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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플러스] “北과 합자회사 설립해 송배전 자재 생산기술 전수해줄 것”

    [인터뷰 플러스] “北과 합자회사 설립해 송배전 자재 생산기술 전수해줄 것”

    “남북 정상회담을 필두로 북미 정상회담, 한러 정상회담에 따른 경제협력 사업의 성과적인 추진을 위해 철도와 함께 전기부문도 당국자들 간 협의가 활발히 논의되는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전기 송배전 기자재 생산기술의 교육과 공동생산으로 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되는 현재의 송배전 기자재 유통경로를 바꿔 거꾸로 북한에서 중국을 비롯한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동남아로 수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게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아니겠습니까.” 정종규(60) 성화전기주식회사 대표는 경기도 김포의 제1공장 대표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전기전력은 경제발전의 기간산업으로 북한이 경제개발을 본격화하자면 송배전 부문의 발전도 필수적인 만큼, 한반도의 평화와 함께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성화전기가 보유한 생산기술을 북한에 전수해 주겠다는 다짐을 오래전부터 해 왔고, 그 기회가 오고 있어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1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본지 2018년 1월 16일 자 보도)에서 “철탑 세우러 북으로 가자. 남북철도 열리듯이 남북전기도 열려야 할 것 아니냐”며 “직원들과 부푼 꿈을 나눈다”고 밝힌 바 있다. 성화전기는 1989년 3월 창사 이래 우리나라 전력산업 송배전·지중화 자재 생산 분야의 외길을 걸어온 30년 기업이다. 한국경제가 그동안 급격한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거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한 과정에서 ‘전기 송배전·지중화’ 자재생산을 통한 경제성장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성화전기는 국내외적으로 다변화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다양한 기술개발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성화전기는 1991년 구미 열병합 발전소와 한국전력공사에 금구류 자재납품을 시작으로, 1993년 한국철도청 가동 브래킷 납품, 1997년 한국통신공업협동조합 업체등록, 2001년 한국 철도청과 한국전력공사에 업체등록을 비롯해 전자사업부 발족(2002년), CE 규격 인증획득(2003년), 전기안전형식 인증획득(2003년), KSA 14001/ISO 14001 인증획득(2004년), 벤처기업 인증획득(2006년)을 거쳐 제2공장(2007년)·제3공장(2008년)·제4공장(2010년)·기업부설연구소(2010년)·서울연구지부(2014년)를 차례로 설립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부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성화전기가 걸어온 30년에는 우리나라 전기전력 정책의 변천 과정, 생산기술과 공급과정 등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성화전기의 송배전·지중화 기자재 생산품은 금구류 45종, 지중 자재 24종과 철탑 및 전주 등이며, 신개발품으로 원형 합성수지 파형관·전자식 전력량계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원형 합성수지 파형관은 지중 배전선로에서 전력용 케이블이나 통신용 케이블의 보호와 케이블 교체작업이 쉽도록 사용되는데, 지하매설물의 장애로 인해 선로에 굴곡된 곳이 많고 지반이 연약해 부등침하가 우려되는 곳에 꼭 사용하는 지중 자재다. 편집자 주→성화전기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하는 공사에 기자재를 주로 납품해 왔습니다. -1989년 기업을 창업할 당시에는 중공업으로 시작했습니다. 발전소를 건설할 때 사용되는 파이프 서포터라는 클램프를 제조해 납품했습니다. 1991년 구미 열병합 발전소 건설 참여가 대표적입니다. 발전소 공사에 참여하다 보니 그해 자연스럽게 한전의 배전공사에 금구류 등 기자재 납품도 하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전에 송전·배전·지중자재의 제조와 납품으로 범위가 확대돼 27년째 납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화전기는 철도청이 발주하는 공사에도 기자재 납품 업체로 참여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1993년 철도청이 전철 일산 구간 공사를 위해 발주한 사업에서 전선을 잡아주는 ‘가동 브래킷’ 등 기자재를 납품했습니다. 이때 많은 기술을 터득했고, 배웠습니다. 그 결과 철도 하면 레일과 전선을 제외한 철탑·전주와 브래킷, 볼트 등 자재생산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남북철도를 비롯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건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참여하실 의향은 있으십니까. -성화전기는 이미 철도청이 발주한 자재납품에 참여한 경험이 있잖습니까. 철도 건설에 관련된 잡자재 납품이 100% 가능합니다. 특히 성화전기가 납품하는 기자재는 100% 국산제품입니다. 중국산은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올해 1월, 대표께서는 “철탑 세우러 북으로 가자. 남북철도 열리는데, 남북전기도 함께 열려야 할 것 아닌가”라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하셨는데요. 남북관계의 해빙기가 찾아올 것을 미리 예견하신 겁니까. -평화를 바라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남북한을 비롯한 온 겨레의 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개성공단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 성화전기도 북한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해 왔습니다. 2006년 이후 개성공단을 여러 차례 다녀온 이후 특히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북한에 진출하겠다’는 저의 다짐을 굳은 결심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와 성화전기가 갖고 있었던 평소의 꿈과 희망을 인터뷰에서 밝힌 것뿐입니다. →‘철탑 세우러 북으로 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업가 입장에서 북한으로 가면 세계시장 진출이 쉽습니다. 북한이란 시장도 새로운 시장으로 매력이지만, 그 배후에 세계시장이 자리한 겁니다. 한국 제품보다 가격 싼 중국산에 확실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술력과 결합된 북한제품으로 중국은 물론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도 경제협력이 무르익으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타고 유럽 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한 핏줄의 동포애입니다. 남북은 한 형제잖습니까. 성화전기가 30년 동안 쌓아 온 기술과 인력으로 북한에 도움을 주겠다는 거죠. 함께 잘 살 수 있다면 응당 그렇게 해야 됩니다. 북한의 전기전력 사정은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전력은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북한의 경제개발과 발전이 된다면 관계 법령과 정부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설계와 생산기술, 시공’에 이르기까지 성화전기가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습니다. 남북한 공동번영의 길이라면 시대와 민족이 요구하는 평화와 함께 나눔과 베풂의 길을 가겠습니다. →단순한 철탑이 아니네요.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제공, 전수하겠다는 거군요. -저는 남북이 함께 번영하려면 북한도 생산력과 기술력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관계 법령과 정부 정책, 기술기준과 시공기준의 표준화 과정이 선행조건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만, 성화전기는 북한이 참여한 ‘합자회사’를 세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화전기는 송배전·지중자재와 관련된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만큼 북한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교육을 통한 기술전수 등 협력과 협업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북한도 생산과 시공현장에서 기술을 직접 배울 수 있고, 그러면 자부심도 갖게 되고, 직접 생산공장을 설립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기간산업이 보다 빠르게 자립할 수 있습니다. →성화전기의 재무구조 등을 살펴볼 때 북한에 직접 생산공장을 건립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중소기업이다 보니 다소 어려움은 있습니다. 다만 정책적 지원과 여건이 뒷받침되면 할 수 있습니다. 철탑은 기술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맨파워의 노하우가 결합되어야 합니다. →생산공장 현지화에 특별히 희망하는 지역은 있습니까. -북한의 기간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곳이라면 개성이든 신의주, 함흥이든 관계없습니다. →북한이 기술과 생산에서 자립을 이룬다면 경쟁상대가 되어 위협할 수도 있을 텐데요. -제품 가격은 저렴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성화전기는 그걸 갖고 제3국으로 갈 수도 있죠. 북한에서 생산하지만 그 품질 수준은 대한민국 수준일 테니까요. →현재는 희망 사항으로 보이는데요. 만일 북한 진출이 현실화된다면 어떻게 진행할 구상이신가요. -한국폴리텍대학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부터 기술교육을 거친 후 직원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북한 철탑건설 사업단’을 모집해 조직하면 청년 일자리 마련뿐 아니라 보람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술인력을 파악 중에 있습니다.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자재의 제작과 생산뿐 아니라 설계 인원과 시공팀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논점을 바꿔서요. 앞서 2006년 이후 개성공단을 여러 차례 다녀온 후 결심을 굳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여러 차례 다녀오는 길에 ‘철탑’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내 모 대기업이 세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철탑의 경우는 중소기업도 기술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분야입니다. 부분적으로는 대기업을 능가하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죠. 그렇다 보니 개성공단 가는 길에 철탑을 세웠던 모 대기업도 이 분야에서 현재 사업을 철수한 상태입니다. 몇몇 대기업이 철탑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습니다. 다만, 대기업은 영업력에서 우위다 보니 해외 영업으로 수주를 하면 해외업체 등에 하청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관계기관 등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의 기술기준은 중국보다 높습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국내 사업에는 중국산이 발붙일 수 없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보호할 목적인 거죠. 그렇다면 그 목적에 맞게, 정부와 기관이 사용하는 기준에 맞게 ‘제품 성적서’ 등을 잘 관리해서 국내 제품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입찰 기준을 엄격히 관리하고, 검수 절차도 기준대로 적용해 주길 바랍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경기 무상교복 ‘현물 vs 현금’ 갈등 재점화

