는 셈이다.김옥형(36)씨는 명동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10개월째 일하고 있다. 하루 10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 월급은 150~160만원이다. 김씨는 재작년에 정부 지원을 받아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시도했다. 직원 3명을 데리고 시작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인건비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2년 만에 접었다. 김씨에게 최저임금 1만원은 딜레마다. 고용주와 고용인을 다 경험해 본 김씨는 “양측의 사정을 알기에 쉽게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인 입장에서야 높은 시급을 바라지만, 고용주는 비용 부담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기엔 현실적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소득주도성장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 올라야 국가 경제도 발전한다는 논리다. 소득이 오르면 소비도 늘어나며 그에 따라 자영업자와 기업 매출 역시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저성장의 원인을 ‘임금 격차의 불평등’이라고 본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또한 “과도한 불평등을 피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IMF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포용적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생활임금’은 현실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에서 그 기준은 시간당 최저 7.2파운드(1만709원)다. 미국과 일본은 지역마다 최저임금 기준이 다르다. 지역별로 다른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기 위함이다. 일본 도쿄의 경우 932엔으로 우리 돈으로 1만원에 가깝다. 뉴욕이나 워싱턴 같은 미국 대도시는 11달러로 약 1만 3천원이다. 한국 역시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곳이 있지만, 공공부문에 한정되어 있다. 민간부문은 극히 일부 기업들만 시행 중이다.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경제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임금만 올리면 영세상인과 프랜차이즈업체만 쥐어짜는 격이 된다. 특히 프랜차이즈업체는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불공정 계약 실태가 심각하다. 실제 편의점의 경우 매출 이익 35~50%를 본사가 수수료로 가져간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원하청 관계의 소득 불평등 개선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가맹점주의 저소득이 가맹점 노동자의 극단적 저임금으로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가맹주의 ‘적정운영수입’을 보장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청년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은 ‘꿈의 실현’을 의미한다. 김주현씨는 “착실히 돈을 모아 고양이 카페를 여는 게 목표”라면서 아르바이트 중인 카페를 가리켰다. 김옥형씨는 “사업실패 때문에 떠안은 빚을 갚고 새 출발 하고 싶다”며 웃었다. 노현수씨는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책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거듭 파행하고 있다.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상태다. 청년들이 자신이 일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고, 그것으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올까? 지금이 바로 결정의 순간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성장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미스터 갑질, 미스 빽이 통하는데… 우린 은행 빚 갚다 끝나야 합니까

    [성장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미스터 갑질, 미스 빽이 통하는데… 우린 은행 빚 갚다 끝나야 합니까

    한국은 세계 11대 경제대국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칭송받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일궜다. 하지만 국민은 ‘헬(Hell) 조선’이라며 좌절감에 빠져 있다.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하고 구성원의 행복 증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헤븐 코리아’(Heaven Korea)가 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 서울신문은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과 함께 모바일로 전국 성인남녀 1000명에게 물어봤다. 이들의 바람이 하나둘 이뤄지고 쌓일 때 비로소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재벌이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자본을 독점하고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권력과 결탁하는 등 비리를 저질렀습니다. 공(功)보다 과실(過失)이 많은 거죠.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선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해체해야 합니다.”(부산 58세 남성 ‘보리수’) 설문조사 결과 재벌과 대기업 개혁을 바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90.9%가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그중 50.2%가 ‘대기업에 편중된 사회구조’를 양극화의 이유로 손꼽았다. 복수응답(최대 3개)으로 물었을 때는 73.7%까지 높아졌다.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성토도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닉네임 ‘지옥을 보았다’(서울·22)는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과 하청관계를 유지하며 생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악용한 대기업이 청년들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빼앗아 특허까지 취득했다”고 억울해했다. ‘옥포예비맘’(대구·30·여)은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비용 절감을 강요하면서 (회사) 임금과 복지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너무 교묘해 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아이를 어떻게 낳고 키울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라쿠스’(경기·48)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거의 원가로 물건을 넘겨야 한다”며 “꼭 근절돼야 할 관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벌과 대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다하지 못해 반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땅’(세종·31)은 “우리나라의 실제 빈부 격차는 체감보다는 낮을 것”이라며 “그러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 부재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외관상 얼핏 보이는 한국의 양극화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다. 지난해 지니계수는 0.3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316(2015년)에 비해 약간 낮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을 뜻한다. 그러나 이는 가계동향 조사 때 집계된 가처분소득을 기반으로 산출한 것이라 통계 착시라는 지적이다. 고소득층의 금융소득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통계청은 오는 12월 국세청 소득자료를 반영한 신(新)지니계수를 발표한다. 신지니계수는 0.4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양극화의 원인을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에서 찾는 답변(23.2%)도 많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빠백곰’(세종·33)은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가 됐으면 한다.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법을 교묘히 이용해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행복하자’(제주·27·여)는 “회사 내에서도 부패와 낡은 관습이 정말 많아 놀랐다. 부당한 채용이 스스럼없이 진행되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빽’이 있는 사람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다”고 한숨지었다. 4명 중 3명은 ‘포용적 성장’에 ‘헤븐 코리아’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로는 ‘고용’(43.7%)을 지목했다. 취업난은 물론 임금 격차와 비정규직 차별 등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말린당근’(인천·37)은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지만 서로 다른 회사 소속, 큰 임금 격차…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전했다. ‘은또’(경북·28)는 “비정규직 철폐로 안정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ijin’(강원·36·여)은 “지역 소재 회사는 월급이 적고 근무시간은 길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누가 지역에 살려고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휘아민’(전남·25·여)은 “다들 공무원 시험만 준비한다. 고용에 불안을 가지고 있어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은 것이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정된 소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 저녁에 가족과 식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포용적 성장의 출발이며 행복한 대한민국의 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용적 성장의 전제조건을 묻는 서울신문의 질문<7월 3일자 16면>에 이렇게 말했다. 많은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OECD가 조사한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2015년)으로 멕시코(2248시간), 코스타리카(2157시간)에 이어 3위다. OECD 34개국 평균 1766시간보다 무려 347시간 많다. 주말·공휴일·휴가를 제외한 연간 근무일이 230일 정도인 걸 감안하면 하루 평균 1시간 30분가량 더 일한다. ‘남편바라기’(대전·32·여)는 “오후 11시에 퇴근한다. 집은 잠만 자는 곳이다. 신혼부부인데 아기 얼굴 보는 건 고사하고 남편과도 함께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탄했다. ‘민트쟁이’(25·서울·여)는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Myheaven80’(37·전북·여)은 “근로시간이 너무 길고 탄력적인 조정도 불가능하다. (사회적) 능력이 있는데도 아이가 클 때까지는 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좀더 따뜻하게 보듬기를 희망했다. 장애인 딸을 키우는 ‘새봄’(인천·52·여)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를 인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꿈을 꾸며 사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좀더 나은 교육을 받기를 원했다. ‘채민대디’(경북·34)는 “합격과 불합격, 성적 순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제도는 이제 그만 사라졌으면 한다. 아이를 순위별로 줄 세워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어져야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다”고 했다. 교육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로는 ‘공교육 정상화’(32.9%)가 가장 많이 꼽혔다. ‘지역·계층 간 교육 격차 완화’(25.7%), ‘대학 서열화 폐지’(18.8%), ‘입시제도 개선’(18.3%) 등이 뒤를 이었다. ‘하루종일’(충남·50·여)은 “아이 키우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 젊은 사람들은 겁부터 먹는다. 선진국처럼 양육과 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 나도 내 자녀들에게 아이 많이 낳기를 권하겠다”고 했다. ‘바보보배’(서울·31·여)는 “평생 내 집 한 채 갖지 못하고 은행 빚 갚다 죽는 사회다. 주거 문제가 해결될 때 결혼, 육아 나아가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강물처럼’(대구·50·남)은 “출생지나 부모의 능력이 신분이 되지 않고, 내가 낸 세금이 올바르게 돌아오는 나라”를 희망했다. 소수지만 포용적 성장이 ‘포퓰리즘’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응답자 5.8%가 포용적 성장에 반대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 포용적 성장을 추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48.3%)고 생각하거나 ‘노력한 자에게 결실을 주는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43.1%)고 우려했다. ‘와니’(서울·45·여)는 “복지 포퓰리즘은 필요한 게 아니다. 각각의 경제 수준에 맞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피’(경남·여·54)는 “이분법적으로 고소득자를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복지는 생색내기가 아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살기 좋은 한국이 되기 위해선 ‘세대 간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청년들이 ‘헬 조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힘든 세대라는 걸 윗세대는 인정합시다. 반대로 청년세대도 윗세대가 경제 부흥을 일군 걸 존중하고 ‘꼰대’가 아닌 대화의 상대로 대합시다. 서로 이해를 통해 갈등이 해소된다면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세종 36세 남성 ‘지민아빠’)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공포의 일자리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공포의 일자리

