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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평론 인물만화시리즈

    사회평론이 시작한 어린이 인물 만화 시리즈 ‘만나 보고싶어요’는 위인전에 대한 선입관을 확 허물어버린다.그 속엔 나폴레옹이나 이순신 등 전형적인 인물이 없다.대신 빌게이츠 등 현대 인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전형적인 옛 위인들이 당시의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은 동서고금의 공통된 전형이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은 지금 숨쉬는 현실과는 일정한 거리가있어 자칫하면 환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사회평론측은 현대에만 눈을 돌렸다. 1차로 선정한 10명 가운데 3명이 책으로 나왔다.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를 비롯,혁명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던 체 게바라,록의 전설 비틀스 등 주인공 모두가 요즘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 혁명가 ‘체 게바라’(윤지현 글,김광성 그림)는 어린이물로는 좀 튀어 보인다.이를 의식한듯 작품은 게바라의 인간다운 모습을 그리는데 주력한다.특히 천식으로 고생하는 어린 게바라가 가난한 인디오 친구들과 어울리려고노력하는 모습이나,비참한 이웃들의 생활모습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게바라가 탄생하는 배경을 이해할 수있다. 한편 ‘빌 게이츠’(서경석 글,정문 그림)편은 시리즈에 담긴 의도를 잘 보여준다.그의 판단 착오 등을 그대로 옮겨,신화화된 인물이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물씬 풍긴다.아울러 그에 대한 곱지 않은 눈길이나 라이벌 회사와의갈등 등도 소개해 위대함에 박제되지 않은 자연인 빌 게이츠를 만날 수 있다.또 각 권마다 시대배경과 관련 용어 설명을 덧붙여 상식이 느는 맛도 쏠쏠하다. 앞으로 만나고 싶은 리스트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둘 수 없다’고 외쳤던 인권 변호사 조영래 등이 기다리고 있다.각권 7,000원. 이종수기자
  • 월드컵 소식

    ●북중미골드컵대회를 앞두고 미국 전지훈련에 들어간 한국축구대표팀이 10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힉맨필드에서 첫 훈련을 실시했다.전날 도착 이후 이날 오전까지 휴식을취한 대표팀은 오후 3시40분부터 1시간20분 가량 헤딩,볼 컨트롤,패싱 등 간단한 훈련으로 몸을 풀었다.그러나 발목 부상중인 이동국은 불참한 채 물리치료사와 개인훈련을 실시했다.대표팀은 하루 이틀 더 가벼운 적응훈련을 한 뒤 강도를차차 높여 대회 첫경기 이전까지 본격적인 전술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오는 5월 서귀포에서 한국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르려고 한다고 AFP 등 외신이 10일 보도했다. 월드컵 본선 F조의 잉글랜드는 5월18∼25일 서귀포에 준비캠프를 설치,컨디션을 조절한 뒤 한국과 한차례 평가전을 치르고 조별리그 장소인 일본으로 떠날 계획이다.한국과의 평가전은 비슷한 시기 서귀포에 캠프를 차리는 한국이 5월21일경기를 갖자고 제의한데 따른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회장이 FIFA 회장 재출마를 선언했다.98년 당선된 블래터 회장은 10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풋볼엑스포에 참가,“204개 회원국중 100개국 이상이나의 연임을 요청해 왔다”며 회장 재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오는 5월29일 서울총회에서 실시될 4년 임기의 FIFA회장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히기는 블래터가 처음이다.이번 선거의유력한 후보로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내마음의 삼류극장-최원종(2)