    경기 무상교복 ‘현물 vs 현금’ 갈등 재점화

    경기도의회가 내년도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무상교복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경기도의회와 도교육청은 보편적 복지와 교육적 측면에서 현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유명브랜드 업계와 일부 학부모단체는 학생의 선택권이 우선돼야 한다며 현금 지급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18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민경선 도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3)은 지난 10일 경기지역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교복을 무상 지원하는 ‘경기도 학교 교복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은 중학교 신입생에게 학교장이 교복을 지원하고 교복을 구매할 때에는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으로 구매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학교는 교복업체를 선정하고 학생에게 ‘현물’로 교복을 지급한후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지급 방식을 놓고 경기도의회와 학부모 단체및 교복업계간 갈등이 또다시 증폭되고 있다. 유명브랜드(메이저 4사)와 관련된 교복사업자 단체로 1만명을 넘는 회원을 거느린 한국학생복산업협회는 현물이 아닌 현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한국학생복산업협회는 이날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례안에 따르면 반드시 학교에서 공급하는 교복만 선택할 수밖에 없게 돼 헌법상 보장된 학생의 선택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중소기업 제품 우선 구매 원칙은 자유경쟁 시장질서가 형성돼 있는 교복시장을 교란 내지 붕괴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학생복산업협회 이종철 회장은 “도의회가 중소기업 활성화를 이유로 현물지급을 주장하지만 결과는 반대가 될 것이다. 브랜드 업체들이 하청을 주지 못하면 영세한 가두점이나 소규모 봉제 업체를 중심으로한 교복산업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도 현금 지급을 지지하며 가세했다. 학사모는 “경기지역 학생 1107명, 학부모 1517명, 교사 13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현금 지급 찬성이 90∼92%, 디자인 자율이 95∼96%를 각각 차지했다”며 “청소년기에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욕구 등을 수혜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학생,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라”고 도의회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민경선(고양4) 도의원은 “무상교복은 보편적 복지로 교육적 차원에서도 현금이 아닌 현물이 지급되는 것이 맞다”며 “게다가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대의명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도 “무상교복의 도입취지에 맞게 현물지급이 돼야 한다. 성남시 등 무상교복 예산을 편성한 기초지자체들이 법규 미비 등 여건상 학교가 아닌 학부모에게 현금을 지원했지만 도교육청은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는 만큼 현물지급이 어렵지 않다”고 조례안에 찬성했다. 한편 ‘경기도 학교 교복 지원 조례안’은 지난 3월 발의됐지만 학부모 단체 반발로 상정이 미뤄져 지난달말 9대 도의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바 있다. 이후 제10대 도의회에서 첫안건으로 재발의 됐다. 글·사진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中, 북한 오가며 무역·투자… “5·24 조치로 한국 기업만 피해”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中, 북한 오가며 무역·투자… “5·24 조치로 한국 기업만 피해”