    “정리해고자를 선별하며 도저히 못 할 일이 직장에선 늘 허허실실하던 이들의 숨겨진 가정사를 듣게 되는 일이죠. 아버지가 요양 중이세요, 아내가 암이래요, 최근에 전세 계약 사기를 당했어요?. 그 숱한 가정에 제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절반 가까이 직원을 해고하는 구조조정 업무에 예기치 못하게 투입됐던 한 관리자는 해고 결정을 통보받기 직전 무너진 직원들을 떠올렸다. 직장 대화에선 금기였던 집안사를 털어놓으며 ‘해고 번호표’만은 피해 보려는 읍소들. 품위 유지, 자존심 같은 알량한 단어는 해고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이길 수 없다. 한국인의 92% 이상이 도시에 산다. 의식주와 각종 에너지 비용을 돈으로 환산해 교환할 뿐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도시인이다. 이들에게 고용 계약이 해지되고, 오늘만큼 내일도 벌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실은 내일부터 벌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공포스럽다. 그래서 육아, 학업, 취향 등 다른 이유가 얽히지 않았다면 누구도 비정규직이란 지위를 반기지 않는다. 비정규직에 대한 상시 정리해고 위험성은 높아져 왔다. 지난 십여년 제조 현장 하청 계약 기간은 2년에서 1년, 6개월, 3개월로 다변화됐다. 석 달 일하고 한 주 쉬고 다시 석 달 일하기를 반복하다 쉬는 일주일 동안 더 계약하자는 말이 안 들리면 실업이다. 수도권 한 공단에선 기존 근로자들이 일한 지 사흘이 안 된 근로자에게 인사도 안 하고, 석 달이 넘어야 대화를 섞는단다. 영아 사망이 많던 1950년대 애가 첫 돌을 넘기도록 살아야 호적에 올리던 부모들처럼 석 달은 지나야 작업장 내 존재를 인정받는 꼴이다. 대기업 근로자(475만명)의 38.5%(183만명)가 비정규직이라고 고용노동부는 집계했다. 근로자 중 1년 미만 단기 근속자는 30.6%, 반면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는 21.2%라고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계산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한시 고용’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공포를 수용하고 대응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분노한 이들은 저항한다. 수치심을 느낀 이들은 자기계발, 스펙 경쟁에 몰두한다. 무력감을 느낀 이들은 한시계약을 갱신해 가며 체제에 예속된다. 그리고 아주 많은 이들은 체념한다. 달라 보이지만 이 대응들은 한 가지 목적을 향했다. 내일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법대로 나 좀 계속 쓰라고, 스펙을 더 쌓을 테니 나 좀 봐달라고, 당신들의 규칙을 따를 테니 쉼 없이 계약하자고, 그리고 난 더이상 바람 없이 체념했으니 안심하라고?. 체념, 무력감 같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왜 모두 일제히 분노하지 않는지 의구심을 표시한다. 무기계약직, 청년 인턴제, 초단기 근로자를 양산하는 기간제법에 왜 조직된 힘을 발휘하지 않는지 묻는다. 그런데 말이다. 조직화 여부에 관계없이 성실한 삶이 돌연 생존의 공포를 느끼지 않는 시스템이 진짜 민주주의가 아닌지 체념했고 무력했었던 우리를 변명해 본다. #고용부 고용형태 공시 #책 ‘비정규 사회’ #책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KLSI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
  • 文대통령 “산재 발생 땐 원청·발주자가 책임”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위험을 유발한 원청업체 및 발주자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등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사고 발생률이 높은 위험 업무는 하청이나 용역업체에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해 온 ‘위험의 외주화’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 영상메시지를 통해 “파견·용역 노동자라는 이유로 안전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산업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고, 안전 확보 여부는 반드시 현장 근로자의 의견을 듣고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5월 거제와 남양주에서 발생한 크레인 붕괴 사고를 예로 들면서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제도는 물론 관행까지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에 안전보건관리자를 두거나 위험 작업에 대한 도급(하청) 인가 제한 등으로 운영돼 온 산업안전보건체계 패러다임이 공사 기간 및 금액, 설계 단계에서의 위험 요소 파악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발주자와 설계자까지 안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지금까지는 사후 처벌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제도, 관행, 구조적 문제 등에 관해 전반적인 해법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와 함께 산재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조치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원청업체가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기 때문에 위험한 업무를 하청이나 용역업체에 맡긴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조선·철강 등 주요 업종 51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하청업체가 0.39명으로 원청(0.05명)보다 8배 정도 높았다. 김 국장은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서울 지하철 구의역 사고 조사위원회처럼 국민 참여 방식의 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사망 산재가 발생해도 평균 벌금 400만원 수준의 낮은 처벌만 내려졌던 게 현실이다. 경제적 제재 강화 등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공기업 갑질 정조준한 ‘김상조 개혁 2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기업을 개혁의 도마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공기업의 뿌리 깊은 갑질 행태를 임기 중에 꼭 손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에 이어 공기업의 불공정 경영이 개혁의 대상으로 정조준된 것이다. 공기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만 경영의 고질 관행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낙하산 인사, 비효율 경영으로 생산성은 낮으면서도 정작 임금과 복지는 과도하게 누리고 있다는 일반의 인식이 팽배하다. 오죽했으면 ‘신의 직장’이라며 대놓고들 야유를 섞어 부르겠는가. 공기업의 불공정 거래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 행태는 대기업 뺨치게 구조적이란 지적이 높다. 공정위원회나 감사원이 번번이 단속하고 제재해도 반짝 효과에 그쳤을 뿐이다. 일감 몰아주기 편법은 뿌리가 깊어도 너무 깊다.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퇴직자들이 근무하거나 세운 회사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밀어 주는 엉터리 경영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건전한 경쟁체제를 허물어 성실한 민간 기업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공사 용역을 발주하면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하청업체 직원들을 함부로 부리는 갑질 행태도 도를 넘었다. 감사나 조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드러나는 이런 익숙한 행태 말고도 불공정 거래가 물밑에서 얼마나 더 횡행할지 의심의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공기업은 정부가 공공의 목적 달성을 위해 직간접으로 투자하는 기업이다. 혈세를 기반으로 굴러가는 곳에서 일반 기업보다 고약한 갑질을 일삼는 관행을 계속 덮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위원장은 법을 손봐서라도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 공기업을 확실히 포함하겠다고 벼른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 의지가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한 번 휘두르면 그만인 과징금 방망이쯤으로는 공기업의 맷집만 키울 뿐이다. 지난 정부에서 어렵게 성사된 공기업 성과연봉제가 백지화하는 마당이다. 공기업 방만 경영의 부담을 꼼짝없이 짊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국민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공정위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공기업들이 스스로 알아서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이유다. 자발적인 체질 개선 작업을 늦췄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공기업 스스로 그야말로 뼈를 깎는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 [단독] 근로시간 같은데…원청 560만원 하청 236만원