    실버:(치마를 올리며)저 … 선생님,머리가.머리 아아파요.(치마를 내리려다가,깜짝 놀라며 다시 걷어올리며)생리통이심하단 말이에요.(담임 선생님의 그림자가,실버의 종아리를때린다.때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맞을 때마다 숫자를 세는 실버의 목소리도 커진다.조금씩 몸이 빳빳해지고 들썩이더니 이내,발작을 일으킨다.무대 서서히 밝아진다) 재롱:그래서,그래서 그 담임새끼를 가만 뒀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틀린 거야? 실버:침 흘렸거든. 형,재롱:침!? 실버:OMR카드에 침 흘렸어.졸았거든.그래서 잉크가 번졌어. … 그 애 앞에서 치마를 걷어올리고 점점 빨갛게 부어오르는 내 다리를 상상하는 게 무섭고 창피했어.죽고싶었어.소리 지르고 싶었어.일주일 뒤에,학교에 갔더니,그 애가 다른 데 앉아있는 거야.그래서 그 애를 의자로 찍어버리고 학교를그만뒀어. 재롱:의자로 …. 형:(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이 커피 맛 괜찮은데.각설탕 두 개 넣는 것도.맛이 좋아. 재롱:실버가,형 이름 쓰면서 저어줬으니까,그런 거겠지. 실버:내 정신 좀 봐.면접 보러 가야되는데.오빠,생일 언제야? 형:지났어.3월 달에. 재롱:6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거잖아.다음 달이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는 거구.하여튼 하루하루가 갈수록 다가오고 있는 거라구. 실버:야! 너,각설탕 두 개,지금 까서 넣고 내 이름 쓰면서저어. 재롱:몇 번이나? 실버:내가 면접보고 올 때까지,알았어!(실버가 형이 마시던 아이스커피를 빼앗아 단숨에 들이킨다) 실버:캬아아아.어쨌든 오빠 생일 축하!. 형:(나가려는 실버에게) 올해 12월 31일에 뭘 할 꺼야? 계획 같은 거 있니?그때도 일 나가니? 실버:12월 31일? ….뭐 ,춤이나 추고 있겠지.단숨에 남아있는 내 인생도 원샷 하면서 … 카아아아.크윽윽(트림 흉내내는 소리) 재롱:정말,원샷,하는 거야.캬아아,크으윽. 실버:(뜬금없이)이번엔 국립묘지나 가볼까. 형:국립묘지? 실버:거기 가면 뭔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뭐 서울대를 산책하던가. 형:남자하곤 같이 있고 싶지 않니? 실버:빌게이츠나 스필버그면 모를까.근데 오빠 오늘 이상하네.얼굴도 빨그레 족족 한 게,낮 술 먹은 것도 아니고.여자그리운 거 아냐.(모두 조용해진다) 재롱:(분위기를 바꾸려고)그럼,크리스마스 땐 뭘 할 건데?설마 아 캬아아아.크윽윽윽 크으으윽,아니겠지? 실버:아마 … 아마도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서 훌쩍이고 있겠지.뭐. 재롱:변기에? 실버:정말로 내가 혼자라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거기서뭉크처럼 그림 그릴 꺼야. 재롱:이번 크리스마스 땐 형도 좀 끼워 줘라.그림도 같이그리고.그래야 형도 그 맛 알 꺼 아냐. 실버:오빠 저 이만 가봐도 되죠?커피 먹으라고 자주 소리쳐요!!(실버,나간다) 재롱: … 형,왜 그런 걸 물어봐?남자와 같이 있고 싶지 않느냐,하는 거 말이야.(형은 대답을 하지 않고 섹스용품 가판대를 정리한다.그때 아줌마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쩔뚝이며 극장 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재롱:어? 아줌마! 얼굴이,얼굴이 왜 이래요?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쩔뚝거려요? 아줌마:으응, … 급하게 … 뛰어오다가,너넘어졌어. 재롱:아까 그 변태새끼가 그랬죠? 그 대머리 새끼 말이에요.맞죠? 어디봐요?어,코피도 나네.그 대머리 변태새끼 어딨어요?지금 어딨냐구요!(형,잠시 아줌마를 쳐다보고는,다시 가판대 정리를 계속한다) 아줌마:아니야.그 사람 잘못한 거 없어.내가 그 사람 화나게 한 거야.맞을 짓을 한 거지.그 사람 불쌍해.(그때,한 손에 혁대를 들고 와이셔츠를 풀어헤친 채 아까 그 대머리 남자가 극장 안으로 들어온다) 대머리 남자:야,야.사발면이나 파는 주제에.쌍년,너 이리못와.2500원 줬잖아.2500원.그럼,마저 하던 거나 하고 가야될 꺼 아냐.재수가 없으려니까,누굴 별 참새똥 처럼 알아!야,표 값 어떡할 꺼야.나 절대 환불 안 한다.(아줌마에게 점점 접근해오는 대머리 남자를 보고,간판대를 묵묵히 정리하던형이,갑자기 튀어나와서 날라 이단 옆차기로 사내의 가슴을가격한다.그리고 정권 주먹으로 대머리의 콧잔등을 날린다. 대머리 남자,이리저리 끌려 다니며,당구의 스리쿠션처럼 맞다가 도망간다.잠시 후,경찰 두 명과 함께 대머리 남자 등장.경찰이 형을 연행해 간다) 아줌마:이를 어째.화정 총각 잘못이 없어.내가 바보짓 했어.내 잘못이야. 재롱:아줌만 잘못 없어요.아줌마! 형이 날라서 이단 옆차기하는 거 봤죠?통쾌했어요.형은 정의로운 일을 한 거라구요. 형은 처음으로 일류 같은 행동을 보여준 거라구요.이 극장에서요. 아줌마:정말 바보짓 했어.화정 총각,아파.허리가 많이 아파.매일 진통제 먹어가며 일했어.정말 바보짓 한 거야. 재롱:도대체 누가 바보짓 했다는 거예요!! 지금,형이 바보짓 했다는 거예요?형이 처음으로 일류 같은 행동을 보여준거라구요.방금 여기에서요. 아줌마:여관에 있었어.나,그 남자를 때렸어.눈물이 날만큼마구 때렸어.처음엔 그 남자 머리만 쓰다듬어 줬어.애처로워 보였어.정말이지,찔끌찔끔 눈이 시렸어.근데 그 남자가 허리에서 혁대를 풀었어.내 손에 쥐어주면서 자기 엉덩이를 때려 달랬어.난 그저 그 남자가 하라는 대로 하고 싶었어.좋은 시간이 됐으면 했어.때렸어.그 남자! 좋아했어.정말이지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나,더 세게.더 세게,힘껏 때렸어.그사람이 즐겁게 신음소릴 냈어.나,기뻐서 눈물이 날만큼,온몸에 땀이 흘러내릴 만큼 마구때렸어.신이 났어.목 안에 걸려있던 눈깔사탕이 쑤욱,하고 배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 ….갑자기 나,그 남자 엉덩일 껴안고,살려달라고,죽지 않게 해달라고,제발 죽지 말라고 애걸복걸했어.광견병에 걸려죽어 가는,아버지 신음소리가 여관방에 진동하고 있었어. (암전)(미야자키 히야오의 영화가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다.한 쪽구석에 실버가 쪼그리고 앉아 스크린 쪽을 바라보고 있다.조명이 잠시 어두워졌다 켜지면 병실 안.형이 누워있다) 재롱:(베트남 모자를 씌워주며) 실버가,형한테 어울릴 거라면서.정글 속에서 베트남 전사들이 썼던 모자래. 형: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지? 재롱:아줌마가 형이 구치소 안가고 여기 있어서 다행이래. 척추분리증 병력도 꽤 쓸모가 있네.헤헤. 형:뭐 하러 왔냐?아줌마나 도와드리지 않고.쓸데없이. 재롱:형한테 꼭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꼭 말이야. 형:나한테? 재롱:형! 형이 극장에서 했던 행동은 정말이지 일류다운 행동이었다고 생각해.형은 쌈마이가 아니었어.형이 날라서 이단 옆차기 할 때,나 눈물이 쏟아질뻔했어.그 극장에서 …내가 봤던 영화들 중에 형의 액션이 가장 스펙터클했어.짜릿했어.헤헤.형이 처음으로 일류처럼 보였어.멋졌어.형. 형:시끄러. 재롱:나,형 주려고 뭐 갖고 왔는지 알아? 형:또 뭔데? 재롱:광어회 사갔고 왔어,참이슬 하고. 형:이런 짓 좀 하지마. 재롱:왜에? 형:비위 상해.그리고,나 회 못 먹는 거 알잖아. 재롱:이거 내가 형 면회 간다니까,실버가 사 준 거야. 형: …. 재롱:그 애 원래 쫌생인 거 알지.이번엔 미대 간다고,등록금까지 모았었나봐.등록금 빼서 산 거야,이거. 형:… 미대에 간대? 재롱:걔 화장실에서 울면서 그림 그리잖아. 형:농담인줄 알았는데 … 뭉크라는 사람 그림이지? 재롱:기억하고 있었네 … 어젠 술 먹고 토하길래,방에다 눕혀놨거든.옥탑방에 다시 올라가 봤더니,화장실에 쪼그리고앉아서 샤워기 틀어놓고 잠들어 있는 거야. 형:감기 안 걸렸어? 재롱:감기?내가 샤워기 꺼줬지.근데 그림이 엉망이 됐어.토했지,물에 젖었지 … 하긴 그림은 원래 엉망이다.… 감기?헤헤. 형:왜 웃어? 재롱:형,실버 좋아해?형:면접은 어떻게 됐대?나이트 일 그만 뒀다면서. 재롱:그래봤자,삐낀 걸 뭐.여의치 않으면 또 하겠지.근데정말 좋아해?형 퇴원하면 내가 삐끼 노릇 한 번 확실히 한다.부킹,내가 확실히 책임져.실버 옥탑방까지! 형:면접 어떻게 됐대?재롱:회집에 면접 보러 갔다가,사장을 의자로 찍었대. 형:뭐,의자!재롱:사장이,자기애를 유치원에서 데려 오라고 시켰나봐.(광어회를 펼치며) 이거 늦게 먹으면,맛 없어져.먹자.(둘은 광어회를 먹기 시작한다) 재롱:허리는 어떻게 다친 거야? 원래 그런 거야?형 태권도가 3단이나 된다면서.척추분리증 환자가 태권도 3단이라 …. 형한테 잘못 개겼다간,그 대머리처럼 될 뻔했네. 형:허리는 나중에 다쳤어.아버지가 태권도 사범이셨지. 재롱:형네 아버지가 태권도 사범이었어?학원비는 안 들었겠다. 형:아버진,나를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셨어.늘상 내게 말하곤 했지.남들 보다 더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뭐,그런 신물나는 얘기.어렸을 때부터 맞으면서 배웠어.아버지가 정해준 목표량을 해내지 못하면,야구방망이로 맞았지.그래서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 재롱:야구중계 보는 거 좋아했잖아. 형:혼자 술 마시는 이유 치고 괜찮으니까. 재롱:여름,야구 시즌이 돌아오면,형 항상 취해있겠군. 형:난 여름 야군 안 봐.겨울 야구를 봐.동네에서 꼬마 놈들이 하는,동네야구 말이야.맥주를 마시면서 관람하지. 재롱:형도 실버하구 비슷한 구석이 있어.혼자 화장실에서그림 그리는 거나,맥주 마시면서 동네 야구 보는 거나. 형:실버,그 애 보면,자물쇠 채워진 방에 두고 온 엄마 생각이 나. 재롱:...엄마? 형:아버진,나를 시범경기에 출전시켰어.심사위원이 아버지였지.겨루기를 할 때쯤,아버지가 내 상대를,정하는 것을 봤어.몸집이 내 두 배만한 녀석이었어.아버지가 선택한 상대. 난 그 녀석을 꺾고 싶었어.그건 아버지를 꺾는 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거든.선제 공격이 내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지. 그 녀석 목 부위를 가격해 숨통을 조여놓으려고 했는데.날라서 이단 옆차기로 경기를 제압하려고 했는데 ….그 녀석이내 발목을 낚아채서 집어던져 버렸어.한참동안 누워 있었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 다시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일어날 수가 없었어.가만히 누워서 생각했지 ….날라서 이단 옆차기,아버지의 재능.왜 하필 그 많고 많은 태권도동작 중에 날라서 이단 옆차기만을 사용하셨던 것일까,엄마한테.(웃는다) 몸통 때리고 명치 …. 재롱:몸통 때리고 명치 찌르고 목날치고,턱 날리고.이런 여자한테 써먹을 수 있는 것들도 많은데 말이야. 형:너 어떻게 그런 걸 알고있지? 재롱:아줌마가 형 얘기를 해줬어. 형: … 아마 고 2때였지.더 이상 방에 누워있을 수가 없었어.집을 나왔어.허리가 아파서 걷다가 울다가 걸었지.그러다 잠시 쉬러 들어간 게 여기야.마지막회 영화를 봤는데,영화가 끝나고 직원이 다가와서 ,청소해야 되니까 나가달라고 하잖아.그때 막 눈물이 나더라.처음엔 허리 때문인 줄 알았는데,갈 데가 없더라구. 재롱:그 직원이 아줌마지? 형한테 사발면도 끓어주고. 형:그래.하나를 먹고,두 개,세 개 … 몇 개인지도 모르게먹고 나니까 아줌마가,너무 늦었다고 돌아가라고 하더라.…가슴속에서 뭔가가 솟구쳐 올라오는 게느껴졌어.아줌마 발아래다 토했지,뭐.내 꼬락서니가 너무 우스워서 웃음을 참으면서 내내 토했지. 재롱:근데,왜 실버가 형 엄마를 떠올리게 해? 형:자물쇠가 채워진 방에,혼자서 잠들어 있는 엄마 옆모습이 떠올라.아버지한테 맞고 쓰러져 잠든 엄마의 침흘리는 모습,경련을 일으키고 발작해서 상처투성인 몸이 …(광어회를먹는 둘의 모습.암전)(극장 로비.매표소에 앉아있는 아줌마와 섹스 용품 가판대에서 재고파악을 하는 분주한 재롱.상영관에서 빠져나가는 백수처럼 보이는 사람 몇.동성연애자처럼 보이는 남자.중년의대머리 남자들.섹스용품 가판대에서 용품을 사고 나간다.재롱의 환호성이 들린다.) 재롱:아줌마,아줌마,믿어지지가 않아요.오늘 얼마 번지 아세요?물건값 제하고 이십만원이에요. 아줌마:제법 장사가 잘 됐나봐? 재롱: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죠? 용돈 받으러 엄마가 하는노점에 앉아있지 않아도 되고요,자취방도 구할 수 있어요.실버한테 줄 비디오 10편도 거뜬하구요. 아줌마:화정총각은 좀 어때? 재롱:형은 문제없어요.이제 봤더니,형 순 알부자네.형이 병원에서 퇴원하면,동업하자고 해야겠어요.헤헤헤.(술 취한 실버가 극장 안으로 들어온다) 버:너 여기서 뭐해?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롱:(웃는다) 버:뭐 좋은 일 있어?오빠 퇴원한 거야? 롱:나 말이야.돈 벌었어.이십만원. 버:돈? 무슨 돈?재 :이걸로 너,미야자키 비디오 원판 구해줄 께.10편 정도는 거뜬해. 버:니가 무슨 돈 벌어? 롱:돈이 좀 모이면,빌 게이츠하구 티븐 스필버그가 있는시애틀이나,위싱턴,뉴욕에 가는 거야.거기서 야자수 열매를먹는 거야.도시의 야자수.나한텐 거기가 와이키키 해변이야. 버:뭐 당첨됐어? 롱:굉장했어.내가 오늘 물건 얼마치 판지 알아? 버:언제부터,언제부터 이런 거 팔았어?언제부터,언제부터야.너 공부 안 해? 학원 안 가? 재수생 아니야!(가판대를 부수기 시작한다) 재롱:술 먹었어? 실버:니가 전에 들고 다니던,책들은 그럼 뭐냐구? 요즘 학원에선 이런 거나 가르치나보지.너 잘 나가겠구나.돈도 벌면서. 재롱:무슨 소리야? 실버:나하고 약속한 거 잊었지? 재롱:약속? 무슨 …. 실버:하긴 잊어버렸겠지.잊어버리지 않고선 이 따위 멍청한 짓거린 하지 않았겠지. 재롱:내가 너하고 뭐 약속한 거 있어?미안해,잘 기억이 않나. 실버:개자식!! 재롱:너 또 면접에 떨어진 거야? 실버:너 대학 들어가면,나하고 배낭 여행 간다고 했어,안했어?전국에 있는 대학 캠퍼스 찾아다니면서 밥도 사먹고,도서관에도 가고.너,파부르 알아? 몰라?곤충 관찰해서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나,그 사람처럼 돌아다니면서 관찰 했다구. 내가 어디에 살고 싶은지,어떻게 살고 싶은지,내가 누군지,니가 누구인지 ….알아듣겠어!넌 내 옆에 앉기 싫어서 다른데 앉은 새끼하고 똑같애.(재롱이를 의자로 찍으려 하다가,그냥 나간다.재롱이가 서서히 스크린 옆에 선다.무대 조금어두워진다) 실버(소리):안녕하세요.저는 실법니다.생리통 때문에 당분간은 연락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음성을 남겨주세요.연락을곧 드리겠습니다.(재롱의 그림자,수화기를 들고 있다) 재롱:만나고 싶어.너하구 같이 있고 싶어.연락해 줘.(사이,무대 밝아지면) 아줌마:아직도 연락 안 되는 거야.일주일째 안 들어왔다면서.옥탑방도 잠겨있고. 재롱: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아줌마에게로 중년의 대머리 남자가 다가온다.재롱은 극장 영화 포스터들을 새 포스터로 교체한다.섹스용품 가판대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다) 아줌마:어서오세요.이천오백원입니다.좋은 시간 되세요.(표를 받은,중년의 대머리 남자가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려다,아줌마에게로 가서 다시 말을 건다.아줌마는 대머리 남자와 숙덕숙덕 이야기를 나누더니 함께 극장을 나간다) (청소를 마친 재롱은 작업복에서 양복으로 갈아입는다.머리에 무스를 바르고,실버에게 줄 선물을 확인한다.KFC 닭다리봉지와 피자 한 상자,1.5리터 콜라 그리고 미야지키 하야오의 원판 비디오들을 확인한다.그것들을 양손에 들고 무대를나간다.조명이 어두워지면,스크린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서정적인 풍경들이 보인다.실버는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그러나 불안하고 긴장되어 보인다.몸을 떨기도 한다.재롱은 그녀에게 다가가며 이름을 부른다.) 재롱:실버,실버.(실버는 여전히 그대로의 모습으로 앉아있다)실버,나 왔어. 실버:(혼잣말처럼)국립묘지로 껴져버려.(그녀,몸을 심하게떨며 바닥에 쓰러진다.발작증세를 보인다.재롱은 그녀에게다가가 이불로 그녀를 감싼다.그리고 꼭 안는다)(암전)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심사평