    북한, 중국, 러시아 세 나라가 만나는 접경지역인 두만강 하구는 세 나라에서 가장 외진 곳이 만나는 변경이다. 이곳에서는 세 가지 다른 시간대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중국 기준으론 오후 2시인데 북한 기준은 오후 3시, 러시아 기준은 오후 4시다. 그나마 북한은 3시 30분이다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 3시로 되돌아왔다.갈등의 지정학에서 두만강 하구는 화약고 그 자체다. 하지만 지정학의 틀을 갈등에서 화해로 바꾸면 두만강 하구는 ‘뉴 프런티어’가 될 수 있다. 북·중 무역의 현장에 그쳤던 압록강 하구 역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 과거 일본이 추진했던 침략과 수탈의 동북아경제지도에서 이제는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의 동북아경제지도로 바뀌는 격변의 흐름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방금 지나간 아가씨 가슴 봤습니까?” 중국 단둥세관 앞을 지날 때 동행한 장필수(가명)씨가 대뜸 기자에게 “얼굴만 보면 안 됩니다. 가슴을 눈여겨보셔야죠”라고 나직이 속삭였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가슴을 보고서야 이해가 됐다. 모두들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단둥에서는 북한 노동자들과 마주치는 게 자연스럽다. 한국인, 북한인, 중국인, 거기다 중국에서 태어난 조선족과 북한에서 태어난 화교까지 같은 듯 다른 5가지 정체성이 뒤섞인다. 대북무역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단둥에 정착한 지 15년이 되는 장씨 역시 부인은 중국인이다.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단둥 곳곳을 취재하는 동안 대북제재로 인한 긴장감은 느낄 수 없었다. 단둥세관 주변은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에 옷이며 각종 물건을 사는 북한 노동자들로 붐볐다. 특히 전기밥솥과 제면기 등 주방용품은 최고 인기상품이다. 단둥세관은 북한을 오가는 트럭으로 붐볐다. 장씨는 “중국이 무슨 제재를 한다고 하면 그 전날은 차량이 더 많다. 차선 두 개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고 말했다.북한에서 단둥세관에 오려면 압록강 하구에 자리잡은 ‘조중우의교’를 지나야 한다. 이름 그대로 ‘조선과 중국의 우정’을 상징하며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다리다. 최근 세 차례 북·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공식적으론 대북제재가 계속되지만 현장에선 변화가 감지된다. 조중우의교를 지난 북한 차량이 옮겨 온 북한 물품은 단둥세관을 거쳐 중국 각지로 퍼져 나간다. 세관에서 화위안루(花園路)에 있는 보세창고로 가는 물품은 해외로 팔려 간다. 단둥세관에는 관광버스가 북적이고 있었다. 한 관광객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후베이성 우한시”라고 답했다. 당일치기 신의주·나선 관광상품은 예약이 넘쳐난다. 단둥에서 황해 쪽으로 차를 타고 가면 거대한 규모의 단둥 신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황금평과 마주 보고 있고 신압록강대교와 거대한 세관 건물이 연결돼 있다. 한눈에 봐도 북·중 무역을 염두에 둔 도시다. 신도시에 사는 한국인 정모씨는 “신도시는 건설한 지 몇 년 동안은 ‘유령도시’로 불렸지만 북·중 정상회담과 황금평 특구 개발 소식에 다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염모씨는 “중국 대기업 자금이 단둥 부동산에 몰리면서 과열 징조가 보이자 단둥시정부에서 최근 미분양 아파트는 5년간 명의이전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단둥에선 중국 대기업 관계자들이 평양을 방문해 알짜배기 사업을 협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중국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특히 거대 부동산 기업들이 단둥과 훈춘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다”고 전했다. 윤달생 전 단둥한인회장은 “알고 지내는 중국인이 경영하는 건설사는 북한 측과 사업 논의가 한창이다”고 귀띔했다. 단둥만이 아니다. 포스코가 두만강 하구 훈춘에 건설한 대규모 물류창고에서 만난 김성곤 본부장은 “중국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북·중 경제협력은 중국이 더 적극적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와중에 ‘차이나 패싱’ 논란이 불거지자 예민하게 반응한 것에서 보듯 중국은 ‘동북아 경제지도’의 ‘중심’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동북아경제지도는 단둥과 마주 보는 황금평과 비단섬, 옌지·훈춘과 맞닿은 나선, 낙후된 동북3성의 경제발전을 위한 신천지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강력한 대북제재를 했지만 정작 북한은 수입다변화로 대응하고 있다. 경제협력으로 북한과 연결고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대학 교수는 “한국에선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갑을 관계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북한은 중국이 좋아할 걸 발표할 때만 중국에 미리 알려주고 중국이 싫어할 걸 발표할 땐 귀띔도 안 해 준다”고 말했다. 북·중 경협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은 같이 피를 흘리며 싸운 관계가 틀림없다. 하지만 혈맹은 혈맹이고 국익은 국익이다”고 표현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잰걸음인 반면 단둥·옌볜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단둥한인회 관계자는 “한창 많을 때는 단둥에 한국인이 5000여명 있었는데 지금은 100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북한과 중국 관계자들이 만나는 걸 알면서도 지켜볼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김모씨는 1996년부터 대북사업을 시작한 대북사업의 산증인이다. 그는 “노태우 정부가 북방정책을 시작한 뒤 대북사업에 뛰어든 게 1세대, 김대중 정부 이후가 2세대”라면서 “금괴와 골동품으로 시작해 2세대부터 의류와 신발, 전자제품 임가공, 수산물로 확장됐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론 조선노동당 외곽조직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단둥대표부를 통해 주문과 결제가 이뤄졌지만 실제로는 남북 기업 간 직거래가 많았다. 그는 “단둥을 중심으로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임가공무역 체제를 만들고 발전시킨 게 한국 기업들”이라면서 “개성공단 모델은 사실 단둥에서 먼저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씨 인생은 2010년 5월 24일까지 화창한 봄날이었다. 그리고 5·24 조치 이후 느닷없이 겨울이 시작됐다. 그는 “설마 ‘친기업’을 외치는 정부에서 대책 없이 한국 기업들을 길바닥에 나앉게 할까 싶었다”면서 “정부에 물어봐도 금방 풀린다고 했다. 총선 지나면 풀린다, 대선 지나면 풀린다 하다가 8년이나 지나버렸다. 차라리 그때 바로 사업을 접었으면 손해라도 덜 봤을텐데…”라고 말했다. 5·24 이후 단둥에서 활동하던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김씨는 “친구는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겼는데 8개월 만에 50억원 넘게 손해를 보고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피해보상이라도 받았지만 우리는 그것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한국 기업들이 쌓은 노하우는 고스란히 중국 업체들이 이어 받았다. 김씨는 “5·24 조치는 대북 현금거래를 차단하려 했다. 그 결과 대북 임가공 무역이 괴멸됐다. 북한은 거래처를 한국에서 중국으로 바꿔버렸다”면서 “결국 5·24 조치로 이득을 본 건 중국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석모씨는 한족 출신으로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다. 빈손으로 중국에 건너온 그가 취직한 회사 사장이 바로 김씨였다. 5·24 조치 이후 석씨는 창업을 했다. 김씨한테 전수받은 인맥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벌여 나갔다. 몇 년 뒤 그는 김씨에게 “외제차를 새로 샀는데 시승식을 하러 오시라”고 초청할 정도가 됐다. 그는 요즘 연길에서 북한에 자가용을 수출하는 사업을 한다. 훈춘에서 만난 의류공장 사장 중국인 황 모씨는 석씨를 통해 의류 하청을 받아 북한으로 원자재를 보낸다. 북한에서 생산했다는 옷을 살펴보니 ‘Made in China’라고 써 있다. 모두 유럽으로 수출한다고 했다. 대북사업가 이종근씨 역시 5·24 조치 피해자다. LG상사에서 1989년 만든 북한과 과장을 맡으면서 대북사업에 발을 들인 그는 2008년 대북무역업체를 창업했다. 그는 “최근 대북무역 문의를 많이 받지만 개성공단으로 알아보라고 조언한다. 거긴 정부가 책임지고 운영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김씨는 “중국 기업들이 지난 8년간 쌓은 경험과 인맥이 만만치 않다”면서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북한을 향해서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며 읍소하지 않으면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보험이나 중재, 결제 등을 남북 정부가 빨리 협의해 줘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우리 기업인들이 북한과 접촉할 수 있도록 5·24 조치 폐기를 선언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중국 좋은 일만 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 사진 단둥·옌지·훈춘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단독] 아시아나항공 ‘불법파견’ 의혹...하청업체에 직접 업무지시