    [단독] 근로시간 같은데…원청 560만원 하청 236만원

    단가 인하·결제 지연 등 불공정이 만든 ‘월급差’ 다단계 하청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3차 협력업체 근로자는 원청기업 근로자와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임금은 42%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배를 통한 성장을 이루려면 동일 직장의 비정규직, 정규직 불평등뿐만 아니라 뿌리 깊은 원·하청 격차 완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19일 양동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제출한 ‘원·하청 및 지역 간 임금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원청기업 3만 8945곳의 시간당 임금을 분석한 결과 평균 2만 1330원이었다. 반면 1차 협력업체 2만 9036곳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1만 5147원, 2차 협력업체 4686곳 1만 4710원, 3차 협력업체 1143곳 1만 2468원으로 하청 단계가 늘어날수록 시급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각각 원청기업의 71%, 69%, 58% 수준이다. 초과급여와 상여금을 합산해 월 임금을 분석해 보니 격차는 더 벌어졌다. 1차 협력업체는 원청기업의 54%, 2차는 51%, 3차는 42%에 불과했다. 원·하청기업의 근로시간은 평균 178시간, 176시간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원청기업 근로자가 월 559만 7000원을 받아갈 때 3차 협력업체 근로자는 236만원만 받는다는 것이다. 원청기업 상여금 지급률은 97.2%였지만, 협력업체는 30~40%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은 3차 협력업체가 특히 낮은 수준이었다. 양 교수는 “원·하청의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는 계속되는 단가 인하 압력, 불공정한 단가 인하, 대금결제 지연 등 결제 방식의 불공정 때문”이라며 “근본적으로 협력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한편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나아가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촉진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임금 격차도 뚜렷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09년 ‘산업·직업별 고용구조 조사’를 바탕으로 권역별 임금 수준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근로자 평균 임금은 223만원, 영남권 186만 7000원, 충청권 182만원, 호남권 178만 6000원이었다. 수도권 대기업 근로자가 월 327만 7000원을 받을 때 비수도권 대기업은 301만 2000원, 수도권 소기업은 197만 3000원, 비수도권 소기업은 158만 4000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광장] 경제민주주의, 상인적 감각으로 추진하라/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경제민주주의, 상인적 감각으로 추진하라/오일만 논설위원