    극작가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날로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세상에서 드라마의 영역과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는 증거로 여겨진다.금년에는 지나해보다 더 많은 희곡이 응모되었다.80여편의 작품을 살펴본 결과는 전반적으로 주제와 구성이 허약하고 연극언어의 구사력이 부족한 느낌이었다.본질적으로 드라마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아쉬웠다. 최원종의 ‘내 마음의 삼류극장’ 류재영의 ‘비상구’박노현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노옥경의 ‘가감승제’가 최종심에 올랐다.최원종을 제외한 세 사람의 작품은 현란한 대사에 비해서 드라마의 심도가 약한 것이 결함이었다.연극대사는 일상적인 말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그 말 속에 인물의 심리상태와 사고,행동방식과 극적인 상황의 변화,극작가의 메시지등을 면밀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평소 열심히 습작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으나 현실적인 삶에 대한 작가로서의 치열한 갈등을 제대로 드러내 보이지 못했다. ‘내 마음의 삼류극장’은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다섯사람의 과거와 현실이 삼류극장의 로비에서 벌어진다.그들의 어두운 과거사는 스크린에 그림자극으로 펼쳐진다.스크린에 비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과 그들의 현실은 역설적으로 좋은 대조를 이룬다.서민의 꿈과 절망의 연속같은 대조 말이다.자장면 한 그릇에 2,500원,영화관 입장료 2,500원,그리고 한 번 몸파는 데 2,500원이다.이 정도의 돈을 벌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려운 그들의 나날은 한없이 고달프고 외롭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누구보다도 따듯한 인정과 의리와 사랑이 넘친다.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보살피는 순결한 마음이 넘친다.삼류극장 이야기 같은 내용이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게 인간의 아름다움을 잘 그렸다.다섯 사람의 성격과 개성에 넘치는 행동을 치밀하게 집약시킨 최원종의 연극적인 잠재력이 번득이는 작품이다.장차 큰 일을벌릴 야망의 젊은이로 돋보인다.훌륭한 드라마작가로 대성하기를 기대한다. 오태석·서연호.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내마음의 삼류극장-최원종(1)