    [단독] 아시아나항공 ‘불법파견’ 의혹...하청업체에 직접 업무지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성희롱 논란과 기내식 파동 등 ‘갑질’ 논란이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불법 파견’을 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 케이알(KR)의 실질적 사용자는 원청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케이알과 도급계약을 맺고 있지만 사실상 불법파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알은 아시아나항공 측 항공기의 정비 지원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로, 금호문화재단이 2015년 설립했다. 현재 아시아나 상무 출신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과 죽호학원 등이 100%의 지분을 보유한 케이(K) 시리즈 계열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원래 아시아나항공이 해오던 지상 여객, 정비 관련 업무, 수하물, 기내 청소 등의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진정서에 따르면 케이알의 근로자들은 항공기 객실 정비 및 수리업무를 수행할 때 아시아나항공 소속의 정비사 등 직원들에게 상시로 업무 지시를 받아왔다. 파견법은 회사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는 ‘파견’을 일부 업종에만 허용하는데 항공 관련 업무는 파견 대상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이 하청업체들과 맺은 도급 계약에서는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가 근로자 지휘, 감독을 해야 한다. 원청은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에 직접 업무지휘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케이알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상시로 업무 지시를 받았다면 불법 파견일 가능성이 크다. 케이알 측에 따르면, 케이알이 담당하는 객실 부품 수리는 대부분 아시아나항공 소속 정비사나 직원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 아시아나항공 정비담당 직원들은 필요할 때마다 부품을 지칭하고 작업지시를 한다. 노동청에 제출된 녹취록에 따르면 아시아나 직원들은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조금 더 검토해서 알려 드릴게요”, “내가 이 작업 해달라고 말했죠.”, “알코올로 이 부품을 닦아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작업 일지에도 케이알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업무 지휘’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케이알의 2016년 작업일지(사진)에는 “항공기 부품을 수령해 수리한 뒤 반납해달라”는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지시에 따라 케이알 직원이 시간, 부품, 수량 등을 기재하고, 작업이 끝난 뒤 원청 직원의 확인도장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해당 작업에는 부품 세척, 운반, 페인트칠 등 항공기 정비에 필수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에 필요한 자재와 장갑 등 유니폼을 제외한 대부분 물품도 아시아나항공에서 받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알 관계자는 “필요한 보호장구는 물론 장갑 등 소모품도 아시아나 직원들에게 일일이 받아 사용한다”고 밝혔다.새로운 업무나 안전교육도 원청 직원들이 직접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케이알의 안전교육 일지(사진)를 보면 아시아나항공 소속 파트장이 직접 정기 안전교육을 실시한 뒤 케이알 소속 직원들에게 교육을 받았다는 확인 서명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교육에는 인공호흡, 안전 보건, 작업장 정돈까지 근로자의 안전에 관련된 것부터 작업장 환경에 관한 것까지 포함된다. 이경석 노무사는 “정비와 관련된 업무들을 세분화해 하청업체에게 맡기고 있는데 이 업무들은 파견 허용 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도급 형식 띠고 있지만 아시아나의 불법파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청이 근로감독 후 불법파견으로 결론지으면 아시아나항공은 직접고용 의무를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아직 근로감독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청 관계자는 “해당 진정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노동자 절반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워라밸’ 실현”

    “노동자 절반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워라밸’ 실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2주일 정도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일터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 직장인을 겨냥한 문화 프로그램과 자기계발 강좌가 늘어나는 등 ‘저녁이 있는 삶’을 체감하는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반면 퇴근 뒤 집으로 일을 짊어지고 오거나 임금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과로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자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lance·워라밸)이라는 가치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루빨리 대안을 찾지 않으면 중소기업(50~299인 이하 사업장)에 제도가 적용되는 2020년에는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어서다. 서울신문은 국내 전문가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된 좌담회를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좌담회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서울신문 주최로 열렸으며, 사회는 김성곤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맡았다.→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인가. -이병훈 장시간 노동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긴 노동시간은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유발하고 한 사람이 오랜 시간 일을 독점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장 수준 노동시간이라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권혁 국가의 선진화에는 늘 노동시간 단축이 동반됐다.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사회는 발전하는데 노동시간만 그대로 두는 것은 온당치 않다. -윤동열 매년 과로로 300명 이상이 죽는다.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 시행은 당연하다. 다만 기업들의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시행된 것이 아쉽다. -김근주 장시간 노동은 그동안 사회에 많은 악영향을 가져왔다. 기본급이 낮은 대신 연장근로 수당을 높여 임금체계를 왜곡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판단도 불가능하게 했다. →제도 시행 전후로 산업현장에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병훈 우리나라는 2004년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노동시간을 48시간에서 44시간, 그리고 40시간으로 줄여 왔다. 그때마다 비용 상승, 임금 감소 등 우려가 제기됐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 보면 차츰 현장 안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권혁 지금까지는 노동시간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고 문제의식조차 없었다. 당분간 혼란이 있겠지만 후진적 노동시간 관리를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2월 법이 개정된 뒤 정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부터 진행됐다. 법 개정 이후 4개월간 가이드라인이나 계도 방식을 면밀하게 세웠다면 지금 겪는 혼란은 줄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권혁 국회 법 개정 과정과 정부 준비 과정에서 직무 특성이나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경우 산업구조 변화 혹은 숙련 인력 부족 등으로 인력 채용이 도저히 불가능한 업종도 있다. 법 시행 직전까지 경기도 노선버스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문제점이 있는 업종을 찾아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동열 노동시간을 법으로만 제한하려다 보니 노사 자율성이 배제됐다.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노사 신뢰가 형성된다면 노사가 노동시간을 스스로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법 시행 전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먼저 시행해 안착한 회사들의 사례를 모델로 제시하는 등 현장의 불안감을 줄여 주는 세심함이 부족했다. -김근주 정부 가이드라인은 법률과 판례를 해석한 일반론적 설명만 제시돼 있다. 특히 법이 바뀌면서 금지되는 행위나 제도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 예컨대 포괄임금제 지침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유연 근로시간제 가이드라인도 궁금증이 해소되기에는 부족했다. →근로감독을 통해 법 위반이 적발돼도 처벌이 유예되는 6개월, 중소기업에 제도가 적용되는 2020년 1월 전까지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윤동열 중소기업은 왜곡된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기본급이 낮은 대신 연장근로 수당을 더해야만 생계유지가 가능한 지금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직무에 대한 노동가치를 측정하는 직무급 체계, 숙련급 체계 등 임금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김근주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이 정체되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노동시간이 곧 임금과 직결되는 고리를 이번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사회안전망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임금체계와 근로빈곤층 문제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권혁 사회안전망 구축, 직업훈련 확대 등을 고민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계도기간에는 인력을 구하기 힘든 업종에 대해 원활한 수급 계획이 필요하다. 계도기간은 ‘6개월 용서기간을 줄 테니 기업들이 알아서 잘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주는 기간이 아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보완책으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가 있다. -김근주 법 부칙에는 2022년까지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 논의를 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보완책으로 동시에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제도 정착 뒤 별도로 논의할 것인지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권혁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사 합의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고 평균 노동시간 기준으로 소정 임금을 주는 등 이름과 달리 비탄력적이다. 다만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하면 논란만 빚어질 수 있다. 단순히 제도 시행 기간을 확대하는 문제만 다뤄서도 안 된다. -이병훈 6개월의 계도기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공론화하면 또 다른 노사 간 논란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잡은 뒤 제도를 정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동열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는 100%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사안에 대응하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또 실제로 현장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노사 대화가 중요하다. -이병훈 2020년 이후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기 전 원하청 공정거래질서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원청은 주 52시간 근무하고 하청은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구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법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근로감독행정이 필요하다. -김근주 임금 노동자의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결국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대기업 노동자들만 제도를 사용하게 된다. -권혁 노동시간 단축으로 그동안의 장시간 노동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가 오래 일할수록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프레임도 깨질 것이다. 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최저임금보다 내수 회복 급한데…정부 후속대책은 재탕·삼탕