    6·10 민주화 항쟁과 촛불시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산층’이다. 30년 시차를 두고 두 사건은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 진전에 한 획을 그었지만 그 이면에는 중산층의 확산과 몰락이란 비밀이 숨어 있다. 6·10 항쟁의 주역들은 19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육성된 중산층들이었다. 고도성장기의 완전 고용과 실질 임금의 상승 등으로 경제적 토대를 이룩한 중산층들은 더이상 군사독재의 정치 억압에 순응하지 않았다. 당시 광화문 네거리에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촛불시위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말해 주듯 현직 대통령의 헌법 파괴와 권력 사유화,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동력이 됐지만 기저에는 중산층 몰락과 악화 일로의 빈부격차가 자리잡고 있다. 최순실을 비롯해 정운호, 홍만표, 진경준 등 우리 사회 상층의 부도덕한 부의 축적 과정을 보면서 중산층에서 몰락한 흙수저들은 절망했다. 50대 가장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20대 자녀는 취업 기회도 박탈당한 현실에서 국민 대다수가 현실의 경제적 모순을 일회적이 아닌 항구적 상황으로 인식한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는 87년 체제 이후 30년간 누적된, 재난적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경제민주주의를 들고나온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일자리 문제를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으로 꼽은 것도 비슷하다. ‘항산이 있는 곳에 항심이 있는 것’처럼 경제적 차원의 불평등 해소 없이 민주주의는 ‘모래 위에 세워진 성’이나 다름없다. 우리 헌법 119조 역시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경제의 민주화 등을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따르지 않는 경제민주주의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 편중의 경제구조가 힘을 받았던 것은 성장담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경제성장을 국가 정책의 중심에 뒀다. 747(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G7 진입)이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 정책은 대기업 의존도를 더욱 고착화시켰다. 대기업을 떠받치는 중소기업 하청구조와 분배구조는 기형적으로 변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을 늘리고 이를 다시 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인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은 재계와 정규직 노조, 정부의 양보와 타협이 전제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제기한 사회대통합론도 같은 이치다. 지역과 세대,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적 통합과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되지 않고는 실질적 개혁과 진전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의욕이 앞서 좌절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민주화나 친재벌 정책에 편중된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려도 있다. 경제민주주의가 재벌을 적으로 돌려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려서는 안 된다. 일자리 창출 자체가 일방의 의지로 불가능하다. 경제주체들의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가 필수적이다. 대기업들의 참여 동력을 높이기 위해 출구를 열어 주는 대신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로 유도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과거 일괄타결 방식으로 기업과 노동의 갈등을 풀어 가는 노사정위원회 방식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차원 방정식이나 다름없다. 큰 틀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와 노사 현안에 집중하는 노사정위의 투 트랙 방식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경제민주주의의 앞날은 험난하다. 기득권층의 반발은 거세다. 벌써 반시장적으로 낙인찍고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과도한 이상주의는 금물이다. 선비적 문제 의식을 갖되 상인적 감각으로 풀어야 한다. 실용주의적 접근만이 성공의 관건이다. oilman@seoul.co.kr
  • [열린세상] 재벌개혁이 경제민주주의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재벌개혁이 경제민주주의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대통령 한 사람 바꿨을 뿐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행보가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리고 ‘헬조선’ 탈출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헌정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대선 득표율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눈시울 적시는 이벤트도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이 “사이다로 배부를 수는 없다.” 그래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새로운 도전과제로 제시한 경제민주주의는 반드시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다. 작금의 한국 상황에서 경제민주주의는 재벌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주의의 요체이다. 한국 재벌들은 탄생에서부터 민주주의와는 친화성이 없다. 오히려 재벌들은 독재체제의 최대 수혜자였고 민주화의 최대 걸림돌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한국의 산업화는 정부에 의한 재벌육성이었고 농민과 노동자는 ‘선성장 후분배론’의 희생양이었다. 임금인상과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에 대해서 공권력과 재벌들은 근대 산업사회의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유린했다. 기업에 대한 특혜는 총수 개인들에게까지 이어져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신화를 창조함으로써 ‘법 앞의 평등’을 짓밟았다. 지금도 정경유착이라는 적폐의 중심에 재벌들이 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법·편법상속을 통해 소위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면서 봉건귀족에 버금가는 신분이 형성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를 달성하려면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한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경제성장이 지연되고 국민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위축된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불안이 고조되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마저 발생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임기 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목표가 출발부터 스텝이 약간 꼬이고 있다. 대통령 방문에 고무되어 모든 비정규직을 연내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인천공항공사는 임금 삭감을 뜻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재입사와 자회사 설립을 고려하더니 급기야 노조도 참여하는 ‘좋은 일자리 자문단’을 설치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권고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반대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국에 30만개 가맹점에서 월매출 5000만원에도 수익이 0이 되는 사례가 나타나는 이유는 높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 본사의 수탈적 ‘갑질’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재벌의 하청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도 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와 같은 횡포로 지불능력이 크게 약화되어 종업원들에게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벌개혁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어야 비로소 중소기업에서도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일자리위원회가 계획하듯이 임금보조를 통해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을 떨어뜨리고 재벌기업에 의한 수탈을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할 빌미가 될 수 있다. 재벌개혁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국 현실에서 시장은 경제학원론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되는 독과점시장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들 시장에서는 재벌들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현실에서 “시장친화적 재벌개혁”은 “재벌친화적 재벌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이 무중력 공간이 아니라 제도와 관행의 촘촘한 망이라면 재벌개혁은 이 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경제민주주의에 부합되는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실사구시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정 농단의 기억이 생생하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지금이 아니면 구조적 재벌개혁과 경제민주주의는 물 건너간다. 경제민주주의를 원한다면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재벌개혁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 ‘그것이 알고싶다’…6월 항쟁 30주년, 거리의 사람들