    ●등장인물. 재롱(19살·재수생) 형(30살·화정총각 ) 실버(19살·나이트 삐끼) 아줌마(40대 후반) 대머리(40대 후반) 배달원,경찰,남자들. ●무대:삼류극장. 내부는 매우 낡고 퇴색되어 있다. 벽에 육감적인 여배우들의 포스터들만이 생동감있다. 극장 로비 우측에는 섹스용품 가판대가 있고 좌측에는 사발면이나 음료수를 파는 진열대겸 매표소가 있다. 무대의 뒤 배경은 흰 스크린이 되어 있다. 스크린은 등장인물들의 과거를 드러낼 때,쓰인다. 막이 열리면,어둠 속에서 실버가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고,스크린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가,미야자키 하야호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미야자키의 영화 화면들. 실버가 무대를 나가면,무대 밝아지면서 극장 로비가 된다. 진열대 겸 매표소에는 아줌마가 멍하니 앉아 있고 섹스용품 가판대에는 형이 고장난 콘돔 자판기를 수리 중이다. 재롱:아줌마가 짜장면 먹을 나이냐구. 형:여기 입장료가 2500원이야.저기 써 있지? 재롱:2500원이,뭐? 형:그게 짜장면 값이야.2500원. 재롱:알았어.그만해….광어회 한번 먹기 되게 힘드네. 형:점심엔 짜장면 시켜먹고,영사실에서 낮잠이나 자.방해하지 말고. 재롱:광어회에다가 소주 한 잔 걸치는 건,재수생인 내게 중요한 문제라구.이런 걸 먹어야지 자신감이 생겨. 형:정,먹고 싶으면,혼자 가서 먹어. 재롱:돈 있다니까. 형:학원비나 내.그건 그렇고,너 옆에 끼고 있는 거….수능봐야 되는 놈이 아직도 그런 걸 보냐? 재롱:이거.성문종합영어? 형:지금은 2001년도야.10년 전에 나도 그걸 봤다. 재롱:이거 성문 아니야.빌 게이츠하구 스티븐 스필버그 자서전이야.겉 표지만 성문종합영어. 형:겉 표지만? 재롱:그래야 엄마한테 덜 미안하거든.내가 학원에 안 가고여기 와도.뭐,하여튼 책만 들고 다니면 공부하고 있는 줄 아시니까.형은 내가 여기 왜 오는지 알지? 형:실버 보려고 오는 거 아냐? 재롱:실버? 아냐.여기 이렇게 앉아서,짜장면 먹으면서 말이야,빌 게이츠를 읽고 스필버그 사진 보고있으면 일류가 된기분이 든단 말이야.꼭 내가 성공할 사람처럼 느껴져. 형:꼭 성공할 사람? (웃는다).그런 사람이 정해져 있기나한 거야? 재롱:누구나 삼류시절이 있기 마련이잖아.뭐.하여튼 대충그래.특히 영화보고 나오는 이 동네 대머리 아저씨나,백수형들 보고 있으면,온몸이 그냥 짜릿해지는 거 있지. 형:그런 기분에 시간 낭비하지마. 재롱:시간 낭비? 형:분수에 맞게 느끼라구. 재롱:….난 내가 덜 떨어진 재수생이라는 사실이 못마땅해. 싫어. 형:그런 기분 잠시야.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재롱:나,제대로 성문종합영어도 못 봐.10년 전에도 형이 봤다는,그거 말이야.난 겉 표지만 질리도록 보는 걸.내가 어디 시궁창에서 굴러다니는 개뼈다귀가 될까봐….더러워.기분이 엿 같애.매일 하루하루가 겁나. 형:짜장면 시키자. 재롱:그래서 빌 게이츠하구 스필버그 읽는 거야.내가 가방에 뭘 들고 다니는 지 보여줄까?루이스 거스너,손정의,앤서니 기든스,스티브 잡스,스타벅스,이런 거 읽으면 기분 짜릿해져 와.형 말대로 잠깐이지만.짜릿해. 형:난! 그런 거 신물 나. 재롱:난 형하고 달라.내겐 머리가 있어.빌게이츠 읽을만한에너지가 있어.그 에너지를 형은 느껴보기나 한 거야? 형:에너지….느껴본 적 있냐구?야,짜장면이나 시켜. 재롱:(신경질적으로) 아줌마! 짜장면 먹을 거에요? 아줌마:(멍해 있다가) 응?….응. (그때,입구에서 중년의 대머리 남자가 들어온다.아줌마가인사한다) 대머리:(포스터를 쳐다보며) 신프론가 보네.(읽는다) ‘조폭 아가씨의 일기’ 아줌마:어서오세요. 대머리:이게 ‘조폭 마누라’ 에로 버전인가 보네. 아줌마:표는 저한테 사시면 돼요. 대머리:진짜 빨라.언제 이런 걸 다 만들었데. 아줌마:2500원이에요. 대머리:2500원? 아하,입장료. 아줌마: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대머리 남자,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형:아줌마,제발 좋은 시간 되라는 말 좀 안 하면 안 되요. 아줌마:아니 단지,좋은 시간이 됐으면 해서…. 재롱:아줌마,곱빼기죠? 아줌마:(고개를 끄덕인다.) 재롱:(전화를 건다) 거기 만리장성이죠? 여기 화정극장인데요.짜장면 둘 하고 곱빼기 하나 갖다줘요.고춧가루,고춧가루 꼭 가져와요. 형:미안해요.큰 소리 칠 생각은 없었는데.(다시 콘돔 자판기를 고치기 시작한다) 재롱:아줌마,대머리도 성적인 매력이 있나요? 아줌마:그게 … 나도 잘 … 그냥 안쓰러워. 재롱:안쓰러워요,대머리가요? 아줌마:가끔 내가 왜 이러나 걱정스러워. 재롱:여기 영화 많이 봐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줌마:그,그럴까.하지만 달라.뭔가 다른 것 같애.마음이싸하게 저린 게,눈물이 찔끔찔끔 나려고 하고 …. 재롱:아줌마하고 헤어졌다는,아줌마 남편이요? 대머리였나보죠? 아줌마:남편? … 아니.남편은 머리에 숱이 많았어,아주.아기도 아빨 닮아서,내 배 속에서 나올 때부터 머리카락이 쭉쭉 뻗었었지.근데 가버렸어.아일 데리고. 재롱:왜요?아줌마가,남편이 대머리가 아니라고 구박한 건아니죠? 아줌마:둘 다 머리에 숱이 많을 때였어.그거 하나 믿고 살았는데….근데.아기 기저귀며 분유 살 돈이 부족했지.나,너무 먹질 못해서,젖이 나오지 않았거든.그래서 분유라도 사려고,신문지며 박스를 주우러 돌아다녔어. 재롱:요즘 그거 트럭 한 대 꽉 채워도 돈 십 만원을 안 준대요. 아줌마:그러다 여길 오게 된 거야.그 땐,이 극장도 잘 나갔었는데.큰 극장에서 금방 끝난 영화를 빌려 가지고 와선 반값에 틀었거든.그땐 큰 극장에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 재롱:아줌만,이 극장에서 뭘 했는데요? 아줌마:표도 팔고 청소도 하고,단골손님한텐 라면도 끓여줬지. 재롱:지금이랑 똑같잖아요.라면 끓여주는 건만 빼고. 아줌마:라면 … 그래,라면을 끓였어.그 날은 비가 많이 왔었는데.바깥에 비가 오나,지금.비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오늘 같이 극장에 오는 손님이 없었는데.(비 소리가 들려온다.무대는 어두워진다.스크린에 중년의 대머리 남자 그림자가 영상으로 보인다.영상에는 아줌마와 남자의 스토리가그림자극으로 보여진다.아줌마는 스크린 옆에서 마임 동작만을 하면 된다.아줌마가 그 그림자 옆으로 다가간다.그림자는 비를 흠뻑 맞고 몹시 떨고 있다.그러다가 바닥에 쓰러진다) 아줌마:이봐요,이봐요 ….일어나요. 그림자:(정신을 못 차리고 뒤척인다) (아줌마는 그림자의 이마에 손을 얹어본다.) 아줌마:앗,뜨거.(수건을 물에 적셔 그림자의 이마에 올려준다.라면을 끓이기 시작한다.라면 봉지를뜯고,라면을 반으로 쪼개고 냄비에 넣는다.스프 봉지를 뜯고 스프가루를 넣는다.냄비를 그림자 옆으로 가져가,숟가락으로 국물과 면을 조금씩 그의 입에 떠 넣어 준다.그림자가 약간 의식을 찾은 듯뒤척인다.그러자 외국 에로 영화의 음향이 들려온다.외국남녀의 격정적인 신음소리) 아줌마:영화가 상영되나 봐요.(그 둘은 같이 한 곳을 바라본다.) 아줌마:이봐요,며칠 굶은 사람처럼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남자 그림자가 아줌마 그림자를 껴안는다.무대 밝아진다.) 재롱:그래서 아줌마 남편이 떠난 거구나. 아줌마:맞아.내 탓이야 ….나중에 남편이 물었어.그 남자한테 무슨 감정 품었냐구. 재롱:아무 감정도 없었잖아요. 아줌마:난,난 잘 모르겠다구,나도 모르게 그냥 그랬다구,말했지.사실은 그 때 그 감정을 말로 할 수가 없었어.어렸을때,눈깔사탕을 실수로 꿀꺽 삼켰을 때,그런 기분.이래저래그 순간엔 눈깔사탕만 자꾸 떠오르더구나. 재롱:눈깔사탕이라 …. 형:지금은 알아냈어요?그 눈깔사탕? 아줌마:… 아버지가 떠올랐어. 형:아버지요? 재롱:아줌마아버지가 대머리였군요? 아줌마:… 내 아버진 꽃다운 시절에 대머리가 되셨지.엄만나한테 머리카락 줍는 일을 시켰었는데 ….엄만 아버지를 구박했어.처음엔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였지.머리 안 빠지는 데 좋다는 약은 다 구해다 먹였으니까.그러다 훤히 대머리가된 걸 보고 구박했어.동네 사람들도 뒤에서 웃어댔지.읍내에 장이 서는 날,아버진 중절모를 쓰고 나를 데리고 나가셨어. 내게 눈깔사탕이며 빨간 에나멜 구두를 사주곤 했는데.아버진,광견병 걸린 개한테 물려서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지. 광견병 걸린 개한테 눈깔사탕을 먹이려고 하셨나봐.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집으로 돌아와선 엄마를 때리고 옷들을 마당으로 마구 집어 던졌어.아버지가 개한테 물렸던 양복 윗도리 주머니엔 눈깔사탕이 가득 들어있었어.아버지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동안,난 그 사탕들을 입안에서 녹이며 보냈어.나중에,알게 된 건데,아버지한테 다른 여자가 있었대.그래서엄마가 ….(짜장면 철가방 소리가 들린다) 배달원:짜장 왔습니다. 재롱:여기요.여기다 놔요.(배달원이 철가방에서 짜장면을꺼내놓으면,그들 셋은 소파 탁자로 모여 둘러앉는다) 배달원:(50원 동전을 주며) 50원이요. 재롱:예? 배달원:저희 만리장성에서는요,전화로 주문하셨을 경우 전화비 50원을 돌려주기로 했거든요.(배달원 퇴장했다가 다시들어온다) 배달원:고춧가루요.(배달원 나간다.) 재롱:핸드폰으로 걸면,껌 값 줄래?고춧가루나 잘 갖고 와라!(중년의 대머리 남자가 극장으로 들어온다.그러면 아줌마,대머리에게 달려가,뭐라고 서로 숙덕숙덕 거리며 같이 퇴장한다) 재롱:대단해.저건 또 못 보던 대머리네. 형:아줌마 건,퍼지기 전에 니가 해치워라. 재롱:내가 뭐랬어? 광어회 사다 먹자니깐.(짜장면을 먹는다.극장 옥탑방에 세 들어 사는 나이트 삐끼,실버가 잠에서 방금 깨난 듯 들어온다) 실버:짜장면 맛있어 보이네.근데 웬 세 개? 재롱:빨리 와.퍼지겠다. 실버:웬일이야.너 부킹하고 싶어서 그러지. 재롱:아냐.형이 시킨 거야,이거. 실버:고마워 오빠.한 번 나이트에 놀러와.부킹,내가 확실히 책임져 줄께.나이트 와서 ‘실버’를 찾아.실버.은빛 겨드랑이. 재롱:야,밥 맛 떨어지게. 실버:밥이 아니라,짜장면이다,이 바보야.(셋,짜장면을 먹는다) 재롱:실버,내가 준 비디오는 다 봤어?미야자키 하야오 꺼말이야. 형:뭐? 미아가되자 야호? 재롱:모르면 따라하지마,형. 실버:미야자키 하야오.일본 애니메이션.그거 보면 되따 좋아져요.토실토실한 너구리를 쓰다듬고 있는 기분이에요.그사람 만든 걸로,제목이 뭐더라? ‘헤이세이 너구리 대전쟁폼포코’,‘이웃의 토토로’. 재롱:‘바람 계곡의 나우사카’,‘천공의 성 라 퓨타’,그리고 극장에서 엄청난 관객동원을 이룬 ‘원령 공주’까지. 마지막으로 ‘미래 소년 코난’. 형:코난? 그건 나도 어렸을 때 본 건데.지금은 애도 아니구. 실버:취향의 문제죠.뭐,(재롱에게) 커피 마실래?(커피 자판기로 간다) 재롱:그 사람 걸로 좋은 비디오 구해놨는데,살래? 실버:어떤 거? 재롱:발작을 잠재워 줄만한 거. 실버:그럼 옥탑방으로 배달해 줄래?오늘 면접 있거든.(자판기 옆에서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나오지 않자,신경질적으로 자판기를 발로 차고 나간다)(재롱과 형은 커피자판기를 바라본다) 형:발작? 재롱: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이 제한텐 약이야.보고있으면 안정이 된다고 하니.발작을 콘트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대.그래서 한 편씩 구해주는 대가로 오천원씩 받기로 했어. 형:발작을 콘트롤 한다구? 재롱:아직까지 몰랐어,형? 제 간질 있어.핸드폰 걸었는데생리통이 심하다,머리가 아프다,어쩌고저쩌고 하면 십중팔구 그 날이야. 형:… 간질 …. 재롱:옥탑방에 틀어박혀서 비디오만 봐.반딧불들이 날아다니는 자궁 안에서 자기 뇌로 연결된 깨끗한 탯줄로,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은 피를 수혈 받는 거야.그런 기분.그리고 리모콘 누르는 것처럼 적당한 순간에 채널을 바꾸는 거야. 형:감쪽같이 속았는데.감쪽같이 말이야. 재롱:형이 몰랐던 것뿐이지,누가 속여. 형:하긴 나도 그 애하고 별반 다르진 않지.(커피자판기로가서 사정없이 발로 찬다) 재롱:동전 안 넣잖아? 형:(계속 차면서) 커피 마실 거니? 재롱:나야,주는 대로. 형:(옥탑방을 가리키며)마시겠냐고 물어봐.아이스 커피로. 재롱:뭐야 실버 때문이야.알았어.야 실버! 너 아이스 커피마실래? 야 실버! 형이 아이스 커피 타준대.(대답이 없다 )이빨 닦고 있나봐.(정장을 한 실버 들어온다.) 실버:야,옷 입을 때,부르지 좀 마. 재롱:내가 부른 게 아니고,형이 시킨 거야.너 아이스 커피먹으래. 실버:이빨 닦았어.근데 자판기에서 아이스 커피가 나와?(실버는,형이 직접 아이스 커피를 만드는 걸 본다) 실버:시럽도 있어야 되는데 ….그거 마시려면. 형:시럽? … 지금 만들어 볼게. 재롱:야아.말 잘 듣네.형이 말 잘 듣는 걸 보니,이건 분명형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야. 실버:생일? 어쩌지 … 그럼 시럽 만들지 마.커피에 각설탕두 개 넣어 줘.나,스푼으로 오빠 이름 쓰면서,생일축하합니다,하고 쓰면서 설탕 녹일게 ….그거 오빠가 마셔.오빤 늘블랙으로 먹지?난 블랙으로 먹는 사람 심술궂어 보여. 형:장난 그만해라. 실버:설탕은 그냥 저어서 녹이나,오빠 이름 쓰면서 녹이나녹는 건 마찬가지야. 형:(멍하니 쳐다본다) 실버:나한테 마음 있는 거 아냐.(웃는다)하지만 이건 알아둬.오빠 나이하고 내 나이 ,열한 살 차이나. 재롱:(웃는다)(형이 실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실버:오빠가 빤히 쳐다보니까,자꾸 그 애 생각이 나네. 재롱:그 애? 너한테 찝쩍대는 웨이터 송강호 말이야. 실버:아니 ….내 첫사랑.그 앤 반에서 항상 5등이었어.난 4등이었구.중학교 3학년 때였나? 2학기 때,담임선생이 아파서 다른 선생님이 잠시 동안 우리 반 담임을 맡게됐는데.교실에 들어와선,쪽지를 하나씩 나눠주는 거야. 재롱:쪽지는 왜? 실버:좋아하는 애 이름을 적어내라고.그걸로 짝을 지어 주겠다고.나,그 애 이름을 적어냈어.별달리 적어낼 사람이 없었거든.아무튼 그 애는 체육시간에 발야구 투수였어.타석에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 애 얼굴을 봤거든.얼굴이 빨개져서,어쩔 줄 몰라하더니,공을 아주 천천히 굴려주는 거야. 덕분에 난 인기 캡이었지.공을 팡팡 차댔거든.그 애하구 짝이 됐어.그 애가 내 이름을 적어냈던 거야.놀랍지 않아? 서로 말 한 마디 하지 않았었는데.우린 서로 친절했어.근데 그것도 끝나버렸지.전 담임선생님 건강이 회복됐거든.시험문제 틀린 개수대로 종아리를 때릴 테니까,틀린 개수를 큰 소리로 외치면서 앞으로 나오래.(실버가 스크린 앞으로 다가가선다.무대 어두워진다.몽둥이를 들고 있는 담임선생님의 그림자가 스크린에 비친다)
  • [도쿄 이야기] 식지 않는 고이즈미 인기