    최저임금보다 내수 회복 급한데…정부 후속대책은 재탕·삼탕

    정부가 뒤늦게 최저임금 인상 후속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 정책은 보이지 않고 재탕 삼탕뿐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말고는 가계소득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이 보이지 않다 보니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정치 쟁점이 돼 버려 ‘을과 을의 충돌’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최저임금 인상은 지난해부터 예정됐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 주장에 대해 ‘관련 통계가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관련 통계를 고민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애초에 최저임금을 고용 정책으로 내세운 것부터가 패착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창환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인다는 쪽이나 늘린다는 쪽이나 모두 근거 없는 진영 논리에 불과하다”면서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이지도 않고 늘리지도 않는다는 건 이미 오래전에 국제 학계에서 논쟁이 끝났다”고 지적했다. 실제 6월 고용 동향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본다고 하는 65세 이상 노인층과 50~60대 여성 고용률은 전년동월대비 각각 0.9% 포인트와 0.7% 포인트 높아졌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동월대비 7만 4000명이 늘었지만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9만명 줄었다. 즉 고용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으며 자영업자가 겪는 고통이 내수 침체 때문이라는 걸 뜻한다. 내수 침체로 인한 제조업, 건설업, 교육서비스업의 위축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40대 남성이다. 40대 남성의 6월 고용률은 92.1%로 1년 전보다 1.0% 포인트 줄었다. 이들의 고용 감소는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 일용직 위축과 연관된다. 6월 고용률 감소폭은 10대 남성(-1.6% 포인트)이 가장 크지만 취업자 규모는 10대 남성이 8만 9000명인 반면 40대 남성은 394만명이어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40대 남성이 압도적으로 크다. 중소기업과 편의점 업계 항변의 기저에는 대기업과 하청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불공정 관행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납품 단가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갑질’을 막을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에서 시급한 건 최저임금보다는 내수 침체 극복”이라면서 “결국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충하는 적극적 재정 정책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현재 준비 중인 대책은 과거 대책의 확대 또는 강화다. 15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기초연금 지급한도 상향,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사업 확대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 3조원 규모로 시행한 일자리안정자금을 내년에도 집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맞춤형 일자리·소득 지원 대책’을 오는 18일 발표할 예정이다. 16일에는 김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석달 만에 만나 최근 경제·금융 현안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EITC는 현재 최대 연 250만원인 지원액을 올리고 지급 대상도 30세 미만 청년 단독 가구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EITC는 저소득 또는 자영업 등 근로빈곤층 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연계형 소득 지원 제도다. 여기에 18세 미만 부양 자녀 수에 따라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는 자녀장려금(CTC)도 지원액 인상뿐 아니라 자녀 수에 따라 지원액을 더 늘리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내년에도 시행하되 규모 자체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줄어든 규모만큼 근로·자녀장려금으로 쓰는 방법이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카드 수수료 부담 추가 완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인 ‘소상공인 페이’를 만들어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서울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현대차 둘러싼 금속노조 3만명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더 높게”

    현대차 둘러싼 금속노조 3만명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더 높게”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13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비정규직 임금 인상과 재벌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주최 측 추산 3만명(경찰 추산 1만 5000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상경투쟁 본대회를 개최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총파업 목표로 재벌 불법파견 및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하후상박 연대임금 관철, 금속산업 노사공동위 설치, 사법부·노동부 적폐세력 청산,최저임금 개악 등 정책 기조 전환 등을 내걸었다. 흰 풍선을 들고 현대차 본사 앞 차로에 모인 이들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을 대기업·정규직보다 더 높여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하후상박 임금연대’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서 사회 양극화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금속 산별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면서 “오늘 총파업 및 상경투쟁은 거대한 투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 이라고 강조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반대하는 현대자동차를 규탄한다”며 “노동자들이 다 같이 살 수 있는 임금체계를 만들도록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촛불의 힘으로 나라를 구했듯이 노동자의 힘으로 재벌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본대회 시작 전인 오후 5시 30분쯤 현대차 본사 앞 질서유지선 안으로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이 세운 차단벽을 줄로 묶어 당기거나 도구를 이용해 부수며 경찰과 1시간정도 대치했다. 하지만 시위로 인한 연행자는 나오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본 집회에 앞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낮 1시 30분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사전집회에서 참가자들은 2014년 11월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사법 농단’ 의혹 연루자 퇴진 및 피해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오후 2시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 사전집회에서 ‘소속 조합원 15명이 포스코 노동자가 맞다’는 광주고법의 판결의 조속한 확정을 대법원에 요구했다.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낮 1시 현대기아차 앞 사전집회에서 사측의 불법 파견 자행을 규탄했다. 울산지부와 현대중공업지부는 오후 3시 각각 서초구 고강알루미늄 본사 앞과 종로구 현대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 안정 대책을 촉구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최저임금 보장하라...도심 시위

    최저임금 보장하라...도심 시위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 직원들이 건물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로 출입문이 막히자 옆 농협하나로마트 건물 쪽으로 돌아서 퇴근하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는 재벌 불법파견 및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하후상박 연대임금 관철, 금속산업 노사공동위 설치, 사법부?노동부 적폐세력 청산, 최저임금 개악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 재벌그룹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탈세 여전

    국세청 “2500명 올 신고 대상” 건설사 등을 갖고 있는 재벌그룹 A사는 회장의 친족들이 운영하는 하청업체 B사에 일감을 몰아줬다. B사는 A그룹과의 내부 거래로 급성장했고 지배주주였던 친족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회장의 친족들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안 냈다. A그룹이 B사를 공정거래법상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았고, B사는 증여세를 신고할 때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써서 세금을 덜 냈다. 결국 국세청에 적발돼 수십억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12일 국세청에 따르면 재벌그룹 총수 일가의 불법적인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2012년부터 증여세 과세가 도입됐지만 총수 일가의 탈세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날 올해 일감 몰아주기 및 일감 떼어주기 증여세를 내야 하는 주주 약 2500명과 이들의 신고를 도와주는 1720여개 회사에 증여세 신고 안내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신고 대상자는 2015년 1500명에서 지난해 2900명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2000명대를 훌쩍 넘었다. 국세청으로부터 안내문을 받은 총수 일가 등 주주들은 오는 31일까지 증여세를 내야 한다. 국세청은 신고 기한 안에 내면 세금의 7%를 깎아 주지만 기한을 넘길 경우 각각 최고 40%인 무신고가산세와 과소신고가산세에 납부불성실가산세(미납세액의 0.03%×미납일 수)까지 매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잡는 ‘객실 살충제 소독’

    1년 새 세 번째 비슷한 사건 반복 ‘청소 후 소독’ 새 매뉴얼 적용에도 30분 만에 청소 빠듯해 작업 겹쳐 다단계 하청… 책임 넘기기 급급 항공기 객실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청소 도중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소독제에 노출돼 여러 차례 병원으로 옮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2일 한진그룹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비정규직노조와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0시 2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기장에 대기 중이던 한 대한항공 여객기 내부에서 기화식 소독제가 유출됐다. 기화식 소독이란 방역 약품을 초음파 진동 방식으로 공기보다 가벼운 초미립자 상태로 뿌려 해충을 박멸하는 것을 뜻한다. 청소 중이던 50대 노동자 4명은 무방비 상태에서 5분 이상 소독제를 흡입해 구토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은 뒤 다시 서울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번 사고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대한항공 측과 소독 담당 하청업체가 ‘청소 후 기화 소독’이라는 새롭게 바뀐 매뉴얼 원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청소가 끝난 뒤 소독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시간에 쫓겨 소독 장비를 미리 가동했다가 실수로 밸브가 열리면서 소독약이 2분여간 분사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대한항공의 항공기 내부 청소 노동자 5명이 소독제를 흡입하고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매뉴얼상 원칙은 ‘기화 소독 후 청소’였다. 당시 고용노동부 조사관은 매뉴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작업 순서를 바꾸기 위해 지난 3월 현장조사를 했다. 그런데 조사에 나선 당일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려고 문을 연 순간 잔류해 있던 소독약 성분이 호흡기를 타고 들어와 15명 가운데 3명이 심한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실려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기내 환기가 제대로 안 돼 있었고 기내에 소독약 외에 소음, 미세먼지 등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음을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고가 계속 발생해도 ‘다단계 하청’ 구조에 따른 책임 떠넘기기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원청’인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업무 영역이니 우리가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공항은 기내 청소를 전담하는 재하청 업체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화 소독 업무는 또 다른 하청 업체가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경호 민주노총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은 “원청인 대한항공부터 1차 하청, 2차 하청 등 모두 뒷짐만 진 채 청소 노동자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내 청소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도 문제다. 기화 소독이 모두 마무리되기까지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청소 시간은 30여분 정도만 주어지다 보니 청소와 소독이 중첩될 때가 많다. 노동청 관계자는 “짧은 시간 내에 일을 빨리하려다 생긴 일”이라면서 “매뉴얼대로 청소 시간과 소독 시간을 분리하고 순서를 지켜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기내 소독 절차를 준수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최저임금 발목 잡는 ‘고용 쇼크’… 내년 인상폭 영향 줄 듯