    ‘그것이 알고싶다’…6월 항쟁 30주년, 거리의 사람들

    10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6월 민주항쟁에서 촛불혁명으로 이어진 정신을 통해 평범한 시민들이 이끈 변화를 돌아본다.이날 1079회는 ‘6월 항쟁 30주년 - 거리의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방송된다. 45년째 명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탁필점 할머니는 “전경들이 저리 올라가면 내가 셔터 올려 빨리 가, 전경들 나갔으니 빨리 가, 그럼 학생들 우 도망가요”라며 30년 전 6·10 민주항쟁 당시를 회상했다. 탁필점 할머니는 지금도 명동의 거리를 보면 그 날이 선명히 떠오른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한 마음 한 뜻으로 구호를 외치던 날, 전경을 피해 최루탄을 피해 도망치는 학생들을 가게 안으로 숨겨줬다. 당시 한양대 간호학과 학생이었던 유진경씨는 “부상자가 분명히 생길 거 같으니까 그냥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냥,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내가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씨는 친구들과 의료진단에서 함께 활동했다. 다치는 사람이 생기면 치료를 하는 것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내 일’ 이었다고 회상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했던 30년 전 6월 거리 위의 사람들의 표현은 달랐지만 바람은 같았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정권에 의한 희생은 사람들을 거리로 모이게 했고 함께 분노하고 행동하게 했다. 1987년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한국(현 두산)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창근씨는 “누가 자기 목숨이 안 아까운 사람이 어디 있고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1987년 당시 택시기사였던 박채영씨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사람(허세욱)이 FTA를 반대하고 어..청바지가 다 타가지고서 그 바지에서 떨어진 건 동전 서너 개더라... 남은 게”라고 전했다. 노동조합을 만든 주동자로, 85년도 한국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창근 씨. 5년 만에 복직이 됐지만 IMF이후 구조조정을 이유로 2002년에 또 다시 해고된다. 사측은 민영화 반대 파업을 하는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정당한 파업도, 요구도 그저 불법으로 치부됐다. 창근 씨의 동료 고(故) 배달호 씨는 분신으로서 부당함에 저항했다. 박채영 씨 역시 동료를 잃었다. 본인의 권유로 택시 노조에서 함께 활동하던 고(故) 허세욱 씨. 2007년 4월 1일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하라며,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신했다. 그의 유서엔, 본인을 위해 모금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모두 다 ‘비정규직이니까’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건 일상의 삶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거리 위에서 부딪히며 이루어 낸 민주주의가 왜 그들에겐 희망이 되지 못한 걸까. 87년 6월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었다.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부상자 박철희씨는 “삼성중공업에 딱 소속된 분들만 중공업 인이지 저희들은 그냥 노가다더라고요. 현장에서 일하는 노가다. 환경자체는 굉장히 위험하고”라고 말했다. 철희씨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을 동생을 생각하며 떠올렸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 한 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형제는 일을 나갔다. 납기일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공정이 진행된 탓에 혼재해서 이루어져선 안 될 작업들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부딪히며 임시휴게소를 덮쳤다. 짧은 휴식 틈에 일어난 사고, 이 날 사상자는 서른한 명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철희씨는 눈앞에서 동생의 사고 장면을 봤다. 끝내 동생은 목숨을 잃었다. 적은 돈으로 짧은 기간 안에 일을 끝마치기 위해 원청이 고용한 하청업체 직원들은 원청의 이윤을 위해 상주하는 위험 속에 놓여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30년 전의 바람. 여전히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다. 부산의 6월 항쟁의 거리에서 독재타도에 맞섰던 고(故) 이태춘씨. 아들을 잃은 지 30년이 지난 지금, 여든 여섯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씨의 어머니인 박영옥씨는 “너 민주화 운동 잘했다. 우리나라 네가 죽고 나서 다 잘 되고 잘 산다”라고 말했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6월 항쟁 3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 주소를 묻고, 앞으로 함께 나아갈 민주주의를 고민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5년 추경 절반 남기도… ‘일자리 추경’ 관건은 집행이다