    해마다 이 때쯤이면 ‘일본 신어(新語)·유행어 대상’ 수상식이 도쿄에서 열린다.그해 유행어의 주인공에게 상을 주는,한 출판사 주최의 28년째 이벤트이다. 올해에는 ‘성역없는 개혁’,‘개혁의 아픔’ 등 개혁과 관련된 6가지의 말을 유행시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대상을 탔다. 그는 그 상을 타러 바쁜 시간을 쪼개 수상식에도 참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너무나 기쁜 얼굴로 상패를 받아들었다.그장면은 바로 방송을 탔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4월26일 총리직에 올랐다.지난 7개월을 보면 역대 누구보다도 그는 대중에 바짝 다가서 있는 총리다.바닥에 가까운 지지율로 하야하다시피 권좌에서 내려온 전임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와는 사뭇 다르다. 5공 때의 ‘땡전 뉴스’처럼 ‘땡 고이즈미 뉴스’로 부를수 있을 만큼 고이즈미 총리는 TV에 자주 등장한다.땡전 뉴스와 다른 게 있다면 시키지도 않는데도 일본 방송사들은 다투어 그를 다룬다.상품가치가 있어서다. 고이즈미 사진집에 고이즈미 셔츠,고이즈미 과자까지 나올정도인 그의 표정은 다양하다.때로는 웃는 얼굴,때로는 심각한 얼굴,그의 표정 연출은 얼마 전 탤런트로 데뷔한 장남보다 몇 수 위다.그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친근함’이다. 그가 일본 국민을 사로잡으며 지지율 80% 전후의 고공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미지와 함께 단순한 정치논리 덕분이다. 파벌정치 구조에서 정치기반이 약한 그는 국민의 지지를 택했다.‘자민당을 바꾸고 일본을 바꾸겠다’는 슬로건은 밀실야합 정치에 식상해 있던 일본인의 기대를 순식간에 높이고지지의 동력이 됐다. 그는 개혁 대 반개혁의 구도로 대립각도 분명히 세웠다.‘저항세력’이라고 명명된 자민당 내 기득권 세력을 구석에몰아넣고 때로는 겁주고,때로는 얼르는 광경에 일본인들은마치 자신이 개혁세력의 주체가 된듯한 통쾌함을 느낀다.그런 일본인의 심정을 고이즈미 총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정치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의 이런 정치 스타일을 두고 정적(政敵)들은 포퓰리즘(대중주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그런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그가 개혁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지만 그의 능수능란한 정치술로 지지율 고공비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황성기특파원marry01@
  • 美軍기지 4,044만평 반환