    최저임금 발목 잡는 ‘고용 쇼크’… 내년 인상폭 영향 줄 듯

    경영계 “소상공인 부담 더 가중” 노동계 “1인 月생계비보다 적어”‘고용 쇼크’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저임금과 고용의 연관성이 명확히 분석된 바는 없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올해 16.4%로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합리적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이틀 앞둔 12일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3260원’(노동계 1만 790원·경영계 7530원)이라는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영계가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최저임금 불복종’까지 주장하고 있어 노사 합의안 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전망이다. 최임위의 내부 검토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의 고용 쇼크가 최저임금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취업자 증가폭(14만 2000명)이 지난해(31만 60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증가폭이 10만명대에 그쳤다. 경영계는 “(이런 고용 쇼크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돼 일자리를 축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최임위의 현장방문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를 우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8000원대의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의 원인이라고 단정 짓기엔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올해만 놓고 보면 고용 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특히 올해 대폭 오른 최저임금(157만 3770원·월급 기준)으로도 지난해 결혼하지 않은 노동자가 혼자 살 때 필요한 생계비(193만 3957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으로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산입범위 확대로 소득분위 1~3분위에 속하는 저임금 노동자 19만 7000명은 내년 최저임금이 15%(8660원) 올라도 실질 인상률은 4.5%에 그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고용 감소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임대료, 카드 결제 수수료, 프랜차이즈 로열티, 불합리한 원·하청 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임위는 13~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한다. 최저임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간당 임금 단위이고,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수남-금보라, 배우자 억대 빚 아픔 “눈 안 떴으면 좋겠다 생각”

    서수남-금보라, 배우자 억대 빚 아픔 “눈 안 떴으면 좋겠다 생각”

    가수 서수남과 금보라가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눴다. 12일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서수남과 하청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가수 서수남이 출연해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공개했다. 이날 서수남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눈 절친 금보라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서수남은 “제가 2000년에 큰 시련을 겪었다. 제 인생 가장 큰 시련이었다”고 입을 연 뒤 아내가 10억 빚만 남겨둔 뒤 잠적한 사건을 언급했다. 서수남이 아내의 부채에 대해 알게 된 건, 노래 교실로 채권자들이 찾아왔을 때였다. 서수남은 “재산 중 가장 먼저 날아간 건 현금이었고, 그 다음에 집이 날아갔고, 나중에는 셋방 얻을 돈도 없을 만큼 비참해졌다. 그 다음에는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대인 기피 현상이 생겼다. 정말 상처가 되는 말도 많이 들었고, 사람이 그 이상 비참할 수는 없을 거다”고 털어놨다. 이어 서수남은 “제가 아이들이 세 명 있었는데, 걔들이 전부 여자 아이였다. 걔들이 이제 결혼을 할 나이에 그런 시련을 겪었다. 걔들이 결혼만 했어도 나는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 거다”고 덧붙였다. 금보라 또한 “한동안 자면서 ‘아침에 눈을 안 떴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런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보라는 과거 전 남편의 빚을 떠안고, 이를 갚기 위해 8년간 밤낮없이 일한 바 있다. 서수남은 “금보라가 그때 어려웠다. 아이들 세 명 데리고 빚을 몽땅 떠안았다”며 “정말 연약한 몸매잖나. 어떻게 저런 몸에서 강한 정신력이 나오는지 정말 연구 대상이다”고 다독였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저녁 있는 삶’ 좋지만… 급여 감소· 업무 가중 부담

    ‘저녁 있는 삶’ 좋지만… 급여 감소· 업무 가중 부담

    아침엔 운동… 저녁엔 자기개발 기업 근로 문화 근본 변화 반겨 전자 등 일부 업종 물량 몰리면 3개월 탄력근무제로는 어려워 협력업체선 근무여건 되레 악화 조선·정유·석유화학 등 특수직종 사고 위험 커 인력 충원 쉽지않아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1주일이 지나며 근로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으로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눈치 보지 않는 ‘칼퇴근’, 점심 회식 확산 등 기업 근로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대체로 반기고 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업무 부담 가중, 급여 감소 등 근무 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 52시간제를 미리 준비해 온 대기업은 충격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분위기다. 반면 하청·협력업체, 중소기업 등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연구개발(R&D), 화학·철강 분야별로 탄력근무제 확대 등 보완책이 빨리 나와야 정부가 노리는 기대효과 중 하나인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업체 과장급 여직원은 “야근이 줄다 보니 워킹맘도 업무 외 충성 경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됐다”면서 “덕분에 저녁 시간이 여유로워져 퇴근길 육아 전쟁이 한결 덜해졌다”고 평가했다. 전자기업의 6년차 선임인 한모(34)씨는 “선택적 근로시간으로 아침 헬스, 저녁 영어학원을 등록해 자기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좋아했다. 업종별로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온도차는 상당하다. LG전자 가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선행생산 체제로 전환해 어떻게든 물량을 맞추고 있지만, 가전 수요 예측이 정확지 않아 한계가 있다”면서 “폭염에 따른 에어컨 주문 폭증이 닥치면 현 3개월 탄력근무제로는 어렵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가 주간 연속 2교대,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계가 4조 2·3교대 제도를 도입했지만, 일부에서는 물량이 몰릴 경우 단기 인력 고용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구로의 등대’, ‘판교의 오징어배’ 같은 별명으로 벤처·게임업계에 악명 높았던 야간 근로 관행도 표면적으로는 줄어든 분위기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개발, 업그레이드는 야근이 상시이고, 시즌별 제작 일정을 맞춰야 하는데, 밤샘 근무는 이제 꿈도 못 꾼다”며 “예외업종 인정 혹은 6개월 단위 탄력근무제로 밤샘 근무도 수용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정유·화학업계도 저마다 고민이다. 조선업종에선 선박 인도 전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해상 시운전 직종이 주 52시간제에 걸린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공장 가동을 완전히 멈춘 뒤 점검, 청소에 나서는 정기보수 기간이 걸림돌이나 사고 위험이 커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천에 따른 추가 연장근로 및 해외건설 현장의 주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이 절실하다”고 건의했다. 하청업체 부담만 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화성의 D반도체 장비업체 담당자는 “당장 100명 이상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근로시간이 줄다 보니 물량 맞추기, 숙련 인력 고용이 발등의 불”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1·2차 밴드(협력업체)는 사실상 불법 근로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근로자들은 오히려 급여가 줄어 울상”이라고 호소했다. 전국 중소기업 360만곳 중 주 52시간 대상인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은 0.1%인 3627곳으로, 부족 인력은 26만 6000명, 추가 비용은 12조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 중소부품 업체 관계자는 “수출 환경 악화로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은 없다. 주변 업체에 물어봐도 마찬가지”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박삼구·조양호 OUT”… ‘갑질상련’ 뭉쳤다