    2015년 추경 절반 남기도… ‘일자리 추경’ 관건은 집행이다

    사상 최초로 일자리 창출만을 목표로 한 11조 2000억원 규모의 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은 국회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모두 추경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어도 추경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집행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와 2015년에는 추경 규모만큼의 예산이 불용(不用·미집행)액으로 남아 논란이 됐다. 이번 추경에도 실제 집행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사업이 적지 않다.6일 기획재정부의 국가결산보고에 따르면 2015년과 지난해 불용액은 각각 10조 8000억원, 11조원이었다.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와 가뭄 피해 지원을 위한 11조 6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실시됐고, 지난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 우려로 11조원 규모의 추경이 이뤄졌다. 2년 연속 추경 규모와 맞먹는 예산이 불용으로 남은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용액 11조원 가운데 4조원은 집행되지 않은 예비비와 저금리·저유가 영향으로 남게 된 예산이고, 나머지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지연 등에 의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 예산은 99.8% 집행했다”면서 “매년 불용액이 본예산의 2~3%씩 발생하는데 지난해는 3.2%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11조 6000억원의 추경 예산 가운데 불용·이월액이 절반에 가까운 5조 5000억원에 달했다. 추경을 정교하게 짜고 성실하게 집행했다면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의미다. 올해 추경에서도 일부 사업은 실제 집행 가능성이 높지 않고 금액을 짜맞추기 위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 정책이다. 중소기업에서 2년 동안 일한 청년 근로자가 정부와 회사의 지원으로 1200만원을 모을 수 있게 하던 것을 1600만원으로 33% 인상했다. 또 대상자도 5만명에서 6만명으로 1만명을 늘렸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1만명에서 5만명으로 늘린 뒤 6개월 만에 다시 대상자를 늘린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월까지 실제 가입자는 2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이 사업을 확대하는 데 255억원을 배정했다. 또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세 번째 근로자 임금을 연 2000만원 한도로 3년간 지원하는 ‘청년고용 2+1 지원제’는 그 대상을 성장 유망 업종으로 제한함으로써 실제 생산 현장에서 일어나는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창원에서 대기업의 2차 하청협력업체를 운영하는 강모(54) 대표는 “청년 근로자 1명의 임금을 지원받으려고 2명의 정규직을 새로 뽑을 회사는 거의 없을 것 같다”면서 “이 역시 인력이 몰리는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에 한정된 것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력 유인책이 빠져 아쉽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9-4 승강장, 안전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9-4 승강장, 안전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아직도 스크린도어 오작동 빈번…머리카락·가방 끼는 경우 다반사 센서·CCTV만으로 확인은 한계…정비사 여전히 끼니 거르고 근무“지난해 이맘때 구의역에서 하청업체 청년이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간 변화도 있었지만 스크린도어 문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안전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27일 만난 서울메트로 기관사 양해근(59)씨는 10회 운행에 스크린도어 문제가 없는 경우는 한두 번뿐이라고 했다. 꼭 1년 전 서울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열아홉 살 김모군의 사고 이후 적잖은 변화가 있었지만 기관사 혼자 지하철을 운행하는 경우도 많은 데다 정비인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김군 사고 당시 지하철을 운행한 기관사는 사고 3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출퇴근 시간에 무리하게 탑승하려는 승객들의 머리카락이나 우산, 가방 등이 스크린도어에 끼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다양한 상황을 스크린도어 센서나 폐쇄회로(CC)TV만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메트로(1~4호선)는 기관사와 차장이 함께 전동차를 운행하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차장도 없이 기관사 혼자여서 더 열악합니다.”특히 스크린도어의 오작동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동차를 열 번 운행 할 때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없는 경우는 한 두 번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정비공 인력은 부족해요. 1년 전 사고도 고장에 비해 정비공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가 근본 원인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는 대부분의 기관사들이 인명 사고 경험을 갖고 있는데 평생 트라우마와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저도 1970년대 후반 철도청에서 근무할 때 강원도 삼척에서 인명사고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40년이 지났지만 그때 일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기관사들이 잘 말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수없이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 열차를 세우려는 상상을 하면서 고통스러워합니다.” 서울메트로는 그간 자회사였던 스크린도어 관리업체 은성PSD를 직영화하고 정비업무 담당자를 150명에서 206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역사가 121곳인 점을 감안하면 정비인력을 상주시켜도 30여곳은 1명밖에 두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스크린도어 오작동이 매일 100여건씩 발생하고 있어 여전히 점심을 제때 먹지 못하고 다음 역사로 이동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승객 추락이나 자살을 막기 위해 만든 스크린도어가 정비사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장치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씨는 “스크린도어 오작동은 인명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 신고 즉시 수리가 필요하다”며 “각 역사에 스크린도어 정비공이 상주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증원을 포함해 상황에 맞는 대책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1주기를 하루 앞두고 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지하철비정규노동자사망사고시민대책위원회 등은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추모제 ‘너를 기억해’를 열었다. “거기선 위험에 내몰리지 말고, 배 굶지 말고, 부당한 대우 받지 않는 영원한 행복을 누리길 간절히 기원하고 기도할게. 206명의 PSD 노동자들은 너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고 너의 못다 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게.” 김군의 동료였던 박창수(29)씨가 낭독한 추모편지에 시민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노조, 시민 등 500여명이 모여 1년 전처럼 스크린도어 앞에 헌화했고,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부탁했다. 또 서울메트로 안전업무직을 정규직으로 완전히 전환해 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지난 26일 김군이 목숨을 잃었던 구의역 잠실방면 9-4 승강장 앞에서 첫차(오전 5시 45분)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참사가 다시는 없길 기도했다. 매일 구의역에서 첫차를 타고 건물 청소를 하러 간다는 주모(80)씨는 “내 아들 같고 내 손자 같은 청년이 컵라면도 먹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며 “열심히 사는 사람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문 대통령 “임기 안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열겠다”

    문 대통령 “임기 안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열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사흘째인 12일 첫 외부 공식 일정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 안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면서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인천국제공항 4층 CIP 라운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어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로 사회통합을 막고 있고, 그 때문에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간접고용까지 합치면 (전체 노동자의) 절반 정도는 비정규직이고, 지난 10년간 비정규직이 100만명 정도 늘었다”고 지적하면서 “새 정부는 일자리를 통해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경제를 살리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는데,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겠다”면서 “출산이나 휴직·결혼 등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부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인천국제공항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직원 7400여명(2015년 6월 기준) 중 약 84%(6300여명)가 외주업체에 소속돼 있다. 특히 보안경비(대테러 업무, 폭발물 반입 차단 등), 순찰, 소방 등 안전 관련 업무는 인천공항공사가 위탁계약을 한 민간업체 직원들, 즉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맡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관련기사 공항 불나도 문고리 못 따는 ‘하청’소방대).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더 늘리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방안이 쉬운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노동자의 경우에도 기존 임금 구조를 그대로 가져간 채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그간 초과노동 수당으로 유지했던 임금이 줄어들 수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해 노사정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에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실태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고, 적어도 하반기 중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소득자 4명 중 3명, 年 3000만원 못 번다

    소득자 4명 중 3명, 年 3000만원 못 번다

    하위층 수입 정체돼 불평등 심화…소득재분배·임금격차 완화 절실소득이 있는 국민 4명 중 3명은 1년에 3000만원 이하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3인 가족 평균 지출액은 4085만원으로 혼자 벌면 가족을 제대로 건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적은 인원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기업 관행이 40년 이상 지속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정체돼 소득불평등도가 크게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8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소득불평등 현황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소득자 2664만명의 개인소득 분포를 국세청 통계자료로 분석한 결과 73.7%는 3000만원 이하를 번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수로는 1963만명에 이른다. 개인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을 모두 합한 것이다. 이들이 가족 중 혼자 돈을 번다면 2015년 기준 3인 가구 평균지출(4085만원)도 감당하기 어렵다. 2000만원 이하 소득자는 절반이 넘는 59.5%, 1000만원 이하 소득자도 38.4%나 됐다. 저소득자가 너무 많아 5000만원 넘게 벌면 상위 10%대 안에 드는 고소득자가 된다. 5000만원은 4인 가구 평균지출(4941만원)을 간신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혼자 벌어서 3인 가구를 건사할 수 있는 가구는 19%, 4인 가구는 14%에 그쳤다. 특이하게 영미권 나라는 고소득자의 소득이 급격히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정체되면서 소득불평등도가 높아졌다. 우리나라 하위 50% 소득집단의 소득 점유율은 4.5%로 프랑스(23.0%), 중국(15.5%), 미국(10.1%)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소득 하위 50%의 소득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은 미취업자와 저소득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낮은 고용률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구조적인 문제, 세계화와 같은 시장조건, 노동유연화와 같은 정책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이 크게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2000년대 들어 정리해고, 비정규직 고용, 외주화가 확대되고 영세 자영업자가 급증했지만 주주, 관리자, 전문직, 공공기관 근로자, 대기업 근로자의 소득은 꾸준히 늘었다. 소득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1999년 32.9%에서 2015년 48.5%로 늘었다. 따라서 강력한 소득 재분배 정책과 대기업,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하청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고 노사협상에 하청 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원청 노동조합과 정부가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동수당, 장애인수당, 기초노령연금 등 사회수당을 확대하기 위해 소득세나 법인세의 비과세나 공제, 감면을 축소해 조세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연구위원은 “고소득자, 대기업에 혜택이 많은 비과세나 공제를 우선적으로 줄이고 점차 다른 공제를 줄이면서 세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심상정 포항·대구 방문해 “자유한국당 대선 참여할 자격 없다”