    서울 용산에 있는 1만4,000평 규모의 캠프 킴과 부산에위치한 16만3,000평의 캠프 하야리아를 포함해 전국 20개주한 미군기지 144만5,000평과 경기도 3개 지역 미군훈련장 3,900만평 등 모두 4,044만5,000평이 2011년까지 우리측에 반환된다. 대신 한국은 미군기지 통·폐합을 지원하기 위해 의정부캠프 스탠리 부근 24만평,오산비행장 주변 24만평,평택지역 17만평,포항지역 10만평 등 모두 4곳에서 75만평을 매입,미군측에 제공한다. 한·미 양국은 15일(현지시간·한국시간 16일 새벽) 미국 워싱턴에서 김동신(金東信)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을추진키로 합의했다. 양국은 내년 3월 중순 구체적인 반환일정 등을 명시한 의향서를 체결한 뒤 곧바로 부지 매각 및 매입작업에 들어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기지이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군이 반환할 기지와 훈련장은 면적 기준으로 현재 미군에 공여된 전체 토지(7,440만평)의 54.3%,숫자로는 레이더 사이트,탄약고 등 무인기지를 제외한 전체 기지(41곳)의절반에 이른다.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르면 캠프 킴(1만4,000평),영등포그레이에넥스(2,000평),이태원 아리랑택시부지(3,300평),을지로 극동공병단(1만3,000평) 등 서울지역 4개 기지 3만2,000평이 반환된다.해당시설은 모두 용산기지로 옮겨간다. 군산 공군기지 외곽 공유지 26만2,000평은 반환되고 하남시의 캠프 콜번과 원주시의 캠프 롱 일부는 평택의 캠프험프리로 이전된다.부산에 있는 캠프 하야리아는 시 외곽지역으로 옮기기로 했으나 이전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청사 이전부지인 용산기지를 비롯,화성의 매향리사격장,파주의 스토리사격장,미 육군과 미2사단 기갑부대 훈련장인 다그마노스 훈련장 등은 반환 협상대상에서제외됐다. 워싱턴 강동형 특파원 yunbin@kdaily
  • 미군기지 반환 의미·절차/ 주민 숙원·지역개발 ‘체증’푼다

    한국과 미국이 제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추진키로 합의한 4,000여만평의 주한 미군기지 및 훈련장 재배치계획(연합토지관리계획·LPP)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하는 동시에 미군기지 시설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통·폐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경과 의의=연합토지계획(LPP·Land Partnership Plan)은 우리 정부가 먼저 각종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제기했다.미군측도 노는 땅을 반환하는 대신 꼭 필요한 땅을 제공받아 주둔환경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적극 호응했다. 특히 미군측이 반환키로 한 토지면적 4,044만5,000평 가운데 사유지 3,500여만평이 포함돼 있어 지역개발은 물론민원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디가 반환되나=양국이 조정키로 합의한 곳은 모두 20개 지역이다.이중 과거에는 변두리였으나 도심으로 편입된 미군기지가 캠프 킴을 비롯해 서울지역 4곳,파주지역 6곳,의정부·동두천지역 6곳 등 모두 16곳(1만4,000평)이다. 여기에 경기도 하남의 캠프 콜번(9만3,000평)과 강원도 원주의 캠프 롱 일부(7만3,000평),부산시의 캠프 하야리아(16만3,000평),군산비행장 공여지 일부(26만2,000평) 등 4곳이 추가된다. 또 파주,동두천,포천 등 경기도 3개 지역의훈련장 3,900만평도 우리 군의 훈련장을 공유하는 조건으로 반환받기로 했다. 춘천 캠프 페이지,부평 캠프 마켓,대구 캠프 워커 헬기장 등 3개 기지에 대한 반환협상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대신 어디를 주나=의정부 24만평,평택·오산 비행장 주변 41만평,포항 해병대훈련장 지역 10만평 등 모두 75만평이 미군에 새로 공여된다.이들 토지는 국방부가 수용(매입),미군에 대여하게 된다. ◆향후 절차=양국은 4개월 이내인 내년 3월 중순까지 LPP추진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토지 매각 및 수용에 들어간다.과거에는 무조건 징발했지만 2곳의 감정기관의 토지감정을 토대로 매입한다.기지 이전은 2005년 이후부터 현실화돼 2011년에나 완료될 전망이다. ◆문제점=미군측에 제공할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소유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아울러 경기 화성군 매향리 ‘쿠니’ 사격장(760만평)을 비롯해 파주의 스토리 사격장,미2사단 기갑부대 훈련장(다그마노스) 등이 아예 반환협상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예상된다.또 서울도심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78만여평 규모의 용산기지도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전비용 문제로 협상대상에서 빠졌다. ◆이전 비용은=기지 반환에 따른 신규 부지 대여 및 이전비는 모두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국방부는 이 중 1조3,000억∼1조4,000억원을 미군측이 부담하고,우리측은 이전부지 매입 비용(1,000억원)과 시설 대체비(5,400억원) 등6,000억∼7,000억원을 감당하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군당국은 반환받는 전체 토지의 9%를 차지하는 국방부 소유토지(360만평)를 매각,7,000억원 정도를 충당할 수 있을것으로 보고 있다.새로운 국방예산 부담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군 공여지란=미군부대가 주둔하고 훈련하는 데 필요한 토지를 빌려준 땅이다.절대 공여지와 임시 공여지가 있다.절대 공여지 소유자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임시 공여지도 미군이 훈련시 이용권을 갖는 부지로 역시 재산권행사에 제약이 있다. 강동형기자 yunbin@
  • 국회파행 여야 의총/ 민주당””암적 의원 퇴출”” 한나라””하야 요구 정당””

    국회는 11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문제삼아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이 자진사퇴를요구한 데 대해 민주당이 사과 등을 요구하며 대치,이틀째 파행을 계속했다.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발언 당사자인 안 의원 및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사과와 총재직사퇴를 요구했고 반면 한나라당은 ‘사과 불가’라는 강경입장이 대세를 이뤘다.다음은 여야 의총에서 나온 의원들의 발언록.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여야가 9일 영수회담을 통해 안보·민생·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협조하기로 합의해 놓고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합의 내용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이해할 수 없다. ▲송석찬(宋錫贊) 의원=이 총재가 심판관으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사형을 사실상 주도한 점을 들어 지난 2월 총재직 사퇴를 요구했다.이후 4개 상임위에서 사과를 한 뒤에야 간사 활동을 할 수 있었다.어려움이 있더라도 (당 지도부에) 협조해야 한다. ▲장영달(張永達) 의원=국군의 날 행사에서의 대통령의 발언 이후 UN군 사령관 등의 찬사가 있었는 데 거꾸로 뒤집어 이해하는 것은 한나라당밖에 없다. ▲송영길(宋永吉) 의원=김대중 정권 출범의 의미를 반북세력에서 친북세력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하는 김용갑(金容甲)의원은 국가안보 저해세력이다. ▲설훈(薛勳) 의원=이 총재의 부친은 여순반란사건 때 구속됐다.이 총재는 부친의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족일보 조 사장을 사법살인하는 등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여왔다. ▲이재정(李在禎) 의원=(한참을 울먹이며) 대통령이 국회의원에게 능욕을 당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반국가 행위로 매도됐다.민주당 의원 전원이 국회의원직을 걸더라도이 총재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 ▲김경재(金景梓) 의원=한나라당이 문제삼는 햇볕정책을국민투표에 부치자.부결되면 의원직을 사퇴하자. ▲추미애(秋美愛) 의원=김용갑 의원은 민족을 팔아먹는 국가의 암적 존재다.김 의원을 국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속기록을 삭제해도 좋다’거나우리가 마치 잘못했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국회이며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심재철(沈在哲) 의=사퇴요구는 당연한 것이다.많은 사람이 공감한 것 아니냐.자민련과 함께 국회를 열어야 한다. △김용균(金容鈞) 의원=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도 거론된적이 있다.안 의원의 발언은 당연하다. △이병석(李秉錫) 의원=안 의원의 발언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 한 것이다.여당은 야당 총재의 정계퇴진까지 요구한 적이 있다.발언을 삭제한다면 지금까지 문제된 발언을 전부 삭제해야 한다. △이원형(李源炯) 의원=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국회가 파행되고 있다. △안상수(安商守) 의원=정국의 큰 흐름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테러 반격 문제에다 경제도 악화되고 있다.우리는다수 야당 아닌가.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신영국(申榮國) 의원=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국정조사나이용호 게이트 등을 제대로 파헤치기 위해서는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우선정치를 해야한다. △권기술(權琪述) 의원=대통령과 정권이 잘못하면 하야나정권퇴진을 요구할 수 있고,지금까지 그래온 것 아닌가. 이종락 이지운기자 jrlee@
  • 본즈 73호홈런볼 소유 법정싸움