    “박삼구·조양호 OUT”… ‘갑질상련’ 뭉쳤다

    조씨 일가 퇴진 집회 열렸던 장소 “노밀 경영진 퇴진” 400여명 모여‘기내식 하청업체’ 유족도 참여‘기내식 대란’이 ‘갑질 논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8일 두 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이미 갑질 의혹 등으로 경영진 퇴진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6일에 이어 동참했다. ‘갑질상련’의 대한민국 양대 국적 항공사 직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는 모양새다. 업계 1, 2위 항공사 직원들이 그룹 총수의 구태적인 경영 형태와 갑질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만큼 항공사 기업 문화가 바뀌게 될지 주목된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 등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집회 뒤에는 인근 금호아시아나 본사까지 행진해 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가면,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2일 ‘기내식 대란’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 윤모씨의 유가족도 참석했다. 윤씨의 조카는 “삼촌이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지금까지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렇게 착하고 밝았던 사람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는지 모든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흐느꼈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은 “직원을 소모품 수준으로만 보는 회사의 모습을 봤다”면서 “노동조합과 함께 끝까지 싸워서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되찾자”고 주장했다.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저희도 불과 2달 전 이 자리에서 너무나 떨리는 마음을 안고 여러분과 똑같은 심경으로 구호를 외쳤다”며 “박삼구도 감옥 가고 조양호도 감옥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모(52)씨는 “아시아나클럽 회원 29년차, 183만 마일리지가 있는 30년 고객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6일에도 아시아나항공지부는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약 300명이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을 채웠다. 문화제에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나온 대한항공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은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지난 5월 4일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STOP)’ 촛불집회를 처음 열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기내식 대란’은 지난 1일부터 기내식을 지연 탑재하거나 아예 싣지 못하고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속출하면서 발생했다. 또 언론에 2014년 인턴 수료를 앞둔 여승무원들이 박 회장에게 애정 표현이 담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며 ‘갑질 논란’까지 보태졌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기내식 대신 피켓 나눠준 아시아나 승무원들…“갑질 박삼구 아웃”

    기내식 대신 피켓 나눠준 아시아나 승무원들…“갑질 박삼구 아웃”

    대한항공 직원연대도 집회 옆에서 시위“승객, 직원 굶기는 갑질삼구 OUT” 6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관련 문화제를 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조용히 묵념을 했다. 최근 기내식 지연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협력업체 대표 윤모씨의 명복을 기리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직원들의 드레스코드가 검은 옷에 국화꽃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도 “고인이 된 하청업체 대표의 명복을 비는 게 오늘 행사를 연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직원을 힘들게 하면서도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내식 대란이 왜 발생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직원들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대다수 참가자들은 흰색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아름다운 우리가 바꾸자, 아시아나’, ‘박삼구는 물러나라’, ‘침묵하지 말자’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대한한공 직원연대가 촛불집회를 했을 때 등장했던 ‘가이 포크스 가면’도 눈에 띄었다. 실제 대한항공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행사장 옆에서 갑질 근절 캠페인을 펼치며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의 문화제에 힘을 보탰다. 이번 집회는 지난 1일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로 인해 열렸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납품 회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차례로 공식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커졌다. 이에 직원들이 나서서 ‘침묵하지 말자’라는 제목의 익명 채팅방을 만들어 단체행동을 결의했다. 이날 사회자는 “익명 채팅방에 벌써 3000명의 직원, 시민들이 동참했다”면서 “이날 행사도 지난 3일 직원들이 광화문 집회를 열자는 제안을 하면서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는 8일 오후 2차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아시아나 직원 집단행동…‘기내식 대란’ 일파만파

    아시아나 직원 집단행동…‘기내식 대란’ 일파만파

    오픈 채팅방서 부조리·정보 공유 “당뇨병 승객 저혈당 쇼크 올 수도 승무원은 면세품 판매에 내몰려” 국토부 “안전 문제 예의주시” 하청업체 쥐어짜기 의혹도 확산 朴 회장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최근 불거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승무원 성희롱 논란과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하청업체 쥐어짜기 등 ‘갑질’을 성토하면서 대규모 집회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공식 사과를 했지만 구체적인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4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임직원들로 구성된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가 6~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삼구 회장 갑질 및 비리 폭로’ 집회를 연다. 임직원들은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내식 공급업체 샤프도앤코코리아의 하청업체 대표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검은색 옷과 흰 국화를 들고 마스크나 가면 등으로 신원을 가린 채 집회에 참석한다. 임직원들은 지난 3일부터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회사 내 부조리를 고발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침묵하지 말자’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는 기내식 대란의 원인과 현장 대응 미숙 실태는 물론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의혹, 금호그룹의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박 회장의 사익 편취 의혹 등이 쏟아지고 있다. 채팅방은 이날 오전 최대 수용 인원인 1000명을 채웠고, 두 번째 채팅방도 1시간 만에 1000명을 채웠다. 임직원들은 사상 초유의 ‘기내식 대란’이 승객들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승객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야 기내식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내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당뇨병이 있는 승객들은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나 측이 기내식 대신 자사의 항공권 결제나 기내 면세품 구입에 쓸 수 있는 30~50달러 상당의 쿠폰(TCV)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면세품 판매 업무로 기내에 혼란마저 가중되고 있다. 한 객실 승무원은 “승객들이 유효기간이 1년인 쿠폰을 기내에서 바로 사용하려고 해 면세품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승객의 안전을 위한 업무만 해야 할 착륙 직전까지 카드를 결제하고 영수증을 발급하는 등 면세품 판매 업무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탑승하는 도중에 비상구 문을 열고 기내식을 반입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당국도 기내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안전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비행기 착륙 직전인 1만 피트 상공 이하에서는 면세품 판매 업무를 중단할 것을 사측에 지시했다”면서 “승무원 보충과 휴식시간 보장 등도 주문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내식 사태로 불편을 겪은 승객 여러분들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께 죄송하다”면서 “유족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청업체 쥐어짜기 의혹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기내식 공급업체를 기존의 LSG스카이세프코리아에서 하이난그룹과의 합작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유리한 계약 조건과 하이난그룹과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고려한 것”이라며 16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유치를 위해 LSG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부정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분신’ 하청업체 대표가 시행사 대표에게 남긴 유서 “아무리 어려워도···”

    ‘분신’ 하청업체 대표가 시행사 대표에게 남긴 유서 “아무리 어려워도···”