    심상정 포항·대구 방문해 “자유한국당 대선 참여할 자격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보수 진영의 텃밭인 영남 지방을 방문해 선거 유세를 펼쳤다. 심 후보는 “탄핵으로 사실상 정권교체를 했기 때문에 이제는 모두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보수냐, 진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 행복을 위하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그는 30일 경북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 “다음 대통령은 무엇보다 취업난으로 힘들고 어려운 청년들을 살리고 모든 사람이 열심히 살면 대우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심상정에게 표를 모아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심 후보는 또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대구·경북 사람들이 매우 착잡했을 거로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포항의 중심이며 근간인 포항제철소를 최순실과 함께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하청 노동자들의 월급을 떼먹은 것이 전부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는 포항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이 먼저 변해야 한다”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북방교역을 활성화해 영일만항을 살리고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경북 동해안에 해상풍력단지를 만들어 신재생에너지 중심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공약했다. 심 후보는 “이번 선거는 5개월 동안 1700만개의 촛불이 만든 선거인 만큼 촛불을 외면하는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면서 “정의당은 6석의 소수 정당이나 이번 대통령 탄핵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우리 당은 반드시 국민을 위한 공동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자유한국당은 이번 대선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포항에서의 유세를 마치고 대구 동성로 CGV 앞으로 이동한 심 후보는 “누구에게 새로운 대한민국 첫 번째 대통령 시킬 것이냐”라면서 “대구 시민들 확실하게 의사표시 해달라. 수구보수는 기본적으로 양심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심 후보는 “홍 후보가 대구 시민들 표는 다 자신의 것인 줄 안다”고 포문을 연 뒤 “대통령을 만들어서 헌정 사상 초유의 파면을 당했으면 자중을 해야한다. 또 (홍 후보는) 정권을 잡겠다고 한 것도 모자라서 부패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 대해서는 “유 후보가 잘됐으면 좋겠다. 합리적인 진보인 정의당과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가 경쟁하는 정치구조가 되면 국민들에게 가장 이로운 구도다”라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다. 좀 더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알바노조 첫 단체교섭 스타트 상대는 글로벌기업 맥도날드

    알바노조 첫 단체교섭 스타트 상대는 글로벌기업 맥도날드

    가맹사업장 체납 문제 개선 등 ‘비정규직 권리 찾기’ 탄력 기대 알바노조가 세계적 프랜차이즈 업체인 맥도날드와 단체교섭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단체가 고용자 측인 기업과 단체교섭을 이뤄 낸 사례는 처음이다.알바노조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1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맥도날드와 교섭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근무시간을 앞뒤로 잘라 임금을 덜 지급하는 ‘임금 꺾기’와 부당해고 등 지난해 불거진 맥도날드 지점 내 노동 착취는 본사의 압박 때문이라며 이들 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최저 시급 1만원, 안전장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첫 단체교섭 요구 이후 9차례에 걸쳐 교섭을 요구했으나 맥도날드 측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며 “조합원 공개 등의 공문을 주고받던 중 맥도날드 측이 지난 11일 알바노조가 맥도날드의 교섭대표 노조가 됐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우람 알바노조 정책팀장은 “기존의 노동운동에서는 아르바이트 형태의 노동에 대해 노조를 만드는 시도가 없었다”며 “알바를 포함한 비정규직, 하청파견, 계약직 형태의 일자리가 많아진 사회에서는 한 사업장의 노조가 아닌 이들 전부를 대변하는 노조의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가맹사업장은 임금체납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가맹점주가 책임지지 본사가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결국 본사에 책임을 지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맥잡이 굿잡(좋은 일자리)으로 변할 수 있도록 맥도날드가 성실히 단체교섭에 임하기를 바란다”며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있는 많은 업체에서 이런 일들이 시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알바노조의 단체교섭을 거절한 것은 아니다. 교섭을 요청할 때 법적으로 재직 중인 조합원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데 공개하지 않아 진행하지 못했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법적인 절차를 지켜 요청하면 언제나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8월 조직된 알바노조는 산하에 영화관·맥도날드·편의점 조직을 두고 있다. 맥도날드 노조는 지난해 11월 생겼다. 알바노조 조합원 수는 이날 기준으로 700명, 맥도날드 조합원 수는 13명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JTBC 대선토론] 손석희 “재밌게 잘 봤다” 홍준표 “제일 편하다”

    [JTBC 대선토론] 손석희 “재밌게 잘 봤다” 홍준표 “제일 편하다”