    [샌프란시스코 AP 연합] 미국프로야구 배리 본즈(3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쏘아올린 역사적인 73호 홈런볼의 진짜 주인을 가리기 위한 법정싸움이 열릴 조짐이다. 애릭스 포포프란 사람은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의 퍼시픽벨파크 외야 관중석에서 본즈의 73호 홈런볼을 글러브로 받았지만 갑자기 모여든 사람들과 충돌하면서 빠뜨렸고 결국이 공은 패트릭 하야시란 사람의 차지가 됐다.포포프는 당시 TV로 중계된 홈런볼 습득 장면을 근거로 자신이 73호의진짜 주인임을 주장하며 하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73호 볼의 소유자를 하야시로 확인한 이상 그것으로 끝”이라며 포포프의 주장을 일축했다. 결국 최소 100만달러로 평가되는 볼의 소유자는 법정에서가려질 전망이다.
  • 핏발 선 JP ‘천벌론’ 독설

    자민련이 잔뜩 독이 올랐다. 7일 당 총재인 이한동(李漢東) 총리를 전격 제명하는가 하면,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는 경기도 안양 새마을연수원에서 열린 ‘지방선거 연수’에서 장장 1시간 동안 이 총리는 물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등 여권을 향해 독설을퍼부었다. ■핏발 선 JP:JP는 이날 200여명의 여성당원들을 대상으로한 강연에서 민주당과의 공조가 이뤄진 배경,자신이 임동원(林東源)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이유,이한동(李漢東)총리 잔류파문 과정 등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특히 자신의 복귀 요청을 뿌리친 이 총리에 대해 노자에나오는 고사성어를 인용,‘천벌’까지 암시하며 서운한 감정을 쏟아냈다.JP는 “어제 이상한 일이 생겼다.남의 당 총재를 일언반구도 없이 끌어다놨다.세상에 하고 싶다고 다하느냐.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총리유임 결정을 이 총리와김 대통령의 ‘부정한’ 과욕으로 몰아붙였다. 이어 노자(老子)에 나오는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疎而不漏:하늘의 그물은 너무 넓어서 다 빠져나갈 것 같지만 결국 그 망에 다걸린다는 뜻)란 고사성어를 인용,죄인은 빠져 나갈 곳이 없다는 ‘천벌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JP는 또 김 대통령과 여권에 대해 “내년 대선의 결과가어떻게 될 지 뻔하다.유아독존과 독선으로 내일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총리 제명:당이 소속 당 총재를 제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자민련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총리직 잔류를 선언한 이한동총리에 대해 ‘당에 해악을 끼쳤다’는 징계사유를 들어 만장일치로 제명처분을 의결했다. 전체 당무위원 43명 가운데 28명이 참석한 이날 당무회의서 이홍배(李洪培) 위원만이 “이 총리의 총재직 사표를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초강경기류를 뒤엎기는 역부족이었다.김현욱(金顯煜) 지도위 의장은 “이 총리의 행위는오직 대통령을 위한 사욕의 길이며,교육적으로도 부끄러운행보”라면서 총리직 사퇴,제명처분,해임건의안 제출을 요구했다. “진짜 ‘단칼’(이 총리의 애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위해 제명해야 한다”(鄭鎭碩 위원).“제명과 함께 정치적사망선고를 해야 하며 대통령탄핵소추와 하야까지 주장하자”(朴泰權 위원)는 극한 발언도 줄을 이었다. 노주석기자 joo@
  • 고이즈미 인사지시 거부 항명파동

    [도쿄 황성기특파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총리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다나카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이 외무성 고위급에 대한 총리의인사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다나카 외상에 대한 경질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일 오전 다나카 외상에게 전화를 걸어최근 외무성 기밀비 유용사건 등의 책임을 물어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주미 대사,사이토 구니히코(齊藤邦彦) 국제협력사업단 총재,하야시 사다유키(林貞行) 주영 대사,가와시마 유타카(川島裕) 현 사무차관 등 4명을 경질,이날중인사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다나카 외상은 “외상으로 취임할 때 고이즈미 총리는 미·일관계에 역점을 두라고 지시했다”면서 “10월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있는 만큼 그때까지주미 대사는 유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며 총리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NHK 방송과 교도통신은 ‘항명파동’을일으켰던 다나카 외상이 결국 야나이 주미대사 등 4명의전·현직 외무성 관리를 경질키로 했다고 밝혔다.관측통들은 정부와 여당내에서 외상 경질론이 급속히 확산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고 있다.
  • 꼼꼼한 작화로 정평 ‘디알 디지털’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씨가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회사인 일본 지브리사와 함께 일하면서많이 배웠습니다.우리도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히트작을 낼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게 가장 큰 소득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인 디알디지털(디알·전 DR무비)은요즘 기분이 급상승중이다.하야오 감독이 서울 구로동 사무실을 찾아와 직접 감사의 인사말을 건넸기 때문이다.지난 25일 방한해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던 하야오 감독은 사실 이 곳을 들르기 위해 방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는 최근 자신이 처음으로 외국에 주문해 만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일본에서 흥행성공을 거두자,외주를 준이곳을 찾아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디알디지털은 지난 90년 설립된 이후 꼼꼼한 작화로 이름이 나있는 중견 애니메이션 회사다.하야오 감독은 “일본어린이들이 보는 작품은 일본인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철학에 따라 지금까지 해외에 일절 제작주문을 내지 않았다.그런데 하야오 감독은 ‘센…’의 제작일정을 일본내에서는 맞추기어렵게 되자 시험삼아 디알에 외주를 주었다. 디알은 동화와 채색 작업을 맡았다. 하야오 감독은 이례적으로 신작 필름을 갖고와,서울 남산애니메이션 센터에서 디알 직원들만을 위한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당시 영화 끝부분에서 자신들의 이름들이 자막으로 실린 것을 본 디알 직원 40여명은 일제히 환호성을올렸다. 지브리사에서 파견된 4명의 일본 스태프들과 3개월동안함께 작업한 애니메이터 안미경씨(27)는 “거장의 작품을하게 돼서 약간 겁도 났어요.하지만 그동안 워낙 꼼꼼한작화작업을 해왔던터라 일은 전혀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미군부대앞 장기간 집회신고 한국인 노조·시민단체 마찰

    주한 미군부대 한국인 노동자 단체가 전국 미군부대 앞에서 장기간 집회를 갖겠다는 신고서를 각 부대에 제출,같은장소에서 미군기지 반환 등을 주장하면서 집회를 벌여온 시민단체와 마찰이 예상된다. 전국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위원장 강인식)은 31일 서울 부산 등 전국 11개 시·도의 14개 미군부대 정문과 후문 등을 집회장소로 적시한 집회신고를 냈다고 밝혔다.1만4,000여명의 한국인 군무원이 가입해 있는 이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소속이다. 집회 신청기간을 부대별로 보면 부산진구 연지동 캠프 하야리아,서울 용산기지,대구의 캠프 워커와 캠프 헨리 등 4곳은 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1년간에 이른다. 대구의 19지원단 비행장 등은 1일부터 올 연말까지 5개월간이며 춘천의 미군부대는 8월 한달동안으로 잡혀 있다. 집회 목적과 관련,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은 “‘대책없는 주한미군 철수 반대 및 주한미군의 업무 하청 반대’가슬로건”이라며 “미군 철수는 안보뿐아니라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직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집회 신고가 알려지자 그간 미군철수·기지반환을주장하면서 매주 수요일 미군부대 앞에서 집회를 벌여온 주한미군철수 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노동조합의 주장과는 달리 1년간 집회 신고를 낸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며 집회 계속 의사를 밝혀 양측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부산 이기철기자 chuli@
  • ‘이웃집 토토로’…도토리요정과 두 자매의 우정

    27일 선보이는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는 국내에 이미 많이 알려진 유명작품이다. 웬만한 저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합성어) 마니아라면 해적판 복사본으로 한번쯤은 구해 봤을 정도.그러나 정식으로 국내개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만화영화는 국내 개봉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대원C&A가 영화의 판권을 사들인 것은 지난 96년.그러나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국내 수입요건(세계 주요영화제 수상작)에 맞지 않아 계속 개봉이 미뤄졌다.지난해말 부천국제대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면서 간신히 빛을 보게 됐다. 60년대 시골을 무대로 한 장면장면이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아버지와 함께 시골로 이사온 열한살짜리 사츠키와 네살 메이 자매는 입원중인 엄마를 못만나는 것 말고는 모든일이 새롭고 즐겁다.어느날 메이가 숲속에서 도토리 나무의요정 토토로를 만나고,두 자매와 토토로의 우정이 훈훈한 감동을 자아낸다. 토토로가 사츠키 자매를 도와줄 때 불러내는 고양이 버스,새까맣고 둥근 스폰지같은 검댕이 요정도 환상을 선사하는데 한몫한다. 10년이 걸려 탄생한 캐릭터 토토로는 온갖 첨단장비에 의해 태어난 미국 할리우드의 3D애니메이션에게 이렇게 타이르는 듯 하다.“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체온을 전해주는 거야”. 황수정기자 sjh@
  • [사설] 어이없는 탄핵공세 그만두라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가 연일 ‘대통령 탄핵’을거론하고 총재단회의가 이를 ‘신중하게 검토키로’당론을정한 데 대해 민주당이 ‘정권욕에 사로잡힌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헌정파괴 음모’라며 거당적으로 반격에 나서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여야관계가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먼저 이 총무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대통령에 대한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로 발의하고 재적의원 3분2의 찬성으로 통과된다.이 총무는 과연 탄핵안이 통과될 것으로 믿고 발의를 거론하는 것인가.또 탄핵소추는 대통령이직무수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이 총무는 탄핵소추 사유로 이른바 ‘3대국정의 파탄’을 들고 있다.그러나 따져 보자. 국가채무와 실업자가 늘어난 것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던 때불러온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가피한 현상이다.한나라당은 1998년 12월 당시 외화가 바닥이 났던 사실을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온 국민이 힘겨운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이 이같은 노력을 거들기는커녕 마치 남의 일인 양 비판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행동이 아닐 수 없다.남북관계도 그렇다.남북 정상회담으로남북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현저히감소된 것은 온 국민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남북관계가 1994년 수준으로 후퇴하기를 바라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세무사찰을 빙자한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은 또 무슨 말인가.언론사는 더이상 성역이 아니며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조세정의와 관련된 징세행정에 불과하다. 언론사 탈세와 비리에 대한 단죄는 바람직한 것이지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지식인과 문인, 종교인들이 한목소리로 언론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사실을 한나라당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사실이 이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론은 무책임한 정치공세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론’을 수상하게 보는것은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이 총재가 지난 총선에서 김대통령의 하야를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지난번 대한변협의 토론회에서 한 변호사가 뜬금없이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다.그리고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와히드대통령이 탄핵으로하야했다.이같은 사실에 자극을 받아 한나라당이 느닷없이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대통령 탄핵론은 헌정 중단을 전제하는 것으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현실성도 없을 뿐 아니라 공연히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안겨주기 때문이다.따라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어이없는 탄핵공세’를 즉각 그만둘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 미야자키 하야오 방한 “전쟁 싫었던 어릴적…”