    쇠사슬로 몸 묶고···자녀 6명 둔 가장이서 주위 안타깝게 해 공사현장에서 분신해 숨진 50대 하청업체 대표가 6자녀를 둔 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는 자녀 한명 한명에게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남겼다. A(51)씨는 4일 오전 6시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의 한 전원주택 단지 공사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전원주택 30여개 동을 짓는 현장에서 외장재를 시공한 업체 대표로, 건설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 1억 3000만원가량을 받기 위해서였다. 목재 팔레트를 쌓아 그 위에 올라선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은 뒤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는 현장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라고 하자 소장이 현장으로 와서 A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이날 오전 8시 15분쯤 결국 몸에 불을 붙였다. 현장소장이 소화기로 가까스로 진화했으나 A씨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 현장에서는 A씨가 각각 아내, 가족들 A4 용지 2장, 원청 건설시행사 대표에게 쓴 A4 한장의 유서가 발견됐다.A씨는 건설용 외장재 공사업체 대표로, 딸 셋과 아들 셋 등 6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는 6자녀 한명 한명에게 하고 싶은 말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다. 한 유족은 “고인은 비록 전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 4명과는 함께 살지 못했지만 자주 만나면서 항상 아이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였다”라며 “최근에는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서 대출해서 지급해줄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경찰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시행사 대표에게 쓴 유서에는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들 월급은 꼭 챙겼습니다. 사장님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공사현장 한 관계자는 “미지급금이 1억 3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배경에는 뭔가 다른 억울함도 있었던 게 아닌가 추측된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정확인 사인 분석을 위해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공사대금 갈등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시아나 직원들 채팅방에 ‘갑질’ 제보 쏟아져

    아시아나 직원들 채팅방에 ‘갑질’ 제보 쏟아져

    ‘기내식 대란’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단톡방’을 만들어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만들어진 ‘침묵하지 말자’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익명채팅방에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채팅방 한도 인원인 1000여명이 접속했다. 채팅방에 많은 인원이 몰리자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 오픈카톡방 2’ 등 다른 채팅방도 파생돼 만들어지고 있다. 이곳에 모인 직원들은 경영진의 실책을 비판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탑승구에서 핫컴플레인(승객들의 불만 제기)과 높은 언성으로 탑승구 직원들이 울기도 했다”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도 공유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 직원들도 오너일가의 갑질 실태가 드러난 후 직원들이 익명채팅방을 만들어 언론 제보, 집회, 직원연대 설립 등에 대한 논의를 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부터 기내식 부족 사태를 겪으며 정상 운항을 못 하고 있다.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였던 엘에스지(LSG)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 투자를 요구했다. 엘에스지가 이를 거절하자 아시아나항공은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 기내식 공급업체를 교체한다. 하지만 지난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며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게이트고메코리아가 기내식 공급 계획을 3개월 미루며, 아시아나항공은 임시로 3개월간만 샤프도앤코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하루 3000개 분량을 생산하던 소규모업체 샤프도앤코는 하루 2만~3만개 분량을 생산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와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과 샤프도앤코 간 계약서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 쪽 귀책 사유로 기내식이 늦게 공급될 경우, 납품단가 일부를 깎을 수 있는 계약을 맺고 있다. 국제선에서 15분 지연 시 아시아나항공은 취급 수수료 100%를 샤프도앤코에 주지 않아도 되고, 30분 이상 늦어지면 전체 음식값의 50%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불리한 조항 때문에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 샤프도앤코의 한 협력업체 사장은 압박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채팅방에서 한 직원은 “케이터링(음식 공급) 미스에서 발생한 1600억 돈의 부당 요구 및 공정거래위반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하청 회사(케이에이 등)에 대한 공정위조사가 어떻게 되가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취업규칙 인사 불이익, 노조 파업 참여자 승급 지연 (관련 문제는) 조종사 노조에 알아보시면 한 트럭”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채팅방을 통해 오는 6~8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집회를 통해 박삼구 회장의 갑질과 비리를 폭로하고, 사망한 샤프도앤코 사장을 추모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갑질 사태로 번진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갑질 사태로 번진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무리한 조건에 협력사 자살 의혹 “투자 거절하자 계약 갱신 안 했다” 기내식업체 변경 과정도 도마에 사측 “기내식 품질 탓 교체” 해명아시아나항공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기내식 대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기내식 공급사의 하청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더해지면서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업체 선정 과정에서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갑질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3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국제선 14편이 기내식이 없는 상태로 운항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1편이 1시간 이상 지연 출발했으나 기내식 문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는 지난 1일부터 3개월간 기내식 업체인 샤프도앤코코리아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으나 공급에 차질을 빚었고 비행기에 기내식이 실리지 않아 이륙하지 못하는 ‘노밀’ 사태가 빚어졌다. 아시아나는 기내식을 받지 못한 승객들에게 1만원 상당의 식사권 또는 30∼50달러 상당의 면세상품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이날 아시아나는 김수천 사장 명의로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을 통해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빠른 시일 내 정상적인 기내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는 “샤프도앤코코리아는 하루 2만~3만식에 달하는 기내식을 공급하기에 생산설비는 충분하지만 경험이 없어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면서 “업체 측이 인력을 확충하고 업무 절차를 숙지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진통이 계속되면서 아시아나가 기내식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아나의 기내식 공급은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맡아 왔으나, 지난해 LSG가 아시아나의 금호홀딩스에 대한 1600억원 규모의 투자 요구를 거절하자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LSG가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을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신고하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LSG는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계약 협상 과정에서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업체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일 오전 9시 34분쯤 기내식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 대표 A(57)씨가 인천 시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은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A씨 업체는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약정을 맺은 샤프도앤코코리아가 거래하는 4~5개 협력업체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A씨가 아시아나의 무리한 요구 조건에 부담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가 샤프도앤코코리아와 맺은 계약은 30분 이상 공급이 지연될 경우 음식값의 절반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15분 지연되면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시아항공 측은 “LSG에 지속적으로 기내식 원가 공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내식 품질에도 불만이 있어 업체를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샤프도앤코코리아와 맺은 계약 조건은 해당 업계가 맺은 다른 계약들과 비교할 때 관대한 수준이며 초기 혼란을 고려해 8일 동안은 더 업체를 고려한 조건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노동부, 삼성에 근로감독 내용 누설…불법파견 관련 개선책도 조언

    노동부, 삼성에 근로감독 내용 누설…불법파견 관련 개선책도 조언

    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을 덮으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1일 KBS 보도에 따르면 노동부가 피감기관인 삼성에 근로감독 내용은 물론 개선 방안까지 자세히 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2013년 8월 삼성전자 서비스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진행될 당시 노동부가 작성한 문건을 살펴보면 ‘삼성이 핵심 내용을 포함한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걸로 밝혀졌다. 이 문건은 정 모 당시 차관의 구두 지시를 정리한 것이다. 특히 문건에는 인천지방노동위원장 출신인 삼성전자 황모 상무를 접촉하라는 문구도 있었다. 실제로 당시 노동부 권모 실장이 황 상무를 접촉해 불법파견과 관련된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열흘 뒤 삼성은 노동부 조언에 따라 1차 개선안을 냈다. 또 삼성 측이 소요비용, 노사관계 등 구조적 요인으로 개선안 이행을 힘들어 한다며 노동부가 삼성에 구체적 조언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삼성의 불법파견의 실태를 나열한 뒤 그에 따른 개선 방향을 노동부가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평가와 인센티브 지급 방식을 개선하고, 하청업체가 업무처리 실적 등을 자율적으로 집계하라는 것 등이다. 그 뒤 이 문건은 삼성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동부가 조사를 받는 기업에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가이드라인까지 전해준 셈이다. 3개월이 지나 실제 삼성전자서비스는 노동부 문건의 제안대로 개선안을 추진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의 자료들은 현재 모두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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