    양극화 해법 대선후보들의 일자리 정책은25일 JTBC와 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7 대선후보 토론회 1부에서는 경제 불평등- 사회 양극화 해법에 대해 주요 정당 대선후보 5명(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비정규직 문제를 위해 5년 동안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해결해나가겠다. 총량제한, 기초연금, 건강보험, 공교육 살리는 것에 중점을 많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의 공약인 공공일자리 창출과 관련, 예산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지난 토론해서 과거만 얘기해 실망시켜드렸다. 오늘 토론부터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살려서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다. 격차 해소에 모든 노력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문제 해결이다. 양적 성장,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청년들의 고용절벽 모두 일자리대통령 되겠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고 노동시간 단축하겠다. 일자리는 민간 부문이 만드는 게 원칙이지만 시장에 맡겼는데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일자리문제는 민간에서 만들어야 한다. 제일 첫번째는 기업 기살리기다. 강성귀족노조들이 적폐다. 도지사 수준인 1억 정도의 연봉을 받으면서 파업한다. 하청업체나 다른 업체들이 죽을 지경이다. 다른 후보들은 민주노총들에 얹혀서 정치를 하고 있으니 젊은이들 일자리가 안생기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허리띠 졸라매고 이룬 고성장, 행복이다. 정치 제대로 해야한다. 정부도 명백한 경제주체다. 그동안 기업에 특혜주고 감세해주고 해서 일자리 마련됐는지 묻고 싶다. 안철수 후보야말로 사장님 마인드다.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국가경제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다시 공부하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6분씩의 토론시간이 끝난 뒤 손석희 앵커는 “여러분들의 토론 재밌게 잘 봤다. 다소 짧은 느낌이 있지만 캠프 관계자들이 정한 룰인만큼 이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JTBC가 제일 편하게 해주네요. 그동안은 벌 세우는 것도 아니고(스탠딩토론방식)”라고 덧붙였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대선 후보에 바란다-3대 취약계층을 살리자] 좌절하는 비정규직 다시 일어서게 하려면…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이 열악한 처우 속에 지속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하도급 시스템을 개선하고, 파견 및 용역 등 간접고용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원청→하청→파견·용역’으로 이어지는 일자리 시장의 먹이사슬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그런 구조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이라는 공약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24일 “규제를 통해 비정규직을 줄이려고 하면 복잡한 하도급 시스템을 악용해 싼 노동비용을 유지하는 간접고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면서 “차라리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원청 근로자뿐 아니라 하청 고용자도 고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임금, 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영세기업의 근로자는 정규직이라고 해도 임금이 너무 낮기 때문에 여기저기 회사를 옮겨다니는 등 사실상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다”면서 “재벌 개혁을 통해서 과도하게 중소기업 등에 하청 단가를 너무 낮게 책정하는 구조를 개혁하고 힘의 균형을 맞춰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새로운 공공부문 복지서비스를 시작할 때 과도하게 사업비를 낮추려 들다 보니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릴 수가 없고, 결국에는 담당기관에서 위탁·외주를 주거나 비정규직을 쓰게 된다”면서 “정부가 먼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의지를 가지고 풀어내지 못한다면 공공부문조차도 일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뿐 간접고용이 늘어나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2년’이라는 비정규직 근로계약 제한이 오히려 근로자를 돌려 막기하는 법으로 전락했다며 법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상시 지속적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을 하라는 대원칙은 있었지만, 공공부문에만 제한적으로 해당되거나 일부 지자체에서 간접고용 중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청소 노동자 정도를 직접 고용한 게 전부였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상시 지속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하는 것이 민간 부분으로 전혀 확대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결국 지금 2년이라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만 제한을 하고 있는데, 법 자체가 애매한 데다 실질적으로 노동자 돌려 막기를 허용하는 데 쓰이다 보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 자체를 손질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란 민주노총 비전국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바람직하지만 고용 전환이 일시에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면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열린세상] ‘촛불경제’는 허망인가/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촛불경제’는 허망인가/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5월 1일 노동절에 청년들이 대학로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 시위를 한다. 세 대선 후보는 2020년까지, 다른 두 후보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지만 삼포족을 빨리 면하고 싶어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2022년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한 후보는 ‘그럼 대선 출마도 2022년에 하시라’는 비아냥을 알바 청년에게 들었다. 촛불혁명으로 단죄된 정경유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금의 대선 국면에서 이 적폐를 청산하려는 단호한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들의 공약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관한 부분은 아예 없거나 ‘순환출자 금지’를 포기해 약화되거나 오히려 ‘재벌 청부입법’으로 비난받는 ‘규제프리존특별법’ 찬성으로 역행하고 있다. 국회에 설치된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논의에서도 기본권, 지방분권, 권력구조에 관심이 집중돼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은 실종됐다. 오히려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제119조를 개정하려다 자칫 개헌 자체가 안 될 수 있다는 패배주의적 자기 검열의 분위기가 강하다. 두 유력 후보가 이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개헌에 대한 입장에서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차기 정부에서도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가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하지만 돌이켜볼 때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에 현행 헌법이 원인(遠因)으로 작용했다면 개헌은 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당연히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 장치 없이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분산된 정치권력으로 집중된 경제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버거운 상황을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수출 주도 경제성장의 기조가 지속되는 한 한국 경제는 재벌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수출 주도 경제성장은 불가피하게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래서 임금에 대해 주로 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미국 다음으로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수출산업의 낙수 효과도 미미하다. 수출입은행의 2016년 비공개 연구용역 ‘수출의 국민경제 파급 효과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수출 대기업의 매출액 1% 증가에 따른 하청업체의 매출액 증가는 1000분의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증가, 부당한 납품 단가 인하 요구의 지속, 그리고 하도급 기업 간 경쟁 심화 등’이 지적됐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경고도 여기저기서 울리고 수출 주도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자 정부도 내수를 진작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서부터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공무원의 금요일 4시 퇴근까지. 경총도 내수 활성화를 위해 5월 초 징검다리 연휴에 종업원들이 국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연차 사용을 적극 허용하라고 회원사들에 권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정작 절박한 소득 증대가 빠졌기 때문이다. 국민은 시간이 없거나 값이 비싸서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 아니라 쓸 돈이 없어서 지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백화점들이 ‘이래도 안 살래’식 대규모 할인행사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롯데백화점이 진행한 봄 정기세일 매출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2.1% 줄어든 실적을 냈다. 미시경제학의 수요 법칙이 효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 경제의 논리에 따라서 소득 증대에 힘을 써야 하는 이유다. 그 핵심에 임금소득이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 비전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대선 후보들은 정부 주도론과 민간 주도론으로 다투고 있지만 그 원조에 해당하는 독일의 4차 산업혁명은 산학연정노의 사회적 대타협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산업 4.0’뿐만 아니라 ‘에너지 4.0’, ‘농업 4.0’, ‘물류 4.0’, ‘노동 4.0’, ‘공동결정 제4.0’ 등이 동시에 포함돼 있다. 우리가 기술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이 독일은 사람에, 노동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살아 있는 노동이 배제된 4차 산업혁명은 반인간적이다. 사람을 살리는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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