    “‘이웃집 토토로’는 어릴 때 일본을 싫어했던 나 자신을 위해 어른이 되어 쓴 편지와 같습니다.”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60)가‘이웃집 토토로’의 개봉에 맞춰 25일 처음으로 방한, 기자회견을 가졌다.지난 20일 일본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정상을 차지한 최신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국내외주제작업체인 DR무비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다. 일본 문화 개방이 중단되는 등 미묘한 시기에 방한한 하야오는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해온 일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이라며 “민족 자긍심은역사 왜곡이 아니라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 얻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첫 인상에대해 “이렇게 닮은 나라가 세상에 또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어린 시절 일본을 싫어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이 전쟁을 통해 잘못된 생각에 물드는 것이 싫었다”고 설명했다. ‘미래소년 코난’‘천공의 성 라퓨타’‘원령공주’등작품성과 흥행에서 모두 인정받은 걸작을 만들어온 그는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애니메이션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컴퓨터 디지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범선 선장이 요트 타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또 38년동안 애니메이션을하면서 “항상 이 작품이 마지막이며 아무리 힘든 일도 언젠가는 끝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제작된 지 13년만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에서 숲 보존운동을 일으키는 등 환경문제에 대한 그의 일관된 생각이 담긴 작품이다. 윤창수기자 geo@
  • 메가와티는 누군가/ 위기관리 의심받는 ‘민주 여전사’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뒤를 이어 새 대통령에 취임한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54)은 서민층으로부터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인도네시아의 국부(國父)’로추앙받는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든든한 배경에다수하르토 정권의 32년 독재에 대항한 ‘민주운동의 상징’으로 부각돼 왔기 때문이다. 메가와티의 정치입문은 마흔살이 넘어서다.반(反)수하르토 운동에 가담하면서 정치를 시작한 그녀는 지난 93년 야당인 민주당 당수에 추대됐다.이후 그녀의 대중적 인기에위협을 느낀 수하르토 정권에 의해 당수직에서 쫓겨났다가98년 수하르토 하야 직후 민주투쟁당(PDIP)을 창당,정치에컴백했다. 이듬해 실시된 대선에서 그녀가 이끄는 PDIP의 선풍적인인기와 함께 그녀의 대통령직 차지도 거의 확실시됐다.그러나 ‘이슬람 정파연합’의 지지를 등에 업은 와히드의대역전극으로 패배하는 뼈아픈 경험을 해야 했다. 그리고 21개월이 지난 뒤 와히드의 탄핵을 주도하며 결국대권을 차지하게 됐지만 그녀가 과연 위기의 인도네시아를구해낼 만한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많다. 든든한 배경과 현직 부통령이라는 점 외에는 내세울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 정치적 사안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경제 현안에 대한 그녀의 정책 부재가 인도네시아 경제위기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도 있다.뛰어난 웅변가였던 아버지와 달리 대중연설이나 기자회견을 피하고 소수의 자문가들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또 인권유린과 수하르토 독재의 대명사인 인도네시아 군부와 밀접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어 부패척결과 개혁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세번의 결혼 경력이 있으며 현재 남편은 사업가인 타우픽키에마스.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1947년 1월 자카르타 출생 ▲1987년 하원의원 당선 ▲1993년 민주당 총재▲1999년 총선서 PDIP 최대 정당 부각 ▲1999년 10월 부통령에 취임이동미기자 eyes@
  • 타계한 그레이엄 WP회장

    워싱턴 포스트를 미국의 일개 지방지에서 세계적 권위지로만든 캐서린 그레이엄 워싱턴 포스트사 회장이 17일 아이다호주 보이시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향년 84세. ‘여제(女帝)’‘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녀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2년여 추적,보도하는 과정에서 이를 적극 지지,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하야케한 주인공이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 계속된 닉슨 재선위원회의 비리 보도에 대해 닉슨 행정부는 광고주와 투자자들을 통해 압력을넣었다. 당시 이에 대해 그레이엄 회장은 “취재를 계속하고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편집진을 독려했다.결국 재선된 닉슨 대통령은 탄핵을 면하기 위해 74년 사임했다. 닉슨과의 첫 싸움은 워싱턴 포스트가 권위지로 첫발을 내디딘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뉴욕타임스가 베트남전에 대한 국방부 1급 비밀문서를 입수,이를 보도했다.닉슨 행정부는 ‘출판금지가처분신청’으로 맞서고 뉴욕타임스는 ‘대법원 항소’로 응수했다.뒤늦게 비밀문서를 입수한 워싱턴포스트는 낙종을 당했다는 자존심을 접고 이를실었다. 워싱턴 포스트가 3,500만달러 상당의 주식공개와 지방 방송국의 인허가 갱신을 앞둔 시점이었다.그레이엄 회장은 ‘지금은 신문의 정신이 걸려있는 순간’이라던 당시 수석편집부국장 진 패턴슨의 말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당시 편집국장이던 진 브래들리는 “그레이엄 회장의 ‘보도합시다’라는 말은 언론보도의 자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신문경영에 있어 그녀의 지론은 ‘좋은 신문이 돈도 번다’는 논리다.1963년 남편의 자살이라는 예기치 않던 사건으로 회장직을 맡았지만 30년만에 신문,잡지,TV,케이블 및 교육사업을 망라하는 당당한 기업군으로 키워냈다.발행인의임무에 대해서는 “편집인에게 이거 해라,말아라고 간섭하는 대신 신문이 최대한 완벽·정확하고 공명정대하며 훌륭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발행인의 임무”라고 말했다. 1993년 아들 도널드에게 회사를 물려줬으며 1997년 유명인사들과의 친분관계를 담은 ‘개인의 역사’를 써 이듬해퓰리처상을 받았다. 전경하기자 lark3@
  • 미군기지 통폐합 안팎

    한미양국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연합토지관리계획의핵심은 서로에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데 있다. 연합토지계획은 지난해 11월 주한미군측이 먼저 제안해왔으며 우리측도 이를 추진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올 2월부터 협의를 진행해왔다. ■미측의 입장= 현재 점유하고 있는 기지 및 훈련장,탄약고는 모두 93곳,7,445만평 규모다.여의도면적의 87배에 달하는 땅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한국민의 곱지않는 시각이 ‘반미감정’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해외주둔 미군개편작업과 맞물려 주한미군의 규모는 감축하지 않으면서 효율성은 올리고 예산은 줄이는 이중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북부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군소기지들을캠프 스탠리,캠프 케이시 등 대규모 기지에 통폐합,주요기지 주변 토지를 한국측으로부터 추가로 공여받아 기지를 ‘대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우리측 입장= 매향리 사격장 등 민원이끊이지 않는 미군기지 및 훈련장을 되돌려받아 소유자에게 돌려주되 폐쇄되는 훈련장은 한국군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미측이 추가공여를 요구한 75만평 규모의 신규토지공급이다. 미측이 반환하는 토지를 처분해 마련되는 재원으로 지역주민 및 해당 지자체의 숙원사업 등과 연계시켜 적절한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통·폐합 대상 미군기지= 주로 군수지원 및 통신연계 시설이 갖추어진 훈련장겸용 소형기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일단 매향리·스토리사격장과 서울 용산기지 등 우리측이 요구해온 민원제기 주요 기지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방부관계자는 이날 “부산 캠프 하야리아,대구 캠프 워커 등 도심에 위치한 주요 부대 등 19개 기지의 추가반환도 우리측 안에 포함돼 있다”면서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강조, 추가반환의 여지를 남겼다. 노주석기자 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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